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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예정 39만+사전청약 7만 가구 공급… 수도권 일반분양 50% 늘어 19만 6000호

    분양예정 39만+사전청약 7만 가구 공급… 수도권 일반분양 50% 늘어 19만 6000호

    정부가 내년에 주택 46만 가구를 분양하기로 했다. 사업 승인을 받거나 예정인 공공·민간 주택 39만 가구와 사전청약 주택 7만 가구를 더한 물량이다. 39만 가구는 최근 10년 평균 분양 물량보다 10만 가구 정도 많은 수준이다. 올해 분양한 38만 8000가구(예정)보다는 30% 늘어난 수치다. 이 정도면 분양 물량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분양 물량은 서울 4만 7000여 가구, 경기 11만 6000여 가구, 인천 3만 3000여 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19만 6000여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물량이다. 그러나 민간 업체의 분양 계획은 변수가 많이 따른다는 점에서 목표 물량을 분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실제 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이 연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면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전청약 물량(7만 가구)은 이미 계획된 공공물량 3만 가구에 2000가구를 더한 3만 2000가구와 민간 사전청약 물량 3만 8000가구다. 공공 사전청약 물량 가운데는 3기 신도시에서만 1만 2000가구가 나온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신도시 등에서 공급된다. 민간 사전청약 대상은 공공택지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 가운데 성남 복정, 의왕 월암지구 등에서 차례대로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다. 특히 서울에서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진행되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4000여 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된다. 증산4구역·방학역·연신내역·신길2구역에서 내년 말부터 사전청약이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도 마련했다. 내년에 43만 가구를 지을 수 있게 지구 지정을 마무리한다. 공공택지 지구 지정(27만 4000가구), 밀도 상향(1만 가구), 도심복합사업 속도 제고(5만 가구), 서울 등 공공정비(3만 2000가구), 소규모 정비사업(2만 6000가구), 신축매입 약정사업(4만 4000가구) 등이다. 신규 지구 지정을 마치는 43만 가구 중 수도권 물량이 20만 가구에 이른다. ‘2·4 주택 공급대책’으로 찾아낸 16만 가구의 도심 주택공급 후보지는 주민 동의 속도를 높여 내년 지구 지정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 통합공모 등을 통해 내년 말까지 5만 가구(서울 2만 8000가구)를 발굴하고, 공공정비사업 물량도 지방자치단체 합동공모를 거쳐 상반기에 2만 7000가구를 확보한다. 직주근접성이 높은 도심 후보지도 10만 가구 이상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 “‘K공연’도 세계적 수준…한국형 라이브네이션 만들 것”

    “‘K공연’도 세계적 수준…한국형 라이브네이션 만들 것”

    1998년 공연계 입문…BTS·박효신 콘서트 등 기획 연말을 맞아 월드투어에 나선 케이팝 스타들이 수만 석 규모의 전 세계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을 만들기까지 ‘K콘서트’의 역량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 아이돌부터 발라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콘서트 등 24년간 공연 기획과 제작을 해 온 신상화 드림어스컴퍼니 공연사업본부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드림어스컴퍼니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음악만큼 공연 제작도 세계적 수준”이라며 “우리보다 공연 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에 가서 연출을 할 정도”라고 했다. 신 본부장은 방탄소년단(BTS), 2PM, 2AM, FT아일랜드 등 그룹은 물론 박효신, 성시경, 박정현 등 숱한 히트 가수의 공연을 기획, 제작해 왔다. 지산벨리 록 페스티벌 등 축제와 2010~2017년 CJ ENM 콘서트 사업본부장 시절 연출한 ‘케이콘’ 등 해외 공연도 그의 손을 거쳤다. 2019년 드림어스컴퍼니로 자리를 옮긴 후 최근에는 여러 장르와 숨은 고수를 발굴한 JTBC ‘슈퍼밴드’, ‘팬텀싱어3’ 등 오디션 관련 사업도 총괄하고 있다. 시즌2를 성공적으로 마친 ‘슈퍼밴드2’ 갈라쇼는 11~12월 서울과 부산에서 관객 1만명을 모아 화제가 됐다. “한국 공연 화려한 볼거리 장점…기술 빠르게 발전”1998년 공연계에 입문한 신 본부장은 현장에서 한국 공연의 빠른 발전을 함께해 왔다. 한국 대중음악의 산업화와 함께 20여년간 공연계도 기술과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왔다는 그는 “한국 공연의 차별점은 퍼포먼스와 영상을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라며 조명 하나도 더 많이, 제대로 활용하는 섬세한 연출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BTS 데뷔부터 2017년까지 콘서트 기획을 했던 그는 “BTS도 3500석 올림픽홀에서 공연할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라며 “중소 기획사에서 시작해 꾸준한 노력으로 톱스타로 성장한 과정을 본 것은 제게도 좋은 경험”이라고 돌이켰다. 최근 공연은 음악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라이브네이션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뮤지션 육성부터 음반, 공연, 공연장 운영, 티켓 판매까지 연계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신 본부장은 “아이돌 외에도 다양하고 진정성을 갖춘 음악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많은데 이들을 발굴하고 공연을 개발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싶다”며 “한국형 라이브네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공연, 비대면 시대에도 없어지지 않을 것” 이를 위해 ‘슈퍼밴드’ 등 지식재산(IP) 확보와 헤비메탈 밴드 크랙실버,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 등 공연형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 나섰고, 최근에는 마마무가 속한 RBW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3년간 전담하기로 했다. “EDM 페스티벌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는 신 본부장은 “한국의 EDM 디제이도 육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공연계에 구름이 드리운 요즘, 신 본부장은 “오프라인 공연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현재 공연장 방역 수준은 매우 높다”며 “공연이 주는 관객과의 교감은 대체할 수 없는 만큼 비대면 공연은 부가 수익을 올리는 부분으로 가치가 전환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 46만 가구 공급 청사진은…민간 참여 저조하면 공수표 될 수도

    46만 가구 공급 청사진은…민간 참여 저조하면 공수표 될 수도

    정부가 내년에 주택 46만 가구를 분양하기로 했다. 사업 승인을 받거나 예정인 공공·민간 주택 39만 가구와 사전청약 주택 7만 가구를 더한 물량이다. 39만 가구는 최근 10년 평균 분양 물량보다 10만 가구 정도 많은 수준이다. 올해 분양한 38만 8000가구(예정)보다는 30% 늘어난 수치다. 이 정도면 분양 물량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분양 물량은 서울 4만 7000여 가구, 경기 11만 6000여 가구, 인천 3만 3000여 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19만 6000여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물량이다. 그러나 업체의 분양 계획은 변수가 많이 따른다는 점에서 목표 물량을 분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실제 분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이 연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면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전청약 물량(7만 가구)은 이미 계획된 공공물량 3만 가구에 2000가구를 더한 3만 2000가구와 민간 사전청약 물량 3만 8000가구다. 공공 사전청약 물량 가운데는 3기 신도시에서만 1만 2000가구가 나온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신도시 등에서 공급된다. 민간 사전청약 대상은 공공택지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이다. 성남 복정, 의왕 월암지구 등에서 차례대로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다. 특히 서울에서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진행되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4000여 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된다. 증산4구역·방학역·연신내역·신길2구역에서 내년 말부터 사전청약이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대책도 마련했다. 내년에 43만 가구를 지을 수 있게 지구 지정을 마무리한다. 공공택지 지구 지정(27만 4000가구), 밀도 상향(1만 가구), 도심복합사업 속도 제고(5만 가구), 서울 등 공공정비(3만 2000가구), 소규모 정비사업(2만 6000가구), 신축매입 약정사업(4만 4000가구) 등이다. 신규 지구 지정을 마치는 43만 가구 중 수도권 물량이 20만 가구에 이른다. ‘2·4 주택 공급대책’으로 찾아낸 16만 가구의 도심 주택공급 후보지는 주민 동의 속도를 높여 내년 지구 지정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민간 통합공모 등을 통해 내년 말까지 5만 가구(서울 2만 8000가구)를 발굴하고 공공정비도 지방자치단체 합동공모를 통해 상반기 안에 2만 7000가구를 확보한다. 직주근접성이 높은 도심 후보지도 10만 가구 이상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 새해 2월 전라도 관찰사 밥상 맛볼 수 있다

    새해 2월 전라도 관찰사 밥상 맛볼 수 있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인 전북 전주시가 내년 2월부터 조선시대 전라도 관찰사 밥상을 일반에 선보이기로 해 미식가들의 관심이 높다. 전주시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관찰사 밥상을 ‘맛의 고장’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전주시는 이달 중에 관찰사 밥상을 판매하는 음식점 2곳을 선정해 업주와 종업원들에게 전라감영 음식, 문화, 역사, 조리법 등을 교육한 뒤 새해 일반에 정식 판매할 계획이다. 관찰사 밥상은 정식상(9첩 반상), 간소상(5첩 반상), 국밥 2종(소고기뭇국, 피문어탕국) 등 3종이다. 전주시는 1884년 전라감영을 방문했던 주한미국공사관 대리공사였던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일기장, 전라감사 서유구가 기록한 완영일록, 유희춘의 미암일기 등을 토대로 조선시대 전라도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해 관찰사 밥상을 재현했다.관찰사 밥상에 오른 기본 음식은 쌀밥, 고깃국, 김치(생강뿌리를 넣은 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장류(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찌개(생선조치, 조기찌개), 닭찜, 소고기전골 등이 선정됐다. 반찬은 무생채, 미나리나물, 숭어구이, 생치조림, 양하전, 죽순해, 소고기자반, 새우젓, 어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라 관찰사 밥상은 현재의 전주 한정식의 원형이 됐고 음식문화 유산으로 계승되고 있다.
  • 뾰족한 첨탑은 빼고 일상은 더하고…권위 내려놓은 개포동교회

    뾰족한 첨탑은 빼고 일상은 더하고…권위 내려놓은 개포동교회

    교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첨탑과 드높이 달린 십자가다. 다양한 종파들이 경쟁하듯 곳곳에 들어선 개신교 교회들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 높이 세운 십자가에 빨간 네온사인을 설치했다. 붉은 십자가로 불야성을 이루는 것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에 빛 공해 논란까지 일으키는 교회 건축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개신교 교회 건축은 첨탑의 권위적 형태를 버리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형태로 도심 속에 자리잡아 이웃에게 따스한 위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준공한 서울 개포동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100여개의 교회를 디자인해 자칭 타칭 ‘교회 건축 전문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이은석(코마건축사사무소) 경희대 교수가 디자인했다.재건축과 재개발의 광풍을 타고 개포동에는 고가의 아파트 숲이 조성돼 있다. 조금 남아 있는 숲 덕분에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가를 다툰다. 고층 아파트의 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몇몇 중고등학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외의 지역도 있었다. 강남구 선릉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옛 골목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구역이 있다. 복잡한 소유권 문제로 재개발이 어려운 상가주택지역이다. 개포동 교회는 도심 재개발의 불균형 속에서 신구 지역의 경계에 지어졌다. 해를 가득 받으며 서 있는 교회를 골목에서 바라보면 밝은 색의 외장재와 부드러운 곡선, 단순한 외양 덕분에 전체적으로 온화한 느낌이다. 첨탑도, 꼭대기에 십자가도 없이 웅장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윽한 존재감이 골목 전체를 따스하게 비추는 듯하다.“현대의 교회 건축은 신앙적 구도의 성소임과 동시에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도시민들에게 영적인 평화와 위안을 베푸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가깝게 다가가도록 첨탑의 권위적 형태를 과감히 버리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형태와 따스한 외장재를 선택함으로써 도심 속에 정겹게 자리잡도록 했습니다.” ●기존 붉은색 벽돌 건물 철거하고 신축 이 교수는 “전통적인 종교 건축에서는 세속으로부터의 망명과 같이 분리된 공간을 지향했지만 현대 도시의 교회는 예전 동네 어귀마다 있었던 오래된 느티나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누구에게나 휴식처, 안식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종교적 가치를 내세워 스스로 고립되기보다 교회가 능동적으로 세상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들린 건축, 열린 가치’라는 개념으로 요약되고, 교회 건축물로 구현된다. 교회가 방어적 성채처럼 되지 않도록 거대한 볼륨은 공중으로 들어 올리며, 그 아래로 소통의 공간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형식이다. 사비석(화강암의 일종) 마감의 볼륨이 바닥에서 들려 있고, 저층부 교류 공간의 열린 가치를 극대화한 개포동교회에 그 철학이 잘 반영돼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란 소통보다는 구별을 추구했고, 최근까지의 교회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21세기의 교회는 소통이 안 되면 존립이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하면 공공성을 띠고 이웃과 잘 소통이 되게 하는가가 디자인에서 최대의 관건이었습니다. 약간의 종교성만 띠도록 상징성이나 장식성을 최소화하고, 대신 교회 건축이 공공성을 가지면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기존에 자리한 붉은색 벽돌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프로젝트는 현상설계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즐비한 상가 건물들에 꽉 막힌 성채처럼 여겨졌던 붉은 벽돌의 교회당 건물 대신 들어서는 신축 교회는 도시의 가로가 교회를 통해 막히지 않고 반대편으로 소통하도록 디자인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V’자형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 교수는 “넓지 않은 부지에서 주차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지상 볼륨을 들어 올릴 때 캔틸레버(건물 본체에서 튀어나온 부분)의 지지를 돕는 구조적 해결책일 뿐 아니라 들린 볼륨 아래로 열린 가치가 유입되는 건축 특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주민·인근 직장인들도 찾아오는 쉼터 기존 건물에서 아쉬웠던 ‘열린 가치’를 전체 볼륨을 들어 올림으로써 극대화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1층은 사방을 유리로 처리해 해가 잘 들고 안과 밖이 소통되도록 했다. 로비는 마을회관처럼 모두에게 열려 있다.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로비에 무인 커피자판기를 갖춘 북카페, 건물의 벽면을 따라 만들어진 실내 산책로(책의 길), 조용히 책을 보거나 소모임을 가질 수 있는 교류의 공간 등을 만들었다. 낮 시간에는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다. 주변 사무실의 직원들은 점심식사 후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가는 장소로도 애용하고 있다. ●佛 노트르담 뒤오성당서 영감 교회의 부드럽고 자유로우면서도 단순한 외관은 이 교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설계한 프랑스 롱샹의 노트르담 뒤오성당 외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 중 여러 차례 방문하고 연구를 많이 하면서 수없이 스케치를 해 봤던 터라 롱샹 성당의 지붕 곡선이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반영됐던 것 같다”면서 “개포동교회는 두 개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마치 버선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오똑 솟아 있는 부분이 첨탑 효과를 내는 식으로 상징성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남측 면과 서측 면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외벽을 덧대 십자가 모양을 만들었다. 십자가를 따로 세우지 않고 건축물에 녹아들게 하는 디자인은 대전 목양교회(1999)에서 처음 시도했다. 복잡한 도시 골목길 안쪽에 사각의 단순한 볼륨으로 지어진 교회에서는 빛과 대리석의 조화로 성스러움을 상징했다. 비록 작지만 고상하고 견고하며 도심 건축이 갖춰야 할 컨텍스트를 소중하게 여긴 작업으로 꼽힌다. 포항의 숲속 동네 등산로에 있는 푸른마을교회, 삼각형 디자인의 하늘보석교회, 공공에 봉사하는 교회의 새로운 기능을 담은 새문안교회 등 그가 디자인한 100여개의 교회에는 첨탑 십자가가 없다. 이 교수는 “고딕성당은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기원을 담아 첨탑을 높게 쌓아 올렸고 우리나라 개신교도 지금껏 뾰족탑을 가진 고딕성당 같은 모습을 추구했지만 그런 추상적 가치에 묶여 있을 이유가 없다”며 “종교적 상징성을 최소화하면서 구성원들이 이웃과 더불어 일상적인 삶을 경건하고 풍요롭게 담도록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내부를 관통하는 1층 로비를 통해 교회 정문으로 나가면 후면 도로로 연결된다. 정문 옆으로 건물을 따라 오르는 계단은 붉은 벽돌로 돼 있다. 이전 벽돌 교회당의 외장재를 바닥 마감재로 재활용한 것이다. ‘순례자의 길’이라 이름 지어진 벽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층에서 3층 대예배당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전 교회의 흔적을 밟으며 교회의 역사를 회상하고 주변 주거지와 시선이 차단된 좁은 길을 감아돌면서 순례자의 마음과 가까워지도록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부 공간은 외부의 단순함과 달리 매우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3층 본당(그랜드채플)은 창문을 최소한으로 두어 집중하도록 했다. 둥근 모양의 천장에 박힌 조명들이 마치 하늘의 별을 보는 느낌이다. 정면의 경우 대칭적으로 만들어 권위를 주기보다는 비대칭 구조로 디자인해 현대성을 가미했다. 설교단도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신자들이 앉는 장의자도 이 교수가 한국용 장의자로 미니멀하게 디자인했다. 그랜드채플 외에 교회는 소극장 규모의 그레이스홀, 콘서트홀,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경이 좋은 옥상에는 식당을 두었다. 개신교 교회 건축의 현대화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 교수는 “너무 권위적이고 엄숙하지 않으며 공공성을 추구하는 21세기 교회 건축이 추구하는 바를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건축은 예배만 드리기 위한 웅장한 대형 집회실보다는 일상적 삶을 돕는 인간적 공간들을 다양하게 담아낼 필요가 있다”며 “종교 건축의 가치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교회의 공공성을 어떻게 적극적인 사회적 프로그램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건축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부모들 공공형 키즈카페에 ‘안전과 청결’, ‘저렴한 비용’ 기대

    부모들 공공형 키즈카페에 ‘안전과 청결’, ‘저렴한 비용’ 기대

    “공공기관에서 키즈카페를 만들면, 저렴하고 깨끗할 것 같아요.” 서울시가 공공형 키즈카페인 ‘안심키즈카페’ 사업을 벌이기 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5%가 이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어린이집과 초등돌봄시설(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키움센터) 이용 보호자 219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공공형 키즈카페가 조성될 경우 ‘반드시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44.3%, ‘가능하면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53.2%로 응답자의 97.5%가 방문 의사를 밝혔다. 이용 빈도는 월 1회 이상 이용하겠다(71.2%)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분기별 1회 이상(23.1%), 반기별 1회 이상(5%) 순으로 나타났다. 운영 방향에 대한 설문도 진행됐다. 보호자들은 ‘안전’과 ‘청결’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으로는 안전과 청결(25.2%)을 꼽은 보호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다양하고 교육적인 놀이시설(23%), 거리(18.8%), 비용(18.4%), 시설 규모(12.5%), 보호자 편의시설(2.1%) 순이었다. 이 밖에도 연령별 구분 운영(영아·유아·초등 등), 놀이시설의 다양화 및 주기적 교체, 시간대별 인원 제한과 사전예약시스템 도입 등의 의견이 있었다. 키즈카페 1회 이용 시 드는 비용은 ‘2~3만원’이라는 의견이 41%로 가장 많았으며 불편사항 중 비싼 비용이 37.3%로 높게 나타났다. 시는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시범사업 형태로 서울안심키즈카페를 조성한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안심키즈카페는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악화된 여건 속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라며 “이번 설문을 통해 공공이 운영하고 관리하는 키즈카페의 실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이용자 심층 조사를 거쳐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이광식의 천문학+] 135억년 전 태초의 우주 엿본다…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 성공

    [이광식의 천문학+] 135억년 전 태초의 우주 엿본다…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 성공

    ​135억년 전 초기 우주의 비밀 엿보는 '타임머신' 빅뱅 직후인 130억 년 전 태초의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류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풀어줄 최강의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크리스마스날 마침내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최초의 발사예정이었던 2007년에서 무려 14년이나 늦은 지각 발사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5일 오후 9시20분(한국시간) 프랑스령 기아나 쿠로우 우주센터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실은 아리안5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JWST는 NASA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1996년부터 기획, 2006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초기 예산의 5배를 훌적 뛰어넘는 100억 달러(한화 12조원)를 투입한 끝에 마침내 완성됐다.이 거대한 망원경은 초기 우주에 나타난 최초의 별과 은하로부터 방출되는 빛을 측정해 우주 생성의 비밀을 엿볼 예정이다. 먼 우주의 먼지구름에 가려진 외계행성의 대기를 조사해 우주 생명체의 존재를 탐사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5년에서 10년에 걸쳐 다양하고 중요한 과학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NASA 국장 빌 넬슨은 성명에서 "이것은 매우 독특한 임무"라고 강조하면서 "이 미션이 성공한다면, 비록 압도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엄청난 우주의 비밀을 열어젖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 엄청난 대답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있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웹 프로젝트 차석 과학자 조나단 가드너는 "웹은 NASA가 지금까지 수행한 것 중 가장 복잡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미국이 지금까지 수행한 것 중 최대의 순수 과학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이날 성공적으로 발사대를 떠난 JWST는 발사 27분이 지난 뒤 고도 1380㎞에서 아리안5 로켓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마침내 통제센터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풀고 박수를 치며 발사 성공을 서로 축하했다. 웹은 30분 후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전기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JWST는 약 29일간 날아가 지구로부터 지구-달 거리의 4배인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2(L2) 지점에 안착할 예정이다. 이곳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별도의 동력 없이도 태양을 공전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점이다. 또한 태양과 지구로부터 나오는 빛의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지구와 망원경의 거리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는 지점이다. 제 위치에 도착한 뒤 약 5개월의 안정화 작업을 거친 이후 제임스웹은 사상 최대의 6.5m 주경을 통해 빅뱅 이후 우주의 생성과 비밀을 찾아 나선다. NASA는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 천문학자는 물론 우주과학자 등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고 생성과 진화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제임스웹은 ‘우주의 눈’이 돼줄 것”이라며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으로 우리는 새로운 우주 탐험의 역사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항해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갖가지 어려운 작업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선 포개져 있는 지름 6.5m, 넓이 25㎡의 거대 반사경을 제대로 펴야 한다. JWST의 반사경이 너무 커서 발사 때 로켓 적재함에 넣을 수 있도록 반으로 접혀진 상태이다. 또 태양의 열과 빛을 막기 위해 설치한 테니스 코트 크기의 태양 가림막 펼치기, 반사경 미세 조절 등 각종 최첨단 장비의 정상 가동 시험 등이 기다리고 있다. 발사 후 13일째가 되면 차양막, 지지대, 그리고 망원경이 모두 펼쳐진다.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최대 100배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JWST는 라그랑주2 지점에 도착한 후 태양을 바라볼 때 지구와 동일 선상에서 태양을 공전한다. 태양 가림막이 한 면이 항상 태양, 지구 및 달을 향해 펼쳐져 열ㆍ빛이 망원경의 관측을 방해하는 것을 막는다. 통신은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관리하는 거대 안테나인 심우주네트워크(DSN)를 통해 이뤄진다. 5차례나 고장나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허블 망원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NASA 개발자들은 제작 과정에서 수십 회 반복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또한 지구에서 통신을 통해 자체적으로 오류를 수정하는 프로그램도 탑재했다. 문제는 고도 600㎞ 궤도에서 활동한 허블 망원경과 달리 150만㎞나 떨어져 있는 웹은 너무 멀어 고장날 경우 사람을 보내 수리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NASA는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페이스십이나 자체 개발 중인 SLS 등 초대형 우주발사체가 완성될 경우 웹 망원경의 수리 임무에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세대가 걸린 망원경 만들기웹이 처음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의 일이다. 1989년 9월에 볼티모어의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에서 한 무리의 천문학자들이 만나서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계를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운곽을 드러냈다. 이때는 허블을 발사하기도 전이었지만, 그 후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대형 우주망원경은 계획하고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천문학 커뮤니티에서는 10~20년 앞을 미리 구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만 '차세대 우주망원경'(NGST)과의 관측 간격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NGST가 초기 우주를 연구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허블이 빅뱅(138억 년 전) 이후 불과 10억 년이 지난 시점의 우주 모습을 제공했지만, 천문학계는 훨씬 더 초기의 우주를 조사하기를 원했다. 이상적으로는 우주가 태어난 직후 몇억 년 이내에 형성된 최초의 별과 은하의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것이다. 거대한 우주망원경은 우주의 초창기까지 거슬러올라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허블,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어 인류의 우주 관측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되는 웹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이 사용했던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을 통해 태양과 같은 별을 관측하므로 우주공간에서 기존 망원경보다 더 먼 공간을 관측할 수 있다. 최대 1000광년 떨어진 행성의 산소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달리는 거리로 약 10조억㎞다.NASA는 우주의 암흑기(Dark Age)가 끝난 시점, 즉 138억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2억년 쯤 지난 135억년대 초기 우주의 별들이 보내온 적외선 파장을 관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 웹 망원경이 인류가 우주의 끝을 관측하는 첫 번째 망원경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웹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의 우주 생명체의 탐색과 외계 태양계의 초기 행성계 관측에 집중하여 할 수 있어 태양계 생성의 비밀도 밝히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JWST는 허블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취한 우주망원경이다. 얇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든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꼴로 이어붙여 만든 주경은 지름이 6.5m로, 2.4m인 허블보다 2배 이상 크다. 따라서 집광력은 7배가 넘고 시야는 15배 이상 넓다. 제임스웹이라는 이름은 1960년대 캐네디 대통령 시절 NASA 제2대 국장을 역임하며 최초 달 착륙선 아폴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제임스 웹 NASA 국장의 이름을 땄다. 웹 망원경 설계 수명은 5년이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허블 망원경을 계승하여 앞으로 수십 년간 작동하면서 인류를 보다 먼 태초의 우주로 데려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경력 끊긴 싱글맘... ‘홀로서기’ 디딤돌 돼준 미소금융

    경력 끊긴 싱글맘... ‘홀로서기’ 디딤돌 돼준 미소금융

    [2022 희망을 찾아 빚을 넘은 사람들 : 1회] 호떡장사하며 빌린 사업자금 1500만원고금리에 신음하다 미소금융 도움 받아“지금은 옷가게 인수... 신용도도 올라” 8801만원.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부채액(2021년 3월기준)이다. 자신이나 가족의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해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지독한 가난 탓에,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가보려 돈을 꿨다가 제때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자’ 딱지가 붙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빚에 허덕이는 이들은 더 많아졌다. 빚에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건 버겁긴 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빚의 굴레를 끊고 새 삶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모두 서민금융 제도의 도움과 강한 의지 덕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서울신문은 희망을 찾아 빚을 넘은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담아내고자 서민금융진흥원과 한국웹툰협회의 도움을 받아 웹툰으로도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회 주인공은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했다.“지선아, 너도 이제 나이가 있고 엄마도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니 우리 남은 날들이라도 같이 살자.” 수화기 너머 친정어머니의 간곡한 애원에 박지선(45·가명)씨가 고향인 강원 강릉으로 되돌아온 것은 2019년 2월이었다. 7년 간 지옥같던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직장도, 쌓아놓은 기반도 포기한채 유치원생 딸만 데리고 도망치듯 이혼한 박씨에게 고향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하지만 모아둔 돈도 없고 경력도 끊긴 ‘싱글맘’ 박씨에게 고향도 따스하지만은 않았다. 박씨는 강릉 중앙시장 인근 9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친정 어머니와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법 반응이 좋았다. 하루에 20만원 남짓은 벌 수 있었다. 그러다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매출은 10만원대로, 다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하루 꼬박 장사를 해도 손에 쥐는 돈이 1만원이 안되는 날들이 이어졌다.가게 임대료만 월 50만원. 재료비까지 합치면 매달 100만원 이상이 꼬박 빠져나갔다. 가게를 열면서 받은 고금리대출도 박씨의 발목을 잡았다. 모두 3000만원의 빚을 졌는데, 그중 제2금융권에서 연 23%의 고금리로 받은 1500만원의 대출이 특히 부담이었다. 대출 원금과 이자로만 매달 90만원 정도를 내야 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통장 잔고는 늘 0원이었다. 우연히 은행 직원의 안내로 서민금융상품의 존재를 알게 된 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소금융(신용등급이나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담보 없이 저리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연 1% 후반의 낮은 금리로 약 1600만원을 대출받아 2금융권 대출을 모두 상환할 수 있었다.빚의 그늘에서 벗어나자 행운도 뒤따랐다. 지난해 1월 호떡가게 운영비에 보태려고 근처 옷가게에서 임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박씨는 지금은 자신이 일하던 옷가게의 사장이 됐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박씨의 모습을 눈 여겨 본 사장이 박씨에게 가게 인수를 제안했고, 지금은 남편이 된 든든한 ‘고향 오빠’가 인수자금을 선뜻 빌려준 덕분이다. 딸은 어느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명랑한 초등학생이 됐다.미소금융은 멘토가 돼줬다. 미소금융 상담위원은 종종 박씨에게 전화해 가게 매출은 괜찮은지, 영업에 애로사항은 없는지 살폈다. 전문 컨설팅 프로그램을 연계해준 덕에 네이버지도 서비스에 가게를 등록하고, 판매 물품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방법 등을 배울 기회도 생겼다. 박씨는 옷가게 앞에 친정오빠를 위한 호두과자 가게를 차리고, 얼마 전 부모님 집 수리비를 보태기도 했다. ‘이제야 내가 한사람 몫의 베풂을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무엇보다 친정 어머니 또래의 고객들이 어울리는 옷을 찾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게 가장 기쁘다는 박씨는 “이제야 내 적성을 찾은 것 같다”며 웃었다.내년 3월이면 미소금융의 상환도 끝난다. 박씨는 “신용이 낮아 은행마다 퇴짜를 맞고 2금융권을 기웃거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신용등급이 3등급까지 올라 더는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없다더라”면서 “아마 미소금융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면 여전히 높은 이자에 허덕이며 새로운 도전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요즘, 힘든 시기에 누군가가 손을 잡아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몸소 느꼈다”고 감사를 전했다. 웹툰을 감상하시려면 이곳으로(웹툰 감상)
  • 매일 밤 2000만원은 경희씨의 숨통을 조였다

    매일 밤 2000만원은 경희씨의 숨통을 조였다

    [2022 희망을 찾아 빚을 넘은 사람들 : 3회] 어머니 입원비·수술비 마련코자 빚낸 2000만원은행에서 대출 거절당해 저축은행과 카드론으로“매달 다음달 이자를 걱정해야하는 ‘한 달 살이 인생’”8801만원.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부채액(2021년 3월기준)이다. 자신이나 가족의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해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지독한 가난 탓에,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가보려 돈을 꿨다가 제때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자’ 딱지가 붙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빚에 허덕이는 이들은 더 많아졌다. 빚에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건 버겁긴 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빚의 굴레를 끊고 새 삶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모두 서민금융 제도의 도움과 강한 의지 덕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서울신문은 희망을 찾아 빚을 넘은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담아내고자 서민금융진흥원과 한국웹툰협회의 도움을 받아 웹툰으로도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회 주인공은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했다.저축은행·카드론 등 3곳을 합쳐 2000만원. 서른 한살 김경희(가명·여)씨의 인생을 짓누르던 빚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김씨 또래의 누군가에겐 코인이나 주식으로 몇달 아니 몇일이면 벌어들이는 액수였지만, 김씨에겐 매일 밤 숨통을 조이던 숫자였다. 빚이 김씨의 인생을 덮친 건 5년 전인 2016년 11월. “엄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 달려간 병원에는 아버지와 오빠가 고개를 숙인채 떨고 있었다. ‘지주막하출혈’(뇌출혈)이라는 병명을 듣는 순간 좌절했지만, 수술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머니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김씨 가족에겐 입원비와 수술비 수천만원이 남겨졌다.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는 김씨는 2011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줄곧 손에서 일을 놓은 적이 없다. 수습기간에는 월급을 온전히 다 줄 수 없다며 100만원 남짓만 손에 쥐여줬던 동네 빵집을 시작으로, 사무보조, 쇼핑몰 전화상담(CS)까지 10년간 4번 정도 직장을 옮겼다. 월급은 늘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일을 한다고 해서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오빠까지 네 가족이 모두 일을 하는터라 빚을 지고 살 정도로 모자라지도 않았다. 당연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일도 없었다.갑작스런 어머니의 수술로 김씨는 처음으로 은행 대출 창구를 찾았다. 그리고 상담 10분 만에 “이 정도 신용등급으로는 저희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고, 돈을 떼 먹지 않고 갚을 의지가 있어서 당연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결국 김씨는 저축은행 대출과 카드론으로 급한 돈을 해결했다. 김씨는 “당장 돈이 급하니 소금물인지 물인지 모른채 일단 들이켜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대출 이자가 몇 프로인지 또 한달에 내야 하는 원리금이 얼마인지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뿐 아니라 투병 중인 어머니의 치료비와 생활비까지. 숨만 쉬는데도 돈이 나갔다. 원리금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고, 신용등급은 점점 더 떨어지면서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찾기 어려워졌다. 저축은행 한 군데서 추가로 대출을 받았고, 빚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나 어느새 2000만원이 됐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 중 100만원 이상을 빚 갚는데 썼지만, 높은 이자를 감당하느라 원금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꼬박 빚에 허덕이며 살던 김씨는 “저금리로 대출 갈아타기를 해준다”는 보이스피싱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이상징후를 감지한 카드사 직원이 “보이스피싱이니 개인정보를 입력해서는 안 된다”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악착같이 빚을 갚았던 김씨의 3년은 사라질 뻔 했다. “밥 굶지 않고 사는게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는 김씨의 말처럼 빚을 갚는 기간동안 김씨의 인생은 소멸하고 있었다. 김씨는 “삶에서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며 “이달을 넘기면 다음달 빚은 또 어떻게 갚을까라는 생각만으로 머릿 속이 가득찼다. ‘한 달 살이’ 인생이었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 고통을 버티는지 알아보기 시작한 것도 이 맘때쯤이다. 그러던 중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의 존재를 알게 됐다.대출 갈아타기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경험이 있었던 김씨는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이 사기라고 생각했다. 공공기관이 빚을 진 사람들을 도와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후 전화상담을 통해 근로자 햇살론을 알게 된 김씨는 2년 전부터 햇살론을 이용했다. 지금은 처음 대출받았던 금액의 절반 이상을 갚은 상태다. 빚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김씨는 여느 때처럼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있다. 빚의 무게는 덜었지만, 김씨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김씨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나는 빚에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은 무거운 옷을 입고 있다가 하나씩 벗는 것처럼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있다”며 “나를 도와주는 마지막 손길이 남아있어서 지금은 희망이라는 걸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웹툰을 감상하시려면 이곳으로(웹툰 감상)
  • 산타 인형·트리 나오면 ‘체포’… 북한, 공포의 크리스마스 [김유민의 돋보기]

    산타 인형·트리 나오면 ‘체포’… 북한, 공포의 크리스마스 [김유민의 돋보기]

    크리스마스를 맞아 전 세계가 축제 분위기였지만 북한은 특별단속으로 공포의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10주기(12월17일)까지 애도기간을 선포한 데 이어 연말까지 특별경비주간을 지시해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다. 헌법을 통해 명목상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북한은 극소수의 교회나 성당이 성탄 예배나 미사를 열긴 하지만 주민의 종교 활동은 처벌 대상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외국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존재를 ‘세계적인 축제’의 날로 알고 있는 주민들이 많고, 이 때문에 단속은 점차 강화되는 모양새다. 대북매체 데일리NK는 소식통의 말을 빌려 “총으로 무장한 보위국과 안전국 기동타격대까지 총동원한 상태”라며 “이상한 노래가 나오거나 밤늦게까지 불이 새 나오는 세대, 연말 먹자판을 벌리는 대상들을 다 단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말 모임이나 음주, 노래 모임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방침도 내렸다. 무역을 통해 얻은 산타 인형이나 남한의 콘텐츠, 트리 그림도 단속 대상이다. 북한 당국은 이같은 물건이 발견될 시 즉시 체포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매체는 이를 두고 “젊은이들 중심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근절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트리 대신… 3대 ‘백두혈통’ 기념일 북한은 크리스마스 트리 대신 이른바 3대 ‘백두혈통’ 일가의 기념일을 내세웠다. 12월 24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날이자 김정일의 생모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모인 김정숙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91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돼 올해가 30주년이 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땅 어디에나 장군님(김정일)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다함 없는 경모의 정이 차 넘치고 있다”며 최고사령관 추대일을 기념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의 오늘’ 또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신 30년’이라고 쓰인 배너를 홈페이지에 내걸기도 했다. 1917년 12월 24일 출생한 김정숙의 생애를 조망하는 기사들도 배너와 함께 배치됐다. 조선의 오늘은 ‘혁명의 미래를 안아 키우신 백두산 여장군’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늘은 온 겨레가 항일의 여성 영웅으로 끝없이 칭송하는 김정숙 어머님의 탄생 104돌이 되는 뜻깊은 날”이라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조선중앙TV는 기록영화 ‘위대한 영장을 모시어’ 등 김정일의 ‘선군업적’을 찬양하는 프로그램과 김정숙의 이름을 딴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을 소개했다.
  • [포토]폭설에 침수된 어선

    [포토]폭설에 침수된 어선

    영동지방에 쏟아진 폭설에 어선 피해가 속출한 25일 주문진항에서 침수된 선박을 인양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속초해경 제공
  • 20살 흑인 쏴 죽인 美 여경, 유죄 평결 후 기이한 미소 머그샷

    20살 흑인 쏴 죽인 美 여경, 유죄 평결 후 기이한 미소 머그샷

    체포에 불응하는 흑인 청년의 도주를 막으려다 테이저건 대신 권총을 쏜 미국 경찰관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23일(현지시간) CNN은 2건의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백인 경찰관 킴벌리 A. 포터(49)가 유죄 평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배심원단은 이날 증인 30명과 피고인의 진술, 제출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20일부터 나흘 동안 27시간이 넘는 평의를 진행한 끝에 포터 전 경관의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배심원단은 남녀 각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됐으며 9명은 백인, 2명은 아시안, 1명은 흑인이었다.평결문이 낭독되자 유가족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사건 담당 검사와 미네소타주 법무장관 키스 엘리슨은 그런 유가족을 끌어안고 위로를 전했다. 피해 운전자의 어머니는 “평결문을 들으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면서도 “그렇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더이상 아들처럼 길 위에서 비참하게 죽는 이가 없어야 한다”면서 “이번 평결은 치안 문제에 있어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법정 밖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구호가 적힌 팻말과 피해자 초상화를 들고 평결을 기다리던 시위대도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기뻐했다.하지만 당사자인 포터 전 경관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포터 전 경관은 아들과 방청석에 앉아있던 남편이 “사랑한다”고 외치는데도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보석 없는 구금을 명령을 받고 교도소로 이송되는 동안에도 그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17일 공판 때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지난 공판에서 포터 전 경관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순간적으로 사람을 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오열했다. 그는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사진)을 찍을 때에야 비로소 감정을 드러냈는데,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반응이었다. 포터 전 경관은 미니애폴리스 인근 샤코피여성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촬영한 머그샷에서 기이한 미소를 지어 의문을 자아냈다.포터 전 경관은 지난 4월 11일 헤너핀카운티 브루클린센터 부근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흑인 운전자 단테 라이트(20)를 쏴 죽였다. 불심검문 도중 체포에 불응하고 달아나는 피해자를 향해 테이저건 대신 권총을 뽑아든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경찰 보디캠 영상에는 포터 전 경관이 도주하는 운전자를 보고 “테이저를 쏘겠다, 테이저!”라고 여러 차례 소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가 쏜 총은 테이저건이 아닌 실탄이 장전된 권총이었고, 총에 맞은 운전자는 몇 블록 더 차를 몰고 달아나다 현장에서 사망했다. 한 발의 총성이 울린 후 포터 전 경관은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소리쳤다.사건 초기부터 포터 전 경관은 줄곧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권총을 테이저건으로 착각하고 우발적으로 발포하는 바람에 일어난 비극적 사고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고교를 중퇴하고 2살 된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소매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던 스무살 청년의 죽음에 분노가 들끓었다. 흑인 인권 운동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재판이 한창이었던 데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니애폴리스와 불과 16㎞ 거리라 반발은 더 거셌다. 유가족도 분통을 터트렸다. 피해 운전자의 아버지는 “꼭 총을 쏠 필요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운전자의 고모 역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착각이라니, 실수라니 말도 안 된다. 나도 2만 볼트짜리 테이저건이 있지만 권총과는 매우 다르다. 경찰이 그걸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사건 직후 사임한 포터 전 경관에게 현지 검사는 1급 및 1급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사가 테이저건과 권총의 작동 방식 차이를 꼬집으며 추궁하자, 포터 전 경관은 점점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였다면 아마 차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훈련 중인 다른 경찰관의 지적으로 불심검문을 하게 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포터 전 경관은 브루클린센터경찰국(BCPD) 협상팀에서 근무한 26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사건 당시 현장 훈련 교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 그는 실형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미네소타 양형 기준에 따르면 화기의 부주의한 사용으로 인한 1급 과실치사는 유죄 판결시 최고 15년, 2급 과실치사도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다만 포터 전 경관은 전과가 없어 약 6~8.5년의 징역형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이번 평결을 참고해 오는 2월 18일 최종 선고를 내린다.
  • [사설] 조부모의 손주 입양, 아동권 의미 되새길 때다

    [사설] 조부모의 손주 입양, 아동권 의미 되새길 때다

     아이의 복리에 부합하면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자식으로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그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부부가 외손자를 입양하겠다며 낸 미성년자 입양 허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이송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의 딸은 고등학생 때 아들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협의 이혼했다. 아이의 친권·양육자가 된 딸은 아이가 생후 7개월이 될 무렵, 양육이 어렵다며 부모에게 아이를 맡겼다. 이후 A씨 부부는 손자를 키웠고 손자는 A씨 부부를 부모로 알고 지내왔다. A씨 부부는 손자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딸 동의 아래 외손자를 자식으로 입양하려 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이를 거절했다. 아이의 생모가 있는데 입양이 이뤄지면 외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누나가 돼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미성년자에게 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 합의 등 입양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 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 판결은 입양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아이의 복리를 판단기준으로 삼은 진일보한 판결이다. 1, 2심 우려대로 이번 판결은 가족 질서나 친족관계에 혼란을 초래한다. 조부모가 부모되고, 엄마는 누나가 됨으로써 가족관계와 친족관계가 흔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관계 혼란 방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 등 아동권 보호라는 실질적 가치이다.  부모-자녀를 축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 구조는 1인 가구 증가, 비혼과 비출산 선호 등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양육할 능력이 있는 만 25세 이상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민법 개정안도 나온 상태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양육부담 해소 등 보육 복지체계를 강화하고 환경 변화에 걸맞는 가족관을 정립할 때다. 아울러 이번 사건처럼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아이가 피해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모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대장암 치료효과 사람마다 다른 이유 알고보니…

    대장암 치료효과 사람마다 다른 이유 알고보니…

    단짠이라고 하는 달고 짠 음식은 물론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서 대장암 발병률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로 높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발견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는 쉽지 않다. 암은 외과수술, 방사선 치료 이외에 화학항암치료제를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표적치료,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조직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치료도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대장암 환자에게서는 면역치료 효과가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대장암에 있어서 면역치료 효과가 차이나는 이유를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공동연구팀은 여러 암종 중 면역항암치료 효과가 좋은 특정 종류의 대장암에서도 실제 치료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를 찾아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암 면역치료 저널’ 최신호(12월 13일자)에 실렸다. 대장암 면역항암치료 반응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으로 판단한다.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있을 경우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아져 면역반응이 강하게 나타나 치료반응도 좋다. 그렇지만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치료효과가 나쁜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 조직 73개 사례를 수집해 면역조직화학염색, 디지털 이미지분석기법 등을 통해 종양의 면역미세환경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장암 면역반응이 단순히 좋고, 나쁘고로 나눌 수 없으며 반응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면역반응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찾아내기 위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를 실시했다. 그 결과 종양의 조직학적 유형, 종양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 세포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경로 활성화 등이 대장암 면역치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을 새로 분류하고 치료표적이 될 수 있는 혈관신생 관련 분자와 면역관련 분자 등을 도출했다. 김정호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대장암의 면역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세분화된 암 분류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거 환경 개선 앞장선 종로구, 주거복지문화대상 대상 수상

    주거 환경 개선 앞장선 종로구, 주거복지문화대상 대상 수상

    서울 종로구가 ‘제4회 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대상’에서 주거복지정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주거복지문화운동본부가 주최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대상은 아름다운 복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단체와 기관, 개인을 선발해 시상한다. 종로구는 그간 쪽방 주민과 저소득 가구 등 취약 계층 주민이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돈의동 쪽방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뜰 마을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공모’에 선정된 사업이기도 하다. 우선 편의시설이 부족해 오랜 시간 불편함을 겪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동 이용 시설인 ‘새뜰집’을 지었다. 또 범죄 예방 디자인을 적용한 생활 안심 사업까지 선보이며 안전하면서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구는 이 외에도 취약 계층의 주거 복지를 위해 ▲간편 집수리와 방역·청소 등을 지원하는 ‘수리수리 집수리 사업’ ▲여름철 폭염에 대비한 ‘에어컨 설치 사업’ ▲전기 장판을 제공하고, 보일러 교체·수리도 해주는 ‘한파 타파사업’을 진행했다. 일반 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선보인 사업도 다양하다. 한양도성 인접 지역 내 도로와 계단을 정비하고, 폐쇄회로(CC)TV 등 안전시설물을 곳곳에 설치했다. 또 빈집을 야생화 공원, 마을 텃밭, 주민 쉼터로 활용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민의 행복’을 구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주거 환경이 불편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 [기고] 새로운 주거 유형을 위한 공공의 노력/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기고] 새로운 주거 유형을 위한 공공의 노력/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최근 우리사회는 1인가구의 증가와 핵가족화로 인해 단위가구 내 구성원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거주자의 유형은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대표적 가족유형으로 부부와 자녀 2인을 포함한 ‘4인 핵가족’을 꼽았다면, 요즈음에는 가족 구성원의 수, 연령대, 자녀 유무, 가구원의 직업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세분화하고 이들의 요구에 맞는 주거공간과 단지 환경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이 다수를 위한 주거유형이기는 하나, 그 안의 거주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수용한 주호와 단지 계획을 추구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공공주택단지’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질적인 측면보다는 주로 양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사와 논문이 검색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공급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되나, 디자인과 관련된 검색결과는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보다 공공임대주택의 개념이 먼저 도입된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양적공급에 치중하였으나, 점차 단위주택 디자인과 단지계획에 다양하게 시도했다. 그중 미국 주택도시부(HUD)의 ‘HOPE VI’ 프로그램은 획일적인 공공임대주택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저층의 타운홈 형태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혼합, 주거지내 보행성(walkability) 확보 및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공용공간의 계획 등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이다. ‘Housing Opportunity for People Everywhere’(HOPE)라는 의미로 HUD가 지역의 건축가와 주택개발업자들과 협업을 하여 기존의 공공주택의 이미지를 탈피한 주호 및 주거지(neighborhood) 디자인을 많이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주자의 다양한 주생활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주호의 유형을 개발하고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단지계획기법을 도입한 공공아파트단지 사례가 많이 있다. 1980년대에 테라스 주택이 도입된 부산의 망미주공아파트, 주동에 공중정원이 도입된 상계주공아파트, 조부모, 부모, 자녀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3세대 동거형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다. 테라스 주택의 도입은 2000년대 초반 용인 상갈 그린빌로 이어졌고, 다양한 테마를 부여하여 단지 내 어린이들이 흥미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어린이 놀이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계획되었다. 또한 공공아파트 단지 내 공용공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해당 단지의 거주자의 특성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공용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왔다. 새로운 주거유형과 단지계획 기법에 대한 노력은 수도권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지방의 많은 LH아파트 단지에서도 적용되어 왔다. 가령 안동 지역에 2010년경 완공된 휴먼시아 단지에서도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연상하게 하는 테마를 부여한 단지 내 놀이터, 지역의 문화적 유산을 연상하게 하는 단지 내 수변공간 계획 등이 좋은 사례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미국의 HOPE VI가 2011년 이후에는 주정부의 예산에서 삭감되어 현재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비교된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청년주택, 에이징 플레이스(aging-in-place)를 지원하기 위한 노인주택, 출산과 육아를 위한 양육지원적 주택 등 다양한 요구에 대응한 주택계획이 필요한 가운데, 과거 새로운 주택과 주거단지 계획을 시도했던 LH에서 보다 다양한 공공주택의 유형 개발과 설계기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 [단독] 24시간 격무 기피 ‘낙인’… 종합병원 63% 산과 전임의 ‘0’

    [단독] 24시간 격무 기피 ‘낙인’… 종합병원 63% 산과 전임의 ‘0’

    인력 부족에 수련 전문의 업무에 ‘녹초’전공의 확보한 병원 전체의 39% 그쳐지역 대표 산부인과도 존속 위기 놓여산과 교수 2040년에 34%로 급감할 듯서울 중랑구에서 36년간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한 장중환(71) 원장은 의대를 나온 아들이 결국 병원을 물려받을 줄로 믿었다. 의사 9명에 39개 병상을 갖춰 인근 경기 남양주 지역 임신부까지 찾는 10만명 아이의 출생지가 된 병원이다. 무엇보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랬던 아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1년을 마친 뒤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놀란 장 원장이 아들이 지원한 병원을 찾아가 “우리 아들 좀 떨어뜨려 달라”고 읍소해 아들을 붙잡았다. 산부인과 전공의로 시작해 2년쯤 지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겨우 설득했지만 아들은 전공의 4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결국 ‘산부인과 가업 포기’의 뜻을 굳혔다. 그는 23일 “더는 아들을 못 잡겠더라”라면서 “이게 산부인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 아들의 가업 포기처럼 젊은 의사의 산부인과 기피는 산부인과 의사의 고령화를 부추길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즉 분만실에 점점 더 나이든 의사가 들어간단 것인데 이는 평균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군이 증가하는 추세에 비쳐볼 때 위험 징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외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등과 더불어 기피 분야로 낙인찍혀 매년 전공의 지원 미달을 기록하는 현실, 정원에 미달한 인력 때문에 수련 중인 전문의를 녹초로 만드는 업무의 과중함, 저출산 해법이 보이지 않는 미래, 10여년 간 인상했음에도 50만원 내외에 그쳐 아이를 받을수록 병원이 손해본다는 푸념이 나오게 설계된 분만수가, 여기에 왕왕 발생하는 의료 분쟁으로 빚더미에 오르는 산부인과 등 기피 원인은 다양하다.산모와 신생아 등 2명의 생명을 동시에 다루는 분만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마취과 전문의, 간호사, 임상병리사, 영양사 등의 필수인력이 필요한데다 24시간 당직 체제를 유지해야 함에도 이 같은 부담 대부분을 산부인과에 지울 뿐 공공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분만기관 등록 병원은 2016년 607곳이었으나 올 상반기 474곳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서도 최소한 병원 운영이 가능한 수준인 월평균 10건 이상 분만이 이뤄지는 곳을 추려 보니 358곳으로, 116곳은 분만 등록을 해놓고도 실제 분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나마 최근 5년간 줄어든 분만기관 89곳 중 84.5%인 75곳이 의원급이었다. 그런데 이제 오랫동안 지역의 대표 산부인과로 불리던 곳까지 존속 위기에 놓이기 시작했다. 신생아를 받는 분만 의사의 고령화, 산부인과 의사 수의 전반적 감소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인제대부산백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모자의료 지원사업 전문인력 운영 및 제도적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산부인과 전공의를 확보한 병원이 전체의 39%에 그쳤다. 전국 41개 종합병원 중 산과(모체태아의학) 전임의가 아예 없는 곳이 26곳(63.4%)인데 이는 앞으로 산과 전문의를 길러낼 인력조차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전국 산과 교수는 총 124명으로 2010년 144명에 비해 14%가 감소했다. 교수의 평균 연령도 45.4세에서 50.3세로 높아졌다. 산과 교수가 새로 양성되지 않으면 2030년에는 교수 인원이 현재의 72%, 2040년에는 34%로 급감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앞서 2002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등은 207개 산부인과 의원을 조사해 “전체 산부인과 의원의 43%가 분만을 하며 60대 이상 산부인과 의원 의사 중 89.5%가 분만을 하지 않고 있다”는 실태를 발표한 바 있다. 야간 근무와 분만 중 돌발상황이 빈번해 체력과 의욕이 뒷받침돼야 하는 분만을 젊은 의사들이 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불과 20년 만에 분만이 ‘젊은 의사의 일’에서 ‘고령 의사의 일’로 바뀐 것이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의사들에게 물었더니 의료사고 보상 문제와 출생률 저하로 인한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전공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 [단독] 24시간 격무 기피 ‘낙인’… 종합병원 63% 산부인과 전임의 ‘0’

    [단독] 24시간 격무 기피 ‘낙인’… 종합병원 63% 산부인과 전임의 ‘0’

    인력 부족에 수련 전문의 업무에 ‘녹초’전공의 확보한 병원 전체의 39% 그쳐지역 대표 산부인과도 존속 위기 놓여산과 교수 2040년에 34%로 급감할 듯서울 중랑구에서 36년간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한 장중환(71) 원장은 의대를 나온 아들이 결국 병원을 물려받을 줄로 믿었다. 의사 9명에 39개 병상을 갖춰 인근 경기 남양주 지역 임신부까지 찾는 10만명 아이의 출생지가 된 병원이다. 무엇보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랬던 아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1년을 마친 뒤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놀란 장 원장이 아들이 지원한 병원을 찾아가 “우리 아들 좀 떨어뜨려 달라”고 읍소해 아들을 붙잡았다. 산부인과 전공의로 시작해 2년쯤 지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겨우 설득했지만 아들은 전공의 4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결국 ‘산부인과 가업 포기’의 뜻을 굳혔다. 그는 23일 “더는 아들을 못 잡겠더라”라면서 “이게 산부인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 아들의 가업 포기처럼 젊은 의사의 산부인과 기피는 산부인과 의사의 고령화를 부추길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즉 분만실에 점점 더 나이든 의사가 들어간단 것인데 이는 평균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군이 증가하는 추세에 비쳐볼 때 위험 징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외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등과 더불어 ‘기피 분야로 낙인찍혀 매년 전공의 지원 미달을 기록하는 현실, 정원에 미달한 인력 때문에 수련 중인 전문의를 녹초로 만드는 업무의 과중함, 저출산 해법이 보이지 않는 미래, 10여년 간 인상했음에도 50만원 내외에 그쳐 아이를 받을수록 병원이 손해본다는 푸념이 나오게 설계된 분만수가, 여기에 왕왕 발생하는 의료 분쟁으로 빚더미에 오르는 산부인과 등 기피 원인은 다양하다. 산모와 신생아 등 2명의 생명을 동시에 다루는 분만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마취과 전문의, 간호사, 임상병리사, 영양사 등의 필수인력이 필요한데다 24시간 당직 체제를 유지해야 함에도 이 같은 부담 대부분을 산부인과에 지울 뿐 공공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분만기관 등록 병원은 2016년 607곳이었으나 올 상반기 474곳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서도 최소한 병원 운영이 가능한 수준인 월평균 10건 이상 분만이 이뤄지는 곳을 추려 보니 358곳으로, 116곳은 분만 등록을 해놓고도 실제 분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나마 최근 5년간 줄어든 분만기관 89곳 중 84.5%인 75곳이 의원급이었다. 그런데 이제 오랫동안 지역의 대표 산부인과로 불리던 곳까지 존속 위기에 놓이기 시작했다. 신생아를 받는 분만 의사의 고령화, 산부인과 의사 수의 전반적 감소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인제대부산백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모자의료 지원사업 전문인력 운영 및 제도적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산부인과 전공의를 확보한 병원이 전체의 39%에 그쳤다. 전국 41개 종합병원 중 산과(모체태아의학) 전임의가 아예 없는 곳이 26곳(63.4%)인데 이는 앞으로 산과 전문의를 길러낼 인력조차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전국 산과 교수는 총 124명으로 2010년 144명에 비해 14%가 감소했다. 교수의 평균 연령도 45.4세에서 50.3세로 높아졌다. 산과 교수가 새로 양성되지 않으면 2030년에는 교수 인원이 현재의 72%, 2040년에는 34%로 급감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앞서 2002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등은 207개 산부인과 의원을 조사해 “전체 산부인과 의원의 43%가 분만을 하며 60대 이상 산부인과 의원 의사 중 89.5%가 분만을 하지 않고 있다”는 실태를 발표한 바 있다. 야간 근무와 분만 중 돌발상황이 빈번해 체력과 의욕이 뒷받침돼야 하는 분만을 젊은 의사들이 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불과 20년 만에 분만이 ‘젊은 의사의 일’에서 ‘고령 의사의 일’로 바뀐 것이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의사에게 물었더니 의료사고 보상 문제와 출생률 저하로 인한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전공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표 부동산 감세 드라이브… 與주류 ‘친문→친이’ 신호탄인가

    이재명표 부동산 감세 드라이브… 與주류 ‘친문→친이’ 신호탄인가

    7개월 전 6시간 격론·대거 반발과 달리양도세 유예, 설훈·신동근 등 소수 반대 정책 입장으로 ‘권력 이동’ 확인 이례적 7인회·처럼회·강성 초재선·이낙연계 등 李, 직접 소통 통해 다양한 계파 껴안아 윤건영·고민정 등 친문들도 선대위 앞장지난 22일 오후 5시 40분쯤 국회 본관 제2회의장 앞.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들고 나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대해 친문(친문재인) 의원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집단적으로 표출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지 모른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의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실상은 달랐다. 한 의원은 “발언한 의원도 많지 않았고 격론도 별로 없어서 회의가 금세 끝났다”고 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10명 정도가 발언했는데, 이 중 이 후보의 주장에 반기를 든 의원은 설훈·김종민·신동근·양기대·강병원 의원뿐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일한 의원들이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친문이 대거 나서서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싱겁게 끝나버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시간 만에 싱겁게 끝난 의총 7개월 전만 해도 분위기는 이렇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완화 문제로 시끄러웠다. 당권을 잡은 송영길 대표는 완화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문 의원들이 ‘부자 감세’라며 대거 반발했다. 지난 5월 27일 열린 의총에서 종부세 완화를 두고 3시간 넘게 격론이 벌어졌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자 6월 18일 또다시 의총을 열어 3시간 동안 설전을 벌였다. 두 차례 의총에서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사람은 진성준·김종민·신동근·오기형·고민정 의원이었다. 이 밖에도 윤후덕·박홍근·박주민·김상희·이용우 의원이 신중론 등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1시간 대 6시간, 메아리 없는 소수의 반대 대 격렬한 토론. 7개월의 간격을 둔 두 의총 분위기는 민주당의 권력이 친문에서 이 후보 쪽으로 성큼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세력 갈등이라고 하기에는 김이 빠진 것 아니냐”며 “변화가 생긴 건 맞다”고 했다. 과거에도 대선 전후 여당 주류 교체 논란은 통과의례였다. 노태우 정권 때 김영삼(YS) 여당 대선후보는 비주류였지만 결국은 민정계를 흡수하거나 굴복시켜 여당의 주류를 교체했다. 김대중(DJ) 정권 때는 노무현 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 주류 일부가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여당(열린우리당)을 새로 만들어 스스로 주류가 됐다. 이명박 정권 때 박근혜 여당 대선후보는 예전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을 복원하면 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주류를 형성했다. ●대선 전후 여당 주류교체는 통과의례 이 후보의 경우 YS식 주류 교체 스타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책에 대한 입장으로 ‘권력 이동’이 확인된 건 이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 의원들로서는 의총이라는 공식 석상에서 기존 정체성을 억누르는 게 곤혹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비문(비문재인)계가 대거 탈당한 뒤 ‘더불어민주당’으로 재탄생한 이래 친문은 민주당의 주류가 됐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연거푸 승리를 거두면서 민주당은 ‘친문이 아닌 의원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누적된 민주당에 대한 반감들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되면서 친문 독주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비주류 송영길 의원이 친문 홍영표·우원식 의원을 누르고 당권을 잡은 것은 친문이 더이상 압도적 주류가 아님을 시사하기에 충분했다. 대선 경선에서도 친문들은 이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 때문인 듯 이낙연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았다. 민주당에서 20여년간 당직자 생활을 해 온 한 보좌관은 “총선 직후 180명이 사실상 모두 친문이었다면, 이제 ‘찐(진짜)친문’은 20명 정도인 것 같다”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장관으로 나가 있는 상태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대변할 사람은 10명 정도뿐”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을 거치고 나면 친문 세력은 친노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친이, 창당 없이 주류 된다면 진보 첫 사례 친문이 주류를 내놓는다면 그 자리는 친이(친이재명)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친이는 어떤 사람들일까.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후보를 알고 지낸 한 캠프 인사는 “(이 후보는) 1대 100 관계망을 지향하는 구조다. 중간에 허브가 없어서 실세를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 후보 측근 그룹은 색깔이 혼재된 모습이다. 7인회, 처럼회 및 초재선 강경파, 친문, 이낙연계, 박원순계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시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인물들은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의원 등 친문들이다. 이들은 지금 선대위에서 이 후보를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 어느 시점에 가면 이들을 친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새로 당을 만들어 주류가 됐다. 만약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뒤 당을 새로 만들지 않고 지금 민주당 간판 아래서 주류가 된다면 진보 진영에서는 첫 번째 케이스가 된다. 어쩌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대선 승리 못지않게 기쁜 역사로 기록될 수도 있다.
  • 부모 있어도… 조부모, 손주 입양할 수 있다

    부모 있어도… 조부모, 손주 입양할 수 있다

    아이에게 이익이 된다면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3일 A씨 부부가 외손자를 입양하겠다며 낸 미성년자 입양 허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딸은 이혼 후 양육이 어렵다며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A씨 부부에게 두고 갔다. 외손자를 맡아 기르던 A씨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자 입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까지도 A씨 부부를 친부모로 알던 아이가 훗날 받을 충격을 염려해서다. 친모도 이에 동의했다. 1·2심 법원은 A씨 부부의 청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친모가 살아 있는데 외손자를 입양하면 가족 질서가 무너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관 다수(10명)는 “친모가 살아 있는 게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성년자 입양 시 무엇보다 ‘자녀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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