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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펫 프렌들리 서비스? 아니 아니, 반려동물 친화

    [알기 쉬운 우리 새말] 펫 프렌들리 서비스? 아니 아니, 반려동물 친화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같은 단어라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에 따라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에는 금기시되던 말이 다른 시대에는 긍정적으로, 또는 무난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예전엔 애완동물이라고 쓰다가 지금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라고 쓰던 초기에는 국립국어원에 항의성 민원 전화가 적지 않게 왔다고 한다. 왜 동물에게 ‘반려’라는 단어까지 쓰냐는 얘기였다. 지금은 반려동물들이 좋은 것을 먹고, 철저한 의료 서비스도 받으며 지내는 일이 낯설지 않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옛 속담이 현실인 세상이 됐다. 물론 한편에서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농장에서 학대받으며 지내는 동물들도 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모임 위원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지금 언중들의 언어 감각을 거스르지 않되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을 제안해야 한다는. 이번에 주어진 단어는 ‘펫 프렌들리’였다. ‘펫 프렌들리’는 주로 반려동물과 밀접하게 관련된 서비스 상품을 가리키는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 상품, 호텔이나 카페, 식당 등에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서비스나 산업,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펫 프렌들리’를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펫 프렌들리를 의미 그대로 번역하면 ‘반려동물 친화적인’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에 다듬어야 할 새말은 주로 명사로 끝나는 대부분의 다른 용어들과 달리 형용사였다. 그렇다 보니 대체어를 만들 때 원어의 품사와 같은 형용사로 할 것인지, 아니면 ‘펫 프렌들리’에 주로 뒤따르는 서비스나 산업, 사업 등을 포함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대체어 마련에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는 데 다수가 동의함에 따라 곧 ‘펫 프렌들리’를 다듬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펫 프렌들리’는 ‘펫 프렌들리 존, 펫 프렌들리 매장, 펫 프렌들리 브랜드, 펫 프렌들리 호텔’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펫 프렌들리’를 ‘애견 동반’이나 ‘반려동물 동반’ 정도로 하면 ‘존’이나 ‘매장’, ‘호텔’이 붙은 말은 ‘애견 동반 매장, 반려동물 동반 호텔’ 등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펫 프렌들리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 동반’으로 대신하기 어려웠다. 그런 중 뒤에 어떤 단어가 와도 두루 사용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 친화’와 ‘반려동물 배려’라는 표현을 한 위원이 제안했다. 이에 “배려는 사실 인간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동반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다른 의견이 나왔다. 또 반려자와 동반자는 같은 뜻이지만, 왠지 동물에게 동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언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요즘은 뱀이나 이구아나, 거미 같은 동물이나 곤충들도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동물 전체가 반려동물이 될 것 같으니, 반려동물에서 반려를 빼고 그냥 동물로 하는 건 어떨까요?”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든 동물을 반려동물로 포괄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의 끝에 ‘반려동물 친화’, ‘친반려동물’, ‘반려동물 배려’ 이렇게 세 용어가 다듬은 말 후보로 정해졌다. 국민수용도 조사 결과 ‘펫 프렌들리’의 다듬은 말은 ‘반려동물 친화’로 확정, 발표됐다. 요즘 반려동물을 둘러싼 다툼에 관한 기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물도 아끼고, 사람도 아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사람도 동물의 한 종류이니 말이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시론] 성장동력으로 대학을 돌아보자/전영재 건국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

    [시론] 성장동력으로 대학을 돌아보자/전영재 건국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 실적도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 R&D 과제 실용화율은 2% 남짓으로, 상위권 국가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 대학과 출연 연구기관들은 기술 이전료 수입으로 겨우 특허 유지 비용과 잡다한 경비를 충당하는 정도다. 연구 과제 결과물인 기술도 사업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 논문과 특허로만 남고 만다. 창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빈 곳이 보인다. 연구실 기반 창업이다. 학생 창업은 어느 정도 활발해졌지만, 연구실 기반 교수 창업은 이제 겨우 첫걸음마 단계다. 20여년 전 헨리 에코위츠 교수는 대학의 미래와 진화를 산·학·관이 협력하는 ‘삼중나선모형’으로 설명했다. 대학발 스핀오프, 지식 기반 경제를 위한 공동 주도, 기업·정부연구소·대학 연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혁신이라는 공통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협력 부분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세 주체가 자기 역할만을 고집하는 듯하다. 대학은 더이상 우리 사회의 가장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은 나아지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고, 교수 처우는 심각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대학이 연구와 기술사업화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와 사회의 성장동력을 키워 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찾을 때다. 대학 총장이자 대학 실험실 연구 결과를 기술사업화해 창업 기업을 10여년 넘게 성장시켜 온 창업 교수로서 정부, 대학 모두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에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 대학 연구실 창업을 육성하기 위한 강력한 국가적 주도가 필요하다. 대학 연구실을 그저 정부 R&D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결과물로 논문이나 특허를 만들어 내면 되는 역할로만 남겨 두어선 곤란하다. 대학 창업과 연구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대학에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마련한 창업 시설과 공간, 실험실 등이 있다. 대부분 대학 몫으로 남은 채 현상 유지 이상의 투자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가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을 원한다면 대학 연구·창업 기반에 대한 투자가 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실 창업에 대해 보다 과감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육성 사업’ 첫해 성과가 괄목할 만했다. 본교도 선정된 첫해에 9개 연구실이 창업을 완료했고, 캠퍼스에 준비된 이들이 많음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대학들끼리 서로 첨예하게 경쟁해야 하는 이 사업은 2년마다 평가를 받은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불확실한 환경에서 대학 전반에 연구실 창업을 고양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겠는가. 대학 역시 산·학·관의 효율적인 협력 체계를 위해 각 대학의 파편화된 시도가 아니라 공통된 실천 의지를 모아야 한다. 가치를 창출하는 대학,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연구가 아니라 오히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에 관심을 두어야 하겠다. 해묵은 관행과 행정 절차를 혁신하고 기술사업화와 교수 창업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과거에 교수나 대학원생이 특허를 내고 유지하고 기업의 연구비를 받아 기술을 실용화하는 게 모두 연구실의 몫이었다면 이제 대학도 그 역할을 함께해 줘야 한다. 이래야 우리 사회에서 균형 잡힌 기술 창업이 가능해지고, 대학발 연구개발이 창업과 기술사업화라는 통로를 거쳐 성장동력으로 꽃필 수 있다. 올해 정부는 국가 R&D 예산으로 29조 8000억원을 편성했다. 연구실 기반 창업이 예산의 그늘에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열린세상] 질문에서 질문으로/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열린세상] 질문에서 질문으로/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몇 년간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왜 젊은 여성이 쌀에 뛰어들었냐”는 물음이다. 내가 집중했던 것은 쌀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집중했던 건 ‘젊은 여성’이었다. 여기서 내가 선택한 것은 젊음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다. 그저 쌀일 뿐. 내가 보는 것과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달랐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고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을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듣고 싶은 말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많은 반응과 강요와 질문이 나에게 머물렀다. 첫 번째, 반응. 3년 전 지방의 작은 단위농협 조합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장장 4시간을 달려갔다. 조합장의 환대를 받으며 해당 사업 담당자와 함께 무리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한참 사업 설명에 열중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조합장이 사업 담당자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 아닌가. 그러고는 꿀물 한 병을 벌컥벌컥 삼키더니 물었다. “젊은 여자가 결혼도 했으면 애를 가져야지, 뭣하러 쌀을 한답시고 이 시골까지 왔대요?” 그 만남을 만들기까지 걸렸던 시간과 에너지 등 모든 비용이 필름처럼 스쳐갔다. 기운이 빠졌다. 두 번째, 강요. 나는 페이스북 헤비 유저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와 사진첩을 오가며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했던 습관을 그대로 페이스북으로 옮겨 왔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깊은 사유를 구경하고 공감하고 배우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딱 하나 거르거나 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정체성 정치(질)’이다. “하늘님은 젊은 여성 사업가인데, 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 않죠?” 꽤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답하지 않는다. 나는 여성이라서 혹은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쌀 사업을 하는 어느 개인이다. 물론 쌀문화를 한층 더 다양하고 심도 있게 개선하고 전파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원대하게 들릴 수 있으며, 나름의 자긍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자긍심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이는 나를 경제적 정의에서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 정치의 주도자들은 타협이나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세상엔 다면적, 다각적 수많은 눈금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를 원한다. 물음표만 찍는다고 질문이 되지 않는다. 물음도 때로 강요가 되는 법이다. “너를 내세워야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참 많이 들었다. 매우 동의한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남들 박수를 받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타인의 요구에 나를 맞추기만 하면 그 끝은 결국 공허일 것이다. 적잖은 SNS 유명인사들의 속내가 그러하듯. 애초 추구했던 방향과 가치에서는 한참 멀어진다. 그 밖에도 갖가지 강요가 있었다. 뭘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다. 하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성장했다 느낀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 “밥은 먹었어?”라는 사사롭고 익숙한 일상의 질문. 이 질문엔 나이도 성별도 없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안부뿐만 아니라 취향, 세계관 등을 묻고 답하는 날이 오리라. 그렇게 쌓인 문화는 반드시 나를, 공동체를, 세상을 다시 보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이 시대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안부가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물꼬 같은 질문이리라. 나부터 정체성과 시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 않음’에 대한 정당화도 내려놓으려 한다. 젊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의 기업가로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 정치가들이나 하는 ‘정당화 이론 세우기’ 대신 쌀을 통해 일상과 사유를 공유하고 질문하고 답할 것이다. 공동이라는 집단의 지식과 취향 그리고 꿈을 이야기할 것이다.
  •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은 실력 부족, 윤석열 정부는 매우 걱정돼”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은 실력 부족, 윤석열 정부는 매우 걱정돼”

    “문재인 정부는 2019년을 성과없이 보낸게 가장 아쉽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9일로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은 이제 새 정부에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중인 김홍걸(무소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방향을 옳았지만 임계점을 넘기는 도약을 만들어내진 못했다”면서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한게 가장 아쉽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다시 등장했다. 과연 한국의 국익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총평을 듣고 싶다. “뜻은 좋았고 방향도 옳았지만, 정책의 창의성과 유연성은 부족했다.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 중재자 역할을 잘했다고는 켤코 말할 수가 없다. 특히 2019년을 그냥 흘려 보낸건 두고두고 곱씹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조건없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하기까지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미국 반대와 유엔제재 얘기만 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드는게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적극적으로 설득했어야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임동원 수석이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 부담을 덜어주며 과감하게 결단하고 책임지는 참모가 없었다.“ -남북관계가 너무 정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된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교류가 계속 이어지려면 보수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남쪽은 정권이 계속 바뀌는데 진영 상관없이 미리 교류를 다양하게 해놓는다면 북측에도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이번 대선 끝나고 나서 간접적으로 북측에 해줬다. 남북문제는 특정 진영에 얽매이면 안된다. 발목잡는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그들도 참여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당시엔 언론사 사주들이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2018년 정상회담 만찬에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을 안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그런 부분을 더 신경썼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동의와 지지도 부족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주변국을 우리 편으로 만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는 취임 이후 2년 가량 미국과 중국,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낸 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주변국 동의를 얻어냈기 때문에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 노력을 지지하게 만들면 북한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손을 내밀게 돼 있다는 걸 고려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라는 지렛대가 없으면 북한을 설득할 수단이 없고, 북한이라는 지렛대가 없으면 미국을 설득할 수단이 없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과 대북정책의 연관성은 어떻게 보나. “남북관계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가 중요하다.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일본을 방문했는데 일본 정계 인사들 중에서 빈말이라도 덕담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한 일본 학자는 ‘남북이 힘을 합치면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그만큼 일본 설득이 제대로 안된 것이다. 요즘은 일본에도 친한파 지한파가 없고, 한국에서도 지일파가 없다. 김대중 정부에선 일본 자민당부터 공산당까지 다 만나며 신뢰를 얻어냈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며 분위기가 험악했을때도 김대중 정부가 설득해서 고이즈미 총리 방북을 성사시켜 동북아 평화에 활로를 뚫었다.”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은 어떻게 전망하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외교안보에 문외한에 가까우니까 참모를 좋은 사람 쓰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매우 걱정스럽다. 과연 한국의 국익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냉혹한 외교안보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요즘 이명박 정부에서 활약했던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피살사건이나 남북 비료지원 사례에서 보듯 강경론만 득세해서 북한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하다가 결국 판을 깨버렸고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북제재와 CVID는 실효성 있는 대북정책이라고 보나. “북한을 상대로 수십년 동안 채찍을 휘둘러서 얻어낸 게 뭐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북제재는 목표했던 걸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2년간 대북제재보다도 더 가혹한 코로나19 봉쇄를 북한 스스로 하고 있다는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해도 북한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핵폐기하면 그 다음에 지원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먼저 지원하면서 핵폐기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미국에 있는 지인들 만날때마다 항상 하는 얘기가 이란은 40년 이상 쿠바는 60년 이상 제재해서 미국이 얻은게 뭐냐는 거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해서 정권교체했는데 지금 미국이 얻은건 뭔가. 김정은 정권 무너뜨리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무너지면 상황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좋아진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해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을 친미국가로 견인하자는 글을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작년 가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고위관계자를 만났는데 포린어페어즈 기고문 얘길 꺼내더라. 당장 그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정책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고려는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키신저가 미중 관계정상화를 성사시키면서 소련을 고립시켰던 역사를 잘 따져봐야 한다.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북중관계는 겉으로는 순망치한이나 혈맹이니 하는데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바깥에 과시하는 것만큼 견고한 관계는 아니다. 북한에선 중국에 어쩔 수 없이 의지는 하지만 결코 중국과 친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항상 중국을 경계한다.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2018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건 아쉽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당초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포기가 결코 작은 카드가 아니었다. 영변에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갔더라면 지금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세계사를 바꾸는 주인공이 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북핵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북한으로서도 핵개발을 위해 투입한 예산과 인력, 시간이 엄청나다. 매몰비용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4년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만나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중국을 방문해 소련을 고립시켰던 키신저가 생각났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그 정도 발상의 전환을 전혀 못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아쉽다. 어떤 면에선 북한 견제를 핑계삼아 중국 견제하고 한국에게 더 많은 무기 팔아먹는 것만 생각하는건 아닌가 의문이 든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관계개선은 둘째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얘길 들어보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천지차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말 그대로 동맹을 중시한다. 신사답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게 참 역설적인게 북핵문제에선 다르게 나타난다. 트럼프는 전임자들이 못한걸 내가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물론 하노이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긴 했지만 기존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바이든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경청하는건 좋은데 그 다음에 진척이 없다. 바이든이 임기를 시작했을 때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였다는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만약 두 대통령이 비슷하게 임기를 시작했더라면 북핵문제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북한 역시 좌고우면하다가 때를 놓치는 패착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것 때문에 받은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본다. 북한으로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물론 미국이 더 잘못이 크긴 하지만 하노이에서 미국이 협상을 뒤집으면서 북한이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고, 그 때문에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협상 실패 충격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받는 상황을 겪으면서 북한 외교 당국자들이 갖는 부담이 너무 커져 버렸다. 조선노동당에서 조직지도부가 너무 강해져서 하노이 실패 이후 협상파 입지가 너무 좁아진 것도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최고지도자에게 협상해야 한다고 건의할 만한 무게감있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이 뭔가 당근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장으로 북한을 끌어들일 수가 없다. 물론 북한이 협상 성과를 보장하지 않으면 협상 안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건 무리수다. 너무 무리한 걸 요구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면 협상에 나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결국 김정은이 결단할 수 밖에 없다. 협상대표들을 믿고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 -북측에선 차기 윤석열 정부와 미국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사실 북측에선 보수정부냐 진보정부냐 관심없다. 친미정부냐 반미정부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자기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여부다. 친미를 해도 좋으니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풀어줄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만 따진다. 북측에서도 남측에서 친북 성향이 주류가 될 수 없고 그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김정은 시대 이후 그런 성격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분명히 다르다. 김일성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만주에서 항일투쟁을 했고 해방 이후엔 자기 힘으로 권력을 쟁취한 사람이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기를 위해 애써준 사람들에게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한마디로 옛날 시대 사람이다. 김정일 역시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고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50대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좀 더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건 맞지만, 마치 한국의 재벌3세를 보는 것 같은 특징이 있다. 의리나 민족 개념은 희박하고 실용주의 혹은 냉정한 계산으로 움직인다. 남북관계도 동포라는 의식보다는, 도움이 되면 같이 가고 그게 아니라면 주변 여러 외국 중 하나로 취급하겠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북측 다루기가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이다. 남측과 같이 하는게 그래도 낫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런 판단을 하게 만들지 못하면 훨씬 더 어려운 상황 맞을 수 있다.”
  • “장마 피해 식당에 600만원”…가슴 먹먹한 故강수연 미담

    “장마 피해 식당에 600만원”…가슴 먹먹한 故강수연 미담

    한국 영화계의 큰 별, 배우 강수연이 5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삼일째인 9일에도 온오프라인 공간서 고인을 추모하는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영화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고인을 향한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고인의 지인들이 뒤늦게 밝힌 미담이 네티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강수연과 절친했던 윤영미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골 식당 주인에게 들은 강수연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윤 아나운서는 “그녀가 종종 술을 마시던 식당이 장마로 물이 차 보일러가 고장 나 주인이 넋을 놓고 있었는데, 강수연 그녀가 들어와 연유를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비 600만원을 헌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듣기론 그녀도 당시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 온 가족을 부양하는 자리에 있었다는데 참 통 크고 훌륭한 배우”라면서 “참 통 크고 훌륭한 배우 그러나 외로웠던 여자. 강수연, 그녀를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강수연의 가마꾼을 연기했던 엑스트라가 촬영장에서 고인과 있었던 일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뉴스 댓글을 통해 “제가 2001년 엑스트라 할 때 ‘여인천하’ 나왔을 때 강수연(배우가 연기한) 난정이 가마꾼 한 적이 있다”며 “(촬영이 끝나고) 가마꾼들 수고하신다고 흰 봉투로 10만원씩 넣으셔서 4명에게 직접 주셨던 것을 잊지 못한다. 그때 일 끝나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동료 배우들도 추모글을 올리며 애도했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1991)에서 상대 역으로 호흡을 맞춘 문성근은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문성근과 강수연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남녀주연상을 나란히 받았다. 강수연과 SBS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에 함께 출연한 배우 안연홍은 “촬영장에서도 늘 편안하게 대해 주고 나처럼 새카만 후배도 항상 따뜻하게 챙겨젔던 언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언니와 같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건 나의 자랑거리 중 첫 번째였다. 하늘나라에서 부디 편안히 행복하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5일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오후 별세했다. 고인의 장례는 5일 동안 영화계 인사들이 주관하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의 영결식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 ‘타는 목마름으로’ 독재에 저항한 김지하 시인 영면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독재에 저항한 김지하 시인 영면하다

    1969년 등단… 이듬해 ‘오적’ 발표권력층 비리·부정부패 통렬히 풍자민청학련 사건 수감 6년 만에 석방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등 영예 1991년 운동권 연쇄분신 비판 칼럼‘죽음의 굿판을…’ 게재, 변절 논란도‘오적’,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작품으로 1970~80년대 독재 정권에 저항한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81세. 김 시인이 최근 1년여 동안 전립선암 등으로 투병 생활을 한 끝에 이날 오후 4시쯤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토지문화재단이 전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의 본명은 김영일로 서울대 미학과 재학 시절인 1963년 ‘목포문학’에 김지하라는 필명으로 ‘저녁 이야기’를 발표했고, 1969년 ‘시인’ 지에 ‘황톳길’, ‘비’ 등 5편을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1964년에는 대일 굴욕외교 반대 투쟁으로 불리는 ‘6·3 항쟁’에 참가했다가 수감돼 4개월간 첫 옥고를 치렀다. 김 시인은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권력 상층부의 부정부패상을 날카롭게 풍자한 담시(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서사시) ‘오적’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국내외 구명 운동에 힘입어 석방됐다.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주목받은 그는 같은 해 12월 목포를 모티브로 삼은 첫 시집 ‘황토’를 출간했다.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82년에는 대표작 ‘타는 목마름으로’(1975)가 포함된 두 번째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를 내놨다. 김 시인이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은 우여곡절 끝에 1975년 일본에서 발표돼 화제가 됐다. 김 시인은 교도관과 조영래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양심선언문을 작성한 뒤 교도소 밖으로 반출했다. ‘황토’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이 척박한 이 땅의 현실과 억압에 대한 울분, 저항 의식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담시인 ‘오적’, ‘비어’ 등은 판소리 가락을 도입하고 난해한 한문을 차용해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통렬히 풍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3년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한 김 시인은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다.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격렬한 저항의 몸짓을 지녔던 그의 시는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대결 구조를 벗어나 순환 구조나 탐구의 정신을 표방해 왔다. 투쟁과 무기의 시로부터 통일과 사랑의 시를 향한 전환이자 서양적 세계관을 동양적 세계관으로 접수·고양하는 구도의 성격을 드러낸 것이다. 1984년 사면 복권된 뒤에는 최제우·최시형 등의 민중 사상에 독자적 해석을 더해 ‘생명 사상’이라 이름 짓고 생명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한 여성에 대한 사랑을 그린 시집 ‘애린’을 비롯해 최제우의 삶과 죽음을 담은 장시집 ‘이 가문 날에 비구름’, 서정시집 ‘별밭을 우러르며’ 등을 펴냈다. 1980년대 말부터 그의 시는 절망과 죽음을 넘어선 새 삶과 새 생명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과 기다림을 담은 고요한 서정시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90년대에는 고요하면서도 축약과 절제, 관조의 분위기가 배어나는 내면의 시 세계를 보여 줬는데 ‘일산 시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 시인은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숨진 것에 항의하는 분신 자살이 잇따르자 조선일보에 운동권을 비판하는 칼럼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를 게재해 진보 진영에서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1년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진보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독설을 퍼부어 다시 논란이 됐다. 김 시인은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군부 독재 시절 해외에서 탄원 운동을 할 만큼 세계적인 저항 시인으로 추앙받으며 수많은 참여 시인의 발원지가 된 분”이라며 “이후 전통 사상과 동학을 접목해 주창한 새로운 생명 운동은 앞으로 적절한 평가와 연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이후에는 안타까운 편견과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인의 역사적 위상에서는 비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빈소는 연세대 원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앞서 부인인 김영주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2019년 타계해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 작가, 차남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 장지는 강원 원주시 흥업면 선영이다.
  • 익숙한 베토벤, 낯선 三色의 옷

    익숙한 베토벤, 낯선 三色의 옷

    15일부터 서울 등지서 리사이틀슈베르트·알베니스·리스트 선봬피아노의 다양한 세계 표현 예고“편하게 들어도 좋은 느낌 드릴 것”“제가 베토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외 다른 곡들을 많이 보여 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피아노로 들려줄 수 있는 슈베르트의 노래와 스페인을 보여 주는 알베니스의 색채, 문학과도 연결된 리스트의 고차원적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이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인 3색의 세계를 가득 담은 피아노 리사이틀(독주회)로 돌아온다. 공연은 마포아트센터(18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19일)로 이어진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김선욱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주회는 시간 여행의 안내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매력이 있다”며 “하나의 피아노에서 다양한 음색과 색깔이 들리게끔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 주제는 ‘자유로움’이다. 그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과 이사크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 프란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프로그램 중간에 알베니스의 곡을 놓고 그에게 영향을 준 리스트를 마지막 곡으로, 리스트가 존경했던 슈베르트를 첫 곡으로 배치해 이야기를 연결했다. 그는 특히 알베니스에 대해 “스페인 작곡가는 다른 유럽인에 비해 한국인에게 낯설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은 민속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가곡을 편곡한 슈베르트 작품 세계의 근본은 ‘노래’이기에 피아노로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단테의 ‘신곡’과 괴테의 ‘파우스트’에 영향받은 리스트의 소나타와 함께 다양한 스펙트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욱은 지난해 KBS교향악단 지휘봉을 잡는 등 지휘자 길도 병행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장단점을 묻자 그는 “수많은 작곡가의 곡을 전달하는 흐름은 비슷하다”며 “피아노는 30년 친구이기 때문에 재량껏 재미있게 치면 되지만, 지휘할 때는 수많은 연주자에게 제가 가진 음악적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로 따지면 선수와 감독의 차이인데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삶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며 “오전엔 피아노 연습, 오후에는 오케스트라 악보 공부에 시간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8세 때 영국 리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라는 금자탑을 세운 김선욱은 이후 16년간 해외 무대에 숱하게 섰다. 그는 “어린 나이에 정글에 내던져지다시피 하다 보니 매번 연주하는 게 ‘도장 깨기’ 하러 가는 느낌이었고, 무조건 잘 쳐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면서 “나이가 좀 드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또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주는 귀 기울여 들어도 좋지만, 다른 일을 하며 편하게 들어도 좋은 느낌을 주는 연주”라며 웃었다.
  • 건설사 유튜브, 소비자 마음 사로잡다

    건설사 유튜브, 소비자 마음 사로잡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아파트 시장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견본주택 방문도 아직까진 예약제 등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곧 예전처럼 손님들로 북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고객과의 비대면 경험은 건설업계에도 여러 가능성을 보여 줬다. 고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일이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은 비대면 소통 채널을 찾았고, 브랜드 아파트 유튜브 육성에 적극 나섰다.브랜드 아파트 유튜브 채널 중 발군인 곳은 GS건설의 ‘자이TV’다. GS건설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자이TV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구독자 50만명을 돌파, 건설업계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아파트 채널은 패션, 게임, 쇼핑 등 대중적인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시청 연령층이 높아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자이TV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콘텐츠 덕분이다. 가장 인기를 끈 콘텐츠는 ‘견본주택 라이브 방송’이다. 자이TV는 지난해 분양한 대부분의 견본주택을 실시간 방송을 통해 유튜브로 공개했다. 이를 통해 구독자들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견본주택을 살펴볼 수 있었다.브랜드 채널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건설사 중 비교적 ‘신생’이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의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는 구독자 10만명을 넘겨 지난달 ‘실버 버튼’을 받았다. 다른 건설사 채널에 비해 구독자 수는 적지만 지난해 재단장 뒤 약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다른 건설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10만명 달성에 통상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오케롯캐는 MZ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에 중점을 뒀다. 채널명인 오케롯캐부터 공모 이벤트를 진행해 투표로 선정했다. 가장 큰 인기를 끈 콘텐츠는 개그맨 이창호와 함께 제작한 업계 최초의 웹 예능이다. ‘재벌 3세 이호창 본부장’ 캐릭터를 앞세워 만든 브이로그 콘텐츠 ‘그 남자의 72시간’은 수백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밖에도 코로나 시대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강의하는 ‘집콕레슨’과 경제 및 부동산 소식을 전하는 ‘경제 대담’으로 콘텐츠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듣고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한 ‘대선 특집 부동산 대담 라이브 방송’은 대선 직후 발 빠르게 준비해 조회 수 27만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포스코건설의 ‘더샵TV’에서 눈에 띄는 콘텐츠는 ‘걸어서 더샵 속으로’다. 가수 신지와 방송인 김일중이 진행을 맡아 전국 곳곳의 더샵 아파트를 찾아가는 구성이다. 화려하게 꾸며진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입주민이 살고 있는 공간을 보여 주며 더샵 아파트만의 특장점을 소개한다. 두 MC의 맛깔스러운 진행으로 브랜드 아파트 홍보가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더샵셀렉션’은 부동산 및 주거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다. 살림 정리 등 일상생활 팁부터 부동산 정책 및 시장 전망까지 콘텐츠 폭도 다양하다. 그 외에 실내를 무대 삼아 가수들이 열창하는 ‘더샵 집 콘서트’도 편당 수만회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구독자 17만여명을 보유한 대우건설의 유튜브 채널 ‘푸르지오 라이프’는 ‘만나다’ 시리즈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전문가를 만나다’에선 금융 전문가, 세무사, 공인중개사 등이 부동산 계약과 세금, 이사 등과 관련된 궁금한 점을 쉽게 풀어낸다. 여기에 ‘새집을 만나다’, ‘취향을 만나다’를 통해 견본주택 소개, 라이프스타일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채널 래미안’은 재개발·재건축 관련 팁을 시리즈로 구성해 눈길을 끈다. 또 입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거주지 주변 맛집과 볼거리, 단지 내 커뮤니티 등을 소개하며 ‘사람 사는 곳’으로서의 아파트 가치를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풀렸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한 비대면 소통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더욱 새로운 시도로 고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피아니스트 김선욱 “슈베르트, 알베니스, 리스트 시간 여행의 안내자 될 것”

    피아니스트 김선욱 “슈베르트, 알베니스, 리스트 시간 여행의 안내자 될 것”

    “제가 베토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외 다른 곡들을 많이 보여 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피아노로 들려줄 수 있는 슈베르트의 노래와 스페인을 보여 주는 알베니스의 색채, 문학과도 연결된 리스트의 고차원적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이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인 3색의 세계를 가득 담은 피아노 리사이틀(독주회)로 돌아온다. 공연은 마포아트센터(18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19일)로 이어진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김선욱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주회는 시간 여행의 안내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매력이 있다”며 “하나의 피아노에서 다양한 음색과 색깔이 들리게끔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 주제는 ‘자유로움’이다. 그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과 이사크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 프란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프로그램 중간에 알베니스의 곡을 놓고 그에게 영향을 준 리스트를 마지막 곡으로, 리스트가 존경했던 슈베르트를 첫 곡으로 배치해 이야기를 연결했다. 그는 특히 알베니스에 대해 “스페인 작곡가는 다른 유럽인에 비해 한국인에게 낯설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은 민속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가곡을 편곡한 슈베르트 작품 세계의 근본은 ‘노래’이기에 피아노로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단테의 ‘신곡’과 괴테의 ‘파우스트’에 영향받은 리스트의 소나타와 함께 다양한 스펙트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선욱은 지난해 KBS교향악단 지휘봉을 잡는 등 지휘자 길도 병행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장단점을 묻자 그는 “수많은 작곡가의 곡을 전달하는 흐름은 비슷하다”며 “피아노는 30년 친구이기 때문에 재량껏 재미있게 치면 되지만, 지휘할 때는 수많은 연주자에게 제가 가진 음악적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로 따지면 선수와 감독의 차이인데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삶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며 “오전엔 피아노 연습, 오후에는 오케스트라 악보 공부에 시간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8세 때 영국 리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라는 금자탑을 세운 김선욱은 이후 16년간 해외 무대에 숱하게 섰다. 그는 “어린 나이에 정글에 내던져지다시피 하다 보니 매번 연주하는 게 ‘도장 깨기’ 하러 가는 느낌이었고, 무조건 잘 쳐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면서 “나이가 좀 드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또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주는 귀 기울여 들어도 좋지만, 다른 일을 하며 편하게 들어도 좋은 느낌을 주는 연주”라며 웃었다.
  • 농지·산림연금 ‘상속’ 대상 인식에 가입 속도 더뎌

    농지·산림연금 ‘상속’ 대상 인식에 가입 속도 더뎌

    농산촌 인구의 고령화와 고령층 빈곤 문제 완화 등을 위해 농지와 산지를 담보로 지급하는 ‘연금 상품’의 가입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혜택이 적지 않지만 농산지는 주택처럼 ‘상속’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처분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다.7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011년 도입된 농지연금 가입자가 올해 4월 말 2만건을 돌파했다. 가입 대상이 63만호인 점을 고려하면 3.2% 수준이다. 다만 1만건 달성에 7년이 소요된 데 비해 2만건까지는 4년이 걸리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급한 농지연금액은 총 9057억원으로, 가입자 월 평균 수령액은 97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가입연령이 만 65세에서 60세로 낮아지고 저소득층과 장기 영농인 우대형 상품이 출시되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 농지연금은 만 60세 이상, 영농경력 5년 이상 농업인으로 소유 농지가공부에 전·답·과수원에서 영농에 이용하고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월 지급금은 농지가격과 가입연령, 지급방식 등에 따라 결정되며 최대 300만원으로 제한된다. 종신형(종신정액형·전후후박형·수시인출형)과 기간형(기간정액형·경영이양형)으로 다양하다. 경기 가평에서 농사를 짓는 60대 김모씨는 “자금 수요가 많은 시기를 고려해 가입초기(10년) 정액형보다 많이 지급받을 수 있는 전후후박형 상품에 가입했다”며 “연금 가입을 통해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담보농지는 계속 경작하거나 임대해 추가 소득 창출이 가능하다. 또 6억원 이하는 담보 농지에 대한 재산세가 면제되고 월 185만원까지는 압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수급 전용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이주헌 농어촌공사 농지연금부장은 “농민들의 농지에 대한 정서를 감안할때 가입률 3.2%가 낮은 것은 아니다”며 “가입자 사망시 배우자에게 연금이 승계되고 중도 해지도 가능해 농민들의 노후생활 지킴이로서 역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산림청은 지난해 ‘분할지급형 사유림매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 매매대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매수제도와 함께 10년간 월 단위로 나눠 연금처럼 지급하는데 첫달은 매매대금의 20%를 지급한다. 매매대금 외에 이자와 지가상승분도 추가 지급한다. 산림 면적 제한은 없으나 백두대간과 수원함양 등 산림보호구역과 도시숲·생활숲 등 국가가 보존할 필요가 있는 공익임지가 대상이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는 67㏊로 성과가 저조했다. 산림청은 올해 40억원을 배정해 1400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400㏊는 매매대금 기준시 143억원에 달한다. 산주 사망시 지정된 상속자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주요원 산림청 국유림경영과장은 “분할지급형은 계약시점에 적은 예산으로 국유림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산주에게는 새로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기는 남미] 결혼식 날 욕만 잔뜩 먹은 신혼부부..무슨 이벤트를 했길래?

    [여기는 남미] 결혼식 날 욕만 잔뜩 먹은 신혼부부..무슨 이벤트를 했길래?

    이제 막 새출발을 한 멕시코의 신혼부부에게 축복은커녕 비난과 욕이 쇄도하고 있다.  멕시코 틀락스칼라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페르난도와 호세피나가 바로 그 신혼부부. 두 사람에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페르난도와 호세피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은 예사롭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흔치 않은 나치 테마 결혼식이었다.  결혼날짜를 4월 29일로 잡은 것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일이었다. 77년 이날 희대의 전범이자 학살범 아돌프 히틀러는 연인 에바 브라운과 결혼을 했다.  결혼식도 나치 테마 결혼식답게(?) 나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신랑 페르난도는 예복 대신 나치 장교복을 입었다. 신부는 평범한 웨딩드레스를 입었지만 드레스에도 작은 나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심지어 결혼식 들러리 역할을 한 친구들도 나치 장교복을 입고 식장에 섰다.  부부는 나치 정권 때 탄생한 독일의 클래식카 비틀을 결혼식 날 자동차로 이용했다. 자동차도 사방을 나치 문양으로 뒤덮어 나치독일의 장교가 타는 차를 연상케 했다.  비난을 받을 게 뻔한 나치 테마 결혼식을 부부가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치 테마 결혼식은 남편 페르난도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16살 때부터 나치주의에 푹 빠진 그는 열렬한 히틀러 신봉자다.  언제 어디에서나 공개적으로 히틀러를 존경한다고 밝히곤 하는 페르난도는 "연합군이 쓴 역사를 보고 사람들이 히틀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페르난도는 히틀러에 대해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잃은 국토를 되찾아 국민에게 돌려주고, 독일을 가난에서 건진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를 학살범, 인종차별주의자, 폭군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승자의 관점에서 본 히틀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인적 신념이 그렇다고 해도 전범이자 독재자였던 히틀러와 나치를 찬양하는 듯한 테마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온라인에선 축복이 아니라 비판과 욕이 쇄도했다.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번 비젠탈은 "나치를 찬양하는 건 히틀러와 나치로부터 갖은 탄압을 받고 수용소에서 죽어간 유대인들을 조롱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3代 여덟 충신·효자·열녀 기린 ‘팔홍문’… 돌 하나로 남은 ‘핏빛 가족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3代 여덟 충신·효자·열녀 기린 ‘팔홍문’… 돌 하나로 남은 ‘핏빛 가족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중학교 때 월요일 조회 시간에 ‘명심보감’을 읽는 순서가 있었다. 목소리가 낭랑한 친구가 연단에 올라 좋은 말씀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또박또박 낭독했다. “하루라도 선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이 저절로 일어난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에 하는 일이 없다.” 먼지바람이 부는 운동장에 정렬한 채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열서너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너무 옳은, 너무 좋은 말씀들이었다. 커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될지는 몰라도 당장 지금 배우긴 지겹고, 봄에 가을을 생각하긴커녕 당장 내일도 알지 못하며, 새벽에는 5분이라도 더 이불 속에서 뭉개려 엄마와 실랑이를 하는 터였다. 선과 악, 그 내밀하고 복잡 미묘한 세계를 분별하기엔 턱없이 어리고 어리석었다. 우이독경이거나 마이동풍이거나, 결국엔 ‘명심보감’ 한 권을 귀동냥으로나마 완독한 셈인데, 책의 핵심적인 교화의 주제는 충과 효를 위시한 유교적 가치였다.“효도하고 순한 사람은 효도하고 순한 자식을 낳으며, 부모에게 거역한 자식은 부모에게 거역하는 자식을 낳는다.” 때로 가르침이 으름장으로 들렸다. 돈은 쓰면 다함이 있지만 충성과 효도는 다함이 없다면서, 들썩거리는 사춘기의 반항심에 비유의 못을 땅땅 박아 ‘입틀막’하기도 했다. “믿지 못하겠거든 저 처마 끝의 낙수를 보라. 방울방울 떨어짐에 어긋남이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 기념일이 집중돼 있다. 가족은 개인의 삶에 가장 밀착돼 있는 일상적인 관계이니 그것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5월에는 특별히 의미 있고 행복해야 마땅하리라. 하지만 5월만 되면 아니 5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도망쳐서 숨어 버리고 싶다는 비명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념일들을 기념하기엔 물적·심적으로 지쳤기 때문이다. 행여 기념일을 챙기지 않고 지나쳐도 마음 한구석이 죄책감으로 묵지근한 건 어쩔 수 없다. 가족은 ‘사랑하는’ 상대를 넘어서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처를 주고받아도 기어코 얽히고설켜야 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아주 특별하고 이상한 사람들. ●유교문화 아래 직조된 핏줄의 무게 유교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이 사랑에 ‘당위’의 무게가 더해진다. 치밀한 그물망으로 직조한 명분과 도리가 부모와 자식, 부부의 관계를 장악해 그것을 종내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확장한다. 유학은 정교하고도 집요한 이념이다. 하지만 이상주의가 거개 그러하듯 제아무리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이라도 찢고 뜯고 삐져나오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진 못한다. 존천리멸인욕(尊天理滅人慾), 천리를 보존하고 욕망을 없앨 만큼 기어이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상과 현실, 명분과 욕망, 그 사이에 아름다운 잔혹극이 있다.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 출구로 나와 염천교 쪽으로 걷다 보면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가로수 아래 나지막한 돌이 하나 보인다. 지도상으로 순화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이지만 보도 한가운데 불쑥 튀어나와 있는 데다 표석의 앞면이 순화더샵 주상복합을 향해 있어 생뚱맞게 느껴진다. 도로를 향해 걸린 실종된 딸을 찾는 가족들의 플래카드가 그 위로 진한 그늘을 드리운다. 이미 오래전에 봤던 광고 같은데 1999년에 실종된 열일곱 살의 그녀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했나 보다. 이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사례금은 1000만원으로 올랐고 그만큼 늙은 부모의 가슴은 숯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애타게 찾고 또 찾는다. 포기할 수 없는 세상의 마지막 사람, 가족이기에!●위풍당당 여덟 개의 정문은 어디에 ‘팔홍문 터: 팔홍문은 조선시대에 이지남(1529~1577)과 그 아들 등 삼대에 걸쳐 여덟 명이 충신·효자·열녀가 된 것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세워 준 여덟 개 문이다. 이지남과 그의 아들 기직·기설은 효자, 딸은 효녀, 기설의 두 아들 돈오·돈서는 충신, 이지남의 부인 정씨와 돈오의 부인 김씨는 열녀로 인정받았다.’ 결코 예사롭지 않다. 한 집안 삼대의 여덟 명이 정문(旌門)을 받다니! 가문의 영광이요, 고을의 자랑이다. 충신·효자·열녀에게 나라에서 내린 정문 비각이 줄지어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모습은 대단한 장관이었을 터인데, 지금은 그 흔적이 고작 돌 하나로 남아 있다. 본디 1634년(인조 12) 세워졌던 정려각은 김포 사촌과 이곳 서울 남문 밖 자인암으로 수차례 옮겨졌는데, 조상 덕 만큼이나 자손 복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충신과 효자와 효녀와 열녀, 그들은 다 죽었다. 죽었기에 붉은 문을 받았다. 남은 자들은 드높은 이름을 얻었지만 피와 살이 도는 보호벽을 잃었다. 정처가 없는 자손들은 제아무리 훌륭한 조상이라도 두고두고 지킬 방도가 없었다. 연안 이씨 이지남은 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돼 유배지에서 죽은 아버지를 위해 3년간 여막살이를 해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지효(至孝)라는 이름이 널리 퍼졌다. 그 후 어머니가 이질을 앓아 위중해지자 목욕하고 울부짖으며 하늘에 호소했다. 대변까지 맛보며 간병하다가 어머니를 살리는 꿈을 꾼 뒤 피를 토하며 죽었다. 이지남의 부인 정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겨워 까무러쳤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피눈물로 세월을 보냈고, 죄인으로 자처하며 입에 맞는 음식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물건은 아예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지남의 장남 기직은 죽은 아버지를 위해 명당자리를 찾아 천지사방을 헤맸고 마침내 상청에서 울다가 기절해 죽었다. 둘째 아들 기설은 이지남의 삼년상을 치르고 남겨진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다가 병이 걸리자 칼로 손가락을 끊고 혀를 자르는 등 효행을 다했다. 이지남의 딸 이씨는 똑똑하고 인물이 빼어났는데 부친상을 당하자 슬픔에 겨워 3년간 죽만 마셨다. 죽을 때에 이르러 “내가 지금 죽어서 아버님 곁을 따르니 죽어도 유감이 없으나 다만 어머님이 살아 계시니 그 불효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어머님을 봉양하지 못하고 앞서감이 죄송할 뿐이다” 하고 운명하니 그녀의 나이 18세였다. 호랑이 집안에 개의 새끼가 날 리 없었다. 이기설의 아들 돈오는 벼슬자리에 있지 않았음에도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스스로 강화도에 갔다가 적군이 상륙하자 성을 향해 달려갔다. 허나 성은 이미 적군에게 포위돼 있었으니 돈오는 북쪽을 향해 통곡하다가 적군과 부딪쳤고, 적군을 꾸짖고 굽히지 않으니 급기야 살해되고 말았다. 이때 돈오의 부인 김씨도 마니산에서 적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자결했고, 돈오의 아우 돈서는 적에게 포로가 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순절했다. 숨차고 벅찬 이야기다. 온 가족이 효자요, 효녀요, 충신이요, 열녀다. 동리 사람들이 극구 칭찬하고 나라에서 상을 내렸다. 여덟 개의 붉은 문이 뜨르르하게 거리를 메웠다. 그런데 과연 이 이야기가 아름답고 존경스럽기만 한가? 내가 불효하고 불충하고 지조 없는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지남 가족의 집단 변사(變死)는 아무래도 지독한 비극이자 엽기적인 잔혹극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끊이지 않는 비명횡사의 사슬을 기념하는 이곳은 영광의 자리인가, 비극의 자리인가? 딛고 선 발밑이 서늘하다.(㉻에 계속) 소설가
  • “젤렌스키에게도 푸틴과 같은 책임”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젤렌스키에게도 푸틴과 같은 책임”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 출마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브라질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발행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등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이번 주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그는 인터뷰에서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해 비공개 협상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쟁을 장려하고 있어 젤렌스키 대통령을 찬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그는 “TV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한 뒤 모든 유럽의 국회의원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는 모습을 봤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못지않게 전쟁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향한 움직임에 반대하는 러시아에 양보하고 푸틴과 교섭해 분쟁을 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또 젤렌스키가 코미디 배우로 유명해진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당신은 멋진 코미디언이었지만 자신이 TV에 나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진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푸틴과 대화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를 탔을 수도 있다. 지도자에게는 이런 자세가 요구된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서방 국가들의 빈축을 살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방적인 침략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며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좌파 대부’로 꼽히는 룰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했으며 최근 혐의를 벗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연임에 도전하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보다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 격차가 5% 포인트로 압축돼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악취에도 군침, 생선 발효식품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악취에도 군침, 생선 발효식품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추억의 음식에 대한 원고를 쓰다 문득 기억의 서랍 속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어떤 음식이 떠올랐다. 남해안 음식인 전어밤젓이다. 거의 20년이 넘는 동안 단 한 번도 생각나지 않았던 음식이었지만 불현듯 찾아온 전어밤젓 생각에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 맛이 내 안에 각인돼 있었던 걸까. 온몸이 다시 그 맛을 보고 싶다고 외쳤고,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온라인 배송 주문을 마치고 난 뒤였다. 전어밤젓은 전어의 내장으로 만든 젓갈이다. 전어가 많이 잡히는 전남 여수, 경남 남해와 하동 지역에서 주로 담가 먹는 별미다. 친조부모님의 고향이 남해인지라 유년 시절 지역의 특산 음식을 가끔 먹을 기회가 있었다. 오징어젓갈이나 명란젓처럼 깔끔한 스타일의 젓갈과 달리 삭은 내장에서 나오는 고릿한 냄새와 쿰쿰한 향이 주를 이룬다. 전어 내장 가운데 오독한 식감을 내는 밤톨 모양의 위장기관이 있어 밤젓이라고 부르며 지역에 따라 돔배젓이라고도 한다.얼마나 먹고살기가 힘들었으면 전어를 손질하고 남은 내장까지 알뜰하게 먹어야 했을까 싶지만 한번 먹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전어밤젓을 담그기 위해 전어를 잡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맛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한 조각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술술 들어갈 만큼 깊고 풍부하고 녹진한 전어밤젓의 감칠맛은 문자 그대로 황홀하다. 버리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생선 내장을 이용해 이토록 맛있는 무언가로 만들 생각은 대체 누가 처음 한 것일까. 젓갈과 같은 생선 발효식품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찍이 로마 사람들은 가룸이라는 생선 액젓을 별미로 여겼다고 한다. 지중해 연안에서 잡히는 작은 생선과 갑각류에 소금을 치고 발효시켜 만들었단다. 까나리 액젓이나 동남아의 피시소스와 비슷한 맛을 내는 발효식품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중해 멸치를 염장한 안초비나 안초비를 담글 때 나오는 액젓인 콜라투라를 이탈리아에 남아 있는 가룸의 흔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대개 원물과 소금이 기본 재료지만 지역에 따라 쌀과 같은 곡물을 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가자미식해, 일본의 나레즈시, 필리핀의 부롱 이스다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곡물에 있는 탄수화물이 젖산 발효를 도와 쉽게 부패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김치를 담글 때 찹쌀풀을 넣어 잘 익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육류로도 젓갈을 담그기는 하지만 해산물을 발효시키면 한마디로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하고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바다생물의 비릿함조차 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분해되면서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 낸다. 효소는 맛 분자를 잘게 쪼개기도 하지만 향 또한 새롭게 재창조해 낸다. 그 향을 두고 누군가는 침이 고이게 하는 향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악취라고 부른다.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수르스트뢰밍’이란 이름의 음식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 스웨덴까지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다. 수르스트뢰밍은 여름철 발트해에서 풍부하게 잡힌 청어를 3~4% 농도의 소금물에 가볍게 절인 뒤 나무통에 담아 한두 달가량 발효시켜 먹는 북유럽 전통 음식이다. 쾌청한 북유럽의 여름 날씨 속에 적당히 발효된 청어는 시큼한 맛이 나는데 이 때문에 신(수르) 청어(스트뢰밍)란 이름으로 불렸다. 현대에 와서는 절인 청어를 나무통 대신 캔에 담아 밀폐시킨 뒤 더 오래 익혀 먹는 음식으로 변화됐다. 여름의 끝자락에 즐기는 음식이지만 초겨울 스웨덴에서 구한 수르스트뢰밍 캔은 부풀 대로 부풀어 있었다. 캔 안에서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발효 전문가 샌더 엘릭스 카츠는 수르스트뢰밍 캔 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수소와 이산화탄소 가스, 황화수소, 부티르산, 아세트산, 프로피온산을 생성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비린내와 더불어 썩은 달걀과 산패한 치즈, 식초 냄새가 난다는 소리다.여행 중에 애지중지 가지고 다닌 수르스트뢰밍 캔을 땄을 땐 이미 과발효가 돼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갈치속젓처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곤죽이었다. 그래도 맛보는 걸 포기할 순 없었다. 달걀 썩은 냄새가 나는 황화합물의 향은 낯설고 지독했지만 맛은 의외로 익숙했다. 갈치속젓과 전어밤젓 그 어느 언저리에 있는 듯한 맛이라고 할까. 다른 어떤 것보다 따뜻한 하얀 쌀밥 한 숟갈이 절로 생각나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풍미였다. 저마다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을 보여 주지만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모두 닮아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순간이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쟁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쟁점은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했던 시절 비위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성희롱 사건 지연처리, 부하 직원으로부터 고급 양주 수수,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비위가 있어 고용노동부가 이 총장을 해임할 것을 재단 이사회에 요청까지 했었다며 “고용노동부로부터 해임 건의를 받은 후보자가 장관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으니 아이러니”라고 질타했다. 당시 재단 이사회는 해임안을 부결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에게 양주를 제공한 직원은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는데, 후보자는 주의 조치를 받았다”며 “이런 조치가 과연 공정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사회 규정상 사무총장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해임 아니면 주의”라면서도 “제가 솔선수범 해야 했던 건 맞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은 이 후보자가 삼성그룹의 노무 자문을 맡았던 것과 관련, “삼성전자에서 자문료로 매달 200만원씩 총 3800만원을 받았다고 답했는데 국세청 확인 결과 1년 4개월 동안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자문과 연구용역을 하고 1억 1300만원을 받았다”며 “이 정도면 삼성전자 자문위원이 아니라 노동계 상대를 위해 영입된 삼성 장학생”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재벌과 노동자 사이에서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이 후보자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재임 시절 이룬 성과를 강조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박대수 의원은 “이 후보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앞선 모두발언에서 “일·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하고 아르바이트 청년, 임금 체불 근로자 등의 노동권 보호를 강화하는 등 공정하고 안전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감축 로드랩을 조속히 만들고 유연근무 활성화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나와, 현장] 아직 ‘한 방’ 없는 1인 가구 정책/최선을 사회2부 기자

    [나와, 현장] 아직 ‘한 방’ 없는 1인 가구 정책/최선을 사회2부 기자

    얼마 전 친한 친구에게 우연히 도움을 준 일이 있었다. 혼자 사는 친구의 어머니가 건강 문제로 갑작스럽게 병원에 가야 했고, 친구는 회사에 연차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머니를 혼자 보내야 해 마음이 무겁다는 친구에게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를 추천했다. 집에서 나와 병원에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접수와 수납, 약국 이동 등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걸 어떻게 알았냐”며 고마워하는 친구에게 “서울시를 출입하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거다”라고 답했다. 서울시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은 지난해 4월 처음 생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1호 공약’이었다. 139만 가구로 서울시 전체 가구의 34.9%인 1인 가구를 핵심 정책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올해 초 서울시는 건강, 안전, 고립, 주거 등 4대 분야에 걸쳐 5년간 총 5조 5789억원을 투입하겠다는 1인 가구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져야만 ‘정상 가정’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지났으니,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추진단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뚜렷한 성과를 꼽기는 어렵다. 가장 먼저 시작한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의 경우 만족도가 높은 데 비해 이용 건수는 저조하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약 1800건에 그치고 있다. 안심마을보안관, 스마트보안등, AI 생활관리 서비스 등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1인 가구를 위한 세대통합형 주택모델 개발, 전월세 안심 계약 도움 서비스 등은 아직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홍보 부족이 아쉽다. 1인 가구는 세대별, 소득별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맞춤형 정책과 홍보가 필수다. 입소문을 타더라도 ‘티핑 포인트’(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폭발적으로 변화하는 순간)가 필요한데, 아직은 이에 다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가 전담 조직까지 만들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서울시 안에 1인 가구를 돕는 부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인 가구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환기시켰다는 의미 외에는 ‘한 방’을 찾기 힘든 모습이다. 혼자 사는 게 특이하지 않은 시대. 1인 가구는 이미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됐고, 이들을 위한 지원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히 1인 가구 중에서도 청년층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아 본 경험이 적다. 이들을 겨냥해 혼자 사는 것만으로도 정책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그것이 자신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이상 몰라서 혜택을 못 보는 사람이 없도록 말이다.
  • 역동적인 듯 텅 빈 거적때기 “멸망 향한 문명의 폭주 열차”

    역동적인 듯 텅 빈 거적때기 “멸망 향한 문명의 폭주 열차”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건 전신 크기의 새빨간 옷이다. 누가 방금 벗어 놓기라도 한 듯 각이 살아 있는 옷은 생동감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주인 없이 텅 빈 모습이 왠지 모를 허전함을 안긴다. 서울 성북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창홍 작가의 ‘유령 패션’ 전시는 자본주의 사회 인간의 욕망과 공허함을 보여 준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열린 그의 특별전을 기념하는 귀국전이다. 특별전이 개최된 과야사민미술관 내 ‘인류의 예배당’에서 전시를 가진 해외 작가는 안 작가에 앞서 스페인 거장 프란시스 고야밖에 없다. 오랫동안 여러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권력에 저항한 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욕망하는 인간의 마음에 집중한다.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이미지 위에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린 드로잉 150점이 OLED 디스플레이로 설치됐고, 이 디지털 펜화를 유화와 입체 작업으로 옮긴 작품 32점 등이 전시됐다.작품 속 옷은 얼핏 패션 잡지의 한 장면처럼 색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마치 사람처럼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아무도 없다. 머리와 팔,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이 텅 비어 투명 인간 같다. 소매와 옷자락 밑단에서 흘러내리는 물감의 모습은 꼭 피를 흘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안 작가는 “길을 가득 메우던 사람이 다 빠져나간 텅 빈 도시의 거리는 마치 유령의 거리처럼 공허하다”며 “사람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화려하게 치장된 거적때기만 길을 메우고 있는 듯한 착시 현상에 빠진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크고 많고 남고 넘치는 것만이 추앙받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가가 읽어 내는 건 풍족함이 아닌 절망이다. “적막감만 강물처럼 흐르는 텅 빈 도시. 이게 유령의 도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멸망의 벼랑 끝으로 내달려 가는 문명의 폭주 열차를 멈춰 세울 방도는 없는 것일까.” 전시장에는 대표작인 거대한 ‘마스크’ 시리즈도 함께 걸렸다. 1.5m가 넘는 마스크는 역시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보인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민화된 대중, 집단 이기주의와 폭력, 최면에 걸린 듯 질주하는 집단의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평생을 권력과 자본에 의해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희생되고 교묘하게 억압받는지 주목했다”며 “좀더 현대 감각에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 펜화를 시도하고, 이를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 등을 거쳤다. 앞으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9일까지.
  • 40년 엄마 챙긴 딸… 장애 아들 보살핀 母

    서울 종로구에 사는 임현자(61)씨는 결혼 후 약 40년 동안 친정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다. 임씨는 간경화를 앓는 남편에게 간을 이식하고 정성으로 간병하면서도 두 자녀를 바르게 키워 왔다. 효행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 종로구효행본부에서 8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몸소 효행을 실천해 온 임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시로부터 상을 받는다. 서울시는 4일 장충체육관에서 ‘제50회 어버이날’ 기념식을 열고 임씨를 비롯한 시민 28명과 단체 4곳에 시민 표창을 수여한다고 3일 밝혔다. ‘효행자’ 부문에서 21명, ‘장한 어버이’ 부문에서 7명이 선정됐다. ‘효 실천 및 노인복지 기여 단체’ 부문에서는 단체 4곳이 뽑혔다. 장한 어버이로 뽑힌 황옥순(82)씨는 고령에 지병도 있어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보살펴 왔다. 강한 책임감과 소신으로 묵묵히 아들을 돌보며 이웃의 귀감이 됐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효 실천 및 노인복지 기여 단체로는 서초구립방배노인복지관, 시립성동노인종합복지관, 역삼재가노인데이케어센터,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선정됐다. 기념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치러지며, 어르신 3000명이 초청됐다.
  • 요즘 도서관 가면… 로봇도 있고, 공룡도 있고, 재활도 있고…

    요즘 도서관 가면… 로봇도 있고, 공룡도 있고, 재활도 있고…

    독서, 영화감상, 인문학 특강, 정보기술(IT) 교육, 만화 창작, 치매 예방 독서교육…. 도서관이 책 읽는 곳에서 다양한 교육과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산중앙도서관은 5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 성인을 대상으로 줌을 활용한 인문학 프로그램 ‘나는 넷플릭스로 인문학 한다’를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인문학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게 된다. 오는 7일에는 인문학당 달리의 서현나 강사가 영화 ‘숲속으로’를 통해 선과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21일에는 미술학 박사 유현욱 작가가 ‘취화선’을 통해 천재 화가 장승업의 삶과 작품을 설명한다.지난해 12월 개관한 울산 산전만화도서관에는 만화책 8000권과 만화 주인공을 따라 그릴 수 있는 책상(라이트박스), 웹툰 열람 전용 좌석 등이 마련됐다. 만화 창작실에서는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화 교육을 진행한다. ‘나도 만화가’, ‘한복 삽화·전통 배경 제작’, ‘창작만화 도전’ 등의 창작 강좌가 인기다. 울산남부도서관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으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공모사업을 진행한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 강연과 현장 체험을 연계해 주민들에게 생활 속 인문학을 알려 준다. 올해는 ‘미술관 옆 음악당: 미술은 음악의 선율을 타고’를 주제로 고전음악과 현대음악,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의 융합적 이해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충북 청주흥덕도서관에는 지난 3월 IT 교육 공간인 ‘행복 IT 존’(면적 83.56㎡)이 문을 열었다. 행복 IT 존은 노트북과 태블릿 30대, 큐브로이드·알파미니 등 교육장비 20종을 갖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메이커스페이스 등의 IT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경기도 용인 디멘시아도서관은 치매 특화 도서관이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치매의 역사, 예방, 치료, 재활, 돌봄, 정책, 문학에 대한 책을 한데 모았다. 또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미술, 건축, 디자인 등 예술서적 4만여권을 소장하고 예술가를 위한 스튜디오까지 갖추고 있다. 판교어린이도서관에는 IT의 메카인 판교답게 로봇체험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말하는 로봇, 책 읽어 주는 로봇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롤러코스터, 잠수함, 공룡 등을 주제로 한 가상 체험과 드론 체험도 가능하다. 산전만화도서관 관계자는 “만화도서관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이용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하고 수준 높은 만화 관련 문화 강좌를 발굴·보급해 만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러 ‘서방의 희생자’로 묘사”…전쟁 장난감도 ‘등장’

    “러 ‘서방의 희생자’로 묘사”…전쟁 장난감도 ‘등장’

    공격무기 장난감, 시중 마트에 판매군용트럭·전차·미사일 발사장치 등우크라 침공 지지 상징하는 ‘Z 표식’ 러시아가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러시아와 서방 간의 국경 전쟁’의 ‘희생자’로 인식 시키고 있다. 마트에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무기를 본뜬 장난감까지 등장했다.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자국을 ‘서방의 희생자’로 묘사하면서 이번 전쟁이 소규모 국경 전쟁을 넘어 글로벌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러시아서 우크라 공격무기 장난감 출시 ‘Z 표식’ 2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러시아의 장난감 회사 EONK가 러시아군의 무기를 본 뜬 플라스틱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난감의 종류는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전차와 연료 유조선, 미사일 발사 장치 등으로 다양하다. 온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602~817루블(약 1만600원~1만4400원) 수준이다. 모든 장난감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를 상징하는 ‘Z자 표식’도 그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Z’가 ‘승리를 위해(za pobedu)’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Z자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이 표식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러, 우크라 전쟁을 ‘서방과의 전쟁’으로 프레임 재구성 중” 최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러시아와 서방 간의 국경 전쟁’으로 프레임을 새롭게 짜고 있다. 전쟁을 합리화 하고 있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 봉쇄 정책을 추구하는 세력은 너무 크고 독립적인 국가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그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가 개입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전략적 위협을 조성한다면 그들은 우리의 보복 공격이 번개같이 빠를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러시아의 유명 뉴스 앵커, 토크쇼 진행자 등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손실로 인한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고 있다.러시아 국영방송 RT의 편집국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토크쇼에서 “세계 3차 전쟁은 더욱 현실적”이라며 “가장 놀라운 것은 결국 이 모든 것이 핵공격으로 끝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러시아에 대한 위협으로 정의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있어, 5월 9일 전승절은 전쟁에 대한 대중의 결의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회다. 국영 언론 역시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부 아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일조했다. 러시아의 한 정치학 싱크탱크 책임자 에브게니 민첸코는 러시아인에게 우크라이나인은 ‘고통받는 대상’으로 인식된다며 “교활한 서방이 우리에게 맞서 싸우도록 강요한 우리의 형제들”이라고 설명했다.“우크라이나전 참전 군인 모집”…광고도 꾸준히 등장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전 참전 군인을 모집하는 광고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지역언론은 시내에 등장한 병사 모집 광고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은 “여기 일자리가 있다”며 군복 차림의 남자들이 공격용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4월 15일 기준, 러시아에서 입대 모집에 대한 검색은 침공 나흘 전인 2월 20일에 비해 7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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