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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떡국과 만둣국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떡국과 만둣국

    우리는 먼 옛날부터 떡국과 만둣국을 먹었다. 고조선 무렵 조리 기술이나 도구가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지금처럼 쌀로 밥을 짓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둥근 질그릇에 찐 떡을 주식으로 삼았다. 떡은 그대로 두면 굳기 때문에 딱딱해진 가래떡을 국물과 함께 끓여서 부드러운 맛을 내기도 했을 것이다. ●예부터 가족과 떡국 먹으며 새해 시작 이렇듯 유구한 떡국이 새해를 여는 정월 초하룻날 조상과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제례·명절 음식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설날 아침엔 한복이나 단정한 설빔을 차려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뒤 음식과 술로 음복을 한다. 자녀는 부모와 어른께 세배를 하며 덕담을 듣는다. 때마다 가족이 모여 조상을 받드는 제사 문화가 중국이나 유교에서 전해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본래부터 우리 고유의 것이다. ●개성 부잣집 눈사람 모양 ‘조랭이떡국’ 가래떡은 하룻밤 정도 굳힌 다음에 납작하게 어슷썰기를 해야 바닥에 들러붙지 않는다. 국물은 소의 사골이나 양지머리, 사태를 푹 고아서 내는 게 일반적이다. 양지머리는 건져서 가늘게 손으로 뜯어 고명으로 얹는다. 계란 지단이나 김 가루, 삶은 토란 등을 넣기도 한다. 옛 개성의 부잣집에서는 조랭이떡으로 만든 떡국을 즐겼다. 정성껏 눈사람 모양의 떡을 빚어 만든 고급 떡국이다. 조랭이떡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가래떡보다 낫다. 양반은 한양에 더 많았겠지만 그들은 대체로 치부를 멀리했기 때문에 맑은 국물에 소박한 모양의 떡국을 으뜸으로 여겼다. 옛 실담어에서 떡은 ‘덕흐’(dugha)라고 발음되며 ‘굳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우유가 버터나 치즈로 굳는 것도 그렇게 표현했다. 그래서 우리말에 ‘머리가 떡 지다’라는 말이 아직 남아 있다. ●덕흐→떡, 만한 두흐→만두로 변해 여기서의 ‘떡’을 표준국어대사전은 ‘머리 따위가 한데 뭉쳐서 잘 펴지지 않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떡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말에 흔적을 남겼다. 만두는 ‘만한 두흐’(mahn-duh)라고 했다. ‘밀가루로 껍질(만두피)을 말아서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쌀로 빚은 떡은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오키나와, 규슈 등 주로 쌀농사를 짓던 남방계의 음식이다. 반면 밀가루로 빚은 만두는 근·중동아시아, 몽골, 만주 등 북방계의 먹거리다. 따라서 떡국은 한반도 남부와 중국 남서부, 일본 등지에서 즐겼고 만둣국은 한반도 북부와 중국 북동부에서 먹었다. 두 이질적인 음식이 만나는 지점이 가운데 위치인 서울, 개성 등이었다. 영호남이 고향인 노인들은 설날에 만둣국을 먹지 않았다. 반면 탈북민들은 남한에 와서야 떡국을 처음 봤다고 한다. 아울러 서울에서는 떡과 만두를 모두 넣은 떡만둣국을 즐겼다. 오묘한 음식 문명사가 아닐 수 없다. ●평양식 만두피 두껍고 개성식은 반달형 만둣국은 다진 숙주와 양파, 으깬 두부, 양념한 돼지고기 등을 소로 쓴다. 국물은 국간장이나 멸치 육수 등으로 맑고 심심하게 낸다. 평양식 만두는 주먹만 한 크기에 피가 꽤 두꺼워 두어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모양은 손으로 대충 꾹꾹 눌러 조금 볼품없어 보이지만 고기를 듬뿍 다져 넣은 소가 별미다. 개성식 만두는 크기가 작고 피도 얇으며, 깔끔한 모양의 반달형이다. 만두가 서울에 도착해서는 피가 더욱 얇아지고 작은 만두의 양끝을 이어붙여 다소곳한 모양을 냈다. kkwoon@seoul.co.kr
  • “차례상 주문하면 더 싸요” “돈보다 정성이 먼저지”

    “차례상 주문하면 더 싸요” “돈보다 정성이 먼저지”

    혼자 상 차려야 하는 며느리 “식구가 많지 않아 음식도 남고 인건비 고려하면 훨씬 경제적” 한 달 전부터 장보는 시어머니 “예전보다 몇 개 만들지도 않는데 조상뿐 아니라 가족 건강이 우선” 경기 화성에 사는 김모(37·여)씨는 올해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최근 전문 대행업체에서 주문했다. 그동안은 시어머니와 함께 차례상을 준비했지만 지난해 시어머니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자신에게 차례상 준비 전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식구가 많지 않아 음식이 항상 남는데 20만~30만원 주고 주문하는 게 여러모로 경제적”이라며 “시부모님은 싫다고 하시지만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는 가정도 많은데, 나 혼자 모든 음식을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주부 최모(59)씨는 차례 음식을 대행업체에서 구입하자는 며느리를 나무랐다. 최씨는 한달 전부터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황태포 등 음식 재료를 미리 준비했다. “차례상 음식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는데 업체에 맡기는 게 말이 되나요. 그 사람들이 음식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요. 정성을 다해 음식을 장만해야 조상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건강한 음식을 먹게 되는 건데 말이죠.” 명절 차례상 준비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티격태격하는 게 당장 최근 몇 년간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른 돌발 변수가 나타났다. 대행업체에서 주문하는 것이 직접 음식 재료를 사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 24만 616원·마트 33만 8000원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준비 비용을 전통시장은 24만 616원, 대형마트는 33만 8000원으로 예상했다. 반면 차례 음식 대행업체의 제공 가격은 23만~25만 3000원이다. 부분적으로는 전통시장을 통해 장만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지난해에는 대행업체의 가격이 22만원 선으로 전통시장 구매 비용(20만 7000원)보다 높았다. ●대행업체 가격 23만~25만 3000원 올해 처음 나타난 가격 역전은 최근 발생한 한파와 폭설이 원인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우 등심 가격은 지난해에는 100g에 6707원이었지만 올해에는 8066원으로 20.3%나 뛰었다. 양파는 1㎏에 1324원에서 2567원으로 93.9%가 급등했고, 깐마늘은 1㎏에 6664원에서 1만 44원으로 50.7%가 올랐다. 축산물 및 채소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폭이 크다 보니 전통시장에서의 차례상 마련 비용은 지난해보다 8.7%, 대형마트는 8.0% 상승했다. 반면 대행업체 가격은 5% 정도 인상되는 데 그쳤다. ●한파에 축산물·채소 가격 상승 영향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차례상 대행업체 관계자는 2일 “지난해보다 가격을 4.5% 올렸는데 시장에서 대량으로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싸게 음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설 차례상 주문은 지난달에 마감됐다”며 “60대 이상 노부부나 20~30대 젊은 주부 등 가족이 적은 집들의 구매가 많다”고 전했다. 대행업체에서 구입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벌인 단속에서 차례 음식 대행업체 83곳 중 12곳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위반하거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차례 음식을 주문할 때는 가급적 사는 곳 주변의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설 선물 추천은 우리 농수산물! 가락시장 공식몰 ‘가락24’ 기획전 실시

    설 선물 추천은 우리 농수산물! 가락시장 공식몰 ‘가락24’ 기획전 실시

    민족 대명절 설날에는 친척, 지인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곤 한다. 다양한 설 선물 중에서 실용적이면서도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설날선물 1순위로는 단연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수산물이 꼽힌다. 하지만 바쁜 연초에 직접 시장까지 가서 농수산물을 고르고 구매하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고려해 가락시장 공식 온라인 쇼핑몰 ‘가락24’에서는 품질 좋은 설날 선물을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 선물을 선보이고 있다. 가락24의 ‘2016 병신년 설맞이 선물대전’ 기획전은 설 선물세트를 품목별, 가격대별로 분류해 소비자가 한눈에 살펴보고 비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품목별 선물세트에는 과일 선물세트, 굴비/멸치/김 선물세트, 견과/잡곡 선물세트, 건강가공식품 선물세트 등으로 알차게 구성했다. 국내산과일 선물세트는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워 선물용으로 손색이 없는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준비돼있다. 명품사과, 한라봉, 신고배, 제수과일, 천혜향, 레드향 등 다양한 과일들로 구성돼 선물의 품격을 높인다. 수입산과일 선물세트에는 오렌지, 자몽, 태국산 골드망고, 석류 등이 마련됐으며, 천혜의 자연에서 자연건조하여 정성으로 만든 상주곶감 선물세트와 도라지배즙, 양배추즙, 양파즙이 포함된 건강가공식품 선물세트도 소비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품목별 선물세트 뿐만 아니라, 가격대별 선물세트도 마련됐다. 1만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세트가 준비됐는데, ▲3만원 이하의 선물로는 제주한라봉(3kg), 편생강차(540g) 등이, ▲3~5만원의 가격대에는 사과, 배 혼합 선물세트, 햇 신고배 선물세트(특호) 등, ▲5만원 이상으로는 프리미엄지함 사과선물세트, 상주 곶감 선물세트(6호) 등이있어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걸맞게 다양하게 선택, 주문할 수 있다. 가락24 관계자는 “민족 대명절 설을 맞이해 이번 기획전을 마련했다. 명절 직전인 2월2일까지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은 설날 전에 안전하게 택배로 받으실 수 있으니 설 선물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신선한 우리농산물로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가락24에서는 설선물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5,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실 결제금액 3만원 이상의 상품에 사용이 가능하며, 2월 19일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과 한 알의 다이어트 효과, 과학적 입증 (연구)

    사과 한 알의 다이어트 효과, 과학적 입증 (연구)

    살을 빼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당분함량이 높은 과일도 피해야 한다고 알고 있기 마련인데, 실제로는 사과를 포함한 과일과 채소가 다이어트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미국 하버드의과대학과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합동 연구진은 24년간 미국 성인 12만 4086명을 대상으로 식습관 및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36세의 여성 그룹 ▲평균 연령 48세의 여성 그룹 ▲평균 연령 47세의 남성 그룹 등 총 3그룹으로 12만 여명을 나눈 뒤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 그룹은 평균 4년 동안 체중이 1㎏ 이상 증가했고 여성이 모인 두 그룹은 평균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령과 성별을 구별하지 않고 체중의 변화가 없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플라보노이드’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했다는 점이었다. 플라보노이드란 사과나 배, 토마토, 양파 등 과일과 채소에 다량 함유돼 있는 물질로, 강력한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 결과 평소 플라보노이드 함유량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해 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중년이 되어서도 살이 찔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중년의 성인에게 과체중과 비만은 심장계통 질환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플라보노이드 섭취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심장계통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과일이나 야채에 다량 함유돼 있는 플라보노이드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정상 체중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체중을 감량하는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각기 다른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두루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 과일 몇 조각을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사과나 양파 등은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식품”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이번 연구가 장기간 대규모 실험군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과일과 야채를 먹는 것 만으로 건강한 삶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국의 한 식품전문가는 “과일을 먹는 사람들은 주로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인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즉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그만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습성이 있고 이것이 살이 찌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박나래,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 대체 어땠길래?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박나래,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 대체 어땠길래?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박나래,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 대체 어땠길래? 김풍 박나래 ‘냉장고를 부탁해’ 박나래가 역대급 ‘나래바’ 냉장고를 공개해 화제다. 25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개그우먼 박나래와 장도연이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박나래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셰프들이 대결을 펼쳤다. 이날 박나래 냉장고에는 소주부터 맥주까지 주류로 꽉 채워졌고, 밀폐용기에 미쳐 다 들어가지도 못한 채 닫혀있는 파김치 쪼가리, 유통기간 지난 마가린, 악취를 풍기는 돼지껍데기 등이 등장해 MC 김성주와 셰프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하지만 박나래가 남자들에게 좋은 음식이라며 흑마늘을 주며 시식을 하라고 하자 다들 조용히 먹기 시작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무김치 등 김치 3종 세트가 등장하자 셰프들은 시식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톡쏘는 사이다 맛”이라며 역시 최고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이날 주제는 ‘만취한 이모도 만들 수 있는 안주’로 김풍 작가와 미카엘 셰프가 요리 대결을 벌였다. 김풍 셰프는 들깨가루와 알배추, 골뱅이를 함께 볶은 ‘뱅뱅뱅 볶음’을 선보였고 미카엘 셰프는 새우와 칠리소스, 낙지젓까지 넣은 ‘한잔하새우’를 만들어 보였다. 음식 맛을 본 박나래는 미카엘 셰프의 요리를 두고 “너무 고급져서 손님들에게 내놓기 아까운 맛”이라고 평가했다. 김풍은 “골뱅이와 들깨와 볶는다. 여기서 포인트는 고춧가루로 양념한 양파 겉절이를 곁들이 안주”라며 자신의 음식을 소개했다. 박나래는 ‘뱅뱅뱅 볶음’에 대해 “이건 소주, 소맥에 어울리는 안주다. 배추가 열을 가하면 달아지는데 맛있게 우러나온 배추의 달콤한 맛에 개운한 맛을 더해주는 매콤한 청양고추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며 “양파 겉절이는 밥 반찬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나래는 특히 “목구멍을 타고 내려오는 자극적인 맛”이라며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두 셰프의 대결은 김풍 작가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박나래 김풍은 승리의 세리모니로 클럽을 연상케 하는 댄스타임을 즐겼고, 즉석 부킹시간까지 가져 폭소를 자아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박나래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 대체 무슨 맛?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박나래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 대체 무슨 맛?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박나래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 대체 무슨 맛?김풍 박나래 ‘냉장고를 부탁해’ 박나래가 역대급 ‘나래바’ 냉장고를 공개해 화제다. 25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개그우먼 박나래와 장도연이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박나래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셰프들이 대결을 펼쳤다. 이날 박나래 냉장고에는 소주부터 맥주까지 주류로 꽉 채워졌고, 밀폐용기에 미쳐 다 들어가지도 못한 채 닫혀있는 파김치 쪼가리, 유통기간 지난 마가린, 악취를 풍기는 돼지껍데기 등이 등장해 MC 김성주와 셰프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하지만 박나래가 남자들에게 좋은 음식이라며 흑마늘을 주며 시식을 하라고 하자 다들 조용히 먹기 시작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무김치 등 김치 3종 세트가 등장하자 셰프들은 시식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톡쏘는 사이다 맛”이라며 역시 최고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이날 주제는 ‘만취한 이모도 만들 수 있는 안주’로 김풍 작가와 미카엘 셰프가 요리 대결을 벌였다. 김풍 셰프는 들깨가루와 알배추, 골뱅이를 함께 볶은 ‘뱅뱅뱅 볶음’을 선보였고 미카엘 셰프는 새우와 칠리소스, 낙지젓까지 넣은 ‘한잔하새우’를 만들어 보였다. 음식 맛을 본 박나래는 미카엘 셰프의 요리를 두고 “너무 고급져서 손님들에게 내놓기 아까운 맛”이라고 평가했다. 김풍은 “골뱅이와 들깨와 볶는다. 여기서 포인트는 고춧가루로 양념한 양파 겉절이를 곁들이 안주”라며 자신의 음식을 소개했다. 박나래는 ‘뱅뱅뱅 볶음’에 대해 “이건 소주, 소맥에 어울리는 안주다. 배추가 열을 가하면 달아지는데 맛있게 우러나온 배추의 달콤한 맛에 개운한 맛을 더해주는 매콤한 청양고추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며 “양파 겉절이는 밥 반찬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나래는 특히 “목구멍을 타고 내려오는 자극적인 맛”이라며 “목구멍을 엘보우로 톡 치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두 셰프의 대결은 김풍 작가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박나래 김풍은 승리의 세리모니로 클럽을 연상케 하는 댄스타임을 즐겼고, 즉석 부킹시간까지 가져 폭소를 자아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풀어라! 21조 中企 설자금…설렌다! 코리아그랜드 세일

    풀어라! 21조 中企 설자금…설렌다! 코리아그랜드 세일

    사상 최대 규모인 21조 2000억원이 중소기업 설자금으로 공급된다. 오는 22일부터 농수산물·전통시장을 시작으로 한국 방문의 해 기념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 다음달 말까지 40일 동안 대규모 할인 행사가 이어진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설 민생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설보다 2조원 늘어난 21조 2000억원을 중소기업 설 자금으로 공급하는데, 시중은행 등의 대출 20조원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 1조 2000억원이다. 소상공인에게도 지역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1조 20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한다. 또 공공 부문의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임금 체불에 대한 집중 지도도 함께 한다. 중소기업이 적게 돌려받은 법인세를 정부가 알아서 돌려주고, 부가가치세·관세는 납기를 늘려주기로 했다. 돌려줄 돈은 설 이전에 일찍 주기로 했다. 설을 국내 소비 활성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 민간에 돈을 풀어 1분기 ‘소비절벽’의 우려를 떨치겠다는 계획이다. 설 연휴 2주 전인 22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는 전국 2147개 농·수협과 산림조합 직판장에서 농수산물 설 성수품 및 선물세트를 최고 50% 할인 판매한다. 지난해 설의 최고 할인율은 30%였다. 한우 선물세트는 역대 최대인 7만개를 최고 30% 할인 판매하고, 배추·무·양파·마늘 등의 출하 조절, 비축물량 방출 등으로 ‘식탁 물가’도 안정시키기로 했다. 전국 300여개 전통시장도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그랜드세일을 한다. 전국 221개 직거래장터와 공영 TV홈쇼핑, 인터넷 수협쇼핑 등 온라인몰도 할인 행사에 동참한다. 또 다음달 5일까지는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의 할인율이 기존 5%에서 10%로 높아진다. 특별 할인 판매량은 모두 700억원어치다. 정부는 올해 설 온누리상품권 판매량 목표를 1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 늘렸다. 정부는 설 성수품 특별 대책 기간(1월 25일~2월 5일)에 설 성수품을 평소 대비 최대 3.3배 공급하고, 매일 물가 조사를 하기로 했다. 또 설 소비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외국인을 대상으로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연달아 실시한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

    황태 해장국에는 한국인의 지혜가 듬뿍 담겼다. 황태로 말리기 전의 명태는 본래 흔한 어종이고, 살 맛도 퍽퍽하기 때문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가축 사료로 썼을 뿐이다. 사실 우리도 1970년대 이전엔 어선 정박장에 마구잡이로 깔린 명태를 사람들이 질겅질겅 밟고 가던 모습을 옛 사진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 천대받던 명태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면서 고단백질의 해장 식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런데 동해의 명태가 지금은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제 식구가 못되게 군 탓인지 순박한 명태가 결국 ‘가출’을 해서 몇 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명태는 서민과 친숙… 명칭 20여가지로 불려 명태는 서민들에게 친숙한 생선이어서 이름도 20여 가지나 된다. 살집이 있는 생태, 바로 얼린 동태, 딱딱하게 마르면 북어, 먹음직스럽게 말리면 황태다. 이 밖에도 백태, 망태, 먹태, 추태, 춘태 등이 있다. 북어는 동해의 차가운 해풍에 바싹 말린 것이다. ●얼었다 녹기 2~3개월 반복… 살 노래져 황태 함경도 원산 지역에선 밤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뚝 떨어졌다가 낮엔 눈부신 겨울 햇살이 차가운 물기를 말렸다. 이곳의 북어가 한겨울 두서너 달 동안 밤낮으로 꽁꽁 얼었다가 눅눅해지면서 살이 노랗게 변하고 포실포실해지더니 황태라는 별칭을 얻은 것이다.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원산과 비슷한 곳이 강원도 인제·평창이었다. 해안가는 아니지만 깊은 산의 골을 끼고 있어서 더 혹한의 조건이었다. ●건조 과정서 아미노산 성분 24배나 많아져 북어나 황태는 마르면서 생태보다 오히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급증한다. 단백질은 4배 증가하고, 아미노산의 경우 24배 이상 많아진다. 특히 아미노산 가운데 간 해독과 면역력에 좋은 메티오닌, 타우린, 아스파라긴 등이 황태 또는 북어 해장국을 탄생시켰다. 덕장에서 말리는 과정에서 북어의 단백질 구조가 깨지며 우리 몸에 좋은 체액이 나오기 때문이다. ●외국 해장 식품은 속에 자극 주는 토마토·식초 황태 해장국은 황태 채와 무를 들기름으로 살살 볶은 뒤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육수가 우러나게 하면 맛있다.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을 위해 불 끄기 직전에 넣고 새우젓, 파, 마늘 등으로 간을 한다. 각종 채소와 버섯, 두부 등을 넣어도 좋다. 북어 대가리와 무 등으로 미리 육수를 만들기도 한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 맛에 밤사이 지친 속이 편안해진다. 외국에서 공통적으로 꼽는 해장 식재료는 토마토와 식초다. 토마토는 수분과 비타민 함량이 풍부하다. 음주 후 갈증에는 수분 보충이 필요하고, 비타민은 피로 회복에 좋다. 하지만 비타민에 의한 피로 회복은 당장 필요한 알코올 분해와 간 보호 이후의 문제다. 미국에선 핫소스를 뿌린 피자와 햄버거 또는 꿀물로 해장을 한다. 피자와 햄버거엔 토마토가 들어간다. 소금, 후추, 식초, 브랜디 등을 섞은 해장술인 ‘프레디 오이스터’를 먹기도 한다. 그리스에서는 시큼한 레몬주스에 커피 원두를 갈아 먹는다. 프랑스도 양파 수프인 ‘아루아뇽’으로 속을 달랜다. 자극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속을 푸는 게 아니라 불편한 속에 더 자극을 주는 것뿐이라고 본다. 그들 주변에 우리 해장국의 식재료가 없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재료를 하찮다고 여긴 탓인지 어떤 절박함이 부족한 것인지, 그들은 몸에 좋고 맛있는 해장국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 옛 어머니들의 지혜에 오로지 감사할 뿐이다. kkwoon@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6) 봄날의 문무대, 그 겨울의 병영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6) 봄날의 문무대, 그 겨울의 병영

    중대 막사 지붕에 흰 눈이 쌓였다. 달빛이 하얀 눈에 반사되어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밤이었다. 멀건 육개장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침상에 쪼그려 TV를 보던 중 어디선가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뒤편에 집합하라는 고참의 명령. 다섯 명의 입대 동기들은 부리나케 맨발로 뛰어나가 부동자세로 정렬했다.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5분쯤 지났을까? 술에 불콰해진 고참병 둘이 나타나 “솔직히 말하라, 고향 생각이 나느냐”고 엉뚱하게 물었다. 고향 생각, 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간절한 긴긴 겨울밤이었다. 이구동성 “네”라고 대답했다. 순간 여기저기서 무섭게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등병들이 군기가 빠져 군대 와서 집 생각하고 있다니, 고향 생각 나지 않게 해 주겠다”는 고함과 함께 발길질이 계속되었다.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어디서 들은 대로 다치지 않게 요령껏 맞는답시고 모두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에 바빴다. 잠시 뒤 다른 선임병이 부드럽게 물었다. “고향 생각이 나느냐“는 똑같은 질문이다. 어, 누구를 바보로 아나. “아닙니다”고 악에 받쳐 대답하자 다시 주먹이 날아들었다. ‘군기가 빠져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등병이 벌써부터 군기가 빠져 거짓말을 하면 이 나라 이 강산은 누가 지키느냐’는 훈계와 함께 구타는 한 시간가량 계속되다 끝났다. 세면장에 가서 터진 입술을 씻고 침상에 누우니 어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어린다.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기 시작했다. 입대 동기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보니 그 또한 울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지금의 군대가 아니다. 80년대 어느 겨울밤 내가 경험한 군대 풍경이다. 80년대는 군인의 시대였다. 1979년 12·12로 권력을 틀어쥔 군사 정권의 영향으로 군인들의 힘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불만을 갖거나 반발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던 험악했던 시절, 군대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가혹한 통과의례였다. 휴머니즘을 포기한 지긋지긋한 내무반 생활,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친절한 구타 등등…. 군 시절을 되새기면 떠오르는 우울한 기억들이다. 그래서 군은 이 땅의 중년에게 젊은 날의 상처쯤으로 존재한다. 군대 이전의 군대도 있었다. 문무대다. 봄은 문무대와 함께 왔다. 입학한 지 한 달, 라일락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이면 신입생들은 성남에 있는 학생중앙군사학교, 즉 문무대로 5박 6일 병영집체 훈련을 가야 했다. 우리는 그저 간단하게 남한산성 간다고들 했다. 그리고 남한산성이란 말이 육군형무소를 상징하는 무서운 의미가 있다는 것은 훗날 입대해서 알았다. “남한산성 한 번 가면 그뿐이야.” 걸핏하면 야전삽 자루로 우리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고참병을 통해 그 말의 무시무시한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서슬이 퍼렇던 시대였지만 젊은 문무대는 늘 시끄러웠다. 군사훈련을 거부하며 시위하는 일이 발생하면 주동 학생에게는 어김없이 강제 조기징집의 보복이 따랐다. 문무대 입소가 남학생에게는 무서움과 혐오의 대상이지만 여학생들에게는 일주일 휴강이라는 큰 떡을 안기게 된다. 문무대 입소에는 사연도 많다. 같은 과 여학생들은 저마다 맘에 드는 남학생에게 선물을 안기기도 하고 입소 중간에 하루 있는 면회를 이용해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입소 전 여학생에게 받은 초콜릿과 담배의 양으로 인기를 가늠하던 시절이었다. 어떤 과는 아예 추첨을 통해 남학생과 여학생 간에 파트너를 정해 위문품을 들고 면회를 가게 하기도 했다. 남학생들만 득실대는 공대생들이 가장 서럽다는 때가 바로 문무대 입소 시절이었다. 단순 면회 목적의 짝짓기도 때로는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른바 문무대 커플이란 말까지 등장한 시절이 80년대다. 군 생활은 힘들었다. 1990년 보안사 윤석양 이병과 보병 제9사단 이지문 중위의 양심선언에서 드러나듯 80년대 군대는 암흑의 시기였다. 인권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중대장 앞에서 여당 표를 찍었다. 지금의 민주화 시대에는 감히 상상조차 힘든 풍경쯤 된다. 그 시절 군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신의 아들 대 어둠의 자식들’ 논쟁이다. 백 있고 돈 있는 집의 아들들은 군을 빠지거나 면제받았다는 소문이 흉흉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결혼 초 아내에게 많이 들은 말 중의 하나는 “왜 자기만 현역이냐”는 것이었다. 아내 친구의 잘난(?) 남편들은 현역 출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대장 위에 병장이다’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래서 지금도 청문회나 하마평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의 병역 편법을 들을라치면 화가 뻗치게 된다. 큰 국제경기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앞장서 부자 프로스포츠 선수에게까지 병역혜택을 남발하고 엄청난 포상금을 안긴다.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으므로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힘들게 군대생활을 한 지금의 중년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된다. 군대가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만 가는 곳처럼 인식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두고 아내는 병장 콤플렉스가 아니냐고 놀린다. 백사(白蛇)를 뽀얗게 고와 중대장에게 상납한 덕에 GP(감시초소)에서도 매달 휴가를 나왔다는 선배가 실은 동사무소 방위병을 일컫는 ‘똥방위’ 출신임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 주말마다 외출증 끊어 이대 앞을 주름잡았다는, 부모를 잘 둔 신의 아들이 들려주는 허풍에 기죽었던 기억들이 여전히 긍정적인 군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 병영 풍경은 중년에게는 씁쓸달콤한 기억으로 살아 있는 생물이다. 여친이 왔다는 전갈에 속눈썹이 휘날리도록 위병소로 뛰었던 기억, 들기름에 잰 고추장에 찍어 먹던 양파의 매서운 맛 등등은 갈수록 새록새록하다. 가끔 술자리에서 들려지는 선후배들의 신산했던 군대 얘기는 일순간 좌중을 숙연케 한다. 그런 밤 귀갓길 생각나는 옛 노래가 있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 상처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나….” ‘전선을 간다’라는 애창 군가다. 논산훈련소 30연대 훈련병 시절엔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지만’의 ‘진짜 사나이’를 줄곧 불렀지만 너무 직설적어서 세련미가 떨어진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우리는 이제 군 내무반이 등장하는 TV광고를 바라보며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소주잔을 들이켜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기성세대가 됐다. 그리고 그때의 군번은 아내 몰래 꼬불쳐 둔 통장의 비밀번호로 사랑받는다. 많이 힘들었고, 그래서 결혼해도 아들만은 절대로 낳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시절, 그래도 가끔 돌이켜 보면 소중한 추억으로 살아 있다. 그래서 처절하고 쓰라렸던 그 시절도 문득문득 토첼리의 세레나데처럼 ‘우리 기쁜 젊은 날’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새해다. 그 겨울 폭설 속에 행군하며 부르던 군가가 문득 생각난다.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이 고지 저 능선에 / 쏟아지는 별빛은 어머님의 고운 눈길.’ ‘사나이 한목숨’이다. 둥근 보름달이 터질 듯이 환하던 그 밤 ‘어머님의 고운 눈길’을 부르면서 우리 모두는 목이 메었다. 그리고 그날의 꽃다운 청춘들도 이제는 늙었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l.com
  • 실종된 눈·얼음 축제, 웃자란 농작물… ‘철없는 날씨’에 속탄다

    실종된 눈·얼음 축제, 웃자란 농작물… ‘철없는 날씨’에 속탄다

    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축제장과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자치단체와 농민들에 따르면 예년 평균보다 2~6도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눈·얼음 테마 겨울축제들이 속속 취소되고 웃자람과 병충해로 겨울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울상을 짓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올겨울에 한반도에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당장 겨울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면서 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겨울철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예정했던 ‘원조 겨울축제’인 강원 인제군 빙어축제는 지난겨울 가뭄으로 취소한 데 이어 올겨울에는 포근한 날씨에 발목 잡혀 2년째 축제를 접었다. 강원 홍천군의 홍천강 꽁꽁축제를 비롯해 경기 가평군의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 전북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는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다. 3년 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던 자라섬축제는 오는 9일부터 열 예정이었지만 얼음 두께가 2㎝에 불과해 관광객 안전을 우려해 취소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두 번째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얼음낚시를 즐기려면 얼음 두께가 적어도 20㎝ 이상 돼야 한다. 평창 송어축제는 지난달 18일 예정대로 개막했지만 축제의 핵심인 얼음 낚시터는 얼음이 얼지 않아 31일 간신히 개장했다. 경북 안동 암산얼음축제는 안전 점검을 거쳐 축제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을 곧 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열려던 강화도 빙어축제도 잠정 연기했다. 경남 대표 얼음축제인 금원산 얼음축제는 개최를 보름가량 미루다 지난달 30일에야 개막했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무늬만 얼음축제가 됐다. 지난달 2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문을 여는 대구 비슬산 얼음축제도 얼음조각을 비롯한 조형물은 볼 수 없고 눈썰매장만 있는 반쪽짜리 축제가 됐다. 충북 영동군은 높이 40∼100m, 폭 200여m의 거대한 인공빙벽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하고 빙벽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오는 24일 예정된 국제빙벽대회를 취소했다. 그나마 국내 대표 겨울축제로 오는 9일 개막하는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는 현재 15㎝ 이상 얼음이 얼어 당장 축제를 여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포근한 날씨 속에 안전을 위해 얼음낚시 구멍을 기존 2m 간격에서 4m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최전방 산골마을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라도 겨울축제를 끝까지 열어 관광객들에게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심어 주겠다”고 말했다. 겨울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 가고 있다. 파종한 마늘이 웃자라고 양파의 생육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가을에 파종한 보리도 웃자라고 노균병과 고자리파리와 같은 병해충도 늘었다. 비까지 자주 내려 토양에 습기가 많다 보니 뿌리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과 군위 등에서는 보리가 무성하게 자라 벌써 꽃이 피는 기현상이 생겼다. 광주·전남지역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비가 자주 내려 일부 겨울 작물이 습해를 당했다. 습해가 가장 심한 작물은 지난해 11월 중순 출하를 시작한 시금치다. 광주·전남지역 시금치 최대 생산지인 신안에서는 전체 재배량 절반이 뿌리썩음병에 걸려 농민들이 울상이다. 신안군의 피해 신고 결과는 시금치를 재배하는 1571가구 가운데 1100농가(70%)가 피해를 봤다.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한 피해 규모는 1057㏊ 가운데 783㏊(74.1%)다. 버섯과 곶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 표고버섯 노지 재배지인 전남 장흥은 470여 농가 가운데 70% 정도가 습해를 당해 수확을 못 했다. 표고버섯 재배 농가는 내년 봄 원목의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아예 못 쓰게 되는 2차 피해도 우려한다. 감 주산지인 전남 장성·광양·구례, 전북 완주 등에서는 곶감을 말리면서 꼭지가 빠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인천 강화군은 총채벌레 개체 수의 증가 여부를 주시한다. 겨울이 따듯하면 총채벌레 개체 수가 늘어나 이듬해 고추 생육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벌레는 주로 고추나 토마토의 즙을 빨아 먹으며 황화잎말림병 등을 일으킨다. 김철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사는 “이상 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철저한 배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가평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전북도,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도입

    전북도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시범 도입한다. 5일 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시범적으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 찾는 농촌’을 실현하기 위해 ‘삼락농정’(三樂農政)을 추진하는 전북도의 특수 시책이다. 농산물 최저 가격제는 농산물의 도매시장 가격이 생산비와 유통비용을 합한 것보다 낮으면 차액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농민들이 안심하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만큼 아직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최저가격을 보장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16개 농어민 단체를 중심으로 구성한 ‘삼락농정위원회’에서 결론을 도출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3월부터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전담팀을 구성해 시행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 관련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다. 최저 가격 보장 대상은 가격 변동폭이 큰 배추, 무, 양파, 마늘, 대파 등 가운데 2개 품목을 정해 2018년까지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확대하기로 했다. 강승구 전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은 “최저가격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농산물 가격 폭락 사태가 발생해도 전북의 농민들은 제 값을 받을 수 있어 가계도 안정되고 더 좋은 농산물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가는 해, 오는 해… 함께라서 좋은 선율

    2015년을 아름다운 선율로 마무리하는 송년음악회와 제야음악회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은평구는 30일 오후 7시 30분에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은평청소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송년음악회를 연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지정된 ‘문화가 있는 날’이기도 한 이날, 은평구는 지역에 기반을 둔 예술단체를 초청해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은평청소년오케스트라는 2003년 화합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창단한 단체로, 청소년 단원들에게는 연주할 무대를 주고 지역사회에는 음악으로 봉사하는 활동을 해 왔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으로 시작되는 음악회는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히사이시 조), 25현 가야금 협연(편곡 박위철·연주 정재희), ‘못 잊어’(김소월 시·하대웅 곡) 등 클래식, 영화음악, 전통음악, 가곡 등을 총망라해 선사한다. 무료. (02)351-6528. 강동구는 31일 오후 10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2015 GAC 제야 음악회’를 개최한다. 2012년부터 이어 온 강동의 제야음악회는 클래식과 뮤지컬, 대중음악을 모두 즐기는 시간이다. 김영준이 지휘하는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소프라노 유성녀, 팝페라 테너 박완, 가수 양파와 남성 듀오 옴므(2AM 창민·에이트 이현) 등이 출연해 제야의 밤을 장식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센터 야외마당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맞이 이벤트도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3만~5만원. (02)440-0500. 광진구는 31일 오후 10시 30분부터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이은하 송년 야(夜) 콘서트’를 연다. 광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 공연에서는 1970~80년대를 풍미한 ‘슈퍼 디바’ 이은하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날 무대에는 성악가 권순동, 플루트 연주자 최소녀도 함께한다. 무료. (02)2049-470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하늘에 가득찬 메뚜기…성경 속 대재앙 전조?

    하늘에 가득찬 메뚜기…성경 속 대재앙 전조?

    대규모 메뚜기떼가 나타나 아르헨티나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투쿠만 현지 언론은 25일(현지시간) 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메뚜기떼가 농민을 조롱하듯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농작물을 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가 언론에 제보한 사진을 보면 떼지어 몰려 다니는 메뚜기는 웬만한 새만큼 덩치가 크다. 투쿠만 농업회의 회장 호세 이그나시오는 "이렇게 큰 메뚜기떼가 나타난 건 30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메뚜기떼가 지나간 곳마다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그나시오 회장은 "메뚜기떼의 공격을 받은 곳이 워낙 많아 아직은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순식간에 밭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재해당국만 바라보고 있지만 당국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재해당국은 "메뚜기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번식해 떼지어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동하는 지역의 범위가 넓어 당장은 대책을 세우기도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지 농업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뚜기는 작을 때 잡아야 큰 무리를 짓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다 자란 메뚜기가 떼를 지어 공격을 하면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 한 농민은 "당국이 메뚜기를 잡지 못한 건 분명 직무유기"라면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자이언트 메뚜기떼의 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지방 산티아고델에스테로에서도 메뚜기떼가 밭 1500ha를 휩쓴 피해를 입혔다. 당시 메뚜기떼는 폭 10km, 길이 5km의 규모로 하늘을 덮고 양파, 당근 등을 키우는 밭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현지 언론은 "성경에 등장하는 메뚜기떼의 재앙을 떠올리는 농민이 많다"면서 "메뚜기떼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가세타 임석훈 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바다의 우유’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다의 우유’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다의 우유’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굴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가장 맛있다. 지방을 비축 에너지로 쓰는 육상동물과 달리 굴은 당류인 글리코겐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보통 수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에너지 비축이 활발해져 굴의 맛이 좋아진다. 갓 한 김장김치에 굴을 넣어 수육과 함께 싸 먹는 굴보쌈은 친근한 요리다. 젓갈로 삭히거나 탕, 전으로도 해 먹는다. 한국 요리에는 껍데기를 제거한 알굴이 많이 쓰인다. 얼마 전부터 껍데기를 한쪽만 벗긴 ‘하프셀’ 각굴이 인기다. 유럽과 일본, 북미에서 선호한다. 최근에는 중국이 ‘굴 블랙홀’로 등장했다. 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각굴 4만 5000t 가운데 절반을 중국이 소비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겨울철 굴과 와인 등을 곁들인 오이스터바를 운영하는 호텔과 양식당이 늘면서 굴을 고급요리로 여기는 분위기다. 스테이크하우스 붓처스컷은 4년째 12월 초에서 1월 초에 이르는 한 달간 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방식으로 양식한 오솔레 오이스터가 대표 메뉴다. 서해안 태안 갯벌에서 자란 오솔레 오이스터는 줄에 여러 개의 굴을 매달아 기르는 수하식 양식이 아닌 망에 하나씩 따로 넣어 기르는 개체굴 방식으로 양식된다. 밀물 때에는 바닷물에 잠겨 있고 썰물 때 햇볕에 노출되기 때문에 탄탄한 식감과 감칠맛이 좋다. 항상 물에 잠겨 있는 수화식 굴은 육질이 연하고 특유의 바다향이 특징이다. 오솔레 오이스터의 크기는 성인 여성 손바닥만 한 20㎝로 붓처스컷이 선보이는 통영 각굴(12~13㎝)보다 크다. 개당 가격도 오솔레(5000원)가 통영 굴(2000원)의 2배가 넘는다. 오솔레는 수확량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국내에서는 부처스컷이 가장 많은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 “굴 맛은 신선함이 99%를 좌우합니다. 나머지 재료는 거들 뿐이에요”라고 박형주 붓처스컷 청담점 셰프는 강조했다. 초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굴 본연의 향을 즐기기 어렵다. 식초 드레싱이 최고의 조연이다. 레몬즙으로 비린 맛만 살짝 잡아도 된다. 샤도네이 비니거(화이트와인 식초)는 신맛이 덜 하고 단맛이 약간 돌아 굴과 잘 어울린다. 집에서는 사과식초를 써도 된다. 박 셰프의 추천 드레싱은 이렇다. “식초 두 큰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한 큰술, 다진 양파와 다진 샐러리 각 한 큰술을 섞어 굴에 얹어 드시면 됩니다. 굴의 짠맛이 있으니 소금은 넣지 마세요. 심심하다 싶으면 케첩과 핫소스를 약간 섞은 칵테일소스를 따로 만들어 내어도 좋아요.” 굴 튀김 색깔이 독특하다. 직접 만든 먹물빵가루와 새우살을 말려 곱게 간 칩을 빵가루에 섞어 튀김옷을 입혔다. 보통 해산물 튀김에는 시고 단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이지만 붓처스컷은 앤초비딥을 내놓는다. 앤초비(서양식 멸치젓), 마요네즈, 파프리카파우더를 넣어 굴 맛을 최대한 돋보이게 했다. 삼성점과 청담점에서는 다음달 10일까지 통영 갓굴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오이스터바가 열린다. 가격은 4만 5000원이다. 매년 예약해 찾아오는 굴 마니아가 대부분이다. “며칠 전 한 커플이 와서 3시간 동안 7㎏을 드시더라고요. 지난해엔 20㎏ 넘게 드신 손님도 있었어요.” 타우린, 아연, 철분, 요오드가 많은 굴은 피로회복과 빈혈 예방에 좋은 강장식품이다.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배 타는 어부의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굴은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굴은 산란기(5~8월)에 독소가 있어 먹지 않는 게 좋다. 좋은 굴은 유백색의 광택을 띤다. 살이 통통하고 만졌을 때 촉감이 약간 오돌토돌한 느낌이 있다. 신선한 굴은 향기가 진하고 가장자리 검은 테두리가 선명하다. 오래된 굴은 흐물흐물하며 비위를 거슬리는 냄새가 난다. 허 연구관은 “겨울이 굴 제철이긴 하지만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노약자나 환자는 굴을 익혀 먹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부고]

    ●원성환(전 삼성물산 고문)씨 별세 세웅(헨켈홈케어코리아 근무)씨 부친상 성봉(SK네트웍스 재무실장)씨 형님상 2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9일 오전 9시 (02)2227-7594 ●박붕배(전 서울교대 교수)씨 부인상 종하(뉴질랜드 거주)종범(자영업)선주(신광여중 교사)씨 모친상 유혜숙(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차장)씨 시모상 유승일(전 한진 부장)윤상일(전 국회의원)김회주(태양파크부동산 대표)최종식(KT 부장)씨 장모상 2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 (02)3010-2232 ●최광식(한국가스공사 이사회 의장)씨 모친상 2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 30분 (02)3410-3151 ●조상미(서울 용산보건소 근무)상기(사업)씨 모친상 임상희(한국경제TV 뉴미디어본부장)정덕수(사업)현오남(사업)씨 장모상 26일 경북 구미장례식장, 발인 29일 오전 8시 (054)443-5445 ●안봉주(전북일보 부국장)씨 부친상 김기수(농촌진흥청 팀장)최철훈(전 포스코 개발부장)송기선(사업)씨 장인상 한은경(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처장)씨 시부상 26일 전북대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63)250-2441 ●손근찬(을지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씨 별세 명준(현대캐피탈 지점장)명현(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씨 부친상 김동희(성신여대 간호대학 교수)씨 시부상 2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50 ●한승수(한국가스공사 경영관리처장)씨 부친상 27일 서울 원자력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02)970-1550 ●이정열(전 한국은행 부총재)씨 별세 재창(전 대신투자신탁 사장)재형(건국대 겸임교수)씨 부친상 손창조(코잇 대표이사)김진(아산CM충무의원 원장)씨 장인상 이지연(세브란스병원 외과 의사)씨 조부상 2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9일 오전 5시 (02)2227-7500 ●강진완(전 서울반포세무서장)씨 별세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5시 (02)3010-2295
  • 우유 먹으면 살 찐다? 웹진 ‘스쿨밀크’서 우유에 대한 오해 푼다!

    우유 먹으면 살 찐다? 웹진 ‘스쿨밀크’서 우유에 대한 오해 푼다!

    흔히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말한다. 성장과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칼슘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A, 필수아미노산, 무기질 등 신체에 꼭 필요한 여러가지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건강을 지켜주며,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유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어 평소 우유를 먹지 않거나, 감기나 피로 해소 등 우유의 다양한 효능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것. 이에 낙농진흥회에서는 웹진 ‘스쿨밀크’ 겨울호를 통해 우유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 12월에 출간된 ‘스쿨밀크’ 겨울호는 ‘겨울, 우유를 만나다 그동안 몰랐던 특별한 우유!’와 ‘알쏭달쏭 우유의 진실, 이제 확실하게 알아두자!’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우유 정보를 소개한다. ‘겨울, 우유를 만나다 그동안 몰랐던 특별한 우유!’에서는 우유와 양파, 마늘, 생강 등의 만남으로 겨울철 감기를 예방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C, 유화아릴 성분이 포함된 양파를 잘게 다진 후 우유에 넣고 끓이면 감기 치료에 효과적인 양파우유가 완성된다. 이와 더불어 세계 10대 슈퍼푸드인 마늘을 이용한 마늘우유, 인삼을 넣은 인삼우유 등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알쏭달쏭 우유의 진실, 이제 확실하게 알아두자!’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우유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우유가 아니다 ▲우유가 항생제 덩어리? NO! ▲우유가 비만의 원인? 다이어트에 효과! 등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며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진실을 알려준다. 낙농진흥회 ‘스쿨밀크’ 관계자는 “우유는 성장기 자녀를 비롯해 임산부나 폐경기 여성, 노인 등 남녀노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식품”이라며 “웹진 ‘스쿨밀크’는 우유를 보다 건강하고 똑똑하게 섭취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웹진 ‘스쿨밀크’는 공식 홈페이지(www.ilovemilk.or.kr) 또는 낙농진흥회 홈페이지(www.dairy.or.kr)에 접속해 열람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불량 양파·고추 유통 ‘엇갈린 판결’

    조리되지 않은 양파와 건고추는 농산물일까 아니면 식품일까. 상한 중국산 양파와 건고추를 수입해 판매하다가 적발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전 간부에 대한 법원의 1, 2심 판단이 엇갈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 한영환)는 21일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간부 조모(48)씨와 송모(61)씨의 항소심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조씨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송씨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11년 2월 중국산 양파 1000t 중 일부가 냉해, 곰팡이 등으로 부패한 사실을 알고도 753t을 들여와 이 중 480t을 농협공판장과 농산물 유통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년 9월 말, 10월 초에 중국산 건고추 240t이 곰팡이 등이 묻은 불량 식품인 것을 알면서도 시중에 유통하기도 했다. 식품위생법은 누구든지 판매를 목적으로 식품을 제조, 가공, 운반 등을 할 때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수입, 판매한 양파, 건고추가 ‘식품’이 아니라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식품별 규격과 제조, 가공, 보관 방법 등에 관한 기준 등을 명시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공전) 고시에 양파, 건고추는 ‘식품 원재료’로 분류돼 있고, 농수산물품질관리법상 ‘농산물’일 뿐 그 자체가 식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식품 원재료라 해도 직접 섭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법률상) 식품에는 자연 식품과 가공·조리된 식품이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엥? 이렇게 심한 욕설이…황당하고도 우스운 세계의 욕

    엥? 이렇게 심한 욕설이…황당하고도 우스운 세계의 욕

    어떤 국가의 언어를 학습하든지 가장 빨리 습득하게 되는 것은 그 나라의 비속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때로 욕설은 그 나라만의 정서와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해 주기도 한다. 최근 영국 항공사 ‘저스트 더 플라이트’(Just The Flight)는 세계 각국 욕설 중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황당하거나 우습게 들릴 수 있는 표현들을 골라 소개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옮겨 보았다. 다만 이들 표현은 현지인들에게 상당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스페인“Eres tan feo que hiciste llorar a una cebolla”‘넌 너무 못생겨서 양파가 너를 보고 울겠다’는 의미.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 양파가 도리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용모가 추하다는 뜻을 담는다. 프랑스“Parler français comme une vache espagnole”‘스페인 소(牛)가 프랑스어를 하는 것 같다’는 말로, 프랑스어 실력이 충분치 못한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다. 불가리아“Grozna si kato salata”대부분의 국가에서 ‘샐러드’는 그저 음식이름일 뿐이겠지만 불가리아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 표현은 ‘샐러드처럼 못생겼다’는 뜻을 가진다. 아르메니아“Eshoon noor oodel chi vayeler”‘멍청한 녀석이 석류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란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행동이 서투른 사람들을 모욕하는데 사용된다. 스웨덴“Gå och dra något gammalt över dig”‘가서 오래된 물건 밑에 숨어라’는 뜻으로,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허름한 물건을 뒤집어써서 지금의 멍청한 모습을 더욱 강조하라는 의미를 담는다. 소말리아“Futaada u sheeg”‘네 엉덩이에나 대고 그런 말을 하라’는 말이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하는 욕설이다. 러시아“Хоть кол на голове теши”‘저 사람 머리는 도끼날 가는데 써도 되겠다’는 의미로, 고집이 매우 강한 사람을 비난하는 표현이다. 중국“二百五”‘205’처럼 보이지만 중국어식 숫자표기상 ‘250’이란 의미로 우리말의 ‘푼수’ 혹은 ‘바보’와 유사하게 사용된다. 어원에 관련해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과거 중국에서 은전 500개를 하나의 단위로 삼았던 것에 기인한다는 설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은전 500개는 ‘일량’(一封), 250개는 ‘반량’(半封)으로 불렀는데, 이 때 ‘반량’의 발음이 ‘반쯤 실성한 자’라는 의미의 ‘반풍’(半疯)과 동일해 '250'이 바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영국“A face like a bag full of spanners”‘스패너로 가득 찬 가방 같은 얼굴’이라는 의미로, 안에 도구가 가득 차 울퉁불퉁해진 가방의 모습을 얼굴에 빗대어 모욕하는 표현이다. 아일랜드“As thick as manure and only half as useful”‘가축 대변만큼이나 우둔하지만(thick) 쓸모는 그 절반’이라는 의미다. Thick이라는 영단어에 ‘뻑뻑한’, ‘질척한’이라는 의미와 함께 ‘우둔한’, ‘미련한’이라는 뜻도 함께 포함된다는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에 해당한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국민 피서지에서 국내외 예술가 전시장으로

    안양은 물론 수도권에서 사는 40대 이후 장년층은 안양유원지에 대한 향수가 있다. 1969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안양유원지는 당시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피서지였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까닭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유원지 주변에는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던 포도밭이 즐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안겨 주기도 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그 빛을 잃었으나 안양시의 야심작인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놀라운 변신을 거듭했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예술작품 52점이 설치되고 안양예술공원이란 명칭도 얻었다. 네덜란드 건축가그룹 멤알디비가 유원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망대(높이 28.4m)와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비토 아콘치(65)가 구상한 수목원 정문 앞 주차장 ‘나무 위의 선형 건물’ 등이 명물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포르투갈의 대표 건축가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이나 1970년대 장마 때 산에서 개울로 굴러떨어진 커다란 낙석 위에 자리를 잡은 분수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호노레도), 산속에 거울기둥을 세워 매트릭스 같은 공간을 연출한 ‘거울 미로’ 등도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 ‘사라져 가는 문자들의 정원’(배영환), ‘안양메모리 타워’(정충모), ‘달-삭망월’(이광호), ‘그림자 호수’(박윤영) 등도 눈길을 끈다. 공원 주변에는 국내 최고의 건축 전문 박물관인 김중업박물관과 안양사·염불암 등 전통사찰, 중초사지 당산지주·석수동 마애종·안양사 귀부·중초사지 삼층석탑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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