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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품고 웰빙 담고… 지역색 녹아든 한잔

    전통 품고 웰빙 담고… 지역색 녹아든 한잔

    겨울에는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에 가면 산천어 생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12 우리술 품평회’ 생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산천어 생막걸리를 맛보기는 힘들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탄산이 일품이며 젊은 여성들을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전국 유통망을 갖추지 못해서다. 우리 전통 술 가운데 가장 오래된 막걸리가 와인, 사케 등 다른 나라의 전통 술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자긍심을 갖고 자신만의 제조법으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굳건히 버티고 있고, 이들을 전국 단위로 유통하거나 알리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전국 825개 양조장… 종류만 1500개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올 1월부터 지역 막걸리 4종을 전국 142개 매장에서 팔고 있다. 맛과 품질이 뛰어난데 전국 유통망이 없어 소외되는 지역 막걸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김홍석 주류 바이어(차장)는 6개월간 100여개 제조장과 제조장 인근 슈퍼, 식당 등을 방문해 이들을 추렸다.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의 백련 생막걸리, 경기 화성 배혜정도가의 호랑이 생막걸리, 강원 평창 봉평메밀F&B영농법인의 봉평 메밀 막걸리, 전남 담양 담양죽향도가의 대대포 생막걸리다. 맛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전국 단위 판매가 가능할 정도의 생산량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825개 양조장에서 1500여종의 막걸리를 만든다. 이 중 10인 이상 양조장이 50개가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다양한 막걸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김홍석 차장은 “끄집어내지 않으면 그 좋은 술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다”며 막걸리 발굴에 나선 까닭을 설명했다. 김 차장은 지방이 많아 당일로 계획한 출장이 1박 2일로 바뀌기도 하지만 마진을 조금 적게 가져가더라도 지역 막걸리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백련잎·메밀·벌꿀… 자연으로 빚다 백련 생막걸리는 1933년부터 3대째 가업을 이어 오고 있는 신평양조장에서 만들었다.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뽑혔고 ‘2015 우리술 품평회’ 생막걸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발효 과정에 백련잎을 첨가해 막걸리의 텁텁한 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낸다. 호랑이 생막걸리는 전통주의 대가 국순당 창업주인 고 배상면 회장의 장녀 배혜정 대표가 빚은 술이다. 전통주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아 합성 감미료를 넣지 않았다. 발효기술 제어를 통해 유통 기한을 통상적인 막걸리의 2배(60일)로 늘렸다. 봉평 메밀 막걸리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강원 평창의 봉평 메밀과 해발 650m 청정 지역의 지하 암반수를 활용해 만든 술이다. 메밀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칼로리를 낮추고 소화를 도왔다. 대대포 생막걸리는 담양의 유기농 쌀과 토종 벌꿀을 자연 발효시켜 빚었다.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쓰지 않고 담양 생대나무잎, 한약재 노근 등을 첨가해 숙성시켰다. 벌꿀로 텁텁한 감을 없앴다.●문화재 된 지평주조장·덕산양조장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 중에는 문화재도 있다. 경기 양평 지평주조의 양조장은 등록문화재 제594호다. 한식 목조 건축물 구조가 바탕이고 여기에 일식 목조 건축물 구조를 더했다. 당시 막걸리 생산 공장으로서 기능적 특성을 건축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충북 진천의 덕산양조장도 등록문화재 제58호다. 이곳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 ‘할아버지의 금고’ 편의 배경이기도 한다. 두 건물은 환기를 위해 높은 창을 두고, 보온을 위해 벽체와 천장에 왕겨를 채운 특징을 갖고 있다. 지평 생막걸리는 김기환 사장이 4대째, 덕산 생막걸리는 이규행 사장이 3대째 가업을 유지하고 있다. 1925년 지어진 지평 양조장이 현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다. 1930년에 지어진 덕산양조장은 백두산의 전나무와 삼나무를 2개월 동안 수로로 운반해서 지었다고 한다. ●쌀로 빚은 금정산성막걸리 ‘민속주 1호’ 오래된 양조장은 우리 술의 고단한 역사도 지켜봤다. 1965년에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막걸리는 밀가루로만 빚어야 했다. 그래도 일부 지역에서는 쌀로 밀주를 빚었다. 1980년 민속주 제도가 생기면서 쌀로 빚은 막걸리가 당당하게 다시 유통되기 시작했다. 당시 민속주 1호가 부산 금정산성토산주가 빚은 금정산성 막걸리다. 해발 400m에 있는 금정산성마을에서 빚고 있다. 젊음이 느껴지는 막걸리도 있다. 전북 완주 (유)산에들에는 2014년에 만들어진 회사다. 회사 대표인 이재광씨가 33세이고 직원들도 30~40대다.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회사의 공장장 및 사원을 흡수했다. 막걸리에는 각 지역의 특산물도 녹아 있다. ㈜우리술이 빚은 가평잣 생막걸리는 계약 재배한 경기미 김포햇쌀에 가평의 특산품인 잣이 들어가 있다. ●상주 은자골 탁배기, 작년 우리술 대상 다양한 막걸리를 전국적으로 소개하려는 행사는 꾸준히 있어 왔다. 농식품부가 2009년부터 매년 여는 우리술 품평회가 대표적이다. 생막걸리, 살균막걸리, 과실주, 증류식 소주 등 8개 부문에서 뛰어난 술을 시상하는 대회다. 지난해 생막걸리 분야 대상은 경북 상주 은척양조장의 은자골 탁배기다. 시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임주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13년부터는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올 1월 기준 24개 양조장이 등록돼 있다. 이 중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13개로 절반을 넘는다. 양조장에 대한 환경개선, 품질관리, 홍보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전통주 산업을 6차 산업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지역 단위 대표 막걸리를 서울에서 만날 행사도 준비됐다. 2009년 문을 연 막걸리학교는 전국 양조장 24곳의 술을 서울 종로구 막걸리학교에서 시음하는 행사를 2월에 연다. 지역별로 네 차례에 나눠 진행되는데 막걸리 외에도 전통 방식으로 담근 과일주, 증류식 소주 등도 소개한다. 막걸리학교는 2009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0주에 걸쳐 막걸리 담그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3월 33기가 시작된다. ‘막걸리 원정대’를 구성, 유명한 제조장을 찾아가는 행사도 연다. ●막걸리 출고량 감소 추세… 관심 절실 막걸리의 전국적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출고량은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45만 8000㎘였던 막걸리 출고량은 2015년 41만 6000㎘에 그쳤다. 같은 기간 희석식 소주(92만 3000→95만 6000㎘)와 맥주(202만 2000→220만 9000㎘)의 출고량은 늘었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는 최소한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중견 이상인 기업들의 제품이다. 반면 막걸리 제조 업체는 소규모가 많아 작은 규제 변화 하나도 해결하기가 힘에 부친다. 예를 들어 병에 붙이는 라벨의 표시 기준과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주세법), 보건복지부(국민건강증진법), 농식품부(농수산물품질관리법,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여성가족부(청소년보호법), 식품의약품안전처(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 기준) 등의 관리를 받는다. 막걸리협회 관계자는 “기준이 바뀌면 영세한 업체들은 더 어려운데 부처별로 제각각 바꾼다”면서 “표시 기준을 정부의 한 곳에서 일괄 관리하거나 식약처와 국세청에 내는 신고 서류 등을 일원화해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빛이 머문 곳, 동화 속을 거닐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빛이 머문 곳, 동화 속을 거닐다

    ‘헨젤이 그레텔을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틀림없이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오누이는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밤새도록 걷고 이튿날도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걸었지만, 숲을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오누이는 지친 나머지 나무 아래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셋째 날도 아침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꾸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기만 했습니다….’ 독일의 동화작가 그림 형제가 지은 ‘헨젤과 그레텔’의 한 대목이다. 이들이 영감을 얻은 곳은 독일 남부의 ‘블랙 포레스트’ 지역이다. 숲이 깊어 검게 보인다는 곳이다. 이들이 동화를 발표한 때가 1812년. 이후 205년이 흐른 만큼 숲은 더욱 깊어졌다. 오래전 ‘헨젤과 그레텔’ 오누이와 ‘빨간 모자’ 소녀가 오간 숲길에서 요즘 사람들은 크로스 컨트리 스키와 스노 슈잉, 트레킹 등 겨울 레포츠를 즐긴다. 제자리에서 등을 돌리기만 해도 동화처럼 예쁜 숲이 펼쳐지는 곳, 블랙 포레스트 하이랜드다.먼저 이름 풀이부터. 공식 명칭은 ‘블랙 포레스트 하이랜드’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수림 지대를 일컫는다. 해발 700~1500m의 고지대 위에 길이 160㎞, 폭 50㎞에 달하는 광활한 숲이 해삼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독일어로는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라 부른다. 슈바르츠가 ‘검다’, 발트가 ‘숲’이란 뜻이니 말 그대로 ‘검은 숲’이다. 숲에 들면 나무가 어찌나 촘촘한지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 아름드리로 솟구친 가문비나무, 전나무 등이 빛을 막아 깊은 숲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아직 덜 알려져 있지만 꽤 많은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헨젤과 그레텔·빨간 모자 등 동화의 산실 블랙 포레스트는 독일에서 가장 외진 땅이다. 라인강이 서쪽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가르고, 알프스 고산지대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과 남쪽 경계를 이룬다. 반나절은 걸어야 끝이 보이는 깊은 숲은 여러 동화와 기담의 산실이 됐다.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등이 그 예다. 블랙 포레스트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산악자전거, 수영, 카야킹 등을 즐기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겨울엔 하이킹, 설피를 신고 숲길을 걷는 스노 슈잉, 크로스 컨트리 스키 등의 레포츠를 주로 즐긴다. 슈바르츠발트관광청에 따르면 블랙 포레스트 안에 9개의 하이킹 코스가 있다. 총길이는 무려 1000㎞에 달한다고 한다. 일정한 거리마다 안내원이 배치돼 안전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레저라기보다 일상에 가깝다. 마을 곳곳에서 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이들과 만날 수 있다. 스키어들이 다니는 트랙은 정설차가 말끔하게 닦아 놓는다. 눈을 즐기는 독일인들의 자세가 마냥 부러운 대목이다. 이 트랙 위를 스키어가 지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철로를 연상하게 하는 홈이 깊게 파인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와 스노 슈잉, 하이킹은 대개 같은 코스에서 이뤄진다.하이킹·스노슈잉·스키 등 레포츠 즐길 수 있어 블랙 포레스트로 가는 들머리는 프라이부르크다. 독일의 노인들이 노년에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친환경 도시다. 프라이부르크에서 티티제 호수까지는 기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티티제 호수는 블랙 포레스트 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저녁 나절이면 안개 몇 줄기가 눈 덮인 호수 주변을 감싼다. 이른 아침엔 더 아름답다. 밤새 수분이 달라붙은 나무가 호수 주변에 환상적인 상고대를 펼쳐 놓는다. 이 같은 흰빛의 ‘윈터 원더랜드’는 매일 아침 볼 수 있다. 지난 1월 하순부터는 호수 통행도 허용됐다. 얼음이 수십㎝ 두께로 꽝꽝 얼었기 때문이다. 호수 주변의 티티제 마을은 뻐꾸기 시계의 ‘원조’로 유명한 곳이다. 드루바 쇼핑센터에서 뻐꾸기 시계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은 펠트베르크산(1493m)이다. 같은 이름의 스키장으로 쓰이고 있다. 스키 하우스가 있는 1200m까지 차로 오른 뒤, 슬로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300m 정도 오르면 정상이다. 걷거나 스노 슈잉으로 오른다. 스키를 타는 이라면 곤돌라를 타고 보다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발 아래로 검디검은 숲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내달린다. 알프스 산맥 아래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다. 구릉과 숲이 반복되는 프랑스 방향의 풍경도 고즈넉하다.전기자동차로 500번 도로 드라이브도 추천 전기자동차를 빌렸다면 500번 도로를 꼭 기억해 두자. 블랙 포레스트의 명소들을 굴비 꿰듯 매달고 달리는 도로다. 상트블라지엔 성당은 우리의 옛 중앙청과 비슷한 구조의 건물이다. 18세기 후반 세워졌다. 유럽에서 가장 큰 돔 지붕으로 유명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압도적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흰 대리석 기둥이 거대한 흰빛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슐루크제 호수도 명소다. 티티제 호수보다 규모는 크지만 덜 알려져 한결 적요한 겨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슐루크제 호수에서 6㎞ 정도 떨어진 곳에 로트하우스 양조장이 있다. 이 지역 토속 맥주 공장이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일반 상점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 지역 고유의 민가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옛 건물 ‘휘슬리’도 인근에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독일)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3월부터 ‘하늘을 나는 호텔’ A380 항공기를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매일 투입한다.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와 유럽 지역 환승 수요 유치가 목적이다. 프랑크푸르트를 이용하면 블랙 포레스트 등 독일 남부와 목가적인 풍경의 프랑스 알자스로렌 지방, 그리고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을 연계해 여행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속열차(ICE)로 프라이부르크 중앙역(3시간 남짓)까지 간 뒤, 지방 열차로 바꿔 타고 블랙 포레스트의 들머리인 티티제호수역(약 40분)까지 가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 티티제 호수 근처에 잡는 게 좋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부티크 호텔 ‘알레마넨 호프’가 있다. 1956년 창업한 드루바 가족기업이 운영하는 유서 깊은 호텔이다.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을 통하면 1박에 15만원 선(2인, 조식 포함)이다. 호수 뒤편의 언덕에 취사시설 등을 갖춘 4층짜리 별채 객실도 있다. 이른바 ‘쿠쿠 네스트’(Cuckoos Nests)로 호텔보다 값도 싸고 가족들이 묵기에 딱 좋다. 드루바 가족기업은 티티제 호수에 레스토랑과 보트 렌털숍, 기념품 판매점과 뻐꾸기 시계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셰라톤 호텔을 추천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통로로 이어져 있어 사실상 같은 건물이나 다름없다. → 슈바르츠발트관광청이 발급하는 ‘더 레드 인클루시브 카드’(레드 카드)를 이용하면 블랙 포레스트 내 유명 관광지가 무료다. 지방선 기차와 로트하우스 맥주 공장 투어, 펠트베르크 스키장 등이 모두 공짜다. 블랙 포레스트 내 370여개 제휴 숙박시설에서 2박 이상 숙박하면 제공된다. BMW의 i3 전기자동차도 매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지참하는 게 좋다. 예약은 홈페이지(www.hochschwarzwald.de/carsharing)에서 받는다.
  • 멕시코, 美에 맞불 “농축산물 수입 다변화”

    美USTR “TPP 탈퇴” 공식 통보 멕시코산 제품에 20%의 국경세를 부과하려는 미국의 방침에 멕시코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줄이고 수입선을 남미 국가로 다변화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현지 일간 엘 에코노미스타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앞서 25일 워싱턴을 방문해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등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만나 미국이 국경세를 부과하면 멕시코는 농축산품 수입 경로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멕시코의 미국산 수입품목(2015년 기준)은 옥수수 24억 달러(약 2조 8000억원), 돼지고기 10억 5000만 달러, 닭고기 9억 4000만 달러 등이다. 국경 장벽 건설 비용 충당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세 부과가 오히려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과 농축산품 수출 감소를 부채질해 미국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멕시코는 이와 함께 자국산 농산물의 ‘대미수출 금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인이 즐기는 멕시코산 아보카도나 코로나 맥주를 구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이 전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보카도의 60~80%가 멕시코산이다. 코로나 맥주의 양조장은 멕시코에 있다. 물론 멕시코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멕시코는 연간 210억 달러(약 24조 4000억원) 규모의 농산물과 주류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이런 가운데 미 무역대표부(USTR)는 30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TPP 참가국에 공식 통보했다. 마리아 페이건 USTR 대표대행은 이날 TPP 사무국인 뉴질랜드에 서한을 보내 “미국은 TPP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지난해 서명에서 발생하는 어떤 법적 의무도 없다는 점을 다른 10개국에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서한은 이어 “미국은 더욱 효율적인 시장, 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욱 진전된 협의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혀 개별 국가와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시아 최대규모 홈브루잉 대회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 최대규모 홈브루잉 대회 서울에서 열린다

    상금 1000만 원이 걸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맥주 홈브루잉(Homebrewing·자가양조) 대회가 다음달 4~5일 이틀간 서울 성동구의 어메이징 브루잉컴퍼니에서 열린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한국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맥주 발전의 원동력인 홈브루잉 대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양조장 주도로 일반인 대상 홈브루잉 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가 규모도 크다. 한국,홍콩,일본 등을 비롯한 국내외 60여명의 홈브루어가 약 200 종에 달하는 맥주들을 제출했고, 국내외 유명 양조사, 맥주 심사관(Beer Judge), 맥주 소믈리에, 맥주 업계 관계자 및 맥주 책 저자 등 맥주전문가 25명이 심사에 참여해 뛰어난 맥주를 가린다. ‘최고의 맥주’에 선정되면 상금 500만원과 함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해당 맥주를 양조해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2등, 3등은 각각 300만원·200만원을 받게 된다. 우승자는 5일 발표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홈브루잉은 자기가 원하는 맥주를 마음껏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 창의적인 맥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유명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양조사도 대부분 홈브루어 출신인 점을 볼 때 홈브루잉의 수준이 그 나라의 맥주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만큼 앞으로 대회 규모를 더욱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접수 마감은 오는 26일이며 참가신청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홈페이지(www.amazingbrewing.co.kr/homebrew) 에 접속해 참가 서식을 작성한 뒤 맥주 330ml 이상 세 병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1호점(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4길4)으로 보내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사우어(Sour·신 맛)맥주 인기가 이 정도인데, 이제 그만 해체해도 되지 않을까요?”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지난 15일, 이상원(43)씨를 비롯한 3명의 한국사우어맥주연합(이하 한사연) 운영진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모여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날 아시아 최초 사우어맥주 전문 펍인 ‘사우어 퐁당’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 마감 시간인 오전 2시까지도 사우어 맥주를 찾는 손님들로 종일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사우어맥주의 존재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3년 전, 한사연을 결성해 국내 맥주업계를 대상으로 매년 ‘사우어 토크’를 개최하는 등 사우어 맥주를 적극적으로 알려온 이들은 이날 강추위를 뚫고 사우어 맥주를 마시러 온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는데요. 한국 최초의 사우어 맥주인 ‘설레임’을 만든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45·필명) 대표는 “크래프트맥주가 상륙한지 고작 3~4년 남짓 된 한국에서 사우어맥주가 이렇게까지 빨리 알려지고,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며 “커뮤니티를 만들때 사우어맥주가 대중화되면 해체하자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이 정도 인기라면 이제 (해체)해도 될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계의 대세로 떠오른 사우어(Sour·신 맛) 맥주는 젖산이나 야생효모를 넣어 발효한 맥주로, 시큼한 맛이 나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또 사우어맥주는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오크통 안에서 숙성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맥주는 식초를 마셨을때와 같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고, 때로는 지하실 곰팡이같은 쿰쿰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다수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매니악한 성격이 강한 맥주죠. 그런데 이 괴상한(?) 맛이 나는 맥주가 현재 글로벌 맥주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계를 이끄는 미국에는 2013년만 해도 사우어맥주 종류에 속하는 ‘고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50여 개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수백 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다양한 종류의 사우어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에만 7곳의 양조장에서 12종류 이상의 사우어 맥주를 출시하면서 트렌드를 부지런히 쫓아가고 있고요. 해외맥주 수입사 ATL 코리아의 임준택 대표는 “사우어 열풍 때문에 기존 IPA와 스타우트 맥주 수입에 주력했던 수입사들도 사우어 맥주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사우어 맥주가 무엇이기에 맥주매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걸까요? 이 이상한 맥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사우어 원조는 유럽, 천국은 미국  사우어 맥주의 원조는 벨기에와 독일입니다. 벨기에는 현대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맥주를 빚는 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전통적인 양조방식이란 인위적으로 배양된 효모가 아닌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오크통에 서식하는 야생효모,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맥주를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벨기에 사워맥주인 ‘람빅(Lambic)’이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람빅 맥주를 마시면 신맛과 함께 젖은 가죽, 헛간 풀냄새 등 특이한 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람빅 맥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연식이 다른 것들을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블렌딩된 람빅 맥주를 ‘괴즈’라고 부르고, 괴즈는 가장 대중적인 람빅 맥주 스타일입니다.  와인맥주라는 별명을 가진 ‘플렌더스 레드’도 빼놓을 수 없는 벨기에 사우어맥주입니다. 플렌더스 레드는 벨기에 서부의 플랑드르 라는 지역에서 빚는 맥주인데요. 이 맥주는 연한 색과 어두운 색의 맥아를 섞기 때문에 적갈색을 띕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자연발효를 거치는 람빅과 달리 효모와 젖산균을 주입시켜 오크통에서 최장 2년까지 숙성되는데, 역시 맛의 균형을 위해 연식이 다른 맥주들을 블렌딩시킵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포도, 자두 등 블랙 베리류의 과일향과 산미, 떫은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레드와인과 비슷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와인 러버’들의 입맛에도 맞아 인기가 높습니다.  독일의 사우어맥주는 ‘베를리너 바이세’와 ‘고제’가 있습니다. 베를린 전통 지역 맥주인 베를리너 바이세는 말 그대로 과거 베를린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밀맥주입니다. 이 맥주는 젖산균이 들어가 시큼하고 청량해 목넘김이 아주 가볍습니다. 알콜도수도 3%로 낮아 술이 약한 사람에게 혹은 여름용 갈증해소용으로 제격입니다.  고제는 북부 니더작센주의 고슬라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밀맥주로 젖산균과 ‘소금’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소금때문에 시고 짭잘한 맛이 무척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늘 새로운 맛을 갈구하는 크래프트맥주 팬이라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맥주이기도 하죠.  그러나 독일 사우어 맥주는 라거맥주 열풍에 밀려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합니다. 이 독일 사우어맥주를 부활시킨 곳이 바로 미국인데요. 1980년대 이후 크래프트맥주양조장이 성행하면서 미국의 소규모양조장들은 유럽 전통 맥주 레시피를 되살려 사우어맥주를 대중화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우어 맥주에 과일, 홉 등을 추가해 ‘아메리칸 와일드에일’이라는 새로운 사우어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우어맥주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사우어맥주를 취급하는 양조장은 현재 유럽보다 미국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새로운 사우어 맥주들도 계속 미국에서 나오고 있고요. ‘사우어 천국’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우어 맥주를 마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김치에 단련된 한국인… 사우어의 매력  한국에도 미국의 여느 양조장 못지 않은 훌륭한 사우어맥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치 유산균을 사용한 핸드앤몰트의 K-바이세, 청국장의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킨 아키투브루잉의 도깨비 등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한 사우어 맥주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신김치, 홍어, 청국장 등 각종 발효음식을 즐기기 때문일까요? 한국은 사우어 맥주에 대한 적응도 빠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사우어 맥주의 인기도 뜨거운 편인데요. 사우어 맥주만 전문으로 만드는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너무 매니악한 맥주여서 과연 한국 시장에서 먹힐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현재는 주문 물량이 너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맥주 트렌드가 빠른 홍콩이나 도쿄를 방문했는데 사우어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훨씬 저변이 넓더라.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사우어 맥주 라인업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우어 맥주의 인기는 맥주,와인을 포함한 전 세계 미식·주류 트렌드가 ‘신 맛’이라는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서울이 세계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곳이다보니 그만큼 유행을 소비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분석도 있고요. 전문가들은 사우어 맥주의 매력을 ‘음용성’과 ‘중독성’으로 꼽습니다. 양조사 출신인 이상준(31·메이드인퐁당) 매니저는 “사우어맥주의 장점은 바디감이 가벼워 대체로 청량하고, 특유의 신맛 때문에 알콜도수가 높아도 마셨을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라며 “사우어 맥주를 마셨을때 전체에 느껴지는 시고 자극적인 맛 또한 강한 중독성이 있어 맥주 초보자나 맥주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맥주”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우어맥주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장 넓은 범주로 응용이 가능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맥주“라며 “과일을 넣거나 홉을 더 첨가하면 완전히 새로운 맥주로 재탄생하면서도 신 맛이 나는 기본 캐릭터를 잃지 않아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우어 맥주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新전원일기] 장인이 키운 사과, 아내가 키운 체험농장…구름속 가족 와이너리로 초대합니다

    [新전원일기] 장인이 키운 사과, 아내가 키운 체험농장…구름속 가족 와이너리로 초대합니다

    ‘라스 누베스’(las nubes)가 구름을 뜻하는 스페인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구름 속의 산책’을 본 사람이라면 천사의 날갯짓과 커다란 나무통, 그 안에서 뛰노는 여인들의 모습을 잊는 일도 그만큼 어려울 테다. 서리가 내리던 밤, 라스 누베스 농장의 농부들은 커다란 날개를 달고 포도밭 사이를 걷는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의 열기를 포도밭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허공을 가르며 춤추는 투명한 날갯짓, 날갯짓만큼이나 느린 농부들의 발걸음, 어둠을 밝히는 장작 난로의 붉은 불빛, 모든 게 너무나 아름답다. 커다란 나무통 안에서 그해 수확한 첫 포도를 으깨는 여인들의 몸짓과 웃음소리 역시 그렇다. 그 환한 활기와 아름다움은 십여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현실의 무게를 배제할 때라야 영화에서 구현하는 낭만이 가능해진다. 이런 이유로 영화는 종종 거짓된 동경과 도피처로서 기능하지만 현실에서 영화 속 낭만을 구현하는 일이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은성농원’의 정제민(51)·서은경(48)씨 부부를 보면 저절로 그런 기대와 확신이 생긴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왼쪽으로 야트막한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진 사과밭을 만난다. 그리고 그 길의 막다른 곳에 정체불명의 건물 한 채가 놓여 있다. 레스토랑인 것도 같고, 게스트 하우스인 것도 같고, 누군가의 작업실이나 별장인 것도 같다. 겨울이라 인적이 드문 탓도 있겠으나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해도 쉽사리 깨질 것 같지 않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변을 감돌고 있다. 구름 속인 듯 낯설고 몽롱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처음 만난 정 대표의 분위기가 꼭 그랬다. 장소와 공간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서로 닮아갔기 때문이리라. # 캐나다에서 6차 산업을 꿈꾸다 정 대표는 1989년 캐나다로 이주해 13년 만인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이 그리웠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귀국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너무 단조로워 기억나는 게 별로 없으나 현지 농장을 둘러보며 느낀 점들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농업은 농사라는 1차 산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캐나다는 농사뿐 아니라 생산물을 가공하고 그것을 체험관광 산업으로 연결지어 종합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재창출하고 있었다. “주로 포도농원과 와이너리를 찾아다녔는데 정말 부럽더라고요. 포도밭 언덕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놓고 체험과 관광을 결합해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그곳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해요. 관광객들이 직접 과실도 따고 파이나 잼도 만들죠.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계에 전해 내려오는 비법에 따라 가공하고, 모두 함께 먹고 마시면서 그것을 축제처럼 즐기는 거예요. 그런 일들이 대대로 전해지죠. 농업이란 것이 지역성은 물론이고 그 지방의 문화와 역사까지 담고 있는 걸 보면서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나라도 예부터 가정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풍습이 존재했다. ‘명가명주’(名家銘酒)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방에 따라, 가문에 따라, 또 빚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다양한 가양주들이 빚어졌고 이를 가정 행사나 손님 접대에 이용하는 일도 많았다. 각 지방의 대표적인 토속주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으나 시중에 유통되는 술의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생산한 공산품이다. 술뿐이 아니라 고추장이나 메밀, 천일염이나 젓갈류도 지역 이름을 따기만 했을 뿐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일이 많다. 향토성이나 토속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것이다. # 사과밭 거닐며 가족 연대의 뿌리를 보다 정 대표가 꿈꾸었던 것이 ‘라스 누베스’ 농장은 아니었을까. 포도 뿌리 하나만 갖고 스페인에서 멕시코로 이주해 거대한 포도농장을 일군 애러곤 가문, 항상 포도가 불러서 잠을 설친다는 돈 페드로, 그들에게 구름 농장의 포도 뿌리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자 흩어졌던 가족을 부르고 하나의 뿌리로 엮는 마술 같은 존재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은성농원도 이와 흡사하다. 정 대표가 캐나다에서 귀국한 후 바로 농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이민유학 비즈니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사무실 공간은 15평인 데 비해 와인 만드는 작업공간은 80평이나 됐을 정도로 와인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 포털에 ‘와인 만들기’라는 동호회를 만들고 ‘와인 만들기 초보자 교실’을 운영했다. ‘와인 만들기 원정대’를 꾸려 회원들과 전국 포도 산지를 순례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이름을 가진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났고, 외국의 와이너리처럼 가족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확신이 서자 35년째 사과밭을 경작하는 장인을 설득했다. 1년 내 땀 흘려 사과 농사를 지어봐야 유통 마진으로 인해 제값을 받기도 힘들고 때로는 밭떼기로 헐값에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던 만큼 장인도 사위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정 대표는 사과밭 옆에 카페테리아와 체험교육장, 게스트 하우스와 생산시설이 모두 들어 있는 복합적인 공간을 구상했고 2008년에 건축을 시작해 2010년에 완공했다. 이미 2004년부터 ‘예산사과와인축제’를 진행해 문화적 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에 건물이 완공된 후에는 본격적인 와인 생산과 홍보에 전념을 다했다. 홍보의 일환으로 수덕사나 덕산온천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유입해 직접 사과를 따고 아이들은 파이나 잼을, 어른들은 와인을 만드는 등의 체험을 하도록 유도했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물놀이 시설에는 수조 안에 사과를 띄워 놓거나 와인을 뿌려 놓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로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6차산업 우수사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가장 효과적인 홍보는 다녀간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왔던 사람이 다시 오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 동행하는 식이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어요. 방문객들이 체험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 그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늘 방문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즐길 수 있을지, 흥미를 가질 수 있을지, 그런 것들에 대해 늘 생각하죠.” # 예산 사과와인, 지역 가공식품의 꿈을 열다 과실에 알코올을 첨가해 만드는 과실주와 달리 와인이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과를 수확한 후 선별과 세척, 발효와 숙성 등의 과정을 거쳐 병입하기까지, 꼬박 1년 이상이 걸린다. ‘와인은 사람이 아니라 세월이 만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예산사과와인’은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인천공항 면세점, 광명 와인동굴 등에 입점해 있다. 광명 와인동굴에서는 1년에 3000~4000병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고, 백화점보다는 면세점 판매량이 높은 편이다.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금가루를 넣은 것이 주효했던 것 같고, 이달 중국에 1000병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말하는 정 대표의 목소리에 설렘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의 자부심은 자신이 만든 사과와인의 맛과 향에서 나온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2012년 대상, 2013년 최우수상, 2015년 대상을 수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은성농원의 전체 면적은 1만 5000평으로 사과 재배 면적이 7000평, 와이너리를 포함한 건물 면적이 450평 정도를 차지한다. 와이너리가 완공된 2010년 와인 매출액은 2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4억 50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사과 판매액도 2010년 1억 5000만원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3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지역 농산물로 가공품을 생산하고 이를 체험관광과 연결지어 농업을 육성시켜 보자는 정 대표의 계획이 결실을 본 것이다. 장인이 사과 재배를, 아내가 체험관광을, 정 대표가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식으로 가족 비즈니스 체계를 갖춘 게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 외국인도 부러워 할 ‘와이너리 가문’ 키운다 정 대표는 환경이나 문화재와 마찬가지로 농업도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당장은 대부분의 농산물 소비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해도 무역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국내 농업을 육성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과 위주의 지원제도에 대한 성찰과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이 중요하다. 정 대표가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주면서까지 교육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농업의 범주가 넓어진 거잖아요. 예전엔 호미로 땅 파고, 비료 주고, 곡식 일구는 게 전부였는데 이젠 그것을 가공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일도 농업이거든요.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디자인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도 농업에 포함돼요.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농업에 포함시키고 적용시킬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요. 커피를 내리거나 빵을 굽는 일도 농업과 결합시킬 수 있어요. 모든 게 농업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거죠. 젊은 사람들이 이 점을 상기할 수 있도록,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정 대표에게 남은 바람이 있다면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는 와이너리를 만드는 것이다. 예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예산 사과와인’이 될 수 있도록 예산의 대표적인 술로 거듭나는 것. 그리고 대를 이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보다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 말이다. 꿈을 향해 걷는 정 대표를 뒤따르자니 어느 순간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거대한 탱크와 오크통이 즐비한 와이너리다. 처음엔 살짝 맛만 보자 했던 것이 과도한 목축임으로 이어지고 어느 순간 사과와인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주차해 둔 차를 지나쳐 사과밭 속으로 들어간다. 천사의 날개가 돋는다. 두 팔을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며 사과나무 사이를 걷는다. 문득, 이런 곳에 와 살고 싶다는, 태어나 한 번도 한 적 없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떤다. 글쓴이 소설가 진연주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방’(房)으로 등단. 2015년 ㈜문학동네에서 장편소설 ‘코케인’ 출간.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광’이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같은 영화를 두번 본다. 2.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3. 직접 영화를 만든다.”  트뤼포에 따르면 결국 ‘영화덕후’의 끝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완성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맥주의 세계도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마트에서 맥주를 고를 때 맥주 병(캔)을 꼼꼼히 살피며 맥주 스타일을 따져보게 될겁니다. 기존 한국 맥주 시장을 장악했던 라거(Lager)맥주에서 벗어나 하루는 바이젠(밀맥주)도 마셔보고, 또 하루는 인디안페일에일(IPA)도 시도해볼테지요. 그렇게 맥주에 관심을 갖다보면 이제는 ‘마셔보지 못한 맥주’를 찾게 됩니다. 더 다양하고 희귀한 맥주를 취급하는 바틀 샵(Bottle shop)을 전전하며 새로 들어온 맥주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죠. 여기까지 온 분들이라면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현재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명문 양조장 사람들도 처음에는 홈브루워(Homebrewer·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였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여기 두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모두 대학시절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를 직접 만들다가 양조사의 길을 선택한, ‘진성덕후’들입니다. 2014년 4월 소규모양조장에 묶여있던 외부유통 규제가 풀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0여개의 소규모양조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맥주 양조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도 허물어졌습니다. 대기업 주류업체만 맥주를 생산했던 과거에는 양조사가 되려면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했습니다. 또 주로 대량생산방식으로 ‘라거’라는 한 가지 종류의 맥주만 만들어지다보니 양조사보다는 자본규모가 품질을 더 많이 좌우했죠. 그러나 크래프트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창의적이고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일 자체가 중요해졌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다르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겁니다. 크래프트맥주 시대, 인생을 맥주에 배팅한 청년 브루어들을 소개합니다. ●“맥주에 제가 상상했던 맛이 그대로 나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트레비어 황지윤 브루어 지난달 22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의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만난 황지윤(27) 브루어는 작업복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고무 장화를 신은 채 양조장 안 여과조에서 맥아 찌꺼기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이날 트레비어 양조장에선 페일 에일(Plae ale) 스타일의 맥주를 빚고 있었는데, 오전에 맥아 분쇄·당화하는 작업을 끝내놓고 오후에는 맥아즙을 냉각시켜 발효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맥아찌꺼기를 커다란 원통에 옮겨담으면서 황 브루어는 “사람들이 ‘브루어’라고 하면, 고상하게 레시피 구상하고, 시음이나 하는 멋진 직업이라고 상상하는데, 실상은 이렇게 몸으로 하는 일이 훨씬 많다”며 기자에게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죠?”라고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황 브루어의 하루는 꽉 차 있습니다. 8명의 직원이 있는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맥주 만드는 작업에 관여하는 브루어는 황 브루어를 포함해 4명입니다. 양조작업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7시까지 계속되는데 작업 전후 재료 준비와 청소까지 모두 브루어들의 몫입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양조장에 딸린 홈브루잉 전용실에서 새로운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보기도 하는데, 여기서 만든 맥주 맛이 괜찮으면 양조장의 정식 맥주 라인업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 빡빡한 스케쥴이인데요. “힘들지 않냐”고 묻자 “매일매일이 바쁘고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덕후스러운 말을 하더군요. 황 브루어가 맥주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대학생이었던 3년 전 부터입니다.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전공으로 식품공학을 선택했다는 그는 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딱히 맥주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우연히 펍에서 미국 밸라스트포인트 양조장의 스컬핀IPA를 마신 뒤 깜짝 놀랐습니다. 황 브루어는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는 충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얼마 후, 황 브루어는 수업을 듣다가 과 실험실에서 혼자 홈브루잉을 하고 있던 과 선배 황찬우(29·트레비어 대리)씨를 만나게 됩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던 둘은 즉시 같이 맥주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전국 대학 최초로 ‘홈브루잉 동호회’까지 결성했습니다. 이 동호회 맥주는 학교 축제때 첫 선을 보였는데요. 축제 기간 내내 학우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황 브루어는 “내가 만든 맥주를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기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데, 이건 맥주를 직접 만든 사람들만이 알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전문 양조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나란히 트레비어에서 양조사로 일하고 있는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맥주의 길을 함께 걷기로 했다”며 “크래프트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맥주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일 붙어다니는데다 성까지 같아 자주 친형제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이 ‘맥덕형제’가 앞으로 어떤 맥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됩니다. ●“맥주 발효때 기포가 부글거리는 것만 봐도 흥분됩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관열 브루어 “부모님이요? 지금도 탐탁지는 않아 하시죠”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 브루어와는 달리 김관열 브루어(33)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공군 학사장교 제대 후 미래를 고민하고 있던 그는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막연히 주류회사 취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펍에서 마신 ‘인디카IPA’라는 맥주 한 잔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처음 IPA라는 크래프트맥주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고 역시 충격을 받은 김 브루어는 경영학도 답게 크래프트맥주에 대한 시장성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혼자 책을 뒤지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크래프트맥주가 미국에서 대유행이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곧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포구 연남동의 한 크래프트맥주 전문 펍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맥주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김 브루어는 부산 최초의 크래프트맥주양조펍인 갈매기펍에서 본격적으로 양조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김 브루어는 곧바로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합니다.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 일은 기본 뼈대는 같지만 많은 양을 일정한 퀄리티로 생산해야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무척 달랐기 때문입니다. 갈매기펍에서 1년 양조 경력을 쌓은 김 브루어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독일로 양조 유학을 떠났고 지난해 브루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브루어가 되었습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즐겼던 ‘맥덕’시절과 비교하면 전문 양조사가 된 지금 맥주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할때는 취미니까 망치면 망치는대로 결과물을 즐겼지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먹는 맥주를 만드는 지금은 일정한 퀄리티가 꾸준히 나와야되기 때문에 결과를 전혀 즐기지 못한다”며 “예전에는 어떤 레시피로 독창적인 맥주를 만들어볼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어떻게하면 맥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양조 철학도 “여러번 만들어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은 맥주, 쉽게 말해 잘 만든 맥주를 꾸준히 내는 것”입니다.  더 이상 맥주를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맥주를 직업으로 삼은 일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김 브루어는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한 길을 간 친구들을 보면서 흔들릴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맥주를 만들때 발효 과정에서 보글보글 거리는 기포만 봐도 흥분이 될만큼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양조사가 된 것이 행복하다”고 웃었습니다. 이어 “양조작업부터 발효가 끝나기까지 보통 1~2달이 걸리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맥주가 세상에 나오면 꼭 내 새끼같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손님들에게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브루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면서 현재 크래프트맥주 업계는 한국에서 가장 젋은 산업군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자연히 브루어를 꿈꾸거나 크래프트맥주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요. 현직 브루어들은 “너무 환상만 보지 말고, 경험을 충분히 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후 업계 문을 두드려야한다”고 조언합니다.  김관열 브루어는 먼저 홈브루잉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합니다. 김 브루어는 “공방이나 집에서 홈브루잉을 해보면서 내가 양조사인지 사업가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이는 맥주양조가 화학과 공학에 대한 상당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등 이과적 특성이 강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것이 양조 작업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들은 “발효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기 때문에 양조 과정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수월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받는다면 남들보다 한발 더 앞서갈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브루어 직군은 따로 공고를 내는 것보다 지인 추천이나 소개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계 규모가 작기도 하고, 한국은 미국, 유럽처럼 양조 교육 저변이 넓지 않아 홈브루잉을 하던 ‘맥덕’들이 양조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앞서 김관열 브루어가 지적했듯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맥덕’이 양조사로 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미국 UC데이비스나 독일 뮌헨대학교의 양조공학과처럼 양조학을 교육·연구하는 곳이 생겨야겠지만, 현재로써는 국내사설교육기관이나 해외 전문교육기관을 경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마쳤다면 더욱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라고 봤습니다. 직업으로서 현실적인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브루어들은 “아무리 맥주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해도, 업계 전체가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실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크래프트맥주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양조장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아 업장이 제한적이어서 좋은 브루어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현재는 산업이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고생 할 수 있지만 크래프트맥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양조사의 전문성이 인정을 받는다면 대우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사진 울산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주점과 함께하는 ‘우리술 투게더 위크’ 선보여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주점과 함께하는 ‘우리술 투게더 위크’ 선보여

    농림축산식품부가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우리술 투게더 위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국내 대표 전통주점 20곳과 함께 진행되며,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2016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와 연계해 실시하는 것으로 우리술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주점을 통해 직접 우리술을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우리술 투게더 위크'는 얼쑤, 무명집, 술개구리, 술그리다, 산울림 1992, 바이삼공, 모던주막 두두, 우리술바 작(酌), 월향(이태원점), 한국술집 안씨막걸리, 술이송송, 담은, 셰막(강남점), 백곰막걸리 & 양조장, 부부펍, 별주막, 왕탁, 안중, 정이주가, 수불(서래마을점)까지 총 20개의 국내 대표 전통주점이 참여한다. 행사 포스터 또는 할인 쿠폰을 소지하고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 및 다양한 증정 행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행사 포스터 및 할인 쿠폰 이미지는 우리술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모든 주점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막걸리 1병 주문 시 1병을 추가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테이블 및 일행당 1일 1회 참여 가능하다. 행사 기간 내 3곳 이상의 전통주점을 방문해 스템프 도장을 받으면 고급 증류주를 증정하며, 우리술 투게더 위크 포스터 등 홍보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 우리술 캘린더를 증정한다. 21일부터 25일까지는 전통주 산타가 20곳의 전통주점에 방문해 흥겨운 레크리에이션과 함께 선물을 증정하는 ‘찾아가는 전통주 산타’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어 28일 7시, 28일 9시, 29일 7시에 대한민국 대표 바텐더 2인이 선사하는 ‘전통주 칵테일쇼’가 산울림 1992, 얼쑤, 부부펍에서 각각 펼쳐질 예정이다. 다양한 전통주와 풍성한 마리아주 안주를 단 1만원에 즐길 수 있는 ‘우리술 송년파티’도 개최된다. 우리술 송년파티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자유롭게 작성해 이메일로 지원하면 되며 당첨자에게는 2인의 파티 티켓이 주어진다. 21일부터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작되는 ‘우리술 송년파티’는 오는 15일까지 응모 가능하다. 그밖에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우리술 송년파티’는 17일 백곰막걸리 & 양조장에서, 대학생 대상의 ‘우리술 송년파티’는 26일 셰막(강남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술 송년파티’ 관련 자세한 일정 및 응모방법은 ‘우리술포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2016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는 국내 우수 전통주를 전시, 소개하고 무료로 시음해 볼 수 있는 행사로 오는 12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전통주 미니어처 만들기, 우리술 마술쇼, 막걸리 빚기, 술 거르기 체험쇼, 우리술 품평회 시상식 등이 상설무대에서 열린다. 이벤트 행사장에서는 페이스페인팅, 우리술 포토존, 우리술 테이스팅노트, 나도 스타BJ, 푸드 테이스팅 등이 준비되어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⑥ ‘맥주’의 도시, 부산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⑥ ‘맥주’의 도시, 부산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언제나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 해변을 따라 늘어져 있는 고층 건물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신선하고 저렴한 해산물.. 그런데 최근 부산의 새로운 자랑거리로 ‘맥주’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수영구 광안리 일대에 뛰어난 크래프트맥주 브루어리·펍들이 모여있기 때문인데요. 이곳 맥주들은 전국의 유명 브루펍들의 맥주를 압도하는 맛을 자랑합니다. 미국의 맥주 평가사이트인 ‘레이트비어(Ratebeer)’는 올해 ‘한국맥주 베스트 10’ 순위를 매겼는데 와일드웨이브, 갈매기브루잉, 아키투브루잉 등 광안리 일대의 브루어리들이 각각 1, 2, 4 위를 차지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미 전국의 ‘맥덕(맥주덕후)’들은 부산으로 ‘펍 크롤(하룻밤에 여러 펍을 돌면서 다양한 맥주를 맛보는 행위)’ 원정을 다니고 있고, 부산의 맥주는 서울의 펍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크래프트맥주 커뮤니티인 ‘비어마스터클럽’에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와일드웨이브의 ‘설레임’이 한국 최고의 크래프트맥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크래프트맥주 시장 규모가 서울의 6분의 1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광안리)일까요? 부산의 맥주 열풍은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부산은 어떻게 한국 최고의 맥주 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광안리, 크래프트맥주 성지가 되다 광안리가 크래프트 맥주의 성지가 된 것은 이 곳에 부산 최초의 크래프트맥주 전문 펍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트맥주가 한국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인 2013년 6월, 광안리 금련산역 부근에 미국식 크래프트맥주 펍을 표방하는 ‘갈매기펍’이 탄생했습니다. 부산의 크래프트 맥주 관계자들은 “사실상 갈매기펍이 광안리 크래프트맥주 열풍의 시작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갈매기펍은 당시 부산에 거주하고 있었던 캐나다·영국 출신의 외국인 4명이 문을 열었습니다. 2008~9년부터 부산에 살기 시작한 이들은 당시 온통 라거 스타일 뿐인 한국 맥주의 단조로움에 지쳐있었습니다. 고국에서 마셨던 맛있는 맥주를 한국에서도 즐기고 싶은데,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이들은 직접 맥주를 만들어 먹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홈브루잉(자가양조)을 하면서 서로 만든 맥주를 교환하면서 양조 내공을 쌓게 되죠. 그러다 크래프트맥주를 파는 펍까지 열게 됐고요. 이듬해 4월, ‘주세법개정안’ 시행으로 크래프트맥주 유통에 대한 규제가 풀리자 부산에서도 본격적으로 크래프트맥주 브루어리·펍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 펍들도 자연스럽게 갈매기펍이 있는 광안리 일대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요. 이는 크래프트맥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자가 아닌, 홈브루워(Homebrewers·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 시절부터 함께 맥주를 만들어 온 친구이자 동료라는 업계 특유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필명) 대표는 “초창기 다른 곳 가지 말고 광안리에서 다같이 크래프트맥주를 한번 제대로 해보자”라고 의기투합을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모여 있으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기를 노렸던 것 같다”고 회상합니다. 위치도 좋았습니다. 고릴라브루잉 대표 앤디는 “바다가 있는 광안리에는 외국인, 젊은 사람들 등 유동인구가 많아 크래프트맥주를 팔기에는 완벽한 위치였다”며 “갈매기같은 초기 펍의 성공, 가족적인 업계 분위기, 적합한 위치 등이 어우러져 지금의 광안리가 된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홈브루워, 부산 맥주 시장을 이끌다 부산이 ‘맥주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홈브루워’들의 열정입니다. 부산에는 ‘갈매기펍’ 훨씬 이전부터 홈브루잉을 해온 한국인들이 존재했는데, 이 홈브루워들은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02년부터 맥주 만들기 동호회를 통해 홈브루잉 실력을 키웠고, 교육·전파까지 하게 됩니다. 2003년부터 홈브루잉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판열 아키투브루잉 대표는 “원래 직업은 따로 있었지만 취미로 시작한 홈브루잉에 점점 흥미를 붙이다보니 어느새 집 베란다가 작은 맥주 공장이 되었고 집에 맥주 전용 냉장고를 2개나 갖춰놓았을 정도로 하이엔드급 취미 생활이 되어 있더라”며 “2014년 관련 법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을 관두고 양조장을 시작하게 됐고, 크래프트맥주 펍이 모여있는 광안리에 탭룸까지 오픈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부산의 홈브루어들은 갈매기, 고릴라 등 외국인이 세운 브루어리들의 초기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홈브루워 출신인 와일드웨이브의 푸브루 대표는 “처음 갈매기펍이 만들어질 무렵부터 (부산 홈브루워들이) 이들을 도와주는 등 부산 크래프트맥주의 시작을 함께 해 왔다.”며 “한국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아주 열악했을때부터 꾸준히 맥주를 만들어 온 홈브루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광안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그는 “한국의 홈브루워들 중 실력이 가장 출중한 사람들이 부산에서 오랜기간 맥주 만들기를 연구했고, 서울 지역의 홈브루어 출신 브루어들에게도 영향을 줬다”고도 합니다. 푸브루 대표는 여전히 홈브루잉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고 있는데요. 부산의 홈브루잉 동호회 ‘부산 유니온 브루워스’와 대구의 홈브루잉 동호회 ‘대구 유니온 브루워스’ 간의 정기적인 미팅을 기획해 부산·경북 지역의 홈브루잉 저변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부산 유니온 브루워스의 회원 중 한명인 앤디는 지난 1월 광안리에 첫 선을 보인 브루펍 ‘고릴라브루잉’의 창업 멤버이기도 하지요. 부산, 한국 크래프트맥주의 중심이 되다 광안리 맥주의 특징은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이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국 크래프트맥주계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기자는 지난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광안리 맥주여행’을 다녀왔는데,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7시간 동안 부지런히 펍 크롤을 했는데도 마셔보고 싶은 맥주를 다 소화하지 못한 채 서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우선 ‘갈매기펍’은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를 주로 만듭니다. 매니저 박민혁 팀장은 “강렬한 홉향과 쌉쌀한 뒷맛이 일품인 미국식 인디안페일에일(IPA)이 갈매기 맥주 중 가장 인기가 많다”며 “스티븐(미국) 대표가 커피에도 조예가 깊어 질 좋은 커피가 들어간 스타우트도 맛있다”고 조언합니다. 와일드웨이브는 한국 최초로 사워맥주를 만든 곳으로 유명한데요. 대표적인 사워맥주인 ‘설레임’은 젖산균이 들어가 시큼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데, 중독성이 강해 한번 빠지게 되면 계속 찾게되는 마력이 있어 국내 크래프트맥주 매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아키투브루잉은 다양한 맥주를 양조하면서도 가장 ‘한국스러운’ 크래프트맥주를 만들어내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는 브루어리입니다. 최근에는 메주에 있는 토종 미생물을 넣어 만든 ‘도깨비 맥주’가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홈브루잉 시절부터 한국적인 맥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 도깨비 맥주는 버번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에 6개월간 숙성시켜 나오는 ‘도깨비 버번배럴’ 버전도 있습니다.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브루어리죠. 가장 최근에 생긴 고릴라펍은 영국식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영국의 맥주는 홉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미국식 크래프트맥주보다 홉과 몰트의 발란스가 좋은 편인데, 이 고릴라 맥주들이 그렇습니다. 실제로 영국 런던의 크래프트브루어리인 크레이트(Crate)가 투자에 참여해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맥주를 넘어 문화로 현재 부산에서 자체 레시피의 맥주를 판매하거나 브루어리까지 겸한 크래프트 맥주 펍은 10여 곳이고, 전국으로 확대하면 60곳 쯤 됩니다. 한국 크래프트맥주 시장은 양조장만 4000개가 넘는 미국에 비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자는 부산에서 “크래프트맥주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대를 뛰어 넘는 문화 컨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금요일 저녁, 광안리의 한 펍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절반이 50~60대 중년층이었는데 맥주 한잔씩 앞에 두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꼭 영국의 동네 펍을 연상케 하더군요. 일각에서는 1~2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크래프트맥주에 거품이 있다고도 하지만 적어도 부산같은 역동적인 ‘크래프트맥주 도시’가 있는 한 한국 크래프트맥주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해봅니다. 글·사진 부산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⑤ ‘맥주 대통령’ 홍종학 전 의원을 만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⑤ ‘맥주 대통령’ 홍종학 전 의원을 만나다.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의 한 크래프트 맥주 브루펍(직접 만든 맥주를 파는 펍)에 ‘홍종학 에일’이라는 맥주가 등장했습니다. ‘홍종학 에일’은 제 19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홍 전 의원에게 헌정하기 위해 특별히 빚어진 맥주인데요. 홍 전 의원도 제작 과정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날 런칭행사에서 홍 전 의원은 직접 맥주 케그(Keg)에 탭핑(Tapping)을 해 시음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맥주의 탄생을 축하했고요. 흔치 않은 광경이었습니다. 맥주 역사상 특정 정치인을 위한 맥주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니까요.  홍종학 전 의원은 한국 크래프트맥주 산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영웅’으로 통합니다. 홍 전 의원이 2013년 처음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이 한국 맥주 역사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맥주산업은 일제 시대때 부터 80여 년 동안 양대 기업의 독점 아래 있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두 기업이 생산하는 ‘라거’ 스타일의 맥주만을 마실 수 밖에 없었죠. 2010년대 들어 증폭된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비판도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권리를 오랫동안 박탈당한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고요.  답답했던 한국 맥주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된 2014년 4월부터입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의 외부 유통을 허가한다는 것 인데요. 이후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대기업 2~3곳에 불과했던 맥주양조업체는 시행된지 3년이 채 안된 현재 60여 개로 증가했고, 이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면서 대기업 라거 이외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맥주집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막혀 개최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맥주 축제’도 가능해졌고요. 치킨집에서 생맥주를 배달해주는 행위도 합법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맛있는 맥주’를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한 ‘맥주 대통령’ 홍종학 전 의원을 지난 25일 성동구 뚝도시장의 한 펍에서 만났습니다.  #1. ‘짱돌’하나 던졌을 뿐인데?  Q.원래 맥주를 좋아했나.  A. 1980~90년대 10년 동안 공부를 하느라 미국에 있었다. 지금은 미국이 전 세계 맥주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크래프트맥주라는 것이 드물었다. 물론 2002년 한국에서 하우스맥주 처음 생겼을때 종종 마시러 갔을 정도로 맥주를 좋아하긴 했지만 맥주 자체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주세법 개정안 발의를 하고 난 뒤 오히려 맥주 세계에 눈을 떴다.  Q.주세법 개정안은 어떻게 발의하게 된 건가.  A. 2012년 대선이 끝났을 때쯤이었다. 우리 방(의원실) 비서가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경제민주화하러 국회에 왔는데, 지금 술 얘기 할때인가”싶어 반대했다. 그런데 이 친구(비서)가 군법무관으로 있을때 국방부 불온서적에 대해 헌법소원했을 정도로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주세법 개정안은 정말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말이 되더라. 더군다나 내가 독과점 전공 아닌가. 다만 술 관련된 것이어서 고민이 좀 됐는데, 결국 하기로 하고 세미나를 한번 열었다.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런거 왜 이제서야 하냐. 정치인이 이제 정신차렸다”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Q. 맥주시장은 한국에서도 대기업 독과점이 가장 심한 영역이다. 반발이 많았을텐데.  A. 처음에는 ‘주세’ 문제를 꼬집었다. 지금 우리는 출고가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택하고 있는데, 대규모 시설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대기업에 유리한 제도다. 그러나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기존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국정감사때 기재부 장관 앞에서 “오비,하이트에 붙는 세금이 병당 200원이라면 중소기업인 세븐브로이 맥주에 붙는 세금은 700원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 물었더니 기재부에서는 “말이 된다”고 우겼다. 알고보니 카르텔이 형성돼 있더라. 국세청 퇴직자가 주류 유통을 다 장악하고 있었고, 딱 2곳 뿐인 병뚜껑 납품 기업도 국세청 퇴직자들이 한 자리 하고 있고. 기재부,국세청,대기업이 기득권을 누리는 현 시스템을 누구도 바꾸고 싶지 않아 했다.  일단 외부 유통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대한민국은 맥주 축제가 안되는 나라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주장하니 그건 먹혀 들어가더라. 사실 수많은 규제 중 외부 유통 장벽만 허물어진 것인데 소규모양조업체가 일파만파로 생겨나고, 여기서 만들어진 크래프트맥주들을 모아 맥주 축제도 할 수 있게 되고, 카페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진입 장벽이 높아 대기업만 진출할 수 있었던 맥주 산업이 경쟁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짱돌’ 하나 던졌을 뿐인데 이렇게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나도 몰랐다.    #2. ‘맥주민주화’가 곧 창조경제다.  Q. 서민경제전문가다. 맥주와 경제민주화가 어떤 연관이 있나.  A. 현재 세계적으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 유행을 이끄는 나라가 전통적 맥주강국인 독일이 아닌 미국이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미국도 1970년대까지 대형 맥주 회사가 맥주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자가맥주(홈브루잉) 유통 및 판매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소규모양조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당시 미국 전역에서 80여개에 불과하던 맥주양조장이 이제 4000개가 넘는다. 매년 300-400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생기고 있다. 4000개 회사가 5종류씩 맥주를 만들어도 미국 소비자들은 2만 개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시작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유럽과 아시아까지 퍼진 것이고 이제 세계 맥주시장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다. 맥주 관련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크래프트맥주가 유행이다. 우리가 지나친 규제 때문에 중국에게 자칫 맥주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이게 창조경제고, 블루오션이다.  Q. 맥주의 매력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A. 당연하다. 맥주는 무제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술이다. 2000년 미국에 안식년을 갔다. 그때 슈퍼에 가서 사무엘아담스 6병짜리 번들을 사면 1주일이 행복했다. 6병이 각각 다른 스타일의 맥주였는데 매일 밤 오늘은 어떤 맥주를 먹을까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저녁 식사 메뉴가 스테이크면 여기에 어떤 맥주를 곁들이면 좋을까. 또 날씨가 우중충하면 무슨 맥주를 마셔볼까 하면서 말이다. 맥주 한잔이 삶을 윤택하게 해준 것이다. 물론 와인도 다채로운 맛을 갖고 있는 술이지만 너무 비싸지 않나. 사무엘아담스도 보스턴에서 소규모맥주브루어리로 시작해 3년 만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세계적인 맥주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현재 1년에 65종류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Q. 여전히 한국 맥주시장은 대기업에 유리한 규제가 많다.  A. 최종적으로는 맥주에 대한 주세를 낮추고, 크래프트맥주를 동네 슈퍼에서도 살 수 있도록 유통 규제를 더 허물어야 한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이 유통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려고 하지 않더라. 세율도 낮춰지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지금 대기업이 유통하는 수입맥주가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처럼 가격에 대해 세금이 붙으면 수입맥주 같은 것은 탈세하기가 굉장히 쉽다. 양주 탈세 방법이 수입사를 따로 차려서 수입가를 낮추는 것 아니냐. 그럼 세금도 낮게 책정되니까. 물론 그 차익은 회사가 가져가고, 이에 대한 법인세도 물론 안내는 것이고. 지금처럼 기득권에 유리한 제도가 고착화되면 다양성은 물론 해당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Q.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맛있는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  A. 물론 아직도 불필요한 규제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물꼬가 터졌고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가 누가 들어서든 주세율은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크래프트맥주의 외부유통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다만 이것은 위생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철저하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식품위생쪽으로는 아무래도 크래프트맥주가 대기업에 비해 취약하지 않나. 일단 맛있는 맥주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낮 12시에 시작한 홍 전 의원과 인터뷰는 오후 2시 30분까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가 점심시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자는 홍 전 의원과 미국 크래프트맥주인 ‘시에라 네바다 페일에일’과 ‘올드라스푸틴’을 순대와 함께 먹으며 대화했습니다. 홍 전 의원은 흔쾌히 맥주 선택권을 기자에게 양보했는데, 문득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이 이 자리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에라네마다 페일에일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크래프트맥주 중 하나인데요. 이 맥주 한병으로 미국에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시작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의미가 깊은 맥주입니다. 홍 전 의원의 ‘주류법 개정안’이 없었다면 한국의 크래프트맥주산업은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테죠. ‘최순실맥주’로 잘 알려진 올드라스푸틴은 시국을 반영해 고른 것이고요.(참고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① ‘최순실맥주’ 올드라스푸틴) 개인적으로 독일식 정통 맥주와 사워맥주를 좋아한다는 홍 전 의원은 “맥주를 마시다 보니 내가 ‘신 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고, 신 맛이 나는 사워(Sour)맥주가 내 취향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맥주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기자가 “웬만한 맥주매니아보다 맥주 지식이 해박한 것 같다”고 하자 홍 전 의원은 “맥주를 통한 경제민주화는 관심이 있는데 맥주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 아직 공부 중이다”라며 손사레를 치더군요. ‘맥주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홍 전 의원은 맥주 뿐만 아니라 역시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면세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두차례에 걸쳐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폐해를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너무 맥주 쪽으로만 이미지가 굳혀진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처음에는 그랬었는데, 결국 ‘맥주민주화’도 내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 중산층·서민 경제 활성화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홍 전 의원이 꿈꾸는 세상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③ 겨울에 더 맛있는 맥주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③ 겨울에 더 맛있는 맥주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주당이라면 쌀쌀한 출근길, 외투 단추를 잠그며 위와 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갈증 해소 역할을 한다면, 겨울에 마시는 술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데워줘 추위를 이겨내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겨울에 맥주보다는 따끈한 사케를 선호하는 이도 많을텐데요. 아무래도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라거 맥주만 마셔온 우리나라에서는 맥주가 ‘여름에 먹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어울리는 맥주는 따로 있습니다. 겨울맥주의 클래식 ‘스타우트(Stout)와 굴’  가장 널리 알려진 ‘겨울맥주’는 스타우트(혹은 포터Porter)입니다. 스타우트는 볶아서 어두운 색이 된 맥아를 에일 방식으로 만든 흑맥주인데요. 색깔은 석탄처럼 검고 커피, 다크초콜릿, 바닐라 등의 향이 나며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입니다. 탄산은 강하지 않은 편이고요. 서빙온도도 13도 일때 최상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 겨울에 제격이지요. <참고 : 맥덕기자의 맥주이야기 ①-´최순실맥주´ 올드라스푸틴>  스타우트는 특히 겨울이 제철인 ‘굴’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석화 알맹이를 입으로 쏙 빨아들이고 나면 굴 특유의 바다내음이 밀려오면서 달큰한 짭잘함, 고소함이 입 안에 가득 퍼지는데요. 구운 보리에서 얻어지는 쌉쌀한 스타우트가 짭잘한 굴맛은 한층 살려주고, 비릿함은 잘 잡아줍니다.  ‘스타우트+굴’ 조합의 원조는 영국입니다. 과거 저소득층 영국 노동자들이 겨울철 일을 마친 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굴을 스타우트와 함께 먹었다고 합니다. 아일랜드 서쪽 골웨이에서는 1954년부터 매년 성대한 ‘굴 축제’가 열리는데 이 이벤트의 메인 후원사가 세계적인 스타우트 맥주 회사인 ‘기네스(Guiness)’입니다. 이쪽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스타우트와 굴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죠.  이후 스타우트와 굴을 함께 먹는 문화는 전 세계로 퍼져 오늘날 ‘겨울맥주’의 상징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오이스터(Oyster·굴) 스타우트’라는 이름의 크래프트 맥주도 나올 정도 입니다. 한국에서도 알이 꽉 찬 석화 굴은 겨울철 최고의 술 안주인데요. 익히지 않은 해산물 요리가 비교적 덜 발달한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생굴만큼은 즐겨온 것을 보면, 굴이야말로 일찍이 ‘글로벌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최고의 안주’ 아닐까요. 우리가 굴에 초장을 찍어 소주를 곁들인다면, 스타우트를 먹을때는 굴 위에 레몬을 살짝 짜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발리와인(Barley Wine·스트롱에일 Strong Ale)  또 다른 겨울맥주는 발리와인입니다. 직역하면 보리와인이라는 뜻인데요. 이름에 ‘와인’이 들어가 정체성 의심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만 발리와인은 포도를 사용하지 않은 완벽한 에일맥주입니다. 그럼에도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알콜 도수가 와인(12~14%)과 비슷하고, 발효 숙성 과정이 보통 맥주보다 길어 와인못지않게 복잡하고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리와인은 ‘스트롱에일’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높은 알콜 도수를 뜻합니다.  발리와인은 1800년대 후반 영국의 브루어리들이 맥주의 부패를 막기 위해 많은 양의 맥아를 쓰는 방식으로 알콜 함량을 높여 만든데서 유래했습니다. 1903년 최초로 발리와인을 상업화한 영국의 배스(Bass) 브루어리는 당시 의학잡지에 “소화불량, 불면증, 빈혈로 고생한다면 발리와인을 마셔보라”는 광고를 냈는데 ‘겨울철 특효약’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브루어리들은 높은 알콜 도수를 내기 위한 맥아 원료값과 세금을 지속적으로 감당하지 못했고, 점차 발리와인을 만드는 양조장도 사라져갔습니다. 발리와인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에서 크래프트맥주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1980년대 부텁니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불법으로 묶여있던 자가양조(홈브루잉)를 전격 허용합니다. 이후 미국의 크래프트맥주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맥주덕후’들은 개성 넘치는 레시피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직접 빚기 시작했고, 자신이 만든 맥주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크고 작은 브루어리로 성장해갑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영국의 발리와인도 이때 되살아나 오늘날 최고의 ‘겨울맥주’가 된 것이죠.  발리와인은 한 두 모금만 마셔도 몸이 후끈 달아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겨울철 몸을 녹여주는 ‘윈터워머(Winter warmer)’ 용으로 가장 적합한 맥주입니다. 발리와인은 주로 호박색에서 검은색 가까운 어두운 색을 띄고, 수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치지만 미국과 영국 스타일은 약간 다릅니다. 영국 발리와인은 홉과 맥아 맛의 균형이 잘 잡혀있고 알콜 함량이 다소 낮은 편(8~10%) 입니다. 반면 미국식 발리와인은 알콜 도수가 더 높고, 영국 발리와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홉이 들어간 것이 특징입니다. 양조장마다 개성 강한 레시피로 만들기 때문에 맛도 더 다양한 편이고요.  일반적으로 발리와인은 겨울에 출시됩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일부 바틀 샵이나 펍에 가면 마실 수 있습니다. 발리와인의 장점은 구입 후 길게는 몇년 까지 보관해도 무방하다는 점입니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병 안에서 숙성되면서 더 깊은 풍미와 의외의 맛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발리와인을 구입할때는 ‘라거’처럼 제조일자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 “맥주는 많이 먹어야 취한다”며 맥주를 멀리해왔다면 올 겨울, 발리와인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소량의 맥주로도 충분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② ‘국산맥주’는 억울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② ‘국산맥주’는 억울하다.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이 모든 일은 4년 전 겨울, 한국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한국 크래프트맥주 업계의 ‘큰손’이 된 다니엘 튜더(영국)가 글로벌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2012년, 튜더는 잡지에 한국을 소개하면서 “먹거리는 화끈한데 맥주는 따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튜더의 말에 한국 맥주 소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국맥(국산맥주)’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았죠. “한국 맥주는 돼지오줌 맛”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한국에 본격적으로 크래프트맥주가 상륙한 게 2013년 무렵이었으니, 당시 튜터의 발언이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도 맛있는 맥주에 대한 수요가 폭발 직전이었던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튜더의 발언 이후 한국 맥주계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2014년 초 주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소규모 양조업체가 만든 술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고, 한국의 크래프트맥주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존에는 맥주 생산 업체가 대기업 2~3곳에 불과했다면 현재 소규모맥주양조장, 이른바 ‘크래프트맥주브루어리’라 불리는 업체들이 50~60개에 달합니다. 게다가 이 브루어리(양조장)들은 주로 기존 대기업이 만들어온 ‘라거(Lager)’ 스타일의 맥주에서 벗어나 ‘페일 에일(Plae ale)’ ‘인디안 페일 에일(Indian plae ale)’ ‘스타우트(Stout)’ ‘사워 에일(Sour ale)’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창의적인 레시피로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세대(20대 후반~30대 초반)가 사회 생활을 해 경제력을 갖추면서 맥주 매니아층도 넓어졌고 이들의 구매력도 세졌죠.  그럼에도 여전히 “국맥은 맛없다.”는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맥이란, 소규모브루어리의 맥주가 아니라 하이트진로, OB 등 ‘대기업 맥주’를 뜻합니다. 크래프트맥주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편의점이나 집 근처 슈퍼에 가면 여전히 하이트,카스가 맥주 코너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맥주의 맛’을 알게 된 순간 선뜻 손이 가지 않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1년 17%에 불과하던 수입맥주 매출이 지난해 38%까지 증가했고, 올해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4%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는 대기업이 해외맥주까지 공격적으로 유통하면서 맥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소비자의 ‘맥주 고르는 눈’이 높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연 국산맥주는 진짜 맛이 없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한국 맥주는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맥주의 종류는 수백가지에 달하는데, 그동안 한국 대기업은 ‘라거’ 스타일 맥주 생산에만 주력해왔습니다. 라거는 낮은 온도에서 발효되는 효모를 이용해 만든 맥주로, 밝은 황금빛에 청량감, 시원한 목넘김, 약한 홉과 몰트(맥아)맛이 나는 것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라거는 ‘밍밍한 맛’으로 먹는 맥주라는 것이죠. “국맥은 밍밍하다”는 비판이 있다면 그것은 대기업 맥주들이 거의 ‘라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재에 소개한 묵직하고 쌉쌀한 맛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스타일<참고-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① ‘최순실 맥주, 올드라스푸틴’>과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맥주죠. 크래프트맥주가 한국에 알려지기 전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수백가지의 맥주 스타일 중 밍밍한 맛의 ‘라거’맥주만 먹어온 것입니다.   라거로서 ‘국맥’의 퀄리티는 해외 대기업 라거 맥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크래프트맥주펍을 운영하는 이승용 퐁당크래프트비어컴퍼니 대표는 “맥주를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대기업 맥주들이 칭다오, 하이네켄, 스텔라, 아사히 등 해외 유명 라거 맥주와 비교해 맛 자체는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동안 ‘국맥’이 맛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자 맥주를 만드는 공법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공법은 맥주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 일뿐 맛과 직결되는 요소가 아니”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한국 대기업 주류 회사들은 주로 ‘하이그래비티 공법(맥주의 도수를 높인 뒤 물을 타서 만드는 방식)’으로 맥주를 만드는데, 아사히나 밀러, 버드와이저 등 세계적인 맥주 회사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대기업 맥주는 여전히 과점 상태이며,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 제조, 품질 개선 등 앞으로도 과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라거스타일의 맥주가 먹고싶다면 ‘국맥’을 마시는 것이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측면에서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낮은 온도로 서빙되는 라거맥주는 신선함과 관리가 생명입니다. 생맥주의 유통기한이 보통 6개월이니 맛있는 ‘국산 생맥주’를 먹고싶다면 손님이 많아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가게에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맥주 케그를 자주 교체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한다면, 캔 아래에 써 있는 맥주 제조일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한달 이내에 생산된 맥주가 가장 맛있습니다. 라거는 보관을 오래할수록 맛이 변질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 하나, 호프집의 맥주 보관 상태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평소 상온에 맥주를 두다가 순간 냉각기를 사용해 서빙하는 것보다는 냉장고에 계속 보관한 맥주가 더 맛있는 편입니다. 자, 이제 선입견을 버리고 ‘국맥’을 마음껏 즐길 차례입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점·선·색·면의 자연… 그 속에서 찾은 자유

    점·선·색·면의 자연… 그 속에서 찾은 자유

    한국의 자연을 특징짓는 것은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이다. 유영국(1916~2002)은 이런 한국의 자연이 지닌 정수를 아름다운 색채와 단순하고 대담한 언어로 그려 낸 화가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기록되는 유영국의 화업 60년을 보여주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근대미술 거장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로 마련한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이다. 이번 전시는 1937년 유학시기 작품부터 1999년 절필작에 이르기까지 60여년 화력을 보여주는 작품 100여점과 유영국문화재단 소장의 아카이브 50여점이 총망라됐다. 작가 생존 시 열린 15차례의 개인전이나 사후의 전시를 통틀어 최대 규모다. 1978년 이후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 작품들 중 특히 작가의 최고 절정기로 장엄한 자연을 표현하기 시작한 1960년대의 대형 유화작품 30여점은 유영국 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유영국이 가장 좋아했던 서양화가는 추상회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이었다. 몬드리안의 작품이 “말이 없어 좋다”던 그의 작품 역시 말이 없다. 대신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름다운 색상으로 채워진 이 조형요소들은 서로 긴장하는 듯하면서도 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장엄한 산맥, 깊은 숲과 계곡, 지치지 않는 붉은 태양, 푸른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연의 정수에 다가가게 한다. 평생 400여점의 아름다운 유화작품을 남긴 그의 작품에는 특히 ‘산’을 주제로 한 것이 많다. 그는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다”고 했다. 1916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부유한 지주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유영국은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에서 공부하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자퇴한 뒤 일본으로 건좇가 1935년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했다. 자유로운 학풍을 자랑했던 문화학원에서 수학하며 재야 그룹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면서 무라이 마사나리(1905~1999), 하세가와 사부로(1897~1957) 등 당대 일본의 가장 영향력 있는 추상미술 리더들과 교유했다. 사진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 문화학원 졸업 후에 오리엔탈사진학교에서도 수학했다. 1943년 태평양전쟁의 포화 속에서 귀국한 그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부로, 양조장 주인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양조장 사업이 꽤 번창했지만 “금산도, 금밭도 싫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며 1955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미술활동을 재개했다. 그의 나이 쉰 살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려는듯 밤낮없이 그림을 그리며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신상회 등 한국의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다 1964년 그룹 활동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스스로 선언하며 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단체 활동을 접고 오로지 개인 작업에 전념했다.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해 8시부터 11시까지 작업하고 점심 식사 후 다시 2시부터 6시까지 작업하는 규칙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작품에 매달렸다. 스스로 “60세까지는 기초 공부를 좀 하고 그 후엔 부드럽게 자연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곤 했던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조형실험 과정을 거친 뒤 작가로서 정점에 도달했을 1977년 공교롭게도 심근경색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고 이후 심장박동기를 달고 살아야 했다. 37번이나 입원하며 투병하면서도 그는 절필작 ‘작품’을 그린 1999년까지 부드럽고 평화로운 회화세계를 펼쳤다. 전시는 시기별로 크게 1937년 일본 유학기부터 1964년 개인전까지, 그가 그룹활동의 종언을 선언한 뒤 2002년 타계할 때까지로 나눠 작품들을 보여준다. 지난 4일 개막식 때 전시장을 찾은 부인 김기순(97) 여사는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면 작업실로 직행해 캔버스를 어루만지던 남편을 보면서 이런 것이 예술가의 삶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남편이 병석에 있으면서 그린 작품들이 특별히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한국 크래프트비어 ‘더부스’ 미국서 대규모 양조장 인수

    획일화된 맛에 길들여져 익숙해지기 보다는 각자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맛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힙(hip)한 문화로 자리잡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크래프트비어(수제맥주)는 대중적이고 익숙한 맛보다는 각 브루어리(양조장)의 특색과 스타일이 반영돼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국내 크래프트비어 스타트업인 ‘더부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대규모 양조장(브루어리)을 인수하고, 미국 내에서의 본격적인 수제 맥주 생산에 나섰다. 미국 3대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달 기사를 통해 더부스의 미국 양조장 인수 소식을 전하며 더부스의 스토리와 생산방식에 대해 전하며 “해외 크래프트비어 회사로, 미국에 자체 양조시설을 확보한 세 번째 회사”라고 소개했다. 더부스 관계자는 28일 “여전히 맥주의 본고장 하면 독일 등 유럽국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 같은 영광은 과거형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제 맥주’라고 불리는 크래프트비어 시장을 미국이 주도하기 시작한지는 이미 꽤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미국 양조장 인수의 1차적 목표는 글로벌 크래프트비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맥주를 양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맥주의 주재료인 홉과 맥아의 경우 주요 산지가 미국에 위치해 있어, 미국 현지에서는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공수할 수 있다. 더부스는 이를 이용해 세계적인 수준의 수제 맥주를 양조한다는 계획이다. 더부스의 미국 양조장 인수는 수제 맥주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와 동시에 미국진출 가능성에 대한 투자로도 볼 수 있다. 한편 현재까지 공식입장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국 내 매출 20위권에 드는 ‘파운더스 브루잉’이 최근 더부스의 ‘끝까지 IPA (영문명 All Night IPA)’에 대해 상표권 침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해당 제품은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소규모 양조된 맥주로 사실상 상표권 침해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① ‘최순실맥주’ 올드라스푸틴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① ‘최순실맥주’ 올드라스푸틴

    “여기서도 최순실, 저기서도 최순실. 그냥 온 나라가 최순실 한명에게 먹혔네.” 그야말로 핵폭탄급 비상시국입니다. 지난 밤 기자는 ‘펍 크롤’(하룻밤에 여러 펍을 돌면서 다양한 맥주를 맛보는 행위)을 하기 위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았는데, 가는 곳마다 테이블 여기저기서 최순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크래프트맥주를 즐기는 2030세대 사이에서도 “알고보니 대통령의 절친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는 ‘최순실 게이트’는 요즘 최고의 핫이슈입니다. 나라 걱정에 남녀노소가 어디있겠습니까. 다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여 조소하곤 합니다. “요즘같은 때는 올드라스푸틴 맥주가 딱이지”‘올드 라스푸틴’은 미국의 크래프트맥주 회사인 노스코스트브루잉컴퍼니에서 만든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계열의 맥주 이름입니다. 스타우트는 볶아서 어두운 색이 된 맥아를 에일(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든 흑맥주를 뜻하는데 알코올 도수가 일반 스타우트(5~7%)보다 높으면 ‘세다’는 의미의 임페리얼을 앞에 붙입니다.(올드 라스푸틴의 알코올 함량은 9%입니다.) 쉽게 말해,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도수가 높은 흑맥주라는 뜻이죠. 과거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를 비롯한 왕족들이 이 도수 센 흑맥주를 유독 좋아했다는데서 유래돼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라고 하기도 합니다. 노스코스트 양조장은 자신들이 만든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라스푸틴’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붙인 것이고요. 이 올드라스푸틴 맥주가 ‘최순실맥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4일 뉴욕타임즈가 최순실을 라스푸틴에 비유해 보도한 이후부텁니다. 그레고리 라스푸틴은 러시아 시베리아의 빈농 출신으로, 말을 훔치다 마을에서 쫓겨나 수도원을 전전하던 중 마치 한국의 무당 비슷한, 편신교라는 이상한 종교에 빠집니다. 최면술을 수단으로하는 신흥종교였다는데요. 라스푸틴은 러시아 마을 곳곳에 이 종교를 전파하면서 ‘용한 수도사’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 라스푸틴에 대한 소문은 궁궐까지 들어가 귀부인들과 황후 알렉산드라까지 사로잡게 되죠. 마침내 라스푸틴은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막후 실세자리에 올라 2년 간 온갖 전횡을 일삼았고, 결국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는 몰락하게 됩니다. 정말 믿고싶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상황과 많이 비슷하긴 합니다. 올드라스푸틴 맥주 맛도 이렇게 무겁고, 찝찝할까요? 역사에 길이 악명을 떨친 라스푸틴과는 달리 맥주 ‘올드라스푸틴’은 각종 맥주 대회 수상을 13번이나 한 아주 맛있는 맥주로 유명합니다. 1988년에 설립된 노스코스트 양조장도 미국 전역에서 손꼽히는 명문 브루어리이고요. 스타우트의 특성상 올드라스푸틴은 무거운 바디감을 가졌습니다. 색깔은 석탄처럼 검고, 풍부한 에스프레소와 초콜릿 향, 약간의 바닐라 향도 올라옵니다. 한 모금 마시면 진득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데 마치 폭신한 배게에 얼굴을 묻힌 기분이 듭니다. 쌉쌀한 맛도 강한 편이고요. 도수가 센 편인데다 가볍게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가 아니다보니 한잔 앞에 놓고 한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친구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 좋은 맥주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윈터 워머(Winter warmer)로서도 제격이고요. 여담이지만 올드라스푸틴을 수입하는 국내 한 맥주수입업체 대표는 최근 “최순실 사건 이후 올드라스푸틴에 대한 문의가 넘친다”며 “수입물량을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더군요. 정말 최순실때문에 특정 맥주 판매율까지 올라간다면 아주 흥미로운 일이겠지요. ‘최순실맥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굳이 최순실때문이 아니더라도 스타우트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맥주입니다. 올드라스푸틴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는 각국의 크래프트브루어리가 야심차게 만든 다양한 스타우트들이 들어와있습니다. 크래프트맥주를 취급하는 펍에 간다면 쉽게 생맥주로 즐길 수도 있고요. 오늘 저녁, 맥주 한잔 하러 갈 계획이라면 묵직한 스타우트를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알 수 없는 묘한 존재감…안팎의 경계 지운 모퉁이집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알 수 없는 묘한 존재감…안팎의 경계 지운 모퉁이집

    부티크 호텔, 회사 사옥, 다단계 본부(!), 주차장….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주택가에서 공사 중이던 한 건물을 보고 동네 주민들이 추정한 건물의 용도다. 그들의 예상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완성된 건물은 단일 용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자를 열면 온갖 과자와 사탕이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건물이었다. 지하 1층, 지상 6층 중에서 꼭대기 3개 층은 단층형과 복층형의 다가구 주택이다. 그 아래는 사무소, 레스토랑, 외부로 노출된 커피 로스팅실 등으로, 그리고 지하는 커피 전문 체인점인 시드느와의 중곡점으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이 연재의 관점으로 보면 아주 전형적인 무지개떡 건축이라고 하겠지만, 이 건물을 설계한 니드건축의 김성우 소장은 ‘주거복합’이라고 부른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집 중곡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서울 동쪽 어딘가에 있는 곳이라는 정도였다. 지도를 보면 서쪽으로는 중랑천이 흐르고 동쪽에는 용마산, 그리고 그 너머의 아차산이 있다. 산에 가까워질수록 경사지가 나오지만 그 나머지는 널찍한 평지다. 전체적으로 남북이 아니라 동서로 놓여 있어서 그렇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작은 강북’이라고 할 만하다. 터가 좋아서 그랬는지 일찍부터 서울 동부 지역의 부촌으로 소문이 났다. 신흥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대원외고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이 동네의 한 모퉁이 땅에 단독주택을 지은 부부가 있었다. 뜰에 나무를 심었고 자녀들을 키웠다. 세월이 흐르자 자녀들은 집을 떠났고 이 지역에도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서울이 성장하면서 지역의 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단독주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밀도였다.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고급 주택지로서의 면모는 사라지고 성범죄가 발생하는 등 치안에도 문제가 생겼다. 동네를 동네답게 만드는 별다른 시설도 없이 오직 잠만 자고 나가는 베드타운이 됐다. 이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모퉁이 집은 사방으로부터 포위됐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대한민국은 이미 공인된 해답을 갖고 있다. 가능한 높은 가격에 땅을 팔고 정든 동네를 떠나 좀더 근사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다. 여유가 있으면 그 자리에 남들처럼 다세대, 다가구를 짓고 세를 놓는 방법도 있다. 즉 부재지주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니 동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동네에서 살지도 않고, 그 동네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지도 않으며 선거철에 투표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흔한 부동산 성공 신화다. 그런데 이 모퉁이 집의 가족들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건물을 지어서 다시 이 동네로 돌아오기로 했다. 높아진 동네의 밀도에 부응해 아래층에는 이런저런 도시 기능을 넣었다. 그리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의 삶의 풍경을 건물 윗부분에서 만들어 나갔다. 원래 이 자리에 있었던 나무 한 그루도 이 건물 옥상 마당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렇게 살던 곳으로 다시 모였다. ●창작의 출발은 오랜 기간 걸친 관찰·연구 이 연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다른 건물들은 설계자의 존재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설계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다. 그러나 이 건물의 경우 설계자가 명확히 알려져 있고 게다가 지금 한창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흥미롭게도 니드건축은 두 명의 파트너들에 의해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서울 사무실의 김성우 소장도 네덜란드에서 공부한 유학파다. 매우 국제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설계 집단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나누던 한 시간 반 동안 우리는 해외 건축과 관계된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우 소장은 한예종에서 강의할 당시 고 이종호, 김태형 등과 함께 여러 해에 걸쳐 서울 연구를 한 적이 있으며 그중 1년을 주거 연구에 할애했다. 우리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외부 계단이 만들어 내는 삶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거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과 주거의 소유 방식과의 연관성을 따져 보았다. 중곡동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이 이 건물에 미친 영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주거복합’이라는 용어에 대해 김성우 소장은 주거 자체가 이미 매우 다양하게 분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상복합이라는 일반적 단어가 갖는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게 됐노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랜 기간에 걸친 관찰과 연구, 그리고 경험이 만들어 낸 생각의 흐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중곡동 주거복합을 낳은 모태가 됐다. 이것은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개념의 건축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꼭 바깥세상에서 답을 구해 와야 한다는 이전의 강박관념은 적어도 한국 건축계의 최전선에서는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건축가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이제 한국 건축이 어떤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와 동시에 순간의 영감이나 감각, 혹은 유사 인문학적 태도보다는 꾸준한 연구와 관찰을 창작의 무기로 삼는 건축가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개념 그리고 세심한 조율 그 결과물인 중곡동 주거복합은 한마디로 ‘유형적 언어로 정의할 수 없는 건축’이다. 공사 기간 중에 인근 주민들이 도대체 건물의 용도를 알 수 없다고 했던 것은 이러한 성격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한국 도시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치밀한 관찰에 근거한 비평적 성찰이 존재한다. 처음에 주소를 갖고 이 건물을 찾아가면 아마 그 바로 앞에서도 건물이 어디 있나 하고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비해 절대 작은 건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건물의 외관에서 벽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건물은 외벽을 따라 외기에 면한 복도가 설치돼 있고 따라서 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복도의 난간 벽이지 건물의 외벽이 아니다. 외벽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행자의 시선에서 한참 위에 올라가 있는 4층 이상부터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적층의 조형을 설계자는 ‘테이블 구조’로 부르고 있다. 각 테이블을 연결하는 계단 역시 외부 복도와 맞물려 건물 주변을 따라 설치됐다. 이 계단을 오르며 건물의 프레임을 통해 서서히 주변의 풍광이 전개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건물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이다. 이렇게 생활공간의 주변에 외부 공간을 적극 배치함으로써 건축 안팎의 삶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는 설계자가 오랫동안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외부 계단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 건물은 층별로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즉 차곡차곡 포개진 테이블은 조형적으로 비교적 단순하지만 재료적으로는 다양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 각각의 재료는 벽돌, 고흥석, 노출 콘크리트 등으로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이 동네를 대상으로 재료를 샘플링해 이 건물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난간 벽이 만들어 내는 허공의 띠에 의해서 분절된 건물의 외관은 이렇게 다양한 재료의 물성에 의해서 다시 한번 분절된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실제보다 가볍고 작고 접근하기 쉽게 느껴진다. 건물만 따로 놓고 보면 규모에 비해 재료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지 않은가 싶지만 동네와 함께 생각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지하의 커피 전문점인 시드느와는 건축주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자신이 위층에 거주하기도 하니 직주근접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주변에 비해 상당히 고급스러운 매장이지만 주인이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서 살던 주민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될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1층의 중심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형 커피 로스팅기다. 상당한 크기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기계는 마치 어린 시절 어느 동네에나 있었던 방앗간이나 양조장의 투박한 생산 도구들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다양한 생산 기능이 다시 회복되는 것은 한국 도시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김성우 소장은 당초 통상적인 방식으로 설계가 진행되다가 벽에 부딪혔던 순간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에 사무실을 잠시 닫고 직원들과 여러 동네 답사를 다녔다. 그러다가 종전의 개념을 확 바꿔서 밖으로 열린 현재의 구성을 생각해 냈고 하루 만에 모형을 다시 만들었다. 두 개의 모형을 비교해 보면 그 놀라운 변화의 순간이 역으로 읽히는 듯하다. 초기의 안이 주어진 제반 조건을 충실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차분하게 해결해 나간 것이라면, 두 번째 안은 제약을 오히려 과감하게 역으로 이용해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담아낸 것이었다. 새로운 시도이므로 형태적인 이질감이 있을 수 있으나 김성우 소장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료와 스케일, 디테일 등을 세심하게 조율해 참신하면서도 동네 친화적인 건물을 만들 수 있었다. ●아차산 등 탁 트인 조망 즐기는 옥상 마당 저층부와 중층부의 외부 공간이 복도 형태로 비교적 연속적인 선형이라면 상층부 주거의 외부 공간은 훨씬 더 분절돼 있다. 기본적으로는 방 하나에 마당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혼자 쓰는 마당도 있고 가족이 모이는 마당도 있다. 나중에 가족의 상황이 바뀌면 셰어하우스로 점진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조다. 위로 갈수록 건물을 뒤로 후퇴시키면서 용적률을 조절했다. 그 결과 주변 건물보다 다소 높게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옥상 마당에서는 용호산, 아차산은 물론 이 동네 일대의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옥상이 갖고 있는 도시적 잠재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변 건물들의 옥상이 서서히 녹색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건물이 갖는 큰 장점이다. 그것을 주거복합으로 부르건, 무지개떡으로 부르건 한국 도시의 미래는 이런 복합 유형이 갖는 가능성을 확대해 나가는 데 달려 있다. 평범한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인 중곡동은 그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진원지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더부스’x‘미스터쇼’ 콜라보 ‘집비어(집Beer)’ 출시

    더부스’x‘미스터쇼’ 콜라보 ‘집비어(집Beer)’ 출시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제맥주가 각광받고 있다. 양조장에 따라 새로운 맥주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크래프트 비어 전문 더부스는 고유한 레시피로 이미 국내 많은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국내 크래프트 비어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더부스는 음식, 음악, 재료 본연의 맛 등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새로운 레시피를 탄생시키고 있다. 앞서 더부스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4집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발매를 기념해 콜라보레이션 IPA 맥주 ‘ㅋ’ 맥주를 론칭한 바 있다. 이처럼 더부스는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색다른 콜라보레이션 맥주를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부스가 새롭게 출시한 크래프트 비어 ‘집비어(집Beer)’는 박칼린 연출의 ‘미스터쇼(Mr Show)’와 더부스의 콜라보로 탄생했다. 더부스는 ‘미스터쇼’의 솔직하고 섹시하며 본능의 유쾌함을 담은 공연 콘셉트를 크래프트 비어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미스터쇼’는 국내 최초 여성전용 공연으로 초연 당시 많은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흥행에도 성공해 서울, 성남, 수원, 대전, 대구 등 지방 투어는 물론 일본에도 선보여졌다. ‘미스터쇼’의 이미지를 담은 ‘집비어’는 이미지에 걸맞게 유혹적인 붉은 루비 색을 띠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빵이나 캐러멜류의 부드럽고 달큼한 풍미와 견과류의 고소한 맛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크리미하고 달콤한 아이리쉬 레드 에일로 여성들의 솔직한 욕망을 유쾌하게 발산하는 ‘미스터쇼’와 중의적인 위트를 가지고 있는 ‘집비어’의 조합이 절묘하다는 평이다. 또한 더부스는 ‘집비어’ 출시와 함께 ‘미스터쇼’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더부스 상수 팝업스토어에 ‘미스터쇼’ 당일 티켓을 갖고 방문하면 맥주를 한 잔 더 증정한다. 화끈한 ‘미스터쇼’와 시원한 ‘집비어’가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샘표는 안전” 원칙 경영 남기고 떠난 기업인

    “샘표는 안전” 원칙 경영 남기고 떠난 기업인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 지난 23일 95세로 별세한 박승복 샘표 회장은 창업주인 부친 박규회(1976년 작고)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을 평생 지켜왔다. 박규회 회장이 1946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삼시장유 양조장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샘표는 국내 간장 시장 점유율 1위(올 상반기 기준 55.2%) 회사다. 박승복 회장은 2009년 출간된 회고록 ‘장수경영의 지혜’에서 원리·원칙을 경영의 중요한 지침으로 꼽았다. 1985년 영세업체들이 불법으로 간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현장이 뉴스를 통해 방송된 뒤 전체 간장 판매가 줄자 박 회장은 직접 TV광고에 출연해 “샘표는 안전합니다”라며 정면승부를 펼쳤다. 제품에 대한 원칙을 지켜왔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는 게 샘표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40년을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면서도 근검절약을 실천했다. 달력 뒷면과 이면지를 메모지로 이용했다. 자기가 10년 동안 타던 자동차를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물려준 뒤 주행거리 40만㎞를 채우고 나서야 차를 바꾼 일화도 있다. 박 회장은 또 매일 하루 세 번 식후 식초를 마시는 것을 건강의 비결로 꼽았던 ‘식초 전도사’였다. 국내에 마시는 식초를 소개하고 마시는 식초음료 ‘백년동안’을 개발했다. 1976년 55세 나이로 샘표식품 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했다. 한국산업은행의 전신인 한국식산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할 때는 주민등록번호 제도 도입과 세종문화회관 설립 등의 주요 업무를 추진했다. 유족은 샘표식품 사장인 아들 진선씨와 차남 유선씨, 세 딸 혜선·영선·정선씨등 2남 3녀다. 차남 유선씨는 현재 미국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고 세 딸은 모두 주부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新전원일기] 인생도 와인도 오미자

    [新전원일기] 인생도 와인도 오미자

    오미자(五味子)에는 다섯 가지 맛이 있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매운맛. 붉은 오미자 열매 안에는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맛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위치한 ‘오미나라’의 대표 이종기(62)씨는 오미자로 인생의 맛이 어우러진 술을 담그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내 굴지의 주류회사에서 평생 동안 술을 만들어 온 ‘주류 명인’이었던 그가 퇴직 후 2007년 문경으로 귀촌한 계기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의 생산에 도전하면서였다. 문경은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최대의 오미자 산지다.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에서 자란 이곳 오미자의 품질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옛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 문경새재를 지나 오미자 와인과 함께 세계로 뻗어 가고 있는 그의 인생 이야기에 취해 버렸다. 이 대표가 만든 술을 한 잔 곁들인 자리였다. # 국내 최고 양조 장인이자 술꾼인 그의 삶 이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양조 장인으로 불린다. 1980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OB맥주에 입사하면서 그의 양조 인생이 시작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소문난 애주가였던 그는 당시 흔하지 않던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OB맥주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OB씨그램으로 회사를 옮겨 위스키 개발 업무에 투입되었어요. 그때부터는 당시 고위층이나 마실 수 있다는 위스키를 마음대로 마실 수 있어서 신났어요. 그것보다 더 신났던 것은 내가 만든 술이 전국 각지 술꾼들의 술상에 오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보람이었죠.” 회사의 지원을 받아 1990년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국내 양조업계에서 양조학 석사 1호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셈이다. 이후 ‘썸싱 스페셜’, ‘패스포트’, ‘윈저’, ‘골든 블루’ 등 그가 탄생시킨 위스키의 목록을 더듬어 본다는 것은 국산 양주 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OB씨그램 공장장을 거쳐 다국적 주류기업인 ‘디아지오코리아’의 대표까지 지내고 2006년 퇴직할 때까지 그는 큰 어려움 없이 주류(酒類) 업계의 주류(主流)로 살아왔다. 퇴직 이후 그를 ‘모셔 가려는’ 대학들이 여럿이었다. 실제로 영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직을 수락해 한동안 강단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오미자 와인 사업에 매진하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스스로와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1990년 스코틀랜드 유학 시절 느꼈던 울분을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양조학 전공 교수가 열었던 파티에서 각 나라의 전통주를 가져오는 이벤트를 개최했어요. 프랑스 친구가 가져온 와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제가 가져간 인삼주에 대해서는 다들 악평을 했어요. 자존심이 상했고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술을 만들어 내놓겠다는 다짐을 했죠.” 국내에서는 최고의 양조 장인으로 인정받는 그였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전통주의 입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93년부터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전통주 개발에 매달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쌀, 보리, 옥수수 같은 곡물과 대추, 배, 감을 비롯한 과일 등 30여 가지의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전통주를 만들면서 다양한 실험을 한 끝에 오미자라는 최상의 재료를 만나게 되었다. 오미자는 외국에서 들여온 품종이 아니라 한반도가 원산지라는 점에도 이끌렸다. # 짠맛과 신맛도 숙성시키니 향기로운 술이 되네 밝은 분위기의 로비와는 달리 오미나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주변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와인 숙성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신비로운 중세 수도원 분위기의 아치형 천장 아래 꾸며진 와이너리 안에서는 참나무 냄새와 뒤섞인 술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나왔다. 양조장 한편에는 1차 발효를 위한 스테인리스스틸 발효통이 웅~ 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고 건물 곳곳에 놓인 수백 개의 오크통은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오미자 와인을 발효시키는 중이었다. “오미자가 ‘양조 적성’이 좋은 술은 아닙니다. 발효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그럼에도 오미자 와인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세계 최초라는 점과 영양 만점의 오미자 매력 때문이었죠.” 오미자 와인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발효였다. 일반적으로 와인 재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포도의 경우 1차 발효 기간이 3~4일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오미자는 1차 발효만 해도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가공에 성공했을 때 장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오미자의 많은 부분들이 발효 과정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단백질, 비타민B, 칼슘, 인, 철분 성분과 피로회복에 좋은 유기산을 포함한 오미자의 풍부한 영양성분 안에는 천연 방부제 구실을 하는 성분까지 포함되어 있어 발효가 쉽지 않았다. 짠맛과 신맛을 발효를 통해 완화시켜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잘 익은 오미자일수록 산도가 풍부한데, 오미자 특유의 신맛을 고객들이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조절하는 과정이 특히 어려웠다고 한다. 1년간의 1차 발효가 끝나면 2차 발효 과정으로 넘어간다. 오미나라에서는 스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두 종류의 오미자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스틸 와인은 오크통에서,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고급 샴페인 생산 방식대로 일일이 병으로 옮겨져 발효되는 과정을 18개월 이상 거친다. 오미자가 ‘오미로제’라는 상표를 달고 고급 와인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3년여의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미자의 짠맛은 오미자 와인의 ‘간’을 맞추고 신맛은 특유의 상큼한 뒷맛을 자아내게 되었다.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간을 맞추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오미자의 짠맛 때문에 오미자 와인에 따로 조미료를 가미할 필요가 없는 거죠. 오미자 와인의 산미가 부드러워지기까지 투자도 많이 필요했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 과정을 통해 세상에 없던 술을 만들어 내놓았다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이 대표가 근사한 와인 잔에 직접 따라 준 오미자 와인의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마셔 보았다. 단맛과 신맛, 상큼하면서도 톡 쏘는 매운맛이 어우러진 오묘한 맛이었다. 진한 포도주와는 달리 투명하고 연한 붉은빛이 전해 주는 시각적인 유혹도 컸고 달착지근하면서도 코끝을 쨍하게 울리는 듯 스파이시한 향 또한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더 도수가 센 술도 즐기느냐는 이 대표의 질문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 시절부터 술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내게 이 대표가 자신 있게 내놓은 술은 올해 6월 새롭게 출시한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이었다. ‘고운달’은 발효된 오미로제를 증류시킨 술로 알코올 도수가 52도인 고급 브랜디다. 500㎖짜리 가격이 30만원이 넘는 비싼 술로, 주류 명인의 손을 거친 오미자의 풍미가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고급 위스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마시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증류주를 개발했다는 그는 2011년 11월 오미자 와인을 처음 출시한 이후로도 전통주 개발을 위한 연구를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오미자 증류주인 ‘고운달’과 사과 증류주인 ‘문경바람’을 올해 함께 출시한 것이 그 결실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외 활동으로 바쁘긴 하지만 양조와 증류 작업만은 제가 직접 맡습니다. 매일 새벽 3~4시 출근해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증류기 앞에서 증류를 합니다. 아무도 없는 와이너리에서 술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 문경새재 옛 주막자리에 연 ‘오미나라’ 오미로제라는 브랜드가 처음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2년 이 대표가 만든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이 서울핵안보 정상회의의 특별 만찬주로 선정되면서다. 지난해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도 그의 술이 공식 만찬주로 쓰였다. 해외의 귀한 손님을 초대하는 잔치에서 대접할 만한 전통술 하나 없이 수입 와인을 내놓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 대표는 이제 그가 만든 술을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파티에 선보이게 되었다. 오미자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에 외국 손님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는 유럽 등으로 오미자 와인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동력이 되었다. 이 대표가 직접 오미자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대신 2310㎡ 규모의 직영 농원과 지역 농가로부터 계약 재배한 유기농, 무농약 오미자를 공급받는다. 그가 사들이는 오미자는 연 20여t 규모로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원이 된다. 그의 손을 거쳐 술로 가공된 오미자의 부가가치는 3~10배까지 치솟는다. 와인 투어, 술 만들기 등의 체험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 또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오미로제를 다녀간 체험객은 지난해만 해도 2만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오미나라가 달성한 매출 5억 5700만원은 와인 판매뿐 아니라 6차 산업으로 거둔 수익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이달의 6차 산업인’에 그가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농산물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작물의 가치를 높이고 그것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 또한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의 일환이라고 믿고 있다. “양조장과 체험관을 포함해 지은 오미나라는 과거 문경새재 주막자리였어요. 조선시대 주막에서 서민들과 과거객들이 삶의 애환을 달랬듯, 여기를 찾은 분들이 오미자술을 체험하면서 우리 술의 가치를 배우고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문경새재 옛 주막터를 오크향 물씬 풍기는 와이너리로 탈바꿈시킨 이 대표. 젊은 시절부터 세계적인 전통주를 개발하리라 다짐했던 주류 장인의 꿈이 이곳에서 오미자와 함께 향기롭게 익어 가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커피와 맥주가 만나면... 더부스-빈브라더스 콜라보 제품 출시

    커피와 맥주가 만나면... 더부스-빈브라더스 콜라보 제품 출시

    획일화된 맛에 길들여져 익숙해지기 보다는 각자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맛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힙(hip)한 문화로 자리잡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크래프트비어(수제맥주)와 스페셜티 커피는 이러한 문화 트렌드를 방증한다. 크래프트비어는 대중적이고 익숙한 맛보다는 각 브루어리(양조장)의 특색과 스타일이 반영돼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일, 초콜릿, 커피 등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에 경리단길에서 한국 크래프트비어 붐을 선도했던 ‘더부스’가 스페셜티커피 분야의 강자 ‘빈브라더스’와 콜라보해 색다름과 색다름이 만난 신개념 맥주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더부스-빈브라더스의 콜라보로 탄생된 ‘브루브로IPA’는 빈브라더스의 시그니처 블랜드인 ‘벨벳화이트’를 넣어, 자몽, 홍차류의 새콤하면서도 깊은 향과 인상적인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초콜릿 몰트의 깊은 풍미와 상큼한 홉의 향이 커피의 풍미와 어우러진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브루브로IPA’는 맥주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지칭하는 브루(brew)와 협력의 의미의 브로(bro)를 더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각자의 분야에 자부심을 가지고 독특한 문화를 전파하는 데 힘쓰는 두 회사의 만남이 검은 색의 IPA라는 독특한 결과물을 낳았다고 관계자들은 평한다. 더부스 관계자는 25일 “더부스의 브루마스터 크리스와 빈브라더스의 헤드 바리스타 J.B가 수 차례 만남을 이어가며 저울과 스포이트를 이용해 만들었다”며 “한 방울 차이의 맛까지 고려하며 커피와 맥주의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브루브로 IPA는 8월 30일부터 한정 수량 더부스 매장에서 맛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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