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양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구조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숙박업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민생 법안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신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410
  •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양심 저버린 것”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양심 저버린 것”

    “배아는 이미 인간의 가능성을 갖춘 존재인 만큼 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지금 생명의 문화에 힘을 쏟지 않는다면 인류는 결국 죽음의 문화만 떠안게 될 것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수여하는 ‘제3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로 선정돼 방한한 데이비드 앨튼(58) 영국 상원의원은 10일 시상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과학의 발전은 반드시 윤리의 발전과 동반 진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990년 이후 200만개의 인간배아가 과학을 앞세운 인간들의 탐욕으로 인해 파괴됐고 최근엔 사람과 동물의 세포를 혼합해 잡종배아를 만드는 것까지 허용된 것은 아주 비윤리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자국의 실태를 폭로한 앨튼 의원. 그는 “지금까지 배아를 사용한 연구의 성과는 아무 것도 없었던 데 비해 성체줄기세포는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80건의 연구 성과를 낸 만큼 성체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 줄기세포는 성체 세포로 자라는 데 실패한 반면 골수나 제대혈을 기반으로 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300여병원에서 연구 중이라는 설명이다. 앨튼 의원은 특히 “배아줄기 세포가 모두 실패한 것은 인간이 지켜야 할 양심을 저버린 때문”이라며 “인간 배아를 만들어 연구에 쓰고 또 쓰레기처럼 폐기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황우석 교수의 파행적인 배아줄기 세포 연구과정과 관련해서도 “한국은 생명공학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며 “황 교수가 거짓말을 한 것을 포함해 난치병 환자에게 있지도 않은 거짓 희망을 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앨튼 의원은 가톨릭 신앙에 바탕해 지난 1980년대부터 낙태·안락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왔으며 북한과 미얀마, 수단, 르완다, 중국 등 각국의 인권침해 개선활동에 적극 나선 공을 인정받아 ‘생명의 신비상’을 받게 됐다. 한국 방문에 앞서 지난 4~7일 북한을 다녀온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북 지원이 중단된 것을 놓고 “지금 벽을 쌓기 보다는 다리를 놓는 게 필요하다.”며 “북한 사람들은 갑자기 남한 정부의 말과 입장이 바뀌어 당황해하고 있지만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종전 선언이나 북한과의 유대처럼 한국 정부와 힘을 합치는 조치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앨튼 의원은 10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병원 마리아홀서 ‘생명의 문화 대 죽음의 문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자신의 지론을 편 데 이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서 국회의원들이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석, 북한인권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글ㆍ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용산참사 수사발표] “모든 책임 농성자에 떠넘기다니…”

    “아버지 시신을 얼싸안고 달려가고 싶다.” 9일 검찰 수사 결과발표를 지켜본 고(故) 이상림씨의 딸 이현선(40)씨는 “모든 책임을 농성자들에게 떠넘긴 수사결과를 보고 아버지의 시신을 얼싸안고 (검찰에) 달려가고 싶었다.”면서 “우리는 특별검사 실시를 원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과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살인자 무죄, 희생자 유죄’라는 21세기 들어 가장 편파적인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됐다.”면서 “거짓말로 가득한 수사결과로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고, 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는 당일 사건에 대해 아무 죄도 없다고 결론 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은 살인진압 희생자인 철거민을 살인자로 몰았으며, 진실을 호도하고 살인자를 두둔했다.”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표자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모든 양심적 세력과 함께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4일 열릴 제4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검찰 수사 무효화를 위한 국민적 선언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면 농성진압에 대한 법적 책임을 벗은 경찰은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공권력 투입은 다수 시민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심려를 끼친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첨단 안전장비를 보강하고, 협상전문가를 양성해 현장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위험물질을 소지하는 경우에 대한 법집행 매뉴얼을 충실하게 보완해 가겠다.”고 밝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난징대학살 생존 中할머니 日우익교수 이겨

    │베이징 박홍환특파원│난징(南京)대학살 생존자인 중국인 샤수친(夏淑琴·80) 할머니가 일본 우익 학자 등을 상대로 중국과 일본에서의 9년여의 법정싸움 끝에 마침내 일본최고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 일본최고법원은 지난 5일 샤 할머니가 히가시나카노 슈도(61) 일본 아세아대 교수와 출판사 덴덴샤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최종심에서 1, 2심에 이어 “피고의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된다.”며 400만엔(약 6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1937년 12월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한달여 동안 일본군이 30여만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난징대학살 당시 8살 어린이였던 샤 할머니는 중국 내에서 사건의 참혹상을 설명해 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통한다. 미국인 목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한 영상에 부모와 형제 등 온가족을 잃고 칼에 찔려 신음하는 어린이가 등장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샤 할머니였던 것. 하지만 히가시나카노 교수는 1998년 덴덴샤에서 발간한 자신의 책 ‘난징학살의 철저검증’에서 영상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는 샤 할머니가 아니고, 난징학살 자체도 날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에 분노한 샤 할머니는 200 0년 중국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들의 궐석재판 끝에 6년 만에 승소판결을 받아 냈다. 샤 할머니는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 일본내 양심적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일본에서도 관련 소송을 제기해 1, 2심 승소에 이어 이번에 마침내 상고심 확정 판결을 이끌어 냈다. stinger@seoul.co.kr
  •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화성 ‘살인의 추억’ 형사가 본 강호순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화성 ‘살인의 추억’ 형사가 본 강호순

    “검거된 강호순을 보면서 마음속의 큰 짐을 덜었다.” 1986~91년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고 2005년 퇴직한 하승균(63) 전 임실경찰서장은 이렇게 말했다. 2006년으로 공소시효가 끝나버린 화성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영구미제로 남을까봐 두려웠던 탓이다. 그는 2005년 11월 퇴임하기 직전 경기지방경찰청 수사지도관으로 일하며 이번 경기 서남부 실종사건 수사를 지휘한 적도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 경력 34년의 베테랑 강력통이었던 하 전 서장은 “강호순은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이라고 잘라 말했다. 피해자를 유인해서 서너 시간 안에 성폭행과 살인, 암매장까지 끝낼 정도로 주도면밀한 것을 보면 사람을 죽이면서 양심의 가책은 전혀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 전 서장은 “강이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한 말, 나는 믿지 않는다. 치밀한 범행수법으로 미뤄 보면 뉘우치고 반성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면서 “살인의 기억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강은 항상 살인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다음 범행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순이 검거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건과 화성 사건을 비교했다. 혹자는 강이 화성 사건의 범인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 전 서장은 “범행수법이 다르다. 동일범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수사에서는 범행수법을 중요시한다. 범인은 가장 즐겨 쓰는 방법이나 제일 손쉬운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다. 화성 사건은 시체를 많이 훼손한 반면 강은 성폭행 후 시체를 바로 암매장했다.”고 설명했다. 화성 사건을 회고하며 하 전 서장은 새삼 후배들이 자랑스러워진다고 했다. “옛날엔 수사기법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원시적이었다. 지금 흔히 쓰이는 DNA(유전자) 분석기법도 1987년에야 겨우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수사가 발전해 폐쇄회로(CC)TV로 범인을 검거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1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걱정하며 하 전 서장은 “제대로 된 처벌”을 주문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야간집회금지 위헌 제청

    촛불집회 재판 때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서울중앙지법 박재영(41·사시 37회) 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박 판사는 2일 “평소 생각이 현 정권의 방향과 달라 공직 생활에 부담을 느껴왔다.”면서 “이달 말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을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37)씨의 재판을 맡은 박 판사는 지난해 10월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시법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배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제청으로 안씨 등 촛불집회 관련 일부 재판이 중단됐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3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연다. 앞서 지난해 7~8월 안씨 재판에서 박 판사는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라고 말문을 흐리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느냐?”고 묻고 안씨를 보석으로 풀어줘 보수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전·현 대통령은 소송중

    전·현 대통령은 소송중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이 소송에 휘말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만 골라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하고, 대통령이 되기 전에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기도 한다. 민사소송에서는 당사자가 명백히 다투지 않으면 자백한 것으로 여겨지기에 전·현직 대통령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흥종교 교주라 주장하는 김모(71)씨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4건을 진행했다. 소송액은 최고 5억원이었다. 김씨는 지속적인 예언과 경고에도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일부 항소했지만, 이 역시 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호사 없이 참여해 지난해 5월 직접 답변서까지 제출했다. 언론사를 상대로 가장 많은 5건의 소송을 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소송을 당한 건수’도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건의 소송에 휘말려 수적으로는 가장 많지만, 그 중 10건이 동생 재우씨와의 재산 분쟁으로 주고받은 것이어서 내용면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연 우위다. 2004년 9월 200만 100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모씨는 2007년 9월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법정 싸움을 벌였다. 그는 3심 재판은 물론 재심까지 제기해 모두 다섯 차례나 패소 판결받았다. 박모씨는 지난해 2월 대통령을 상대로 대여금 100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인지대를 내지 못해 각하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 차례 피소에서 모두 이겼다. 2007년 10월 출판음반회사인 원음예술사의 대표 고모(64)씨는 ‘행동하는 양심’ ‘80년대의 좌표’ 등 1980년에 만들었던 김 전 대통령의 강연 녹음테이프의 제작 비용 3억 728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법원은 소멸시효(10년)가 지났다고 판결했다. ‘국민회의’ 민원실장이었던 오모씨는 96년 1월 정당을 대신해 지급한 사례금 6000만원을 돌려달라고 2006년 3월 소송을 냈다. 당시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이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면 나중에 비자금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이 아니라며 오씨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에 휘말린 전·현직 대통령은 특정 법무법인을 ‘단골’로 삼았다. 지난 대선 때 ‘BBK 주가조작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신문과 다투는 이명박 대통령은 법무법인 홍윤을, 조선일보와 소송을 자주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무법인 정세를 소송 파트너로 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송을 걸거나, 당하거나 항상 법무법인 한강을 내세운다. 동생과 재산 싸움을 벌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무법인 길과 법무법인 바른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양우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택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씨줄날줄] ‘마우스 탱크’ /함혜리 논설위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결집시켜 연구·조사·분석하고, 여기서 얻어낸 지식이나 기술을 정부나 기업에 제공하는 두뇌 집단을 싱크탱크(Think Tank)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전문가 집단이 대거 전쟁 조직으로 편입돼 전쟁 수행에 필요한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생겨난 조어다. 싱크탱크는 2차 대전 후 미국에서 급속 성장했다. 최초의 본격적인 싱크탱크는 1948년 공군의 원조자금으로 설립된 랜드(RAND)연구소다. 랜드연구소는 과학과 기술을 접목시킨 연구로 인공위성 시스템,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의 눈부신 연구성과를 이뤄내며 미국 항공우주산업과 통신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800명의 연구원이 소속된 미국 최대의 비영리 싱크탱크다. 미국에는 200여개의 싱크탱크가 있는데 이 중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진보센터, 후버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미국기업연구소 등 10여개의 싱크탱크는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분석의 전문성 못지않게 학자적인 양심과 객관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싱크탱크는 자금지원 방식에 따라 크게 정부산하, 민간, 비영리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정부에 의해 자금이 지원되고 운영되는 정부산하 싱크탱크의 경우 객관성과 독립성이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책 현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지식을 제시해 정책 결정과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때로는 정책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끼워맞추기식의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학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정권에 코드를 맞추고, 정부의 눈치를 본 결과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이 인터넷 사이트에 쓴 ‘퇴임의 변’에서 “정부가 연구원을 싱크탱크가 아닌 ‘마우스탱크(Mouth Tank)’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코드에 맞춰 연구발표하던 사람이 다른 정권에 코드 맞추는 게 부담돼서….” 결국 정부산하 연구소의 객관성과 독립성은 전 정권에서도, 현 정권에서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권의 나팔수가 아닌 진정한 싱크탱크의 탄생은 요원한 것일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안성 시골집 시골밥상

    안성 시골집 시골밥상

    언젠가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시골밥상이란 아마도 한정식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한정식이 기와집에서 맛보는 깔끔한 도회식 상차림에 만만치 않은 밥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부담스럽다면, 시골밥상은 소박한 흑벽의 초가집에서 수수하게 차려낸 시골 음식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이라도 선뜻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시골밥상이라는 간판을 내건 밥집을 찾아보면 그 차림에는 공통점이 있다. 각종 나물과 장아찌 그리고 하나같이 내세우는 자랑거리가 된장찌개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 밥상의 고향 시골은 전라도나 경상도 같은 남쪽지방이 아니라 경기도와 충청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그 경기도와 충청도에서도 제대로 된 시골밥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산하가 수려하고 살기 좋다는 뜻일 것이다. 경기 안성은 바로 충북 진천과 경기 용인 사이에 끼여 있다. 양쪽의 기운이 더도 말고 절반씩만 흘러들었다 해도 후손 길이 흐뭇할 고을이다. 실개천 하나를 두고 진천과 경계를 이루는 안성 땅에 깔끔하면서도 향토색 짙은 시골밥상을 차려 낸다는 집이 있어 다녀왔다. 1993년에 문을 열었으니 ‘시골집’은 벌써 16년의 공력이 쌓였다. 시골집의 시골밥상에는 아구탕, 된장찌개와 함께 열세 가지의 반찬이 오른다. 흑미밥과 보리를 약간 섞은 흰 쌀밥 등 두 종류의 밥이 제공된다. 당연히 진천쌀과 안성쌀로 밥을 짓는데, 그날 필요한 만큼만 쪄서 쓴다. 역시 이 집의 자랑인 된장찌개는 멸치와 다시마, 무로 국물을 내서 겨울엔 냉이, 여름엔 청양고추를 넣어 끓여 낸다. 직접 담근 토속 된장만 사용하면 맛이 짜서 개량 된장을 적당량 섞는다고 한다. 여기에 시골손두부와 호박 등을 송송 썰어 넣고 홍합을 넣는데, 칼칼하면서 입에 착 감긴다. 따라나오는 반찬은 겉보기에 그리 대단할 게 없지만, 재료를 모두 주인 부부가 직접 농사를 지었거나, 이웃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것으로만 만들었다는 게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부지깽이나물이며 겨울철에만 밑반찬으로 등장하는 호박말랭이를 보고 있자니 입안에 침이 괸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것들이지만, 시골집 안주인이자 주방장인 정혜란(58)씨가 은근히 힘을 줘 자랑하는 반찬은 고추장아찌와 무장아찌, 배추겉절이다. 고추장아찌는 뒷마당에 심은 고추를 따 여름 장마가 오기 전 간장에 재어 둔 뒤, 수시로 간장을 바꿔 가며 만드는데, 간장 게장을 만들 때와 비슷하게 품이 든다. 무장아찌는 햇빛에 무를 널었다 걷기를 반복해 만든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건조기에서 말린 것과는 천양지차다. 된장찌개와 이런저런 반찬을 입에 넣는다. 조금 텁텁하지만 은근하면서도 개운하다. 그런데 뭔가 빠진 듯하다. 뭘까. 아마도 인공조미료에 입맛이 길든 탓이 아닐까. 시골 음식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할 게 있을까. 모든 재료를 깨끗하고 양심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그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다. 글 사진 안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을 나와 안성 방향 4㎞쯤에서 시작되는 일죽~진천 도로를 타고 다시 4㎞ 정도 달리면 안성골프장과 칠장사 입구에 닿는다. 그 길로 4.5㎞쯤 더 달리면 충북과 경계를 알리는 팻말과 함께 왼쪽으로 시골집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골밥상 8000원. (031)672-7444. ●주변 볼거리 고려 초기 세워진 천년고찰 칠장사가 지척이다.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었다면 친근하게 느껴질 절이다. 조선 말 중창한 대웅전과 석불입상, 안마당의 괘불대 등이 볼 만하다. 보개면 복평리 남사당전수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이 열린다. (031)675-3925.
  • 집총거부자 軍폭력 사망 국가책임 인정

    종교적인 이유로 집총(執銃)을 거부하다 군내 폭력으로 사망한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기관의 첫 결정이 나왔다.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16일 1975년 군에서 사망한 김종식씨 등 ‘여호와의 증인’ 신자 5명의 유가족 등이 낸 진정사건에 대해 “종교적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군 및 국가의 반인권적 폭력으로 사망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군의문사 위원회가 국가 폭력에 의한 사망자로 인정한 사람은 김종식, 정상복, 이춘길, 김선태, 김영근씨 등 5명이다. 군의문사위에 따르면 이들 모두 집총을 거부하다 상급자들에게 구타와 고문 등을 당해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베리타스 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25. 언어논리 【출제 테마1-실학사상〉

    조선후기 실학자를 묻는 문제는 매회 1~2문제씩 출제됐다. 이들 실학자 즉, 박지원·박제가·정약용·홍대용 등은 조선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소중화 사상에 치우치지 말고, 천하사상·천명사상·화이론 등 중국 중심사상의 사대주의를 경계하되, 청의 문화를 배워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실학은 17세기 후반~18세기 초반에 걸쳐 발전했다. 경세치용학파로, 이익에서 시작해 그의 제자들에게 계승됐다. 사회적 모순이 토지 과점에 있다며 토지개혁 문제에 주력했다. 소농민계층을 대변한 양심적 관료의 사상으로 후에 일부 제자들은 천주교를 도입하기도 한다. 18세기 중반의 중기 실학은 이용후생학파다. 주로 중국을 다녀오고, 청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 북학파 홍대용·박지원·박제가 등이다. 상업·수공업을 중시, 도시빈민의 생활상을 동정해 중상주의적 사상을 전개했다. 생산력 발전을 위해 중국에 들어온 서구과학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고, 과학적 연구에 몰두했다. 사회적 모순 극복을 위해 양반제 철폐도 주장했다. 이러한 초기, 중기 실학사상은 정약용에 의해 집대성됐다. 2007년에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심세편, 지난해에는 정약용의 여전제가 출제됐다. ☞ [PSAT 실전강좌] 언어논리 이론 및 실전문제 바로가기 <예제 1. 2007 행외시 23번> 다음 글의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중국에 다녀온 자들 가운데, 다섯 가지 허망한 일이 있다. 문벌로서 서로 뽐내는 것은 애초에 우리나라의 관습이었다.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내에서도 오히려 양반 이야기를 부끄럽게 생각하거든, 하물며 외국의 토성으로서 도리어 중국의 옛 가문들을 깔보려 하니, 이것이 첫째의 허망이다. 중국에서 지금 쓰는 붉은 모자나 이상한 소매는 비단 한족이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만주인들도 역시 부끄러워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들의 예의와 풍속이나 문물은 천하의 여러 종족이 오히려 당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과 나란히 걸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만 한 줌만큼 작은 상투 하나로써 스스로 천하에 뽐내려 하니, 이것이 둘째의 허망이다. 이제 중국이 비록 변하여 오랑캐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천자의 칭호는 오히려 고쳐지지 않은 만큼, 그들 각부의 대신들은 곧 천자의 공경이다. 그러니 옛날이라 해서 더 높다든지 또는 지금이라고 해서 더 깎이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사신들은 제대로 관장을 뵈는 예식은 그만 두고라도, 그들의 조정에서 절하고 인사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문득 모면하기를 일삼아, 드디어 하나의 관습이 되고 말았다. 설혹 그들을 만나더라도 거만하게 대하는 것을 영예스럽게 여기고 공손한 것은 욕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이 비록 이에 대해 가혹하게 추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찌 우리 쪽의 무례함을 우습게 여기지 않겠는가. 이것이 셋째의 허망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문자를 안 뒤로부터 중국의 것을 빌려 읽지 않는 글이 없었으니, 중국에서 역대로 써온 문장을 본받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에서 쓰지도 않는 공령문의 습속을 가지고 억지로 운도 맞지 않는 시문을 쓰면서, 문득 “중국에는 문장이 없더구먼.”하고는 헐뜯으니, 이것이 넷째의 허망이다. 중국의 선비들은 청나라 강희 황제 이전에는 모두 명나라 유민이었으나, 국가의 제도와 기강이 확립된 강희 이후에는 곧 청나라의 신하와 백성이다. 그렇다면 그 정부에 충성을 다하여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 보통 때 대화에서라도 외국 사람들에게 그 정부를 반대하는 말을 세운다면 이들은 곧 정부의 난신이요 적자다. 그러나 조선 사신들은 중국의 선비를 만난 때에 그들이 한족으로서 청나라 조정의 은택을 칭송함을 보고는 문득 “‘춘추’의 절의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어?”하면서 말마다 비분강개한 선비가 없음을 탄식하니, 이것이 다섯째의 허망이다. ① 청나라의 예의와 풍속과 문물은 타국에 비해 앞서 있다. ② 강희제 이후에는 한족도 청나라 조정에 충성을 바쳐야 한다. ③ 중국의 관리들을 만나면 무례하게 대하는 조선 사신들이 있다. ④ 조선 사신들은 청나라 조정의 지배에 분개하는 한족의 선비가 없음을 탄식한다. ⑤ 붉은 모자 등의 의복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만주인들의 풍속과 문물은 그들 자신도 부끄러워하는 것이므로 본받을 것이 못 된다. 정답: ⑤ 여성곤 베리타스법학원 강사
  • “미셸, 오바마 정계진출 반대했었다”

    │파리 이종수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인 미셸 여사가 13년 전 오바마의 정계 입문 계획에 강력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1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한 뒤 “곧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미셸 여사가 1996년 당시 정계 진출을 꿈꾸던 남편 오바마와 자주 승강이를 벌였다.”고 전했다.반대한 이유는 오바마가 정계에 진출할 경우 자신들의 사생활이 영향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 당시 오바마와 미셸은 각각 35세, 32세로 모두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엘리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오바마의 정계 입문에 얽힌 이 일화는 당시 두 사람이 마리아나 쿡이란 사진작가와 인터뷰하면서 밝힌 내용이었다. 쿡은 1990년대 미국의 커플들을 소재로 한 책을 준비하기 위해 오바마 부부를 인터뷰했다. 그러나 최종편집에서 빠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일간 르 몽드가 당시 인터뷰 내용을 구해 이날 처음 공개한 것.미셸은 당시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정계에 입문하기에는 최고의 기회”라면서도 “정계에 진출하면 당신의 삶은 공공의 재산이 될 것인데, 그럴 경우 당신의 삶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당신을 지지만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정계진출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오바마 당선인은 당시 보수적인 미국사회를 겨냥, “사회의 가치관은 단지 개인의 양심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 정계 진출을 염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오바마는 그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한편 이 인터뷰에서 미셸은 “총명하고 잘생긴 젊은 법학도에게 끌렸다.”고 고백했다고 르 몽드는 보도했다.vielee@seoul.co.kr
  • 쓰레기 상습 투기장소에 ‘양심거울’

    ‘버려진 양심, 부끄럽지 않으세요?’ 충북 옥천군은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 75곳에 ‘양심거울’을 설치한다. 지름 1m 안팎의 원형 거울 윗 부분에 ‘양심을 비춰보세요’ 등의 주민의식에 호소하는 경고문구가 부착된다. 심야에 성행하는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LED 방식의 경고판을 설치, 24시간 운용한다.
  • “동아 황 기자에게 인간적인 연민 느낀다”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  지난해 12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해임된 최혜원(26) 전 서울 길동초등학교 교사가 12일 ‘자신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조직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동아일보 기사에 대해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 ‘전교조, 그 이름이 이젠 부끄럽다’ 제목의 기사에서 제보자의 말을 인용, ‘최 교사가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조직 내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최 교사가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같은 날 조선닷컴도 ‘전교조의 배신으로 찢긴 가슴 어찌하나’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최 교사는 12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 매체의 보도에 대해 “내 글은 일제고사 반대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일부 지도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 글이었다.”며 “마치 전교조 전체를 비난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내부에서도 수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고,건설적인 비판도 가능하다.그것이 건전한 조직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전교조 홈페이지에 쓴 글의 댓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내 비판에 대한 대응도 상당히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최 교사는 “황 기자의 기자블로그를 보니 나를 정치적 교사들의 희생양으로 여기면서 불쌍하게 여기는 듯했다.황 기자가 내 일련의 행적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멋대로 평가하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연민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 ‘이 사람이 동아일보가 돈을 많이 줘서 이런 기사를 쓰나.’ ‘동아일보란 폭력적인 구조 안에서 글을 쓰다 보니 사람이 다 자기처럼 불쌍해 보이나.’란 생각까지 했다.”면서 “황 기자가 마치 ‘까라면 까는’ 전경식 사고방식을 가진 듯해 불쌍해 보인다.”고 말했다.최 교사는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내가 그리 불쌍해 보였냐’고 묻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그는 아직 동아일보와 황 기자로부터 사과나 해명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최 교사는 문제의 내용이 전교조내의 비공개 게시판에 실렸고,게시판 글을 제보한 사람의 이름이 익명으로 처리된 것과 관련, “전교조 내에 보수언론과 내통하는 사람이 있거나 동아일보가 전교조 게시판을 해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이어 “제보자 A씨가 누구냐고 물어도 신문사가 대답을 해줄 리 없기 때문에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해당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전교조 차원에서 이 일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교사는 지난 11일 해당 기사에 대한 반박문을 통해 “동아일보는 내 글의 일부를 짜깁기해 자신들의 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진심을 이미 다 알면서도 사실을 왜곡하고 편집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조선·동아일보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도, 윤리도 다 저버린 ‘정권의 나발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사는 “기사를 보니 저의 전교조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과 신뢰, 무한한 자부심은 다 짤려져 있고, 오로지 그들이 원하는 부분만을 조각내어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을 마음대로 끌어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일제고사 올해도 논란 일듯  ☞“일제고사 싫어요” 또 갈라진 교육현장  ☞집창촌 기웃거리는 추한 日관광객    
  • 종교적 입영거부 5000명 넘어

    종교적 신념으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이 2000년 이후 5000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병무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입영거부자는 4958명이다. 11월과 12월까지 감안하면 5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49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종교적 신념이 아닌 ‘양심’에 의한 입영거부 30명, 불교신자 3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세계의 화약고 이스라엘·美 vs 팔레스타인 치명적 삼각관계

    세계의 화약고 이스라엘·美 vs 팔레스타인 치명적 삼각관계

    ‘당신이 살고 있는 집에 누군가 쳐들어와 1300년 전에 할아버지들이 살던 땅이었다며 차지한 뒤 ‘공평한 절충안’으로 방 한두 칸을 내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당신은 받아들 수 있을까.’(203쪽) 만약 ‘어떤 머저리가 그러겠어. 야구방망이로 패서 쫓아버려야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중동문제의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거의 똑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것이 지난 61년동안 ‘세계의 화약고’이자 ‘미래 제3차 세계대전’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동 문제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며 가자 지구에 무차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600여명,특히 어린이 120여명을 사망케 한 사태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숙명의 트라이앵글’(노엄 촘스키 지음,최재훈 옮김,이후 펴냄)은 중동문제의 본질이 종교와 인종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스라엘과 미국, 팔레스타인 간의 치명적인 삼각관계에 집중했다. 특히 미국 정부와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는 주류 미국 언론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언어학자 출신의 정치비평가인 지은이가 왜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지를 잘 드러낸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군사 행위를 용인하는 이유는 누구나 알 만하다. 미국 정부가 세계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묻혀있는 중동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전략적 자산’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1978~1982년 이스라엘은 미국이 전 세계에 제공한 군사원조의 48%, 경제원조의 35%를 제공받았다. 1983년 회계연도의 경우 레이건 행정부는 전체 원조 예산 81억달러의 30%인 25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했다. 같은 해 미국 의회도 해마다 이스라엘이 상환해야 하는 부채보다 더 많은 원조가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외원조 수정법안’을 내놓았다. 이스라엘이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하여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살해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던 1983년에 이뤄진 지원이다. 그런 시기조차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유린하면서 거리낌없이 군사 행위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왔다고 촘스키는 비판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랍인으로 둘러싸인 중동에서 ‘안전에 대한 위협’을 토로하는데 그것도 정치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이런 반문도 한다. 이스라엘 건국을 유럽과 특히 미국정부, 미국 지식인들이 열렬히 지지했다면 팔레스타인 대신 독일 남부의 바바리아나 영국 같은 유럽의 어느 나라, 미국의 매사추세츠나 뉴욕에 유대 국가의 건설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느냐고. 나치범죄 등 유럽인들이 수 세기 동안 유대인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보상하는데 왜 아랍인이 희생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대국가 탄생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민적, 종교적 권리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을 전후로 대대적인 군사행동을 개시해 대규모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만들었다. 현재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한 ‘토지강탈’은 지속되고 있다는 보고다. 유대인의 고대 유적을 찾는다며 팔레스타인 사람의 집을 파괴하고,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유대인을 이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60~70년 사이에 약 500만~6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다. 촘스키는 중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UN) 결의안과 국제사회가 꾸준히 요구하듯 이스라엘이 국경선을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으로 되돌려 놓고 그 지역에 팔레스타인인이 독립된 국가를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이 무차별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외교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수 십년동안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61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와 웨스트 뱅크에서 매일 겪어야 하는 신체·사회· 정치적 위협들이 일제 강점기를 35년이나 겪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개정판이지만 번역자가 바뀌면서 원문을 새로 번역해 신간과 다름없다는 평가다.3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日 해저개발 본격화… 독도 마찰 불가피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이 해저자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국제 경쟁이 치열한 해저자원의 확보를 위해 개발할 지역과 시기, 개발방식 등을 정리한 ‘해저 에너지 광물자원 개발계획’ 초안을 최근 작성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정부의 종합해양정책본부가 만든 개발계획은 추가 검토를 거쳐 오는 4월부터 적용, 앞으로 10년 안에 자원의 분포상황·매장량 등의 조사를 마무리한 뒤 실질적인 채취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조사대상 지역에 독도 인근 해저 등 한국 및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진행되는 해역까지 포함될 경우, 마찰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발계획은 지난 2007년 4월 제정된 해양기본법에 근거, 지난해 3월 마련된 해양기본계획의 내용에 맞춰 해양 에너지, 광물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개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일본이 해저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우기는 처음이다. 초안은 일본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합친 면적이 세계 6위인 점을 강조한 뒤 해저자원 개발을 국가전략으로 규정, 개발 대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메탄 하이드레이트, 해양심층수, 코발트 등 희귀금속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은 석유·천연가스 개발과 관련, 2018년까지 동해에서도 최첨단 조사선 ‘시겐(資源)’을 활용해 6만㎢ 정도에 걸쳐 매장 여부를 조사, 매장 가능성이 있는 지점에서 시추를 통해 조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동해상의 조사대상 지역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kpark@seoul.co.kr
  • ‘명예로운 한국인’ 김수환 추기경

    국민명예협회(대표 김규봉)는 2008년의 ‘명예로운 한국인’에 김수환 추기경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협회는 “김 추기경은 가톨릭 성직자로서 시대의 양심과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인간 존엄성의 고귀한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과 함께 해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아 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 [오늘의 눈] 비리경관 비호 급급한 경찰/김승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비리경관 비호 급급한 경찰/김승훈 사회부 기자

    ‘금준미주(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 사또의 잔칫상을 꼬집는 대목이다. 얼마전 유흥업소·보도방 업주들과 결탁한 경찰들의 비리를 취재하면서 이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경찰이 관내 업소에서 좋은 술과 안주를 접대받고 금품을 받는 것이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사또의 횡포와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비리 경찰을 고발하는 기사(서울신문 2008년 12월23일 9면)가 나가자 경찰들은 “공짜술을 조금(?) 먹은 걸 왜 문제삼느냐.”며 반발했다. 양심선언한 업주들을 회유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문제의 경관이 몸담았던 경찰서의 행태도 가관이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냈다.”,“성과급 받을 시기에 왜 피해를 주느냐.”고 따졌다. 한 팀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신문을 고발하겠다.”고 했고,서장은 “할 말도 없고 찾아오지도 말라.”며 역정을 냈다. 중간 간부는 “서울신문 기자는 출입금지”라고 했다.동료의 비리를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뒤를 돌아보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보도 8일 만에 비리에 연루된 한 경관은 구속됐고,다른 경관은 직위해제됐다.자체 조사결과,보도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그제서야 일선 경찰들은 “경찰이 보지 못하는 것을 언론이 볼 때도 있더라.”며 무안해했다.그나마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다행스럽긴 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경찰이 받는 모든 급여와 복지는 세금이며,그 세금에는 ‘민중의 지팡이’가 돼 달라는 국민의 바람과 명령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비리를 저지르는 경찰이 있다면 그들을 감싸기보다 일벌백계해 조직 전체로 ‘비리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그것은 적어도 박봉에도 묵묵히 일하는 경찰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경찰의 자정작업에 대한 진정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승훈 사회부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등장인물: 어머니,아들,딸,아버지(1인1역),외교통상부 관계자,무장단체 요원들,기자들,시민들,각 단체 대표들(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시민단체장),동시통역사(이상 1인다역) ▶시간 및 공간: 현대,대한민국 ▶무대: 이 극은 장면의 전환이 많다.따라서 기본적으로 빈 무대를 사용하며,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품들을 사용한다. 1장 방 세 개짜리 반 지하방의 거실.한밤중.붉은 색,취침등이 켜져 있다.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잠시 후,다시 울리는 전화벨.거실 한 구석에서 토막잠을 자던 어머니,잠에서 깨어 전화기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손을 뻗는다.어머니,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전화벨이 끊어진다.잠시 후,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딸이 방문을 열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온다. 딸 에이 씨! 어머니 그들일까? 딸 시끄러워.빨리 받아. 어머니,쉽게 전화를 받지 못한다.아들,방에서 나온다.어머니,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여보세요? 외교통상부 (소리)여기 외교부인데요! 어머니 (말을 자르며)어디요?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요! 어머니 무슨 일이시죠? 외교통상부 (소리)조금 전에 주 파키스탄 대사관에 이 전화번호하고,김만수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무장단체의 메시지가 전달됐는데요.저희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야 해서요.김만수씨 집에 계시면 좀 바꿔주시죠. 어머니 제 남편요?그럼요.지금 방 안에서 자고 있는걸요.잠깐만요. 어머니,남편의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나와서 전화 좀 받아봐요! 정적.아무런,인기척이 없다.어머니,남편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딸 그냥 열어! 어머니 항상 잠겨 있잖니. 딸,아버지 방의 문고리를 거칠게 돌린다.쉽게 열린다.어두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의 방은 파키스탄 어느 민가로 전환된다.환영처럼,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무장 단체 요원들.무장 단체 요원 중 한 명이 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에서 다른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으려 하는 도중,무대 밝아진다.거실,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언제 없어진 걸까?(사이)너하곤 종종 얘길 하지 않았니. 아들 옛날 얘기예요. 딸 정확히 3년 전이야!내가 연기학원을 그만둔 날이었으니까. 아들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난 파산했다.’고 말했죠. 딸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지. 어머니 ‘양심적으로 갚으려고 했는데.이젠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구나.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얘기했어. 아들 침묵.한참 후에 엄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살죠?’라고 물으셨죠. 어머니 니 아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라고 대답했고. 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들 그 이후,우리가 있을 땐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어머니 산 입에도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딸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도. 아들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딸 어쩌다 가끔 소리는 들려왔어. 아들 아직 살아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방 너머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어머니 한참을 누군가와 애기하는 듯했지. 아들 알 수 없는 중얼거림. 딸 끙끙 앓는 신음소리. 어머니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아들 무서운 비명소리. 딸 귀신이 곡하는 소리. 어머니 깊은 한숨소리. 아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가 시작되었죠.우리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 아주 서툰 연기였지. 아들 동정을 바랐겠죠.아니면 자기 역시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나. 딸 TV 볼륨을 높이면 더 크게 소리를 내.소리를 죽이면 멈추고.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아들 우리의 일과에 맞춰,늘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죠. 침묵.소리,사라진다. 딸 유령 같았어.살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어머니 시간을 죽였겠지. 딸 바깥의 상황을 살피며 어떡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궁리했든가. 아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어머니 밥을 먹거나,TV를 보거나.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듯이. 아들 외출은? 어머니 가끔 신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긴 했는데.먼지가 그대로인 걸 봐서는 멀리 다녀온 것 같지는 않더라. 침묵. 어머니 신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더라? 아들 (사이)이주 전쯤 이었을 거예요.아버진 누군가와 얘길 하고 있었어요.누군가와 비밀스런 대화를 하듯,‘이브라힘!’이라는 말을 반복했죠.미친 게 아닐까 의심했어요.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급하게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러곤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죠.늘 그랬던 것처럼.갑자기 짜증이 밀려 왔어요.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했죠.(사이)에이! 씨발.조용해지더군요.평화가 내려앉은 것처럼. 어머니 네가 좀 심했구나. 아들 씨발.아버지가 즐겨 내뱉던 단어죠.침묵을 제외한 유일한 단어. 딸 아빤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아들 늘 긴장해야 했지요. 어머니 말을 안 하니까 더 불안했지. 딸 그래도 얼굴엔 다 쓰여 있었어.알아서 기어라! 아들 복종과 침묵의 룰.일종의 계약이었죠. 딸 누구 맘대로? 아들 아빠 맘대로. 딸 왜? 아들 그야,이 집의 가장이니까. 사이.어머니,갑자기 하품을 한다.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데….자꾸 졸음이 오는구나. 딸,크게 하품을 한다. 어머니 니 아빠가 지금 잡혀있는 곳이 어디라 했지? 아들 파키스탄요. 어머니 거긴 어떤 곳이니? 아들 끝없는 모래사막 주변으로,깎아놓은 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요. 어머니 경치가 무지 좋겠구나. 딸 이런 홀가분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 아들 신경 써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거. 딸,바닥에 눕는다.하품이 전염된다.아들 역시 하품을 한다.아들도 바닥에 눕는다.어머니도 하품을 한다.어머니,졸음을 참는다.어머니,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진다. 아들 왜요? 어머니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구나. 딸 에이-씨.기분 잡치게 그딴 소린 왜 해. 어머니 미뤄달라고 사정 좀 해볼까? 아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아들과 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고민한다. 어머니 근데 니 아빠는 왜 거길 간 걸까?(사이)진짜 아버질 죽일까?(사이)이자는 어떻게 마련하지? 무대 천천히 어두워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밝아지는 무대.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어머니.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걸어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쓴다.누군가 밖으로 난 거실의 창문을 열려는 시도를 한다.어머니,아들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어머니,아들을 앞세워 걸어 나온다.현관문과 거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번엔 확실하지? 아들 그냥 아무도 없는 척해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딸,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딸 (소리를 지르며)에이-씨!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머니와 아들,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딸을 바라본다.조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딸 뭐야? 어머니 그들. 딸 아빠,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고 해. 아들 그럼 우리가 갚아야 돼. 딸 왜? 아들 가족이니까. 딸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해.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떠났다.그래서 우리도 기억에서 아버지를 죽였다.그러니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딸,현관문을 벌컥 연다.일제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아들,딸을 밀쳐내고 문을 닫는다.딸,화장실로 뛰어간다. 어머니 뭐였니? 아들 기자들. 어머니 왜? 아들 인터뷰하러. 어머니 뭘? 아들 우리. 어머니 왜? 아들 테러리스트에게 가장을 인질로 잡힌 가족,극적이잖아요. 딸,화장실에서 나온다.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이다.급하게 화장품을 바른다. 딸 에이 씨,쌩얼이었는데.인터넷에 엽기사진으로 돌아다닐 게 분명해. 아들 이 상황에 그딴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니? 딸 내 미래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니까. 아들 미친년! 어머니 (소리를 지르며)그만. 아들과 딸,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창문 틈 사이로 머리 하나와 마이크가 불쑥 들어온다. 기자1 김만수씨는 왜 파키스탄에 간 겁니까? 어머니 (당황해서)몰라요. 기자1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어머니 정말 몰라요.한 달 간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기자1 암중모색! 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2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2 와신상담!그렇다면 어떤 큰 결심이 있으셨단 얘기군요.최근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나요? 어머니 늘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뿐이었죠. 기자2 고뇌에 찬 인간의 탄식!집에선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죠? 어머니 유령처럼 살아있다는 작은 흔적만 남겼어요. 기자2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1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1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수양!그리고요? 어머니 가끔 TV를 봤어요. 기자1 어떤 프로그램이었죠? 어머니 동물의 왕국. 기자1,안간힘을 다해 버틴다.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3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3 저희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군요.인터뷰를 종합하면 김만수씨는 한 달 동안의 칩거를 통해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뜻을 펼치고자 파키스탄에 가신 거네요? 기자3의 얼굴이 사라진다.창 밖에서 기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무대 점점 어두워지고,주변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증언한다.증언자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여성 그 아저씨,특별했어요.전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아저씨네 집 창문 앞에 모여 있는 걸 자주 봤어요.‘야옹!야옹!’고양이들이 선창을 하면,‘야옹!야옹!’아저씨는 화음을 넣었죠.합창하듯이.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했어요.그걸 지켜보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청년 마치 축지법을 연마하는 도인 같았어요.매일 아침,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수련이 시작되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제 창문 앞을 스쳐 지나가요.‘사-삭!사-삭!’지면과 발바닥의 마찰이 없는 것처럼.잠시 후 다시 ‘사-삭!사-삭!’제 창문 앞을 스쳐지나,집으로 들어가면 수련이 마무리됐죠.아저씨 손에는 언제나 수련의 징표가 들려있었죠.요 앞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요. 무대 밝아오면,거실에 심각하게 앉아 있는 가족. 딸 에이 씨!아빠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잖아.내 미니홈피는 온통 악플로 도배야.(엄마에게)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들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지. 딸 진실이라 해도 안 믿어. 아들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게끔 만들어야지. 딸 난 결백하다,자살이라도 해야 겨우 믿을 걸? 아들 이런 건 어때?예를 들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파키스탄에 갔다고 하든가,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갔다고 하든가.그러면 악플 달 이유가 없는 거잖아. 딸 (비아냥거리며)아빠가 틈만 나면 욕을 퍼붓든 두 가지네. 아들 조작하면 어때?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머니 있잖니….아버지 말이다.예전에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결혼하기 전에.해병대에서. 딸 (화를 내며)그게 뭐 어쨌다고! 아들 해병대와 교회!완벽한 알리바이야!(사이,아들 부산을 떤다)엄마는 아빠 서랍장에서 해병대 군복을 찾으세요.그리고 넌 십자가 목걸이 가져오고.빨리!지금부터 우리 집 가훈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예수천국 불신지옥!’아버진,신의 부름을 받고 귀신을 잡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 거야!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해병대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장(이하 해병)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해병 김만수 해병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아요.네!김만수 해병은 귀신처럼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로 붙잡힌 겁니다.세계 평화를 위한 김만수 해병의 희생을 우리가 헛되이 하면 되겠습니까?테러리스트를 쓸어버리고 김만수 해병을 구합시다,여러분! 이에 질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른 한 기독교 단체 대표(이하 기독교)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기독교 할렐루야!김만수 신도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홀로 미개한 땅 파키스탄에 간 것입니다.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파키스탄을 어린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사탄과 악마의 소굴로 몸소 걸어 들어간 것입니다.김만수 신도,죽으면 천국 갑니다.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다 죽은 자,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영생을 누립니다.하지만 김만수 신도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자는 사탄의 총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증해야 합니다,여러분! 암전. 2장 무대 밝아지면,다시 거실.아버지의 방문에는 빛바랜 해병대 군복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군복엔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다.아들과 딸,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해병대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며 사셨지만,단 한 번도 저희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시진 않았습니다.저희에겐 언제나 관대하셨죠.그래서 저희 가족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거고,저도 해병대에 가지 않은 겁니다.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셨습니다.항상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세계평화와 전도에 자기 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죠.(동생에게)그렇죠? 딸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 감사합니다.여기까지 하죠. 일상의 거실로 되돌아온다. 딸 오빠,거짓말 진짜 잘하더라. 아들 다 우릴 위해서야.(답답하다는 듯)그래,너 연기하고 싶어 했잖아.그냥 지상 최대의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라 생각해. 딸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겠지. 아들 사기라니?이건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너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딸 그럼 오빤? 아들 나는 예비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있잖아.법조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오늘로 끝이라고.후회는 안 해.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포기한 거니까. 딸 그토록 바라던 게 이루어졌네. 아들 신문에 니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릴 걸.졸지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는 거지.넌 그냥 내 계획대로만 따라와.그럼 모든 게 잘 될 테니까. 딸,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아들,자리에 눕는다.TV를 튼다.TV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아들,잠시 웃는다.그때,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소리 뉴스 속봅니다.조금 전 파키스탄에 납치된 김만수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인질범들의 구체적 협상 조건이 담긴 테이프가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에 우편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무대 어두워지면,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몸엔 폭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매달려 있다.폭탄을 두른 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인질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외교통상부 관계자,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무장단체 요원이 나온다.동시통역사가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과장된 무장단체 요원의 몸짓을 따라하며 통역을 하는 동시통역사.가족들도 토론의 장에 불려 간다.이들은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패널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 동시통역사 우리는 김만수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 인질 10명의 맞교환을 요구한다. 외교통상부 인질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입니다.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니요?국제사회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병 일단 교환합시다.교환하고 나서 아예 싹쓸이해 버리자고요.해병 1개 연대면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하나님은 김만수 형제를 사랑하십니다.잘못된 길로 빠진 테러범들도 사랑하십니다.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테러범들이 하나님 앞에 참회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몸에 감긴 폭탄을 터뜨리겠다. 기독교 오,지저스!당장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해병 저런 사지를 찢어죽일 놈들. 외교통상부 인질 맞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미국 정부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기독교 세계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입니다.미국도 하나님의 나랍니다.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해병 미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랍니다.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군사작전도 불사합니다.안보문제라면 해병 전우회라도 특공대로 보냅시다.해병대는 예비역도 귀신 잡습니다. 무장단체 요원,황당한 표정이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협상시한은 내일 낮 12시!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무사 생환을 촉구하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손뼉을 치며,찬송가를 부른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우리가 구해옵시다.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반동에 맞추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른다.) 상대에게 질세라,목청 높여 노래한다.무장단체 요원,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족들,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 제지당한다.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다만……. 모두 숨을 죽인 채,통역이 되기를 기다린다. 동시통역사 미화 100만달러를 지불한다면,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와~’,기독교 단체와 해병전우회가 서로 끌어안고 환호한다. 기독교 기적입니다!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해병 저 놈들,겁먹은 거야!해병대의 패기에 얼어버린 거야! 그때,시민단체장(이하 시민단체)이 나타난다.젊은 여성이다. 시민단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할 순 없습니다! 해병 지금 사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해! 기독교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 말씀하십니다. 시민단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합니까!외교부 예산에서 마련하시겠습니까?아니면 국방예산에서 마련할까요?종교인에게 세금을 거둘까요? 침묵. 해병 솔직히 100만달러면 바가지 아니야? 기독교 목사님들,항상 베풀기 때문에 배고픕니다. 해병 정부가 나서서 협상금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협상금을 낮추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 협상금,우리 깡으로 깎아봅시다.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시민단체 잠깐!왜 팔각모 사나이죠?여해병도 있는데!이건 남녀 차별이에요!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참다 못 한 어머니,토론장으로 뛰어들어 말한다. 어머니 사람 목숨 가지고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그 돈,우리가 갚을 테니,일단 살리고 봐요! 침묵. 외교통상부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미화 100만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무장단체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합니다.단,추후 김만수씨 가족에게 협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청구하되,도의적 차원에서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이상.기자회견을 마칩니다. 가족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다.어머니를 노려보는 딸과 아들. 딸 에이- 씨! 아들 도대체 왜 나서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침묵. 아들 젠장 무덤에 들어가서도 청구서 받게 생겼군. 딸 둘이 알아서 잘 해봐.그 돈 갚느라 내 청춘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아들 니 청춘은 금값이고,내 청춘은 똥값이냐? 딸 오빤 장남이잖아. 어머니 니들은 걱정 말아라.내가 갚으마.일을 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 뭐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거 있어? 그때,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아무도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지못해 딸이 현관문을 연다. 딸 에이 씨!누구야! 얼굴을 내미는 검은 양복의 대부업체 직원. 대부업체 여기가 김만수씨 댁이죠? 아들 인터뷰 안 해요.그냥 가요. 아들,문을 닫으려 한다.대부업체 직원,필사적으로 문을 막아서고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업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이밀며)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아들 약속 취소합시다. 대부업체 그러면 법적인 문제가……. 아들 기자양반.기자 양반이 양심이 있어야지.아무리 특종이 밥 먹여 준다 해도,당사자가 원치 않는 취재를 하면 쓰겠어! 대부업체 기자라니요?전 희망캐피탈에서 나왔는데요,김만수씨 대출금 관계로. 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대부업체 직원 얼굴에 미소를 띠고,친절하게 말한다. 대부업체 경황이 없을 줄은 압니다만,국가에서 청구한 돈을 먼저 갚으시느라 연체 이자가 산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상환일은 앞으로 삼일.만약에 그 기한 내에 갚지 못하시면,김만수씨의 협상금 중 일부를 차압할 계획입니다.뭐,확실히 돈을 갚으시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주일정도 기한 연장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암전. 3장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를 하는 아파트의 베란다이다.의자 위에 올라가 창과 창틀을 닦는다.매우 힘겨워 보인다.허리가 아파 쉬는 어머니.크게 하품을 한다.어머니,다시 창을 닦는다.창을 닦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머니,꾸벅꾸벅 존다.그 모양이 위태롭다.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초겨울 낮의 나른한 햇살에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잠시 후,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휴대전화가 울린다.휴대전화 소리에 놀란 어머니,균형을 잃고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다.다시 균형을 잡고 전화를 받는 어머니. 어머니 여보세요. 아들,무대 오른쪽에 나타난다. 아들 나예요! 어머니 웬일이니.아침밥은 챙겨먹었니? 아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잠깐만…….누가 왔나보다.조금 있다가 다시……. 아들 문 열면 안 돼요. 어머니 왜? 아들 경찰이에요. 어머니 경찰? 아들 아래를 봐요. 어머니,아래를 내려다본다.무대 왼쪽,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어머니 어디 구경거리라도 있니? 아들 엄마. 어머니 나를 왜? 아들 자살하려는 줄 아니까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기요!전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들 미쳤어요?당장 죽을 것처럼 행동하세요. 어머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아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니까요.아버지 얘기를 해요.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돈을 모으는 거예요. 딸,무대 왼쪽에 나타난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내려와 제발! 사람들,딸을 쳐다본다. 어머니 (창 밖을 내다보며)저 아래서 소리 지르는 애,미애 아니니? 딸,실신한다.사람들,딸의 얼굴에 물을 붓고,뺨을 때린다. 어머니 어머,쟤 왜 저래.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들 연기하는 거예요. 어머니 내려가 봐야겠구나. 아들 가만히 계세요.제가 그러라고 시킨 거예요.극적 효과를 위해서.모든 게 제가 짠 시나리오예요.얘기를 시작하세요.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사람들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요.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어머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아들 (화를 내며)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고 희망이에요.(사이)저는!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저는. 아들 크게!그래서 저 사람들한테 들리겠어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사람들,딸을 내팽개쳐 둔 채,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아들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사이.사람들,웅성거린다. 아들 저는 죄인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죄인입니다. 아들 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아들 이젠 우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이젠 우세요. 아들 (화를 내며)진짜 울라고요! 어머니의 실수에 사람들 동요한다.실눈을 뜬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딸,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 사람들,딸을 쳐다본다.어머니,우는 시늉을 한다. 아들 더 크게 울어요. 어머니,대성통곡을 한다.사람들,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좋아요.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자 이번엔 발을 하나 밖으로 빼세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뭐 하세요!빨리요! 어머니,발을 하나 뺀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사람들 웅성거리며,눈을 가린다. 아들 아주 좋아요!어,잠깐….저게 뭐지?큰 일이에요.옥상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와요.(사이)그냥,뛰어내려요.안전 매트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예요! 어머니 여기서? 아들 여기서 끝나면 해프닝이지만,뛰어내리면 충격이 돼요.남편들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려 한 어머니를 보며 잠시나마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주부들은 가슴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그런 기회를 준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겠지요.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어머니!빨리요!그들이 와요! 어머니,뛰어내린다.딸,비명을 지르며 실신한다.암전. 4장 거실.어둠 속,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아들 얼마야? 딸 기다려. 딸,조심스럽게 클릭을 한다. 아들 (손으로 자릿수를 셈하며) 9억 5천 백……. 딸 7십 4만 5천원. 아들 (환호하며)됐어.성공이야. 딸 (아들을 기쁘게 끌어안으며)지금도 계속 들어와. 아들 (감격에 겨워)고생 끝났다. 딸 이게 다 오빠 아이디어 덕분이야. 아들 니 연기가 큰 몫을 했지.(비명 지르며 쓰러지는 흉내를 내며)아! 딸 근데 솔직히 아깝다.협상금을 다 모은 걸 알게 돼도,사람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까? 아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계좌추적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딸 더도 말고 한 5억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들 우선 집 한 채 사고,작은 가게 하나 내고,남으면 차 한 대 사고…. 딸 왜 집하고 가게야?그냥 똑같이 반으로 나눠. 아들 가게해서 돈 많이 벌면,너 시집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줄게. 딸 그럼 가게는 내가 할게. 아들 널,뭘 믿고. 딸 오빤,뭘 믿고? 어머니,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아들,어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아들 다녀오셨어요. 딸 다녀오셨어요. 어머니,말이 없다.넋이 나간 사람 같다.어머니,외투를 벗어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은밀하게)어머니한테는 돈 얘기 하지마.괜히 신경 쓰시게 하지 말자고. 딸 남은 돈,모두 돌려주라고 할까봐 그러지? 아들 그렇게 되면 어머니나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 어머니,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아들,어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다. 아들 (어깨를 주무르며)피곤하시죠. 어머니 일은 잘 처리됐니? 딸 아직 많이 모자라요. 아들 그래도 협상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한 시름 놨구나. 딸,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큰일이다.일,그만 나오라는구나.협상금은 해결됐다고 해도,당장 사채 갚을 일이 막막하네. 아들 걱정마세요.이제 일 그만두셔도 돼요.어머닌 이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잖아요.잡지 인터뷰도 줄을 이을 거고,방송출연 요청도 쇄도할 거예요. 침묵. 어머니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자. 아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니. 아들 용서하겠지요.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이면,모두 용서되는 시대니까요. 침묵. 어머니 뉴스에 니 아버지 소식은 없었냐? 아들 만날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죠.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침묵. 어머니 니 아버진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아들 아버진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의지가 강한 분이잖아요.평생을 자기 뜻대로만 살아오신 분이에요.심지어는 우리들까지도 자기 뜻대로 만드셨죠. 어머니 그래서 걱정되는구나.테러범들한테까지 제 고집 부릴까봐. 아들 걱정하지 마세요.(사이)도장 좀 주세요.일단 돈 좀 찾아서 아버지 협상금부터 보내야겠어요. 어머니 네 침대 밑에 있어. 아들 제 침대요? 어머니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침묵. 아들 그럼 쉬세요. 어머니 법아. 아들 네? 어머니 아니다. 어색한 침묵.아들,자기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명세표를 꺼내 본다.한동안 아들 방을 쳐다보다,고개를 푹 숙인다.그때,방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딸 큰 일 났어. 아들,자기 방에서 뛰어나온다.딸,TV의 전원을 켠다. 소리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무장단체에 피랍된 김만수씨와 관련된 새로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습니다.이 동영상은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의 원본으로 보이는데요.아마도 누군가가 테러범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무대 어두워지면,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장 단체 요원들. 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의 다른 요원,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아버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무장단체 요원,칼을 떨어뜨리고,성명서를 읽던 무장단체 요원의 말이 꼬인다.그 순간,아버지가 피식하고 웃는다.갑자기,해병전우회장과 시민단체장이 무대 위에 난입해 설전을 벌인다. 해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 미소라?이게 바로 해병대 정신입니다. 시민단체 돈 뜯어내려고 연기하다 실수하니까,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거 아닙니까.이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정부가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이런 사기를 칩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악입니다. 시민단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아직도 사기꾼을 우상화하실 작정입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깡입니다. 시민단체 속아서는 안 됩니다.어젠 김만수 부인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더군요.누가 봐도 어설프지 않습니까?실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김만수 부인이 떨어진 건 의도된 거라고요.뒷조사를 해봤더니,김만수씨 빚이 조금 있더군요. 해병 그게 뭐요?요즘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시민단체 다 사채빚이라는 게 문제지요.여기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해병 뒷조사는 불법 아니에요?정의니 어쩌니 떠들어 대더니 다 가식이구먼? 시민단체 (당당하게)어쨌든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이건 다 정부의 무능 때문이에요.정부가 일을 확실하게 했다면,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뭐,가족은 진실을 알겠죠.내일 12시,외교통상부에 나와서 가족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해병 네,해병대 정신으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세요. 두 사람,사라진다.가족들,둘러앉아 있다. 딸 에이- 씨.좀 어떻게 좀 해봐.다 오빠가 벌인 일이잖아. 아들 (화를 내며)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어머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돈 돌려주자. 아들 미쳤어요? 어머니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까,용서해 줄 거야. 아들 그럼 나랑 미애는?평생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살라고? 딸 차라리 죽어버리지! 침묵. 아들 일단 아버지가 왜 웃었는지만 밝히면,어머니가 벌인 자살소동에 대한 의심은 사라질 거예요.아버진 도대체 왜 웃었을까? 딸 저번처럼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들 오히려 더 의심할걸? 딸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 아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말해야 믿는 게 사람들이잖아.(사이)이건 어때?아버지는 무서우면 웃는 버릇이 있다. 딸 그러면 해병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 아들 그럼 이건?아버지는 지금 납치범들의 행동을 비웃는 것이다.웃음은 의지의 표현이다. 딸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의심하겠지.그렇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고. 아들 (화를 내며)에이- 씨! 사이,가족들 생각한다.딸,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문갑 위,작은 액자를 들고 온다. 딸 이게 언제지? 어머니 아버지 생일파티 같구나. 딸 여기 날짜가….내가 여덟 살 때네? 아들 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고. 딸 난 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고. 아들 아버진 웃고 있어. 어머니 얼마 후,니 아버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지.그 친구를 잡겠다고 전국을 헤매다가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보지도 못했고. 아들 그때부터였어.아버지가 웃지 않은 건.아버진,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딸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머니 마지막으로 웃었던 그때를? 그때,아들 휴대전화의 벨이 울린다.아들,전화를 받는다. 아들 여보세요. 무대 한 쪽,이브라힘의 모습이 나타난다.한국어를 제법 구사한다. 이브라힘 안녕하세요. 아들 누구시죠? 이브라힘 이브라힘이다. 아들 (잘 못 알아듣는다)누구요? 이브라힘 만수형님 같이 일하던 이브라힘이다.집에도 몇 번 갔다. 아들 이브라힘? 이브라힘 그래 이브라힘이다.지금 옆에 누구 있냐? 아들 가족들요. 이브라힘 노 폴리스? 아들 네. 이브라힘 만수형님,나랑 같이 있다. 아들 뭐라고요? 이브라힘 걱정 말아라.만수형님 다 좋다. 아들 무슨 소리예요?아버지가 왜 당신이랑 있죠? 이브라힘 믿어라.내가 만수형님 목소리 들려준다. 이브라힘,수화기에 녹음기를 가져다 댄다.아들,전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다. 아버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일이다.대충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구나.협상금이 전달되면,나는 협상금의 3분의1을 이브라힘 몫으로 떼어주고,나머지를 해외 계좌에 송치해 둔 채 한국으로 들어갈 거다.그 돈이면 내가 진 빚 갚고도 넉넉히 남으니까,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사이)일단 이브라힘한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솔직히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해 죽겠다.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구나.(사이)메시지 받거든,그곳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브라힘한테 좀 전해라.꼭! 어머니,전화를 끊어버린다.긴 통화대기음,암전. 5장 외교통상부 내의 작은 방.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족이 앉아 있다.긴 침묵. 어머니 지금 몇 시니? 아들 7분 남았어요. 딸 시간, 뒤로 미뤄. 아들 무슨 꿍꿍이냐고 더 의심할 걸? 딸 그럼 빨리 결정하든가?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난 아까 결정했어. 어머니와 아들,딸을 쳐다본다. 딸 난 우릴 속였다는 게,용서가 안 돼. 아들 그래서? 딸 협상금 주지 마. 어머니 그럼 아빤? 딸 어떻게 되겠지. 아들 이브라힘이 순순히 보내줄까? 딸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머니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딸 왜? 어머니 니들 아버지니까. 딸 아버지다워야 아버지지.다 늙어서 그나마 엄마 대접 받고 살려면,엄마도 결정 잘해.어떡할 거야? 엄마,충격을 받은 듯 무너진다. 딸 에이-씨!시간 없어.빨리 결정해!아니면 나가서 내 맘대로 말한다! 딸,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아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딸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 살아.그나마 아버지한테 빚이 있었으니까,우리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았던 거 아니야?아마 빚 갚고 나면 그 빌어먹을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서 다시 우리 숨통을 조일 거야.우리가 빚이라도 진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청구하겠지. 아들 그래도 아버지는 돈은 잘 벌어 왔잖아.그걸로 우리도 한동안 먹고살았고. 딸 결정적인 순간엔 아버지 편드는 걸 보니까,오빠도 별 수 없는 남자구나. 아들 누구 편을 들어!솔직히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잖아. 딸 돈을 주니까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알아.난 그냥 먹이를 주면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드는 개랑 다를 바 없었어. 아들 네 허영심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그래서 꼬리친 건 아니고? 딸 마약이라도 발라 놓으셨는지,끊어버리기엔 너무 달콤하더라고. 아들 그 돈이 아깝다.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장사를 했으면 재벌 됐겠다. 딸 나도 더러워서 진즉에 독립하려 했어.근데 빌어먹을 집구석이 당장에 원룸 마련해줄 돈 한 푼 없는데 어떻게 해!우리 협상금 나눠 갖고,여기서 다 갈라서자.아빠야 그냥 납치범들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사실 우리한테 아빤 죽은 거나 다름없었잖아.그리고 엄마한테 한 가지 충고하는데,이 새끼한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도 마.말하는 본새가 아빠랑 똑같아. 어머니,딸의 뺨을 때린다. 아들 그 년 잘 맞았다!계집애가 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불대더라고.어디 오빠한테 대들어! 어머니,아들의 뺨을 때린다. 어머니 이놈의 종자들 다 지긋지긋해.애비나 새끼나 다 돈 생각뿐이야.돈이 가족보다 중요해?(사이)그럼 나도 이참에 엄마 딱지 버리고,돈 한 번 밝혀볼까?(사이)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토 달면 알몸으로 확 내쫓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조심해! 어머니,아들의 전화기를 빼앗아든다.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여보세요?이브라힘?나야.김만수 아내.남편한테 전해.협상금이고 뭐고 땡전 한 푼 보내 줄 수 없으니까,알아서 오든지 거기서 살든지 맘대로 하라고. 뭐?난 모르는 일이니까,빌려준 돈은 알아서 받아! 무대 한 쪽,단상이 마련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어머니,아들의 가방에서 협상금이 담긴 통장을 꺼내든다.그리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다. 어머니 우선 제 남편 일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 가족은 남편이 왜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솔직히 전 남편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먹고살 만하니까 더 잘살아 보겠다고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욕심 부리다 쫄딱 망해먹고 나선 가족 볼 면목이 없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남편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를 두고 말이 참 많았습니다.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다 그럴듯합니다.근데 자기들 맘대로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합니다.하긴 그게 직업이니까,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그래도 이건 아닙니다.먹고사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해서 다 용서가 됩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통장을 단상 위에 놓는다. 어머니 남편은 지금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는 게 아닙니다.같이 일하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한 대가로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고 협박한 모양입니다.네,베란다 사건은 다 쇼입니다.남편이 진짜로 붙잡힌 줄 알고, 사기를 친 겁니다.다들 엄청난 돈을 보내주셨더군요.‘이 끔찍한 땅에도 아직까지 온정이란 게 살아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남편의 협상금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돈,여기 그대로 있습니다.한푼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다들 찾아가세요.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국민여러분을 기망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저를 사기 미수죄로 처벌하십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욕 하실 분들,실컷 욕하십시오.하지만 저도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욕 좀 해봅시다.자기만 배불리 먹겠다고 돈 떼어 먹은 최동렬,돈 제때 갚지 못한다고 인질 협상금까지 차압하겠다는 희망캐피탈,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에필로그 어머니와 가족,거실에 둘러앉아 있다.어머니,상 위에 장부를 펼쳐놓고 있다.그 옆에서 아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들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사기 미수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거,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딸 덕분에 떼인 돈도 받아낼 수 있었고,사채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었고.정말 연기가 죽여줬어요. 어머니 니들만 잘난 줄 알았지?니들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과 딸,웃는다.어머니의 표정은 냉담하다. 아들 근데 아버지는 왜 안 돌아오세요? 어머니 그 인간 고생 좀 할 거야.이브라힘한테 돈 부쳐주면서 그랬지.그 인간 정신차릴 때까지 한 달 정도 파키스탄에서 일 좀 시키라고 했거든. 딸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 인간이 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그건 그거고,계산을 마저 끝내 볼까? 아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어머니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이게 너희들 사고방식 아니니?싫으면 집 나가시든가. 아들 어디까지 했죠? 어머니 부부생활 항목. 아들 섹스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을 20~24세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어머니 니 아버진,평균에도 못 미쳤다.최저로 계산해. 딸 (자판을 두드리며)시간당 최저 임금은 삼천 칠백 칠십 원이야! 아들 그럼 반올림해서 시간당 사천원.칼로리 소모가 보통 노동의 10배는 될 테니까 시간당 4만원을 잡고……. 어머니 1시간까지 가본 적은 없는데?보통 30분 안에 끝났어. 아들 그럼 최저 임금의 이분의 일인 이만 원에 한 달 평균 20회 정도 관계를 맺는다고 치고……. 어머니 스무 번은커녕 열 번도 채 안 됐어. 아들 그럼 열 번으로 계산하면 40만원,그 대가로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회당 7만원……. 어머니 내가 칠만 원짜리밖에 안 돼 보이니?십만 원으로 해. 아들 거기에 엄마가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오만 원 정도 더하고……. 어머니 난 절정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기껏해야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아들 그럼 쾌락의 비용을 만원으로 계산하고,모두 더하고 빼면 대략 한 달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오십만 원,일 년이면 육백만 원.어머니가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니까……. 어머니 솔직히 너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관계를 안 했다. 아들 그럼 14년치만 계산 하면,총 팔천사백만 원. 어머니,장부에 기재한다. 어머니 자,다음 항목은 가사 노동에 대한 미지급분에 대한 피해보상 청구. 딸 (자판을 두드리며)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시급 이만 오천 원에서 5만원 사이래. 어머니 시급 사만 원 정도가 적당하겠구나. 아들 하루 평균 15시간의 가사노동을 했다고 가정하고……. 어머니 깨어 있는 동안은 다 가사노동 아니야?난 평균 5시간도 채 못 잤어! 아들 그러면 계산이……. 어머니 이리 내.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 그렇게 계산이 느려.들인 돈이 아깝다.이러다 너랑 미애 청구서는 오늘 안에 만들지도 못하겠네. 암전.
  • [개헌 다시 보자] 인권·경제 민주화·소수자 권리 조항 필요

    [개헌 다시 보자] 인권·경제 민주화·소수자 권리 조항 필요

    ‘87년 민주화’는 권위주의 극복과 직접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 1948년 정부수립 후 권위주의 정부를 경험해온 국민은 또다시 통치구조에 매몰된 개헌 작업에서 배제됐다.3당합당과 탄핵파동 등이 이어졌고,중대한 정치·사회 문제는 국민적 합의체가 아닌 헌법재판소로 넘겨져 법률적 결정을 통해 해결됐다.국가보안법 개폐,이라크 파병,행정수도 이전,양심적 병역거부,호주제 등 사회 핵심의제들도 마찬가지다.이들은 늘 ‘사법의 정치 대체 현상’으로 귀결됐다.새롭게 등장한 사회양극화,청년 실업,중산층 몰락,이념대결,복지로서의 교육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다. ●“국가 성격·영토·국군 의무 조항 등 손질을” 대부분의 전문가는 인권,평화,경제민주화,소수자 권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모순된 조항으로 꼽히는 대목은 전문과 4조,8조의 국가 성격에 대한 언급이다.유신 때 삽입된 ‘자유민주’와 건국 때 삽인된 ‘민주적’이 충돌한다는 것이다.3조의 영토조항도 국제법상 한반도라는 범위가 인정된 게 아니어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5조의 국군 의무조항과 60조의 해외파견 허용 조항도 ‘국토방위의무=외국파견’이라는 맹점을 지닌 것으로 지적된다.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헌법 조문에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라는 구절이 있는데 조약은 국제법에 속하므로 무식한 표현”이라고 꼬집고 “앞으로 논의는 큰 방향에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민족적 관점과 국제적 시각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군인,공무원의 국가배상권을 박탈한 28조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인 27조도 배심제 활성화를 위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건국 헌법 이래 지켜져 온 경제민주주의 가치 조항(119조)에 대해선 시장주의자와 진보진영간 의견이 엇갈린다.1항에서 시장경제를 보장한 반면,2항에선 균등경제를 강조해 충돌한다는 해석이다.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의 논리일 뿐”이라면서 “122조의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찬성으로” 헌법에서 강화해야 할 내용으로는 인권보장 의무(10조),신체의 자유(12조),무죄추정의 원칙(27조) 등이 꼽힌다.새롭게 추가해야 할 내용으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대목이 지목된다.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재일동포에게도 속인주의를 적용해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하면서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여성에 대해선 기본권을 인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독일이나 일본처럼 불법체류자라도 노동기본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인권개념을 확장해 ‘국민은’이란 조문을 ‘누구나’로 바꿔야 한다.사회권적 기본권도 구속력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승수 제주대 교수는 “20년 전 논의조차 되지 않던 성적(性的) 소수자 문제 등을 헌법적 틀로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입장 차이가 있지만,감사원의 독립문제 등 명확한 주제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변호사는 “대법관의 헌재 재판관 3분의1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임명시 국회의원 3분의2의 동의를 얻게 하면 편향된 인사를 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태호 교수는 “검찰총장을 국민 직선제로 뽑아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조항이나 공영방송 사장을 국회 재적의원 3분의2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