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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듣고 있을까…日양심들의 외침] 日애니 거장의 일침 “주변국 원한 직시를”

    [아베 듣고 있을까…日양심들의 외침] 日애니 거장의 일침 “주변국 원한 직시를”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74) 감독이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에 일으킨 문제를 거론하며 해결을 촉구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16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은 제국주의를 흉내 내면서 결과적으로 3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전쟁을 했고, 원자폭탄이 두 번이나 떨어지는 일을 당했다. 주변국의 원한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닛칸스포츠가 보도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런 역사를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꼽으면서 “법적으로 해결해도 감정이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해야 한다”며 민족과 종교가 얽히고설킨 중동 일대의 상황에 비교하면 일본이 안고 있는 역사 문제는 매우 알기 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일본이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무질서는 이제부터 더욱 많아질 것이다. 나는 아베 총리가 말하는 것이 너무 단순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이럴 때 평화헌법이 도움이 된다. 헌법을 지켜야 한다. 조금 저쪽으로 가고 싶어도 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의 과거 정치 지도자들이 식민지 정책을 추진하고 침략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자국민과 이웃 국가들에 큰 고통을 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적 해결’이나 감정이 풀리지 않은 문제 등을 거론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장화식, 8억 받고 40분만에 탄원서 제출해 줘

    장화식, 8억 받고 40분만에 탄원서 제출해 줘

    “유회원(론스타 전 대표)에게 더 이상의 가혹한 처벌과 제재가 가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2011년 9월 27일 장화식 당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의 일부분이다. 그는 탄원서 제출 두 달 전만 해도 법정에서 “유회원의 법정구속 요구에 대하여 대답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다가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의 태도가 이렇게 180도 바뀐 건 거액의 검은돈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유 전 대표 측으로부터 탄원서 작성 대가 등으로 8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장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유 전 대표는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 전 대표는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 이후 6년째 ‘악연’을 이어가던 유 전 대표가 2011년 7월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되자 한 달여 뒤 론스타 측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에 합의금 명목으로 10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장 전 대표는 수차례 협의 끝에 같은 해 9월 22일 ‘유회원과 론스타 등에 대한 비난 행위를 중단하고 탄원서를 제출해 주면 8억원을 주겠다’는 변호인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닷새 뒤 장 전 대표는 8억원을 받았고 돈을 받은 지 40여분 만에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장 전 대표는 8억원이 2004년 2월 외환카드에서 부당해고당한 것에 대한 피해 배상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2009년 해고무효소송에서 장 전 대표가 패소했고 유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피해를 배상할 이유가 없다며 탄원서를 목적으로 한 금품 거래로 보고 있다. 받은 돈은 대부분 주식투자, 자녀 유학비, 카드대금, 처가 주택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검찰은 금품 거래에 관여한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를 거쳐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아베 듣고 있을까…日양심들의 외침] 일본인 52%의 반성 “담화에 사죄 담아야”

    [아베 듣고 있을까…日양심들의 외침] 일본인 52%의 반성 “담화에 사죄 담아야”

    일본인의 절반 이상은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가 패전 70주년인 올해 8월 발표할 ‘아베 담화’에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4~15일 전국 유권자 39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역대 총리 담화의 핵심 키워드를 넣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필요 없다’는 의견은 31%에 그쳤다. 아베 내각 지지층 중에서도 핵심 키워드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은 50%로, ‘필요 없다’는 의견(35%)을 웃돌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인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것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이를 계승한 고이즈미 담화에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한 응답은 62%에 이르렀다. 반면 두 담화가 반성과 사과를 포함한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이와 관련, 전날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아베 총리가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 표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과 전후 평화국가로서 걸어온 행보,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를 위해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 작성할 것”이라는 기존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악동 동우는 ‘빌린 양심’을 갚을 수 있을까

    [이주일의 어린이 책] 악동 동우는 ‘빌린 양심’을 갚을 수 있을까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김진희 지음/손지희 그림/문학동네/168쪽/1만 1000원 열세 살 ‘동우’는 학급 내 권력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다. 같은 반 ‘준우’에게 빌린다는 명목으로 매일 돈을 빼앗았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날도 준우에게 돈을 ‘빌리려’ 했다. 준우가 반항하며 도망치자 동우는 뒤쫓다 자동차에 부딪혔다. 순간 동우의 삶을 180도로 바꾸는 사건이 일어났다. 죽어서 저승에 가게 된 것. 하지만 동우를 저승에 데려온 건 저승사자의 실수였다. 사주와 이름이 같아 착각을 했다. 저승사자는 죽은 자가 저승에 올 때는 당연한 거라 상관없지만 이승으로 돌아갈 땐 노자를 내야만 한다고 했다. 노자는 저승의 ‘곳간’에 쌓인 돈을 내면 된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태어나면 저승에 곳간이 생기는데 좋은 일을 하면 곳간에 저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우의 곳간은 텅텅 비어 있었다. 동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펑펑 울었다. 저승사자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다른 사람의 노자를 빌려줄 테니 이승에 돌아가면 갚도록 하라”고 했다. 동우를 이승으로 돌려보내면서 49일째까지 노자를 다 갚지 못하면 다시 저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우는 눈을 떴다.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다시 살아난 것이다. 동우가 이승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자를 빌려준 사람은 누굴까. 동우는 과연 저승사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동우가 빌린 노잣돈을 갚으면서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치인 양심과 우정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진실한 관계 맺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누군가와 화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그 존재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를 알려고 노력하고 마음으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동우와 준우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어떤 가치의 실마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라고 평했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총리 후보자 적격성 여론조사 적절치 않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과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개최를 16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정치권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어제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여야 공동으로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여론조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은 결과를 승복할 용의가 있고, 이런 사항의 경우 국민의 여론이 답”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여야를 가릴 필요도 없이 공당의 대표가 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를 놓고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여론을 바탕으로 특정 사안에 소신 있는 원내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면 더더욱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본회의 표결의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표의 전격적인 여론조사 제안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흠집’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상당 부분 힘입었을 것이다. 전문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산과 병역 문제, 언론 외압 등에 휩싸인 이 후보자가 총리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합하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 뜻’을 앞세운 여론조사는 대통령 선거 후보의 단일화와 같은 정치적 고비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됐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선거 방식의 일부로 여론조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의 자격이 있는지를 여론조사에 맡기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헌법상 총리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양심에 따른 판단과 결정을 하면 될 일을 국민 여론에 미룰 일은 아니다. 총리 인준에 여론조사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생의 고통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정의 정상화마저 늦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당 원내대표 시절의 평판만 믿고 총리 후보자의 자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청와대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총리 인준 가부(可否) 결정을 여론조사에 맡기겠다는 문 대표의 제안은 차기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의 색채가 짙다는 점에서 순수하게만 바라보기 어렵다.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그가 내놓은 ‘호남총리론’에 충청 지역 민심이 적지 않게 동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큰 정치인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 부산 양심불량 공무원의 민원 처리 ‘꼼수’

    부산 양심불량 공무원의 민원 처리 ‘꼼수’

    구 공무원이 민원인 몰래 서류를 만들어 진정을 취하한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부산 연제구에 따르면 연산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61)씨가 집 앞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다 지난달 22일 연제구에 주민 46명의 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1주일이 지나도록 구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김씨는 구 홈페이지를 열람하다 자신이 제출한 진정서가 취하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담당자에게 이를 따졌으나 명쾌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김씨가 제출한 진정서를 받은 구 공무원 A(7급)씨가 민원인 몰래 취하 서류를 꾸며 진정을 취하한 것이다. A씨가 취하 서류에 김씨의 도장을 찍어 김씨가 취하한 것처럼 처리했다. 담당자는 민원이 제기되면 1주일 안에 진행내용이나 결과를 민원인에게 유선이나 서류를 통해 통보하게 돼 있다. 하지만 A씨는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A씨는 “진정서에 소음 부분과 건축 부분이 혼재돼 있어 주관부서를 정해 민원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임의대로 처리했다”며 “업무 미숙으로 인한 판단 착오로 빚어진 실수로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10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이 업무 미숙이라고 해명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공무원이 공사업체와 뒷거래했거나 결탁하지 않았다면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이렇게 임의대로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담당 공무원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자 연제구는 뒤늦게 A씨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김종면 칼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죗값 무겁다

    [김종면 칼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죗값 무겁다

    ‘저널리즘의 양심’으로 불리는 미국의 미디어 비평가 애벗 리블링은 “언론의 자유는 언론 소유주의 자유”라고 했다. 언론사주의 영향력은 그만큼 막강하다. 언론사 오너뿐만 아니다. 때로는 간부급 책임자도 큰 힘을 발휘한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그런 영향력을 도구적인 목적으로 그릇되게 사용하면 언론의 공공성은 훼손되고 민주주의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방송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고 내부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은 언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언론 권력자든 정치 권력자든 누군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해 언론 본연의 가치를 저버린다면 그건 이미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영원한 숙제인 권언유착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 내지 못하는 우리 언론의 얄팍한 현실이 안타깝다. 언론을 권력의 자장 안에 묶어 두려는 낡은 정치 행태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권력에 취해 시대착오적 ‘언론통제’ 유혹에 빠진 이 후보자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 지가 죽는 것도 모른다느니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다느니…. 시정 잡류만도 못한 말을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이 기세 좋게 떠벌렸다니 그야말로 수십년 전 국보위 공포 언론의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언론인을 대학총장 만들어 줬다는 것은 뭐고, 김영란법과 관련해 기자를 겁박하는 말을 했다는 것은 또 뭔가.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언론보도 개입 녹취록 논란과 관련,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지만 파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언론 외압 의혹이 단순한 말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잠시 잠깐 각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표범은 아무리 노력해도 반점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의 본성도 평생 변하지 않는다. 권력으로 찍어 누르면 언제든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비뚤어진 의식이 잠재돼 있는 한 언제 어디서 또 예의 천박한 언론관이 고개를 들지 모른다. 부동산투기·병역기피·논문표절·교수특혜채용·황제특강 등 다른 의혹은 다 제쳐 두고 이 가공할 언론관 하나만 봐도 이 후보자는 총리가 될 자격이 없다.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것은 곧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 어떤 의혹에 앞서 이 치명적인 흠결부터 먼저 엄중히 규명해야 한다. 녹취록 내용이 밝혀진 과정이 정도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언론 외압 사건의 본질이 희석돼선 안 된다. 이 후보자는 ‘불통정부’의 ‘소통총리’가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언론을 호주머니 속 공깃돌쯤으로 여기는 반민주적 태도에 비춰 보면 그것은 애당초 무망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마당에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한다 해도 존경받는 만인의 총리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세 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도 가 보지 못하고 낙마한 터이니 이제는 좀 제대로 된 총리가 나와 내각을 통할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라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고 근본적으로 도덕적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을 총리 자리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정신적으로 영원히 3류 국가를 자임하는 꼴이다.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에 이어 이 후보자마저 거푸 내친다면 이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절박해도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이 후보자는 도지사·국회의원 등 화려한 경력을 일궈 왔지만 총리로서는 ‘희망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총리 공백에 따른 일시적 국정난맥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적 양식과 상식을 갖춘 인물을 총리로 뽑는 게 긴 눈으로 볼 때 훨씬 낫다. 40년 공직생활을 했다는 이 후보자에게 과연 ‘공직 DNA’는 있는가. 의혹이 하도 알록달록해 갈피를 못 잡을 지경이다. 이쯤 되면 국회 임명동의고 뭐고 기다리는 것 자체가 구차한 일 아닌가. 이 후보자에게는 이제 날갯죽지 꺾인 총리가 돼 정치적 잔명을 이어 가느냐 깨끗하게 무릎 꿇고 죽음을 청해 한 조각 자존심이라도 지키느냐의 결단만 남았다. 천산지산 할 것 없다. 결거취(決去就)하라. 옛 선비들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잘 알았다. 사직소(辭職疏)가 그리운 시절이다. jmkim@seoul.co.kr
  • “녹취 당시 흥분 상태… 기억나지 않아” 이완구 말바꾸기에 자질 논란 증폭

    “녹취 당시 흥분 상태… 기억나지 않아” 이완구 말바꾸기에 자질 논란 증폭

    10일 국회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완구 후보자는 거듭 사과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6일에 이어 이 후보자의 언론 관련 발언이 포함된 녹취록이 추가 공개되면서 그의 정치력은 무색해졌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자질 논란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오전 10시 청문회 시작과 함께 이 후보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 후보자의 언론관부터 검증 잣대를 들이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기자들에게 언론인을 총장이나 교수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언론인 중 교수나 총장을 만들어 준 분이 계신가”라고, 홍종학 의원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회유, 협박했는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총장 로비 의혹에 대해 “제가 무슨 힘으로 교수나 총장을 만들어 줍니까”라고, 김영란법에 대해선 “정책적인 소신과 양심을 걸고 제가 그렇게 말했겠느냐”고 부인했다. 오후 2시 30분 속개된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녹취록이 작성된 날 1시간 30분 동안 김치찌개를 먹으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제가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사흘째 수면을 취하지 못해 제가 착각을 했을 수도 있고,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녹음 파일을 청문회장에서 공개해 이 후보자의 오전 발언을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청문회는 오후 3시 20분쯤 정회됐다. 이어 한 시간쯤 뒤 야당 청문위원들은 청문회장 바깥에서 “언론인들을 총장으로 만들어 줬다”거나 “(언론이 괘씸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취지의 이 후보자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 공개를 감행했다. 오후 6시쯤 재개된 청문회에서 여야 청문위원들은 감정싸움을 방불케 하는 설전을 벌였다. 특위 위원장인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정회 중 녹음 파일을 폭로한 야당의 행동이 위원장으로서 불쾌하고, 유감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정당하게 취득하지 않은 파일을 청문회장이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야당 의원이 공개한 파일 내용이 편집, 짜깁기됐다는 제보가 빗발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악마의 편집 논란을 제기하시는데, 1시간 30분 분량 전부가 아닌 일부를 공개한 것은 후보자에 대한 배려”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가 속개돼 회의장에 들어오다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자리에 앉아 컵에 물을 따를 때 손을 떨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한 시간 반 동안 한 이야기엔 반어법도 있고, 때로는 과장될 수도 있고, 때로는 재밌게 얘기한 것”이라면서 “녹음된다 생각했으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몸을 잔뜩 낮췄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사과를 곁들여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컨대 재검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이 후보자는 “중2 때 부주상골 증후군(발목뼈 이상 증세) 판정을 받았지만, 첫 신검에서는 관련 엑스레이 검사지를 보지 않았고 이후 재검에서 정밀 검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몇 년 전 환갑 때 찍은 엑스레이에서도 부주상골이 여전했다”거나 “행시 합격자는 행정장교로 군대에 갈 수도 있었다”며 병역 기피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잠원동 신반포2차→압구정동 현대→도곡동 타워팰리스→도곡동 대림아크로빌’ 등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에만 살았다는 지적에 이 후보자는 “40년 동안 6번 이사했는데 늘 거주 목적으로 주택 한 채만 보유했다”고 반박했다. 차남에게 증여한 분당 땅과 관련해서는 “차남이 증여세 5억원을 세무서에 이자를 물며 분납하고 있다”면서 “그 아이의 재산은 그게 전부이고, 차남 재산 내역을 11일 청문회에서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장모상 중에도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인 태안으로 향했다”(이장우), “혈액암 고비를 넘기며 국민을 위해 봉헌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정문헌)는 등 이 후보자를 칭찬하는 데 질의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APEC 회원국 간 피의자 체포영장제 도입해야”

    “APEC 회원국 간 피의자 체포영장제 도입해야”

    “현재의 국제형사사법공조 체제는 외교채널로 운영되면서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현대적인 시스템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 사이에 아·태 체포영장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10일 오후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열린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에서 문규석 외대 법학과 교수가 내놓은 제안이다. 문 교수는 “기존의 쌍방 가벌성의 원칙과 대륙법계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국민 불인도 원칙은 아·태 체포영장제도의 도입과 함께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방 가벌성의 원칙은 양국 국내법에 모두 위반되는 범죄는 인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으로, 한·미범죄인인도조약 등에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2013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여직원 성추행이 미국에서는 범죄에 해당되지만, 한국에서는 당시 친고죄였기 때문에 피해자의 직접 신고가 없는 한 범죄에 해당되지 않았다. 즉, 쌍방 가벌성이 없어 범죄인인도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례 중 하나다. 이날 학술대회는 39년 동안 국제법 연구에 매진한 이장희 외대 법학과 교수의 정년을 맞아 그의 후학들이 최근 한국사회를 둘러싼 국제법적 현안과 국제법적 논리 및 역사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 발표하는 성격의 자리를 가졌다. 국제법은 힘을 기반으로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태생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강대국이 주체가 되는 법체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이 교수는 고별 강연에서 “최근 국제법의 주체 개념이 국제기구, 비국가적 실체, 개인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우리는 힘의 외교가 아닌 평화의 외교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논리가 국제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정학적으로 안보외교가 절실하고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 통상외교가 필요한 만큼 국제법률전쟁에 항상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과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제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모르쇠하는 일본과, 소수의 양심적 일본인, 무관심한 서구, 연대의 대상인 동아시아국가들에 펼쳐온 민간 학문 외교의 집대성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역사학자 19명이 집단성명을 내고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며 한국 역사학계의 입장과 함께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간 성과물의 하나다. 이 밖에 이날 이동원 외대 법학과 교수는 ‘카이로 선언의 지도 원리와 한국의 영유권 고찰’을 주제로 하는 발표에서 독도 문제 및 각종 영유권 관련 다툼의 국제법리적 부당성을 논증했다. 이는 한국이 짊어지고 있는 중단기적 과제 중 하나다. 1943년 11월 27일 카이로선언은 ‘일본은 폭력과 탐욕에 의해 약취한 그 밖의 모든 영토로부터 축출될 것’이라는 일반 규정과 함께 ‘위의 3대국(미국, 영국, 중국)은 조선인민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 적당한 시기에 조선이 해방되고 독립하게 될 것을 결의했다’는 한국의 해방에 관한 특별 규정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다. 독도의 시마네현 영토 편입 행위가 불법이며 무효임을 입증하는 논리다. 이달 말 퇴임하는 이 교수는 39년 국제법 연구의 결과를 집대성한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을 펴냈다. 한국정전체제 종결과 평화체제 구축 방향, 북방한계선(NLL), 북핵실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19010년 일본의 강제병탄, 일제 강제징용 피해, 독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 한반도 안팎의 각종 국제현안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이 책은 ‘한반도와 국제법’의 총론이자 서문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전문적 각론서를 제자들과 협력해 계속 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 70년, 한일협정 50년을 맞아 퇴임하는 노 국제법학자의 충심은 이렇듯 현재진행형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황순원 ‘카인의 후예’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황순원 ‘카인의 후예’

    104편의 시, 104편의 단편소설, 1편의 중편소설, 7편의 장편소설. 소설가라면 한번쯤 꿈꾸는 신문의 연재소설을 끝까지 고사했으며 문학지 외에는 글을 발표하지 않았던 작가 황순원이 16세에서 78세까지 쓴 작품의 양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황순원은 오로지 ‘작품’으로만 자신을 드러낸 ‘작가’였다. 그가 지금도 ‘작가 정신’의 표상이라고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에서 단편소설로, 다시 장편소설로 문학적 탈바꿈을 시도한 그가 1953년에 발표한 ‘카인의 후예’는 그의 단편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빼어난 서정성에 잘 짜인 장편의 서사 구조를 결합시킨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전후(戰後)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해방 후 북한 정권이 들어와 개혁 운동을 펼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평안남도 명문가에서 태어난 저자의 가족이 해방 후 월남을 결정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정치적 이념이 순박한 농촌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은 두 가지 축을 기점으로 전개된다. 먼저 상황을 전개시키는 것은 토지개혁으로 벌어진 마을 사람들의 변화 과정이다. 1946년 실제 북한에서 실시된 토지개혁은 당시 오랫동안 가족 공동체 같던 농촌 사회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관계가 오로지 땅을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로 양분된 것이다. 지주의 아들이자 지식인인 박훈, 그의 작은아버지인 용제 영감과 그의 아들 혁,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고 끝까지 애쓰는 윤 주사 등 ‘가진 자’들은 토지개혁으로 땅을 잃고 숙청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땅을 빌려 소작했던 칠성 아버지와 강 목수, 탄실 아버지 등은 땅의 공동 분배가 처음에는 지주의 것을 훔치는 것 같아 찜찜해했지만 점점 더 가지려는 욕심을 드러낸다. 과거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였던 그들은 나름의 끈끈한 인정이 오가곤 했다. 하지만 당손이 할아버지가 걱정한 것처럼 ‘다 된 세상’ ‘뒤숭숭한 세상’에서 공존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서로를 경계하며 살게 된다. 또 다른 축은 역시 가장 인간적인, 그러나 이뤄지기 힘든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양심적이지만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지주 집안의 외아들이자 현재의 지주인 박훈과 그를 모성적인 사랑으로 끝까지 감싸는 마름의 딸 오작녀 간의 사랑은 그 무엇도 끼어들지 못할 것 같이 순수한,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지주와 마름의 딸이라는 신분의 벽이 놓여 있어 오작녀의 사랑이 순종적이고 희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 점이 그들에게 함께 고향을 탈출해 남쪽으로 내려와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 박훈의 해결책이 사랑과 엇갈린다. 오작녀의 아버지이자 농민위원장이 돼 지주들에게 칼끝을 겨누는 도섭 영감을 죽여야 불행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훈의 행동은 어느 쪽도 명확한 결실을 맺지 못한다. 열린 결말 덕분에 사랑의 완성은 읽는 이의 몫이 되었다. 물론 이 두 축 사이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신시키는 인물과 끝까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소신을 잃지 않는 인물이 현실감을 더해 준다. 소작농에게 엄격한 마름이었지만 변화를 감지하고 북한 정권에 협력하는 도섭 영감, 박훈과 함께 야학을 이끌었지만 그를 감시하는 민청위원장으로 돌변한 변흥수 등이 권력의 흐름을 좇는 인물이라면, 지주들의 숙청에 찬성하지 않고 타락해 가는 세상을 걱정하는 당손이 할아버지나 사랑하는 박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그와 부부 사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오작녀, 그리고 그녀를 감싸는 동생 삼득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들이다. 소설은 홍수처럼 마을 사람들의 삶을 덮친 사건과 지고지순한 사랑이 씨실과 날실처럼 잘 엮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삶의 폭과 깊이를 보여 준다. 특히 토지개혁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게 되는 농민들의 태도 변화는 작은 부분까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세련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주라는 권력이 왜 공산당으로 바뀌었는지는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니다. 오늘을 먹고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 농민들에게 이념이나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의 아낙들은 숙청이 예고된 지주 집에 몰래 들어가 그릇 하나 치마폭에 숨겨 가져온다. 농부들은 자신을 선동하는 공산당원과 지주 집에 몰려갔을 때 삽과 괭이, 대패처럼 꼭 하나 있었으면 좋은 물건들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않게 몰래 훔친다. 마을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던 박훈 할아버지의 송덕비를 도섭 영감이 깨뜨린 후 조각난 비석을 다듬잇돌이나 숫돌로 사용하려고 몰래 가져오기도 한다. 이들의 소박한 삶의 욕심을 뻔뻔스러운 변절이라고, 도덕적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의 이기심이라고 흉볼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될 뿐이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있다. 역사적 사실은 있는데 역사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특히 해방 후 상황을 작품에 반추해 놓고도 해결점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운명이나 개인적 비극에 국한한 점을 아쉬워한다. 박훈 같은 인물을 내세워 지주를 미화했다고 지적할 수 있고, 문제의 해결을 여성의 희생적 사랑에서 오는 구원에 둔다고 파악될 수도 있다. 박훈과 오작녀의 사랑을 동네에 전해 오는 ‘큰아기바윗골’ 전설과 연결한 점은 다소 작위적이고 신파적이긴 하다. 그러나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모습은 발표될 당시를 감안하면 그 어떤 작품보다 창조적이다. ‘부분은 언제나 전체를 대표한다’는 말처럼 황순원은 평안남도의 시골 마을인 양짓골 이야기를 통해 당시 딜레마에 빠진 북한 전체의 시대 상황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사적 비극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사실적으로 증언해 놓았다는 점은 이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제목이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넘어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용 어디에도 카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데, 왜 ‘카인의 후예’일까. 카인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큰아들이다. 사람이 낳은 최초의 사람으로 동생 아벨을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다. 농부였던 카인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동생에 대한 질투와 욕심에 눈이 멀어 양치기였던 그를 죽이고 만다. 저자는 그 카인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싶다. 가진 자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카인이 되고, 못 가진 자들은 욕심과 이념으로 윤리를 저버리는 카인이 된다. 이런 카인은 지금 이 세상에도 많다. 어떠한 요직도 마다하고 평생 평교수로만 지내며 세상이 흔들어도 요지부동으로 집필에만 몰두한 황순원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카인의 후예였을지도 모른다.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원세훈 법정구속 파장…이기고도 웃을 수 없는 검찰 수뇌부

    원세훈 법정구속 파장…이기고도 웃을 수 없는 검찰 수뇌부

    ‘원세훈 법정구속’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된 가운데 정작 승소한 검찰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판결은 대선·정치개입 의혹 수사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검찰 안팎에 가해진 여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실형 선고를 얻어낸 ‘성과’에도 검찰이 표정 관리를 못하는 이유는 수사를 밀어붙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반대편에 섰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일부 수뇌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 당시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심’까지 거론하며 구속영장 청구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원세훈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됨에 따라 현 정부의 정당성을 지키려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에 또다시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과 수사를 적극 지원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는 상징적 ‘복권’의 의미가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은 대선개입 수사를 밀어붙이면서 이미 박근혜 정권의 눈밖에 났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이 기소되고 3개월여만에 혼외아들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윤석열 팀장과 박형철 당시 부팀장은 항명 사태 이후 징계를 받고 각각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악조건 속에서 공소유지를 해온 수사팀으로서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1∼3심 판결,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까지 5번의 선고 가운데 첫 승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이 사태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판결의 의미는 남다르다. 검찰·법무 수뇌부는 이들의 사기를 꺾고 지방으로 내쫓아 공소유지를 방해했다는 비판마저 받아왔다. 딜레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무죄가 확정된 이후 그의 수사·재판에 절대적으로 기댔던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의 위증 혐의 입증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권 의원의 소환 조사 시기와 사건 처리 방향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설 연휴 전후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당시 수사팀 검사들을 어디에 배치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각 특수·공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두 고검 검사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따지면 이번 인사 때 대검 참모 후보군에 있다. 원 전 원장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잔여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른바 ‘좌익효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여전히 수사 중이다. ’좌익효수’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2011∼2012년 호남과 야당을 비하하는 악성 인터넷 게시물·댓글을 3000건 넘게 남겼다. 검찰은 이 아이디의 주인을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하고 지난해 6월 소환조사했으나 원 전 원장의 재판 결과를 보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세훈 법정구속 파장…이기고도 웃지 못하고 앓는 검찰

    원세훈 법정구속 파장…이기고도 웃지 못하고 앓는 검찰

    ‘원세훈 법정구속’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된 가운데 정작 승소한 검찰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판결은 대선·정치개입 의혹 수사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검찰 안팎에 가해진 여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실형 선고를 얻어낸 ‘성과’에도 검찰이 표정 관리를 못하는 이유는 수사를 밀어붙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반대편에 섰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일부 수뇌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 당시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심’까지 거론하며 구속영장 청구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원세훈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됨에 따라 현 정부의 정당성을 지키려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에 또다시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과 수사를 적극 지원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는 상징적 ‘복권’의 의미가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은 대선개입 수사를 밀어붙이면서 이미 박근혜 정권의 눈밖에 났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이 기소되고 3개월여만에 혼외아들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윤석열 팀장과 박형철 당시 부팀장은 항명 사태 이후 징계를 받고 각각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악조건 속에서 공소유지를 해온 수사팀으로서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1∼3심 판결,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까지 5번의 선고 가운데 첫 승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이 사태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판결의 의미는 남다르다. 검찰·법무 수뇌부는 이들의 사기를 꺾고 지방으로 내쫓아 공소유지를 방해했다는 비판마저 받아왔다. 딜레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무죄가 확정된 이후 그의 수사·재판에 절대적으로 기댔던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의 위증 혐의 입증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권 의원의 소환 조사 시기와 사건 처리 방향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원 전 원장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잔여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른바 ‘좌익효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여전히 수사 중이다. ’좌익효수’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2011∼2012년 호남과 야당을 비하하는 악성 인터넷 게시물·댓글을 3000건 넘게 남겼다. 검찰은 이 아이디의 주인을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하고 지난해 6월 소환조사했으나 원 전 원장의 재판 결과를 보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심도 뚫린… 軍방탄복 평가서 위조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논란을 일으킨 불량 방탄복의 대량 납품 과정에서 현역 영관급 장교들이 시험평가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지난 4일 육군 일선 부대에 근무하는 전모 대령과 모 중령 등 2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주거지와 부대 내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전 대령 등은 제조 업체인 S사의 방탄복이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납품되는 과정에서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특전사에서 구매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평가서 조작 경위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캐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30일 S사 서울 본사와 수도권 소재 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납품 관련 서류, 성능평가 보고서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왔다. 지난해 감사원의 특정 감사 결과 특전사는 2009년 예하 부대의 시험 운용 과정에서 S사가 생산한 방탄복이 부적합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13억 1000만원 상당의 다기능 방탄복 2000여벌을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나 납품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S사가 납품한 방탄복은 북한군의 AK-74 소총 탄환에 뚫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S사는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 2010년 방위사업청의 다기능 방탄복 입찰 적격 심사 때 관련 서류를 허위로 꾸며 제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지난해 S사와 85억 6000만원 상당의 수의 계약을 체결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집 나간 ‘국민 생선’ 명태의 동해 귀환 프로젝트

    집 나간 ‘국민 생선’ 명태의 동해 귀환 프로젝트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 밥상에 꾸준히 오르던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나 반갑게도 명태의 ‘사촌뻘’인 대구가 우리 바다로 돌아왔다. 6일 밤 8시 50분 방송되는 EBS 하나뿐인 지구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편에서는 국민 생선인 명태와 그의 사촌 대구가 함께하는 우리의 바다 이야기를 들어본다. 얼큰한 동태찌개나 담백한 동태전, 시원하고 개운한 북엇국까지 모두 명태로 만든 음식이다. 명태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명태가 흔한 생선이며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바다에서는 더 이상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 국민 생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러시아산, 일본산으로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살아 있는 명태를 찾기 위해 북태평양 바다로 원양어선을 보내고 있다. 명태만큼이나 우리 국민들이 즐겨 찾던 대구 역시 한때 자원량이 급감해 보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진 지금은 대구가 제법 잡히고 있다. 제작진은 제철 대구가 풍어를 이룬 거제 외포항을 찾아가 사라진 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취재했다. 2014년 해양수산부는 강릉원주대학교와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와 함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동해안 명태들을 2020년부터 다시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사업의 첫 단계는 살아 있는 명태를 찾는 것으로, 50만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명태가 다시 우리 바다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대법관 얼굴 먹칠하는 박상옥 후보자

    1987년 검찰의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과연 대법관이 될 자질이 있는가. 대법원이 박 후보자를 제청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는 대법관으로서 더없이 훌륭한 자격을 갖춘 인물 같다. 대법원은 박 후보자가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며 최고법원으로서의 본연의 헌법적 사명을 다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사법정의·인권옹호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대법원의 ‘대법관 자질론’이 고작 이런 식의 ‘외눈박이’ 수준이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이 말하는 대법관 자질이라는 것은 단지 최고 법관이 되기 위해 검사·변호사·국책연구기관장 등 다양하게 경험의 외연을 넓혀 온 것을 가리키는 것인가. 많은 국민이 보기에 박 후보자는 대법원이 강조하듯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지 않았다. 양심을 먹고 사는 법관이라면 자질 중의 으뜸은 단연 도덕적 자질이 될 수밖에 없다. 박종철 사건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어이없는 발표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우리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다. 그때 수사에 참여했던 인물이 바로 박 후보자다. 어떤 이유와 논리를 들이대도 그로서는 ‘축소·은폐 의혹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지난날을 솔직히 고백하고 반성과 성찰의 세월을 살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스스로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이런 이력이 담겨 있지도 않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외압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을 위한 해명일 뿐이다. “초임 검사 때인 30년 전의 일을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구차한 언사를 늘어놓는 것 자체가 국민을 졸(卒)로 보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사건 말고도 1992년 부산지검 재직 당시 무고한 시민을 물고문한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을 불구속 조치해 ‘봐주기’ 의혹을 산 일도 있다. 양심이 살아 있는 법조인이라면 박 후보자는 어떤 식으로든 진작에 도덕적·정신적 책임을 졌어야 했다. 대법관 사회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 영국 하원 ‘세 부모 체외수정법’ 세계 첫 통과

    영국 하원 ‘세 부모 체외수정법’ 세계 첫 통과

    유전적 질병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다른 여자 난자에 부인 난자의 핵을 옮겨 심은 뒤 남편의 정자를 인공수정한다면 어떨까. 의료계는 기술로 이룩한 휴머니즘적 축복으로 묘사한 반면, 두 성인 간 결합을 결혼이라 부르는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는 반론에서부터 사실상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를 허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유전적 질병을 대물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의한 체외인공수정 허용을 골자로 한 정부 입법안을 찬성 382표, 반대 128표로 가결시켰다. 오랜 논란을 감안한 듯 이번 표결은 90분에 걸친 치열한 논쟁 뒤 각 의원 양심에 따른 자유 투표로 진행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원 역시 오래전부터 하원 결정을 존중하겠다 밝혀온 만큼 연내에 법이 발효되면 내년 중 세계 첫 3부모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3부모 체외수정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여성의 난자로부터 핵만 빼내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정상 난자에 주입함으로써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는 방법이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변이되면 심각한 대사질환, 당뇨병, 암, 알츠하이머, 근육위축증, 뇌장애 등이 나타난다. 영국 보건 당국은 법안이 발효되면 자국 내에서 연간 150쌍이 시술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톨릭교회와 영국성공회 등 종교계는 즉각 반대성명을 냈다. ‘인간유전학경고운동협회’의 데이비드 킹 박사는 “생명윤리의 금기를 넘는 행위로 ‘맞춤형 아이’로 가는 길을 터놓을 것”라고 비판했다. 찬성측은 반박했다. 조지 프리먼 생명과학부장관은 “미토콘드리아 DNA는 개별 인간의 고유성을 결정짓는 DNA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눈동자나 머리 색깔, 아이큐 등을 조작하는 게 아닌데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체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핵을 제거한 난자를 단지 대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취급하는 게 안전한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은 유전자 연구를 후원하는 웰컴트러스트가 3년 전 9000만 파운드(약 1480억원)의 돈을 뉴캐슬대의 더그 턴불 교수 연구팀에 제공해 개발했다. 뉴캐슬대는 핵 이식 기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던 기관이다. 더그 턴불 교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토콘드리아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만 밝혔다.향후 구체적 치료 대상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에 선천적 결함이 있는 여성 환자가 대체 시술을 받으려면 보건부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미토콘드리아를 기증하는 여성은 태어날 아기와 연관이 없어야 하며, 태어난 아기는 나중에 기증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현아, 잘못 인정하지 않았다”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현아, 잘못 인정하지 않았다”

    박창진 관심사병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양호 회장 사과한 적 없어” ‘땅콩 회항’ 사태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게 사과를 했다고 했는데 저는 한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승무원 복장을 갖추고 재판에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은 ‘관심사병 이상의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땅콩 회항’ 당시 상황에 대해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을 했다”면서 “(나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맞은 적이 있다. 기내 폭언은 인권 유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석으로 나왔을 때부터 내내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팀장으로서 회사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한 개인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을 치욕적이고 모멸감 있는 행동으로 (박탈해) JFK공항에서 어쩌면 저를 한번 죽였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결과 힘 없는 저 같은 사람을 마치 과거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에 대한 심경을 말해달라’는 검사의 말에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방식으로 제가 다른 승무원과 당한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본인(조현아)이 진실성 있게 반성해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박창진 사무장은 복귀 후 스케줄표를 받아보고 전과 다를 바 없어 “회사에서 제가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또한 그런 조치를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면서 “언론의 취재로부터 회사가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또 “외국계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서비스 균등화 등을 목적으로 1년간 한 팀 체제로 일하는데 2월 스케줄에는 기존 팀원들과 가는 비행이 거의 없다”며 “결과적으로 나와 익숙지 않은 승무원들이 저지른 실수를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30시간 비행 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로 법정에 나왔다는 박창진 사무장은 건강 상태가 어떻냐는 재판부 질문에 “많이 좋지 않다”면서 “모든 가족, 특히 어머님이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1일부터 업무에 복귀해 비행에 투입된 상태다. 한편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법원에 증인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취재진 인터뷰, 사진 촬영 등을 금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창진 사무장 관심사병 비유 “조현아, 잘못 인정하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 관심사병 비유 “조현아, 잘못 인정하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양호 회장 사과한 적 없어” ‘땅콩 회항’ 사태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게 사과를 했다고 했는데 저는 한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승무원 복장을 갖추고 재판에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은 ‘관심사병 이상의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땅콩 회항’ 당시 상황에 대해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을 했다”면서 “(나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맞은 적이 있다. 기내 폭언은 인권 유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석으로 나왔을 때부터 내내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팀장으로서 회사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한 개인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을 치욕적이고 모멸감 있는 행동으로 (박탈해) JFK공항에서 어쩌면 저를 한번 죽였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결과 힘 없는 저 같은 사람을 마치 과거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에 대한 심경을 말해달라’는 검사의 말에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방식으로 제가 다른 승무원과 당한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본인(조현아)이 진실성 있게 반성해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박창진 사무장은 복귀 후 스케줄표를 받아보고 전과 다를 바 없어 “회사에서 제가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또한 그런 조치를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면서 “언론의 취재로부터 회사가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또 “외국계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서비스 균등화 등을 목적으로 1년간 한 팀 체제로 일하는데 2월 스케줄에는 기존 팀원들과 가는 비행이 거의 없다”며 “결과적으로 나와 익숙지 않은 승무원들이 저지른 실수를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30시간 비행 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로 법정에 나왔다는 박창진 사무장은 건강 상태가 어떻냐는 재판부 질문에 “많이 좋지 않다”면서 “모든 가족, 특히 어머님이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1일부터 업무에 복귀해 비행에 투입된 상태다. 한편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법원에 증인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취재진 인터뷰, 사진 촬영 등을 금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양호 회장 사과한 적 없어”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양호 회장 사과한 적 없어”

    박창진 관심사병 박창진 관심사병 증언 “조양호 회장 사과한 적 없어” ‘땅콩 회항’ 사태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게 사과를 했다고 했는데 저는 한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승무원 복장을 갖추고 재판에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은 ‘관심사병 이상의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땅콩 회항’ 당시 상황에 대해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을 했다”면서 “(나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맞은 적이 있다. 기내 폭언은 인권 유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석으로 나왔을 때부터 내내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팀장으로서 회사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한 개인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을 치욕적이고 모멸감 있는 행동으로 (박탈해) JFK공항에서 어쩌면 저를 한번 죽였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결과 힘 없는 저 같은 사람을 마치 과거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에 대한 심경을 말해달라’는 검사의 말에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방식으로 제가 다른 승무원과 당한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본인(조현아)이 진실성 있게 반성해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박창진 사무장은 복귀 후 스케줄표를 받아보고 전과 다를 바 없어 “회사에서 제가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또한 그런 조치를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면서 “언론의 취재로부터 회사가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또 “외국계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서비스 균등화 등을 목적으로 1년간 한 팀 체제로 일하는데 2월 스케줄에는 기존 팀원들과 가는 비행이 거의 없다”며 “결과적으로 나와 익숙지 않은 승무원들이 저지른 실수를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30시간 비행 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로 법정에 나왔다는 박창진 사무장은 건강 상태가 어떻냐는 재판부 질문에 “많이 좋지 않다”면서 “모든 가족, 특히 어머님이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1일부터 업무에 복귀해 비행에 투입된 상태다. 한편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법원에 증인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취재진 인터뷰, 사진 촬영 등을 금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창진 “조현아가 저를 죽였다고 할 수도…” 폭탄발언

    박창진 “조현아가 저를 죽였다고 할 수도…” 폭탄발언

    ‘땅콩 회항’ 사태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게 사과를 했다고 했는데 저는 한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승무원 복장을 갖추고 재판에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은 ‘관심사병 이상의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땅콩 회항’ 당시 상황에 대해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을 했다”면서 “(나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맞은 적이 있다. 기내 폭언은 인권 유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석으로 나왔을 때부터 내내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팀장으로서 회사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한 개인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을 치욕적이고 모멸감 있는 행동으로 (박탈해) JFK공항에서 어쩌면 저를 한번 죽였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결과 힘 없는 저 같은 사람을 마치 과거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에 대한 심경을 말해달라’는 검사의 말에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방식으로 제가 다른 승무원과 당한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본인(조현아)이 진실성 있게 반성해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박창진 사무장은 복귀 후 스케줄표를 받아보고 전과 다를 바 없어 “회사에서 제가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또한 그런 조치를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면서 “언론의 취재로부터 회사가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또 “외국계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서비스 균등화 등을 목적으로 1년간 한 팀 체제로 일하는데 2월 스케줄에는 기존 팀원들과 가는 비행이 거의 없다”며 “결과적으로 나와 익숙지 않은 승무원들이 저지른 실수를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30시간 비행 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로 법정에 나왔다는 박창진 사무장은 건강 상태가 어떻냐는 재판부 질문에 “많이 좋지 않다”면서 “모든 가족, 특히 어머님이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1일부터 업무에 복귀해 비행에 투입된 상태다. 한편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법원에 증인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취재진 인터뷰, 사진 촬영 등을 금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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