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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도 모르게 퍼가는 당신의 SNS사진 안녕하십니까

    주인도 모르게 퍼가는 당신의 SNS사진 안녕하십니까

    ● 내 사진이 왜 여기에? 도둑맞는 SNS 사진 “내가 찍은 사진하고 너무 똑같아서 확인해보니 내 사진이더라”하지홍(33)씨는 맛집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다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백화점에 들렀다가 찍은 사진을 아내가 블로그에 올렸는데 업체 측에서 무단으로 사진을 도용해 자신들의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 것이다. 하씨는 “고객인척 전화해 해당 페이지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20만원 정도 달라고 하더라. 사진까지 찍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추가 비용이 든다고 했다”면서 “남의 사진을 도용해서 본인들이 찍은 척 쓰는데 그걸 또 비용청구를 하는 걸 보고 황당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게 양심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이용자들이 찍어 올리는 사진들이 많아지면서 기업이나 개인이 SNS상의 사진을 재가공해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구하는 입장에서는 손쉽게 필요한 콘텐츠를 구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개인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등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면 저작권이 적용된다.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저작권은 특허권, 상표권 등 다른 지적재산권과 달리 등록하지 않아도 보호받는다”면서 “특별한 의도 없이 단순하게 찍은 사진의 경우는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요건을 충족하면 저작권이 인정된다. 저작물을 도용하면 법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씨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전문 장비를 가지고 제대로 찍은 사진이었다. 화각이나 구도 면에서 하씨가 전문성을 발휘해 찍은 만큼 도용된 사진은 엄연히 하씨의 저작물이다. 하씨가 문제제기를 하자 해당 업체는 사진을 도용한 게시물을 삭제했다. ● ‘기프티콘 줄게 사진 좀’ 헐값 매겨지는 사진들 무단도용만이 문제는 아니다. 개인의 수고가 들어간 저작물을 헐값에 구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는 직장인 김상일(26)씨 역시 최근 이런 경험을 했다. 한 여행관련 업체가 김씨가 올린 일본여행사진을 보고 인스타그램 메시지(DM)로 일본여행을 주제로 낼 책의 후보사진으로 섭외해도 되겠냐고 물어온 것이다. 김씨가 황당해 한 부분은 타인의 사진을 활용해 상업적으로 쓰겠다면서 지불하는 비용 때문이었다.김씨는 “기프티콘으로 내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게 문제였다”면서 “책으로 낸다는 것은 사진을 계속 쓰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얻겠다는 건데 기프티콘 하나로 때운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작은 매거진 회사라도 상업적인 책에 사용하겠다면 10만~20만원 정도 받는 게 정상인데 5000원짜리 기프티콘으로 때우겠다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기프티콘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개인이 찍어 올린 SNS사진으로 콘텐츠를 재가공해 사업에 활용하면서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곳도 많다. ‘출처는 밝히겠다’고는 하지만 사진을 공들여 찍은 입장에서는 상업적 이용에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도 난감하다. 김씨는 “출처를 밝히겠다고 해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면서 “요청하는 쪽에서 보상을 제시하는 곳도 거의 없다.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사진인 만큼 제대로 권리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인터넷에 올라오는 게시물 중에는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콘텐츠에 활용하면서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문제시 연락주세요’라는 설명을 붙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일단 올려놓고 문제가 되면 조치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처리하면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2015년 A씨는 OOO(브랜드명) 골프웨어를 입은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OOO(브랜드명)’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했다. B회사는 A씨의 사진을 자사 페이스북에 올리며 ‘위 사진들은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의 OOO 해시태그 이미지입니다. 문제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B회사에 항의하자 B회사는 게시물을 즉시 삭제했다. A씨는 B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며 B회사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김 변호사는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무단도용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초상권은 헌법에서 보장되는 권리이고 저작물의 경우도 무단으로 사진을 도용하면 저작권법에 의해 침해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이 콘텐츠를 무단으로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작권법에서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도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비영리 목적으로 개인적으로 쓴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터넷 게시글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만큼 게시물을 올려놓고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라고 설명을 달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너나없이 가져다 쓰는 SNS캡처 괜찮은 걸까 인터넷 기사들을 읽다보면 ‘○○○캡처’라고 쓴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는 뉴스가 많고 네티즌들이 만든 콘텐츠를 기사에 가져다 써야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이라면 인정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사진 저작물 자체를 다루는 기사인지, 기사를 쓰면서 필요한 사진을 가져다 쓰는 보도인지에 따라 허용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령 강원도 삼척의 솔섬 사진을 놓고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와 대한항공이 소송한 내용을 다루는 경우라면 사진을 가져다 쓸 수 있지만 여행지나 기상현상을 설명하면서 타인이 찍은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정치인과 같은 공인들의 사진은 어떨까. 김 변호사는 “공인인 경우에는 초상권이 침해되는 정도를 조금 더 폭넓게 용인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정치인들의 SNS사진은 보도를 목적으로 쓸 때가 많기 때문에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예인들은 퍼블리시티권이 있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내 사진이 도용됐다면?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저작권침해 신고센터를 운영해 신고접수를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도용됐을 경우 신고하면 게시물이 중단되고 도용 당사자가 추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삭제된다. 다른 SNS 역시 저작권이 침해받았다고 생각되면 신고를 통해 조치 받을 수 있다. 법적으로는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침해행위정지, 침해예방청구, 폐기청구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특별한 절차나 형식없이도 발생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진이 무단도용됐다면 항의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사진에 워터마크를 박거나 게시물을 올릴 때 ‘무단도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씨줄날줄] 센서 모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센서 모자/최광숙 논설위원

    독재 정권 시절 감옥에서 검열을 거치지 않고 교도관 등을 통해 몰래 밖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을 ‘비둘기를 날린다’고 했다. 1975년 김지하의 ‘양심선언’, 1987년 이부영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범인이 조작됐다’는 내용이 바깥세상에 전해질 수 있었던 것도 ‘비둘기 통신’ 덕분이었다. 서신 검열은 2012년 2월 헌법재판소가 교도소의 서신 검열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계속됐다.서신 검열은 대표적인 사상 검열 중 하나다. 검열의 원조격은 소련의 스탈린이다. 스탈린은 비밀 경찰, 극단적인 언론 통제를 통해 소련을 ‘강철 제국’으로 만들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도 스탈린 체제를 비판해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어둠 속에 묻힐 뻔했으나 이탈리아 공산주의자들이 서방으로 원고를 빼돌린 덕분에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검열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중국은 영화나 방송 등을 검열할 뿐 아니라 인터넷까지 검열한다. 인터넷을 검열하는 인원만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톈안먼 사태’, ‘원자바오 부정축재’, ‘재스민 혁명’ 등의 표현은 아예 인터넷에서 차단된다. 네티즌들이 톈안먼 사태의 상징이 된 늘어선 탱크들 앞에 서 있는 학생의 사진에 ‘노란색 대형 오리’라는 표현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검열을 피하려 했지만 중국 정부는 용케 알고 차단했다. 정보를 통제하던 중국이 이제 사람의 ‘머릿속’까지 감시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중국의 한 기업 노동자들은 아주 작은 무선 센서가 부착된 모자를 쓰고 일한다. 이 센서는 노동자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컴퓨터로 보내 뇌파를 분석해 노동자의 걱정, 불안, 분노 등 감정 변화를 읽는다. 회사 측은 이 결과를 활용해 생산 속도 등을 조절해 작업 능률을 높인다. 센서 모자는 베이징~상하이 구간 고속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도 쓴다고 한다. ‘뇌 감시’ 연구는 선진국에서도 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된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차오젠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이러한 기술은 기업이 노동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쓰여 ‘감정 경찰’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소설 ‘1984’에서 ‘빅브러더’, ‘사상 경찰’을 내세워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박탈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한 조지 오웰도 센서 모자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반드시 살펴야 하며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반드시 살펴야 하며

    한때 국민 생선으로까지 불리던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해 가격이 비싸졌다. 지구온난화와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조업이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 주말에 성산포 올레길을 걷다가 보게 된 한치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이 귀하게만 느껴졌다. 바람에 불려 오징어가 말라 가는 동안 일출봉이 내다보이는 광치기 해변은 길게 빛나고 있었다. 오징어를 한자로는 오적어(烏賊魚)라 한다. ‘까마귀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인데 흑산도 유배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물위에 가만히 떠 있으면 죽은 줄 알고 쪼려 할 때 오징어가 긴 다리로 까마귀를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했다, 그런데 예전 선비들은 이런 오징어의 먹물로 글씨를 쓰기도 했다.광해군 때 영창대군이 강화도로 유배되자 관직을 떠나서 쓴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한 해가 지나면 증발돼 사라져 버린다.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자는 이를 이용해 속인다”고 했다. 그래서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오적어 묵계(墨契)’라고 한다는 것이다. 심장을 강하게 하고 정(精)을 생성한다는 오징어가 속임수와 도적질의 대명사가 됐으니 딱할 노릇이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공약이 남발되다 보니 과연 ‘오적어 묵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쩌면 정치인의 약속은 ‘오적어 묵계’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약속이 속임수가 되고, 도둑질이 돼서는 안 되기에 6월 지방선거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소환제 등도 필요하지만, 당장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우선 정신을 차릴 수밖엔 없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인기가 높은 대통령을 파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보니 후보자들의 약속을 제대로 따져 볼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조선 사림파의 시조였던 김종직은 “임금이 귀히 여김 어이해 헤아리랴”(寧用計校王玉女)라고 하면서 인재 선발 기준이 임금의 총애 여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못된 소인들이 임금의 총애를 운운하며 권세를 도둑질한다고 꾸짖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천군은 지엄하고 여론은 공변되니(天君有嚴輿論公)”라면서 지엄한 양심과 공정한 여론의 힘을 끝내 이겨 낼 수 없다고 했다. 양심이 있다면 속이고 도둑질을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정치인을 믿느니 처음 만난 사람을 믿겠다’는 농담처럼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내세우며,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비판하며 오히려 ‘오적어 묵계’가 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를 걸러 내기 위한 공정한 여론이 중요한데, 언론에서 쏟아지는 여론조사보다는 공약과 그와 관련된 토론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무릇 정치는 인재를 얻는 데 달려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율곡은 “뭇사람이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뭇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衆惡之必察焉 衆好之必察焉)”고 했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공정한 여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거나 개입할 여지는 없는지,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은 없는지, 지역의 성장을 이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지 반드시 살펴서 적임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 더욱이 작금의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고 있지 않은가.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 놀라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일꾼은 과연 누구인지, 그들의 약속은 속임수와 도둑질의 ‘오적어 묵계’는 아닌지 반드시 살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 [씨줄날줄] 양심적 병역 거부/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양심적 병역 거부/진경호 논설위원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은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군에 갔거나 다녀온 사람은 모두 비양심이란 거냐”는 원초적 거부감에서부터 “대체 그 양심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느냐”, “학업 단절, 경력 단절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등 현실적이고도 법철학적인 난제가 논란을 뜨겁게 달궈 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전쟁에 반대할 권리’, 즉 ‘반전권’ 등과 함께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conscientious objector’를 그저 기계적으로 옮긴 표현에 불과하다. ‘개인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정도로 바꾸는 게 보다 적확하고 사회 저변의 거부감도 다소나마 줄일 듯하다.문제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가치 충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점이다. 우리 헌법이 지닌 이 태생적 이율배반 속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사람은 1950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략 1만 9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600~800명 정도가 교도소를 택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대부분이고, 일부 다른 종파 신도와 성소수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병역의무’ 쪽에 손을 들어 줬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거부한 경우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하급심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만 44건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등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70건을 넘어섰다.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에 일방적으로 희생되도록 해선 안 된다는 게 대개의 논거다. 법무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때 좌초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29일 밝혔다. 논쟁의 관점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양심’과 ‘비양심’의 틀을 넘어 이들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병역보다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는 것이다. 사회복지요원이 답일 듯하다. 우리는 이미 공중보건의, 산업특례요원 등 다양한 사회 수요를 반영한 대체복무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엄정한 심사로 ‘양심’을 가리고, 이들을 요양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현역병 이상의 복무 기간 동안 봉사토록 한다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나 형평 논란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성숙한 논쟁을 기대한다.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평양 낙랑군 유물을 가는 곳마다 발견한 ‘신의 손’ 일제 학자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평양 낙랑군 유물을 가는 곳마다 발견한 ‘신의 손’ 일제 학자

    제국주의 고고학이란 말이 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에는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5세(서기전 205~180)에 대해서 기록한 로제타스톤이 전시되어 있다. 이집트에 있어야 할 스핑크스와 수많은 미라들도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에 있다. 제국주의 시대 강탈해 간 유물들로 제국주의 고고학의 산물들이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제국주의 고고학을 수행했는데, 앞의 나라들과도 사뭇 다르다. 영국, 프랑스 등은 유물은 강탈했지만 그 나라들의 역사를 바꾸지는 않았다. 반면 일본은 고고학을 한국사 조작의 용도로 악용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고고학자 니시카와 히로시가 ‘일본 제국주의 아래에서 조선고고학의 형성’(1970년)이란 논문을 쓴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인들이 한국 고고학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조선총독부에서 시작한 한국의 고고학 교토대 교수인 고고학자 요시이 히데오는 ‘식민지 지배에 있어서 일본인의 고고학적 조사’(2005)라는 강의를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가짜로 만들기 위해서 만든 용어인 ‘원삼국’(原三國)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강의에서 ‘식민지 시기 조선의 고적 조사사업’을 세 시기로 나눈 것은 음미할 만하다. 첫 시기는 ‘일본인에 의해 본격적인 조사 사업이 시작된 시기’(1900~1908)인데, 두 명의 고고학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명은 조선왕실의 유물을 보관하던 이왕직박물관에도 근무했던 도쿄제국대학 인류학연구실 소속 야기 소우사부로(1866~1942)이고 다른 한 명은 지금도 한국고고학계에서 크게 높이는 세키노 다다시(1868~1935)다. 세키노는 원래 도쿄공대에서 조가학(造家·건축학)을 전공한 건축학도였다. 그러나 고대 야마토왜(大和倭)의 수도였던 나라(奈良)의 고건축들을 연구하고, 평성경(平城宮) 유적을 발굴하면서 고고학자를 겸하게 되었다. 그는 백제인들이 망국 후 서기 665년 후쿠오카 북부에 쌓은 조선식 산성인 기이성(基肄城·기이조)도 발굴했으므로 고대 야마토왜가 백제인들의 담로(擔魯·제후국)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키노는 1902년부터 한국에 여러 차례 와서 유적들을 발굴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한나라 및 낙랑 유물을 ‘우연히’ 발견하는 ‘신의 손’이 되었다.●‘조선고적도보’를 마구 나눠 준 군인총독 요시이가 분류한 ‘식민지 시기 조선의 고적 조사사업’의 두 번째 시기가 ‘조선총독부 주도의 조사체계 확립’의 시기로 세키노가 조선총독부의 자금으로 한국 각지의 고적을 조사하고 다녔다. 조선총독부는 1915년에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개관하고 이듬해 ‘고적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내의 유적,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는 사업처럼 보이지만 요시이가 “한반도의 고고학적 조사는 조선총독부와 관련 있는 일부 일본인들로 제한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인들의, 일본인들에 의한, 일본인들을 위한’ 고고학이었다. 세키노는 가는 곳마다 낙랑 유물을 발견하는 ‘신의 손’이 되고, 일본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까지 받게 된다. 세키노는 1915년부터 1935년까지 조선총독부 간행으로 초호화판 ‘조선고적도보’(1915~1935)를 발간했다. 여학교 교원들에게도 칼을 차고 교실에 들어가게 했던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총독실에 ‘조선고적도보’를 쌓아 놓고 국내외의 내외빈들에게 마구 뿌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군인이었다는 육군대장 데라우치가 고고학을 얼마나 중요한 식민통치의 일환으로 삼았는지를 말해 주는 일화이다.●검증받지 않은 정설, 세키노 다다시 세키노의 발굴 결과에 대해서 남한 학계는 아직 단 한 번도 본격적인 검증 작업을 하지 않고 이른바 ‘정설’로 떠받들고 있다. 낙랑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영찬 이화여대 교수는 이렇게 썼다. “낙랑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함께 구체적인 역사상이 정립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의 일인데, 여기에는 고고학 발굴 조사 자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낙랑고분 발굴 조사는 1909년 도쿄제국대학 건축학과 세키노에 의해 개시되었다.”(오영찬, ‘낙랑군 연구’, 사계절, 2006년, 16쪽) 2016년쯤에는 이른바 젊은 역사학자들이 ‘역사비평’에 조선총독부를 계승한 강단의 기존 학설을 열렬히 옹호하고 나서서 조선일보로부터 ‘국사학계의 무서운 아이들’이란 칭찬을 받았다. 이들은 그 내용을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역사비평사·2017)이란 책으로 묶어냈는데, 위가야는 “이후 1920년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세키노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유적과 유물들은 낙랑군의 중심지가 평양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핵심적인 증거로 인정받았다”(124쪽)고 서술하고 있다. ‘낙랑군=평양설’의 뿌리가 세키노의 고고학이란 논리다. ●세키노 다다시의 양심고백? 그런데 세키노가 한국에서 이런 높은 평가를 받는 것에 흡족해할지는 미지수다. 세키노는 조선총독부에서 심혈을 기울인 ‘조선고적도보’의 편집책임자였으면서도 이 책의 내용에 의문도 제기했기 때문이다. ‘조선고적도보’는 평안남도 대동군 대동강면 토성동을 낙랑군을 다스리던 조선현의 군치(郡治)가 있던 ‘낙랑군지치’(樂浪君治址)라고 표기했는데, 세키노는 그 뒤에 물음표를 달아서 의문을 표시했다. 황해군에 있었다는 대방군지치에도 마찬가지 물음표를 달아 놓았다. ‘조선고적도보’의 두 핵심 내용은 ‘낙랑군=평양설’과 ‘대방군=황해도설’인데, 왜 굳이 ‘과연 그럴까?’ 하는 물음표를 붙여 놓았을까. 세키노는 또한 ‘낙랑=평양설’의 결정적 증거라는 ‘효문묘 동종’(孝文廟銅鐘)을 비롯해 자신이 발견한 낙랑군의 주요 유물들마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꼬박꼬박 덧붙여 놓았다. 게다가 우연이 거듭되면 필연이라는 속설을 입증하는 내용을 ‘세키노 일기’(關野貞日記)에 남겼다. 문성재 박사는 ‘한사군은 중국에 있었다’(2016)에서 세키노의 일기를 몇 대목 공개했는데 1918년 북경에서 쓴 일기에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①대정(大正) 7년(1918) 3월 20일 맑은 베이징, “(베이징) 유리창가의 골동품점을 둘러보고,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위하여(朝鮮總督府博物館ノ爲メ) 한대(漢代)의 발굴품을 300여엔에 구입함” ②대정 7년 3월 22일 맑음, “오전에 죽촌(竹村)씨와 유리창에 가서 골동품을 삼. 유리창의 골동품점에는 비교적 한대(漢代)의 발굴물이 많고, 낙랑 출토품은 대체로 모두 잘 갖춰져 있기에(樂浪出土類品ハ大抵皆在リ) 내가 적극적으로 그것들을 수집함” 세키노는 베이징의 골동품 거리인 유리창가에서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위하여’ 한나라 유물들과 낙랑 출토품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세키노는 왜 평양에 있었다는 낙랑군의 유물을 베이징에서 사서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보냈을까. 낙랑군 유물은 왜 평양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거래되었을까. 낙랑군은 평양이 아니라 중국 사료들이 말하는 것처럼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현재의 하북성 노룡현(盧龍縣) 지역에 있었기에 베이징 골동품가에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낙랑군 유물을 평양이 아닌 머나먼 베이징에서 사서 조선총독부로 보냈다는 세키노의 고백이야말로 ‘만들어진’ 제국주의 고고학의 실체를 증언해 준다.
  • “거짓말 말라 선언이 경각심 주듯 부패 방지 기능… 예외 없이 원칙 지켜져야”

    “거짓말 말라 선언이 경각심 주듯 부패 방지 기능… 예외 없이 원칙 지켜져야”

    # 청탁금지법도 논란 컸지만 무리 없이 정착 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간과의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공직 사회가 신뢰를 강화하려면 ‘원칙은 원칙’이라는 입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입 당시만 해도 사회적 논란이 컸던 청탁금지법이 실제 도입 뒤엔 큰 무리 없이 안착한 것처럼 행동강령도 ‘청렴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캔커피 받기도 부담되지만 사회 발맞춰 변해야 최무현(오른쪽)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동강령 때문에 민원인으로부터 캔커피 하나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됐다”면서도 “공권력을 지닌 공무원은 언제든 그 힘을 남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동강령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공직 윤리가 그리 중시되지 않았던 때와는 다른 지금 사회에 발맞춰 공직사회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강령이 가진 힘에 대해 주창범(왼쪽)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선언이 우리 양심에 경각심을 불어넣는 것처럼 행동강령 덕분에 퇴직공무원들이 후배 공무원을 만날 때도 ‘과연 이게 올바른 일인가’ 하고 자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동강령이 법적 규제처럼 강력한 제재는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행동 전에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 직무별 강령 만들어야 vs 예외 두면 취지 퇴색 서로 다른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일률적 강령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최 교수는 “공직 사회 공통으로 적용할 부분과 부처별, 직무별로 특화해 적용해야 할 강령을 따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마다 민원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부처별 특성을 보충하는 강령을 세분화하면 집행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 교수는 행동강령에 일부 예외를 두는 것에 대해 “강령의 본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예외를 적용받지 않는 기관에서 불만을 제기해 내부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제 문제가 발생해 이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부처별, 직무별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대체복무제 도입 검토·국보법 남용 방지 가닥

    대체복무제 도입 검토·국보법 남용 방지 가닥

    이산가족·국군포로 의료지원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 추진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청사진이 포함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2022) 초안이 29일 공개되면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위축됐던 대북 지원이 다양한 분야에서 재개될 전망이다. 초안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포함된 국가인권정책실무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다음달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법무부가 밝힌 기본계획 초안에는 북한 인권 개선 및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보건의료 지원 방안이 거론됐고, 중장기적으로 농업 분야 등의 개발 협력 추진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가족 실태 조사를 통해 기초 자료를 만들고 사후 교류 가능성을 감안해 유전자 검사를 하며 서신 교환 가능성을 고려해 영상편지 제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남북 당국이 협의를 통해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고향 방문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민간에서 이산가족 사업을 벌일 경우 경비를 지원하고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통일부의 ‘2018 통일백서’에 따르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크게 위축됐다. 인도적 목적이라고 해도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대북 지원을 할 수 없게 했다. 2010년 404억원이던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는 이듬해인 2011년 196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2016년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는 29억원으로 떨어지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은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 지원이 전혀 없었다. 아울러 기본계획에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 등이 담겼다. 정부는 향후 국회의 도입 결정에 대비해 주무 부처인 국방부를 중심으로 독일, 대만,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기본계획 초안에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00∼800명이 병역 거부로 처벌된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국가보안법 문제의 경우 정부는 국회 차원의 법 폐지 논의가 소강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폐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신중한 적용으로 남용을 막겠다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정부는 생명권과 관련해 지속해서 논쟁의 대상이 된 사형제 폐지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사형 집행을 20년 이상 하지 않고 있지만, 국민적 공분을 사는 잇따른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요구가 잇따르는 등 국민 여론이 폐지 쪽으로 합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허난성에 초대돼 1주일간 방문…중국 경찰로부터 4가지 주요 사건 문서 받아봐”

    “허난성에 초대돼 1주일간 방문…중국 경찰로부터 4가지 주요 사건 문서 받아봐”

    지난 3월 1일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 소집 기간,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 LC)에서 ‘중국 종교 자유 박해 및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탄압 사례’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회의는 국제 학자, 인권가, 종교자유연구 전문가들이 참석해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전능신교)가 중국에서 박해받고 있는 현황과 해당 교회 교인들이 한국과 유럽 등의 지역에서 난민 지위를 거부당하고 있는 실태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고문받았다고 주장하는 크리스천 3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동영상이 방영되기도 했다. 회의에서 중국 대표 3명은 중국에는 신앙의 자유가 있고,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에 대한 박해가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음은 중국 대표 관계자와 사회학자인 신흥종교연구소 소장 마시모 인트로비네 박사, 그리고 국제난민 종교자유관측소의 대표 로시타 소리테 여사와의 질의응답 중 일부 내용이다. →(중국 측 대표) 저는 중국 정부에서 일하고 베이징에서 왔습니다. →(중국 측 대표) 또 다른 질문이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교인들이 중국 대중들을 대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저는 이들이 사기, 자살과 같은 범죄 문제에 연관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마시모 인트로비네) 네.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허난성에 초대되어 1주일 정도의 방문 과정에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부는 직책이 높았죠. 방문을 마치고 2017년 6월 당시 허난성에서 수집한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또 홍콩에서 9월에 열린 두 번째 세미나에도 초청받았습니다. 이때에도 사교 담당 고위급 중국 경찰관들과 소위 말하는 ‘610 사무처’ 경찰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범죄라는 게 굉장히 흥미로운 데요. 저는 지난 30년간 종교 관련 범죄를 연구해왔고, 이번에도 중국 측 경찰에게 해당 범죄에 대한 문서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를 받았죠. 그런데 몇몇 범죄에 대해서는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이러한 문서가 사라졌거나 모든 절차가 서면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는 네 가지 주요 사건에 대한 문서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첫째는, 2014년 자오위안에서 일어난 맥도날드 살인사건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테이블 위에 있습니다. 장 교수를 비롯한 중국 학자들, 공산당원들과도 최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장 교수는 현재 텍사스에서 연구 중이며 기본적으로 제 글의 내용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집단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다른 ‘전능하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집단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집단에서 믿고 있는 전능하신 하나님과는 다른 분입니다. 두 번째는 산시성에서 발생한 남아 안구 적출 사건입니다. 관련 자료는 중국 정부 측이 제공했는데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측은 이 사건과 자신들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따라서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에 두 차례 초대됐던 홀리 포크 교수가 조사했는데요. 이 분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강의하는 학자입니다. 포크 교수가 쓴 글 역시 테이블에 있습니다. 보시면, 중국 경찰이 사건 후 자살한 큰어머니가 이 남아의 안구를 적출했다는 결론으로 조사를 종결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교인이 아니었습니다. 맥도날드 사건 일 년 후 일부 중국 언론이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를 연루하기 시작했으나 서류 내용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사건은 2012년 세계 종말론과 관련해 일어난 폭동입니다. 제가 중국에 있을 당시, 상당수의 중국인이 이른바 마야 문명의 2012년 지구종말론을 믿었습니다. 일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의 교인들도 이 소동에 참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으로서는 종말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교리를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럴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이론에 대해 꽤 깊이 연구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는 2012년 종말론을 믿지 않으며, 세상은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변화될 것이고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들이 믿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재림한 후에야 비로소 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리라 믿는 것입니다. 루 대표가 언급했듯이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에 우호적이지 않은 호주 학자 에밀리 던 조차 자신의 책에 2012 종말론을 퍼뜨린 교인들은 그 당시 교회 책임자들의 허락 없이 행동했고 또한 일부는 지금 교회에 의해 제명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네 번째 사건은 16년 전인 2002년,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가 교회 단체인 중국복음친교회의 목사를 개종 목적으로 납치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중국당국이 전혀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고 경찰 조사도, 소송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복음친교회의 목사와 민간 지도자들이 하는 말만 가지고 우리더러 믿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탁자 위를 보시면 기존 문건을 바탕으로 제가 작성한 학술 잡지 기사 내용이 있는데요. 경찰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복음친교회로부터 문건을 받아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근거가 빈약한 자료입니다. 소설로 치자면 훌륭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이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 두 권이 쓰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은 엄연히 다릅니다. 또 위키피디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몇몇 다른 사건들도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굉장히 오래된 이 두세 가지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중국 당국에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만 자료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이 사건들은 루머에 불과하다고 봐야겠죠. 관련 자료가 부재한 사건은 루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자) 답변 감사드립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Life&기고] 인권은 인간 존엄성의 근본이다/최충웅 (재)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Life&기고] 인권은 인간 존엄성의 근본이다/최충웅 (재)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3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총회에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총회에서 13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셈이다. 이번 결의안은 표결 없이 합의 형식으로 채택됐으며, 북한의 행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이 오랫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자행되고 있음을 강하게 규탄했다. 북한 지도층의 책임 규명과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완고한 기조가 유지됐다.특히 이번 결의안에서 유엔은 북한이 자국 내 억류자들에 대한 영사 접견 등 보호와 생사 확인, 가족과의 연락을 위한 필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인권이사회는 사상·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고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의 철폐, 강제수용소 폐지, 고문·자의적 처형의 중단 등도 북한에 거듭 촉구했다. 1990년부터 미국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매년 인권결의안을 제출해왔으며, 북한과 중국을 비롯해 미얀마, 이란, 짐바브웨, 쿠바, 벨라루스, 에리트레아 등 인권탄압국으로 지목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인권이 짓밟히고 극심한 탄압 속에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매 3초당 1명 국제난민이 발생한다고 했다. 2016년도에 전쟁, 폭력, 박해로 세계 실향 난민이 6560만 명으로 사상 최고였으며, 전해 대비 30만명 증가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박탈당하고 인간 생명이 휴지처럼 버림받는 반인권 사례가 세계 도처에서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사태는 이미 극심한 상태며 고통 속에서 난민 생활이 지속되는 현장이다. 또한 이슬람 무장단체 IS는 포로를 공개적으로 참수하며 참혹한 살상 장면을 TV 화면으로 방영하여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 내 이슬람교 계열의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미얀마군이 다중살인과 집단 성폭행의 반인륜적 탄압사례가 2017년 2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보고서에 반인도적 범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엔인권이사회 소집 기간 중인 3월 1일,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 LC)에서 ‘중국 종교 자유 박해 및 전능하신 하나님교회 탄압 사례’를 주제로 회의가 열렸다. 국제인권전문가, 관련 학자, 종교자유연구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전능하신 하나님교회(전능신교)가 중국에서의 박해 현황과 해당 교인들이 유럽지역과 한국 등지에서 난민 인증을 못 받는 실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중국 대표 관계자 3명도 회의에 참석했으며, 발표 사례별로 중국 대표들의 반론과 전문가들의 증거 반박으로 열띤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세계신흥종교연구소 소장 마시모 인트로비네 박사는 중국의 종교박해 현황과 전능신교 탄압상황을 발표했다. 국경없는 인권협회의 부국장인 레아 페레스트레스 여사는 중국 당국의 전능신교에 비인도적인 박해와 고문 현상이 대거 발견됐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인트로비네 박사는 “종교 관련 범죄를 30년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중국 공안 측에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교인들이 범죄에 가담한 관련 증거 자료를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 측은 자료가 존재하지 않거나 문서가 사라졌다고 답변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2014년 중국 산둥 자오위안에서 발생한 맥도날드 살인사건을 포함하여 중국 정부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를 기소한 4대 사건에 대해 대부분 전문 연구가들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와 전혀 무관한 루머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 전 리투아니아 외교관이자 국제난민 종교자유관측소의 대표 로시타 소리테 여사는 국제협약에 근거해 진정으로 박해를 받고 있는 종교 단체의 구성원은 절대적으로 난민 지위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1951년에 체결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에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의 5대 원칙은 한국과 유럽 국가에 대해 구속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 개막식 연설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총장은 모든 사람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이중 잣대가 없는 공정한 상황에서 인권을 수호하고, 더 좋은 방안을 구축하며 서로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를 탄압하는 국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등 11개 나라를 종교자유와 관련한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인권은 어느 특정 국가와 민족에게만 인간의 권리를 제약하고 구분할 수 없다. 바로 인권은 국경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 평등 그리고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21세기 전 인류의 공통된 가치관이다. 이번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과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가 발표한 사례들은 세계인권선언 정신과 의미를 부각시키고 인권의 현주소를 짚어준 점에 의의가 크다 하겠다. 인종·국적·성별·종교·정치적 견해·신분이나 지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되거나 차별됨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 누구도 사람의 인권을 박탈할 수 없다. 인권은 바로 인간 존엄성의 근본이다.
  • 한선재·김문호 후보 품은 조용익 부천시장 예비후보 “양날개 달았다”

    한선재·김문호 후보 품은 조용익 부천시장 예비후보 “양날개 달았다”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한선재 전 예비후보에 이어 김문호 전 후보로부터 지지선언을 받은 조용익 예비후보가 양날개를 달았다. 김문호 전 예비후보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용익 예비후보 선거필승 의지를 다지며 조용익 예비후보의 경선승리와 6·13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예비후보는 “시민들과 함께 행복한 부천을 만들고자 시장 예비후보에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고 당원동지여러분과 시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민주당 당원을 함께하고 부천에 대해 함께 고민했던 조용익 부천시장 예비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조 예비후보 캠프의 박응식 공보실장이 ‘양심선언’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으로 공보실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박 전 공보실장은 “너무나 치열한 경선 과정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과음을 한 이후 울컥하는 심정으로 일을 벌인 데 대해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조 예비후보와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에게 사죄했다. 이와 함께 부천시 유권자 여러분에게도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박 전 실장은 이어 “조용익 예비후보에게 용서를 구하는 차원에서 경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공보실장 업무는 김재봉 홍보실장이 겸임하기로 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김흥국 “가수협회장직 노린 음해…배후 누군지 안다”

    김흥국 “가수협회장직 노린 음해…배후 누군지 안다”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가수 김흥국(59)이 “배후가 누군지 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김흥국은 2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도, 성폭행도 없었다. 대한가수협회장 자리 노린 음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대한가수협회장 자리는 상징적인 자리다. 명예가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탐을 낼 수 있다”며 “유명 가수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명 가수가 가수협회에 소속돼 있다.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씨는 연이은 성폭행·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첫번째 폭로는 지난달 14일 30대 여성 A씨가 한 언론을 통해 2016년 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었고, 이어 지난 4일에는 김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B씨가 “김흥국이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자리에서 함께 있던 여성에게 성추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김흥국은 B씨의 주장이 담긴 기사의 경우 B씨가 직접 기자에게 폭로한 것도 아닌 B씨가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누군가가 기자에게 전달해서 만들어진 기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를 내게 소개해준 사람, B씨의 이야기를 듣고 기자에게 제보한 사람 모두 가수협회 소속으로 협회 일을 해오다가 문제가 생긴 뒤 나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두 사람에게는 생계를 위해서도 가수협회 일이 매우 중요했다. 그건 내가 회장이니까 잘 알고 있지 않겠나. 내게도 들어오는 정보들이 있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A씨와 B씨의 폭로는 ‘미투’의 본질과 다르다고도 했다. 그는 “A씨는 내게 초상화도 선물했고, 올해 초 (나는) 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눈썹 문신도 했다. 성폭행 사람에게 그럴 수 있겠나”라면서 “B씨 주장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 최소한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도 없다. 그러면 (성추행)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B씨가 기자에게 직접 제보했나. 그것도 아니다. 이게 미투인가. 이건 악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김흥국은 B씨가 폭로 이후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소문과 그게 아니라는 엇갈린 주장에 대해서도 “(B씨)가 내게 직접 사과한 건 아니다. B씨가 내 측근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지금 본의 아니게 너무 힘들다. 형(김흥국) 좀 잘 돌봐 달라’ ‘마음이 힘들다. 죄송하다’는 내용이다. B씨가 이런 말 왜 했겠나. 왜 형(김흥국)을 잘 봐달라 하고, 왜 힘들고, 왜 죄송하다고 했겠는가. 내가 정말 나쁜 놈이고, 죽을 죄를 지었다면 이 친구가 이렇게 말하겠나”라며 “B씨가 하루 빨리 양심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난 그를 용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술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건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안다. 여기저기 자리도 옮겨다니고, 액션도 크지만 술을 억지로 권하지는 않는다. 그런 스타일이 비난 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 않나“”며 “앞서 말했지만, 열심히 살았고,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연예인으로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절에 다니면서 참선 중이다. 러시아월드컵이 코앞인데, 큰일이다. 응원단도 없이 보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찰수사 우선” vs. “대통령 답해야”

    “경찰수사 우선” vs. “대통령 답해야”

    여야는 주말인 21일에도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로 입씨름을 계속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실시를 거듭 주장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드루킹 게이트’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넘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이 드루킹과 공모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고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이제는 문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정태옥 대변인도 “청와대는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죄행위를 인지했는지, 인지했다면 어디까지 했는지, 사후에 인지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는 민주당 뒤로 숨지 말고 특검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양심을 저버린 거짓과 꼬리 자르기로 특검을 피하려 한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그 몸통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한국당에는 “댓글 사건을 빌미로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어 유감”이라며 국회 등원을 주문했고, 민주당에는 “특검밖에 해법이 없다. 당장 특검을 수용해 한국당이 천막을 걷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경찰 수사부터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드루킹 특검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일단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특검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의혹이 남는다면 그때 가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4월 임시국회를 보이콧하고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을 역공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개헌과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당의 국회복귀를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미래-타이거JK, 50억대 사기 고백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윤미래-타이거JK, 50억대 사기 고백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타이거JK, 윤미래 부부가 크게 사기를 당했다고 털어놨다.18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입맞춘 사람들 특집’으로 진행돼 래퍼 타이거JK 윤미래 부부와 하이라이트 용준형, 10cm 권정열이 출연했다. 이날 타이거JK와 윤미래는 두 번의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먼저 타이거JK가 “예전 사무실에서 안 좋게 됐다. 저희들이 그냥 사기 당했다. 모든 걸 다 털렸다”고 설명하자 윤미래는 “몇 번 당했다”는 말을 보탰다. 윤미래는 50억 원대 사기가 두 번째로 만난 사기였다. 윤미래는 “첫 사기는 내가 어릴 때 계약을 했기에 잘 모르고 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기는 그들에게 좀 더 큰 아픔이었다. 윤미래는 “이번엔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건데도 그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거JK는 “완건 완전 계획적인 거였다. 거의 통으로 다. 그래서 MFBTY를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 돈이 없는데 끼니를 이어가야 하니까 뭉쳐서 공연을 하고 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타이거JK는 “우린 행복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 하는 게. 그리고 우린 편하게 잘 수 있다. 양심의 가책 없이”라며 현재의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만민중앙교회 부목사 양심선언 “이재록 아닌 성경 믿어라”

    만민중앙교회 부목사 양심선언 “이재록 아닌 성경 믿어라”

    JTBC ‘뉴스룸’은 16일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만민중앙성결교회(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와 함께 교회를 운영했던 부목사가 양심 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교회의 부목사는 지난 주 교회에 사표를 낸 뒤 경찰에 스스로 출석했다. 부목사는 ‘양심 선언’이란 제목의 음성을 신도들에게 보내며 “지금이라도 이재록이 아닌 성경을 믿어라”, “위선의 그 가면을 벗고 신앙의 양심 고백을 이 시간 드리고자 한다. 이제 눈을 뜨라. 귀를 열어라” 등의 내용을 전했다. 부목사는 “육체의 일을 행하고 있고, 간음을 행하고 있는데 믿음의 분량이 올라간다. (중략) 여러분이 한 행동을 하나님의 말씀과 비교해봐라”면서 다른 목사가 사표를 제출하며 성폭행 문제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고 밝혔다. 현재 만민중앙교회 측은 두 목사와 접촉을 하지 말라는 연락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등록 신도 13만 명으로 알려진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를 출국 금지 조치하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 목사가 막강한 교회 내 권위 등을 이용해 20대 초중반 신도들을 성폭행했다는 피해자 진술도 확보했고 앞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고소장을 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비양심 분기수거’ 제로

    자원 재활용 여부 중시… 주민 ‘솔선수범’ ‘컵라면 용기를 깨끗하게 닦아낸 다음에 버리라고?’ 지난달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정착한 직장인 손모(41)씨는 구청에 주민등록을 한 뒤 두툼한 생활안내 책자 꾸러미를 받았다. 이 중 ‘자원과 쓰레기의 분별’이란 제목의 28쪽짜리 안내서에는 집에서 요일별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방법과 지켜야 할 내용 등이 그림과 함께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재활용 쓰레기 세척이다. 컵라면 용기는 양념 찌꺼기조차 없애는 게 기본이고, 물에 헹군 뒤 수거함에 내놓아야 한다. 페트병도 본체에서 뚜껑과 비닐 라벨을 제거하고 물에 닦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더러운 비닐이나 페트병을 그대로 재활용 수거함에 넣었어요. 여기 온 지 한 달여 만에 콜라 페트병까지 씻어 버리는 식으로 습관이 확 바뀌었죠.” 최근 한국에서 플라스틱, 비닐 등 쓰레기 처리를 놓고 큰 혼란이 발생한 것과 달리 일본에는 일찍부터 자원 재활용 중심의 실용적 분리수거가 정착됐다. 지켜야 할 것도, 해서는 안 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은 단순하다. ‘자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한가 아닌가’를 폐기물 처리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폐기물 수거함은 통상 ‘자원’(재활용), ‘가연성 쓰레기’, ‘불연성 쓰레기’의 3가지로만 구분돼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함에 넣지 않고 가연성 쓰레기로 내놓는다. 자원에 속하는 것은 페트병, 종이(신문, 잡지, 골판지 등), 유리병, 캔(알루미늄, 철제) 등이다. 실제 자원으로서 활용도가 중시되다 보니 상당수 폐기물이 재활용 대상에서 탈락한다. 이를테면 비닐코팅 종이, 종이컵, 인화된 사진 등은 자원이 아닌 가연성 쓰레기로 분류된다. 방수처리 등 추가 가공이 돼 있기 때문에 종이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수거함에 내놓을 때 외부에서 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검은색 비닐봉투 같은 데 넣어서 버려서는 안 되고 내부가 어느 정도 보여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쓰는 가공식품 등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몇 가지 규제를 적용받는다. 색소가 첨가되지 않은 무색 페트병만 써야 하고, 쉽게 골라내기 어려운 금속마개나 잘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는 사용해선 안 된다. 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사이타마현에 사는 주부 다나카 게이코(43)는 “분리 수거일마다 수거함과 주변 등 정리를 담당하는 당번을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폐기물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가정과 마을 단위에서의 1차적인 원칙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공유돼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中 의대서 실험 실습에 쓰인 유기견들 구조

    中 의대서 실험 실습에 쓰인 유기견들 구조

    중국 남동부의 한 의과대학 교내에서 유기견 6마리가 상처투성인 채로 발견됐다. 이 대학에서 이들 유기견을 실험 실습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 동물보호단체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이하 페타) 아시아지부의 회원들이 이날 보내온 영상을 공개하며 위와 같이 보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페타 회원은 11일 중국 장시성 상라오에 있는 장시의과대학 교내 덤불에서 흰색 유기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에서 개는 복부에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이는 메스로 절개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또 개의 머리에 난 구멍에서는 피가 흐르며 다리에도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리고 개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고통스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 페타 회원들은 즉시 개를 인근 동물병원의 한 수의사에게 데려갔다. 하지만 개는 안타깝게도 치료를 받기 직전 숨지고 말았다. 또 일부 양심 있는 학생들은 이 단체에 교내 건물 A 구역에 더 많은 개가 갇혀 있다고 제보했다. 이에 따라 페타 회원 몇 명이 해당 건물로 들어가 계단 옆에 있는 철장 안에 개 5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활동가는 그 모습 역시 영상에 담았다. 영상 속 개들은 모두 자상과 골절 등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그리고 개들 다리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사가 묶여 있었다. 특히 이중 갈색 개 한 마리는 몸에 15㎝에 달하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페타 회원들은 이 개의 배 주변에 몇 바늘 꿰맨 흔적도 발견했다. 이후 개는 동물병원으로 보내졌고 수의사는 개의 가슴에서 심한 골절을 발견하고 치료를 위해 상처 부위의 털을 깎았지만 개는 치료 직전 숨을 거뒀다. 사인은 과다 출혈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생은 페타 측에 일부 개는 오는 겨울 동안 실험 대상이 된 뒤 개고기가 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타 아시아지부는 해당 학교 측에 이번 사건에 대해 확인을 요구했지만, 아직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제이슨 베이커 페타 아시아 부대표는 “동물 실험은 개들에게 잔인하고 무정하며 상상할 수 없을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라면서 “우리는 학교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페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화장기 없는, 花園

    화장기 없는, 花園

    전남 고흥 하면 우주발사기지가 있는 나로도, ‘박치기왕’ 김일의 고향인 거금도가 퍼뜩 떠오를 겁니다. 한센인들이 거주하는 소록도 역시 엇비슷한 무게감을 갖지요. 한데 쑥섬은 당최 생소합니다. 걸출한 섬들 틈바구니에 숨겨진 작고 예쁜 섬입니다. 쑥섬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쑥섬지기’를 자처한 한 부부와 마을 공동체의 10년 노고가 있었다고 하지요. 공들여 꽃씨를 뿌리고 산책로를 다듬었습니다. 그런데도 섬은 여느 유명 섬들과 달리 ‘화장기’가 옅습니다. 소박하고 수수합니다. 가꿔졌으되 섬으로서의 제 모습을 잃지는 않은 것이지요. 그게 쑥섬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합니다.#스무명 남짓 사는 곳… 난대림 울창한 당숲·등대 등 볼거리 쏠쏠 쑥섬은 ‘애도’라 불린다. 쑥 애(艾) 자를 쓴다. 쑥이 많이 자란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전남도 제1호 민간 정원이기도 하다. 덜 알려진 민간의 정원을 발굴해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전남도 프로그램의 첫 대상 지역이다. 쑥섬은 나로도항 바로 맞은편에 있다. 딱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크기도 작다. 해안선 길이가 3.2㎞ 정도에 불과하다. 이 작은 섬 안에 스무명 남짓한 주민이 깃들여 산다. 이웃한 나로도항이 삼치 파시로 이름을 날리던 1980년대 초엔 무려 400여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손바닥 만 한’ 섬의 규모로 미뤄 볼 때 거의 ‘전설’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지 싶다. 섬의 크기는 작아도 볼거리는 제법 풍성하다. 동백, 후박나무 등 난대림이 울창한 당숲, 사연 많은 바위들, 등대 등이 섬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널리 알려진 볼거리는 ‘쑥섬정원’이다. 중학교 교사인 김상현(50), 약사인 고채훈(47)씨 부부와 마을 공동체가 10년 가까이 애면글면 가꾼 비밀의 정원이다. 거제 외도나 장사도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수수한 들꽃들과 만날 수 있다.선착장에 내리면 ‘양심 돈통’이 먼저 객을 맞는다. 외지인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섬 탐방비를 넣어야 한다.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 갈매기 카페와 만난다. 마을회관 겸 여행자 쉼터다. 섬 내 유일하게 공용화장실이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카페 역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카페를 지나면 탐방로가 시작된다. 언덕길은 조붓하다. 다소 가팔라도 숨이 목에 찰 정도는 아니다. 이어 만나는 당숲은 울창하다. 푸조나무, 후박나무 등이 난대림을 이루고 있다. 섬사람들에게 당숲은 신성한 곳이다. 쑥섬을 세상에 알린 김씨 부부도 2001년 섬을 매입하기 시작한 뒤 8년 만에야 당숲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고 한다.#전남도 제1호 민간 정원… 수수한 들꽃들과 마주하는 ‘비밀의 화원’ 섬 정상 부근은 야생화 정원이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밀의 정원이다. 계절을 달리하며 다양한 들꽃들이 피고 진다. 초봄 무렵이라 꽃의 종류는 아직 많지 않다. 파랗거나 보랏빛인 현호색, 보라유채꽃이라 불리는 소래풀, 앙증맞은 은방울 수선화와 샛노란 유채꽃 등이 눈에 띌 정도다. 그래도 새봄을 맞은 들꽃의 화사한 빛깔은 여행자의 마음을 공연히 달뜨게 만든다. 산상 정원 너머로는 파란 다도해다. 사방으로 거칠 것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한 주민의 표현처럼 너른 바다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쪼빗쪼빗’ 솟았다. 작은 섬에서 맞는 참으로 큰 풍경이다. 섬 정상은 해발 83m다. 표지석 대신 손으로 쓴 표지판을 세워 놨다. 표지판엔 에베레스트와 백두산 등의 높이도 함께 적었다. 그러면서 “(쑥섬 정상과) 별 차이 없다”고 우겨 댄다. 에베레스트의 높이와 무려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섬사람들의 애교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정상에서 발걸음을 줄이면 곧 성화등대다. 해넘이 명소다. 일몰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기 위해 하룻밤을 묵는 이도 있다고 한다. 이어 수백년을 살아 낸 동백나무길, 주민들의 추억이 쌓인 쌍우물 등을 지나면 다시 마을 안쪽에 닿는다. 섬 끝에서 만나는 돌담길도 인상적이다. 돌담은 집과 집을 잇는다. S 자로 휘휘 돌아가며 골목을 만들었다. 골목 초입에 강제윤 시인의 글이 적혀 있다. 강 시인은 골목길을 “바람의 통로”라고 했다. 바람을 막는 게 아니라 잘 지나가도록 하기 위해 돌담을 세웠다는 것이다. 돌담 안 집들은 대부분 비었다. 사람이 깃들이지 않은 집은 황량하다. 그래도 이 낡은 공간에 외지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 섬을 일군 김씨 부부가 섣부른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몇몇 이름 난 섬과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화장기 짙은 섬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다. 두 부부가 애초 세웠던 뜻이 오래 지속됐으면 싶다.#고흥 우주발사전망대~영남 용바위 4㎞ ‘미르마루길’ 걷노라면… 고흥에 걷기 길이 새로 생겼다. 미르마루길이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영남 용바위까지 4㎞ 거리를 걷는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우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미르마루길의 가장 큰 장점은 여태 볼 수 없었던 웅장한 해안 절벽을 줄곧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들머리는 우주발사전망대다. 고흥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나로우주센터와 직선거리로 17㎞ 떨어졌다. 전망대에 서면 올망졸망한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시작된 미르마루길은 사자바위와 다랑논, 몽돌해변 등 여러 볼거리를 품었다. 용굴 등 기암절벽도 지난다. 곳곳에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용 조형물 등도 세워 뒀다. 특히 용암마을 언덕에서 보는 해안 풍경이 빼어나다. 날머리인 용암마을은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가 있는 곳이다. 둥근 갓처럼 생긴 용바위의 자태가 압도적이다. 새달 12일엔 미르마루길 일대에서 걷기 축제가 열린다. 요즘 고흥 어디나 봄 풍경이 완연하다. 특히 산벚꽃이 절정이다. 고흥 대부분의 산에서 볼 수 있지만 팔영산국립공원과 마복산 등의 산벚꽃 핀 풍경이 장관이다. 봄의 산은 멀리서 봐도 빼어나다. 산행을 하지 않아도 좋은 만큼 꼭 찾아보길 권한다. 이맘때 고흥 여정에서 꼭 찾아야 할 여행지 두 곳만 덧붙이자. 금탑사는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239호)으로 이름 난 절집이다. 가지를 늘어뜨린 늙은 비자나무들이 절집을 에워싸고 있다. 비자나무숲과 이웃한 동백숲도 깊다. 해마다 이맘때면 떨어진 동백꽃으로 일대가 붉은 양탄자를 깐 듯하다. 이 모습이 초록빛 비자나무숲과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형제섬은 진달래가 곱다. 십수 그루의 진달래가 작은 섬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로도 초입에 있다. 글 사진 고흥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 가방 (지역번호 061) →가는길:쑥섬 가는 배(4월 기준)는 나로도항에서 매일 오전 7시 40분, 10시 50분, 낮 12시 50분, 오후 1시, 4시, 6시에 출항한다. 쑥섬에서는 오전 7시 35분, 8시 55분, 11시 15분, 낮 12시 55분, 오후 3시 5분, 5시 35분 출항한다. 요금은 1인 3000원(왕복)이다. 쑥섬 탐방비는 1인 5000원이다. 관련 정보는 ‘힐링파크 쑥섬쑥섬’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형제섬은 같은 이름의 농원펜션(832-2004)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남의 집 안마당을 지나는 느낌이어서 머쓱하긴 해도 진달래 곱게 핀 섬을 보려면 어쩔 수 없다. 형제섬도 이 펜션 주인의 소유라고 한다. 옆마을에서도 형제섬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다소 좁고 복잡하다.→맛집:분청마루(834-7242)는 한정식을 맛깔스럽게 내는 집이다. 과역면의 맛집 해주식당이 옮겨 와 새로 문을 열었다. 전화번호가 옛 해주식당과 같은 건 그 때문이다. 찬 국물의 피굴, 팥과 낙지를 넣은 낙지팥죽, 소 육회 등을 제철 해산물과 함께 내놓는다. 두원면 운대리의 분청박물관 안에 있다. 정다운식당(843-0217)은 생선구이백반이 맛있는 집이다. 녹동항에 있다. 이웃한 수정식당(842-2791)도 현지인의 발걸음이 잦다. 생선회 등을 판다. 과역면 일대에 커피 농장들이 많다. 산티아고 등 농장마다 로스팅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고흥 커피에 대한 자부심은 높다. 일반 아메리카노는 3000원이지만 고흥 커피는 세 배 가까운 8000원을 받는다. →잘 곳:최근 문을 연 명품무인호텔(832-6300)이 깨끗하다. 고흥읍 외곽에 있다. 마복산 아래 목재문화체험장(830-5123)의 전통한옥체험도 권할 만하다.
  • [수요 에세이] 인권에 관하여/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인권에 관하여/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모든 사람은 하늘로부터 받은 존엄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권리는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만인에게 동등한 권리다. 이것이 인권이다. 인권은 자연법적 성격이다. 이런 천부적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관련 사항을 헌법에 규정한다.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이다. 기본권을 보면 인권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자유, 평등, 행복추구 등 자유권적 기본권이 있고, 양심, 표현, 종교의 자유 등 신체적 기본권도 있다. 사회적 기본권으로 교육받을 권리, 노동권, 환경권 등도 있다. 이런 기본권은 법에 의해 규정되는 공동체의 계약이므로 공공의 사정에 따라 법에 의해 예외적으로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은 법에 의해 제한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외국인과 죄수는 참정권과 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으나 인권은 제한될 수 없다. 인권은 대개 권력으로부터 침해받는다. 봉건왕정시대 일반 사람들의 인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태생적인 신분제도가 있었고, 노예제도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유대인 학살 등 인종차별이 극심했고, 우리도 일제강점기에 양민 학살과 차별적 탄압이 일상적이었다. 최근까지도 소련(현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 등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수백만~수천만명의 양민이 학살됐고 지금도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서 종족 간 갈등으로 인권이 크게 유린되고 있다. 그러나 인권은 근래에 이르러 여성, 흑인, 장애인, 군인, 학생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신장됐다. 인권은 실체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절차적인 권리를 통해서도 신장됐다. 예를 들어 미란다원칙 등 범죄인이라 하더라도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미리 피의자의 사법적 권리와 향후 진행될 절차를 고지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거 수집과 강제 수사는 안 된다.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인의 대접을 받는다. 이런 절차적 권리를 통해 실체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 실체적 인권이 피지배자들의 많은 피의 대가를 통해 확보된 것처럼 절차적 권리도 사법 피의자들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절차적 권리는 아직도 후진적이다. 원칙이 돼버린 구속수사, 수사편의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 여론을 의식해 판단하는 법조인들. 실체적 공정과 정의는 절차적 공정과 정의를 통해서 확보될 수 있다. 그것이 인권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인권은 한 사람의 인권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고립된 한 사람의 우군을 구출하기 위해, 또는 한 사람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많은 전투요원들이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비행기 탑승객에게 응급상황이 발생된 경우에는 큰 비용이 들더라도 또는 다른 승객들에게 엄청나게 불편을 주더라도 항로를 변경한다. 그만큼 한 사람의 목숨은 중요하다. 목숨은 곧 인권이다. 이때의 인권은 존재 자체가 존엄한 ‘존재적 인권’이라 하겠다. 낙태는 실질적으로 규제돼야 한다. 낙후된 지역의 어린이 지원이나 장애인 지원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법절차가 자의적이고, 비인간적 강제노역 등이 횡행하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면 안 된다고 본다. 인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최근 적폐 청산과 성폭력 문제도 여론심판 형태로 추진되면 안 된다. 국가권력은 막강하다. 조직도 방대하고, 정보도 많고, 돈도 많고, 사람도 많다. 전문가 등 외부적 조력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사건의 완결에 집착해 절차를 뛰어넘으면 안 된다. 공무원은 정해진 적법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인권이 유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국민 개인은 국가를 상대로 대응하는 것이 너무나 벅차다. 억울함을 당할 소지가 있고 인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오랜 기간을 통해 절차적 권리가 발전됐다. 법의 지배가 확립됐다. 공무원들이 이런 절차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인권을 지키는 터전이 된다. 인권이 잘 지켜지는 나라가 자유민주국가이다.
  • “3세대 민변, 소수자 인권·환경 문제 앞장서겠습니다”

    “3세대 민변, 소수자 인권·환경 문제 앞장서겠습니다”

    “청년들이 주축이 된 ‘3세대 민변’은 시대의 변화를 보다 잘 읽어내고, 더 나은 민주주의로 향하겠습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다음달 28일 30주년을 맞는다. 51명으로 시작해 인권과 시국사건 변론에 앞장서던 진보적 변호사 단체는 어느덧 회원 1000여명을 넘었다. 촛불 혁명과 정권 교체 이후 맞이해 더욱 상징적인 민변의 30주년을 김호철(54·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가 이끌게 됐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치러진 13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95%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임기는 오는 5월 25일부터 2년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에게 30주년을 맞이한 해에 민변을 이끌게 돼 어깨가 무겁겠다며 인사를 건네자 “민변에 적대적 인식을 갖던 지난 정권 시절 회장님들이 겪었던 고생에 비하면 저는 그런 고생은 면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농담으로 맞받았다. 이어 “촛불 혁명과 정권 교체가 이뤄져 민변이 지향했던 민주주의 심화와 인권 신장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다”면서 “다만 입법과 제도를 통해 실제 적용이 돼야 하기 때문에 민변이 할 일은 여전히 많고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민변이 이제 ‘3세대’에 접어들었다고 정의했다. 인권 변호사 1세대였던 1970년대 이병린 변호사, 이돈명 전 조선대 총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조준희 전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 등이 전신이었다. 1980년대 민주화 열망을 담아 시국 사건을 주로 맡았던 2세대 조영래·이상수·박원순·박성민 변호사 등이 현재 민변의 토대가 됐다. 그는 “앞 세대는 시대가 요구하는 엄혹하고 시급한 과제들이 있어 몸이 고달파도 지향점이 분명했지만, 최근에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되고 다양성이 중요한 사회가 되면서 인권 영역도 넓어지고 사회적 견해들도 매우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변을 이끌 3세대인 청년 변호사들이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들도 300여명에 이르러 젊은 변호사들이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당선 일성도 “소수자들의 인권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빠르고 다양하게 사회가 변할수록 ‘그늘’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성(性) 소수자나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주민과 난민, 여성 등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고 다수의 혐오가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차별과 불평등의 고통에서 조금은 벗어나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를 비롯한 생활 화학제품에서 비롯된 각종 피해, 미세먼지 등 자신의 전문 분야인 환경·보건과 관련된 문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7년간 환경운동연합 간사를 맡는 등 1994년 개업 이후 환경과 보건 분야 사건을 두루 다뤘다. 2001년부터 5년여간 새만금 소송에서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을 대리했고, 지난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대리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더 나은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서 안타까운 건 여전히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어려운 입법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청와대에서 주도한 개헌안에도 자문 활동을 통해 적극 의견을 개진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수장 선출방식 변경과 같은 여러 세부 사항을 반영시켰지만 “경제 기득권의 프레임은 너무 강고했다”는 걸 또 다시 실감했다고 했다. 정권 교체와 시민사회 세력의 부상으로 민변 자체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우려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끊임없이 자정 능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민변을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하셨는데, 더 나아가 ‘사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려고 한다”며 웃음 지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민청학련/민청학련계승사업회 지음/메디치미디어/712쪽/3만 2000원정문화가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파쇼성이 핵심이니까, 여기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반파쇼전국학생연맹’이 좋겠네.” 김병곤이 덧붙였다. “민주 회복을 넣어서 ‘민주회복학생총연맹’ 같은 게 좋겠어요.” 황인성은 “민주 회복은 좀 약한 느낌이야. 학생뿐 아니라 근로자, 종교계, 양심세력도 동참한다는 뜻에서 학생 말고 청년학생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철은 “그러면 전국적으로 동시 투쟁한다는 의미로 앞에 전국을 붙여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거 좋겠습니다.” 1974년 3월 27일 이른바 ‘민청학련’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민청학련’ 본문 329쪽)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 시민에 의해 탄핵당하고 ‘적폐 청산’이 사회 이슈가 됐다. 적폐의 뿌리를 따라가면 1972년부터 7년 동안 한국 사회를 장악했던 박정희의 유신 체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유신 체제에 대한 도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79년 ‘부마민중항쟁’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 항쟁을 빼놓을 수 없다.‘민청학련’은 1974년 4월 발생한 대규모 반독재 투쟁인 민청학련 항쟁의 원인, 전개 과정, 결과, 의의까지 모든 것을 정리한 책이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가 4년 동안 200여명의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책, 신문 기사, 논문 등 80여개의 자료를 참조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1972년 유신 선포와 이에 대항하는 전국 학생 조직의 움직임부터 1975년 박정희 정권이 관련자들을 석방하기까지 850일의 기록이 온전하고 생생하게 담겼다. 1971년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집권이 불가능했던 박정희는 1972년 10월 유신헌법으로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1년 뒤인 1973년 10월 서울대 문리대 학생 300여명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이를 발판으로 유신체제 아래에서 침묵하던 각계 민주화 세력이 결집한다. 위기를 느낀 박정희는 1974년 1월 8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명령을 내린다.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일체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서슬 퍼런 정권의 칼날 앞에 서울대 사회학과 이철과 유인태 등은 물러나지 않고 1974년 4월 3일을 디데이로 정해 전국 동시다발적인 대학생 반대시위를 계획한다. 사전 움직임을 포착당해 항쟁은 수포로 돌아가고, 붙잡힌 학생들은 무지막지한 고문에 거짓 자백서를 쓰기에 이른다. 박정희 정권은 “민청학련은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조직과 제일 조총련계의 조종을 받은 일본인 공산당원 및 국내 좌파 혁신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용공딱지’를 붙였고, 이윽고 7월 14일 민청학련 학생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각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끝에 박정희는 결국 1974년 8월 23일 전격적으로 긴급조치 4호를 해제했다. 다음해인 1975년 2월 15일 대통령 특별조치를 통해 여정남을 제외한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 대부분을 석방했다. 책은 그 당시 재판 기록, 판결문 등을 참고해 민청학련 항쟁을 용공 사건으로 조작하거나 방조한 가해자들의 명단 또한 실명으로 그대로 수록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작한 중앙정보부 요원뿐만 아니라 당시 대법원장, 검찰총장, 국방장관 등 불법적인 체포, 구금, 고문을 막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이들의 명단, 수사 및 재판 담당 검사와 비상군법회의 판사 및 대법원 판사의 명단을 제시해 그들이 국가폭력 행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낱낱이 보여 준다. 민청학련 항쟁 이후 수많은 반유신 투쟁과 부마민중항쟁이 이어져 박정희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청학련 항쟁에 담긴 정신이다. 공포의 시대, 목숨을 내놓고 민주화에 투신한 대학생들의 항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을 지낸 유시춘 작가가 원고를 썼다. 수많은 관련 인물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소설 형식으로 그려냈다. 71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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