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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여당에서는 비상등이 켜진 모양이다. 연일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몇몇 여당 의원들조차 중요한 문제라는 데 공감을 표한다. 정말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문제일까? 그들이 왜 이런 정치적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은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숙제’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20대 남성들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말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별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의 관심이지 사회 문제는 아니다. 대조적으로 20대 여성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그 역시 명확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젊은 여성들의 처지가 그리 만족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20대 남성들의 정치적 성향은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집약적인 기표에 포함된 이들의 정치적 의식은 단지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선호를 넘어 이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20대 남성들이 처한 위기적 상황을 드러낸다.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에는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 두 개의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고 있다. 첫째는 군대다. 20대 남성들의 의식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주목할 만한 일종의 정동(情動,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는 집단적 정서)으로 형성됐다. 계기는 군복무가산점제도의 폐지다. 한국 남성에게 주어진 병역의 의무는 이제 갓 스물이 되어 성인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로 인식돼 왔다. 청춘의 황금기를 군대라는 규율체제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남성들은 실제 군대 생활이 어떠하든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피해의식을 공유해 왔다. 그리고 이런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가산점제도가 폐지되자 분노를 여성에게 투사해 왔다. 여자는 군대도 가지 않으면서 권리 주장만 한다는 생각이다. 군복무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유명 연예인의 군복무 회피 사건이나 운동선수들의 입대 면제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성 혐오와 세월호 유가족 조롱 등 인권 침해적 행위로 비난을 받아온 인터넷 사이트 일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이런 박탈감을 심화시켰을 것이다. 또 다른 맥락은 젠더다. 20대 남성들의 젠더 의식(남성으로서 갖는 정체성)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남성 생계부양자 의식, 폭력적인 섹슈얼리티 등이 깔려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지위가 높고 권한도 많아야 한다,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남자는 성적으로 주도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등의 오래된 의식이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는 낡은 규범인데, 현실에서는 여성을 문제적 대상으로 설정한다. 남성만큼 여성도 지위와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 여성도 경제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여성이 누구와 섹스를 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귀를 닫고 마음을 닫는다. 역설적이지만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이 오히려 반가운 점도 없지 않다. 군복무 경험을 남성들만의 형제애로 미화하거나 여성은 아예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배제해 왔던 기성세대에 비하면 이들은 솔직하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 젊은이들이 민주적 변화에 마음을 열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유익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36개월 유력, 제도 정착 후 1년 조정… 찬반 논란 예상

    올해 안 정부안 발표… 2020년부터 시행 국방부가 20일 ‘2019년 업무보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기간을 현역(육군 18개월 기준)의 2배인 36개월로 설정하되 제도 정착 후 최대 1년까지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향후 찬반 논란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가 업무보고에 담은 대체복무 기간은 36개월과 27개월이다. 이 중 36개월이 유력하며 제도가 정착되면 최저 24개월, 최대 48개월까지 복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역의 병역 제도와 형평성을 강조한 방안인 만큼 병역법에 포함된 ‘1년 조정폭’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복무기관은 교정시설로 단일화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판단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에 설치하고 심사위원은 인권위원회·법무부·국방부에서 추천하는 식이다. 반면 복무기간 27개월 안은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안을 적용한 것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지난달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찾아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의 1.5배인 27개월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교정시설과 소방기관 등으로 복무기관을 다양화하고 심사위원회를 국방부가 아닌 외부에 설치해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국방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2가지 안 중 하나를 정부안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내년에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2020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체복무 도입 방안에 대한 의견 차가 매우 크고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며 “양쪽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한 대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한·미, 내년 독수리훈련 축소해 연중 실시

    文대통령 “내년 항구적 평화 정착돼야” 해마다 4월에 대규모로 실시하던 한·미 연합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이 내년에는 규모가 축소돼 연중 실시된다. 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준비를 위한 첫 연합검증 연습도 내년 8월에 처음 시행된다. 이 밖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기한을 36개월로 하되 제도 정착 후 1년까지 기간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이 포함된 ‘2019년 국방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한반도는 긴장·대치로 일촉즉발 전쟁 위기 상황이었지만 1년 만에 남북이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 시대를 열었다”면서 “지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히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내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서 을지연습을 떼 내 국군 단독으로 진행하던 태극연습과 통합해 5월에 실시키로 했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의 내년 상반기 내 가동, 국방부 장관·북한 인민무력상 핫라인 개설, 비무장지대(DMZ) 내 모든 감시초소(GP) 철수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비핵화 초기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비핵화가 완전히 해결되는 단계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안보 지침서인 ‘국가안보전략’을 발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보위원장 자리 들고 한국당 간 이학재

    정보위원장 자리 들고 한국당 간 이학재

    이학재 “당직 변경으로 사퇴 사례 없다” 철새 복당 행보에 한국당 일부도 못마땅이학재 의원이 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바른미래당 몫 상임위원장인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자 바른미래당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 의원이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바른미래당 당직자 5명은 “정보위원장을 사퇴하고 가라”, “한국당은 장물아비인가”라고 소리치며 항의했고 몸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지면서 이 의원은 다급히 바로 옆 기자실로 피신했다. 봉변을 당한 이 의원은 20여분 뒤 국회 방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보위원장 자리는 원 구성 협상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확보했고 당이 이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 행사하는 자리”라며 “이 의원이 가지고 있는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내놓지 않으면 바른미래당이 보유한 상임위원장은 졸지에 1개로 줄어든다. 반면 원내 2당인 한국당의 상임위원장은 하루아침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8개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행태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떠나는 데 대한 일말의 미안한 마음도 없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갖고 나오는 것은 너무 ‘비양심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 의원은 “최근 단 한 차례도 당직 변경으로 위원장직을 사퇴한 사례가 없다”며 버텼다. 더욱이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철새 행보’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내놓지 않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한국당 일각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 의원은) 한때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측근 중 측근이었는데 매몰차게 당을 떠날 때의 모습과 발언이 (떠오른다)”며 “온갖 수모 속에 당에 남은 사람은 잘리고(당협위원장 배제) 침 뱉고 집 나간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도 되는가”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씨 보안관찰 해제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씨 보안관찰 해제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인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강용주씨에 대한 보안관찰이 해제됐다. 법무부 산하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강씨에게 보안관찰처분 면제 결정을 내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 강씨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을 해제하라고 최종 결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 법원에서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내용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강씨의 주거와 직업이 일정한 점 등을 고려해 위원회가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실현돼 의미가 깊다”며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넓히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 집권 당시인 1985년 전남대 의대를 다니던 강씨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돼 1심에서 사형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1주년인 1999년 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보안관찰법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보안관찰 대상이 된다. 대상자로 지정되면 3개월마다 주요 활동 내역, 여행지 등을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데 강씨는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수 차례 기소됐다. 보안관찰 처분이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신고의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강씨는 자신의 보안관찰처분에 대한 직권면제를 요청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양중진)는 처분을 면제해달라고 지난 10월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국립현대미술관 윤형근전, 베니스 비엔날레 간다

    국립현대미술관 윤형근전, 베니스 비엔날레 간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윤형근전’이 내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로 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탈리아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과 윤형근전을 내년 5월~11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순회 전시하기로 11일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포르투니 미술관(Fortuny Museum)은 베니스의 시립 미술관으로 저명한 디자이너였던 마리아노 포르투니(Mariano Fortuny, 1871-1949)의 스튜디오가 그의 사후 베니스 시에 기증됨으로써 1975년 개관된 미술관이다. 최근 비엔날레 기간 중 ‘직관’(2017), ‘비례‘(2015), ‘사이’(2011) 등의 전시를 통해, 비엔날레와 함께 꼭 방문해야 할 산 마르코(San Marco)의 미술관으로 꼽혀 왔다. 윤형근전은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비엔날레 기간 중 열리는 첫 번째 작가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 순회는 포르투니 미술관장 다니엘라 페레티(Daniela Ferretti)가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윤형근전 개막식에 참석해 직접 전시를 관람한 후,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협의한 끝에 이뤄졌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인 윤형근(1928~2007)은 면포에 청색과 암갈색을 섞어 만든 색을 큰 붓으로 내려찍은 이른바 ‘천지문’(天地門) 작업을 남겼다. ‘윤형근전’에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유신 시대를 거치며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작가적 양심을 올곧게 지켜나갔던 한 예술가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약 1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당초 오는 16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베니스 순회전 개최 협약을 계기로 내년 2월 6일 설 연휴까지 연장 운영된다고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 5명 무죄 구형-전국 최초

    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전국 최초로 무죄를 구형했다. 전주지검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20)씨 등 5명에게 무죄를 구형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이 종교적 사유로 인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구형한 것은 전국 최초 사례다.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김씨 등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취지 판례를 새로 정립하자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무죄를 구형했다. 무죄를 구형받은 5명 중 2명은 아버지까지 종교적 이유로 처벌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대체복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며 “대검찰청이 제시한 해당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등의 판단 지침을 근거로 충분한 심리를 통해 무죄를 구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7명 모두에게 무죄를 구형하려 했으나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소명 부족을 이유로 변론을 재개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성우 양지운씨 막내아들도 ‘무죄 취지’ 파기환송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성우 양지운씨 막내아들도 ‘무죄 취지’ 파기환송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성우 양지운(70)씨의 아들 원석(26)씨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하고 2심 재판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13일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석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원석씨는 2014년 3월 입영통지서를 받은 뒤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4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어 그해 11월 수원지법에서 같은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를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진정하게 성립된 양심을 따른 것이라면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며 14년 만에 판례를 바꿨고, 이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한 병역법 위반 사건에 대해 줄줄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원석씨도 대법원으로부터 같은 판단을 받게 됐다. 원석씨는 양지운씨의 막내 아들로 두 형은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로 유죄 판단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했다. 양지운씨는 지난달 대법원의 판례가 바뀌자 “3명의 자식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로 씨름하던 가족 중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며 이미 유죄가 확정돼 수형생활을 마친 사람들에 대한 사면·복권도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문화마당] 클래식 대중화의 진정한 의미/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클래식 대중화의 진정한 의미/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여러 문화생활 중 유독 클래식 음악에 대중화라는 슬로건을 많이 사용한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면 두 단어의 뜻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클래식은 한마디로 고전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범위로는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주의 시대 음악을 가리킬 수도 있고, 넓게 보면 서양음악 역사를 통틀어 클래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느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청중 입장에서는 어렵다며 부담스러워하고, 연주자 입장에서는 청중이 지루해한다고 부담스러워한다. 시작부터 미안한 관계 형성이다. 비교 대상이 대중음악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 비해 길고, 진지하고, 가사가 없고, 있어도 외국어다. 여기서 우리는 과거 시대의 고전을 동시대의 풍류와 비교하는 오류를 쉽게 저지른다. 누가 ‘용비어천가’를 즐겁게 술술 읽고, 괴테의 산문을 가볍게 읽는다는 말인가? 게다가 원어로 읽어야 한다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고전음악도 마찬가지다. 다른 시대에 다른 국가에서 다른 어법으로 쓰인 음악이다. 그 음악들이 후세에 남겨져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깊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전미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고전소설에 정통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고전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낭독자와 해석가, 번역가, 편집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들려주어야 그 유산을 누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스스로가 예술가라 불리기보단 고전음악 연주가, 연구자, 해석자 등으로 불리는 편이 맘이 편하다. 이와 같은 순수한 의미의 전달자가 아닌 공연예술가, 즉 엔터테이너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너무 커질 경우 대중화의 기로에 서기 시작한다. 대중화란 상품이나 생활양식이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지고 보급되는 현상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그 전제에 깔려 있어야 한다. 가장 완벽한 대중화 대상에는 과거에는 TV, 인터넷이 있었고, 미래에는 전기차나 로봇 등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선택된 소수만이 가졌었던 것을 많은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게 됐을 때 우리는 대중화됐다고 한다. 나는 사실 클래식 음악은 대중화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베토벤, 모차르트라는 이름이 생소하지 않고, 원하는 음악을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은 이미 대중화를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이자 문화 유산이다. 더 대중화되길 원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이 괴테의 시를 즐기고 파우스트를 읽기를 바라는 무모한 꿈과 다를 바 없다. 존재 자체를 몰라서 관심을 못 갖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관심을 안 갖는 것이니 세일즈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양질의 해석과 연주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괴테의 원서를 깊이 연구하고 해석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동시에 만화나 그림책 혹은 연극으로 꾸며 비교적 쉬운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 또한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구난방의 크로스오버 같은 가벼운 시도로 시장을 개척하고, 상품을 팔려는 경우는 문화유산 훼손과 다를 바 없다. 창의력을 발휘할 진정한 예술가라면 본인의 작품을 창작하고 맘껏 펼치길 바란다. 이 세상을 떠나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작곡가들의 경우 우리의 양심에 물어볼 수밖에 없다. 연주자 입장에서건 청자 입장에서건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베토벤이 하늘에서 흡족해하며 미소를 지어 줄까? 혹여 베토벤이 무덤에서 뛰쳐나오지는 않을까?
  • [씨줄날줄] 20대 남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20대 남자/황성기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조사와 관련해 올해의 히트 조어(造語)로 선정해도 될 만한 게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만든 ‘이영자’다. 이십대, 영남, 자영업자의 지지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해서 ‘이영자’라 표현했지만 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십대만 보더라도 남녀의 차가 확연해 이십대의 지지 하락으로 묶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주 1000명의 표본을 조사하는 한국갤럽은 한 달치를 모아 월간 평균치를 내는데 표본 수가 4000명 이상이어서 성, 연령 등 계층별 추이를 보기 좋다.지난 11월 한 달치를 보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20대 남자는 49%인데 반해 20대 여자는 71%로 22% 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30대 이상 남녀 응답 차이가 대체로 5% 포인트 이내인 것과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 20대 남자가 87%, 20대 여자가 94%였던 결과를 올 11월의 것과 비교해 보면 지지율 하락폭은 남자(38% 포인트)가 여자(23% 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몇 가지 질문에서도 20대 남자는 보수 성향이 눈에 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잘된 일’이라는 선택지에 대해 올 2월 첫째 주 조사에서 20대 남자는 20%만이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20대 여자는 37%로 높았다. 1차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한 달쯤 뒤인 5월 5주째 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호감이 간다’가 전 연령층에서 31%, ‘호감이 가지 않는다’ 55%였는데, 20대 남자의 호감은 10%로 가장 낮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첫째 주 미국의 대북 핵시설 선제공격 찬반을 묻는 조사에서도 20대 남자가 유일하게 찬성 의견이 과반(51%)을 넘겼다. 20대 여자는 찬성 21%였으며, 반대는 72%에 달했다. 20대 남자의 대북 태도는 높은 연령대 남자 못지않게 보수적이라 북한에 가장 우호적인 20대 여자와도 비교가 된다. 지역별 지지도를 보더라도 지난해 6월과 올 11월을 비교할 때 호남이 15%포인트로 하락폭이 적은 반면 서울(32%포인트), 대구·경북(34%포인트) 등 그 밖의 지역에서는 27~34%포인트 골고루 하락했기 때문에 영남의 하락만이 눈에 띄는 게 아니었다. 굳이 지난 18개월의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두드러진 계층을 꼽자면 20대 남자, 학생, 자영업자, 주부였다. 한국갤럽은 “20대 남자의 대통령 지지가 하락한 것은 대북 태도에 더해 젠더 문제와 ‘양심적 병역 거부’ 판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20대 남자에게 특징적인 이런 현상이 정치 문제에 기인한 것이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한다면 빠른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법인의 활발발] 불리한가? 부끄러운가!

    [법인의 활발발] 불리한가? 부끄러운가!

    나가르주나는 ‘중론’에서 “행위가 곧 행위자이고 행위자가 곧 행위다”라고 말한다. 평소에 언(言)과 행(行)이 바르고 일치하는 사람의, 언과 행을 우리는 믿고 지지한다.왜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하는가? 내가 하는 말의 뜻을 공감해 달라는 속내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진심과 말을 믿어 주지 않는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다. 왜 그런가?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을 한 시점과 말을 한 그 이후가 엇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의 겉과 속이, 말이 세상 밖으로 나간 그 이후의, 일치와 불일치는 신뢰와 불신이 갈리는 지점이라 하겠다. 산중에서도 세속의 깊고 세밀한 사정을 전해 듣는다. 공중에서 전파해 주는 정보통신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하소연 때문이다. 그 사연의 대부분이 인간관계의 갈등이다. 자세하게 듣다 보면 많은 갈등의 원인은 ‘모멸감’이다. 언과 행이 가시가 되고 창이 되어 서로를 겨누고 찌른다. 언과 행이 감정을 건들고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경멸과 혐오를 담은 모욕적인 언사와 성희롱 등 언어의 폭력은 일상에서 매우 무모하고, 교묘하고, 담대하고, 무엇보다도 계급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단순하고 명징해야 할 사회가 왜 이토록 교묘하고 혼탁하게 오염되어 있는가. 최근 각종 매체의 주요 검색 순위는,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불미스러운 행태가 차지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에게 행사하는 극도의 모멸감이다. 주로 언과 행으로 저지른 패악이 사회에 드러나면 당사자들의 일정한 대응방식을 읽을 수 있다.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피해자들을 회유한다. 또 사과문을 발표한다. 때로는 자필 사과문을 작성하여 공개하기도 한다. 사과하는 자신의 진심을 믿어달라는 의도라 하겠다.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작은 실수를 하고 때로는 큰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과오에 대해 분노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런 인과율이 작동할 때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한다. 다시 생각해 본다. 자칫 공정과 정의로운 사회에 집착하여 가해자에 대해 혐오하고 영원히 몹쓸 부류로 배제하는 문화는 과연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것일까? 그래서 과오를 저지르는 자는 참회하고, 피해자는 용서하고, 마침내 서로 화해하는, 그런 회로가 순환하는 문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불가능하지 않다. 사람이 하는 일에 가능하지 않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원칙과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용서와 화해의 순환을 의심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가해자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믿지 않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사죄라는 말을 한 이후 그의 언과 행이 진실로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회는 발언 이후의 변화와 태도를 사람들이 공감할 때 비로소 그 참회가 진심이었다고 믿는다. 왜 극도의 패악들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가해자들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그 이후의 삶에 변화가 없는 것일까.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불리함’과 ‘부끄러움’의 차이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자신의 정치적인 표와 축적한 재산이 여론에 의하여 무너질까 봐 “잘못했습니다. 사과합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행위가 다른 이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고, 양심을 거스른 행위인지를 성찰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성찰하지 않는 자에게 부끄러움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맹자는 다른 생명이 고통을 받는 일에 가슴이 아파 오는 측은지심, 다음에 자신의 과오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을 강조했을 것이다. 다른 존재의 자존을 훼손하는 모멸감을 행한 자신의 과오를 부끄러워할 때 진정한 참회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그의 삶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의 변화가 있을 때 우리는 그의 참회를 믿는다. 그리하면 용서와 화해는 수레를 따르는 바퀴와 같이 동행할 것이다. 폭로와 응징만이 능사는 아니겠다. 때문에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부끄러움을 생각할 때다.
  • 이태양 양심선언 “문우람 승부조작 관련 無..조사하지 않는 선수 왜?”

    이태양 양심선언 “문우람 승부조작 관련 無..조사하지 않는 선수 왜?”

    승부조작 혐의로 KBO에서 영구제명 된 전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5)이 전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26)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선언을 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태양은 2015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아 KBO에서 영구 제명됐다. 당시 문우람이 이태양과 브로커에게 먼저 승부 조작을 제의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진 내용이나, 두 사람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이태양은 “처음에 검찰은 같은 장소에 브로커와 나, 문우람 셋이 있었기 때문에 셋이 같이 공모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으나 그때는 전혀 승부조작을 공모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검사가 ‘문우람의 통장에서 대가성 금액이 인출됐다고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말해 나는 문우람도 알고 있던 것으로 오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우람이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검사님의 거짓말에 넘어가 허위 진술을 했다. 이후 우람이와 제가 둘이 이야기를 하면서 검사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검사실을 찾아가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구단에서 소개해준 변호사는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이 매우 두터웠다. 우람이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면 변호사는 내 말을 자르면서 검사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한 후에 우람이를 제외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나에게 우람이는 죄가 없다고 진술하게 되면 내가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람이는 죄가 없다고 진술을 번복하려 하자 검사는 자신의 수사가 종결됐고 군 검찰에 이첩됐으니 친구를 살리고 싶다면 거기가 잘 변론을 해보라고 했다. NC 구단에서도 KBO 규정 상 자수를 하면 야구 선수에서 제명이 되지 않을 것이며 언론에도 반박 기사를 써주고 같이 싸워줄 것이라고 했지만 언론과 접촉을 막고 오히려 나에 대한 악의적인 인터뷰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왜 승부조작한 다른 선수들은 조사조차 하지 않느냐”면서 현재 KBO에서 뛰고 있는 몇몇 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문우람은 “2015년 팀 선배에게 배트로 폭행당했을 때 브로커가 기분이 풀릴 거라며 사준 운동화, 청바지, 시계가 나를 승부조작범으로 만들었다”고 폭로하며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막상 조사를 받으니 나는 이태양에게 돈을 전달하고 승부조작 대가로 천만 원을 받은 걸로 기정사실화 돼있었다. 절대 사실이 아니다. 검사가 이태양에게 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다고 거짓 정보를 줘 이태양도 처음에는 나와 브로커가 공모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문우람은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상에 베푸는 이유 없는 호의를 경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히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실을 꼭 밝히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태양은 “죄인인 내가 나서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진실을 다 알고 있다. 억울하게 희생된 우람이를 부디 재심할 수 있도록 간곡히 청한다. 억울한 문우람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눈물 호소’ 문우람 “승부조작범 아니다…간절히 야구를 하고 싶다”

    ‘눈물 호소’ 문우람 “승부조작범 아니다…간절히 야구를 하고 싶다”

    “저는 승부조작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전 넥센의 외야수 문우람입니다.” 문우람(26·전 넥센)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우람은 지난 2015년 브로커 조모 씨와 승부조작을 공모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4월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 및 175만원 추징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 항소 기각 이후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이 종료되자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태양(25·전 NC)도 2015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뒤 대가를 수령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를 했지만 기각됐다. 문우람은 이날 “지난 2014년 겨울 서울 강남 클럽에서 조모씨를 알게 됐다”며 “2015년 5월 내가 팀 선배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하고 힘들 때 쇼핑하면 기분이 풀릴 거라면서 조모 씨가 사줬던 운동화, 청바지, 시계가 결과적으로 나를 승부조작범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승부조작의 대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 검찰이 참고인 조사니까 구단에는 알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막상 조사를 받으니 나는 이태양에게 돈을 전달하고 승부조작 대가로 천만 원을 받은 걸로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며 “절대 사실이 아니다. 검사가 이태양에게 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다고 거짓 정보를 줘 이태양도 처음에는 나와 조모씨가 공모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이태양이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고자 했지만 묵살당한 채 창원지검은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사건 브리핑을 서둘러 진행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선수가 승부조작을 제의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말이다”며 “모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나는 그 순간부터 현역 프로야구 최초의 승부조작 브로커로 낙인이 찍혔다”고 덧붙였다. 문우람은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상에 베푸는 이유 없는 호의를 경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지금도 간절히 야구를 하고 싶다. 영영 기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실을 꼭 밝히고 싶다.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양심 고백을 하겠다며 동석한 이태양도 “1차 조사 이후 처음 검사님께서 우람이의 통장에서 대가성 금액 1000만원이 인출됐다며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며 “그 말을 듣고 우람이도 브로커를 통해 승부조작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으로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검사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진술을 번복하려 했으나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며 “(NC) 구단에서 소개해 준 우리 측 변호사는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이 매우 두터워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호사는 우람이에게 죄가 없다고 진술하게 되면 내가 불리해질 것이라며 문우람과 관련된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며 “검사나 변호사 모두 사건을 그저 빠르게 마무리 하려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태양은 “1심 재판 전 어머니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문우람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변호사는 문우람에 대한 얘기를 지속하면 자신은 더 이상 변호를 할 수 없다며 나를 겁박했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나의 잘못으로 인해 우람이가 누명을 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라며 “죄인인 내가 나서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NC 구단은 무슨 이유로 내 연락처를 고의적으로 숨기고 언론과의 접촉을 막은 채 인터뷰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해명을 반드시 공개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공권력 피해자들] “진상 규명후 ‘진짜 사과’를…모든 것 해결돼야 농성장 떠날 것”

    [공권력 피해자들] “진상 규명후 ‘진짜 사과’를…모든 것 해결돼야 농성장 떠날 것”

    “어느 날 길을 걷던 도중 별안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넌 죄를 지었다’며 두들겨 패더군요. 곧장 ‘형제복지원’이라는 곳으로 끌려가 갇혔습니다. 매일 ‘개처럼’ 맞고 ‘노예처럼’ 일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가해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고통받았다고, 인권이 짓밟혔다고 울부짖어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렇게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된 채 30여년을 살았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대다수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하나같이 이렇게 언급하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과 만나 직접 사과했고, 청와대도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아직은 눈에 띄게 달라진 게 없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난 한종선(43)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대표의 표정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대표는 문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총장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진짜 사과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부산시에 이어 검찰도 형제복지원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했는데 받아들이나. -공식적으로 사과했다지만 저희는 아직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은 것이 없다. 갑자기 마구잡이로 먼저 때려놓고 일방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걸 사과한 것으로 볼 수 있나. 최소한 그때 왜 때렸는지를 설명하고, 뭐가 문제였는지 알아보고, 반성하고, 대책을 만들고 난 다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진짜 사과다. 피해자들은 그 당시 맞은 이유를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역사로 남겨야 한다. →검찰총장은 사과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는데. -방송 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피해자의 증언을 들을 때 눈물을 흘린 게 아니라, 그저 준비한 사과문 첫 구절을 읽자마자 울어버렸다. 차라리 총장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검찰이 피해자들을 위해 앞으로 정확히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혔더라면 더 감동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겠다. 어쩌면 총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검찰 조직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슬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제가 공감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라서 총장의 눈물을 다소 삐딱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피해자를 대표하는데 공감 능력이 없을 수가 있나. -저는 당장 이 공간에서 사람이 죽어도 안 울 것 같다. 아무래도 형제복지원에서부터 학습된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옆에서 사람이 처참하게 맞거나, 죽어 나가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 한편으로는 삶에 소소한 즐거움이나 행복 없이 살아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전 살아남았고, 살아 있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괴로운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은 이미 고인이 돼버려 사과를 받기 어려워졌는데. -고 박인근 원장 외에 전두환 전 대통령,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있다. 그들이 자신의 불명예를 감수하며 사과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과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또 박 원장은 생전에 “나라가 시켰을 뿐 자신은 억울하다”는 내용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당시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복지원 수용자의 70%는 경찰이 실적을 쌓겠다고 잡아 처넣은 사람들이다. 우리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을 속여 가며 ‘입신양명’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공직자임을 자부하고 살았다면 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경찰에서는 단 한마디도 없다. →지난 5일 청와대 관계자와 만났다고 들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청와대 행정관이 형제복지원 사건 경과를 한 번 짚어 보자고 해서 만났다. 특별히 보상 문제가 논의된 것은 없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보상 내용에 대해선 노코멘트하겠다. 애초에 우리가 받은 피해는 그 어떤 보상으로도 환산될 수 없지 않나. 피해자 중에는 가정이 파탄 나고, 몸과 정신이 온전하지 않고, 생계를 잇기도 버거운 사람이 많다. 한 사람의 일생이 무너져버린 것을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폭력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 보상은 국민적 여론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검찰이 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는데, 앞으로 남은 과제는. -검찰이 비상상고한 울산 사건을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흔히 오해를 한다. 그 사건은 울산 작업장에 파견된 일부 형제복지원 수용자에 대한 사망·학대 사건으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맨 밑바닥 실태 조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 당시 피해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였고 생존자가 몇 명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피해자들끼리 피해 사실을 얘기하다 보면 새로운 피해 사실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 사람들이 죽기 전에 빨리 증언을 듣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입법을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언론의 잘못도 크다. 당시 울산 사건으로 박 원장이 잡혀가자 언론은 형제복지원 문제가 모두 다 드러난 것처럼 부풀려 보도했다. 피해자들이 말하는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기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내용만 가져다 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현재 형제복지원 특별법 입법 추진 상황은 어떠한가. -처음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국회에선 번번이 무산됐다. 의원들은 “개별 사건이 특별법으로 올라오는 것을 모두 추진하긴 어렵다”는 핑계를 댔다. 그래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통과되더라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지는 그다음 문제다. 그래서 모든 것이 해결될 때까진 농성장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1987년 12년 동안 부랑인·시민 감금 513명 사망 강제노역·폭행 등 인권 유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 동안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미명 아래 사회복지 시설인 부산 형제복지원에 노숙인, 고아들은 물론 멀쩡한 시민들까지 강제로 끌려가 강제노역·학대·폭행 성폭력 등에 시달리며 인권을 짓밟힌 사건이다. 복지원의 실상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1987년 당시 수용인원은 3164명이었고, 최소 5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도 불린다. 부랑인을 불법 감금하는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 제410조는 결국 폐지됐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헌인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0일 대법원에 비상 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형사사건 확정 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구제 절차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같은 달 27일 피해자 30여명을 만나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검찰이 인권 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사과를 전하며 눈물을 떨궜다.
  •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홉 살의 첫 친구, 슈슈를 잃고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홉 살의 첫 친구, 슈슈를 잃고

    아홉살이던 2001년,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이 데려온 작고 하얀 친구, 슈슈. 8년을 살다간 녀석을 생각하면 그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17살이 되던 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의 공사기간 때문에 한 달을 집 없이 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되었고, 슈슈는 동물병원에 머물게 됐습니다. 아빠의 지인이 하는 동물병원에 맡기느라 집과는 거리가 멀었고, 고등학생인 저는 자주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또한 일하느라 자주 가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한 달이 지나 새 집으로 데려오려고 동물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은 슈슈가 밥을 거의 먹지 않았고, 그게 주인이 너무 오래 두고 가서라고 하셨습니다. 한 달 동안 동물병원 작은 케이지 안에서 먹고, 싸고 너무 힘들었던 슈슈는 새 집에 와서도 일주일간 밥을 먹지 않고,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그냥 계속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되던 일요일 아침 슈슈는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동안 새 공간이 낯설어서 안 먹었구나 싶었습니다. 혹여 잘못될까 싶어 데려간 병원에서는 하루 정도 지켜본 뒤에 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슈슈야, 검사 잘 받고 내일 데리러 올게.” 문을 나서려는데 ‘왈왈’ 두 번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디어 힘을 내는 구나 싶어 안도했는데 다음날 의사선생님은 슈슈가 간이 안 좋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슈슈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곁에 아무도 없어 무섭고 외로웠을 텐데, 마지막으로 짖은 건 가지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때 우리가 이사를 안 갔더라면, 공사를 빨리 마쳤더라면, 먼 동물병원이 아닌 가까운 동물병원에 맡겼더라면... 많은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가족 모두 서툴러서, 처음이어서 슈슈의 마음을 몰라줬던 것 같습니다. 슈슈와 같은 말티즈 백군이를 키우는 지금, 그 마음을 헤아리며 마음이 미어집니다. 사춘기를 함께 보냈던, 첫 반려견이었고 친구였던 슈슈야.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너에게 미안함뿐이야. 너의 이름만 보아도, 쓰고, 듣기만 해도 아직도 울어 나는. 어린 내가 너를 잘 챙기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미안해.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울면서 기억할게.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너는 좋은 짝꿍이었어. 그립고 또 그리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슈슈야. 고마워. 보고 싶다. 부모님도 아직 너를 그리워 해. 우리 다음에 또 만나면 그 땐 떨어지지 말자. 하늘에서는 아프지 마. - 슈슈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965년 한·일협정 불충분… 전면 재검토보다 보완 지혜 필요”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965년 한·일협정 불충분… 전면 재검토보다 보완 지혜 필요”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10월 30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얼어붙은 데 대해 “1965년 한·일 기본조약·협정이 불충분한 데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조약과 협정의 전면적 재검토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피해자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양국이 보완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내년도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전략적 결단을 내린 이상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미국이 바라는 현재의 핵 부분,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한 양보조치가 있으면 제재완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최근 도쿄에서 이 교수와 만나 가진 일문일답 내용.→일본 분위기는 어떤가. -우호는 한국이 많이 얘기하지, 일본에서 얘기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일본 연구자들도 자국 풍토에 영향을 받으니까 “옛날에 다 끝난 건데 왜 다시 트집을 잡는가” 그런 프레임으로 얘기한다. 극우 진영에선 단교까지 거론한다. 한국에 우호적인 이른바 양심 세력이 극소수여서 걱정스럽다. 지금 한·일관계는 과도기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나오고 20년, 한 세대가 지났다. 1998년은 한·일관계가 막 떠올라 토대를 만들고 비약하는 시기였다. 2002년 월드컵,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 방영이 정점이었다. 일본 전체가 한국에 가까워지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시기였다. 그러면서 혐한, 헤이트스피치(증오 발언)가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때부터 싹텄다. 한국이 일본과 동등하거나 더 앞서가면서 친한 흐름에 대한 역류가 커졌다. 지금의 일본에는 양쪽 다 있다. →해결책이 안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의 수정주의 역사관이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얘기한다. 아베 총리가 그만두더라도 한·일 간 복잡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구조적 요인에 주목해야 하는데,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민주화이고 둘째는 지정학적 요소다. 군사독재 정권에서 억눌렸던 역사문제, 피해자 소리가 민주화한 90년대부터 나타났다. 일본에선 대법원 판단을 ‘정치 판결’이라 비난한다. 일본의 원로학자 오코노기 마사오는 대법원 판결을 ‘정치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선언’이라 표현했다. 나도 공감한다. 한·일협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이다.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우리의 해석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자기 주장을 안 하고 정치적 타결을 따라온 거다. 그러다가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있고, 사법부에도 새로운 세대가 들어섰다.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법적인 해석에 근거하면 10월 30일 같은 판결이 나온다. →지정학적 요소란. -중국이 대두하면서 동북아의 전환기에 있다. 국력이 세진 중국이 자기 주장하면서 일본과 부딪치고, 한국도 힘이 없어서 못했던 부분을 정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게 됐다. 일본 입장에선 100년간 유지했던 힘의 우위가 역전됐다. 2010년 중·일의 국민총생산(GDP)이 역전되면서 일본 여론이 내향적으로 됐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은 이런 힘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스스로 강하다는 느낌이 없으니까 주변국과 마찰의 요인이 된다. →‘65년 체제’ 재검토론이 있다. -65년 기본조약·협정은 불충분했다. 우리가 힘이 없었고, 필요도 있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애매하게 타협해서 모든 문제가 묻혀버린 것이다. 뚜껑을 여니 다 터져나온 것이다. 전면 재검토하면 토대 전체를 바꾸는 건데, 난관이 따른다.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메워 나가는 게 필요하다. 일본 정부도 90년대부터 ‘3점 세트’라고 해서 협정에서 빠진 사할린 한인, 재한 피폭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논리적으로 65년을 부정하지 못하지만 빠진 문제가 많고 인도적 견지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외무성이 구제조치를 했다. 아시아여성기금 같은 것은 양국 정부와 시민단체 4자가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한·일협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장벽이 너무 높다. 피해사실을 구제하고 보완해 가야 한다. 이낙연 총리가 11월 7일 일본의 과도한 반발에 대해 경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기본조약을 부정한 게 아니라 그 적용 범위를 판단한 것이라 말했다. 조약·협정의 보완론이라 할 수 있다. 그게 합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사회를 끌어들이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일관계의 중요성이라면. -산업현장에서 부품의 상호의존 관계가 밀접하다. 일본은 양질의 큰 시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국제관계 측면이다.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는데 동북아에서 중국의 사이즈가 너무 크다. 중국과의 파워 밸런스를 생각하면 미국과 더불어 일본도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 때도 동북아 균형자를 얘기했다. 균형자가 되려면 모든 국가와 관계가 좋아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도 적지 않다. 미국은 안전보장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일본은 지역정치, 경제면에서 중요하고, 미국을 움직이는 데도 일본이 필요하다. →비핵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속도는 더디지만 북한과 미국의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항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나 김정은 모두 전략적 결단을 내렸고, 되돌아가기 어렵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지도자끼리의 톱다운 방식으로 여기까지 온 건데, 실무자가 못 따라가니까 현재 속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부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거다. 현재 북·미는 한 단계 더 나가기 위한 마지막 조정에 왔다고 본다. 조정을 끝내면 고위급회담, 내년 초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 가는 최대 난관은 뭔가. -북한은 미래 핵만 얘기하고 있다. 핵 실험장 페기, 엔진 시험장에 영변 카드까지 내놨다. 적지 않은 제안인데도 미국에서 보면 현재의 핵 약속이 없다는 불안이 있다. 현재 핵의 전부가 아니더라도 영변 폐쇄 플러스 알파로 핵 신고 리스트나 ICBM 일부를 받아내려고 한다. 키워드는 ICBM이다. 핵탄두까지 안 가더라도 ICBM 기지라든가 생산공장과 관련해 한 발짝 더 들어간 조치가 있으면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교환될 수 있을 것이다.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를 꺼낸 것은 ICBM에 대해서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교섭 여하에 따라서는 생산시설이나 기지까지 갈 수 있는 시그널인 것이다.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게 운반수단이다. 영변까지 해결되면 미국도 완벽한 제재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안보리 논의에서도 미국 입장이 약해질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북·일 대화 가능성은. -한반도 상황이란 게 남북만으로는 안 되는 구조다. 북·미가 돌아가면 북·일도 따라서 움직이겠지만, 북·일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북·미도 추동할 수 있다. 상호연관 관계가 있으니, 내년 일정한 시점에서 북·일관계가 표면화된다고 본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선결돼야 하지만 아베 총리가 결단하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아베 자신이 대북 장벽을 높인 장본인이기 때문에 해결할 책임도 있다. marry04@seoul.co.kr ■이종원 교수는 1953년생. 서울대 공학부를 중퇴하고 일본 국제기독교대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도호쿠대 법학부 조교수, 도쿄의 릿쿄대 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와세다대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와세다대 내 한국학연구소장이기도 하다. 동아시아에서는 현재도 냉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한반도 중국과 미국, 일본의 관계를 읽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 등이 있다.
  • 개종 이유부터 교리까지…檢, 병역거부자 10대 검증 기준 세워

    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단하는 10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공판,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피의자가 주장하는 병역거부 사유가 정당한지 따져보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일선 검찰청에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대법원 판결 선고에 따른 조치’ 공문을 내려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이후 한 달간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고, 하급심에서 변호인이 낸 자료와 일선 의견 등을 고려해 기준을 마련했다. 총 10가지로 구분된 판단 요소는 ▲종교의 교리가 어떠한지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피고인이 개종한 것이라면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다. 검찰은 현재 하급심에서 진행되는 약 930개 재판에서 이러한 지침을 기준으로 삼고 공소유지를 할 예정이다. 판단 요소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재판부에 요청한 뒤 충분히 심리하고 소명된 경우 무죄를 구형하기로 했다. 검찰이 특정 서류를 요구할 경우 피고인의 기본권이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판단 요소만 제시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는 내년 말까지 1년 1개월간 검찰의 공판부와 형사부 업무에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양심적 日변호사들, 우익의 위안부 영화 ‘침묵’ 상영 방해 제동

    양심적 日변호사들, 우익의 위안부 영화 ‘침묵’ 상영 방해 제동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침묵-일어서는 위안부’(이하 침묵)의 일본 상영을 앞두고 뜻을 함께하는 현지 변호사들이 상영장 인근에서 우익단체의 방해행위에 대해 현지 법원으로부터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가나가와현에서 활동하는 간바라 하지메 변호사와 이 영화를 연출한 박수남 감독 등은 6일 오후 요코하마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날 요코하마지방재판소(법원)로부터 이 같은 결정을 얻었다고 밝혔다. 간바라 변호사는 “오는 8일 요코스카에서의 상영을 앞두고 전국에서 140명의 변호사가 힘을 합해 상영회 주최 측 대리인으로서 지난 4일 우익단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오늘 법원의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우익단체는 ‘기쿠스이 국방연합’이다. 법원은 해당 시간에 구체적으로는 집회를 하거나 가두 선전차와 스피커를 사용하는 행위 또는 소리를 지르는 등 상영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달 28일 영화 ‘침묵’의 요코하마 상영회에서 우익단체 선전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우익단체 회원이 특공복 차림으로 난입하려는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코스카에서의 영화 상영도 우익단체에 의해 방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 시민문화회관에서 이 영화의 상영을 앞둔 시점에선 지가사키시와 이 시의 교육위원회에 우익들의 항의가 쇄도한 바 있다. 재일교포 2세인 박수남 감독이 연출한 ‘침묵’은 스스로 이름을 밝힌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침묵을 깨고 일본을 찾아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투쟁 기록을 담았다. 2016년 한국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된 바 있으며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개봉된 뒤 지방 도시에서 순회 상영중이다. 간바라 변호사는 “일본의 가해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영화 상영회를 폭력과 협박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손학규·이정미 단식 돌입…“선거제 개혁 거부한 민주-한국 예산 합의”

    손학규·이정미 단식 돌입…“선거제 개혁 거부한 민주-한국 예산 합의”

    6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반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당 대표들이 단식에 돌입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처리 결의를 취소하고 선거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면서 “제 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 무슨 욕심을 갖겠나. 이 시간부터 저는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민주당과 한국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잠정 합의 발표 뒤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양당이 선거제 개혁 합의를 거부하고 예산안 처리를 저렇게 짬짜미로 합의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양당이 예산안을 처리하고 그 다음에 선거법을 처리하겠나. 어림도 없다”면서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는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갈 때까지 제가 단식하고 그것이 안 되면 저는 의회 로텐더홀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제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모든 정치 일정과 개인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양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 결정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는 민주주의, 의회주의의 부정이고 폭거”라면서 “양당이 예산안 처리를 한다고 했지만 이건 예산안 처리가 아니라 선거제 개혁 거부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당과 한국당이 언제 그렇게 서로 협조했나”라고 꼬집으며 “민주당과 한국당은 민주주의를 팔지 말 것을 엄중 요구한다”고 말했다.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손학규 대표에 이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밀실 야합을 규탄하고 짬짜미 예산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다시 검증하고,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에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았다면 내일까지 남은 하루를 그냥 보내지 말고 잘못된 기득권 짬짜미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의지를 꺾길 촉구한다”면서 “국민에게 한 선거제도 개혁 약속 관철을 위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이 할 수 잇는 일은 우리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와 고의 병역기피, 검찰의 판단기준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고의 병역기피, 검찰의 판단기준은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판결, 변호인 의견 등 고려해 기준 정해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단하는 10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공판,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피의자가 주장하는 병역거부 사유가 정당한지 따져보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인 5일 일선 검찰청에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대법원 판결 선고에 따른 조치’ 공문을 내려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이후 한달간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고, 하급심에서 변호인이 낸 자료와 일선 의견 등을 고려해 기준을 마련했다. 총 10가지로 구분된 판단요소는 ▲종교의 교리가 어떠한지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피고인이 개종한 것이라면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다. 앞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을 위해,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삶 전체를 통해 형성되고, 어떤 형태로든 실제 삶에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재 하급심에서 진행되는 약 930개 재판에서 이러한 지침을 기준으로 삼고 공소유지를 할 예정이다. 판단요소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재판부에 요청한 뒤, 충분히 심리하고 소명된 경우 무죄를 구형하기로 했다. 검찰은 특정 서류를 요구할 경우 피고인의 기본권이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판단요소만 제시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는 내년 말까지 1년 1개월간 검찰의 공판부와 형사부 업무에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후 검찰에 진행중인 사건 처리를 보류하라고 일선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병역법 위반 사건 23건에 대해서도 같은 지침이 적용된다. 종교·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의자들이다. 피의자에게 같은 자료를 요구한 뒤 충분히 소명될 경우 무혐의 처분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헌재 결정 이후로 병무청의 고발이 줄어 수사 중인 사안은 많지 않은 편이다. 다만 검찰의 무죄 구형이나 무혐의 처분은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해 창원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류기인)의 판단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중 소명이 되면 무죄를 구형하지만 아닐 경우 현재와 마찬가지로 항소하고, 수사 중 혐의가 없으면 무혐의 처분하지만 아닐 경우 기소한다”고 원칙을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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