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양식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8강전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칸막이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교환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박정훈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894
  • [호갱 탈출] 횡재한 줄 알았더니 사고車…중고차 환불 안 해준대요

    [호갱 탈출] 횡재한 줄 알았더니 사고車…중고차 환불 안 해준대요

    직장인 A씨는 최근 중고차 매매상으로부터 2015년식 중형차를 2400만원에 샀습니다. 그런데 차를 산 지 1주일이 지나자 변속기가 고장났습니다. 정비업소를 찾아가 점검을 받았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고차량’이라는 겁니다. “사고 한 번 안 난 깨끗한 차인데 특별히 싸게 드리는 겁니다”라는 말만 믿었던 A씨는 바로 중고차 매매상으로 달려갔습니다. A씨는 “사고난 차를 속여서 팔았으니 바로 환불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매매상은 단칼에 거절합니다. 자신들도 사고차량인 줄 모르고 샀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발뺌합니다. 사고차량을 속아서 산 소비자가 중고차 매매상으로부터 환불·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중고매매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사고 유무를 미리 정확하게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중고차의 경우 매매상이 차량을 팔기 전에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 양식에 따라 자동차의 상태를 표시한 내용을 알려주고 서면으로 교부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고차 매매상이 차량 판매시 무사고 차량이라고 소비자에게 알려줬는데 나중에 사고차량으로 확인될 경우 매매상이 사고차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상이 사고차량을 속여서 팔았다면 환불 또는 손해배상을 해줘야 합니다. 사고의 정도에 따라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계약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고 소비자에게 환불해줘야 합니다. 만약 중고차 매매상이 환불 또는 손해배상을 거부한다면 소비자는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구제를 통해 소비자원이 매매상에게 환불 또는 손해배상을 권고했는데도 지키지 않는다면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윤 한국소비자원 경기지원 자동차팀장은 “소비자원의 권고에도 매매상이 환불이나 손해배상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매매상이 사고차라는 사실을 알고 매입한 뒤 소비자에게 무사고 차량으로 속여서 팔았다면 자동차관리법상 허위 고지에 해당되므로 사법당국에 형사고발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싼 물건을 허위 미끼 매물로 내놓고 소비자를 유인해 중고차를 고가로 파는 무허가업자들도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 팀장은 “무허가업자에게 사기를 당할 경우 적절한 배상을 받기가 어려워 주의해야 한다”면서 “지난 7월 6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전국 158개 경찰서 강력수사팀에서 중고차 불법 매매사업자를 특별 단속하고, 소비자원에서도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자를 언론 등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보험개발원의 사고이력정보조회서비스(www.carhistory.co.kr)를 이용하면 중고차의 보험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해파리 쏘이자 여성 소변으로 소독한 모험가

    해파리 쏘이자 여성 소변으로 소독한 모험가

    세계 최고 ‘생존 전문가’로 꼽히는 영국의 모험가 베어 그릴스(42)가 해파리에 쏘이자 여성의 소변으로 상처를 소독했다. 지난 7일 미국 NBC 리얼리티쇼 ‘러닝 와일드 위드 베어 그릴스’(Running Wild with Bear Grylls)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수 멜라니B(41)와 베어 그릴스의 생존 에피소드를 담은 클립 영상을 공개했다. 멜라니B와 바위로 둘러싸인 해변을 거닐다 바위틈에서 해파리를 발견한 베어는 영양식으로 해파리를 잡아먹으려다 해파리에 손을 쏘이고 만다. 그러자 멜라니B는 오래전 영화 속 모험가가 소변으로 소독했던 장면을 떠올리고는 베어에게 “소변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베어는 10분 전에 이미 소변을 봐버린 상태. 결국 멜라니B는 주저하다 고통스러워하는 베어를 위해 소변을 제공하기로 한다. 오줌을 누는 멜라니B의 모습이나 찌푸린 표정으로 손을 갖다대는 베어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는 폭소를 자아낸다. 한편 소변은 그동안 해파리에게 쏘였을 때 민간요법으로 많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파리의 종과 독성 성분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파리에 쏘였을 때 소변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영상=Running Wild with Bear Gryll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오염된 바닷물 때문? 바다 넓은데 왜 한곳에서만? 거제 콜레라 의문

    오염된 바닷물 때문? 바다 넓은데 왜 한곳에서만? 거제 콜레라 의문

    경남 거제의 한 마을 해안가 오염된 바닷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되자 왜 유독 한 곳에서만 발견됐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 육지와 거의 맞붙은 바다에서 지난 5일 채수해 확인한 결과 콜레라균이 검출됐다고 10일 발표했다. 대계마을은 두 번째 환자가 섭취한 삼치를 잡은 곳과 가까운 지역이다. 바닷물 콜레라균의 유전자지문은 지난달 23일·25일·31일 발생한 환자 3명으로부터 분리한 콜레라균 유전자지문과 97.8%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15년 만에 발생한 콜레라는 오염된 해수에서 잡힌 해산물을 날 것으로 섭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유력해진 셈이다. 그러나 넓디넓은 거제 해역에서 유독 한 곳에서만 콜레라균이 확인된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말부터 차례로 발생한 세 명의 콜레라 환자가 거쳐 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포함,거제·통영 등지에 156곳의 채수 지점을 두고 현재까지 모두 662번에 걸쳐 채수작업을 했다. 지난 5일 대계마을에서 채수한 바닷물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오염균이 확인되지 않았다. 거제시는 하수처리장이 없는 대계마을의 생활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각 가정에서 발생한 오수·하수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을 소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제시 측은 “하수처리장이 있으면 별 문제가 없는데 가정집 정화조 등에서는 아무래도 하수 관리에 취약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에서는 앞서 하수처리시설의 부재가 이미 문제된 바 있다. 수산물 수출을 위해 외국과 약속한 위생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남해안 지정해역에서 2012년 식중독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굴 수출 중단 사태를 맞았다. 통영·거제 등 남해안 자치단체는 분변 해양 투기를 주 원인으로 보고 선박 내 휴대용 화장실 설치를 추진하면서 마을 하수처리시설 부재도 지정해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조사 결과 남해안 지정해역에 영향을 주는 167개 마을 가운데 45.6%인 76개 마을에만 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거제에는 9개 면 가운데 3개 면에만,200여 개 마을 중에서는 30곳 정도에만 하수처리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제시는 대계마을 해안의 바닷물 오염이 수산물 대외 수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지역이 ‘지정해역’이 아닌데다 대외 수출 수산물을 기르는 양식장이 없기 때문이다. 거제시의 한 관계자는 “지정해역의 경우 하수처리시설 설치를 지속적으로 권장하는 입장이고,마을 단위 하수처리장 건립을 위해서도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채수 검사 결과에서 보듯 거제 해역 전체가 오염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해양수산부와 각 자치단체가 해수 관리 대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시세끼’ 유해진·차승원·손호준·남주혁, 키워드로 돌아본 ‘네 남자의 삼시세끼’

    삼시세끼’ 유해진·차승원·손호준·남주혁, 키워드로 돌아본 ‘네 남자의 삼시세끼’

    tvN ‘삼시세끼 고창편’(연출 나영석, 이진주)이 지난 9일 뜨거웠던 여름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9일 방송한 ‘삼시세끼 고창편’ 11회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시청률 평균 10.4%, 최고 12.9%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으로 매회 안방극장을 따뜻하게 물들였던 ‘삼시세끼 고창편’을 되돌아봤다. #이보다 더 ‘가족’일 수는 없다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삼시세끼 고창편’ 기자간담회에서 나영석 PD는 차승원-유해진-손호준-남주혁 조합에 대해 “아빠 엄마, 큰 아들과 아무 것도 모르는 막내아들이 앉아 있는 가족 사진 같은 느낌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어촌편에서부터 이어졌던 차승원과 유해진의 정겨운 ‘부부 케미’는 물론, 손호준이 새롭게 합류한 남주혁과 ‘형제 케미’를 자아내며 정겨운 4인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로 10회에서 무뚝뚝한 아버지, 어색한 포즈를 취하는 형제 등의 콘셉트로 단란한 가족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고, 어느새 진짜 가족이 된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뜨거웠던 고창의 아름다운 여름 ‘돌을 뿌려도 감자가 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곡창지대인 고창에서 네 사람은 ‘자급자족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벼농사에 도전했다. 처음 해 보는 고된 농사일이지만 밥 한 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는가 하면, 논의 해충을 잡는 오리들과는 깜찍한 아기 오리 시절부터 ‘은퇴식’을 치를 만큼 성장할 때까지 한 식구 같은 관계를 형성하며 사랑받았다. 또한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을 나기 위해 이열치열로 보양식을 만들어 먹거나,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밤에 잠이 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탁구를 치는 평화로우면서도 소소한 이들의 모습은 안방극장에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다. 한편 ‘삼시세끼 고창편’은 16일(금)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는 감독판을 방송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영상부터, 4인방이 고창을 떠난 후 ‘세끼하우스’의 뒷이야기를 선보이며 시청자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천재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발견한 ‘천사’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천재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발견한 ‘천사’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하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할 때까지 돌을 쪼아 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남긴 말이다. 자신의 조각작업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던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꼽는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만든 피에타상 가운데 바티칸의 성바오로 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24세 때인 1499년 제작한 피에타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는 2년 뒤인 1501년 다비드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의 참주정치에서 탈피해 시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채택한 피렌체의 시 위원회가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다비드를 정했고, 그 작업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덩어리, 2년 매달려 만든 다비드상 뛰어난 예술가에게는 삶이 언제나 시험과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좀 묘한 형태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주어졌다. 원래 피렌체 대성당에 둘 목적으로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 등 두 명의 조각가에게 맡겨졌지만 대리석의 두께가 높이와 너비의 비율과 맞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 40년간 시의회 뒷마당에 방치돼 있던 것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이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위대하며 영웅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명예를 건 도전이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를 면밀히 관찰하며 직감적으로 영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진 형태를 찾아내 망치와 끌로 쪼아가며 꼬박 2년을 매달려 1504년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신성한 용기를 품은 젊은 다비드상을 본 피렌체 시민들은 젊은 천재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시위원회는 다비드상을 대성당에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시민들이 수시로 모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애국과 호국의 상징으로 다비드상을 설치하기로 한다. 르네상스를 넘어 고금을 통해 최고의 조각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상은 3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다 1873년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피렌체를 찾았던 관광객들이라면 시뇨리아 광장과 접한 베키오 궁전 앞에 헤라클레스 조각상과 나란히 서있는 다비드상을 봤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비드상이 서 있다. 그것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우피치미술관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784년 토스카나주를 다스리던 피에트로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소장품을 미술학교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세워졌다. 특히 이곳은 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한 하늘색 돔 천장 아래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는데 인간을 초월한 숭고한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 위대한 작품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그리스 조각같이 한 발에 힘을 주고 서 있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다비드가 골리앗을 공격하려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왼팔은 굽혀서 왼쪽 어깨의 투석기를 짊어지고 있다. 인물의 엉덩이와 어깨는 반대각도를 향해 몸이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룬다. 아래로 내려뜨린 오른팔의 직선과 돋움 자세를 취한 왼쪽 다리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준다. 부릅뜬 눈은 거인 골리앗을 노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잡혀 있고, 목의 핏줄과 앙다문 입술이 용기있는 청년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노예상’ 등 미완성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 높이는 받침을 포함해 5.5m 정도인 이 조각상을 5~7m 거리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오른팔이 신체에 비해 길고 돌을 쥐고 있는 손도 유난히 크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크고 두껍다.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비율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원근법을 계산해 조각상의 각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길게 조각상을 만든 결과다. 목동이었던 다비드는 돌팔매 하나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소년 영웅이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소년이 아니라 근육질 청년이다. 로마에 머물면서 보았던 근육질의 헬레니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미켈란젤로는 헬레니즘 조각보다 더욱 과장되게 신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니고, 감정을 드러내되 평온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은 훗날 르네상스미술의 일반적인 양식이 된 조각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다비드상 외에도 말년의 작품 ‘펠레스트리나 피에타’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걸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완성 작품들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형체를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으로 쪼아 내던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 장식을 위해 시작했다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미완성으로 끝난 ‘노예상’ 연작과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용으로 주문받았다가 작업 도중 계약이 취소된 열두 사도상 등이 전시돼 있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면 돌 속에 갇혀 있는 형체들이 막 생명을 얻어 깨어나는 순간을 보는 것 같다. lotus@seoul.co.kr
  • ‘조직 칸막이’ 넘은 자와 갇힌 자의 운명

    ‘조직 칸막이’ 넘은 자와 갇힌 자의 운명

    사일로 이펙트/질리언 테트 지음/신예경 옮김/어크로스/384쪽/1만 5000원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등 혁신적 제품과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생활양식을 바꾼 소니는 왜 몰락했을까. 스위스에서 가장 안정적인 금융기업으로 알려진 UBS는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반면 시카고 경찰국은 어떻게 범인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시민들의 복지를 증진할 수 있었을까. 페이스북은 어떻게 지속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양쪽 사례를 꿰뚫는 키워드로 ‘사일로’를 들었다. 한쪽은 사일로에 갇혔기 때문에 망했고, 다른 쪽은 사일로를 넘어섰기에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일로는 주로 비즈니스 용어로 사용되며 부서 이기주의를 뜻한다.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 틀이나 심리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과 조직 문제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저자는 사일로가 왜 발생하는지, 우리가 사일로에 갇히기 전에 어떻게 사일로를 길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짚었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뉴욕시청, 런던의 잉글랜드은행,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스위스의 UBS,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북, 도쿄의 소니, 뉴욕시의 블루마운틴 헤지펀드, 시카고 경찰국 등 사일로와 관련한 8가지 실패와 성공 사례를 통해 개인과 조직, 나아가 사회 시스템 속에 숨겨진 사일로를 명징하게 규명했다. 저자는 “사일로에 갇힌 이들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분류체계 안에 생각과 행동이 갇혀 버려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버젓이 드러난 문제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사일로에 갇히느냐 넘어서느냐에 따라 기업과 정부, 국가의 운명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솔요리학원 외식창업아카데미, 골목형 시장과 다수의 지자체 대표메뉴 개발 수행

    한솔요리학원 외식창업아카데미, 골목형 시장과 다수의 지자체 대표메뉴 개발 수행

    한솔요리학원 외식창업아카데미가 다수의 골목형 시장과 지자체 대표메뉴 개발을 성공리에 수행하며, 레시피 개발 관련 컨설팅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은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전통시장 지원사업으로 각 시장만의 특색 있는 볼거리, 먹을 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1시장 1특화’ 사업육성을 특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솔요리학원 외식창업아카데미는 지난해 골목형 시장으로 선정된 망원시장과 용문천년시장, 둔촌시장, 명일시장의 대표메뉴와 꾸러미상품 개발사업을 수행했다. 1인 가구 특화시장으로 차별화에 나선 망원시장의 경우 1인 가구, 독립생활인을 위한 ‘망원시장 오늘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오늘의 레시피는 1인 가구 먹거리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조리가 쉽고 빠른 레시피를 휴대가 편리하게 엽서로 만들었다. 한식, 양식, 퓨전 스타일 등 80여 종의 다양한 레시피로 구성됐으며, 엽서에 식재료 점포가 표시돼 시장에서 바로 장을 보고 요리할 수 있게 유도했다. 또한 레시피 개발과 함께, 1인 가구를 위한 요리대회를 개최해 수상작들을 개발 레시피에 반영하고 시장을 알리는 데 큰 홍보 효과를 거뒀다. 용문천년시장의 경우 주말 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특산품인 산채를 활용한 대표메뉴와 길거리메뉴, 테이크아웃 메뉴를 개발했다. 특히 주말 장 방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 천년은행과자와 은행초코파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명일시장은 반찬과 도시락을 특성화해 PB상품을 개발했으며, 둔촌시장은 코다리를 이용한 대표메뉴와 테이크아웃 메뉴로 수제 닭강정을 선보여 시장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한솔요리학원 외식창업아카데미는 골목형 시장뿐만 아니라 2016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충북 제천시와 전북 무주군의 대표메뉴 개발사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밖에 안동과 단양 휴게소 등 고속도로 휴게소 메뉴개발, 프랜차이즈 브랜드 표준 레시피 개발 등 활발한 메뉴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메뉴개발과 관련된 자세한 문의는 한솔요리학원 외식창업아카데미 홈페이지 및 전화로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씨줄날줄] 책 읽는 도시/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책 읽는 도시/최광숙 논설위원

    온갖 것들을 다 파는 대형마트에도 없는 물건. 하지만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 주는 물건. 다름 아닌 헌책이다. 네덜란드와 독일 접경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 브레이더포르트에는 오래된 헌책들을 파는 책방들이 많다. 세월과 역사의 향취를 담은 헌책들을 사기 위해 인근 주민들은 물론 국경을 넘어오는 독일인도 있을 정도로 인기다. 유럽에는 헌책을 파는 크고 작은 책 마을이 곳곳에 있다. 그 원조는 바로 영국 웨일스 지방의 헤이온와이 마을이다. 헤이라는 마을 옆에 와이라는 강이 흐른다 해서 이름 붙여진 헤이온와이는 50년 전만 해도 쇠락한 폐광촌에 불과했다. 이 마을 출신인 옥스퍼드대를 나온 청년 리처드 부스가 동네 낡은 소방서 건물을 사들여 헌책방을 열면서 이 마을은 지금 전 세계에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책의 왕국’이 됐다. 청년 부스는 그사이 할아버지가 됐고, ‘책의 왕’으로 등극했다. 그의 책 사랑이 관광산업의 한 모델로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각 지자체도 앞다퉈 책 마을을 조성하는 추세다. 파주 헤이리 마을 역시 헤이온와이 마을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파주는 이제 출판도시이자 예술도시로 널리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전북 완주군 삼례읍도 최근 책마을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완주군의 제안으로 고서점을 운영하던 박대헌씨가 과거 양식 창고이던 이 마을의 한 건물 등 3곳에 고서점을 비롯해 도서 10여만권을 갖춘 헌책방, 책 박물관, 책 갤러리 등을 열었다. 완주군은 건물과 부지, 사업비 등을 지원했다. 내년 4월 영국 빅토리아 그림책 거장인 ‘케이트 그린어웨이전’이 열릴 예정이다. 율곡 이이와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 김시습의 고향인 강원도 강릉은 예전부터 문향(文鄕)으로 유명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조선 중종)은 “강릉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책을 끼고 스승을 따라 글을 배우는데, 글 읽는 소리가 골골이 가득 찼다”고 썼다.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고향인 이곳에 최초의 사립도서관인 ‘호서장각’을 짓기도 했다. 그는 “내가 경포의 별장으로 나아가 누각 하나를 비우고서, 이 책들을 간직했다. 고을의 선비들이 빌려 읽고 싶으면 읽게 하고 마치면 도로 간직하게 했다”고 적었다.(호서장서각기) 문학 도시로서의 역사적 유산을 이어받아 강릉은 2006년부터 걸어서 10분 이내 도서관 조성을 목표로 한 덕분에 99개의 도서관이 있는 그야말로 ‘책 읽는 도시’가 됐다. 이곳에서 9~11일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린다고 한다. 초가을에 솔향 가득한 경포 해변 등지에서 벌어지는 북콘서트, 노벨문학상 작가전, 문학심포지엄 등 책 페스티벌이 독서 애호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서병수 부산시장,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 원칙 재확인

    서병수 부산시장,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 원칙 재확인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 문제를 두고 부산시가 오염을 인정할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물 공급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8일 법원에서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문제가 주민투표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사회에서도 한 사안을 두고 이견이 있듯이 법원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받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일부 반대 주민들이 취수원인 기장 앞바다가 원전 근처에 있어 오염됐거나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빚어진 문제”라며 “하지만 13차례 수질검사에서 이를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 시장은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반대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이면 이는 곧 기장 앞바다가 오염됐다는 의혹을 인정한 결과가 되고 현재 기장 앞바다를 터전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나 해수욕장, 어장, 양식장 등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기장군 해수담수 수돗물 문제는 정부와 부산시가 기장군 대변 앞바다에 국·시비와 민자 등 1900억원을 들여 담수화 시설을 건립해 기장군 일대 주민들에게 수돗물 공급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일부 주민들은 원전 앞바다의 안전성을 이유로 2년이 넘도록 물 공급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부산지법 행정1부(부장 김동윤)는 이날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군 의원과 주민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낸 ‘주민투표 청구 대표자 증명서 거부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담수화된 수돗물을 특정 지역에 공급하는 사무가 부산 기장군 일대에 한정된 것으로서 전국적으로 통일적 처리가 요구되는 사무라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산시의 자치사무로서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씨줄날줄] 가을 전어/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을 전어/강동형 논설위원

    가을 전어 머리에 깨 서 말이 들어 있다는 의미를 아는가. 전어가 왜 ‘돈 전’ 자 전어(錢魚)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과거 흔하디흔한 생선이 귀한 몸이 된 대표적인 사례가 전어가 아닐까 한다. 전어는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이때쯤에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다. 보잘것없지만 이름의 유래는 다양하다. 서남해안 사람들은 임금님에게 진상한 생선이라는 의미의 어전(御前)의 앞뒤를 바꿔 전어가 됐다고 얘기한다. 자신들에게는 흔한 생선이지만 어엿한 진상품이니 좋은 생선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일 것이다.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전어가 화살처럼 생겼다고 전어(箭魚)라고 쓰고 있다. 당시 한양 사람들은 ‘돈과 상관없이 사 먹는다’고 해서 전어가 됐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일 것이다. 분명한 건 ‘전어와 돈’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을이 되면 바다와 인접한 농촌 지역은 일손이 달릴 정도로 바빴다. 그런데도 바다에 나가 전어를 잡는 어부들이 있었다. 이들은 땅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는 가난한 어부들이었다. ‘망덕 포구. 노를 저어 포구로 들어오는 전어배는 은빛으로 가득하다. 포구에는 아낙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냉장 시설이 전무하던 시절. 전어배가 도착하면 아낙들은 큰 광주리에 전어를 가득 담은 뒤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을 친다. 마침 밭일과 논일을 하다 저녁을 준비하던 마을 아낙들은 쌀이나 보리를 들고 나와 전어와 물물 교환한다. 전어장수 광주리에는 어느덧 쌀과 보릿자루가 놓이게 된다.’ 전어는 가난한 어부들에게 양식이었고 돈이었다. 전어에 ‘돈 전’ 자가 들어간 것은 이러한 연유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전어는 구워 먹고 회로도 먹는다. 회로 먹을 때는 무침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전어 무침은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다. 전어 구이는 머리부터 먹어야 깨 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석쇠에 구운 전어를 양념간장에 찍어 머리째 먹는 모습은 뜨악하다. 하지만 한번 도전에 성공하면 다섯 마리도 먹을 수 있다.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느끼려면 먹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깨 서 말이 들었다는 감탄사가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소함에 더해 전어 머리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먹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추석을 전후해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전어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다. 하지만 어부들과 횟집 주인들은 콜레라 때문에 울상이라고 한다. 요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전어 1㎏에 지난해 4만원 하던 것을 1만원대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며느리 돌아온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전어 먹고 콜레라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산지의 전어 맛보다는 못하겠지만 올해는 ‘가을 전어’를 돈 생각하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청년 취업부터 도시 안전까지… 구미의 또 다른 이름은 ‘전국 1위’

    [자치단체장 25시] 청년 취업부터 도시 안전까지… 구미의 또 다른 이름은 ‘전국 1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6만 1275달러로 전국 1위 도시(2013년 기준 인구 30만명 이상 시·군), 내륙 최대 수출산업도시, 10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달성한 녹색도시, 전국 최초 탄소제로도시를 선언한 지속 가능 발전 도시, 정부 복지정책평가 10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도시, 청년 취업률 및 도시 안전도 전국 최고 도시, 새마을운동 종주(宗主) 도시, 여성 친화 도시….’ 남유진(63) 경북 구미시장이 43만 시민과 함께 가꾸는 구미시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세계 속의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구미시는 다른 도시들이 하나도 갖기 힘든 눈부신 성과를 많이 이뤄 냈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남 시장의 탁월한 지도력과 리더십 덕분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163㎝의 단신인 그는 시민들 사이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남 시장은 정통 행정 관료 출신의 3선 단체장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 전통 명문고인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79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 사무관(5급)으로 공무원을 시작했다. 문교부, 내무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정무수석실 국장, 청송군수, 구미부시장, 국가청렴위원회 홍보협력국장 등 중앙부처와 경북도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5년 관리관(1급)을 끝으로 26년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1년 뒤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구미시장 선거에 도전, 민선 4기 시장이 됐다. 이후 2014년 6·4 지방선거까지 내리 3선 시장이 됐다. 구미시 옥성면 산촌리에서 태어나 10여리 산길을 걸어 선산읍 초등학교에 다니며 청운의 꿈을 꾸던 ‘촌놈’이 자수성가의 성공 신화를 일궜다. 남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풍부한 행정 경험과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빠른 두뇌 회전과 강한 업무 추진력, 탁월한 기획력도 그의 큰 자산이자 무기다. 두둑한 배짱과 승부사적 기질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 남 시장은 “나는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인파이터형”이라며 “지금까지 승부 전적은 100전 98승 2무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남 시장이 2008년 3월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차 구미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구미국가5공단(면적 990만㎡) 조성사업을 건의해 그 자리에서 확답을 받아 내자 주위는 아연실색했다. 작은 체구와 달리 축구와 야구, 골프 실력이 수준급인 남 시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지난 5월 안동에서 열린 ‘제54회 경북도민체육대회’에서 실버축구대회 구미 대표선수로 출전해 맹활약했다. 벌써 여러 해째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국제 감각도 갖췄다. 1990년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유학한 덕분이다. 해외 출장이나 국제 행사 때 이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지난 1일 남 시장과 하루를 함께했다. 오전 7시 인동동에서 대청소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주민과 공무원 등 200여명과 함께였다. 인동동은 인구 5만여명의 상가 및 원룸 밀집 지역이다. 그는 10년 전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매월 1일을 ‘새마을 대청소의 날’로 지정, 주도한다. 새마을운동의 계승 발전과 깨끗한 구미 건설을 위해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가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일 때인 1982년 파견 근무 경력이 있는 남 시장은 자신을 ‘새마을운동 골수’라고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시간 동안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치우고 불법 벽보 및 현수막을 철거했다. 그러던 중 한 대형마트의 화단 앞에서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창형 동장을 불렀다. “시민이 다니는 도로변 화단에 잡초가 이렇게 무성해서야 되겠느냐”며 당장 마트 측에 연락해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구미 27개 읍·면·동에서 펼쳐진 대청소에는 모두 3000여명이 참가했다. 남 시장은 인근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목욕탕에서 샤워를 한 뒤 시청으로 직행했다. 1층 시장실에서 동향 보고를 받다가 9시가 되자 3층 국기 게양대로 올라갔다. ‘이달의 기업’으로 선정된 ㈜윈텍스 사기 게양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산업용 직물 생산업체 윈텍스 임직원과 시청 직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기를 국기, 시기와 나란히 게양하고 해외 출장 중인 사장을 대신한 이병천 이사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 이사가 화답으로 남 시장을 오는 21일 열리는 공장 증축 준공식에 초청했다. 시는 10년 전부터 지역의 우수 중소기업체를 예우한다는 취지에서 매달 초 이 행사를 연다. 전국 처음이다. 이어 9시 30분에는 국제통상협력실에서 실·국장급 등 간부 20여명과 티타임을 가졌다. 현안을 보고받으면서 ▲추석 명절 전통 및 재래시장 이용 활성화 ▲새마을운동중앙회 구미 유치 추진 ▲추모공원(시립화장장) 9월 말 개장 준비 철저 ▲낙동강 동락공원 일대 도심개발사업에 레저 및 공원 시설을 적극 반영할 것 등을 지시했다. 11시 3층 상황실에 들러 ‘경북서부권정책협의회’ 참석자들을 격려하고는 20분을 달려 도량동 금오종합사회복지관 ‘나눔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어르신들의 무료 급식 공간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평소 많은 관심을 쏟는 분야다. 어르신 200여명에게 배식 봉사를 한 뒤 남은 음식으로 복지관 관장인 스님과 식사를 해결하면서 나눔관 운영 방식 등을 협의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스님과의 대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음 일정은 구미상공회의소에 마련된 한국환경정책학회 학술대회장 방문이었다. ‘구미시를 통해 본 지속 가능한 도시와 환경정책’이란 주제로 행사가 열려 시장이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학회 관계자, 주민 등 200여명과 악수하며 격려했다. 인사말에서 “구미는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도시이고, 세계 최초로 무선 충전 전기버스를 운영하며, 전국 처음으로 ‘화학재난 합동방제센터’를 설립해 가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 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회 위촉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으로 돌아갔다. 먼저 구미가 배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제로 제작된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동영상을 관람했다. 관객들은 박 전 대통령의 헌신적인 조국 근대화 노력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 눈시울을 붉히거나 큰 박수를 보냈다. 남 시장은 추진위원으로 선정된 지역 정치, 경제, 문화, 언론, 교육계 인사 45명에게 위촉장을 주며 적극적인 분발을 당부했다. 구미시는 내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각종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후 4시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9월 정례석회를 주재하기 위해 시장실을 나서면서 “자체 행사뿐만 아니라 전국 및 도 단위 행사까지 많이 열려 자주 참석하다 보면 하루에도 애국가를 7~8번 부를 때가 많은데 아마 오늘이 그런 날이 될 것 같다”며 힘든 내색 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남 시장은 2시간에 걸친 석회에서 1000여명의 직원과 함께 발달장애인 색소폰 연주자 김승우(22)씨의 공연을 관람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교육 등을 받았다. 이날 일과는 오후 9시 30분 금오산호텔에서 끝났다. 오후 7시부터 열린 경북도의원 연수회에 참석해 60명의 도의원을 비롯해 경북도 각급 기관장, 도청 간부 공무원 등 150여명의 손님을 깍듯이 맞이한 뒤였다. 자신을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남 시장은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구미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성원,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물려주신 부모님, 25년 전부터 인생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 고향의 선배이자 전임 구미시장을 지낸 김관용 경북도지사 덕분”이라며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보존 가치 높아” “혈세 낭비” 영월 고택 진실공방

    “보존 가치 높아” “혈세 낭비” 영월 고택 진실공방

    주민들 “혈세로 민박영업” 반발 “안채 제외하면 일반 한옥 불과” 전문가 “문화재 보존 가치 없어” 문화재청 “명품 고택 지정 안 해” 1985년 강원도문화재 자료 제71호로 지정된 김종길 가옥(조견당)을 두고 ‘문화재 지정 진실 공방’이 강원도 영월 산골마을을 뜨겁게 하고 있다.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200년 된 한옥에 지방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과 “안채를 뺀 나머지 한옥은 2007년부터 신축해 문화재 가치가 떨어지는데 이를 빌미로 혈세를 얻어내는 등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맞서고 있다. 7일 강원 영월군 등에 따르면 주천면 일부 주민과 학자가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지는 전통 한옥에 수억원대의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지역 주민들이 재산행사에 피해를 보고 있으니 시정해야 한다”며 ‘김종길가옥 국가문화재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지방 문화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1985년 지방 문화재로 지정될 때의 자료에 따르면 ‘주천면에 있는 조견당은 1827년(순조 27년) 상량을 올린 중부지방 양반가(家)의 가옥을 대표하는 전통한옥이다. 당시 9년에 걸쳐 지은 120칸의 조선 한옥이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폭격으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고 안채만 남았었다’고 했다. 때문에 이 안채가 지방 문화재가 됐다. 이후 김종길 가옥 소유주들은 20여년 뒤인 2007년 사랑채를, 2009년에 행랑채를 신축했다. 당시 지방 문화재라 11억 5000만원의 재정지원도 받았다. 이들은 2014년에도 강원도비 2억원, 영월군비 3억원 등 모두 5억원의 예산도 요청했다. 김종길 10대손 둘째 며느리 안양순 조견당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채 지붕을 마무리하는 합각마다 사괴석(돌)과 와편(기와 조각)으로 해와 달, 별, 구름, 땅을 상징하는 문양을 넣었고 화방벽(벽)에는 오방색 돌로 음양의 조화를 맞춰 짓는 등 문화재적 보존 가치가 높다”면서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된 사랑채와 행랑채도 고증과 주민들의 인우보증을 바탕으로 복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랑채를 헐어내고 지은 한옥은 복제품이지, 복원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천면 주민들은 “혈세로 사랑채와 행랑채를 신축해 고택 체험 민박영업을 하는 등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6·25전쟁 때 폭격으로 200년 된 한옥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1947년에 찍은 항공사진을 보면 수십 칸인 사랑채와 33칸의 행랑채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길로 영월군의원은 “결국 안채 일부를 제외하면 일반 한옥에 불과한데 집주인이 정자의 현판을 떼어 와 마치 한옥 전체가 문화재인 것처럼 한다”고 했다. 윤 군의원은 “이미 문화재 복원하라고 11억 5000만원의 예산을 주었는데 새 건물을 지은 뒤 추가로 예산을 달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때문에 군의회는 기울어진 안채 복원용 예산 5억원 배정을 보류하고 있다. . 조세형 서울시립대 교수도 “건축물이 부분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양식이나 기법이 문화재로 지정, 보전할 가치는 없다”면서 “조선시대에는 궁궐을 제외하고 99칸 이상의 집은 국법으로 금했는데 산세가 험한 영월에 당시 한옥을 120칸 건물로 지었다는 주장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랑채가 건립되는 과정도 말썽이 많았다. 건립 부지가 도시계획 도로로 지정된 곳이어서 철거 명령까지 받았다가 도로부지를 폐지하고 다시 공사를 재개해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남기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견당 인근의 논과 밭·대지가 각종 개발행위 제한을 받고 있는 데다 건축물의 경우 고도 제한은 물론 주변 경관 조성까지 심의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지방 문화재 가치도 의심스러운 한옥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는 “문화재는 원형 보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량 개축 또는 신축한 한옥은 문화재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재청은 조견당을 ‘명품 고택’으로 지정한 일도 없고, 이는 고택 소유자들이 만든 협회에서 자신들이 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 조견당이 원형 보존이 거의 안 됐다면 국가 지정 문화재는커녕 지방 문화재 지정도 위태위태한 셈이 된다. 안백운 영월군 문화재계장은 “한옥 소유자와 주민들이 문화재 지정 해지에 합의해 갈등을 풀어 가는 듯했는데, 최근 소유주가 국가 문화재 지정을 하겠다고 나서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글 사진 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함혜리의 미술관 기행]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공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함혜리의 미술관 기행]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공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하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할 때까지 돌을 쪼아 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남긴 말이다. 자신의 조각작업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던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꼽는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만든 피에타 상 가운데 바티칸의 성바오로 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26때인 1499년 제작한 피에타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는 2년 뒤인 1501년 다비드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의 참주정치에서 탈피해 시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채택한 피렌체의 시 위원회가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다비드를 정했고, 그 작업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예술가에게는 삶이 언제나 시험과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좀 묘한 형태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주어졌다. 원래 피렌체 대성당에 둘 목적으로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 등 두 명의 조각가에게 맡겨졌지만 대리석의 두께가 높이와 너비의 비율과 맞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 40년간 시의회 뒷마당에 방치돼 있던 것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이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위대하며 영웅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명예를 건 도전이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를 면밀히 관찰하며 직감적으로 영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갖혀진 형태를 찾아내 망치와 끌로 쪼아가며 꼬박 2년을 매달려 1504년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신성한 용기를 품은 젊은 다비드상을 본 피렌체 시민들은 젊은 천재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시위원회는 다비드상을 대성당에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시민들이 수시로 모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애국과 호국의 상징으로 다비드상을 설치하기로 한다. 르네상스를 넘어 고금을 통해 최고의 고각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상은 3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다 1873년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피렌체를 찾았던 관광객들이라면 시뇨리아 광장과 접한 베키오 궁전 앞에 헤라클레스 조각상과 나란히 서있는 다비드상을 봤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비드상이 서 있다. 그것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우피치미술관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784년 토스카나주를 다스리던 피에트로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소장품을 미술학교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세워졌다. 특히 이곳은 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한 하늘색 돔 천정 아래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보는 순간의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는데 인간을 초월한 숭고한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 위대한 작품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그리스 조각같이 한 발에 힘을 주고 서있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다비드가 골리앗을 공격하려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왼팔은 굽혀서 왼쪽 어깨의 투석기를 짊어지고 있다. 인물의 엉덩이와 어깨는 반대각도를 향해 몸이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룬다. 아래로 내려뜨린 오른팔의 직선과 돋움 자세를 취한 왼쪽 다리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준다. 부릅뜬 눈은 거인 골리앗을 노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잡혀 있고, 목의 핏줄과 앙다문 입술이 용기있는 청년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높이는 받침을 포함해 5.5m 정도인 이 조각상을 5~7m 거리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오른 팔이 신체에 비해 길고 돌을 쥐고 있는 손도 유난히 크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크고 두껍다.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비율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원근법을 계산해 조각상의 각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길게 조각상을 만든 결과다. 목동이었던 다비드는 돌팔매 하나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소년 영웅이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소년이 아니라 근육질 청년이다. 로마에 머물면서 보았던 근육질의 헬레니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않고 미켈란젤로는 헬레니즘 조각보다 더욱 과장되게 신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니고, 감정을 드러내되 평온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은 훗날 르네상스미술의 일반적인 양식이 된 조각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다비드 상외에도 말년의 작품 ‘펠레스트리나 피에타’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걸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완성 작품들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형체를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으로 쪼아 내던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 장식을 위해 시작했다가 지지부진해 지면서 미완성으로 끝난 ‘노예상’ 연작과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용으로 주문받았다가 작업도중 계약이 취소된 열두 사도상 등이 전시돼 있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면 돌 속에 같여있는 형체들이 막 생명을 얻어 깨어나는 순간을 보는 것 같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북촌의 기와 물결 아래 근대의료·독립史 숨결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북촌의 기와 물결 아래 근대의료·독립史 숨결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가 2012년부터 보존정책을 펼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는 미래유산 보존정책을 통해 소유자와 시민들이 문화유산이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에 눈을 뜨고, 스스로 가꿔나가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문화유산 보존정책에 시민들의 자발적 역량을 더하자는 취지다. 이런 취지를 앞세워 2013년 284건, 2014년 53건, 지난해 45건의 미래유산을 소유자(관리자)의 동의를 얻어 선정했다. 서울시는 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신문, 문화지평과 공동주관으로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매주 토요일 진행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를 확인하고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어? 여기 뒀던 플래카드 가방 못 봤어요?” 여섯 번째 서울미래유산 탐방일인 지난 8월 20일 집결 장소인 3호선 안국역 근처 서울노인복지센터 간판 옆에 뒀던 행사 플래카드 가방이 통째로 없어졌다고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가 중얼거렸다. 모임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 위해 시설관리팀에 잠시 다녀왔더니 그새 사라진 것이다. 시설관리과 직원이 난감해하면서 찾아보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잃어버린 가방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센터는 넓었고 어르신도 많았다. 시계 초침은 야속하게 답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를 향해 지체없이 째깍거리며 돌아갔다. 답사 시작 3분 전 시설과 직원이 플래카드 가방을 들고 뛰어왔다. 잃어버린 돈을 되찾은 것만큼 기뻤다. ‘10시 정시 시작’ 전통을 깨지 않아서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한 어르신이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가방을 들고 들어간 것으로 해프닝은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는 배건욱(45) 서울미래유산 해설사의 해설로 진행됐다. 옛 통계청 건물 ‘노인복지센터’…격자 패턴 등 건축가 이희태식 모더니즘 ‘발 담근 김에 멱 감는다’고 시설관리팀 직원에게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서울미래유산’ 현판 앞에서 사진 한 컷을 부탁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1961년 준공돼 통계청으로 사용되어 온 유서 깊은 건물로 2014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서울노인복지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20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1500여명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손꼽히는 대규모 사회복지 시설이다. 시설관리팀 박충식씨는 “내부는 전면 리모델링해 옛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며 “외부의 적벽돌, 머릿돌에서 그나마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관에 가려진 머릿돌에는 ‘준공 단기 4293년 11월 1일’, 1961년에 지어졌다는 표식이 뚜렷하다. 우수관을 꺾어서 머릿돌이 잘 보이게 만들면 명물이 될 만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배 해설사는 “건축가 이희태의 모더니즘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표작으로 격자형 패턴의 디자인이 차양창과 함께 모던한 감각을 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계동 사옥 앞에는 굴뚝처럼 생긴 석조물이 있다. 관상감 관천대다. 조선시대 천문관측대로 사용됐다. 원래 옛 휘문중고 자리에 있던 것을 1984년 가을 지금의 자리에 복원했다. 이 관천대는 경주의 신라 첨성대, 개성 만월대의 고려 첨성대, 서울의 창경궁 관천대 등과 함께 우리나라 천문관측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사적 제296호로 지정돼 있다. 김기도 에스이앤티소프트 대표는 “그동안 지나다니면서 도대체 뭐하는 구조물일까 궁금해만 했지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는 않았다”면서 “천체 망원경도 없던 그 옛날에 이런 시설에서 하늘을 보고 천문을 읽었다니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첫 양방병원 ‘제중원’ 표지석…백인제 가옥 등 근대의학 태동지 북촌 현대 계동 사옥 앞에는 ‘제중원’터 표지석이 있다.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표지석 자리는 제중원이 처음 세워졌던 곳이고 훗날 이곳으로 옮겨졌다. 제중원은 고종이 1885년 미 공사관 공의(公醫)인 알렌의 건의를 받아 설립한 양방 병원이다. 알렌은 1884년 갑신정변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민영익을 치료하면서 궁중의 전의(典醫)로 발탁됐다. 실록에는 고종이 혜민서와 활인서를 대신할 의료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정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설치를 허락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면에는 알렌이 고종에게 서양의학의 보급과 서양식 의료기관의 설립을 건의해 제중원 설립을 이끌었던 사연이 숨어있다. 그러고 보면 북촌 지역은 우리나라 근대의학의 태동지다. 이날 답사에 참가한 김치중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연대세브란스 병원의 모태인 제중원, 1900년대 초기 우리나라 콜레라 방역대책을 세워 근대의학 도입에 공헌한 독일인 의사 리하르트 뷘시의 병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가옥 등 북촌 지역은 근대의학의 의향(醫香)이 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북촌팔경 중 한 곳인 북촌1경을 가기 직전 여운형 집터 표지석이 있다. 정확한 위치는 응암감자탕과 현대그룹 건물 사잇길 끝까지 가서 우회전한 뒤 안동칼국수 맞은편이다. 몽양 여운형은 우리나라 해방 정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민족주의 진영의 인물이다. 특히 1936년 조선중앙일보 사장 재직 시 손기정 사진에 있던 일장기를 말소한 사건의 주역이었고 광복 직후 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해방 전후 공간에서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배 해설사는 “일장기 말소사건은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1936년 하계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의 사진에서 일본 국기를 삭제해 보도하자 이를 조선총독부가 문제 삼아서 생긴 사건”이라며 “당시 조선중앙일보는 인쇄기 품질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총독부가 알아차리지 못해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쇄품질이 좋았던 동아일보가 검열에 걸리면서 결국 전모가 밝혀져 두 신문 모두 정간되고 여운형도 사퇴하고 만다. 조선중앙일보가 있던 건물은 현재 NH농협 종로지점으로 서울미래유산이기도 하다. 배 해설사는 답사단을 대동세무고 교정으로 이끌었다. 대동세무고는 김만수란 사람이 1925년 전국 인력거꾼의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한 대동학원이 전신이다. 건학이념은 ‘불학위빈’(不學謂貧)이다. ‘배움은 곧 가난을 벗어나는 길이요, 배워야만 민족독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배 해설사는 “대동학원 설립은 일제강점기에 경제·교육·문화 면에서 민족 역량을 배양하고 민족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지사들의 뜻있는 결합이었다”며 “서민들의 자구적 노력의 결정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배 해설사가 답사단을 대동세무고로 이끈 진짜 이유는 옆집인 인촌 김성수의 옛집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독립 투사들 모였던 인촌의 집…지금은 굳게 닫혀 ‘단절된 유산’ 느낌만 김성수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3·1운동에도 참여했던 그가 1940년대에 학도지원병을 고무하고 징병제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매일신보 같은 매체에 실었다. 김성수는 이 집에서 1918년부터 1955년까지 살았다. 현재는 인촌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2·8 독립선언 준비, 3·1운동의 초기 준비 단계 등에서 항일 독립투사들이 모인 밀회 장소이자 중앙고보, 보성전문, 동아일보 설립을 구상하는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배후 지원, 민족 교육, 민족문화의 보급을 위해 노력했던 장소로서 보존 가치가 있다’며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서울미래유산이면서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로 관리되고 있는 이 집 대문은 굳게 잠겨 있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 명의로 대문 옆에 ‘이곳은 개방된 관광구역이 아닙니다’란 안내문을 커다랗게 써 붙여 놨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민 공통의 기억이어야 하는데, 닫힌 대문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굳게 닫힌 대문이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답사단은 만해 한용운이 불교잡지 ‘유심’을 발행한 유심사터를 지나 북촌 주민들의 용수원이었던 ‘석정보름우물‘에 들러 이곳의 역사를 전해 들었다. 옆에 아주머니 세 분이 모여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살고 있는 우리가 이곳 역사를 가장 잘 알지. 우리한테 물어봐야지.” 맞는 말씀이다. 원래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그런 분을 찾아서 앞장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북촌팔경 핵심 ‘한옥마을’…관광객들 ‘북적’ 에티켓 ‘기본’ 본격적인 북촌 한옥마을로 들어서자 집집마다 대문에 ‘조용히 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가회동 31 일대는 북촌 한옥마을의 메인 골목인 데다 북촌팔경 중 한 곳이라서 관광객이 늘 북적인다. 특히 주말에 많이 몰리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은 휴식에 방해를 받고 있다. 안내문은 관광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주민들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가회동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안내문이 신기한 듯 사진을 연신 찍어대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일대가 서울미래유산이다. 배 해설사는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다채로운 공간과 전통가옥인 한옥들이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어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답사단은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가옥에 들러 땀을 식히고 서울미래유산인 돈미약국을 거쳐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지어져 건축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헌법수호의 최고기관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터는 조선말 좌의정을 지냈던 박규수 선생 저택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종합병원인 제중원이 있던 장소다. 최근에는 헌재 도서관 증축 부지에서 조선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1754∼1772) 집터가 발견됐다. 이곳은 구한말 개화파 민영익의 집, 일제강점기 군국기무를 총괄하는 통리기무아문 자리이기도 하다. 배 해설사는 “사대문 안은 조금만 파내려 가면 거의 모든 곳에서 유구가 발견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를 인근으로 수평 이동해 보존하기로 했다. 답사에 참가한 박수현(39)씨는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를 중단하는 게 시민 눈높이”라며 “헌법기관이 법을 어기며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답사단은 탐방 시작 이후 처음으로 종로경찰서 옆 한식집 ‘금수저’에서 경후식(景後食)을 했다. 성준경(48)씨 부부가 막걸리를 샀다. 북촌답사가 운치 있게 마무리됐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방과후지도사ㆍ심리상담사 포함 민간자격증 9월 1분기 합격자발표

    방과후지도사ㆍ심리상담사 포함 민간자격증 9월 1분기 합격자발표

    한국교육진흥협회는 사회ㆍ복지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방과후지도사 그리고 심리상담사를 포함 44종 자격증 9월 1분기 자격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 대상자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오는 18일까지 자격증 발급 신청을 해야 하고 19일부터 자격증 발급 절차에 들어간다. 합격자들은 늦어도 오는 30일까지 자격증을 수령받을 수 있다고 협회 측은 설명했다. 협회가 발행하는 자격증은 상장형과 카드형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9월 1분기 합격자들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거나 두 가지 모두 선택 가능하다. 심리상담사와 방과후지도사는 1급 과정과 2급 과정으로 구분되어 있고 1급 과정은 8만원, 2급 과정은 7만원의 발급비용을 내야 한다. 또한 자격증 발급 받으려면 자격증 발급 비용과 함께 가로 3cm, 세로 5cm 사진 스캔본을 양식에 맞춰 제출해야 한다. 한국교육진흥협회는 합격자 발표와 별도로 민간자격증 1급 과정 개설 기념으로 협회가 발행하는 모든 자격증과정을 무료수강으로 전환했다. 협회가 발행하는 자격증 취득과정 무료 혜택을 받으려면 회원가입 후 추천인 코드란에 ‘무료수강’키워드를 입력하면 된다. 모집 대상은 방과후지도사, 심리상담사 1급과 2급을 포함해 매개체를 활용해 상담하는 미술심리상담사, 음악심리상담사 등 심리상담사과정 그리고 안전교육지도사 등 교양공예과정 등이다. 모든 자격증 과정은 6주(42일)로 구성했고, 인강의 경우 1일 1강좌를 기본이다. 다만 수강생들이 원한다면 하루에 5개까지 수강 가능하다. 2급 과정은 진도 60%이상, 1급 과정은 진도 70%이상 진행되면 시험 응시도 가능하다. 협회의 모든 수업은 인터넷과 연결 가능한 PC, 스마트폰 등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강의 도중 오류 발생시 원격으로 PC를 지원하는 원격지원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시장 언덕길 따라 3층 같은 7층 건물… 속 깊은 요셉처럼 약현 성당 보호했나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시장 언덕길 따라 3층 같은 7층 건물… 속 깊은 요셉처럼 약현 성당 보호했나

    성 요셉 아파트.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이다. 가톨릭 성자의 이름이 붙은 아파트라니? 게다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성당으로 일컬어지는 약현 성당이 바로 옆에 있다니? 약현 성당은 명동 성당보다 6년 앞선 1892년에 세워졌다. 설계자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코스트 신부로 명동 성당과 같다. 명동 성당은 사대문 안, 약현 성당은 사대문 밖과 그 너머의 경기도와 황해도 일부까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관할하는 등 역할의 분담이 있었다. 명동 성당의 주보성인이 성모 마리아였기 때문에 그 준비 과정에 해당하는 약현 성당은 마리아의 남편인 성 요셉을 주보성인으로 모셨다고 한다(*이상 약현 성당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그 중요한 주보성인의 이름이 바로 성당 옆 아파트에 붙여진 것이다. 대중적인 지명도는 낮지만 아파트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건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 두 건물 사이에는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을 것만 같다. 종교적 이유에서 이 아파트가 세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회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공동 주거를 마련했다거나, 혹은 신앙 공동체를 위한 시설이었다거나 하는 등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와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성 요셉 아파트는 약현 성당의 수익 사업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종교 단체가 건물을 지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은 물론 종종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이 연재에서 다룰 예정인 신문로의 피어선 아파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지어진 건물이다. 다만 개신교인 장로교 교단과 관련됐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통적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었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이 두 건물은 지어진 연대도 비슷하다. 성 요셉 아파트는 1971년 6월 20일에, 피어선 아파트는 같은 해 11월 10일에 각각 사용 승인을 받았다. # 답사의 시작은 서소문 공원부터 성 요셉 아파트의 답사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인근의 서소문 공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약현 성당 자체가 한국 가톨릭의 순교지인 이 서소문 처형장 터를 내려다보는 장소에 지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로 영세를 받은 이승훈의 집 또한 이 근처였다고 전한다. 약현(藥峴)이라는 이름은 ‘약초밭이 있던 고개’를 의미하며 지금의 중림로가 바로 약현이다. 이처럼 고개 옆 언덕 위에 지어진 약현 성당에서는 그 주변 일대가 잘 내려다보였을 것이다. 사실 이 서소문 처형장은 지난번 서소문 아파트 편에서 이야기한 욱천, 즉 만초천의 모래사장이었다. 지금은 복개됐으나 유난히 모래가 곱고 아름다웠다고 하는 바로 그 하천이다. 모래라서 처형된 사람의 피가 금방 스며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만초천 위에 지어진 서소문 아파트도 여기서 경의중앙선 철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지척이다. 청파로로 들어서서 브라운스톤 북서쪽 코너에서 보면 주변의 고층 빌딩 사이로 뾰족탑, 그리고 그 앞에 길게 누워 있는 누런색의 건물이 보인다. 약현 성당과 성 요셉 아파트다. 약현 성당이 능선 위에 있다면 성 요셉 아파트는 그 바로 아래에 낮게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높이의 건물로도 성당 북쪽으로의 경관은 거의 다 막힌다. 그 방향으로 서소문 공원도 일부 있기 때문에 애초에 이 자리에 성당을 지은 취지에 위배되는 배치다. 지금이야 워낙 고층 건물이 많아서 경관이 거의 다 막혀있지만 성 요셉 아파트가 건립된 1970년대 초만 해도 이 일대에 높은 건물은 거의 없었다. 당시 성 요셉 아파트의 건립은 약현 성당으로서는 매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성 요셉 아파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본다. 청파로를 향해 우뚝 선 한림학사가 이 아파트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건물은 서로 떨어져 있다. 이 일대는 시장 지역이다. 한때 칠패(七牌)시장으로 불렸고, 지금의 이름은 중림시장이다. 마포에서 만리재를 넘어온 어물과 곡물을 파는 시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조선 시대에는 종루, 즉 종로의 시전을 능가하는 큰 규모였으나 상권이 많이 축소된 지금도 아침이면 어물 시장이 열린다. 그 시장의 일부가 좁은 언덕길을 따라 오르는데 그것이 성 요셉 아파트의 저층부를 이룬다. 통인시장과 한 몸을 이룬 효자 아파트나 인왕시장에 인접한 원일 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그 시장의 소음과 혼잡으로부터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이 아파트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 아파트 지어 인접한 시장의 소음·혼잡 차단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과 성 요셉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 아파트 옆 언덕길 어딘가에 성당으로 들어가는 부출입구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 직접 찾아도 보고 주민들에게도 물었는데 찾지 못했다. 약현 성당의 부출입구는 완전히 반대쪽인 중림로 쪽으로 나 있다. 즉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 보면 약현 성당과 성 요셉 아파트는 인접해 있을 뿐 별다른 물리적 연결 고리 없이 분리돼 있다. 모르고 보면 경관이나 접근 등의 측면에서 성당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들어선 건물 같은데, 막상 건립 주체가 성당이었다니 좀 의아하다. 두 건물 사이의 긴장된 관계는 성 요셉 아파트 안에 들어가 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성 요셉 아파트의 복도는 약현 성당 쪽으로 나 있다. 이쪽이 남쪽이므로 결국 이 아파트는 북향이다. 즉 주거 가구는 약현 성당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남향 선호가 워낙 강해 마주 보는 중정형 아파트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이 연재에서 여러 번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서는 그런 고뇌가 아예 읽히지 않는다. 아파트를 짓기는 짓되 시선은 성당 밖으로 돌리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복도에 창이 나 있지만 상당히 높아서 성당 쪽을 잘 볼 수 없게 해 놓은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사적 252호로 지정된 이 유서 깊은 장소가 갖는 안온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잘 유지되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약현 성당 마당 한구석에 앉아 늦은 오후의 햇살이 성당 벽면에 드리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로 느껴진다. 건축은 수많은 대립과 모순의 관계 속에서 내리는 괴로운 결정의 과정이다. 다만 이 경우는 너무 ‘모 아니면 도’의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성 요셉 아파트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제3의 좋은 대안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찾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약현 성당이 세운 건물치고는 성당과의 관계가 좀 뜻밖이라 그렇지 사실 성 요셉 아파트는 지금의 관점으로 봐도 배울 것이 많은 건물이다. 일단 지형의 흐름에 철저하게 순응하고 있는 건물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고갯길을 따라 지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형과 건물, 그리고 길 사이에 서로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툭하면 대지를 평탄화해서 경사지를 계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요즘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토 대부분이 경사지인 한국에서 경사지를 최대로 이용하는 건물의 유형이 발달하지 않았음은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 오래된 아파트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선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부의 공간 구성 방식이다. 경사지를 따라 아래에서 올라가다 보면 건물이 한 층씩 한 층씩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조형적으로나 동선적으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는데 성 요셉 아파트는 이 문제를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하고 있다. 즉 건물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그 중간과 양 끝에 계단실을 두어 편복도로 연결한 것이다. 건축물 관리대장에도 이 두 부분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그래서 개념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건물의 전체적인 윤곽이 단순하다. 다만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저층부의 각 부분에서 레벨을 미세하게 조절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낮은 층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높은 층은 7층에 해당한다. 실제로 건물 안을 다녀보면 처음에는 미로 같지만 금방 구성의 논리를 알게 된다. 주어진 문제를 매우 간결하고 상식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설계자의 생각이 읽히는 부분이다. # 선형식 서소문 아파트와 닮은 듯 다른 매력 성 요셉 아파트 최대의 특징은 역시 가장 대표적인 선형식 아파트라는 점이다. 특히 이 유형에서 최대의 라이벌이라고나 할 서소문 아파트가 또한 지척이다. 이 두 아파트는 여러 모로 비교 대상이다. 일단 지어진 시기도 비슷하다. 서소문 아파트는 1971년 1월 23일에, 성 요셉 아파트는 1971년 6월 20일에 사용 승인을 받았으니 이 둘은 동갑이다. 게다가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두 건물의 길이도 115m 내외로 비슷하다. 공통점은 또 있다. 둘 다 곡선형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중간에 두 군데가 꺾인 직선의 조합이다. 만약 완전히 곡선으로 지었으면 개념이나 조형면에서는 근사했겠지만 가구 배치, 콘크리트 타설 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기술로서는 이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두 아파트의 차이점도 많다. 서소문 아파트가 만초천이라는 물길 위에 자리 잡은 것처럼 성 요셉 아파트도 물길 위에 지어진 것이라는 자료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오류다. 물길에 대해 매우 자세한 조선 시대나 일제강점기의 지도 어디를 봐도 이 자리에 물길은 없었다. 성 요셉 아파트는 그냥 자연 지형 위에 지어진 건물일 뿐이다. 토지대장에도 종교용지로서 면적이 1790.8㎡에 달한다는 기록이 엄연히 나와 있다. 물길 위에 지은 건물이면 다르게 기술됐을 것이다. 또한 서소문 아파트가 계단실형인 데 반해서 성 요셉 아파트는 편복도식이다. 서소문 아파트는 거의 평지에 면하고 있지만 성 요셉 아파트는 경사지에 지어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 선형식 아파트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서로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건축적 가치를 보여 주고 있음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꼭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물만이 우리에게 감동과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아파트는 설계자가 누구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익명의 존재가 계획하고 구상한 건물들인 것이다. 다만 지어진 지 45년에 불과한 두 건물이 너무 낡은 상태로 있는 것은 안타깝다. 약현 성당이 1892년에 지어져 무려 124년이나 나이를 먹었고, 그 사이에 한국전쟁, 심지어 1998년에 취객의 방화로 인한 화마까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안팎 모두 멀쩡하게 잘 남아 있는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모쪼록 중년을 맞은 이 두 아파트가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 건강하게 잘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사설] 콜레라 잇따라 발병하는데 질병본부 뭐하나

    기록적인 폭염이 한풀 꺾여 한시름 놓자마자 국민들은 전염병 공포에 시달린다. 경남 거제에서 콜레라 환자가 잇따르더니 부산에서도 네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콜레라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데도 방역 당국은 감염 경로나 대책 그 어떤 것에도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뭘 어떻게 해야 전염병에 대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간만 보내는 현실이다. 보건당국은 콜레라 환자의 첫 신고 접수 후 보름이 다 되도록 원인이나 감염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콜레라가 국내에서는 15년 만에 발생한 데다 특정 지역에서 환자들이 나왔다면 상식적으로도 지역 병원 전체에 긴급히 비상을 걸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세 번째 환자는 발병한 지 닷새 만에야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이 환자는 확진받을 때까지 별 제재 없이 병원 관계자들과도 접촉했다. 국민 보건을 챙기는 기관이 있기나 한지, 질병관리본부는 대체 뭘 하겠다는 곳인지 모르겠다. 역학조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콜레라균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콜레라의 직접적인 원인이 해수 오염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염으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해 콜레라균이 증식했다는 추측이다. 보건당국이 원인 규명을 못하는 통에 남해안의 지역 경제와 민생은 날벼락을 맞고 있다. 당국의 원인 발표를 목 빼고 기다리는 횟집이나 가두리 양식 업계는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럴 때 제 몫을 하라고 나랏돈을 들이는 곳이 질병관리본부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본부장을 오히려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역학조사관을 수십명이나 충원해준 까닭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있으나 마나한 방역 체계로 늑장 뒷북 대응만 할 리 없다. 콜레라뿐만 아니라 레지오넬라균, 비브리오패혈증, 집단 식중독 등 후진국형 감염병이 잇따르고 있다. 그 원인을 번번이 폭염 탓으로 돌린다면 보건당국의 존재 이유가 없다. 지구온난화로 감염병 지도가 바뀐다는 경고는 어제오늘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변화된 질병 판도에 맞는 대응체계 마련 작업을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그렇더라도 늑장 대응으로 일을 키우는 실책만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추석 앞인데도 유통 40% 뚝… 노량진 수산시장 한숨

    추석 앞인데도 유통 40% 뚝… 노량진 수산시장 한숨

    현대화 내홍에 폭염 후폭풍 콜레라 괴담까지 겹쳐 ‘4중고’ 상인들 “매출 반토막” 울상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도 매출이 너무 줄었어요.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이나 찍으러 오지 주부들이 들르지를 않아요.” 4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의 한 상인은 주말에도 텅 빈 복도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현대화 건물에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구(舊)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초점 없이 허공만 바라보던 한 상인은 “이맘때면 손님이 가득 차야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절반도 못 팔고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철거’, ‘사용금지’ 등의 글씨가 흉물스럽게 쓰여 있었다. 우리나라 수산시장의 대표 격인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 건물을 두고 벌어진 내홍, 폭염에 의한 어류 폐사, 명절 특수 실종, 콜레라 괴담 등으로 4중고를 겪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9월 첫째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유통된 하루 평균 물량은 15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7.1t)에 비해 40.1%나 줄었다. 지난달에도 지난해 8월보다 물량이 줄긴 했지만 첫째주 13.9%, 둘째주 26.7%, 셋째주 21.4%, 넷째주 23.7% 등으로 감소폭이 커 봐야 20%대 초반이었다. 상인들은 현대화 건물 이주 상인과 구시장에 남은 상인으로 이분화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차례상이 간소화되거나 아예 차례를 지내는 않는 사람이 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대화 건물의 한 상인은 “보다시피 사람이 없지 않으냐. 횟거리는 물론이고 민어, 가자미 등 차례상에 올릴 생선을 찾는 손님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말인데도 아예 가게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있었다. 제철을 맞은 전어와 새우 등을 진열대에 가득 채워 둔 상인들은 썰렁한 가운데 오가는 손님을 붙잡아 봤지만 헛수고였다. 윤헌주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상권이 분리됐고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하길 거부하는 구시장 상인들과 수협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원인”이라며 “추석이 지나고 20일에 시민공청회를 열기로 했는데 현명한 해결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측의 갈등은 현대화 시장이 들어선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판매 면적이 줄어든 반면 임대료는 전보다 크게 올랐다는 게 구시장 상인들의 반대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구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구수한 맛이 사라졌고 새 건물은 마트나 백화점과 대적하기에 경쟁력이 약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협 측은 유통 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에 대해 “산지의 조업 부진으로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 양식장에서 643만 마리(8월 30일 기준)의 어패류가 폐사했다. 시가로 85억원 어치다. 경남 거제 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로 인한 수산물 괴담도 문제다. 주부 안모(48)씨는 “차례상에 올릴 생선이야 어쩔 수 없이 사야 하지만 다른 생선은 먹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아무리 구워도 콜레라균이 많은 아가미는 안 익는다’, ‘바닷가에서 생선을 먹으면 콜레라에 걸린다’ 등의 괴담이 퍼지고 있다.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상인들의 손길마저 무뎌진 건 아니었다. 아니 손길은 더 바빠졌다. 수족관을 청소하고, 도마와 칼을 닦고 소독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떠난 고객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들이 바쁜 손길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저를 입양해주세요”…진짜 가족이 된 아빠와 딸

    “저를 입양해주세요”…진짜 가족이 된 아빠와 딸

    딸 가브리엘라 과르다도(22)는 아빠 데이비드 린드의 53번 째 생일에 맞춰 선물 꾸러미를 준비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선물가방을 내밀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데이비드는 그저 싱글거리기만 하면서 선물가방을 주섬주섬 펼쳐봤다. 그런데 근사한 선물은 없고, 볼펜 한 자루와 웬 서류더미만 잔뜩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 서류는 바로 '성인 입양신청서류'였다. 데이비드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너를 입양하라고?"라며 한 마디 한 뒤 이내 눈물을 쏟았다. 데이비드는 "오, 개비(가브리엘라의 애칭) 너는 정말 모를 거야…"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연신 눈물만 흘렸다. 가브리엘라는 "저는 아빠가 저를 입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꼭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아니'라고 하셔도 돼요"라고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데이비드와 가브리엘라가 '사실 가족'에서 '법적 가족'이 되는 과정을 영상과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은 4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보면서 그 감동을 함께 나눴다. 이미 눈치 챘을 수 있다. 이들은 한 가족으로, 아빠와 딸로서 살고 있지만 성(姓)이 각각 다르다. 엄마 로리 앤(44)이 2001년 친부와 이혼하고 2004년 데이비드와 재혼한 뒤 13년 동안 더할 나위 없이 가깝게 지내면서도 서로 다른 성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가브리엘라로서는 마음에 걸렸다. 이들이 법적으로 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즉 서양식으로 아버지의 성을 함께 쓰기 위해서는 가브리엘라 친부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그가 내내 이를 거절해왔기 때문. 하지만 가브리엘라가 성인이 되면서 더이상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게 됐고, 가브리엘라는 데이비드의 생일에 맞춰 '깜짝 선물'로 입양신청서를 준비한 것이다. 데이비드는 가브리엘라에게 "너는 정말 모를 거야. 이게 나한테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지 말야"라고 울먹이면서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가브리엘라와 엄마 로리 앤 등 방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눈물을 쏟았음 또한 물론이다. 현재 간호사로서 일하는 가브리엘라는 "커가는 동안 어떤 아버지보다 헌신적이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데이비드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드러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가브리엘라 과르다도'는 며칠 뒤면 법원의 관련 절차를 거쳐 '가브리엘라 린드'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진짜 아빠와 딸이 되는 셈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애 키우기 힘든 한국… 혼인이주여성도 안 낳는다

    애 키우기 힘든 한국… 혼인이주여성도 안 낳는다

    “일본이었다면 둘째를 낳았겠죠. 하지만 교육비 부담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초등학생 대부분이 방과 후에 학원을 가지 않는데, 한국 아이들은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니까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2010년 한국에서 결혼해 5살 딸을 키우는 우메키 가오리(35)는 “시댁은 경북 상주여서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데다 언어 문제와 문화 차이까지 있어 아이를 그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계출산율 1.74명서→1.37명 ‘뚝’ 한국 남성과 결혼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혼인이주여성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의 여성들도 우리나라에 정착하면 출산을 주저하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신뢰할 만한 양육기관이 적고, 과도한 사교육비로 많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며 우리나라 여성들과 비슷한 답변을 했다. 1일 한양대 대학원 유정균(36) SSK 다문화사업단 연구원의 박사 논문 ‘혼인이주여성의 출산력’에 따르면 혼인이주여성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의 수)은 2010년 1.74명에서 2012년 1.69명으로 줄었고 2014년에는 1.37명까지 떨어졌다. 2014년 우리나라 전체의 합계출산율은 1.14명이었다. 2012년부터 주요 가임 연령대인 25~34세의 출산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25~29세 혼인이주여성 1000명당 출산아 수는 2010년 83.1명에서 2012년 77명으로 6.1명 줄었지만 2014년에는 59.3명으로 2012년보다 무려 17.7명이나 감소했다. 30~34세의 경우 2010년 65.4명에서 2012년 70명으로 늘었지만 2014년에는 61.3명으로 8.7명이 줄었다. ●국내 열악한 양육 환경에 영향받아 유 연구원은 사는 지역에 따라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달라져 출산 역시 지역 특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문적으로는 ‘이웃 효과’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팍팍한 경제 사정이나 열악한 양육 환경으로 출산을 기피·연기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혼인이주여성들도 자연스레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상대적 소득수준, 소수자로서의 지위도 출산에 영향을 준다고 봤다. 몽골인 나와차델게르 알기르마(35)는 “몽골에선 가족이 한데 모여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데, 한국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3살까지 부모가 전적으로 길러야 해 맞벌이를 하기 너무 힘들다”며 “아이가 아프면 몽골에서는 가정 음식으로 치료를 하는데, 한국은 무조건 병원에 가서 의료비 부담도 꽤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교사로 일하며 형제의 필요성을 느껴 아이를 둘 낳았지만 주변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몽골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2.22명으로 우리나라(1.21명)보다 1명이나 많다. ●“출산 기피 않도록 제도적 지원 필요” 일본인 주부 와타나베 사치코(57)는 “일본은 아이가 12살이 될 때까지 지원금을 주고, 매일 3~4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양육비도 벌 수 있는데 한국은 다르다. 아이들을 믿고 맡길 양육기관의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맞벌이 부부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혼인이주여성의 출산율 상승은 국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계층적인 불리함이나 주변의 도움 부족으로 출산을 기피하거나 연기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