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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역은 가을도 봄이 되는 ‘청춘역’입니다…내리실 문은 낭만 오른쪽, 힐링 왼쪽입니다

    이번 역은 가을도 봄이 되는 ‘청춘역’입니다…내리실 문은 낭만 오른쪽, 힐링 왼쪽입니다

    강원도 춘천은 낭만의 도시다. 서정적 호수(의암호), 고불거리는 강(소양강), 강 따라 흐르는 철도(경춘선), 심지어 ‘봄내’라는 이름까지. 온갖 낭만적인 요소는 모두 가졌다.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은 노래 ‘춘천 가는 기차’(1989)에서 지친 일상을 떠나 춘천으로 향하는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무작정, 정말 그리하기 좋은 곳이다. 춘천은. 시간은 30여년도 더 지나 기차는 전철로 바뀌었고 근사한 ITX고속열차도 생겼다. 하지만 구불거리는 북한강도 강촌역도 여전히 꿰고 다니니 추억을 곱씹거나 없었다면 새로 새길 수 있다.책 한 권이 있다면 더욱 근사하다. 이왕이면 춘천에 관한 책이면 좋겠다.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도 좋고 이외수의 책도 어울린다. 김유정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인 소설가 전상국이 쓴 ‘춘천 사는 이야기’나 봄봄의 후편 격인 ‘다시 봄봄’ 등이 좋을 듯하다. 차로 가도 나쁘지 않다. 막혀도 고작 두어 시간이다. 과정도 목적지도 좋으니 만추와 조동이 스치는 계절에 뭔가 로맨틱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춘천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곳은 늘 봄처럼 낭만적이니 말이다. 춘천의 춘(春)은 젊음과 낭만을 상징하는 게 맞다. 청춘이라지 않았던가. 차창 밖으로 스미는 나른한 오후 볕에 깜박 잠이 든대도 좋다. 춘천이 종착지다. 철 바퀴가 레일을 지치는 리듬이란 꼭 엄마 뱃속에서 듣던 심장박동이나 이발소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 같아 퍽 잠이 온다. 풍물시장을 들를라 치면 남춘천역이 좋고 바로 소양강을 보고 싶다면 춘천역이 낫다. 춘천낭만시장(중앙시장)에도 가 봐야 한다. 총떡과 막국수 한 그릇에 비로소 여행 온 기분을 낸다. 총떡은 춘천에서 메밀을 얇게 부쳐 고기와 채소를 볶아 넣고 총구처럼 돌돌 말아 낸 전병이다. 매콤새콤하고 구수하니 이곳까지 와서 아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육림고개 역시 요즘 핫플레이스로 뜨는 지역이다. 이름의 유래가 된 육림극장이 있었고 값싸고 독특한 물건을 파는 오래된 점포와 식당들이 많았다. 막걸리를 파는 전집부터 신기술로 빛바랜 사진을 찍어 주는 사진관, 주인이 경상도 울진 출신임을 강조하는 미용실 등이 남아 있다. 서양식 레스토랑, 일식 주점, 근사한 카페들도 터주가 떠나버린 빈자리를 메우며 공존의 고갯길을 열어 놓았다. 낭만은 시장 안에도 깃들었다. 중앙시장에는 예의 전통시장 분위기에 매료된 젊은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점포들이 들어왔다. 장바구니 대신 빵을 사도 좋고 차를 마셔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부친 전이나 조잔부리를 챙기는 재미가 있다. 시장 옆은 명동이다. 춘천에도 명동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전기가 일찍 들어와 번쩍번쩍한 번화가를 거개 명동(明洞)이라 불렀다. 춘천에서도 유일한 시내가 ‘명동’이다. 이리저리 이어진 명동의 좁은 골목에 닭갈비거리가 버티고 섰다. 오늘날 ‘춘천닭갈비’의 명성을 있게 한 곳이다. 여기서 갈비란 늑골 부위를 이르는 게 아니다. 고기 하면 으레 갈비를 최고로 꼽던 시절에 닭을 썼대서 닭갈비다. 돼지갈비만 못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역 대표 메뉴로서 위상을 단단히 수성하고 있다. 요즘이야 철판에 닭고기와 양배추, 고구마, 당면 등을 넣고 볶아 먹는 형식이 대표적이지만 사실은 연탄불에 닭갈비와 살코기 부위를 구워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 소양강댐이 건설되며 많은 외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여기저기 소문을 낸 것이 전국적 명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종류도 다양해져 요즘 춘천에는 숯불닭갈비와 철판닭갈비, 뼈 있는 것, 없는 것 등 다채로운 식문화가 생겨났다.시민들에게나 관광객에게나 춘천의 대표적 낭만 스폿 중 하나는 공지천이다. 이른 아침 운동 코스로도 좋고 야경을 감상하는 저녁 산책 코스로도 딱이다. 공지천을 지나치자면 살짝 커피향이 느껴진다. 6·25전쟁 당시 참전한 에티오피아군 기념탑과 기념관이 이곳에 있어, 예가체프로 유명한 에티오피아산 커피 원두 또한 어느 곳보다 춘천에 가장 먼저 상륙했다.이곳엔 1968년 개업, 국내 최초로 로스팅한 원두커피를 팔아 온 집이 있다. ‘이디오피아 벳(집)’이다. 6·25전쟁 참전을 기념해 세운 커피집으로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팔고 있다. 공지천 강물에 반쯤 걸터앉은 이 클래식한 분위기의 커피숍은 커피 마니아들의 순례 코스일 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황제와도 연관 있는 곳이다. 1968년 에티오피아 황제가 춘천 공지천 참전기념탑을 방문한 후 양국 간 문화교류를 위한 ‘이디오피아 벳’이 생겼다. 커피 원두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는 황실에서 사용하는 원두를 이곳에 보내왔고, 덕분에 무려 53년 전에 로스팅 원두커피를 서울도 아닌 춘천에서 마실 수 있게 됐다. 과연 오리지널이다. 맛있고 향기롭다. 창밖으로 보이는 춘천 풍경은 뜨거운 커피를 더욱 맛나게 한다. 6·25전쟁에 에티오피아군이 참전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놀랍다. 그저 터키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16개국 중 하나려니 했다.(물론 그중 룩셈부르크와 그리스, 콜롬비아, 태국은 생경하다.)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칵뉴 부대가 주인공이다. 현지어로 ‘적을 섬멸한다’는 뜻의 칵뉴부대는 1951년 5월 7일 한국에 도착해 총 253번의 전투를 치렀다. 와중에 전사자 121명에 536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진 바 없고 단 1명의 포로조차 허용하지 않은 ‘무적의 전승 부대’였다. 중동부전선(철원~양구) 등에서 무패 신화를 세우고 1956년까지 춘천에 주둔했다. 참전 군인 중에는 196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비킬라 아베베도 있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스러져 간 고마운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이름이 전사(戰史)와 업적, 유품과 함께 이곳에 남아 있다. 에티오피아 전통 가옥 형태로 지은 한국전참전기념관에 가면 자세한 사연을 확인할 수 있다. 공지천에는 커피 외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3대가 가업을 이어받은 노포 햄버거집이다. 햄버거가 3대라니. 라모스 버거는 MZ세대 관광객들로부터 춘천의 명물로 손꼽히는 수제버거집이다. 뉴욕치즈의 여신, 소양강버거 등 각각 특색 있는 버거의 맛이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 특히 치즈와 블루베리 소스의 조화가 인상적인 줄리엣버거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대면 로봇 서비스 역시 볼거리로 인기만점이다.춘천 중심부에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의암호가 있다. 강물 위에 우뚝 서 있는 ‘소양강 처녀상’이 랜드마크다. 의암호에는 스카이워크가 두 곳이다. 하나는 소양강 스카이워크, 또 하나는 의암호 스카이워크다. 시내와 가깝고 소양강 처녀상 옆에 자리해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길이 174m의 현수교 모양이다. 투명 바닥 구간만 무려 156m에 이른다. 아찔하니 발바닥이 근질근질 오그라들고 머리는 ‘손오공 머리띠’ 같은 것이라도 씌운 것처럼 저릿저릿하다. 공포의 10m 높이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며 걷는 기분이란 게 꼭 그렇다.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좀더 길다. 길이 190m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맑은 물을 바라보며 호숫가 바람을 실컷 쐴 수 있다. 의암호를 바라보며 예술과 더불어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KT&G 상상마당도 들러볼 만하다. 유럽의 여느 공원처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도심을 둘러봤으니 드라이브 삼아 외곽까지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더할 나위 없다. 춘천댐은 생각보다 넓지만 ‘춘천댐 매운탕골’은 의외로 가깝다. 행정구역은 ‘오월 1리’다. 또다시 봄의 기운을 발견했다. 춘천의 겨울은 습하고 싸늘하다. 뜨거운 쏘가리 매운탕이 절실할 때가 있다. 예닐곱 곳의 매운탕집이 몰려 있다. 송어회나 향어회도 판다. 집집마다 단골을 두고 오랜 시절을 영업해 온 집들이다. 이 중 동춘횟집은 쏘가리나 빠가사리(동자개)와 메기, 잡어 등을 매콤하게 끓여내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다. 매끌한 수제비와 함께 국물을 떠넘기다 밥을 말면 그 맛에 허기와 한기가 사라진다.배가 불룩 나오면 피부를 당기니 눈이 커져 전보다 훨씬 잘 보이는 모양이다. 중도에는 카누 카야킹과 웨이크보드 등 수상 레포츠 시설도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 강원도립화목원 등 관광지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니 함께 다녀보기에 딱이다. 이젠 내려가자. 여기도 낭만이 있고 봄이 있다. 남춘천역 인근에 ‘김유정역’이 있다. 원래 ‘신남’역이었는데 ‘봄봄’의 김유정이 살았던 실레 마을이 있던 곳이라 국내 최초로 인명을 딴 역명으로 고쳤다. 역은 2개다. 괄괄한 ITX청춘이 쏜살같이 내달리는 경춘선 역도 있고 지금은 폐역이 된 구 역사가 있다. 김유정역에서 내려 폐철로를 걷다 보면 인형의 집처럼 앙증맞은 김유정역이 나온다. 이 역사(驛舍)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역사(歷史)가 깃들었다. 신문 한 장을 모두 펴기에도 좁은 작은 역사 안에는 옛 열차시간표, 역무원 소품을 비롯해 추억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인근에는 김유정의 삶과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폐병에 걸린 춘천 태생 스물아홉 살 소설가는 운명하기 열흘 전 친구에게 편지를 남겼다. 가난과 병마와 싸우던 그는 소설 번역이라도 하겠다고, 그래서 돈이 생기면 닭도 사고 구렁이도 사서 삶아먹고 어서 나아야겠다고 썼다. 그러나 답장이 닿기 전에 김유정은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그의 작품엔 ‘나’와 ‘점순이’가 자주 등장한다. ‘봄봄’에도 나오고 ‘동백꽃’에도 있다. 주요 명장면을 조각으로 만들어놓았다. 점순이가 아직 키가 작아 시집을 못 보내니 클 때까지 일을 더 시키던 ‘열정 페이’ 봉필 영감(‘봄봄’)도, 괜스레 ‘썸타기 위해’ 애꿎은 닭싸움을 붙이던 또 다른 점순이(‘동백꽃’)도 정원을 지키고 있다. 신남마을 레일파크에 따뜻한 늦가을 볕이 한 가득이다. 책 모양 건물 옆을 지날 제 낙엽이 날고 있다. 분명히 가을인데 봄기운이 돈다. 기이하다. 봄내(춘천)골은. 시인 유안진은 말했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고.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이니까.”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옛날식 석쇠 닭불고기·뉴욕치즈 여신버거·감자빵… 강추! 춘천 8味■샘밭막국수=숯불닭갈비와 막국수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풍경맛집. 주차장도 널찍하고 실내공간도 넓어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적합. ■이디오피아 벳=정통 에티오피아 원두 로스팅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 직접 내리는 드립커피① 한잔에 공지천을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곳. 무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원조숯불닭불고기=옛날식 석쇠 닭불고기(②닭갈비)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노포. 뼈의 유무와 내장과 살코기, 오돌뼈 등 다양한 부위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예전부터 춘천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한잔 코스로 인기를 이어 오고 있다. 숯불에 올린 신선한 닭고기가 전국 어디서도 쉽게 보기 힘든 맛의 세계를 선사한다. 춘천 아니랄까 봐 곁들이는 된장과 막국수도 전문점 정도는 한다. ■라모스버거=3대가 하는 햄버거 노포. 번부터 패티, 소스까지 수제로 만들어 다양한 테마로 즐길 수 있다. 치즈를 듬뿍 끼얹은 뉴욕치즈의 여신버거③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팔도실비집=애막골에서 전국 맛을 즐길 수 있는 실내포차. 대구 북성로 불고기부터 서울식 소불고기, 오징어숙회 등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동춘횟집=춘천댐 매운탕골에 위치한 민물고기 매운탕 맛집. 룸과 평상으로 구성돼 여유 있게 한끼 즐길 수 있는 곳. 송어회 등 회와 쏘가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잡어 매운탕이 있다. ■감자밭=감자와 똑같이 생기고 속은 더욱 맛있는 감자빵④을 파는 집. 쫄깃한 겉에 부드럽고 진한 감자맛을 내는 소가 들었다. 실내외 카페 공간이 있어 한숨 쉬어 가기에도 좋다. ■동해막국수=남춘역 앞에서 오래 운영해 온 막국숫집. 메밀 함량 높은 막국수에 감자전, 묵 종류가 있고 춘천식 메밀총떡도 판다.
  • [정대화의 더 정치] 사회 갈등·양극화 풀자… ‘소통·협의·상생’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정대화의 더 정치] 사회 갈등·양극화 풀자… ‘소통·협의·상생’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인류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일까 전쟁의 역사일까?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 패러다임의 역사라는 말을 추가하고 싶다. 역사라는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수많은 대립과 우여곡절을 거치며 복잡하게 전개되는데, 이 과정을 토머스 쿤의 말로 표현하면 역사란 하나의 패러다임이 형성돼 도전받고 무너지면서 다른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의 다수 인간의 인식과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특정한 인식체계, 가치체계, 행동 양식의 총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패러다임 간 대결의 극단적 형태 종교적 관점이지만 불교와 유교의 세계관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이고 지금도 그렇다. 서양에서도 기독교적 관점은 절대적 중요성을 가지며 그 안에서 천동설과 지동설이 패러다임 차원에서 대립했다. 물리학에서 뉴턴의 고전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혁명과 사회주의혁명, 정치 영역에서 왕권신수설과 민주주의론 등 패러다임의 대립과 발전의 사례는 많다. 그러므로 역사는 패러다임의 대결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며 전쟁은 패러다임 간 대결의 극단적인 형태이므로 전쟁의 역사는 곧 패러다임의 역사가 된다. 이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보자. 매우 가혹한 역사적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가 빨랐고 변화의 폭이 컸고, 그에 따른 패러다임의 교체가 매우 극심했다. 무엇보다도 외압이 강하게 작용했으므로 한순간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조선 후기의 거듭된 당쟁과 대규모 농민봉기, 외세의 침탈과 국권 상실, 식민지 억압과 독립운동, 해방에 이은 분단과 한국전쟁, 정부 수립과 독재와 민주화 등 급격한 전환기가 연이었다. 이렇게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이유를 탐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또 다른 전환의 문제에 집중하자.우리 현대사는 한마디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다. 조선 후기의 봉건적 유제가 청산되지 못한 채 망국의 길을 걸었고 식민지 지배의 유제가 청산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았다. 더구나 해방은 청산되지 못한 반제 반봉건의 과제 위에 분단 극복과 반독재의 과제까지 떠안았다. 막중한 4대 과제를 짊어졌으니 등이 휘어질 지경이었고, 사정이 이러하니 정의와 도덕보다는 불법과 반칙이 난무했으며 정상적인 사람들은 좌절했다. 75년 전 우리는 이런 악조건에서 출발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그래서 행복한가 그러나 전화위복이랄까 새옹지마랄까. 우리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달성했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쿠데타와 독재로 점철됐던 정치가 점차 민주화됐다. 그 결과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매우 드문 나라가 됐다.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고 케이팝과 한류로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단한 일이고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상전벽해의 반전을 실현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편안하고 안락하고 행복한가. 그렇지만 이 질문에 선뜻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해방 시점에서 짊어진 4대 과제 중에서 민주화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과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데다 그 그늘 또한 매우 짙다. 한반도 분단체제는 아직도 끝이 보이질 않고 반제 반봉건의 과제는 시효소멸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깊이 내장됐다. 그것이 최근의 양극화, 지역 불균형과 지역소멸, 자살률, 정치사회적 갈등과 같은 극단적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미어터지는데 지역과 시골은 사람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젊은이들은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기형적인 나라가 돼 버렸다. 이 모든 현상을 한반도 분단체제의 유산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분단 만능주의라거나 분단 환원론이라고 매도하지 말자. ●분단체제·반제국·반봉건 과제 해결해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선거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통상의 선거라는 것이 양극단을 배제하고 중간으로 수렴되는 경향성을 갖는 법인데 분단체제의 모순구조는 중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군사독재의 철옹성을 민주화의 염원으로 넘어선 것처럼 패러다임의 혁명적 교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1945년에 해방과 동시에 분단됐으니 2045년이면 해방 100년이자 분단 100년이 된다. 오스트리아, 베트남, 독일의 경우를 생각할 때 우리가 해방 100년이 되는 2045년을 분단 상태로 맞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국민적 각오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연방제 패러다임이 제기된다. 연방제는 한반도 분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남북한의 체제가 이질화되고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남북한이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남북한이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남한을 강력한 자치권을 갖는 남한연방으로 전환하고 그 후 남북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북한연방을 권고한 후 남한과 북한의 연방이 하나의 통일연방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때 적용되는 연방의 강도는 유연하고 탄력적이어야 한다. 남한연방이나 북한연방은 결합의 강도가 높아도 무방하지만 남북한이 만나는 마지막 통일연방은 연합 수준으로 충분히 강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연방제가 한반도 통일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국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방자치로는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과 참혹한 지역소멸을 막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정부와 정치권과 학계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지역분권을 주장했지만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이 엄존하고 지방이 중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시혜적 지역분권론으로는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므로 현행 지방자치제 아래서는 지역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이 권한과 재정을 갖는 자립적 지역분권이어야 하는데, 연방제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차제에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제도가 더 좋다고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우리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대통령제를 선택해서 70년 이상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 제도에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사회적 요구가 매우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제가 그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대신 사회적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합의를 촉진하는 내각제로 타협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더욱이 내각제 방식은 대통령제보다 남북한 통일에 더욱 유리하다. ●만고불변의 제도 없어… 새로운 상황 시작돼 제도는 역사적 산물이므로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는 만고불변의 제도는 없다. 상황이 바뀌면 제도가 바뀌고 해결책도 달라진다. 경제가 성장하면 배분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억눌렸던 요구가 분출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제약 없이 표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민주화가 됐는데도 사회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경제가 발전했는데도 양극화가 외려 심화되고, 도시의 발전이 지역의 소멸을 재촉하고,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발전주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협의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 딱 적기다. 상지대 교수
  • 김경호 경기도의원 “예산 집행률 50% 미만 사업 50개... 농업기술원 의지 부족”

    김경호 경기도의원 “예산 집행률 50% 미만 사업 50개... 농업기술원 의지 부족”

    경기도의회 김경호 의원(더민주·가평)은 지난 9일 경기도농업기술원을 대상으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예산 집행률 저조, 아쿠아포닉스 기술 보급 부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김 도의원에 따르면 농업기술원의 사업 중 집행률이 50% 미만인 사업은 총 50개 사업, 평균 집행률은 30.4%, 집행 잔액은 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행률이 저조한 이유로 코로나19라고 명시하였으나, 코로나 발생 후 이제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코로나 핑계를 대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도의원은 “농정해양위원회 위원들의 노력으로 농정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는데, 농업기술원은 이 예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예산 심의에서는 관성적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말고 불용액이 생기지 않도록 집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의 합성어로 물고기와 농작물을 함께 길러 수확하는 새로운 방식의 농업이자 어업인 아쿠아포닉스 보급 부진에 관한 질의도 이어갔다. 아쿠아포닉스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임과 동시에 농산물의 신선도와 안전성이 일반 재배 방식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농어업인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도의원은 “작년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 보급한 2개 업체의 경우 월매출이 1,200만원을 넘으면서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쿠아포닉스를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는 방안을 통해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 임채철 경기도의원 학교 조리실무자 등 차별-노동인권 문제 제기

    임채철 경기도의원 학교 조리실무자 등 차별-노동인권 문제 제기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임채철 의원(더민주·성남5)은 지난 12일 진행된 경기도교육청 교육과정국,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 경기도언어교육연수원, 경기도유아체험교육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학교현장의 차별과 노동인권 현주소를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임 도의원은 행감질의에 앞서 온라인 상에 공개된 조리실무사의 글 중 인용된 내용을 소개하며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도교육청 교육과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인권 문제와 차별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며 모두 발언을 했다. 임 도의원은 지난 2021년 7월 조원고에서 진행된 영어전문강사 신규채용건과 관련하여 “조원고에서만 2번의 채용절차를 거쳐 8년간 영어전문강사로 재직하셨던 분인데, 사전에 양식이 공개되는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전형에서 과락으로 탈락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특수교육지도사 배치와 관련해 “서울시와 비교해 경기도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수가 2배가 넘음에도 특수교육지도사의 수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보호받아야 할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교육적 방임상태에 있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늘 피곤한 김 부장, 오른쪽 상복부 통증 땐 지방간 의심하세요

    늘 피곤한 김 부장, 오른쪽 상복부 통증 땐 지방간 의심하세요

    10여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50대 직장인 A씨는 수년간 직장 신체검사에서 간 수치가 높고 지방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하지만 최근 열흘 전부터 쉽게 피곤해지고 식욕부진과 상복부 불편감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복부 초음파와 혈액검사에서 간 염증 수치가 높아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지방간염으로 진단받았다. 40대 B씨는 건강검진 때 간효소 수치가 정상치의 2배 이상 높게 나와 병원 소화기 내과를 찾았다. 평소 술을 잘 하지 못해 일주일에 한두 차례 맥주 1~2병 정도 마시는 게 고작이었다. 다만 잦은 야근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못해 최근 1년 사이 몸무게가 6㎏ 가까이 늘어난 게 마음에 걸렸다. 여러 검사에서 간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원인을 찾지 못했으나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에서 간에 상당량의 지방이 확인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비만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 높아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많이 축적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간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이는 경우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과음과 대사증후군이 꼽힌다. 그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김강모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음으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를 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계속 음주를 하면 지방간이 더욱 악화하고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돼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에게서는 간암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무엇보다 과다한 음주가 원인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근 2년간 주당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의 경우 소주잔 21잔 정도인 210g, 여성은 14잔인 140g을 초과했다면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몸에 흡수된 알코올은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알코올이 분해될 때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에 독성 작용을 한다. 결국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라 할 수 있다. 지방간의 80%는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과도한 음식 섭취 등으로 간 내에 중성지방이 쌓이면서 생긴다. 대부분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단순히 지방만 끼어 있는 상태에서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지방에다 염증 반응까지 보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일으키고 일부에서는 간경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대략 일반인의 경우에는 30% 이상, 비만한 사람의 경우에는 60% 이상까지 보고된다. 전대원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갖는 문제는 일부에서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사람이 심혈관계 질환을 함께 앓는 확률도 높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질환의 문제를 넘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방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효과적인 약물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지방간과 관련된 요인들, 이를테면 당뇨와 비만, 복용 약물 등에 따른 원인을 치료하고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생활양식의 변화, 비만인구 증가 등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간에 염증이 없이 지방만 들러붙은 단순 지방간에서부터 염증으로 간세포가 손상되는 지방간염, 복수나 황달 등이 나타나는 간경변증까지 질환의 정도는 다양하다. 김승업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부분 가벼운 지방간에 해당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지방간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쉽게 피로하고 전신 권태감이 있거나 오른쪽 상복부에 통증이 나타나면 간이 우리 몸에 보내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지 의심하고 반드시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술을 끊고 충분히 휴식하면서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면 간 기능이 회복될 수 있지만, 잦은 음주에는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40세 전후가 되면 취기가 오래 남거나 취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람이 많다”면서 “잘못된 음주 습관이나 복잡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이나 다른 장기에 질환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간 보조식품·생약제 등 너무 믿지 말아야 특히 습관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의 90% 이상에서는 지방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는 반면 음주를 지속할 때는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단순 지방간과는 달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10~15% 정도에서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형준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간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일부에선 피로감, 전신 권태감, 오른쪽 상복부의 불편함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면서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져 있어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에 더 취약하고 B형 간염 등과 같은 바이러스간염 환자 등도 적은 양의 알코올에 심각한 간 손상이 올 수 있어 무엇보다 과음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간을 지키는 3가지 생활수칙으로 우선 불필요한 약이나 건강보조식품, 생약제를 주의하라고 지적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간 보호제나 숙취해소용 식품들은 보조제일 뿐 간의 손상을 근본적으로 예방하지 못한다. 평소 금주 또는 절주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간에 휴식시간을 주면서 간 손상을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개인 간 주량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음주 문화도 필요하다. 술에 의한 간 손상은 유전적인 차이, 성별, 간질환 유무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며 간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 원시·현대 만났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

    원시·현대 만났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

    코로나19로 그간 잔뜩 움츠러들었던 미술계도 ‘위드 코로나’ 이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선은 9일부터 아프리카 작가 3인이 그린 이국적 세계를 차례로 펼치며 설레는 마음을 간질인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을 담은 이번 ‘포커스 아프리카’ 전시회에선 카메룬 출신 조엘 음파두(65)와 탄자니아 출신 헨드릭 릴랑가(47), 에드워드 사이드 팅가팅가(1932~1972)의 작품을 선보인다. 9일 음파두를 시작으로 30일부터 릴랑가, 12월 21일부터 팅가팅가의 그림이 전시된다. 전 세계 다양한 도시를 경험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한 음파두의 그림은 자유분방하다. 유럽풍 일러스트레이션 같지만 그는 아프리카 조각의 조형성과 특유의 낙서화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선 인간의 목을 길게 그리거나 몸통을 직사각형으로 표현해 회화의 평면성을 거스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하학적 특성이 강한 아프리카 전통 조각의 모습을 염두에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란한 색채, 간결한 선을 가진 릴랑가의 그림은 화려하고 경쾌한 꿈을 닮았다. 언뜻 팝아트나 스트리트 아트 같기도 하다. 그림 속 사람들은 함께 대화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자신이 낳은 아이 넷에 버려진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작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데 인생의 따스함이 있다고 본다. 캔버스와 물감이 아닌 색다른 재료를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팅가팅가는 35세에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새 길을 개척해 왔다. 버려진 공사장 합판과 자전거용 에나멜 페인트도 그에겐 미술 도구였다. 그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상징인 야생 동물과 사바나의 경치를 화폭에 담았는데, 이는 ‘혁명’으로 평가받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강한 탄자니아에선 동물 그림이 우상 숭배의 일환으로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은 태고의 자연과 아프리카 다양한 종족의 문화를 토대로 현대적 미술 양식을 버무리고 있다. 아트스페이스선은 “독특한 창의성과 놀라운 터치 속에서 아프리카 미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 10월 라면값 13년 만에 최대폭 올라… 김장철 소금값 23.9% ‘쑥’

    10월 라면값 13년 만에 최대폭 올라… 김장철 소금값 23.9% ‘쑥’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면 가격이 약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김장철 도래로 소금 등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가격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11.0% 올라 2009년 2월(14.3%) 이래 1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오뚜기와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가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줄줄이 출고가를 인상한 영향이다. 국수도 19.4% 올랐고 비스킷(6.5%)·파스타면(6.4%)·스낵과자(1.9%) 등도 덩달아 가격이 상승했다. 소금 가격은 1년 전보다 23.9% 올라 지난달 가공식품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장철을 맞아 절임 배추용 소금 수요가 늘면서 8월(14.6%)과 9월(18.0%)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 감에 따라 향후 가공식품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곡물·유지류·육류 등 주요 식량 품목의 국제 가격을 지수화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달보다 3.0% 상승한 133.2포인트(2014∼2016년 평균=100)로 집계됐다.
  • [데스크 시각] ‘경제 대통령’ 후보는 누구인가/김미경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경제 대통령’ 후보는 누구인가/김미경 경제부장

    “식당을 여는 것도, 망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입니다. 정부가 왜 그걸 개입합니까.” 그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서울에서 10여년째 양식당을 경영해 온 A사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언급한 ‘음식점 허가총량제’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 뒤 “처음으로 대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개 자영업자이나 잘못된 건 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다행인가. 사상 초유의 ‘비호감’ 대선에서 한 후보의 경제 관련 공약에 대한 ‘지적질’이라도 듣게 됐으니.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만나는 사람들은 ‘누가누가 더 비호감인가’ 성토하다가 싸우기 직전 대화를 멈춘다. 그러다가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으로 화제를 옮겨 이야기꽃을 피운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분위기를 타고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마다 경제 관련 정보 공유가 봇물을 이룬다. 부동산값에 물가에 대출금리도 오르니 속은 타 들어간다.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 경쟁보다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선 단일 후보나 예비후보들의 경제 살리기 공약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실종’ 수준이다. 일찌감치 여권 단일 후보가 된 이 후보는 음식점 허가총량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부동산감독원 신설 등을 내놓았지만 선심성에 ‘아니면 말고’도 많아 의구심만 낳고 있다. 야권 예비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는다. 그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백신 접종률 제고에 따른 단계적 일상회복은 방역뿐 아니라 민생 살리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소외계층은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렸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프리랜서, 청년층 등의 한숨은 늘어 가는데 이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감 능력은 안 보이고 재래시장 등을 누비며 소시민들과 악수만 하기에 바쁘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연루설이 나오는 ‘대장동 사태’에, 후보 가족의 각종 투기 의혹에 경제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쯤 되면 국민은 후보들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위기 상황 속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 후보야말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후보 아닐까. 밖으로도 눈을 돌려 보자. 전 세계 국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일자리 창출 등 각종 부양책은 물론 미래 먹거리와 첨단기술 개발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화두로 떠오른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대책,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술·통상 정책 등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취약해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13%에 가까운 손실을 경험할 수 있다”(요나스 올덴홀드 스위스리 한국지사장)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이 와중에 미중 간 가열되고 있는 기술 패권 및 공급망 경쟁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경제는 단순히 ‘생산·분배·소비’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안보’로 직결된다. 글로벌 경쟁 속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안보’를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 논의에 이어 최근 출범한 경제부총리 주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도 해법을 찾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특허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특허청의 김용래 청장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은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고, 동맹국 간 핵심 기술 선점과 기술 블록화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위험할 수도,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대선 후보들로 돌아가자. 위드 코로나 시대 민생과 경제안보를 모두 잡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 [열린세상] 몸이 마음에게/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열린세상] 몸이 마음에게/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낙엽이 가을과 겨울 사이를 스친다. 빨간 벽돌 처마 아래로 투명하게 흩어진 소나기가 흐른다. 식은 커피 위로 웃는 하늘이 드리운다. 구슬비가 귀를 꾀어 몰래 눈을 가렸나. 그가 어느새 나뭇잎에 양념을 뿌리고 갔나. 문질러져 있던 저 먼 낙엽이 덜컥 내 마음 위로 내려앉는다. 말간 세수를 한다. 양말을 치켜 신고 외투를 덮어 입고 길을 나선다. 첫 번째 마을버스를 탄다. 라디오를 켠다. 벌써 열 달을 보내고 두 달이 남았다. 남은 올해 동안 백만장자의 부를 쌓는다 해도 올해 가장 잘한 일은 아침 운동을 시작한 것이리라. 이윽고 혼자만의 새벽을 마련했다. 잠든 강아지도 기척에 깨지 않는 가만한 시간. 움직이는 것은 마른 시곗바늘뿐. 매일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 맨얼굴과 벌거벗은 몸으로 만났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어떻게 말을 걸어 볼까.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색한 시간과 망설이는 침묵만 머물렀다. 비싸고 좋아 보이는 선물을 내밀어 보기도, 대신할 이를 찾아 친밀함을 갈구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무력하고 피곤한 관계만 먼지처럼 쌓여 갔다. 차곡차곡 마음은 산화됐다. 붙잡았다. 전신 거울로 방을 만들었다. 다가갔다. 또 다가갔다. 향해 걸었다. 또 걸었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거리를 반복할수록 감춰 왔던 모습이 보였다. 울고 난 얼굴, 쪼그라든 어깨, 구겨진 마음, 굽어진 다리. 그것은 나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는 것은 잡히지 않고, 아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저 울어 버리는 나였다. 떨리는 두려움을 쥐어 멈추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것이 나를 무작정 울도록 쪼그라들도록 구겨지도록 굽어지도록 만들었다. 눈물을 씻었다. 운동화 끈을 묶었다. 운동 전문가를 찾았다. 탄탄한 근육질의 트레이너는 나를 거울 앞에 우두커니 세우고 말했다. “거울에 보이는 분이랑 친해지셔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 달라지는지 매일 비춰 보세요.”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 사방이 비춰졌다. 그리고 그는 응당 그런 모습이어야 하는 몸의 모습을 제 몸으로 친절히 설명했다. 곧이어 짧아진 근육을 길게 펴는 동작을 알려 줬다. 발을 구르거나 무거운 중량을 드는 것도 아닌데 발목, 무릎, 어깨, 팔꿈치, 허리 등 사지가 흔들렸다. 주저앉아 땀을 닦고 물을 마셨다. 다시 또다시. 날마다 반복했다. 동작이 제법 몸에 익을 때쯤 중량을 걸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폼이 좀 났다. 무게를 더 높게, 속도를 더 빨리, 횟수를 더, 오버했다. 즉시 허리 부상으로 이어졌다. 부상이 반복되던 어느날 트레이너는 내게 말했다.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하다 보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 없어요. 운동의 진짜 목적은 좋은 몸매가 아니라 내 몸과 친해지면서 나를 사랑하게 되는 거예요. 내가 뭘 먹는지, 어떻게 걷고 숨 쉬는지, 얼마나 자는지 매일 체크하면서 나한테 대화를 거는 겁니다. 무거운 것을 들고 관절을 무리하게 쓰고 운동하는 게 결코 강한 게 아닙니다. 부드럽게 동작을 이어 가면서 리듬을 타며 즐기는 거, 그게 강한 거예요. 강해지려고 애쓰지 마세요.” 날마다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했다. 하루 한두 끼 챙겨 먹던 식습관이 세 끼로 바뀌니 야식을 먹지 않게 됐다. 다음날 운동을 하기 위해 술도 덜 마시게 됐다. 목표하지 않았다. 하다 보니 됐다. 몸을 비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비췄다. 어깨와 등을 펴고 갈비뼈를 조였다. 고쳐 서고 고쳐 걸었다. 매일 운동 후 몸의 사진을 찍었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내게 주어진 순간들에 공을 들였다. 닿지 않았던 거울 속의 나를 보듬고 안고 손깍지를 꼭 끼었다. 차 한 입, 밥 한 술, 술 한 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말하고 귀로 듣는다. 내 모습을 보고 내 마음을 읽고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내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살아 있는 동안의 양식이다. 좋은 책이, 사람이, 재산이 아닌 나의 말, 느낌, 생각, 움직임이 나를 이룬다. 수신되지 않는 라디오라면 안테나를 세워 보자. 더 높고 더 곧게. 시곗바늘이 따라 걸을 것이다. 귓가에 멋진 음악이 흐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첫차를 탄다. 라디오를 켠다.
  • 이주여성은 불쌍하다는 생각, 차별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주여성은 불쌍하다는 생각, 차별은 그렇게 시작된다

    재난도 불평등하게 찾아온다. 5차까지 지원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제외됐다. 영주권자와 결혼이주여성들만이 재난 지원 대상이었다. 클럽과 대형 스파에 나붙은 ‘외국인 입장 제한’ 공지는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공식화했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재부상) 속에서 ‘미투’ 물결에 적극 목소리를 냈던 이 땅의 이주여성들에게 코로나19는 어떤 의미였을까. 14년째 이주여성 인권 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와 베트남 출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 부산의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를 이끄는 김나현 센터장을 만났다. 재난 속 차별이 심화되는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목도한 두 사람이다. -코로나19가 소수자들에게 더 가혹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많죠. 이주여성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김나현(김) 처음에 저희가 소통할 수 있는 창이 없어서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뉴스에서 관련 소식들을 전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예방 수칙이 나오는데 모두 한국어로만 돼 있거나 많이 나오면 3개국어(한국어·영어·중국어) 수준이거든요. 다른 국가들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정보를 알 수 없는 거죠. 저희 링크에서 15개 언어로 된 예방수칙 포스터를 손 빠르게 번역해서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 배포했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 찜찜함이 있었어요. 이주여성들 가운데는 정보에 잘 접근하지 못해서 영원히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아직까지 이주민에 대한 정보 지원 체계 자체가 없어서 생긴 문제라는 생각이 들고요. ‘코로나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상당수 이주민들이 제외됐는데요.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 이외 다른 이주여성들은 받지 못했으니까요.허오영숙(허오) 저희가 지난해부터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방역 물품을 나눠 드리고,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1700가구를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했어요. 서로 연결돼 있으면 정보를 듣고 생계비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못 얻는 분도 많아요. 한국은 한국어 단일 사용 사회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에 대한 민감성이 별로 없는데, 코로나 같은 강력한 전염병을 맞이해서 모든 이주민들이 최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민관이 협력해 홍보하는 노력들이 굉장히 중요해요. 또 하나, ‘돌봄공백’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데요.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민끼리 구성된 가구에서도 보통 여성들이 아동에 대한 교육이나 보호를 하게 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갑자기 학교에 안 가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이 되면 관련 정보를 이주여성들은 선주민 부모들만큼 빠르게 접할 수가 없죠.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아이들 학습 능력이 빈부에 따라서 격차가 날 거라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주민들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어요. -지난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는 이주여성의 폭력피해에 관한 판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출신국에 근거한 차별, 언어 장벽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한국에서 이주여성을 향한 폭력은 왜 일어나며 그 양상은 어떠한가요. 허오 한국은 여성 폭력이 굉장히 용인되는 사회죠. 대형 강력 사건을 보면 대부분 여자를 죽인 사건들이에요. 특히나 저개발 국가에서 온 이주여성들에 대해 국가 간 빈부격차를 두고 개인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같은 동포를 두고도 재미동포는 좋아하고, 재중동포는 싫어하듯이요. 기본적으로 천민자본주의적인 시각이 있고요. 그래서 폭력 가해자들이 굉장히 동물적인 감각으로 피해자의 약한 고리를 잘 찾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미등록체류자니까 ‘어디 감히 신고하겠어’라는 생각, 이미 제도화돼 버린 중개업을 통한 국제 결혼을 보고 ‘함부로 해도 될 거야’라는 식의 생각이 맞물려서 (폭력이) 작동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김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더 만만해 보이는 거죠. 링크에서 이주민 대상 의료상담을 많이 하는데요. 한국인 남성이 전화해 태국 여성들의 지인이라면서, 의료상담을 해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을 이용하면 의료비 감면을 받을 수 있거든요. 같은 남성이 여러 명의 태국 여성들과 관련해서 상담해 오는 걸 보니까 일종의 (불법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허오 태국에서 한국에 90일 비자로 들어와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형태가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돼 있거든요. 작년에 태국에서 브로커를 통해서 한국에 입국한 여성이 미등록체류자가 되고, 알선업체에서 성매매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경찰 단속을 피하려다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린 여성이 있었거든요. 굉장히 크게 다쳤고요. 저희가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서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이유는 이주여성들이 사증면제나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일하는 게 불법이거든요. 그러니까 성매매 강요 같은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 단속이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는 거죠. 알선 브로커가 있는지, 인신매매적인 성격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그런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례를 쌓을 수가 없어요. 예술인비자(E6)처럼 한국 정부가 내준 합법적인 체류 자격으로 왔다가 외국인 전용 클럽이나 성매매 업소로 넘어가는데 어떤 면에서는 국가가 그걸 용인하고 있는 거죠. 미등록체류자 입장에서 성폭력을 신고하려면 한국을 떠날 준비가 같이 되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고요. 범죄 피해자인 경우 수사기관에서 출입국관리소에 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가 생겨났지만 피해자를 옆에서 돕는 다른 이주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단 말이죠. 그럼 누가 도와주겠어요. -2015년부터 한국에서 페미니즘 리부트가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주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나요. 김 나라마다 젠더 감수성이라는 게 다른 거 같아요. 한국은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서 직접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시기라면 사실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같은 건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캄보디아에서 온 농업 이주여성들은 나이 많은 사업주 남성이 살짝 터치한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제3자가 봤을 때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인데도 감수성이나 인지하는 높낮이가 다른 거죠. 어렸을 때부터 받고 자란 국가의 교육 체계나 문화가 달라서 민감성이 달라요. 허오 제도가 조금 바뀐 거 같고요. 저희가 2018년에 이주 여성 ‘미투’를 진행하면서 제도적으로 주장한 것들이 있어요. 고용허가제 사업장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했을 때 사업장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다든지, 사업장 점검을 하거나 정부가 운영하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 등에 성폭력 전담 인력을 둔다든지 하는 제도적인 변화들은 있었어요. 개별 사건에서는 판결이 약간 전향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강간죄의 구성 요건 가운데 ‘폭행·협박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있잖아요. 근데 피해자가 순간 너무 얼어 가지고 폭행·협박이 없이도 강간 피해를 입어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적이 있는데, 대외적으로 ‘미투’가 활발하던 2심 때는 유죄가 나왔어요.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 이주여성들한테까지는 천천히 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종, 젠더 같은 이주여성들이 놓인 교차적인 차별의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차별금지법이 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봐요. 이어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소수자를 차별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요. 또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들을 잘 살펴서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한국어 교육 같은 초기 정착을 위한 지원엔 반대하지 않지만 경제적 지원들에 있어서는 소득 같은 다른 능력들을 살펴서 해 주는 거죠. ‘이주민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지원한다’는 정책이 또 다른 편견을 키운다고 봐요. 허오 일단 결혼 이주 여성과 관련해서는 한국 남성들에게 기대어서 체류를 가능하게 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민비자(F6)로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나눠서 부부가 동거 중일 때(F6-1), 아이를 양육할 때(F6-2), 이혼이 자기 책임이 아닐 때(F6-3)로 개인 사생활로 나눠서 관리하는 것들이 강력한 가부장적인, 남성 혈통 중심적인 정책으로서 이주 여성들을 옥죄거든요. 한국의 일반적인 인식에서 이주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여성상을 아웃소싱해도 되는 것처럼 보여지게끔 국가 정책이 되어 있다고 하는 건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사회적으로 예를 들면 비닐하우스를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로 제공한다거나 하는 것도 선주민들한테는 안 할 거 같거든요. 지난해 제가 전남 여수에 갔을 때는 김 양식 등을 하는 가두리 양식을 하면서 바다 위에 지은 창고에 살게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대부분 남성들이었는데, 선주민이면 그렇게 대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정부와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 이주노동자를 데려오는 합법적인 시스템 안에서 그런 주거를 기숙사로 인정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저개발국가에서 온 노동력들은 이렇게 다뤄도 된다’라고 정부가 지침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국이 세계 경제 10위권이고 선진국이 됐다고 자랑도 하는데,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어요.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하나는 “이주여성들을 쉽게 소수자로 일반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정책 시혜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로만 짐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주여성에 관한 폭력 문제를 얘기하면 이주여성 모두를 불쌍한 존재로 봐요. 선주민 여성들도 안전한 이별을 하지 못해 맞아 죽는 상황이지만, 이주여성들은 한꺼번에 폭력 피해자가 되고 한국인 여성들은 개별로 보는 거죠.”(허오 대표) seulgi@seoul.co.kr
  • 전남 신안군, 강력한 ‘인권기본조례’ 만든다

    염전 노예 오명을 받고 있는 전남 신안군이 강력한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한다. 신안군은 “신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퍼플섬 반월·박지도가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하는 세계관광 우수마을 대한민국 후보마을에 선정되는 등 1004섬 신안군의 이미지를 높이는 경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신안군민과 지자체가 한마음으로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군은 “하지만 관내 일부 사업장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사건으로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신안군의 긍정 이미지가 무너지고, 심지어 아무 죄 없는 군민들이 일부 네티즌에 의해 공범처럼 취급당하는 역차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군은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그 누구도 해석과 적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신안군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군은 인권기본조례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주민’의 범위를 신안군에 주소를 둔 사람은 물론 거주를 목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 신안군에 소재하는 사업에 종사하거나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사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권조례에 따라 주민의 범위가 확대되면 그동안 인권침해 감시망의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염전이나 양식장, 농장 등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타 지역 주민, 장애인 등도 ‘인권보호 그물망’에 포함돼 실질적인 인권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군은 또 지자체의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받는 사업장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전액 환수 조치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제재 조항까지 검토하고 있다. 군은 인권조례에 신안군 인권위원회 설치, 신안형 인권지수 계발, 인권백서 발간, 인권교육 시행 등의 내용도 담을 방침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1004섬 신안은 현재 1도(島)1미술관, 1도1꽃 가꾸기로 세계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로 ‘태양광 복지연금’을 받는 누구든 와서 살고 싶은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인권기본조례를 만들어 누구나 와서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공동체로 가는 인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군은 ‘신안형 인권시책’을 만들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사례까지 조사, 분석한 것은 물론 국내 인권 관련 기관과 활동가들의 조언을 정리해왔다. 군은 ‘인권기본조례’를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신안군의회 제2차 정례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 부산국제수산엑스포 내일까지

    부산국제수산엑스포 내일까지

    아시아 3대 수산 전문 무역박람회 ‘2021 부산국제수산엑스포’가 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사흘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세계 20개국 420개사가 1200개 부스를 마련하고 각종 수산식품과 수산기자재, 스마트양식시스템 등을 전시한다. 부산 연합뉴스
  • 부산국제수산엑스포 내일까지

    부산국제수산엑스포 내일까지

    아시아 3대 수산 전문 무역박람회 ‘2021 부산국제수산엑스포’가 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사흘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세계 20개국 420개사가 1200개 부스를 마련하고 각종 수산식품과 수산기자재, 스마트양식시스템 등을 전시한다. 부산 연합뉴스
  • “과거 권위 벗어나 장르 융합… 전북서 서예의 세계화 물꼬 튼다”

    “과거 권위 벗어나 장르 융합… 전북서 서예의 세계화 물꼬 튼다”

    “21세기는 모든 문화·예술이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따라 제3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서예문화 역시 쇠퇴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탈출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서예문화 개혁의 선구자 송하경(82·강암서예문화재단 이사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예는 결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 된다”며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해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향인 전북 김제로 돌아와 집필활동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 중인 송 교수는 “서예는 정체된 권위에 의해 자기소외를 자초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전통과 첨단의 융합, 열린 사고, 대중 친화적 변화를 서예 발전의 새로운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가치의 경계, 과거의 권위, 장르 간 구분을 무너뜨리고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창작하는 ‘신서예문화정신’을 강조한다. 서체와 법첩에 얽매여 답습하는 전통서예 학습방법도 타파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송 교수는 “어떤 변화와 융합도 허용되는 열린 마음의 신속미(新俗美)적 서예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신서예정신의 견인차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송 교수와의 일문일답. 세계인 즐기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초대 조직위원장을 지냈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어느덧 13회를 맞았다. 예향 전북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1980년대 후반 서예협회 창립으로 한국서단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일대 개혁이고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예인구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대한 관심도 적었다. 동아시아 문화의 핵심인 서예를 대중에게 알리고 발전을 이어 갈 수 있는 계기가 절실했다. 1997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국내외 서예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대회 문화행사의 하나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 단일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권위 있는 행사로 발돋움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북을 문화 중심지로 내세울 수 있는 매우 뜻깊은 행사다. 서예가 없으면 동아시아 기록문화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독보적인 행사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은 행사 초창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여서 훌륭한 작가들이 앞다퉈 참여하기를 원할 정도였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에 미친 영향과 성과는. “서예문화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참가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해지면서 아시아권 문화로 인식돼 온 서예의 전통과 문화적 배경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성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시대정신을 반영함과 동시에 앞서가며 서예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성장하고 있어 서예의 창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규모의 문화행사를 지자체가 주도해 이끌어 왔다. 국가적인 행사로 승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는 기획이 필요하다. 집중적인 조명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개혁의지가 강하고 영향력 있는 조직위원장을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기반으로 문화의 격을 높이고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은. “우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유명한 학자·예술가는 돈을 들인다고 나오지 않는다. 타고난 천재성, 살아 움직이는 천기를 가지고 나와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유하는 예술가를 내치거나 깎아내리지 말고 세계적인 인물로 키워내야 한다. 또 추사, 김생, 창암 등 큰 인물별로 서예정신을 집중 조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가길 바란다. 서예는 학술을 수반해야 하는 만큼 이 또한 중심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가들만의 축제로 인식될 우려가 제기된다. “21세기는 ‘대중’에 의한 ‘대중지배’의 ‘대중문화시대’이다. 서예가 소수의 인문학적 지식집단의 여기예술(餘技藝術)에 머물고 일반대중 감상자의 심미의식이나 심미기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면하기 어렵다. 서예도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순응하며 대중과 함께 역동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서예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신서예문화정신’이 요구된다.” 변두리 취급받던 고전서예의 새 도전 -‘신서예문화정신’이란 무엇인가. “열린 마음의 서예정신이요, 열린 조형의 서예정신이다. 지금까지 고전서예가 문장의 의미 전달과 서예가의 인격 표현으로서 기의활동(記意活動)에 중심이 놓여졌다면 신서예는 문자의 조형적 기표활동 및 역동적 유희활동도 주목한다. 신서예정신은 가독성과 일회성이 부정되지 않는 모든 양식의 서예활동을 포용하고 아우르고 긍정하는 입장에 선다.” -전통과 고전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인가. “신서예정신에서의 ‘신’은 전통과 고전을 새롭게 음미하고, 반성하고, 재해석하고, 창신하여 과거보다 더 참신한 방향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의미의 ‘신’이다. ”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21세기적 신서예정신은 과거의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전통적 고전서예에서 표현하려 하지도 않았고 표현하지도 못했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해 새로운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의 서예정신이다.” -전통적인 고전서예가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이유는. “문자 자수의 유한성, 서체변화의 무표정성, 필획운율의 고착성이 가장 큰 문제다. 문장내용의 난해성, 창작방법의 고루성, 심미표현의 단순성으로 전문예술인들이 매우 식상해하고 일반 대중들로부터는 소외당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보화 시대에 전통서예가 세계적인 예술로 재도약하는 게 과제다. “21세기는 동서양의 경계, 각 예술 장르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탈권위·탈중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순종보다는 잡종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서예문화도 이를 외면하고 거부하면 스스로 쇠멸과 소외를 선택하는 것이다.” 문화·장르 넘나드는 예술로 저변 확대 -열린 마음의 시대에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우선 가치문제에서 그 경계를 타파해야 한다. 경계 구분은 한낱 작가나 개인이 가지는 입장이나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어떤 서체와 누구의 서예가 더 가치 있고 더 아름답다든지 하는 시비와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 서예문화와 서예가는 과거의 전통이나 서법으로부터 한결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개성적이고 창의적이 될 것이다.”-형식과 서체를 중시하는 서예의 학습과정도 변화의 대상인가.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예·해·행·초 등 5체와 왕희지체 등 대표적인 법첩 속에 서예가가 되는 모든 길이 간직돼 있는 것처럼 떠받들어 오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초기 학습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하나의 참고서일 뿐이다. 예술의 창작은 이미 이루어진 기존의 것을 재현하고 반복하고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서예와 다른 문화와 융합이 가능한가. “서예가 과거의 전통적인 영역만 지키면서 순수성이라 내세울 이유도 없다. 서예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환상의 서예세계를 이루어 낼 수도 있고 구체적인 현실생활의 실용예술로 승화발전시켜 낼 수도 있다. 서예 영화와 드라마, 서예 소품·복식·음악 상품화, 위대한 서예가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 공모전도 가능하다.” -신속미적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열린 마음으로 이루어내는 열린 조형의 서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전통 형식의 전아미(典雅美)와 속미(俗美)가 조화를 이루고,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고금을 초월하는 서예를 말한다. 만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서예,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참된 서예다. 가장 특징 있는 서예로 영상서예를 꼽고자 한다.”
  • 제주 ‘핫플’...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두 번째 타워 오픈

    제주 ‘핫플’...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두 번째 타워 오픈

    롯데관광개발은 오는 29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두 번째 타워(850개 객실·레지던스 동)를 오픈한다고 2일 밝혔다.두 번째 타워가 오픈하면 지상 38층(높이 169m)에 전체면적 30만 3737㎡에 이르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K패션 전문 쇼핑몰인 ‘한 컬렉션’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드림타워 카지노’와 함께 1600개 객실을 보유한 국내 첫 도심 복합리조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동안 리조트는 1개 동(750객실)만 운영해 왔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관계자는 “위드코로나 분위기와 함께 이번 두 번째 타워 오픈을 계기로 더 많은 고객들이 방문할 것에 대비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1600개 전 객실 가동에 맞춰 38층 ‘포차’에서는 오는 15일부터 제주 딱새우와 푸른콩 된장국 등 제주식 한식과 서양식 세트 등 프리미엄 조식을 새롭게 선보인다. 또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얏트 클럽 라운지인 ‘그랜드 클럽’의 운영 시간도 대폭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박당 5만원의 리조트 달러를 제공하는 ‘리조트 달러 패키지’ 알리기에도 힘쓴다. 리조트 달러는 드림타워 내 14개 식음업장과 야외 풀데크 등의 부대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다.
  • ‘서예’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

    ‘서예’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

    “21세기는 모든 문화·예술이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따라 제3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서예문화 역시 쇠퇴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탈출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서예문화 개혁의 선구자 송하경(82.강암서예문화재단이사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서예는 결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며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해야 한다”고 밝혔다.송 교수는 ‘신서예문화정신’을 가치의 경계, 과거의 권위, 장르간 구분을 무너뜨리고 작가의 상상력 만으로 창작하는 서예로 정의한다. 전통서예가 떠받들어온 서체와 법첩에 얽매여 답습하는 학습방법도 타파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일정한 정형이 주어진 속에서 서예가 보다 발전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현과 소통을 중시하는 20세기 중반 포스트 모더니즘과 같이 서예 역시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깨어있는 일반대중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향인 전북 김제에 내려와 집필활동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 중인 송 교수는 “서예는 오랫동안 안일 속에서 서예문화를 주도하여 오다가 스스로의 정체된 권위에 의해 자기소외를 자초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전통과 첨단의 융합, 열린 사고, 대중 친화적 변화를 서예발전의 새로운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서예도 문자발명기의 ‘제1서예발상시대’, 종이와 활자 발명기 ‘제2서예전성시대’를 거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한 ‘제3의신서예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와 융합도 허용되는 열린 마음의 신속미(新俗美)적 서예를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의 신속미적 서예는 고루하지 않고 참신한 서예로 대중 친화적 서예의 미적 가치나 형식을 말한다. 진심·진정성으로 이루어지되 맵시 있고 단아하며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형식이다. 다음은 송 교수와 일문일답.-초대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어느덧 13회를 맞았다. 예향 전북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1980년대 후반 서예협회 창립으로 한국서단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일대 개혁이고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예인구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대한 관심도 적었다. 동아시아 문화의 핵심인 서예를 대중에게 알리고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절실했다. 1997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국내외 서예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대회 문화행사의 하나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첫발을 내딛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 단일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권위 있는 행사로 발돋움 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북을 문화 중심지로 내세울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행사다. 서예가 없으면 동아시아 기록문화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독보적인 행사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은 행사 초창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여서 훌륭한 작가들이 앞다투어 참여하기를 원할 정도였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계에 미친 영향과 성과는. “서예문화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참가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해 지면서 아시아권 문화로 인식되어 온 서예의 전통과 문화적 배경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성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시대정신을 반영함과 동시에 앞서가며 서예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성장하고 있어 서예의 창신을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규모의 문화행사를 지자체가 주도해 이끌어왔다. 국가적인 행사로 승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기획이 필요하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개혁의지가 강하고 영향력 있는 조직위원장을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기반으로 문화의 격을 높이고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은. “우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유명한 학자·예술가는 돈을 들인다고 나오지 않는다. 타고난 천재성, 살아움직이는 천기를 가지고 나와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유하는 예술가를 내치거나 깎아내리지 말고 세계적인 인물로 키워내야 한다. 또 추사, 김생, 창암 등 큰 인물의 서예정신을 조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야 한다. 서예는 학술을 수반해야 하는만큼 이또한 중심 역할을 해야한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가들만의 축제로 인식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21세기는 ‘대중’에 의한 ‘대중지배’의 ‘대중문화시대’이다. 서예가 소수의 인문학적 지식집단의 여기예술(餘技藝術)에 머물고 일반대중 감상자의 심미의식이나 심미기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면하기 어렵다. 서예도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순응하며 대중과 함께 역동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이 시대의 서예 감상자,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쌍방소통의 시대다. 서예 창작활동은 물론 서예 감상활동 역시 미의 능동적인 생산활동이다. 감상자도 서예창작주제의 생산활동을 함께하는 창조적 참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예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신서예문화정신’이 요구된다.” -‘신서예문화정신’이란 무엇인가. “열린 마음의 서예정신이요, 열린 조형의 서예정신이다. 신서예정신은 애초부터 서예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고전서예가 문장의 의미 전달과 서예가의 인격 표현으로서 기의활동(記意活動)에 중심이 놓여졌다면 신서예에서는 고전적 기의활동과 함께 문자의 조형적 기표활동 및 역동적 유희활동에도 주목한다. 신서예정신은 가독성과 일회성이 부정되지 않는 모든 양식의 서예활동을 포용하고 아우르고 긍정하는 입장에 선다.”-전통과 고전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인가. “아니다. 신서예정신에서의 ‘신’은 반전통·반고전적 의미로서의 ‘신’이 아니라 전통과 고전을 새롭게 음미하고, 반성하고, 재해석하고, 창신하여 과거보다 더 참신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의미의 ‘신’이다. 항상 전통과 고전을 전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삼아서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21세기적 신서예정신은 과거의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전통적 고전서예에서 표현하려 하지도 않았고 표현하지도 못했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하고자 하는 ‘열린마음’의 서예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변화와 융합의 정신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이요 동시에 21세기 신서예정신이기도 하다.” -21세기를 맞아 전통적인 고전서예가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이유는. “문자 자수의 유한성, 서체변화의 무표정성, 필획운율의 고착성이 가장 큰 문제다. 문장내용의 난해성, 창작방법의 고루성, 심미표현의 단순성으로 전문예술인들이 매우 식상해하고 일반대중들로부터는 소외당하는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보화 시대에 전통서예가 세계적인 예술로 재도약 하는게 과제다 “오늘날 정보화·세계화 시대는 ‘열린마음’의 시대다. 이 시대에서는 기존 문화의 이성적 형식화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21세기는 동서양의 경계, 예술 각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탈 권위·탈 중심 현상이 일어나며 과거의 중심 문화가 밀려나고 오히려 주변부 문화가 각광을 받게 된다. 순종 보다는 잡종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서예문화 또한 이러한 사조의 영향과 경향으로부터 결코 독립될 수 없다. 이를 외면하고 거부하거나 철저히 독립되고자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화경쟁의 시대 속에서 스스로 쇠멸과 소외를 선택하는 것이다.” -열린마음의 시대에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온고(溫故)와 지신(知新), 법고(法古)와 창신(創新), 거고(據苦)와 용신(用新), 전통과 첨단의 조화·공존이라는 틈새 속에서 고뇌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선과 악, 미와 추 등과 같은 가치문제에서 그 경계를 타파해야 한다. 가치문제에서 경계 구분은 한낱 작가나 개인이 가지는 입장이나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서예세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예술가에 비해 서예가는 더 선비적이고 인격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든지, 어떤 서체와 누구의 서예가 더 가치 있고 더 아름답다든지 하는 시비와 논란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예문화와 서예가는 과거의 전통이나 서법으로부터 한결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개성적이고 창의적일 수 밖에 없다. 바야흐로 서예문화 전 분야에 걸쳐 그 내용과 형식, 그 양과 질의 차원에서 변화 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대이다.” -자칫 서예의 장르 자체가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장르의 차이를 엄격히 구분하고 순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문화 이분법이다. 열린마음의 세계에서는 오로지 서예만 있을뿐 전통서예니 현대서예니 하는 구분은 없게 된다. 반드시 종이, 붓, 먹, 벼루 등 문방사보에 의해서 창작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펜이든 칼이든 문자를 써서 확실한 문자예술을 창출하면 곧 서예일 수도 있다. 서예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기존의 서체를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형식과 서체를 중시하는 서예의 학습과정도 변화의 대상인가.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예·해·행·초 등 5체와 왕희지체 등 대표적인 법첩속에 서예가가 되는 모든 길이 간직되어 있는 것처럼 떠받들어 오고 있다. 한점, 한획이라도 벗어나고 어긋날세라 마음을 조린다. 그러나 그것들은 초기 학습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하나의 참고서일 뿐이다. 오히려 기존의 법첩, 법서들이 진정한 의미의 서예창작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서예는 점과 획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우연의 예술이다. 예술의 창작은 이미 이루어진 기존의 것을 재현하고 반복하고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것을 거부하고 해체하여 타파하는 활동이다. 스승이 써준 체본을 닮아보려고 베껴쓰는 일은 부질없다. 그 이미지를 작가의 개성과 상상력으로 재해석하고 자기화 시켜 창작해야 한다. 서예가들의 열린사고로의 전환과 부단한 시도 여하에 따라 서예문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맞이할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서예와 다른 문화와 융합이 가능한가. “서예가 과거의 전통적인 영역만 지키면서 순수성이라 내세울 이유도 없다. 과거의 영역과 틀을 뛰어넘어 음악과 만나고 회화, 조각, 건축, 공예, 복식, 연극, 문학 등과 만나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아 서예의 영역, 내용, 형식상에서 확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서예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환상의 서예세계를 이루어낼 수도 있고 구체적인 현실생활의 실용예술로 승화발전시켜낼 수도 있다. 이제 서예문화는 그 모든 면에서 영역의 외연을 확대하고 내포를 심화시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서예의 개념이 형성될 시대에 와 있다. 서예영화, 서예 소품·복식·음악 상품화, 위대한 서예가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 공모전도 가능하다.”-신속미적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신속미적 서예란 열린마음으로 이루어내는 열린 조형의 서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전통형식의 전아미(典雅美)와 속미(俗美)가 조화를 이루고,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고금을 초월하는 서예를 말한다. 만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서예,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참된 서예다. 일심(一心)의 진정성으로 이루어지는 서예, 문장 해독이 어렵지 않고 감상하기 쉬운 서예, 자연스럽고 청순하여 부담감을 주지 않는 서예라고 말할 수 있다.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는 서예, 고루하지 않고 참신한 서예,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서예다. 가장 특징있는 서예로 영상서예를 꼽고자 한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고 그 위력은 엄청 크게 발휘될 것이다.” -서예를 감상하는 법은. “문장의 뜻을 모르고 감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가만히 바라보면 작품이 말을 걸어온다. 심상, 즉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형태나 조형성에 집착하지 말고 열린마음으로 감상하면 된다. 착시현상이 올 때까지 명상을 하면서 바라보면 작가의 마음과 모습, 정신활동이 암암리에 느껴진다.”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서예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문자 속에 사상이 들어가 있다. 문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신문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보의 엑기스가 담겨 있고 시대의 흐름을 알수 있다. 서예는 고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좋은 글귀를 자주 접해야 한다. 요즘은 번역본도 많다. 곁에 놓고 시간 날 때 마다 펴보면 된다. 쓸모 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 자신을 상실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모른다. 서예의 생명은 결국 내 생명이다. 건강을 위해 자연과 많이 접하면 서예도 자연과 경계가 없어지면서 화해(和諧)를 이루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 “모순의 조화, 신선한 충격”… 美는 지금 ‘오징어 게임’ 앓이 중

    “모순의 조화, 신선한 충격”… 美는 지금 ‘오징어 게임’ 앓이 중

    미국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열풍이다. 핼러윈을 맞은 거리의 노점상들은 드라마 속 초록·분홍색 유니폼을 팔았고, 한국관광공사가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연 오징어 게임 체험 행사에는 80명 모집에 3115명이 몰렸다. 뉴욕 한국문화원이 기획한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도 예약이 폭주하면서 전시 기간을 올해 말까지 2개월 이상 연장했다. 필수 코스는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인 이정재나 이병헌의 사진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꼽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은 한국 콘텐츠의 독특함이었다.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자신들의 가치를 전파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달리 극심한 빈부격차와 약육강식 등 사회의 단면을 날것으로 보여 주면서도 가족애를 놓지 않는 ‘모순의 조화’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한마디로 신선하죠. 코미디와 비극의 조화, 가벼움과 어두움의 조합이 너무 독특합니다.” 배리 사바스(전 21세기 폭스 수석부사장) 미국 영화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열풍에 대해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을 돌파하는 법을 알아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 감탄한 한국 영화가 ‘올드 보이’(박찬욱 감독)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좋아한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쌓여 온 성과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TV 드라마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미국 현지에서 연령 불문이다. 달고나를 사기 위해 제과점에 줄을 서고, 달고나 조리법을 알려 주는 동영상은 셀 수 없이 많다. 최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진행한 ‘오징어 데이트 게임’에는 2000여명의 청춘남녀가 몰렸다. 얼굴을 보지 않고 3분씩 대화만 하는 만남을 반복해 가장 많은 호감을 얻은 이들이 총 5000달러(약 585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인 ‘오징어 게임 코인’까지 등장했다. 뉴욕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으로 한류가 기원전(BC)과 기원후(AD)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고, 한국이 얻을 미래의 관광수입 등을 감안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다만 미 언론들은 콘텐츠 속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을 주로 조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큰 승리지만 전 세계에 한국의 어두운 면을 노출시켰다”며 “도박 중독인 주인공 성기훈이 어머니에게 2만원을 건네는 장면은 일본, 호주, 스페인보다 불평등이 더 심한 나라에서 가난한 이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와 마찬가지로 성기훈이 서울 쌍문동의 반지하에 사는 것에 대해 한국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만들어 낸 독특한 주거 문화라고 했다. 반면 한국 콘텐츠 속 소득불평등을 전 세계 시청자를 불러모은 비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바스 교수는 “한국 콘텐츠에는 소득불평등이라는 무거운 문제의식 속에 ‘가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어두움과 밝음의 조합은 한국 콘텐츠만의 독특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소수의 스타 감독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짧은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다르게 봤다. 스미스소니언 프리어 앤드 새클러 갤러리의 톰 빅 큐레이터는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그간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봉준호 등 스타 감독들의 장편 영화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에 진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낙수효과를 만들었으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사바스 교수는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은 재능 있는 한국 감독이 너무 많아 한국 콘텐츠의 유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가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자막 문제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보는 경우가 있었다. ‘형·오빠’ 같은 호칭을 사람 이름으로 대체한 것,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을 옮긴 9화의 제목 ‘원 러키 데이’(One Lucky Day)의 의미 전달, ‘깐부’를 ‘gganbu’로 번역한 것 등을 감안할 때 한국적 특수성을 담기 위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한류문화 전문가인 시더바우 새지 부산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막 제작비를 더 투입해야 한다. 또 한국 드라마의 세계 진출로 관련 산업의 고용 창출이 늘고 있는데, 주연 외에 뒤에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바스 교수는 “번역상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국 드라마의 아름다움이 전달되기 때문에 번역을 큰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미국은 그간 미국적 가치와 생활양식을 소프트파워라는 이름으로 수출했지만 “부의 불평등을 다루는 한국의 콘텐츠들은 (한국 문화와 상품을 알리고 있지만) 고전적 의미에서 소프트파워와 거리가 멀다”며 독특한 위상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초기에 대형 투자를 하는 대신 추가 수익을 독점하는 식이다. 또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모두 소유하기 때문에 한국 제작사가 콘텐츠 개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가디언은 최근 “나는 부자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내게 보너스를 주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원래 계약에 따라 지불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말을 전하고, ‘그건 불공평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00억원 선이지만, 넷플리스는 1000배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반면 넷플릭스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한국의 대형 투자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직접 개입하거나 제작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면,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투자와 함께 제작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흥행작 따라 하기’는 삼가라고 조언했다. 새지 교수는 “한국 제작사들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좋아하는 상상 속의 해외 관객들을 만족시키려고 지나치게 암담한 이야기에 치중할까 우려된다”며 “오징어 게임은 자극적인 ‘호러’가 아니라 완성도 높은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연기력으로 성공했다”고 했다. 또 한국의 기업들이 구글이나 넷플릭스에 맞서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시장 및 자본 규모, 언어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창의적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만들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 외 미술, 무용, 클래식 음악 등 순수예술 분야를 신한류로 육성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빅 큐레이터는 “중국과 일본 정부가 콘텐츠의 내수시장에 집중했다면 한국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수출 노력에 집중해 왔다”며 “이렇게 형성된 대중문화의 인기가 향후 해외에서 한국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종교 때문에 백신 못 맞아요”… 美 기업들 고심

    “종교 때문에 백신 못 맞아요”… 美 기업들 고심

    WSJ “기업들, 종교로 백신거부 수용”백신 의무화에 직원들 퇴직 불사 ‘고민’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침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의무화를 도입했던 대기업들이 백신 거부를 위해 소송은 물론 퇴사까지 불사하는 직원이 생기자 고민에 빠졌다. 직원 이탈을 방지하기에는 구인난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 종교를 이유로한 백신 거부는 용인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제너럴일레트릭(GE)은 종교적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는 경우 타이레놀을 평소 복용하는지, 안전벨트를 매는 지 등을 묻는 13개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세계최대 육류업체인 타이슨스도 2가지 양식의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6개 대기업이 같은 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한 기업의 관계자는 종교적 이유로 백신거부가 가능한 지를 묻는 전화가 매일 40~60통에 이른다고 WSJ에 설명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종교적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도록 해 달라는 메인주 보건 종사자의 소송을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기각했다. 메인주는 보건종사자에 대해 백신의무화를 실시중이다. 해당 소송을 낸 보수단체 ‘리버티 카운슬’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2000명 이상의 의료 종사자를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신거부로 퇴사를 선택하는 직원이 증가한다면 고용주 입장에서 달가울리 없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이 지난달 전화설문을 실시한 결과 고용주가 전직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응답자가 72%에 달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공무원과 직원 100인 이상 민간 사업체에 대해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이끄는 11개주가 백신 의무화 조치에 대해 반헌법적이고 연방 조달법에 위배된다며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백신 완전 접종률이 50% 이하인 아칸소·와이오밍·몬태나·노스다코타·미주리 등이 포함됐다. 미국 전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58%로 전세계 50위 수준이다.
  • 토착 이론 통해 한민족 연구… 인류학자 강신표 교수 별세

    토착 이론 통해 한민족 연구… 인류학자 강신표 교수 별세

    토착 이론으로 한국 문화의 구조를 설명한 인류학자 강신표 인제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명예교수가 지난 29일 별세했다. 85세. 고인의 아들 강승한씨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버지께서 오후 9시 32분 가족 친지 모두 모인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고 밝혔다. 경남 통영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뒤 미국 하와이대에서 유학하면서 전공을 인류학으로 바꿔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여대, 서울교대, 영남대, 이화여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문화인류학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슬픈 열대’를 쓴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를 한국에 초청해 그의 학문 세계를 소개했다. 또 외국 유학 1세대였던 고인은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을 한국적으로 변용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인학’(人學)과 ‘대대문화문법’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우리 사회학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인학은 인류학이 ‘인류’가 아니라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대대문화문법은 음양 논리에 기초한 상반됨과 화합을 아우르는 대대(待對)적인 인지구조를 가리킨다. 무의식적으로 한국인 행동 양식을 지배하는 전통적 세계관을 뜻하는데, 서열을 중시하는 급수성을 비롯해 집단성, 연극 의례성 등 세 가지 요소를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인은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문화축전과 학술대회 기획에 참여하는 등 스포츠 이벤트를 학술적으로 분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올림픽과 동서남북 문화교류’, ‘한국 문화 연구’,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적 민족지’ 등이 있다.
  • 금리인하요구권 1년에 2회 정기 안내… 금융위 ‘뒷북 개선’

    내년부터 신용 상태가 개선된 대출자라면 누구나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금융권 공통 신청요건 표준안’이 만들어진다. 또 대출 이용자는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해 연간 2회 정기적으로 안내를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금리 인하 요구권의 신청·심사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 안내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대출자의 재산이나 소득이 증가하거나 신용평가 점수가 오르는 등 신용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권리다. 2017년 20만건이었던 금리 인하 신청은 지난해 91만건으로 증가했고, 금융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같은 기간 12만건에서 34만건으로 늘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금리 인하 요구권 신청 대상에 제약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일으키거나 신청 시점이나 횟수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안내하는 등 여전히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봤다. 이에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뒷북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해 금융회사가 안내할 사항을 담은 ‘고객 안내·설명 기준’을 마련하고, 적용 대상 대출자에게는 연 2회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했다. 또 현재 금융회사마다 제각각인 신청 양식도 통일해 금융권 공통 신청 요건 표준안을 만들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하 금리 적용 시점도 금리 변경 약정 시점으로 통일하고,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그 사유를 담은 ‘표준 통지 서식’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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