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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ld 특파원 블로그] 사람보다 자동차가 먼저…자살 부른 ‘中 난폭 운전’

    [World 특파원 블로그] 사람보다 자동차가 먼저…자살 부른 ‘中 난폭 운전’

    중국에선 사람보다 차가 먼저입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 신호등이 켜졌다고 맘 놓고 건너다가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교차로를 건너지 않고 학교까지 갈 수 있는지가 집을 고를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은 중국인들이 건널 때 함께 가는 것입니다. 도로 질서가 자동차 중심으로 형성되다 보니 ‘매너 운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운전자들이 곱씹어야 할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안후이(安徽)성의 한 교차로에서는 여성이 몰던 오토바이와 남성의 자동차가 부딪칠 뻔했습니다. 남성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성을 넘어뜨리고 짓밟았습니다. 여성은 모욕감에 치를 떨었고, 다음날 목매 자살했습니다. 지난 3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도 여성 운전자가 남성 운전자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폐쇄회로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남성 운전자의 발길질이 격투기 선수보다 더 잔인합니다. 남성에게 비난이 쏟아졌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남성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여성 차량이 방향등도 켜지 않고 남성 차량 앞으로 계속 끼어듭니다. 인터넷에선 “맞을 짓을 했다”는 여론이 일었고, 피해 여성의 신상도 낱낱이 털렸죠.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폭행은 용납될 수 없다. 여성의 운전 습관도 문제가 있었다”며 양비론을 펼쳤습니다. 지난 8일에는 산둥(山東)성에서 벤츠 승용차가 택시를 추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남성 택시기사가 갑자기 끼어들어 추월해 가자 벤츠를 몰던 여성이 뒤쫓아가 두 차례 들이받았습니다. 이 여성은 경찰에서 “내가 당한 기분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가 빠른 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중국 운전자들은 ‘매너 운전’이란 개념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끼어들기와 신호위반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난폭 운전에도 무덤덤했죠. 하지만 이제 난폭 운전이 임계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마음 놓고 건널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시론] 한국 정치와 소통의 복원/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시론] 한국 정치와 소통의 복원/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다. 문득 이 구절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대한민국의 4월에도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1주년을 맞은 세월호 참사와 정경유착의 검은 거래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회장 사건의 여파로 온 나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소통의 부재라는 한국 정치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실 퇴행적 행보를 거듭하는 한국 정치를 보자면 냉소를 넘어 정치가 백해무익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독일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로부터 구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정치행위란 언어를 매개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유로운 인간의 활동이며, 인간은 정치행위를 통해서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따라서 아렌트에게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권력 획득의 도구적 수단이 아니라 공공 영역에 참여한 시민들 간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행위다. 아렌트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정치가 정치인들의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아렌트가 정치의 핵심이라고 본 시민참여와 소통의 원칙이 정치 시스템 내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성 전 회장 사건은 정치가 사적인 이해관계에 복무할 때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 준다. 망자에 대한 예의와 그가 한 폭로의 공적인 가치를 잠시 잊고 냉철하게, 그리고 양비론을 경계하며 이 사건을 바라보자. 억울하게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폭로한 부패의 공모자이자 수혜자였다.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했던 성 전 회장은 돈으로 매수한 정치권력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이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망하며 정죄하고 싶어 했던 부패의 숙주(宿主)들이 괴물로 자라는데 그 역시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하기보다 은밀한 거래를 통해 권력을 얻고자 할 때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아닌 것이다. 4월 16일로 1주년을 맞은 세월호 참사 역시 우리 정치가 소통이라는 정치의 본원적 가치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잘 보여 준다.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앞에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한국 사회는 하나의 마음이 됐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꽃 같은 아이들의 생명이 희생됐고, 더이상은 이렇게 살아가면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대통령이 흘린 눈물은 이러한 열망을 국가 개조를 통해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다짐이었을 테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가 개조는커녕 진상 규명을 통한 유가족과 희생자들의 해원(解?)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대화와 관용적 배려를 통해 시민적 덕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세월호 이슈는 정파적 이해와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인들에 의해 사회 갈등과 분란의 원인으로 폄훼됐다. 잔인한 4월의 끝 무렵에 선 우리에게 두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권력만 추구하는 정치인과 이들에 기생하는 모리배에게 정치를 맡기고 사적인 삶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편한 길이다. 또 다른 길은 정치적 냉소주의를 떨쳐 버리고 참여적 시민의 삶을 살아가는 수고스럽지만 가치 있는 길이다. 어떤 길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길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소통의 시민정치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서로 비난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을 바로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소통의 주체로 나서 ‘그들만의 리그’인 한국 정치를 개혁하는 것, 그것이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 버리고 한국 사회를 생명과 희망의 땅으로 만드는 길이 아닐까.
  • [사설] 美, 과거사 누가 악용하는지 제대로 보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돌출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렀다. 그가 “민족 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엉뚱한 ‘훈수’를 하면서다. 지난달 27일 워싱턴의 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중국 정부가 과거사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개리에 내비친 것이다. 우리는 그의 발언이 외교적 수사로도 부적절하지만, 역사적 사실(팩트)을 공정하게 짚지 못한 실언이라고 본다. 셔먼 차관 발언의 진의는 한·중·일 3국이 과거사를 털고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데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말이 뒤집힌 인식을 드러낸 게 문제다. 양비론의 외피를 걸쳤지만 일본보다 한·중에 동북아 갈등의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오해를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다. 그는 “한·중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 등을 제기하며 과거사로 다툼을 벌이는 것을 이해할 만하지만 동시에 좌절감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오히려 그의 이런 인식에 좌절감을 느껴야 할 판이다. 언제 일본 정부가 일제가 저지른 위안부 악행이나 난징 학살 사건에 대해 배상은커녕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라도 했던가. 반면 역대 독일 정부는 나치 정권의 만행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진솔하게 사과해 오지 않았나. 유럽의 미래를 위한 협력은 이처럼 독일의 진정 어린 과거사 청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그릇된 대응이 3국 불화의 근본 원인임을 망각한 셔먼 차관의 발언이 유감스러운 이유다. 그의 언급이 동북아에서 헤게모니를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나왔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을 앞두고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대중 관계 강화 드라이브를 거는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면 말이다. 일본 아베 정권이 침략 전쟁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과거사 3국 공동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일본 편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금의 한·일 영토 분쟁도 역사적 인과관계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은, 미국의 모호한 태도가 불씨가 됐지 않았나. 즉 미·일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이 독도 문제를 물고 늘어질 빌미를 준 채 미봉했다는 차원에서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이나 중국의 급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각 협력 체제의 복원이 절실한 과제다. 우리 또한 동북아의 격랑을 헤치고 통일 한국이라는 항구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고한 한·미 동맹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던 기조를 바꿔 한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면 이미 패착을 예고한 셈이다. 자칫 한국 내 반미 여론만 되살리면서 명분 없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나 국수주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꿩도 놓치고 매도 잃는 일이다. 미 행정부는 하루속히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 불필요한 파문이 더는 번지지 않게 하기를 바란다.
  • 中 “日 침략으로 亞재난 초래” 셔먼 양비론 비판

    중국 정부가 한·중·일이 겪고 있는 과거사 갈등을 양비론적으로 접근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에 대해 “70여년 전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침략 전쟁이 아시아 각국에 극심한 재난을 초래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역사를 새기고 거울로 삼아 공동으로 미래를 열어나가는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 공동의 인식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 및 중국을 싸잡아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비판한 것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셔먼 정무차관의 언급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요구받자 “미국 관료의 발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이 피력했다. 화 대변인은 “우리는 유엔 헌장의 정신과 원칙을 결연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면서 “역사를 거울로 새로운 정세에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수호하는 효과적인 길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셔먼 정무차관은 지난달 27일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동북아 역내에서) 민족감정이 여전히 이용되고 있으며,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일본이 역사사실 인정해야 ‘동북아 화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취임 후 세 번째인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역사 직시와 솔직한 반성을 전제로, 올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두 나라의 미래 동반자관계의 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와 역사 왜곡 교과서 수정 등의 필요성을 열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며,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더든 교수의 말을 직접 인용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과 8월 15일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를 앞두고 일본이 침략의 과거사라는 역사적 진실을 적당하게 얼버무리려 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 정부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 군 위안부 문제조차도 부인하는 것은 왜곡된 역사 인식에 따른 결과이고 이것이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보다 더 성숙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최근 한·중·일의 역사 갈등이 3국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해 논란을 빚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위안부는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밝힌 뒤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요구해 온 미국 정부가 양비론으로 기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 수위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지난달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에 3년째 연속 중앙 정부의 차관급 인사를 파견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우경화 행보를 숨기지 않았다. 현재로선 역사와 영토에 대한 일본의 도발은 중학교 검정 결과 발표와 안보법 개정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는 3월 말~4월 초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시 우경화된 교과서 출판이 쏟아지고 일본 정부는 5월 초엔 자위대의 적극적 국제 분쟁 개입을 인정하는 안보법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 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아베 정부의 말은 국제사회를 호도하는 외교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짙어진 것이다. 동북아 화해 협력을 가로막는 다른 걸림돌은 북한이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문화적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간 소통의 통로 마련을 제의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3·1절을 맞아 노동신문 1면 사설을 통해 남북 대화를 위한 우리 측의 노력을 “기만적 대화 타령”으로 일방적으로 무시한 것은 관계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를 첫 단추로 진정성 있는 다양한 교류 협력의 길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동북아의 복잡한 외교·안보 지형은 단칼에 해결할 수 없는 고차원 함수와도 같다. 우리로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은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민족에 미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 당신의 침묵과 동조, 역사에 범죄

    당신의 침묵과 동조, 역사에 범죄

    밀턴 마이어 지음/ 박중서 옮김/갈라파고스/ 484쪽/1만 8500원 거대하고 거친 파도가 휩쓸고 가는 시대에서 개인의 존재감은 시대의 흐름 또는 몇몇 악마적 소수 개인의 영향력 아래에서 무기력해지곤 한다.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추악함에 대한 비난의 대상에서도 비껴가곤 한다. 피식민지 시절 친일파, 부역자로 몰린 사람들의 변명과 강변도 그 맥락에서 터져 나온다. 과거 빨갱이니, 종북이니 하는 용공 조작 마녀사냥을 할 때도 그렇다. 한국의 역사뿐 아니다. 40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회적 여진이 남아 있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에서 홍위병 활동을 했던 이들에게도 이러한 경향은 마찬가지다. 이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론의 여지없이 절대악처럼 여겨지는 독일 나치와 스탈린에 대한 평가도 당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바깥의 시선과는 온도 차가 있다. 책은 1955년 쓰여진 나치시대 독일인에 대해 정밀하고도 구체적으로 접근한 문화인류학, 혹은 정치학적 보고서다. 독일계 미국인이며 유대인인 신문기자 밀턴 마이어가 스탈린 시절 나치로 활동했던 ‘평범한 나치당원’ 10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듣고 기록했다. 재단사이거나 목수, 빵집 주인, 교사, 경찰관 등 평범한 생활인이자 선량하고 가정에 충실했을 뿐인 이들은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나치를 개선하기 위해, 나치의 입장에 동의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나치 당원이 됐다. 결국은 최악의 범죄에 침묵하고 동조함으로써 결국 스탈린과 다를 바 없는 공범이 됐음을 확인시켜 준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드러난 ‘악의 평범함’과 맞닿는 문제의식이며, 아렌트 이전에 쓰여진 선구적 작품이다. 위기의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방관자 혹은 소극적 동조자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그때, 그곳, 그들’의 이야기이지만 동류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지금, 여기,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반성 없는 고문기술자 이근안, “우리 조부가 친일이면 그 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이라고 강변하는 공영방송 이사장, 정치적 마녀사냥 앞에서 침묵으로, 혹은 양비론으로 면죄부를 줬던 지식인 등 우리의 자화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탓이다. 반공과 반유대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고, 전쟁의 잘못 정도를 제외하면 히틀러 시절의 물질적 풍요를 자신의 인생 황금기와 등치시키며 그리워한다. 어디서 많이 봤음 직한 풍경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화 In&Out] 한·일 역사인식 이보다 다를 수 있을까

    [문화 In&Out] 한·일 역사인식 이보다 다를 수 있을까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 갈등을 누가 초래했느냐. 그래서 (필요하다면) 일본의 시민과 유권자가 새로운 ‘무엇’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구도 야스시(56) 겐론NPO 대표의 발언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구도 대표는 한·일 관계에 대한 양국 국민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국, 특히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나비효과’를 몰고 왔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결정’으로 양국의 거리감이 점점 멀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이목을 끌었다. 행사 뒤 따로 구도 대표를 만나 일본 유권자가 바꿀 수 있다는 ‘무엇’이란 정권교체를 뜻하는지 물었다. 그가 속한 겐론NPO는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때 거의 유일하게 반대 성명을 낸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이며 구도 대표가 편집장을 지냈던 경제잡지 ‘동양경제’는 과거 2차 세계대전을 반대하는 논지를 펼치기도 했다. 단체의 이름 앞에 붙은 겐론(言論·언론)은 일본에선 ‘여론’이란 뜻에 가깝다. 그의 성향으로 미뤄 ‘무엇’은 현 정권에 대한 반대 노선으로 추정할 수 있었으나 그의 입에선 사뭇 다른 답변이 나왔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결정은 분명 잘못됐으나, 이 또한 아베 정권이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의 하나로 결국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다. 선거공약을 지키려는 매니페스토운동에 충실했다는 표현까지 튀어 나왔다. 나아가 “이 결정의 배경에는 미·일 협약이 자리하고 주변국의 오해도 상당하다”면서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벌이는 언행도 문제지만 이를 요란하게 보도해 여론을 왜곡하는 일본 매체들도 문제”라는 양비론을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오해를 외교로 풀어야 하는데 아베 정권은 이런 점에서 부족하다는 자평도 내놨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과 겐론NPO가 함께 발표한 양국 여론조사 결과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대변한다. 양국에 대한 호감은 더욱 떨어졌고, 심지어 한국인들은 북한(83.4%)에 이어 일본(46.3%)을 군사적 위협이 되는 두 번째 국가로 꼽았다. 일본인들도 한국(15.1%)을 네 번째 위협국으로 바라봤다. 양국의 군사충돌을 전망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각각 40.8%와 9.2%를 보였다. 여론조사 발표 뒤 “왜 일본인들은 위안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이 겐론NPO 측에 쏟아졌다. “일본인의 약 60%는 양국의 악화된 국민감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구도 대표가 “한국인들은 과거 일본의 잘못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사죄를 요구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현재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답을 줄 뿐이었다. 역사 인식의 현격한 벽만 확인한 대화였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한·일 관계를 시작하자”며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가 매년 이어가는 ‘한·일미래대화’는 새로운 좌표 설정이 필요할 듯 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종면 칼럼] 전교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김종면 칼럼] 전교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전교조 투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법외노조라는 비상한 상황에 처한 전교조는 이미 대의원총회를 통해 전임자 복귀를 거부했고 조퇴투쟁을 감행했다. 오는 12일에는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분노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만 간다. 사회적 갈등의 비용은 헤아리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1989년 전교조의 탄생은 타성에 젖은 교육현장에 의미 있는 파열구를 낸 하나의 사건이었다. 1999년엔 1500여명의 교사가 해고되는 아픔을 겪으며 합법적 지위를 얻었다. 전교조가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희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희망의 다른 이름인 전교조는 지금 학생들도 걱정하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정부와는 불편한 정도를 넘어 위험한 관계다. 시답잖은 양시양비론에 기대는 것만큼 맥빠지는 일도 없다. 하지만 전교조든 정부든 어느 쪽의 입론도 사회적 합의와는 거리가 있으니 피차 자중자애할 것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9명의 노조원 자격을 문제 삼아 6만여명이 가입한 조직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쪽에선 단 한 명이라도 법을 어긴 것이라면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은 헌법에 위배되는 시대착오적 악법인가. 법률 자체가 해석의 갈등을 낳고 있는 만큼 그 취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15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 상황논리와는 별개로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하는 게 옳다.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쯤으로 보는 시각은 온당치 않다. 전교조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에 대한 정부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응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마저 외면당하는 사회라면 정상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법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 판결을 무시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명단을 올려 전국적 인물이 된 국회의원도 있었다. 전교조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그 이유의 태반은 전교조 이슈의 정치화에 있다. 교육의 정치오염을 막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적했듯 많은 국가에서 해고자나 실업자들에게도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조합원 자격 요건은 노조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자격제한 규정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정부가 전교조 설립 이후 십수년간 방치하다시피 해온 조합원 규정을 들이대며 ‘법치몰이’를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거리의 갈등을 제도권으로 수렴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다. 정부도 전교조도 단절적인 관계를 접고 내실있는 협상을 추구하는 ‘제도화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감들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식의 유보적 태도는 무책임하다. 법외노조화 이후 후속조치를 어떻게 원만히 이행할 것인지 전교조, 교육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 교원단체의 한 축인 전교조가 법의 울타리 밖에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법을 애써 무시한 전교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시 한번 불법을 스스로 해소하는 선택의 결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법을 지켜야 노조도 지킬 수 있다. 법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왕따다. 지금도 내부 규약을 고쳐 적법절차를 통해 합법노조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교원노조법 개정운동을 벌이더라도 실정법을 따르는 바탕 위에서 벌여야 설득력이 있다. 국가권력과 항상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전교조 정신은 아니다. 전교조에 냉소적인 사람도 참교육 정신에는 동의한다. 다만 극단적인 정치·이념 지향의 투쟁방식이 싫다는 것이다. 전교조를 전교조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기루 같은 거짓 정치가 아니라 진짜 교육 문제를 제대로 끌어안는 것만이 길이다. 김종면 수석논설위원 jmkim@seoul.co.kr
  • ‘KB금융 줄징계’ 최종 제재까지 치열한 공방일 듯

    ‘KB금융 줄징계’ 최종 제재까지 치열한 공방일 듯

    금융감독 당국이 KB금융에 대해 대규모 줄징계를 사전 통보했지만 최종 제재로 가기까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전산 사태’는 전문적인 검증 작업도 생략된 채 속전속결로 ‘유죄’ 판정을 내려 이대로 제재를 확정할 경우 행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일을 못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내리는 것도 처음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 전산사태’에 대해 일단 국민은행의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의 손을 들어줬다. 정 감사가 문제 제기한 대로 전산시스템 교체(메인프레임→유닉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체 위험(전환 리스크)이 축소됐다고 본 것이다. 전환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점검해보는 모의시험(벤치마크테스트·BMT)에서도 점검항목 17개 가운데 7개를 누락했다고 봤다. 이는 전산 교체를 원하는 쪽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허위결론을 유도한 것이고, 그 배후에는 지주사 최고정보관리인(CIO)인 김재열 전무가 있다는 것이다. KB지주 측은 “특정기관의 전환리스크 분석이 너무 부풀려져 있어 채택하지 않은 것뿐이고 BMT도 핵심항목 10개는 충분히 점검했고 나머지 7개는 (전산)업체를 선정한 뒤 점검해도 되는 부수 항목”이라면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판명날 일을 최소한의 검증 과정조차 생략한 채 (조작이라고) 뚝딱 결론지었다”고 주장했다. 은행 전산팀의 누구도 외압이나 조작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뒷돈 수수 등 조작에 따른 실익도 전혀 드러난 게 없는데 어떻게 조작이 성립되며, 설사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메신저나 이메일을 이용했겠느냐는 반문이다. 허위보고 자체를 둘러싼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 상태에서 허위보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며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지운 것도 논란이 야기되는 대목이다. 지주사의 부당 개입으로 결론짓고도 애초 이런 문제 제기를 한 정 감사와 이 행장을 징계하겠다는 것 또한 금감원 제재의 모순되는 측면이다. 임영록 KB지주 회장에게는 CIO의 부당 개입을 막지 못했다며 ‘관리 책임’을 물었다. 임 회장은 국민카드 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도 관리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2011년 3월 국민카드 분사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은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이었다. 행위 책임이 아닌 관리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것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정작 고객정보관리 당사자였던 어 전 회장에게는 경징계를 내린 것도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26일 최종제재 때는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근거와 잣대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고 어정쩡한 양비론으로 덮게 되면 가뜩이나 항간에 난무하는 억측들이 더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與 수도권 경선전 가열

    與 수도권 경선전 가열

    지난달 25일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에 대한 지지 선언과 함께 후보직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친박계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 의원은 이날 유 전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 전 장관은 형제 같은 동지”라며 “박 대통령을 함께 모시면서 같은 가치와 이념을 가지게 됐고 땀과 눈물을 함께 흘렸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도 “이 의원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동료 의원이면서 함께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정치적 동지”라고 감쌌다. 두 사람은 당 지도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선 “전혀 아니고 우리 둘이서 결정했다”며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의 중도 포기는 계파 내부 경쟁을 지양하자는 고육지책에서 나왔다는 게 당내 주류의 해석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후보 단일화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예비후보인 당 소속 안상수 전 시장은 이날 “본인(이 의원) 의지와 다르게 압력이나 보이지 않는 조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경기지사를 노리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경선전도 가열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나선 남경필 의원을 향해 앞서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동시 압박전을 펼쳤다. 남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제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며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남 의원의 최대 경선 경쟁자인 원유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지사는 등 떠밀려 나온 후보가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경기지사 경선은 아이돌 가수의 인기투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전 의원도 남 의원을 향한 공개질의를 통해 압박에 가세했다. 그는 “남 의원은 평소 양비론·중간자적 입장에서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는 정치 행보를 해 왔다”며 “남 의원이 경기지사가 된다면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의 행보를 이어 가면서 도정을 정쟁의 중심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은 성명을 통해 “치열한 경선이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후보 청문회와 순회 토론, 원샷 경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 무슨 뜻?…2·3위인 ‘와각지쟁’·‘이가난진’도 화제

    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 무슨 뜻?…2·3위인 ‘와각지쟁’·‘이가난진’도 화제

    교수들이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지난 6~15일 전국의 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2.8%(204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를 선택했다고 22일 밝혔다. ‘도행역시’는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다. 초나라의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평왕에 살해되자 오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됐다. 이후 세력을 키워 초나라를 공격해 승리한 뒤 원수를 갚고자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채찍으로 300차례 내리쳤다. 이 소식을 들은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는 편지를 보내 오자서를 질책했다. 이에 오자서는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서(吾日暮道遠)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吾故倒行而逆施之)”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도행역시’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를 고집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육영수 교수는 23일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동료 교수에게 추천받았다”면서 “올해가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정권 하에서 한 시대의 역사를 거스른 일들이 억지로 고집되고 구겨졌던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위로 추천된 사자성어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었다. ‘와각지쟁’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격’이라는 뜻으로 사소한 일이나 불필요한 일을 가지고 아무 실익 없이 다툰다는 의미다. ‘와각지쟁’은 140명(22.5%)의 지지를 얻었다. 3위에는 19.4%(121명)의 지지를 얻은 ‘이가난진’(以假亂眞)이 올랐다. ‘이가난진’은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육영수 교수는 2, 3위에 각각 오른 ‘와각지쟁’과 ‘이가난진’에 대해 “양비론에 해당하는 사자성어라고 생각한다”면서 “양비론은 정치적 무관심을 낳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올바른 역사인식 위한 차분한 보도 돋보여/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올바른 역사인식 위한 차분한 보도 돋보여/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옛 왕조의 역사인식을 뜯어고치는 역사서를 편찬한다. 새롭게 역사서가 완성되면 옛 서적은 봉인하거나 파기한다. 이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여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기술하기보다는 시각의 차이와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새로운 역사 기술이 야만적이거나 폭력적일 때도 있다. 이민족이 지배할 때이다. 중국정권의 조공국가이던 시절과 일제강점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기의 역사서는 이민족의 지배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지배당하는 민족의 영혼마저 빼앗으려고 시도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제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러한 사관을 반영한다. 교학사가 새롭게 발간한 고교의 한국사 검정교과서는 서울신문의 사설이 지적하듯 특정가치관을 반영하여 편향적일 뿐만 아니라 일제의 식민사관을 따르고 있다(9월 17일자). 사설에 따르면, “한국사 검정교과서 논란은 교학사 교과서 내용의 ‘우편향’과 오류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교과서의 문제는 역사 기술 과정에서 최소한의 학술적 노력이나 진지함마저도 저버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과서 공개 이후 2일 만에 교과서 곳곳에서 왜곡과 오류, 표절이 298가지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9월 23일자 9면에 게재한 기획기사에서 교학사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지적했다. 첫째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 오류와 왜곡, 표절의 문제를 제기했다. 역사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역사편찬자의 가치관과 의식에 기초하여 그 시점까지의 관련 역사서와 고고학적인 발굴성과를 반영한다. 그러나 역사서가 역사소설과 구분되는 점은 창작이 아니라 옛 문헌과 과학적 연구 성과를 체계적이며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데 있다. 이번 교학사의 교과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검정기관의 교과서 검증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8개월간 진행된 검정기간 동안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이번 검정과정에 참여한 검정위원과 연구원의 수가 예전보다 대폭 줄었으며, 검정과정도 촉박하게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8개월의 검정기간 중 검정위원과 연구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여였다고 한다. 그마나 검정위원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제도적인 결함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교학사의 검정교과서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8종의 검정교과서 전체를 재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9월 17일자 사설에서 친북사관이나 친일사관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사설 말미에서 “정부의 재검정 방침에 대한 7곳 출판사와 집필자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지만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란 차원에서 오류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양비론으로 끝맺고 있다. 그러나 교학사의 오류투성이인 교과서와 다른 7개 출판사의 교과서를 동일한 잣대로 뭉뚱그려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7종의 다른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취재와 지적이 있어야 했다. 벼룩 잡자고 초가를 태울 수는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설에서 지적했듯 “검정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사설을 통해 검정체계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World 특파원 블로그] 일본이 인권에 헌신하는 나라입니까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9일 일본 도쿄의 미국대사관에서 일본 기자들과 회견한 내용 일부가 교도통신 등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졌다. 그런데 9일(현지시간) 국무부가 공개한 회견 내용 전문을 꼼꼼히 읽어보니 러셀 차관보의 발언 중 교도통신 보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대목이 눈에 띄었다. 한 일본 기자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러셀은 이렇게 답변을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법치주의와 인권에 깊이 헌신하는 나라이며 미국과 가까운 동맹이다.” 다른 말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을 가리켜 “인권에 깊이 헌신하는 나라”라고 한 대목이 심히 거슬렸다. 가장 악랄한 인권 유린 사례에 해당하는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일언반구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인권에 깊이 헌신하는 나라라니…. 미국 연방하원이 만장일치로 위안부 만행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을 만큼 미국 내에서도 지탄이 일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국무부의 동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한다는 당국자가 눈감고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일본 사람들에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해도 양심상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이 있는 법이다. 적어도 인권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을 동격으로 놓고 싶은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러셀은 이어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에 장애를 초래하고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장기적 국익을 명심해 각자 자제하고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한·일 갈등은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난폭한 우경화에서 비롯된 게 명약관화한데도 ‘황희정승식’ 양비론으로 사실상 일본의 잘못을 감싼 셈이다. 러셀은 부인이 일본사람으로 동아태 차관보 임명 당시부터 한·일 간 문제에서 일본을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 ‘유치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공정·乙의 권리’ 주장에 숨은 권력층의 말장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정사회, 진정성, 국격, 권리, 평화’ 등의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이런 가치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속내는 감춘 채 언어의 외형만 치장하려는 권력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핵심이라 할 문장이다. 표현은 어려워도 내용은 쉽다. 공정과는 거리가 멀고, ‘을의 권리’ 따위는 아예 없는 한국 사회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는 얘기다. 왜? 정치, 경제 등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좋은 의미의 단어를 선점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상황을 호도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언어 고유의 의미는 퇴색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오용되고 만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권력의 논리가 담긴 채 변질된 의미로 굳어진 말들을 두고 저자들은 ‘언어의 배반’이라고 부른다. 책은 정치학자(김준형)와 언어학자(윤상헌)가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을 빌려 ‘배반한’ 언어들에 대해 짚는다. 이들이 끄집어낸 화두와 던진 질문들은 대단히 유효한 것들이다. 유별난 강조는 되레 그 부재를 드러낸다는 착상 또한 기발하다. 한데 유효한 질문들을 적절한 해법으로 이끌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예컨대 첫 번째 장의 공정사회가 그렇다. 책은 양반 이지도와 다물사리라는 여성의 소송을 예로 들며 노비제가 횡행했던 조선 사회의 불공정성을 꼬집고 있다. 아울러 노비제라는 큰 틀에서 사건을 보지 못하고, 절차의 공정성에만 천착한 판관의 실수 또한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는 소수의 자본가가 부를 독점하고, 기층 민중은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한다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유일 텐데, 우리 사회 전체가 조선처럼 노비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제가 논리 비약적이라면 결론 또한 제 방향을 잃고 만다. 그런 면에서 책은 이념적이다. ‘언어의 배반’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양비론적 시각이 좀 더 해결책에 가까운 것 아닐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남북회담 무산 이후] 새누리 “회담 결렬시킨 건 북한” vs 민주 “소모적 기싸움… 평화 놓쳐”

    여야는 13일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 무산을 남한 책임으로 돌린 부분에 대해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북한의 태도를 비난했고, 민주당은 회담이 무산된 이유를 정부의 소모적인 기싸움 탓으로 돌렸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난주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이나 앞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등의 외교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대화하는 척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정말 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북한”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정부를 공격하지 말라는, 사실상 ‘신보도지침’을 내리는 박근혜 정부는 정말 교만하고 독선적”이라고 주장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남북 당국회담이 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대립으로 무산되자 청와대 관계자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라면서 전한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대표의 격을 맞추는 것)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전에 종종 썼던 말씀”이라면서 “이번 일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표에 비해 북한 대표의 ‘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존의 비정상적인 회담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전날 “남북 누구든 상대에게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건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결국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2002년 5월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경험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계산에 밀려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만난 횟수나 대화 시간은 무의미하다”면서 “오히려 그런 식의 만남이 많아질수록 양측이 신뢰를 쌓을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원칙을 훼손하거나 저자세로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제 스탠더드(기준)’라는 원칙과 상식에 기반을 두고 남북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한다는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이날 회담 무산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남북 양비론적 접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바르게 지적해 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그것을 명확히 구분해 주지 않고, 북한에 대해 그러한 잘못을 지적해 주지 않고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분명하고 엄격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잘못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원칙을 세워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얘기다.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북 문제를 담당해 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 측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安 “명령하듯 하면 창조가 안돼”

    정치 재개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야권 강세 지역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는 게 과연 가시밭길이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등 3당이 협공을 하고 있다. ‘새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으로 노원병 의원직을 잃은 노회찬 공동대표를 비롯한 진보당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여전히 모호한 그의 화법에 대해서도 여론이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14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팟캐스트 윤여준’에서 안 전 교수에 대해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 전 교수가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정부조직법에 대해 양비론적 발언을 한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노원병 지역 분위기도 엇갈린다. 대선 후보 출신의 안 전 교수가 나서면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안 전 교수가 노원병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거냐’, ‘지역 일꾼은 아니지 않으냐’는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한편 안 전 교수는 이날 노원병 지역 주민 인사를 다니던 중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미래창조과학부와 (안 전 교수가) 대선 후보 때 내세웠던 혁신경제가 궤를 같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밑에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창조이지, 위에서 명령하듯이 하면 창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부활, 아직 멀었다

    지난 5년간 침체기를 겪어 온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사프로그램들이 정상화 행보를 걸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KBS가 시사프로그램의 복원을 놓고 고민하는 가운데 MBC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SBS도 ‘궁금한 이야기Y’, ‘현장 21’ 등 새 프로그램을 앞세워 입지를 강화했으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8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는 ‘거시’(MBC), ‘미시’(SBS), ‘절충’(KBS) 등 나름의 탐사보도 색깔을 갖고 시사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시사프로그램들이 보수 정치권과 갈등을 빚으면서 이 같은 균형이 깨졌다. 사장이 세 차례나 바뀐 KBS에선 ‘시사투나잇’ 등 일일 시사프로그램이 종적을 감췄고 간판인 ‘추적60분’은 콘텐츠본부에서 보도본부로 이관됐다. KBS의 한 시사 PD는 “탐사보도는 약화된 반면 ‘G20정상회의’와 같은 홍보방송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MBC는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뒤 시사프로그램인 ‘후 플러스’, ‘W’ 등을 잇따라 폐지했다. ‘미국산 소고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MBC ‘PD수첩’도 170일간의 노조 파업 등과 겹치며 1년 가까이 방송이 중단됐다. 다시 문을 열었지만 최근의 민생 르포시리즈는 회사 내에서조차 ‘시용PD(임시 계약 PD)가 만든 양비론적 방송’이란 논란을 불러 왔다. MBC의 한 PD는 “시사교양 PD의 40%가량이 해고나 강제 교육 등의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SBS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뉴스추적’의 후속인 ‘현장21’은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등극했고 ‘궁금한 이야기Y’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넘나든다. 하지만 연성화란 비판의 굴레에선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방송사의 해법 찾기가 이미 닻을 올렸다. KBS 내부에선 시사프로그램 복원이 화두다. MBC는 김 사장의 거취가 변수다. 하지만 사장이 바뀌더라도 과거의 제작분위기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SBS는 시사프로그램 강화 목표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동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 SBS의 한 PD는 “본격적인 권력 감시와 약자 대변이란 시청자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종합편성채널들은 ‘제작비용 대비 시청률’이란 경제 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한 시사프로그램 양산과 재방송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자료에 따르면 예능·드라마에 집중한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시사(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은 평균 61.7%, 낮 시간대(오전 10시~오후 7시)에는 평균 92.7%를 나타냈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주요 이슈를 종편이 선점하는 등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며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통한 시사프로그램 복원과 지상파 3사의 경쟁구도 회복만이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지금&여기] 지혜로운 양비론, 지혜롭지 못한 양비론/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지혜로운 양비론, 지혜롭지 못한 양비론/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흐드러진 꽃잎 대신 눈발이 휘날렸던 4월 초 어느 밤 술자리는 어수선했다. 선거 때면 등장하곤 하는 ‘정치 멱살잡이’는 없었다.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두 친구는 한참 동안 얼굴을 붉혔다. “다 그놈이 그놈이잖아. 걔들 때문에 우리가 왜 싸워야 돼?”라는 또 다른 친구의 ‘지혜로운 양비론’ 덕택에 안줏거리에서 4·11 총선을 빼놓은 채 통음은 이어졌다. 얼마 전 안철수 교수가 대학특강 중 “정당이나 정파보다는 개인을 보고 뽑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도덕이 위기에 봉착한 시기에 양비론이 설 자리는 없다.”고 비난했다. 안 교수로서는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얘기했겠지만 현 정부와 집권 여당 4년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을 제기하는 야권 입장에서는 양비론으로 들렸을 테다. 물론 집권 여당이라고 반색을 하기보다는 내심 불편했을 테니 안 교수의 발언은 ‘결과적 양비론’에 가까울지도 모를 일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BBK 가짜 편지, 기획재정부 선거법 위반, 박사 논문 표절 의혹 등 날마다 새로운 부정과 비리가 터져 나와 전날의 부정과 비리를 덮고 있다. 이 와중에 야당의 한 후보가 7~8년 전 인터넷 성인방송에서 내뱉었던 막말이 드러났다. 여야 중립적 균형 보도라는 명분을 앞세운 언론들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을 게다. 기다렸다는 듯 비슷한 무게감으로 연일 기사를 쏟아내며 양비론을 펼치기에 바쁘다. 양비론은 이렇게 우리 술자리에서부터 언론 보도까지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 양비론은 하나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 먼 옛날 황희 정승이 두 계집종에게 했다는 지혜로운 양비론의 일화는 사실 ‘너희들이 왜 다투는지 나는 별 관심이 없어’라는 무관심, 무책임과 다름없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귀찮아하며 양비론을 꺼내드는 순간 진실의 편린들은 안드로메다 바깥으로 날아가고 머지않은 훗날 운석이 돼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나, 혹은 당신. 귀차니즘과 무책임함을 양비론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나. youngtan@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탄핵 설전 2R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언의 진위를 놓고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경쟁을 벌이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시민후보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또다시 언쟁을 벌였다. 최종 후보가 확정되는 국민참여경선을 하루 앞둔 2일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최한 인터넷 방송 토론회에서다. 박 후보는 지난달 30일 TV 생중계 토론에서 “당시 CBS방송 스크립트를 보면 박원순 후보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탓’이라고 말해 노 전 대통령 지지자에게 상처를 줬다.”고 공세를 펼쳐 한 차례 설전이 벌어졌었다. 박 전 상임이사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포문은 박 전 상임이사가 열었다. 그는 “(이틀 전 박 후보가 얘기한) 스크립트를 보니 (나는) ‘국회가 권한을 남용해 시민 저항이 있었다’고 했다. (박 후보 발언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검증을 피해 갈 생각은 없지만 네거티브 공격은 서울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박원순 후보는 양비론을 폈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당시 열린우리당과 진보진영은 박원순 후보가 우군이 돼 주기를 바랐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입장을 보여서 진보진영에서 섭섭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다시 박 전 상임이사는 “내용을 읽어보면 그런 투가 아니다.”라면서 “저는 당시 ‘탄핵무효국민행동의 공동대표’였다.”고 반박했다. 박 전 상임이사는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혁신과 통합,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민주당이 더 큰 통합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기꺼이 그 일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야권 공동정부를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박 후보는 “당연히 지방 공동정부를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고, 박 전 상임이사는 “여러 정당과 함께 시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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