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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 심층인터뷰] ‘수시’에 올인 말고 ‘정시’ 집중… 벼락치기도 효과적

    [대입 심층인터뷰] ‘수시’에 올인 말고 ‘정시’ 집중… 벼락치기도 효과적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손사탐(사회탐구영역)’으로 기억한다. 메가스터디 손주은(47) 대표. 유학경비를 벌기 위해 과외에 뛰어들었던 서울대생은 학원강사를 거쳐 20여년 뒤 국내 최고의 학원재벌이 됐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는 사교육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입시전문가는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킬까. 오는 8일부터 대입 2학기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데 수시에 올인하다가 자칫 정시를 그르치는 게 아닐까. 고3 수험생 딸을 둔 노주석 논설위원이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 신사옥에서 손 대표를 만나 이런 궁금증을 물어봤다. ▶손 대표는 자녀들 공부를 어떻게 시키시나요. -큰딸애가 중3인데 올여름부터 강남 메가스터디 고등부(예비 고1반)에 다녀요. 제 자식인데 다른 데 보낼 수는 없고…. 그 전엔 아내가 고른 동네학원을 다녔는데, 잘 놀았죠. 우리 학원에 와서는 안 하던 공부하느라 좀 힘든가봐요. ▶아빠를 닮아 공부는 잘하나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해요. 동의하지만 대학은 일단 가라고 했죠.(뮤지컬은)대학 동아리 같은 데서 배울 수도 있으니까. 대학은 E여대면 만족할 것 같아요. ●쓸데없는 정책 써 사교육 광풍 더 기승 ▶학원 말고 따로 과외도 하나요. -현재 우리 학원의 예비 고1프로그램이 최적화라는 확신이 없으면 남한테 팔지도 못하죠. 학원비가 40만∼50만원 하는데 충분하다고 봐요. 내가 다른 것을 찾는다면 우리 학원을 찾는 고객들한테 기망행위겠지요. ▶둘째 아이는 어때요. 국제중학교나 특목고에 보낼 생각은 있으신가요.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들인데, 요즘 누나가 밤늦게까지 공부하니까 따라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사실 외고 가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과잉경쟁이거든요. 인생에 기회는 여러 차례인데, 너무 어렸을 때 실패를 맛보는 것도 좋지 않고요. 큰아이도 외고 생각이 있었으면 미리 준비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어요. 둘째는 날 닮아서 게임을 좋아하는데, 친구들 대신 게임을 해주고 5시간에 2900원을 벌어요. 그 시간만큼은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죠. 내가 대신 “아빠하고 1시간 공부하면 5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대답을 안 해요. 부자간에 계약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버릇은 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막상 대학입시가 닥치면 과외를 시키지 않을까요. -솔직히 과외를 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강남에 공부 잘하는 애들 보면 커리큘럼이나 강사진의 수준이 중요하지,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그래도 제가 직접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국제중 설립문제로 시끄러운데. -제 정신이 아닌 정책이라고 봐요.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로 몰겠다는 거죠. 평준화가 건전하게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자리를 잡아간다고 봐요. 이럴 바에야 아예 고입을 경쟁으로 한다고 솔직히 선언하든지…. ●공부하는 양보다 가르치는 사람의 수준이 중요 ▶진부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 -저희 학원이 운영하는 기숙학원에서는 해마다 인생을 바꾼 애가 몇명씩 나와요. 이번에도 2명이 그렇던데, 한명은 입학할 때 4등급 수준이었는데, 지난번 모의고사 때 12점밖에 안 틀린 488점을 맞았더군요. 이런 애들은 수업에 들어가보면 눈빛이 달라요. 이런 학생은 영어를 예로 들면 혼자서 똑같은 책을 3∼4번씩 보니까 어느 순간 보이더라고 얘기해요. ▶사교육 광풍이 부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가만히 놔두면 줄어들 텐데 쓸데없이 정책을 쓰니까 더 기승을 부리는 거예요. 신문보니까 기숙형공립고 한다고 나왔던데, 이번에 지정된 호남의 한 고교 교사가 우리 회사에 찾아와서 커리큘럼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등을 벌써 묻고 갔어요. 기숙형공립고가 되면 그 지역 다른 학교는 어떻게 될까요?왜 다른 건 다 시장기능에 맡기면서 교육만 정부가 간섭하는지 모르겠어요. ▶갈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는데 막을 방도는 없나요. -한 10년쯤 지나면 사교육열풍은 식을 거라고 봐요. 지금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은 경험적으로 사교육이 사회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거든요. 실제로 일부 대기업에서는 강남에 살고, 특목고를 졸업한 명문대생은 뽑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툭하면 ‘직장 다니기 싫다.’는 얘기나 하고…. 얘들이 학부모가 되면 ‘아 이게 아니구나.’라는 판단을 할 거예요. ▶메가스터디도 사교육 덕분에 성장하지 않았나요. -사교육은 30%는 사(私)교육이지만 나머지 70%는 사(邪)교육인 것 같아요. 솔직히 우리 회사도 한국사회의 특수한 입시상황 때문에 생긴 기업이죠. 태생적으로 좋은 기업은 아니에요. 하지만 있는 집 애들만 하던 과외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순기능도 했죠. ▶요즘도 강의를 하시나요. -1년에 절반 정도는 주말에 강의를 해요. 이젠 ‘손사탐’이라고 안 부르고 ‘사장님’이라고 하는 게 서운하죠. 그래도 강의하는 게 제일 에너지가 충전되는데, 강사들이 싫어해요.“선동열이 감독을 해야지 마운드에 올라오면 어떡합니까?”라고 하더군요. ●‘붙고보자´식 지원은 반수·재수로 빠질 확률 높아 ▶오는 8일부터 수시원서접수가 시작됩니다. 저희 딸은 수시에 넣지 않겠다고 우기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시모집은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어요. 지역균형, 기초수급자 선발 등은 사회안전망 강화차원에서 바람직하죠. 반면 특기자 전형은 사교육과 지나치게 유착돼 있어요. 예를 들어 외고특별전형 같은 경우, 외국에 갔다온 아이에게 몇십점 주고 들어가는 게 사실이니까요. 때문에 다양한 전형방식이 옳으냐는 의구심도 생기죠. ▶수시 모집을 코앞에 둔 고3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정시를 회피하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에요. 수시는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요. 붙을 확률이 낮다는 얘기죠. 그렇다고 낮춰서 지원하면 합격해도 마음에 안 들고. 결국 반수나 재수에 들어가는 악순환고리가 생기죠. 무리한 수시지원은 자제하고, 지금부터라도 정시에 대비해 준비하세요. 시간은 충분해요. 몰라서 그렇지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벼락치기’도 상당히 효과적이에요. 정리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진흙탕 귀공자’ UFC 새챔프 등극

    부잣집 도련님 같은 유약한 인상과 달리 옥타곤(8각의 링)에서 지독한 투혼을 불사르는 ‘진흙탕의 귀공자’ 포레스트 그리핀(29·미국)이 종합격투기 UFC 라이트헤비급챔피언에 올랐다. 그리핀은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베이호텔 이벤트센터에서 열린 ‘UFC 86’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퀸튼 ‘람페이지(미쳐 날뜀)’ 잭슨(30·미국)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눌렀다. 5라운드 내내 한 치의 양보 없는 난타전. 탐색전 따윈 없었다.1라운드 중반 잭슨이 그리핀의 턱에 강력한 어퍼컷을 꽂아 그로기 상태까지 몰아넣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양상은 달라졌다. 그리핀의 로킥 두 방이 잭슨의 왼쪽 무릎에 제대로 감긴 것. 이후 잭슨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그리핀은 그라운드 상태에서 주먹과 팔꿈치 공격을 쏟아부었다.3라운드에선 잭슨이 되살아났다. 움직임을 자제한 채 거리를 좁혀오던 그리핀에게 묵직한 주먹을 꽂아넣었다.4라운드에서 그리핀은 두 다리로 상대의 목을 조르는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었지만, 잭슨은 상대를 통째로 들어올린 뒤 캔버스에 메쳐 위기에서 벗어났다.5라운드가 끝난 뒤에도 승부를 점치기 힘든 상황. 부심 3명이 48-46,48-46,49-46으로 그리핀의 우세를 선언했다. 조지아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경찰로 복무하다가 케이블 채널의 격투기 리얼리티프로그램인 TUF에서 우승하는 등 이색 경력을 지닌 그리핀이 챔피언에 등극한 순간이었다. 그리핀은 경기 뒤 “(깨끗하게 승복한) 잭슨에게 고맙다. 막상막하의 승부였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붙어야만 한다.”고 말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대통령·박근혜 회동’ 뒤 갈등 해법찾기 부심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단독 회동 후폭풍에 휩싸여 극심한 혼란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친이·친박측 내부에서도 온건파 등을 중심으로 해법 찾기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당면 현안인 당외 친박 복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당의 명운이 좌우될 것으로 보여 양 진영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친이측 반응 “더 못참겠다” “朴실체 인정” 엇갈려 “대통령을 옹졸하게 만들고 사실을 왜곡하니까 별 수 없이 대응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대통령이 ‘당을 맡아달라.’는 식으로 더 구체적으로 제안한 게 사실이지만, 박 전 대표가 그런 건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하는 상황이라 ‘중심이 돼 달라.’ 정도만 전한 것”이라면서 “(대표직을 직접 제의했다는 얘기는) 진실은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측 의원들이 말하는 것을 봐라. 너무 심하지 않느냐.”면서 “진실은 있는데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서 우리가 밝힌 것으로 봐달라.”고도 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류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측을 향해 강경·온건론이 엇갈리고 있다. 강경그룹에서는 연일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단독회동의 내용을 입맛대로 공개했고, 일부는 왜곡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부 강경파는 “참을 만큼 참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할 테면 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일부 중진들과 온건파는 “당이 화합하지 않고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며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주류측의 유력한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박희태 의원은 “가족들간의 다툼은 칼로 물 베기”라며 “이 정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집권 여당이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최고위원회의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화를 통해 복당 규모와 시기 등을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며 “양측 모두 말꼬리 잡고 감정 싸움만 할 게 아니라 최고위원회의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참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주류측에서도 박 전 대표라는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제라도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당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화합을 위해서는 주류측이 더 양보해야 한다.”며 ‘주류 양보론’을 제시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친박측 반응 “복당 비껴가” 반발속 “대화로 해결” “달을 보라고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면서 손가락이 굽었네, 때가 묻었네 변죽만 울리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친 박근혜) 진영은 13일 청와대가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단독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차기 대표직을 제의했으나 박 전 대표가 거부했다고 뒤늦게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내각에서 함께 일하자고 한 것이 총리직 제의였고,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고 한 것이 대표직 제의였다면 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회동 브리핑을 알아서 하라고 할 땐 언제고 박 전 대표가 출국하자마자 뒤통수를 치는 것은 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갈등의 본질은 당외 친박 인사들의 복당 여부인데, 이른바 권력의 핵심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가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말꼬리만 붙들고 분노 연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측근은 “공천 때는 이방호 전 사무총장에게 다 얘기해 놨으니 잘 될 거라고 했고, 이 전 총장도 지시를 받았으니 걱정말라고 하더니 공천 결과는 친박 죽이기나 다름없었다.”면서 “이번에도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니 그 말을 또 믿어야 하느냐.”며 “당 지도부가 희안한 결론을 내리면 그때 가서 또 ‘나도 속았다.’고 하면 되는 것이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친박 내에서도 강경파의 격앙된 기류와는 달리 온건파 의원들은 해법 모색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당내 친박측의 좌장 격인 허태열 의원은 “양쪽 모두 더 이상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출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면서 “일단 이쪽에서 복당 문제를 공론화해서 5월 전에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만큼 저쪽에서 해법을 제시하면 그것을 가지고 대화해서 접점을 찾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우리 쪽에서도 불신만 가지고 말꼬리만 잡을 일이 아니다.”면서 “우리 쪽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당의 화합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희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9) 찰스 호히 아일랜드 前 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9) 찰스 호히 아일랜드 前 총리

    |더블린(아일랜드) 김태균특파원| 아일랜드는 ‘경제 기적(奇蹟)’이란 게 무엇인지 현실에서 보여준 살아있는 표본이다.‘서유럽의 병자(Sick Man)에서 켈틱 타이거(Celtic Tiger·켈트의 호랑이)로’,‘후진 농업국에서 선진 지식강국으로’ 등 다양한 변화의 수사(修辭)가 아일랜드에 따라붙는 이유다. 기적의 중심에 1987년부터 92년까지 총리(티샤흐)를 지냈던 찰스 호히(Charles Haughey)가 있다. 호히는 87년 3월 전체 의석의 과반이 안되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3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다.‘피나 폴(공화당)’의 당수로 이미 79∼82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던 그는 당시 경제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업률 17%의 ‘만신창이 경제´ 경제는 만신창이였다. 직전 해인 86년 실업률은 17%나 됐고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80년대 연 평균 국가 총 파업일수는 36만여일(개별공장 파업의 총합)이나 됐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를 넘어서 정부는 예산의 35%를 이자 갚는 데 쏟아부었다.73년 가입한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들은 아일랜드를 EEC의 지진아로 여기고 있었다. 호히는 재정 건전화와 사회안정,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외국자본 유치 등을 경제회생의 실천목표로 잡았다. “국가재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약화돼도 어쩔 수 없다.” 무자비할 정도의 정부예산 삭감이 시작됐다. 교육·농업·사회복지가 초긴축 재정의 1차 타깃이었다. 공무원 수와 그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정부지출을 억제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저금리를 유도함으로써 기업환경과 해외자본 유입을 활성화하자는 생각이었다. 그해 10월에는 노조, 기업, 농업 등 각계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렀다. 정부가 세금을 내릴 테니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해 경제회생에 동참하라고 설득했다. 산고 끝에 첫 번째 사회연대협약인 ‘국가재건프로그램(PNR)’에 합의가 이뤄졌다.3년간 임금인상률 2.5% 이내 제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외자 유치로 내부 성장동력 확충 호히는 동시에 더블린의 부두가(도크랜드)에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해외 금융자본 유치를 통해 내부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뜻이었다. 과거 제조업체에 한해서만 10%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던 해외자본 유치 인센티브를 IFSC에 입주하는 외국 금융기관에도 적용했다.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IFSC에는 시티그룹, 코메르츠방크,ABN암로,JP모건, 메릴린치 등 전 세계 450개 금융기관이 들어와 1만명이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촉진법 제정, 외국자본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 외환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갔다. ●작년 GDP 5만8883달러… 영국 압도 이런 노력 덕에 지난 20년간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GDP 증가율은 86년 0.4%에서 88년 3.0%,90년 7.7%로 급격하게 안정을 찾았다.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외자유치 효과가 본격화하고 지식산업의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95년 9.6%,97년 11.5%,99년 10.7%로 성장률이 더욱 뛰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발표기준 아일랜드의 1인당 명목 GDP는 5만 8883달러로 800년간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4만 5301달러)을 압도했다. 유럽에서 아일랜드보다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뿐이다. 과거 호히와 함께 근무했던 조지 쇼 총리실 경제정책국장은 “호히의 업적은 외자유치, 규제완화 등 미래를 내다본 정책에도 있지만 더욱 큰 것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을 경제회생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도록 인도하고 조정해 간 특유의 추진력과 카리스마”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국민 모두가 함께 일군 경제회생 |더블린 김태균특파원|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면 우리(야당)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 않겠다. 또 올바른 정책이라면 우리가 다시 집권해도 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해 3월에 집권한 찰스 호히의 ‘피나 폴(공화당)’이 경제개혁 방안을 하나 둘 내놓고 있던 1987년 9월2일,‘피나 게일(민주연합당)’의 당수 알란 듀크스는 더블린 남부 탈라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이른바 ‘탈라 선언’.1922년 ‘아일랜드 내전’(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북아일랜드 처리 문제를 놓고 아일랜드인끼리 벌인 전쟁)에서 맞붙은 이후 계속된 양측간 극심한 대립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는 호히의 선제적 유화책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호히는 자기가 총리가 되기 직전 집권당이었던 피나 게일의 정책들을 대부분 이어받았다. 야당시절 반대했던 정책들조차 일부 실행에 옮겼다. 해묵은 정쟁은 경제파탄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호히가 경제 최우선 정책의 돛을 올렸어도 야당과 기업·노조·농민 등의 호응이라는 순풍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적은 없었을지 모른다. 특히 야당의 도움은 결정적이었다. 여당이 공공지출 삭감과 임금인상 억제 등 인기없는 정책을 펼 때 이를 정권탈환에 이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당을 도왔다. 이때 수립된 전통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됨으로써 아일랜드 경제에 대한 안팎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년에 한번씩 사회연대협약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노·사·정이 보여준 양보와 합의의 미덕도 귀한 밑거름이 됐다. 임금인상·근로조건 등을 둘러싼 노·사 이견으로 사회연대 시스템 자체가 깨질 뻔한 상황이 여러번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정부의 중재를 수용해 원만한 타결을 지었다. 존 던 아일랜드 상공회의소장은 “사회연대협약은 여당과 야당, 기업과 노조 등 개별주체들이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windsea@seoul.co.kr ■ 찰스 호히는 누구? |더블린 김태균특파원|찰스 호히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자국에서는 ‘지난 반세기 가장 강력한 아일랜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호히를 논할 때면 항상 ‘카리스마(charisma)’와 ‘논쟁적(controversial)’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정계의 거목으로 선진국 진입의 길목을 열었다는 평가 못지 않게 검은 돈과 여성편력 등 부정적 이미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호히는 1925년 아일랜드 북부의 낙후된 지역 캐슬바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계학과 법학을 공부한 그는 51년 유력 정치인 숀 레마스(59∼66년 총리 역임)의 사위가 되면서 정치와 연을 맺었다.57년 33세 나이로 더블린에서 의원이 된 뒤 92년 정계를 떠날 때까지 총리만 3차례(79∼81년,82년,87∼92년) 지냈고 법무장관(61∼64년), 농업장관(64∼66년), 재무장관(66∼70), 보건·사회복지장관(77∼79년)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세번째 총리 재임 때였지만 이 기간은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날들이었다. 그동안 누적됐던 각종 스캔들이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이다. 호히는 재계 인사들과 오랫동안 청탁과 뇌물의 고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출처가 모호한 돈으로 대저택에 살면서 밤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화려한 사교생활을 했다. 여러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도 잇따라 폭로됐다. 풍자만화가들은 호히를 딸기코의 알코올 중독자나 호색한으로 자주 묘사했다. 91년에는 10년 전 언론인 도청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정부각료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면서 호히는 92년 2월 불명예스럽게 정계를 떠났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지만, 그들은 모르네. 더 이상은 그만…” 호히는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 나오는 주인공 오셀로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했다. 호히는 2006년 6월13일 8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일랜드 정부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러주었다. windsea@seoul.co.kr
  • [사설] 한국노총의 노사 선진화 약속 주목한다

    장석춘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이 그제 취임 일성으로 노사관계의 선진화와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이같은 목표 실현을 위해 한국노총이 앞장서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의 투쟁·반대·대립 일변도에 익숙해진 터라, 장 위원장의 각오가 새삼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국가경제의 주요 축을 담당하고, 노사화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의지 표명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전경련·대한상의·경총 등 재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여기에는 노사관계를 재정립하지 않고는 지금의 경제난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어서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의 친(親) 정부, 친 기업 행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노조로서 응당 해야 할 고유영역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서 한나라당 정권과 결탁해 지나치게 정치화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동단체의 준(準)정치집단화는 이해할 부분이 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 한 것과 동일선상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정부와 정책공조에 성공하면 국민의 신망을 얻고 선진화한 노사관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노총의 변화 의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하겠다. 우리는 특히 한국노총이 대기업 노조에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그 여유자금을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에 쓰게 하겠다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근로자의 차별과 양극화 해소,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주체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높이 평가한다. 정부와 기업도 한국노총의 이런 양보와 희생에 마땅히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
  • 장석춘 신임 한국노총위원장 “성장 위한 노동자 희생 안돼”

    장석춘 신임 한국노총위원장 “성장 위한 노동자 희생 안돼”

    한국노총은 29일 장석춘(51) 금속노련위원장을 제22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열린 임원선출을 위한 선거인대회에서 장 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한 22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1967명의 찬성(91.5%)을 얻어냈다. 한국노총이 선거인단 찬반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위원장은 LG전자 출신으로 지난 1987년의 노동자대투쟁운동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를 선언했는데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가. -20∼30년 전 방식의 노동개혁이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한다. 대중의 지지 없는 노동운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장과 대중을 바탕으로 한 노동운동을 펼쳐 나가겠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에 대한 입장은.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자 희생을 담보해선 안 된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을 자제하라는 부분은 수긍할 수 없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이 제도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한다면 노총 차원의 양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는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을 불인정, 배제하고 있다. 이런 시각과 태도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동구 신혜원기자 yidonggu@seoul.co.kr
  •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참여정부는 임기 말인 올해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사업과 정책 등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속도를 냈다. 이에 각 부처는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진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한 해 각 부처가 추진한 각종 사업을 되짚어보고 차기 정부에서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의 올 한 해 성과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점도 있지만 내실이 있다고 하기에는 수요자를 설득시키기 어렵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아쉽고 답답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2월7일 청와대 업무보고 당시 5대 전략 목표를 세웠다.25개 성과목표에 103개 세부 추진 과제(111개 주요 정책 과제)를 선정했다.1년이 지난 지금 교육부는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총리 집무실 한편에는 ‘월별 정책추진 상황판’이 걸려 있다. 매월 세부 추진 과제별 성과를 점수로 표시한다. 교육부는 올 10월까지 ‘우수’ 23개,‘보통’ 66개,‘보완 필요’ 22개로 집계했다. 최근 엄청난 논란과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수능 9등급제 방식으로 따지자면 중간 수준인 4∼5등급에 해당한다. 교육부가 성과를 자평하는 부분은 인적자원개발 영역이다. 인적자원혁신본부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이다.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안전망 구축도 내세울만한 성과로 꼽힌다. 만 3∼5세 유아교육비 지원 대상을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의 100% 수준으로 확대했다. 인가받은 대안학교를 늘리고, 대학생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확대했다. 특수교육진흥법을 대폭 손질, 장애인 영아(0∼2세) 무상교육과 유치원(3세 이상)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돋보였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이뤄낸 것만큼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교육복지 정책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정책은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8학년도 대입 제도. 지난 2003년 제도를 마련할 때 찬반론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제도의 운용. 올해 새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4년 동안 교육부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대입 제도의 핵심인 입학사정관제는 올해 시범 운영이 임박해서야 대학들을 채근했다.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내신 실질반영률 문제도 미리 대비하지 못해 결국 대학들과 깊은 갈등의 골만 남겼다. 소신 없는 교육부의 태도도 문제다. 특수목적고 정책만 해도 처음에는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슬그머니 차기 정부로 결정을 미뤄 혼란을 키웠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교육연구소 이인규 소장은 “교육부가 주요 정책에 대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시적인 처방에 급급한 게 문제”라면서 “공부처럼 교육 정책도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이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다른 곳의 눈치를 살피면서 따라가는 정책을 펴다 보니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법무부 법무부의 올 한해 성적표는 ‘보통’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엄정한 법집행, 서민 권익보호, 범죄방지, 법무서비스 개선을 내세운 뒤 법률 제정으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지만 세부 집행에서의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행 법률과 규칙도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법무부가 2월 발표한 ‘2007년 업무계획 및 중점 추진과제’를 분석한 결과다.17대 대선과 맞물려 엄정한 법집행이 강조됐다.UCC 등을 이용한 신종 선거사범에 대처하기 위한 ‘사이버선거범죄 대책본부’가 발족했고, 전체 선거사범 단속 건수도 16대 대선(72건)에 비해 3배(307건) 가량 늘었다. 하지만 ‘BBK사건’과 ‘삼성 떡값검사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는 오해를 받고 있다. 거액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 움직임은 지난 9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와 10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안’의 국무회의 통과로 빛을 봤다. 횡령·배임 등 중대 범죄를 저질러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방법이 ‘추징금’에서 ‘벌금형’으로 바뀌고, 강제노역 처분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법무부의 올해 미납 추징금은 24조 6652억원이다. 서민권익보호는 이자제한법 부활과 노역장 유치 개선으로 정리된다. 이자제한법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과 개인의 자금 조달을 위해 폐지됐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사채에 짓눌리는 부작용 탓에 6월 말 재도입됐다. 무등록 대부업자나 개인의 사채를 이용할 때 연 3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무효가 됐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벌금을 못 내는 사람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대신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그러나 연말 국정감사에선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택하는 ‘환형유치’가 여전히 증가세이며 노역형 몸값이 3만원에서 1억원까지 사람에 따라 3333배가 차이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법 보험편 개정은 ‘법무서비스 개선’의 차원에서 추진됐다. 정신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 등을 허용하고 생명보험의 보험금 수급권에 대한 압류를 제한했다. 이와 별도로 기업친화적 법제 개선은 김성호 전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2월11일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내놓고 출입국관리국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개편했지만 외국인 관련 정책의 불협화음은 계속된다. 7월 출범한 법조윤리위원회와 변호사법 개정안은 전관(前官) 변호사의 수임 제한 방안과 검사윤리강령 마련에 일조하고 있다. 다만 미국처럼 로비스트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로비스트법안’은 계획과 달리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교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올해 목표는 법제정과 법집행으로 작은 것부터 달성됐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행자부 행정자치부는 올 한 해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지역진흥재단·지역홍보센터 설립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등 굵직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따라서 첫 단추를 꿴 것인 만큼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향식 개발사업인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는 지난 2월 30개 대상지역 선정을 계기로 닻을 올렸다. 각 대상지역은 ‘명품 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거나,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각 지역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기 위한 각종 맞춤형 사업이 추진된다. 하지만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주체가 불명확하고, 국민 관심에 비해 추진강도도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예컨대 정부의 지원방식을 기존 ‘나눠먹기’식에서 해당 지역이 필요로 하는 예산을 하나로 묶는 ‘몰아주기’(정책패키지)식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영훈 살기좋은지역기획팀장은 “건설교통부·문화관광부 등 관련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주민 주도 개발사업인 만큼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자부는 또 1년여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8월 한국지역진흥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재단이 내놓은 첫 작품은 전국 246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관광·문화·특산품·투자 등 지역정보를 한데 모은 ‘전국 방방곡곡 대한민국 지역홍보센터’이다. 지난달 말 개관한 지역홍보센터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잇는 프레스센터에 위치, 서울 도심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채홍호 균형발전총괄팀장은 “지방을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지자체간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에는 온·오프라인간 연계를 보다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행자부는 지난달 22∼24일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의 성공적 개최도 뒷받침했다. 총회에는 70개국 20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부대행사인 ‘화장실 엑스포’는 경제파급효과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써 세계화장실협회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주도해서 만든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성호 생활여건개선팀장은 “내년에는 공중화장실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 ‘화장실 혁명’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또 화장실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중국 베이징에서 ‘제2차 화장실 엑스포’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朴 오늘 칩거는 풀지만…

    朴 오늘 칩거는 풀지만…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말이 없었다. 측근들도 말을 아꼈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도 답해 달라고 묻자, 한 의원은 “말을 아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만 했다. 이명박 후보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진정성이 담겼다고 인정했을까, 아니면 부족하다고 느꼈을까.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했을까. 이도저도 아니고 다만 박 전 대표로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까. ●유정복의원 대신 보내 성의 표시 측근들은 이같은 의문의 답을 박 전 대표만이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12일 개인 일정을 위한 외출에 나서면서 박 전 대표가 입장을 언론에 밝힐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 측근은 “이 후보의 회견 내용 자체가 거부인지 수용인지를 밝힐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박 전 대표가 무엇을 요구한 일도 없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밝힌 경선결과 승복 및 ‘백의종군’ 정신에서 변함이 없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말씀이 있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박 전 대표는 경북 구미에서 열리는 대구·경북(TK) 필승결의대회에 유정복 의원을 대신 보내는 것으로 성의를 표시했다. 유 의원은 “이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인 10일 박 전 대표가 대회 참석을 부탁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자신은 개인일정이 있어 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박 전 대표를 등장시켜 TK 지역에서 감지되는 민심 이반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려 했던 이 후보측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라진 게 있느냐”vs“성의 받아들여야” 이날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박 전 대표측 내부 기류는 묘하게 엇갈렸다. 이 후보의 화합책에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의견과, 이 후보의 화합 의지를 높이 사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고 한다. 측근 의원 가운데 한 명은 “(이 후보 기자회견에서) 달라진 게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당권·대권 문제를 언급한 것을 이 후보가 마음을 연 것으로 평가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요양병원 병상 남아돈다

    요양병원이 난립하고 병상도 크게 남아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이 361개에 4만 2617병상에 이른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분석한 수요와 비교할 때 2000병상 정도 과잉 공급됐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요양병원 병상의 과잉 공급 원인은 내년에 실시 예정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기대,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03개 2만 4755병상이던 것이 올해 들어서만도 163개 병원,1만 7862병상이 새로 생겼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중소 규모 병원들이 앞다투어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것도 병상 과잉공급의 원인이 됐다. 기존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바꾼 병상은 6529개에 이른다. 정부가 요양병원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병원 건립을 지원해준 것도 난립을 부추겼다.복지부는 2002년부터 장기요양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고 중소 병원의 경영 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로 연 4.58%,5년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병상당 1000만∼2000만원을 지원해 왔다. 올해에도 300억원이 지원된다. 복지부는 요양병원 병상이 남아돌자 요양병상 확충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또 시·도에 요양병원 개설 허가를 자제하도록 통보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비정규직 해법 갈등 양대노총 감정싸움 폭발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차가 ‘야합’ ‘아첨’ ‘철부지’ ‘중상모략’ 등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들이 동원된 극도의 감정싸움으로 폭발했다. 그동안 숱한 이견이 둘 사이에 존재했지만 이 정도의 날카로운 대립은 처음이다. 노(勞)·노(勞) 갈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각종 현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이 나온다. 지난 13일 오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 대표는 ‘비정규직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노사가 서로 한발짝씩 양보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하자는 내용이었다. ●한노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 합의문 발표 1시간여 만에 민주노총은 ‘제2의 노사정 야합을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비정규법 재개정 요구가 분출되는 시점에서 나온 이번 합의는 재개정 요구를 가로막고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겠다는 또 하나의 야합”이라며 노사정을 모두 비난했다. 특히 한국노총을 겨냥해 ‘사측에 아부아첨하는’,‘노동자를 팔아 제 이득을 채우는’,‘한국노총의 야합작태는 이제 천성이 되었다.’ 는 등의 표현을 썼다. 한국노총은 다음날 ‘철부지 민주노총에 엄중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으로 맞받았다.“제2, 제3의 이랜드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노총이)경영계와 정부를 설득·압박해 합의를 도출한 데 대해 (민주노총이)비방과 음해만 일삼는 것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다.”면서 “민주노총의 날조와 왜곡, 자가당착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왜곡날조 관련자에 대해 즉각 인사조치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5일 “민주노총의 ‘욕설’에 더욱 매섭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 많았지만 우리쪽의 품위를 고려해 수위를 낮췄다.”면서 “민주노총이야말로 비정규직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한노총 행태 더이상 묵과 못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보호법, 노사로드맵 관련법 등 입법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보여준 행태에 많은 조합원들이 분노했지만 같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대응을 자제해 왔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그들의 사과 요구에 전혀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노총은 올 초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취임 이후 부쩍 관계개선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두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데다 이석행 위원장이 정부·경영계와 적극적으로 만남을 갖는 등 변화한 행보를 보인 데도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차 등으로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졌고 이번 비정규직 사태는 서로 완전히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민주노총 관계자가 방송프로그램에서 이용득 위원장을 두고 “노동운동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한 것, 한국노총 관계자가 정부기관 등 특강에서 민주노총을 맹렬히 비난한 것 등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이랜드發 비정규직 갈등 악화일로

    이랜드發 비정규직 갈등 악화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비정규직 법안이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사업장 곳곳에서 노사가 충돌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기존 비정규직을 용역화하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나누는 분리 직군화를 추진하는 사측에 대항해 노동계는 파업과 점거 농성 등 물리적인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비정규직 마찰은 학교, 병원, 구청, 호텔 등 일반 기업과 관공서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李노동 “장기화땐 공권력 검토”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이날 오후 ‘이랜드 사태’에 대해 노동부가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사태가 장기화될 때는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현재 비정규직 법안 시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홈에버·뉴코아 등 유통업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비정규직법의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새벽 서울 구로선경오피스텔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용역 직원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관리단의 용역 전환 조치에 반발, 오피스텔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앞서 전국 학교의 조리사, 행정 업무 직원 등 상당수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올해 초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해고 뒤 용역화로 갈등 금융권 역시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하나은행은 공석이 된 기존 비정규직 자리를 인력파견 업체 인원으로 채워 넣었다. 다른 은행들도 비정규직 업무를 용역 업체 직원에게 맡기는 방안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은행과 노조는 교섭을 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는 개별 교섭, 개별 은행은 산별 교섭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공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면서 “이번 주까지 진전이 없으면 쟁의행위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레알 코리아와 샤넬도 비정규 판매직원들을 용역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노조원 800여명은 회사의 용역전환 움직임이 구체화할 경우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에 동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송파구청, 광주시청, 서울대병원, 잠실 롯데호텔 등에서도 비정규직의 계약해지나 용역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정규직과 勞·勞간 알력 노·노(勞·勞) 갈등까지 끼어들고 있다. 코스콤(옛 증권전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달 노조를 결성, 근로자파견법을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해고형 ▲파견근로형 ▲성과별 정규직 전환 등 세 가지다. 이중 해고형과 파견근로형이 대부분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우리은행·신세계 등 일부 기업밖에 없다. 그것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신분을 얻은 이들의 임금은 기존 정규직의 절반에서 3분의2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민주노총 비정규실 김동우 실장은 “비정규직 법안의 허점을 기업들이 악용하면서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면서 “기존 비정규직의 해고와 용역화라는 악순환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갈등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기존 정규직의 임금인상 자제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분위기를 유도하고 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화와 양보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하 주현진 이두걸 강주리기자 douzirl@seoul.co.kr
  • 중견건설사 ‘해피트리’ 신일 부도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잘 알려진 중견 주택건설업체인 신일이 13일 계열사인 신일하우징과 함께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에 앞서 한승건설, 세창건설 등 일부 중견 지방 건설업체들도 최근 부도를 냈다.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이어질 경우 특히 지방에서 주로 분양하는 건설사들의 부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협중앙회 수원인계동지점은 “신일은 8억 300만원, 신일하우징은 3억 5200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신일이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일은 지난 1985년 설립된 아파트 전문 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는 57위, 지난해 매출액은 4688억원이다. 신일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47.2%로 건설업계 평균(168.3%)보다 낮다. 영업이익은 275억원, 순이익은 180억원이었다. 신일의 지난해 실적은 괜찮았다. 하지만 최근 대구, 천안 등에서 대규모 분양을 했으나 지방의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미분양이 속출한 게 부도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신일의 사업 중 90%가 아파트 부문이다. 신일이 시공한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은 이날 현재 1800가구나 된다. 신일이 시공 중인 현장은 15곳 7600여가구에 이른다. 최근 지방에 물량이 쏟아진데다 수도권의 집값 급등과 지방에서의 묻지마 청약열풍을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금지,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 등 분양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도 주택시장을 냉각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신일이 법정관리를 비롯한 회생절차를 밟더라도 제때 공사를 하는 게 쉽지 않아 신일이 시공 중인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주민들은 예정보다 입주가 늦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모든 현장이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기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사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시행사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재개할 수 있지만 시행사들이 좋지 않은 재정 상태를 이유로 공사 이행을 포기하면 분양보증을 선 주택보증이 사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보증 이행을 하게 된다.”면서 “분양 계약자의 3분의2 이상이 원하면 분양대금을 돌려주고,3분의2가 안 되면 입찰 형태로 다른 건설사를 선정해 나머지 공사를 재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일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은 중도금 선납을 자제해야 하고, 중도금은 반드시 지정한 은행계좌로만 납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사설] 北 미사일 정부 대응 안이하다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한 정부 당국의 대응이 석연치 않다. 일본 언론이 보도하자 마지못해 확인해주는 정도였다. 상세한 공식브리핑은 없었다. 때문에 미사일 발사 방향과 숫자 보도가 오락가락했다. 우리 정부가 미사일 발사 정보를 뒤늦게 알았다면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셈이다. 알고도 미적거렸다면 혼란을 부추겼다는 측면에서 그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는 내외신의 확인 요청이 잇따르자 합동참모본부 명의로 일본 언론보도 내용을 간접확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미국도 백악관과 국무부가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개발은 사정거리로 볼 때 남한을 겨냥한 것이다. 정례 훈련이라도 우리가 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을 가진 날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측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은 군사 긴장을 높임으로써 더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좋은 배(세종대왕함)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는데 괜한 오해를 부를 언급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했다. 북한 미사일 사건은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이 옳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 발사 조짐이 있으면 미리 정보를 공개하고, 위험수역에서 우리 선박과 항공기 운항시 주의조치를 취해야 했다. 사후에도 국민 궁금증을 해소해야 마땅했다. 정부가 이렇듯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므로 기자실이 통폐합된 뒤 국민의 알 권리 실종은 불보듯 뻔하다.
  • “여론조사 합의 주장은 여론호도”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했으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공세모드로 전환했다. 이제까지 지지율 1위라는 부담 때문에 가급적 공세를 자제해온 모습과는 달리 강경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경선 룰과 관련해 “세번 양보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발언이 이 전 시장 측을 자극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진수희 의원은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세번 양보’ 발언에 대해 “과거 1인 보스 정당시절에 제왕적 총재를 연상케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진 의원은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당 내분 수습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까지 언급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주 3자 회동에서 ‘경선 룰 변경 불가’라는 확고한 입장을 재천명한 후 이 전 시장측이 수세에 몰리는 듯하자 다시 공격 모드로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경선 룰 관련 여론조사 반영비율 문제가 경선 승리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박형준 의원은 “‘8월-20만명’ 경선 룰에 대해선 부분합의만 됐지 세부적인 여론조사 부분은 합의가 안 됐고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박 전 대표의 ‘세번 양보’ 발언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해진 공보특보도 “박 전 대표측에서 ‘여론조사 반영 방식에 이미 합의가 됐는데 우리가 뒤늦게 합의원칙을 깨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여론호도이자 부당한 선동”이라고 반발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이명박·박근혜 ‘경선 룰’ 재충돌

    이명박·박근혜 ‘경선 룰’ 재충돌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4일 강재섭 대표의 주선으로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만나 4·25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쇄신과 새로운 출발에는 원칙 합의했지만 경선 룰에 대해서는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며 충돌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반영비율 등 경선 룰을 둘러싼 두 진영의 대립각은 한층 더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양측 모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또다른 내분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회담 브리핑에서 “강 대표가 9가지 의제를 제시했고, 두 대선주자도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경선 룰과 관련,“이 문제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빨리 결정하겠다.”며 “당 대표에게 맡겨주면 명분도 있고 합의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당심과 민심을 5대5의 비율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하기는 어려우니 강 대표에게 맡기자.”고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 전 대표는 “기존의 경선 룰은 원칙대로 지켜져야 한다. 나는 한번 크게 양보했다. 그렇게 해서 합의한 내용을 또 바꾸려해서는 안 된다.”며 재론 불가 입장을 분명히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날 회동 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라이트 정책위 출판기념회에서 “후보가 유불리에 따라 자꾸 룰을 바꿔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경선 룰을 바꾸면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라며 “‘나’를 되게 해달라는 거지 뭐냐. 나도 불만이 있는 것을 바꿔 달라고 하면 바꿔 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졌던 당의 내분을 수습하고 화합하기 위한 첫 만남인 이날 ‘4자회동’이 사실상 양측간 최대 쟁점인 경선 룰 문제를 놓고 이견을 노출한 채 끝남에 따라 강 대표의 ‘쇄신’ 작업은 난관에 부닥칠 전망이다. 현행 경선 룰 규정은 투표참여비율을 대의원 20%(4만명), 당원 30%(6만명), 일반국민 30%(6만명), 여론조사 20%(4만명)로 하면서 대의원과 당원, 국민투표 참여 인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연동시키도록 돼 있다. 한편 회동에서 강 대표는 경선 룰 문제외에 ▲경선 결과 무조건 승복 ▲주제별 정책토론회 개최 ▲국민검증위원회 출범 ▲캠프 상근 의원 최소화 ▲불법 선거운동 엄단 ▲대선주자 수시 간담회 ▲시·도 위원장 대선후보 경선 이후 선출 ▲결원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 경선 과열 자제 ▲경선룰 결정 당 대표에 위임 등 9가지 안을 제시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기고] ‘공동세 신설’ 지자제 훼손 우려/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 25개 자치구가 거둬들이는 재산세의 절반을 공동세로 조성, 재정불균형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지방세 50% 공동세’ 안을 둘러싸고 자치구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공동세안에 찬성하는 자치구는 노원, 강북 등 19곳이고 강남, 서초, 중구 등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나머지 6곳은 반대하고 있다. 공동세란 표면적으로 모든 자치구가 50%란 비율을 같이 부담하지만 이면에는 ‘부자구’의 세수를 가져다가 ‘가난한 구’에 나눠 줘 자치구간 재정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세금이다. 이처럼 쾌도난마식 해결 방법은 통쾌하기도 하고, 쉬워 보인다. 희생하는 입장은 소수고, 혜택을 보는 입장은 다수라 밀어붙이면 소수는 이기주의자로 낙인찍혀도 호소할 데도 없다. 공동세안을 찬성하는 측에선 구간 자치재원의 격차가 구민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상대적 박탈감을 줌으로써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재정독립 없이 진정한 지방자치가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때는 중앙에 대한 예속도를 낮추고, 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해 아예 중앙교부금을 없애자는 논의까지 있었다. 공동세안이 실행되면 자치구의 중앙교부금에 대한 의존이 커질 것이고, 시에 대한 예속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반영, 우여곡절 끝에 1995년 어렵게 실현된 지방자치주의가 발전은커녕,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음으로 자치구간 불균형해소를 위해 이 법안이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공동세안에 따라 자립도가 높은 강남, 서초 등 6개구로부터 1700억원을 거둬들인다고 해도 나머지 19개구에 공동분배하면 한개 구에 가는 돈은 100억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액수로는 자치구의 자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나마 자립도가 높은 구들은 자립도가 낮아지고, 자립도가 낮았던 구들은 제자리에 머물게 돼 자칫 하향평준화 우려가 있다. 또 세수확보를 위한 지역개발이나 기업유치 등을 등한히 함으로써 전체적 발전이 지체될 수 있다. 일부에선 강남권 특혜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강남 발전이 서울시 차원의 도시계획과 개발계획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강남개발이 강북의 희생과 양보로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강남개발은 강남 거주민들이 평균 37%의 토지를 개발비용으로 부담했고, 서울시는 강남 개발에 따른 별도의 비용을 들인 것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공동세로 부담이 커질 일부 자치구들은 이미 상당한 액수의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고 있다. 해마다 그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는 지난해 약 3000억원을 납부했다. 이 돈은 다른 자치단체에 나눠주는 교부금 재원으로 이미 쓰이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또다시 공동기금을 조성, 해당구의 재산세를 다른 자치구에 나눠준다면 이중부담인 셈이다. 자치구간 재정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협력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건전한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세 개정에 앞서 국세와 지방세, 서울시세와 자치구세의 세원배분 구조를 재검토해 기초자치단체의 재원을 충실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국세의 일부를 서울시세로 하고 서울시세 가운데 일부 세목을 자치구세로 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의 재원을 높여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세인 종부세를 광역시세로 하여 서울에서 걷히는 약 1조원을 서울시에서 사용하고 서울시에서는 이에 상응한 세목을 자치구에 나누어 주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의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HAPPY KOREA] “키토산 덩어리 대게껍데기가 효자”

    [HAPPY KOREA] “키토산 덩어리 대게껍데기가 효자”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 주변에는 규석 광산이 많다. 때문에 축산항은 일제시대 이후 80년대 이전까지 광산에서 캐낸 규석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덕 대게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지 이미 오래다. 축산항도 인근 강구면 강구항과 더불어 대게잡이 어선들이 들락날락하는 대표적인 어항이다. 대게라는 이름도 축산항 인근 죽도(竹島·대나무섬) 해역에서 잡아올린 게의 다리가 대나무 마디처럼 생겨 붙여졌다고 한다. 이처럼 축산항은 대게와 오징어 등 어업생산의 전초기지 역할도 담당해 왔다. 지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어업과 농·축산업을 연계하는 지역특화의 전초기지로 자리잡고 있다. 해법은 ‘발상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살기좋은 지역만들기’ 30개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정한 ‘게맛’은 살이 아닌 껍데기에 있다? 매년 수십만명의 방문객이 축산항 일대 음식점에서 먹어치우는 대게는 위판장을 통해 외지로 팔려나가는 양보다 월등하게 많다. 전체 대게 어획량의 80%가량이 직거래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마을에는 대게 껍데기 같은 잔해물들이 수북이 쌓여 있을 법한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게와 같은 갑각류 껍데기에는 키토산이 풍부하다. 키토산은 노화 억제 및 면역력 강화 기능과 더불어 생체리듬 조절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대게 껍데기는 어민들에게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농민에게는 논밭에 뿌리는 유용한 비료용 원료가 되고 있다. 이 지역 특산품인 ‘키토산 쌀’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28년간 대게잡이 어선을 운영해온 김해성(50)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게 껍데기는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농민들의 경쟁이 치열해 없어서 못 가져갈 정도”라고 전했다. 에덴농장에서 생산되는 ‘키토산 계란’도 닭에게 주는 모이에 대게 껍데기를 갈아넣은 것이다. 일반 계란의 납품가가 10개당 1800∼1900원 정도인 반면, 키토산 계란은 이보다 30∼80%가량 비싼 2300∼3200원 수준이다. 때문에 에덴농장은 연매출만 20억원이 넘고, 직원 수도 10여명에 이른다. 에덴농장 이상환(31)씨는 “영덕에서 유일한 양계농가라 질병 예방과 브랜드화에 강점을 가진 것”이라면서 “남이 하는 일을 따라하기보다 남이 하지 않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경쟁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성게·불가사리,‘바다의 해적’서 ‘농사짓는 단비’로 새로운 ‘쓸모’를 찾은 것은 비단 대게 껍데기만은 아니다. 인근 해역에 많이 서식하는 성게는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對)일본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한때 성게는 불가사리와 더불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어민들이 성게 채취를 중단하자,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 등 해초류를 먹어치우는 ‘바다의 해적’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농민들이 성게는 물론, 불가사리를 식용이 아닌 퇴비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게에는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물질인 타우린 등이, 불가사리에는 인체에 유용한 칼슘 등이 각각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논밭에는 화학비료 대신 성게와 불가사리를 가공한 천연비료를 뿌리는 친환경 농법도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쌀 80㎏ 한 가마당 16만∼17만원선인데 반해 이곳에서 생산돼 ‘불가사리 쌀’,‘타우린 쌀’ 등의 상표가 붙을 경우 25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수산물의 활용 범위를 김치 등 가공식품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기에 앞서 지역 특성을 살려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덕 김상화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새달 ‘물가자미 축제’ 김병목 영덕군수 “특성 없는 지역축제 난립 문제” “고만고만한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해서야 경쟁력이 생기겠습니까.” 김병목 경북 영덕군수는 지역축제 난립에 대해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예컨대 산지가 전체 면적의 81.5%에 이르는 영덕군은 우리나라 전체 산송이버섯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 영덕군·울진군·봉화군과 강원 양양군 등 국내 4대 송이 주산지 가운데 ‘송이 축제’를 열지 않는 곳은 영덕이 유일하다. 또 과메기 생산량도 인근 포항시에 뒤지지 않지만,‘과메기 축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영덕군은 이 지역 대표 축제인 ‘대게 축제’에 이어 또다른 주산물이자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고 있는 ‘물가자미 축제’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인 축산마을에서 오는 4월 말 열 계획이다. 김 군수는 “이미 다른 곳에서 특화돼 있는 축제를 따라하는 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라면서 “인근 지역끼리 협력·조정해야 인지도는 물론, 지역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또 영덕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주저없이 꼽았다. 물론 뭉칫돈이 들어올 곳이 없다보니 지방재정은 열악하다. 연간 예산 규모는 2000억원이 넘지만, 지방세 수입은 담배소비세 25억원 등 80억원이 고작이다. 그는 “종합부동산세다 뭐다 말들도 많지만, 딴세상 얘기”라면서 “무리하게 공장을 짓기 보다 지역 주산물에 청정지역이라는 포장을 씌우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축산마을에 향후 3년 동안 투입될 국비 186억원, 지방비 132억원, 민자유치 27억원 등 모두 345억원은 ▲수변공간 정리 ▲생태공원 조성 ▲하수종말처리장 설치 등 생태환경 보존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김 군수는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해양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수산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기 위한 ‘바다종합개발계획’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무분별한 대게잡이 자율규제키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를 위한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마을 주민들의 첫걸음은 ‘대게 지키기’이다. 대게잡이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상지역 선정 직후 12월 이전에는 대게잡이를 자제하기로 주민들이 합의했다. 또 자율 규제와 관리를 위해 이달 초에는 주민 공동으로 영어법인까지 설립했다. 김해성(50)씨는 “어족 자원이 줄어들면서 대게를 잡으려는 연·근해 어선간 영역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대게를 마구잡이식으로 잡아들일 경우 우리 지역의 대표 자원인 대게가 고갈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환(40)씨는 “전국적으로 대게는 너나 할 것 없이 영덕 대게로 팔려나가고 있다.”면서 “영어법인을 통해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해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번영회와 청년회, 어촌계 등 자생단체 대표자들은 기존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40∼50대 젊은층으로 이른바 ‘물갈이’도 이뤄졌다. 마을의 앞날은 젊은층이 책임지고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성만(49)씨는 “축산항 일대 개발 문제는 선거철마다 20년 넘게 나온 얘기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면서 “지금까지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기다리지 않고 주민들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축산마을 주민들의 전체 소득 가운데 90% 정도는 대게와 오징어 등 수산물 생산·가공을 통해 얻고 있다. 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임상휘(47)씨는 “수협에 위탁 판매하는 것보다 마을을 찾는 방문객 등과 직거래할 경우 같은 양을 팔아도 소득은 2배 이상 높아진다.”면서 “아직은 마을이 볼품 없는 곳도 많지만, 외지인들이 와서 머물고 싶은 곳으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덕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유시민 “총리님 지적은 즐거워”

    유시민 “총리님 지적은 즐거워”

    ‘총리님의 지적은 언제나 즐거워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한 얘기다. 한명숙 총리의 질책성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유 장관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김 처장은 웃으며 “왜 맨날 말썽만 일으키느냐?”고 했고, 이에 유 장관은 “총리님의 지적은 언제든 즐겁습니다.”라고 살짝 비아냥대는 듯한 발언으로 받아넘겼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강한 어조로 최근 의료법 개정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점검을 지시했다.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는 행위를 자제토록 설득하고, 집단 휴진에 대비해 비상 진료체제를 갖추라고 강조했다는 것. 그러나 의안 심의가 끝난 후 한 총리가 “더 말씀하실 분이 있느냐.”라고 하자 유 장관이 마이크를 켜고 나섰다. 유 장관은 “총리께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의료법 개정의 쟁점 사항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 전언에 따르면 유 장관은 “몇가지 쟁점과 관련 서로 양보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의사협회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병원협회와 관련 학회 등 다른 단체는 휴업에 동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복지부는 큰 잘못이 없다는 뉘앙스로 말했다는 것이다. 또 “30개 조항 중 20개 이상은 합의를 했고 10여개만 아직 이견을 조율 중이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에 총리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루겠다.”고 정리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미묘한 분위기는 결국 국무회의장 밖에까지 이어져 ‘즐거습니다∼’란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이다. 관가 주변에선 “지난 번 한 총리가 유 장관을 보고체계 준수 와 관련 일방적으로 질책당한 것에 대한 반응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국무회의 직후 유 장관이 ‘비전 2030에 부응하는 건강투자전략’을 총리 및 관계부처와 협의 없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을 강하게 나무랐었다. 유 장관은 앞서 지난 달 30일 청와대 국무회의 개회 직전에도 ‘공무원연금’ 문제를 놓고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과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임창용 윤설영 기자 snow0@seoul.co.kr
  • [씨줄날줄] 카리스마 부총리/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2004년 3월12일 오후 2시30분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문제만큼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전례없는 강한 어조로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어 국제 신용평가회사와 해외 기관투자자 1000여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경제의 저력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금융단체장과 금융기관장들을 소집해 단기 대응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사상 초유의 대통령 공백사태를 맞았음에도 금융시장은 금세 안정세를 되찾았다. 국내외 언론과 시장참가자들은 ‘금융황제’의 카리스마가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부총리가 TV에 얼굴을 비치기만 해도 국민이 좋아하고 시장이 안도한다.”며 탈권위를 선언한 참여정부에서 유난히 이 부총리의 권위에 대해서만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한나라당 등 야당도 총선을 눈앞에 두고 선심성이라고 꼬집을 수 있는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이 부총리를 정면으로 공박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 정부 시절 외환위기 후속대책으로 ‘빅딜’‘워크아웃’ 등 기업의 생사를 비밀리에 결정한 ‘청와대 6인회의’.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이헌재 금감위원장,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강봉균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 멤버였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대의 고수들이 각자 자존심을 걸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인 이 모임에서 항상 결론은 이헌재 위원장이 의도했던 방향으로 결정났다고 한다. 이 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경제기획원 출신이어서 금융 부문으로 넘어가면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혐의로 결국 낙마했지만 이헌재씨에게는 범접하기 힘든 노회한 실력과 직관이 있었던 셈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국회 답변자료에서 “과거처럼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부총리 역할 수행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임 한덕수 부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는 색깔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마무리 투수’임을 자임하는 권 부총리의 의도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도 눈빛 하나로 시장을 움직이는 경제사령탑을 원하는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가족들이 야속” 우울증 걸린 아내

    Q결혼한 지 19년 된 가장입니다. 아내가 최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우울해하고 만사를 귀찮아합니다. 저는 밤낮으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아이들도 모두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데 아내는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식욕도 없는지 밥도 잘 안 먹고 말도 잘 안 합니다. 혼자 울거나 가족들이 야속하기만 하다는데 뭘 어떻게 해야 아내의 우울증을 낫게 할 수 있을까요. -최정만(가명·48세) A아내의 우울증세와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집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제각기 밖에서 바쁘게 보내느라 가정에서 함께할 최소한의 시간 확보가 어렵고 대화조차 안 된다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면 아내는 ‘가족 누구도 내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아무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우울증에서 빨리 벗어나기는 어렵겠지요. 다행스럽게도 가족들에게 야속하다는 표현을 한다고 하니 아내를 도울 방법 또한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우울증의 범위는 단지 기분이 침체되는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시도하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게 나타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살맛이 없고 평소 즐거웠던 일이나 취미생활도 시들해지고 자신감이 없어지며 스스로 하찮은 존재로 여겨 자기 비하와 절망감에 빠집니다. 심한 경우 자신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죽어야 편할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식욕감퇴, 소화불량과 함께 현저한 체중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지요. 평소 조용하고 조심성이 많으며 꼼꼼하고 착실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로 정작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표출하지 못하고 억압시키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더 잘 걸리기 쉬운데 이유는 생리·출산 등으로 몸의 균형이 깨지기 쉽고 스트레스를 풀 기회나 방법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지요. 여성의 경우 50세 전후, 폐경과 더불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며 젊음에 대한 상실감, 허탈함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특히 사회활동이 적거나 평생 양보하면서 참고만 살아온 경우 우울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갱년기 우울증에는 평소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자기 감정을 참거나 억압시키지 말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대화로 표현해서 해결하는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우울증은 평소 업무 과다나 과소로 자기 역할이 불분명하다고 느껴질 때, 또 가족 간에 대화가 안 통하고 관계 갈등 상황이 지속될 때, 그리고 자신이 노력한 대가나 보상이 부적절하다고 느껴질 때 심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주고 대화를 통해 친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 주며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아내의 공을 인정해 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느낌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격려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눈 마주치며 잘 들어주고, 하루 한 차례 이상 칭찬해 주면서 사소한 일이라도 관심을 갖고 애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소한 집안일도 함께 의논하고 밖에서도 자주 전화를 걸어 “오늘 기분 어때?”라며 자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하시면 됩니다. 작은 일에도 아내의 의견을 자주 물어주면 자신이 중요한 사람임을 느끼고 소외감에서 벗어나 현실에 대처할 힘을 얻게 됩니다. 가족으로부터 인정받고 중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생각은 자존감이 높아져 새롭게 적응을 유도하는 촉진제가 됩니다. 아내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우선적인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울한 사람이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울고 싶어할 때에는 “울지 마, 그만 울어!또 왜 그러는 거야?” 하고 다그치지 말고 소리내어 실컷 울도록 하고 말 없이 어깨를 가볍게 안아주거나 등을 토닥여 주면서 안정을 찾도록 도와 주세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은 본인의 의지로만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와 상담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노력해 보라고 다그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 좌절감만 줄 수 있으니 자제해야겠지요.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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