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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순임교수 ‘중국화론으로 본 회화미학’ 펴내

    “동양은 산수화에 치중하고 서양은 인물화에 치중했다. 물론 동양에도 인물화가 없는 것이 아니고 서양에도 풍경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중심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동서양인의 세계관과 우주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화론으로 본 회화미학’(미술문화)을 펴낸 상명대 조형예술학부 지순임(58) 교수는 이같은 관점에서 동양 회화미학의 기본정신을 중화(中和)의 미, 무위자연의 미, 그리고 화중유시(畵中有詩)의 미로 요약한다. 저자는 화가이자 이론가였던 중국회화사의 주요 인물들의 작품과 화론을 중심으로 동양미학의 특성을 살핀다. 북송의 산수화가이자 화론가인 곽희. 저자는 그의 ‘조춘도(早春圖)’를 자연경색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시적 정취가 넘치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요컨대 그림 속에 바로 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송의 시인 소식 이후 시화를 풍미한 사람들에게 ‘시중유화 화중유시’는 드높은 예술의 목표이자 회화비평의 한 기준이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밖에 육조시대 ‘동진의 삼절’로 불린 고개지, 명대의 ‘예림백세지사’로 추앙받는 동기창, 청초 육대가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꼽히는 왕원기 등의 회화미학을 집중적으로 살핀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음악 통해 문신 합법화 외칠래요”

    “음악 통해 문신 합법화 외칠래요”

    “3년째 바늘을 잡지도 못하고 있어요. 말이 집행유예죠. 예술의 자유도 없는 한국 사회가 감옥이 아니겠어요.” 서울 대림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던 문신 작가(타투이스트·Tattoist) 김건원씨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김건원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타투이스트. 중학교 때 좋아하던 록 음악 뮤지션이 새긴 문신을 보고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다. 성신여대 서양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던 98년에는 ‘예술로서의 문신’을 위해 ‘전업’을 선언했다. 김씨는 이후 ‘조폭 마누라’,‘달마야 놀자’ 등 각종 영화에서 문신 분장을 맡았다. 프랑스와 일본 등에서 열린 타투 컨벤션에 초대되는 등 외국까지 이름을 알렸다. 시련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6월. 무면허 의료시술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한 청년이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문신을 받았다가 적발된 게 화근이 됐다. 결국 그해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수원지법과 대법원에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문신만 알던 김씨는 이후 문신 합법화 ‘운동가’로 변모했다. 김씨가 느끼는 가장 큰 벽은 ‘문신은 조폭만 하는 것’이라는 일반의 오해다. 오랜 유교 문화도 걸림돌이고, 정체성의 혼돈에 따른 일탈이 문신으로 반영된다는 편견도 문제다. “연예인과 학생은 물론 교수, 스포츠선수, 은행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제게 문신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의 모습을 결정하고, 몸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끼죠. 자기 피부에 영혼을 새기는(Soul on Your Skin) 게 문신인 만큼, 판단력과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김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음악 등을 통해 문신의 합법화를 역설하는 것이다. 법적인 해결이 안될 경우 예술을 통해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오는 5월에는 자작곡을 들고 가수 이상은씨, 전인권씨 등과 함께 타투 뮤직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김씨는 “랩 뮤직을 통해 ‘타투는 타투이스트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할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문신도 찢어진 청바지나 피어싱처럼 하나의 문화적 양식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뿔’에 담아낸 神을 향한 염원

    ‘뿔’에 담아낸 神을 향한 염원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하늘로 치솟은 피라미드를 세움으로써 태양신 라와 하나가 되고자 했고, 중세 서양사람들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고딕 성당을 통해 천상계로 향한 꿈을 표현했습니다. 또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피구라 세르펜티나타’, 즉 뱀의 꿈틀거리는 형상을 통해 회화의 신비를 드러내려 했지요. 나의 작업도 좀 거창하게 말하면 그런 맥락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월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암갤러리에서 판화전을 여는 여성작가 박혜원(36)은 “진선미가 하나로 어우러진 이성적이면서 동시에 종교적인 형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뿔’이다. 작가는 원뿔이야말로 “신과 하나 되고자 하는 염원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조형 형태”라고 굳게 믿는다. 서울 가톨릭미술가회 총무를 맡고 있는 작가는 2002년에 이미 ‘비아 돌로로사(고통의 길)’라는 주제의 전시를 통해 종교적 심성의 한 자락을 보여줬다. 또 최근에는 평화방송의 교양프로그램 ‘함께 보는 교회미술’의 구성 겸 진행을 맡으며 성가를 올리기도 했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동판화 기법의 하나인 드라이 포인트(dry point)다. 드라이 포인트 기법은 닦아낸 동판 위에 예리한 다이아몬드 포인트나 루비 포인트로 그림을 직접 새기는 방식. 드라이 포인트의 선은 부식액을 사용하는 에칭의 선과는 크게 다르다. 드라이 포인트 판화는 오목선의 양쪽 혹은 한쪽에 깔쭉깔쭉한 형상, 즉 버(burr)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드라이 포인트는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판화 기법으로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힘든 작업입니다. 금속공예와도 같은 수공이 드는 작업이지요. 하지만 특유의 깊이 있는 선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좋아요.” 박혜원은 벨기에 브뤼셀 리브르 대학과 왕립미술학교에서 10년 동안 서양미술사와 판화를 공부한 ‘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벨기에 미술은 플랑드르 화가 이야기 등이 유럽미술사에 잠깐 언급될 정도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그는 앞으로 벨기에 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도 펴낼 계획이다.“벨기에의 고도 브뤼헤는 ‘천장 없는 미술관’이라 할 만큼 예술품이 가득합니다. 플랑드르파의 기수 한스 메믈링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메믈링 미술관이나 보슈·다비드 등 플랑드르 회화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그로에닝 시립 미술관 같은 곳은 미술 애호가라면 꼭 보아야 할 곳이에요.” 박씨는 “벨기에 문화는 풍자적이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딘가 한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와도 통하는 데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전시에는 서양의 전설상 동물인 유니콘, 불로장생의 상징인 거북, 인도의 춤추는 시바신, 코뿔소 등 다양한 형상의 ‘뿔’ 연작 20여점과 자유로운 화풍의 드로잉 작품도 몇 점 선보인다. 또 전시 첫 날과 11일에는 이화여대 작곡과 출신으로 구성된 ‘델로스 작곡가회’의 ‘뿔’ 주제 창작곡 발표회도 예정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02)720-2235.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성의 미학/미와 교코·진중권 지음

    성은 생명을 잉태시키고, 죽음은 성을 통해 탄생한 생명을 자연의 품으로 되돌린다. 성을 매개로 삶과 죽음은 대자연 속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영원히 순환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의 관념은 역사적, 시대적, 종교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면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돼 억압과 금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죽음을 부르는 죄’, 혹은 ‘생명의 맹아를 잉태하는 적극적인 힘’ 등 극과 극을 달리는 개념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성의 미학’(진중권·미와 교코 지음, 세종서적 펴냄)은 서양미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성관념의 변화를 파헤친 책이다. 진보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와 부인 미와 교코가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욕망과 금기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변신을 거듭해온 성 관념이 서구의 미술사에서 어떻게 표출됐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남성이 기득권을 쥔 사회에서 그들에게 성적 희열을 주는 여성의 신체를 그린 그림들, 그 이면에 감춰진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공포심이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서나 고전의 응용회화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야 했던 에로티시즘, 훔쳐보기의 본능, 기존사회의 가치관으로 용납할 없었던 근친상간과 동성애, 양성구유 등 다양한 성을 파헤쳤다. 그림을 읽어내는 데 필수적인 도상학 개념들을 제시하면서 한 장의 그림을 두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장으로 써 내려감으로써 독자들이 쉽게 그림속으로 파고들 수 있게 했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미와 교코가 일어로 써서 보내면 진씨가 이를 번역해 미술전문지 ‘미술세계’에 연재한 글들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KBS1 ‘어여쁜 당신’ 출연 서유정

    KBS1 ‘어여쁜 당신’ 출연 서유정

    “지금까지 맡은 배역 가운데 가장 비중이 작은 역할이에요. 자존심은 버리고 기꺼이 배우겠다는 각오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배우들은 인기와 더불어 ‘자존심’을 먹고 산다. 신인 때는 단역이라도 마다하지 많지만, 조연급 이상의 수준에 오른 뒤에는 이미지와 몸값 관리 차원에서 전작보다 극중 역할 비중이 낮은 배역에는 출연을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탤런트 서유정(27)은 이례적이다. 올해로 데뷔 9년째인 그녀는 지난해 MBC ‘성녀와 마녀’ 등 여러 편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14일 첫 방송되는 KBS 1TV 새 일일극 ‘어여쁜 당신’을 통해서는 조연급도 안 되는 배역의 출연을 결정했다. 그녀는 극중 연하남인 유인철(정경호)의 구애를 받지만 그를 동생으로만 생각하는 독신녀 임선미 역을 맡았다. 극중 비중은 주인공 이보영·김승수·이창훈·오주은에는 물론 조연인 양미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전작에서 주인공을 맡았는데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죠(웃음). 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드라마가 있고, 그 배역이 비중에 상관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어요.” 고작 회당 1∼2차례 정도, 심지어는 아예 얼굴을 비치지도 않을 정도로 촬영 분량이 적지만, 개인적인 연기 발전은 물론 정신적 수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단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베스트극장 ‘나는 살고 싶다’를 통해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어여쁜 당신’을 통해 본격적인 안방극장 복귀에 나선다. 쉬는 동안 배역이 주어지지 않아 조급함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쉬면서 누드집은 물론 노출이 심한 영화 등 여러 작품의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하지만 억만금을 줘도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런 것들은 전혀 작품이나 예술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보기와 달리 성격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노출이 심한 작품 출연은 결코 하지 않겠단다. “결혼할 사람을 위해서나 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前 세계복싱챔피언 유제두

    [어떻게 지내세요] 前 세계복싱챔피언 유제두

    “요즘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헝그리 정신으로 복싱을 한 옛날과는 격세지감이 들지요.” 전 프로복싱 WBA(세계복싱협회) 주니어미들급 챔피언 유제두(60). 지난 1975년 6월7일 일본의 와지마 고이치를 때려눕히는 광경은 40대 이상의 팬들에게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유제두체육관’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유제두 관장은 후배들을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악수를 청했더니 손이 돌주먹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나이 60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체육관 원생들의 운동을 도와주고 있을 뿐 별도의 운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관에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 20명가량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도 하고 ‘땡’하는 종소리에 맞춰 복싱 스텝을 밟아보기도 했다. 저녁에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체육관 벽면에는 무하마드 알리와 나란히 찍은 사진, 세계챔피언 등극 이후의 카퍼레이드 장면, 또 청와대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는 장면 등이 쭉 붙어 있었다. 유 관장은 “은퇴후 마포와 연희동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다가 복싱은 아무래도 공단이 있는 곳이 낫다는 생각에 지난 83년 이곳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79년 은퇴경기후 그동안 후배양성에 묵묵히 힘써 왔다. 침체된 프로복싱을 살려보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결과 84년 IBF(국제복싱연맹) 챔피언에 오른 장태일을 비롯해 곽정호 차남훈 장영순 정선용 등 동양챔피언을 길러냈다. 요즘에는 주로 신인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현역 시절 숙적이던 일본의 와지마와 가끔 만난다. 후배선수를 데리고 일본에 시합갈 때 만나는 경우도 있고, 또 4년전에는 와지마가 한국에서 일주일간 머물 때 몇차례 만났다. 현역시절 전적은 화려했다.68년 프로데뷔 이후 11년간 56전51승(29KO)2무3패. 한국미들급 챔피언-동양미들급챔피언-세계주니어미들급챔피언, 특히 동양타이틀을 21차례나 방어한 기록을 갖고 있다.75년 당시 일본 적지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전에서 챔프 와지마를 KO로 눕혀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복싱을 안 했으면 지방에서 공무원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그는 “이왕 권투를 했으니 후진들을 키워 세계챔프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2남1녀의 자녀 중 딸은 결혼했고, 두 아들은 각각 직장과 대학에 다니고 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5)겨울 동해 별미, 도루묵·양미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5)겨울 동해 별미, 도루묵·양미리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고급 어종’만 찾을까. 고급 어종만이 고급화한 스스로의 미각을 만족시킨다고 믿는 것일까. 평범 속에 진리가 있듯, 흔하디 흔한 물고기들이 외려 우리의 미각에 들어맞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구한 세월, 그 맛의 유전자가 혀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동해에서 겨울철 진미를 찾아 나섰다. 동해안 겨울 진미는 단연 명태다. 그러나 이곳 명태잡이는 ‘사형선고’를 받은지 오래다.‘북양태’와 ‘일본산’이 득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만만치 않은 어획량을 유지하면서 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선 ‘도루묵’과 ‘양미리’에 자꾸 눈길이 간다. 그런데 정작 도루묵과 양미리에 관한 일반인의 지식 수준은 의외로 낮다. ●미끈한 생김새에 비린내도 없는 ‘도루묵’ ‘실컷 일을 해놨더니 망조가 들어 그르치는 상황’을 일컬어 ‘말짱 도루묵’이라고들 한다. 도루묵이 오죽 하찮게 보였으면 속담에서조차 이렇게 허투루 비교되고 비하될까. 일설에는 전쟁통에 피란가던 임금이 이걸 먹고는 너무 맛이 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그 후 전쟁이 끝나 환궁해서 그 맛을 다시 보려고 이걸 청해 먹었는데 옛날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루 물리라.”고 한 데서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 임금이 선조라는데,‘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말짱 도루묵’은 없다. 값이 비싸져 ‘도루묵이나 먹자.’는 말도 쉽게 할 수 없다.‘도루묵을 먹다니….’정도로 바뀌어야 격에 맞게 됐다. 도루묵은 깔끔한 신사 같다. 비린내가 거의 없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외출에 나선 미끈한 멋쟁이 같은 생김새다. 맛도 외모를 닮았다. 비린내를 풍기면서 뭉기적거리는 생선이 아니라선지 일본인들은 이 도루묵을 보면 군침을 삼키며 달려든다. 더군다나 알 밴 도루묵은 금값이다.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도루묵은 상당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도루묵 값이 비싼 것은 바로 일본 수출 때문이다. 정의철 동해수산연구관은 “우리 수산물 값은 일본으로의 수출 여부가 좌우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 후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값도 눅어졌다.2년 전쯤의 일이다. 도루묵은 일본 시마네현 쪽에서도 많이 잡힌다. 우리 바다의 도루묵이 산란한 뒤 일본쪽으로 회유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생태 조건을 가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기호도가 높은 만큼 일본 학자들의 도루묵에 대한 관심은 높다. 점착성 침성란을 가진 도루묵은 연안 저층성 어종으로 보통 수심 200∼300m 사이에서 서식한다.2003년 연간 생산량은 1900t이었다. 지난 70년대 초반만 해도 해마다 2만 5000t까지 잡혔으나 요즘은 1500∼5000t 정도가 고작이다. ●서해안 전통어법 동해안에서도 행해져 도루묵은 산란기가 가까워지면서 딱딱해진 알을 듬북 같은 해초에 잔뜩 산란해 놓는다. 바람이라도 불 양이면 파도에 밀려온 도루묵알이 거품일 듯 해변을 뒤덮는다. 알을 주워다 파는 일은 불과 얼마전까지 흔했던 해변 풍습. 아예 유리상자로 물 속을 들여다 보며 작업하는 ‘창경바리’로 해초에 붙은 알을 채취해 내다팔기도 했다. 이 모든 게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조업 반경은 고성으로부터 속초, 양양, 강릉 등 강원 북부다. 물고기마다 제 집과 고향이 있듯 강원 북부가 도루묵의 원적지쯤 된다. 그 밑에서도 잡히기야 하지만 양도 적고, 맛도 덜하다. 속초항에서 만난 어부 노만선(52)씨는 “예전에는 개도 안 물어갔다.”고 회고한다.‘말짱 도루묵’이란 표현은 그만큼 흔하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으리라. 도루묵은 유자망(흘림그물)이나 기선저인망으로 잡는다. 그런데 강릉 사천진의 김덕중 어촌계장이 재미있는 증언을 했다.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온 놈들을 ‘주벅’으로 잡았단다. 고문헌에 ‘주박(柱泊)’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전통 정치망이 동해에서 확인되는 순간이다. 굵은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쳐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던 전통적인 서해안 어법이 동해안에서도 행해졌다는 새로운 발견. 사천진에서는 ‘물밑 주벅’이라고 하여 닻을 물밑에 고정시켜 그물을 놓았다. 대략 35년 전까지 행해지다 사라진 어법이니, 잊혀지기 전에 이를 기록해 둔다. 주벅으로 잡던 시절에는 부둣가에 가마니를 깔고 잡힌 도루묵을 산처럼 쌓아 뒀다. 오늘날은 기선저인망으로 100m가 넘는 바다 밑을 샅샅이 훑고 다니니 어족고갈은 불보듯 뻔하다. 도루묵 조리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찌개와 구이, 찜은 익히 알려져 있고, 살짝 말려서 볶기, 그리고 뼈째로 토막낸 도루묵회도 별미다. 도루묵회는 도시인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먹어보니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석쇠에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 ‘톡톡’ 알터지는 소리를 음미하며 먹는 미각이야말로 겨울철에 동해를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별미 중의 별미가 아닐까. 예전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획 어종인 도루묵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 없으니, 이른바 ‘고급 어종’이라는 무식한 선별 기준의 비객관성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흔해서 대접 못 받는 ‘양미리’ 이곳의 또 다른 별미 양미리도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속초 청초호변의 ‘삼숙이 생선구이집’을 찾았다. 주인장 이름이 삼숙이란다. 생선 장사 수십년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이름을 쓴 간판을 내걸었다. 그녀의 생선장사 스케줄을 보면 동해 어종의 생활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5월 초에 시작한 산오징어 장사가 추석 전까지 이어진다. 추석이 지나면서는 양미리 장사를 하고, 이어 11월20일을 전후해 양미리 성어기가 되면 서서히 도루묵이 잡히기 시작한다. 도루묵 장사는 양미리보다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난다. 도루묵 장사는 11월에 시작해 12월 중순이면 대충 끝나며 그 이후에 파는 것들은 모두 냉동 도루묵이다. 양미리 장사도 12월이면 ‘종을 치며’ 그 후로는 냉동 양미리를 말려서 시장에 낸다. 양미리가 제 대접을 못 받는 이유는 단 하나,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양미리는 동해안 전역에 세력을 펼친다. 그렇게 흔해선지 사람들은 양미리의 진가를 제대로 모른다. 말려서 볶거나 구워먹기도 하며, 날것으로 김치찌개를 끓이기도 한다. 그런데 양미리를 추어탕처럼 곱게 갈아서 탕으로 끓여먹는 조리법은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수입 미꾸라지탕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처지에 동해에서 지천으로 잡히는 100% 국내산 양미리탕에 아무도 관심을 돌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 필자가 음식 장사라면 반드시 염두에 둘 건강식 메뉴다. 확실히 우리는 우리 해산물에 관한 활용도와 이해도가 실망스러울 만큼 저급할 뿐더러 보수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식해도 만들어 먹는다. 가자미식해처럼 좁쌀을 사용해 시원하게 담가 먹는다. 해산물 요리에 관한 고정관념을 이제는 깨끗이 버릴 일이다. ●양미리는 본디 ‘까나리’가 맞아 동해안 수산연구 전문가인 동해수산연구소의 양용수 박사는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완전히 까뒤집는다. 그에 따르면 양미리는 본디 까나리가 맞다. 양미리는 동해안에서 붙인 이름일 뿐이다. 양미리가 까나리라면 그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우리라. 까나리답게 양미리는 여름잠을 잔다. 모래밭에 기어 들어가 시원한 여름잠을 즐기는 별난 족속이다. 이 즈음에는 먹이를 먹으려고 잠시 외출했다가 잡히곤 한다.‘발치기’라고 해서 해저의 모래바닥에 그물을 깐 뒤 잠수부가 들어가 발로 모래밭을 밟으면 양미리들이 놀라서 튀어나오는데 이걸 잡아들인다. 산란 전까지는 계속 모래 속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가까워 ‘외출’이 시작되면 이 때부터는 ‘누인 그물’이 아니라 ‘세운 그물’로 잡아들인다. 물고기의 삶과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교묘한 머리싸움이 이처럼 어법까지 발달시켰으리라. 그 양미리 값은 얼마나 될까.20마리 1두름에 2000∼2500원 선이다.1마리에 200원꼴이니 이보다 값이 눅은 생선이 있을까. 전국에서 양미리가 가장 많이 건조되는 주문진의 덕장을 찾아가니 줄에 엮는 작업을 하는 아주머니들의 두름당 인건비가 고작 300원이란다. 손이 날랜 이가 200두름, 즉 하루에 4000여마리를 엮고서 6만원 정도를 받는다. 평균은 이보다 못해 고작 100여두름을 엮어 일당 3만원 정도를 번다. 한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봐야 100만원 벌이도 안된다. 낮은 양미리 가격이 이처럼 어촌의 저임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미리는 명태를 비롯한 각종 낚시미끼로 팔려 나간다. 양식장에서는 광어 등을 시장에 내기 전에 보신용으로 양미리를 먹인다. 그만큼 영양가가 높고 먹을거리로서도 종합적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이다. ●도루묵·양미리에서 평범 속의 진리 깨달아 한가한 ‘생선타령’이나 하려고 양미리와 도루묵에 얽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고급 어종’ 운운하며 그릇된 상식으로 해산물에 관한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들 밥상문화를 뒤집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말짱 도루묵’은 더 이상 없다. 마리당 불과 200원에 지나지 않는 양미리, 아니 동해까나리의 전방위적 품격과 용도에서 평범 속의 진리를 깨닫는다. 겨울 별미를 찾아 떠난 동해 여행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살폈으니, 그 새로운 재발견의 기쁨을 어찌 홀로만 즐길 수 있으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거늘, 관해의 즐거움 중에는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니 하찮은 먹을거리 하나도 제대로 알고 먹을 일이다.
  • 18일 쓰나미 난민돕기 음악회

    서울 서초구는 18일 오후 7∼9시 본청 옆 문화예술회관에서 지진·해일로 참사를 당한 남아시아 난민들을 돕는 자선음악회를 연다. 이번 음악회에는 코요테, 거북이, 유리상자, 유열, 신효범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출연하고 팬사인회도 갖는다. 진행도 유명 방송인 원종배씨와 탤런트 양미경씨가 맡는다. 관내 우면동성당 어린이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평화로운 지구촌을 노래할 예정이다. 음악회 입장료는 2만원이며 별도로 성금도 받고 ‘범시민 의류 모으기’도 함께 펼친다. 의류는 여름철에 입는 것이면 된다.(02)570-6355.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경주시, 토양미생물로 악취 제거

    경북 경주시 수질환경사업소가 국내 최초로 특수토양미생물을 이용한 처리공법(HBR 프로세스)을 도입해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해결했다. 16일 경주시에 따르면 생활하수와 축산폐수, 분뇨 등을 연계처리하는 하수종말처리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없애기 위해 12억원을 투입, 특수토양미생물 공법으로 악취발생을 해소했다. 시는 하수 및 분뇨처리장 오니저류조에 배양조를 설치해 배양조에서 증식된 토양미생물을 분뇨투입부와 축산폐수 유입부, 하수처리장 침사지 전단, 잉여슬러지 분배조 등으로 보내 악취를 사전제거하는 공법을 도입했다. 수질환경사업소는 분뇨투입구 등에서 나는 미세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대나무 500여 그루와 은행나무 200여 그루를 심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시 관계자는 “하수처리장과 분뇨처리장이 악취를 일으키는 혐오시설로 인식돼 왔다.”면서 “토양미생물을 이용한 처리공법으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문화 캘린더]

    ●서울 노원구는 11일(화) 오후 7시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빈 소년합창단’ 내한공연을 개최한다.(02)3392-5721∼5. ●경기 고양시는 15일(토) 오후 5시 덕양어울림누리 내 어울림극장에서 ‘2005 고양 신년음악회’를 연다.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른다.(031)961-2063. ●서울 성북구와 동덕여자대학교는 16일(일) 오전 7시 동덕여대 정문에서 출발, 월곡산근린공원까지 오르는 ‘1월 성북구민 걷기대회’를 개최한다.(02)920-3058. ●경기 수원시는 17일(월) 오후 7시30분 경기도 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2005년 신년음악회’ 행사를 갖는다. 홈페이지(www.artsuwon.or.kr)에서 초대권을 무료로 나눠준다.(031)228-2814∼6. ●서울 서초구는 18일(화) 오후 7시 서초구민회관에서 남아시아 지역 지진·해일 피해 난민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연다. 아나운서 원종배·탤런트 양미경의 사회로 코요테, 거북이, 유리상자, 신형원, 박상철, 현숙 등이 출연한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양도 무대에 나선다. 입장료 2만원.(02)570-6355∼7. ●경기 과천시는 30일(일)까지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어린이 뮤지컬 ‘미피의 남극탐험’을 무대에 올린다.(02)500-1220∼1.
  • [책꽂이]

    |실용| ●결정적 순간의 원칙(존 맥스웰 지음, 조영희 옮김, 청림출판 펴냄)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찾는, 신념을 지키면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 지침.1만원. ●생각의 족보를 파는 책방(이남석 지음, 김영사 펴냄) 스스로 성숙한 사고를 갖춰가는 괴짜 아이들의 이야기. 논술 대비용 사고력 훈련 소설.1만 1900원. ●추락하는 미국달러 무너지는 한국경제(송경헌 지음, 물푸레 펴냄) 개혁에서 일자리 창출로 패러다임 전환, 한국형 뉴딜 확대, 장기 적립식 증권 투자 등 장기불황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해법.1만원. ●휴대폰 하나 컴퓨터 한대로 100억 부자가 된 사람들(이민주 지음, 은행나무 펴냄) 정보화시대의 흐름을 탄 한국 IT부자들의 성공 노하우.1만 2000원. ●富를 이룬 선인들에게 배우는 상술(이수광 지음, 시아출판사 펴냄) 역사와 고전 속에서 부를 추적한 상인들의 상술을 통해 살펴본 돈 버는 비결.1만원. |유아·아동| ●앙팡 첫걸음 자연도감 백과(웅진닷컴 펴냄) 생활 속 동식물을 실제 이미지 사진을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유아용 자연도감.‘작은 친구 곤충세상’‘우리 야채 우리 곡식’ 등 총 6권.6세까지. 각권 5000원. ●호랑이(김기정 지음,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호랑이와 관련한 옛이야기와 속담, 예술품, 호랑이의 생태 등 호랑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해설동화. 익살스런 호랑이 그림과 실물사진이 함께 실렸다.7세까지.1만 5000원. ●선비 한생의 용궁답사기(홍성찬 지음, 재미마주 펴냄) 매월당 김시습의 고전 ‘용궁부연록’을 원작으로 각색한 그림동화.‘한생’이라는 선비가 용궁에 초대되어 환상의 세계를 체험하는 신비한 이야기.4세 이상.9500원. |초등·청소년| ●크로마뇽인의 시대로(파스칼 에들랭 지음, 장석훈 옮김, 럭스키즈 펴냄) 재미있는 만화를 보면서 인류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두근두근 시간여행’ 시리즈. 크로마뇽인이 살았던 선사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초등생.9800원. ●행복한 동화(고수산나·양미진 지음, 행복한아이들 펴냄) 2명의 동화작가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짧은 창작글 36편을 묶었다. 삶의 작은 동기에서도 행복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음을 웅변한다. 초등생.9800원. ●금방울전(임정자 지음, 한겨레아이들 펴냄) 우리 고전소설 ‘금방울전’을 어린이 눈높이로 해석했다. 전생의 인연으로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금령과 해룡의 이야기로, 보기 드문 ‘여성 영웅담’이다. 초등저학년.8000원.
  • [책꽂이]

    ●지휘계통(시모어 M. 허시 지음, 강주헌 옮김, 세종연구원 펴냄) 9·11테러에서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사건까지 일련의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감춰진 ‘추악한 전쟁’의 실상을 파헤친 책. 저자는 35년 전 베트남전 밀라이 학살사건 진상 폭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다.1만 6000원.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찰스 P. 킨들버거 지음, 주경철 옮김, 까치 펴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포르투갈, 에스파냐,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1500년 이후 세계 경제를 잇달아 주름잡아온 나라들의 경제적 흥망과정을 살핀다.1만 8000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조범환·문왕 지음, 푸른역사 펴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통일신라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개혁군주 경문왕 이야기. 설화속 인물이었던 경문왕에게 역사학의 옷을 입힌 역사 다큐물로 재구성했다.1만원.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김산해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5000년 전 지구상에 그 어떤 문명도 존재하지 않았던 선사시대에 수메르인들이 이룩한 찬란했던 초고대문명 이야기. 수메르문명은 20세기 인류가 이루어낸 최대의 고고학적 발굴로 꼽힌다.2만 8000원.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2(모리스 마이스너 지음, 김수영 옮김, 이산 펴냄) 거대 인구의 낙후된 국가에서 근대산업국가로 전환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 그리고 덩샤오핑 시대를 맞아 지본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막강한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살펴본다. 각권 1만 9000원.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이종호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발굴의 황금시대를 연 마우솔레움부터 아틀란티스와 트로이, 아르테미스 신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 진시황릉, 아프리카 대짐바브웨, 스키타이 등 고대 문명사를 바꾼 대발굴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1만 5000원. ●교육학의 거장들 1·2(한스 쇼이얼 등 지음, 정영근 등 옮김, 한길사 펴냄) 현대 교육학 정립에 큰 영향을 미친 학자들의 교육사상을 살펴본다. 에라스무스, 몽테뉴 등 르네상스 이후부터 마르크스, 피아제 등 20세기의 거장까지 21명의 인물을 다룬다. 각권 2만 5000원. ●영한사전 비판(이재호 지음, 궁리 펴냄) 7개 유명 영한사전에서 발견한 오류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영한사전의 슬픈 현실을 고발한다. 한자어나 일본식 번역, 실용어 누락, 장황한 설명, 내용상 오류 및 오자, 혼란스러운 인명·지명 표기 등등.1만원. ●한국의 석조문화-그 아름다움의 절정(박정근 소재구 등 지음, 다른세상 펴냄) 암각화, 남근석, 돌장승, 석불, 석탑, 석축, 석성, 돌다리, 고인돌 등 석조문화 속에 담긴 미학을 발견하고, 석물에 배어있는 선조들의 정신적 발자취를 찾아간다.1만 5000원. /***●라루스 서양미술사 시리즈(생각의 나무 펴냄) 세계적 권위의 ‘라루스 백과사전’을 편찬한 라루스가 편찬한 서양미술사 시리즈.‘르네상스’‘중세미술’‘근대미술’‘낭만주의’‘고전주의와 바로크’‘현대미술’ 등 6권이 발간됐다. 각권 1만 9000원./***/
  • 동해안으로 떠나는 새해 일출여행

    동해안으로 떠나는 새해 일출여행

    삶은 해마다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아름답다. 지난 한해가 아쉬웠든 힘들었든 어떠랴. 우리에겐 묵은 고민을 털고 새로운 날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이 준비돼 있지 않은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동안 힘들었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우리 가족이 새해에 이뤄야 할 꿈은 무엇인지 힘차게 솟구치는 ‘불덩이’에게 외쳐보자. 그런데 일출을 보러 가는 길이 힘들어서,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새벽 바닷바람이 부담스러워 해맞이를 포기한다? 그건 변명일 뿐이다. 조금만 꼼꼼하게 찾아보면 춥지 않고 편안하게 일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호텔이나 콘도, 민박집이 적지 않다. 새해에는 노부모를 모시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해맞이를 즐겨보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황홀한 ‘일출쇼’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수평선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불덩이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힘차게 하늘로 솟구친다. 마치 천지창조의 신새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입에서는 짧은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오전 7시40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콘도에서 본 일출은 잠시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었다. 콘도 베란다에서 바라본 일출이었지만 직접 바닷가나 전망대에서 나가 본 일출과 다름없을 정도로 진한 감동을 일으켰다. 쌉싸래한 바다 내음과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손에 잡힐 듯 다가온 홍시같은 붉은 해는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동해안에는 이 처럼 바닷가에 인접한 콘도와 호텔, 민박집이 많아 가족단위 일출 여행에 적합하다. 노령의 부모나 갓난아기가 있어도 좋다. 베란다 창밖으로 또는 콘도 입구에만 나와도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최북단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불과 12㎞ 떨어진 금강산콘도(033-680-7800)는 바닷가에 가장 인접한 콘도. 창밖에 펼쳐지는 청정해역 마차진리 앞바다의 풍광이 일품이다. 해오름의 절경과 철썩거리는 파도소리, 희미한 등대 불빛, 고기잡이 어선의 움직임을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21개 객실 중 111개 객실에서 ‘일출쇼’를 볼 수 있다. 또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해안 인근에 자리잡은 하일라비치(631-7601)와 천진블루비치호텔(681-1070)도 동해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이름난 숙박지다. 속초시 낙산비치호텔(672-4000)은 관동 팔경의 으뜸인 낙산사 의상대와 확트인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낙산사 경내에 위치해 있다. 인근 해맞이 모텔과 바닷가모텔, 설악웰컴콘도 등도 바닷가로 향한 객실이 있어 일출을 보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인 일출 명소인 정동진에는 썬크루즈(610-7000)도 있다. 정동진 해안 절벽위에 세워진 초호화 육상유람선으로 211개 객실 중 100개 객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또 강릉에는 현대 경포대호텔과 경포타임모텔, 동해시에는 동해비치호텔, 꿈의궁전호텔, 별장모텔 등이 있다.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해맞이는 상서로이 새해를 시작하는 일종의 의식.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서울에서 고성으로 가족과 함께 해맞이를 하러 온 김선미(35)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위해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을 하고 싶었다.”면서 “일출을 보며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고 즐거워했다. 통일전망대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함경도가 고향인데 연초에 한번은 고향땅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 가야 일년내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애인과 정동진을 찾은 20대 후반의 한 직장인은 “친구가 정동진 일출을 보러 갔다 온 뒤 결혼에 골인했다는 말을 듣고 이 곳을 찾았다.”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라며 작업중(?)임을 암시했다. 한편 대부분의 숙박시설에는 대규모 인파가 찾는 설날 아침과 주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평일에는 예약이 어렵지 않다. 휴일을 피해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도 복잡함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꼭 챙기세요각 지역의 일자별 일출·일몰시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천문연구원(www.kao.re.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이것도 함께 ‘해’요 동해안 일출 여행의 장점은 가족들과 함께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7번 국도변에는 설악산과 낙산사 등 명승지가 많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우리나라 최북단 전망대. 날씨가 맑은 날에는 휴전선 너머 북한 지역과 금강산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 마을을 지나간다. 그러나 민통선 지역이라 출입이 다소 까다롭다. 금강산콘도 인근에 있는 통일전망대 안보공원(033-682-0088)에 들러 출입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8분짜리 안보영화를 봐야한다. 아이들에게 통일의 꿈을 심어주는데는 제격이다. 속초로 내려오면 아름다운 경치와 수려한 산세로 우리나라 제일산으로 꼽히는 설악산에 이른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직접 산에 오르지 않아도 설악산의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636-7700). 이어 신라고승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672-2447)의 홍련암과 해수관음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의상대의 일출은 강원도 지방문화재 48호로 지정돼 있다. 관동팔경 중 한 곳인 양양의 하조대는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에 세워져 기묘한 풍광을 자랑한다. 하조대 무인 등대앞 파도의 몸부림도 장관이다. 강릉 정동진에 내려오면 정동진역과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모래시계 공원(640-4533)이 있다.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 모래무게 40t으로 세계 최대 모래시계로 1월1일 0시 반바퀴 돌려 새롭게 시작한다. 서울 광화문의 정동쪽에 위치했다 해서 붙여진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기도 하다.96년 침투한 북한무장잠수함의 내부를 실제 들어가 볼 수 있는 통일공원(640-4469)도 인근에 있다. 먹을거리가 남도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청정 바다와 산에서 나온 웰빙 먹을거리가 많다. 해안가 포구 어느 곳에 가도 청정바다에서 갓 잡은 각종 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100% 태양건조 오징어만을 고집하는 고성의 금강산 건어물은 들러볼 만하다.KBS 인간극장 ‘일심이네 집’으로 소개된 곳으로 마당에 오징어와 양미리를 말린다.20마리 한축에 1만 5000∼3만원이다.(681-6262) 고성 최북단 마을인 명파마을의 해금강 식당(682-0665)은 주변 산에서 난 산나물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산채비빔밥(5000원)이 입맛을 돋군다. 허균과 허난설헌이 어릴때 뛰어놀던 초당 생가터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초당두부가 유명하다. 정동진역 인근에는 초당두부집이 즐비해 일출을 본 뒤 추위와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다.초당두부백반.5000원. ■일출축제 함께 ‘해’요 ●전국은 해맞이 준비중 동해안 등 전국 일출명소는 해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가족, 연인, 친구 등을 위한 다양한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출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강릉시(640-5127) 정동진에서는 12월31일 밤부터 1월1일 아침까지 해돋이 축제가 열린다.1년에 한번씩 상하 위치를 바꾸는 모래시계 회전식과 신년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등이 펼쳐지며, 인근 경포대에서는 불꽃놀이와 소망풍선날리기 등이 펼쳐진다. 고성군(680-3369)통일전망대 해맞이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서 금강산 관광 길목에 있어 통일을 기원하는 실향민들의 단골 해맞이 명소. 금강산, 해금강의 비경과 함께 일출의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또 속초해수욕장과 설악해맞이 공원에서 벌어지는 속초 해맞이 축제(639-2541)와 망상·추암해수욕장에서 33발의 폭죽이 터지는 동해 추암 해맞이 축제(530-2481)도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갈두산에서 열리는 땅끝마을 해남이 해넘이 축제는 땅끝노래마당과 강강술래, 달집태우기 민속놀이 위주로 진행된다. 땅끝관광지 관리사무소(061-533-9324). 취하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 만큼 장관을 이루는 남해 보리암 일출(055-860-3228)과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가진 여수 향일암 해돋이(061-690-2225)도 장관이다. 백두대간 능선 태백산 해맞이 축제(033-550-2081)는 해발 1567m의 태백산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여행 상품도 다양하다. 우리여행사(02-733-0882)는 31일 떠나는 정동진 일출(4만 9000원)과 터사랑(02-725-1284)의 땅끝일출(7만 8000원), 테마캠프(02-725-8142)의 태백산 추암일출(3만 9000원) 등이 있다. 동해안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생명 살리기/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깊은 산중에 발길이 뚝 끊어졌다. 흰 구름 자욱한 안개에 휩싸인 조그마한 암자엔 맑은 물소리만 은은하다. 밤새 기름칠을 한 무쇠 호미를 손에 들고 텃밭으로 나간다. 겨울나기를 위해 땅속에 묻어둔 무의 봉분을 북돋고, 허름하게 풀린 배추를 감싸주기 위해서다. 한평 남짓한 마와 더덕 밭의 겨울 푸성귀도 메어주어야 한다. 좀더 시간이 남으면 앞마당의 차나무들도 김매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겨울의 하루는 짧다. 봉분을 다독이고 배추를 묶다보니 멀리 산너머 서해로 낙조가 길게 그림자를 끌며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오늘 할 일을 미루고 허리를 펴고 텅빈 산천을 본다. 무성한 여름과 가을은 갔듯 한해가 그냥 깊은 산속으로 걸어들어가 버렸다.“벌써”라는 단어가 내 깊은 영혼을 알 수 없게 꾹꾹 찌른다. 피가 배어 나오듯 영혼 한쪽이 서걱이는 소리가 먼 시원을 통해 들려오는 것 같다. 공양미를 한 움큼 발우에 담아 수곽으로 향한다. 저녁공양 준비를 하는 것이다. 쌀을 헹구기 위해 발우에 손을 넣자 싸늘한 한기가 온 몸을 찌르르 울리고 간다. 오래된 대나무 홈통을 타고 수곽으로 흐르는 물은 푸릇한 생동감이 있다. 어느새 사방은 하늘에 길잡이로 별만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목탁을 두드리며 저녁예불을 시작한다.“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 가슴 한쪽에서 울컥 한 웅큼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며칠전 2만달러 시대에 굶어죽은 어린 영혼을 위한 기도를 한다. 독점자본주의 유령이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팔레스타인을 휩쓸고 우리나라에도 어느덧 소리없이 상륙해 있는 것이다. 굶어죽은 그 어린이의 가족은 때론 일주일 때론 이틀 그러기를 몇 달을 반복했다. 한 아이는 그냥 죽어갔다. 그 며칠전 맞벌이를 하는 경찰관 부부의 세 어린이가 화재로 죽음을 당했다. 그 처참한 어린 주검 앞에 우리는 오열을 토 할 수밖에 없다. 소유의 시대에 빈곤을 초래하는 자본의 공포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살인적인 위력을 갖는다. 공포의 시대에 떠오르는 한 스님이 있다. 그 스님은 진감국사다. 진감스님은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맨 처음에는 밥과 옷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일은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는 짚신삼기 수행법을 착안했다. 저녁이 되면 염불을 외며 밤새워 짚신을 삼았다. 아침이 밝아오면 밤을 새우며 삼은 짚신을 메고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장터에 나가 발을 살폈다. 맨발이거나 너덜너덜 닳은 짚신을 신은 사람들에게 새 짚신을 신겨주었다. 진감스님은 짚신을 얻어신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깨우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큰눈이나 장마가 와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을 때만 제외하고 밤에는 염불하며 짚신을 삼아 낮에는 그 짚신을 들고 늘 그 자리에서 짚신을 신겨주었다. 그런 수행을 본 사람들은 함께 짚신을 삼아 보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것으로 보시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진감국사는 중생의 마음이 바로 부처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헌신을 통해 마음 하나를 나누는 씨앗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지구의 온 생명을 불가사리처럼 먹어치우는 독점자본주의의 광풍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나누는 부처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하나씩 하나씩 내안에서부터 내 주변에서부터 싹을 틔우는 생명살리기를 해야 할 때다. 작은 법당안에는 어느덧 싸늘한 한기가 스며들어 있고 밤하늘엔 길 잃은 중생들을 위한 ‘별불’만 반짝이고 있다. 세월은 원래 없던 것 묵은해도 오는해도 없다. 다만 하루 하루의 일상을 평생처럼 사는 것만 남았다. 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 [산하기관 탐방] 국립 고양미술스튜디오

    [산하기관 탐방] 국립 고양미술스튜디오

    경기도 고양시 관산동 국립 고양미술스튜디오는 미술 작가들과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화를 위한 창작 공간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 현대미술관 소속으로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21평형의 23개 스튜디오와 60평 규모의 전시실, 지역 학생을 위한 미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지 1240평에 세워진 3층 건물로, 연건평은 726평 규모다. 현재 서양화가 정주영(여)씨, 한국화가 김명진씨, 조각·설치미술가 박춘호씨 등이 1년∼6개월 예정으로 개별 스튜디오를 무상으로 빌려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전용 스튜디오가 없는 만 25세 이상 49세 이하의 미술작가들에게 한 차례만 입주가 허용된다. 24시간 운영되는 개별 스튜디오엔 난방과 간단한 취침, 취사 시설이 갖춰져 있다. 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은 전시실을 무료로 빌려 전시회를 연다. 일반인들은 연중 무료로 이어지는 이들의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국내외 미술관계 인사나 단체 관람객들에게는 작가의 스튜디오와 창작 과정이 공개되기도 한다. 고양미술스튜디오는 매월 3번째 토요일에 고양시 지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 현대회화를 현장에서 제작되는 조형물과 슬라이드·비디오·레이저 등을 통해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8∼9월엔 관내 초등학생들의 작품전시회 ‘꿈꾸는 아뜰리에’를 운영,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작가의 개별 창작작업과 전시뿐 아니라 작가 설명회 및 세미나 관련 출판물을 발간하고, 국내 미술 작가와 민간 스튜디오 관계자에게 국내외 스튜디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자료실도 운영 중이다. 또 입주 작가들의 국내외 소개, 외국 스튜디오와의 연계 및 교환 입주, 지방 창작 스튜디오와의 교류도 추진한다. 현재 스튜디오를 넓히기 위해 300평 규모의 확장 공사를 준비 중이다. 스튜디오의 프로그램 매니저 조주현(27·여·미술이론 석사)씨는 “국립 미술스튜디오의 위상을 지켜 나가는 한편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접근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031)962-0070.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힘은 그들 주장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역사는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게 자부심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우익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政·財·言 ‘새역모’ 전방위 지원 한때 1만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최근 회원수가 줄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역모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무관심이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재계에 흩어져 있는 ‘새역모’의 배후 지지 세력들은 우익을 중심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일반 대중의 무관심에다 집요한 우익의 결집까지 더해지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새역모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새역모는 단순한 연구모임이나 단체가 아니다. 역사문제를 다루는 우익 모임으로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 일본교육연구소, 역사교과서시정을 요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이 바로 새역모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 대부분은 새역모 회원이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는 일본교육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일본교육연구소의 핵심인물은 전 자민당 중의원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다. 그는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 밝은일본국회의원연맹,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 우익 국회의원 단체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뛰는 조직도 있다.2000년 결성된 ‘교과서개선협의회(개선협)’가 대표적이다. 문화청 장관 출신 미우라 슈몬(三浦朱門)이 관여한 이 조직은 각 지역단체와 연계해 교육위원회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역사서술에서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며 1982년에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삽입된 ‘근린제국조항’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55만명의 서명과 함께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새역모는 정·재계에 광범위한 응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요시 도루(三好達) 전 최고재판장관이 97년 결성한 ‘일본회의’가 대표적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회의’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모모시마 유조(桃鳥有三) 일본청년회의소 대표, 이나바 고사쿠(稻葉興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일본회의와 연결된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로는 현재 경제산업상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유력 정치인들을 포함,240여명의 의원이 가입해 있다. 일본회의는 그 아래 헌법연구회·정책연구회·국제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모임들에는 새역모 멤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마루베니, 도쿄미쓰비시공업, 후지쓰,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 관련단체가 새역모를 후원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대표적인 극우신문 산케이를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를 출판하는 후소샤(扶桑社)를 계열사로 둔 요미우리신문도 새역모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원시복음·그리스도의 막사’라는 천황주의 단체도 지원세력. 이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새역모는 자체 구성 멤버도 탄탄하다.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다쿠쇼쿠대 교수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우에하라 다카시(上原卓) 같은 학계인사는 물론 우치다 사토시(內田智)·다카이케 가쓰히코(高池勝彦) 변호사 같은 법조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도 고이치(遠藤浩一)·이치다 히로미(市田ひろみ)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우익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 우익의 심중을 대변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도쿄도가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중고일관교인 하쿠오(白鷗)고교 부속중학교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합친 ‘중고일관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제시대 명문학교 교육과정에서 따온 데다 왜곡교과서까지 채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우익의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은 차츰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본 우익이 시민단체에 붙인 ‘친북적’이라는 딱지가 장애물이 됐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민족·국가 초월성 집착 韓우익, 日우익 ‘닮은꼴’ 사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우익의 자유주의사관 논리에 대한 우리의 반박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외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우익식 논리에 푹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공주대 지수걸 교수는 “일본 우익의 특징은 국가·민족의 초월성이나 신성성에 대한 집착”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유구한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도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일본사’를 공부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사’를 공부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지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식의 역사정통론적인 시각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도 한국역사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에게는 색깔론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친북·반미라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반공적이다’‘천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민중사관’이라 몰아세우는 한국 우익들의 논리는 자학사관을 코민테른사관이라 비난하는 일본 우익과 다를 바 없었다. 현 집권세력을 수구좌파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아예 창립선언문에 자학사관을 버리자는 일본 우익식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네 우익과 주변국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일본 우익은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연구자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우익과 한국의 반공·우익이 묘하게 만나는 한 단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자유주의 사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 집약된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은 ‘자유주의 사관’이라 칭해진다.‘수정주의’라는 용어도 쓰지만 단순히 ‘고친다’는 의미로만 비춰질 수 있어 자유주의라는 말을 쓴다. 이는 기존 역사서술이 좌파적 시각에서 비롯된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91년부터 자학사관을 비판하고 나선 새역모의 핵(核)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는 자유주의 사관을 ‘사관(史觀)의 자유주의’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데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이 다양한 관점을 억누르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논리다. 언뜻 19세기식의 낭만적 자유주의의 색채가 묻어나는 이런 주장은 역사서술에 대한 ‘책임’을 굳이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기존 사관에 대해서는 마르크시즘, 다시 말해 소련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빨간칠’도 빼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학사관은 ‘코민테른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후지오카 교수는 ‘오욕의 근현대사’라는 글에서 자유주의 사관의 핵심 테마로 5가지를 제시했다.▲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위대한 민족주의 혁명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근대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었다면 군사대국화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전략적인 선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무조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구제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막이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지오카식 주장은 관점의 자유에서 ‘사실에 대한 자유’라는 반역사학적인 단계로까지 확대된다. 난징대학살이나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 시대 전쟁 중에 흔히 있었던 일로 일본만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서 아예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곧 역사교과서에서 관련 서술을 빼야 한다는 논리로 옮아간다. 올해 1월 일본 우익을 분노케 했던 대입시험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세계사 문제에서 정답으로 2차대전기간 동안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문항이 제시된 것. 우익세력은 문제 자체를 아예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이경혜 옮김, 문지어린이 펴냄) 만물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날마다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이치를 알려주는 그림책. 색대비가 강렬한 그림이 화려하다.6세까지.9000원. ●엄마 옆에 꼬옥 붙어잤어요(이지호 엮음, 웅진닷컴 펴냄) 아이들의 꾸밈없는 생각이 드러난 동시 20편. 시적 운율을 부담없이 맛볼 수 있으며, 천진한 배경그림이 동심을 붙든다.6세 이상.9800원. ●처음 친구 집에서 자는 날(버나드 와버 지음, 김영선 옮김, 보림 펴냄) 난생처음 다른 집에서 자야 하는 아이의 심리는 어떨까. 아끼는 물건에 대한 애착과 낯선 곳에 대한 불안심리가 잘 묘사됐다.6세∼초등2년.6500원. |초등·청소년| ●청소년을 위한 철학이야기(제레미 휘트 지음, 조광제 옮김, 미래M&B 펴냄)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에서부터 현대의 푸코까지.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다. 철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줄 듯. 초등고학년 이상.1만 5000원. ●카라반 이야기(빌헬름 하우프 지음, 박민수 옮김, 비룡소 펴냄) 지은이는 19세기 독일의 민중동화 작가. 아라비아 상인들(카라반)의 모험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비판 정신에 눈뜨게 된다. 초등5년 이상.1만원. ●손수건 위의 꽃밭(아와 나오코 지음, 양미화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소인가족이 사는 신비한 술병을 갖게 된 우체부 요시오 부부 이야기.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이성과 절제의 미덕’을 생각하게 되는 팬터지 동화. 초등5∼6년.7800원. |실용| ●인디언 기우제(고영건 지음, 정신세계원 펴냄)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정신’으로 성공을 일군 15인의 삶.1만 2000원. ●공병호의 성공제안-기록하는 리더가 되라!(공병호 지음, 이한 펴냄) 기록하는 습관이 학습과 지식 습득으로 이어짐을 강조하면서 쓴 기록의 다양한 노하우.9500원. ●주머니 속의 행복 초콜릿(카렌 스캘프 라이너멘 지음, 이순영 옮김, 글로세움 펴냄) 결혼생활, 자녀양육 등의 고단함에 지친 여성들에게 일러주는,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행복의 열쇠를 발견하는 14가지 방법.9800원. ●세무사와 나만 아는 절세법(김근호 지음, 국일 증권경제연구소 펴냄) 하나은행 세무부교수로 재직중인 세무사가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조언한 경험을 살려 정리한 절세 비결.1만 3500원. ●‘나’만의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나카타니 아키히로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나만의 재능 찾기. 젊은이들을 위한 처세학.8000원.
  • 찬란한 ‘서양미술 400년’

    찬란한 ‘서양미술 400년’

    1793년 프랑스혁명의 세 거두 가운데 한 사람인 장 폴 마라는 고질인 피부병 때문에 반신욕을 하며 집무를 보던 중 반대파의 자객에 의해 암살당한다. 마라의 동지이자 나폴레옹 황제의 수석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는 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3개월 만에 완성한다. 암살자가 들고 온 편지, 피묻은 칼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듯 화면에 그대로 놓여 있는 ‘기록화’ 같은 작품이다. 자객의 단검에 살해된 마라의 시신은 실제로는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다비드는 마라의 죽음을 마치 격무에 시달리다가 잠이 든 ‘시민의 일꾼’ 같은 모습으로 이상화했다. 엄격한 형식미를 추구한 다비드의 신고전주의 양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이 그림이 10여 개월의 복원과정을 거쳐 새 단장한 모습으로 한국을 찾는다. 21일부터 내년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양미술 400년전-푸생에서 마티스까지’가 바로 화제의 전시다. 소개되는 화가는 다비드, 푸생, 부셰, 앵그르, 들라크루아, 쿠르베, 코로, 모네, 시슬레, 피사로, 르누아르, 고갱, 마티스, 뒤피, 피카소, 들로네 등 88명. 미술애호가라면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 작가들이다. 프랑스 랭스미술관에서 70여점을 대여받은 것을 비롯,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릴, 말로, 몽펠리에, 피카르디 미술관, 트루아 역사박물관 등에서 모두 119점의 작품을 빌려 왔다. 전시는 시대별로 서양 미술 400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17세기 절대왕정을 배경으로 한 장중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과 국립 미술아카데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고전주의 양식,18세기 귀족사회가 낳은 장식적인 로코코 양식, 산업기술의 발달로 근대화되기 시작한 19세기의 사조들인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와 20세기 야수파, 큐비즘 등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초대형 전시인 만큼 전시작 중에는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마티스가 친필 글씨를 새겨 랭스미술관에 기증한 ‘재즈’ 판화집, 엽서 한 장 크기인 1호도 채 되지 않는 작품이지만 여인의 코발트빛 옷과 장밋빛 혈색이 생생하게 묘사된 르누아르의 유화 ‘대본낭독’ 등이 공개된다. 특히 ‘대본 낭독’은 워낙 크기가 작아 도난 위험이 커 한번도 해외에서 전시된 적이 없는 작품이지만 특수액자를 제작해 이번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 고대의 여러 조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을 조합해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한 앵그르의 두 작품 ‘샘’과 ‘물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원본 작품들이다. 이밖에 근대회화의 시조인 푸생의 ‘두 발을 적시고 있는 여인과 풍경’, 뒤프레누아의 ‘리코메드 왕의 딸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율리시스에게 들킨 아킬레스’, 사실주의 대가 쿠르베의 ‘협로’, 인상파 화가인 모네의 ‘벨 일의 바위’, 피사로의 ‘루브르’, 고갱의 ‘건초 말리는 사람’, 뒤피의 ‘마리-크리스틴 카지노’, 고갱의 판화 ‘테 아릴 바이네(왕가의 여인)’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입장료 일반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02)2113-347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건강책읽기] 맛깔나게 풀어쓴 명사들의 건강법

    황우석 안성기 금난새 손숙 하일성 조훈현 등 내로라는 국내 명사들은 어떻게 자신의 건강을 지켜갈까. 이런 궁금증에 답해 줄 건강지침서가 될 김상훈의 새 책 ‘성공하려면 건강을 리드하라’(좋은선물 펴냄)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책의 저자는 현재 동아일보 헬스팀장으로 취재현장을 뛰는 중견기자. 그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명사 14명의 일상을 추적, 그들이 즐기는 건강법을 신문에 연재해 왔으며 이를 다시 수정, 보완하고 주제별로 분류해 책으로 엮어낸 것. 제1부 ‘정신’편에서는 국선도(황우석)와 즐거운 일맞이(손숙), 웃음(이홍렬)을 소개하고 있으며 제2부 ‘운동’편에서는 헬스클럽에서 다지는 건강(안성기), 등산(허영만), 마라톤(유인촌), 제3부 ‘음식’편에서는 레드와인의 건강법(강신호), 즐거운 식사(금난새)를 주제로 얘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 제4부 ‘다이어트’편에서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윌리엄 오벌린), 절제하는 사생활(패티김), 천연재료를 이용한 피부관리(양미경)를, 제5부 ‘중년’편에서는 골프(이경진), 병과의 타협(하일성), 금연(조훈현) 등을 주제로 삼아 자칫 딱딱하거나 재미없기 쉬운 건강 이야기를 독특하고 맛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가이드북’식으로 구체적인 건강법을 제시하기보다 특정 건강법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명사들의 성취에 어떻게 기여했으며, 그들이 자신의 건강법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책에서 드러나는 명사들의 건강법은 간명하다. 자신만의 건강법을 발굴해 꾸준히 하되, 누구도 자기 일을 젖혀 두고 오로지 건강에만 매몰되거나 건강법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것. 적극적으로 자기 일에 빠져 누구보다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건강을 챙기는 지혜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매력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일부 TV프로그램에서 건강과 질병에 지나치게 오락적으로 접근하는 게 미덥지 않다.”며 건강이나 질병이 일과성, 이벤트성으로 다뤄지는 세태를 경계한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건강관을 정리한다.“건강은 냉정한 현실이고, 유보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걸 알았다면 그 사람은 이미 건강할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1만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꼬깃꼬깃 몇천원 종묘 미니식당들

    꼬깃꼬깃 몇천원 종묘 미니식당들

    미국작가 데이비드 샐린저의 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제 막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통해 사회의 거짓이나 위선이 어떻게 한 젊은 영혼을 소외시키고 끝내 파멸로 몰아가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1980년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을 암살한 마크 체프먼의 손에 들려 있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의 암살 동기가 바로 거짓과 위선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 때문이라는 증언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지고 급기야 영미 문화권에 ‘콜필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인들만의 놀이터로 변한 종묘공원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뉴욕의 밤거리를 방황하던 주인공 홀든은 무심코 택시운전수에게 센트럴 파크의 연못에서 살고 있는 오리들에 대해 묻는다.“겨울이 되어 연못에 얼음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어쩌면 홀든으로서는 자신을 뉴욕이라는 연못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한 마리 오리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이제 막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종묘공원에 들어서서,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여기저기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웅숭그리고 있는 70,80대의 노인들을 바라보자, 나는 어쩔 수 없이 홀든의 질문을 기억에 떠올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겨울이 깊어지고 종묘공원에 추위가 몰려오면 노인들은 어디로 갈까?” 애오라지 노인들만이 모여 노인들만의 놀이터로 변한 종묘공원은 얼핏 훔쳐보면 그다지 보기에 좋은 정경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몸을 가려줄 만한 변변한 지붕 하나 없는 노천의 벤치에서 어떤 이들은 바둑이나 장기판에 여념이 없고, 어떤 이들은 시국에 대한 이야기로 목청을 높이고, 어떤 이들은 맨땅에 주저앉아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어떤 이들은 낡은 노래방 기기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한껏 몸을 흔들어대며 막춤에 몰두해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떤 이들은 눈에 뜨이게 남루한 행색으로 아예 맨땅에 몸을 웅숭그린 채 대낮부터 죽음처럼 혼곤한 잠에 빠져 있기도 하다. 우연히 종묘공원에 들른 젊은이들이나 아직 노인 축에 끼어들기에는 어정쩡한 40,50대의 중년들은 노인들의 여러 모습에 흡사 못 볼 것이라도 본 양, 서둘러 얼굴을 돌리며 발걸음을 빨리 한다. 그런가 하면 아예 눈살을 찌푸리며 도전적인 기세로 노인들을 휘둘러보는 이도 없지 않다. 노인들의 여러 모습 중에 어느 하나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일수록 혐오의 기색마저 숨기지 않는다. 사회며 가정 어디에서도 소외되어 마침내 종묘공원 이외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의 집단이 젊은이들로서는 어쩐지 무익하게 여겨지는 느낌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10년 20년 후가 아니라 벌써부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듯이 고령화 시대의 노인문제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종묘공원에 와서 한 나절만 노인들과 함께 시간을 지낸다면, 비록 젊은 청춘의 나이일지라도, 그대는 이미 노인들이 겪어내는 저 막막한 황혼의 시간이 검붉은 노을처럼 그대의 가슴에 무겁게 덮쳐오는 것을 절감할 터이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시간? 나이 60을 넘어서 70,80을 넘기고 자칫하면 90에서 100까지 넘겨야 하는 저 캄캄하고 무료하며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시간. 그리하여 벌건 백주대낮부터 종묘공원을 찾아 바둑이나 장기, 혹은 소주 한 잔이며 낡은 유행가 가락에 맞추어 몸을 흔들게 하는 잉여의 시간. 이 잉여의 시간은 정말로 그렇듯 어둡고 부정적인 의미밖에 없을까. 시인이며 구도자이기도 한 유도혁은 일찍이 ‘하느님 비오는 날에’라는 시에서 하느님을 전혀 뜻밖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구주죽이 내리는 비/비닐우산으루 가리우고/골목길을 지나시는 하느님. 빗물에 젖은 바짓가락처럼/썰렁한 어깨./슬그머니 들어오시어/따끈한 시래기국, 막걸리잔으루/목이나 축이구 가셨으면…. 시인 유도혁의 눈에 비친 하느님은 저 높은 천상의 어디에선가 우리를 굽어보며 지고지순한 은총을 베푸는 하느님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시인이 시래기국에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대접해야 할 춥고 배고픈 하느님이다. 그리고 시적 정경으로 보아 하느님은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며 오히려 노인에 가깝다. ●얻어 마신 술기운으로 막춤도 춰보고… 비단 유도혁이 묘사한 하느님이 아니더라도, 계룡산이며 지리산 혹은 히말라야의 깊은 곳에서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 중에서는 이 시대의 하느님은 저마다 거지며 지체부자유자의 행색으로 세상의 낮은 데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세상의 악기(惡氣)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런 하느님은 어쩔 수 없이 일상의 우리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는 소외된 인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70,80년대 종로 5가 기독교 회관에서는 매주 금요기도회가 열리고는 했다. 이 금요기도회에는 바로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감옥에 끌려간 소위 양심수들을 위한 기도회였다. 그리고 기도회 석상에서 겁 없는 목사들은 감히 목소리를 높여 부르짖고는 했다.“여러분, 지금 우리나라에 하느님이 와계십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소외된 민중들이 바로 하느님인 것입니다.” 어떤가, 이런 식의 낮은 하느님이라면 어렵사리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오늘 종묘공원에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웅숭그리고 있는 이들이 다름 아닌 다중의 하느님이 아니랴. 아침 일찍부터 삼양동이나 상계동, 혹은 천호동이나 구로동에서 무료 전철이며 버스를 타고 나와서 12시가 되면 무슨 종교기관에서 나누어주는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하느님. 바둑을 두는 이들에게 바둑 훈수를 하고, 장기훈수도 하고, 우국지사의 시국에 대한 열변에는 이따금씩 고개도 끄덕이는 하느님. 어쩌다 마음씨 좋은 이웃을 만나면 돼지머리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그 기운으로 다른 이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막춤을 추는 하느님. 이윽고 황혼의 시간이 되어 종묘공원에도 땅거미가 스며들면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가는 일행들의 꽁무니를 따라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는 하느님.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주장한다. 새로운 개벽이야말로 물질개벽이 아닌 정신개벽이며 그 개벽의 요체는 바로 무소유(無所有)라고. 무소유야말로 자본주의가 과학과 더불어 이루어낸 물질개벽의 악기를 몰아낼 유일한 힘이라고. 그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세상살이에 더 이상 욕심내어 아등바등할 것도 없고 세상살이에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이제는 다만 한 끼니의 무료급식과 한 잔의 소주, 혹은 부침개 한 점에 배를 채우고 낡은 노래방 기기의 가락에 따라 막춤을 추는 종묘공원 노인들의 저 잉여의 시간 속에도, 무소유가 새로운 정신개벽의 힘으로서 푸르게 싹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뒷골목엔 없는게 없는 색다른 먹을거리 그대가 종묘공원에서 어느 새 노인들과 정이 들었다면 그대는 우선 저녁 어스름이 시작되는 무렵에 종로 3가 보도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로 가라. 거기에는 역시 노인들을 상대로한 온갖 먹을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상식적인 포장마차보다 화려하고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3마리에 5000원하는 메추리,2마리에 5000원하는 꽁치,2마리에 1000원하는 양미리 외에도 장어·곰장어·꼬막·전어·곱창·생굴·부침개·돼비불고기·허파볶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대가 아무 먹을거리나 고른들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다. 종묘공원 매표소 왼쪽 일대에는 수구레라는 약간 색다른 먹을거리를 파는 종로수구레, 미니식당, 대명식당 등을 만날 수 있다. 소껍질로 만든 수구레(3000원)를 위시해서 닭발·돼지껍질·북어찜·두부김치·생선구이·오징이볶음·순두부술국·순대술국·소내장술국·넙치찜·모듬전·해물탕·생선매운탕·닭도리탕·감자탕 등 없는 것이 없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아 3000원,5000원에서 1만원 안팎인데,1만원짜리는 서너 사람이 먹을 양으로 충분하다. 이밖에도 파고다공원으로 가면, 공원 담벼락을 밖에서 따라 도는 뒤편에 역시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풍년집, 신토불이식당, 초원식당 등이 그곳인데, 먹을거리가 저마다 약간씩 다르다. 이를테면 풍년집은 3000원짜리 홍어찜에 홍어회·계란탕·삶은 오징어·생굴·순두부·조기·동태찌개 등이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이다. 신토불이식당은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콩비지·소뼈선지해장국에 2500원짜리 닭육개장 등이 있고, 초원식당은 우거지국이 1500원에, 닭 반 마리 2500원, 고등어자반 2000원, 계란말이 2000원, 묵무침 2000원, 계란프라이 1000원, 알배추 1000원 등이다. ■ 온몸으로 무소유 실감 만일 그대가 종묘공원 어디에고 널려있는 저 많은 잉여의 시간들 속에서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싶거든, 주차장 사무소 옆에 숨어있는 천막집으로 가라. 주로 노인들만이 이용하는 천막집에서 1500원짜리 소주나 막걸리에 3000원짜리 돼지머리고기나 2000원짜리 부침개 한 접시를 사들고 주변의 맨땅에 퍼질러 앉아라. 그리고 아무 노인이라도 붙들고 소주 한 잔에 돼지머리고기 한 점을 권해라. 비단 그대가 아니라도 일대를 둘러보면 결코 혼자서 아구아구 먹고 마시는 노인들은 없다. 마침내 술병이 비거든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춤판에 그대 또한 서슴없이 끼어들어라. 젊은 그대가 끼어든들 노인들 중의 누구 하나 흘겨보거나 시비하지 않을 터이다. 그렇게 끼어들어 즐기는 틈틈이 옆에 있는 노인들의 표정을 훔쳐보아라. 저마다 흥에 겨워 눈에 초점마저 사라진 신명의 노인들은 이미 조금 전까지 그대가 상식으로 알던 저 잉여시간 속의 노인들이 아니다. 세상살이에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세상살이의 시시비비는 훌쩍 벗어나 애오라지 낡은 노랫가락 하나에 인생 전체를 실은 채 흔들거리는 신명의 노인들. 그 노인들이야말로 다름 아닌 무소유 자체이다. 어떤가,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감한 그대 또한 이미 무소유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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