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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생색은 참여정부, 부담은 차기정부인가

    정부는 지난달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영계획안 작성지침을 시달하면서 별도의 재원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가채무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기초노령연금제 도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탓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1100조∼1600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되는 ‘비전 2030’을 내놓으면서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말꼬리를 흐렸다.2010년까지는 세금을 늘리지 않더라도 제도 개혁을 통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둘러댔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효율적인 정부’ ‘책임있는 정부’를 앞세워 씀씀이를 크게 늘려 왔다. 그리고 씀씀이가 큰 정부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모범답안인양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출 확대에 따른 재원조달 방안, 즉 증세에 대해서는 ‘인기 없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 결과, 지난 4년 동안 나랏빚은 283조원으로 150조원이나 늘었다. 생색은 참여정부가 내고 그 부담은 차기정부와 미래세대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1년 5개월 전에 구성했던 조세개혁특위가 최근 활동을 중단했다는 보도에 대한 정부 해명은 더 기가 차다. 부가세 확대나 주식양도차익 과세, 음주·흡연 과세, 소득세 포괄주의 등 세입을 늘리기 위해 검토키로 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 없이 기부문화 활성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연말정산 간소화 등을 특위의 주요 실적으로 예시했다. 참여정부는 지난해 초에도 저출산과 양극화 해소,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뜻을 비쳤다가 증세로 해석되자 서둘러 철회한 바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참여정부의 복지시책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재원대책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스파게티 볼 효과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용어로 ‘스파게티 볼(bowl·접시) 효과’가 있다. 양자간 지역무역협정인 FTA가 확산·중첩되면, 얽히고 설킨 채 접시에 담긴 국수 올을 제대로 먹기 힘든 것처럼, 복잡하고 서로 다른 원산지 규정으로 경제 비용이 늘고 총체적 자유무역 질서가 헝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EU FTA 협상이 7일 시작된다. 지난달 2일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 남짓 만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4년 4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3년 동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3곳과 협정을 발효했다. 미국과는 협상을 타결했으며, 아세안·캐나다·인도·멕시코 등 14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추진 대상은 40곳에 가깝다. 정부와 통상전문가들은 한·EU FTA가 한·미 FTA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U식 FTA는 미국식과 달리 정책공공성 훼손이나 법·제도 변경이 따르는 독소조항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높은 수준의 FTA를 밀어붙이는 미국식과 달리,EU식은 협상 상대에게 민감한 분야를 일방적으로 공략하진 않는다. 한·EU FTA에서는 정부의 협상력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가 “쟁점 없는 협상이 어디 있겠냐.”며 협상 경쟁력에 방점을 찍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선도 만만찮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상을 먼저 타결한 것이 문제”라면서 “27개 회원국의 이해를 반영한 EU가 ‘미국에 준 만큼 달라.’고 하면 거절하기 곤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이 요구한 원산지 규정만 200쪽이 훨씬 넘는데 EU의 원산지 규정도 미국 못지않게 복잡하다.”면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여력도 없는 우리 중소기업은 복잡한 수출입 규정으로 엄청난 혼란과 행정 비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의 미래지향적 최혜국 대우 조항 때문에 한·EU간 협상 조건이 더 좋으면 한·미 간에도 이 조건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속전속결과 동시다발적 FTA의 문제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FTA 정책의 주요 쟁점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정부는 실체가 모호한 ‘국익’과 ‘소비자 후생’을 앞세우는 데 급급하기보다 영세 소기업이나 고령화된 비교역재 생산자, 그리고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대다수 근로자 등 그늘에 가려진 서민을 좀더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 기조에 조응하는 사회통합형 FTA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한·미 FTA의 협상전문을 공개 검증하기도 전에 또 다른 거대 선진 경제권과 협상에 나서는 ‘FTA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우리 산업구조를 바꿀 한·미 FTA의 문제점과 후속 대책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성과 업적주의라고 비판만 하기엔 너무 엄청난 사안으로,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ckpark@seoul.co.kr
  • [데스크시각] 안정적이라는 물가의 진실/손성진 경제부장

    얼마전 한 방송프로그램이 눈길을 잡았다. 수입주방기구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파헤친 프로였다. 한국에서 50만원이 넘는 값에 팔리는 독일산 스테인리스 냄비세트가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20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만 가면 코끼리표 밥통을 사오던 때처럼 독일 냄비가게엔 한국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국산제품은 값이 싼데도 안 팔리고, 더 웃기는 것은 비싼 가격표를 붙여 놓아야 잘 팔린다는 얘기였다. 한국 물가는 비싸다. 세계 132개 도시중에서 서울의 생활비는 11위로 최상위권이다. 미국 뉴욕(28위)이나 스위스 제네바(12위), 홍콩(16위)보다 위다. 비상식적으로 비싼 것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청바지값, 양복값, 화장품값, 운동화값, 커피값, 쇠고기값, 휘발유값, 대학등록금, 과외비, 병원비, 골프라운딩 비용, 술값, 아파트값…. 셀 수도 없다. 외국의 부자들도 한국에 왔다가 혀를 내두른다. 왜 비쌀까. 왜 비싼데도, 비쌀수록 잘 팔릴까. 첫째, 허영심 탓이다. 명품, 고급품, 수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습성이 가격을 높인다.‘스텐 냄비’라도 독일 상표가 붙은 걸 써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주부들이다. 유통회사들은 그릇된 허영심의 빈틈을 노린다. 유명 백화점들은 뒤질세라 ‘명품 백화점’으로 바꿔버렸다. 어쩌다 발걸음을 했던 서민들도 더 이상 백화점 나들이를 하기 어렵게 됐다. 높은 가격에, 살 만한 물건이 없다. 둘째,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진 때문이기도 하다. 냄비 한 세트에 50만원을 주고 살 만큼 되었다.2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경제의 풍요함 덕이다. 덩달아 1980년대식 ‘졸부’들도 다시 등장했다.2000년 이후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10조원에 가까운 돈이 땅주인들의 손에 쥐어졌다.125명이 50억원을 넘게 받았고,20억∼50억원을 받은 사람은 692명,10억∼20억원을 받은 이는 무려 1525명이라고 한다. 잘못된 가격구조도 물가가 높은 원인이다. 간접세와 특소세, 수입관세가 너무 많이 부과된다. 가격 결정 과정은 정부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감독도 느슨하다. 담합은 너무 쉽게 이뤄지고 처벌은 약하다. 비상식적 물가를 억제하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통제되지 않는 돈도 많다. 부정부패를 단속하고 접대비 지출을 규제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음성적인 돈이 대량 돌아다닌다. 그러나 통계상 물가상승률은 2∼3%대다. 안정적이라고 한다.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의 저물가가 전체 물가 평균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물가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명품백화점에는 수십만, 수백만원대의 물건들이 진열돼 있지만 재래시장에는 만원 이하의 값싼 물건이 넘쳐난다. 양극화는 물가구조의 왜곡을 부른다.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지 않으면 안 팔린다. 주머니가 빈 사람들은 질 낮고 값싼 물건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불합리한 가격에 분노하다 값싼 중국산에 속는다. 높은 물가는 ‘탈(脫) 대한민국’을 부추긴다. 비싼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내고 한국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떠나는 사람들은 반문한다. 제주도의 골프장들이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비슷한 돈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칭다오나 하이난다오가 지척이라 여행객들이 제주도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다홍치마인데 비싼 값을 치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외국인들은 한국 물가가 비싸다고 들어오지 않는다. 서비스수지가 적자가 나지 않으면 이상하다. 미국산 쇠고기나 과일, 병원이나 학교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FTA를 찬성하는 이들은 아니다. 단지 좋은 물건을 상식에 맞는 가격을 치르고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일 뿐이다.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이용원 칼럼] ‘개천의 龍’ 다시 날게 하려면

    [이용원 칼럼] ‘개천의 龍’ 다시 날게 하려면

    올들어 전개되는 갖가지 교육 논쟁에 접할 때마다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교육 문제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3불정책·대학입시·외국어고·고교평준화 등 제도에 관련된 다양한 쟁점이 있지만, 본질은 ‘교육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귀결된다. 가난한 집 수재가 교육을 통해 신분이동을 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부잣집 아이는 능력을 넘어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잡게끔 구조화하는 것이다. 교육이 ‘계층의 세습화 도구’로 악용된다는 뜻이요,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을까. 그 근원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이유는 학생의 능력·노력보다는 사교육에 따라, 곧 부모가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가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동의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제몫을 한다면 굳이 빚 내가면서까지 아이를 과외로, 학원으로 내몰 까닭이 없다. 그럼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 현장에서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쟁은 왜 사라졌는가. 단언컨대 그것은 고교평준화 제도 때문이다. 사립고교 운영자나 교사들 중에는 요즘처럼 ‘학교 장사’하기가 좋은 때는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은 나라에서 알아서 채워주지, 공부는 학원에서 다 시켜주지, 내신 성적이 위력 있으니 학생들 말 잘 듣고 학부모는 굽실굽실하지 신경 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엉터리 교육자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고 애쓰는 교사가 많지만 그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하소연한다. 한 반에 있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한쪽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강의를 열심히 듣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하는데 그 숫자가 한반에 열명이 채 안 된다고들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의 권리’를 강조하는 교사들도 있다. 강북의 한 사립고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인 한 교사는 고교평준화의 가장 큰 희생자가 공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라고 주장한다. 평준화 이전 세대인 그는 “옛날에는 3류 고교를 다녀도 그들끼리 우정을 나누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며, 공부도 수준에 맞게 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의 평준화한 고교 교실에서 가난한 집 공부 못하는 아이는 교사·친구 모두에게 철저히 소외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평준화 정책의 수혜자는 돈 많은 집 아이요, 피해자는 가난한 집 아이라고 단정한다.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준화가 30년 넘게 유지돼 온 지금, 공교육은 죽었고 사교육은 갈수록 비대해진다. 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교육 기회의 평등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을 되살리려면 평준화를 폐지해 고교 간에 경쟁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 고교가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을 학교의 울타리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날아오르지 않는 사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가난한 집 수재가 마음 놓고 공부하는 사회가 되게끔 우리사회는 뒤틀린 교육 정책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경제전문가들이 짚은 FTA 이후 3가지 우려

    경제전문가들이 짚은 FTA 이후 3가지 우려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에 만족하면서도 농업 등 취약산업의 붕괴와 산업 및 소득의 양극화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교수와 연구원들은 사회갈등 증폭의 가능성을, 금융인들은 대미종속의 가능성을 각각 지적했다. 생산·고용 증대 효과에도 40%만 동의했다. ●‘무역´ 최고점·‘의약품´ 최하점 또한 협상을 잘한 분야로는 상품무역, 섬유, 자동차 등을 꼽았지만 의약품, 지적재산권, 투자 등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FTA 협상이 끝난 뒤 국내 경제전문가 25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명 중 2명(65.6%)은 FTA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불만족은 4.7%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4차 협상이 끝난 직후의 조사에서는 불만족(35.2%)이 만족(11.1%)보다 높았다. 설문에는 교수 90명, 연구원 41명, 기업인 36명, 회계사 32명, 금융인 30명, 펀드매니저 24명이 참여했다. 협상 결과에 만족했다는 분야는 상품무역(85.0%), 섬유(78.3%), 자동차(71.5%) 등의 순이다. 반면 의약품(24.1%), 지적재산권(24.9%), 투자서비스(33.6%) 등은 결과가 불만족스러우며 농업(57.3%)과 무역구제(58.5%)는 중간 수준으로 평가했다. ●구조조정·후생증대엔 긍정적 또한 부정적인 측면으로 지목된 취약산업 붕괴에는 57.7%가 동의했다. 반대는 16.2%에 그쳤다. 양극화 심화도 찬성 51.8%, 반대 18.2%로 나타났다. 사회갈등 증폭에는 찬반이 각각 32%로 똑같았으나 교수(36.7%)와 연구원(39%)은 갈등 증폭에 무게를 더 실었다. 반면 기업인(16.7%)과 금융인(26.7%)은 낮게 봤다. 대미종속 여부에는 22.9%만 동의했다. 다만 펀드매니저(33.3%)는 종속 가능성을 첫번째로 꼽았고 금융인(26.7%)도 다소 우려했다. 서비스 시장 개방이 미흡해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늦춰질 것이라는 항목에는 64.8%가 동의했다. 긍정적 효과로는 산업구조조정 가속화(90.9%), 소비자 후생증대(83%), 외국인투자활성화(61.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생산·고용증대 효과에는 41.5%만이 동의했고 42.7%는 보통,15%는 동의안함으로 대답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뮤지컬 ‘달려라 하니’

    뮤지컬 ‘달려라 하니’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성공으로 (주인공처럼 광고를 찍는 등의) 물질적 축복은 못 받았지만, 연기자로 인정받았죠.” 개그 프로그램에서 ‘출산드라’ 역할로 유명해진 김현숙(29)이 뮤지컬 ‘달려라 하니’에서 고은애 역할을 맡았다. 만화가 원작인 이 뮤지컬에서 고은애는 주인공 하니의 육상선생님 홍두깨의 정혼녀. 홍두깨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시골처녀로 뚱뚱하고 입술도 두껍지만 마음씨만은 비단결이다. 김현숙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데다 거창 국제연극제에 참여하는 등 학생 때부터 연극, 뮤지컬에 많이 출연해 왔다. 이번 고은애 역할도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인해 맡게 됐단다. 학생 시절 뮤지컬 ‘넌센스’를 무대에 올리게 됐는데, 구하기 힘들어 애먹고 있던 반주음악 테이프를 유희성 단장이 빌려줬다는 것이다. 유 단장은 옛 비화를 굳이 꺼내 첫 드라마와 개그프로그램 출연으로 정신없는 김현숙의 출연을 성사시켰다. 김현숙은 “‘하니’의 출연 섭외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고은애죠?’라고 말했다.”며 고은애가 무척 귀여운 역할이라고 애착을 보였다. 고은애처럼 넉넉한 품성은 실제 김현숙에게서도 엿보였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선발된 하니 역할의 이찬미(24)를 여동생처럼 살뜰하게 대했다. 이찬미는 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망울이 만화책에서 쏙 뛰쳐나온 듯 하니를 닮았다. 전작인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연기했던 당찬 소녀 희진 역할과 이번에 맡은 하니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반항적인데다 자기세계에 갇힌 점을 든다. 하니는 육상선수 역할이라 항상 뛰어다녀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22m인데 느린 동작으로 뛰는 게 대부분이라 그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홍두깨 선생님의 출연 분량과 노래 장면이 많아 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특이하게도 사제지간이 남녀주인공이라며 김현숙, 이찬미 모두 웃는다. 홍두깨는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이정열과 박봉진이 더블로 연기한다. ‘막무가내 중창단’이란 개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역할로 시민들을 놀래고 있는 김현숙은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서 그런지 거리에서 촬영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살벌하거나 심각하다. 남자 분장을 하고 여성을 뒤에서 안았다가 그녀의 남자친구한테 맞을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외롭고 모난 소녀가 홍두깨, 고은애 등 주변 어른과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달리기의 꿈에 도전한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김현숙이 거리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찍으며 느꼈던 요즘 현대인들의 거친 성정을 부드럽게 다듬어줄 수 있는 뮤지컬인 셈이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작곡했던 차경찬씨가 만든 노래는 잘 다듬어진 가요풍이다. 만화로 하니를 보며 열광했던 20∼30대가 더 감동받을 수 있는 공연이다. 김현숙은 “어린이들이 보면 왜 이렇게 계속 슬프냐고 할 정도로 유치하지 않은 가족 공연”이라고 귀띔했다.28일∼5월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02)399-111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데스크시각] 문화권력 진화할까/박선화 문화부장

    역시 시민의 힘이 정치인보다 낫다. 이번 재·보선 선거결과를 보며 민심의 저변에 서린 결기에 새삼 소스라친다. 즉, 정치든 어떤 분야이든 권력자들의 화법에,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은 결코 휘둘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웅변해 줬다. 공급자 내지 칼자루를 쥔 이들은 시민·유권자·수요자들을 위한다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지만, 그들을 선택하는 수요자들의 판단은 적확하다. 수요자들은 실제 생활인이자 그들의 허실과 속셈을 너무 잘 읽기 때문이다. 일전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그 좋다는 권력을 왜 선뜻 내놓았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담담했다.“할 만큼 했고, 더 이상 할 게 없더라.”였다. 차관 때도 그러지 않았느냐에 대해선 “그랬더니 권력주변 인사가 안분지족하는 걸 보고 장관에 천거했다고 하더라.”며 일관된 톤을 유지했다.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소신과 철학을 지닌 그가 공복으로서 정책 수요자를 위해 참 잘했겠구나 하는 믿음처럼 들렸다. 대선의 해를 맞아 적이 어지러운 즈음에 입증된 재·보선 민심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이민(利民)하려는 자보다 위민(爲民)하려는 이를 선택한 것이라면 지나칠까. 단지 정치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권력과 자리를 향한 줄달음은 문화예술계에도 엄존한다. 정책당국과 산하기관, 장르별 문화분야에도 정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양태가 잠복해 있다. 지난 1980년대 이래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인사들을 보자. 이광표 장관을 비롯한 21명 가운데 출신별로는 정치인 9명, 언론인 6명, 학계 2명, 관계 2명, 문화계 인사 2명이다. 그나마 참여정부 들어 문화계 인사 2명이 장관을 지냈을 정도이다. 출신과 개인별로 장·단점이 다르겠지만 최근 내정된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공교롭게도 관계와 업계를 고루 거쳤다. 20여년에 걸쳐 다양한 인사가 거쳐갔으니 김종민 장관의 내정은 그만큼 정책과 실물의 갭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았을 터이다. 이창동 장관과 현 김명곤 장관은 문화예술계 출신이어서 어느 때보다 동종업계의 이해관계를 소상히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한 인사로 꼽을 수 있다. 정부가 균형추를 맞추려 노력한 점도 미래의 좌표를 제시해 준다. 또한 곧 있을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공모에서 최종후보 3인 가운데 누가 될지가 인사기준의 한 잣대를 제시해 줄 참이다. 관료의 정책장악력과 문화예술인의 전문성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문화계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장르별로 시장지배력을 가진 메이저와 마이너의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영화산업에선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한 오리온·CJ·롯데가 영화배급을 장악해 순수영화를 고집하는 김기덕 감독은 한때 국내 상영을 포기했을 정도다. 연예인을 키우는 엔터테인먼트사의 우월적 일방주의나 출판쪽의 경우 마케팅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독·과점 현상이 대단하다. 학계와 문단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는 ‘권력화의 폐단’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출신들이 판치고 다른 이들은 도외시하는 일단을 보노라면 아연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예술계를 감싸고 있는 권력화 현상을 딱히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만큼 경쟁과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심할수록 게임의 룰이 흐트러지고 수요자들은 점점 멀리 달아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목하 대선을 앞두고 적잖은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예비후보자 캠프에 몸담고 있다.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치더라도 이번 재·보선의 교훈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 권력에 다가서려 수혜자들을 볼모로 삼지는 않았는지. 각종 문화권력도 수혜자가 없으면 쓸데없듯, 그 자리는 수요자로부터 나온다. 박선화 문화부장 pshnoq@seoul.co.kr
  • “국민 범죄안전망 구축할 때” 김성호 법무장관 밝혀

    최근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총기사건과 관련해 김성호 법무부장관이 “상습강력범죄자·성격장애자 등 범죄 고위험군에 대한 국민안전망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25일 ‘법의날’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도 사회양극화로 인한 소외계층이 늘면서 성격장애자, 상습흉악범들도 함께 늘고 있어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생각나눔 NEWS] 靑·심상정의원 FTA 양극화 불꽃 논쟁

    청와대와 민노당 심상정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연일 공방전을 펴고 있다. 이른바 ‘심청전’(‘심상정 VS 청와대´의 전쟁)이다. 심청전의 내용을 전재한 한 인터넷 블로그에는 100만여명의 네티즌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논쟁의 핵심은 ‘한·미 FTA와 양극화’다. 청와대측은 한·미 FTA가 양극화 해소의 계기라는 반면 심 의원은 오히려 양극화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공방이 바람직한 정책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청와대는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라는 글을 실었다.1980년 이후 국내 무역의존도와 양극화의 상관성을 실증분석한 산업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시장개방과 양극화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 의원은 나흘 뒤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의 문제는 양극화 외면’이라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특히 산업연구원 원자료는 금융·자본시장 개방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심 의원은 통계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18일 ‘심상정 의원의 과장된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재반격했다. 심 의원은 “자본이동의 자유는 양극화를 만들어낸다.”고 받아쳤다. 청와대는 다음날 ‘경제는 정치적 선동의 소재가 아니다.’며 심 의원이 과장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에 ‘잘못된 현실인식이 빗나간 대책을 낳는다.’며 청와대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생산적인 정책 공방이었다고 결론 지을 수 있을까. 양측은 총론적 의미에서 의견을 개진한 점에는 동의했지만 큰 틀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심 의원측은 찬반이 첨예한 현안에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찬성 의견을 폈기 때문에 논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심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은 “정책경쟁은 공정성과 공신력에 있다. 권위 있는 자료로,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국민이 동의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청와대측은 심 의원이 정략적으로 침소봉대했다며 이번 논쟁이 ‘청와대와 심 의원 간의 공방’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한·미 FTA 논쟁을 계기로 사실관계에 입각한 토론문화를 유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생산적인 논쟁 상을 제시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코트라 무역관이 자리한 칠레 산티아고 서부 프로비덴시아 지구의 셉티엠브레 11번가에는 기업체,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깔끔하게 꾸민 상점, 카페, 레스토랑은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타아고시가 대대적으로 개발 중인 라스 콘데스 지구가 나온다. 하얏트, 메리어트 등 고급 호텔과 칠레 최대의 복합 쇼핑몰(아푸만케) 파르케 아라우코가 들어서 있다. 파르케 아라우코에서는 팔라벨라, 파리스 등 대형 백화점들이 패션의류·가전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삼성,LG, 대우의 전자제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숙영 산티아고 무역관 과장은 “평균 1%대에 불과한 초(超) 저관세가 이곳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칠레가 ‘세계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칠레가 농업·수산업·광업(1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강중국(强中國)’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렛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이다. ●1차 산업의 확실한 경쟁력 칠레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비중이 17%(한국 28%)에 불과하다. 북부 아리카 지역 등 일부를 빼면 산업공단이 없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제조업 수출도 표백펄프, 제재목, 포도주, 어분, 메탄올 등 농림수산물 가공제품이 태반이다. 산업의 원천은 세계 공급량의 40%에 이르는 구리다. 지난해 33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흑자를 견인했다.2004년 파운드당 1.30달러이던 국제 구리값이 지난해 2.27달러로 뛴 덕이다. 연어도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도·아보카도 등 농산물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과 통신, 금융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처럼 칠레에서도 카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팔라벨라, 파리스, 리플레이, 리데르, 에코노, 알마크, 소디막 등 경쟁력 높은 토착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이동통신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텔레포니카 모빌, 엔텔PCS, 클라로 등 3개 토착기업이 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칠레는 무역 빗장을 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1970년대에 개방과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구축했다.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시카고 학파’를 대거 기용해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몰락했지만 질 좋고 값 싼 공산품들이 들어와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졌고 1,3차 산업도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90년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2003년에는 모든 수입상품에 일괄적으로 6%의 단일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체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현재 56개국과 17건의 FTA를 맺고 있다. ●IT와 BT로 도약 칠레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개발모델로 설정했다. 한선희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통신·화학·제약 등 IT와 BT를 강화하기 위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IT기업에 최고 7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생산진흥청(CORFO)의 ‘이노바 칠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가는 1시간 거리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없다. 과속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장치가 도로 곳곳에 세워져 차량 안에 부착된 센서와 감응, 자동으로 요금을 기록한 뒤 매월 은행계좌를 통해 징수한다. 하지만 이런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초 추진한 ‘트란 산티아고’(산티아고 교통개혁)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혼란을 가져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투명성 높은 사회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칠레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칠레의 진정한 경쟁력은 대외개방 외에 정치·사회적 안정, 공공부문의 투명성과 청렴성, 선진국 수준의 치안 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20위(한국 42위)에 올랐고 지난해 산티아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도 2명(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48명)에 그쳤다. 부가가치세율이 19%나 되지만 조세행정이 철저해 구멍가게에서조차 영수증을 내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칠레 가톨릭대 학생 로만 조시프는 “부의 편중과 교육의 불균형 해소가 칠레 성장의 관건이라는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중산층 이하 자녀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칠리안’ 특징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산티아고 공항에서 미국인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별도의 입국세를 받기 위해서다.“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니 우리도 미국인에게 비자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걷는다.”는 게 칠레 정부의 논리다. 칠레는 다른 나라보다 ‘반미감정’이 강하다.‘유럽의 후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미국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반감이다.2004년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칠레 경호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따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측 경호원들을 제지하다 싸움이 크게 붙었던 것은 유명하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역시 좋아할 리가 없다.“중남미에서 가장 잘 산다고 으스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질시를 받는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인접국들과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에 대한 한국·중국의 국민감정과 비슷한 데가 있다.”(교포 장기현씨) 인구 중 백인이 29%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60%에 이르는 메스티소(원주민·백인 혼혈)도 상당수가 육안으로는 백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스페인계와 독일계가 많아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유럽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이고 친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인들의 특징이 약한 반면 논리적·이성적이며 검소하고 신중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대거 이주한 독일계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동양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한국·중국 등의 빠른 성장에 대해 부러움도 갖고 있다. 이곳의 가족중심 문화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녁에 서둘러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남자들에게 관행화돼 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뜻의 배려라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간혹 회사의 잔업 등 요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windsea@seoul.co.kr ■비즈니스 환경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이긴 하지만 칠레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규교육에 영어과목이 매우 빈약한 탓이다. 유럽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도 작용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영어를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칠레인들은 웬만해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전 위주의 신중한 거래가 철칙이다. 수입상의 시험주문의 개념도 다른 나라와 다르다.1회 시험주문을 해보고 품질이 확인되면 정식거래를 트는 게 보통이지만 칠레인들은 3회 시험주문이 보통이다. 기계·장비류는 통상 1∼2년간 시험해 본 뒤에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오랜 철권통치의 여파로 사회에 아직 불신풍조가 강하다. 믿음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설령 칠레인들이 미덥지 않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우리쪽에서 먼저 못 믿겠다는 식의 표정이나 몸짓을 하면 그걸로 거래협상은 끝이다.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 성기주 과장은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같은 데서는 혹시 먹힐지 몰라도 자존심 강한 칠레인들에게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교포 방민수씨·식당업) windsea@seoul.co.kr ■후안 코이만스 칠레카톨릭대 교수 인터뷰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 최고의 명문으로 통하는 칠레가톨릭대학 경제학부 4층 연구실. 후안 코이만스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코레아’의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면서 쉴 새 없이 설명과 주장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칠레가 ‘제조업 없는 농산·광산물 수출국’이란 일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칠레의 포도와 아보카도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단순히 기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우리나라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물방울을 이용한 첨단농법을 씁니다.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우리만의 ‘과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컴퓨터·네트워크 등 뉴 테크놀로지에서도 세계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칠레가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장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칠레 경제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혁신적인 실험’을 꼽았다.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방경제를 1970년대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성장-위기-성장-위기의 악순환을 무역장벽 완화와 자유시장체제 도입으로 끊은 것이지요.80년대에 시작한 세제·재정 혁신과 사회보장제도·노동시장 개혁은 거기에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부문의 성공은 사회의 안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빈곤계층 비율이 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절반 가량에서 지금은 18% 정도로 줄었고 생계 자체가 곤란한 극빈층은 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노체트 17년 독재’를 언급했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누가 뭐래도 국민을 탄압한 철권통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그의 통치기간에 나왔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입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 관료사회 숙정 등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경제개혁의 완성작이었습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산업분야는 FTA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칠레조차 FTA로 생과일 수출에서는 득을 봤지만 과일 통조림 수입에서는 큰 손해를 입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산업간 득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상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녹색공간] 갇힌 행복과 나누는 행복/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이번 달부터 고급아파트 공용시설 전기요금 누진제를 시행하게 되면 고급아파트 전기료가 한 달에 최고 1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은 충격적인 이야기다. 한 사람의 최저임금보다 많은 액수다. 평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류층의 호화스러운 주택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주상복합단지가 그들만이 누리는 폐쇄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우주는 다름 아닌 집이라는 뜻이다. 집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상호 조화로운 관계로 기대어 살아가는 정주공간이다. 개인이 사는 집이 어울려 도시를 이루고, 도시들이 만나 지구를 구성한다. 이처럼 도시와 지구는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갈 공동의 집이다. 그런데 개인이 초호화 고층 아파트에서 누리는 쾌적과 편리가 커질수록 우리 공동의 집인 도시와 지구의 생존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월평균 전기요금은 3만∼4만원대다. 반면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상복합단지의 50평형 한 가정이 한여름에 내는 전기요금은 보통 60만원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자연 통풍과 같은 자연 순환을 차단하고 있으니 방마다 에어컨을 돌려 냉방을 해야 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려 공기를 순환시켜야 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을 오르내리기 위해 승강기를 작동해야 한다. 공용시설인 헬스장·골프장 등의 시설 이용과 건물 유지관리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야말로 기계와 에너지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호화주택이 늘어갈수록 도시는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고,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자원고갈 등으로 도시는 더 이상 우리의 공동의 집이 되기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초고층 거대단지들은 더욱 기계와 에너지에 의존하고 외부환경과의 담을 두껍게 쌓아갈지 모른다. 이 단지들의 공용시설에 누진요금을 적용하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며 진정을 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화 사치재 사용과 과소비를 누리는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그동안 호화 주상복합단지가 공동의 필수시설이 아닌 호화스러운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의 시설에 드는 전기를 공동전기요금으로 싸게 내왔던 것을 바로잡아 일반 가정 요금처럼 누진 적용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는 이치다. 사회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우리 현실은 생계형 빛과 열조차 누리지 못하고 단전을 당해야 하는 가난한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고, 공공의 이익과 이웃의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초호화 사치재와 부를 누리는 계층이 많아지고 있다. 높이 솟는 초고층 아파트처럼 부를 통한 신분상승이 마치 행복인 양 그 행복을 좇고 있다. 69층 고층아파트에서 무더운 날 전기가 나간 상상을 해 보자. 더워도 창문을 열 수 없고 숨 쉬기도 곤란한,1층에서부터 양동이를 이고 걸어서 하늘 꼭대기로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인위의 에너지가 아닌 자연의 힘으로 그 무엇도 해 볼 도리가 없는 불편과 비참함을 느껴도 행복한가. 물질의 안락과 과소비에 진정한 우리의 행복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맑은 공기와 싱그러운 흙 냄새 같은 자연이 주는 행복,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동의 집인 도시를 가꾸며 이웃과 나누는 행복이야말로 참 좋은 것이다. 지금도 지자체는 신도시마다 우뚝 솟은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느라 분주하다. 서로 어느 지역이 더 높이 올라가는가를 경쟁하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참으로 멋없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도시행정의 전형이다. 호화주택에 사는 개인문제 이전에 주상복합단지 건설 같은,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도시계획, 주택정책을 펼치는 정부 정책과 건설회사의 이윤행위 욕망이 우리의 행복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조기숙 교수 “대선용 통합신당은 정당정치 역행”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조기숙 교수 “대선용 통합신당은 정당정치 역행”

    “이번 대선은 사상 최초로 정책·이념 대결을 벌이는 정상적 정치구도 선거가 될 것이다.”“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지율은 허상이다. 국민은 토론과정을 거치며 결국 집합적으로 이성적 선택을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던 정치논객 조기숙(48)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2002년초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바닥을 길 때 노 후보의 당선을 예견하여 선거 참여에까지 이르렀던 그다. 그새 ‘참여정부 사람’이란 입장이 더해졌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도 학자로서 정치논평가 역할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종이신문과는 거리를 둬 온 그를 다그쳐 이대 교수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범여권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현재 논의가 한창인 범여권 통합과 대선후보 선정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대선용 통합신당 창당은 반대합니다. 정당은 투표의 준거틀이 되는데 그걸 선거 때마다 새로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정당정치 발전에도 역행합니다. 오히려 녹색당 창당 같은 정당 분화가 옳은 방향이지요. 그러나 후보단일화는 필요합니다. 우리 헌법은 결선투표를 허용 안합니다. 국민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결선투표에 준하는 게 후보단일화입니다. 그를 위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범여권 진보진영 세력들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은 찬성합니다.” ▶노 대통령을 밟고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근거는 뭔가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은 개인보다는 시대정신의 승리라고 봅니다. 시대정신으로 대변되는 세력이 누구냐 하면 긴장보다는 평화를 택했고, 특권과 정경유착의 정치보다는 투명한 민주정치를 택한 시민세력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서구에서 부르주아혁명을 가져왔던 시민계급 세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봅니다. 광주민주항쟁 때부터 배태되기 시작한 이들은 정치적 식견이 풍부하고 중산층이라 공익을 위해서 자기돈 내고 자발적 결사체를 형성할 만큼 사회적 자본도 갖추고 있어요. 노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도 20% 지지율은 유지했던 기반이 되는 세력이지요. 이들이 특정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비토 세력이 되는 데는 힘이 있거든요.“ ▶여권에서 국민경선을 한다면 후보군 중 누가 가장 좋겠습니까. “경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가려질 테지만 누가되든 상관없다고 봅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 진보진영을 대표하게 될 것이고, 이번 선거는 세력 간의 싸움이 되지 인물싸움이 되진 않을 거거든요. 그러나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진 히든카드는 있는데 아직은 발설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대략의 범주라도 제시해주시죠. “크게 보면 지금까지 진보는 민주화 진영인데 이게 반독재란 목표를 제외하면 통일성이 없습니다. 분열 요인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상당히 진보적이면서, 온건진보와 보수진보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중도적인 후보는 안 될 것으로 봅니다. 고건 씨가 무너지는 걸 봐도 ‘중도’는 허상이죠. 역사적으로 봐도 이번 대선은 정당의 재연합이 이뤄질 수 있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정당들도 양극화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번대선은 사상 처음 정책·이념 대결될 것 ▶정당이 어떻게 재편된다는 건가요. “정당의 순환사이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국 이후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여촌야도 현상이 있었죠.1987년 대선 때 민주주의가 성취되면서 그 구조가 깨지고 지역정당 구도가 등장합니다. 지역정당 구도도 노무현 대통령 집권으로 어느정도 깨지고 ‘새정치 낡은정치’구도가 되었죠. 그런데 ‘새정치’가 노 대통령 때 빠르게 성취돼버립니다. 새로운 정당 재연합이 일어날 조건이 된 것이죠. 과거 정치구도가 민주 대 반민주, 지역정당, 새정치 낡은정치 같은 비정상적인 구도였다면 새로운 정당재편은 정상적인 정치구도가 처음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정치 본연의 의제가 중심 쟁점이 되는 정당 구도죠.”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는 경쟁력이 있을까요. 이명박, 박근혜씨가 상당히 앞서가는데요. “굉장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명박씨는 참 유능한 서울시장이었다고 봐요. 업무추진력도 있고 목표지향적이죠. 박근혜씨는 정치인의 자기절제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보여준 탁월한 정치인이죠. 그러나 대통령은 시대정신과 맞아야하는데 이분들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벌써 성장 문제같은 핵심 공약들을 건드렸는데, 지금 양극화 문제가 성장이 부진해서 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회창씨가 패배한 것도, 고건씨가 중도하차한 것도 대통령에게 필요한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성장정책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것 같은데요. “경제가 어렵다 해서 지금은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TV토론에 들어갔을 때 50%의 추인을 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봐요. 이번 선거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갖고 제대로 한번 경쟁해보는 정치선거가 될 겁니다. 교육, 복지, 부동산 분야에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별적 대결을 벌일 거고, 공개토론 과정에서 학습이 된 국민들은 집합적으로 다수가 시대정신에 맞는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노 대통령은 개헌 철회로 모양새만 구긴 꼴이 아닙니까. “노 대통령의 특징은 결과지향적이 아니라 과정지향적이라는 겁니다. 이점 이명박씨와 크게 구별되는데,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봅니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사람은 첫삽을 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개헌은 국민적 어젠다가 됐고, 국회약속도 받았으니 과정상 의미가 있고 성공했다고 봅니다.” ●노대통령 정책은 시장 친화적인 진보 ▶한·미 FTA로 진보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진보를 포기한 건가요. “진보와 좌파를 같게 보는데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좌파는 일률적 복지를 주장하고, 시장주의적 진보는 시장의 역할을 존중하되 약자에게 차등적 배려를 하자고 합니다. 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에서 좌파 집권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노 대통령이 맘 속으로는 유럽의 좌파를 동경할지 몰라도 정책은 시장 친화적 진보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좌파로부터 신자유주의자 비난을 받는 거지요. 진보세력이 다양한 분화를 하겠지만, 좌파가 현실적인 타협을 추구한다면 한나라당보다는 진보진영과 협조해야지요.” ▶3불정책 옹호자로서 최근 격화되는 논란을 어떻게 보십니까. “3불정책은 자동차 운전에서 신호등과 같은 최소한의 제한에 불과합니다. 지식기반시대를 맞아 이를 뛰어넘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한데도, 교육부는 이는커녕 끊임없이 신호를 위반하는 서울대에 범칙금조차 물리지 않고 있어요. 오죽하면 산업시대 본고사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나오겠어요. 대선에서 핫이슈가 될 거로 보고 책을 쓰고 있습니다.” ▶고부군수 조병갑이 4대조로 알려졌는데 이를 과거사 문제와 대비하는 것은 어떻게 봅니까.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안을 갖고 특정인을 공격하는 반지성적 야만적 행태예요. 어떤 인권단체도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슬픔을 느낍니다. 과거사규명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시키자는 거고 동학농민은 특별법으로 명예가 이미 회복됐습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들출 이유가 없었죠.” 그럼에도 조교수는 노 정부 참여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고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역할이 다르다 느껴 유학길을 택했지만, 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가졌는데 그 짐을 덜었기 때문이다. 정치논평은 계속할 생각이다. 노 대통령 때처럼 뜻하지 않게 선거 참여를 할 수도 있지만,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정무직 진출은 않겠다고 미리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yshi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그는 누구 1959년 경기도 안성 출생. 이화여대 정치학과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정치학 석사·박사. 이대 국제대학원 교수.2002년 정치논평가로 활동 중 당시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예측, 언론의 관심을 모았고 이후 선거과정에 참여했다.2005년 2월부터 1년간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을 지냈다. 노 후보에 대한 부당한 언론 공격에 침묵할 수 없어 선거에 뛰어들었고 청와대 시절엔 아름다운 장미꽃을 위해 정원사가 된 심정으로 온몸으로 맞섰다고 한다.‘16대총선과 낙선운동’‘한국은 시민혁명중’‘마법에 걸린 나라’등 저서. 상당히 진보적이면서, 온건진보와 보수진보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 87학번,명퇴 제일 걱정…07학번,취업등 고민

    87학번,명퇴 제일 걱정…07학번,취업등 고민

    “사회 생활을 한지 벌써 13년이나 됐어요. 첫 직장은 외환위기 때 부도났고요. 명퇴(명예퇴직)가 남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솔직히 하루라도 더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출근합니다. 자식들 학비도 갈수록 부담스럽고요.”(87학번 회사원 김모씨) “남자 친구도 사귀고 친구들과 술 마시며 대화도 많이 하죠. 이달부터는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녀요. 취업도 미리 준비해야죠. 여름방학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바쁠 것 같아요.”(중앙대 07학번 황모씨) 6월 항쟁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한 87학번과 20년이 지난 지금 07학번에게서는 세월의 차이만큼의 간극이 있다. 두 학번 사이에는 삶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치적 성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87학번 성향은 진보, 삶은 점차 보수화 6월 항쟁에 참여했던 87학번의 상당수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사안에서는 일관되게 진보적인 색깔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87학번의 60%가 진보적이라고 답했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부분 도시 근로자로서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87학번의 경우 FTA에 대해 ‘매우 지지’(8%)를 포함한 찬성이 44%(22명)로 반대 32%(16명)보다 훨씬 많았다. 보통은 24%(12명)였다. 반면 07학번은 매우 지지(8%)를 포함해 찬성이 34%, 반대 32%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또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87학번의 46%가 ‘가입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2%는 시민단체 활동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파업으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을 때 며칠이나 참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6명(12%)은 ‘하루도 못 참는다.’ 15명(30%)은 ‘사흘은 참겠다.’ 3명(6%)은 ‘닷새는 참겠다.’고 답했다.‘일주일 이상이라도 참겠다.’는 답은 17명(34%)이었다. ●사회양극화 현상엔 모두 걱정 40대에 들어선 87학번에게는 직장 문제(42%)가 가장 큰 고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과 비정규직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상황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직장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어 금전문제(22%)와 가정문제(10%)를 현재 가장 고민하는 문제로 꼽았다.87학번은 사회초년병 시절 외환위기를 겪었고 명예퇴직과 비정규직화, 자녀 학비문제를 걱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07학번은 그러나 친구·이성관계, 성적·취업문제가 다수를 차지했다. 친구·이성문제가 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적문제(26%), 취업문제(18%)등이었다. 또래관계가 고민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엄청나게 늘어난 등록금 뿐 아니라 벌써부터 취업을 걱정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87학번은 60%가 소수의 부자들이 독점하는 사회와 다수의 빈곤층이 확대되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꼽았다. 반면 07학번은 사회적 양극화(40%)와 신자유주의 세계화(16%), 일자리부족(14%), 환경문제(10%) 등 고민의 폭이 컸다. ●07학번 “개헌 잘 모른다” 48% 87학번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가진 반면 07학번들은 상당수가 무관심했다.87학번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통령직선제를 위해 싸웠고, 당시 직선제는 쟁취해야 할 중요한 목표였다. 반면, 07학번들에게 대선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여러 선거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에 설문 조사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87학번은 지지 28명(56%), 반대 12명(24%)으로 의견을 분명히 한 반면,07학번은 ‘잘 모른다.’가 48%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87학번 시민운동가는 “노동운동이 더 이상 생존권투쟁으로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과 함께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연대감이 약해지고 개인이나 가족 위주로 파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87학번,“6월항쟁은 내 삶의 변곡점” 공무원 채치용(중앙대 87학번)씨는 “6월 항쟁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내 인생의 지표가 됐다. 비유하자면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그 시절에 내가 했던 행동과 사고체계가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건전했던 시대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회고했다. 환경운동가 김홍철(성균관대 87학번)씨는 “당시의 경험은 지금 시민단체 활동을 하게 만든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사회를 대하는 태도나 눈이 많이 달라졌다. 그날 이후 살아오면서 조금씩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정립한 기본적인 인식틀은 지금도 내게 기본방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안덕균(경기대 87학번)씨는 “당시 민주화에 대한 희망도 봤지만 좌절도 맛봤다. 일부 민주화의 정신을 왜곡한 정치인들 탓에 아직도 6월 항쟁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양재용(단국대 87학번)씨는 “6월 항쟁은 학창시절 이후 많은 고민을 던져준 사건이었다.”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멕시코시티·몬테레이·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12일 오전 멕시코 몬테레이공항에서 30분을 달려 찾아간 몬테레이 광역지구내 아포다카 산업공단. 주택과 상점이 차츰 뜸해지더니 광활한 녹색 벌판에 대형 공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수백m 길이의 1층짜리 직사각형 건물들. 미주시장 공략을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전진기지다.LG전자를 비롯해 월풀, 덴소, 바스프, 메탈사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에 터를 닦았다. 미국을 200㎞ 지척에 둔 지리적 위치, 안정된 노사관계 등이 이곳을 멕시코 최고의 다국적 산업단지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그 덕에 몬테레이가 속한 누에보 레온주(州)는 멕시코 제조업 생산의 10%가량을 차지하며 전국 평균의 두 배 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직원 후안 페레스는 “외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는 등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학비는 비싸지만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멕시코시티 서부의 신도시 산타페. 왕복 6차선 도로 한 편으로 2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200m가량 줄지어 마천루를 형성했다.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IBM, 휼렛패커드(HP) 등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심중앙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센트로 코메르시알이 위용을 자랑한다. 팔라시오 데 이에로, 시어스 등 유명 백화점에 진열된 고가품들이 부유층의 소비능력을 대변한다. 사회 양극화의 상징으로 비난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1996년부터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기 위해 쏟은 노력의 산물임도 부인할 수 없다. 멕시코 경제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된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드디어 ‘성장’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국민들이 ‘트리콜로스(녹·백·적 삼색 국기)’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고 있다. 물가와 실업률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장 고속도로를 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증권거래소(BMV) 종합주가지수(IPC)가 3만포인트를 돌파하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결국 2만 9762포인트로 마감됐지만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1년 전에 비해 50% 이상 오른 것이다. ●국토와 자원… 마야문명의 축복 멕시코 경제의 잠재력은 땅과 바다, 사람에 있다. 그들이 숭상하는 마야, 아스텍 문명의 햇발처럼 이렇게 복받은 나라도 없을 정도다. 광활한 국토가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좌우로 품는다. 해안선의 길이가 미주대륙에서 두번째로 긴 9219㎞에 이르고 미국과는 3300㎞에 이르는 국경을 나눠갖고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면서 풍부한 가스전이 널려 있고 금·은·동·우라늄·텅스텐 등 안 나오는 광물이 없을 정도다. 1억 750만명 인구는 중남미에서 브라질(1억 9000만명) 다음이고 8000달러에 이르는 1인당 소득은 외국인에게 미주 진출의 거점 외에 광대한 내수시장의 매력을 안긴다. 올 1월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멕시코가 2050년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빛나는 경제지표… 높아진 소비성향 멕시코는 지난해 4.8%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거뒀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각각 4.1%와 3.6%의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고유 자동차 회사는 없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GM, 포드,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내수 및 수출시장을 겨냥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2위 부호(531억달러) 카를로스 슬림의 통신회사 아메리카모빌과 텔멕스는 중남미 각국에 진출했다. 시멘트, 철강, 맥주산업도 강세다. 푸에블라 POSCO-MPC(철강가공센터) 심경휘 법인장의 말.“10여년 만에 멕시코를 다시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멕시코시티의 공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맑아졌다는 것이었다. 금방 멈춰버릴 것만 같던 자동차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차들로 대체된 것이다.” 그만큼 소비성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매년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린다. ●약이 되고 독이 되는 대미 의존도 지난해 멕시코 수출의 85%가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내 멕시코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25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경제가 재채기만 해도 멕시코에는 태풍이 되는 구조다. 최근 주식인 토르티야(옥수수빵)의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것도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내 에탄올 수요가 늘면서 미국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의 대멕시코 수출량을 줄인 탓이었다. 지난 11일 멕시코시티 중심부 독립기념탑 부근의 미국대사관 앞에는 꼭두새벽부터 줄잡아 1000명 이상의 멕시코인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4중,5중으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30대 중반 근로자는 “미국에 가면 지금의 월 500달러보다 3∼4배 많은 임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는 1000만명의 합법 근로자 외에 1000만명의 불법 입국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에블라 공단내 기계부품업체의 구매과장 리카르도 코토는 “대미 경제의존이 높은 것은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현재 멕시코의 관심은 미국경기의 하강세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빈부격차와 치안부재… 정부의 과제 빈부격차와 치안 불안은 멕시코의 과제다. 못사는 치아파스, 게레로 등 남부지역의 1인당 소득은 잘사는 잘리스코, 누에보 레온 등 북부지역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10여년 새 심해진 마약과 납치·강도는 어느덧 ‘멕시코 디스카운트’의 상징이 됐다. 우르타도 상의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제1과제는 빈부격차의 완화”라면서 “1억 인구에 국민소득 8000달러 수준이면 나쁜 것이 아닌데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보니 국부의 생산적인 투자가 저해되고 있다.”고 했다.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칼데론 정부는 물론 멕시코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말이다. windsea@seoul.co.kr ■ ‘멕시칸’ 그들의 특징은 |멕시코시티·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 지난 10일 저녁 멕시코시티의 관문인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 다른 나라 입국심사대 앞에 서면 늘 다소간의 긴장이 일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리로 오기 전 미국에서 빡빡한 입국심사를 거친 터. 하지만 멕시코 관리는 콧수염을 만지며 익살스럽게 “오, 소, 오, 세, 요.(어서 오세요)”라고 한국말을 건네온다. 이게 말로만 들은 멕시칸(멕시코인)의 여유인가. 반면에 자부심과 오기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푸에블라에 있는 POSCO-MPC 임승룡 이사의 말.“한국사람에게 우호적이긴 하지만 내면에는 자기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야, 톨텍, 아스텍 등 찬란한 아메리칸 인디오 문명의 원조이고 이미 1968년과 70년에 각각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다.‘한국이 경제적으로야 우리보다 나을지 몰라도 지도에 거의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나라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멕시코인들의 낙천성은 중남미에서도 알아준다.2004년 미국 미시간대학이 자기만족도를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세계 2위를 했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치안도 불안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들에게 생활을 즐기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처음 주재원으로 오면 십중팔구 현지인들과 갈등을 겪는 이유다. 한 주재원의 말.“공장라인 직원은 매주 금요일 1주일 단위로 주급을 받는데 다음 1주일치 먹을 것을 사두고 남는 돈으로 토∼일요일에 밤샘파티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결근율이 높다.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이 문화를 존중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의식에 적잖은 변화가 오고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공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외국인들과 함께 다니는 고급 인터내셔널 스쿨의 경우 등록금만 우리 돈으로 월 60만원이 되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절약하며 자녀들을 이곳으로 보내기도 한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편이지만 외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식민지시대의 전통에서 생겨난 인종·계층 차별의 유습도 남아 있다. 백인(전 인구의 9%)-메스티소(60%·원주민과 백인 혼혈)-원주민(30%)으로 이어지는 신분질서는 강하게 때로는 가혹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멕시코에 들어온 외국기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푸에블라공단에서 만난 현지인 근로자는 “한국이나 미국의 기업이 멕시코에 왜 들어왔겠느냐. 우리나라를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수출 13년새 5배↑… 빈부 양극화 |멕시코시티 김태균특파원|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13년이 지난 멕시코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NAFTA의 공과(功過)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한국도 그렇게 될까. NAFTA의 성과는 외형적으로는 눈부시다. 지난해 수출(2502억달러)은 NAFTA 직전인 1993년(519억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같은 기간 49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노동집약 산업에서 벗어나 전자, 생명공학,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NAFTA로 인해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및 농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미국자본과 대기업이 경제를 독점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세 델라크루스 몬테레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NAFTA의 명암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94∼95년 경제공황이 왔을 때 두 얼굴의 NAFTA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NAFTA로 인해 도산했지만 반대편에서 많은 기업들이 NAFTA로 인해 이윤을 창출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틀을 다진 것은 그 덕이었는데 결국 NAFTA가 병도 주고 약도 준 셈이었지요.” 델라크루스 교수는 “미국과 닿은 북쪽은 NAFTA의 혜택을 보지만 남쪽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이윤도 중소기업이나 일반 서민들에게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어 남북·빈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NAFTA 시스템에 걸맞은 산업구조로 변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세계 5위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해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휘발유 등 가공제품을 수입해 오히려 미국인보다 비싼 값에 기름을 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과 FTA를 하기로 한 만큼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FTA의 사회 시스템 혁신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장개방을 잘만 하면 빈부격차와 부의 세습을 완화할 수 있지요. 그래야만 멕시코 경제가 지금과 달리 스스로 가진 경쟁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답은 정부가 찾아 주어야 하며 이런 사정은 한국도 멕시코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의 경제개방은 대외채무 이행연기(모라토리엄)를 했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폐쇄정책을 버리고 ‘마킬라도라(보세가공 수출입공단)’를 확대하는 등 개방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정판이 1994년 발효된 NAFTA였다. 현재 멕시코는 43개국과 12개의 FTA를 맺고 있다. windsea@seoul.co.kr
  • [사설] 허세욱씨 사망을 애도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해 분신했던 허세욱씨가 그제 숨을 거뒀다. 한·미 FTA에 대한 평가와 찬반을 떠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허씨는 유언장에서 비정규직인 운전기사 동료들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 자신을 위한 모금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였다. 정부는 한·미 FTA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을 일일이 보듬는 마음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가 미래로 나가기 위한 관문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특정계층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양극화를 극복하고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런 설득과 홍보노력이 부족함으로써 허씨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부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FTA 반대진영 역시 자중해야 한다. 허씨의 장례식을 둘러싸고 한·미 FTA저지 범국본과 민노당, 민주노총은 유족측과 갈등을 빚었다. 유족측은 범국본 등의 합동장례 요청을 뿌리치고 어제 서둘러 가족장 형태로 화장 절차를 끝냈다. 범국본 등은 허씨의 영결식과 노제를 자체적으로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순수한 애도를 위한 것이라면 말릴 수 없겠지만,FTA 반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뜻이 깔렸다면 자중하는 게 낫다. 반대 진영의 감정을 고조시켜 행여나 또다시 극한 대립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미 FTA의 문제점 지적과 보완 요구는 합리적인 토론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 기초노령연금 국채발행 불가피

    기초노령연금 등 사회복지 분야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국가채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예산처는 1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위원 재원배분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07∼20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시안’을 보고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향후 5년 동안 정부가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르면 오는 9월 최종 확정,10월 국회에 제출된다. 시안은 동반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 확충과 임대주택 확대, 보육료 지원 등에 정부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또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사회복지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미래 성장동력의 확충과 인적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과 교육 부문 투자를 강화한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경제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피해산업 보상 대책도 강조되고 있다.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중소기업 지원 등도 민간금융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세입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기초노령연금 도입, 한·미 FTA 대책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지출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기획처 관계자는 “2010년까지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없이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면서 “그러나 비교적 많은 재원이 드는 기초노령연금 등의 변수가 발생해 별도의 재원대책이 없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 혁신을 통해 지출 증가를 최소화하고, 주요 정책과제 외의 재정 수요에 대해서는 부처별로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한나라당은 ‘변신 중’

    ‘정당의 변신은 무죄?’ 한나라당이 최근들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수구보수·부자옹호당’에서 ‘합리보수·빈곤층보호당’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중도세력과 사회적 약자층을 끌어안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나라당이 가장 공을 들이는 정책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다. 한나라당 스스로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한 범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인 80%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원조 좌파’나 다름없는 민주노동당과 정책 공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층할당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계층할당제란 입시와 취업 등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다. 이는 ‘가난의 대물림’이나 ‘교육 양극화’ 등을 막기 위한 평등·분배 정책의 전형이다. 이 제도를 제안한 고경화 제6정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사회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듬고 가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반값 아파트 공급 정책’이나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 등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분배 철학을 담은 정책들이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당의 대북 정책에 ‘포용’의 요소를 담는 시도를 했던 것. 비록 당내 일부 강경세력에 의해 당론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6자회담 타결에 따른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같은 변신은 다분히 연말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수구보수당’ 또는 ‘부자옹호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만큼은 범여권에 그 같은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변화 시도들이 모두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이 같은 정책기조 전환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아 또다시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져 자칫 대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북 리뷰]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정부는 제발 가만히 있어라.” 케인스주의가 득세하던 196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태동시킨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이렇게 외쳤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그는 ‘작은 정부론’의 기수였다.1956년 워바시 대학에서 한 그의 강연내용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변동열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가 또 다시 나왔다.1962년 첫 출간 당시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그동안 18개 국어로 번역됐다. 시장자본주의 관련서적의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세계경제는 국가자본주의의 폐해로 곪아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시카고 대학에서 제자들을 키우며 때를 기다렸다. 이때 양성된 ‘시카고 보이스’들은 세계 각국으로 돌아가 신자유주의를 외쳤다. 밀턴 프리드먼이 예견했던 바였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케인스 학파의 아성은 차츰 무너져갔다. 경기불황 등 병약한 경제에 대한 케인스식 처방은 좀체 먹히지 않았다.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로 대표되는 ‘80년대’에 마침내 케인스학파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기에는 시장의 덩치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밀턴 프리드먼 이론의 정수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살핀 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 국제무역, 재정정책, 교육제도 차별, 독점 면허제도, 소득분배, 사회복지, 빈곤의 완화 등의 쟁점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과 시장의 자유를 중시했던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바대로 세계 경제는 속속 신자유주의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유와 확대를 주장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철학은 그러나 의문을 남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에도 여전한 국민적 저항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무한 자유경쟁 체제로 돌입하는 것은 그의 주장대로 소비자, 즉 개인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개방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부 산업의 도산이라는 결과는 또 무엇인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줄기차게 외치는 주장들이 44년 전에 출간된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한 전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양극화 등 현대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밀턴 프리드먼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신자유주의 경제가 대세로 굳어진 지금,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적지 않다.335쪽,1만 5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열린세상] 한·미 FTA,불안극복이 관건/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한·미 FTA,불안극복이 관건/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한·미 FTA 논쟁 중이다. 논쟁의 갈래도 다양하다. 취지는 좋지만 협상은 실패했다는 주장도 있고, 아예 취지부터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독소조항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뼈 조각 든 쇠고기’ 수입과 같은 자극적 소재도 등장한다. 한국 경제가 미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거시적 우려와 함께 이번 대선판을 흔들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한·미 FTA 타결 이후의 갖가지 여론조사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모습을 지켜 보는 국민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대략 찬성이 절반을 넘지만 반대와 무응답을 합하면 약 40% 수준으로 국민여론의 흐름이 좀처럼 한 쪽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또 협상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이번 협상이 ‘미국에 더 유리할 것인지, 한국에 더 유리할 것인지’를 질문하면 대체로 미국이 더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풍요’에 목말라하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감과 함께, 혹시라도 FTA 반대편의 지적처럼 정말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내용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불확실한 여론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미 FTA의 득실을 일반 국민이 계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한·미 FTA가 세계화의 대세 속에서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대로 FTA가 우리 경제를 키워 양극화마저 해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반대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쪽의 말대로 협상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경제적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면 비준동의에 앞서 좀 더 차분히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또 그동안 우리 사회가 축적해온 다양한 가치가 녹아 있는 현행 제도나 법률이 한·미 FTA에 의해 급격히 허물어지며 생기는 혼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불안은 이러한 끊임없는 논쟁 과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결국은 경제주체인 개인이나 각 가구 등이 가진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인 양극화의 고통, 미흡한 복지시스템 및 이에 따른 자신감의 결여 등이 불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피해 계층에 대한 충실한 대책과 함께 사회안전망과 같은 복지제도의 강화일 수 있다. 피해 어민이 단지 700명이라느니,6%에 불과한 농민 비율을 들먹이며 ‘이 정도면 희생해도 괜찮다.’는 논리는 오히려 국민 전체의 불안을 더 키워줄 뿐이다. 농업에 대한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지기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이 미국과의 FTA를 주저하는 것도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유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캐나다와 호주 등이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복지강국이라는 점도 중시해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패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작동될 때 국민들은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에 대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다. 반대로 개인은 물론이고 특정계층을 희생시키며 얻는 ‘풍요’는 사회의 통합성을 깨뜨려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대세 속에서도 결코 소홀히 말아야 할 점은 바로 공동체 전체의 통합을 강화하는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이다.‘대’를 위해 희생되는 ‘소’에 대한 배려 없이 그 사회가 잘될 리 없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 주택 자산가치 양극화 갈수록 심화

    최근 5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우리 국민이 보유한 주택 자산가치의 양극화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건설교통부가 이낙연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주택관련 지니계수 추이’ 자료에 따르면 주택자산 지니계수는 1993년 0.489에서 2002년 0.510으로 커졌다.2006년에는 0.568로 더 커졌다. 계층별로 보유주택의 자산가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 있다.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특히 주택자산 지니계수는 지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0.021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최근 5년 동안에는 0.058이나 확대됐다. 주택자산 양극화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5년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지역 아파트 보유가구의 주택 자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전국 주택 가격은 35.7% 오른 반면 서울 아파트는 73.1%, 수도권 아파트는 68.6% 올랐다. 한편 최근 5년간 1인당 주거면적 지니계수도 2002년 0.235에서 지난해 0.251로 격차가 커졌다. 주거면적 지니계수가 악화된 것은 2002년 66만 6541가구이던 주택공급량이 2004년부터 46만여가구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중대형 주택의 공급 비중이 높아지면서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의 주거면적이 더 많이 넓어졌기 때문이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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