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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논쟁] 자사고 신입생 선발권 폐지

    [이슈&논쟁] 자사고 신입생 선발권 폐지

    교육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실효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평준화 지역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신입생 성적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신입생 선발권을 박탈당한 자사고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반고가 슬럼화된 원인을 자사고에서 찾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반면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고등학교 서열화 문제를 조율해 일반고 슬럼화 분위기를 차단한 건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사고 교육협의회장인 김병민 서울 중동고 교장과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에게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자사고로 인해 학교 서열화 심화… 엄격한 평가로 지정 취소 등 필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등교육과 관련해 발표한 첫 정책이 다름 아닌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다. 과거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작스럽게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인해 일반고의 슬럼화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이제 일반고의 정상화를 위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에 부여했던 특혜를 줄임으로써 고교 교육의 서열화 문제를 줄여 보겠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따라서 만시지탄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로라도 고등학교 서열화 문제를 조율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 MB 정부가 시작되면서 자사고가 본격 확대돼 지금은 전국적으로 50개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기존의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51개교, 국제고 4개교를 합치면 선발형 고등학교가 1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고등학교를 만든 것은 등록금 차별화, 성적 차별화로 인해 상층의 4분의1만을 위한 정책이 됐고, 이들에게만 학교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나머지 75%에게는 열패감만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이러한 학교들은 교육과정 특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명문대학 진학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을 강화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편적 교육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 공교육 체제에서 이러한 특수유형의 고등학교로 인해 교육기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학교 다양화 정책의 정당화 논리로 제시됐던 것에는 ‘학교 선택권 보장, 사교육 감소, 학교 특성화 유도, 사학 자율성 보장’ 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운영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만을 보여 줄 뿐이다. 이를테면 학교 선택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지 않고,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별화만 강화했다. 학교 특성화 역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는 입시 명문고로의 지향만을 강화시켜 왔다. 사학의 자율성은 어떠한가. 자사고 진학을 둘러싼 입시 비리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2014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교육 무상화가 실시된다. 이는 새 정부의 교육공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무상교육 수준으로 우리 교육의 공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전진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에 드는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었다면, 이제는 공적(公的) 지원을 통해 진정한 공교육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등록금을 일반고의 세 배나 받는 자사고의 존재 이유는 더욱 모호해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방안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설립 초기의 취지를 위반하면 일반고로 전환시킨다고 했지만 이에 관한 뚜렷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 내년부터 자사고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재지정 취소의 조건을 분명히 제시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정을 취소해 나가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비평준화 지역의 자사고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오히려 쏠림현상이 발생하여 더 심각한 경쟁이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육에 대해서만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준거를 통해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는 그러지 못했다. 상위 계층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이다. 교육은 현재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향후 우리 사회를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기회의 분배 방식만은 공정하고 평등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병민 서울 중동고 교장 “일반고 위기는 똑같은 수업 때문… 교육의 하향평준화 이끄는 패착” 일반고의 위기가 심각하다.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도 점점 늘어만 간다. 왜 이렇게 일반고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교육 당국은 그 원인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서 찾는 듯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따르면, 자사고에서 우수학생을 휩쓸어 가는 바람에 일반고의 학업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식의 논리가 엿보인다. 그래서 교육 당국은 ‘중학교 성적 상위 50% 이내’라는 서울 자사고의 진학 제한을 없애려 한다. 앞으로 고교평준화 지역의 자사고들은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학생들을 뽑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이 주장하는 바다. 하지만 이는 매우 납득하기 힘들다. 먼저 일반고의 어려움이 과연 자사고 때문에 비롯되었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학교 붕괴’, ‘교실 붕괴’는 요즘 와서 오르내리게 된 말이 아니다. 오히려 평준화 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에 교실 붕괴라는 말이 가장 많이 통용되었다. 학업 성취도와 상관없이 한 교실에서 똑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 소질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수업을 듣는 상황은 학생들을 무기력 속으로 몰아넣었다.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등 여러 유형의 고교를 설립한 것은 이러한 평준화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제대로 살려 보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교 평준화 문제의 해법을 되레 ‘교육 문제의 원흉(元兇)’으로 내몰고 있는 꼴이다. 정책방향은 고교 평준화 때문에 생긴 문제를 평준화를 강화해서 풀겠다는 이해 못할 처방으로 치닫고 있다. 혹자는 전체 학생의 71.5%가 다니는 일반고가 자사고나 특목고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정반대인 얘기다. 적어도 28.5%의 학생들은 이제 학교에 만족하며 다니게 되지 않았는가. 보수건 진보건,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사례를 먼저 육성한 후 이를 일반화시키는 전략을 쓴다. 자사고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많은 자사고들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높은 학부모 만족도는 공교육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28.5%의 성공한 학교를 무너뜨려, 71.5%의 어려운 학교 쪽으로 몰아가려 한다. 눈앞의 현상에만 주목하여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이끄는 패착인 셈이다. 교육 당국은 “성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성적을 반영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자사고 입시제도로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방안대로 추첨으로 학생을 뽑으면 과연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가능할까. 사학(私學)들에는 저마다 설립 취지와 교육 목표가 있다. 고교는 초등학교와 상황이 다르다. 열일곱 살이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이 상당 부분 형성되어 있는 나이다. 따라서 각 고교는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추첨’으로 학생들을 무작위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수월성 교육은 불가능하다. 애초부터 ‘해당 분야의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 ‘보통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기존 서울 자사고의 ‘성적 50% 이내 제한’이란 학생 선발 규정도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내놓은 ‘추첨’ 선발 방안은 최악이다. 이는 결국 그동안 자사고가 쌓아 왔던 교육적인 성과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다. 그 결과가 과연 ‘일반고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의 평준화 정책이 과연 성공적인지를 물어보면 그 결과는 자명해 보인다. 자사고 신입생의 선지원 후추첨 선발 방식이 일반고 위기의 해법은 아니다. 교육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실업률·물가 통계방식 바꾼다

    국민들이 느끼는 구직난, 높은 물가, 소득 불평등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주요 통계가 현실에 맞게 개편된다. 통계청은 18일 이르면 올 연말까지 고용, 소비자물가, 가계소득 등과 관련된 통계를 현실화하고 순차적으로 새로운 통계를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업률은 체감 수준보다 훨씬 낮게 집계된다.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서 우리나라 실업률은 3.1%, 청년 실업률은 8.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실업률 보조지표를 만들 방침이다. 현재 취업자에 포함되는 불완전 취업자와 실업자 수에 더해지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부분 실업자를 실업자 수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불완전 취업자는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지만 취업을 더 원하는 사람으로서 실제 취업자로 보기 힘들고, 부분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지만 곧바로 취업을 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으로서 실업자 수에 포함돼야 한다. 이럴 경우 실업률이 껑충 뛸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이 느끼는 높은 장바구니 물가와 달리 9개월 연속 1%대인 소비자물가 통계도 바뀐다. 통계청은 5년 주기로 진행했던 소비자물가 산정 대상 품목의 가중치 개편을 2~3년 단위로 더 자주 하기로 했다. 고소득층과 서민층의 소득 양극화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가계소득 통계도 개편된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1,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공평함)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고소득층 통계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재 가계의 소비, 지출 등을 중심으로 집계되는 가계동향조사에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자산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연계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화폐 이자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꼬집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하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내놓고 시도하는 이런저런 회생과 극복의 방법도 만족할 만한 효과에선 멀다. 부의 편중과 불평등 심화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해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 비등하지만 궁극의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그런 상황에서 소수의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뒤집기에 방점을 찍는다. ‘화폐를 점령하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패러다임인 화폐와 이자의 오류를 설득력 있게 꼬집고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화폐는 경제 흥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베일’이란 인식부터 철저히 바꾸자는 목소리의 강한 대변이다. 화폐는 이제 더 이상 노력이나 능력, 효율성, 혁신에 대한 보상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 이전에 가치를 창조하는 수단이라는 초기의 무해한 상태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의 집약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선 오늘날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화폐 작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판단을 콕 찍어 제시한다. 그 오류의 단적인 예는 화폐 이자에 얽힌 불편한 진실이다. 흔히 대출했을 경우에만 지불하는 비용으로 여겨지는 이자. 하지만 생산자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계 구입비며 관리비, 서비스 제공에 대한 노동임금을 지불한다. 그 비용에 필요한 대출과 이자 지불은 상품 가격에 당연히 포함된다. 만약 가격에 간접적으로 부과된 이자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노동량을 줄이고도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상위 계층 대부분은 일반 사람들의 이자에서 거둬들인 수익으로 다시 금융 투자를 해 재산을 늘린다. 저자는 이런 금융 시스템이 바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를 벌여 사회 양극화를 불러온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화폐 점령’이란 그래서 시스템을 왜곡시킨 사회적 합의를 변경해 모두에게 적군이 아닌 아군이 될 수 있는 화폐를 만들자는 새 물결의 집약이다. 책에는 무이자은행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JAK협동조합은행’이며 선박회사에서 많이 쓰는 ‘디머리지(Demurrage)’제도, 오스트리아 포르알베르크에서 주정부 지원을 받아 통용되는 ‘시간 화폐’, 독일 키우가무의 ‘지역 화폐’ 같은 대안 화폐와 시스템이 그 새 물결의 예로 적시된다. 장기적으로 화폐 시스템은 복리 이자로 인해 붕괴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금 우리는 탐욕스러운 은행들과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금융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지한 채 위축되어 안락함만 좇는다면 우리 역시 다가오는 금융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블랙스완 나라의 스몰볼 게임/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블랙스완 나라의 스몰볼 게임/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에어컨 꺼진 연구실에서 숨 막힐 정도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큰 고통을 안기는 전력 부족이 수요 예측 잘못이라며 발전소 몇 개 서둘러 지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화력발전은 전기 값이 비싸고, 단가가 싼 원자력은 국민 반발로 건설이 쉽지 않다. 화력발전으로 전기 값이 올라가면 팍팍한 서민생활과 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다. 이처럼 딜레마에 빠지게 할 문제가 도처에서 발생할 것 같다. 전기 부족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더 꼬이게 되는 복잡한 문제의 서막이다. 대국민 홍보 및 중산층 정의에서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과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미세한 세금 조정에 대해 엄청나게 반발하는 우리의 현실이 답답해 보이는 이유다. 검은 고니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은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나, 일단 발생하면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킨다. 백조가 흰색이라 믿었던 유럽인이 호주에서 검은색 백조를 발견하고 나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필자에게 우리나라는 블랙 스완의 나라인 것 같다. 소니를 제친 삼성, 토요타를 쫓아가는 현대차, 20세기 이후 4000만명 이상 국가 중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유일한 국가라서 그러하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50년 만에 평균수명은 20년 이상 증가했고, 높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성공했던 정부정책인 산아 제한이 국가재앙이 된 지 오래다. 노인인구가 3배(7%→20%) 증가하는 데 프랑스는 154년 걸렸으나, 우리는 26년 정도로 전망된다. 선진국 눈에 또 다른 블랙 스완이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복지욕구 충족 및 소득 양극화 해결을 위한 복지재원 확보문제도 시작에 불과하다. 인구고령화로 향후 지출이 급증할 기초연금, 건강보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재원 확보에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국민 대부분이 복지 확대를 외치나, 재원 확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여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야구로 치면 스몰 볼(small ball) 게임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할까? 인구고령화와 같은 만루홈런 몇 개의 대량실점 위기를, 과거 데이터와 인식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스몰 볼 게임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스몰 볼이란 홈런이나 장타를 칠 수 있는 특정 선수로 승부하는 야구인 빅 볼(big ball)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선수 전체가 번트·도루·진루타 등의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야구를 말한다. 스몰 볼 게임이 나빠서라기보다, 스몰 볼 게임의 토대인 각종 데이터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저하, 복지수요 급증 등으로 인해 적기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워서이다. 개인의 창의성, 즉 야구로 치면 빅 볼로 대표되는 재능 있는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여 활로를 찾되, 팀워크를 충분히 발휘하여 사회통합을 달성하는 스몰 볼도 함께 구사하는 통합야구, 즉 토털 베이스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믿는 배경이다.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이슈를 묻어둘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공론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싸늘해도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면 생각보다 쉽게 공감하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다 실패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삶은 국가가 책임지려는 것이 복지이고, 이러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차분히 설명하면, 진통이 있을지라도 적지 않은 국민이 동의하게 될 것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있어야 위험을 무릅쓴 도전으로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도전정신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나타나야 말 그대로의 통합야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폭염의 한가운데서 경험하는 부족한 전기는 더운 여름을 나는 국민과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의 블랙 스완 사례가 다시 필요한 때다.
  • [최강숙의 시시콜콜] 이효리의 ‘개념 결혼식’이 시선을 끄는 이유

    [최강숙의 시시콜콜] 이효리의 ‘개념 결혼식’이 시선을 끄는 이유

    한 전직 장관으로부터 딸 결혼소식을 들었다. 변호사인 딸은 모교 대학에서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사는 집도 사위와 함께 대출을 내 전셋집을 구했단다. 그의 딸은 결혼 비용을 아낀 10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냈다고 한다. 그전에도 그 딸은 아버지가 총장으로 재직했던 한 대학에 장학금으로 1000만원을 낸 적이 있단다. 부모 도움 없이 결혼하는 것도 기특한데, 거기다 매달 시댁 어른과 친정 부모님께 용돈까지 보내는 그런 딸이 어디 흔하겠는가. 주변에서 자식 결혼시키느라 월급쟁이 부모가 은행 대출까지 받는 것을 봤다. 호화 결혼식을 올린 것도 아닌데 혼수 등 결혼비용이 적잖게 들어가 그야말로 ‘빚잔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식들 교육으로 이미 등골이 빠진 부모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해야하는 처지에 자식들의 혼사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음은 실제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결혼 비용은 9588만원, 여성은 2883만원이 소요됐다. 남성이 더 많은 비용이 든 것은 신혼부부의 주택을 신랑 측에서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혼 비용을 당사자들이 얼마나 부담하는가 봤더니 남성은 4443만원(46.3%), 여성은 1450만원(50.3%)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취업도 못한 미혼 남녀들이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는 하소연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결혼식에 나타난 지도 오래다. 능력 있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앞세워 예식장 꽃값만 몇 천만원 든다는 호텔에서 벌이는 호화 결혼식은 부유층들이 부를 과시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됐다. 특히 연예인들의 결혼식은 브랜드 노출 효과를 노리는 명품 브랜드들 간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 해외 디자이너의 드레스와 턱시도, 보석류, 심지어 신혼여행을 떠날 때 드는 가방 등 신랑·신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것들이 모두 협찬이란다. 최근 섹시 여가수 이효리가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 이상순과 ‘식 없는 결혼식’을 한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중요한 날이기에 상순 오빠와 가족과 조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평소 유기견 보호, 채식주의 등으로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자리매김한 그녀다운 선택이다. 일각에서는 ‘식 없는 결혼식’보다는 ‘호화로운 제주 별장 결혼식’에 방점을 두고 입방아를 찧는 이들도 있다지만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르면서 얻을 수 있는 톱스타로서의 온갖 ‘특혜’를 포기한 것만으로도 그의 ‘개념 결혼식’은 돋보인다. 억대의 웨딩드레스 협찬 등을 거부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터. 그녀의 소박한 결혼식이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뽀로로 빼고 다 죽겠네

    뽀로로 빼고 다 죽겠네

    “전에도 나빴고, 지금도 나쁘다.” 올겨울 장편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개봉을 준비 중인 장형윤 감독은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이례적으로 관객 220만명을 동원했지만 부족한 투자에 따른 제작 편수 감소와 인력 유출은 여전히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그동안 성공한 작품보다는 실패한 작품이 많다 보니 애니메이션은 잘 될 리 없다는 인식이 쌓인 것 같다”면서 “투자자가 없어 시작조차 못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현실은 밝지 않다. 여름방학을 맞으면서 이달 들어서만 ‘토니 스토리: 깡통 제국의 비밀’과 ‘터보’ 등이 개봉했고 다음 달에도 ‘개구쟁이 스머프 2’와 ‘에픽: 숲 속의 전설’ 등 굵직한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튜디오 지브리나 드림웍스, 픽사 같은 대형 제작사의 선전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일단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제작 편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극장 개봉한 국내 애니메이션은 ‘뽀로로의 슈퍼썰매 대모험’ 한 편에 그쳤다. 지난해 1~7월 ‘파닥파닥’, ‘은실이’ 등 5편이 개봉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극장 개봉한 전체 애니메이션이 같은 기간 32편에서 올해 57편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더욱 위축된 수준이다. 제작 편수가 적다 보니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 ‘돼지의 왕’을 제작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속적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인력이 TV용 작품을 만드는 회사나 게임업체 쪽에 속해 있다”면서 “기존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들이 실력을 쌓고 감독이 되는 구조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와 지원을 통해 작은 규모의 작품이라도 꾸준히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투자와 지원은 캐릭터 상품과 연계된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에 몰린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은 “지원금이 많다고 하지만 체감은 되지 않는다”면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산업적 가치가 있고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는 이유로 유아용 작품만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뽀로로’처럼 돈이 되는 작품에 지원이 몰리면서 일본처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국의 문화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힘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유아용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족용 장편 ‘언더독’을 작업 중인 오 감독은 “현재 작품 시장은 유아용과 성인용으로 양극화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가족용 작품을 확대시키는 것이 문화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수출에 좋은 영유아용 작품에 지원이 한정되지만 한류의 예에서 보듯 수출로만 콘텐츠를 바라보면 작품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면서 “여러 작품 중에서 해외에도 팔리는 작품이 나와야지 해외에 팔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시장의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원과 투자를 마냥 기다리는 대신 투자자의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사이비’를 개봉할 예정인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은 “당장 할리우드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겠지만 투자자의 여력도 관객의 층위도 그런 작품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 “투자, 배급사와의 소통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는 작품 제작을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사설] 이제 노사정위에 민노총도 참여하라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청년·여성·중소기업 대표도 참여하고 의제도 노동정책 중심에서 산업·경제·사회 부문으로 확대된다. 어제 노사정위가 본회의를 열어 확정한 노사정위 개편의 골자다. 우리는 노사정위가 명실상부한 의사소통 공동체로서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복지와 성장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사회적 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도 이 회의에 참여하기를 당부한다. 노사정위에 따르면 노사정위의 최종 심의·의결 기구인 본위원회 위원 수가 11명(민노총 포함)에서 20명으로 9명이 늘어난다. 청년·여성 대표 2명, 중소·중견기업 대표 2명, 보건복지부 장관 및 공익위원이 추가된다. 현 구성으로는 복잡한 사회갈등과 다양한 이해집단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 자영업자, 시민사회 단체 등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를 논의할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고용유인형 직업능력개발제도 개선위원회 등 3개의 신규 의제별 위원회도 발족된다. 고용·노동정책 중심에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노동정책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경제·사회정책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번 개편을 두고 참여와 논의 주제가 다양해지게 되면서 노동계 비중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본위원회의 노동계 구성이 종전 전체위원 대비 18%에서 20%로 늘어나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의제·업종별 위원회 논의 시한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줄이는 것도 노동 및 노사 현안을 놓고 의견이 충돌할 경우, 정부 방침대로 밀어붙이려는 수순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운용상의 문제로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전문가 검토 의견이나 해외사례 등은 기존에 나와 있는 자료를 활용하면 회의시간을 그만큼 줄일 수 있고 필요하면 2차례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노사정 개편이 제대로 착근하려면 민노총의 참여가 필수라고 본다. 노동계의 한 축을 차지하는 민노총이 빠진 노사정은 불완전한 소통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1999년 탈퇴한 이후 노사정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민노총 측에 면담을 제안했고 민노총은 당시 비대위체제여서 신임위원장 선출 뒤 보자고 했다고 한다. 최근 민노총은 신승철 위원장을 선출한 만큼 노사정 테이블에 참여하기를 촉구한다. 현대차, 쌍용차, 재능교육, 골든브릿지 등 장기 농성 사업장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사정위에 참여해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민노총 참여를 위해 대화하려는 의지를 더 보여야 한다. 통상임금, 최저임금, 정년 연장 문제, 비정규직, 고용률 70% 달성 등 노동 현안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는 난제들이다.
  • “트위터에 오른 평 보면 총알구멍 300개 난 듯 심신이 너덜너덜해요”

    “트위터에 오른 평 보면 총알구멍 300개 난 듯 심신이 너덜너덜해요”

    지난 22일 ‘설국열차’의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대작이다, 글로벌 작품이다 등등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원작 만화를 읽고 구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국내외의 엄청난 관심 속에 개봉하기까지 9년.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봉 감독은 “트위터에 평이 올라오는 걸 보니 심신이 너덜너덜하다. 온몸에 총알 구멍이 300개쯤 난 것 같지만 즐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설국열차’는 제목 그대로 기차 영화다. 감독은 전부터 “기차 영화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공언해 왔다. 원작 만화의 세계는 영화를 위해 거의 완전히 재창조됐다. 주인공 남녀가 열차의 앞칸으로 나아가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꼬리칸의 승객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설정을 더했다. 감독은 “과포화 상태의 뜨거운 에너지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기차라는 공간이 주는 엄청난 흥분이 있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컨테이너 영화’를 찍는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났어요. 머릿속으로는 기차가 끝내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세트로만 출근하려니 탄광에 탄 캐러 가는 기분도 들었고요. 공간의 단조로움이 느껴지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얼굴로 빨리 다가가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기차에 대해서는 원 없이 찍었죠.” 그의 말대로 열차는 “하나의 폐쇄된 생태계”를 보여준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가 있고, 슬럼가와 학교가 있다. 감독은 “열차의 모습이 우리와 의외로 비슷할 수도, 섬뜩하거나 씁쓸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은 열차와 얼마나 같고 또 다른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엔진칸이 신비화되어 있지만 그게 영원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차에는 양극화된 자본주의 사회도 있고 공산주의 독재의 모습도 있어요. 시스템에서 탈출한다는 게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커티스(크리스 에번스)에게는 뒤에서 앞으로 가는 게 탈출이지만 남궁민수(송강호)는 다른 차원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 거죠. 혹독한 대가가 필요하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걸 말하고 싶었어요.” 장면의 디테일을 워낙 꼼꼼하게 챙겨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은 감독답게 어느 장면 하나 공들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는 “가장 처절하게 찍은 장면”으로 중반부의 횃불 전투 신을 꼽는다. “아무 조명 없이 실제 횃불로만 찍었어요. 암흑 같은 세트장에서 불이 확 붙으면 연기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면서 이상한, 원시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외국 스태프들은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추가로 임금을 줘야 하는데 그 장면만은 매일 밤 늦게까지 연달아 찍었죠. 메이킹 필름에서 그때의 제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 놓지 않았다. 2010년부터 작업한 ‘옥자’라는 장편과 7000만 달러 규모의 할리우드 SF 등을 놓고 고민 중이다. 그는 “언젠가는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아직은 강하고 극단적인 상황에 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체코에서 영화를 찍을 때 영화를 그만두면 뭐할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충격이었죠. 영화를 너무 찍고 싶어서 울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었나 싶기도 하고. 정말 미친 듯이 달려왔거든요. 연출부 일하면서 다른 사람 결혼식 비디오 찍어주는 걸로 생활하고 그랬어요. 이런 생각을 좋게 승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빨리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겠죠.”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휴가 경제학/오승호 논설위원

    프랑스에서는 바캉스의 계절에 지인들을 만나면 “언제 떠나느냐”는 말이 인사라고 한다. 휴가 계획을 묻는 것이다. 7월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을 기점으로 그 다음 주말을 ‘그랑 데파르’(Grand dpart, 대출발)라고 한다. 한창 휴가로 들떠 있는 시기다. 바캉스의 원조는 프랑스. 1936년 노사 간 협약이 체결돼 연간 15일의 유급휴가를 갈 수 있게 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1970년대 초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은 바캉스를 국가정책의 하나로 내걸며 휴가를 독려했다. 1984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는 여가담당 장관까지 두면서 법정 유급휴가를 5주로 늘리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 달 휴가를 가기 위해 11개월을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휴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프랑스인은 바캉스를 발명했다고 하던가. 우리나라에 휴가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0년대 중반. 당시에는 자가용 차량이 흔치 않아서인지 가까운 바닷가를 많이 찾았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유두’(流頭)라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물맞이’라고도 한다. 절기상 음력 6월 15일이 유두절이다. 양력으로 보면 장마가 끝나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는 시기다. 이때는 맑은 개울물을 찾아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고 음식물을 먹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우리나라 여름휴가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193시간으로, 주요 국가 중 1위다. 직장인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업무 때문’(67%)이라고 밝힌 설문조사도 있다. 1주일 이상 휴가를 몰아 쓸 수 있는 ‘집중 휴가제’나 ‘리프레시(refresh)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내수에 도움을 준다고 여겨서다. 정부는 올해 여름휴가 여행 총 지출액을 3조 9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생산 유발효과는 6조 5000억원, 고용 유발효과는 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행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지난 1분기에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여행을 자제하거나 저가 국내 단체관광을, 고소득층은 고가 국외 단체관광을 많이 한다.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372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정과제에 들어 있는 한국형 체크바캉스제(저소득층 여행 지원) 도입을 서두르고, 숙박 등 중저가 관광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의료·휴양, 국내 연안 크루즈 등 고소득층의 여행 니즈를 충족하는 융합관광상품을 많이 개발하면 휴가의 경제 효과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양극화 현상이 만연한 대한민국 제헌헌법의 정신을 되새겨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1조다. 애국가에 견줄 만큼 귀에 익숙한 조문이다. 한데 이 한 문장이 가진 의미와 가치까지 꿰고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책은 이 조문이 우리 헌법의 첫머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쳤는지, 이 조문에 담긴 민주공화국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군주국이었다. 대한제국은 스스로 전제군주국을 표방하기도 했다. 한데 대한제국이 무너진 지 불과 9년 만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이어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 역시 민주공화국을 앞세웠다.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헌법 첫 장에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 답을 찾던 게 집필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저자가 주목하는 건 헌법 전문의 토대가 된 제헌헌법 제1조다. 이 문장이 명문화되는 과정이 곧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성립 과정과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은 구한말 한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입헌정치와 민주주의가 망국과 일제강점기, 해방을 거쳐 어떻게 제헌헌법을 통해 결실을 보게 되는지 낱낱이 살피고 있다. 아울러 책은 제헌헌법을 거울 삼아 근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헌법 제정의 정신을 되돌아보자는 뜻도 전하고 있다. 저자는 “당시엔 민주공화국이란 용어가 매우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용어였다”며 “제헌헌법이 지향한 민주공화국 또한 개인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국가였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제헌헌법이 고전적 자유민주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는 자유민주주의적 요소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균형 있게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빈부격차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사익 극대화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되새겨 봐야 할 ‘민주공화국의 가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개원하면 돈방석? 다 옛말… 그래도 쥐꼬리 수당에 고난도 수술은 싫다

    [주말 인사이드] 개원하면 돈방석? 다 옛말… 그래도 쥐꼬리 수당에 고난도 수술은 싫다

    흔히들 의대를 마친 젊은 의사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걸 보면 ‘돈’이 보인다고들 말한다. 상당 부분 근거가 있다. 우리 사회가 한때 성형 열풍에 휩싸인 것은 앞다퉈 개원한 병·의원들이 뒤질세라 광고를 해대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욕구를 자극한 탓이 크다. 성형 열풍은 그렇게 ‘만들어진’ 일종의 파이였다. 이렇게 커진 시장에 거대한 돈의 흐름이 형성되자 새내기 의사들이 마치 엘도라도라도 되는 양 너도 나도 개원 대열에 합류했고, 이런 흐름이 의사들의 전공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들은 돈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왜 개원했느냐고요. 이유는 많지요. 교수 자리도 보장되지 않는 빡빡한 대학병원에서 기약 없이 뺑뺑이 돌 수도 없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했고…. 뭐 그렇지요.” 서울 강남에서 4년 전 성형외과를 개원한 전문의 K(37)씨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의 개원의가 금융 부담을 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도 대출이다, 리스다 해서 짊어진 금융 부담이 20억원이 넘어요. 이 중 절반 정도는 공동원장들이 분담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부담이죠. 이 정도의 금융 부채 털어내는 데 7∼8년, 길게는 10년 이상도 걸리겠지요. 그래도 걱정은 안 해요. 그 정도야 누구나 안고 가는 부담이고, 아직 성형 열풍이 살아있으니….” 한 치과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페이닥터’로 3년간 근무하다 서울 강동에서 개원한 치과의사 H씨는 K씨와는 생각이 좀 달랐다. “개원하면 돈방석에 앉는다고들 생각하지만 세상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새로 생기는 치과는 많은데 시장 규모는 안 커지니 속된 말로 뜯어먹을 게 줄어드는 셈이지요.” “10년쯤 전에 목 좋은 곳에 개원해서 2년만에 본전 뽑고, 떼돈 벌었다는 사람 저도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요. 임플란트 시술비 후려치는 거 보세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임플란트 등 보철 비용이 3~4분의 1밖에 안 되잖아요. 그것도 비싸다고 환자들은 여기 저기 비교하고 다니는 판이니 죽을 맛이지요.”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개원한 P씨는 “우리 나라의 성형 열풍이 의료 선진국이나 이웃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지나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푸드코트 밖으로 보이는 성형외과 등 개원의 간판을 한번 세어보라. 그것이 강남 개원가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P씨는 “나도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라도 노력 없이는 돈 벌기 어렵다. 쉬지도, 놀지도 못하고 뼈 빠지게 일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바뀌어가고 있지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과잉을 말했다. “사실, 개원만 하면 돈을 긁어모은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 월급 못 주는 병원이 널렸고, 아예 망해서 주말에 중국으로 진료 다니는 보따리 의사도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바람 잘 타 ‘떼돈’을 번 의사들이 적지 않다. 강남 개원가에서는 돈 많이 벌었다는 개원의들을 줄줄이 꼽기도 한다. 30년 전에 개원한 정형외과 원장 A씨와 이비인후과 원장 B씨, 개원 20년을 넘긴 안과 원장 C씨와 성형외과 원장 D씨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본인들의 생각은 세간의 평가와 온도차가 있다. C씨는 “의대를 마친 뒤 소수는 대학이나 연구 쪽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개원을 하기 때문에 개원 자체를 ‘돈 벌려는 선택’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물론 최근에는 능력있는 신진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개원하는 건 맞지만 그 사람들도 대부분은 기존 의료전달 체계나 보험제도가 내몬 사람들”이라면서 “그 결과로 그들이 많은 돈을 벌었다 해서 그걸 죄악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사들의 선택이 오로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불합리한 현행 의료수가 체계가 부른 ‘예고된 혼돈’이라는 지적도 많다. 새내기 의사들이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A씨는 “외과에서 어려운 개흉·개복 수술을 해봐야 수가를 코딱지만큼 책정해 놓으니 누가 흥미를 갖겠나. 뒤집어 보면 성형이나 안과, 이비인후과를 선호하는 게 돈을 많이 번다는 측면보다 돈도 안 되는 어려운 전공과를 피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처럼 특정 전공과를 기피하다 보니 자연스레 또 다른 특정 전공과로 인력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도 수가체계의 불합리성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비뇨기학회 이사이기도 한 이 교수는 “이런 추이를 방치하면 머잖아 비뇨기과 등 특정 진료과 의사의 씨가 마를 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가체계의 불합리 때문에 의사들이 비뇨기과를 기피하는 것이 맞다. 그 정도의 수가로 어려운 비뇨기 분야 수술을 감당하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다 지금도 수많은 비뇨기 질환자들을 산부인과 등 다른 전공과에서 진료하고 있다. 이런 문제도 비뇨기과 기피에 한몫을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비뇨기 개원의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진료의 기회 박탈이 큰 이유”라면서 이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와 정부의 개선 의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의사들의 전공과 선택에는 돈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배어있을까. 이에 대한 의사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미 국내 의료 공급체계가 포화상태여서 이후 어떤 진료과도 이전의 ‘붐’을 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장은 “전공과 부침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흐름이 있다”면서 “요즘 젊은 의사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하고, 수술 등 어려운 분야에 투신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전공과 선택이나 개원 추세에 반영됐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돈으로만 해석하려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2년 전국의 전공의 모집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와 피부과·성형외과·안과·정형외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지원율이 높은 상위 7개과로 꼽혔다. 반면 결핵과·흉부외과·예방의학과·비뇨기과·병리과·외과·산부인과 등은 지원율이 낮은 7개과로 나타났다. 특기할 점은 이들 하위 7개과가 모두 정원을 못 채웠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올해 서울대 전공의 지원현황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내과·신경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정신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1.4∼1.7대1)을 보인 반면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병리과 등은 정원도 못 채웠다.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병리과 등은 2008년에도 똑같이 미달사태를 겪었다. 이런 추이는 세브란스병원도 다르지 않아 올해의 경우 내과·정신과·피부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은 지원율이 높았던 반면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병리과 등은 정원을 못 채웠다. 이 같은 의료자원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일부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들은 아예 진료과를 폐지하는가 하면 의료인력을 줄여 형식적으로 진료과를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의료인력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료인들은 전공 선택을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한다. 적정 수가도 보장되지 않는 전공을 택해 고난도 진료의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는 데다 개원마저 여의치 않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전공과의 경우 비급여 진료 영역이 넓어 의료수가의 문제를 커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원이 용이해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외과 전공의는 “이런 수급불균형의 문제 이면에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영악함이 개입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인턴 정원보다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가 크게 못 미치는 등 기형적인 수급문제가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렸으나 정책이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국가시험 합격자<인턴 정원<레지던트 정원’이라는 왜곡된 수급체계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성공한 피부과 개원의로 꼽히는 R원장은 “지금의 전공의 지원 실태가 왜곡된 건 맞고,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를 오로지 돈벌이 때문이라고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수가 개선 등 지원체계를 강화해 국가 의료의 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괜찮은 일자리 찾아” 청년층 취업 미루고 “노후 자금 없어” 고령층 막노동 뛰어든다

    “괜찮은 일자리 찾아” 청년층 취업 미루고 “노후 자금 없어” 고령층 막노동 뛰어든다

    급여·처우 등 고용의 질이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면서 청년층 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18일 통계청이 밝힌 ‘청년층’(15~29세)과 ‘고령층’(55~79세)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 5월 청년 경제활동인구는 413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명이 줄었다. 경제활동인구는 직장을 갖고 있는 ‘취업자’와 직장을 구하려는 ‘구직자’를 합한 것이다. 올 5월 기준으로 대졸자의 42.9%(123만 5000명)가 한 번이라도 휴학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5월보다 0.2% 포인트 늘어났고 5년 전인 2008년 5월(38.3%)과는 4.6% 포인트 차이다. 이 가운데 취업 준비를 하려고 휴학한 청년층은 1년 새 22.1%에서 23.2%로 1.1% 포인트 늘었다. 학비 마련을 하려고 휴학한 청년층도 11.1%에서 12.5%로 증가했다. 청년층의 괜찮은 일자리 선호 경향은 구직자들의 취업시험 준비 분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일반직 공무원이 되려는 구직자 비중은 31.9%로 1년 전(28.7%)보다 3.2%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민간 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층 비중은 22.4%에서 21.6%로 감소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아 첫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걸리는 기간도 지난해 5월 16개월에서 올해 5월 15개월로 단축됐다. 5년 전(20개월)과 비교하면 5개월이나 짧아졌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장은 “이처럼 청년층 고용률이 낮은 것은 실제 일자리가 부족하다기보다 근로조건이 열악해 발생하는 미스매치(원하는 근로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맞지 않음)의 문제”라면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조건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층과 달리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경제활동인구는 589만 7000명으로 지난해(559만 9000명)보다 5.3%, 2008년(457만 1000명)보다는 29.0% 증가했다. 하지만 고령층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생계난 때문에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5월 기준으로 일하려는 이유로 54.8%의 고령층이 ‘생활비에 보태려고’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고령층도 증가했다. 고령층 취업자의 직업은 단순노무노동자(27.6%)가 가장 많았다. 아파트 경비원 같은 기능·기계조작 종사자가 20.3%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반면 관리자·전문가 비중은 이 기간 감소(8.7%→8.3%)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재벌 저격수’ 사장단회의에 초청해 특강…눈길 끈 삼성의 파격

    ‘재벌 저격수’ 사장단회의에 초청해 특강…눈길 끈 삼성의 파격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진보 진영의 최전선에서 재벌개혁을 주창해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초청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삼성이 이른바 ‘삼성 대표 저격수’로 꼽히는 경제학자를 사장단 회의 석상에 부른 것 자체가 파격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그동안 특히 삼성의 재벌 세습과 무노조 원칙 등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김 교수는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삼성사장단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삼성-사회 속의 삼성’이라는 주제로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회의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에서 김 교수는 먼저 삼성의 소통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삼성이 뛰어난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평가와 비판이 공존하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은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직구 발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재벌 총수는 주변의 사람들에 의해서 여과된 정보만을 가지고 세상을 평가하기 때문에 세상의 한 면만 보고 있다”면서 “진정한 지도력은 세상의 다른 면을 보는 데서부터 길러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민주화의 양대 과제로는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그는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하도급·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영세자영업자로 상징되는 양극화 문제를 없애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령”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도중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 대해 김 교수가 “기대치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하자,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그것도 세다. 기업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교수는 “방법은 다르지만 저는 정말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사장들로부터 큰 웃음과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강연 후 “오늘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삼성의)변화의 단면”이라며 “이런 변화가 지속되기를 정말로 희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쪽에 대해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자리였다”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광장] 포퓰러리즘이 불러낸 저주의 레퀴엠/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퓰러리즘이 불러낸 저주의 레퀴엠/진경호 논설위원

    다시 저주의 계절이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라 부르고,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로 부르던 저주의 레퀴엠이 이번엔 ‘귀태(鬼胎)의 후손’으로 돌아왔다. 정권을 잃은, 정권을 되찾지 못한 패자의 상실감은 지난 10년 늘 이렇듯 어김없이 이런저런 구실을 제단에 올린 저주의 굿판을 펼쳐 냈다. “미국이 없었으면 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을 것”과 같은 노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2003년 여름 울고 싶은 이들의 뺨을 때렸다. 반노(反) 세력들은 금세 ‘노무현과 개구리의 공통점 다섯 가지’를 만들어 냈고,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은 이 패러디로 아침회의 상을 차리고 키득거렸다. 5년 뒤 여름엔 이 대통령이 미국의 광우병 소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려 한다는 논란이 서울광장을 삽시간에 촛불로 덮어 버렸다. 대선 전 ‘2MB’ ‘땅박이’였던 이 대통령은 ‘쥐박이’가 됐다. 인터넷에선 ‘이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으로도 말을 섞을 수 없는 ‘수꼴’(수구꼴통)이 됐다. 반미 사대주의 발언이든, 광우병 소고기든, 그 공방의 소재와 경중이 어떠하든 에누리 없는 대선의 승패는 늘 이렇게 반 년도 못 가 우리를 앓게 했다. ‘귀태’라는, 나름 공 들여 꺼냈을 괴이한 저주에 도리어 제 발이 걸려 넘어진 친노(親) 성향의 민주당 초선 의원 홍익표의 경우는 치기 어린 초보 운전자의 과속 사고쯤으로 넘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초보 운전자를 제 멋대로 내달리다 미끄러지게 만든 노면(面), 내 편 아니면 네 편밖에 없는 강퍅한 정치적 양극화와 그 속에 담긴 적의(敵意), 그리고 더 자극적인 선동으로 적을 공격하지 못해 안달하는 척박한 정치 토양은 이 나라 정치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사이버 시대의 포퓰러리즘(popularism)이 오늘날의 절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개탄한 바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정치인들을 경조부박(輕?浮薄)의 포퓰러리스트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치인들로 하여금 SNS에 몇 자 끄적여 그 반응을 살피게 하고, 대중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끌려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삐삐’, 즉 페이저도 없던 시절 정치를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은 여야 중진들마저 하루에도 너댓 건씩 끄적이며 SNS를 끼고 사는 걸 보면 사이버 중독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닌 게다. 정치에 관한 한 진작 진영네트워크서비스(CNS·Camp Network Service)나 사회편가르기서비스(SSS·Social Separation Service)로 이름을 바꿨어야 할 SNS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팔로잉(following)만 알지 리딩(leading)은 모르는, 눈앞의 시류에 얹혀 갈 줄만 알지 시대를 끌고 갈 줄은 모르는 여의도의 포퓰러리스트들이 유죄다. 포퓰러리즘의 정점을 본다. 한 줌의 극렬 지지자, 팬덤에 빌붙은 포퓰러리스트들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헤집기 시작했다. 뭘 보고, 뭘 말할 것인가. 노무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했다고 새누리당이 말할 것인가. 아니라고, 그가 NLL을 포기하려 했다고 민주당이 말할 것인가. 뻔한 결론을 놓고 무슨 쇼를 하고 있는가. 그 곁에서 펼쳐지고 있는 막말의 경연은 또 뭔가. 그런 막말로 뭘 얻을 셈인가. 저 너머 어느 나라 정치가 어떻다고 말할 것도 없다. 사색당쟁으로 나라의 쇠망을 자초한 조선 중후기 선조들조차도 조탁(彫琢)의 시로 싸웠다. 각(角)을 세웠으나 격(格)을 놓지 않았다. 전직 총리까지 뛰어든 저주의 굿판, 바닥을 훤히 드러낸 포퓰러리즘이 슬프다. 당장 트위터를 끄고 페이스북을 닫으라. 액정화면 위에서 필부(匹夫)처럼 재잘대지 말고, 마이크를 잡고 맑은 소리로 시대의 담론을 말하라. 당당하게 정치하라. jade@seoul.co.kr
  • [농·수협 지역조합도 채용비리 의혹] “개천에서 용 절대 안나와” “아버지 잘 만난 게 최고의 스펙인 한국”

    ‘토호들의 일자리 빼앗기’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고 각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의원은 “채용 특혜는 농·수·축협에 대한 농어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킨다”면서 “단호한 조치와 재발 방지책을 통해 농·수·축협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은 중앙보다 정치, 경제, 문화, 학교가 하나로 연결되는 유착관계가 심해 토호들의 일자리 빼앗기가 더 잦다”면서 “이는 지속적으로 소득분배와 부의 분배에 악영향을 미쳐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사회 불신이 커지고, 특히 지방대생들이 (취업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걱정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정채용이 공공기관 등 하위직에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공채를 가장한 부정채용은 크나큰 범죄”라며 “발각되면 강하게 책임을 물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엄격하게 처리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부정취업자들이 ‘망신 한번 당하면 그만’이라거나 해당 기관이 ‘지난 일인데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생각을 버린다”고 지적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채용의 기본은 공정성인데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실력을 다지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부정취업이 적발되면 강제퇴사 등 징계는 물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따져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정취업은 지방의회 등 감시자들이 제 역할을 못해 빚어지는 것”이라며 “채용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자체 감사에 그치지 말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진 사무처장도 “감사원이 외부에서 제기한 것에 소홀한 면이 있다”고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정취업 의혹만 있고 증거 잡기가 힘들면 성과관리 등으로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올 하반기부터 중앙회가 일반관리직 채용을 대신해 대내외적 공정성 시비를 없애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채용 관련 규정을 모범안과 다르게 변경한 지역 농·축협에 대해서는 모범안을 준수하도록 지도하고 신규 채용의 제규정 준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달 서울신문 보도 이후 긴급 실태조사에서 2005년 이후 고양·김포·부천·파주연천 축협의 5~6급 채용인원 243명을 대상으로 전·현직 임원 자녀 직원 수를 조사한 결과 인원 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고 해명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한국 언론의 5대 특징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한국 언론의 5대 특징

    “우리나라 언론의 특징이 뭔지 알아?” 올챙이 기자 시절, 선배가 물었다. “글쎄요…”라고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 선배는 빙긋 웃으며 5개의 한자성어를 읊어 나갔다. 당시에는 일리 있는 촌평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신문과 방송, 인터넷 기사들을 자세히 읽다 보면 그 선배의 촌평이 자꾸만 떠오른다. 첫째, 거두절미(去頭截尾). 문맥은 다 잘라버리고, 필요한 단어만 짜깁기한다. 최강희 감독이 인터뷰에서 기성용 선수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앞뒤를 다 자르고 ‘기성용=비겁자’로 만드는 식의 보도에 대해서는 최 감독 스스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둘째,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사안을 전체인 것으로 과장한다. 얼마 전 ‘어린이집 결핵 집단감염’이라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결핵에 감염자는 면직된 교사 1명뿐. 감염됐다는 20명은 잠복결핵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3분의1 정도는 잠복결핵이 있다고 한다. 셋째, 아전인수(我田引水). 무슨 사안이든지 자기 입맛대로만 맞게 해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놓고, 보수적인 언론과 진보적인 언론의 해석이 정반대다.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지만 한 쪽 눈은 감아버린다. 넷째, 용두사미(龍頭蛇尾). 문제를 제기할 때는 요란하지만, 마무리는 늘 흐지부지. 지난 5월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윤창중 사건’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다섯째, 부화뇌동(附和同). 별 고민 없이 남의 주장에 따라가는 것.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는데도, 일부에서 제기하는 조종사 과실 쪽으로 대다수 언론이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거두절미와 침소봉대는 정확성, 아전인수는 공정성, 용두사미와 부화뇌동은 사회적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 언론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그런데도 왜 이런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심지어는 갈수록 심화되는 것일까. 거두절미와 침소봉대는 ‘언론의 홍수’ 때문에 가속화되는 것 같다. 이른바 전통 미디어 쪽에서는 경영의 위기와 이에 따른 자본종속 심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한편에서는 소규모 신생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입기자는 228개사 983명. 지난 5월 기준으로 국회 출입기자는 419개 언론사의 1420명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기사는 어떤 식으로든 튀지 않으면, 특히 인터넷 포털에서, 독자의 눈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전인수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양극화된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 시장에서 아전인수는 거두절미, 침소봉대와는 달리 개선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양극화되어 있는 독자들도 진보·보수 언론이 제공하는 ‘맵고 짠’ 기사들에 중독돼 있기 때문이다. 중도(中道)를 정도(正道)로 삼는 언론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싱겁다고 느끼는 것 같다. 부화뇌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얼마 전 어떤 신문에 ‘××녀’ 기사가 실렸다. 그 신문의 편집국장에게 그런 기사까지 보도할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얘기로 인터넷 세상이 떠들석한데, 작게라도 다루지 않으면 뭔가 세상사에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기레기’라는 단어가 종종 눈에 띈다. 그 뜻을 알고 난 뒤에 충격을 받았다. 언론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도 느꼈다.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은 최근 발간한 저널 여름호에 ‘2013년,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특집을 게재했다. 언론 과잉, 신문방송통신 융합, 인터넷 매체의 역할과 한계 등 현재 언론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뤘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누가 감히 언론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언론계 스스로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dawn@seoul.co.kr
  • 회사채 시장 자금경색에 6조 4000억 긴급 수혈

    회사채 시장 자금경색에 6조 4000억 긴급 수혈

    자금 경색에 빠진 회사채 시장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프라이머리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6조 4000억원어치가 발행된다. 위험성이 높은 ‘하이일드 펀드’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유동화증권(ABS) 발행 요건이 완화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런 내용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2001년 현대건설 등 6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던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달리 일정 기준을 정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한다. 대상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이다. 채권은행, 금융투자업계,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이 참여해 이달 안으로 구성될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서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회사채 만기 도래분 중 20%는 해당 기업이 인수하고 80%는 산업은행이 인수한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물량 중 10%는 증권 유관기관 등이 참여한 3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안정화펀드’가, 30%는 채권은행이 인수한다. 나머지 60%를 신용보증기금이 인수한 뒤 다른 회사채를 편입하고 신용을 보강해 시장에 되판다. 신보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건설사 P-CBO가 시장안정 P-CBO로 확대 개편되는 것이다. 보증 재원은 신보 1500억원, 재정 3500억원, 정책금융공사 3500억원 등 총 85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P-CBO 발행 규모에 따라 정책금융공사에 저리 대출 지원을 하게 된다. 우량 신용등급 회사채에만 수요가 몰리는 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신용등급 ‘BBB 이하’인 회사채를 30% 이상 편입한 회사채 펀드는 배당소득세에 대해 분리과세가 유지된다. 현행법에 따라 종합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근로소득과 함께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하이일드 회사채 펀드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산유동화법을 개정, ABS 발행 자격 조건을 신용등급 ‘BBB 이상’에서 ‘BB 이상’으로 완화한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내년 말까지 차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회사채는 4조원 정도”라면서 “이 중 P-CBO에 편입되는 것이 1조 9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신보가 발행할 시장안정 P-CBO에는 차환 발행 기업의 회사채(30%) 외에도 일반 건설사 회사채 20%, 일반 기업 회사채 50%가 편입된다.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한은의 대출조건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은이 정책수단인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또 다른 책무인 금융 안정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소득불평등 심하면 학교폭력도 심해져”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악화될수록 학교 폭력이 더 심해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건의료 연구공동체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해외논문 ‘학교폭력과 살인, 소득불평등의 관계’를 분석, 공개했다. 국제 학술저널 ‘국제 공중보건’ 최근 호에 실린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4년 단위로 벌인 ‘학령기 아동의 건강행동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117개 국가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과 학교폭력 경험률을 추적했다. 학교폭력 경험은 가해 경험, 피해 경험,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으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학교폭력 경험률도 높아졌다. 지니계수가 10% 악화하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2.9%, 가해 경험은 2.5%,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은 4.0%가 각각 상승하는 등 상호 연관성을 보였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 연구 결과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책임을 학생 개인과 폭력 게임이나 영상물이 넘치는 주변환경으로 돌리면서 인성교육 강화를 해결 방안으로 내놓는 한국 사회에 문제 의식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가 학교폭력을 부르는 근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더는 무의미한 정책들의 실험대상으로 청소년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한국의 부자 세계의 부자/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경주 최부잣집은 조선시대 영남에서 대표적인 부자 가문이었다. 12대 300여년간 만석꾼으로 살았다.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도 한 최부잣집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문으로도 유명하다. 집 안에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등의 ‘육훈’(六訓)이 적혀 있다. 6·25 이후 기업가들은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에는 종합소득 신고액으로 부자 순위를 알 수 있었다. 1970년에는 한진 조중훈씨가 1위, 경남기업 정원성씨가 2위, 현대건설 정주영씨가 3위였다. 조중훈씨는 베트남 특수를 타고 1968년부터 내리 4년 1위를 차지했다. 1972년에는 서울통상 대표 최준규씨와 같은 회사 조성곤씨가 일약 1위와 2위로 뛰어올랐는데, 서울통상은 가발제조업체였다. 1973년에는 부산 동명목재 소유주 강석진씨가 1위에 등극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는 누구일까.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1위는 멕시코의 통신 회사 텔맥스 텔레콤 회장인 카를로스 슬림으로, 재산은 690억 달러에 이른다. 2위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560억 달러), 3위는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500억 달러)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106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161위다. 그렇다면, 역사상 최고의 부자는? 미국 ‘셀러브리티 넷워스’라는 곳에서 ‘인류 역사상 세계 최고부자 25’를 발표했다. 1위에는 14세기 아프리카 말리 왕국의 ‘황금왕’인 ‘만사 무사’가 올랐다. 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약 4000억 달러나 된다. 20년간 통치하며 800여명의 아내를 거느렸다고 한다. 2위는 로스차일드(3500억 달러), 3위는 록펠러(3400억 달러), 4위는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3100억 달러)로 매겨졌다. 로스차일드는 독일계 유대 금융자본가다. 로스차일드의 재산은 드러나지 않은 게 많다고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체이스맨해튼은행이 이 가문에서 만든 은행이다.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1839~1937)는 생시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95%를 손에 쥔 독점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다. 얼마 전 재벌닷컴이 매긴 올해 국내 개인재산 순위는 1위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정몽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뒤를 이었다. 부자들의 순위와 재산변동을 보면 두 가지가 느껴진다. 경제는 불황 속에서 헤매는데 억만장자는 매년 늘어나고 그들의 재산도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2세, 3세들의 급부상이다.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이 읽히는 것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사설] 재계, 최저임금 인상에 성의 보일 때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을 법정 시한인 그제까지 끝내지 못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소득의 양극화를 줄인다는 취지에서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바란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근로자와 사용자 및 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에 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7차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노사 간 의견 차이로 공익위원이 중재한 안(案)을 투표로 결정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노사 양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처음에는 최저임금의 동결(시급 4860원)을 요구했다. 그러다 노동계가 시급을 당초 요구한 5910원에서 5790원(19.1%)으로 120원 양보하자 사용자 측은 50원(1%) 인상한 4910원을 수정안으로 내놨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큰 만큼 한 발짝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요구된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 고용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중소기업 499곳을 조사한 결과 47.1%가 ‘동결’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느낄 부담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동결에 가까운 선에서 올려야 한다는 사용자 측의 입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공공요금이나 식품 등 서민물가는 대폭 올리면서 최저임금은 1%밖에 올리지 못한다고 하면 사회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의 사기진작으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중국도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40%로 높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3.3%로 1년 새 4.3% 포인트가 떨어졌다. 지난 대선에서도 최저임금은 화두였다. 국민 대부분이 2017~2018년 기준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50%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좀 더 성의를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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