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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중소기업 고용 미스매치 대책 고민하라

    고용절벽이 깨지고 취업 한파가 풀릴 날을 기다리기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청년 실업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국내 사정은 경기 악화 속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데다 혼란스런 정국까지 맞물려 대기업들의 긴축 경영이 노골화되고 있다. 반면 뿌리 산업을 지탱하는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력 양극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고용노동부가 그제 내놓은 ‘2016년 10월 기준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시장 분위기는 어둡기 짝이 없다. 300인 이상 기업의 4분기와 내년 1분기 채용 계획은 3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9%인 3000명이 줄었다. 대기업의 문턱을 넘기 위한 경쟁이 올해보다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중소기업은 30만 4000명으로 1만 2000명 증가했다. 수치만 본다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인 활동과는 달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비율이 14.3%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 미충원율 5%의 거의 세 배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대내외 나쁜 여건 속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투자 예측이 어려운 이유다. 올해 투자는 지난해보다 20% 넘게 감축된 탓에 현 수준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채용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실업률 증가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6%로 낮춘 것도 이런 요인을 고려해서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휘말려 조직 개편과 인사까지 미루고 있다. 내년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한 곳도 있다. 까닭에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려는 젊은이들의 속은 타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자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기업과의 임금 수준 등 근로 조건의 격차를 최대한 좁힐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의 인력 충원이 안정화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어렵더라도 신규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하는 적극적 경영이 궁극적으로 시장 수요를 키워 수익을 증대시키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따로 없다.
  • 현대차그룹, 경영난에도 멈추지 않는 ‘통 큰 기부’

    현대차그룹, 경영난에도 멈추지 않는 ‘통 큰 기부’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29일 연말 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50억원을 기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건물에서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과 허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달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50억원을 기부한 현대차는 2003년부터 14년 동안 총 2090억원을 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졌음에도 기부금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동안 전달된 성금은 고령자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안전교육과 장애인의 이동편의 향상 등에 사용됐다. 이번에 전달된 성금은 재난재해 예방과 교통안전 등 사회안전 증진, 각 계열사 핵심 역량을 활용한 사회공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미래인재 육성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날 전달식에 참석한 정 사장은 “어려워질수록 주위를 더 돌아보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해 어려운 이웃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사회공헌 슬로건 아래 ▲사회적 약자의 자립 지원 및 미래인재 육성(드림무브) ▲계열사 핵심 역량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넥스트무브) ▲교통약자 및 사회적 약자 이동편의 증진(이지무브) ▲안전한 사회 구현(세이프무브) ▲환경보전과 기후변화 대응(그린무브) ▲임직원 및 고객 참여 사회 기여(해피무브) 등 6개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속도 내는 ‘개헌열차’… 잠룡들 대통령 임기단축 신경전

    속도 내는 ‘개헌열차’… 잠룡들 대통령 임기단축 신경전

    이재명·박원순 임기단축 적극적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도 짧다” 반기문 구체적 개헌방식 안 밝혀 국회가 29일 개헌 논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19명, 찬성 217명(99.1%), 기권 2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주자들의 손에 쥐어진 ‘개헌 카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면담한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자신이 개헌론자임을 밝혔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자신과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하고 그와 차별화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개헌은 해야 하지만 추진 의지에선 다소 소극적이다. 다만 반 총장은 개헌의 방식에 대해선 아직 선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당 안팎에서 극심한 ‘개헌론’ 견제를 받고 있다. 비문(非文)으로 통칭되는 야권 세력이 모두 개헌에 적극성을 띠고 문 전 대표를 흔드는 형국이다. 특히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지금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자면 오히려 5년 임기도 짧다”며 개헌을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자는 정치권의 논의에 반대했다. 문 전 대표와 ‘친노’(친노무현)라는 궤를 같이하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개헌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 한번 이겨 보겠다는 정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헌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호헌제는 수구파의 논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합의로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고 하면 수용해 공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문 전 대표를 견제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은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개헌 추진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우리 시대의 병폐인 양극화를 없앨 수 있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유승민 의원도 개헌의 필요성을 부정하진 않고 있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헌은 차기 정부의 몫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개헌파 의원들의 개헌 논의도 줄을 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는 이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없애자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경형 칼럼] ‘촛불’ 너머 국가 진운을 생각한다

    [이경형 칼럼] ‘촛불’ 너머 국가 진운을 생각한다

    세밑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전초전에 돌입했다. 정국은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 개혁보수신당을 선언함으로써 4당 체제로 전환됐다. 이 체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간 연합을 통해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크고 대선 결과에 따라 ‘헤쳐 모여’ 식으로 재편될 수 있는 탓이다. 다음달 중순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동 반경에 따라 일부 정파 간의 연대가 가시화할 수 있다. 개헌의 시기나 내용을 연결고리로 하여 대선 전초전의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 특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계속되는 탄핵 정국과 개헌·대선 정국이 맞물려 돌아가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이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 방향과 행태는 대선 게임의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에 치우쳐 있다. 앞으로 나라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비전 제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선 주자들은 출사표의 깃발을 흔들고 있지만, 그 속에 선명한 메시지가 없다. 지난 2개월여 지속돼 온 촛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뛰어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현상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상명령을 담고 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동체 건설을 희구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 산업화시대에 적용했던 박정희식 국가 경영 모델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촛불의 시대정신은 기득권에 대한 거부다. 특히 기득권 정치, 기성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권력 작동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포함된다. 개헌을 통해서라도 권력 구조를 재건축해야 한다. 시민들은 기득권 정치를 거부하지만, 결코 정치 냉소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정치권이 자기 개혁, 스스로 개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거대한 저항의 쓰나미를 몰고 올 역량을 갖고 있다. 새해 늦은 봄이나 초여름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권의 역사적 소명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차기 정권은 평화적인 촛불 함성이 쟁취한 명예혁명의 의제들을 소화하고 구체화할 사명이 있다. 우리가 걸어온 산업화, 민주화 이후에 추구할 국가 건설의 지향점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선진화를 내걸었지만 이를 구체화한 국가 모델을 상정하지 못했다. 북유럽이나 독일 등 여러 선진국들의 경험을 살 수는 있어도 우리에게 맞는 옷을 짓지는 못했다. 이제는 그 옷을 스스로 재단해야 한다. 양극화의 처방으로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정 성장, 포용 성장, 동반 성장 등의 개념을 경제정책에 구체화하는 데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재벌과 권력이 야합할 수 있는 고리도 끊어야 한다. 1960년 4·19혁명 후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단명으로 끝나 실패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5·16 군사 쿠데타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장면 정권이 당시 민중이 요구한 시대적 의제를 소화하여 국정의 동력으로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이집트 등으로 확산된 ‘아랍의 봄’이 내전의 혼란과 반동 쿠데타로 무위가 됐다. 혁명의 거대한 기운을 다음 정권이 역사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역사는 오히려 후퇴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진운도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과거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정치 거목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 해도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정치문화는 낡은 옷이 돼 버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거버넌스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박근혜의 실체를 모르고 허상을 보면서 기표를 했던 내 손가락을 원망한들 어찌할 수 없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트럼프 등장 이후 대단히 유동적인 상황에 있다. 개혁의 이름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세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차기 대선에서라도 4년 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감별하는 눈을 지금부터라도 키워야 한다. khlee@seoul.co.kr
  • [내 이웃 작은 등불] 응원 릴레이 넘어…가족 간 소통 돕고 싶어요

    [내 이웃 작은 등불] 응원 릴레이 넘어…가족 간 소통 돕고 싶어요

    7000여명 편지 쓰며 힘 얻어 자살하려던 청년 설득하기도 어려운 때 존재만으로 힘 되길 “꿈은 사라지고 희망은 사치가 된 시대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최현우(31)씨는 ‘쌈드림’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서 받은 응원 메시지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응원 릴레이’를 4년째 이어 가고 있다. 그는 거리에 쌈드림 부스를 차리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앞사람이 적어 두고 간 응원 편지를 건넨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은 다음에 올 이를 위해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최씨는 사람들이 편지를 쓰는 동안 말동무를 해 주고 피아노도 쳐 준다. “4년간 7000명쯤 만났어요. 많은 사람이 ‘당신도 힘드시죠? 저도 힘듭니다. 우리 같이 힘내서 살아 봐요’와 같은 내용을 남깁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을 응원하려고 썼는데 오히려 내가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하며 부스를 나서죠.” 그는 사랑에 실패한 20대 청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자살로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했어요. 형 같은 마음으로 수없이 설득했죠. 결국 무사히 군대에 갔고, 지금은 가끔씩 잘살고 있다고 안부 인사를 해 옵니다.” 서울신문 보도<2월 23일자 29면> 이후 8개월이 지난 10월 어느 날 최씨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제가 만난 10명 중 7명은 사회 양극화, 가정 파괴로 인해 결핍에 시달린다고 했어요. 국가도 감히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들 같더군요. 그래서 제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최씨는 우선 가족 간의 소통을 회복하는 데 작은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쑥스러워서 말로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강 뚝섬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메시지 캘리그래피를 전시할 생각입니다. 이 메시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가족에게 전송하면 되는 거죠.” 응원 편지 프로젝트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비용을 들었다. 최씨는 “어렵긴 한데, 몇몇 기업의 후원 제의를 거절했다”며 “후원사에 휘둘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취업용 스펙을 쌓으려고 쌈드림을 시작했죠. 그래서 대기업 5곳에 합격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희망을 나누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 보고 싶더군요. 한 번도 후회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렇게 어두운 시대에 쌈드림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쌈드림은 꿈과 희망을 쌈처럼 싸서 드린다는 뜻으로, 최씨가 만든 말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백화점엔 한우 대신 ‘돼지불백 세트’…모임 줄고 AI 더해 영세음식점 울상

    백화점엔 한우 대신 ‘돼지불백 세트’…모임 줄고 AI 더해 영세음식점 울상

    “송년회 약속이 지난해의 3분의1로 줄었어요. 부서 회식보다 친구들과 조촐하게 잡은 약속이 더 많고요. 몇몇 직원은 서운하다는데, 전 ‘김영란법’ 덕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 늘어 아내에게 점수 좀 땄죠.”-직장인 김모(38)씨 ●회식보다 가족 단위 소모임 여전히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은 연말, 직장 회식이나 접대 자리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작은 모임이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주로 부유층이 찾는 호텔 등 고급 식당 예약률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영세식당들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양극화 현상은 실제로 두드러졌다. 유통업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2017년 설’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5만원 이하 상품을 크게 늘렸다.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이달 24일부터 말일까지 호텔 내 식당 예약률은 90% 선을 유지하지만 소규모 모임이 대다수”라며 “특히 지난해와 비교해 대기업의 회식 모임이 크게 줄었는데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영세 외식업계는 청탁금지법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고 울상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46)씨는 “소비 심리 위축 때문인지 단체 손님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며 “일단 손님이 와도 단가가 싼 메뉴를 주로 시킨다”고 말했다. 종로구 사직로의 한 한정식집 주인 김모(61·여)씨는 “시간이 지나면 매출이 조금이라도 회복될 줄 알았는데 그대로”라며 “초기 혼란이 많이 줄었다지만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 때문인지 손님이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외식업 연말 특수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84.1%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달 매출이 지난 10월이나 11월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52.5%)도 절반을 넘었다. 대리운전기사들도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2년차 대리기사 김모(45)씨는 “원래 연말이 최고 대목인데 새벽 1시가 지나면 아예 일이 없다”며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하루에 2건 정도는 일이 있었는데, 연말에도 일이 전혀 없는 날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설 선물세트 98%가 5만원 이하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계는 내년 설을 한 달 앞두고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선물 기준 금액(5만원) 이하의 실속형 상품을 크게 늘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한 결과 98%가 5만원 이하 선물세트였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이 295.1% 증가했다”고 말했다.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은 30.9%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그간 한우, 과일 등 상품 종류끼리 묶어 설 선물을 광고했는데 이번 설은 5만원·10만원·20만원 등 금액대별로 홍보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한우 대신 ‘돼지불백세트’를 설 대표 선물세트로 내놓았다. ●“택배 물동량은 여전히 상승세” 다만 택배업계는 여파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인터넷 상거래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청탁금지법이 물동량에 변화를 줄 만큼은 아니다”라며 “연간 운반량은 여전히 상승세”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취업 내년 1분기도 ‘암울’…대기업, 채용 8.8% 줄여

    취업 내년 1분기도 ‘암울’…대기업, 채용 8.8% 줄여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내년 1분기까지 대기업 채용이 크게 줄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근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소기업은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어 ‘고용 양극화’ 현상도 심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채용 계획 인원은 30만 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00명(3.0%) 증가했다. 전국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 1208곳을 조사한 결과다. 사업체 규모별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채용 계획 인원이 27만 4000명으로 4.5% 증가했다. 하지만 청년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300인 이상 대기업은 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3000명보다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 채용 인원은 경영·회계·사무 관련직(3만 6000명), 운전·운송 관련직(3만 1000명), 영업·판매 관련직(2만 8000명) 순으로 많았다. 산업별로는 제조업(9만 2000명), 도·소매업(3만명), 운수업(2만 8000명) 순이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사업체 채용 인원은 61만 400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000명(0.5%)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50만 1000명을 채용했지만 대기업은 11만 2000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전체 채용 인원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 -5000명에서 올해 1분기 4000명으로 개선됐다가 3분기 3000명으로 다시 둔화됐다. 특히 적극적인 구인 노력에도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미충원율’은 중소기업(14.3%)이 대기업(5.0%)보다 훨씬 높았다. 미충원 사유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6%),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17.7%) 등이 많았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필요한 부족인원율도 중소기업(2.8%)이 대기업(1.0%)보다 높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원하는 청년층의 취업난은 심해지고 중소기업은 구직자 기피로 구인난을 겪으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동정 아닌 기회를 나누다… 자원봉사의 진화

    동정 아닌 기회를 나누다… 자원봉사의 진화

    “선생님, 겨울이니까 나는 루돌프 그려도 돼요?” 2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방배3동 반딧불센터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영미(56·여) 봉사단장과 총무 김선희(39·여)씨는 두 줄로 앉은 아이들에게 종이와 색연필을 나눠줬다. 인근 어린이집 7세반 아이들 13명을 대상으로 바람개비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던 참이다. 이곳은 다세대주택 지역이어서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부족하다. 주민들은 지난해 3월 서초구청의 지원을 받아 방배3동 노인정 건물의 2층과 지하실 공간을 개조해 반딧불센터를 만들었다. 올해 4월 지역 주민 20명이 반딧불봉사단을 만들었다. 맞벌이가 많은 가구 특성을 반영해 무인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을 마련했으며 옥상에 텃밭도 만들었다. 요일별로 재능기부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춤 수업, 클레이 교실 등을 진행한다. 인근 서울교대 학생들은 초등학생 아이에게 1대1 학습 멘토링 봉사를 하고 있다. 노인정 위에 어린이 시설을 마련하자 할아버지, 할머니의 예절 수업은 덤으로 따라왔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접어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과 서툰 손놀림을 하나하나 챙기느라 김씨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1시간 동안 바람개비를 만든 아이들이 센터 뒤 작은 공원에서 뛰어노는 사이 봉사단원들은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강 단장은 “이웃 아이들이라 그런지 다 내 아이 같다”면서 “내가 착한 사람이라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내 주변에 필요한 일을 거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가 ‘동정의 손길’에서 벗어나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 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성금을 건네는 차원을 넘어 공동보육시설을 만들어 참여하고 저소득층 아이에게 사교육의 기회를 안겨 준다. 태생이나 교육 환경의 양극화로 인해 계층 이동의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행정자치부의 ‘1365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자원봉사자 수는 2635만 6420명으로 5년 전인 2011년(1~11월)의 1329만 6494명과 비교해 배(98.2%)나 늘었다. 과거에는 생활 편의나 안전방범 같은 쪽의 봉사가 많았으나 그 뒤로 봉사의 형태가 아주 다양해졌다. 인권·공익 분야 봉사자는 5년 새 6313명에서 7만 4743명으로 11배 늘었고, 멘토링(721.7%), 주거 환경 개선(372%), 문화행사(228.5%), 환경보호(171.3%), 교육(138.9%) 분야의 자원봉사도 크게 늘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복지정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시민들이 나서서 메우자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과거의 봉사 참가자들이 선행을 베푸는 시혜적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공적 의무’ 차원에서 내 주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늘었다”며 “자원봉사자 기본교육 내용도 3년 전부터 ‘시민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서구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산업 고도화에 맞춰 자원봉사도 일종의 시민사회운동 형태로 변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면서 “시민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양극화의 심화를 목격한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줄여 보려 나서는 것이며 이런 시도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보수신당 앞에 놓인 새로운 보수의 길

    이른바 비박(非朴)으로 이루어진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회가 오늘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고 국회 교섭단체로 등록할 것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보수신당 창당에 참여할 의원은 일단 3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으로 꾸려졌던 3당 체제가 막을 내리고 보수신당이 가세한 4당 체제가 본격 출범하는 것이다. 개혁보수신당의 창당은 분명히 보수 정치세력의 분열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은 친박(親朴)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의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결정적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과 나눠 져야 할 친박 새누리당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스스로 권력을 재창출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그런 점에서 보수신당의 창당은 보수진영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신당이 표방하는 ‘개혁보수’는 우리 정치사에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최근의 각종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이념공세로 ‘집안표’ 단속에 급급했다. 이런 선거 전략은 진보도 다르지 않아 양 진영이 국민의 절반을 무 자르듯 갈라놓은 이념의 양극화는 사회 발전의 가장 큰 저해요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개혁보수’라는 개념 역시 새누리당 탈당파가 현재의 곤경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으려는 정치적 제스처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를 인정치 않는 기존의 ‘완고한 보수’에서 벗어나 진보 진영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보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수신당의 목표는 무너진 보수세력을 다시 끌어모아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이념이 다른 사람들도 끌어안는 ‘통합의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개혁보수신당은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는 것이 최대 희망사항인 듯하다. 하지만 마음이 바쁠수록 ‘대선용 급조 정당’의 이미지만 짙어진다는 사실을 신당 추진 세력은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신당에도 해당한다. 반 총장 영입은 현실화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특정 후보 영입이 목표인 정당의 앞날이 밝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개혁보수’의 비전을 정립하고 국민의 신뢰를 쌓는 데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선거보다 미래를 먼저 말하는 개혁보수신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 손잡은 김·유… 닮은 듯 다른 개혁론

    손잡은 김·유… 닮은 듯 다른 개혁론

    김, 사회구조 바꾸는 개헌 강조 유, 재벌 개혁… 개헌엔 신중론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이 새누리당과는 차별되는 중도 보수 가치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당을 이끄는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공통적으로 양극화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기존의 보수정당에서 ‘좌클릭’하는 개혁적인 색채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시대정신은 격차 해소”라면서 “공정한 경제체제, 공정한 사회체제를 구축해야 한다”(7월 14일), “빈부격차,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수도권·지방 격차 등으로 국가적 에너지가 모이지 않고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11월 1일)고 지적했다. 유 의원도 “양극화나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를 바로잡는 것이 경제정의”(9월 30일)라면서 ‘정의’를 시대정신으로 꼽았다. 다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에서는 차이가 있다. 김 전 대표는 “국가의 틀, 경제의 틀, 사회의 틀을 새롭게 짜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전반적인 사회 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경제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개혁,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 규제 혁파를 통한 경영환경 개선 등을 강조했다. 반면 유 의원은 개헌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닌 신중론을 택하고 있다. 유 의원은 또 현재의 경제 구조가 재벌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진단하면서 “재벌의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를 견제해야 한다”며 재벌 개혁을 주장했다. 유 의원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정책을 세우고 이들을 지원할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안을 냈다. 유 의원과 함께 신당의 정강정책을 주도할 김세연 의원은 지난 7월부터 ‘어젠다 2050’ 모임을 이끌면서 “우리도 기본 소득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기존의 복잡한 복지 체계를 단순화하고 기본 소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장하준 교수 ‘사회적 경제’ 내일 연대 특강

    장하준 교수 ‘사회적 경제’ 내일 연대 특강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책으로 유명한 장하준(53)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오는 23일 연세대에서 특강을 한다. 21일 서울 성북구에 따르면 이번 특별강연 주제는 ‘더불어 함께, 대한민국 경제’로 초청자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인 김영배 성북구청장이다. 장 교수는 특강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사회적 경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특히 협의회는 이번 장 교수의 강연을 계기로 지역 공동체 부활과 상생의 경제를 통해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지역을 앞으로 지방행정의 방향으로 설정하게 된다. 사회연대경제란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통해 양극화, 빈곤, 복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강연은 무료. 김 구청장은 “이번 장하준 교수의 강연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추격경제 성공시킨 한국 이제는 탈추격 전략 필요”

    “추격경제 성공시킨 한국 이제는 탈추격 전략 필요”

    이민화 이사장 “혁신·신뢰가 저성장·양극화 시대 키워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은 “우리는 추격 경제 전략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나라”라면서 “이제 한계에 부딪힌 한국은 남들이 가지 않은 탈추격 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국가 구조 개혁’을 주제로 열린 제32차 KCERN 공개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추격 경제 전략과 탈추격 전략 모두 성공한 나라는 도시국가를 빼면 한 곳도 없다”면서 “우리가 하면 세계 최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첫 발표자로 나선 이 이사장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저성장 경제, 양극화된 분배, 고착화된 사회, 비전이 없는 정치 등 4가지로 요약했다. 저성장 국면에 양극화와 고착화가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불신사회’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장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 성장 키워드는 효율과 경쟁이었지만 이후에는 혁신과 신뢰가 돼야 한다”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또 최근 촛불집회가 보여 준 정신을 이어 갈 수 있는 ‘촛불의 상시화’ 전략으로 ‘디지털 거버넌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단원제 국회는 상위 10%만을 대변해 왔다”면서 “하위 90%를 대변하는 국회를 따로 만들 게 아니라 한국의 정보기술을 활용한 정부 4.0의 구현을 통해 직접 민주제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난세에서 모범국가로의 변혁’을 주제로 한 김병섭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장의 발표도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긴 미래를 내다보고 국정목표를 정하기 위한 정부기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기획재정부에 그런 역할을 뒀지만 재정 정책에 밀려 후순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패널 토론은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주재로 진행됐으며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각범 전 정책기획수석,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자치광장] 공정한 경쟁 공정한 사회/김성환 노원구청장

    [자치광장] 공정한 경쟁 공정한 사회/김성환 노원구청장

    워킹푸어.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층을 뜻하는 말이다. 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는 상류층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으로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서민의 고단한 삶을 잘 반영하는 것이 자살과 출산 통계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마디로 지금이 가장 불행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얘기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논리 중심의 경제 정책 탓에 나온 소득 양극화가 원인이다. 또한 불공정한 경쟁과 복지 시스템 부재 등 잘못된 제도와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빈곤층, 항상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 등 부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기업 활동은 공정한 경쟁이 돼야 한다. 많은 대기업이 국민에게 비난을 받는다. 회사 이익을 위한 실적 지상주의 경영으로 하도급 업체에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하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은 현금이 넘쳐나는데 하도급 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린다. 진정한 낙수 효과를 위해 이익은 공유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기업은 상시 고용을 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과 노조 문제를 피하고자 손쉬운 사내하청과 파견근로라는 편법을 쓴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의 질 악화와 근로 소득 저하로 이어진다. 국내 2000대 기업의 한 해 매출액이 800조원에서 1700조원으로 커지는 동안 일자리는 겨우 2~3%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우리 경제에 독이다. 마지막으로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돼야 한다. 경쟁사회에서 탈락자는 나오게 마련이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복지예산 비율은 7%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20%에 크게 못 미친다. 안정적인 복지체계는 지속적인 국가 발전에 필수 조건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정의로운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사회다. 사회 전반에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정당한 노력이 보상받고 기본이 지켜지는 공정사회를 만들려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 英 사상 최대 대학입학률 차이로 이어진 빈부 격차

    英 사상 최대 대학입학률 차이로 이어진 빈부 격차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빈부 격차는 사회 양극화의 원인이자 결과물이다. 교육, 경제, 주거 등 사회 여러 측면에서 ‘무한 반복’의 덫에 갇히게 만든다.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사회 계층 간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을 받는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국에서도 부에 따른 교육 수준의 차이가 나타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15일(현지시간)는 원서지원시스템 유카스 보고서 통계를 인용해, 가난한 학생과 부자 학생 간 대학 입학률의 차이가 16.7%p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부유층 학생들의 대학입학이 1.4%에서 32.8%로 증가하는 사이 저소득층 학생들은 0.3%에서 16.1%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약 5배 정도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이는 교육을 통한 계층 간 이동이 제한적인 변동성이 약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뜻한다.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 규모가 78%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영국 보수당 테레사 메이 총리가 지난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생활보조금을 폐지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됐다. 또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도 교육 복지의 질 저하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영국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유럽권 학생들의 숫자가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백인 남성’의 고등교육 소외 현상 역시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남녀 성비도 여성이 남성보다 35% 더 증가해 꾸준한 성별 차이를 보였다. 유카스의 매리커넉 쿡 최고 책임자는 “대학 입학률이 낮은 집단의 75%가 남성인데 이들 대부분은 노동자 계층의 청소년들이며, 10명 중 9명이 백인집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등교육 자격 검정 시험(GCSE)결과를 향상시키는 일에 중점을 둬서 고등교육의 진입비율을 증가시켜야한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중등학교가 청소년들이 교육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계층 이동이 사실상 막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접한 전문가들은 “사회적 유동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영국 정부가 교육의 공급과 투자에 초점을 맞춰 청소년들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돕고, 사회적 유동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진 = 포토리아(©Brian Jackson)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거대한 속임수’ 긴축, 국민을 조롱하다

    ‘거대한 속임수’ 긴축, 국민을 조롱하다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마크 블라이스 지음/이유영 옮김/부키/544쪽/2만 2000원 빌 게이츠가 동네 술집에 들어가는 순간, 그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백만장자가 된다. 모두의 평균 자산가치가 훌쩍 올라가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한 명의 억만장자와 기껏해야 수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여럿 있을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종종 예시로 드는 자원 배분의 통계적 기만이다. 이 같은 기만은 전 세계적인 경제 흐름에도 술수로 작용한다. 국가 재정을 아끼고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긴축’ 정책은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절약은 선이고 낭비는 악’이라는 우리들 뇌리에 박힌 오래된 도덕적 관념의 작동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피그스’(PIIGS)로 불리는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의 재정 위기는 그 원인으로 ‘방만한 재정 운용’이 지목되며, 긴축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국내외 대다수 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는 듯 복지 지출에 뭇매를 가했고, 공공 지출과 복지를 축소하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과 차관 제공을 조건으로 피그스 국가들에 공공 지출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요구한다. 미국도 재정적자에 대한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레블 동맹’ 국가들에서도 긴축 정책이 시행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시 부상했던 ‘케인스주의’가 물러가고 긴축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책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는 긴축 정책을 한마디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고 직설적으로 공박한다. 그리고 재정 정책의 긴축을 주장하는 그 이면에는 ‘거대한 속임수’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인 마크 블라이스 미 브라운대 정치경제학과 교수가 짚고 있는 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부터 살펴보자. 유럽의 재정 위기를 ‘국가 부채의 위기’로 진단한 것 자체가 기만적 프레임이다. 재정 위기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연쇄적인 폭탄 돌리기의 결과물이다. 유럽 은행들과 투자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막대한 규모로 레버리지를 키워 피그스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했다. 그 배경에는 국가와 중앙은행이 자신들을 파산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 국채 이자율이 폭등하자 유럽 국가들은 은행을 구제하기 위한 국가 재정을 확보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른바 ‘은행을 살리기 위한’ 긴축이었다. 은행 위기가 별안간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둔갑하고, 잘못은 은행이 저질러 놓고 책임은 각국 국민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바로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로, 저자는 이를 “노동자들이 은행가들을 구제하는”, “현대사 최대의 속임수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긴축이 망친 경제 사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아울러 긴축이 가져올 수 있는 현대적 해악도 모두 짚어 나간다. 미국은 1930년대 긴축을 했다가 대공황을 유발했고, 영국은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위해 긴축하다 수렁에 빠진다. 독일은 긴축을 방관하다 나치즘으로 돌아섰다. 저자는 긴축이 계급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낭비성 지출’이라는 이유로 공공 서비스가 감축될 때,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는 사람들은 소득분포상 최상위가 아니라 하위 40%에 위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위 소득 계층을 쥐어짜는 긴축은 더욱더 양극화되고 분열된 사회를 만든다. 긴축에 나선 대가는 저자가 이 책을 쓴 2013년 당시 예측대로 가고 있다. 긴축에 나선 국가들은 저성장 늪에 빠졌고, 높은 실업률과 불평등으로 인해 극우 포퓰리즘이 활개를 치고 있다. 긴축이 ‘위험한 선택’이라면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저자는 투자은행을 망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제안한다. 실제로 아일랜드는 국가가 은행을 구제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 데 허덕이고 있지만 부실 은행을 적극 청산한 아이슬란드는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성장률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당장의 국가부채를 줄이고,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지만, 이는 최고 소득 계층을 겨냥한 세금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증세야말로 긴축 없이 국가부채를 줄이고, 구제금융으로 책임을 피해 간 이들에게 부여되는 ‘공정한 분담’이라는 주장이다. 추천사를 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긴축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현혹의 효과가 다해가는 증후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나라 재정도 집안 살림과 똑같아서 빚부터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무지한 논리는 더이상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자치광장] 불평등 경제, 포용적 성장이 답/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

    [자치광장] 불평등 경제, 포용적 성장이 답/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

    서울의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전 세계 도시들의 ‘‘포용적 성장’을 위한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의 회의’가 내년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포드재단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 회의에는 뉴욕과 파리 등 50개가 넘는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이 참석한다. 소득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누구보다 바쁜 시장들이 왜 서울에 모이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OECD 회원국 통계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10배 더 많은 소득을 가져가고 있다. 둘째, 소득에서 시작된 불평등이 이제는 건강과 주택, 교육, 일자리, 교통 등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볼티모어와 같은 도시에서 부유층과 빈민층 지역 간 평균 수명이 20년 이상 차이가 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평등의 완화 없이는 이제는 더이상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공통의 인식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는 소비지출 성향이 높은 중저소득 계층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다. 이에 서울시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OECD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 2월,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지방정부가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많지만, 중앙정부보다 현장 접근성이 유리한 강점을 활용했다. 6차례에 걸친 프랜차이즈와 대리점 실태조사를 통해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및 피해구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금지 조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얻어내는 데도 한몫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2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1회 서울경제민주화포럼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생산성 증가율은 낮아지고 빈곤율과 노령화, 소득불평등 등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 시급해지고 있다”면서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의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서울에서 개최될 제3차 포용성장 회의에 서울시가 아시아 주요 도시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챔피언 도시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포드재단 대런 워커 대표는 ‘불평등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상생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이 불평등을 바로잡는 거름이 되고, 더불어 성장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 [손성진 칼럼] 이념의 시대에서 정의의 시대로

    [손성진 칼럼] 이념의 시대에서 정의의 시대로

    침묵하는 다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선거 때의 부동층처럼 그때그때 정착할 곳을 찾는 이념의 노마드들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 민심은 이념에 무지한 그들이다. 그들이 정착하고 싶은 곳은 이념이 아니라 정의다. 저항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이념이 아니라 부정이다. 촛불집회의 주축은 평범한 시민이다. 불의를 바로잡고 싶은 장삼이사(張三李四), 우리의 이웃이다. 선량한 서민들이다. 그런데 6월 항쟁을 능가하는 피플 파워가 이념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촛불에 편승하고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그 순수성을 퇴색시켰다. 주최 측부터 순수성을 잃었다. 이적 단체까지 포함된 주최 측의 구성원 체계는 촛불을 이념에 물들게 한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10일 주최자들은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하라는 외침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일부 시민은 따라 했지만 다른 일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러 갔지 한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러 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촛불이 국회를 넘고 권력에 순종하는 법관의 권위를 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다.” 한 위원장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자 민주노총은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이 구속되자 법원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한 민주노총이다. 뜻대로 되지 않자 사법부의 권위까지 촛불로 무너뜨리자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청소론’, ‘몰수론’을 제기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촛불에 무임 편승했다. 야당 대표로서 그동안 적폐 청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해 왔는가. 다른 대선 주자들도 국민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들이미는 격은 매한가지다. 여론을 선도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여론에 끌려가고 이제는 여론을 이용하는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정체된 이유도 그 탓이다. 명백한 진실마저 부정하는 친박은 어떤가. 이념과 권력의 노예로서 정의 앞에서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청맹과니다. 막말 잔치를 벌이듯 극언을 쏟아내는 그들이 극우 집단 ‘일베’와 다를 것은 없다. 정의보다 주군에 대한 충성심에 목숨을 거는 그들의 모습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숨죽인 듯 있던 극우는 이들을 추종하며 본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 결집을 하고 기다리면 어차피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독려한다. 민심이 원하는 궁극적인 종착지는 따로 있다. 다만 부정한 대통령의 탄핵만이 아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양극화 등 오랜 적폐가 청산된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정의 사회다. 적폐 청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 가려면 먼저 이념 투쟁을 거둬야 한다.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신세계를 향한 항행에 배를 나눠 탈 일은 없다. 좌파, 우파를 따질 일이 아니다. 이념은 둘이지만 정의는 하나다. 국민이 어떤 세력에 의해 선동을 당하는 시대가 아니다. 여론을 주도하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불의 타파에 나설 만큼 깨어 있다. 여론에 편승해 말로 대중에 영합하기보다는 묵묵히 행동하는 리더를 국민은 찾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데 여야 지도자들은 손을 맞잡으라. 적폐 해소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된다.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은 멀고도 멀다. 그런 것을 내가 집권하면 도끼로 장작 패듯 단칼에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다면 오판이요 기만이다. 집권욕에 사로잡힌 그들의 과속에 김종인씨는 “환상을 버려라”며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예를 들었다. 파리 시민에 의해 물러난 드골의 후임에 드골의 지지자인 퐁피두가 당선된 사례다. 비슷한 일을 우리도 겪었다. 6월 항쟁으로 군부독재가 끝난 직후 대선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동기생 노태우 여당 후보가 당선된 일이다. 양보하지 않고 맞선 야당 후보들의 오만함이 그런 결과를 빚었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당선을 바란다면 환상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수 있는 일부터 챙기라.
  • [사설] 압도적 탄핵안 가결, 혁신의 기폭제로…낡은 정치와 사회 전체를 바꿔 나가야

    탄핵으로 주권재민 헌법정신 확인 촛불집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저항 빈부격차, 실업 등 국민 불만 새기고 국정 혼란 없이 경제살리기 매진해야 68년 헌정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이 그어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가차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국회는 그런 준엄한 민의를 받들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이 끝날 때까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다. 박 대통령 탄핵 사태는 매우 안타까운 국가적 불행이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만 한다. 대한민국 일대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는 두말할 필요 없이 국민이 만들어 낸 국민의 승리다. 국민은 여섯 차례에 걸친 대규모 평화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정신을 만천하에 각인시켰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비선 실세 등 측근들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악용한 박 대통령을 국민은 더이상 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권력 행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준엄한 헌법적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런 점에서 탄핵안 가결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엄연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산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손상된 헌법 질서 회복의 대장정에 들어섰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광장에 결집된 국민적 역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용광로 같은 뜨거운 열기는 그 어떤 역경과 고난도 능히 물리칠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전 세계인들은 수백만명이 운집한 촛불집회가 그토록 평화롭게 열리고, 마침내 혁명적 결과를 일궈 낸 과정을 목도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놀라운 저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 역량을 이제 국가 혁신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탄핵을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 사회 전체의 대대적인 혁신을 이뤄 냄으로써 후세에 오늘과 같은 불행한 역사의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수많은 국민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촛불에 농축된 기대와 희망을 저버린다면 우리에게 진정 미래는 없다. 촛불 민심은 분명히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국정 운영의 문란, 법률 위반, 도덕적 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가중되는 청년 실업, ‘희망의 사다리’조차 찾을 수 없는 신분고착에 절망한 많은 국민이 촛불을 손에 들고 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탄핵 사태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친 적폐를 일소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지만 헌재 결정 때까지 안정적 국정 운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헌재에 국민의 이목과 압력이 집중될 것이다.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헌재가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탄핵심판 시간을 최대한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정략적 셈법에 매달리면서 국가적 위기를 조장해선 안 된다. 헌재의 최종 결정 때까지 황 권한대행의 과도 체제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되찾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던 헌법 정신을 또다시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정국을 안정시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여야 정치권이 지혜를 모으고 합심해야 할 때다. 국회가 황 권한대행과 수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다소나마 안정적 국정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회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광장의 촛불 민심을 제도권 정치에 담지 못한다면 촛불 행진은 여의도로 향할 수밖에 없다. 탄핵심판 시기가 중요하지만 ‘대선 시계’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사실상 이미 차기 대선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도 있다. 탄핵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혼돈과 혼란이 극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정략적 판단을 뒤로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염두에 두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의 비상시국을 맞아 기로에 서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휩쓸려 국정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고 나라 경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여망이 담긴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부결 시 우려했던 극도의 정치적 혼란은 피했지만 대내외적인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경제의 추락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고 빈부 격차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생활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지경이다. 대외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등장 이후 미·중 관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통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는 시점이다. 우리 안보의 핵심 위협인 북핵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할 리더십은 국정 농단 사태에 휩쓸려 실종 상태다. 더 우려되는 것은 탄핵안 통과 이후 분열과 혼돈의 에너지가 가득한 정치권이다.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개헌론을 둘러싸고 벌써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야권도 어제 긴급회의를 열고 민생 현안과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책임 있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으로 국정 혼란 수습에 나서야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정국을 강타한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진퇴 문제가 불확실하면서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공직사회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굳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일조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자신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할 정도로 헌법을 유린하고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상황에서 공직 기강이 무너져 내리는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동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국민 공복의 자세가 아니다. 공직자들은 정치권 혼란과 리더십 실종 상태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투철한 사명 의식과 엄격한 기강이 확립돼야 한다. 엄혹한 비상시국을 맞아 공직사회는 대한민국의 버팀목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 달라는 국민의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상황이다. 활력을 잃은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제는 이미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 빠져들었다. 수출과 고용의 절벽, 초저유가, 예고된 미국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불확실성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경제도 2%대 초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업률은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더욱 가파른 고용 절벽으로 향하고 있다. 가계·기업부채 등 대형 리스크들이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는 첩첩산중의 비상한 상황이다. 내년 예산을 조기 집행해서라도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에 나서야 한다. 대외 상황은 더욱 나쁘다.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국 제품에 대해 노골적으로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활용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강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력도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혼돈의 정국이 결국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귀결됐지만 대한민국 자체가 표류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지명도 철회된 상태다. 대통령 비서실의 기능마저 정지된 상황에서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수립과 결정에 대한 전권을 쥘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야권이 새롭게 심기일전해 막중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탄핵안 처리 이후 갈등과 분열의 불확실성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지만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대한민국에 닥친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
  • [책꽂이]

    [책꽂이]

    순록과 함께한 시베리아 탐험일지(리처드 부시 지음, 정재겸 옮김, 우리역사연구재단 펴냄) 19세기 말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역사, 지리, 원주민 문화에 대한 탐험 일지. 우리 한민족과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640쪽. 2만 2000원.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신혜란 지음, 이매진 펴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영국 런던 뉴몰든에서 중국 칭다오까지 퍼진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양극화와 계급성을 지정학적으로 탐구한 보고서. 336쪽. 1만 8000원. 시장으로 나간 조선백자(박은숙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경매시장에서 수억을 호가하는 조선백자를 만들었던 사람과 백자가 탄생한 장소에 관한 이야기. 384쪽. 1만 8500원.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국내 28명의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간의 미래를 통찰하며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담았다. 364쪽. 1만 7000원. 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정병설 외 25인 지음, 한길사 펴냄) 26명의 인문학자들이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을 통해 문명의 접점을 찾아 나간 도서관 기행기. 340쪽. 2만원. 김국장의 놓치기 쉬운 운영 노하우(김진문 지음, 빅애플 펴냄) 광고회사 기획자가 각종 이벤트, 프로모션, 박람회 등의 운영과 관련한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256쪽. 2만 5000원.
  • [이경형 칼럼] ‘대행체제’ ‘조기 대선 룰’ 논의 필요하다

    [이경형 칼럼] ‘대행체제’ ‘조기 대선 룰’ 논의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포스트 탄핵’의 정국 운영은 매우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9일 탄핵안을 가결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때까지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간에 하야하지 않는 장기전을 택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 심판이 이뤄질 때까지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촛불시위의 함성은 광화문과 헌재가 있는 북촌을 오가며 즉각 하야를 압박하고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재촉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내홍 속에 다른 정파와 연합을 모색하며 후보 옹립을 위한 시간을 벌고, 세력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광장 민주주의에 의지해 즉각 하야를 계속 주장하겠지만, 야 3당의 공조에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길게는 6개월까지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정의 과도기적 권력 공백과 혼란은 자칫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 정치권은 ‘대통령 직무정지→권한대행 체제→탄핵 심판→조기 대선’의 정치 일정과 대선을 공정하게 치를 수 있는 선거법 개정 등을 사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야당은 황 대행이 탄핵 사태를 초래한 공동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사퇴를 종용할 수도 있지만, 일단 황 대행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순리다. 황 대행의 역할과 권한 범위를 논의하고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게 경제사령탑을 정립해야 한다.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외교·안보 라인의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뒷받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조기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황 대행과 여야 합의 추천으로 행자부, 법무부 등 선거 관련 주무 장관을 교체할 수 있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총리를 뽑아 과도선거관리 내각을 구성하려고 들면 정국은 어려워질 것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고 헌법상 직책 수행의 적격 여부를 따지는 것이라 해도 국회의 특검 일정과 연관이 없을 수 없다. 헌재 인용 결정이 2월에 나오면 4월 대선이 되고, 4월에 나오면 6월 대선이 된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촛불 민심에도 드러났듯이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산업화, 민주화 이후에 국가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에 맞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양극화를 줄여 나가는 ‘공정한 성장’과 같은 근본적인 가치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가 조기에 실시되면 될수록 사실상 대선 후보가 있는 정당이 유리하다. 현재 주요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당 정파별로 대선 전 개헌이나 차기 정권에서의 개헌 공약 등을 고리로 하여 손학규, 김종인, 김무성 등 이른바 ‘제3지대’와의 연대 등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대선 과정을 보면 무원칙한 후보 단일화, 명분 없는 야합 합종연횡이 다반사였다. 이번 선거부터라도 이런 퇴행적인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헌법학자에 따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견해와 그 자체가 헌법 개정 사안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각 정파 간의 합의로 충분히 결선투표가 가능하다고 본다. 예상 밖의 조기 선거로 여러 대선 주자들이 당내 경선 등 미처 전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출마를 하게 되면 후보 난립이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은 단순 다수제로 당선될 경우 표가 분산돼 30%대나 심지어 20%대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대표성이나 국민 통합성에도 취약점을 갖게 된다. 결선투표제를 하게 되면 유권자들이 1차 투표에서 선택의 다양성을 갖는 한편 유권자의 뜻과는 다른 정치인들끼리의 합종연횡이 아니라 국민의 1차 선택을 바탕으로 한 정책 연대를 유도할 수 있다. 개헌을 하지 않고도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는 권력 분산의 효과도 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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