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한국의 여풍(女風)과 미래/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검찰에 부는 ‘여풍(女風)’이 검사에 이어 수사관까지도 확대되어 올해 채용된 검찰 수사관 중 40%가 여성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사법시험·행정고시 여성합격률은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외무고시 합격률은 65%에 이른다고 하니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 미국 여자프로골프의 새로운 여제 신지애, 신궁에 가까운 올림픽 여자 양궁팀 등 세계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키 크는 유전자의 비밀을 풀어내 노벨과학상 수상에 근접한 김빛내리 교수 등 세계 과학계에 불고 있는 한국의 여풍도 이제 그리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 전반에서, 특히 경제에 있어서의 여성의 역할과 리더십 발현은 그리 활발하지 못한 것 같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제활동참여율은 남성이 70%대인 데 비해 여성은 40%대여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고,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여성 관리자직의 비율은 약 11%, 여성임원 비율은 약 3%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 경제흐름에서 우리나라가 미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리더십 발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우수한 양질의 인력자원 측면에서 여성 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거의 세계 최저인 출산율과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이제 막 시작돼 2011년에는 우리 인구의 15%인 약 700만명이, 2021년에는 30%인 약 1600만명이 정년퇴직 예정이라고 한다.
인력 수급상 출산율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경제에 필요한 인력이 바로 보충되지는 않을 것이며, 가까운 일본의 예처럼 심각한 경제침체 시기가 도래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때 양질의 여성인력은 한국의 경제를 짊어지는 주인공이자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로는 훌륭한 여성 지도자 배출과 여성적 리더십 발현도 중요하다. 지금은 디지털이 세계를 지배하고, 강력함보다는 유연성,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부드러움, 섬세함, 감성,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이것이 바로 포용, 섬김, 배려 등의 여성적 감성을 강조하는 ‘여성 리더십, 핑크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한다.
미국의 한 흥미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임원이 있는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군이 적은 기업군보다 자기자본이익률과 총수익률이 5%, 30% 높게 나왔고 경기 침체기에 실적도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여성 인력 활용이 부진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업과 국가가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기회요인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내 한 여대에서 특강을 요청받아 한창 젊음을 만끽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여대생들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날 학생들에게 시대적 흐름에 따른 여성리더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창의적 사고와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해 미래 한국의 여성 리더, 나아가 세계적 변화의 흐름인 동북아 중심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날 참석한 여러 젊은 여학생들의 당차고 밝은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밝은 미래를 함께 보는 것 같아 참 기쁜 마음이 들었다.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