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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역문제 경솔 판단 죄송”유승준, 예비장인 문상

    재미교포 가수 유승준(사진·27)씨가 지난해 2월 미국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기피 시비로 입국이 불허된 지 1년 4개월여 만인 26일 새벽 로스앤젤레스 발 대한항공 KE012편으로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유씨는 입국 반대여론에 대해 “마땅히 받아야 할 지탄이라고 생각한다.마음이 무겁다.”면서 “(미국시민권 취득은) 경솔한 판단이었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방문목적을 묻는 질문에 유씨는 “약혼녀 아버님상에 문상하러 왔다.나를 많이 생각해주신 분인데 문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이날 무비자로 입국한 유씨는 법무부 출입국관리대에서 ‘방문기간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조건으로 입국해제 신청서를 작성한 뒤 C3(방문)비자로 29일까지 3일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체류승인을 받았다. 유영규 홍지민기자 whoami@
  • 유승준 오늘 입국 / 법무부 방문형식 허가

    법무부는 최근 약혼녀가 부친상을 당한 재미교포 가수 유승준(27)씨의 입국금지를 일시 해제,방문 형식으로 다녀갈 수 있도록 했다고 25일 밝혔다. 유씨는 26일 오전 5시2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KE012편에 탑승했다고 유승준의 소속사 웨스트사이드는 밝혔다.법무부 출입국관리국 관계자는 “유씨가 입국금지 해제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인도적인 고려에 따라 입국금지 조치를 일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유씨는 입국 후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관리소장이 정해주는 국내체류 허용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다.법무부는 지난해 2월부터 미국 시민권 획득에 따른 병역기피 의혹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유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강충식기자
  • ‘약혼녀 부친 사망’유승준 입국 새국면

    24일 오전 8시쯤 충북 음성 성모병원 이사장실에서 이 병원 원장 오 모(53)씨가 쓰러져 신음 중인 것을 병원 관계자들이 발견,천안 순천향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1시쯤 숨졌다.경찰은 이사장실에서 오씨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빈 농약 병을 수거했다.경찰은 지난 20일 만기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가 발생했고 오씨는 11월까지 갚아야 할 채무가 37억원대에 이르는 등 병원이 만성적인 경영난을 겪어왔다는 병원 관계자들의 말에 따라 오씨가 이를 비관,음독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숨진 오씨는 가수 유승준(사진·27)씨가 지난해 11월 미국 LA에서 약혼한 오모(27)씨의 아버지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입국 허용 문제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유씨의 입국 허용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오 원장이 숨진 이사장실에서도 부인과 두딸 등 가족들의 이름과 유씨의 이름이 나란히 씌어 있는 메모장이 발견됐다.동생과 함께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오 원장의 장녀는 14살 때 미국에서 유씨를 만나 12년간 교제해오다 지난해 약혼했다.유씨는 최근 청와대와 병무청,국가인권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입국 허락을 요청했으나 병무청은 ‘병역 면탈 목적으로 국적이 상실된 자가 입국,연예활동시 장병 사기저하와 병역의무 경시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입국 금지 해제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약혼녀 아버지의 장례식 참석조차 막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는 동정론이 일 가능성도 높아 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이와 관련,최수근 법무부 출입국장은 “입국 금지자라 해도 국내에 있는 가족이 사망하거나 위독할 때 한시적으로 입국을 허용한다.”면서 “유승준씨의 경우 법률상 가족이 사망한 것이 아니기에 허용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 이천열·강충식기자 sky@
  • 약혼한 20대 성관계 들킬라 채팅남 납치신고 철창보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약혼자에게 알려질까봐 이 남자를 납치·강간범으로 신고,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여성이 검찰의 집요한 수사끝에 22일 구속됐다. 명문여대를 졸업한 A(29)양은 지난해 4월20일 인터넷 채팅으로 B군을 만났다.명문대생의 약혼자가 있었지만 A양은 B군에 호감을 느꼈고,이들은 서울시내와 춘천·대전 등지 여관을 다니며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B군이 만난지 20여일 만에 자신은 직업이 없는 ‘백수’라고 털어놓자 사이가 틀어졌다. 게다가 A양은 약혼자가 자신과 B군과의 관계에 대해 눈치를 채자 궁지에 몰렸다. 결국 A양은 지난해 5월 중순 자신의 애정행각을 감추기 위해 B군을 납치·강간범이라고 신고했고,B군은 구속됐다.검찰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A양의 고소가 거짓임을 최종 확인하고 A양을 무고 혐의로 구속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내 여친 평가좀 해주세요”/ 디카로 촬영한 사진 온라인 올리기 유행

    “내 여친(여자친구) 평가 좀 해 주세요.”,“멋진 커플!천년만년 행복하세요.” 디지털 카메라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 여자친구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놓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네티즌들은 올라온 사진을 보고 댓글로 ‘멋진 한쌍’을 축복해 준다.반면 “인물이 아니다.”라는 식의 ‘악플’(악성 리플)을 날리기도 한다. 여자친구 사진방이 처음 만들어진 사이트는 디지털카메라 전문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2000년 11월에 처음 생겼다. 지금까지 올라온 사진만 모두 1만6000여건에 이른다.네티즌들은 “나의 여자친구 사진 좀 봐주오.”라는 식의 ‘하오체’ 제목으로 사진을 올려놓는다.다른 네티즌들은 사진 뒤에 “이쁘오.결혼하시오.”라며 응답하기도 한다.그렇다고 네티즌들이 여자친구 자랑만 하려고 사진을 올리지는 않는다.냉각기를 갖고 있는 여자친구와 화해하기 위해서,또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약혼녀에게 ‘깜짝 선물’로 보여주고 싶어 등록하는 등 사연이 다양하다.인터넷 중독자를뜻하는 ‘귀차니스트’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사이트라 이들의 댓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에는 일부 포털 사이트도 여자친구 사진방을 만들었다.네이버(www.naver.com)는 지난달 13일 ‘여자친구 갤러리’를 선보였다.한달 남짓 동안 1300장이 넘는 사진이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엠파스(www.empas.com)도 최근 ‘애인,커플’코너를 개설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아기서 노인까지 배우고 즐기고 미국인 “주민회관없인 못살아”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최근 결혼한 데이비드와 세실은 종교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춤’을 배웠다.데이비드는 가톨릭이었고 세실 가족은 몰몬교도였다.둘은 딱딱한 종교적 행사를 탈피하기 위해 결혼식 날 밴드를 불렀다.그리고 탱고 리듬에 맞춰 100여명의 하객 앞에서 ‘남편과 아내’로서 멋진 춤을 보여줬다.종교적 차이도 춤 앞에선 눈 녹듯 사라졌다.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의 춤 추는 모습을 지역판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이들이 춤을 배운 곳은 시가 운용하는 커뮤니티 센터다.사설 강습소도 있으나 이들은 이용하기 편리한 이 곳을 택했다.우리의 구민회관같은 장소다.지난해 말 약혼하자마자 월요일과 금요일 저녁 중 1시간씩 틈을 내 6주 동안 볼룸댄스를 배웠다.강습료도 1인당 48달러로 쌌다. 커뮤니티 센터에는 꼭 ‘춤’만 있는 게 아니다.남녀노소를 위한 헬스클럽에서 농구·야구·테니스 등을 위한 체육활동,수영 레슨,유명 음악인의 공연,유아들을 위한 조기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아직 지역주민을 위한 연령별 프로그램이 활성화하지 않은 우리의 구민회관과는 차원이 다르다.센터도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이용자와 프로그램에 따라 아트센터,수상공원 등 여러 곳에 분산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시민들의 협조도 적극적이다.‘돈 없는 사람’들이 다닌다는 한국에서의 잘못된 선입관도 없다. ●배우고 즐기는 데 공짜는 없다. 미국 내 커뮤니티 센터가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유료다.카운티나 시 정부의 예산 지원은 센터 내 시설의 유지와 관리,직원들의 임금,프로그램의 계획과 홍보 등에 한정된다.강습 비용은 철저히 ‘수혜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다.수강료는 전액 강사에게 지불되며 센터의 몫은 단 한푼도 없다.강의의 내용도 가격에 비해 알차다.춤의 경우 매주 1시간씩 6주간 코스가 39∼48달러 수준이다.열을 맞춰 추는 라인 댄스에서부터 왈츠와 탱고 등의 볼룸댄스를 가르친다.어린이나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은 할인 혜택을 받는다.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주민들보다 20% 정도 더 내야 한다.강사들은 각 분야에서의 지도 자격증을 지닌 전문가다.수영장이나 헬스클럽등에서는 개인 레슨도 가능하다. ●연간 회원제로 운영한다. 헬스클럽 등의 시설을 이용할 때 입장마다 돈을 내기도 하지만 멤버십을 가질 수도 있다.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 ‘액티비티 센터’에 아들과 함께 농구를 하러 온 아더 머레이(44)는 375달러를 주고 연간 ‘레크리에이션 패스’를 샀다.시가 운영하는 헬스 시설과 체육관,미니 골프,수상공원 및 수영장 등을 가족 모두가 활용할 수 있다.보통 사설 스포츠 클럽은 가족 회원권이 월 100달러 안팎으로 1년에 1200달러를 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전화회사인 버라이즌에 다니는 머레이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자녀들과 어울리는 데 민간 클럽의 회원권을 사기에는 시간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시가 운용하는 스포츠 센터도 시설면에서 전혀 뒤질 게 없다.”고 말했다. ●싸구려 공연은 ‘NO’ 게이더스버그 문화센터는 매달 유명 음악인을 초청,연주회를 갖는다.주나 카운티가 아닌 시 단위의 센터가 주최하는 음악회지만 연주는 수준급이라고 시의 홍보관인 메리 베스 스미스는 강조한다.예컨대 6일에는 개인 CD음반까지 낸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여성 바이얼리니스트 재니스 마틴의 연주회가 열렸다. 티켓은 지역 주민이 10달러,비 주민이 12달러다.스미스는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뛰어난 공연이 될 것”이라며 “수준 높은 음악인들을 초빙,좋은 연주를 듣기 위해서는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아마추어 연주자를 불러 공짜로 생색만 낼 경우 주민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것.100장 안팎의 티켓은 이미 다 팔렸다고 한다. ●연령별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자녀들이 ‘나홀로 집’에 있을 경우에 대한 프로그램까지 있다.물론 미국에서는 주마다 11세 미만의 어린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그러나 잠시 혼자 있을 경우도 없지 않다.지역센터는 10달러를 받고 어린이가 혼자 있을 때의 문단속이나 비상시 대피수칙 등을 가르친다. 피곤한 엄마를 돕기 위한 ‘아기 돌보기’ 프로그램도 제공한다.11∼1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역시 공짜가 아닌 30달러를 받고 기저귀 바꾸기,사고시 응급처치등을 일러준다.지점토 강습이나 수영,꽃꽂이 등에 한정된 우리의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비하면 아주 실용적인 내용들이다. 노인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을 4계절 전담하는 시니어 센터의 제임스 윌트셔는 “80개 나라 출신의 노인들이 시설을 이용한다.”며 “볼룸 댄스에서 포커와 브리지 등 카드놀이와 마작뿐 아니라 영어 초보자를 위한 어학 강의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이곳에서는 점심을 무료로 급식한다. ●시민들의 호응이 높다. 지역 센터는 결혼식장이나 가족 모임,생일파티 장소로도 활용된다.2주 전에 예약만 하면 시간당 12.5달러를 내고 30∼50명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 룸을 쓸 수 있다.테이블과 의자는 센터 내에 있는 것을 활용하며 음식만 갖고 오면 된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원봉사 센터도 마련됐다.노인들 쇼핑 돕기,공식 행사에서의 통역,어린이 돌보기,공원 치우기,병원일 돌보기,비이익단체에서 일하기 등 내용도 다양하다.타이완에서 이민온 에이미 왕은 어린이들을 위한 뜨개질 자원에 나섰다가 아예 초등학교 강사로 변신했다. 왕은 “처음에는 영어도 배우고 지역생활에 익숙하기 위해 센터를 통해 자원활동에 나섰는 데 학교에서 시간강사를 요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시민들도 센터의 활용에 적극적이다.학부모들은 지역센터의 프로그램을 방학 동안의 대안 학습으로 여길 만큼 신뢰를 준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게이더스버그에는 체육관과 헬스장을 갖춘 액티비티 센터를 포함해 문화센터,시니어센터,수상센터,아트센터,청년센터,미니골프 코스,수상공원,스케이트공원 등 나이와 프로그램별로 센터가 여러 곳에 마련돼 있다. mip@ ■영어 강의·여름 캠프 공짜 교육·시설 천국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커뮤니티 센터 이외에도 미국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있다.특히 각 지역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스포츠 및 놀이동산을 공원 내에 조성,주민들의 여가활동을 돕고 있다.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국식 수업을 본 뜬 여름 캠프는 한국에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모슬리 아지프(39)는 요즘 퇴근시간만 지나면 두 자녀와 함께 가까운 놀이동산을 찾는다.지역공원 내에 마련된 이 곳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전거 트랙과 암벽타기 시설,대형 미끄럼대 및 그네,실로폰 연주대,모조 성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갖춰졌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저먼타운이 4년 전 만든 이 공원에는 잔디 축구장만 20곳,농구장과 테니스장이 10여곳에 이른다.가족들을 위한 바비큐 시설이 갖춰졌으며 하이킹을 위한 별도의 트랙,골프 연습장도 있다. 커뮤니티 센터와 연계,축구 및 농구 수업이 열리기도 하지만 모든 시설은 일반에게 공짜로 개방된다.다만 수상공원은 1인당 3∼4달러를 받는다. 미국에 처음 온 이민자들을 위한 공짜 영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카운티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도서관이 대표적이다.몽고메리 카운티 내 퀸스 오차드 도서관의 경우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 및 토요일 아침마다 1시간씩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도서관 스태프나 퇴직한 전직 교사들이 주로 강의를 맡는다.특정한 주제를 놓고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며 발음 교정에 주력한다.낸시 커니한 관장은 “이같은 도서관이 몽고메리 카운티에만 22개가 있고 지역 정부가 1개 도서관에 연 평균 16억원 정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는 어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 회화반은 공짜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초등학교 단계의 여름 캠프에는 돈을 내야 한다.다만 유치원 이전의 자녀를 둔 부모들의 교육을 위해 프리 스쿨은 공짜로 운영한다. 교회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여름 캠프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모든 수업을 미국 스타일에 맞춰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여름방학을 틈타 ‘초단기 유학’을 오는 한국 어린이들이 많다.6주간 과정에 1인당 450달러(55만원)로 싼 편이 아닌데도 자녀들을 미국에 보내는 부모들이 상당수 된다.
  • 대구지하철 공사장 불 시민들 또 ‘가슴 철렁’

    190여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지하철 공사장에서 4일 오전 불이나 시민들을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쯤 대구시 중구 남산동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 지하공간 개발 현장에서 불이 나 40여분만에 진화됐다.화재 당시 지하공간 개발 현장에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은 최근 공사가 완료된 동양금융프라자 앞 반월당 지하공간과 복공판 사이에서 발생,한국전력 지중 송전선로 일부와 KT광케이블 등을 태워 47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불이 나자 소방차 8대와 경찰 순찰차 등 차량 10여대와 소방관,경찰 등 수십명이 현장에 출동,일대가 큰 혼잡을 빚었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약혼자를 잃은 조창선(26)씨는 “대구참사가 엊그제 일인데 또다시 지하철 공사장에서 불이 나 매우 놀랐다.”면서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구시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하공간에서의 사고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송전선로 이설 작업을 마무리하고 전기를 통과시켰다.”는 현장 관계자의 말에 따라 전기누전 등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복공판을 들어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
  • 케이블 영화채널 ‘특집 시리즈’

    케이블 영화채널 Home CGV와 위성·케이블 영화채널 OCN이 21∼23일 나란히 특집을 준비한다. Home CGV의 특집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룬 ‘턴 백 타임’.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코미디 ‘페기 수 결혼하다’,메릴 스트립과 알버트 브룩스가 주연한 판타지 ‘메릴 스트립의 영혼의 사랑’,짝사랑을 하는 여인을 살리려고 하루를 반복해서 사는 남자의 이야기 ‘12시1분’이 차례로 방영된다. OCN은 결혼시즌에 맞춘 ‘웨딩영화 특집’이다.웨딩 플래너가 고객의 약혼자를 사랑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웨딩 플래너’를 시작으로 ‘베리 배드씽’,‘포스 오브 네이처’가 이어진다.
  • 스크린 명대사

    #“삶은 때로는 기회를 주기도,때로는 뺏기도 하죠.”…‘러브 인 맨하탄’에서.호텔에서 잡일을 하는 여주인공에게 상사가 관리직 승진을 통보하며. #“자네도 고향을 찾아봐.색이 바래고 모양이 망가져도 늘 그곳에 있지.벤은 내 고향이야.”…‘문라이트 마일’에서.딸의 약혼자가 아옹다옹하면서도 부부가 함께 사는 이유를 묻자 수잔 서랜든이. #“김선생,김선생은 선생같지 않아서 좋아.”…‘선생 김봉두’에서.돈봉투만 밝히는 선생님에게 학부모가.
  • 새영화/ ‘문라이트 마일’ - 딸 죽자 함께살던 사윗감에 애인 생겨…

    브래드 실버링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 마일’(Moonlight Mile·21일 개봉)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집요한 시선을 보내는 드라마다.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을 잃은 부부와,딸의 약혼자가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기까지의 이야기.더스틴 호프먼과 수잔 서랜든이 부부를,‘도니 다코’에서 개성연기를 선보인 신인 제이크 길렌할이 약혼자를 맡았다. 결혼식을 앞둔 딸이 사고사하자 부부는,딸이 사랑했던 남자 조와 한동안 함께 지내며 그를 위안삼으려 한다.그러나 슬픔을 참고 있던 부부에게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는 조의 모습은 감당하기 어려운 배신으로 다가온다.행방불명된 남자를 3년째 기다리는 새 여자친구에게서 조는 동병상련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느껴간다. 붙박이 정물 같던 가족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의 ‘관계’가 새삼 객관화되는 이야기는 처음엔 냉정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화는 갈수록 온도를 더해가는 난로 같다.떠나간 사람을 정리하고 잊어가는 과정에는 체념,분노,화해,희망 등 다양한 색깔의 감정들이 날개를 폈다 접기를 반복한다.가족애에 초점을 맞출 듯하던 영화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주제어는 그 모든 감정들의 우위개념,‘사랑’이다.사람의 관계에 윤활유가 되는 건 오직 사랑뿐이라고.지나치게 사소한 감정표현과 대사,느린 진행이 흠. 황수정기자
  • 부시의 전쟁/시민들 표정...反戰 몸살 경제 걱정 테러 공포

    미국이 20일 오전 끝내 이라크를 침공하자 우리 사회 곳곳에도 심상치 않은 후폭풍이 몰려왔다. 시민들은 불안과 우려 속에 시시각각 전쟁 상황을 전하는 언론에 촉각을 기울였고,미 대사관 주변은 이날 밤 늦게까지 반전 촛불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무고한 희생은 최소화돼야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뉴스를 지켜보던 실향민 이광민(66)씨는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를 겪지 않은 젊은이들은 참담함을 모른다.”면서 “무고한 국민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신경림 시인은 “비참하다.”고 말문을 연 뒤 “미국이 이번 전쟁을 마무리하면 세계 여론이 나빠져 오히려 북핵문제에는 유연한 자세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회사원 정희원(23·여)씨는 “전쟁이 혹시 국내 테러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라크에 가족을 둔 사람들은 더욱 마음을 졸였다.‘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인간방패’ 역할을 하며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유은하(29·여)씨의 약혼자 이정기영(27)씨는 “연락이제대로 되지 않아 무사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와 상인들은 물가가 폭등하고 불경기가 이어질 것을 걱정했다.예지동 광장시장에서 한복도매상을 하는 이종임(41·여)씨는 “개시도 못한 상인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조되는 반전·반미 물결 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과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등은 이날 오후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류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이들은 민중연대 오종렬 공동대표,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회원·직장인·대학생·네티즌 등 3000여명이 이날 밤 8시부터 1시간30분 남짓 광화문우체국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촛불집회를 가졌다.22일 오후에는 1만명 이상의 시민이 종로 일대에서 대규모 반전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요르단에 체류 중인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41) 단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세계 각국의 평화운동가와 함께 요르단·이라크 접경지대로 몰려든 난민 구호 활동과 반전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30여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기독연대’,‘반전평화 불교대책위’ 등 종교계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반전평화 교회여성연대’ 등 여성계도 잇따라 반전 성명을 냈다. 반면 강영훈 전 국무총리,황장엽 탈북자동지회장 등이 참여한 ‘자유통일국민대회’는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동맹국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적극 참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지난 18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공병·의료·수송 등 한국군의 비전투병 파병에 54.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전투병 파병에는 75.6%가 동의하지 않았다. ●테러 대비 비상경계 강화 경찰은 이날 이팔호 경찰청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뒤 미 대사관,미 8군,미 상공회의소 등 미국 관련 시설에 26개 중대 3200여명을 배치하는 등 주요 시설 690여곳의 경비를 강화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경찰특공대 소속 장갑차를 여객터미널에 배치하고 외곽초소를 3배로 늘리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폭발물 처리반도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구혜영 유영규 이세영 이두걸기자 koohy@
  • NGO출신 지은희 여성부장관 인터뷰 “여성이 편안하면 사회 행복해져요”

    “욕먹는 것은 겁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니만큼 신념대로 일할 겁니다.” 지은희(池銀姬·55) 신임 여성부 장관은 “‘여성이 행복한 나라’라는 참여정부의 대(對) 여성공약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면서 “이제 그 행복을 실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의욕을 보였다.그의 이력서는 다양한 NGO 경력으로 가득하다.여성단체연합(여연) 6년 대표를 거쳐 정신대대책협의회 상임대표와 총선연대 공동대표,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까지 이 시대 여성·시민운동의 중심에 버티고 서 있었다. 자그마한 키에 웃는 얼굴이지만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설득하는 데에는 ‘이겨낼 장사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다. 그런 그에게 여성부 장관 자리는 운동가로서의 30년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로 보인다.전임 한명숙(韓明淑)장관도 여연 출신이었지만 국회의원을 거친 후 장관이 됐다면, 지 장관은 현장에서 곧바로 행정부로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NGO에서 내던 큰 목소리로 행정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하는 우려에 대해서 “관행을따르지는 않는다.NGO의 역할에 행정부의 역할을 조화시킨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고 물러서지 않는 원칙론으로 답했다. ●올해는 호주제 폐지의 해 출범 3년을 맞은 여성부의 최대 현안은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압축된다.이에 대해 지 장관은 확신에 차 있었다. 호주제 폐지의 당위론이 무르익고 있고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호주제 폐지를 공언하고 나선 만큼 제도로서의 개선이야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호주제가 헌법의 평등권 보장과 인권이념에 반한다는 것이 현재 진행중인 위헌소송에서 밝혀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의 부당함을 알게될 겁니다.” “일부에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제도가 해체된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호주제를 폐지해야 가족 관계가 주종에서 민주적으로 바뀝니다.가족 제도가 해체된다는 것도 과잉 반응이고요.” 이어 양성평등한 사회의 실현에 가상공포와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성이 행복한 사회가 바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임을 이해시키는 과정에힘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우선 제도가 바뀌면 획기적인 의식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성매매방지법,원칙을 지켜야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앞두고 첨예하게 맞선 여성단체의 원칙론과 현실에 기초한 일련의 협상론은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아직 조율되지 않은 상태다.현실을 인정한다는 것,그것이야말로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지 장관에게 향후 성매매방지법안의 제정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이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다.”고 입을 연 그는 성매매산업,즉 여성의 신체를 사고파는 행위에 어떤 ‘절충’이 필요한가고 되물었다. “원칙이 무너지면 일을 해결할 근거가 없다.”며 항간의 “일정지역 집촌을 허용해야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앞세운 주장을 일축했다. “지나친 원칙론은 현실성이 없지 않으냐.”고 지적하자 그는 “성매매는 부부간,남녀간 불신을 심화시키고 결혼생활,가족생활의 근간까지 뒤흔든다.”면서 “성매매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을 지키는 장관되겠다 지 장관은 NGO출신답게 “현장에 있겠다.”고 했다.“소외계층 여성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하겠습니다.” 국민이 정책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운용·실행으로 정책을 평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책상 앞에서 평가받으려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동양시멘트공업의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어린 여공들의 열악한 현실을 처음 보게 됐고 사회의식에 눈떴다는 그는 비정규직 여성과 노동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여성근로자의 공통된 고민인 보육문제와 관련, “보육이 어떻게 여성만의 문제입니까?”라고 되물으며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그러나 120명의 초미니 부처인 여성부의 몸집을 보육과 청소년업무까지 더해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정부조직법 개정 여부는 사실상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진 상태니 서둘러 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여성부의 존재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면, 장관급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시작되고 청와대 기획팀 중 양성평등 TF팀이 가동되는 올해야 말로 이 나라 여성의 권익향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허남주기자 yukyung@ ◈남편이 본 지은희장관은 최근 모시고 살았던 친정 아버지의 상을 당한 지 장관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일요일인 지난 2일 아침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울 상도동 아파트를 찾았다. 자택 위치를 구체적으로 묻는 전화 통화에서 장관은 “그 사람,등산가고 없을 거예요.”라며 남편과 접촉하는 것을 꺼렸다.그래서 약속시간보다 조금 서둘러 방문했더니 문을 열고 맞아준 사람이 남편 주영길(55·국민건강보험 관리공단 상임이사)씨였다.주스를 따라주며 대접한 사람도 주씨가 됐다.장관이 먼저 컵에 주스를 따르려고 했으나 능숙하지 않은 살림솜씨를 증명이라도 하듯 쏟았기 때문이다.그는 “나 살림 잘 못해요.”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한참동안의 인터뷰를 끝내고 아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남편 주씨는 선뜻 “강하기보다는 오히려 심약할 만큼 마음이 약하고,다정다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대가 세고,자기주장이 강하고 너무 똑똑한 여자하고 살아서 피곤하겠다.”는 주위의 편견에 대해 평소 웃고 말았지만 이제 할 말을 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선 것 같았다.어쩌면 여성운동가 출신의 장관에게 느끼는 거부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배려같기도 했다. 친구의 약혼식장에서 처음 만나 “여성운동을 계속하고,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방적인 선언에 동의하고,결혼식에 나란히 입장하는 등 파격을 수용하며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주씨가 ‘가장’이 아닌 ‘동지’가 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단다.“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실천은 어렵게 마련”이라면서 “아내의 오랜 설득작전에 의해서 가능해졌다.”고 웃음을 보탰다.요즈음 주씨는 청소기를 돌리고,빨리 귀가한 사람으로서 저녁준비도 곧잘 해내는 ‘앞선 사람(?)’이 됐다. 주씨는 “사회운동하는 아내를 잘 받쳐주려면 남편이 경제력이 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빠듯한 월급쟁이 생활이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는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외동딸 해연(22)양이 있다.“아내의 가정교육 원칙은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이에요.‘착한 아기,예쁜 아기∼’라는 자장가까지 ‘굳센 아이,힘찬 아이∼’로 바꿔 불렀을 정도로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지요.” 허남주기자
  • 이윤택式 신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개봉박두

    굿·마당극을 도입한 연극,고전극을 새롭게 해석한 뮤지컬,연극 ‘오구’의 영화화….끝없는 실험으로 ‘문화 게릴라’라는 별칭이 붙은 연출가 이윤택이 올해는 신파극으로 포문을 연다.작품은 1930년대 동양극장에서 초연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이윤택까지 돈벌이에 나선 건 아니냐고?걱정할 필요는 없다.해마다 겨울이면 고정 레퍼토리로 올라가는 방송3사의 신파극에 불만을 품고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니까. 사실 이씨는 ‘사랑에…’를 95년에 무대에 올린 바 있다.최근 상업주의 신파극의 인기가 절정에 다다르자 “올해를 한국 대중극 복원의 해로 삼겠다.”며 8년 만에 다시 나선 것.그는 “요즘의 신파극은 유형적 인물,상투적 대사,판에 박힌 사건 전개로 개연성 없는 웃음과 눈물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최근 ‘연극작업-한국 근대 대중극의 이해’라는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올릴 ‘사랑에…’는 뭐가 다를까.큰 줄거리만 보면 보통의 신파극과 크게 다르지 않다.부모를 여의고 오빠의 학비를 대기 위해 기생노릇을 하는 홍도.홍도를 사랑하는 대감집 아들 광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여성인 약혼녀 혜숙 대신 홍도와 결혼한다.하지만 광호가 중국으로 유학을 간 사이 홍도는 부정한 여자로 오해를 받고,친정으로 쫓겨난다.억울한 누명을 견디다 못한 홍도는 혜숙을 찌르게 되는데…. 여느 신파극 못지않게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내용이지만 인물 하나하나를 분석해보면 만만치 않다.낭만적인 허위의식에 갇혀 있는 지식인 광호,근대의 탈을 쓴 구체제의 유산계급 혜숙,조선시대 춘향의 현신인 홍도 등 한국 근대식민사회의 구조와 계급의식이 한겹한겹 쌓여 있는 것.이윤택은 이 작품을 “근대화를 맞이하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주면서 사회의식을 눈물과 웃음이라는 대중성으로 표현한 근대극의 고전”이라고 평했다. 무대 위에서 이 내용은 한국 근대 대중극이라는 옷을 입는다.감정 과잉의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아닌 절제된 양식화를 살려내겠다는 것이 연출 의도.높은 톤이지만 맑고 품위있는 화술을 구사하고,캉캉춤·차력·마술·불쇼 등 다양한막간극도 그대로 선보인다.특히 노년층 관객들에게는 ‘홍도야 울지마라’ ‘애수의 소야곡’ 등 18곡의 흘러간 가요를 듣는 재미가 쏠쏠할 듯. 배우는 대부분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변사 및 시아버지 역으로 탤런트 전성환씨가 무대에 서며,50년대 백조가극단에서 활동한 원희옥 여사도 특별 출연한다.한편 이윤택은 9월쯤 대중극 ‘명동 블루스’를 또다시 선보일 예정이다.새달 1∼23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02)790-6295. 김소연기자
  • 새영화/캐치 미 이프 유 캔

    ‘나 잡아 봐라~’.우리 말로 표현하면 더 그럼직한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24일 개봉)은 제목 그대로 희대의 사기꾼과 FBI요원의 쫓고쫓기는 상황을 코믹하게 버무린 영화다.그럼 코미디영화냐고? 글쎄,코미디라고 말하기도,아니라고 말하기도 뭣한 영화의 정체를 한꺼풀씩 벗겨보자. ●스필버그·디카프리오·톰 행크스가 만나다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뭇여성의 연인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톰 행크스.셋 가운데 최고로 실력을 발휘한 사람은 단연 디카프리오다.‘길버트 그레이프’의 정신지체아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지는 않을터.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기존 이미지를 흡수하면서도,한층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창가에 매달려 약혼녀에게 훗날을 기약하는 장면에서는 ‘타이타닉’의 비극적 연인이,부모의 이혼으로 충격받는 모습에서는 ‘바스킷볼 다이어리’의 상처받은 영혼이,감옥에 웅크린 그에게선 ‘아이언 마스크’의 버림받은 쌍동이 형제가,어린 나이에도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에서는 ‘토탈 이클립스’의 천재 시인이 겹쳐진다.여기에 시침 뚝 떼고 FBI요원을 농락하는 대담함을 보탰다. ‘A.I.’‘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음울한 미래세계를 조명해 온 스필버그는 이번에 1960년대로 시선을 돌렸다.예전 영화보다 발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허를 찌르는 긴박감을 기대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그보다는 가족드라마를 강조해 감동을 노렸다.행크스는 정 많은 FBI요원을 무리 없이 소화했지만 ‘로드 투 퍼디션’의 카리스마에는 못 미친다. ●조종사·의사·변호사… 이만한 사기꾼이 있을까 실화 속 주인공인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전학 첫날 교사로 위장,감쪽같이 학생들을 속인 타고난 사기꾼.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한 뒤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선다.조종사로 위장해 모든 항공 노선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물론,수표를 위조해 140만달러를 가로챈다.FBI요원인 칼 핸러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의사에서 변호사로 점점 대담한 위장술을 펼친다.현장을 덮친 FBI요원에게 비밀정보국 요원인 척 선수를 치며 빠져나가고,매력적인 매너로 여성들을 홀려 정보를 빼내는 등 17세 청년이 그럴싸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은 우선 웃기고 재미있다.게다가 중절모에 검은 양복을 입고 신분증을 거꾸로 보이는 어수룩한 FBI요원의 모습은 추리극임에도 코믹한 분위기를 더한다. ●역시 중심은 가족… 증발한 60년대 하지만 스필버그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중심축은 가족이다.프랭크가 사기꾼이 된 건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에게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그는 약혼녀의 단란한 가정을 보고 정착을 꿈꾼다.역시 이혼한 뒤 혼자가 된 칼은 아버지처럼 프랭크를 감싼다.일그러진 가족을 가진 인물이 서로를 돕는다는 설정은,이제는 식상한 느낌마저 준다. 아직은 따뜻함과 어리숙함이 살아 있는 ‘순수의 시대’로서 60년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쾌하다.최근 한국영화의 젊은 감독들이 80년대를 향수 어린 시선으로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6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스필버그는 “그 때가 좋았지.”라며 핑크빛 조명으로 그 시기를 비추는 것. 칼에게 프랭크의 아버지는 “아들은 베트남에서 빨갱이와 싸운다.”며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베트남전과 반전운동으로 얼룩진 60년대는 그렇게 농담처럼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될 뿐.그보다는 금발을 휘날리는 스튜어디스와 의젓하게 걸어가는 조종사의 풍경으로 스필버그는 60년대를 기억한다.그것이 시대의 사회성을 담은 영화를 결코 만들 수 없는 그의 한계다.하지만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김소연기자 purple@
  • ‘천년호’ 중국 촬영지서 만난 정 준 호

    중국 저장성(浙江省)항저우(杭州)근교의 린안(臨安)에서도 다시 버스로 30여분 들어간 오지.수삼목(水森木)이 빼곡한 숲 속은 오후 7시가 넘어 캄캄한데,어디서 걸음했는지 몰려든 구경꾼들로 영하의 밤공기는 도리어 열기로 들떴다. 중국 올로케로 진행되는 영화 ‘천년호(千年湖)’(제작 한맥영화사)의 지난 11일 촬영현장이다.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은 나목들 사이로 25m 높이의 크레인이 괴물처럼 버티고 섰다.“자,동시녹음 들어갑니다.소리내지 마세요.”“안징(安靜)!”“준베이(準備)!”“이,얼,싼!(하나,둘,셋)” 크레인에 매달린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요괴 여인이 바람소리를 내며 적막을 깬다.형광조명 아래 피로 물든 흰 옷자락에,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스모그(연기)가 너무 많아! 감독님,앞이 안 보여 말을 달릴 수가 없어요!” 저쪽 뒤로 칼 찬 장군 차림새의 정준호(34)가 말에 올라탄 채 소리지른다.요괴로 변한 약혼녀를 지키려고 뒤쫓는 병사와 대치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대목.근 두시간째 같은 장면을 찍으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큐사인이 들어오기 전에는 스태프 몫까지 척척 해낸다.“(가까이 다가온 구경꾼들에게)카메라 프레임 안에 걸리면 NG나요.저쪽으로 더 물러서세요.” ‘천년호’는 9세기 말 신라 진성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 멜로.1960년대의 신상옥 감독 작품 ‘백발마녀전’에서 모티브를 따와 판타지·호러 장르 등을 두루 걸쳤다.‘두사부일체’‘가문의 영광’의 잇단 흥행 성공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정준호는 진성여왕(김혜리)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장군 비하랑 역을 맡았다.정혼녀 자운비(김효진)가 여왕의 질투로 죽은 뒤 악령에 씌어 되살아나자,나라를 지키고자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저울질해야 하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3년 전엔 ‘아나키스트’를 중국에서 찍었어요.그러니까 중국 올로케 영화를 두번이나 찍은 배우는 국내에서 제가 처음일 겁니다.이곳에 온 지 벌써 넉달이 됐는데요,소문만 요란한 블록버스터보다는 속이 꽉찬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감이 넘친다.‘비천무’‘무사’등 중국 로케로 찍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한 이전의 무협극들과의 분명한 차별선언이기도 하다.“판타지 무협은 기본이고 멜로에 호러까지 가미됐다.”면서 “올 여름 극장가에서 틀림없이 좋은 반응을 얻어낼 것”이라고 웃는다. 중국에서 영화를 찍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코미디 영화로 승승장구하다 액션,그것도 무협 쪽으로 갑작스레 장르전환을 선언하고는 준비도 단단히 했다.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정두홍 액션스쿨을 다니며 격투기를,한국검예도 관장에게서는 무술 기본기를 각각 익혔다.말타는 솜씨도 보통이 넘는다.촬영 한달전 한국에선 화랑대·뚝섬 등지에서 구보 정도만 하던 실력이 이젠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게 됐다. 영화 자랑이 끝이 없다.“다양한 분위기의 액션이 조화를 이룰 겁니다.극중 자운비는 공중을 훨훨 나는 와이어 액션으로 판타지를 줄 것이고,제가 맡은 비하랑은 정통무술을 위주로 철저히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일 것이고.” 처음 시나리오에는 비하랑도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구사하기로 돼 있었으나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그가 사실적인 액션을 적극 권유했단다. 1995년MBC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발을 들였으니 올해로 연예계 데뷔 9년째.따지고 보면 한두 작품으로 떠오른 반짝스타가 아니다.영화 데뷔작인 ‘1818’에서 ‘아나키스트’‘흑수선’‘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하얀 방’등 다양한 장르를 거치며 연기의 폭을 넓혀왔다.그런 자신감에서일까.알고 봤더니 상대 여배우 캐스팅에까지도 깊이 간여했다.처음 자운비 역에 뮤직비디오를 함께 찍은 김민정을 추천한 것도,김민정이 발목 부상으로 하차한 뒤 다시 김효진을 추천한 것도 그다.둘 모두 뮤직비디오 등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이다. 새 영화로 상복도 누려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상이야 설경구씨가 많이 타지 않느냐?”고 농담하며 크게 웃는다.마음에 세운 새 계획은 따로 있다.“지난해 마지막 날에 차인표·박상원 선배 부부와 망년회를 했어요.저만 혼자였는데,무지 부럽더라고요.좋은 사람 만나 장가도 들고 애도 낳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항저우(중국) 황수정특파원 sjh@
  • 뮤지컬 리뷰/’아가씨와 건달들’

    국내에서 초연된 지 20년이 지난 ‘아가씨와 건달들’이 여전히 팬들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아가씨…’은 해마다 계속되는 공연의 식상함을 깨려고 애쓴 흔적이 다분히 보이는 무대였다. 1970년대 브로드웨이 거리가 원작의 배경이지만,이번 공연은 요즘 관객의 취향에 맞춰 고층빌딩이 즐비한 현대식 거리로 무대를 옮겼다.의상 역시 색색의 화려함을 살렸다. 나산은 나이트클럽 가수 아들레이드와 약혼한 사이지만 도박에 빠져 14년째 결혼을 미룬 상태.급기야 파산에 이른 그는 도박장소를 빌릴 돈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다,모든 여자에 자신만만한 스카이에게 내기를 건다.내기의 내용은 구세군 선교사 아가씨 사라를 아바나까지 데려가는 것.이어 스카이와 사라,나산과 아들레이드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이 시작된다.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관계를 코믹하게 버무린 줄거리 덕에 무대를 현대식으로 바꿔도 큰 무리는 없었지만,공연 자체는 그다지 발랄하지 않았다.연기도 ‘오버’하는 부분이 거의 없이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따른 편.단지 재미만을 바란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공연이었다. 지난해를 비롯,최근 공연에서 TV스타를 기용해 다소 ‘날림’으로 무대에 올린 데 실망한 관객에게는,모처럼 정통 뮤지컬로 ‘아가씨…’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서울시뮤지컬단 배우들의 잘 다듬어진 노래·춤 솜씨와 남경주·박철호 등 뮤지컬 스타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볼 만했다.특히 아들레이드 역을 맡은 전수경의 깜찍하면서도 어벙한 연기와 목소리의 완급조절은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준비부족 때문이다.첫 날 첫 공연을 본 탓인지 많은 실수가 눈에 띄었다.세트 전환과 연기·음악 사이에 타이밍이 맞지 않는 장면도 여럿 있어,겨울방학용 기획상품으로 후다닥 만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13일까지 오후 4시·7시30분(12일 오후 3시·6시30분).(02)522-2035. 김소연기자
  • 남한서 첫 대선투표 탈북자 정용·최은실 부부

    “대한민국 유권자로서 나라님을 뽑는 선거에 처음 참여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1997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정용(鄭龍·32·서울 송파구 거여2동)씨는 19일 오전 부인 최은실(崔恩實·30),장인 최진성(崔進成·57)씨의 손을 잡고집 근처 거원초등학교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이어 이날 밤늦게까지 온 가족이 집에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정씨는 “투표소에서 어떤 후보를 찍을지,어떤 정책이 가슴에 와 닿았는지등에 대해 가족끼리 얘기를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면서 “서민을 위해일하고 대등한 관계로 남북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북한에서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키웠던 정씨는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도착한 뒤 지난 2000년 약혼자였던 최씨의 가족이 뒤따라 탈북,남한에 들어오자곧바로 결혼식을 치렀다. 탈북자 보호기관에 있었던 97년 대선 당시에는 남한 주민으로서 신분증이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연세대에 입학해 러시아문학을 전공하다 현재 러시아에 유학중인정씨는 8개월된 첫딸 은아를 보기 위해 잠시 귀국한 상태다. 아내 최씨는 “북한에서는 선거하는 날 꽹과리도 치고 가창대까지 나서는등 온통 잔치 분위기”라면서 “남한은 선거운동 할 때는 한껏 들떠 있다가막상 투표 당일이 되면 너무 조용하고 썰렁하다.”고 말했다.투표일을 휴일로 정하는 등 남한 사회의 투표 문화가 아직은 낯설다는 말도 했다. 정씨는 “주권국가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지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요즘 들어 느낀다.”면서 “새 대통령이 하루빨리 통일을 앞당기고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글래디에이터’ 주연 러셀 크로 약혼

    (시드니 AP DPA 연합)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러셀 크로(38)가 오래 전부터 사귀어온 여자친구 대니얼 스펜서와 결혼할 것이라고 그의 대변인이 14일 밝혔다. 웬디 데이 대변인은 “크로가 스펜서와의 약혼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으나 결혼 날짜와 장소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새영화/’H’-연쇄살인범 쫓는 베테랑 여형사

    이종혁 감독의 데뷔작 ‘H’(제작 봄영화사·19일 개봉)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형사스릴러물이다.한밤의 쓰레기매립장에서는 임신한 여고생,달리는버스 안에선 만삭의 여자가 처참히 살해된 채 발견된다.강력반의 베테랑 여형사 미연(염정아)과 신출내기 강형사(지진희)가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극의 단서를 캐나간다. 안방극장을 벗어나 스크린에서는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염정아의 얼음장처럼 냉정한 연기,TV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등에서 참신한 외모로 급부상한 지진희의 다혈질 캐릭터가 먼저 눈에 띈다.시체의 일부가 뚝뚝 잘린 섬뜩한 장면들로 스릴러의 색깔을 여지없이 드러낸 영화는,이내 살인범을 추적하는 지능게임에 들어간다.사건이 사형수인 신현(조승우)의 1년전 범행 수법과 똑같아 두 형사는 그에게 혐의를 두지만,취조 때마다 그의 선문답 같은 이야기에 혼돈만 더할 뿐이다. 감옥 안에 앉아 살인을 전염시키는 듯한 신현의 악마적 이미지는 한국영화에서는 낯선 캐릭터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규모 있는 스릴러물이 되기엔 함량미달이다.시나리오가 관객의 지능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건 무엇보다 큰 결점.성 쾌락주의나 생명경시 등에 일침을 놓으려는 주제어는 또렷한데,주제를 더듬어가는 과정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낸다.형사였던 미연의 약혼자가 신현의 사건을 처리하던 중 자살한 이유,덮어놓고 신현을 감싸는 정신과 의사의 모습 등은 비약이 지나치다. 황수정기자
  • 문학사상사 올해 문학상 받은 재미작가 오정은 “이민생활 정체성 찾으려 소설 몰입”

    “날지 못하는 펭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 고뇌하는 교포들의 갈망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올해 장편소설 문학상은 의외로 ‘펭귄의 날개’(문학사상사)를 쓴 재미교포 여류작가 오정은(36)씨에게 돌아갔다.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신진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는 “따로 소설수업은 받지 않았으며,한국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주변에서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15살 나던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뉴욕 폴리테크닉 공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는,엔지니어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시상식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영어 산문을 쓴 적은 있으나 소설은 이번 수상작이 첫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모국어를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끈질기게 소설문학을 천착,국내의 기성작가들도 다다르지 못한 장편소설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쁘다.언어와 관습이 다른 미국에서 힘겹게 글을 쓰는 제게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것은 국내 신진 작가들이 대부분 시류에 반한다며 애써 기피하거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인 장편소설에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했다는 점.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교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려한 문장으로 완화시킨,강렬하고 은밀한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을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소설의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교포 2세여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미국적 정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웠다.”는 오씨는 “그동안 많이 달라진 한글 맞춤법과 부쩍 늘어난 외래어를 소화하기도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속 주인공인 한국인 2세 예리는 탁월한 실력으로 미국 사회에서도 촉망받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열정과 열망은 ‘펭귄 콤플렉스’(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바뀌고,이런 혼란 중에 약혼자가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이런 왜곡된 상황 속에서 예리는 점차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고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간다. 오씨는 자전적 소설이냐는 물음에 직답은 피했지만,그에게도 ‘펭귄 콤플렉스’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없지 않을까.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 편견이 덜한 나라”라는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백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피부색까지 같을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어쩔 수 없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활하는 동부보다 중·서부 쪽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그는 “아직도 KKK단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생활이 직접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에 집착하고 또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를 갓 지나면서 한차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으며,이것이 문학으로 몰입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털어놨다.“그냥 살면 괜찮은 삶인데도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문학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기쁘다.”고 말하는 그다. 오씨는 “직장 때문에 주로 밤시간을 토막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남편도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줘 가정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가서는 자아발견을 다룬 단편을 써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펭귄의 날개는 ‘절망’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 날개에서 ‘희망’을 본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펭귄은 새지만 펭귄이기에 날지 못한다.하지만 펭귄은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거센 물결을 헤치고,빙하 위로 미끄러지며 남극을 가로지른다.매년 두 달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짝을 찾아 다시 남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펭귄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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