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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호’ 중국 촬영지서 만난 정 준 호

    중국 저장성(浙江省)항저우(杭州)근교의 린안(臨安)에서도 다시 버스로 30여분 들어간 오지.수삼목(水森木)이 빼곡한 숲 속은 오후 7시가 넘어 캄캄한데,어디서 걸음했는지 몰려든 구경꾼들로 영하의 밤공기는 도리어 열기로 들떴다. 중국 올로케로 진행되는 영화 ‘천년호(千年湖)’(제작 한맥영화사)의 지난 11일 촬영현장이다.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은 나목들 사이로 25m 높이의 크레인이 괴물처럼 버티고 섰다.“자,동시녹음 들어갑니다.소리내지 마세요.”“안징(安靜)!”“준베이(準備)!”“이,얼,싼!(하나,둘,셋)” 크레인에 매달린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요괴 여인이 바람소리를 내며 적막을 깬다.형광조명 아래 피로 물든 흰 옷자락에,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스모그(연기)가 너무 많아! 감독님,앞이 안 보여 말을 달릴 수가 없어요!” 저쪽 뒤로 칼 찬 장군 차림새의 정준호(34)가 말에 올라탄 채 소리지른다.요괴로 변한 약혼녀를 지키려고 뒤쫓는 병사와 대치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대목.근 두시간째 같은 장면을 찍으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큐사인이 들어오기 전에는 스태프 몫까지 척척 해낸다.“(가까이 다가온 구경꾼들에게)카메라 프레임 안에 걸리면 NG나요.저쪽으로 더 물러서세요.” ‘천년호’는 9세기 말 신라 진성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 멜로.1960년대의 신상옥 감독 작품 ‘백발마녀전’에서 모티브를 따와 판타지·호러 장르 등을 두루 걸쳤다.‘두사부일체’‘가문의 영광’의 잇단 흥행 성공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정준호는 진성여왕(김혜리)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장군 비하랑 역을 맡았다.정혼녀 자운비(김효진)가 여왕의 질투로 죽은 뒤 악령에 씌어 되살아나자,나라를 지키고자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저울질해야 하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3년 전엔 ‘아나키스트’를 중국에서 찍었어요.그러니까 중국 올로케 영화를 두번이나 찍은 배우는 국내에서 제가 처음일 겁니다.이곳에 온 지 벌써 넉달이 됐는데요,소문만 요란한 블록버스터보다는 속이 꽉찬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감이 넘친다.‘비천무’‘무사’등 중국 로케로 찍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한 이전의 무협극들과의 분명한 차별선언이기도 하다.“판타지 무협은 기본이고 멜로에 호러까지 가미됐다.”면서 “올 여름 극장가에서 틀림없이 좋은 반응을 얻어낼 것”이라고 웃는다. 중국에서 영화를 찍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코미디 영화로 승승장구하다 액션,그것도 무협 쪽으로 갑작스레 장르전환을 선언하고는 준비도 단단히 했다.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정두홍 액션스쿨을 다니며 격투기를,한국검예도 관장에게서는 무술 기본기를 각각 익혔다.말타는 솜씨도 보통이 넘는다.촬영 한달전 한국에선 화랑대·뚝섬 등지에서 구보 정도만 하던 실력이 이젠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게 됐다. 영화 자랑이 끝이 없다.“다양한 분위기의 액션이 조화를 이룰 겁니다.극중 자운비는 공중을 훨훨 나는 와이어 액션으로 판타지를 줄 것이고,제가 맡은 비하랑은 정통무술을 위주로 철저히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일 것이고.” 처음 시나리오에는 비하랑도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구사하기로 돼 있었으나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그가 사실적인 액션을 적극 권유했단다. 1995년MBC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발을 들였으니 올해로 연예계 데뷔 9년째.따지고 보면 한두 작품으로 떠오른 반짝스타가 아니다.영화 데뷔작인 ‘1818’에서 ‘아나키스트’‘흑수선’‘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하얀 방’등 다양한 장르를 거치며 연기의 폭을 넓혀왔다.그런 자신감에서일까.알고 봤더니 상대 여배우 캐스팅에까지도 깊이 간여했다.처음 자운비 역에 뮤직비디오를 함께 찍은 김민정을 추천한 것도,김민정이 발목 부상으로 하차한 뒤 다시 김효진을 추천한 것도 그다.둘 모두 뮤직비디오 등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이다. 새 영화로 상복도 누려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상이야 설경구씨가 많이 타지 않느냐?”고 농담하며 크게 웃는다.마음에 세운 새 계획은 따로 있다.“지난해 마지막 날에 차인표·박상원 선배 부부와 망년회를 했어요.저만 혼자였는데,무지 부럽더라고요.좋은 사람 만나 장가도 들고 애도 낳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항저우(중국) 황수정특파원 sjh@
  • 뮤지컬 리뷰/’아가씨와 건달들’

    국내에서 초연된 지 20년이 지난 ‘아가씨와 건달들’이 여전히 팬들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아가씨…’은 해마다 계속되는 공연의 식상함을 깨려고 애쓴 흔적이 다분히 보이는 무대였다. 1970년대 브로드웨이 거리가 원작의 배경이지만,이번 공연은 요즘 관객의 취향에 맞춰 고층빌딩이 즐비한 현대식 거리로 무대를 옮겼다.의상 역시 색색의 화려함을 살렸다. 나산은 나이트클럽 가수 아들레이드와 약혼한 사이지만 도박에 빠져 14년째 결혼을 미룬 상태.급기야 파산에 이른 그는 도박장소를 빌릴 돈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다,모든 여자에 자신만만한 스카이에게 내기를 건다.내기의 내용은 구세군 선교사 아가씨 사라를 아바나까지 데려가는 것.이어 스카이와 사라,나산과 아들레이드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이 시작된다.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관계를 코믹하게 버무린 줄거리 덕에 무대를 현대식으로 바꿔도 큰 무리는 없었지만,공연 자체는 그다지 발랄하지 않았다.연기도 ‘오버’하는 부분이 거의 없이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따른 편.단지 재미만을 바란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공연이었다. 지난해를 비롯,최근 공연에서 TV스타를 기용해 다소 ‘날림’으로 무대에 올린 데 실망한 관객에게는,모처럼 정통 뮤지컬로 ‘아가씨…’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서울시뮤지컬단 배우들의 잘 다듬어진 노래·춤 솜씨와 남경주·박철호 등 뮤지컬 스타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볼 만했다.특히 아들레이드 역을 맡은 전수경의 깜찍하면서도 어벙한 연기와 목소리의 완급조절은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준비부족 때문이다.첫 날 첫 공연을 본 탓인지 많은 실수가 눈에 띄었다.세트 전환과 연기·음악 사이에 타이밍이 맞지 않는 장면도 여럿 있어,겨울방학용 기획상품으로 후다닥 만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13일까지 오후 4시·7시30분(12일 오후 3시·6시30분).(02)522-2035. 김소연기자
  • 남한서 첫 대선투표 탈북자 정용·최은실 부부

    “대한민국 유권자로서 나라님을 뽑는 선거에 처음 참여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1997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정용(鄭龍·32·서울 송파구 거여2동)씨는 19일 오전 부인 최은실(崔恩實·30),장인 최진성(崔進成·57)씨의 손을 잡고집 근처 거원초등학교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이어 이날 밤늦게까지 온 가족이 집에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정씨는 “투표소에서 어떤 후보를 찍을지,어떤 정책이 가슴에 와 닿았는지등에 대해 가족끼리 얘기를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면서 “서민을 위해일하고 대등한 관계로 남북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북한에서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키웠던 정씨는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도착한 뒤 지난 2000년 약혼자였던 최씨의 가족이 뒤따라 탈북,남한에 들어오자곧바로 결혼식을 치렀다. 탈북자 보호기관에 있었던 97년 대선 당시에는 남한 주민으로서 신분증이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연세대에 입학해 러시아문학을 전공하다 현재 러시아에 유학중인정씨는 8개월된 첫딸 은아를 보기 위해 잠시 귀국한 상태다. 아내 최씨는 “북한에서는 선거하는 날 꽹과리도 치고 가창대까지 나서는등 온통 잔치 분위기”라면서 “남한은 선거운동 할 때는 한껏 들떠 있다가막상 투표 당일이 되면 너무 조용하고 썰렁하다.”고 말했다.투표일을 휴일로 정하는 등 남한 사회의 투표 문화가 아직은 낯설다는 말도 했다. 정씨는 “주권국가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지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요즘 들어 느낀다.”면서 “새 대통령이 하루빨리 통일을 앞당기고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글래디에이터’ 주연 러셀 크로 약혼

    (시드니 AP DPA 연합)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러셀 크로(38)가 오래 전부터 사귀어온 여자친구 대니얼 스펜서와 결혼할 것이라고 그의 대변인이 14일 밝혔다. 웬디 데이 대변인은 “크로가 스펜서와의 약혼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으나 결혼 날짜와 장소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새영화/’H’-연쇄살인범 쫓는 베테랑 여형사

    이종혁 감독의 데뷔작 ‘H’(제작 봄영화사·19일 개봉)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형사스릴러물이다.한밤의 쓰레기매립장에서는 임신한 여고생,달리는버스 안에선 만삭의 여자가 처참히 살해된 채 발견된다.강력반의 베테랑 여형사 미연(염정아)과 신출내기 강형사(지진희)가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극의 단서를 캐나간다. 안방극장을 벗어나 스크린에서는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염정아의 얼음장처럼 냉정한 연기,TV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등에서 참신한 외모로 급부상한 지진희의 다혈질 캐릭터가 먼저 눈에 띈다.시체의 일부가 뚝뚝 잘린 섬뜩한 장면들로 스릴러의 색깔을 여지없이 드러낸 영화는,이내 살인범을 추적하는 지능게임에 들어간다.사건이 사형수인 신현(조승우)의 1년전 범행 수법과 똑같아 두 형사는 그에게 혐의를 두지만,취조 때마다 그의 선문답 같은 이야기에 혼돈만 더할 뿐이다. 감옥 안에 앉아 살인을 전염시키는 듯한 신현의 악마적 이미지는 한국영화에서는 낯선 캐릭터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규모 있는 스릴러물이 되기엔 함량미달이다.시나리오가 관객의 지능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건 무엇보다 큰 결점.성 쾌락주의나 생명경시 등에 일침을 놓으려는 주제어는 또렷한데,주제를 더듬어가는 과정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낸다.형사였던 미연의 약혼자가 신현의 사건을 처리하던 중 자살한 이유,덮어놓고 신현을 감싸는 정신과 의사의 모습 등은 비약이 지나치다. 황수정기자
  • 문학사상사 올해 문학상 받은 재미작가 오정은 “이민생활 정체성 찾으려 소설 몰입”

    “날지 못하는 펭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 고뇌하는 교포들의 갈망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올해 장편소설 문학상은 의외로 ‘펭귄의 날개’(문학사상사)를 쓴 재미교포 여류작가 오정은(36)씨에게 돌아갔다.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신진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는 “따로 소설수업은 받지 않았으며,한국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주변에서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15살 나던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뉴욕 폴리테크닉 공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는,엔지니어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시상식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영어 산문을 쓴 적은 있으나 소설은 이번 수상작이 첫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모국어를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끈질기게 소설문학을 천착,국내의 기성작가들도 다다르지 못한 장편소설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쁘다.언어와 관습이 다른 미국에서 힘겹게 글을 쓰는 제게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것은 국내 신진 작가들이 대부분 시류에 반한다며 애써 기피하거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인 장편소설에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했다는 점.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교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려한 문장으로 완화시킨,강렬하고 은밀한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을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소설의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교포 2세여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미국적 정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웠다.”는 오씨는 “그동안 많이 달라진 한글 맞춤법과 부쩍 늘어난 외래어를 소화하기도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속 주인공인 한국인 2세 예리는 탁월한 실력으로 미국 사회에서도 촉망받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열정과 열망은 ‘펭귄 콤플렉스’(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바뀌고,이런 혼란 중에 약혼자가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이런 왜곡된 상황 속에서 예리는 점차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고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간다. 오씨는 자전적 소설이냐는 물음에 직답은 피했지만,그에게도 ‘펭귄 콤플렉스’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없지 않을까.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 편견이 덜한 나라”라는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백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피부색까지 같을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어쩔 수 없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활하는 동부보다 중·서부 쪽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그는 “아직도 KKK단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생활이 직접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에 집착하고 또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를 갓 지나면서 한차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으며,이것이 문학으로 몰입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털어놨다.“그냥 살면 괜찮은 삶인데도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문학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기쁘다.”고 말하는 그다. 오씨는 “직장 때문에 주로 밤시간을 토막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남편도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줘 가정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가서는 자아발견을 다룬 단편을 써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펭귄의 날개는 ‘절망’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 날개에서 ‘희망’을 본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펭귄은 새지만 펭귄이기에 날지 못한다.하지만 펭귄은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거센 물결을 헤치고,빙하 위로 미끄러지며 남극을 가로지른다.매년 두 달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짝을 찾아 다시 남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펭귄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책꽂이/ 카프카의 편지 外

    ●카프카의 편지(프란츠 카프카 지음,변난수·권세훈 옮김)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545통을 모아 엮은 책.편지는 1912년부터 약 5년 동안 쓴 것이다.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작품 구상 등을 담고 있다.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으며,편지에는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일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등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중 한 권.3만원. ●냉소와 매혹(김동식 지음)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의 첫 비평집.데뷔작인 ‘글쓰기의 우울:신경숙론’을 비롯,김영현 윤대녕 이인화 은희경 함정임 배수아 백민석 이영유 등의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문과 작가론을 실었다.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이야기,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김민수 지음)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출강중인 저자가 학생들을 위해 쓴 현대 소설이론 입문서.서사문학의 역사와 소설의 형성,소설의 서사구조와 담론의 양상 등을 정리했다.거름 9500원. ●시 속에 꽃이 피었네(고형렬지음) 창작과 비평사의 시선 기획위원이자 계간 ‘시평’의 주간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50여편의 시를 묶었다.‘고형렬의 시로 읽는 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정읍사’부터 정약용 서산대사 김소월 한용운 백석 한하운 서정주 김수영 고은 김남주 박노해 등의 시세계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바다출판사 9800원. ●저 꽃이 불편하다(박영근 지음) 노동문학에 몰두해온 저자의 다섯번째 시집.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비애,자본주의 사회의 몰가치 등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창작과 비평사 5000원. ●달빛가난(김재진 지음) 소설가이자 명상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가난’과 ‘아버지’ ‘여행' 등을 주제로 기존 작품과 신작시를 엮은 시선집.숨쉬는돌 7000원. ●건건여록의 비밀(이태형 지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극우세력의 음모를 그린 소설.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제때 이토 히로부미 총독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상현 교수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편다.일송-북 전2권 각 8500원. ●시간의 여울(이우환 지음) 일본 모노파(物派) 창시자로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지난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94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것을 최근 다시 번역했다.디자인하우스 1만5000원.
  • [건강칼럼] 잃어버린 치료의 기회

    세상사에서 잃어버린 기회를 다시 돌이키기란 그리 쉽지 않다.병을 치료하는 데도 기회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병에 따라서는 시기가 좀 늦더라도 철저히 다스리면 지체된 치료를 만회할 수 있다.그러나 중대한 병일수록 치료 기회를 잃게 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심장병의 경우 너무 늦게 병원에 오기 때문에 치료에 좋은 시기를 놓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안타까움이라든지,암이 너무 진행돼 온 몸에 암조직이 퍼져 수술도 못해 보는 불행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본다. 물론 병이 너무나 빨리 진행되어 최선을 다하였으나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도 있다.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기본적 건강관리를 잘 하면 치료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31세의 여자환자 S씨가 약혼자와 함께 클리닉을 방문하였다.요즘 들어 숨쉬기가 점점 더 어려워서였다.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크게 활동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1년 전만 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숨이 찬것(호흡곤란)을 처음 실감하기는 약혼자와 데이트를 시작한 7∼8개월 전부터이다.약혼자 발걸음에 맞춰 걷다 보니 너무나 숨이 차 자주 쉬어야 했고,언덕길이나 층계를 오를 때면 민망할 정도로 헐떡이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그러나 실내에서 지낼 때는 어려움이 전혀 없으므로 운동하는 데 훈련이 덜 되어 그러려니 생각하였다고.본인은 달갑지 않았으나 점차 심해져 가는 호흡곤란을 보다 못해 약혼자가 그녀를 끌다시피 데리고 온 것이다. 진찰해 보니 S씨는 많이 진행된 선천성 심장병이었다.심실중격결손이라 하여,심장에 있는 4개의 방 중에서 아래쪽에 위치한 2방 사이의 경계벽이 태어날 때부터 메워지지 않고 구멍이 뚫려 있는 병이다.이런 병은 청진기만 대봐도 쉽게 진단되는 병이다.이 병은 아기 때에 수술로 구멍을 막아주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수술로 쉽게 완치되는 병이지만 방치하면 심장이 계속 부담을 받아 결국 기능을 잃게된다.그뿐 아니라 병이 악화해 오른쪽 심장의 압력이 일정 기준을넘으면 수술마저 불가능하다.수술 위험도가 너무 높고 경과도 나쁘기 때문이다. S씨의 상태는 이미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어 있었다.정말 안타까웠다.도와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을 만큼 병이 나빠져 있었다. S씨의 부모를 통해 알아 보니 어렸을 때 소아과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하는병 같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단다.그러나 아이가 자라는데 별 탈이 없고 해서 지나쳤다는 것.잃어버린 치료의 기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S씨의 경우 치료에 대한 권고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는지,듣는 귀가 흘려버렸는지 알기는 어렵다.확실한 것은 이처럼 잃어버린 치료의 기회로 가슴아픈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로 일산백병원 원장
  • [씨줄날줄] 스톡홀름 증후군

    지난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은행 무장강도들이 남녀 4명을 인질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했다.총격전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인질들이 경찰의 구출작전에 협조하기는커녕,경찰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구출된 뒤에는 인질범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했다.한 여성은 약혼자와 파혼하고 인질범과 약혼했다.극한 상황에서 나타난 이같은 이상심리에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74년 미국의 신문왕 상속녀인 패티 허스트는 공생 해방군(SLA)이라는 좌파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됐다.허스트는 납치된 동안 이들의 사상에 매료돼 함께 강도행각을 벌였는가 하면,테러리스트의 아이를 임신해 세상을 놀라게했다.미국 FBI가 다룬 인질사건 중 가장 이상한 변화를 보인 인질피해자로 기록됐다. 페루 좌익반군 투팍아마루혁명운동(MRTA)은 1996년 12월17일 페루의 수도 리마의 일본대사관에서 연회 참석자 500여명을 인질로 잡고 126일 동안 정부군과 대치했다.인질사태가 1주일을 넘기면서 인질들이 인질범들에게 동감하고,일부 석방된 인질들이 인질범에게 기념서명을 요청하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인질의 78%가 인질범들에게 동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리마 증후군’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이같은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올해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다.사창가 깡패 한기(조재현)에게 납치돼 창녀로 전락하면서도 여대생 선화(서원)는 한기와 얽혀진 애증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악의 비극으로 끝난 모스크바 인질사태에서도 진압군보다 인질범 체첸 반군들이 더 인간적이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인질사태 당시 상연된 뮤지컬 ‘노르트-오스트’(동북지방)의 연출자 게오르기 바실리예프는 “여자 인질범들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슬람 교리를 전파할 때 일부 인질들이 감복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그는 특히 “인질범들은 가스가 주입되기 전까지 단 한명의 인질도 살해하지 않았다.”며 ‘인질들이 살해돼 진압작전에 들어갔다.’는 당국의 발표를 정면 부인했다.그의 발언이 스톡홀름 증후군이건 아니건 과잉진압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일요영화/ 추수가 끝난 후에 外

    ◆추수가 끝난 후에(KBS1 오후11시20분) 제레미 포데스와 감독의 2001년작.1920년대 캐나다의 농촌을 배경으로 한 휴먼드라마다.린드 아처는 시골교사로 발령받아 마을유지인 켈럽 겔(샘 셰퍼드)의 집에 묵게 된다.독선적이고 위압적인 가장 켈럽은 가족들을 농사일만 시켜 반감을 사고 있다.자유로운 성격의 린드는 켈럽과 충돌하고 켈럽의 딸 주드(나디아 리츠)도 린드와 합세하는데…. ◆트위스터(OCN 오후10시) 시속 200㎞를 넘는 회오리바람의 향연.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자연의 힘을 화면에 옮겨놓기 위해 세계 3대 SFX업체의 하나인 인트로비전이 특수효과를 맡았다.배우들의 투닥거리는 사랑싸움보다는 시원시원한 회오리바람이 감상포인트. 어린 시절 회오리바람에 아버지를 잃은 조는 회오리바람 예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조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였던 빌은 약혼녀 멜리사와 함께 조의 연구팀을 뒤따르는데…. ◆닥터 봉(SBS 오후11시40분) 홀아비 치과의사와 노처녀의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그린 로맨틱코미디.제1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김혜수)과 최고흥행상(37만명),제19회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 수상작이다.이광훈 감독의 95년작. 초등학교 1학년 아들 훈을 둔 바람둥이 치과의사 봉준수(한석규).이들이 사는 빌라 아래층에 콧대 센 가요작사가 여진(김혜수)이 이사오면서 만남이 시작된다.여진과 준수는 서로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데 반해,훈과 여진은 동질감을 느끼며 잘 통하는 사이가 된다.결국 훈은 아빠의 바람둥이 버릇을 고치고 여진을 새엄마로 만들기 위한 중매작전을 시작한다. 채수범기자 lokavid@
  • 당한 만큼 앙갚음 ‘복수극’ 뜬다?

    가정을 버린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딸이 손으로 병을 깨고,이를 집어들어 위협한다.아버지로부터 뺨을 맞자 이에 질세라 아버지의 새 부인의 뺨을 두 번 내리친다. 장안의 화제인 MBC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의 한 장면이다.지금까지 전체적인 테두리를 볼 때 이 드라마는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주제로 삼고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위해 배다른 동생의 약혼자를 가로채는 등 자신의 가정을 망가뜨린 사람들에게 똑같은 아픔을 겪도록 하겠다며 복수의 일념을 불태운다.‘너도 얼마나 아픈지 한 번 당해봐라.가정을 버린 주제에 딸을 때려? 내가 맞았으니 넌 더 세게 맞아라.’ 얼핏보면 주인공의 복수에는 나름의 정당성이 있는 듯 비쳐진다. 4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상에서 독주하는 SBS월화극 ‘야인시대’의 모티브도 복수다.김두한은 극중 “독립운동은 반드시 만주에서 싸우는 것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그는 일제로부터 동네 상인을 지키고, 일제와 타협하는 무리를 척결하기 위해 싸운다.주먹세계의 질서를 내세우고 명예까지 따지면서 복수와 폭력을 당당한 사나이의 덕목으로 내세운다. 이처럼 요즘 방송되거나 종영된 인기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복수를 기본 얼개로 삼는 게 많다.SBS드라마 ‘청춘의 덫’에서는 극중 심은하가 “당신을 부숴버리겠어”라며 멋진(?) 복수를 펼쳤고,얼마전 종영된 ‘여인천하’의 강수연도 복수의 화신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한 많은 민족’의 정서에 부합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꼭 ‘당한 만큼 갚아주는 복수극’만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호부호형’을 못해 집을 뛰쳐나간 허준(전광렬)은 의술을 배워 ‘동의보감’을 쓰는 등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하는 것으로 세상에 멋진 복수를 해낸다.중상모략을 일삼는 유도지(김병세)를 포용하고 자신을 첩의 자식으로 낳은 어머니에게 효도로 보은한다.이 드라마의 경우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기본 구도로 설정했으면서도 남을 해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보편적 진리가 묵직한 여운을 남겼었다. “요즘 작가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쓰면 안된다.'고 했던 종류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어요.시청률에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가인 저도 요즘 같은 풍토에서는 그런 드라마를 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후배 작가들은 ‘시청률 공식'만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쓸 작품을 써보겠다.' 는 생각을 가져주길 바랍니다.”‘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씨의 최근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주현진기자 jhj@
  • 토요영화/ 그녀를 위하여 外

    ▲그녀를 위하여(EBS 오후10시)= 직접 쓰고 찍고 연기한 ‘맥멀런가의 형제들’로 1995년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에드워드 번즈의 두번째 장편영화.약혼녀의 배신으로 택시운전수가 돼 거리를 방황하는 미키(에드워드 번즈)는 우연히 차에 올라탄 호프와 하루 만에 결혼한다.한편 일 중독증 환자인 동생 프랜시스(마이크 맥글론)는 아내의 욕망을 방치해 둔 채,동료 헤더(카메론 디아즈)와 바람을 피운다.하지만 헤더가 미키의 옛 약혼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계는 꼬이기 시작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엮어낸 아일랜드계 미국인 형제의 우애,배신,사랑을 통해 인간 관계의 도덕적 모호성을 그려냈다.정곡을 찌르는 유머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성적 농담이 진지한 질문들과 뒤섞인 96년 작품.이후 번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애니 기븐 선데이’‘15분’에 출연,할리우드의 스타배우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15분(KBS2 오후10시50분) = ‘앞으로는 모든 미국인이 15분 안에 유명해질 수 있다.’는 앤디 워홀의 예언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형사버디무비의 형식을 빌려 폭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매스 미디어에 시원한 펀치를 날렸다.우연히 TV에서 자신이 희생자임을 자처하는 살인범을 본 에밀과 올렉은 살인현장을 촬영,방송사에 팔아넘기려는 계획을 세운다.사건 담당인 강력반 형사 에디 플레밍(로버트 데니로)과 방화전문 수사관 조디(에드워드 번즈)는 좌충우돌 끝에 이들의 실체를 알게 되지만,다음 표적은 에디였는데….지난해개봉한 존 허츠펠드 감독의 작품. ▲해리슨 포드의 위트니스(MBC 오후11시15분)= 20세기 폭력사회와 18세기 공동체 문화 사이의 충돌을 스릴러에 담아낸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녹색 카드’‘트루먼 쇼’로 유명한 호주 출신 피터 위어 감독의 85년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男男女女]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최근 한 영화배우의 결혼 공표가 많은 사람들,특히 젊은층에게 화제가 되었다.인기스타인 그가 13살이나 연하인,어리고 조신해 보이는 여대생과 결혼한다는 것이 마냥 부러움을 사는 것 같았다.그러나 인터넷에 약혼녀에 관한 악성 루머가 떠돌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미혼여성 중에는 “그렇게 얌전한 얼굴을 하고는 부뚜막에 먼저 올라갔다지 뭐야.앙큼한 것!”하고 용서할 수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결혼을 연기하네,파혼하네,그래도 결혼을 강행한다네 하고 뒷말이 무성했다.결국 루머를 모른 채 지나치던 사람들조차 “뭐가 문제야.”라고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들여다 보니 악성 루머의 본체는 그녀에게 ‘과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도 처음에는 호기심이 발동해 꼬치꼬치 소문을 캐물었다.하지만 다 듣고나자 “그래서 그게 어쩠다는 거야?”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루머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당사자들이 좋아서 결혼하겠다는데,왜 제3자들이 감놔라 대추 놓아라 참견을 하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루머가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크게 달라질 일이 무언가.인터넷에서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사람들은 아마도 그가 아무 것도 모르고 순진한 얼굴에 속아넘어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사랑하는 사이에 그런 숨김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궁금해진다.또 숨기고 결혼하더라도 뒷일은 결국 두사람이 해결할 과제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면,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은 그녀의 인생뿐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배우의 인생에도 뒷다리를 건 셈이다.그와 약혼녀가,루머의 언저리에서 남겨진 상처를 어떤 마음으로 다스리고 있을지 상상해 보자.우리사회가 인기인의 약혼녀라는 이유로,그의 사생활을 함부로 입질에 올려도 되는 비(非)성숙한 사회라고 느낀다면,그 배우는 ‘대중의 연인’이 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만약에,정말 만약에다.그녀에게 과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그 과거가,20대 초반을 간신히 넘긴 그녀에게 나머지 50∼60년의 인생을 위협받고 포기해야 할 만큼 중대한 과오인지 묻고 싶다.‘어머어마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 ‘훌륭한’상대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그렇게 가증스럽고 용서받지 못할 일인가.혹시 내가 하면 로맨스요,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이중 잣대를 갖고 세상을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요즘은 결혼한 세쌍 중에 한쌍이 이혼하는 시대라고 한다.공개적인 ‘과거’를 가진 남녀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모든 관계를 ‘결벽증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회라면 이 사회에서 이혼 남녀의 재혼은 애당초 불가능해 질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
  • MBC 월화 드라마 ‘현정아 사랑해’ 방영

    MBC는 오는 23일부터 16부작 월화드라마 ‘현정아 사랑해’(오후9시50분)를 방송한다.재벌 아들이 적극적인 사고를 지닌 한 여성에게 감화해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개척하게 된다는 이야기 SBS주말극 ‘유리구두’에서 악녀로 나온 김민선이 독립프로덕션 조연출인 주인공 현정으로 나온다.재벌 3세 범수 역은 1년5개월만에 TV로 돌아온 감우성이 연기한다. 이밖에 현정과 서로 흠모의 정을 느끼는 다큐멘터리 작가 상호 역은 허준호가 맡았다.두 주인공의 신분 차 외에도 현정에 대한 상호의 연정,범수와 그의 약혼녀 수진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안판석PD는 “역경을 딛고 용감하게 제 의지를 관철해 사랑을 지켜가는 청춘 남녀의 모습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 탤런트 변소정 새달 결혼

    탤런트 변소정(32)이 10월 24일 오후 5시 서울역삼동의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 상대는 종합프로모션업체 필인의 이사인 정재열(33)씨로 93년 동료 탤런트의 약혼식 때 처음 만난 뒤 10년째 사랑을 가꿔왔다.변소정은 정씨가 살고 있는 서울 구의동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 [편집자문위원 칼럼] 편견·차별의식 타파 앞장을

    얼마 전 택시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민심을 읽으려면 택시를 타거나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듯이 택시기사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쉴새없이 정치인들과 현 정권을 성토하는 데 열을 올렸다.대부분 공감할 만한 내용인지라 가끔씩 맞장구를 쳐주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기사 아저씨 왈,현 정권이 들어선 후 시행한 수많은 정책 중 가장 불만스러운 것이 여성부 신설이란다.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되고,분단된 반쪽이 또 다시 동서로 나뉘어 지역감정이다,뭐다 해서 삿대질하며 싸우는 것도 꼴불견인데 이제는 남성과 여성조차 대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여성에 대한 차별을 막고,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기본적인 노력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구나하는 생각에 혼자 씁쓸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의 뿌리는 무척이나 깊고 질기다.그리고 또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왜곡되고 재생산된다.이 ‘왜곡된 편견’은 그 전처럼 노골적이지 않아서 우리가 미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7월30일자 대한매일 19면의 ‘난 당당하게 일하고 사랑한다’라는 기사를 보면 ‘(드라마나 문학)작품 속의 여성은 그 시대 여성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맞는 말이다.그리고는 뒤 이어 ‘요즘 드라마 속의 여성들을 살펴보면 이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여주인공들의 예를 드는데,그 예로 든 여성이 다름 아닌 ‘예쁘고 능력있는 것은 기본이고,드럼을 연주하고,살사도 잘 추는 등 재능과 취미를 갖고’ 있으며,심지어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아버지의 새 부인을 괴롭히는가 하면,이복동생의 약혼자를 유혹해 뺏기도 하는 여성이다. 필자가 보기엔 그것이 결코 이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상이 아니다.물론 그 기사는 과거처럼 남편에게 순종하고,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현모양처’형 여성을 아직도 선호하는 ‘고루한’ 남성들에게 ‘이제 세상이 변했으니,너희도 변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그러나,‘예쁘지도 않고 특별한 능력도 없으며,살사도 못 추지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려는 보통의 여성들에게 이런 글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혹시 암암리에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왜곡된 편견을 갖게 하지는 않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편견과 차별이라고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단어가 인종이다. 8월2일자 대한매일 국제면 머릿기사의 제목은 ‘팔,외국인도 무차별 테러’였다.그러나 똑같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생명을 앗아간 행위일지라도,이스라엘군의 무차별 살상행위는 ‘공습’일 뿐이고(7월24일자 9면),팔레스타인인들의 행위는 ‘무차별 테러’로 표현된다.이러한 작은 표현의 차이가 반복되다 보면 독자에게 이스라엘의 살상행위는 군사작전 중에 일어난 ‘있을 수있는’ 일이고,팔레스타인인들은 곧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을 무의식 중에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혹자는 너무 지엽적인 것을 문제삼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앞서 말한 대로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의식은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작지만 강한’ 신문은 이처럼 작게 느껴지는 부분부터 꼼꼼히 되돌아보고 조금씩 바꿔 나갈 때만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재훈(인권.평화 국제연대 상임간사)
  • 드라마속 우리시대 여성 “난 당당하게 일하고 사랑한다”

    ‘교수 부인 오선영은 권태로운 일상을 탈피하고자 사교춤을 배우면서 바람을 핀다.그러나 묵묵히 부인이 돌아와줄 것을 기다리던 남편 정태연 교수도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여성의 춤바람과 불륜을 소재로 다뤄 1950년대 중반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화제작 ‘자유부인’의 줄거리다.당시 포스터에는 ‘당신이 장태연교수라면 아내에 대해 어떤 결정을 지으시겠습니까?’라고 그녀에 대한 단죄 여부를 묻고 있다. 조선시대 ‘춘향전’의 여주인공 춘향이는 변사또의 갖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몽룡을 끝까지 기다리는 일부종사 끝에 해피엔딩의 종말을 맞는다. 이 처럼 작품 속의 여성은 그 시대 여성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요즘 우리 드라마 속의 여성들을 살펴보면 이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상을 발견할 수 있다.능력과 자신감이 확실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삶의 최대 목표는 남자가 아니다. MBC의 일일연속극(월∼금 오후8시20분)‘인어아가씨’의 여주인공 은아리영(장서희)은 TV 연속극을 쓰는유명한 작가. 예쁘고 능력 있는 것은 기본이고,드럼을 연주하고 살사도 잘추는 등 다양한 재능과 취미를 갖고 있다. 가정을 버린 아버지(박근형)에게 복수하려고 이복동생인 은예영(우희진)의 약혼자 이주왕(김성택)을 유혹해 그를 빼앗는 데에도 성공한다. 같은 방송사 월화 드라마(오후9시55분)인 ‘고백’의 영주(정선경)는 동정을 받는 은아리영과 달리 성토의 대상이 되는 ‘악녀’다.유명한 연극배우로 나오는 그녀의 역할은 뻔뻔스럽게 유부남을 뺏는 것이지만 그늘에 숨어사는‘첩’의 신세가 아니다.동규(유인촌)와 결혼하지만 이상적이지 않음을 뒤늦게 깨닫고 결별을 선언,같은 극단의 연출자와 재혼하는 것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SBS의 주말극 ‘그 여자 사람잡네’(토·일 밤8시45분)에서의 상아(한고은)는 남자(김태우)때문에 일을 희생하지 않는 바쁜 커리어우먼.홈쇼핑업체 관리팀장인 그는 일이 바빠 연애편지도 친구 복녀(강성연)가 써주고,유학갔다 돌아온 남자친구 마중도 친구를 대신 보내는 등 항상 일이 우선.그러나 이때문에 친구에게 남자를 빼앗기는 시련을 겪지만 다른 남자를 구하기 보다 자신의 일에 더욱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 연출자는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는 창이라 요즘 당당한 여성들의 삶과 가치관이 투영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드라마의 기본 구도가 인물들의 갈등이라 극중 라이벌 관계에 있는 상대가 여자인 만큼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잘못된 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주현진기자 jhj@
  • 오피니언 중계석/ 여성전화협 한우섭처장 주장

    지난 한해 국내에서는 32만쌍이 결혼하고 13만 5000쌍이 이혼했다.하루 평균결혼·이혼 건수는 977쌍과 370쌍.전년에 대비해 결혼이 4.2% 줄어든 반면,이혼은 12.5%나 늘었다.황혼이혼의 증가치도 놀랍다.IMF이후 결혼한 지 20년넘는 부부가 경제난으로 늘그막에 이혼한 사례는 전체 이혼 건수의 11.3%로,10년전의 3배로 껑충 뛰었다.현재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이혼율은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이다.싫건 좋건 ‘이혼 선진국’이 된 현실에서이혼후 부부의 재산분배,정확히는 여성의 재산권 보호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우리나라가 별산제를 기본으로 부부재산을 나누는 만큼 이혼여성의 재산권은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한국여성의전화연합한우섭 사무처장이 한국여성단체연합 뉴스매거진 ‘Women21’에 최근 올린글 ‘여성의 재산권과 부부재산 공동명의제 운동’을 요약했다. 국내에서 결혼 후에는 부부 재산을 남편 명의로 돌리는 것이 보통이다.아내쪽이 잠재적으로 남편과 자신의 재산을 공유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나라는 별산제를 택했으므로 부부 각자가 결혼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과 결혼 후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 엄연히 명의자의 독립적 소유를 인정한다.즉 부부 중 한쪽 명의로 된 재산은 명의자의 것으로만 인정하고,소유가 분명치 않은 재산만 공유재산으로 보는 것이다.실제로 명의자인 남편이 아내 동의없이 재산을 마음대로 처리해도 재산 절반의 소유권자인 아내쪽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별산제 하에서 대부분의 여성은 예금통장조차 남편명의의 것을 사용한다.가사노동 등을 통해 여성이 재산형성에 기여하는데도 이를 실질적 소유권으로 현실화하는 데는 소극적이다.약혼한 남녀가 결혼후 재산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이혼할 때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미리 약정하는,이른바 ‘부부재산계약’도 여성이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의 하나다.그러나 이용률은 극히 미미하다.현재 여성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제도장치는 1991년 가족법 개정과 함께 시행하는 재산분할 청구권이다.하지만 이역시 이혼을 전제로 신청할수 있는 것이라 결혼생활 중에는 실효가 없다. 여성의 재산권 보호 및 부부재산 공동명의제를 활발하게 시행하려면 몇가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무엇보다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된 재산을 공동명의로 돌리는 데 필요한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액해야 한다.부부가 재산을 분할하거나 공동명의로 돌릴 때에는 실질적 소유자의 형식적인 소유권 변동이므로,과세하지 않아야 함에도 현재 취득세 2%를 물게 돼 있다.등록세도 공유물의 분할 적용을 받아 0.3%의 세율을 적용(131조 1항5호)받아야 함에도 실제로는 3%(131조 1항3호)를 적용한다. 부부공동재산제를 법적으로 도입해 별산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현판례상으로는 혼인기간 중에 부부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실질적인 부부공동재산임을 이미 명백히 하고 있다. 외국의 몇 나라도 부부별산제에 공동재산제의 취지를 혼용한다.영국 미국 등은 혼인중 취득한 재산을 공동소유로 간주,이혼할 때 명의와 관계없이 부부에게 50%씩 분할해 준다.부부 별산제와 공동재산제의 장점을 취합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독일은 혼인중에는 별산제로 관리하고 이혼시에는 공동재산제 요소를 가미,결혼 당시와 이혼시의 재산 증가분을 비교해 배우자 재산 증가분의 절반에 대해 권리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부부명의의 부동산,금융재산 등에 대해 언제든 상호조회가 가능하도록 지방세와 금융실명제법도 개정해야 할 것이다.부부간 재산은닉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여성의 재산권 확보는 결과적으로 여성 가사노동 가치의 실제적 인정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하지만 그에 앞서 가사노동 가치의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작업 또한 시급하다. 정리 황수정기자 sjh@
  • 토요영화/포트리스2 등

    ◆ 포트리스2(MBC 오후11시10분)=인구증가로 심한 자원고갈을 겪는 인류는 유아출산 제한 정책을 실시한다.두번째 아이를 갖게 된 존과 수잔은 인구문제를 담당하는 멘텔사를 피해 도망치지만,결국은 우주감옥에 갇힌다.인조인간들의 감시 속에 탈출을 시도하나 수포로 돌아가는데…. ‘매트릭스’‘더 헌팅’에서 환상적인 컴퓨터그래픽을 선보인 특수효과팀과‘언더시즈2’의 조프 머피 감독이 만났다. ◆ 은밀한 투영(EBS 오후10시)=현실과 영화가 중첩되면서 경계가 모호해지는 영화제작자의 삶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1973년 작품.영화제작자는 영화 속 아내 역을 맡은 여배우와 실제 아내를 혼돈하고,결국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난다.연출을 맡은 프랑수아 르테리에는 프랑스의 배우이자 감독.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도망자’에서 주연배우로 발탁되면서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 동경공략(KBS2 오후10시50분)=양조위 정이건 장백지 등 홍콩의 스타배우들이 총출동한 코믹액션물.행방불명된 남자를 찾아 도쿄로 간 약혼녀와 채권자,스파이 등이 엉뚱하게 일본의 위조지폐 조직을 소탕하게 된다는 내용이다.5억 홍콩달러(약 7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로,촬영은 대부분 일본에서 진행되었다.‘환영특공’‘성원’의 마초성 감독.2000년작. 김소연기자 purple@
  • 왕자님은 적극적인 여자 좋아한다? - TV3사 드라마 남자주인공들 공통점

    왕자님은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한다? 최근 TV 3사의 드라마에서 삼각관계에 빠진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잘해주는 여자를 선택해 결혼하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왕자님’격의 남자 주인공이,착한 여자 주인공의 신분상승에 발판 노릇을 하는 등 권선징악의 수단으로 쓰이던 예전의 드라마 풍속도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사회적 관점에서는 사악하지만 ‘나한테 잘해주는 그 여자’를 택해 ‘착한 여자’보다 ‘적극적인 여자’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로 바뀐 셈이다. SBS의 주말극 ‘그 여자 사람잡네’(토·일 오후8시45분)는,주인공 복녀(강성연)가 갖은 공을 들여 친구 상아(한고은)의 부잣집 약혼자 천수(김태우)를 빼앗는다는 게 극의 주요 구도다.복녀는 상아와 천수 사이를 이간질해 갈라놓고 천수의 기호를 파악해 결국은 그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오는 주말 방송분에서 천수와 복녀는 결혼을 선언한다.상아는 뒤통수 맞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주먹을 불끈 쥐지만 게임은 사실상 끝난 상태.천수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복녀가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고 결혼을 강행한다.상아는 천수와 친구로 남고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는 것으로 그려질 예정. KBS1의 ‘당신 옆이 좋아’(월∼금 오후8시25분)에서의 재희(정혜영)도 언니 문희(하희라)와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동네 유지의 둘째 아들 민성(이재룡)을 가로채 신분상승을 위한 결혼에 성공하는 악녀다. 재희는 민성이 부잣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동안 민성에게 차갑게 대하던 태도를 180도 바꾼다.언니 문희가 받을 상처에는 별 관심이 없다.예쁜 외모에 애교를 무기로 민성을 손쉽게 수중에 넣는다.무던하고 소심한 문희는 좌절하지만 더 멋진 왕자를 만나지는 못한다.자신을 뒷바라지하는 착한 남자 지원(권해효)과 결혼해 사업을 성공시킨다. MBC의 일일극 ‘인어 아가씨’(월∼금 오후8시20분)도 주인공 아리영(장서희)이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이복동생 은예영(우희진)의 약혼자 이주왕(김성택)을 빼앗는다는 설정이다. 기자의 일상을 취재한다는 핑계로 사회부 기자인 주왕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새벽 일찍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지성과 미모에 정성까지 동원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는 요즘 시대에 맞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반영한다.”면서 “동시에 드라마의 타깃층인 아줌마들에게 해 보지 못한 것을 보여줘 ‘대리만족’효과를 통한 시청률 상승을 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현진기자 j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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