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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열하 ‘피서산장’ 有感/김종면 주말매거진WE팀 차장

    청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열하(熱河)의 피서산장(避暑山莊)이다. 베이징에서 동북쪽으로 260㎞쯤 떨어진 허베이성(河北省) 청더(承德)에 있는 청나라 황제들의 여름별장. 청더의 옛 이름이 열하이니, 이곳은 바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배경이다. 강희·옹정·건륭제 3대에 걸쳐 90년 가까운 세월을 들여 완공한 피서산장은 원래 황제가 북쪽 변방으로 사냥을 떠나면서 잠시 머무는 행궁으로 지어진 것이다. 산장 주위에는 금빛 찬란한 외팔묘가 마치 북극성을 둘러싼 뭇별처럼 호위하고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자는 지난주 중국사에 관심 있는 몇몇 인사들과 함께 말로만 듣던 열하의 피서산장을 다녀왔다. 베이징의 자금성이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과 달리 피서산장은 고적하기까지 했다. 주로 중국인들과 유럽인들이 많아 보였다. 지구촌 어디서나 만나는 한국 관광객들조차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은 교통사정이 그리 좋지 않고 뚜렷한 여행상품도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피서산장이 어떤 곳인가. 그 내력을 살펴보면 피서산장이 자금성보다 오히려 더 의미있는 여행지임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피서산장은 우리 역사와 무관한 ‘피안의 산장’이 아니다. 여행 당지에서, 또 돌아온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잔상이 있다. 연암 박지원이 수모를 겪은 담박경성전(澹泊敬誠殿)의 풍경이다. 피서산장의 정문인 여정문을 지나 정궁에 들면 ‘피서산장’이라는 편액이 걸린 내오문과 만난다. 이 문을 지나면 청나라 황제가 외국 사절단을 접견하던 담박경성전이 나온다. 사신으로 온 연암 일행이 약소국의 설움을 삭이며 치욕적인 삼궤구고(三九叩, 머리가 세 번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을 세 번 반복하는 것)의 예를 행해야 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역사의 한이 서린 이 피서산장을 초들어야 하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청나라 최전성기인 강건성세(康乾盛世)에 완공된 피서산장이 그 당당한 모습만큼이나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피서산장은 적어도 중국인들에게는 단순한 황제들의 별궁이 아니다. 자국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정신적인 장성(長城)’인 것이다. 한족 지식인들은 애써 청의 존재를 무시하려 할지 모르나 중국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문명을 구가한 시기는 다름아닌 청대다. 피서산장은 이화원 건설에 몰두한 서태후로 인해 한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기도 했다. 진귀한 보물들이 군벌에게 약탈당하는 참화도 겪었다. 하지만 지금 피서산장은 화려한 청대 문화의 집결체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중국’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중국은 지난 2003년 강희제의 피서산장 착공 300주년을 맞아 베이징 중국중앙박물관에서 ‘피서산장 300주년’ 기념전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또한 지금 피서산장의 일부인 기망루에는 제법 안락한 빈관까지 들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자금성 유람’ 수준에 머물 뿐 ‘피서산장 이해’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열하 하면 자연스레 피서산장을 떠올리고, 피서산장을 말하면 흔히 열하를 이야기한다. 피서산장의 호수가 대부분 열하에서 발원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반면 우리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배우면서도 정작 열하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땅은 요새를 지키며 북방 사막으로 치달리고, 하늘은 쇠 자물쇠를 지닌 채 산해관을 베고 있다.”는 매혹의 땅 열하. 그것은 중국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의미심장한 이름임에 틀림없다. 중국 황가 원림의 으뜸으로 꼽히는 피서산장은 단아하고 고졸한 맛이 있어 마음을 차분히 해주는 미덕이 있다. 너무 휘황찬란한 나머지 ‘키치’적으로까지 보이는 자금성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피서산장 여행은 청대(淸代)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지성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됐다. 청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명을 일군 시대임에도 이에 대한 변변한 공구(攻究)서적 하나 제대로 나와 있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 아닌가. 김종면 주말매거진WE팀 차장 jmkim@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인종 편견의 위력

    지난 주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로 출장을 떠나기에 앞서 이번 재해 때문에 드러난 미국 사회의 흑인과 빈곤층 문제에 대해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를 쓰면서 수해지역의 약탈자와 흑인을 사실상 동일시하려는 일부 미국 언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루이지애나의 주도 배턴 루지를 거쳐 뉴올리언스에 도착한 직후 매터리라고 하는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역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허리까지 찼었다는 물이 빠지긴 했지만, 인적이 거의 없었다. 처음 찾아간 ‘동양마켓’ 앞에서 주디라는 백인 여성을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친절했고 마음 편하게 인터뷰를 했다. 두번째 방문한 ‘아시아마켓’ 앞에서는 생활이 어려워 보이는 히스패닉 가족 3명을 만났다. 이들은 기자에게 직접 자기들 집에 들어가서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가를 보라고 했다. 이들을 따라 큰 길에서 아파트 건물 쪽으로 접어들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아파트 안에 누가 있는가를 묻고 싶었다. 건물 앞에서 잠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벌 때 이번에는 자꾸 뒷머리가 근질거렸다. 저쪽에서 건장한 흑인 서너명이 이쪽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히스패닉 가족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답변은 건성으로 들었고 온몸의 신경은 자꾸 머리 뒷쪽으로만 쏠렸다. 그 다음부터는 뉴올리언스 시내를 돌아보다 차에서 내릴 때는 반드시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살피게 됐다. 이성적으로는 몇번씩 다짐했다. 인종에 대해, 특히 흑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 내가 그러면 그들도 한국인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다고. 실제로 이번 출장에서 어려운 시점마다 흑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뉴올리언스 주변 200마일 안에서 호텔방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라파예트시 드루리 호텔의 흑인 직원 브리타니는 방 하나가 나자마자 휴대전화로 연락을 줬다. 또 슈퍼돔 근처의 물이 빠지지 않은 거리 한복판에서 차를 어디로 몰고 가야 할지 난처해할 때 물이 얕은 곳에 일렬로 세워놓은 버스를 비켜세우며 길을 열어준 것도 흑인 운전사였다. 그렇다고 흑인에 대한 나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을까. 아마 고립된 곳에서 흑인 이재민을 만나게 되면 역시나 본능적으로 위험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교육이나 경험 등에 의해 고착된 사람의 인식이란 것이 얼마나 바뀌기 힘든 것인가를 다시 한번 느꼈다.뉴올리언스 dawn@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뉴올리언스 르포

    이도운특파원 뉴올리언스 르포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통제됐던 뉴올리언스가 임시 개방된 5일(현지시간) 집과 일터로 돌아가 피해 규모를 확인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희비가 교차했다. 집과 사무실, 상점이 물에 잠겨 실의에 빠진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걱정했던 것보다 피해가 적어 안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 나갈 것인지는 모두가 갑갑해하는 표정이었다. 미 정부와 군 당국은 좌절한 주민들의 집단 소요를 걱정하기도 했으나 사흘간의 개방일 가운데 첫 날인 이날은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넘겼다. 이날 처음 집과 상점, 사무실을 돌아본 한인들은 대부분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아예 뉴올리언스를 떠나려는 사람도 있었다. 뉴올리언스와 잇닿은 제퍼슨 파티시의 식품점 ‘아시아 마켓’으로 돌아온 이영선씨는 출입문을 임시로 막아 놓았던 판자를 뜯어내고 상점 안으로 들어섰다. 약탈자들이 침입해 금고를 뜯으려 했던 흔적이 있었지만 이씨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마켓을 운영하던 부인을 데리고 시카고로 떠나기로 했다. 이씨는 최근 시카고에서 한 한국방송의 총판 사무실을 열었다. 아시아마켓은 일단 문을 닫을 예정이다. 그는 “언제 도시가 재가동될지 몰라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도심에 자리잡은 ‘잭슨 브루어리 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전홍성씨는 피해가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아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씨의 가게는 상가 2층이어서 물이 차지 않은 데다 약탈도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강풍 때문인지 유리창은 깨져 있었다. 전씨는 앞으로 3∼6개월은 사업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상점은 일부 보험을 들었고, 쇼핑몰 차원에서도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보험금도 받고, 정부로부터 보상금과 지원도 받아낼 생각이다. 뉴올리언스의 명소인 프렌치 쿼터의 벼룩시장에서 잡화상을 운영해온 김영덕씨는 이날 새벽에 뉴올리언스에 도착했지만 잡화상 주변은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왜 내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며 통제 경찰들을 원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낙담한 김씨는 뉴올리언스 이재민의 사랑방이 된 배턴루지의 한인교회로 돌아와 다른 교포들을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와 비슷한 사정에 처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울먹이는 바람에 한인교회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돼버렸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매터리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박순권씨는 세탁기계에 물이 차서 큰 손해를 입었다. 박씨는 세탁소를 시작할 때 의무인 화재보험에 가입했지만 수재보험에는 들지 않았다고 한다. 뉴올리언스 한인 피해자 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상호씨는 한인들의 재산피해액이 1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올리언스 한인회는 주 및 시 정부와 보상 문제를 협의해 볼 계획이다. 한인회는 육군본부에서 통역을 하다 지난 71년 미국으로 이민와 필라델피아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해온 신평일(63)씨를 중심으로 협상팀을 구성했다. 신씨는 “천재지변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난보조 프로그램(FEMA) 등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보조·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한인들에게 적극 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미 남부 카트리나 대재앙] “교도소 한곳에 시신 2000구 수습”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4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명이 될 것이라고 처음 공식 확인한 가운데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재민을 다른 주에 분산 수용하는 문제가 연방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뉴올리언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1800여명의 인력이 휴식 없이 수색 중이지만 피로 누적, 장비 부족 등으로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한 책임자는 “모든 고립된 이재민을 구조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뉴올리언스를 완전 소개한 뒤 도시 자체를 옮겨 건설할 가능성을 거론해 논란에 불을 다시 지폈다. ●“모든 이재민 구할 수는 없지 않으냐” 카트리나 내습 일주일 만인 이날 미시시피주 당국은 시신 수습에 착수, 오후 5시 현재 15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뉴올리언스에선 59구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리빗 보건장관은 CNN에 출연,“이번 재해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순 없지만 수천명 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방 관리가 이 정도 사망자 수를 언급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크레이그 밴더웨건 해군 소장도 “한 감옥의 시체 공시소에만 1000∼2000구의 시신이 수습돼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해안구조대장 브루스 존스는 현장에 다녀온 생존자 수색대원들의 말을 인용,“한 집에선 노인 세명이 침대에 누운 채 죽어가고 있었다.”며 “구조대원들이 많이 지쳐 시 전역에 흩어진 이재민들을 모두 구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허리케인 비껴갈 것 같아 다행 USA 투데이는 “이재민들이 빠져 나간 뉴올리언스 곳곳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며 “물이 빠져나간 주택의 다락방과 구겨진 휠체어, 아직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 고속도로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혹한 현장 모습을 전했다. BBC는 뉴올리언스의 상징 슈퍼돔에서 이재민들이 겪었던 악몽의 순간을 되살렸다. 피로와 허기에 지친 이재민들은 강간, 살인, 자살 등의 음산한 소문에 시달려야 했고 한 의료팀이 산모의 출산을 돕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인분이 보였으며 깨끗한 물도 부족했다. 리빗 장관은 “미시시피주 빌럭시에서 이질 발생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CNN 등은 “피해지역에서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물에 잠겨 있는 시신들이 처리되지 않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E콜리 박테리아 등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경찰과 주방위군이 신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고한 이를 사살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특히 한 여성은 화장실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으며 강간범은 사람들에게 구타당해 죽었다는 목격담까지 등장했다. CBS와 CNN 등 주요 방송사는 뉴올리언스 북쪽에 위치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덴지거 다리 위에서 이날 오전 경찰이 약탈자로 보이는 8명에게 총격을 가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간부는 “이들이 먼저 경찰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올리언스 상공을 비행하던 민간 헬기 1대가 추락했으나 총격에 의해 추락하지는 않았으며 탑승했던 2명도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많은 우려를 낳았던 다섯번째 허리케인 ‘마리아’는 해안지대로 비껴갈 것으로 예보돼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처토프 장관 “아예 옮기자” 뉴올리언스 시민 48만여명 중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재민이 된 만큼 이들을 한두 지역에서 전담할 수 없어 분산 수용이 과제로 떠올랐다. 4일 현재 25만여명이 텍사스주 구조센터 등에 수용돼 있는데 릭 페리 주지사는 이날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웨스트버지니아, 유타, 오클라호마, 미시간, 아이오와, 뉴욕, 펜실베이니아주 등이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처토프 장관은 루이지애나주 매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식량과 식수 공급이 재개될 것이란 희망를 갖고 도시를 재건하는 동안 사람들이 뉴올리언스 집에서 몇주, 몇달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위생과 건강 문제가 있어 합리적 대안이 아니다. 추가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뉴올리언스를 미국의 다른 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라며 “몇 군데가 될지 말할 수 없으나 우리 조국은 앞으로의 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외신 bsnim@seoul.co.kr
  • [사설] 양극화의 그늘 보여준 美 재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갈수록 충격적이다. 상점 약탈에다 방화로 의심되는 공장의 폭발이 일어났다. 무정부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투입된 주 방위군에 난동자 사살권까지 주어졌다. 이는 남아시아 쓰나미 재난때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약탈이 없었고 주민들이 서로 도우려 했던 모습과 비교된다. 뉴올리언스 재난에서 빈부격차, 흑백 차별과 계층간의 갈등도 불거져 양극화로 치달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새삼 목격하게 된다. 뉴올리언스 재난 원인에 대한 외신의 분석을 보면 기가 찰 정도다. 허리케인의 진로는 예측가능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는 데도 난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대부분 가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가 없거나 다른 곳에 가도 생계수단이 막막해 주저앉았다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세계 자동차 생산 왕국인 미국에서 피난용 자동차가 없었다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다. 가난하고 무력한 빈민층이 집중 피해를 본 이유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의 공공부조정책을 축소해온 오랜 보수화 경향을 지적한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정부역할 축소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미국은 감세정책을 펼쳐왔다. 더욱이 이라크 전비 지출로 방재 등 다른 부문 예산을 잠식한 것도 참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1930년대 뉴딜정책이후, 특히 1980년대이후 신보수주의를 내세우면서 복지예산을 줄여왔는데 이번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또 “과연 백인 지역이었으면 정부가 늦게 대응했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등 뉴올리언스 재난은 흑백 인종차별 갈등도 점화시킬 조짐이다. 사회가 계층차별과 빈부격차 등으로 양극화될 때 힘없고 가난한 사람은 천재때도 먼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뉴올리언스에서 우리는 목격했다. 생계의 한계선상에 있는 사람을 위한 복지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최소한의 사회투자라는 것을 미국의 재난에서 깨달아야 한다. 또 양극화 해소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 사회를 안정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 “코리아상권 6개월뒤나 회복”

    “코리아상권 6개월뒤나 회복”

    |뉴올리언스(미 루이지애나주) 이도운특파원|“한인 사업은 다 죽었다. 앞으로 적어도 6개월은 일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유지하겠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한국인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당초 우려만큼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무너진 건물과 파손된 물건들보다 앞으로의 사업 전망을 더욱 걱정했다. 뉴올리언스의 중심도로 가운데 하나인 베터런스 블루버드와 디비전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동양마켓’. 주변은 쓰러진 나무와 전봇대, 떠다니는 쓰레기 등으로 어수선했다. 유리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니 진열대의 아랫부분까지 물이 찼던 듯 쌀 등 상품이 바닥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다. 다행히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상점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바로 옆 사거리에서 노인이 몰던 차가 경찰차를 피하려다 뒤집어졌다. 사고로 굉음이 나자 언제 나타났는지 한꺼번에 10여명이 몰려들었다. 피난가지 못한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동양마켓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다른 한인 상점 ‘아시아마켓’은 입구를 나무판자로 덮어 못으로 박아놓았다. 아시아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서성거리자 누군가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한국말로 물었다. 상점 바로 앞 아파트 3층에 사는 최은순(33)씨. 시내 중심부 케너의 보석상에서 일하던 그녀는 카트리나가 이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피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주 흑인 약탈자들이 아시아마켓의 나무판자를 뜯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금고를 뒤졌다고 했다. 사업차 시카고에 머물다 마켓이 약탈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뉴올리언스로 돌아온 주인 이영선씨는 낙담하는 대신 사업을 다시 일으켜세울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용역업을 하는 교포 박귀헌(52)씨는 “한인이나 미국인이나 이제 이곳에서의 사업은 다 죽었다.”며 “최소한 6개월은 일을 못하게 됐는데 어떻게 사업을 유지하겠느냐.”며 한탄했다. 한인들 업소가 밀집한 매터리 지역에 있는 한인 세탁소 로열 클리너의 건물은 심하게 파손됐지만 건물 안은 다행히 거의 피해가 없었다. 뉴올리언스에서 피신한 한인들은 미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80% 정도가 지난 2·3일 집과 상점으로 들어갔다 왔다고 한다. ●부시 원망하는 이재민들 “백인들 사는 미시시피는 엄청난 지원을 해줬다고 하더라. 뉴올리언스는 흑인들만 산다고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것 아니냐.” 전쟁이 끝난 폐허 같은 뉴올리언스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참상을 전하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고스란히 털어놓았다. 중심가에 위치한 서민지역 세버 스트리트에서 만난 차베스 일가는 기자를 자신들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아파트 건물은 강풍으로 유리가 깨져나가 성한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천장의 일부는 내려앉았고, 마당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실내는 전기와 물이 끊겨 침침하고 악취가 진동했다. 두 아이와 함께 전기와 물이 공급되길 기다린다는 오달리스 차베스(40·여)는 “왜 피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집을 놔두고 어디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얼 먹고 사느냐고 묻자 “쌀만 먹고 산다.”고 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아들 케스와니(14)는 “학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12월에야 문을 연다고 한다.”면서 “그 전에 우리집 지붕이 무너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차베스 가족과 인터뷰 하는 도중 주변으로 한두명씩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선량한 주민들로 보였지만, 일단 고립된 지역에서 이들에게 둘러싸이자 긴장감이 돌았다. ●지옥 같은 임시 수용소 어학 연수 중이던 툴레인대학에 머물다 고립되는 바람에 뉴올리언스 컨벤션 센터에서 이틀간 머물렀던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박재우씨는 “지옥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가 끊긴 컨벤션 센터는 밤이 되면 암흑 천지”라며 “그 안에서 총격과 강간, 도둑질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가 발생하더라.”고 전했다. 재우씨는 물이 빠지면서 곧바로 컨벤션 센터를 나왔으며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약탈…총격…‘또 다른 戰場’

    |워싱턴·뉴올리언스 이도운특파원 외신|치안 부재와 생필품 부족.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 이재민들의 고통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지 사흘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구호와 대피 계획이 늦어지자 굶주림과 기다림에 지친 이재민들 사이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심지어 환자 호송 차량에 총격이 가해졌다. ●시가전 방불케 하는 뉴올리언스 1일(현지시간) 오전 구호에 나선 군 헬기를 향해 누군가 총을 쏴 후송 작전이 잠시 중단됐다가 중무장한 군·경의 호위 아래 재개됐다. 또 툴레인 병원에서는 응급환자를 수송하던 험비 차량을 저격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환자들을 소개하고 있던 채러티 병원도 총격을 받아 소개 활동을 중단했다. 구호에 투입된 한 경찰관은 다리에 총상을 입어 구호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2일 새벽에는 이재민들이 경찰을 향해 빨리 구조하러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기를 난사하기도 했다. CNN은 쇼핑몰이 불타는 거리에서 무장경찰과 총기를 든 시민이 어슬렁거리는 “시가전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상점 주인들은 총을 들고 직접 방어에 나서는가 하면 10대들에 의한 성폭행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방화 추정 화학공장 폭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마에 화마까지 겹쳤다. 약탈자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화학공장 폭발은 수중도시를 또 한번 강타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워낙 불길이 거세 그냥 타게 놔두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NBC는 “화학공장에서 난 것은 분명하며 누가 불을 질렀는지 정확치 않다.”고 전했다. 시내 컨벤션센터에 대피 중인 이재민 1만 5000∼2만여명은 구호 손길을 기다리면서 곳곳에 시신과 쓰레기, 인분이 널려 있는 끔찍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컨벤션센터는 먹을거리가 고갈됐고 비위생적이며 안전하지도 못하다.”며 조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컨벤션센터 주변에는 휠체어에 앉은 채 숨진 노인 등 적어도 7명의 시신이 방치돼 있다. 이재민 대니얼 에드워즈(47)는 “개도 저렇게 다루지는 않는다.”면서 “다른 나라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하면서 국민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길거리도 각종 쓰레기와 배설물로 가득차 악취가 진동하고 주민들은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도와 주세요.”를 연발한다. 사회·윤리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재산과 사회질서를 존중하는 시민의식이 극한 상황에서는 급속히 무너져 내린다고 지적했다. 슈퍼돔에 임시 대피해 있던 이재민 2만 5000명은 버스를 나눠타고 텍사스주 휴스턴의 애스트로돔에 속속 도착하고 있으며 다른 2만 5000명은 샌안토니오 등지로 분산 수용될 예정이다. 뉴올리언스 공항에는 야전 병원이 설치되고 있다. ●민간단체 구호금 9000만달러 답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약탈자들을 겨냥,“절대 관용은 없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시민들에게 휘발유 사재기에 나서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주방위군은 매일 1400명씩 수해 현장에 도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뉴올리언스에 투입된 300명 규모의 아칸소주 방위군에 난동자를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면서 “수일 내에 1만 2000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 투입돼 있는 루이지애나주 방위군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재민 돕기 모금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적십자사와 구세군 등 민간 차원에서 9000만달러가 모였으며 9일 ‘수해지원의 날’을 기해 자선방송도 대대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첩보위성도 구호 및 복구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국립지구우주첩보국은 허리케인 이전과 이후 영상을 연방재난관리청에 제공해 유실된 도로 등 인프라 피해를 알려준다. dawn@seoul.co.kr
  • 美, 주방위군에 난동자 사살권

    美, 주방위군에 난동자 사살권

    |워싱턴·뉴올리언스 이도운특파원 외신종합|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상 최악의 재앙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에 2일 새벽 방화로 의심되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학공장에서 터진 폭발은 시 전역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약탈과 방화, 총격전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등 사실상 시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빠진 가운데 먹을 물과 식량,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재민 구호와 대피 작업도 신속히 이행되지 않아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아직까지 원인과 피해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이날 폭발은 새벽 4시35분(현지시간)쯤 우범지역인 프렌치쿼터 지구에서 수㎞ 떨어진 미시시피강 동쪽 강변에서 하늘에 붉은색과 오렌지색 화염을 내뿜으며 시민들을 잠에서 깨웠다. 미 정부는 전날 주방위군에 난동자 사살 권한을 부여하는 등 초강경 태세에 들어갔다. 일부 시민이 서로 총격전을 벌이고 구호작전을 벌이는 군·경과 병원을 공격하는 일도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폭동 조짐마저 보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연방정부에 병력 4만명을 요청했다. 텍사스주 휴스턴 애스트로돔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운집한 이재민 5만여명 중에는 한인 교포들도 다수 포함됐다고 휴스턴 총영사관측이 밝혔다. 뉴올리언스 한인 밀집지역인 매터리와 케너에는 최고 2.5m까지 찼던 물이 대부분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휴회 중이던 미 의회는 이날 밤 비상회의를 소집해 105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호자금을 구두 투표로 승인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피해 교민들을 위해 휴스턴 총영사관에 12명의 비상대책반을 설치하고 2명은 전날 뉴올리언스 현지로 급파했다. 외교부는 인명 및 재산 피해 현황을 영사콜센터(02-3210-0404)로 적극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dawn@seoul.co.kr
  • 부시 때문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 남부 3개 주가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참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빚어진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부시, 뉴올리언스 수해방지 연구 무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보좌관을 지낸 시드니 블루멘털은 이날 독일 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에 올린 기고문에서 “미 연방비상관리청은 지난 2001년 허리케인의 뉴올리언스 내습을 뉴욕 테러 등과 함께 ‘발생 가능성 높은 3대 재앙’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면서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전국적으로 홍수 통제 기금을 줄여 뉴올리언스의 경우 홍수 기금이 2001년보다 44%나 깎였다.”고 지적했다.그는 “폰차트레인 호수 물을 80% 이상 빼기 위해 육군 공병대가 신청한 자금도 삭감됐으며, 공병대가 1년 전 건의한 뉴올리언스 수해 방지책 연구도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2일 카트리나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으며,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구호기금 모금 책임자로 임명했다.●뉴올리언스 사실상 도시 기능 상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물이 빠지는 데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둑이 완전히 복구된 후에 펌프를 가동시켜 물을 빼낼 예정이어서 상당 기간 도시를 비워두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긴 시장은 허리케인 내습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를 언급하며 “최소 수백명, 많으면 수천명”이라고 말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을 우려해 연방정부는 멕시코만 일대에 위생경보를 내렸다. 시는 슈퍼돔 근처에 있던 2만여명을 다른 지역에서 동원된 475대의 버스에 태워 560㎞ 떨어진 텍사스주 휴스턴 애스트로돔으로 이동시켰다. 텍사스주는 이재민 자녀들을 위해 공립학교를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긴 시장은 사망자 발굴이나 인양, 생존자 구조에 매달렸던 경찰과 주 방위군에게 약탈 저지와 치안 유지에 매달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날 슈퍼돔 근처에서 방위군 한 명이 총격을 당하고, 군 헬기에서도 총이 발사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도시의 80%가 침수된 상태에서 계속 물이 차올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폰차트레인 호수쪽 제방 두 곳은 주 방위군 등이 모래주머니들을 쌓아 일단 급한 불은 껐다.●교민 상당수 대피 안해 희생 우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한 생존자는 ‘언어팔러제틱닷컴’에 “누가 뉴올리언스에서 재기하려 하겠느냐. 경제·편의시설이 사라진 유령의 도시에서….”라고 탄식했다. 휴스턴 총영사관과 뉴올리언스 교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카트리나가 급습했을 때 상당수 한인들이 대피 경고를 무시한 채 집이나 사업장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회는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된 교민 수는 전체의 10%가량인 3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dawn@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저널] ‘미국판 쓰나미’ 흑인피해 컸던 이유는

    미국의 TV를 통해 허리케인 재난 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조심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방송 화면 속의 재해 현장에 등장하는 이재민들이 거의 대부분 흑인이라는 것이다. 지친 표정으로 슈퍼돔에 수용된 사람들, 고가도로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물이 허리까지 찬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상점을 약탈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흑인들뿐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흑인들만 골라서 피해를 입힌 것일까?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번 허리케인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주민 가운데 67%가 흑인이다.또 미시시피주에서 큰 피해를 입은 카운티들도 흑인 주민의 비율이 작게는 25%에서 크게는 85%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피해자 가운데 흑인이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의 방송과 신문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하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워싱턴포스트가 발행하는 인터넷 매체 슬레이트닷컴의 잭 셰이퍼 칼럼니스트는 “대부분 백인인 TV 앵커와 기자들은 피해자의 대다수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도하지 않는다.”면서 “그 문제를 잘못 건드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멍에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좀 더 심각한 것은 흑인들이 피해를 입은 이유이다.이들은 대부분이 도심에 살며 그야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빈민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초대형 허리케인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또 알았더라도 대피할 만한 형편도 안 됐다고 한다. 차도 없지만 타지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했기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유일 초강대국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조지 부시 정부는 2500만명의 이라크 주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고,2200만명의 북한 주민에게 ‘인권’을 돌려주기 위해 특사까지 임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미 센서스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3700만명의 빈곤층이 존재한다.특히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빈곤층은 줄곧 전체 인구의 10∼15%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그 수치는 대체로 흑인의 인구 비율과도 비슷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초강대국 미국이 안고 있는 인종문제, 또 그와 맞물린 계층간의 간극이라는 사회적 그늘도 살짝 들춰낸 것 같다.dawn@seoul.co.kr
  • 당일치기 가을 개성관광

    당일치기 가을 개성관광

    고려 500년 도읍지였던 개성은 그리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까탈스럽고 번거로운 CIQ(출입관리시설) 검문을 거쳐야 하고, 때로는 이미 짜여진 일정에 따라 북측의 통제를 받으며 여행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만큼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여행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정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분단 55년 만에 문을 연 개성 관광길. 금강산에 이어 두번째 북한 관광길이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마치 꿈을 꾸는 듯 손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개성 시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다소 낡아 보이는 아파트 베란다는 화분으로 한껏 멋을 냈고, 그 사이로 시민들이 어디론가 발길을 재촉한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 교복 입은 아이들, 한복을 입고 유모차를 끌고가는 여인들…. 풍경 하나하나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사진촬영을 통제해 가슴에만 담아온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개성. 하루로는 진정 아쉬움이 컸던 개성 당일관광으로 안내한다. 개성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것은 조심하세요 개성 관광은 북측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켜야 할 주의사항들이 적지 않다. 어길 경우 위반금을 물어야 하며, 심할 경우 북측에 억류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마찬가지로 버스로 이동할 때와 북측 CIQ 및 군사시설에 대한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북측의 정치, 경제, 사상 등 서로 자극할 수 있는 대화는 자제하고, 검문 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소지물품을 간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신분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고, 개성관광증은 남과 북이 합의한 개성출입 여권 및 비자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낙서를 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휴대품에는 제한 규정이 있는데 ▲10배율 이상의 쌍안경 및 망원경 ▲초점거리가 160㎜ 이상인 카메라 렌즈나 이를 탑재한 카메라 ▲광학 24배줌 이상 캠코더 ▲휴대전화(PDA포함) 등 통신기기 ▲휴대용 TV와 라디오,MP3, 기타 남측 신문 및 인쇄물 등 관광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물품 등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 휴대전화는 안내 직원에게 맡긴 뒤 남측 귀환시 반환받을 수 있다. 관광 중에 통용되는 화폐는 미국 달러이며, 기념품은 1인당 300달러까지만 면세가 적용된다. 북측 의약품과 뱀술, 영정술, 우황청심환과 북한 사상 관련 각종 출판물은 남측 반입이 되지 않는다. 북측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북한군들은 남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손총질’이라 해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지 내에서는 되도록 흡연을 삼가고, 관광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정해진 경계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 개성 37mile 당일치기 여행 벽은 무너지고… ‘개성 시내의 모습은 어떨까. 선죽교, 박연폭포의 경치가 아름답다던데’ 설렘 속에 시범관광단을 실은 버스가 서울 경복궁을 출발했다. 개성까지의 거리는 약 50㎞. 승용차로 달리면 1시간 남짓한 거리다. 개성은 38선 이남에 있는 북한 땅으로 한국전쟁 전까지 남한에 속했던 지역이다. 자유로를 따라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줄인 곳은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통일대교. 민족의 통일 염원을 담은 다리지만 차량 통제를 위해 겹겹이 막아놓은 바리케이드가 먼저 분단 현실을 실감케 한다. ‘남북왕래차량외 진입금지’라고 쓰인 표지판이 가로막힌 도라산역 남측 CIQ(출입관리시설). 버스에서 내려 CIQ에서 간단한 짐검사와 법무부 출입국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출경수속을 마쳤다. 출경 수속은 일찍 끝났지만 정해진 시간에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8시 정각에 버스가 다시 남측 CIQ를 출발했다. 군사분계선 주변은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어 평온해 보였지만 도로를 제외한 주변 모두가 지뢰밭이라고 한다. 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철길이 나란히 달린다. 오른쪽 창밖으로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널리 알려진 낡은 열차가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마침내 북한땅.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으로 넘어가자 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버스를 응시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에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간다. 군복을 차려입은 인민군 장교가 버스에 올라 눈으로 인원체크를 하는 것으로 북측 CIQ 입경 수속이 시작됐다. 버스 앞에서 눈으로 인원을 세는 사이 버스에는 잠시 적막감이 흐른다. 그 시선은 마치 이곳부터는 ‘북한’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다. 이어 인민군 장교가 ‘개성 관광증’에 찍힌 일련 번호에 따라 호명하는 순으로 버스에서 내린 뒤 몸검사와 짐검사가 시작됐다. 인민군과 세관, 개성총국에서 함께 관리하는 CIQ에서는 가방을 열어 일일이 모든 것을 체크한다.CIQ 멀리 평화롭게 보이는 기정동 마을이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카메라는 몇 ㎜입네까?”라며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리 위압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여행의 재미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CIQ 뒤편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평양 아리랑 총회사 소속 직원들이 술과 기념품을 판매한다. 판매원 김윤화(21)씨는 “시내에 들어가면 술 한병에 여기보다 다섯달라(5달러) 이상 비싸요.”라며 권한다. 실제 개성인삼주가 이곳에서는 8달러지만 박연폭포 앞에서는 14달러를 줘야 한다. 1시간이면 달려올 거리를 3시간 만에 버스가 개성 시내로 향한다. 버스에는 20대 후반의 문광철(관광총회사 소속)씨와 조성(개성시 소속)씨 등 2명의 안내원이 동승했다. 이동중에 시내나 북한 주민 등의 사진 촬영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일행 중 한명이 “시내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자 문씨는 “그러면 아주 불쾌한 관광이 됩네다.”라며 농담으로 응수한다. 개성으로 가는 길은 정비가 끝나지 않아 덜컹거린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 드디어 개성 시내로 들어섰다. 시내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중심가에는 20층은 족히 돼 보이는 아파트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건물은 낡았지만 베란다는 갖가지 화분들로 한껏 멋을 내고 있다. 주민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제갈길을 재촉했다. 아파트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지만 멀리 아파트 창문으로는 빠꼼히 버스 행렬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버스에서 내려 시내를 걸어보고픈 충동이 밀려 왔다. 언젠가는 마음놓고 걸어볼 날이 오겠지…. 버스는 고려 박물관(고려 성균관)에 도착했다.992년 창설된 최고의 교육기관인 국자감의 후신으로 1308년 성균관으로 개칭됐으며, 조선시대 설립된 성균관과 구분하기 위해 고려 성균관으로 불린다. 건물은 임진왜란 때 불타 1610년 재건한 것으로 입구에 있는 수령 500년 된 은행나무가 오랜 역사를 말해 준다. 박물관은 4개의 전시관과 야외전시관이 있는데 고려청자와 금속활자 등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유물과 현화사 7층탑, 현화사비 흥국사 석탑 등 북측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입구에는 북측 화가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안내원들의 맛깔스러운 설명이 이어진다.“고려 유물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많이 약탈했습네다. 이제 북·남이 힘을 합쳐 다시 찾아와야지요.” 송도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이옥한(40) 해설원은 유물 설명중 ‘개성 깍쟁이’의 유래에 대해 “‘깍쟁이’라는 말은 ‘가게 쟁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셈이 밝아서 그런 게 아니라 상업이 번창해 가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려 박물관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선죽교에 도착했다.919년 고려 태조가 개성내 하천축조의 일환으로 건립한 돌다리지만 고려 충신 정몽주가 피살당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다리의 길이는 6.67m, 너비는 2.54m. 원래는 난간이 없었으나 1780년 정몽주의 후손들이 난간을 둘러 보호하고 옆에다 돌다리도 하나 더 놓았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로 화려함은 없지만 정갈한 느낌이다. 안내원 한명이 다리 한편에 있는 옅은 붉은색 얼룩을 가리켰다. 그는 “이게 정몽주 선생의 피”라며 “그래서 선지교였던 이곳이 선죽교라 불리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선죽교 옆에는 정몽주를 기리는 사당과 비석이 여러개 서 있다. 당초 일정이 개성민속여관에서 정몽주 생가인 ‘숭양서원’으로 바뀌었다. 개성민속여관은 조선시대 전통가옥을 여관으로 꾸민 것으로 현재 외국인 관광객들이 묵고 있어 관람이 어렵다는 것.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서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7월11일 붉은기, 선죽동, 제2인민반’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북측 안내원에게 “학교 간판이냐.”고 묻자 “번지인데 이 집은 특별한 날을 기리기 위해 날짜를 적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주 영정 등이 모셔져 있는 사원에서는 개성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사원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사원 앞에 있는 간이 상점에 들르자 북한 음료가 눈에 띈다. 코카콜라와 비슷한 검은색 음료는 ‘코코아 탄산단물’이며, 환타와 같은 음료는 ‘모란봉 레몬 탄산 단물’이란다. 가격은 1달러. 냉장고에서 꺼낸 코코아 탄산단물은 달착지근한 맛이 그런대로 갈증을 풀어준다. 숭양서원을 나와 개성백화점, 김일성 동상 등을 지나 개성 남대문 로터리를 돌아 다시 선죽교 인근에 있는 자남산 여관에 마련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또다른 식사 장소로는 통일관과 영통식당, 민속여관내 식당 등이 있다.2층 식당에서는 한상 가득 개성식 식사가 차려져 나왔다. 반찬으로는 개성 약밥과 떡합석, 삼색나물, 닭고기 장과, 돼지고기 편찜, 오이소박이 등이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우메기’. 종업원 김영실씨는 “찹쌀 70%에 멥쌀 30%로 만들었는데 기름에 튀긴 뒤 떡 위에 우묵우묵 칼자국을 내서 ‘우메기’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김치는 왜 안 나오느냐고 묻자 “개성은 보쌈김치가 유명한데 그건 겨울에 오셔야 합네다.”라고 덧붙인다. 식사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비슷하지만 11첩 반상기와 단고기(개고기) 정식 등이 나오기도 한다. 개성에서 북쪽으로 26㎞ 떨어진 박연폭포로 가는 길은 제주도 오름을 연상시킬 만큼 널찍한 초원이 반긴다.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주변은 나무가 많지 않은 구릉들로, 푸른 초원이 덮여 있어 절로 감탄을 쏟아내게 한다. 1992년 김일성 80회 생일에 완공된 이 고속도로는 북한 최초의 아스팔트 4차선 도로다. 평양까지는 160㎞로 승용차로 1시간30분 걸린다고 한다. 도로 주변에서는 옥수수 밭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농부들이 노란 옥수수를 수확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지만 (감시원이 있어) 멋진 경치를 눈으로만 담아와야 했다. 200m 남짓한 숲길을 오르자 박연폭포가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 붓는다.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이 북쪽 계곡을 따라 흐르다 못을 만들고 그 아래 37m 높이의 폭포를 이루고 있다. 폭포 위에는 박연이라는 연못이 있고, 폭포 아래 직경 40m의 고모담이란 바위 연못이 있다. 박연폭포는 화강암벽의 순수 자연폭포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더불어 한반도의 ‘3대 폭포’로 꼽힌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와 함께 인근 소나무, 화강암벽이 자연스레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폭포수 아래 동쪽 언덕에는 법사정이라는 정자가, 서쪽에는 용바위라는 둥근 바위가 각각 절묘한 미색을 자랑한다. 자남산 여관 서점에서 산 ‘개성관광안내 책자’에 따르면 ‘옛날 퉁소를 잘부는 박진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곳 물가에서 퉁소를 부는 그에게 끌리어 물 밖에 나온 용왕의 딸이 박진사를 물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같이 살았다고 하여 ‘박연’이라고 한다. 그 아래 고모담은 박진사의 어미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통곡하다가 물에 떨어져 ‘어미담’ 또는 ‘고모담’이라고 불렀다.’고 적혀 있다. 박연폭포 위 대흥산성에 오르면 위에서 박연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흙길이지만 진흙과 모래가 섞여 있는 마사토로 질지 않다. 1시간 남짓 박연폭포를 돌아본 뒤 짧은 개성 관광이 마무리됐다. 버스에 오르라는 안내원들의 재촉에 “여행이 수박 겉핥기 식이다. 너무 짧다.”며 곳곳에서는 아쉬움 섞인 푸념들이 들려 왔다. 박연폭포에서 내려가는 길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왔다. 반세기 만에 찾은 남측 손님들의 아쉬움을 아는지 하늘에서는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졌다. ■ 꼭보자 베스트3 개성은 한민족 최초의 통일 국가인 고려의 500년 도읍지였던 만큼 고려 건국시조인 왕건왕릉과 고려 31대 공민왕릉, 고려민속박물관, 선죽교, 영통사 등 고려 유적지가 주류를 이룬다. - 왕건왕릉(북한 사적 제53호) 개성에서 북서쪽으로 6㎞ 떨어진 해선리의 만수산 자락에 있는 왕건왕릉과 신혜왕후 무덤은 왕건의 뜻에 따라 검소하게 만들어졌다. 왕릉은 1994년 새롭게 단장됐다. 3단 축조의 웅장한 무덤과 그 앞에 문무관의 석인상, 호랑이와 양을 비롯한 석조군상으로 위용을 자랑하며 능문과 제당도 갖춰져 있다. 무덤안을 직접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으며, 능앞에 넓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최근 왕릉에서 청동의 왕건조각상이 출토돼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등신대의 인물조각상으로 연구가치가 높다. - 공민왕릉(북한 국보급문화재 제39호) 개성에서 서쪽으로 9.8㎞ 떨어진 개풍군 해선리 봉명산 문선봉 아래에 있는 무덤은 쌍분으로 왼편이 고려 31대 공민왕의 현릉이고, 오른편이 부인 노국공주의 정릉이다. 이 무덤은 남한에서 주로 보는 왕릉과 달리 3개의 층단으로 구성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봉분의 높이는 6.5m. 각 봉분에는 12각의 병풍석을 돌리고 12지신상과 연꽃무늬로 섬세하게 조각했다. 공민왕은 1365년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으로 죽자 애통한 나머지 9년 동안 자신이 직접 주관, 방대한 조영사업을 벌였다. 이 왕릉에는 고려시대 수학, 천문, 지리, 건축, 예술 등 총체적인 역량이 집대성돼 있다. - 영통사(북한 보물급 문화재 35~38호) 1027년(현종 18년) 창건되었다. 고려 왕실과 깊은 관련이 있어 인종을 비롯한 여러 왕들이 자주 행차해 분향하였으며, 인연이 있는 왕들의 진영(眞影)을 모시는 진영각이 있었다. 대각국사 의천도 이곳에서 교관을 배웠으며, 입적한 후에는 그의 비가 이곳에 건립되었다. 언제 폐사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문화재로는 북한의 보물급 문화재 제36호인 영통사대각국사비, 제37호인 영통사 당간지주, 제35호인 영통사동삼층석탑, 제38호인 영통사서삼층석탑, 국보급문화재 제37호인 영통사오층탑이 있고 보광원, 중각원 등이 있다. ■ 3가지 코스 중 고르세요 개성관광은 ‘고려반’‘박연반’‘왕릉반’ 등 3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1개 코스를 택하게 돼 있다. 고려반은 오전 개성시내관광(고려박물관, 선죽교, 개성민속여관), 오후 박연폭포를 참관하는 코스이며, 박연반은 오전 박연폭포, 오후 개성시내 관광을 하는 것. 왕릉반은 공민왕릉과 왕건릉을 참관한 뒤 오후에 개성시내관광을 하는 것이다. 관광은 대략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쯤 모두 끝나게 되며, 돌아오는 길에 개성공단 시범단지를 견학한다. 관광 중 세부적인 해설은 북측의 전문 해설원들이 맡게 되며, 점심식사는 개성시내에 있는 자남산호텔식당이나 영통식당, 통일관, 민속여관내 민속식당 등에서 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아산에 따르면 본 관광 시기와 요금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3차례 실시된 시범관광의 경우 관광요금 17만 4000원과 식대 2만 1000원을 포함해 19만 5000원인데 본 관광 요금이 이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 개성관광에 대한 문의 및 예약은 현대아산 (02) 3669-3000.
  • ‘카트리나’ 한인村도 삼켰다

    |워싱턴 연합|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밤새 내린 비로 둑이 무너지면서 뉴올리언스시가 80%가량 잠기는 바람에 주로 저지대에 있는 2500여 교민들의 삶의 터전도 모두 물에 잠겼다. 전태일 전 뉴올리언스시 한인회장은 30일(현지시간) 전화 통화에서 “교민들 중 상당수가 모여 사는 뉴올리언스 인근의 매터리와 케너 지역이 2m 가까이 잠겼고 교민들의 사무실과 가게가 있는 시가지도 완전 침수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군 공병대가 둑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해 인근 호수 물이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 달 간은 집에 가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전 전 회장은 “교민들 대부분이 배턴 루지와 휴스턴 등 인근 도시로 피신했으며 현지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인명 피해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통신이 완전히 끊긴 데다 경찰이 소개령이 내려진 현지 접근을 막고 치안을 위해 야간 통행금지까지 실시해 상황 파악이 어렵다. 2000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는 미시시피주에서도 아직 인명 피해 보고는 없지만 30명이 몰사한 빌럭시의 한 아파트에 교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휴스턴 총영사관측이 밝혔다. 주로 미용과 세탁, 청소업 등 자영업을 하는 교민들은 침수에 약탈까지 당하고 있지만 홍수 보험에는 들지 않은 가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은 무사하다고 현대측이 전했다.
  • ‘무방비도시’ 뉴올리언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백악관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원유 생산 감축분을 상쇄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샘 보드먼 미 에너지장관이 31일 밝혔다.보드먼 장관은 미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비축유를 얼마나 방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도시의 80%가 침수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물이 계속 차오르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미시시피주에서만 최소 100명이 숨지는 등 전체 사망자는 수백명에 달할 전망이며 ‘미국판 쓰나미’로 불리는 이번 재앙으로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 등 3개주 주민들의 재산 피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주 방위군 보는 앞에서 버젓이 약탈행위 카트리나의 직접적인 타격을 피했다고 한숨 돌렸던 뉴올리언스시는 30일(현지시간) 인근 폰트차트레인 호수의 제방 두 곳이 붕괴돼 물이 도시로 계속 밀려 들어와 정부 관리들은 남아 있는 주민 모두에게 도시를 떠나도록 명령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도시의 80%가량이 물에 잠겼으며 일부 지역의 수심은 6m에 달한다.”며 “물 위에 시신들이 떠다니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내긴 시장은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오려면 서너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자갈포대를 투하하며 둑 복구에 나섰지만 계속 밀려드는 호수 물을 막아내지 못했다. 시 당국은 현재 슈퍼돔에 머물고 있는 1만 5000여명도 다른 곳으로 피신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올리언스에선 약탈까지 횡행하고 있다.CNN은 빈 가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생필품과 보석류를 닥치는 대로 털어 달아나는 장면을 생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부는 경찰과 주 방위군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태연하게 가게 털기를 계속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식료품을 머리에 이고 나오던 한 주부는 “당장 식구들이 먹고는 살아야 할 게 아니냐.”고 항변했고 이를 본 목격자는 “지금 뉴올리언스는 바그다드”라고 개탄했다. 미시시피주의 연안 도시 빌럭시도 수백명이 침수 가옥에 고립돼 이 가운데 8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A J 핼러웨이 시장은 “이건 우리들의 쓰나미”라고 한탄했다. 루이지애나 등 4개주의 정전 피해 인구는 230만∼5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복구에는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력회사들은 밝혔다. 카트리나는 여전히 북상하며 조지아와 테네시·켄터키 주에도 많은 비를 뿌려 피해를 키웠다.●“수만명 몇달 안에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로 인한 인적ㆍ물적 피해가 급증하자 크로퍼드 목장에서의 휴가 일정을 접고 31일 워싱턴으로 복귀, 정부 구호활동을 독려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피해 지역 주지사들도 총 7500명의 주 방위군을 소집하는 한편 행정력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료와 발전기를 실은 군용 험비와 트럭들이 복구작업에 나섰으며 미 국방부는 전함 5척과 8개 해군 구조팀을 침수지역에 급파했다. 미 적십자사는 29일에만 3만 7000여명의 이재민에게 텐트 등의 임시 거처를 마련해 줬으나 수만명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예상했다.dawn@seoul.co.kr
  • [토요영화]

    ●택시3(KBS2 오후 11시5분) 멈추지 않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택시의 현란한 액션을 다룬 ‘택시’시리즈 제3탄. 전편인 ‘택시’와 ‘택시2’의 액션을 능가하는 작품이다. 뤼크 베송 제작군단은 전작을 뛰어넘는 시원한 질주장면과 통쾌한 액션을 위해 곳곳에 볼거리를 심어놨다.‘007시리즈’를 패러디한 오프닝과 타이틀은 영화의 색다른 묘미. 첩보요원을 뒤쫓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의 현란한 묘기와, 새로운 가속엔진으로 교통경찰을 따돌리는 주인공 다니엘의 총알택시는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표 액션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의 카메오 출연도 웃음을 선사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알프스 산맥 추격장면은 3편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다. 항상 계획만 세우고 대책은 없는 어리버리한 형사 에밀리앙. 세상에서 형사를 제일 싫어하고 정치·사회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마르세유 최고의 총알택시 기사 다니엘. 원치 않았지만 독일 갱들과 일본 야쿠자 소탕작전 성공으로 마르세유의 영웅이 된 그들의 울고 웃는 협공작전이 다시 시작된다. 대결 상대는 정체 불명의 익스트림 스포츠 갱단. 이들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바람처럼 도시를 누비며 약탈을 일삼는다.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마르세유 경찰청과 에밀리앙, 다니엘의 아주 특별한 작전이 펼쳐지는데….85분. ●스피드(SBS 오후 11시55분) 촬영감독으로 명성을 쌓은 얀 드봉의 첫 감독 데뷔작.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서스펜스 액션 스릴러다. 제작진은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외곽 도로에서 실제 버스를 이용, 버스 액션촬영에만 7주가 걸렸다. 퇴역 경찰인 폭탄전문가 하워드 페인(데니스 호퍼 분)은 몸값 370만 달러를 요구하며 엘리베이터 탑승객들을 인질로 잡는다. 그러나 경찰 특수반 잭(키아누 리브스 분)의 활약으로 실패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페인은 시내버스에 폭탄을 설치한 뒤 잭에게 연락한다. 페인은 버스가 시속 50마일 이하로 달리면 폭파되도록 장치하고, 잭은 천신만고 끝에 버스에 올라 탄다. 폭주하는 버스, 게다가 도로가 공사중이거나 체증 등으로 운전이 어려운 상황이 잇따르는데….1994년,115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유선교수 ‘30년 기업경영분석’ 내놔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분배 때문에 성장을 망쳤다’‘망할 놈의 좌파정권이 문제’‘그래서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불만이 적지 않는데 이게 웬 소리인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김유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내린 결론은 ‘기업천국, 노동지옥’이다. 김 소장이 1975년부터 30여년간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김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 많이 번 대기업들이 돈을 안 풀어서 문제다. 대출로 경영해, 기업이 이윤을 얻으면, 임금으로 넘어가고, 이게 다시 소비와 저축으로 연결되는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신진대사가 막힌 동맥경화와 같다는 설명이다. 단적으로 우리 기업의 자기자본 비율은 49%, 부채비율은 104.2%다. 이는 미국·독일·일본 등과 같은 세계 어느 선진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동시에 영업이익률과 경상이익률은 지난 30여년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경상이익률·영업이익률이 높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김 소장은 “영업이익은 높은데 경상이익은 낮았다는 것은 빌린 돈으로 사업을 했다는 의미로 요컨대 기업 생산활동의 결과가 금융 쪽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자기자본이 충분하다 보니 금융 쪽으로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기다 부가가치율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1990년대 전반 26%가 정점이었으나 이후 계속 떨어져 2001년 19.3%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까지 23%대를 회복했다. 그런데 여기서 대기업은 24.4%까지 회복한 반면 중소기업은 20%에 머물렀다. 이를테면 ‘돈 되고 영양가 있는’ 사업은 대기업이 먹고, 중소기업은 ‘경영합리화’‘아웃소싱’이라는 명분으로 소규모 하청업체로 전락해 버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최악의 상태다. 지난해 분배율은 42.5%로 IMF 직후 정리해고 바람이 한창 불었던 1999년 41.7%를 제외하면 1977년 이래 최저치다. 특히 대기업은 3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투자도 지지부진이다.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투자자산과 부동산에 돈을 쏟고 있는 것. 외환위기 이전 기업들은 총 자산 대비 투자자산·부동산에 쏟은 비율은 6.3%,7.9%였으나 그뒤 16.2%와 11.6%로 늘었다. 사실 이런 지적은 몇 번에 걸쳐 나왔었다. 고성장의 토대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강한 연계’가 끊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소장은 “시장 원리라는 게 결국 강자독식의 원리”라면서 “결국 예전과 달리 대기업이 약탈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현재 위기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런 상황에 적절히 개입해야 할 재경부가 시장만 외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면서 “개입할 부분에서는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시장적이어서 안 된다.’라는 말은 ‘그러면 남는 게 뭐가 있느냐.’는 장사치의 엄살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儒林(409)-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35)

    儒林(409)-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35)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35) 맹자가 제나라에 두 차례에 걸쳐 머물렀던 것은 5,6년. 그동안 맹자는 선왕을 통해 왕도정치를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선왕이 받아들일 여지가 없음을 깨닫게 되자 맹자는 어쩔 수 없이 제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이지만 맹자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된다. 연왕 쾌가 왕위를 상국인 자지에게 넘겨주자 태자 평은 이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반란을 일으켰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제나라의 선왕은 군대를 보내 연나라를 정복하려 하였으나 제나라의 군사들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방화와 약탈을 자행하였으므로 연나라의 군대와 백성들의 저항을 받고 2년 뒤에 연나라에서 철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 선왕은 맹자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하여 ‘나는 맹자에게 매우 부끄럽다.(吾甚慙於孟子)’라고 말하였다고 ‘공손추 하편’은 기록하고 있다. 그뿐인가. 연나라 사람들은 당시 제나라의 군사들을 자기 나라에서 쫓아버린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태자 평이 백성들로부터 왕으로 추대되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소왕(昭王). 그는 연나라가 초토화된 뒤에 즉위하였기 때문에 많은 현인들을 초빙하여 제나라에 대해 원수를 갚고 선왕의 치욕을 씻고 싶어하였다. 그래서 모사 곽외(郭畏)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 제나라는 우리나라의 혼란을 틈타 공격해 왔소. 우리나라가 지금은 작고 약하기 때문에 널리 인재를 구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선대의 치욕을 씻고 싶소. 이것은 나의 소망이오. 추천할 만한 인재가 있거든 말해 주시오. 내가 직접 모시러 가겠소.” 이에 곽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옛날 말을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는데, 그는 천금을 주고 말을 구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매일 불만에 차 있는 임금을 본 한 신하가 말하였습니다.‘이 일을 신에게 맡겨 주십시오.’ 임금이 그 일을 맡기자 신하는 천리마를 구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좋은 말을 찾았습니다. 막상 이 말을 사려고 했을 때 그 말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오백 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임금은 천리마의 뼈를 보고 매우 화가 나서 그 신하를 꾸짖어 말하였습니다.‘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말인데 너는 무슨 소용이 있다고 죽은 말의 뼈를 사 왔느냐. 오백 금을 낭비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자 그 신하는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오백 금을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죽은 말의 뼈를 아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전하께서 진심으로 좋은 말을 아끼는 군주로 믿게 되어 반드시 좋은 말을 바치는 이가 있게 될 것입니다.’ 과연 1년이 지나자 어떤 사람이 세 마리의 천리마를 임금에게 바쳤습니다.” 소왕에게 곽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지금 왕께서는 천하의 인재를 모으고 계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금을 주고 천리마의 죽은 뼈를 산다.’는 ‘천금매골(千金買骨)’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천금매골이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모사 곽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소왕이 묻자 곽외는 대답하였다. “지금 전하께서 천하의 인재를 모으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로부터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 [데스크시각] 경천사 10층석탑과 8·15 유감/김성호 문화부장

    우리나라 최초의 대리석탑으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석탑이 10년간의 이전·복원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199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0개년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복원을 추진해와 마침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정밀실측과 보존처리, 레이저를 사용한 오염물 제거,3차원 정밀 스캔작업을 통해 제모습을 찾은 것으로 과학적인 문화재 복원처리의 중요사례로 높이 살 만하다. 경천사 10측석탑이 복원됨에 따라 오는 10월28일 용산에 개관할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장 큰 사업중 하나가 마무리됐다. 박물관측이 이 석탑을 8·15 광복절을 앞두고 공개한 데는 나름대로 숨은 뜻이 있어 보인다. 일제에 의해 밀반출됐다가 환수된 대표적인 ‘수난 문화재’의 원형복원이란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석탑의 밀반출 사실을 폭로한 것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 언론인 배설이었다.1907년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야키에 의해 석탑이 해체되어 일본으로 밀반출된 사실을 ‘Korea Daily News’등에 폭로함으로써 국내 반환운동의 불을 지핀 것이다. 이 석탑은 1918년 반환돼 경복궁 회랑에 다시 들어섰지만 밀반출 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돼 시멘트로 복원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경천사 10층석탑이 외국 언론인의 관심과 민간 단체의 노력으로 반환됐다면 지난 6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의 남북한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공식요청해 반환될 것으로 보이는 북관대첩비 역시 정부가 아닌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되돌려받는 일제 약탈 문화재의 전형이랄 수 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때 함경도 경성·길주에서 의병장 정문부가 왜군을 대파한 사실을 기념해 숙종35년에 세워진 전승기념비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비석을 파내 일본으로 가져간 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다. 북관대첩비의 성격상 국내 반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미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절 우리 정부가 이 기념비의 반환을 놓고 보여준 방관적인 자세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경천사 10층석탑과 북관대첩비 말고도 일제에 의해 약탈된 우리 문화재는 부지기수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빼앗겨 일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줄잡아 3만∼4만 점에 달한다. 학계에서는 국보·보물급을 포함, 전세계에 유출된 문화재가 10만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정부 소유로 돼있는 1321점을 반환했으나 이후 좀처럼 추가 반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물질적인 결정체에 머물지 않고 한 민족의 삶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제는 민족 말살과 탄압 차원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정책적으로 대거 훼손, 강탈해간 측면이 짙다. 그래서 민간 주도로 반환된 경천사 10층석탑의 제모습이 살아난 것과, 북관대첩비 송환에 쏠리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8·15를 전후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의 이런저런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광복절 당일인 15일에는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서울시가 경복궁∼숭례문 구간에서 기념행사를 제각각 마련한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광복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자고 하는 취지야 탓할 바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또 문화재청은 통영시 해저터널의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예고하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존칭에서 유래한 ‘태합굴’(太閤堀)이란 가명칭을 붙여 빈축을 샀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서둘러 사과문을 내 새 명칭을 붙이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그 ‘잔인하다고 할 만큼의 무신경’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문화재의 수난은 민족의 수난이다. 일회성의 생색내기 행사보다는 수난받은 문화재, 아니 수난받은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본질적인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8·15 광복절에는 경천사 10층석탑 복원과 북관대첩비 반환의 의미만이라도 곱씹어 볼 수 있었으면….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로마제국을 탄생시킨 영웅 15인

    정설에 의하면 로마는 기원전 753년 세워졌으나 수백년간 하나의 소규모 공동체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로마가 일으킨 전쟁은 어딘가를 급습하거나 가축을 약탈하는 소규모 접전의 형태였다. 하지만 소규모 전투일망정 족장들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발휘해 영웅적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그 리더십이 로마제국 건설의 주춧돌이 되었다. ‘로마전쟁영웅사’(아드리안 골즈워디 지음, 강유리 옮김, 말글빛냄 펴냄)는 바로 로마제국이 있게 만든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다. 기원전 3세기 후반부터 서기 6세기 중반까지 로마군 사령관들중 가장 뛰어났던 15명에 대한 서사담이다. 파비우스, 마르켈루스, 스키피오, 아이밀리우스, 가이우스, 세르토리우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게르마니쿠스, 코르불로, 티투스, 트라야누스, 율리아누스, 벨리사리우스 등등. 책은 이들이 군대의 지휘관을 넘어 한 시대를 이끌었던 진정한 리더들이었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뛰어난 용맹성과 함께 진정 부하를 아끼는 덕목을 갖춘 리더들이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고, 대제국 건설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2만 7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파라오 저주’ 실제 존재?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세계로 탐험을 떠나볼까.’ 고대 이집트 유물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박물관이 이집트에 들어서고 있다.2009년 완공 예정이다. 전시될 유물 가운데는 투탕카멘의 미라도 있다. 기원전 12세기 이집트 제18왕조의 12번째 왕으로 재위 3년 만에 어린 나이로 숨졌다. 사람들에게는 그의 황금 마스크가 익숙하지만,‘죽음의 저주’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1922년 ‘왕들의 계곡’에 있던 투탕카멘의 무덤이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굴된 이후 관련자들이 잇달아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 때문. 최근에도 남아공에서 투탕카멘의 유물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3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후원한 프로젝트에서는 돌연사의 원인이 사실은 미생물 때문이었다는 새로운 학설을 내놨다. 또 소년 왕의 죽음도 암살이 아닌 골절로 인한 감염이라는 이론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5월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그의 얼굴이 복원되는 등 세계에 ‘파라오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블·위성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무더운 여름을 맞아 ‘파라오 주간’을 마련했다.18일부터 5일 동안 매일 밤 9∼11시 모두 8편으로 구성된 테마기획 ‘파라오’ 시리즈를 내보낸다. 발굴 과정과 함께 잃어버린 유물을 추적하는 ‘투탕카멘의 보물’과 도굴꾼과 고대 건축가들의 두뇌 싸움을 그린 ‘무덤의 약탈자’을 비롯, 죽음의 저주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는 ‘파라오의 저주’가 주목된다. 또 투탕카멘의 유모였던 마이아의 무덤을 통해 고대 이집트 상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잃어버린 무덤을 찾아서’도 있다. 이집트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람세스 3세와 그의 비극적 죽음 등을 다룬 에피소드도 주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북관대첩비 8·15때 서울에

    북관대첩비 8·15때 서울에

    |도쿄 이춘규특파원|북관대첩비가 오는 8·15 남북 공동행사에 맞춰 서울에 온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약탈된 뒤 100년 만이다. 14일 도쿄에 있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북관대첩비가 서울에서 열리는 8·15 남북 공동행사 때 반환될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남북한과 재일동포들이 참가하는 북관대첩비 본국 송환 축하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돌려받은 북관대첩비를 일정 기간만 서울에서 전시하고, 원래의 자리인 함경북도 길주로 빠른 시일내에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들은 “야스쿠니신사측은 그동안 일본 정부의 요청이 있고, 남북한이 합의하면 돌려준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이미 남북이 합의했고, 일본 정부도 남북이 합의하면 돌려주기로 한 만큼 8·15행사에 맞춰 반환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서울에서 열린 제 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은 북관대첩비 반환에 합의했고, 이같은 합의를 토대로 한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일본 정부에 북관대첩비 반환을 공식 요청했다. 통일부는 북관대첩비가 반환되면 우선 국내로 반입해 보존ㆍ복원처리한 다음 국내에서 전시한 뒤 북측에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높이 187㎝에 1500자의 글을 담고 있는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때 함경도 경성과 길주에서 의병장 정문부가 왜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숙종 35년(1709년)에 세워진 것으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소장이 비석을 파내 일본으로 가져간 뒤 야스쿠니신사에 방치돼 왔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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