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약탈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저지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구멍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오유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수집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67
  • [개성공단 어디로] 빅터 차 “북·미 신뢰 구축 모두 실패… 딜레마 상황”

    “북·미 간 신뢰 구축은 과거에 모두 실패했고, 앞으로도 딜레마적 상황이 될 것이다(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이 도발하면 한국이 반드시 보복한다는 부정적 신뢰부터 먼저 구축해야 한다(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교수).”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29일 우리 외교부가 연 국제회의에서 북한과의 신뢰 구축의 핵심을 이같이 제시했다. 미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외교부·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북·미 간 신뢰 구축은 매우 어렵다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빅터 차 교수는 “현 국제체제의 대표적 적대관계인 북·미관계는 (박근혜정부의) 신뢰구축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면서도 “미국과 북한의 과거 25년간의 외교 협상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약탈국가라고 비판하며, 한쪽의 안보와 생존을 협상용 카드로만 인식하는 한 신뢰 구축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관점에서 신뢰가 한·미 양국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때만 구축되는 것이라면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가 아닌 핵 합의이고, 체제안보가 아닌 체제보장”이라며 “이 같은 요구는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딜레마적 상황만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그는 “대북 외교와 대화의 목적이 신뢰 구축인지 위기 관리인지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인 자칭궈 교수는 “신뢰 구축은 상호 의존성의 확대를 의미한다”며 “북한과 곧바로 긍정적 신뢰를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쌓기’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국이 반드시 응징한다는 일관된 메시지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자칭궈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는 확실히 돕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한 법률적 준비를 완비하고 자금 및 원조를 비축하는 긍정적 신뢰 구축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정부의 신뢰외교는 편협한 주관주의나 정치적 낭만주의가 아닌 역사적 경험”이라며 “신뢰 없는 평화는 깨지기 쉬운 거짓 평화이며, 신뢰에는 오랜 과정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 귀환 결정을 했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옥타곤걸’ 이수정, 중세 섹시 여전사 변신

    ‘옥타곤걸’ 이수정, 중세 섹시 여전사 변신

    CJ E&M 넷마블이 18일 낮 12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모나크’의 오픈베타서비스(공개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게임제작사 마이어스게임즈가 100% 자체 개발한 토종 엔진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한국형 MMORPG다. 이 게임의 세계관은 중세 유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라테스 대륙의 아카드 왕국을 배경으로 주교파와 공화파가 벌이는 전쟁과 전투가 큰 줄기다. 국내 온라인 게임 가운데 처음으로 정예부대를 활용한 대규모 부대 전투를 구현한다. 수 천 개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부대 전투와 공성전을 즐길 수 있다. 또 레벨에 따라 장착 아이템과 장비가 차별화되는 기존 게임과는 달리 레벨 제한 없이 모든 아이템과 장비의 장착이 가능하다. 시나리오 중심이 아니라 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또한 흥미롭다. 넷마블은 지난해 8월 테스트를 시작한 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개선 작업을 해왔다. 이번 공개 서비스에서는 지역 쟁탈전과 마차 약탈전 시스템이 모두 포함됐다. 여성 캐릭터로만 구성된 여성 부대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용자간 대전 시스템도 달라졌다. 무차별 공격 방지를 위해 페널티 시스템을 적용한다. 같은 파벌은 서로 공격할 수 없다. 한번 퇴각한 이용자를 계속 공격할 수 없도록 시간제를 둔 것도 눈에 띈다. 게임 홍보 모델인 ‘옥타곤 걸’ 이수정이 등장하는 체험판을 통해 부대 전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 캐릭터 밸런스 조정 및 사용자환경(UI) 개선 등을 통해 유저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 리뷰] 톰 크루즈 주연 SF 대작 ‘오블리비언’

    [영화 리뷰] 톰 크루즈 주연 SF 대작 ‘오블리비언’

    ‘약탈자’로 불리는 외계인의 침공 이후 60년. 살아남은 인류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이주했거나 우주정거장에서 대기 중이다. 지구에 남은 건 정찰·공격 로봇 드론의 수리기술자 잭 하퍼(톰 크루즈)와 파트너 비카(앤드리아 라이즈버러)뿐. 바닷물을 빨아올려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비를 약탈자로부터 보호하는 게 하퍼의 주 임무다. 어느 날 하퍼는 우주선 추락을 목격한다. 생존자를 구하고 보니 늘 하퍼의 꿈속에 나오던 여인이었다. 60년 동안 수면 캡슐에서 동면했던 여인은 추락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항법장치를 확인하자고 설득한다. 우주선을 수색하던 하퍼는 정체불명의 조직에 납치된다. 방사능 오염으로 생존자가 없다던 지구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60년 전 지구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의 1억 2000만 달러(약 1356억원)짜리 공상과학(SF)영화 ‘오블리비언’은 여러모로 의외다. 일단 ‘지구의 미래를 건 최후의 반격이 시작된다’는 광고 카피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영화 중반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비카는 기억이 지워진 채 회사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지만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은 채 타이탄으로 떠날 날을 고대한다. 반면 하퍼는 끊임없이 의혹을 키운다. 코신스키는 한 시간이 넘도록 SF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느린 호흡으로 하퍼를 쫓는다. 하퍼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거대한 음모를 눈치챈 뒤에도 영화의 호흡은 그다지 빨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러너’,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 성찰을 담아내려는 것도 아니다. 기계공학과 건축학을 전공한 코신스키 감독은 자신의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을 영상으로 펼쳐내는 데 몰입한 듯하다. 꽤나 신선했던 데뷔작 ‘트론:새로운 시작’처럼 ‘오블리비언’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감각은 빼어나다. 영화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소니의 시네알타 F65카메라로 담아낸 2077년 지구의 이미지는 경외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다. 60여년 후를 배경으로 한 만큼 하퍼와 비카의 거주지는 물론 버블십과 드론 등 미래 운송장치와 전투장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볼거리에 걸맞은 서사나 담론은 없다. ‘지상에 살아 있는 자 모두에게 늦거나 빠르거나 죽음은 찾아온다. 그렇다면 선조의 유물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강적에 맞서는 것보다 더 나은 죽음이 있겠는가’란 토머스 B 매콜리의 연작시 ‘호라티우스’를 하퍼의 읊조림을 통해 반복한다. 인류를 압살하려는 ‘테트’에 맞서기 위해 하퍼가 오르는 우주선의 이름은 오디세우스다.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지난한 모험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오디세우스와 하퍼의 여정은 닮은꼴이다. 그럼에도 신선하지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많은 탓. 영화 제목이기도 한 망각(오블리비언)과 복제인간 등은 ‘매트릭스’ ‘블레이드러너’ ‘토탈리콜’ 등을 통해 익숙하다. 인류 생존을 위해 한몸을 던져 ‘테트’에 맞서는 주인공의 행적은 ‘터미네이터’나 ‘나는 전설이다’를 떠올리게 한다. 하퍼를 제외한 캐릭터의 존재감도 아쉽다. 포스터에 크루즈와 나란히 등장하는 지하조직의 리더 모건 프리먼조차 제 몫을 하지 못한다. ‘매트릭스’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일깨우는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역할을 기대한 건 실수였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오블리비언’의 신선도를 75%로 평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아빠! 어디가?(MBC 일요일 오후 4시 55분) 아빠들과 아이들은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무를 심고,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한편, 아빠들이 없는 낯선 시장에서 모인 아이들은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는 저녁재료 구하기에 나선다. 이에 민국은 고생하는 동생들을 위해 탕수육을 시켜놓으며 맏형다운 면모를 보인다. ■최고다 이순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순신(아이유)의 사기사건을 알게 된 준호(조정석)는 자신이 진짜 신준호임을 증명하려 순신을 변신시켜 시사회에 데려간다. 정애(고두심)는 돈 문제로 청소 일을 시작하고, 창훈(정동환)의 납골묘를 찾았다가 미령(이미숙)과 스친다. ■주말특별기획 백년의 유산(MBC 토요일 밤 9시 50분) 주리(윤아정)는 자신을 옛 연인으로 착각하고 키스를 한 세윤(이정진)에게 모욕감을 느끼고, 자취를 감춘다. 끝순(정혜선)은 효동(정보석)과 춘희(전인화)의 결혼을 승낙한 후, 두 사람의 결혼준비에 따라다니며 일일이 간섭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0분) 광주의 한 대학병원 VIP병동의 1108호. 문은 한 달째 굳게 닫혀있다. 병실을 청소하는 아줌마도, 배식을 하는 직원도 그 방은 들어가지 않는다. 가끔 의료진이 따로 보관하는 열쇠로 병실을 드나들 뿐이었다. 방문객은 물론 의료진조차 출입이 조심스럽다는 1108호에는 아주 특별한 환자가 있는데…. ■OBS 스페셜(OBS 토요일 밤 8시 15분) ‘닫힌 공간, 열린 세계’ 편은 유배의 공간성과 시간성의 확장을 보여준다.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유배는 감옥의 등장으로 사라진다. 프로그램은 생명평화운동가 황대권씨가 감옥에서 ‘야생초 편지’를 쓴 사연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한다. ■KBS 스페셜(KBS1 일요일 밤 8시)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의 보물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을 위해 56년의 삶을 바친 철의 여인이 있다. 바로 재불역사학자 박병선 박사다. 프랑스의 핍박과 멸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우리의 역사, 문화를 되찾으려 했던 그 길을 따라가본다. ■도전! 1000곡(SBS 일요일 오전 8시 10분) 1992년 ‘철이와 미애’로 데뷔해 가요계를 휩쓸었던 신철이 명품보이스 가수 적우와 함께 팀을 이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오프닝 무대로는 현재 SBS 라디오 DJ처리로 활동하고 있는 신철의 ‘시대별 댄스 디제잉’과 출연자들의 화려한 댄스 무대와 환상의 팀워크가 펼쳐진다.
  • [서울광장] 조급증 떨쳐야 국외문화재재단 성과 낸다/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조급증 떨쳐야 국외문화재재단 성과 낸다/서동철 논설위원

    아테네 한복판에는 고도(古都)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초현대식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다. 스위스 출신의 미국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설계해 2009년 개관한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불과 244m 떨어진 곳에 박물관을 짓는다는 구상은 논란을 불렀지만, 그리스 국민은 수긍했다. 파르테논 신전의 상부 조각은 전성기 그리스 문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그런데 오스만튀르크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토머스 브루스 엘긴이 1801년 이 조각을 해체해 영국으로 싣고 가 버렸다. 그리스를 오스만제국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현재 영국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른바 ‘엘긴 마블’(Elgin Mables)이다. 그리스 정부는 1982년 외교 루트를 통해 영국 정부에 반환을 요청했다. 영국은 국가 위원회 명의로 거절했는데, 이유의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그리스의 심각한 스모그 현상으로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이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권위 있는 과학적 보존 시설을 갖추고 있는 영국박물관이 보관하는 것이 옳다.’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의 건립은 영국의 이 어이없는 반환 거부 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그리스의 분노에 찬 대안이었다. 완벽한 공조시설을 자랑하는 박물관의 최상층에는 ‘파르테논 마블’을 전시할 공간이 마련됐지만, 영국은 여전히 돌려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역시 기증이나 자진 반환이 아닌 교섭으로 문화재를 돌려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정부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설립한 것도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재단은 지난해 7월 출범한 뒤 원로미술사학자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를 9월에 위원장으로 영입하고, 필요한 최소 인원을 확보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재단은 출범부터 쉽지 않았다. ‘부당하게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를 내건 만큼 당초 명칭은 ‘국외문화재환수재단’이었다. 하지만 ‘환수’라는 이름이 찍힌 명함을 들고 나가면 환수는커녕 소장자를 만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문화재 반환 교섭 경험자들의 이구동성이었다. 간판이 바뀌게 된 까닭이다. 재단 활동의 중심은 우리 문화재가 가장 많이 나가 있는 일본과 미국이다. 두 나라에는 상주할 전문가의 정원을 확보해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인 한국 문화재 조사 사업도 전 세계로 확대한다. 먼저 올해는 중국에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조급증이다. 재단이 출범했으니 당장 성과를 내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의 조급증이 자칫 재단의 활동을 산으로 가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성과를 다그치면 의미 있는 컬렉션을 목표로 장기적인 포부를 세우기보다 작은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박물관 전문가의 충고가 마음에 남는다. “한국 컬렉션을 가진 해외 소장자와의 스킨십이 중요하다. 만날 때마다 애정을 담아 문화재의 안부를 묻되 돌려 달라는 이야기는 먼저 하지 말라.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면 오히려 진심으로 잘 보관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라. 명절이나 생일이면 잊지 말고 선물을 건네라. 컬렉터란 애정을 가진 사람에게 소장품을 물려주고 싶은 법이다. 몇년 뒤가 될지 몇십년 뒤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소장자가 세상을 떠날 때는 컬렉션을 돌려주고 싶지 않겠는가. 그때까지 참을성 있게 투자해야 한다. 개인은 할 수 없지만, 재단이라면 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 소장한 대형 컬렉션의 반환은 정상회담이나 그에 버금가는 정부 간 교섭이 아니면 말도 꺼내기 어렵다. 결국 재단 활동은 민간 컬렉션과 개별 유물에 초점을 맞추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당연히 정부 간 교섭의 지원도 재단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dcsuh@seoul.co.kr
  • “관세음보살좌상, 부처 법 따라 제자리로”

    “관세음보살좌상, 부처 법 따라 제자리로”

    지난해 10월 일본 대마도로부터 밀반입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원래 자리인 충남 서산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한 모임이 발족됐다. 불교계와 서산 지역단체, 문화재환수운동단체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공연장에서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 봉안위원회’(봉안위) 발족식을 하고 불상 반환을 위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부석사 불상이 한국에 봉안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봉안위 공동대표단에는 주경(서산 부석사 주지·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도신(서산사찰주지협의회장), 정범(수덕사 재무국장·조계종 종회의원) 스님과 김원웅 전 국회의원(조선왕조실록·의궤환수위 공동대표),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 엄승용 전 문화재청 정책국장 등이 참여했다. 이 밖에 이완섭 서산시장, 이철수 서산시의회 의장, 홍영표·성완종 국회의원, 박정현 충남도 정무부지사 등 서산 지역 단체와 문화재환수운동단체들이 힘을 보탰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문화재 시민단체, 정관계 인사, 서산 지역사회가 똘똘 뭉친 것이다. 이들이 발족식에서 밝힌 활동 내용은 한·일 양국 간 외교 교섭이나 국제법 차원의 해결이 아닌 불교적 방식에 의한 불상 방환이다. 최근 불상 반환을 놓고 양국 간 외교 마찰로 번지는 상황에서 자칫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불상의 일본 유출 경위를 사실상 명확히 따지기 힘든 상황에서 양국 불교 간 상생과 배려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봉안위는 이에 따라 우선 관음사 스님들에게 부처님 법에 따른 원 소장처로의 불상 봉안을 적극 권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와 국회, 나가사키현 등에 부석사 주지와 봉안위 입장을 공식 전달키로 했으며 유네스코에 불상의 관음사 소장 경위, 약탈 정황, 현 보관 상태 등을 전달해 국내 반환을 위한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회 결의문 채택 등을 추진해 정부 관계자들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집행위원장 원우 스님(부석사 총무)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전개하던 중 이번에 봉안위를 발족하게 됐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환수를 둘러싼 국내외 활동이 더욱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밀어내기와 뒷북치기/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밀어내기와 뒷북치기/전경하 경제부 차장

    재산형성저축과 국민행복기금이 세간의 화제다. 돈을 모으는 상품과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둘 다 많아서 문제다. 재형저축은 너무 많이 팔아서다. 새 상품이 나왔으니 금융회사로서는 상품의 우월함을 실적으로 증명하고 싶을 게다. 그 방법은 직원을 통한 판매 독려다. 금융감독원이 과당경쟁이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사후약방문이다. 금융회사도 판매자 이름을 남겨 민원이 발생할 경우 인사평가 등에 반영한다. 역시 사후약방문이다. 일단 많이 판 직원들은 이미 상을 받았을 것이다. 자기가 산 금융상품에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 고객 또한 샀기 때문에 민원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최근 일시적 판매 중단 사태를 일으켰던 즉시연금이 그렇다.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2억원 이하 가입자의 급증은, 소비자의 불안함도 있지만 수수료를 의식한 은행 창구의 부추김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행복기금을 보면서 허전한 사람도 있다. 힘겹지만 이자를 잘 갚아온 사람은 뭘까. 연체 기록을 안 남기려고 다른 소비를 줄였던 기억은 대출자라면 다 있을 게다. 원금 탕감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아등바등 원리금을 갚아온 소심한 자신을 탓하거나, 원금을 탕감받는 수십만명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욕심이 일어날 것이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일단 빚내고 보자는 심리가 있었을 게다. 그리고 ‘설마 떼이겠느냐’는 은행의 안이함이 더해졌을 게다. 조금씩 기본에서 벗어났을 뿐인데 두세 가지가 만나 문제가 커졌다. 실적 쌓기 위해 밀어내고, 뒷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일단 쓰고. 재형저축이 대출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재형저축은 2015년까지 가입할 수 있다. 아직도 2년 이상 가입 기간이 남아 있다. 차분히 생각한 뒤 가입해도, 가입을 권유해도 괜찮다. 재형저축 광풍이 잦아든 뒤 금융사들의 가입계좌 월별 추이를 따져보고 싶다. 행복기금은 그 취지는 좋지만 반복돼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있었지만 ‘원금 탕감해 준다’고 사방에 떠드는 것은,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맞춰 대출하자. 금융회사도 원금 떼여서 좋을 것 없지 않은가. 소비자가 일단 자신의 능력껏 대출받아야겠지만, 본인보다 금융 지식이 뛰어날 것 같은 직원이 더 대출해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지 않기는 어렵다. 약탈적 대출이나 일단 팔고 보자는 실적주의가 아닌, 다음을 생각하는 관계형 금융으로 가자.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인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기반하지 않는 약탈적 대출로 유명하다. 대출이, 대출받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삶마저 파괴시켰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담보인정비율·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금융회사의 약탈적 대출 유인을 억제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라고 밝혔다. 빚을 내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한들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 후보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다음을 생각해 보는 여유, 이제 우리 금융도 이런 체력을 가졌다고 믿고 싶다. lark3@seoul.co.kr
  • “서산 부석사 불상 반환 불교방식으로 해결”

    “서산 부석사 불상 반환 불교방식으로 해결”

    일본에서 반입된 서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반환 문제가 한·일 정부 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불교계가 반환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 주목된다. 원 소장처인 충남 서산 부석사와 서산시 지역 사회단체들이 불상 제자리 봉안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불교계와 전 외교관, 문화재 반환 시민단체들이 봉안위원회를 발족, 환수운동에 돌입했다. 그런가 하면 부석사와 부석사 본사인 수덕사를 비롯한 사찰들이 불상 반환을 위한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나서 범불교적 환수운동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불교계는 지난달 26일 대전지법의 불상 이전 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해 쓰시마 절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반입된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등 불상 2점의 반환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교계는 특히 관음보살좌상 반환을 반대하는 일반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조직법 표류로 주무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자 불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와 전직 외교관·국회의원, 문화재 환수운동 시민단체로 구성될 ‘봉안위원회’(가칭)는 앞으로 불상 반환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불교계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좌상의 원 소장처인 서산 부석사 주지를 비롯한 불교계 주요 인사와 김원웅 전 국회의원, 김경임 전 주튀니지 대사 등 전직 의원·외교관, 조선왕실의궤·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들이 참여해 이번 주중으로 봉안위원회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다. 봉안위원회는 다음 주 관세음보살좌상이 소장됐던 쓰시마 관음사를 방문해 불상 한국 반환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서산시 부석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지역 모든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서산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제자리 봉안운동 협의회’를 구성,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한편 각 시 단위로 구성될 추진협의회의 모태 역할을 선언했다. 부석사 본사인 수덕사도 성명을 발표, 관세음보살좌상 한국 반환의 당위성을 천명한 뒤 전국 사찰로 서명운동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봉안위원회’가 발족하면 반환과 관련한 전국적인 연대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는 특히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양국 정부 간 협의에는 국제법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른바 ‘여법하게’(부처님 뜻대로) 반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 유출 경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반환 협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관음보살좌상을 포함해 약탈 문화재 환수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교통상부·문화재청 등 관계 당국의 해결 수순보다는 한·일 불교계 간 이해와 협조에 우선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교계는 1996년 서산 부석사 주지가 관세음보살좌상을 소장하고 있던 일본 관음사 주지에게 불상의 원 소장처가 서산 부석사임을 통보한 것을 비롯해 모두 4차례에 걸쳐 일본 관음사로부터 불상을 되돌려받기 위한 운동을 벌여 왔다. 문화재 환수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 이상근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 “이번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반환운동은 단지 빼앗긴 불상 하나를 되돌려받는 차원을 넘어 훼손된 민족 정체성과 정신의 회복 차원에서 상징성이 큰 사안인 만큼 상생과 화합의 관점에서 불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나 아직 안 늙었다… 내 마지막 초대형 액션 ”

    “나 아직 안 늙었다… 내 마지막 초대형 액션 ”

    “초대형 액션 영화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액션 장면은 찍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찍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늘 액션 스타가 아니라 한 명의 배우가 되자는 다짐을 합니다.”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청룽(59)은 액션 스타보다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 했다.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 홍보차 방문한 청룽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많은 사람이 ‘청룽이 늙어서 액션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7년 전부터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조금만 기다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면서 “액션 스타가 연기도 할 줄 안다는 수식어보다는 배우로서 액션 연기를 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은 청나라의 황실 정원 원명원에서 약탈당한 12간지 청동상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린 초대형 액션 모험물로 10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영화 제작이 표류되자 청룽은 감독, 주연, 시나리오, 무술 감독 등 15개 직책을 직접 맡았다. 영화에서 보물 사냥꾼 JC로 나오는 청룽은 자신의 오른팔 사이먼 역의 권상우와 함께 세계 각국을 누비며 잃어버린 청동상을 모아 중국에 반환한다. 식민지배 시절 해외로 강제 반출된 문화재는 고국 품에 안겨야 하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차이니즈 조디악’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주제를 다룬 영화로 일본이 한국에 고서를 반환하는 장면도 들어가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日서 밀반입 불상, 고려말 왜구가 약탈”

    일본 쓰시마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밀반입된 한국 고대 불상 2점 중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은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 봉안돼 있다가 1370년 전후 왜구의 침입이 극심할 때 약탈해 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불교미술사 전공인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최근 발간된 서산문화발전연구원의 기관지인 ‘서산문화춘추’ 8집에 투고한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銅觀音菩薩坐像)의 의의와 왜구에 의한 대마도로의 유출’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쓰시마 관음사(觀音寺)에 봉안된 이 불상은 복장(腹藏·불상 안에 들어간 유물)에서 발견된 조상기가 고려 충선왕 즉위년인 1330년 2월에 쓰여졌다는 점에서 볼 때 이 무렵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 교수는 이 불상은 제작 직후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 기슭에 지금도 작은 규모로 현존하는 부석사에 봉안됐지만, 고려 말 왜구 침탈로 일본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그 근거로 조상기에서 불상을 부석사에서 영원토록 공양하고자 한 내용이 보이는 반면 쓰시마 관음사와 관련한 언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만약 그것이 합법적으로 일본으로 넘어갔다면 그와 관련되는 기록이 복장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그런 대목이 없는 점을 들었다. 문 교수는 “약탈품이 거의 확실한 이 불상이 원래 봉안 장소인 서산 부석사로 귀환, 봉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TREKKING YAKUSHIMA] 초록 융단 위에 서다

    [TREKKING YAKUSHIMA] 초록 융단 위에 서다

    초록 융단 위에 서다 ‘365일 중 366일 비가 온다’ 혹은 ‘한 달 동안 35일 비가 내린다’는 야쿠시마屋久島. 그 풍부한 수량이 수령 1,000년이 넘는 나무들을 키워냈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야쿠시마의 속살은 비에 젖은 푸르름 그 이상이었다. ■야쿠시마 트레킹 추천코스 1 요도가와 등산로 입구 - 요도가와 산길 - 하나노에고 - 나게이시타이라 - 다카츠카 산장 - 타이라이시 - 미야노우라다케 아쿠시마, 1박2일로 훑다 야쿠시마는 바람이 많고 비도 많아서 나무들은 1년에 6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크기가 어마어마한 나무들을 보면 수령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야쿠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는 조몬스기다. 일본의 선사시대를 뜻하는 ‘조몬’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만큼 오래됐으며, 야쿠시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조몬스기를 만나길 원한다. 트레킹의 주요 루트는 조몬스기 이외에도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 300년 전에 채벌돼 흔적만 남은 윌슨그루터기,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이끼의 숲 등을 둘러보는 것이다. 야쿠시마 트레킹에서 요도가와 등산로 입구1,365m를 출발해 하나노에고 습지대1,600m를 거쳐 미야노우라다케1,936m 정상까지는 표고차가 600m도 안 되기 때문에 쉽다고 얕볼 수 있다. 그러나 8~10시간에 가까이 걸어야 해서 평소 운동을 게을리 했다면 체력 문제가 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중에 만나는 하나노에고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고원습지로 비와 안개가 많아 빗물로만 이뤄진 습지다. 선 채로 하얗게 말라 버린 고목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데 나무에 수지樹脂가 많아 몇백년이나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이 만든 천연 정원의 느낌과 함께 지친 다리를 쉬기에도 좋다. 여기서 3시간 정도 더 걸어가면 미야노우라다케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도중에 만나는 여러 봉우리들 중 눈에 띄는 것은 일명 두부바위로 불리는 화강암이다. 산꼭대기에 놓인 이 커다란 바위는 높이가 약 20m, 길이가 100m 정도 크기임에도, 검의 고수가 두부를 썰듯 잘려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정상 주변에서는 둥글둥글하게 생긴 바위를 많이 볼 수 있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미야노우라다케라는 거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신들이 한 판 바둑을 둔 듯하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숙박이 가능한 다카츠카 산장이 나온다. 10월 기준으로 6시가 되기 전에 해가 떨어지므로 서둘러 도착해야 하지만 경치 감상에 취해 잠시 멈춘 발길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다. 무인 산장에서 많은 등반자들은 식사와 휴식을 취하며 야쿠시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조몬스기를 그리며 단꿈에 빠진다. 미야노우라다케 전경. 바둑알 같은 돌들이 흩어져 있다 다카츠카 산장. 여름에도 밤의 산장은 춥기만 하다/ 야쿠시마 트레킹 현지 가이드. 산이 깊은 만큼 초보자는 가이드가 필수다 4 하나노에고 주변의 하얗게 마른 고목들 5 해가 지기 전 바쁜 걸음을 오르는 등산객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야쿠시마 트레킹 추천코스 2 다카츠카 산장 - 조몬스기 - 윌슨 그루터기 - 오오카부보도 - 구스가와와카레 - 시라타니 운수계곡 - 미야노우라항 높이 25.3m, 수령 2,170년에 달하는 조몬스기 윌슨 그루터기 안으로 들어가면 하늘에 하트 모양 구멍이 있다 3 섬의 비경이 펼쳐지다 하루짜리 트레킹으로는 미야노우라항에서 약 12km 떨어진 시라타니운수계곡을 다녀오거나 조몬스기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유명하다.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조몬스기는 물론, 하트무늬 구멍이 있는 윌슨그루터기, 두 나무가 손을 잡은 듯한 부부삼 등 독특한 나무를 끊임없이 만날 수 있다. 또한 <원령공주>의 배경지 등을 모두 섭렵할 수 있어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다. 조몬스기 수령 2,170년의 조몬스기는 가히 산의 정령이라 불릴 만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 웬만한 광각 카메라로는 한 화면에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의 크기가 위압적인데 높이 25.3m, 몸통 둘레 16.4m에 달하는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1966년 이와카와 테이지라는 이가 발견한 이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 2005년 눈이 쌓여 조몬스기 가지 일부가 부러져 떨어졌을 때 잰 길이가 5m, 직경 1m, 무게가 1톤에 달했고 가지의 수령만 해도 1,300년이었다. 일본인들은 그것을 ‘생명의 가지’라고 이름 붙이고 현재 야쿠스기 자연관에 전시하고 있다. 조몬스기의 수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크기만으로는 수령이 최대 7,200년일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나무줄기를 통한 탄소측정법으로는 2,170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봄과 겨울을 2,000번이 넘게 겪었을 나무. 주변의 생명들이 스러지고 다시 나는 것을 수천년간 지켜봤을 조몬스기는 왠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었다. 혹시 과거 언젠가 같은 자리에 서서 마주하지는 않았는지. 대답 없이 묵묵히 서 있는 나무는 자신을 찾은 이들을 향해 큰 팔을 반가이 흔들어 댔다. 윌슨그루터기 조몬스기가 아니라도 야쿠시마에는 수령 1,000년 이상의 고목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윌슨그루터기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거대하다. 베지 않고 그냥 뒀더라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 지금부터 약 300년 전에 베어져 그루터기만 남은 것으로 보이는 이 나무는 1914년경 미국 식물학자 아네스트 헨리 윌슨 박사가 연구를 위해 야쿠시마를 찾아와 숲속을 헤매던 중 비를 피하다 우연히 이 그루터기를 발견했다. 그런 이유로 윌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추정 수령은 약 2,000년이고 둘레는 13.8m인 것을 감안할 때 높이는 약 20m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텅 비어 있는 그루터기 안에는 작은 신주가 놓여져 있고 하늘에는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어 로맨틱한 신혼방을 연상케 한다. 오오카부보도 윌슨그루터기를 지나면 좁은 열차 궤도가 뻗은 오오카부보도大株步道를 걷게 된다. 궤도 위에는 발이 빠지지 않도록 보행용 판이 설치돼 걷기 쉽도록 되어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철로 옆의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워낙 커다란 나무를 옮겨야 해서 운반의 편리를 위해 이러한 철길을 놓았겠지만 야쿠시마 사람들에게는 약탈의 수단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철길 주변의 삼나무들은 자신을 베고 운반하기 위한 철로 옆에서 이끼를 덮은 채 하나로 어우러져 자라나고 있었다. 시라타니운수계곡 <원령공주>의 숲의 실제 모델이 된 풍경은 시라타니운수白谷雲水계곡에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제작기간 4년, 제작비 240억원이 투자된 <원령공주>는 일본에서 1,42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큰 인기를 누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95년 5월 시라타니운수계곡을 지나 조몬스기를 살펴보는 등 실사를 다녀왔고 이 경험은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녹아났다. 특별한 표지판도 없지만 관광객들은 <원령공주>에 등장했던 배경과 흡사한 곳 앞에서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한다.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당장이라도 영화 속 주인공이 저 이끼의 숲 너머에서 사슴과 늑대를 타고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큰 윌슨 그루터기 입구 / 산에서는 사슴이나 원숭이를 흔히 볼 수 있다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는 벌채의 흔적이다 / 철로가 놓인 오오카부보도 글·사진 김명상 기자 취재협조 JT투어 02-732-1950 ▶travie info 항공편 대한항공이 가고시마까지 주 3회 직항 운항 중이다. 가고시마에서 야쿠시마까지는 비행기로 35분, 고속선은 1시간45분~3시간, 페리 4시간이 소요된다. 비행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저렴한 고속선을 타고 이동한다. 가고시마항에서 Toppy, 코스모라인 2개의 배를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미리 예약도 가능하다. 이것저것 귀찮을 때는 한 번에 정리해 주는 국내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JAL 국내선 예약 0120-25-5971 가고시마-야쿠시마 고속선 정보 Toppy www.tykousoku.jp/, 코스모라인 www.cosmoline.jp/ 야쿠시마 국내여행사 JT투어 02-732-1950 트레킹 시기 야쿠시마는 연중 비가 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간 강수량이 평지는 약 4,500mm로 도쿄의 3배에 달하며, 산악지대는 약 7,500mm의 엄청난 비가 내린다. 따라서 비교적 비가 적은 3~5월과 10~12월 중순이 걷기에 좋고 날씨가 맑을 확률도 높다. 연간 평균기온은 19.5도 정도이며, 12월 중순의 경우 최저기온은 8도에서 최고 13도 수준이다. 유의사항 8월 한여름에도 산장에서 숙박할 경우 추위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침낭과 두툼한 옷은 필수품. 부족한 장비는 야쿠시마 현지 렌탈숍에서 빌릴 수 있다. 침낭 1,000엔, 매트 500엔, 헤드랜턴 500엔, 기능성 비옷 1,500엔, 스틱 500엔 수준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잉카 문명의 보석 ‘마추픽추&쿠스코’

    잉카 문명의 보석 ‘마추픽추&쿠스코’

    페루 여행은 고산병과의 싸움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하루 이틀 정도는 두통과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고생을 합니다. 원래 고산지대인 탓도 있지만 여행지마다 높낮이를 달리하는 것도 한 요인이 됩니다. 예컨대 쿠스코(3400m)에서 마추픽추(2400m)를 다녀오는 동안에는 고산병이 다소 완화됩니다. 여기서 다시 티티카카 호수(3800m)를 돌아보자면 멀쩡하던 사람도 고산병에 시달리기 일쑤지요. 그렇다고 잉카 문명의 원류를 마다할 수는 없을 터, 이제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오래전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가 먼저 갔던 길이기도 하지요. 체 게바라는 동명의 영화가 된 자신의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를 통해 짓밟힌 페루의 역사를 그려냅니다. 안데스 고원의 적벽돌 담장에서, 그리고 장엄한 마추픽추에서 ‘한 문명이 다른 한 문명을 딛고 선 현실’과 마주한 그는 곧장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지요. 쿠스코에 막 착륙한 국내선 비행기 안. 별 모양의 로고가 박힌 ‘체 게바라 모자’를 쓴 건장한 청년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형형한 그의 시선 끝은 그러나 아쉬움과 맞닿아 있는 듯 보였다. 창문 너머로 빛나는 선조를 둔 잉카 후예들의 남루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일 게다. 잉카 문명의 원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는 쿠스코가 중심축이 된다. 거대한 잉카 제국의 중심축 ‘쿠스코’ 쿠스코는 원주민들이 쓰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중심)’이란 뜻이다.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535년 리마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쿠스코는 현재의 에콰도르와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의 수도였다. 쿠스코는 전체적으로 스페인풍이다. 원색의 베란다가 인상적인 이층집과 성당, 그리고 스페인 특유의 주황색 지붕들이 경쾌하게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쿠스코에 드리운 잉카제국의 무게감을 지울 수는 없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지어 올린 대부분의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게 잉카 시대에 세워진 초석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산토도밍고 성당이다. 쿠스코를 손아귀에 넣은 스페인 정복자들은 ‘황금의 사원’ 코리칸차(태양의 신전)를 약탈한 뒤 그 위에 보란 듯 성당을 지어 올렸다. 쿠스코의 중심 사원이었던 코리칸차는 산토도밍고 성당 아래 깔린 채 그렇게 전설적인 존재로 박제돼 있었다. 쿠스코 사람들에게 신전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것은 뜻밖에도 지진이었다. 1650년과 1950년 쿠스코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산토도밍고 성당이 붕괴됐고 그 아래에서 코리칸차의 기반이 드러난 것이다. 힘없이 무너져 내린 스페인식 건물 아래 잉카의 돌들은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적지를 돌아볼수록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기술이 신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대체 얼마나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해야 그 큰 바위들이 면도날처럼 각을 맞출 수 있는 건지 가늠조차 어렵다. 삭사이우아만(3700m)의 거석들을 보면 경이롭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삭사이우아만은 쿠스코 뒤편 산자락을 지키던 요새 겸 신전으로, 1536년 잉카의 군대와 스페인군이 최후의 전투를 벌인 곳이다. 잉카인들은 이곳에 최대 120t에 달하는 돌을 옮긴 뒤 두부 자르듯 재단해 높이 7m, 길이 500m에 달하는 성벽을 세웠다. 지진에 견디게 하기 위해 성벽을 지그재그로 쌓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의 돌을 빼 쿠스코의 성당을 짓는 데 사용하면서 성벽은 처참한 몰골로 변하고 말았다. 쿠스코에서 뒤편의 산자락을 오르면 곧바로 고원 분지다. 광활하게 펼쳐진 고원을 따라 안데스의 거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선 굵은 암봉들의 정수리엔 거의 예외 없이 구름이 매달려 있다. 보면 볼수록 장엄한 풍경이다. 놀라운 건 산자락 곳곳에 실핏줄 같은 길이 나 있다는 것. 그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경작을 한다는 얘기다. 신성계곡 등 깊게 골이 팬 산자락 꼭대기엔 불탄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화전을 일궜던 자리다. 이런 산자락에서 1500종이 넘는 감자와 300종이 넘는 고추가 생산된다. 태양의 마을에 들어선 성모마리아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잉카의 후예들은 농업이나 삶의 방식 등에서 여전히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여자들의 복장은 색깔만 다를 뿐 누구나 똑같다. 길게 땋아 내린 머리 위엔 몬테라, 혹은 멕시코풍의 솜브레로를 쓰고 어깨엔 이크야를 둘렀다. 통이 넓은 치마 포예라 아래로는 둥글넓적한 신발 우수타를 신고 있다. 안데스 여성들의 유니폼이라 해도 믿겠다. 전통을 중시하는 잉카의 후예들은 그러나 선조들이 믿던 태양신을 버렸다. 대신 가톨릭을 가슴에 담았다. 300여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탓인지 페루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잉카’라는 말이 태양신의 아들인 ‘왕’을 일컫는 표현이니 잉카의 후예들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셈이다. 가톨릭이 정착하면서 현지화되는 경우도 생겼다. 친체로 성당이 그 예다. 외형상으로는 여느 성당과 도드라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마리아상이 화려한 안데스 드레스를 둘렀고 얼굴도 구릿빛이다. 생김새 또한 원주민과 비슷하다. 또 여느 성당의 경우 원주민과 메스티소들이 함께 예배를 보지만 친체로 성당에선 원주민만을 위한 미사가 열린다. 고원지대에 잉카 유적 원형 보존 안데스 고원지대엔 잉카 시대 유적들이 ‘널려’ 있다. 쿠스코 인근 친체로와 오얀타이탐보, 피삭 등의 고산지대 마을에서는 비교적 온전한 잉카 시대 건축물들과 만날 수 있다. 원형의 계단식 농경지인 모라이 유적과 협곡에 만들어진 마라스 염전도 빼놓을 수 없다. 모라이 유적지는 잉카인들이 감자, 옥수수 등의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조성한 농업기술 연구단지로 추정된다. 1932년 미국 탐험가 로버트 시피와 조지 존슨이 항공 촬영 중 발견했다고 한다. 마라스 염전은 암염 성분이 섞인 샘물을 계단식 염전에 받아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다. 1500년 전부터 염전으로 사용된 이래 지금까지도 옛 방식 그대로 월평균(4~10월) 300t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예서 생산된 소금이 마추픽추의 난방과 조리 등에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4~5일 여정으로 잉카 트레일을 따라 트레킹을 하거나 버스 등을 타고 비포장길을 십수 시간 터덜거리며 간다. 일반적으로는 관광열차를 이용하는데 관광객 대부분이 들머리로 삼는 곳은 오얀타이탐보다. ‘성스러운 강’ 우루밤바강 물줄기를 따라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안데스의 빼어난 산들과 줄곧 동행한다. 마추픽추 초입의 아구아스칼리엔테까지는 기차 등급에 따라 1시간 30분~5시간쯤 소요된다. 아구아스칼리엔테에선 버스로 바꿔 탄다. 마추픽추까지는 이리 휘고 저리 꺾어진 절벽길을 20분 남짓 오금이 저리게 올라야 한다. 이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범상치 않다. 주변의 산들은 하나같이 날카롭다. 면도칼로 잘라낸 듯한 산자락엔 새도 앉기 힘들어 보인다. 마추픽추는 뾰족 솟은 수많은 산 사이로 우루밤바강이 휘돌아 가는 지점에 서 있다.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무수한 화강암 석축들과 건축물, 3000개의 계단으로 이뤄졌다는 공중도시, 마추픽추가 튀어나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해발 2800m의 ‘젊은 산’ 와이나픽추, 뒤쪽 봉우리가 3000m의 ‘늙은 산’ 마추픽추다. 유적은 그 사이 해발 2400m의 산비탈에 조성됐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절벽 양쪽에 태양의 신전과 콘도르의 신전, 왕족 주거지 등이 정교하게 배치돼 있다. 아득히 아래로는 우루밤바강이 누런 뱀처럼 흘러간다. 태양의 신전 위엔 거대한 돌을 깎아 인티와타나를 세웠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태양을 묶는 기둥이다. 아찔한 공중도시 마추픽추 마추픽추에선 ‘~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록으로 남은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저마다 마추픽추에 대한 설명이 조금씩 다른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한데 누가, 왜 이런 험산에 마추픽추를 조성했을까. 여러 가설이 있으나 현지 가이드 워싱턴은 “잉카제국의 초대 황제 파차쿠티가 세운 여름 별장”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개국 당시 세력이 미약했던 잉카왕국은 주변국과의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이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성적을 거둔 왕이 파차쿠티다. 우리의 ‘광개토대왕’쯤에 해당되는 인물로, 북쪽 해안의 치무와 서쪽의 창카, 정글의 강자 안티 등을 거푸 정복한 뒤 1438년 잉카 제국을 세웠다. 이때 수많은 노예를 전리품으로 거두는데 이들을 데려다 마추픽추를 짓기 시작했다. 여름 별장을 마추픽추로 정한 건 ‘땅과 하늘의 정기를 함께 받을 수 있는 곳’인 데다 쿠스코의 추운 6~7월 날씨에 견줘 한결 따뜻하고 건조했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은 1450년부터 1540년까지, 90년 정도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단식 농경지 조성에 필요한 흙은 오얀타이탐보에서부터 지고 올라왔다. 물은 마추픽추에서 약 800m 떨어진 지하수에서 끌어왔다. 건축에 필요한 화강암들은 마추픽추 상단의 채석장에서 가져다 썼다. 무엇보다 거대한 바위를 레고 블록처럼 정교하게 조탁한 솜씨가 놀랍다. 워싱턴은 “강에서 가져온 단단한 철광석으로 화강암을 다듬은 뒤 수없이 들었다 놓기를 반복해 빈틈없이 짜 맞췄다.”고 설명했다. 잉카인의 신기에 가까운 돌 다루는 솜씨와 잉카에 정복돼 노예가 된 부족들의 피와 땀이 더해진 결과다. 파차쿠티가 죽은 뒤 황제의 환생을 믿고 마추픽추 조성 노역에 시달리던 잉카인과 노예들은 스페인 군대가 파차쿠티의 미라를 불태우자 마침내 감옥 같던 마추픽추를 앞다퉈 떠났다고 한다. 글 사진 쿠스코(페루)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고산병 완화와 관련해 코카차의 효능에 대한 주장이 엇갈린다. 하루 5잔 이상 마실수록 좋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최근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효능 여부를 떠나 페루의 전통차를 맛본다는 생각으로 마시는 게 좋을 듯하다. 코카잎을 씹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틈틈이 입에 넣은 뒤 어금니로 지그시 깨물어 즙을 짜 마신다. 현지인에게도 코카잎은 먹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산지대 주민들은 코카잎 주머니를 따로 차고 다니다가 친한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 주머니에 코카잎을 넣어주는데 이를 우리의 ‘차비’처럼 관심과 애정의 표현으로 여긴다고 한다. 마약 코카인과는 연관성이 없다. 당연히 중독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비행 경유지인 미국에서는 코카잎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마추픽추 입장권 131솔(약 5만 8000원) 등 유적지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마추픽추 입장객은 하루 2500명, 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제한된다. 특히 건기인 5~9월 와이나픽추에 오르려면 최소한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 >>현지에서 항공을 이용한 여행 일정을 짤 경우 시간 간격을 여유 있게 둬야 한다. 꽉 짜인 일정을 세우면 비행기 연발, 연착으로 인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진관광에서 페루 단독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페루 남부 일주 상품은 물론 다윈의 진화론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각각 돌아보는 상품도 출시됐다. 모두 10일짜리다. (02)1566-1155.
  • [선택 2012 D-20] 朴·文, 서로 “공약 재원마련案 내놔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각각 상대방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면서 상대방에게 사실상의 증세 방안을 요구했다. 그동안 유권자들의 역풍이 두려워 재원 마련을 위한 보편적 증세 방안을 내놓지 못한 두 후보가 상대방에게 증세 방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증세의 아이러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각 캠프에 요구해 28일 분석한 ‘상대 후보에 대한 상호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최대 연간 3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재원 마련에는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서 “비과세 감면 축소, 최저한세 인상 등 과세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꼬집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 “아예 증세 방안에 대한 검토가 결여됐다.”면서 “정부 지출과 세금 누수 방지 등만으로 연간 27조원씩 조달하겠다는 방안은 매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박 후보는 “‘절대 빈곤’은 측정이 가능하고 이를 구제하기 위한 복지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대적 빈곤’은 영원히 제거될 수 없는 개념인데도 문 후보는 이것까지 구제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에서는 소요 예산을 너무 낮게 추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는 주식양도차익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 등에 대해 과세하겠다던 지난 4월 총선 공약에서 후퇴했다.”면서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정책에 대해 주로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외교정책과 관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겠다는 것이 논란이 많았던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했고, “‘남북경제연합’은 제도적 통일의 일부분인데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이것이 통일과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문 후보는 박 후보의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술로 서비스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중소기업 육성과 사회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을 전제하지 않고는 실효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기술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직접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신기술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창조경제론’은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 이슈로 부각한 가계부채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이자율 25% 제한 등 문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 상당수가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재벌에 대한 손보기식 규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문 후보는 “박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은 약탈적 대출을 해 온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보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 대책도 친재벌적 성장 우선주의 쪽으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이란, 美 비무장 무인기에 발포… 군사충돌 위기

    이란, 美 비무장 무인기에 발포… 군사충돌 위기

    이란 전투기가 이달 초 페르시아만 공해상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미국의 ‘비무장 무인기’(드론)를 공격한 것으로 드러나 이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란의 공격을 사전에 보고받았으나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것을 고려, 선거 직후인 8일(현지시간)에야 언론에 공개했다. 미 국방부 조지 리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1일 공해상에서 정기 순찰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국의 드론이 이란 해안으로부터 16해리(29.65㎞) 떨어진 해역에서 공격을 받았으나 무사히 기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국제법상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와 영공의 범위는 통상 12해리로, 이날 미국은 이란의 영공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한 셈이다. 특히 페르시아 해역에서 미국 드론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핵개발 문제 등을 두고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해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새벽 4시 50분 이란의 ‘수호이 25’ 전투기가 드론을 추격하면서 두 차례 공격했지만 명중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격을 받은 드론은 일명 프레데터(약탈자)로 불리는 ‘MQ1’ 기종으로 양쪽 날개에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공격형 드론이지만, 이번 정찰 때는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드론을 활용해 이란의 핵 시설을 수시로 정찰해 왔다. 발표 직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백악관에 모여 비공개회의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 정부가 이란의 이번 공격을 곧바로 전쟁 행위로 규정하지는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미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페르시아 공해상 정찰비행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 국방부 발표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미국의 무인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국방장관은 9일 반관영 뉴스통신 ISNA에 “우리 군이 지난주 걸프만 이란 수역의 상공에 진입한 정체불명의 항공기를 적시에 단호하게 대처해 몰아냈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이란 정부가 시민운동가와 언론인 등을 구금·고문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레자 타키푸르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장관과 언론감독위원회 등 5개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선정해 미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인물과 단체는 미국 입국은 물론 미 국민과의 경제 거래가 일정 중단되며, 모든 자산도 동결된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이란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외제차와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 75개 사치품에 대해 임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현지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전업계 카드 대출금리 내리지만… 수혜층은 소수 ‘생색내기’ 비판

    은행계 카드사에 이어 일부 전업계 카드사들도 카드론 금리 인하에 나섰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계층이 소수에 불과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다른 전업계 카드사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카드론 수수료 체계를 바꿔 7일부터 최고·최저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카드론의 일종인 이지론 금리는 기존 7.5~27.9%에서 7.5~27.3%, KB국민 가맹점론은 7.5~25.1%에서 7.5~24.6%, KB국민 우량직장인론은 7.1~16.7%에서 6.9~15.9%로 낮춘다. 카드론이란 카드사가 회원에게 신용도와 이용 실적에 맞춰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약탈적 대출’로 불리던 리볼빙 서비스에 이어 카드론까지 고금리 문제가 불거지자 카드사들이 선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 측은 금리 인하를 적용받는 고객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신금융협회의 ‘적용금리대별 회원분포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KB국민카드 카드론에서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4~28% 적용 고객은 16.07%에 그쳤다. 우량직장인론 금리인하 혜택 구간인 16~18% 금리 고객은 8.25%, 최저 금리 인하 혜택 대상인 10% 미만대는 5.56% 수준이다. 다른 카드사들은 눈치보기에 바쁘다. 삼성카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우량 회원을 중심으로 비교적 낮은 금리에 카드론을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금리 인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데스크 시각] 금융민주화의 길/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금융민주화의 길/전경하 경제부 차장

    올해 대선에서 후보들의 경제공약은 경제민주화로 결집되는 양상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보면 재벌에 쏠린 경제력을 분산시킨다는 큰 방향은 같은 것 같다. 그런데 경제의 한 축인 금융에 대한 언급에서는 민주화에 대한 고민이 적다. 금융민주화는 2000년 정보기술 주가의 거품과 2005년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등을 지적해 유명세를 탄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저서 ‘버블의 경제학’(2008년)에서 주장한 개념이다. 금융 상품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야 하고 금융 기술 발전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 한다는 논리다. 쉴러 교수는 이 점에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이 ‘내 집 마련’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금융 민주주의의 초기 형태로 본다. 성공을 담보할 위험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민주화를 위해 소비자를 위한 금융 감시기구, 접근성 높은 금융정보 공시, 통합 금융 데이터베이스 등 10가지 정책을 내놨다. 그의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금융을 금융회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으로 해석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금융민주화는 금융통합의 기본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에서 출범한 민간단체인 금융통합센터는 재산이나 지역 등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의 혈관이라는 금융을 통해 소외 계층을 끌어안는 노력이다. 그래서 사회통합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금융도 소비자 중심을 법에 담고 있기는 하다. 자본시장법에는 적합성의 원칙과 부당권유 금지가 있다. 적합성은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및 투자경험에 맞는 권유를 뜻한다. 부당권유 금지는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거짓 설명을 하거나, 오해할 소지가 있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지난해 파산한 LIG건설의 기업어음을 팔았던 우리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근거는 부당권유 금지조항이다. LIG그룹이 지원할 거라는 둥, 6개월 안에 별 일이 없을 것이라는 둥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확정적 단어를 썼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노년층에게 주식투자를 권유하거나, 복잡한 파생상품을 팔았을 때는 적합성 원칙을 지켰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투자도 할 수 없고 빚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쉴러 교수는 정부의 재정보조를 통한,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 서비스를 주장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받았던 계층이 포괄적 재무상담을 받았다면 ‘약탈적 대출’에 빠져들 가능성은 적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사전 대책이 있었지만 ‘약탈적 대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없지는 않다. 채무자를 위한 시민단체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덕적 해이만을 운운할 수 없는 것은 취약계층이 제대로 된 재무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데도 있다. 채무 재조정 등 재무상담을 금융회사에서 은퇴한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꾸려보자. 정부가 이들의 네트워크를 지원해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그치지 말고 조직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금융문제에 대해 사람과 조직을 엮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금융의 발전은 재앙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구조를 두고 말들이 많을 것 같다. 산업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로 논의의 중심축을 조금이나마 옮겨야 할 때다. 그동안 금융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정책은 공급자를 위한 정책이었다. 침묵해 왔던 다수의 소비자를 정책의 중심에 놓는 것, 그게 민주화로 가는 길이다. lark3@seoul.co.kr
  • 뉴욕 한복판에 ‘위안부 길’ 만든다

    뉴욕 한복판에 ‘위안부 길’ 만든다

    미국 뉴욕한인회가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뉴욕 내 ‘위안부 길’ 조성을 추진한다. 한창연(58) 뉴욕한인회장은 23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내년이면 뉴욕에 ‘위안부 길’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브루클린 ‘플러싱 156번가’의 이름을 바꾸기 위해 최근 명칭 변경안을 뉴욕시의회에 제출했다는 것이 한 회장의 설명이다. 내년 2월쯤 변경안이 통과되면 뉴욕 한복판에서 500여m 길이의 ‘위안부 길’을 볼 수 있게 된다. 뉴욕한인회와 함께 방한한 뉴저지 한인회 관계자들도 이날 위안부 피해자 납골함 앞에서 묵념한 뒤 15분간 피해자 활동영상을 보고 할머니들을 만났다. 피해 할머니 5명과 나란히 앉은 이현택 뉴저지한인회장은 “역사의 진실은 언제든지 밝혀진다. 미주 교포가 이 점을 되새기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욕과 뉴저지 한인회는 또 오는 11월과 내년 2월쯤 두 도시에 위안부 기림비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일본 정부가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팰팍)에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요구하자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 회장은 “일본 의원이 팰팍의 기림비를 헐면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한인회가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기념비를 헌다고 해서 역사가 사라지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새로 지어질 기림비에는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중립적 표현 대신 그동안 일본정부가 사용을 꺼려 왔던 ‘성노예’(sexual slavery)라는 단어를 직접 표기하기로 했다. ‘성노예’라는 단어를 통해 일본의 약탈적 행위를 표현하겠다는 의지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강인출(84) 할머니는 “죽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지만 일본의 변하지 않는 태도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동포들이 이렇게 도와준다고 하니 이제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말했다. 뉴욕·뉴저지한인회는 미국 한인들의 권리신장 운동을 펼치는 한인유권자센터(KAVC)와 함께 기림비 확대 노력과 함께 미국사회에 위안부 피해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연합뉴스·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月가처분소득 50만원 이하 신용카드 못 만든다

    月가처분소득 50만원 이하 신용카드 못 만든다

    앞으로 한 달 가처분소득이 5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지 못한다. 가처분소득은 실제로 처분 가능한 소득, 즉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 등을 뺀 금액이다. 신용카드를 갱신 발급하거나 이용한도를 책정할 때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 미성년자(만 19세 이하)와 저신용자(7등급 이하)는 원칙적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다. ‘약탈적 대출’이란 비판을 받은 카드론은 이용한도에 넣어 관리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의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을 마련해 이달 말부터 각 신용카드사의 내규에 반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신용카드 신규 발급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신용도 1∼6등급에 만 20세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신용도가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는 결제 능력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등급에 관계없이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려면 가처분소득이 적어도 50만원은 돼야 한다. 소득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납부액으로 추정한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5등급이라도 가처분소득이 40만원이라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 가처분소득이 월 50만원 이상이더라도 저신용자라면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최고 30만원까지 신용한도가 부여된 직불기반 겸용카드(체크카드+소액 신용부여)는 발급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 중에서도 재직 증명이 가능한 만 18세 이상은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 신용카드 이용 한도는 신용등급별로 달라진다. 이용한도는 현재 평균 가처분소득의 3배 수준이지만 신용등급에 따라 2~4배까지 달리 적용된다. 신용도가 높은 1~4등급은 카드사의 자체 기준을 정해 이용 한도의 배율을 정하되 신용도 5∼6등급은 가처분소득의 300% 이하, 신용도 7∼10등급은 가처분소득의 200% 이하에서 한도를 정해야 한다. 하지만 결혼이나 장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신용카드사가 자체 판단으로 1∼2개월 한시적으로 한도를 올려 주는 것은 허용된다.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금융기관에 연체채무가 있거나 신용카드 3장 이상의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는 신규 카드 발급이 금지된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Weekend inside-지구촌 新군비경쟁] 아프간 알카에다를 美 네바다서 공격… 리모컨 전쟁 시대

    [Weekend inside-지구촌 新군비경쟁] 아프간 알카에다를 美 네바다서 공격… 리모컨 전쟁 시대

    파키스탄 서부 와지리스탄은 올해 BBC가 선정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이자 험준한 산악지대인 탓에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미국의 공습을 피해 이곳을 은신처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안전하지는 않다. 언제, 어디서 미국의 드론(무인기)이 출현해 기습공격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에게 대낮에 길을 걸어다니거나 밤 동안 무사히 잠을 자는 일은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이 아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NAF)은 지난 8년간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민간인 800여명을 포함, 최대 3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빈라덴·카다피 등 사살도 드론이 기여 ‘하늘의 눈’, ‘공중의 약탈자’로 불리는 ‘드론’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전쟁 수행 방식의 중대한 변화가 일면서 국가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압도적인 화력과 대규모 지상군 병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쟁 방식은 이제 과거형이 됐다. 실제로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알카에다 지도자 무함마드 아테프, 안와르 알올라키 등이 드론의 비밀 정찰 또는 직접 공격으로 사망했다. 비용과 시간은 최소화하되 정밀 타격으로 목표물만 제거하는 신개념 방식의 전쟁이 벌써 지구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드론을 개발·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11년 전 대테러 전쟁에 처음 사용될 때만 해도 미국의 전유물로 불렸던 드론은 이제 전 세계 76개 국가가 보유·개발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세계 최대 드론 보유 국가인 미국은 현재 7500여대의 각종 드론을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에 배치해 주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찰 및 공격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드론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동시에 세계 최대 드론 수출국이기도 하다. 유럽과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출해 ‘드론 대중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항공산업 선두주자인 프랑스도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과 손잡고 최신 전투형 드론 ‘다소 뉴론’ 개발에 나섰다. 내년 말이면 실전 배치와 함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8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공격형 드론 개발 및 실전 배치가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무인 정찰기만 부분적으로 허용했으나 앞으로 작전반경 300㎞ 안에서는 미사일을 탑재한 드론을 띄울 수 있게 됐다. 남북 대치, 동북아 영토 분쟁 등으로 무인 공격기 수요가 커질 것이 확실한 한반도 상황이어서 벌써 세계 무인기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은 러시아의 무인정찰기 ‘프첼라1’을 수입, 각종 정찰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서해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도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에서 북한 무인기가 포착된 바 있다.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치열한 중국도 미국 글로벌호크의 성능에 버금가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샹룽(翔龍)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 2010년 미사일 장착 기종을 포함한 25대의 드론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부터는 센카쿠열도 근해 등에 드론을 투입할 계획이다. ●각국 자체 개발 프로그램 680여개 드론 개발 기술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드론 개발 프로그램이 68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은 2010년 8월 자체 드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뒤 최근에는 비행거리가 2000㎞에 이르는 장거리 드론 ‘샤헤드129’를 언론에 공개, 당당하게 드론 개발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지난 14일에는 헤즈볼라가 이란제 드론을 이용해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의 원자로와 비밀 기지를 촬영하다 이스라엘 공군에 격추되기도 했다. 드론의 무차별적 확산으로 반군과 테러집단까지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CNN 방송은 “250달러에 아마존 쇼핑몰에서도 드론을 구매할 수 있으며, 조만간 개인 간 복수에도 드론이 사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데다 인명 손실이 없는 드론의 장점 덕분에 군사적 용도의 공격형 드론 사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무인 공격기인 ‘프레데터’(MQ-1B)의 경우 대당 가격이 450만 달러(약 50억원)에 불과하다. 대당 2억 달러 내외인 스텔스 전투기의 40분의1 수준이다. 게다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 24시간 정찰 활동을 할 수 있는 데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할 필요도 없다 보니 금액과 효율 면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는 실정이다. 무인기라고 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출격한 드론을 1만 2000㎞ 떨어진 미국 네바다 사막 공군기지에서 위성을 이용해 원격조종할 수 있다. 특히 드론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로 실시간 수신된 영상을 이용해 1m 내외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 병력이 직접 침투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빅브러더’로 사생활 침해에 이용될 소지도 드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인기의 특성상 원격으로 마치 비디오게임하듯 감시와 공격이 이뤄지다 보니 인명살상에 대한 죄의식이 적어, 살상도구로 무차별하게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국은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지정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며 2014년쯤 실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상업용 드론의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해 공중에서 개인의 활동을 몰래 촬영할 수 있어 ‘빅브러더’로 군림할 위험이 상존하는데도 현재까지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드론 사용을 선호하는 미국 내에서도 드론의 사용 시기와 목적을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뮤지컬로 태어나는 ‘직지대모’

    뮤지컬로 태어나는 ‘직지대모’

    ‘직지대모’로 불린 서지학자 고(故) 박병선(1929~2011) 박사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를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한 박 박사의 일대기를 담은 뮤지컬 ‘145년 만의 위로’다. 박 박사는 1967년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고서적 창고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했다. 박사는 또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5년에 걸쳐 고증해 냈다. 빼앗긴 한국 문화재를 찾고 세계사를 바꾼 ‘작은 거인’은 지난해 11월 영면의 길로 들어섰다. 연출가 박하민은 “공연을 통해 박 박사가 일생 동안 노력한 그 모습이 가장 진정성 있는 형태로 보이길 원한다.”면서 “외규장각 도서를 음악으로 위로하는 의식과 같은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3개 연주곡과 5개 합창, 8개 무용작품이 녹아 있는 복합음악극이다. 프랑스 도서관에 잠들어 있던 외규장각 도서들이 부르는 ‘세상 끝에 내가’는 단조로 시작되는 남성 합창과 배우의 절규 같은 춤이 조화를 이룬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고국을 그리워하며 박 박사가 부르는 ‘바람의 노래’, 병상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그가 던지는 최후의 메시지 ‘마지막 10월’ 등 잔잔한 음악은 외규장각 의궤가 가진 굴곡진 역사를 되살린다. 작곡가 이재신과 ‘유려하고 서정적인 여성 앙상블의 묘미’라는 평을 받은 앙상블 콰르텟 수가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음악을 선사한다. 극단 무빙이미지그룹 반달이 제작하고 경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이 공연은 19~2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씨어터에서 열린다. 3만~7만원. 1544-155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