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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8세기 이슬람문화의 보물 서울에

    8~18세기 이슬람문화의 보물 서울에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은 가장 먼저 쿠웨이트 알사바 왕실의 유물을 약탈한다. 바그다드로 옮겨진 유물은 ‘쿠웨이트가 과거 이라크의 영토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된다. 침략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듬해 1차 걸프전이 끝난 후 유물은 반환됐지만 일부는 심각하게 손상된 뒤였다. 지난 2일부터 오는 10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어지는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전에선 카펫, 도자기, 유리·보석 공예 등 엄선된 유물 367점이 공개된다. 이슬람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걸프전 당시 손상된 미술품까지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슬람 미술 전반을 훑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후사 사바 알살렘 알사바 공주 부부가 소장한 이 유물들은 1983년부터 국가에 영구 대여돼 쿠웨이트 국립박물관 이슬람미술관(DAI)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시품들은 8~18세기까지 1000년에 걸친 것들이다. 지역으로는 아라비아 반도부터 이베리아 반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광대한 지역을 아우른다. 1부는 이슬람 문명의 기원, 성숙기, 전성기 등 시간적인 순서로 배치됐다. 2부는 이슬람 문화의 특성을 서체, 아라베스크 무늬 등의 키워드로 요약했다. 이슬람교에서는 우상숭배가 엄격히 금지됐던 까닭에 예술품에조차 인물, 동물 등의 형상을 새겨 넣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아라베스크 무늬와 기하학적 무늬다. 꽃, 잎사귀 등을 즐겨 사용했고 같은 문양을 반복해 신의 무한함을 찬양했다. 눈에 띄는 전시품도 있다. 길이 9m가 넘는 18세기 이란의 ‘정원 카펫’은 이슬람판 ‘몽유도원도’다. 18세기 이란 지역에서 제작한 것으로 수예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난해한 아라비아 글씨의 다양한 서체는 동양의 서예와 비슷하다. 또 고려 상감청자와 비슷한 시기인 13세기 이란에서 제작된 이중 투각기법의 도자기는 당시 기술력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싶어 하는 후사 공주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유물의 운임도 후사 공주 쪽에서 부담했다. 유료 관람이란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4000원∼1만 2000원. (02)541-3173.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10·끝)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10·끝)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구텐베르크 성서’가 가장 먼저 제작된 금속활자 문서로 인식돼 왔다. 이런 서구 중심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직지심체요절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사람이 역사학자 고 박병선(1928~2011년) 박사다. 프랑스에서 버려지다시피 잠자고 있던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 반환에 앞장서 ‘외규장각의 어머니’라는 찬사를 얻었다. 박 박사의 죽음 역시 주목받았다. 2010년 직장암 수술과 이어진 추가 수술에도 불구하고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박 박사는 의연한 죽음을 선택했다. 호스피스 치료를 받으며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인양요와 외규장각 의궤 약탈 과정을 담은 책의 저술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품위 있는 죽음을 통해 ‘웰다잉’(well dying)을 실천한 셈이다. 품위 있고 아름답게 인생을 살아가는 ‘웰빙’과 더불어 최근에는 ‘웰다잉’이 각광받고 있다. 죽음은 한때 거론 자체를 금기시했던 단어다. 웰다잉의 부상에는 일생 동안 인간다운 삶을 살아왔듯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죽음’을 준비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미약했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을 평가해 발표했다. 생애 마지막 보살핌의 질과 유용성이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3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6월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4명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의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환자나 가족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무의미한 치료보다는 ‘모두의 행복’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웰다잉에 필요한 방안으로 88.3%가 ‘자원봉사 간병 품앗이 활성화’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종 체험 교육 등 웰다잉 관련 프로그램도 확산되고 있다. 복지재단이나 종교기관 외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서울 마포구는 2007년부터 매년 웰다잉 체험 교육 행사를 열고 있다. 죽음의 경과와 호스피스 교육 등 이론 교육과 자서전·유서 작성과 입관체험 등 체험실습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1684명이 수강했다. 서울 종로구 역시 ‘웰다잉 연극단’을 운영, 노인들이 인생의 뒤안길을 더욱 충실히 마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참여자가 사업 초기 매년 100여명 선에서 2011년부터 4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 “노년층이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여생을 풍요롭고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가리키는 ‘버킷리스트’와 유사한 유언장이나 ‘은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권장 사례로 손꼽힌다. 여류작가 한말숙(82)씨는 2003년 한 문학잡지에 유언장을 기고해 화제를 모았다. 한씨는 유언장에서 “수의는 내가 준비한 것을 입히고 장례식은 병원 영안실, 가족장으로 검소하게 치러라. 묘비는 비싼 대리석을 쓰지 마라”고 당부했다. 전남 나주시의 농산물유통센터 대표인 심재승(55)씨는 지난해 ‘은퇴 후가 기다려지는 이유들’이란 에세이로 은퇴 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8만 시간 디자인 공모전’(보건복지부가 주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가 적은 은퇴 후 할 일은 ▲가족과 여행하기 ▲두 딸에게 편지 건네기 ▲동화책 읽기 ▲장구 두드리기 ▲전원생활 등이다.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30년 넘게 몸담은 조직에서 이탈해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심씨는 “노년은 치밀한 계획과 사전탐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한 바깥세상을 볼 수 없는 미로 같은 터널”이라면서 “그리워만 할 뿐 영영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게으른 두더지로 사느니 저 멀리 손짓하는 제2의 인생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현오석 “현 가계부채 위기상황 아니다”

    현오석 “현 가계부채 위기상황 아니다”

    96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정부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규모, 증가 속도, 금융 시스템으로 볼 때 위기상황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저소득층, 노령층, 자영업자 등에 어려운 점이 있고 은행보다는 비은행권 부문이 커서 정책적 차원에서 계층별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3월 말 현재 961조 6000억원으로 2004년 말(494조 2000억원)의 두 배에 이른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가계부채 증가가 통화정책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하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량 증가로 유동성이 많아져 빚을 졌다기보다는 가계대출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대출자가 갚을 능력을 넘는) 약탈적 대출을 막을 방법이 있느냐. 금융회사가 아닌 소비자를 보호해야 금융시장이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대출 때 차주(借主)의 소득·재산·신용 등을 파악해 차주의 상황에 적합한 대출을 하도록 하는 의무를 금융회사에 부과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답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지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운영 방안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신 위원장은 학자금 채무도 국민행복기금에서 사들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이 “제대로 된 가계부채 대책을 만들려면 최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부채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전수조사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신 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설 의원은 앞서 2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기록된 ‘물가가 낮은 요즘 공공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은의 공식적 의견이냐고 물었고 김 총재는 금통위의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 부총리도 “(공공요금 인상은) 경제상황이나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가계부채의 근본 원인은 경기침체로, 소득이 늘지 않으면 다른 대책은 다 미봉책”이라고 지적하자 현 부총리는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게 가계부채 문제 심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답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오늘의 눈] 일자리 빼앗는 토호와 ‘어둠의 심연’/이천열 메트로부 부장급

    [오늘의 눈] 일자리 빼앗는 토호와 ‘어둠의 심연’/이천열 메트로부 부장급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에서 문명 혜택을 받은 사람도 얼마나 쉽게 야만의 세계에 빠지는지를 그렸다. 유럽의 앞선 교육을 받은 지식인 커츠는 아프리카 오지 교역소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상아를 긁어모으고, 원주민을 총으로 제압해 살아 있는 신으로 군림한다. 잔혹한 약탈자이자 독재자인 커츠가 만든 그곳은 암흑세계 그 자체다. 경찰관 등 그 어떤 견제 수단이 없는 오지의 공간에서 문명인 커츠는 야만적인 인간의 본성을 맘껏 드러낸다. 26일자 ‘일자리 빼앗는 토호들’ 기사를 쓰면서 이 소설을 읽을 때처럼 착잡했다. 장마와 무더위가 변주하는 후덥지근한 기후가 짜증을 보탰다. 커츠가 군림했던 아프리카의 기후를 닮아서일까. 커츠의 범죄와 대등하게 볼 악은 아니지만 그 은밀한 행위가 공정 사회를 야금야금 좀먹는 것이어서 마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요즘 같은 악조건에서도 아직 취업을 못 한 이들은 온몸이 흥건히 젖도록 땀을 흘리고 있다. 방학에도 방방곡곡 대학 도서관과 학원에 꼭두새벽부터 나와 책과 이력서와 씨름하고 있다. 그렇다고 취업이 기약된 것도 아니고, 수없이 좌절을 반복하며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기자도 그런 과거가 있어 더 처연하다. 이들의 정직한 땀 냄새와 한숨이 진동하는 공간을 비켜난 또 다른 공간에서는 토호들의 부정 취업 음모와 가증스러운 환호가 떠돌고 있을 것이다. 알량한 권력으로 가족과 친인척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인사권자를 으르고 달랠 그 현장이 눈에 보이는듯 선하다. 은밀한 그곳에서는 온갖 교묘하고 뒤틀린 편법이 동원될 게 뻔하다. 거래는 음침하고, 부모와 자식이 공범이 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장면을 생각하면 흉악하기까지 하다. 부의 대물림보다 더 음흉한 수법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피붙이에게 제공되는 기현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성공과 권세, 거짓된 명성을 앞세워 일자리를 빼앗는 과정을 모호하게 꾸미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이다. 자격과 실력을 따지지 않는 불공정 게임이 취업을 좌우한다면 사회는 불만으로 가득 차고 혼탁해진다. 커츠가 유럽행 증기선을 타고 가다 다시 정글로 도망치는 야만성을 버리지 못하듯 토호들의 부정 취업도 단숨에 사라질 문제는 아니다. 그 열매가 달콤하고 중독성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토호 본인도, 사회 분위기도 큰 죄로 보지 않고 관행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입과 안정을 제공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 과연 돈 몇푼 훔친 죄보다 가볍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걸 끊으려면 시민이 지켜보고 내부자 고발이 있어야 한다. 이에 앞서 공익과 정의를 위한 내부 고발은 ‘배신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작은 권력을 누르는 것은 큰 권력이다. 그리하여 죽음을 맞으면서 “끔찍해. 끔찍해!” 하고 통렬히 자기 반성을 하는 커츠의 외마디를 일자리 훔치는 토호에게도 듣고 싶다. sky@seoul.co.kr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특혜성 채용은 축협뿐만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 관변단체 유력인사 등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이른바 토호(土豪)라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한 특혜성 채용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치단체, 산하기관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취업시키고 있다. 지자체 등을 감시해야 할 국회·지방의원과 언론계 인사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일종의 일자리 빼앗기, 일자리 독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중앙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낙하산 인사보다 더 심각한 불공정 사회를 조장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정부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토대 ‘가정경제’를 떠받치는 취업의 첫 단계부터 토호들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한 산하기관이 최근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은 지 두 달여 만에 추가 공채에 나섰다. 같은 직종을 두 차례, 그것도 곧바로 공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추가 공채에서 한 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서류심사에서 응시자들 대부분을 통과시킨 뒤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면접 등으로 합격시키는 절차를 이용했다. 이 인사와 기관장은 학연으로 얽혀 있다. 기관 관계자는 “그 자녀가 1차 공채에서 떨어진 뒤 특별한 이유없이 추가 공채에 나섰다. 그 자녀 한 사람을 위한 추가 공채라는 게 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기관은 이후 해당 직종의 신입사원을 한 번도 뽑지 않아, 다른 구직자의 입사 길이 막혔다. 기관 관계자는 “요즘은 면접 등 형식이라도 갖췄지만 7~8년 전만 해도 전부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곳은 직원 정년이 공무원과 같고, 연봉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에서는 전 시의회 의장 아들이 근무하다 직원 간 폭력사건으로 들통이 났다. 최근에는 공원관리원, 청소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지자체가 잇따르자 지방의원 책상에 5~6건씩 청탁형 이력서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단체장과 공무원의 일자리 빼앗기는 더 비일비재하다.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특채로 들어온 고위층 자제를 뜻하는 은어 ‘똥돼지’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강원 철원군은 결격사유가 있는 군수의 딸 채용으로, 경북 경산시는 시장 조카를 기능직으로 임용해 시끄러웠다. 경산시의회 관계자는 “기능직이 되려고 10여년씩 묵묵히 일만 해온 일용직 공무원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모 단체장은 “지역 유지들로부터 한 달에 한건 넘게 취업 청탁을 받는다”고 밝혀 악습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가족과 친인척을 지하철 역무원과 대전아쿠아월드 직원으로 취업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는 오모(50)씨는 “수의계약 여부를 알아보려고 충남 모 자치단체에 갔더니 관련 공무원이 자녀 채용을 대가로 요구하더라”고 털어놨다. 경남 양산시의회는 최근 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 30명 중 23%인 7명이 시 간부 공무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 도시관리공사에도 전·현직 국장급 공무원 자녀들이 근무하고, 고양문화재단은 시 고위 관계자 부인의 회사 직원이 채용돼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빽’도 없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한 모텔에서 대학 휴학 중인 박모(24·여)씨가 “엄마 아빠, 잘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문모(29)씨가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씨의 상의 호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찔러 넣은 이력서 한 장이 발견됐다. 같은 해 대전의 모 대학 인문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자살하기까지 했다. 취업 준비생의 심정도 씁쓸하다. 구유나(26)씨는 학점 평균 4.2에 토익 920점이란 스펙을 갖췄건만 지난해 2월 졸업 뒤 1년 4개월째 줄줄이 낙방했다. 구씨는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부정채용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한남대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던 올해 경영학과 졸업생 임이랑(23)씨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쪽 빠진다”면서 “정치도 그렇고, 기대할 데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대 졸업생 이소영(22)씨도 “우리 자리가 그만큼 주는 것 아니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용택 전 충북 옥천군수도 2010년 4월 인사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아 구속됐지만 돈을 건넨 이는 지금도 청원경찰로 일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몇 단체장은 직권으로 특혜 취업자를 해임했지만 당사자들의 맞대응으로 결국 법원 판결로 임용 취소가 확정됐다”면서 “채용 문제는 뽑는 측의 잘못이어서 이미 합격한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단체장 측근 낙하산 인사가 줄게 한 것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의 일자리 빼앗기도 시민 감시가 절대적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유대인 대학살 기획자’ 일기 70년만에 발견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이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토대가 된 인종차별 이론 주창자인 알프레트 로젠베르크의 일기가 사라진 지 70여년 만에 미국에서 발견됐다고 로이터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젠베르크가 1936년 봄부터 1944년 겨울까지 기록한 이 일기에는 그가 히틀러와 히틀러 친위대장인 하인리히 힘러, 나치 정권 2인자인 헤르만 괴링과 나눴던 회의 내용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에는 또 독일의 소련 침공과 유럽에서 이뤄진 문화재 약탈, 유대인과 동유럽인을 학살한 구체적 계획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치 시절 외교정책국장을 역임하며 2차 대전 중 일어난 홀로코스트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던 로젠베르크는 1946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교수형을 당했다. 그러나 재판 당시 유대인 학살을 증명하는 검찰 측 증거자료로 쓰였던 그의 일기는 판결 이후 사라져 그동안 미 정보당국이 소재를 수소문해왔다.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은 당시 재판 검사였던 로베르트 켐프너가 로젠베르크의 일기를 미국으로 빼돌린 것을 확인하고 1999년 그의 가족들을 통해 일기를 전달받았으나 문제의 기록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올 초 미 국토안보부가 미국에 있는 켐프너의 전 비서로부터 관련 서류들을 건네받았고, 미 워싱턴 홀로코스트기념박물관 측에 조사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물관 측은 이번 주 일기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나치 만행에 관한 기록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가장 완벽한 성경 필사본 훼손된 까닭은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알레포 코덱스’는 흔히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성경 필사본으로 통한다. 구약성경의 핵심을 이루는 모세5경, 토라와 주석을 함께 담은 최고의 필사본. 율법을 목숨처럼 중시하는 유대인들은 그래서 율법서인 이 책을 ‘왕관’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알레포 코덱스’는 절반 정도가 뜯겨나가고 훼손된 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는 미스터리의 대상이다. 930년경 완성된 ‘알레포 코덱스’를 중세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은 누구나 쉽게 보고 배움을 얻었다고 한다. 모든 성경의 기준이 됐고 정확한 해석을 위한 주석까지 상세히 적혔기 때문에 중요도와 영향력 차원에서 사해문서보다 더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 연유에서 많은 기독교 전문가와 사가들이 ‘알레포 코덱스’의 역사와 훼손 이유를 추적해 왔지만 명쾌하게 풀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차원에서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의 종교·고고학에 정통한 언론인인 저자가 4년여에 걸쳐 추적한 새로운 사실들을 폭로해 충격적이다. 예루살렘 인근에서 만들어진 ‘알레포 코덱스’는 11세기 말 성지탈환을 위해 예수살렘에 들어온 십자군의 손에 들어갔고 이집트의 유대인 공동체가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해 필사본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알레포 코덱스’를 관리하던 사상가의 후손이 14세기경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을 피해 시리아의 알레포로 떠나면서 책을 가져갔으며, 이후 600년간 필사본이 알레포 유대인 회당에 보관됐다. ‘알레포 코덱스’라는 명칭은 여기서 유래했다. 저자는 그 이후의 사건에 주목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1947년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정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이 승인되자 이에 분노한 아랍인들이 유대인 회당을 부수고 약탈하는 소동으로 ‘알레포 코덱스’가 불타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사실은 회당 관리인에 의해 무사히 구해져 공동체 원로들이 보관하고 있던 것을 이스라엘 정부가 권력을 동원해 차지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특히 책이 뭉터기로 찢겨나간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는다. 이스라엘 대통령과 이민국 수장, 국가 비밀요원이며 대통령이 설립한 연구소 소장 같은 권력자들이 사리사욕에 빠져 성물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알레포 코덱스’의 이스라엘 귀환을 놓고 어떤 이는 ‘보물의 귀환’이라 부르지만 사실상 ‘협잡꾼들의 갈취’라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알레포 코덱스의 수난은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어리석은 과오와 그로 인해 어둠속에 묻혀버린 비극”이라고 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주말 영화]

    ■백인 추장(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 부부 이반과 완다는 로마 근교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이반은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이반은 아버지에게 정보를 얻어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세워 놓는다. 그에 반해 완다는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백인 추장’이라는 영화 속의 무명 배우 페르난도 리볼리를 찾아나선다. 결국은 해변을 거니는 추장의 모습을 찾아 낸다. 이반은 부모와 친구들에게 완다가 도망간 사실을 숨기고, 그녀를 찾아서 온 도시를 헤맨다. 한편 해변에서 자신의 우상을 만난 완다는 그의 실상이 자신이 꿈꿔 오던 것과 너무 달라 실망을 하게 된다. 사실 백인 추장은 가난한 공처가였던 것이다. 사진과 소설 속에 나오던 세상의 실제는 그녀가 상상하던 것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완다는 실망으로 테베레 강에 빠져 죽으려다 간신히 살아난다. ■독립영화관-약탈자들(KBS1 토요일 밤 1시 5분) 오랜만에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이 선배이며 역사학도인 상태라는 인물의 뒷담화를 하고 있다. 속물적이고 여자를 밝히고 거대한 얘기를 즐긴다는 상태는 동창들에게 기이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들의 대화에 어수룩한 감독 지망생 병태는 끼어들지 못해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고, 동창들의 뒷담화는 점점 상태를 성토하며 과격해진다. 한편 그들의 회상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잉태된다. 이젠 동창들의 회상 속 인물이었던 연쇄 살인범 택시기사와 무술 뫄한뭐루의 창시자인 무술의 달인마저도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사슬은 사람들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서사의 미로를 만들어 내는데…. ■핸콕(OBS 토요일 밤 10시 15분) 핸콕(윌 스미스)은 X맨,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가지고 있던 모든 능력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겸비한 슈퍼 히어로다. 그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슈퍼 히어로지만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까칠한 슈퍼 히어로로 낙인찍힌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피 대상 1호로 떠오른 핸콕은 어느 날 PR 전문가 레이 엠브레이(제이슨 베이트먼)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는 핸콕의 추락하는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기로 약속한다. 그러던 중 핸콕은 레이의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가 자신이 탄생하게 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음을 알게 되고, 메리와 가까이 있을수록 자신의 초능력이 약해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사설] ‘節電 경쟁’ 벌여야 전력난 위기 넘긴다

    원자력발전소의 대규모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난으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30도를 넘는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전력 수급은 이미 위험 수준이다. 전기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한전의 현황판은 지난 3일 이후 매일같이 ‘정상’을 세 단계나 뛰어넘은 ‘주의’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 현재의 전력난은 원전 운영의 주체이면서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부정을 일삼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도덕성 파탄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전 안전과 전력 수급에 책임이 있는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오늘의 사태를 낳았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정부 책임”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다. 평상시처럼 에어컨 스위치를 경쟁적으로 누르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지금 절전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국적인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의 복구 비용이 필요하다. 사회적 손실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손해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생활의 불편이 문제가 아니다. 범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동부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난 2003년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뉴욕이 한순간에 약탈과 강력범죄가 횡행하는 무법천지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국민의 애국심에 기대어 절전 참여를 호소하기에는 스스로의 잘못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대적인 절전 참여를 당부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진 국무총리 명의의 담화문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원전 비리의 원인과 책임을 철저하게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먼저 세우겠다고 약속한 것은 싸늘한 민심을 무겁게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섰을 뿐이다. 지금처럼 전기를 쓰면 폭염이 절정을 이룰 7~8월에는 우려가 현실로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절전 경쟁’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절전이 곧 발전(發電)이라는 말은 금언이 됐다. 가정과 사무실은 물론 산업현장과 상점에서도 새나가는 에너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에너지 사용의 유혹을 참아 보자. 국민의 절전 참여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정부도 수긍할 만한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가적 어려움을 전 국민이 합심 협력해 이겨낸 우리의 전통을 이번에도 이어가야 한다.
  • 다람쥐 두마리 쿵후 한판대결 승자는?

    다람쥐 두마리의 쿵후 한판대결.모래사장 위에서 서로 머리를 치 받고 공중제비 돌기를 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사생결단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최근 다람쥐 두마리가 ‘값비싼 저녁식사’거리인 워터멜론 하나를 놓고 벌이는 사납고 맹렬한 싸움 장면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동물 사진작가 프랜시스코 룹서(Francois Loubser·40)가 남아프라카에 찍은 것이다. 그는 주목 받지 못하는 작은 동물의 애호가이다. 사자나 코끼리 등 빅5 동물은 관심 밖이다. 다람쥐는 매우 빠르고 날렵해서 순간동작을 포착하기가 어려웠다.계속해서 스냅 사진을 찍다보니 운좋게 이같은 장면을 포착 했다고 한다.  그는 캠프에서 다람쥐의 먹이 쟁탈전을 추적 관찰한 결과, 다른 동물과 같이 강자가 지배하는 것을 확인 할수 있었다. 약탈자 다람쥐는 평화롭게 과일스낵을 즐기고 있는 다람쥐를 보면 어김없이 그 음식을 훔치기를 시도한다.천천히 조심스럽게 접근,갑자기 몸을 솟구쳐 대담하고 뻔뻔스럽게 낚아 챈다. 먹거리가 양이 차지 않으면 또 다른 다람쥐의 음식을 이와같은 수법으로 점프를 해서 빼았는다.식사 거리를 놓고 서로 치열한 싸움판을 벌이지만 결국에는 우월적 힘을 갖고 있는 다람쥐가 독식을 하게 된다.  인터넷 뉴스팀
  • “우리에게 자연이란?”…한국외대 철학과문화연구소 하계 학술대회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지속적이고 오래된 철학, 문화적 과제는 바로 ‘자연’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의 환경 문제는 ‘자연의 해석’과 연관된 철학적 임무이기도 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문화연구소는 새달 12~13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박장근 조각가 작업실에서 ‘울림과 어울림 : 자연의 해석’이란 주제로 하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철학과 문화 현상 리뷰’의 다섯 번째 순서다. 연구소에 따르면 인류 문명이 급속히 충만하게 된 배경에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한 자연에 대한 약탈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약탈에 기초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이후 환경 기술과 산업, 의식 등의 비약적인 발전했지만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자연 고갈 등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다. 연구소는 “한국 역시 수 많은 환경단체가 생겨나고 관련 연구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지난 정부는 물론 새 정부 역시 자연에서 지혜를 얻는 철학적 성찰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자연과학, 사회과학, 미학, 문학, 예술, 철학, 윤리학 등 각 분야에서 통섭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연의 해석에서 인문학, 특히 철학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하는가 라는 두 가지 물음을 던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 이상화 성균관대 박사, 김동국 서울대 박사과정, 유영초 풀빛문화연대 대표 등이 주제발표를 맡을 예정이다. 또 박치완 철학과문화연구소 소장과 강미라 한국외대 박사 등도 풍경철학, 여성학 등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문화재는 제 자리 있을 때 최고의 가치” “저자세 외교 버리고 문화주권 행사를”

    “문화재는 제 자리 있을 때 최고의 가치” “저자세 외교 버리고 문화주권 행사를”

    지난해 10월 일본 대마도에서 국내 반입된 서산 부석사관세음보살좌상 등 국보급 불상 2점의 환수를 촉구하는 토론회가 30일 오후 ‘서산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봉안위) 주최로 한국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들 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양국 국민 감정이 악화되면서 반환이 답보상태라는 사실에 착안, 실효성 있는 반환 운동에 나설 것을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주경 스님(조계종 기획실장)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가치를 드러내고 종교적으로도 신심을 불러일으킨다. 관세음보살은 천수천안을 갖고 세상의 모든 구석진 곳을 다 살피는 자비의 화신이다. 700년전 서산 부석사에서 금동관세음보살상을 주조하고 극락전에 모셨던 조상들도 똑같은 발원을 했다는 사실이 일본에 남아있는 복장기에 분명하게 기록돼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훈과도 같은 그 발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산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은 본 자리인 서산부석사로 돌아와야 한다. ●김원웅 봉안위 공동대표(전 국회의원) 1965년 박정희 정부 당시 체결된 한일조약에 따라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를 일본 소유로 인정했다. 정부가 문화재 환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이 불평등한 한일조약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 찾기가 한일조약을 재체결하기 위한 국민운동에 시동을 거는 문화운동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일본 측이 부석사 불상의 정당한 소장경위를 밝히지 못한다면 되돌려줄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저자세 외교를 버리고 당당하게 문화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경임 중원대 교수(전 튀니지 대사) 부석사 불상 문제는 오래전 약탈된 문화재가 절도라는 범죄를 통해 원 소유국에 돌아온 국제적으로도 희소한 케이스다. 원만한 해결에 도달해 국제적으로 전범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약탈이 증명된 경우 불법 문화재를 일본 문화재로 등록해 소유한 데 대해 피약탈국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불상 반환에 조건을 붙이는 등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약탈 문화재임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 불상 반환에 앞서 일본정부에 대해 출처를 정식 요구할 수 있다. ●김문길 부산외국어대 교수 현재 대마도에 있는 조선 불상은 거의 화상을 입은 것이고 화상을 입지 않은 것은 당시 고가품으로 교토나 오사카로 방출된 것이라는 데 연구자들은 일치하고 있다. 화상을 입은 것은 왜구의 약탈품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한·일 양국의 교류품은 기증 시기와 주체와 관련한 문헌이 있다. 반면 화상 입은 불상은 아무 증거가 없다. 왜구가 방화하고 약탈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운 스님(수덕사 주지) 일본 대마도에서 불상이 돌아온 후 도처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일본인들은 반한시위를 하는 등 몰상식한 행위까지 한다. 우리는 불투도(不偸盜)를 계율로 삼는 수행자로 범죄행위에 단호해야 하지만 불망언(不妄言)을 일삼는 행위에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봉안위 조사에 따르면 일본엔 불상이 방치되고 대세자보살은 불두만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표기조차 잘못돼 있다. 현재 나타난 결과만 따져도 참회가 우선일 것이다. ●이명수 새누리당 국회의원 19대 국회와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전 국민적 공감을 높이고 미래 담론 형성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문화재환수국회포럼’을 결성할 것을 제안한다. 18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약탈문화재환수특별위원회’ 구성도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특위가 구성되면 민간단체, 지자체, 교민 등의 자발적인 활동 결집에 용이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국공립대 교수 성과급적 연봉제 폐지 안된다

    국·공립대 교수들이 성과급적 연봉제에 반발하는 것은 세상의 변화를 거스르는 단견이다. 성과에 따라 임금 총액을 결정하는 것은 이미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사안이다. 교수사회만이 예외가 될 수 없다. 2011년부터 적용된 교수 성과급적 연봉제는 개인별 연구·교육·봉사 실적을 해마다 평가해 연간 보수 총액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국·공립대 교수들이 주장하는 대로 이 제도의 폐해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수사회뿐 아니라 정부기관,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부작용을 노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적 연봉제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지난해에는 신규 임용 교수에만 적용됐지만 올해는 비정년 교수(부교수)를 포함해 5000여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5년부터는 정년 교수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성과급적 연봉제는 상호 약탈적 연봉제”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교수에게 단기 성과를 강요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교수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게 반대 논거다. 교수사회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교수사회의 건전한 경쟁 풍토를 조성해 궁극적으로 국·공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조차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진외국의 대학들은 성과급적 연봉제보다 훨씬 더 엄격한 성과평가 제도로 교수의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를 연봉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국·공립대 교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연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선진국의 어느 대학이 한번 교수가 됐다고 연구 실적이 미미하고 국가나 지역사회에 대한 별다른 기여도 없는데 교수 자리를 영구히 보장하고 있는가. 교수사회에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 따져보기 바란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차질없이 시행돼야 한다. 미비한 점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보완해 나가면 될 일이다. 교수집단부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학의 미래가 있다.
  • [주말 영화]

    ■신기전(EBS 일요일 밤 11시) 1448년, 세종 30년 조선의 새로운 화기 개발을 두려워 한 명나라는 극비리에 화포연구소를 습격한다. 이에 연구소 도감 해산은 신기전 개발의 모든 것이 담긴 총통등록과 함께 외동딸 홍리를 피신시키고 완성 직전의 신기전과 함께 자폭한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명은 대규모 사신단으로 위장한 무장세력을 급파해 사라진 총통등록과 홍리를 찾기 시작한다. 한편 명 사신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몫 제대로 챙길 계획으로 대륙과의 무역에 참여하려던 보부상단 설주는 잘못된 정보로 전 재산을 잃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종의 호위무사인 창강이 찾아와 큰돈을 걸고 비밀로 가득한 여인 홍리를 거둬 달라고 부탁한다. 상단을 살리려고 거래를 수락한 설주는 그녀가 비밀병기 신기전 개발의 핵심인물임을 알게 돼 돌려보내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신기전의 위력에 매료돼 신기전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포위망을 좁혀온 명나라 무사들의 급습으로 총통등록을 빼앗기고 신기전 개발은 미궁에 빠진다. ■영건탐정사무소(KBS1 토요일 밤 1시 10분) 셜록과는 차별화된 작은 일 전문 탐정 영건, 어느 날 찾아온 미모의 여인 송현에게 한 남자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간조사원협회 자격인증 탐정으로서 합법적인 일만 고집하는 영건은 그녀의 의뢰를 단박에 거절한다. 하지만 곧 탐정 특유의 직감이 발동한 영건, 사무소를 박차고 나가 송현의 뒤를 쫓지만, 순식간에 그녀가 교통사고로 죽는 걸 목격한다. 죄책감으로 송현의 주변을 조사하던 영건 앞에 놀랍게도 송현과 똑같은 여자가 나타나고, 영건은 그녀가 3일 후의 미래에서 온 송현 임을 알게 된다. 결국 영건은 목숨을 구해달라는 송현의 의뢰를 수락하고, 타임머신을 차지하려는 악당과 결투를 벌인다. ■영광의 깃발(EBS 토요일 밤 11시) 남북전쟁 중인 미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꽤 있는 명문가의 아들이자 군인 로버트 굴드 쇼가 부상을 당한다. 이후 그는 진급과 더불어 최초로 흑인 군인들로 창설되는 54연대의 연대장으로 발탁된다. 메사추세스 주지사가 흑인지도자의 제안에따라 흑인부대의 창설을 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부대의 창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대위를 대령으로 진급시키며 부대를 맡겼다. 1000여 명의 흑인들이 자원한 가운데 부대는 전열을 갖추지만,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군용품 지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냉대를 받는다. 이에 쇼 대령은 보급을 위해 애쓴다. 그러나 막상 전장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들은 사역이나 남부지역 약탈에 투입된다.
  • 남양유업 ‘밀어내기’ 가중처벌 안 받는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가중처벌 안 받는다

    막말 파문과 밀어내기(대리점에 물품 떠넘기기) 강요로 물의를 일으킨 남양유업이 이번에도 가중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지난 15년간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을 10번이나 어겼다. 하지만 ‘3년 이내 4회 이상 같은 법 위반’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중처벌 요건을 교묘히 피해 가 가중처벌 대상에서 비켜났다. 담합 등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불공정 거래 행위 등 ‘갑의 횡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0~2011년 6번의 공정위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11년에는 한 해에만 4차례의 제재를 당했다. 2011년 10월에는 매일유업 등과 고급 커피 음료 가격을 담합해 74억 3700만원의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 기존에는 시정명령과 20억~4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에 처해졌지만 4번째 위반에 따른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돼 과징금이 일반 사건의 최대 1.2배 적용된 결과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신고된 사례만으로는 가중처벌이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최근 3년간 6건의 현행법을 위반했지만 담합(공정거래법 19조 위반) 4건, 허위 광고(표시광고법 위반) 1건 등으로 밀어내기(공정거래법 23조 위반)와 다른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공정거래법 23조 위반은 한 건에 그쳤다. 서울신문 확인 결과 남양유업은 2006년 12월에도 ‘밀어내기’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 2005년 7월부터 2006년 4월까지 9개월간 남양유업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대리점에 4678만원어치의 제품을 강매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7년이 지난 일이라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 일종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공정거래법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담합 등 명백하게 관련 산업의 경쟁을 막는 일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과징금 부과 기준도 담합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이지만 불공정 거래 행위는 2.0%에 그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행 공정거래법 등을 갑을 관계가 명확한 우리나라 본사·대리점의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종속 관계를 악용한 약탈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별도 법 조항을 만들어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밀어내기’ 남양유업, 알고보니 15년째…

    ‘밀어내기’ 남양유업, 알고보니 15년째…

    막말 파문과 밀어내기(대리점에 물품 떠넘기기) 강요로 물의를 일으킨 남양유업이 이번에도 가중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지난 15년간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을 10번이나 어겼다. 하지만 ‘3년 이내 4회 이상 같은 법 위반’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중처벌 요건을 교묘히 피해 가 가중처벌 대상에서 비켜났다. 담합 등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불공정 거래 행위 등 ‘갑의 횡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0~2011년 6번의 공정위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11년에는 한 해에만 4차례의 제재를 당했다. 2011년 10월에는 매일유업 등과 고급 커피 음료 가격을 담합해 74억 3700만원의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 기존에는 시정명령과 20억~4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에 처해졌지만 4번째 위반에 따른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돼 과징금이 일반 사건의 최대 1.2배 적용된 결과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신고된 사례만으로는 가중처벌이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최근 3년간 6건의 현행법을 위반했지만 담합(공정거래법 19조 위반) 4건, 허위 광고(표시광고법 위반) 1건 등으로 밀어내기(공정거래법 23조 위반)와 다른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공정거래법 23조 위반은 한 건에 그쳤다. 서울신문 확인 결과 남양유업은 2006년 12월에도 ‘밀어내기’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 2005년 7월부터 2006년 4월까지 9개월간 남양유업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대리점에 4678만원어치의 제품을 강매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7년이 지난 일이라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 일종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공정거래법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담합 등 명백하게 관련 산업의 경쟁을 막는 일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과징금 부과 기준도 담합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이지만 불공정 거래 행위는 2.0%에 그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행 공정거래법 등을 갑을 관계가 명확한 우리나라 본사·대리점의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종속 관계를 악용한 약탈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별도 법 조항을 만들어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15세기 씨족부락 여진, 어떻게 동북아 패권국이 되었나

    15세기 씨족부락 여진, 어떻게 동북아 패권국이 되었나

    1616년 정월 초하루, 만주족의 국가가 탄생했다. 후금이다. 청 태조 누르하치는 허투알라에서 과거의 한(Han)칭호를 버리고 정식으로 최고 통치자로 칭호를 제정했다. 새 칭호는 ‘하늘이 여러 나라를 기르라 하여 임명하신 영명한 한’이었다. 이 시기 누르하치는 여허여진을 제외하고 자신이 속한 건주여진은 물론, 해서여진, 동해여진을 복속하여 통일국가를 수립했다. 1395년 편찬된 조선의 ‘용비어천가’에는 건주여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동북 1도는 원래 왕업을 일으킨 땅으로서, 위엄을 두려워하고 은덕을 생각한 지 오래돼 야인(野人·여진)의 추장이 멀리서 오고, 일란투먼(移?豆漫)도 모두 복종하여 언제나 활과 칼을 차고 잠저에 들어와서 좌우에서 모셨고’ 여기서 ‘일란투먼’은 여진어로 3만호(萬戶)를 말하는 것으로 송화강 하류역의 세 추장이 이끄는 부였다. 원나라에 여진이 5만호가 살다가 원 말기에 오도리, 후르하, 타온의 3만호만 남았던 그 부다. 용비어천가의 이 대목은 누르하치의 6대조로 조선의 동북지역인 회령(여진:알목하) 지역으로 이주한 오도리 만호의 몽케테무르도 포함한 것이다. 장백산 동남쪽이 만주족의 발원지다. 14세기 중엽 무렵에도 수렵과 어로 활동을 하고, 철기도 생산하지 못해 15세기 후반에 명·조선과의 밀무역을 통해 철 화살촉과 철제 갑옷, 등자 등을 확보했고, 15세기에야 겨우 농사를 시작했던 씨족부락 여진이 어떻게 최고의 문명국가라는 명나라와 조선의 혹독한 견제를 감내하고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재편했을까, 오랑캐라 불리며 무시당하였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제국(1644~1912)으로 278년간 패권을 누리고, 역대 최대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유소맹(류샤오멍·61) 중국사회과학원 교수가 쓴 ‘여진부락에서 만주국가로’(푸른역사 펴냄)를 읽어보면 풀 수 있다. 한국사람 중에 청 제국이 등장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청의 등장을 그저 명이 조선의 임진왜란에 파병한 끝에 국력이 쇠약해진 덕분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극동에 위치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한국이 역사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든지, 강력한 중국(원, 명, 청) 때문에 중원으로 땅을 넓히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진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자신들의 생각이 옳았는지 점검해볼 수 있겠다. 여진의 혈연조직은 15세기 이전에는 할라(씨족)에서 무쿤(새로운 씨족), 욱순(일족), 보오(가족)의 순서로 확대 발전한다. 이런 일족과 가족의 발전은 사유재산 증가와 가내 노예의 소유와 관련이 있다. 생산력이 발전하고, 생산력 발전을 위한 대외적 약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발생하고 혈연과 지연 중심의 가샨과 같은 부락이 아닌 국가조직으로 발전해나갔던 것이다. 특히 여진의 핵심 세력이었던 건주여진과 해서여진은 다른 혈연의 일족으로 구성된 지역연합체로, 세습제도가 발전하고, 군사적 수장이 출현하고, 부락장의 대외적 역할이 강화되면서 상층부 일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서여진과 건주여진이 급속하게 발전한 것은 문명세계인 명과 접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명과의 조공, 호시(互市)참여가 진행된 것이다. 여진은 모피, 잣, 버섯, 꿀, 가축 등을 명나라에 보내고 농기구, 소, 수공업품, 쌀, 소금, 비단, 면포 등을 받아왔다. 명과의 호시는 월 1회에서 나중에는 하루 1회로 급속히 증가했고, 명나라 말기에 호시에 몰리는 인원이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공은 여진은 명의 답례(회사·回賜)품을 은으로 통일했는데 여진사회로 들어오는 은의 수량이 연간 1만 5000량에 달했다. 명은 조공의 연간 인원을 해서여진은 1000명, 건주여진은 500명으로 제한했는데, 건주여진이 강성해지면서 조공인원이 1500명이 돼 규정의 3배나 됐다. 또 여진은 호시에서 거두는 세금도 은본위로 계산해서 징수해, 가치의 척도를 은으로 통일했다. 즉 화폐로 은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6세기의 이야기다. 시장의 발달은 사유제와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됐다. 물질적 욕망이 자극됐지만, 다른 한편 집단의 평등원칙이나 상호협조의 관계망이 무너지면서 부족단위 대신 국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주국은 자신들의 근본이었던 혈연과 지연에 기반을 둔 사회관계망을 군사조직(니루·구사), 더 나아가 팔기군 등 재편하면서 더 효율적인 통치와 전쟁수행에 나선다. 17세기로 들어오면 병자호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건들이 만주국의 시각으로 다뤄지고 있다. 불과 30~40년 전 자국의 역사도 배우지 않는 한국에서 만주국의 등장과 성장, 몰락을 다룬 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은 다른 국가의 운명과 엮여 있으니, 배우지 않으면 조선이 어떤 나라였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나를 잘 알기 위해 남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정한조가 곰방대를 빼물며 등뒤에 멀리 두고 온 묏부리를 바라보다 말고 혼잣소리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저 멀리 넓재 묏부리가 까마득하게 보이네요. 7, 8년 전이었던가봅니다. 그날 우리 일곱 일행이 해거름에 저 넓재를 넘고 있었는데, 그때 대중없이 뛰어든 산적 두 놈과 딱 마주쳤네요. 그러나 우리가 누굽니까. 네놈들 잘 만났다 하고 다짜고짜 달려들어 싸다듬이로 난장 박살해서 묵사발이 된 놈들을 아갈잡이한 다음, 울진 관아까지 질질 끌고 가서 하옥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상했어요. 우리는 맨몸이었고 저들은 칼을 들기도 했는데, 우리가 덧들이는데도 전혀 대척할 방도를 못 찾았어요. 상투를 잡고 태질을 시키는데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지요.” “그랬소? 그런데 고개 넘을 때는 왜 입도 뻥긋하지 않았소?” “하긴 그때 입이 간질간질했었지요. 그러나 공원께서 얼살을 먹고 굽도 떼지 못하고 설설 길까봐. 가만있었지요.” “예끼, 시생이 무지렁이인 것은 틀림없으나, 그만한 일에 오줌까지 지리겠습니까. 이제는 천둥 번개 치는 밤길에 개호주가 뒤를 따라와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간담이 커졌습니다.” 정한조가 그 소리 못 들은 척 딴청만 피웠다. “나중에사 깨달았습니다만, 명색 산적으로 나섰다는 위인들이 산적이 뭔지 모르고 있었어요. 폐농하고 행리 탈취를 업으로 삼기 시작하면, 엽전이 꿰미째 굴러오는 줄 알았던 것이지요. 길바닥으로 나서기만 하면 화수분이 저절로 굴러올 줄 알았겠지요. 그래서 후회가 되었습니다. 관아에 넘기지 말고 잘 달래서 돌려보낼 일이었는데. 경기의 안성이나 송파나 누원점 같은 대처에서 화적질하는 도둑들의 두령은 모두 군관들이란 말이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군관들은 길거리와 큰 저자에 도적들을 들여보내 빼앗고 훔치게 사주를 합니다. 도적들이 제 세력만 가지고는 대로에서 갈취와 약탈을 저지를 간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도 있는 집이나 부잣집의 기명이나 의복을 훔쳐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처분할 일이 막연하지 않겠소. 그것을 팔 수 있는 방도를 알고 있는 것은 군관들뿐입니다. 그래서 도둑질한 물건의 금어치가 열 냥이라면 넉 냥은 훔쳐낸 자가 먹고, 나머지 여섯 냥은 군관의 몫이 아니겠소. 또 도둑이 처음 소굴에 가담하게 되면 신참례를 하게 되어 있어 세 번이나 장물을 바치고 나서야 자기의 몫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한 번이라도 눈을 속이려 들었다간, 당장 관가로 잡혀간답니다. 친척이나 이웃이 그 사건에 연루되어 들어간 경우에는 군관의 안면에 구애를 받아 차마 바르게 토설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고 중언부언 횡설수설로 눙치게 되겠지요. 이것이 후하다고 하는 풍속이 되어버렸으니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도 그에 따라야 가상한 일로 여기게 되었소.” “그렇다 하더라도 화적질 방조하면 되려 큰코다칩니다. 그때, 구슬려서 돌려보냈다면, 적당 행세해도 이만저만하구나 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뒤돌아서서 다시 적당 행세했겠지요. 그러나 시생이 생각해보면, 애초에 도적이 생겨난 것은 그 화적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회오리바람처럼 닥치는 기한과 뼛속까지 아리고 쓰린 신산을 견뎌내다 못해 단 하루라도 연명하려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미욱하고 온순한 무지렁이들을 도적으로 만든 자가 과연 누구겠습니까. 공명첩이니 원납전이니 하면서 공공연히 벼슬을 팔아 권세가의 문전이 장시처럼 소란하게 되었지 않습니까. 음직으로 권세를 잡은 그들 자제며 아전 들이 약탈을 일삼으니 적탈민들은 어디를 간들 도적이 되지 않겠습니까.”
  • [세종로의 아침] 메르켈 총리와 아베 총리/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메르켈 총리와 아베 총리/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독일과 일본은 2차대전 패전국이다. 전쟁을 일으켜 주변 국가를 침탈하려 했던 국가다. 식민지 통치를 통해 경제적 약탈은 물론 대학살과 같은 비인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패전 이후 두 나라 정치인들의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독일 정치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역사를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절한 배상도 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반성은커녕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 등 망언을 쏟아내기 바쁘다. 지난 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인은 2차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대학살) 등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역사를 직시하고 어떤 것도 숨기거나 억누르려 해서도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자손대대로 과거의 잘못을 바로 알려야 한다는 역사관도 밝혔다. 독일의 반성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사과와 철저한 보상을 약속했고 실천하고 있다. 독일은 1952년 유대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30억 마르크(약 2조 1000억원)를 보상했다. 전쟁이 끝난 지 67년이 지났지만 홀로코스트 피해자 가운데 아직 보상받지 못한 사람을 찾아 돕고 있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독일 정부로부터 위로금 2556유로(약 370만원)와 매달 300유로(약 43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 피해자에게 보상한 돈이 700억 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독일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육시키는 나라다. 전범 처리와 함께 교과서에 자신들의 만행 내용을 수록했을 정도다. 피해국들이 독일의 사과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적대감을 갖지 않을 정도로 관대해진 것도 이런 독일 정치인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치인들은 어떤가? 지난해 12월 총리직에 오른 아베 신조. 그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앞장서서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다. 일본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독선적이고 호전적인 행동과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정치인들이 미약하나마 한국에 대한 식민지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했던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마저 뒤집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조상들이 애써 이뤄놓은 한·일관계 유산까지 무너뜨리는 어리석음까지 범하고 있다. 아베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이기도 하다. 기시 전 총리는 A급 전범이지만 한국에 잘못된 과거 역사를 시인하고 사죄했던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상도 한국의 정치·경제인들과 친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최근 망언과 행동은 조상들이 애써 이뤄놓은 한·일관계마저 짓밟는 꼴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우익세력들의 정치적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 주도권을 잡고 세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념과 신념도 내팽개치는 게 일본 정치인인가 묻고 싶다. 일본 정치인들은 독일의 정치인들이 주변 피해국의 상처를 진심으로 보듬고 참회하며 외교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배워야 한다. chani@seoul.co.kr
  • 佛 중국유물 반환은 명품 팔아먹기 속셈?

    佛 중국유물 반환은 명품 팔아먹기 속셈?

    제국주의 시절인 19세기 말 서구 열강에 의해 약탈당한 베이징 위안밍위안(圓明園)의 청동 12지신상 가운데 쥐머리(위), 토끼머리 청동상(아래)이 13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 고가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프랑스 PPR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지난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수행해 방중, “개인 소장자로부터 사들인 쥐머리, 토끼머리 청동상을 오는 9~10월쯤 중국에 무상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심정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은 듯하다. 피노 회장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로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뇌물용 수요가 많았던 구찌 등의 중국 내 매출이 줄고, 인식도 나빠지자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증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인터넷 포털 텅쉰(騰訊)이 29일 보도했다. 유물 기증이 계산된 ‘쇼’라는 것이다. 실제 반환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9년 피노 회장이 최대 주주인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타계한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소장하고 있던 두 청동상 경매를 강행해 중국인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제2차 아편전쟁(1856~1860년)이 끝난 뒤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인 위안밍위안을 파괴하고 청동 12지신상 등 많은 유물을 약탈해 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불법적으로 약탈해 간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소유주인 중국에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텅쉰은 “PPR그룹의 1분기 중국 내 판매 증가율은 유럽(3%)의 세 배도 넘는 10%로 피노 회장은 누구보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문화재 기증에도 이 같은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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