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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국립중앙박물관, 석조 문화재 고향에 보내자/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립중앙박물관, 석조 문화재 고향에 보내자/서동철 논설위원

    원주 법천사터 지광국사현묘탑이 5년의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 며칠 전 들렸다. 20년 전쯤 법천사터를 찾았을 때 주변은 모두 논밭이어서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절터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절터 초입의 당간지주도 동네 한복판에 숨어 있듯 자리잡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전 찾은 법천사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체계적인 발굴조사로 옛 절터의 전모가 드러났고, 당간지주도 당당한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산기슭에 축대를 쌓아 조성한 부도권역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련된 조각을 자랑하는 지광국사현묘탑비와 나란한 현묘탑 터의 빈자리는 을씨년스러웠다. 마침내 그 공백이 메워지는 것이다.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무덤이라 할 수 있는 현묘탑은 비운의 문화재다. 1912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1915년 돌아온 뒤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앞에 세워 놓았는데, 6·25전쟁 중 포탄에 맞아 지붕돌 위쪽이 산산조각 났다. 부서진 탑을 1957년 보수하면서 지금의 국립고궁박물관 옆으로 옮겼고 보수 작업 끝에 1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남한강변에는 고려시대 대찰(大刹)의 옛터가 즐비하다. 경기 여주 고달사터와 강원 원주 법천사·거돈사·흥법사터, 충북 충주 청룡사터가 그렇다. 한결같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대부분 불교국가 고려의 왕사(王師)나 국사(國師)가 은퇴하고 머무른 하산소(下山所)였다. 일대는 개경에서 제법 떨어져 있음에도 유사시에는 물길로 빠르게 오갈 수 있었다. 은퇴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거물 스님’의 거처로 각광받았던 이유일 것이다. 편리한 남한강 수운은 역설적으로 이 일대 사찰의 석조 문화재가 일제강점기 집중적으로 수탈당하는 원인이 되었다. 법천사를 비롯해 앞서 거론한 사찰 가운데 청룡사를 제외한 다른 사찰은 하나같이 일제강점기 부도며 탑비를 빼앗겼다. 고달사터 쌍사자석등과 흥법사터 진공대사탑 및 석관, 거돈사터 원공국사승묘탑 등이 그것이다. 지광국사현묘탑의 귀향은 이 탑의 관리 주체인 문화재청의 결단 덕분이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가장 높은 진정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실제로 원주시는 법천사터를 정비한 데 이어 지광국사현묘탑을 돌려받아 ‘완전체’가 되면 새로운 역사문화 관광지로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반면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관을 채우고 있는 남한강변의 다른 석조 문화재들은 언제 돌아갈지 기약이 없다. 법천사터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거돈사터는 2만 5000㎡ 남짓한 사역의 정비가 일찌감치 이루어졌다. 거돈사터에도 해동공자 최충이 비문을 지었다는 원공국사승묘탑비만 남아 있을 뿐 정작 승묘탑이 없는 것은 법천사와 닮은꼴이다. 원공국사승묘탑이 있던 자리에는 모조탑을 세워 놓았는데 기계자국 선명한 새하얀 탑이 폐사지 분위기와 어울릴 수는 없다. 흥법사터는 남한강 지류인 섬강변에 있다. 섬강은 법천사가 있는 흥원창 주변에서 남한강에 합류한다. 흥원창은 강원 서부에서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도성으로 실어 나르는 조창이다. 진공대사 충담이 머무른 흥법사터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비문을 지었다는 진공대사 탑비가 역시 진공대사탑을 잃은 채 남아 있다. 이 밖에 남한강 하류인 양평 보리사터의 대경대사탑비와 상류인 제천 월광사터 원랑선사 탑비도 중앙박물관에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앙박물관은 이들 석조 문화재를 제자리에 보내면 훼손이 염려된다고 한다. 하지만 원주시만 해도 지광국사현묘탑을 제자리에 보호각을 세워 보존하는 방안과 전시관을 새로 지어 내부에 탑과 탑비를 옮기는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다. 무엇보다 ‘너무도 귀중한 문화유산인 만큼 훼손되어선 안 되니 돌려줄 수 없다’는 논리는 서구 박물관이 약탈 문화재의 반환 요구를 거절할 때 쓰는 어거지일 뿐이다. 중앙박물관은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서는 조만간 로비를 장식하고 있는 개성 경천사터 십층석탑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문제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중앙박물관은 개성 남계원터 칠층석탑도 갖고 있으니 고민은 크다. ‘훼손 염려’ 논리로 붙잡고 있는 게 가능하겠는가. 석조 문화재를 과감하게 제자리에 보내는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당장 어렵다면 처리 원칙이라도 마련해야 할 때다. so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경제 V자 반등에도 마냥 즐겁지 않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경제 V자 반등에도 마냥 즐겁지 않는 중국

    중국 경제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올들어 강력한 경기회복 전망 속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주요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미중 갈등 심화·코로나19 재확산·내수 부진 등 여러 부담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8일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101조 5985억 위안(약 1경 7285조원)”이라고 밝혔다. 중국 GDP 규모가 100조 위안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다만 경제성장률 2.3%는 극좌적 사회주의 운동으로 중국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문화혁명이 끝난 1976년(-1.6%) 이후 44년 만에 가장 낮다. 중국 경제도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은 셈이다. 중국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1분기에 사상 최악인 -6.8%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2분기와 3분기, 4분기에 각각 3.2%, 4.9%, 6.5%로 뚜렷한 V자 반등세를 보였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통제한 만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생산활동 재개에 나섰고 의료용품·전자제품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다 8조 8500억 위안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책으로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를 확대한 것도 회복세를 떠받쳤다. 중국의 경기회복은 정부 역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대 경제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유연한 거시 경제 정책, 개혁 개방 확대 등 노력이 이런 성과를 거둔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이 때문에 중국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영 언론들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라는 ‘논리가 비약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선전 포스터에서 지난해 중국 GDP가 사상 처음 100조 위안을 넘어선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19일 1면 머리기사로 “중국 경제력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했다”며 “GDP가 100조 위안을 넘어선 것은 쉽지 않은 일로서 당중앙의 판단력과 결단력, 행동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공산당을 추켜세웠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다른 나라보다 나은 ‘넘사벽’ 경제 실적을 거뒀지만 중국 경제에도 다양한 부담 요인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이 해소되기큰커녕 오히려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기술 제재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그의 핵심 참모들이 잇따라 맹공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강공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우를 피하고 나니 호랑이가 나타난’ 격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에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는 중국이란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중국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 수용소 문제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대학살’이란 데 동의한다”며 “소수민족 탄압에 이용될 만한 물품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산 물품의 수입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도 이날 금융위 청문회에서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은 끔찍한 인권침해 국가이자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저해하는 미국의 가장 중대한 경쟁국”이라고 규정한 그는 “미국은 (수출)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약(弱)달러를 추구하지 않으며, 외국의 환율 조작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환율 조작’ 역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옐런 지명자는 “중국이 불법적 기업 보조금과 덤핑, 지식재산권 도둑질, 무역 장벽 등을 동원해 미국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 속임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후보는 국방위 청문회에서 “중국의 목표는 세계의 지배적 패권자가 되는 것”이라며 “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격 행위 증대,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청문회에서 그는 “기후변화와 정보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협력을 구해야 할 대상이지만 방첩 분야에선 분명히 미국의 적(敵)이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를 제어하는 게 정보기관의 임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중국 감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오바마 정부(대중 정책)보다 훨씬 단호하다는 것을 6개월 안에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지명자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설계한 대중 강경파다. 그는 대중 정책뿐 아니라 아시아 관련 대외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게 돼 러시아의 황제를 뜻하는 차르를 붙여 ‘아시아 차르’라는 별명이 붙었다. 캠벨 지명자는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약탈적 관행을 진단하는 데 대체로 정확했다”고 밝혀, 바이든 정부도 대중 압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자는 지난 12일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무역 관련 최우선 순위에는 중국과의 대결 문제가 있다”며 “(중국 경제는) 정치적 다원주의나 민주적인 선거,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앙의 설계자들로부터 지시를 받는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수도권과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열흘 넘게 확진자가 100명 이상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심각해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베이징시 다싱구를 비롯해 베이징시 인근의 인구 1100만명이 넘는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가 지난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처럼 전면 봉쇄됐다. 이 같은 봉쇄령은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 등 북부 지역의 도시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국민들의 귀향과 여행을 억제하기로 했다.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내수의 더딘 회복도 부정적 요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에 따른 충격을 돌파하기 위해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내놨다. 중국 경제의 든든한 한 축인 수출은 물론, 첨단 기술 개발 등으로 내수를 키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소매판매(-3.8%)는 196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업생산과 수출, 고정자산투자는 각각 전년보다 2.8%, 3.6%, 2.9% 증가했지만 소매판매만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계수입이 줄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중산층도 경기 불안 속에 소비는 줄이고 저축은 늘린 탓이다. 중국 정부가 쌍순환 전략을 들고나왔는 데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펴낸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9%로 예측했다. 기존의 8.2%보다 0.3%포인트 낮췄다. 그 이유는 ▲첨단기술 분야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가속화 ▲ 중국 내 금융위험 확대 ▲ 정치 불안 속 홍콩 통한 자금 조달 차질 우려 등이라고 IMF는 꼽았다.
  • “관광객 소지품 강탈하는 원숭이, 비싼 것 구별할 줄 안다” (연구)

    “관광객 소지품 강탈하는 원숭이, 비싼 것 구별할 줄 안다” (연구)

    인도네시아 발리의 울루와뚜 사원 원숭이들이 관광객의 소지품 중 고가를 구별해낼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적지이자 관광지인 울루와뚜 사원 내부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원숭이들은 관광객의 소지품을 강탈한 뒤 먹이를 주기 전까지 이를 돌려주지 않는 영리함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들은 위 능력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데도 능숙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사원 내 원숭이와 관광객 간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273일 동안 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사원의 원숭이들은 머리핀이나 빈 카메라가방처럼 관광객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물건보다는, 관광객이 음식으로 교환할 가능성이 높은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을 먼저 강탈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숭이 도둑'이 물건을 강탈한 뒤 관광객 또는 사원 직원과 물건을 사이에 둔 협상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분, 최장 25분이 걸렸다. 가치가 낮은 품목일수록 관광객과 원숭이 사이의 물물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더 짧았다.연구진은 “원숭이들은 지퍼가 있는 가방 안에 귀중품을 보관하고 이를 목이나 어깨에 단단히 동여매라는 사원 측의 권장사항을 무시한 관광객들을 포착해내는데 전문가나 다름없다”면서 “강탈과 물물교환의 행동양식은 원숭이가 태어난 뒤 청소년기가 되는 생후 4년이 될 때까지 주로 배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학습 행동은 사원 내부에 서식하는 원숭이 개체군에서 최소 30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험실 내부에서 자란 원숭이에게서는 관찰되지 않는 행동 양식”이라고 덧붙였다. 약탈을 학습한 원숭이들이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인도와 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인도에서는 원숭이가 농작물을 파헤치고 마을과 도시에서 사람을 습격하는 일이 잦으며, 심지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채취한 혈액 샘플을 훔치는 등 위험천만한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먹을 것이 줄어든 지역에서는 원숭이들이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태국에서는 원숭이 수백 마리를 잡아들여 불임수술을 시키는 등 개체 수 조절에 힘을 쏟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관광객 물품 강탈하는 원숭이, 비싼 것 구별해 훔친다” (연구)

    “관광객 물품 강탈하는 원숭이, 비싼 것 구별해 훔친다” (연구)

    인도네시아 발리의 울루와뚜 사원 원숭이들이 관광객의 소지품 중 고가를 구별해낼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적지이자 관광지인 울루와뚜 사원 내부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원숭이들은 관광객의 소지품을 강탈한 뒤 먹이를 주기 전까지 이를 돌려주지 않는 영리함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들은 위 능력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데도 능숙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사원 내 원숭이와 관광객 간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273일 동안 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사원의 원숭이들은 머리핀이나 빈 카메라가방처럼 관광객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물건보다는, 관광객이 음식으로 교환할 가능성이 높은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을 먼저 강탈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숭이 도둑'이 물건을 강탈한 뒤 관광객 또는 사원 직원과 물건을 사이에 둔 협상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분, 최장 25분이 걸렸다. 가치가 낮은 품목일수록 관광객과 원숭이 사이의 물물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더 짧았다.연구진은 “원숭이들은 지퍼가 있는 가방 안에 귀중품을 보관하고 이를 목이나 어깨에 단단히 동여매라는 사원 측의 권장사항을 무시한 관광객들을 포착해내는데 전문가나 다름없다”면서 “강탈과 물물교환의 행동양식은 원숭이가 태어난 뒤 청소년기가 되는 생후 4년이 될 때까지 주로 배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학습 행동은 사원 내부에 서식하는 원숭이 개체군에서 최소 30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험실 내부에서 자란 원숭이에게서는 관찰되지 않는 행동 양식”이라고 덧붙였다. 약탈을 학습한 원숭이들이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인도와 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인도에서는 원숭이가 농작물을 파헤치고 마을과 도시에서 사람을 습격하는 일이 잦으며, 심지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채취한 혈액 샘플을 훔치는 등 위험천만한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먹을 것이 줄어든 지역에서는 원숭이들이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태국에서는 원숭이 수백 마리를 잡아들여 불임수술을 시키는 등 개체 수 조절에 힘을 쏟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의회 난동은 미국판 나치” 터미네이터의 비판

    “의회 난동은 미국판 나치” 터미네이터의 비판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이자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74)가 미 의회 불법 난입 사태를 나치 독일에 비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슈워제네거는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분노를 담은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1938년 나치가 유대인을 상대로 저지른 대규모 약탈, 방화 사건인 ‘크리스탈나흐트’(수정의 밤)를 언급하며 “지난 수요일은 미국판 크리스탈나흐트였다”고 탄식했다. 이어 “폭도들은 의사당 유리창을 깨뜨린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시하던 신념을 산산조각 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사람들을 거짓말로 이끌어 쿠데타를 추진했다”며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슈워제네거는 주지사 시절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과 반이민 정책, 환경규제 철폐 등에 대해 날을 세우는 등 비판을 이어 왔다. 외교관들도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직업 외교관들이 이번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고, 수정헌법 25조 발동 등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두 건의 전문을 작성해 국무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신뢰를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8∼9일 성인 57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가 이번 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실리콘밸리가 키운 괴물

    [임정욱의 혁신경제] 실리콘밸리가 키운 괴물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이 지난주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점거, 약탈당한 일이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대선 불복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을 부추겨 국회의사당 습격을 유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겨우 2주도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탄핵 위기에 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물론 트럼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마음껏 거짓말을 일삼고, 음모론을 퍼뜨리며 마음껏 선동하는 것을 방치한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트럼프는 실리콘밸리가 키운 괴물인지도 모른다. 트위터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이다.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직에 취임해서도 이례적으로 개인 트위터 계정을 계속 활용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8800만명으로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 중에 여섯 번째로 많다. 대통령직 수행 중에도 트럼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철저히 개인적 홍보 채널로 사용했다.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유용한 통로였던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한국 등 전 세계의 정치인들이 다 그렇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정적을 비열하게 공격하고 거짓 주장을 되풀이하는 ‘정치적 메가폰’으로 활용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부정적이며 자극적인 내용을 더 열심히 퍼날른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하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을 열심히 날랐다. 트럼프는 하루에 보통 자신이 10여개의 트윗을 직접 쓰고, 또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다른 트윗을 10여개 리트윗한다. 대통령이 직접 쓰는 정보의 무게를 생각하면 하나하나 신중하게 팩트를 체크하고 작성해도 모자랄 텐데 그냥 즉흥적으로 쓴다. 자신의 정적들을 “슬리피 조”(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크레이지 낸시”(펠로시 하원의장) 등 도가 지나친 언사로 아무렇게나 비하하면서 조롱한다. 즉흥적으로 트윗하다 보니 가끔씩 스펠링이 틀려서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받아친다. 자신과 의견이 충돌하는 부하가 있으면 트위터로 해고 발표를 해서 망신을 주는 것을 즐긴다. 대선에 패배한 이후에도 승복하지 않고 매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윗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인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그가 한 일은 트위터와 골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가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지난 4년간 유지했던 것은 언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조지아주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트럼프 미디어다”라고 자랑할 정도로 자신의 파워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즉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이 만든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트럼프에게 대중을 휘어잡을 전가의 보도를 준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4년 넘게 트럼프를 맹종하고 매일 그의 주장을 소셜미디어로 접하며 온갖 음모론을 사실로 믿게 됐다. 그리고 지난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참다못한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이제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트럼프가 이런 괴물 같은 행동을 못 하도록 그를 완전히 플랫폼에서 제거하고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트럼프 눈치를 보던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기조가 바뀌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결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자 재빠르게 태세변환했다. 트위터는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후 트럼프 트위터를 12시간 정지시켰다가 아예 영구히 막아 버렸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애플은 극우세력이 이용하는 팔러라는 소셜미디어도 엄격한 콘텐츠 자정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내리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키운 트럼프라는 괴물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 회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커뮤니티를 정화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독버섯이 계속 나올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깊이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 지구촌 “이건 미국 아니다”

    지구촌 “이건 미국 아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에서 전례 없는 혼돈과 폭력이 난무했다.”(AFP통신) 전 세계인들은 6일(현지시간) ‘민주주의 나라’ 미국에서, 그것도 의회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를 목도하고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라며 경악했다. 의사당 안에서 의원들이 공포에 떨며 허둥지둥 달아나는 장면, 경찰이 난동을 부리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 상원의장석을 약탈하는 장면 등이 생중계로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혼돈·폭력 시위에 대해 우려하며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수치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본 적 없는 공격”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의회에 난입이 이뤄지는 심란한 장면들을 지켜봤다”고 총평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인증이 관철된 점을 언급하며 “미국 민주주의는 의회 난입자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입증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민주주의의 적들은 워싱턴의 끔찍한 장면을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권위주의 통치로 서방의 비난을 사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조롱 섞인 훈수를 듣기도 했다. 대표적 권위주의 통치자로 꼽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터키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에 있는 모든 당사자가 절제와 상식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도 “미국이 현재 정치적 양극화와 정치 사회적으로 깊은 위기를 보여 주는 폭력 사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이번 사태가 그간 미국이 보여 준 위선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인의 눈에 트럼프 시대는 이미 놀랍고, 때로 암울한 장면을 충분히 보여 주는 데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런 수준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극우가 민주주의를 공격한 당혹의 영역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라임 급 아니지만 사모펀드 여전히 ‘비리펀드’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운용사 233곳과 사모펀드 9000여개에 대해 전수조사하면서 일부 운용사 임직원들이 사익을 편취하거나 사기성 펀드를 설정한 것을 적발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대형 사기까지는 아니었지만 운용사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진행된 사모펀드 운용사 18곳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러한 혐의를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발표된 건 전수조사 중 중간발표다. 적발 사례를 보면 A운용사의 운용역(대표 등)들은 자사 펀드에 편입된 비상장주식을 배우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헐값에 팔아넘겼다. 이해관계인은 이렇게 싸게 산 주식을 당일 매수 가격의 두 배로 매도했다. A사 운용역들은 이처럼 펀드 자산을 저가에 이해관계인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B운용사 운용역은 투자 업체가 펀드 자금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정보를 얻었음에도 이를 판매사에 알리지 않고 신규 펀드를 설정하도록 해 수십억원의 펀드 손실을 낸 일이 적발됐다. 또 자체 위험관리 기준도 없이 판매사로부터 특정 자산을 편입시켜달라는 요청에 따라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펀드를 설정한 운용사도 있었다. 금감원은 “요주의 회사 18곳에 대해 먼저 검사가 실시된 것”이라며 “2023년까지 전수 검사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운용사에서 사익 편취와 약탈적 금융 사례를 적발했다”며 “다만 이러한 사례들이 라임이나 옵티머스에 비해 대규모 피해자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로마인의 외식 메뉴는?… 2000년 전 폼페이 간이 식당 발굴

    로마인의 외식 메뉴는?… 2000년 전 폼페이 간이 식당 발굴

    약 2000년 전 폼페이 노점에서 영업하던 간이 식당이 잘 보존된 상태로 발굴됐다. 주문을 받으면 여러 음식을 동시에 조리해서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여러 개로 만든 화덕을 프레스코화로 장식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오스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에 묻혀 폐허가 된 도시로 계속 발굴 중이다. 발굴팀은 26일(현지시간) ‘터모폴리움’(thermopolium·뜨겁게 해서 판매하는 곳)이라고 부르는 주방을 공개했는데, 함께 발굴된 항아리 속 닭과 오리, 돼지, 생선, 달팽이, 소 등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폼페이에 지금까지 발굴된 80여개의 간이 식당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화덕은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다. 검투사, 말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님프와 더불어 청둥오리와 수탉 그림이 발굴됐다. 와인의 맛을 바꾸는데 사용되는 으깬 파바콩도 발견돼 이 노점에서 간단한 요리와 음료 뿐 아니라 술도 취급했음을 짐작하게 했다.폼페이 고고학 공원 이사인 마시모 오사나는 이탈리아 안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폼페이 일상 생활을 볼 수 있게 하는 유적”이라면서 “간이 식당 중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발굴돼 고고학, 지질학, 화산학 등의 학문적 연구 가치가 크다”고 의미를 설명했다.발굴팀은 50세쯤으로 추정되는 남성 유해를 포함해 사람의 유해도 발견했다. 오사나는 “(화산이 폭발하자) 서둘러 문을 닫고 도망친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분화 초기에 뒤에 남아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른 이들의 유해는 혼란을 틈타 약탈하려던 도둑이거나 화산재를 피해 도망가던 사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페북 “애플에 맞장”… 美신문에 선전포고 광고

    페북 “애플에 맞장”… 美신문에 선전포고 광고

    미국 정보기술(IT) 공룡인 페이스북(페북)과 애플이 ‘전쟁’에 돌입했다. 애플이 내년부터 아이폰·아이패드에 강화된 사생활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고 예고하자 페북이 애플을 맹비난하며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페북은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주요 일간지에 “기업이 개인화된 광고를 운영하고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애플 겨냥 비판 광고를 냈다. 페북은 “우리는 소기업들을 위해 애플에 맞설 것”이라며 “우리 데이터는 개인화된 광고가 없을 경우 소기업 광고주가 광고비 1달러당 60% 이상의 매출 하락을 보게 될 것임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기업을 위해 애플에 맞선다”고 강조했다. 페북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애플이 내년 초 있을 아이폰 운영체제(iOS)의 업데이트를 통해 승인받지 않은 채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거나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탓이다. 광고주는 애플 기기마다 부여된 고유 IDFA를 이용해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의 검색,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고 맞춤형 광고를 보낸다. 그런데 앱을 실행하면 ‘광고주를 위한 식별자’(IDFA)에 접근해도 될지를 묻는 팝업창을 띄워 이용자의 승인을 받도록 한 ‘앱 추적 투명성’(ATT)으로 명명된 애플 새 규정이 시행되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페북이다. 앞으로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하면 상당수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표적 광고의 효율성이나 수익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페북은 다른 모바일앱들이 자사의 광고시스템만 가져와서 쓸 수 있도록 만든 ‘오디언스 네트워크’라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애플의 OS 변경으로 이 사업부는 매출이 반 토막 날 것으로 알려졌다. 페북은 이날 신문광고는 물론 자사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애플의 새로운 조치가 “이익에 관한 것이지 사생활 보호에 관한 게 아니다”라며 “반경쟁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페북은 사진 공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경쟁자들을 인수하는 약탈적 관행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며 미 연방거래위원회와 46개 주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한 상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베를린 훔볼트 포룸 박물관 개관, 아프리카 등 약탈 유물이 2만점

    베를린 훔볼트 포룸 박물관 개관, 아프리카 등 약탈 유물이 2만점

    독일 베를린 뮤지엄 아일랜드의 훔볼트 포룸 박물관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 개관식을 열었다. 6억 7700만 유로(약 9013억원)를 들여 프레데릭 대제의 왕궁을 박물관으로 재건했는데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약탈한 유물이 무려 2만 점 가까이나 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으로 꾸미면서 바로크 양식을 되살렸다고 영국 BBC가 소개했다. 이 왕궁은 2차 세계대전 때 공습으로 파손된 뒤 1950년 옛 동독 정부가 아예 파괴하고 공화국 궁전을 지어 동독 의회와 문화레저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박물관으로 복원하면서 이 건물들 역시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독일 문화재 당국은 이 박물관이 글로벌 문화를 보여주며 통일독일이 관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상징할 것이란 설명을 내놓았다. 모니카 그뤼터 문화미디어부 장관은 “유럽 최대의 문화 프로젝트”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미카엘 뮐러 베를린 시장은 이날 훔볼트 포룸이야 말로 “우리 역사와 세계에서의 위상을 반영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박물관 측은 논란이 되는 유물들은 내년까지 전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897년 영국군 병사가 나이지리아 에도 주의 베닌 시티에서 훔쳐 온 청동 조각상 등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유물을 돌려달라고 정식으로 독일 정부에 요청했다.그런데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베닌 시티 청동상들은 내년 베를린 민속박물관과 아시아 예술박물관의 개관 기념 전시회에 포함돼 일반에 선보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베닌 시티의 옛 왕궁에서 약탈한 수천 점의 목관악기, 청동과 상아 조각 등 웨스턴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 가운데 180점 정도가 관람객들에게 선 보인다는 것이다. 유수프 투가르 독일 주재 나이지리아 대사는 그뤼터 장관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 유물을 돌려달라고 간청했지만 답장조차 받지 못했다. 베를린의 공공 박물관들을 관리하는 프러시안 문화유산재단의 대변인은 여전히 “공식 반환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역사학자들과 인종차별 반대 단체들은 이 박물관이 이들 유물들이 어디에서 왔고, 유럽으로 어떻게 건너왔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자니아 활동가이며 비정부 기구(NGO)인 베를린 포스트콜로니얼 창립자인 믄야카 수루루 음보로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많은 전시물이 훔치거나 빼앗거나 약탈됐다”면서 “일부는 전례와 예배 때 쓰였던 것들이었다. 이건 마치 가톨릭 성당에서 제대를 빼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프랑스 예술사를 전공했으며 약탈 문화재 전문가 베네딕트 사보이는 2017년 훔볼트 국제전문가 위원회에서 물러났는데 약탈 문화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쥐트도이체 차이퉁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이들 예술 작품에 얼마나 많은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지 알고 싶었다”면서 “연구 조사가 없다면 오늘날 훔볼트 포룸이건, 어떤 민속박물관이건 문을 열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훔볼트 포룸만 약탈 문화재를 소장, 전시하면서 약탈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의 대영박물관도 950점의 베냉 청동상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반환 요구를 묵살하고 있어 최근 또다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BBC는 소개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도중 한 의원이 이 박물관의 한국관 규모가 중국관과 일본관의 10분의 1 밖에 안된다고 개탄했는데 약탈 문화재들로 가득한 박물관에 우리 것을 넣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이었는지 어리둥절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파우치는 ‘줌’ 팔순잔치… 트럼프는 백악관 ‘성탄 파티’

    파우치는 ‘줌’ 팔순잔치… 트럼프는 백악관 ‘성탄 파티’

    백악관 12월 파티 줄줄이 개최 트럼프 “규모 줄였고 마스크 써”파티 참가 개인변호인 양성 판정5일만에 100만명씩 확진 느는데앞으로 20여개 파티 더 개최 전망전날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팔순 생일 모임을 화상(줌)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이어 개최해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역지침과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솔직히 (참가자) 수를 상당히 많이 줄였다. 파티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고 답했다고 ABC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상 백악관 파티는 12월 초순의 하누카(유대교 축제), 12월 25일인 크리스마스, 12월 26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이어지는 콴자(아프리카계 미국인 축제)를 맞아 연이어 개최된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5일 만에 100만명씩 늘어나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암울한 겨울을 경고하며 여러 사람이 모이는 연말 파티를 열지 말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수장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8일 백악관 파티에 참석했다고 ABC가 전했다. 또 지난 4일 백악관 파티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 고문인 제나 엘리스가 이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A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미 10개의 파티가 열렸고, 앞으로 20여개의 파티가 더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참석자 수는 200명 이상에 이를 때도 있을 거라고 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약탈하고, 건물을 불태우고, 시위를 벌일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갈 수 있다”며 책임감 있게 파티를 진행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도 지난 7일 자신의 아기와 백악관 파티에서 참석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씨줄날줄] 필리버스터/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필리버스터/이종락 논설위원

    21대 첫 정기국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격렬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2로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은 어제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즉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정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 행위 처벌 규정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5·18민주화운동특별법 개정안, 사회적참사진실규명법 개정안 등에도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이 용어 자체는 16세기의 ‘해적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했다.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 선박 등을 공격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단어가 정치 용어로 자리잡은 때는 1854년 미국에서다. 당시 미 상원에서 노예제 허용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캔자스ㆍ네브래스카법을 의결할 때 반대파 의원들이 장기간 토론 등으로 의사진행 방해를 한 것을 필리버스터라고 불렀다. 한국은 제헌의회 때 도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4년 4월 20일 야당 의원 시절 동료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고자 국회 본회의에서 원고 없이 5시간 19분 동안 연설을 한 것이 한국 최초의 필리버스터로 꼽힌다. 이후 1973년 국회법을 바꾸면서 사실상 필리버스터가 금지됐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18대 국회가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면서 다시 부활시켰다. 최근의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38명의 의원이 ‘8일 17분’간 ‘테러방지법’ 통과저지를 위해 한 것이다. 당시 이종걸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간 발언해 최장시간 기록을 세웠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0대 국회에서 범여권이 4+1체제를 꾸려 공직선거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민주당이 3일짜리 임시국회를 열어 대응하고 반대토론에 자당 의원들까지 포함시키는 등 희석화 전략을 펴는 바람에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전략이 힘을 못 쓸 가능성도 있다.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이 경과하고 무기명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종결이 가능하다. 임시국회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반복하더라도 범여권이 24시간마다 표결로 종료할 수 있으니, 1주일 내 여권은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해 필리버스터까지 무력화했다. jrlee@seoul.co.kr
  • 무장봉기 이끈 승려… 만세운동 주도 고교생… 일제 수탈 맞선 해녀들

    무장봉기 이끈 승려… 만세운동 주도 고교생… 일제 수탈 맞선 해녀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 몽골이나 왜구의 지배와 침략을 받았던 지역으로 외부 세력에 대항하며 독자적으로 존립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일제의 입장에서 제주는 군사적 요충지였고 풍부한 어족자원을 가진 주요 약탈 지역이었다. 한일병합으로 일제의 수탈이 격심해지자 항거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어느 지역보다 거세게 일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유배를 온 유학자들이나 개화파들은 제주도민들의 학문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항일·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제주 지역에서는 광복 때까지 크고 작은 항일운동이 잇따라 일어났는데 그중에서 3대 항일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제주해녀 항일운동의 현장을 찾아보았다. ●1914년부터 김연일 주지 “일본인 축출” 설법 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인 제주도 서귀포 옛 법정사 터는 해발 680m나 되는 한라산 중턱에 있었다. 물이 마른 계곡을 건너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니 어두컴컴한 산속에 일제가 불태워 버린 절터가 나타났다. 집 한 채 크기도 안 되는 작은 터에는 무너져 내린 벽체의 흔적인 돌무더기만 나뒹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에서도 항일·독립운동이 줄기차게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3·1운동보다 다섯 달 앞서 일어난 법정사 항일운동은 승려들이 주도하고 주민 700여명이 참여한 제주 최대의 항일운동이었다. 법정사 주지 김연일은 1914년 무렵부터 일본의 국권 침탈이 부당하며 일본인을 제주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설법을 통해 주장하고 있었다. 김연일은 조직적으로 항일운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거사 6개월 전부터 곤봉과 화승총을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1918년 9월 말 정구용은 “면장과 이장은 장정을 모아 10월 7일 오전 4시 하원리에 집합하고 8일에는 제주향을 습격해 일본 관리를 체포하자”는 격문을 붙였다. 총지휘자 김연일을 필두로 좌대장, 우대장, 선봉대장, 중군대장, 후군대장 등의 의병과 비슷한 군사 조직 체계를 갖추었다.김연일은 1871년 경북 영일군 동해면 도구리에서 태어나 출가한 뒤 경북 경주 기림사의 승려로 있었다. 같은 절에 있던 승려 방동화와의 인연으로 제주도로 와서 1914년쯤 법정사 주지가 됐다. 김연일은 처음부터 독립운동을 할 목적을 갖고 제주도로 왔다고 한다. 왜 하필 제주도까지 와서 독립운동을 했느냐는 의문에 유족들은 “우리나라 모습에서 제주도가 닻이라서 거기서부터 들어 올려야 독립 바람이 육지까지 분다고 (김연일이) 말했다”고 설명한다. 김연일은 조상의 묘까지 제주도로 옮겼다. 이를 이용해 군자금과 물자를 갖고 제주도에 드나들었다고 한다. 드디어 거사 당일인 7일 새벽 법정사 마당에서 출정식이 열렸다. 김연일은 “일본인을 쫓아내어 원래의 한국 시대를 회복하자”고 선언했다. 선봉대장 강창규와 좌대장 방동화, 우대장 강민수, 모사 장임호와 박주석 등의 지휘에 따라 승려와 신도 등 34명은 깃발을 흔들며 마을로 내려갔다. 미리 참여를 독려하고 격문을 붙여 놓아 참여자는 순식간에 700여명에 이르렀다. 도순·하원·월평·영남·대포·상예리 등 서귀포의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뒤를 따르며 일제를 몰아내자고 소리 높여 외쳤다. 중문리에 도착한 군중은 전선을 자른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일본인 일행을 구타하기도 했다. 이어 현재 중문파출소 자리에 있던 경찰 주재소로 가서 몽둥이로 기물을 부수고 문서를 불태운 다음 건물을 소각했다. 오전 11시쯤 일경의 기마 순사대가 총으로 무장하고 공격해 왔다. 함성을 지르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경들은 법정사로 올라가 절을 불태웠다. 법정사 항일운동으로 모두 66명이 검거됐고 김연일이 1심에서 10년형을 받는 등 46명이 형을 선고받았는데 감형과 가출옥으로 실제 수감 기간은 줄어들었다. 김연일은 3년 3개월, 강창규는 6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박주석, 강수오, 강춘근 등 5명은 고문 후유증과 가혹한 감옥생활로 옥사했다. 특히 강춘근은 재판을 받기 전에 사망했다. 고문사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정황은 남아 있지 않다. 김연일은 출옥 후 고향 영일로 돌아가 항일활동과 독립운동을 계속했고 다시 붙잡혀 투옥되기도 했다. 정부는 법정사 항일운동 주도자 가운데 32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했다. 김연일은 1993년 건국훈장 애족장, 강창규는 200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日 주도자 모두 연행, 거사 계획 미리 파악한 듯 제주시의 동쪽에 있는 조천은 일제강점기에는 육지에서 사람과 물건이 활발하게 오가던 제법 큰 항구였다. 조천은 신촌·함덕·신흥 등의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로 파급된 제주도 만세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제주항일기념관과 삼일독립운동기념탑 등이 들어선 조천만세동산(미밋동산)이 조성돼 있다. 평일인 지난달 17일 찾은 조천읍내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다. 마침 애국선열추모탑 앞에서는 임시정부가 1939년 법정기념일로 정한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및 제18회 제주 지역 애국선열 합동추모식이 제주도 독립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었다. 조천만세운동은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 4학년생이던 김장환이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들어오며 시작됐다. 아버지 김시학은 일본 유학파로 1차 세계대전 중에 사회 각계각층 1만명의 연서를 받아 독립청원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김장환은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 낭독을 지켜보며 만세운동에 참가했다. 보름 후인 16일 조천에 내려온 김장환은 숙부 김시범과 당숙 김시은에게 서울의 3·1운동 소식을 들려주고 독립선언서를 전달했다.이튿날 김시범, 김시은, 김장환은 만세시위를 벌이기로 결의했다. 이어 김용찬, 김형배, 고재륜, 황진식 등 14명의 동지를 모았다. 이들은 대형 태극기 4본과 소형 태극기 300여장을 만들어 만세운동을 준비했다. 김시범 등은 거사일을 제주도에서 명망이 높았던 유학자인 맏형 김시우의 소상(小祥·첫 기일)인 3월 21일로 잡았다. 21일 아침 8시쯤. 미모치에 14인 동지를 비롯, 조천 주민들과 이웃 마을인 함덕·신촌·신흥 등지의 주민과 서당 생도 등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미모치는 오름의 이름으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한라산 정기가 마을 동쪽 끝으로 흘러 우뚝 솟은 성소(聖所)로 전해지던 곳이었다. 대형 태극기가 미모치 정상에 꽂히고 ‘독립만세’라고 쓰인 깃발이 나부꼈다. 김시범은 독립선언서를 20여분 동안 낭독했다. 낭독을 마친 김시범은 “조선을 제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독립시키기 위해 한국독립만세를 부르고 행진하라”고 소리쳤다. 김용찬도 “일본 제국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하도록 한국독립만세를 고창하고 마을 안을 행진하자”고 외쳤다. 이어 김장환이 ‘대한독립만세’라고 선창하자 군중도 따라 외쳤다. 어떤 이는 창호지에 ‘한국독립만세’라는 혈서도 썼다. 시위대는 일제의 본거지인 제주성으로 행진했다. 조천은 제주성의 동쪽 약 12㎞ 지점에 있었기 때문에 2~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 도중에 신촌·삼양·화북·건입마을을 거치면 참가자가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주민들이 합세하면서 500~600명이 된 시위대는 조천오일장터를 거쳐 비석거리에 도착해 ‘한국독립만세’를 크게 외치고는 계속 행진해 신촌리에 다다랐다. 일경은 급히 제주경찰서에 증원을 요청했고 오후 늦게 무장한 순사 30여명이 도착해 시위대와 맞부딪쳤다. 일경은 공포탄을 쏘고 소총 개머리판으로 무차별로 타격하며 시위를 진압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3명이 다쳤고 김시범, 김시은, 김용찬, 김장환 등 13명이 연행됐다. 이들이 모두 주모자였음을 볼 때 일경은 거사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시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 조천오일장터에서 김필원, 백응선, 박두규 등이 중심이 돼 200여명이 붙잡힌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신촌리를 향해 2차 만세시위를 벌였다. 여기서 박두규와 김필원이 체포됐다. 시위 소식은 함덕리까지 전해져 다음날에는 조천과 함덕 양쪽에서 3차 시위가 벌어졌다. 이문천·백응선·김연배 등이 계속해서 시위를 주도했다. 이문천은 조천오일장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다 100여명을 이끌고 오일장이 열리던 함덕리로 이동했다. 함덕리에 이르자 시위대는 8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날은 부녀자와 어린아이들까지 참여했다. ●김장환은 월북했다는 이유로 국가 서훈 없어 시위 확산에 두려움을 느낀 일경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강제 해산시키고 이문천과 백응선 등 8명을 체포했다. 또 신흥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귀동이라는 여성이 “대한독립만세, 같이 죽자 만만세”라는 구호를 외치자 제주경찰서로 연행했다. 여성까지 무차별로 체포한 데 대해 도민들이 격앙하자 부담을 느낀 일제 경찰은 사흘 뒤 여성을 석방했다. 3월 24일 4차 만세운동은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이날은 조천오일장날이었는데 상인과 장을 보러 온 부녀자들까지 약 15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투석전까지 벌어지는 등 시위가 격렬해지자 일경은 발포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김연배 등 4명을 체포했다. 일경은 군 병력까지 불러들여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 네 차례의 시위에서 주도자 14명은 모두 검거됐다. 이들을 포함해 기소된 사람은 모두 29명이었고 24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19년 5월 김시은, 김시범, 김장환 등 주도자 14명은 징역 6개월에서 1년을 받았다. 그보다 옥고와 고문에 따른 희생이 컸다. 백응선은 고문과 옥고로 1920년 3월 순국했다. 김연배도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과 옥고로 가출옥했지만 1923년 11월 27세의 일기로 순국했다. 김시은과 김시범은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김장환에 대한 서훈 기록은 없다. 월북했다는 이유다. 백응선과 김연배는 대통령표창을 받았을 뿐이다.●일제 해녀 요구 들어준다고 해놓고 약속 어겨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의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 간다/ 가이없는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옆 해녀 노래비에 쓰인 마지막 절이다. 제주 우도 출신 독립운동가 강관순이 지은 노래다. 제주 해녀 투쟁은 연인원 1만 7000여명이 참여하고 238차례의 시위가 벌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항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해 구좌읍 하도리에 기념탑을 세우고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오후 늦은 시간에 찾은 공원에는 운동 삼아 왔다갔다하는 여성만 보일 뿐 참배객은 아무도 없었다. 일제의 수탈에 제주도 해녀들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제주에서는 해녀들의 채취 활동이 일제로서는 독보적인 수입원이었다. 1920년대 중반 일제는 해녀들의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만든 제주해녀어업조합을 어용화했고 해녀들이 힘들게 거둔 해산물을 헐값에 매입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 입거 수수료와 세금도 과다 징수했다. 1931년 6월 해녀들은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12월에는 관제조합 반대, 수확물에 대한 가격 재평가 등의 요구 조건과 투쟁 방침을 정하고 대표를 선출했다. 이듬해 1월 7일 세화리 장날에 해녀 300여명이 1차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가 구좌면사무소에 이르자 면사무소 측이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마침 신임 제주도사 다쿠치 데이키가 1월 12일 세화장날 시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날 세화리 장터에 해녀들이 모여들었다. 구좌면 하도리·세화리·종달리·연평리와 정의면의 오조리·시흥리 등 6개 마을 해녀들이었다. 손에는 호미와 비창(전복 따는 도구)을 들었다. 해녀들은 다쿠치가 탄 차량을 에워쌌고 다쿠치는 굴복한 척하며 요구 조건을 5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짓 약속이었음은 금세 드러났다. 일제는 제주 지역 청년운동가들을 배후세력으로 규정했다.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23일부터 하도리 오문규, 종달리 한향택과 한원택, 세화리 문도배와 문도후 등을 각종 죄목을 붙여 검거하기 시작했다. 24일에는 이에 격분한 해녀 1500여명이 세화주재소로 몰려들었고 일경은 무장경관을 출동시켜 해녀 34명을 포함한 50여명을 체포했다. 27일에는 종달리 해녀 100여명이 붙잡힌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진압당하고 말았다. 주동자로 찍힌 해녀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은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이들 말고도 일제에 검거돼 고초를 겪은 해녀가 100여명에 이르렀다. 세 명의 해녀는 항일운동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건국포장을 받았다.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의 이간질 리더십과 선택적 침묵/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의 이간질 리더십과 선택적 침묵/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7400만명의 지지를 받고도 재선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그를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규정했지만,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이 4년 전보다 1100만명이 늘어났다. 친구인 동맹을 갈취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자국민이 27만명 넘게 사망하는 등의 악정(惡政)에도 트럼프의 위력이 가공할 만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하지만 미국 의회도 실패한 트럼프 탄핵에 미국인이 사상 유례없는 열기로 나섰다. 미국이 트럼프를 해고한 가장 큰 이유는 자국민을 적으로 삼는 이간질 리더십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미소 냉전에서 이긴 미국은 1990년대 이후 내부의 역량을 모을 외부의 적을 잃어버렸다. 내부 지향적으로 변한 미국은 소위 ‘문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 윤리를 강조하는 보수파는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샐러드볼’을 강조하는 리버럴은 문화적 다양성을 중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이 맞닥뜨리는 전선은 총기 규제와 낙태 문제에서 나아가 동성애와 마약 합법화, 오바마 케어 등에 이르는 이슈로 가히 이념 전쟁이다. 이런 의제들은 미국의 정체성 문제이니 논쟁을 거듭하면서 철학적, 문화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 냈다. 현실 정치인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없는 적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외부의 적을 만든 것을 딱히 비난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가 만든 대표적인 적은 중국이다. 냉전시대 소련의 자리에 중국을 치환시켰다. 실제로 미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도전하는 중국과 신냉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저학력의 백인 미국인은 자신들의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가 중국 때문에 사라진다고 여긴다. 배설구로써 미국인들의 지탄 대상이 여기까지였다면 트럼프가 재선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트럼프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적은 바로 자기 나라 국민이다. 이미 미국민이 된 히스패닉과 소수 인종을 범죄자 취급했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진보를 극좌로 몰아붙였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절박한 외침에 백인 우월주의자인 트럼프는 “증오”라고 몰아붙였다. 그가 올해 독립기념일 ‘큰 바위’ 얼굴인 러시모어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 영웅들이 나치와 파시스트, 공산주의에 승리했듯 “지금은 극좌, 무정부주의자, 약탈자들을 물리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한 트럼프 리더십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판단한 미국인 8000만명이 그를 심판한 것은 더욱 놀랍다. 트럼프의 이간질 리더십의 무기는 8800만명의 추종자를 둔 트위터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국제회의 도중에도 국민을 편가르는 주장을 날리다 요즘엔 “투표 사기”라는 억지를 부린다. 트럼프의 거짓말에 이골이 난 트위터가 오죽하면 그의 트윗을 숨김 처리까지 할까. 트럼프 추종자들은 이성이 마비된 광신도처럼 언론이나 전문가의 과학적 견해보다 그의 트윗을 닥치고 믿는다. 국민을 이간질하는 리더십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적폐니 토착왜구로 편가르고, 광화문 집회 참석자인 국민을 ‘살인자’로 비난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도 분열적이다. 트럼프의 시도 때도 없는 트윗과는 달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이전투구와 같은 현안을 정리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침묵하는 것도 이간질 리더십이다. 서로 싸우게 하는 리더십은 민주주의 위기라고 판단해 트럼프가 버림받은 것을 우리 정치권은 곱씹어야 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주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지켜내는 것이란 것을 보여 줬다. chuli@seoul.co.kr
  • [열린세상] 사비니 여인들의 용기와 평화/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사비니 여인들의 용기와 평화/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모든 방을 본다면 족히 3일은 걸린다. 잠깐 루브르에 가 보았다고 할 요량이라면 최소 드농관에서 ‘모나리자’, ‘나폴레옹 대관식’을 보고 계단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상’을 지나 슐리관에서 ‘밀로의 비너스’를 영접하면 된다. 중간에 만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낯익은 작품들 그리고 대리석이 돼 버린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은 덤이다. 여유가 있어 리슐리외관에서 루벤스와 렘브란트까지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다.두 차례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했다. 첫 방문은 신혼여행 때이다. ‘모나리자’와 눈만 마주치고 1시간 만에 나왔다. 두 번째 방문은 한나절이나 있었다. 미술을 전공하는 동생을 따라다니는 통에 동생이 좋아하는 ‘나폴레옹 대관식’이 전시된 공간에서만 3시간을 머물렀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메두사의 뗏목’까지 만날 수 있는 전시실이다. 유명한 작품 앞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나폴레옹 대관식’을 보려는 관람객을 피해 한 걸음 비켜 서니 바로 옆에 걸린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사비니의 여인들’이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인생작이 됐다. 이 작품은 로마 건국 시기 이야기이다. 인구가 곧 군사력이었던 시절,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여자가 부족했던 도시에 인구를 늘리기 위해 이웃 도시들의 여인들을 납치해 와 로마인들의 아내로 삼았다. 3년 후 여인들을 빼앗긴 사비니인들이 로마에 복수하고자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때 사비니군의 지휘관인 타티우스의 딸이자 로마 건국의 왕 로물루스의 아내가 된 헤르실리아를 비롯해 로마로 잡혀갔던 사비니 여인들이 나서서 싸우지 말 것을 애원한다. 그녀들은 모두 사비니 군인의 딸이자 여동생인 동시에 로마 군인의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덕분에 전쟁은 끝날 수 있었다. 평화를 정착시켜 로마가 번성할 수 있었다고 승자의 역사로 기록돼 전해진다. 사비니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적지 않다. 루벤스에서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가 납치와 약탈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다비드는 이후 로마에 대한 사비니인들의 복수전을 다루었다. 그림은 로마 카피톨리노 언덕을 배경으로 좌우측으로 사비니군과 로마군이 대치해 있고 가장 앞에 사비니군의 지휘관인 타티우스와 로마의 왕 로물루스가 칼과 창, 방패를 들고 맞서고 있다. 그 중간에 헤르실리아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많은 사비니 여인들이 아이들을 안은 채 몸을 던져 싸움을 가로막는다. 전쟁터를 기어 다니는 갓난아이의 눈에서 천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화된 로마의 ‘사비니 여인의 납치’의 야만성을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다. 작품 속에 감추어진 젠더 문제에 대한 무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비드가 여성을 평화의 아이콘으로 재창조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비드는 당시 프랑스 혁명의 혼란 속에서 외부의 적들과 내부의 갈등으로 심각하게 분열을 겪고 있던 프랑스의 죄우파 대립을 염두에 두고 평화로운 중재를 위해 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성공을 막기 위해 유럽의 이웃 국가들이 침략해 오고, 내부에서는 왕권이 사라진 자리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오는 갈등이 심각했다. 분단과 냉전체제 속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려는 지금 우리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바로 옆 작품 ‘나폴레옹 대관식’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왜 이리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오랫동안 ‘사비니의 여인들’ 작품 앞에 서서 한반도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터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로마의 장군 로물루스, 아니면 사비니의 장군 타티우스, 아닌 듯하다. 어쩌면 사비니의 여인들과 같은 처지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상에서의 평화를,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자에게 수탈당하고 선택을 강요당해 왔다. 이제 분단과 냉전의 시대를 깨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외치는 사비니 여인들의 용기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 김성 北 유엔 대사 “자위적 군사활동 ‘위협’ 매도…유엔 공정성 없다”

    김성 北 유엔 대사 “자위적 군사활동 ‘위협’ 매도…유엔 공정성 없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의 자위적 군사 활동과 평화적 우주개발에 대해서만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20일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 대사는 지난 16일 유엔총회 제75차 회의 전원회의 유엔 안보리 개혁에 관한 연설에서 “유엔 안보이사회는 비민주주의적이고 공정성이 심히 결여된 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안보이사회에서는 주권국가들을 반대하는 비법적인 무력침공과 공습, 이로부터 초래되는 민간인 학살행위는 묵인되는 반면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정정당당한 자위적조치들과 (심)지어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 활동마저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매도되어 문제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문제를 비롯해 자기 권능에도 맞지 않는 문제들에까지 개입하는 월권행위들도 우심해지고 있다”며 “유엔헌장과 국제법은 안중에도 없이 유엔 안보이사회를 저들의 정치·군사적 목적 실현에 도용하려는 특정국가들의 강권과 전횡을 철저히 배격해야 하며 이중기준과 불공정성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핵 무기를 개발하며 ‘자위적 무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노동창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선보이며 “그 어떤 누구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며 자위적 수단임을 정당화했다. 김 대사는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것에 대해 “전범국인 일본과 같은 나라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런 나라가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유엔 안보이사회에 그것도 상임이사국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유엔에 대한 우롱이고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본이 유엔 안보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되면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에 공헌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략과 약탈로 얼룩진 과거사를 되풀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며 세계를 또 한차례의 전쟁에 몰아넣는 참극이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는 담보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가좌역~효창공원앞역 6.3㎞ 철길, 격동기 그림자 짙은 대한제국 뒤안길

    가좌역~효창공원앞역 6.3㎞ 철길, 격동기 그림자 짙은 대한제국 뒤안길

    1905년 서울~신의주 잇는 경의선 개통日·美·佛·러 등 경의선 부설권 이권다툼 70년대 연남파출소 인근 기사식당 생겨홍대부근 기찻길 거리에는 예술 작품들서서갈비·마포최대포집 등 추억의 맛집 김구 묘·안중근 가묘 모셔놓은 효창공원한강 심원정 터엔 수령 670년 느티나무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5회 ‘경의선 숲길 걷기’ 편은 마포구 가좌역에서 용산구 효창공원앞역까지 6.3㎞에 이르는 경의선 숲길 전 구간을 걸었다. 경의선 숲길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이다. 제국주의 열강이 집어삼킨 대한제국의 어느 시간을 들춰도 안 아픈 곳 없다. 일제의 자원 약탈과 대륙 침략을 위해 놓인 경의선 철길을 걷는 마음이 만추의 단풍처럼 화사하지만은 않다. 깊어가는 가을,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보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이 더 많다. 수렴의 이치는 새봄에 다시 피어날 새잎에 닿아 있으니, 가을이 남긴 유산 앞에서 마음이 숙연하다.경의중앙선 가좌역 4번 출구에서 출발했다. 소란한 자동차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건 사천교를 건너 다리 아래 도로에서 경의선 숲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에 도착할 무렵부터였다. 하늘거리는 억새꽃과 절정 지난 단풍이 어울려 반짝인다. 경의선 기찻길의 추억을 위해 설치한 철로는 햇볕을 머금은 듯 빛나지 않는다. 1905년 일제에 의해 서울~개성~사리원~평양~신의주에 이르는 499㎞의 경의선이 개통됐다.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일제의 계획이 부산~서울을 잇는 경부선과 서울~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완성되면서 구체화됐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이 경의선 부설권을 놓고 이권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한제국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역사의 격동기 대한제국의 어느 하루를 들추어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니, 경의선 숲길의 화려한 단풍은 그 아픔 위에서 피어난 꽃이거니 생각했다. 경의선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지상의 철길 구간은 공원이 됐다. 좁은 흙길 양쪽에 은행나무가 줄지어 섰다. 은행나무길 끝 소실점을 향해 걷는다. 나무 밖에 아파트 단지 건물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은행나무 단풍길에서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붉은 단풍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불타는 가을도 쉼표가 필요하다. 입동이 지난 지도 꽤 됐으니 계절이 바뀌는 하늘 아래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을씨년스럽다. 경의선 숲길이 찻길에 의해 끊겼다 이어진다. 그 부근에 연남파출소가 있다. 파출소 좌우로 이어지는 도롯가에 기사식당이 띄엄띄엄 자리 잡았다. 이른바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다. 이 거리도 서울미래유산이다. 197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한 기사식당들은 택시기사의 단골식당이 됐다. 손님이 없는 사이 잠시 짬을 내 식사를 해야 하는 택시기사의 입맛을 사로잡던 음식들 덕에 이 거리의 기사식당들은 맛을 찾아다니는 청춘들의 순례지가 되기도 했다.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경의선 숲길은 도로를 건너고 역이 있는 건물을 지난다.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길은 본 모습을 찾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쪽을 바라본다. 그 길 끝에 옛 당인리발전소가 있다. 1923년 용산에서 당인리발전소를 오가는 철길이 놓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 철길 옆에 상가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철로는 1976년에 폐선됐고 주변 상가 건물만 남았다. 그 거리 중 마포구 서교동 365-2에서 26번지까지 구간이 ‘서교365’라는 이름으로 서울미래유산이 됐다. 은방울자매가 부른 대중가요 ‘마포종점’도 서울미래유산이다. 노랫말에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라는 구절이 있다. 서대문~마포 구간을 운행하던 전차의 마포종점이 지금의 불교방송국 부근에 있었다. 이 노래를 작사한 정두수씨가 당시 마포구 도화동에 살았다고 하니, 그가 마포 종점에서 당인리 발전소의 불빛이 꺼지고 어둠만 남은 풍경을 보았던 것이다. 홍대 부근 기찻길 옆 마을, 생활의 편린이 나뒹굴던 거리에 예술이 꽃피기 시작한 건 홍대 주변에 둥지를 튼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 덕이었다. 문화예술의 전초이자 게릴라였던 그들이 가난과 고독을 딛고 창작해낸 예술의 물결 위에서 홍대 주변 거리는 넘실댔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문화 위에 덧씌워진 상업의 잇속이 옹이처럼 단단하게 남았지만, 거리에 흐르는 예술의 혈맥은 경의선 숲길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분야별로 접할 수 있는 부스 주변 길에서 상상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길에 붙은 이름이 ‘경의선 책거리’다.그 거리 끝을 ‘땡땡거리’라는 이름으로 따로 부른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갈 때 ‘땡땡땡땡’ 울렸던 소리를 따서 만든 별칭이다. 예전에 이 부근에 고기를 구워 먹던 실비집이 많았다. 오랜만에 주머니 든든한 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집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서강로를 가로지르는 서강하늘다리를 건넌다. 다리 왼쪽 이면도로 골목에 있는, 195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연남서식당’도 서울미래유산이다. 드럼통 가운데 연탄불을 피워 양념에 잰 소갈비를 구워 먹는다. 메뉴는 소갈비 하나다. 식당에 의자가 없다. 그냥 서서 먹는다. 그래서 단골들 사이에서 불리던 ‘서서갈비’라는 별칭이 더 유명해졌다. 한국전쟁 이후 화기와 연료가 부족했던 시절, 드럼통에 연탄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던 초창기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초창기에는 버스와 트럭 기사가 많이 찾았다. 지금은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고기 굽는 향을 뒤로하고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 길로 접어들었다. 마지막 가을을 불태우는 단풍잎들이 머리 위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할머니 대여섯 분이 길가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신다. 50년도 넘게 이 마을에서 살고 계시다는 할머니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공원처럼 만들어서 좋다시며 단추공장이 있던 자리까지 손수 안내해 주신다. 어느 가게 담벼락에 붙은 마을 옛 사진을 함께 본다. 할머니는 단추공장 사람들 이야기를 하시다가 옛날에는 사람들이 정도 많았다며 웃으신다. 공덕역 부근에서 길은 다시 도로에 의해 끊어졌다 이어진다. 그 언저리에 있는 ‘역전회관’도 서울미래유산이다. 역전회관은 1962년 용산역 앞에서 역전식당으로 시작했다. 용산역 앞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지금의 역전회관을 있게 만든 바싹불고기, 선지술국, 선지백반과 함께 새로운 메뉴도 개발해서 손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역전회관 창업주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시가에서 요리를 배워서 식당을 시작했다. 바싹불고기는 얇게 저민 치맛살에 양념을 해서 숯불 향 짙게 구운 요리다. 선지백반은 구구하고 담백한 선지국을 곁들인 한상 차림이다. 공덕역 5번 출구 부근에 있는 ‘마포진짜원조최대포집’도 서울미래유산이다. 1955년 처음 문을 열었다. 돼지갈비 전문이다. 소금구이와 껍데기도 인기다.길은 경의선 숲길 커뮤니티센터로 이어진다. 새창로 언덕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에서 만난 커다란 수양버들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어 간다.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 다 놓고 쉬었다 가라는 위로처럼 수양버들 가지가 바람에 낭창거린다. 고개를 넘으면 도착지점이 보인다. 이 고개가 새창고개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관리하던 창고인 만리창이 이곳에 들어섰다. 새 창고가 생겼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새창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고개 이름도 새창고개라고 지었다. 이 부근에서 마포구 도화동과 용산구 효창동이 만난다. 새창고개 북쪽에는 효창공원이 있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시대 정조 임금의 큰아들인 문효세자의 묘가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그곳에 공원을 만들었다. 해방 이후 임시정부 요인 이동녕, 조성환, 차이석의 묘,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의 묘를 이곳에 썼다. 김구의 묘와 안중근 의사의 가묘도 이곳에 있다. 효창공원 위에서부터 시작된 산줄기가 새창고개를 지나 남으로 달려 한강에 닿는다. 옛날에는 이 산줄기를 용산이라고 불렀다. 한강이 보이는 산줄기에는 함벽정, 삼호정, 심원정 등 정자가 있었다. 함벽정은 지금 용산성당 부근, 삼호정은 성심여고 후문 부근, 심원정은 용산문화원 부근에 있었다. 삼호정은 조선시대 여류 시인들이 모여 시를 짓던 곳이다. 심원정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왜군이 강화회담을 했던 곳이다. 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명과 왜는 ‘왜명강화지처비’를 세우고 백송도 심었다. 비석은 남아 있고 백송은 죽었다. 670년 정도 되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심원정 터에 남아 있어 옛일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새창고개를 넘어 도착지점인 효창공원앞역에 이르렀다. 두 시간 정도 걸어서 경의선 숲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다. 점심때가 되었고 배도 고팠다. 걷기는 끝났지만 서울미래유산은 아직 한 곳 남아 있으니, 그곳이 바로 용문시장에 있는 ‘창성옥’이다. 1967년에 문을 연 창성옥은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해장국에는 된장의 구수한 맛과 비법 양념장의 맛이 어우러져 녹아 있다. 글·해설 장태동 여행작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김균미 칼럼] 미 대선, 승복 연설에 주목하는 이유

    [김균미 칼럼] 미 대선, 승복 연설에 주목하는 이유

    아름다운 퇴장이냐, 혼돈이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할까. 투표일 당일 밤 12시 넘어 판세가 어느 정도 굳어지면 승자는 환호하고 패한 사람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연설’과 함께 단합, 통합을 강조하며 퇴장하는 전통을 따를까. 아니면 불복해 법정으로 갈까. 현재로서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플로리다 등 경합주에서 역전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바이든 후보는 현지시간으로 4일 0시 40분 지지자들에게 “승리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인내심을 갖고 결과를 기다리자”고 당부했다. 트럼프도 몇 시간 뒤 “우리가 이겼다. 국민에 대한 사기 선거”라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으로 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양쪽이 승리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가 보지 않은 길로 갈지도 모른다. 개표 방송 너머로 몇몇 장면이 겹친다. 트럼프 찬반 시위대와 혹시 모를 충돌과 약탈에 대비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중심가의 백화점과 상가들 앞에 설치된 합판 방어벽, 그리고 경찰의 강경 진압이다. 이를 지켜보는 미국 유권자는 물론 세계도 불안하다.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승자와 패자의 입장 발표 시기는 중요하다. 낙담했거나 승리에 취해 있는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내놓는 것까지가 후보들이 지지자와 국민에 대해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승자의 연설보다 패자의 승복 연설이 종종 더 감동적이다. 감정을 억제해 가며 패배를 받아들이는 겸손함과 품격으로 정치일선에서 퇴장하기 전 진심을 담아 하는 마지막 연설이기 때문이다. 1992년 이후 미 대선에서의 승복 연설을 찾아봤다. 2000년 앨 고어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2008년 존 매케인의 연설이 눈에 띈다. 정치적 의미가 컸던 선거였기에 승복 연설 또한 인상적이었다. 500여표 차로 낙선한 앨 고어 전 민주당 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 소송까지 치렀지만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면서 조지 W 부시의 손을 들어 주자 승복했다. 선거 후 36일 만이었다. 고어는 12월 13일 패배 인정 연설에서 150여년 전 스티븐 더글러스가 선거에서 패한 뒤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당파성은 애국심에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나는 당신을 지지합니다, 대통령”이라고 한 일화를 인용했다. 자신도 이 같은 정신에 따라 비록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국가 통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낙담한 지지자들에게도 “나라가 정당보다 먼저다. 싸울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경쟁이 끝난 뒤에는 함께한다. 그것이 미국이다”라며 부시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2016년 11월 10일 아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지자들 앞에 서서 승복 연설을 했다. 패배 인정을 넘어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문턱에서 좌절함으로써 실망한 젊은 여성, 어린이들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 선거운동은 한 사람, 이번 선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분열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난 미국을 믿는다. 여러분도 나와 같이 생각한다면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트럼프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실패는 고통스럽지만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는 것은 의미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에게 패한 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도 “오바마와 다른 점은 여전히 많지만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나를 지지했던 모든 이들도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소속 정당보다 나라, 분열 대신 통합이다. 차기 대통령 확정이 늦어지면 앞서 2000년 한 달 넘게 당선자 부재 상태를 경험했고, 불복 사태에 대비해 왔다고는 하나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미국인의 선택에 대한 회의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미국 사례가 형성된다면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바이든이 승복 연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궁금하다. 반대로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그의 승복 연설도 궁금하다. 정치학자들은 21세기에 민주주의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사회적으로 분열된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이다.
  • 두 쪽 난 미국…‘0시 투표’산골마을도 트럼프·바이든 지지 갈렸다

    두 쪽 난 미국…‘0시 투표’산골마을도 트럼프·바이든 지지 갈렸다

    3일(현지시간)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떨리는 한 표’를 행사하러 나온 미국 유권자들의 얼굴에선 ‘민주주의 축제’를 만끽하는 모습보다 사회 혼란·거리 충돌·법정 소송 등 선거 이후 후폭풍을 걱정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더 커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인종 갈등 등 굵직한 이슈를 두고 4년간 두 쪽으로 갈라질 대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만들 대통령에 대한 희망도 그만큼 컸다. 이날 첫 투표는 ‘0시’에 뉴햄프셔의 산골 마을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됐으며, 주민 5명이 모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같은 시간에 투표를 진행한 인근 밀스필드에서는 ‘16대5’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 이들 지역은 새벽부터 광산에서 일하던 과거 전통을 존중해 ‘0시 투표’를 한다. 주법상 100인 미만 마을은 개표도 즉시 할 수 있다. ‘분열’은 이번 대선 정국의 핵심 키워드였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바이든 후보 측은 마스크·사회적 거리두기·격리·폐쇄 등 방역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러스를 경시하며 경제 봉쇄 해제, 상점·학교 운영 재개, 대형 유세 등으로 맞섰다. 5월 말 시작된 흑인 시위는 사회 분열을 증폭시켰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건강한 사회 담론을 형성했지만 일부 시위대가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보수층 지지세를 결집하는 데 이를 이용했다. 선거 당일에도 분열된 모습은 매한가지였다. 트럼프 캠프는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여론조사원 5만여명을 투표소 등에 배치했다. 필라델피아 등지에서는 이들에게서 위협적인 언사를 듣거나 협박을 당한 경우 신고해 달라고 사전 공지를 했다. 반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결집한 ‘결과를 보호하라’(Protect the Results)도 워싱턴DC를 포함한 미 전역 100여곳에서 선거 당일 밤부터 집회를 열었다. 이런 초유의 분열 사태는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하면서 사전투표 규모만 1억명에 달하는 100여년 만의 최고 투표율로 이어졌다. 선거 이후 충돌 사태에 대비해 나무 가림막을 세운 백악관 인근 상가에서 만난 한 백인 청년은 “6월 흑인 시위 때 무질서하고 무서운 약탈을 봤느냐. 트럼프를 찍겠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반면 히스패닉 청년은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였고,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바이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대선 직후 가짜뉴스나 헛소문 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 체제에 돌입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대선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에 각 후보 측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글을 올릴 경우 경고 표시를 붙인다. 로이터통신은 퓨리서치센터의 심층 인터뷰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정치적 견해 차이가 가족·친구 등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양측 지지자의 약 80%가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친구가 없거나 거의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제이 밴 바벨 뉴욕대 심리신경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가치와 이슈를 둘러싸고 미국 역사상 가장 양극화된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협하기 쉽지 않다”며 “정치적 입장 차이가 편 가르기 수준을 넘어 도덕적인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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