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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시공화국의 종말/김덕영 지음

    3월엔 ‘3불정책’으로 뜨겁더니 6월엔 대학 내신등급 적용문제로 뜨겁다. 한국사회는 교육문제로 늘 뜨겁다.‘세상만사’에 무관심한 사람도 교육문제, 좀더 정확하게 말해 입시정책에 대해서만큼은 입에 거품을 문다. ‘입시 공화국의 종말’(김덕영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입시 공화국은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입시 공화국은 결국 종말에 이르고 만다.’는 주장이다. 독일 카셀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지은이는 한국 교육이 ‘인재 이데올로기’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을 ‘인재’‘인적자원’으로 파악하는 한 학생들은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뛰는 조그만 선수들’일 뿐이다. 학교가 ‘감시와 처벌’의 온상이란 푸코적 진단도,‘명문대 출신’으로 정의되는 한국 엘리트의 허약함에 대한 야유도 새삼스럽진 않다. 그러나 ‘조승희=오답’ ‘하인즈 워드=정답’이란 정의가 학벌주의와 민족주의로 오염된 교육의 필연적 결과란 지적은 가슴 아프다. 저자는 해법을 제시하는데도 우물거리지 않는다. 서울대를 ‘대학 중의 대학’이 아닌 ‘다양한 대학 중 하나’로 위상을 재정립할 것, 고등학생 평가는 고등학교에 맡길 것,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고 토론과 논술로 대체할 것.1만 2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男‘음주·신문보기’ 女‘찜질방·산책’

    男‘음주·신문보기’ 女‘찜질방·산책’

    우리 국민의 여가활동이 주 40시간 근무제 확대시행 등으로 더욱 ‘가족중심화’됐다. 하지만 TV시청은 성별과 세대를 떠나 여전히 최고의 여가활동으로 나타났고, 남성은 음주, 여성은 사우나가 여가생활의 큰 몫을 차지했다. ●주5일제로 가족중심형 여가 증가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28일 전국의 10세 이상 남녀 3000명을 개별면접해 분석한 ‘2007 국민여가활동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장 많이 경험한 여가활동은 TV시청·라디오청취로 조사됐다. 이어 목욕·사우나, 낮잠, 외식, 신문·잡지보기, 가족·친지 방문, 산책, 영화보기, 쇼핑, 찜질방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가활동 1위인 TV시청·라디오 청취는 특히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20대가 가장 낮았다. 유형별로 보면 취미·오락활동(외식·쇼핑·노래방가기 등)이 31.4%로 가장 많았고 휴식활동(TV시청·목욕·낮잠 등) 22.8%, 관광활동(야유회·드라이브·해수욕 등) 15.7%, 스포츠(축구·줄넘기·맨손체조·당구 등) 9.8%, 문화예술활동(공연관람 등) 9.3% 등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음주(38.3%)와 신문·잡지보기(29.8%), 등산(29.2%) 등에 집중했다. 반면 여성은 목욕·사우나(36.1%), 산책(26.1%), 계모임·동창회·사교모임(24.0%) 순으로 뚜렷하게 구별됐다. ●40대이상 TV·10대 온라인 즐겨 세대별로 보면 10대는 온라인 중심이였고,20대는 온라인에서 실외로 이동했다.30대는 활발한 사회활동과 건강한 체력, 독립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가장 다양하고 적극적인 여가활동 즐겼다.40대는 사교적 여가활동 참여비율이 높아졌고,50대는 여가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했다가 은퇴 후 60대는 사적모임 중심으로 나타났다. 주40시간 근무제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로는 42.3%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의 증가’를 꼽았으며 ‘자기계발’(24.5%)이 그 뒤를 이었다. 소득계층별로는 월평균 500만원 이상 소득자가 평균 22.6가지의 여가활동을 경험한 반면 100만원 미만 계층은 11.5가지로 빈부차가 뚜렷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떠나는 블레어 “이라크 주둔 영국군 처한 위험 유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의 박수와 반전주의자들의 야유속에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를 떠났다.97년 43세의 나이로 입주한 뒤 꼭 10년 만이다. 블레어는 이날 총리로서의 마지막 일정을 매주 수요일 정오에 열리는 의회에서의 ‘총리와의 질의’로 마감했다. 이라크전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그는 먼저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처한 위험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심경을 전한 뒤 수주내 영국군 추가 철군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이라크전 문제는 고든 브라운 신임 총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블레어는 의회 일정을 마친 뒤 버킹엄궁으로 이동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미스터 유럽’으로 불리며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온 블레어는 그러나 집권 후반 국민의 반대 여론속에 미국 주도 이라크전에 동참함으로써 ‘부시의 푸들’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블레어는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등 중동분쟁 중재 4자는 블레어의 중동특사 임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생각나눔 NEWS] 한양대 경영대, 복장불량 학생 출입금지 논란

    [생각나눔 NEWS] 한양대 경영대, 복장불량 학생 출입금지 논란

    “최소한의 에티켓이다.” “과도한 규제다.” 한양대 경영대가 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의 건물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18일 한양대 경영대에 따르면 최근 건물 출입문 앞에 경영대학장 명의로 ‘맨발에 슬리퍼 착용자, 운동복 반바지 착용자 출입금지’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아버지가 딸에게 타이르는 심정…” 안내문을 내건 손태원 학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손 학장은 “공공 장소에 걸맞은 에티켓을 상기시키고 이를 규범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안내문을 붙인 것”이라면서 “아버지가 딸을 타이를 때의 심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사전에 상의는 없었고, 단과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입장 표명을 꺼렸다. 손 학장은 오는 23일부터 4주간 개최되는 ‘해외교포 대학생 순방 국제캠프’에도 이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손 학장은 “해외교포 대학생들에게도 교내에서 갖춰야 할 예의를 알려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내문은 여름 내내 게시될 예정이다.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박모(26)씨는 “무조건 반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수한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고 동조했다. ●“일방적인 규제는 옳지 않다” 그러나 학내 여론은 반발 일색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채 일방적인 규제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부터 “차라리 두발규제도 하지 그러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영대 학생회는 복장 규제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 등 4개 항목에 대해 손 학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손 학장은 “강제력도 없는데 마치 새로운 내규가 만들어진 것처럼 얘기한다.”면서 “질문이 잘못됐으니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질의하라.”고 답변했다. 학생들은 강제력이 없다는 손 학장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비실에서 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실 관계자는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데 안 막을 수 있느냐.”고 털어놨다. 이 학교 총학생회 사무국 강국환(24)씨는 “경영대 학장이 이전부터 학생과 자치공간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학생회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불량 복장 논란 다른 대학들도 복장 문제로 교수와 학생간의 갈등이 적지 않다. 연세대에 다니는 윤모(26)씨는 “강의할 때 모자를 쓰고 들어왔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쫓아내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뺏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학 김모(26)씨도 “수업시간에 슬리퍼를 신고 왔다는 이유로 교수가 수강생들 앞에서 ‘야유회 왔냐.’고 말했다.”면서 “날씨가 더워 편한 복장을 한 것뿐인데 심하게 무안을 줘 몸둘 바를 몰랐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수업 중에 학생들의 불량한 복장 때문에 강의를 방해받은 적이 많지만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면서 “지식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서울광장] 아직도 ‘타는 목마름’ 인가/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직도 ‘타는 목마름’ 인가/구본영 논설위원

    삼전도의 치욕을 앞둔 산성에서도 ‘말의 성찬(盛饌)’은 일상사였나 보다. 작가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이를 “말(言)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고 표현했다. 백성들은 배를 곯고 있는데, 왕과 중신들은 척화론이니, 주화론이니 끝없는 설전만 벌이지 않았던가. 청 태종 앞에서 인조가 세번 절하고 머리를 땅에 아홉번 찧는 수모를 당하기 직전까지도 말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의 험구(險口)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여야가 뒤엉켜 피아조차 가리기 어렵다. 오죽하면 고은 시인이 “입만 있고, 귀는 없다.”고 대선정국을 개탄했을까.‘말 먼지’ 자욱한 난전의 최전선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 있다. 노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명박 박근혜 등 야권 주자뿐만 아니라 범여권 주자들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 서슬에 놀란 듯 고건 정운찬 김근태는 벌써 ‘낙마’했다. 100년 정당이 될 거라고 큰소리 치던 열린우리당이 헤쳐모여 방식을 놓고 해체파와 사수파로 나뉘어 막가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참모들끼리 ‘살생부 공방’을 벌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 진영간 설전도 가관이다. 한쪽이 후보검증문제로 여권과의 내통 의혹을 제기하면 다른 쪽에서 “미쳐 날뛴다.”고 치받는다. 정치는 본시 말로 이뤄지는 게 본질적 속성이긴 하다. 문제는 독설과 야유만 난무할 뿐 책임지려는 정치 주체는 없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 원광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자리에서 “참여정부 실패론은 중상모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민중을 속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참여정부와 국정 책임을 공유해야 할 열린우리당이 여권 지지도가 바닥에 이르자 통합신당을 명분으로 간판을 내리겠단다. 하지만 책임을 피하려는 위장폐업임은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헌신과 희생이 없이 ‘네탓’만 하는 정치에 누가 감동하겠는가.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도 ‘좌파 정권 10년 종식’을 외치지만, 그것만으로 유권자들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왜 야권이 두 차례나 패배했는지에 대한 성찰, 부패했던 보수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지 않는 한 현 지지율도 거품일 수 있다. 두 주자 모두 지지율이 범여권 주자들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높은 데도 정작 후보캠프에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게 그 방증이다. 혹자는 말한다. 할 말·안 할 말이 마구 분출되는 것, 그 자체가 권위주의가 퇴조한 증좌라고. 그 연장선상에서 일부 학자들은 “이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안착 단계”라고 주장한다. 제도로서 민주주의는 이미 정착됐고, 문제가 있다면 일부 정치 주체들의 빗나간 정치 행위일 뿐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정치무대의 주역들이 책임없는, 비타협적 자기 주장만 하는 한 교과서적 민주주의의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다.6월 항쟁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넥타이 부대’를 비롯한 시민이었다. 그 수혜를 입고 기득권자가 된 일부 386세력이 작금의 국정난맥에 대해 언제 ‘내탓이오’를 외쳤던가. 70년대, 시인 김지하는 민주화를 향한 애끓는 갈망을 ‘타는 목마름으로’ 절규했다. 그의 시구에서처럼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도, 돌을 던지면 최루탄으로 막는 독재정권도 이젠 없다. 하지만, 책임정치와 타협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이 땅에서 민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일 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데스크시각] 도쿄대 몸부림의 교훈/이춘규 국제부 부장급

    도쿄대학은 요즈음 명실상부하게 일본은 물론 아시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학 평가기관들은 분야별로는 세계 6,7위권, 종합은 10위권 정도의 명문대로 평가한다. 급기야 개교 130주년인 올해 도쿄대는 ‘세계 최고 대학’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런 도쿄대지만 수년전까지만 해도 “도쿄대가 일본을 망친다.”는 야유를 들으면서 뒤뚱거렸다. 도쿄대 출신 고위관료나 정치인 등 엘리트들이 일본의 좌표를 잘못 설정,1990년 이후 일본경제의 거품이 터지며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다는 책임론과 함께다. 이런 도쿄대가 국립대라는 숙명에 따랐던 규제가 풀리면서 2004년 법인화 이후 변신을 시작했다. 그 변신은 2005년 4월 4년 임기로 취임한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이 이끌고 있다. 고미야마 총장을 지난해 두 차례 개인적으로 만났다. 심포지엄에 참석, 연설을 듣고 한담을 나누거나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두 차례 모두 고미야마 총장은 세계적 대학의 지휘자라는 ‘권위’는 벗어던지고 친한 후배를 대하듯 편하게 대해주었다. 고미야마 총장은 두 차례 만남에서 실험정신과 개혁을 강조했다. 도쿄대가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뿌리부터 변해야 하고,‘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오랜 공무원 체질이 문제라고 자성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도쿄대가 세계 1위가 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모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지구온난화·에너지 문제 전문가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통 ‘경영 마인드’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고미야마 총장의 도쿄대는 체면도 벗어던졌다. 소자화(少子化)로 인해 누구든지 대학에 들어가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전국을 돌며 우수학생 유치 설명회를 시작했다. 기업들이 ‘모셔가던’ 도쿄대였지만 시대 변화에 맞추어 대학내에서 취업설명회도 열어 인재를 세일즈하는 과감한 변신도 하고 있다. 교수나 학생 등 해외의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하고, 해외나 지방 교수 요원의 자녀교육환경 조성까지도 신경쓰고 있다. 재원확보 등을 위해서는 낡은 상식을 깨버리고 선진 경영방식을 도입했다.‘세계적인 교육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특히 고미야마 총장은 케케묵은 민족주의로 대표되는 일본의 보수주의를 도쿄대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봤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세계 표준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징적으로 동창회 활동을 들었다. 일본에서는 국내적 기준에 꿰맞춰 도쿄대가 동창회를 만드는 데 비판적이었다. 그래서 전체 동창회는 못 두었다. 하지만 동창들은 세계적인 경쟁의 선두에서 뛸 ‘프런트러너’들로 인적네트워크의 핵심이라며 동창회 활성화론을 펴며 지원을 시작했다. 고미야마 총장이 던진 도쿄대의 역할변화론도 시사점이 적지 않았다. 도쿄대는 개교 이래 일본을 빨리 강하게 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아래, 관료와 정치지도자를 육성하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나 창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시대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도쿄대는 이처럼 치열한 개혁궤도에 들어섰다. 물론 성패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학 교육은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세계적 평가기관이나 전문가들의 평점은 인색하다. 입시는 자율보다는 규제가 너무 우선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대학 자율 논쟁이 세계화 시대의 국제적 기준보다는 분배가 중시되던 성장시절의 ‘평준화라는 국내적 기준’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 한국의 대학교육도 이제 좁디좁은 국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와의 경쟁에 대비하자. 이춘규 국제부 부장급 taein@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호날두의 플레이에 박수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짜릿한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지성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거의 ‘홈팀’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용호상박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유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티켓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대혈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두 팀 모두 19일 FA컵 결승전을 통해 시즌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맨유와 첼시가 막판까지 펼치는 아름다운 혈투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위대한 스타들이 그라운드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맨유 영광의 살아 있는 역사 라이언 긱스, 악동 이미지를 벗고 어디서나 골을 향해 슛을 날리는 웨인 루니, 골문은 물론 축구의 경건함마저 지키고 있는 골키퍼 반 데 사르 등이 맨유의 상징이다. 그런가 하면 잉글랜드 축구의 캡틴으로 떠오른 존 테리, 미드필드의 모든 것에 더하여 매혹적인 남성미까지 갖춘 프랭크 램퍼드 등이 첼시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를 기억해야 하는가. 다름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22세의 이 미소년에 대해 국내팬은 물론이고 잉글랜드의 전문가들도 그를 각별히 주목했다.호날두는 독일 월드컵에서 극심한 야유의 대상이 됐다.8강전 때 잉글랜드의 루니가 심한 반칙을 범했는데 호날두가 그 순간 비신사적인 윙크를 했다는 이유다. 프랑스와 맞붙은 4강전에서 호날두는 공을 잡을 때마다 수많은 관중으로부터 야유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잘못을 범한 것은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밟은 루니에게 있었다. 호날두가 놀라웠던 것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면서도 대범한 태도로 그 모든 야유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팬을 휘어잡는 최고의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했다.그는 그라운드의 규칙과 상식을 깨는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다. 예측 불허의 드리블과 급격한 코너링을 선보이는 호날두는 무엇보다 그 놀라운 테크닉을 오로지 골문을 지향하며 펼쳐 낸다는 것이다. 겉멋이 든 쇼맨십이 아니라 진정으로 골문을 지향하는 밀도 높은 집중력의 경지를 호날두는 보여 준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클럽이 좌충우돌하는 현대 유럽 축구,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의 팀과 선수가 맞붙는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첼시를 중심으로 하는 열정의 드라마가 끝나 가는 그 한복판에 바로 호날두가 있다. 이른바 ‘공격 축구’가 육박전처럼 변질되는 상황에서도 호날두는 축구의 핵심이 상상력임을 증명해 왔다. 시즌 막바지 경기와 FA컵 결승에서 호날두의 아름다운 상상력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여성&남성] ”지나친 내리사랑 간섭같아 싫어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나와 그의 만남’이라기 보다 ‘내 가족과 그의 가족’이 만났다는 의미가 더 크다. 수십년을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가족 행세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도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의 가족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짝의 가족들을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정말 참을 수 없다는 것,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결혼한 여와 남들로부터 푸념을 들어 봤다. ■ 남 ●과도한 관심이 외려 부담스럽기만 회사원 이모(34)씨는 처가를 찾을 때마다 손이 큰 장모가 고봉으로 퍼주는 밥그릇이 공포다. 연애 시절 인사를 가기 전 아내가 “우리 엄마는 밥 잘먹는 남자를 좋아해.”라고 하기에 밥을 두 공기나 후딱 처리했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흐뭇해 하시는 장모를 보고 눈치를 보며 음식을 먹다 보니 결혼한 뒤에도 처가에 가면 과식을 하게 된다. “배가 불러 죽겠는데 자꾸 음식을 더 주실 때 정말 괴롭죠. 그렇다고 이미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양을 줄이면 섭섭해 하실까봐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회사원 한모(27)씨 역시 너무 잘 챙겨 주는 장모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고향이 강원도라 아무래도 처가가 접근성이 뛰어나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한씨에게 장모는 비싼 식사나 계절별 옷까지 사서 챙겨 준다. 얼마 전에는 친부모 생신이라며 양복을 맞춰 준다고도 했다.“복에 겨운 소리인 거 같지만 과도하게 챙겨 주시는 건 사실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위계 질서에 차별까지, 집에선 그러기 싫어” 회사원 이모(35)씨는 사위들 간에 위계질서를 잡으려는 처가가 영 못마땅하다.6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한 이씨는 손위 동서가 자신보다 2살 어려 편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처가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지는 몰라도 이씨만 앞에 있으면 장인 장모가 손위 동서에게 “큰사위, 큰사위”하며 은근히 위계를 강조한다.“밥 한번 먹으러가도 자꾸 그러시니 가시방석이지요. 아내도 못마땅해하지만 얘기하면 왠지 속이 좁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친아들과 사위를 차별하는 처가가 눈에 거슬린다. 김씨는 평소 장모가 먼곳에 가기 위해 차가 필요하다거나 무거운 쌀 등을 옮길 일이 있으면 부탁을 받고 발벗고 나서 일을 도왔다. 허드렛일이라고 생각됐지만 그래도 장모 사랑만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처남들은 그 시간에 뻔히 놀고 있었다.“나중에 아내한테 들었더니 애매한 궂은 일은 전부 사위에게 시키려고 하신다더군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천냥 빚을 마음에 지운 비수 같은 말 한마디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마음속에 품게 된 경우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최근 장인과 저녁을 먹다가 언짢은 소리를 들었다. 장인은 “어제 야유회를 갔는데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이 직접 빚은 토속술을 가져 왔더라고.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좋더구만.”이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씨의 마음이 불편했던 건 김씨의 고향집에서도 장인에게 매년 직접 담근 술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장인은 “사돈이 보내 주는 술은 소주 냄새가 나던데 그 술은 안 그렇더라고.”라고까지 했다. 아내가 나서서 장인의 입을 막았지만 섭섭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회사원 정모(33)씨는 아내를 걱정하는 장인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결혼한 뒤 살이 오르기 시작한 자신에 비해 아내는 외려 살이 빠진 게 화근이었다. 장인이 “자네가 고생시켜 그런거 아닌가.”라더니 처가 가족들이 모두 “밥 좀 챙겨 먹여라.”고 공세를 펼쳤다.“모두가 농담이라며 말을 건넸지만 사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거죠. 안 그래도 결혼한 뒤 회사도 그만두고 시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인데 직접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상처가 되어 마음을 후벼파더군요.” 회사원 정모(31)씨는 아이 봐주기 힘들어하는 장모의 푸념이 아쉽다. 정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태어난 지 7개월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탁아시설에 맡기기는 또 불안해 장모에게 아이를 보게 하고 있다. 자신의 부모에게 맡길 생각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셔서 어머니가 자주 외국에 나가 보셔야 하기 때문에 여건상 어렵다. 이 때문에 결혼한 뒤 집도 일부러 처가 근처에 얻었다. 하지만 장모는 요즘 볼 때마다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며 투정을 부려 정씨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항상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있고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말씀을 공공연히 하시면 사실 미안한 마음보다 난감한 마음이 먼저 들죠. 어려운 건 알지만 내색은 안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 ●며느리들의 영원한 스트레스 ‘명절’ 어버이 날을 비롯해 뜻깊은 가족행사나 명절이 다가오면 며느리들에게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임모(32)씨는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다.”면서 “정작 문제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왜 친정에서는 할 수 없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누이는 시댁에 갔다가 저녁에 친정에 옵니다. 시부모는 언제나 시누이에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해요. 그래놓고는 나보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시누이 보겠느냐.’면서 시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친정에 가라고 해요.” 장모(33)씨는 “시부모는 딸 같으니까 맛있는 거 더 해주고 싶어서 더 있다가 가라며 명절 연휴 마지막 날까지 붙잡으려 하신다.”면서 “하지만 그 맛있는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건 누구 몫이냐.”고 반문한다. ●수년을 살았어도 여전히 ‘이방인’ 김모(35)씨는 결혼 5년차인 지금도 시댁에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낀다.“시댁에서 비빔밥을 먹는데 시어머니는 마침 하나밖에 없던 달걀을 슬그머니 남편 그릇 위에 얹어 놓는 거예요.” 김씨는 “그냥 모른 척했지만 항상 그런 식”이라면서 “그 이후로는 시댁에서 비빔밥을 절대 안 먹는다.”고 털어놨다. 마모(33)씨는 지난 설날 때 시어머니가 던진 ‘농담(?)’ 한마디가 앙금으로 남았다. 그는 “방 보일러가 고장나 냉방이었는데 시어머니는 나와 동서에게 ‘너희가 보일러가 고장난 방에 가서 같이 자라.’고 하셨다.”면서 “내가 딸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때론 시부모의 ‘배려’가 며느리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는 박모(31)씨의 시부모는 “피곤할 테니 평일에는 시어머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고 과일 먹고 얘기 좀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훌쩍 넘는다. 집에 돌아와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침준비하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박씨는 “가끔은 피곤해서 일찍 자고 싶다.”면서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회식’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 한모(35)씨는 아기 문제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는 “시어머니가 가끔 친정에 전화해서 애가 빨리 안 생겨 걱정이라고 말하신다.”면서 “시어머니는 내가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그런다지만 내 처지에선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한약을 지어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라 얘길 하시는데 애가 안 생기는 게 무조건 며느리 탓이냐.”고 항변했다. 아기를 낳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김모(38)씨는 시부모가 지나치게 손자만 챙기는 게 걱정이다. 그는 “시부모는 항상 큰 동서네 손자만 예뻐하고 우리 딸은 관심 밖이다.”면서 “딸이 눈치 보느라 방에서 혼자 노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때론 시부모보다 남편이 더 얄밉다. 황모(36)씨는 남편이 툭하면 “엄마는 그 나이 먹도록 직장 다녀서 불쌍하고 여동생은 남편 잘못 만나서 애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게 불쌍하다.”고 할 때마다 화가 난다. 자신이 아이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건 당연한 줄 알기 때문이다. 강모(39)씨는 “명절 때 며느리 둘이서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면 남편은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과일 깎아 달라, 새참 차려 달라고 요구한다.”며 서운해 했다. 그는 “어느 명절엔 음식을 다 끝내고 시어머니가 다함께 맥주 한 잔 하자며 며느리들에게 밤 11시에 술심부름을 시켰다.”면서 “그런데도 남편이 못 들은 척할 때 정말 얄미웠다.”고 말했다. 시부모가 고마웠던 때도 있다. 연모(30)씨는 “설이나 추석 중 한번은 친정에 간다.”면서 “친정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밖에 없어서 결혼할 때 시부모에게 양해를 구했다.”면서 “시부모가 흔쾌히 허락해 줘서 많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고마운 마음에 시부모에게 더 마음을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모(34)씨는 “남편과 말다툼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시부모는 항상 내 편을 들어준다.”면서 “이제는 ‘시부모에게 알리겠다.’고 말만 하면 남편이 내 뜻을 따라준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주수도 회장 공유마케팅 계속”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이 여전히 공유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홍) 심리로 열린 주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주씨가 제이유네트워크 이름만을 바꾼 다단계업체 MUK를 운영하면서 공유마케팅 사기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지난해 1심 공판에서 제이유네트워크에 뒤이어 설립한 다단계업체 ‘디포믹코리아’에 관여하고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검찰은 제이유가 디포믹코리아에서 MUK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어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데, 주씨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고 피해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1심의 징역 12년형은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이유를 밝혔다. 반면 주씨측 변호사는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 데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주씨의 사업은 사기극이 아닌 창조적 마케팅으로 중국 등지에서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해 법정에서 제이유의 마케팅 기법과 사업의 정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방청석에서는 주씨 지지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씨의 말을 경청하는가 하면 반대파는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반대파 가운데 한명이 주씨측 주장을 반박하려 하자, 재판장이 “나중에 증인으로 설 기회를 드리겠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15일 오후 2시30분.홍희경 이재연기자 saloo@seoul.co.kr
  • “개발열매 ‘문화’로 돌려드립니다”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2000년 11월 개성공단 조성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로 선정되자 토지박물관이 곧바로 사전 문헌조사에 들어가 문화유적 현장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측은 중요한 유적이 드러나지 않았고, 신고된 유물도 없는 상황에서 현장조사는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토지공사는 끈질기게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마침내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합의해 2004년 6월부터 현장조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토지공사가 토지박물관을 설립해 ‘문화 마인드’를 키우지 않았다면 고려시대 쇠로 만든 소(鐵牛) 같은 귀중한 출토유물들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토지박물관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있는 토지공사 사옥에 문을 연 것은 1997년.‘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토지공사가 ‘보존’에 주안점을 두는 박물관을 세운 것은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1980년대 토지공사도 경산 임당지구에서 문화유적 보존문제를 놓고 공사가 전면중단되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문화재 보존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진 것. 1989년부터는 문화재 전문직원을 뽑기 시작했다. 토지박물관은 분당신도시를 개발한 것이 촉매가 됐다. 입주 당시 분당신도시는 문화불모지에 가까웠던 만큼 개발주체로서 ‘문화가 있는 도시’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토지박물관은 공기업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본보기”라면서 “박물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강력한 우군(友軍)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공기업들도 문화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토지박물관은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지난해 관람객이 3만명을 훨씬 넘었고, 이웃 초·중·고교와 대학 관련학과 학생들의 단체방문이 줄을 잇는다.‘토지박물관대학’은 260명을 모집한 올 상반기에도 접수 첫날 마감됐다. 분당신도시뿐이 아니다. 토지공사는 대전 둔산택지지구에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했고, 김해 장유지구에서는 가야유물을 보존할 전시관을 짓는 비용을 부담하며,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용인 동백지구에는 박물관을 지어 기부채납하게 된다. 작가 박경리씨가 이사장인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학관도 토지공사가 세우고,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생태박물관(에코 뮤지엄)을 제안하기도 했다. 토지박물관의 인력은 16명의 학예직을 포함해 모두 18명. 올해 유물구입비도 7억원에 이른다. 여간한 애정없이는 어려운 과감한 투자이다. 김재현 토지공사 사장은 “앞으로 새롭게 만드는 도시에 지역특색에 맞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문화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면서 “토지박물관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야말로 커다란 자산”이라고 말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처녀총각 맡는다는 결혼은행

    처녀총각 맡는다는 결혼은행

    『맞선에서 신혼여행까지』를「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묘한 은행이 생긴다. 이름하여 「결혼은행」. 가난한 연인들에겐 결혼자금도 빌려준다는 이 신종 금융기관은 8명의 젊은이들이 공동투자, 공칭자본금 5백만원으로 주식회사 설립등기를 준비중인데…. “결혼처럼 중요한 것 없다” 8명의 괴짜인사가 모여 8월 31일 예정의 개점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사무실(서울 중구 남산동 국제복장학원 「빌딩」 )단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주식회사 결혼은행」. 우선 간판부터 이색적이고 괴상한(?) 이 회사의 8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을 보면-. 은행장 이상헌(李相憲)씨(33)=5년전부터 운명감정소인「새생활 설계실」을 열고 있다. 몇주전부터는 KBS의『재치문답』에「재치박사」로 나가고 있고. 전무 백만(白晩)씨(31)=사회사업가, 한국「휴먼·클럽」회장. 이사 한길수(韓佶秀)씨(35)=한국 꽃꽂이 연구회장. 이사 홍동곡(洪東谷)씨(34)=「애정심리연구가」음악사 부사장. 이사 이성언(李誠彦)씨(32)=정신과학 연구소장 겸 한국 최면의학심리학회장. 이사 윤혁민(尹赫民)씨(32)=방송국 작가. 이사 류병창(柳炳昌)씨(31)=「디자이너」우석대학 강사. 이사 권대웅(權大雄)씨(30)=화가,「패션」평론가. 이 기발한「아이디어」를 안출해낸 장본인 이상헌씨의 회사 설립의「취지말씀」을 들어보면-. 『결혼처럼 중요한게 어디 있겠읍니까. 내가 몇년전부터 가정법원에 나타난 이혼「케이스」와 개인상담을 통해 본걸 종합 해 보니 이혼의 제일 큰 이유의 하나가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었어요. 궁합이라는거 믿을게 못된다는걸 알았읍니다. 그래서 보다 과학적인 적성검사를 통한 결혼을 권장하기 위해 이번에「결혼은행」을 차리게 된겁니다』 -결혼적성 검사라는 게 뭡니까? 『우선 결혼할 두사람의 성격을 분석해서 적응력, 취미, 혈액형, 인상의 비교, 장래성 등을「체크」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결혼 적성검사라는 게 이상헌씨가 다년간 연구 종합(?)한 2백여개 항목에 달하는 설문식 검사용지로 연분여하를 가려내는 방법을 말하는 것. 연애할 땐 결점 못 보는법 결혼후에 비극 오지않게 『처음 남녀가 연애할 때는 아름다운 점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저 곱게만 보일 뿐이지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시일이 지나면 서로의 단점이 노출되게 마련입니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이걸 막자는 거지요』 -그럼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하겠소 하고 찾아왔을 때 적성검사가 좋지 않게 나올 경우, 결혼하지 마시오 하겠읍니까? 『최대한으로 둘의 성격조화를 위한 교정을 시도합니다. 그래도 어려울 경우엔 어울리지 않으니 포기하랄 수밖에 없죠』 -당신이 뭔데 하고 뺨이라도 때리면 어떡합니까? 『할 수 없지요. 어울리지 않는걸 어떻게 합니까?』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격으로 인륜의 대사인 결혼문제를 조정해주고 또 돈도 벌겠다는 이들의 포부는 자못 크다. 그래서 처음에 한사람이 20만원씩 선뜻 투자해서 일을 시작했다. 처녀 총각 회원 위해서는 애인 구하는 찬스도 마련 궁합에서부터 약혼, 결혼에 이르기까지 일일이「간섭」, 원만한 가정을 꾸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가장 큰 이념으로 삼는다는 이 은행의 사업계획서라는 게 또한 걸작이다. 첫째, 여기를 거쳐나간 사람은 누구나 자동적으로 회원이 된다는 것인데 이들에겐「청춘교실」이라고 해서 매달 2회 이상 건전한 가정생활유지방법을 주제로 한 강좌에 참석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또는 서로 애인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찬스」가 될「청춘카니벌」 과「결혼 패션·쇼」를 자주 개최 한다는 것. 또하나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천생연분, 궁합은 다시없이 좋은데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가난한 연인들에게는 결혼자금을 담보없이 은행이자 정도로 신용대부 해준다는 것. 『이왕 간판을 내걸 바에야 본격적으로 젊은 사람들을 위한「서비스」은행이 되도록 운영할 생각입니다. 약혼에서부터 새 가정을 꾸밀 때까지 실비로 알선해 주고 모든 잡다한 문제까지 일일이「간섭」, 훌륭한 가정이 되도록 철저한 대행업체로서의 사명을 다할 예정입니다』 전무 백만씨의 얘기다. 한편 회원들의 법률문제를 담당할 변호사로 서건익(徐建翊)씨를 모시기로 교섭중이기도 하다. 『우리는 또 이런 것도 구상하고 있읍니다. 결혼하면 여자는 으레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읍니다. 자연히 권태를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여가를 이용한 꽃꽂이 강좌와 수공예나 야유회 등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 회원 서로가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도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웃으며 살자, 보람을 창조하자, 서로 믿고 사랑하자, 알뜰하자, 생활을 아름답게 하자…는 이 은행의 구호대로 이루어 질게 아니냐는 이상헌 은행장의 열변. 관상·궁합에 의하지 않고 적성을 분석해주겠다고 -여기 회원이 되려면 돈이 얼마나 듭니까? 『약 2천원정도로 입회비를 잡고 있읍니다』 -그럼 여기서 맺어지는 부부는 일생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보장합니까? 『글쎄요. 어쨌든 제3자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두 사람을 평가, 판정을 내리는 것이니까 가장 정확하다고 봐야 옳겠지요. 한쌍의 남녀에 각자 전공이 다른 우리 8명의 이사가 총동원 되어 분석 평가하는 것이니까요』 이상헌씨의 대답이다 -한달에 수입은 얼마나 되리라고 봅니까? 『글쎄요…』 8명의 이사들은 이 정도의 대답으로 입을 다문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기업인 이상 이들도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전망에서 출발한 것만은 사실인듯. 관상이나 궁합에 의존하지 않고 8명의 인간「컴퓨터」들이 적성에 맞는 상대를 책임지고 (?) 골라 준다는 조건이니 혼기 놓친 노총각 노처녀들에겐 희소식. 게다가 결혼자금융자란 경품까지 붙어있으니 그저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사진 전부가 30대, 더욱이 8명의 주주중 미혼남성이 4명이나 되는 이들이 얼마나 결혼문제를 잘 다루어낼는지는 미지수. 그리고 결혼을 눈 앞에 둔 젊은 남녀들의 관심도가 얼마나 크게 작용할지 이것 역시 두고 볼 일이다. [선데이서울 70년 8월 30일호 제3권 35호 통권 제 100호]
  • [프렌치 리포트] (24) 극우에서 극좌까지 ‘역동의 정치’

    [프렌치 리포트] (24) 극우에서 극좌까지 ‘역동의 정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사고와 다양성의 문화는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척 다양하다. 프랑스의 정치가 외국인에게 퍼즐처럼 이해하기 힘들고 복잡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사상이 자유롭고 다양한 나라로 꼽힌다. 정치 스펙트럼은 공산혁명을 주장하는 극좌에서 외국인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극우까지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공산당은 좌파적 성향이 강한 정당일 뿐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빨갱이’가 아니다. 극우파에 대한 프랑스의 정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극우파들은 눈치보지 않고 열심히 자신들의 소신을 펼친다. 걸핏하면 색깔논쟁을 벌이고, 정치 갈등이란 게 고작해야 지역감정이나 상대방 흠집내기에 불과한 우리의 정치문화와는 완전 딴 판이다. 우리의 정치가 흑백 텔레비전이라면 프랑스의 정치는 총천연색 컬러 텔레비전으로 비유할 수 있다. 프랑스 정치의 특성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다양성과 역동성이다. ●다채로운 정치 이데올로기 프랑스는 영국·독일 등과 함께 오래 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러나 양당제를 운영하는 이웃 나라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정당 정치에서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당의 수가 다른나라에 비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정당의 이름도 수시로 바뀐다. 좌파내에도 서너개의 정당이 있고, 우파에도 서너개의 정당이 있다. 영국은 보수당(우파)과 노동당(좌파)이, 독일은 사민당(좌파)과 기민당(우파)의 거대 정당이 번갈아 가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중도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과 중도 좌파인 사회당(PS)이 여당과 제 1야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국의 노동당, 보수당처럼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는 볼 수 없다. 노동자당(PT), 공산혁명연맹(LCR), 녹색당, 프랑스를 위한 운동(MPF), 국민전선(FN) 등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기까지 군소정당들이 수두룩하다. 좌우의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프랑스의 정치 지형이다. 프랑스의 정당정치가 이렇게 복잡한 것은 사상과 이념,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까닭이다. 프랑스 정치에서 좌·우파의 개념이 생겨난 것은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혁명 이후 의회에서는 왕권의 지속과 유지를 주장하던 정치인들은 국회의장의 오른쪽에, 왕권 축소와 공화국 수립을 주장했던 정치인들은 의장의 왼쪽에 자리 잡았다. 이 때부터 현 질서의 유지를 주장하는 보수성향의 정파는 우파, 변화를 요구하는 정파는 좌파로 불리게 됐다. 좌·우파가 양대 줄기를 이루는 가운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을 두고 약간씩의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이는 정당들이 생겨났다. 또 이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정치의 스펙트럼은 더욱 다양해진 것이다. ●각양각색의 대선 후보들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명단을 훑어 보면 이념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 쉽게 알 수 있다.4월22일 1차 투표를 앞두고 공식 등록한 후보는 모두 12명.2002년 대선 때의 16명에 비해서는 4명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정치적 색깔을 보여 준다. 각 정당의 정치이념도, 후보의 면면도 정말 다양하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후보는 UMP의 당수인 니콜라 사르코지(52)다. 동물적 정치감각과 추진력이 강점인 그는 헝가리 이민 2세이며, 국립행정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 그 뒤를 사회당의 여성후보 세골렌 루아얄(53)과 중도우파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56)가 추격하고 있다.‘빅 3’는 중간지대에 속한다. 군소후보들의 성향은 3명이 오른쪽에,6명이 왼쪽에 배치된 형국이다.2002년 4월21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꺾고 2차 투표에 진출한 바 있는 장 마리 르펜(77) FN당수는 또 다른 이변을 일으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다른 극우파 후보로 MPF의 필립 드 빌리에(58) 후보가 있다. 좌파를 혐오하고 프랑스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는 유럽헌법 부결을 이끌어 내면서 대중적으로 부각됐다. 급진적 트로츠키파인 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32)는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다. 그의 직업은 집배원인데 젊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소속 후보 조제 보베(53)는 농민운동가 출신이다. 맥도널드 매장을 부수는가 하면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훼손, 세차례나 투옥기소된 경력이 있다. 공산당의 마리 조르주 뷔페(58)는 이웃집 아주머니 같이 푸근한 인상의 합리적 공산주의자다.LO의 아를레트 라기예(66)는 1974년 출마해 첫 여성후보라는 기록을 수립한 이래 이번 출마로 연거푸 여섯번째 출마한 기록도 갖게 됐다. 라기예는 프랑스 공산당을 개량주의자라고 비난할 정도로 과격하고 급진적인 트로츠키주의자다. 환경론자들도 좌우로 갈려 각기 후보를 냈다. 좌파적인 녹색당은 도미니크 부아네(48)후보를, 우파적인 사냥·낚시·자연·전통당(CPNT)은 변호사 출신 프레데릭 니우(39)를 내세웠다. ●복잡하지만 역동적 프랑스는 케이블TV를 통해 하원의 본 회의를 중계한다. 법 제정이나 개정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는 의원들을 보면 가관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법을 설명해야 하는 총리나 장관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의원들 앞에 나서야 한다. 우리 의원들처럼 몸싸움을 하지는 않지만 입에 침을 튀기고, 목에 핏발을 세우며 반론을 제기한다. 야유와 삿대질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서도 합리적인 결론을 끌어낸다는 것은 참 신기하다. 프랑스 민주주의는 좌·우파가 역동적인 격론을 벌이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대혁명을 통해 자유와 평등을 얻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나라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그 가치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다양한 정치이념에 따라 의견을 개진하고, 격론을 벌이지만 종국에 가서는 공화국 정신을 살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마무리짓는 그들의 지혜는 배워야 할 점이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美프로야구 산업현장을 가다] (하) 구단과 지역사회

    [美프로야구 산업현장을 가다] (하) 구단과 지역사회

    “신시내티의 한 해는 레즈 팀의 개막경기와 함께 시작된다.”1919년 창단한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팀은 신시내티와 함께 성장해 온 지역 경제의 발자취이자, 지역 역사의 상징이다. 지역 주민들의 구심점이고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나의 메이저리그 팀이 어떻게 도시와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무형의 산업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 지역 정부와 시민들은 이런 자산을 어떻게 가꾸며 키워 나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 주) 이도운특파원|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팀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신시내티대 경제센터의 제프 렉스하우젠 부소장은 “2003년 조사 결과 레즈가 2억 530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면서 “올해는 3억달러(약 2800억원)가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원정팀도 게임마다 21억원 뿌려 그는 레즈가 1년에 81차례의 홈 경기를 치르며, 게임마다 원정팀이 가져 오는 소득효과만 220만달러(약 21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개막전이나 플레이오프처럼 중요한 경기의 경우는 게임당 350만달러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한다. 렉스하우젠 부소장은 인기있는 팀이 신시내티로 원정 올 경우 선수와 구단 관계자, 언론인 등을 포함해 하루에 무려 8000개의 호텔 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정팀을 따라오는 팬들의 숫자는 제외한 것이다. 프로 스포츠 팀은 마치 자석처럼 주변 지역의 주민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 셈이다. 렉스하우젠 부소장은 경기 수입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발생한 경제효과도 엄청나다고 설명했다.2000년 이후 오하이오 강변의 사실상 버려진 지역에 경기장 건설을 계기로 무려 18가지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신시내티 시에 총 55억달러(약 5조 1300억원)의 효과를 가져 왔다는 것이다. ●기업과 고객을 이어 주는 수단으로 신시내티 상공회의소 레이몬드 버즈 마케팅 매니저는 “미국 도시는 메이저 및 2,3등 도시로 나뉘며, 분류 기준은 메이저리그와 프로풋볼리그(NFL)팀을 보유했느냐 여부”라면서 “미국인에게는 메이저 도시에 살려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신시내티를 중심으로 한 ‘대 신시내티’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인구는 총 200만명 정도로 미국 내에서 25번째 규모이지만 야구와 풋볼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 도시라는 것이다. 버즈는 “매일 아침 미국의 모든 신문은 스포츠 면에 메이저리그 스코어를 싣는다.”면서 “신시내티가 뉴욕이나 시카고,LA와 같은 대도시와 나란히 적혀 있는 점수 표를 보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1등 도시에 산다는 정서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상공회의소의 닐 헨슬리 비즈니스 유치 담당 소장은 “프로 스포츠 팀은 대기업 고객과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프록토 앤드 갬블(P&G)과 크로거, 옴니케어처럼 ‘포천 500’에 포함된 글로벌 기업들이 9개나 신시내티에 본부를 둔 것은 레즈와 벵갈스 같은 프로 스포츠 팀이 없다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개막전 20년 개근 관중, 전광판에 이름올려 환대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 주) 이도운특파원|지난 2일 이른 아침. 신시내티의 경찰은 도심 주요 도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차단했다. 오전 10시쯤부터 텅빈 도로 양옆 보도는 신시내티 레즈팀의 유니폼과 붉은 셔츠를 입은 주민들로 가득찼다. 오전 11시. 신시내티 시 북쪽에 자리잡은 ‘핀들리 마켓’에서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함께 함성이 퍼져 나왔다.88년째를 맞는 핀들리 시장의 ‘레즈 개막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핀들리 시장은 1855년 설립된 오하이오 주의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19세기에 건설된 오하이오 재래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이다. 신시내티 상업의 상징, 핀들리 시장은 1919년부터 시의 또다른 상징인 레즈 팀의 개막 경기에 맞춰 시장 상인과 주민, 학생, 정부 공무원과 기업들이 참여하는 퍼레이드를 개최한다. 로버트 픽퍼드 핀들리 시장 대표는 “신시내티의 봄은 레즈 팀의 개막경기 퍼레이드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개막 경기일은 신시내티의 공식 휴일이다. 레즈 팀이 신시내티 주민들과 함께 해온 역사는 이날 오후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경기에서 ‘수치’로 증명됐다.3회가 끝난 직후부터 야구장 전광판에는 가장 오랫동안 개막경기에 나온 팬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20년 ‘개근자’들로부터 시작된 명단에 한해, 한해가 보태지기 시작했다. 수백명의 이름이 전광판에 오른 뒤 무려 71년 동안 개막경기를 거르지 않고 찾은 매리 스톨이란 팬의 이름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경기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루이스·베벌리 돌린 부부는 각각 60,61년째 개막경기 참석자였다.1945년 이후 시즌 티켓(한 시즌의 모든 홈 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을 보유해온 돌린 부부는 애리조나에서 조경사업을 하는 큰아들과 대학생인 손자를 데리고 경기장에 나왔다. 올해 76세인 루이스는 “야구야말로 가족과 함께 오후와 저녁을 가장 신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베벌리는 “야구 시즌에는 쇼핑, 수영 대신 야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돌린 부부는 지난해 레즈 팀의 스프핑 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 주 사라소타에 콘도를 장만했다. 레즈의 훈련을 지켜보며 휴가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하워드 윌킨슨 정치 담당 기자는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신시내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라며 “정치와 프로야구는 추악한 인간의 쇼비즈니스”란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레즈 팀 선수들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소득세 없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주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 이 점은 늘 팬들의 불만사항이라고 홍보 담당 카렌 포거스 부사장은 지적했다. dawn@seoul.co.kr ■ “야구는 지역인 단합 원천 정치와의 연관 철저 배제”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 주) 이도운특파원|“야구를 정치에 이용한다고? 어림도 없죠.” 마크 멀로리 신시내티 시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야구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시구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로리 시장은 신시내티 지역에 뿌리를 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2005년 첫 흑인 시장에 당선됐다. ●개막전에 정치인 시구자 많아 ▶레즈 팀의 개막전에는 유난히 정치 지도자들의 시구가 많지 않았나.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3년에, 딕 체니 부통령이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시구를 했다. 체니 부통령이 시구를 할 때는 일부 야유가 나왔다. 그러나 지닌해 부시 대통령이 시구를 할 때는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경기장을 찾아준 국가원수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것이 야구 팬들의 정치 의식이다.(오하이오는 최근 몇 차례의 미 대선에서 플로리다와 함께 승패를 판가름했던 곳이다.) ▶시에 야구팀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 팀을 보유해야 ‘진짜 도시’로 간주된다. 신시내티에는 레즈와 함께 프로풋볼리그(NFL)의 벵갈스도 있다. ▶야구가 주민들을 통합시키는 역할도 기대하나. -팀 역사상 최고의 스타였던 피트 로즈 선수를 예로 들겠다. 신시내티가 고향인 로즈는 보통 키에 덩치도 크지 않고, 빠르지도 않으며, 파워도 뛰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인 4256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우리는 그것을 신시내티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로즈가 성공한 것은 단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신시내티가 지향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에 VIP석 무료 배정 ▶팀 성적이 안 좋으면 오히려 사기가 떨어질 텐데. -물론 성적이 좋은 것만 못하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그러나 신시내티의 풋볼 팀 벵갈스가 지난 몇년간 계속해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NBC의 토크쇼 호스트인 제이 레노가 단골 놀림거리로 삼자 멀로리 시장은 전화를 걸어 자제를 요청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게임을 보지 못하는 팬들도 있을 듯하다. -모든 게임마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가장 좋은 자리 16석을 무료로 배정한다. 멀로리 시장은 지난 2일 신시내티 레즈와 시카고 컵스의 개막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멀로리 시장의 시구는 홈플레이트에서 오른쪽으로 3m나 벗어나는 최악의 투구였다. 그런 모습이 스포츠 채널 ESPN에 방송되자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멀로리 시장은 ABC 방송의 토크쇼에까지 초대됐다. 의도했든, 안했든 결국 멀로리 시장은 야구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dawn@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15)가객 박효관의 활약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15)가객 박효관의 활약

    ‘공산에 우는 접동 너는 어이 우짓는다. 너도 나와 같이 무슨 이별 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하더냐.’ 한양 인왕산 필운대의 마지막 주인은 문화관광부에서 지난 2002년 8월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가객(歌客) 박효관(朴孝寬·1800∼1880?)이다. 호는 운애(雲崖)이다. 그러나 그의 생애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이 일대에서 몇십년 풍류를 즐기다 세상을 떠난 뒤 그가 활동하던 운애산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운애산방은 배화학당이 들어섰던 자리이다. ●대원군이 후원한 당대 가객 박효관의 인적사항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그가 과연 중인 출신인지도 확실치 않다. 유봉학 교수가 ‘공사기고(公私記攷)’를 소개한 글에 의하면, 박영원 대감의 겸인으로 일했던 서리 이윤선이 1863년에 재종매를 혼인시키면서 박효관을 동원했는데 수군(守軍)이라는 직함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그가 오군영(五軍營) 출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장악원의 악공들은 노비 출신이지만, 오군영의 세악수(細樂手)들은 노비가 아니다. 오랫동안 연주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했고, 최소한의 한문도 쓸 수 있어야 했다. 그가 가곡(歌曲)의 정통성에 대해 자부심이 높았던 것을 보면, 최소한 중간계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군영 세악수들은 18세기 이래 민간의 가곡 연행(연회연)에 점점 더 깊이 개입해, 군인 봉급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잔치에 불려나가 연주하고 받는 돈으로 살게 되었다. 그러나 장악원 악공들은 고유업무가 있기 때문에, 두가지 일을 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다. ‘만기요람’을 찾아보면 오군영에 배속된 군사들의 급료미는 매삭 9두이고, 세악수는 6두로 되어 있다. 국가에서는 낮은 보수를 주는 대신, 군악 연주 외에 민간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 듯하다. 용호영의 군악대와 이패두가 거지들의 풍류잔치에 억지로 불려나갔다가 행하(출연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4회에서 소개했다. 구포동인(안민영)은 춤을 추고 운애옹(박효관)은 소리한다. 벽강은 고금(鼓琴)하고 천흥손은 피리한다. 정약대·박용근 해금 적(笛) 소리에 화기융농하더라. 박효관의 연행에 참여한 기악연주자들은 대부분 오군영 세악수였다. 신경숙 교수가 ‘고취수군안(鼓吹手軍案)’ 등을 분석해 세악수 명단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금옥총부’ 92번 시조에 활동모습이 담긴 천흥손·정약대·박용근 등은 오군영 소속의 세악수임이 밝혀졌다. 군안(軍案)에는 세악수의 인적사항에 부(父)를 밝혔는데, 친아버지뿐만 아니라 보호자나 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 이름도 썼다. 피리를 전공했던 용호영의 군악수 천흥손이 대금 이귀성·윤의성, 피리 김득완의 부(父)로 올라 있었다. 정형의 세악편성에서 세피리는 두명이 필요했으니, 천흥손은 하나의 악반을 주도하는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구포동인은 대원군이 안민영에게 내린 호인데, 여든이 된 스승은 노래하고 환갑이 지난 제자는 춤을 추었으며, 후배들은 반주했다. 안민영이 사십년 배웠다고 했으니, 제자의 제자들까지 박효관을 찾아 모인 셈이다. 인왕산하 필운대는 운애선생 은거지라. 풍류재사와 야유 사내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날마다 풍악이요 때마다 술이로다.(‘금옥총부’ 165번) ●운애산방서 승평계와 노인계 주도 그가 필운대에 풍류방을 만들어 제자들을 가르치며 스스로 즐기자, 대원군이 그에게 운애(雲崖)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안민영은 그를 운애선생이라 불렀으며, 풍류재사와 야유 사내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박선생’이라 불렀다. 위항시인들이 시사(詩社)를 형성한 것 같이, 풍류 예인들은 계( )를 만들어 모였다. 안민영은 ‘금옥총부’ 서문에서 그 모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때 우대(友臺)에 아무개 아무개 같은 여러 노인들이 있었는데, 모두 당시에 이름 있는 호걸지사들이라, 계를 맺어 노인계(老人 )라 하였다. 또 호화부귀자와 유일풍소인(遺逸風騷人)들이 있어 계를 맺고는 승평계(昇平 )라 했는데, 오직 잔치를 베풀고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게 일이었으니 선생이 바로 그 맹주(盟主)였다.” 안민영은 ‘금옥총부’ 68번에서 “우대의 노인들이 필운대와 삼청동 사이에서 계를 맺었다.”고 분명한 장소까지 밝혔다. 유일풍소인은 세상사를 잊고 시와 노래를 벗삼은 사람이다. 벼슬한 관원은 유일(遺逸)이 될 수 없고, 풍류를 모르면 풍소인(風騷人)이 될 수 없다. 경제적인 여유를 지닌 중간층이 풍류를 즐겼던 모임이 바로 승평계이고, 평생 연주를 즐겼던 원로 음악인들의 모임이 바로 노인계이다. 성무경 선생은 “박효관의 운애산방은 19세기 중후반 가곡 예술의 마지막 보루”라고 표현했다. 가곡은 운애산방을 중심으로 세련된 성악장르로 거듭나기 위해 치열한 자기연마의 길에 들어섰던 것이다. 그러한 결과를 스승 박효관과 제자 안민영이 ‘가곡원류’로 편찬하였다. ●안민영과 편찬한 ‘가곡원류’ 음악에 여러 갈래가 있지만, 박효관과 안민영의 관심은 가곡에 있었다. 문학작품인 시조를 노래하는 방식은 시조창(時調唱)과 가곡창(歌曲唱)이 있다. 시조창은 대개 장고 반주 하나로 부를 수 있고, 장고마저 없으면 무릎 장단만으로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가곡창은 거문고·가야금·피리·대금·해금·장고 등으로 편성되는 관현반주를 갖춰야 하는 전문가 수준의 음악이다. 오랫동안 연습해야 하고, 연창자와 반주자가 호흡도 맞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객을 전문적인 음악가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가객을 키우려면 우선 가곡의 텍스트를 모은 가보(歌譜)가 정리되고, 스승이 있어야 하며, 가곡을 즐길 줄 아는 후원자가 있어야 했다. 박효관과 안민영은 사십년 넘게 사제지간이었으며, 대원군같이 막강한 후원자를 만나 가곡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대원군이 10년 섭정을 마치고 2선으로 물러서자 이들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언젠가는 천박한 후원자들에 의해 가곡이 잡스러워질 것을 염려한 것이다. ●전통음악 가곡 보전 박효관이 1876년 안민영과 함께 ‘가곡원류(歌曲源流)’를 편찬하면서 덧붙인 발문에 그 사연이 실렸다. “근래 세속의 녹록한 모리배들이 날마다 서로 어울려 더럽고 천한 습속에 동화되고, 한가로운 틈을 타 즐기는 자는 뿌리없이 잡된 노래로 농짓거리와 해괴한 장난질을 해대는데, 귀한 자고 천한 자고 다투어 행하를 던져 준다.(줄임) 내가 정음(正音)이 없어져 가는 것을 보며 저절로 탄식이 나와, 노래들을 대략 뽑아서 가보(歌譜) 한권을 만들었다.” 그는 이론으로만 정음(正音) 정가(正歌)의식을 밝힌 것이 아니라, 창작으로도 실천했다. 안민영은 사설시조도 많이 지었는데, 박효관이 ‘가곡원류’에 자신의 작품으로 평시조 15수만 실은 것은 정음지향적 시가관과 관련이 있다. 님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귀뚜라미)의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사설시조는 듣기 좋아도 외우기는 힘든데, 훌륭한 평시조는 저절로 외워진다. 박효관의 시조는 당시에 널리 외워졌다. 위 시조는 고교 교과서에 실려 지금도 널리 외워지고 있다. 님 그리다 죽으면 귀뚜라미라도 되어 기나긴 가을 밤 님의 방에 들어가 못다 한 사랑노래를 부르겠다고 구구절절이 사랑을 고백할 정도로, 그의 시조는 양반 사대부의 시조에 비해 직설적이다. 고종의 등극과 장수를 노래한 송축류, 효와 충의 윤리가 무너지는 세태에 대한 경계, 애정과 풍류, 인생무상, 별리의 슬픔 등으로 주제가 다양하다. 삼대 가집으로는 ‘청구영언’과 ‘해동가요’ ‘가곡원류’를 든다. 가곡원류는 다른 가집들과 달리, 구절의 고저와 장단의 점수를 매화점으로 하나하나 기록해 실제로 부르기 쉽도록 했다. 남창 665수, 여창 191수, 합계 856수를 실었는데, 곡조에 따라 30항목으로 나눠 편찬하였다. 몇 곡조는 존쟈즌한닙, 듕허리드는쟈즌한닙 등의 우리말로 곡조를 풀어써, 가객들이 찾아보기도 편했다. 그랬기에 가장 후대에 나왔으면서도 10여종의 이본이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어 신문학과 신음악이 들어오면서 이 책은 전통음악의 총결산 보고서가 되었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깔깔깔]

    ●반장 선거 반장 선거날, 세명의 후보들이 소견발표를 한다. 첫번째 후보, 모범생 김응석.“내가 반장이 되면 학급성적을 올리마.”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두번째 후보, 부잣집 한봉태. “내가 반장이 되면 우리반 간식 급식을 모두 해결해주지.” 아이들은 괜찮은 조건이라며 박수를 쳤다. 세번째 후보, 반에서 제일 인기 없는 깡패 왕거리. 왕거리의 한마디에 엄청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반장이 되면…, 전학 가준다.”●장모와 사위 여행길에 오르는 장모가 찾아와서 사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시계를 보던 장모는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맙소사, 벌써 3시가 됐으니 이거 열차를 놓치게 생겼잖아.” 장모는 급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 손녀가 달려와 말했다. “할머니, 서두를 것 없어요. 아빠가 있잖아요 시계를 두시간 빨리 가게 해 놓았단 말이에요.”
  • [아름다운 사회공헌] 하루 4500명 끼니 해결

    SK그룹의 ‘행복도시락 지원센터’가 최근 경기 안산점 개점으로 21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신당점을 시발로 봉사사업이 시작됐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조리사, 조리원을 채용해 도시락을 만들어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등이 도시락을 결식아동, 독거노인에게 배달하는 사업이다.SK가 정부당국 등과 함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지원센터는 지원없이 별도 사업체로 자립한다. SK는 18일 “하루 평균 4500여명이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며,450여명이 일자리를 얻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센터를 4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오용 SK기업문화실 전무는 “지난해 말 사회적 기업에 관한 지원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공무원야유회 등에서 행복도시락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됐다.”며 센터 활성화를 기대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고노 요헤이/황성기 논설위원

    일제의 군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사과한 ‘고노 담화’. 그 담화의 주인공으로 우리 귀에도 익숙해진 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이 최근 일본 내 ‘꼴통보수’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바보”라는 인신공격성 비난에서부터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다양하다. 인터넷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찌질이’들의 댓글까지 오른다. 댓글의 요지는 한결같다. 강제성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는데 사죄하는 바람에 일본이 담화의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말하는 형식은 다르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3·1망언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들이다. 고노 의장이 시끌시끌한 ‘고노 담화’에 대해 한마디했다. 그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담화는 신념을 갖고 발표했다.”면서 “그대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못박았다. 위안부 진상을 재조사하고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자민당 내 일부 의원들의 움직임을 겨냥한 것이다. 돌아가는 판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것인지 70세의 노정치가가 직접 나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고노 의장은 일본 내 친중파의 계보를 잇고 있다.2000년 장쩌민 주석과 회담을 갖는가 하면 지난해 연말에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 우호적인 중·일관계에 힘을 쏟는 그는, 그래서 ‘紅の傭兵’(일본 발음으로 고노 요헤이,紅은 중국 국기를 가리키는 말로 중국의 용병이라는 뜻)라는 야유도 받았다. 외상 시절 북한에 쌀 50만t 지원을 결정했다. 우파 진영에선 ‘퍼주기’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8월15일의 전몰자추도식에서는 “전쟁을 주도한 지도자들의 책임을 애매하게(처리) 해서는 안 된다.”고 전쟁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또한 비난의 소재가 됐다. 따지고 보면 일본의 침략을 받고 지배 당한 역사를 지닌 아시아에 잘못을 시인하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그인데도 일본 우파의 고노 흔들기는 멈추질 않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절친한 지한파이다. 아들 고노 다로(44) 의원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과 친분이 있다. 한국을 알기 위해 두었던 비서관이 이성권 한나라당 의원이다. 고노 의장의 피를 물려받은 차세대 주역으로서 다로 의원의 아시아 관심이 어떻게 일본 정치에 표출될지 기대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여성&남성] 나한테 작업건 게 아니었다고?

    [여성&남성] 나한테 작업건 게 아니었다고?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지만 미묘한 간극을 쉽게 좁히지 못한다. 상대의 머리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를 평생동안 고민하다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을 마감한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에게 애정표현을 받았다고 착각하게 만든 행동, 이 때문에 어떤 황당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경험담을 들어봤다. ■남자를 아리송하게 하는 여우의 행동 회사원 최모(27)씨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고등학교 여자 동창생의 가냘픈 행동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지난해 말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최근 남자 친구와 헤어져 힘들어하고 있던 중. 따로 술을 한잔하자던 친구가 술에 취한 뒤 “집에 데려다 달라.”고 졸라댈 땐 가슴이 쿵쾅거렸다고 한다.“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좋은 감정을 품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며칠 뒤 ‘예전 남자친구와 다시 사귄다.’며 기뻐하는 전화가 와 혼자 허망하게 ‘삽질’을 했다는 걸 알게 됐죠.” 회계사 박모(30)씨 역시 동기 회계사의 취중 작업에 마음이 움직였다. 외모는 돋보이지 않지만 평소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던 여자 동기에게 마음을 빼앗긴 박씨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한마디로 차이고 말았다. 하지만 동기는 미련이 남았는지 그 뒤로 자주 연락해왔고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에 바래다 주겠다는 그의 제의도 쉽게 응했다. 이때다 싶어 용기를 내 고백을 한 박씨. 하지만 답이 걸작이었다.“네가 하도 불쌍해보여 그랬던 거야.” ●영화 보자고 해놓고… 회사원 송모(26)씨는 대학 동아리 여자 후배가 영화를 보여달라고 조르는 태도에 설마하는 마음이 들게 됐다. 지난 추석 연휴 때 후배가 갑자기 ‘오빠, 저랑 영화 같이 보실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응했더니 후배는 덜컥 커플석을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관 안에서도 후배는 송씨에게 딱 달라붙어 송씨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나를 좋아하는 거야.’라고 확신하고 며칠 뒤 고백했지만 그때 후배의 표정은 송씨에게 악몽으로 남게 됐다. 회사원 김모(29)씨도 대학교 2학년 때 한 여대와 함께한 개강파티에서 만난 여성과의 영화관람 데이트가 착각의 원인이 됐다. 마음이 맞아 급격히 친해진 두 사람은 개봉 영화는 전부 섭렵하고 쇼핑도 함께 했다. 하지만 뒤에 알고 보니 그 여성은 김씨의 친구와도 그렇게 함께 놀았던 것으로 밝혀졌다.“용기를 내 ‘나와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더니 결국 그에게 가버리고 말았죠.” 회사원 이모(28)씨도 미모의 대학 선배에게 첫눈에 반해 데이트 신청을 했고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을 찾아다니며 사랑을 싹틔웠다고 ‘잘못’ 생각하게 됐다. 여선배는 이씨를 후배라기보단 남자로 봐줬고 심지어 가족들에게마저 소개시켜 줬다. 그러던 여선배의 생일날. 이씨는 여선배의 나이 숫자만큼 송이가 채워진 장미 꽃다발과 선물을 사서 여선배의 집앞에서 전화를 했지만 여선배는 “미안해, 내가 행동을 잘못해온 것 같아 나갈 수가 없어.”라고 답했다. 알고 보니 여선배의 집앞에는 이씨 말고도 과 선배 2명과 동기 한명이 더 진을 치고 있었다. ●어려운 부탁은 다 들어줬는데…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여학생의 친절에서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고 ‘혼자’ 생각했다. 원래 다른 반에 있던 김씨 친구가 그 여학생을 마음에 들어해 메신저 역할을 하던 김씨에게 그 여학생은 “난 그 애 싫어. 너하고 연락할래.”라고 말하며 추파를 던졌다. 그 여학생은 매일 사물함에 피자와 도넛 등의 주전부리를 살짝 넣어둬 김씨를 기쁘게 했다. 넉달 뒤 수학여행을 간 경주에서 김씨는 용기를 내 고백했지만 답은 “우리는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잖아.”였다.“여자들은 그냥 친구에게도 그런 친절을 베풀 수 있구나 싶더군요. 통 이해가 안 됐어요.” 대학원생 박모(26)씨는 학부 시절 한 여후배가 남긴 기억만 떠올리면 기분이 씁쓸하다. 학부 2학년 때 1년 아래였던 여후배는 보고서 제출기한만 되면 찾아와 “오빠, 내가 아파서 다 못했는데 도와줄거죠. 대신 제가 영화 보여드릴게요.”라며 간접적으로 데이트를 신청했다. 한 학기 동안 그렇게 써준 보고서만 무려 7개. 여후배는 그 덕에 평점 4.3점 만점에 4.1점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하지만 방학 때 연락이 끊기더니 2학기 때 다시 만난 후배는 영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죠.”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아요.’다 그런거야? 공기업에 다니는 성모(26)씨는 대학시절 스터디 후배의 문자메시지 한 방에 마음을 잃었다. 후배가 보내온 ‘열심히 하는 오빠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는 문자는 성씨 생각에 쉽게 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스터디 모임 때마다 그 후배가 눈에 밟혔고 온종일 그 후배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뒤 그 후배는 스터디 모임에서 “오늘 남자친구 생일이라 좀 일찍 가면 안될까요.”라고 하고선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모임장소를 나가버렸다.“알고 보니 그 문자를 스터디 모임 남자 선배한테 다 보냈더군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여자를 헷갈리게 하는 늑대의 습관 회사원 김모(25)씨는 술만 마시면 전화를 걸어오는 친한 대학 후배 때문에 ‘착각의 늪’에 빠진 적이 있다. 그 후배는 술에 잔뜩 취한 채 “나 요즘 너무 많이 힘들다.”거나 “내 미래가 너무 두렵다.”면서 속내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전화를 받다 보니 그는 ‘이 녀석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가 “걔 원래 술 마시면 여기저기 전화해. 나한테도 했어.”라고 말해줘 혼자 얼굴만 붉혀야 했다. 회사원 손모(24)씨도 마찬가지. 대학에서 만난 그 남자는 평소에도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MT(야유회)에 가서는 밤새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잠이 들면 옆에 누워 고이 잠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남자가 어느날 밤 술을 마시고 전화해 “요즘 사는 것이 힘들지 않니.”라는 말을 물어왔다. 남자의 전화에 마음이 두근거린 손씨는 고백을 기다렸지만 묵묵부답이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에겐 다른 소중한 여자가 있었다. ●남자의 문자메시지에 마음이 두근두근 학원강사 전모(29)씨는 대학의 남자 동기가 보내준 문자메시지에 마음이 동했다. 전씨는 몇년 전 자신의 생일 전날 별 생각없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그 남자 동기가 자정이 되자마자 보내준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고 마음이 두근거렸다. 자신도 잊고 있었던 생일을 축하해준 그 동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그날부터 그 동기만 보면 묘한 감정이 일었다.“며칠 뒤 다른 여자 동기가 ‘오늘 내 생일인데 그 남자동기가 문자보냈더라.’고 하더군요. 김이 팍 샜죠.” 회사원 우모(28)씨는 4년전 함께 공부하던 2년 선배의 감정이 아직 궁금하다. 매일 전화통화를 하고 같은 스터디 멤버에게 하기 힘든 사생활 얘기까지 하던 그. 어느날 그 선배가 ‘널 위한 음악을 카페에 올려놨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스터디 멤버들이 함께 쓰는 카페에 들어가 보니 며칠 전 무심코 좋아한다고 말했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3개월가량 친하게 지내며 거의 사귀기 직전까지 갔던 관계에 마음 졸였던 우씨는 스터디가 흐지부지되며 연락이 뚝 끊기고 말았다. 회사원 이모(26)씨는 매일 영문도 모른 채 받은 한 선배의 초콜릿이 머릿속을 온통 헝클어놓았다. 항상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선배가 어느날 포장도 하지 않은 초콜릿 몇개를 건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 선배는 그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이씨에게만 ‘영문 모를 초콜릿’을 건넸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이씨는 결국 술을 잔뜩 마신 뒤 그 선배에게 전화해 이유를 물었다. 그 선배는 “응, 우리집이 작은 구멍가게를 하다 얼마 전에 정리해서 초콜릿이랑 사탕이 많이 남았거든. 처리할 데가 없어서….”라고 했다.“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해주지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선배가 너무 미웠죠.” ●뜨거운 눈빛, 무슨 의미일까? 회사원 이모(25)씨는 ‘석호필’(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같은 한 남자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 친구의 친구로 자연스레 알게 된 그 남자는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씨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주치는 눈빛에 지긋함이 담겨있었다. 마음이 있는 줄 알고 연락처를 주고 다음에 보자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지만 그 남자는 이후 연락이 뚝 끊겼다. 궁금증이 일어 안부를 물어본 친구는 “걔는 남자랑 얘기할 때도 눈을 쳐다보며 얘기한대.”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7)씨는 회사 윗기수 남자선배의 가벼운 스킨십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선배는 대화할 때 항상 어깨를 툭 치거나 팔을 살짝 잡곤 했다. 얼굴에 뭐가 묻었다며 털어준다든지 옷깃을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게다가 무슨 말을 할 땐 항상 귓속말로 해 김씨를 긴장시켰다.“행동만 보고 ‘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한참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그 선배는 누구에게나 귓속말로 얘기하는 소심한 남자일 뿐이었죠.” 비서로 일하는 이모(31)씨는 회사 후배의 매일 아침 커피 한잔 공세에 마음이 끌렸다. 후배는 평소 회식 자리에서도 이상형을 물어보곤 “내가 바로 그 남자”라며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더니 출근하면 매일 책상 위에 커피 한잔을 올려놨다. 은근히 애교 많은 후배의 ‘작업’을 즐기고 행동을 기다리기만 했더니 얼마 뒤 사내 소식통을 통해 그 후배가 거래처 여직원과 사귄다는 소문을 들었다.“넋놓고 기다리다가 버스만 놓쳐버렸죠.”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뉴욕시의회 ‘검둥이’표현 금지안 채택

    “이제 ‘니거’(nigga·검둥이)란 표현은 쓰지 마세요.” 미 뉴욕시 의회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n 단어’로 통칭되는 ‘니거’의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아 이 말을 사용한다고 벌금을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단어의 확산을 차단하고, 언어의 역사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의회는 이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진 자나 못가진 자나, 백인이나 흑인, 아시안·라틴계 불문하고 이 단어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시 의회가 법안까지 만들게 된 경위는 최근 힙음악이나 코미디쇼 등을 통해 니거라는 표현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배우 마이클 리처즈가 LA 공연 도중 자신에게 야유를 보낸 흑인 관객에게 이 단어를 수차례 사용, 니거라는 단어를 통한 인종 차별 논란이 재점화되면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챔피언스리그] 英-佛 프리킥 논쟁

    세계사를 들여다 보면 영국과 프랑스는 앙숙이다. 중세 때 왕위 계승 문제 등으로 100년 전쟁을 치렀다. 근세에 와서도 식민지 지배권을 놓고 두 번째 100년 전쟁에 돌입하는 등 숱한 다툼을 벌여 왔다. 이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21일 06∼0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열린 프랑스 랑스의 스타드 펠릭스 볼라르에서 촉발됐다. 홈팀 릴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였다. 이날 맨유의 박지성은 결장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맨유를 상대로 1승1무를 거둬 맨유의 16강 진출을 가로막았던 릴은 효과적인 공세를 펼쳤다. 릴의 피터 오뎀윙기가 후반 17분 헤딩으로 맨유 골망을 갈랐지만, 파울이 지적되며 무효가 됐다. 후반 38분 논란의 장면이 연출됐다. 릴의 수비수가 루이 사아에게 반칙을 저질러 맨유는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웨인 루니가 얼른 공을 세워놓자, 라이언 긱스가 잽싸게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왼발로 감아찼다. 릴의 골키퍼 토니 실바가 왼쪽 포스트에 붙어 선수 위치를 잡아주는 등 수비벽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바는 깜짝 놀라 쫓아갔지만 공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클로드 푸엘 릴 감독이 선수들에게 철수 지시를 하고, 실바가 격렬하게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규정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골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영국엔 환상적이고 노련한 득점이었지만 프랑스엔 치사하고 비겁한 골이 된 셈. 릴 팬들은 1-0으로 승리한 맨유 선수들에게 야유와 함께 물병 등을 집어 던졌다. 앞서 경기 도중 프랑스 경찰은 펜스에 기어오르는 맨유 팬에게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골 판정은 적절했다. 선수들 철수를 지시한 푸엘 감독을 징계해야 한다.”고 비난했고, 푸엘 감독은 “퍼거슨 감독이 주심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사실로 입증됐다.”고 맞받아쳤다. 양국 언론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AFP통신은 “맨유가 승리를 훔쳐갔다.”고 성토했다. 반면 영국 언론 가디언 등은 “영리한 긱스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네덜란드의 PSV에인트호벤은 에콰도르 출신 에디손 멘데스의 결승골로 아스널(잉글랜드)을 1-0으로 잡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글래스고 셀틱(스코틀랜드)도 AC밀란(이탈리아)과 0-0으로 비기며 선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물만난 라울’ 16강전 2골 작렬 ‘반지의 제왕’ 라울 곤살레스(30·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다. 경기에 나서는 순간마다 새 역사를 쓴다. 그라운드를 밟으면 최다 출장 기록이 자동 경신된다. 골을 넣으면 통산 최다 득점을 갈아치운다. 라울은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2골을 터뜨렸다. 레알은 뤼트 판니스텔로이의 골까지 합쳐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3-2로 제압했다. 라울은 이날 득점으로 대회 통산 56호 골을 기록했다.2위 판니스텔로이와는 8골 차. 또 최다 출장 경기를 107경기로 늘렸다. 역시 팀 동료인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1경기 차로 앞섰다. 특히 라울은 지난 시즌 이 대회에서 단 2골에 그치며 구겼던 체면을 되살리고 있다.6경기에 나와 벌써 5골을 터뜨린 것. 판니스텔로이, 카카(AC밀란),16강 1차전을 치르지 않은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발렌시아)와 득점 공동 1위.99∼00(10골)·00∼01시즌(7골) 등 2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라울이 6년 만에 최고 골잡이로 화려하게 복귀할지 주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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