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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관심이 만드는 ‘저질 지방의원’… 갈 길 먼 ‘파수꾼 민주주의’

    무관심이 만드는 ‘저질 지방의원’… 갈 길 먼 ‘파수꾼 민주주의’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8장의 투표지가 유권자 손에 쥐어진다. 서울 시민이라면 서울시장, 서울시의회의원, 시의회 정당비례, 구청장, 구의회의원, 구의회 정당비례, 서울시 교육감에 이어 개헌투표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기본권, 지방자치권 등을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를 지방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사는 곳의 구청장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마당에 개헌안은 지방선거에서 모든 유권자들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란 플라톤의 정치에 관한 명언이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관심을 갖기조차 쉽지 않은 구도가 형성된다. 4년 동안 별다른 견제장치 없이 운영되는 지방의회에 대한 유일한 심판도구가 투표지만 그마저도 주민의 무관심과 무리한 선거제도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지방의회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자치분권의 뿌리지만, 1991년 의원선거로 부활한 이후 내내 지탄의 대상이었다. 한때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불거졌으나 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장서서 의회 필수론을 주장하며 방패막이가 됐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방의회를 촛불 집회와 같은 파수꾼 민주주의로 바꿀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승진은 좀 어려울지 몰라도 원하는 보직으로 가는 전보는 의원 한마디면 다 되죠. 공무원 인사가 나면 누구는 내가 전보시켜 줬다며 힘을 과시하고 다닙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의 이야기다. 지방의원들의 인사 개입은 주로 총무과장 또는 행정국장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발효되자 서울시의 전임 행정국장은 아예 전화통화 연결음(컬러링)을 김영란법으로 바꿨다. 일부러 법 조문을 다 들을 때쯤 전화를 받자 의원들의 인사 청탁이 쑥 들어가서 하반기 정기인사 시즌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오히려 인사 청탁이 더 음지로 들어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귀띔이다. 인사 청탁은 사실 국회의원들이 먼저 하던 ‘갑질’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의원 백’ 하나쯤 있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국회에서 벌이던 구태와 적폐가 그대로 지방의회까지 이어지는 것을 끊어내고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본승(43) 서울 강북구의원은 “3년 전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 사람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마당에 한번 폐기된 제도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무공천제보다는 정당 시스템 안에서 지방 정치를 바꾸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많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은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주요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밀착해서 생활하는 지방의원들에게 지역구 관리를 맡기는 등 확실한 국회의원-지방의원 간의 상하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보좌관을 했던 이들도 많다. 처음 지방의회가 부활할 때는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명예를 노리고 정치판에 뛰어든 지역유지들이 각종 이권 개입으로 처벌되는 등 제대로 역할을 못하자 2006년 유급제로 전환했다. 유급제 도입 이전에는 농업, 상업, 제조업 출신 의원이 많다가 2006년 이후에는 대졸 정당인 출신이 늘어 현재 지방의회 구성원도 법적으로 가능한 겸직을 하지 않는 전업 의원이 약 70%에 이른다. 물난리에 해외 외유(충북도), 예산 편성권을 악용한 땅 투기(대구시), 토지 용도 변경 빌미로 뇌물 착복(서울 성북구), 살인교사 혐의(서울시), 순금으로 의원 배지 제작 등 온갖 추태를 일삼는 지방의회 악의 근원은 결국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당의 공천제도다. 지방의회 지원과 제도를 맡은 행정안전부 선거의회과 관계자는 “전국 243개 자치단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행안부는 뭐하냐는 의견도 많지만 지방자치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견제가 먼저다”며 “자치분권 시대에 의회에서 조례나 규칙에 따라 정한 일에 건건이 협조 요청을 내려보내면 지방자치가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방의회의 구태를 지적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발은 그럼 국회의원은 모두 자질이 괜찮으냐는 것이다. 물난리 해외 외유에다 국민과 언론을 레밍(들쥐)에 비유한 발언으로 전국구 인물이 된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단돈 10만원의 정치 후원금도 내지 못한 제게도 공천을 주신 분이 계실 때까지는 지방의원이 되는 길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다”며 “추경예산 통과시켜달라고 아우성치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예산안 통과되던 날 자리 안 지키고 다 어디 갔나?”며 희생양이 되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충북도의회의 물난리 해외 외유가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됐을 때도 행안부는 유의사항 공문조차 내려 보내지 않았다. 어찌 됐든 도의회에서 제도에 따라 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여러 지방의회에서 순금으로 수십만원 짜리 의원 배지를 만들자 유의사항으로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의 가격(예 국회의원 배지 가격 3만 5000원 이하)으로 제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뿐이다. 국회의원에서 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와 같은 먹이사슬 구조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벌써 2년여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시의회의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안 의원은 지역향우회 야유회가 열린 부안군 야유회장에서 부안군수에게 노래를 부르면 부안군 예산 100억원을 내려주겠다는 발언과 함께 야당 예결위 간사는 여당 예결위원장과 동급으로 장관들도 굽실거리고 같은 국회의원들도 눈을 맞추려고 한다는 망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등 오산 시민들의 명예를 처참히 훼손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시의원들이 단체로 탄 버스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공천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들이 잘나서 시의원 된 거 아니라고 명심하시기 바라겠어요. 신당에서 잘하겠다는 각오 담은 서약서 준비하십시오”라고 다그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때 안 의원은 오산지역 보육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시의원의 아버지가 선출되자 시의원들에게 ‘병신’이란 막말까지 써가며 화를 냈다고 한다. 내년에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지면 지자체 예산이 지금의 2배가 된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개헌으로 법적 지위까지 공고해질 지방정부를 감시해야 할 막강한 역할을 지방의회가 맡은 것이다. 올 초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당시 행정자치부를 찾아 전국 의정비 일원화, 의회 사무직 공무원 인사권,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할 요구 사항 대신에 지방의회 자질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정연수센터 설립과 예산정책지원센터 마련 등을 통해 의회가 전문성을 갖고 지방정부의 예산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말의회, 야간의회, 지역 순회 간담회, 주민의 상임위활동 참여제도화, 유급 시민모니터링제 등으로 국민이 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되어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지방의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지방의회 폐지안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무엇보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괜찮은 인물을 발굴해 공천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여자라서 외무고시 합격을 취소당했다/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여자라서 외무고시 합격을 취소당했다/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일하면서 세 아이를 키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외교부 여직원들의 얼굴에는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웃음이 피어올랐다.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70년의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인 강 장관에 대해 33년 전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외무고시 3차 면접에서 탈락해야 했던 한 여성은 이날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총무처(현재 인사혁신처) 고시출제과에서 근무했던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은 1984년 제18회 외무고시 2차에서 여성 2명이 합격했음에도 외교부 대사였던 3차 면접시험위원이 여성 두 명 합격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합격권 내에 있던 한 명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20명을 모집했던 18회 외무고시에는 24명이 2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백지아씨는 필기시험에서 6등, 또 다른 여성은 13등을 기록했다. 여성 외무고시 1호는 1978년 제12회 시험에 합격한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이며 백 소장은 두 번째 여성 합격자다. 여성 외무고시 3호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3차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백씨와 여자라서 외무고시 합격을 취소당했던 이는 고시 공부를 함께하던 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했다. 정 전 차관은 “13등을 한 여성 대신 필기시험 22등이었던 남성이 임용되고 나서 경제기획원으로 옮겼는데 사무실 야유회를 떠난 길에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를 만나 사망하고 말았다”며 신의 장난과도 같은 잔인한 인생의 갈림길을 떠올렸다. 고시 선배로서 외무고시에 억울하게 떨어진 여성에게 인생 조언을 건넸던 정 전 차관은 이 여성이 교사로 일하다 미국의 한인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라며 “외교관으로 펼치지 못한 꿈을 교사로 이룬 듯하다”고 말했다. 정 전 차관은 여러 차례 이 여성을 구제할 방법을 찾았지만, 자격시험인 사법고시와 달리 임용시험인 외무고시는 한 번 정해진 불합격을 되돌리기 어려웠다. 2007년 법무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사법고시 불합격 처분 취소조치 권고를 받아들여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3차 면접에서 떨어진 6명의 합격을 인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인 황인구 전 SK가스 자원개발본부장은 58세의 나이로 현재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30살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동기들과 함께 연수를 받고 있다.강 장관은 외교부가 시차, 명절, 퇴근시간, 주말이 없는 ‘4무(無)조직’이라고 했다. 여성의 입부 비율이 가장 높은 정부 부처가 외교부로 지난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의 70.7%는 여성이었다. 41명의 합격자 가운데 남성은 12명에 불과했는데 이 가운데 3명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의 수혜자였다. 한 성의 합격 비율을 70%로 제한한 탓에 남성 3명이 선발시험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여성 외교부 장관의 탄생이 더는 금석지감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성공하지 못한 여성 대통령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첫 여성 총리도 영어의 몸이며,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도 검찰 개혁을 완성하지 못했다. 강 장관이 수많은 여성의 희생과 기대를 딛고 첫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을 새기고 있다는 걸 취임사를 통해 알 수 있어 반가웠다. 클린턴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여성 국무부 장관처럼 강 장관이 성공적인 여성 리더십을 펼치길 바란다. geo@seoul.co.kr
  • 놀섬·맛섬·쉴섬… 휴가철 가볼 만한 섬 33곳

    올여름에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섬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행정자치부는 도서(島嶼)문화연구원과 함께 ‘2017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을 선정해 25일 발표했다. 섬 전문가와 관광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단이 해당 섬을 직접 골랐다. 찾아가고 싶은 섬이 33곳인 이유는 ‘3’이라는 숫자가 갈매기 나는 모양을 연상시키고 ‘섬’과 발음도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이들 섬은 여행자 편의를 돕고자 ‘놀-섬’(7곳)과 ‘맛-섬’(1곳), ‘쉴-섬’(15곳), ‘미지의-섬’(9곳), ‘가기 힘든-섬’(1곳) 등 5가지 테마로 분류됐다. ‘놀-섬’은 단체 야유회나 가족여행 등에 적합한 놀기 좋은 섬으로 덕적도와 화하도, 시호도 등이다. ‘맛-섬’은 특별한 먹거리가 있는 곳으로 관매도가 뽑혔다. ‘쉴-섬’은 휴가철 재충전을 원하는 이들이 조용히 쉴 수 있는 승봉도와 삽시도, 대난지도 등이다. ‘미지의-섬’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풍광을 가진 곳으로 풍도와 국화도 등이다. ‘가기 힘든-섬’은 한 번 섬에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어 모험심을 자극하는 섬으로 안마도가 선정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7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행자부는 “전국 유인도(460여곳)의 70% 정도가 전남에 몰려 있어 해마다 ‘찾아가고 싶은 섬’에 이 지역 도서가 가장 많이 선정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올 여름 휴가철에 이섬 어때요?

    올 여름 휴가철에 이섬 어때요?

     올 여름에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섬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행정자치부는 도서(島嶼)문화연구원과 함께 ‘2017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을 선정해 25일 발표했다. 섬 전문가와 관광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단이 해당 섬을 직접 골랐다. 찾아가고 싶은 섬이 33곳인 이유는 ‘3’이라는 숫자가 갈매기 나는 모양을 연상시키고 ‘섬’과 발음도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이들 섬은 여행자 편의를 돕고자 ‘놀-섬’(7곳)과 ‘맛-섬’(1곳), ‘쉴-섬’(15곳), ‘미지의-섬’(9곳), ‘가기 힘든-섬’(1곳) 등 5가지 테마로 분류됐다.  ‘놀-섬’은 단체 야유회나 가족여행 등에 적합한 놀기 좋은 섬으로 덕적도와 화하도, 시호도 등이다. ‘맛-섬’은 특별한 먹을거리가 있는 곳으로 관매도가 뽑혔다. ‘쉴-섬’은 휴가철 재충전을 원하는 이들이 조용히 쉴 수 있는 승봉도와 삽시도, 대난지도 등이다. ‘미지의-섬’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풍광을 가진 곳으로 풍도와 국화도 등이다. ‘가기 힘든-섬’은 한 번 섬에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어 모험심을 자극하는 섬으로 안마도가 선정됐다.  지역 별로는 전남이 17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행자부는 “전국 유인도(460여곳)의 70% 정도가 전남에 몰려 있어 해마다 ‘찾아가고 싶은 섬’에 이 지역 도서가 가장 많이 선정된다”고 설명했다.  행자부는 8월 말까지 이들 섬 가운데 한곳을 방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후기를 올린 여행객 33명을 골라 기념품을 제공하는 여행 후기 블로그 공모전을 연다. 해당 지자체에서도 홈페이지와 팸플릿 등을 통해 휴가철 섬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에게 숙박 등 정보를 제공한다.  섬에서 이용 가능한 드론 택배기술을 개발 중인 ‘이랩코리아’는 가족캠프 이용객에게 드론으로 지자체 시장·군수의 감사 서한과 기념품을 전달한다. ‘엠게임’은 33섬에 증강현실 게임 쉼터를 마련하고, 중고거래 사이트인 ‘헬로마켓’은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 메뉴를 개설해 주민들과 관광객 간 물품 거래도 돕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찌개에 퐁당 김밥에 쏙쏙 불판에 지글…맛있는 널 사랑햄~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찌개에 퐁당 김밥에 쏙쏙 불판에 지글…맛있는 널 사랑햄~

    햄(Ham)은 원래 돼지 뒷다리 또는 돼지 뒷다리를 자연 숙성시킨 것을 뜻한다. 스페인의 하몽, 이탈리아의 프로슈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돼지고기 부위 중 인기가 없는 뒷다리살 등을 염지(고기에 간이 배고 부드럽게 하는 과정), 훈연, 가열 등을 해서 만든 가공식품을 햄이라 부르고 하몽, 프로슈트는 생햄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중기의 요리서인 ‘증보산림경제’에는 ‘납육’(肉)이라고 돼지고기를 밀 삶은 물에 데친 뒤 소금, 식초 등에 재었다가 말리는 요리법이 나온다. 외국의 햄 제조 방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40대 이상이 ‘햄’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기억은 생선과 전분으로 만든 ‘분홍 소시지’다. 젊은 세대는 “스팸?”이라고 되묻기도 한다. 우리의 햄은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국내에 햄이 처음 소개된 때는 한국전쟁 이후다. 1937년 미국 호멜사에서 처음 출시한 ‘스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투식량이 되면서 세계 각지에 퍼졌다. 출시 당시 스팸은 대공황의 여파가 남아 있던 1930년대 후반 미국 저소득층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한국전쟁 당시와 직후 국내에서 스팸은 소시지, 베이컨에 김치를 섞어 만든 부대찌개의 주요 재료가 된다. 국내의 육(肉)가공 업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진주어묵을 팔았던 평화상사는 1969년 진주햄소시지로 이름을 바꾼다. 이때 나온 햄은 생선과 전분을 섞은 어육혼합 소시지다. 계란물을 살짝 입혀 기름에 구워 먹는 형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지닌 추억의 도시락 반찬으로 대접받는다.국내 햄 시장의 큰 변화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햄에 들어간 고기의 함량이 중요해지며면서 롯데, CJ 등 대기업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롯데햄(롯데푸드)은 ‘순살코기로 만든 본격 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살로우만’ 햄과 소시지를 1980년 9월 출시했다. 돼지고기 함량 88.3% 이상으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프랑크 소시지, 비엔나 소시지, 베이컨 등도 ‘살로우만’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 당시 나왔던 육가공 제품의 형태가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그해 12월 CJ제일제당은 ‘백설햄’을 내놨다. CJ제일제당이 육가공 업체 1위로 도약하게 된 제품은 1981년에 나온 ‘런천미트’다. 롯데푸드의 ‘로스팜’과 함께 그동안 미국에서 수입됐던 사각캔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이 여세를 몰아 미국 호멜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87년 ‘스팸’을 내놨다. ‘세계적인 명성, 세계적인 품질, 스팸을 제일제당이 만듭니다’라는 광고에 이어 2002년 ‘따듯한 밥 위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TV 광고로 일반인들에게 ‘햄’ 하면 ‘스팸’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스팸 출시 첫해 500t이었던 매출 규모는 2016년 2만 1342t으로 늘어났다. 스팸을 명절 선물세트에 넣기도 하는 한국인의 스팸 사랑이 만든 결과다. 2014년 1월 24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국제판에 한국인의 스팸 사랑을 다룬 기사를 실었을 정도다.햄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다양한 용도로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이 주식인 우리의 식단에 짠맛이 잘 어울렸다. 스팸김치볶음밥이 대표적이다. 요리하기 편하도록 김밥용 햄, 슬라이스 햄 등이 나오면서 햄은 1990년대 소풍이나 회사 야유회 김밥의 필수품이 됐다. 한국육가공협회에 따르면 육가공제품(햄, 소시지, 베이컨, 햄)의 판매량은 1990년 4만 5644t에서 지난해 19만 7924t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이 중 햄과 캔(햄) 제품의 판매량은 6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생선, 전분 등이 일부 들어간 혼합 소시지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3만 7518t에서 2만 7175t으로 줄어들었다.육가공 제품의 국내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인공첨가물 논란 등 건강 관련 뉴스가 발생할 때마다 줄어들었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고기의 함량을 높이고, 인공첨가물을 빼고,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넘겼다. 롯데푸드는 2005년 경북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을 넣은 ‘의성마늘햄’을 출시해 건강 논란을 피해 갔다. 마늘은 미국 주간 타임지에 10대 건강식품으로 소개됐는데 의성 마늘은 단단한 ‘육쪽마늘’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햄에 암 예방 효과가 있는 마늘을 쓰면 고기 특유의 잡내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합성아질산나트륨 등 첨가물 이슈가 육가공 시장에 상존하는 위험 요소다. 고기 제품에 붉은색을 띠게 하는 합성아질산나트륨은 발암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2010년 ‘더(The)건강한햄’, 롯데푸드는 2013년 ‘엔네이처’ 브랜드를 출시하고 합성아질산나트륨 등 첨가물을 넣지 않은 제품을 내놨다. 대신 고기의 함량을 높였다.가장 최근의 충격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15년 10월 햄·소시지 등의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사건이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육류가 단백질, 비타민 등의 공급원으로 반드시 필요한 식품이며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육 섭취 수준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이다. WHO 발표는 가공육을 매일 50g씩 먹으면 암 발생률이 18%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식약처는 다만 가공육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채소 등 다양한 식품 섭취, 적당한 운동, 균형 있는 식습관 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들은 닭고기를 사용한 제품 생산을 늘렸다.햄과 소시지는 사회적 변화상을 반영해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이후에는 캠핑 열풍으로 야외에서 구워 먹는 햄과 소시지가 한 부분을 차지했다. 캠핌용 제품은 가정용 제품보다 크고 굵다. 다른 식품을 더한 제품도 인기다. 대상은 캠핑용으로 4가지 치즈를 넣은 ‘콰트로 치즈 그릴비엔나’를 출시했다. 2015년 이후에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브런치(아침 겸 점심) 문화가 식문화로 유행하면서 슬라이스 햄이 인기를 끌었다. CJ제일제당은 브런치 시장을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도 햄과 소시지 소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주요 가구 형태로 자리잡으면서 햄샌드위치, 소량 포장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혼술 문화가 퍼지면서 간편한 안주로 햄이나 소시지가 선호되고 있다. 어린이 간식으로 자리잡은 진주햄의 ‘천하장사’, 롯데푸드의 ‘키스틱’ 등은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햄, 왠지 꺼려지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 됐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洪 성범죄 공동모의 논란… 국민의당·바른정당 “사퇴해야”

    민주당 “후보 품격과 자격 갖기 어려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자서전에 담은 ‘돼지 흥분제’가 21일 성범죄 논란으로 증폭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홍 후보가 2005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의 ‘돼지 흥분제 이야기’ 대목이다. 홍 후보는 고려대 법대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라면서 “같은 하숙집의 S대 1학년 남학생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월미도 야유회 때 자기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고 했다”면서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해당 남학생이 맥주에 흥분제를 타서 먹였으나 여학생의 반발로 미수에 그쳤고, 동료들 간 흥분제 효과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이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명백한 성범죄 모의”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급기야 홍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성범죄에) 관여한 게 아니다”라면서 “같이 하숙하던 S대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책 포맷을 보면 S대 학생들끼리 한 이야기를 내가 관여한 듯이 해놓고 후회하는 것으로 해야지 정리가 되는 포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홍 후보와 한국당은 즉시 국민 앞에 정중히 사죄해야 한다”면서 “홍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품격과 자격을 갖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도 “강간 미수의 공동 정범이었다는 사실이 재조명됐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 역시 “여성에 저급한 인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바른정당 여성 의원들 “성폭행 모의한 홍준표 즉각 사퇴하라”

    바른정당 여성 의원들 “성폭행 모의한 홍준표 즉각 사퇴하라”

    바른정당 전·현직 여성 의원들이 “성폭행을 모의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며칠 간 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바닥을 치는 자질 부족 대선후보의 발언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 놓은 여성의 일’이라는 성차별적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지 며칠이 지났다고 이번에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논란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더 큰 문제는 논란에 대처하는 홍 후보의 태도”라면서 “‘설거지’ 발언은 ‘스트롱맨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센 척 해보려고 한 말’이라면서 여성 비하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유회를 가는 여학생을 성폭행하겠다는 친구를 위해 돼지 흥분제까지 구해준 일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버젓이 자서전에 소제목까지 달아 써놓고 아직까지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마당에 이 부끄러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이 거짓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게 압권”이라며 “혈기왕성한 시절의 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대통령 후보 자격과는 무관하다는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논평은 국민들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한도전’ 유재석, 무한상사에서 노동법 위반 ‘무슨 일?’

    ‘무한도전’ 유재석, 무한상사에서 노동법 위반 ‘무슨 일?’

    이정미 의원이 ‘무한상사’ 속 노동법 위반사례를 지적했다. 1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하는 법을 함께 만들어보는 ‘국민의원’ 특집이 전파를 탔다. 이날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무한도전’의 콩트 ‘무한상사’가 노동법을 위반한 사례가 4가지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먼저 유재석이 맡은 역할에 대해 “유 부장은 업무 내내 지시를 하면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준하 과장이 야유회 이후 명석한 두뇌를 잃고 바보가 됐던 사연에 대해 “이 일은 야유회 도중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산재 처리를 해줬어야 했다. 그때 빨리 병원에가서 치료를 받았다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무한 상사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인턴 사원으로 3년 간 일한 길 사원의 예를 들면서 “길은 무한상사에서 3년 정도 인턴으로 일했지만 결국 정식 채용되지 않았다. 2년 정도 인턴 사원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줘야 한다. 심각한 노동법 위반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정 과장의 갑작스러운 정리해고 사례에 대해 “정리해고의 경우 회사가 경영상의 긴급한 상황일 경우에만 법적으로 가능한데 무한상사는 정 과장을 정리 해고하는 동시에 새 직원을 뽑았다. 명백히 노동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재석은 “다음 무한상사는 제가 수갑 차고 잡혀가는 것부터 시작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폭언·폭행·추태 외교관, 이대로 괜찮나요?”

    “폭언·폭행·추태 외교관, 이대로 괜찮나요?”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다 프랑스인이 된 한국인 최은주(43)씨. 프랑스어와 영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한 최씨는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2005년 10월 파리 주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의 비정규직 행정원으로 채용됐다.최씨는 2011년 1월 공관 사무실에서 상사인 남성 행정원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한국대표부의 외교관들은 피해자인 최씨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사내 폭력을 한국 외교부에 보고했다는 이유였다. 프랑스 법원은 2012년 10월 최씨가 한국대표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 해고 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국대표부는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4년 동안 프랑스 법원의 배상 판결 이행을 거부하다 결국 불어난 이자까지 국고를 털어 물어줬다. 최씨가 쓴 책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갈라파고스)에는 한 개인이 한국대표부와 벌인 5년간의 고단한 소송 과정과 한국 외교관들의 낯뜨거운 갑질 행태가 생생히 담겨 있다. 파리에 살고 있는 최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대표부 행정원 시절을 떠올리면 조선 시대의 노비제도가 오버랩된다”며 “권위 의식과 제왕적 사고로 노동자(행정원)를 대하는 한국 외교관들의 모습이 지겹도록 봐 온 한국 기득권의 모습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원 채용 당시 ‘프랑스 노동자’ 지위를 선택했다. 한국대표부에 소속된 한국인 직원은 외교증을 발급받는다. 당시 유학생 신분이었던 최씨는 외교증이 아닌 체류증을 선택했다. 외교증을 받으면 한국 노동법을 적용받는 한국 노동자 신분이 되고, 체류증으로는 연봉도 적고 세금은 더 많이 내는 프랑스 노동자 신분이 된다. 최씨는 “을인 제가 갑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방패가 돼 준 건 프랑스 노동법이었다”며 “대표부와 소송을 할 때 ‘프랑스는 당신의 권리를 존중할 것입니다’라는 프랑스인 변호사의 말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대표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추태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본국의 소식을 듣고도 주말 야유회를 간 공관장의 모습도 담았다. 외교부는 당시 전 재외공관에 국상을 통지하고 분향소 설치를 지시했었다. 프랑스 에어버스 회장의 화려한 대저택을 공관으로 구입한 대표부 외교관들이 일과 시간 이후 1층 테라스에서 단체로 고기를 구워 먹어 누런 기름때가 얼룩진 내부, 한국인 행정원에게 “야”, “너” 등의 반말과 모욕적 언사로 대하는 관행, 서울에서 온 높은 분을 의전하기 위해 미슐랭 3성 식당 4~5군데를 한꺼번에 예약하고 가지 않는 상습적인 ‘노쇼’(예약 부도) 행태로 현지 식당의 기피 대상이 된 에피소드에 이르면 안타까울 정도다. 이 책은 ‘아 정말 이건 아니잖아’라는 한탄에서 ‘우리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최씨는 “책에서 든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한국인으로 보면 견디기 어려운 분노와 서글픔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동호회 엿보기] 한마음 ‘축생축사’… 스트레스 족족 차버려요

    [동호회 엿보기] 한마음 ‘축생축사’… 스트레스 족족 차버려요

    “우승기를 영원히 우리 품으로….”정유년 새해를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다. 2년 연속 중앙행정기관 동호인 축구대회를 우승한 관세청 축구동호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관세청 축구동호회는 최근 10년간 없었던 3년 연속 우승과 출전선수 제한 규정이 만들어진 후 첫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3년 연속 우승하면 우승기를 영구 보유하게 된다. 지난해 우승 후 목표를 수정한 회원들은 체력이나 전술 등의 부담보다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에 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될까 걱정하는 등 자신감이 충만하다. 동호회장인 이찬기 기획조정관은 “첫 우승하는데 22년 걸렸다. 첫 경험이 힘들었지 한번 해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면서 “2015년 한번도 이기지 못해 ‘넘사벽’이던 청와대 경호실을 물리치며 우승을 이뤄냈을 때 가장 짜릿했다”고 회고했다. 아래에서 최고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회원들의 자신감과 노력에 가족·동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3년 동네에서 축구공을 만져본 이들이 의기투합해 동호회를 결성했다. 수준이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승을 내세우며 첫 출전한 1994년 중앙부처 축구대회부터 번번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국경 최일선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물품 반입을 차단하는 최후 보루로 365일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세관 공무원의 근성을 반영하듯 서두르지 않았다. 하위권에 머무르는 초라한 성적에 포기할 만도 했지만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단 한번도 대회에 빠지지 않았다. 위기도 있었다. 1998년 서울에서 정부대전청사로 이전하면서 선수 선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전 이전은 동호회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타지에 이사와 외로워하는 가족들을 두고 평일에는 일 때문에 늦고, 주말에는 연습한다고 운동장을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축구하는 동호회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매년 7~8월 가족 야유회 등을 갖고 애경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가족 간 커뮤니티가 조성되자 공을 차는 남자들에 대한 불평이 잦아드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로 이어졌다. 감독을 맡고 있는 윤청운 사무관은 “축구동호회는 ‘가족같이, 가족과 같이’라는 ‘가족가치’(家族價値)를 중시한다”면서 “지금도 매주 토요일, 명절 연휴 마지막날 연습이 가능한 것은 가족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축구동호회의 특징 중 하나는 ‘열정’이다. 어느덧 50대 중반을 넘긴 원년멤버 5명이 연습에 참여하고,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떨어진다는 모 국장과 과장은 경기에 출전은 못하지만 매년 시합 때마다 응원단으로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 대회 예선에서는 전략적으로 일부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켰는데 ‘한’을 풀듯 기량을 발휘해 8강전에서 힘든 상대를 만나는 생뚱맞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실력과 끈끈함 등이 알려지면서 동호회장 자리도 덩달아 인기다. 떠밀리듯 배정받는 여타 동호회와 달리 경선은 아니지만 회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원년멤버 중 유일하게 주전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정호창 사무관은 “뛰어난 선수는 없지만 각자 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좋은 팀이 만들어졌다”면서 “회원들은 조직 내에서도 부서 간 협력과 소통의 메신저로 맹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우윳빛깔’ 중구

    ‘우윳빛깔’ 중구

    “똑똑! 어르신 우유 배달 왔어요.” 서울 중구에는 23년째 우유를 나르며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살피는 이웃천사들이 있다. 동화동 ‘이웃을 사랑하는 모임’(이사모) 회원 31명이 바로 주인공. 이사모는 총무인 손신(60)씨가 1993년 고독사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충격을 받아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결성됐다.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회비와 찬조금, 연말 일일찻집 모금으로 노인들을 대접할 비용을 모은다. 손씨는 “우유 배달이 목적이 아니라 안부를 묻는 게 목적”이라며 “문을 똑똑 두드리고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우유를 건네드린다”고 했다. 모임은 최근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자와 연계해 새로 이사 오는 노인 중 소외된 분들을 소개받고 있다. 독거노인 21명을 챙기고 한 달에 한 번 음식도 대접한다. 자식이 있긴 하지만 연락이 끊긴 외로운 분들이 대부분이다. 나이가 많아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12명의 노인은 매일 아침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건강을 체크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은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자, 방문 간호사에게 인계해 꼼꼼히 챙기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10년 전 한 회원은 우유 배달 중 위독한 이를 발견해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도중에 안타깝게 숨을 거둔 적도 있었다. 그나마 이사모가 없었다면 방치돼 고독사로 전락할 뻔한 사례였다. 이사모는 1년에 2번 봄·가을에 노인들과 온천으로 야유회를 다녀온다. 지난해는 포천 일동 용암천과 신북 온천을 찾아 노인들의 등도 밀고 말벗도 해드렸다. 손씨는 “요즘 세상은 옆집에서 누가 죽어도 모른다”며 “독거 어르신을 챙길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내 식구처럼 이웃을 챙기는 일은 동네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100만 평화 촛불] 촛불은 명예혁명, 배려, 놀이터다

    [100만 평화 촛불] 촛불은 명예혁명, 배려, 놀이터다

    지난 12일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은 단순한 촛불집회를 넘어섰다. 누구에겐 명예혁명이었고, 누구에겐 배려였다. 함께 부르는 노래였고, 놀이터였다. 성별, 나이, 직업, 사는 지역, 지지 정당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의 시민(경찰 추산 26만명)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분노했지만 침착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스스로 쓰레기를 주웠고 인파가 몰린 행진에서는 서로 배려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한목소리로 ‘하야송’을 노래했고 공식집회가 끝난 뒤에도 자유토론을 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신기자들도 이런 시민들의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 ●촛불은 명예혁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1688년 유혈사태 없이 성공했던 영국의 명예혁명에 빗대 ‘한국판 명예혁명’을 해내고 싶다고 했다. 2만명이 모인 지난달 29일 1차 집회와 20만명이 모인 지난 5일 2차 집회, 그리고 12일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줄곧 ‘비폭력’을 외쳤다. 12일 밤 경복궁역 삼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한 일부 시민들이 경찰의 방패를 빼앗거나 차벽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집회’를 외치며 이들을 자제시켰다. 이모(44)씨는 “역사에서 비폭력은 언제나 가장 무서운 힘이었다”며 “권력을 놓지 못해 망설이는 박 대통령은 촛불을 든 시민들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이모(26·여)씨는 “너무 화가 나서 촛불집회에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하고, 대한민국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너무 힘들게 대학에 들어갔고, 취직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는데 이런 노력들이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은 배려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뿐 아니라 세종대로, 을지로, 청계로, 소공로까지 가득 메운 시민들은 행진이 시작된 12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청소를 이어갔다. 광화문 일대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이 많았다. 도로 곳곳에 시민들이 봉투에 담아 가지런히 모아놓은 쓰레기봉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6시쯤 세종대로 서울신문 앞부터 행진을 하며 쓰레기를 치우던 최모(25·여)씨는 “끝난 뒤에 쓰레기 하나 바닥에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정권이 국민의 위대함을 좀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모(43·여)씨도 12살 딸과 함께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그는 “처음 나온 집회인데 도착해서 사람들을 보니 마음 뭉클하다”고 말했다. 딸 서모양은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신난다.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한 페이지에 나도 동참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다”면서 흥미로워했다. 집회가 종료되고 거리를 정리하는 환경미화원에게 일일이 찾아가 음료수를 건넨 20대 여성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31·여)씨는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세종문화회관 일대 쓰레기를 샅샅이 주웠다. 이씨는 “학생들은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촛불은 함께 부르는 노래다 촛불집회의 선두가 경복궁역 삼거리에서 12일 오후 7시 30분부터 경찰과 7시간 넘게 대치하는 동안 뒤편은 한마디로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개사송’이 많았다. ‘아리랑 목동’의 유명한 후렴구 ‘야야~야야야야~’를 ‘하야~하야하야~’로 개사했고,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츠나비다’를 ‘그대는 아니다’로 바꿔 불렀다. 특히 ‘하야하야하야 하야하여라~’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하야송’이 단연 인기였다. 헌법 제1조를 가사로 만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많이 들렸다. 특히 12일 저녁 한 시민이 부른 ‘애국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저녁 9시 30분쯤 광화문광장에는 가수 이승환이 등장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등을 불러 거대한 콘서트장으로 변신했다. 남편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주부 서모(59·여)씨는 “집회는 투쟁만 외치는 걸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까 야유회에 나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영준(27)씨는 “가수 이승환이 더 좋아졌다. 집회가 아니라 공연장에 나온 것 같다”며 “다 함께 이승환 노래 따라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촛불은 놀이터다 공식 집회는 밤 10시 30분쯤 끝났지만,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만의 집회를 이어 갔다. 광화문 앞 사직로와 광화문광장 서쪽에서는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졌고,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현 시국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갔다. 회사원 이대승(32)씨는 “집에 가기 아쉬워서 사람들 구경하러 돌아다니고 있다”며 “역사책에서 민주항쟁 배우며 자랐는데, 오늘 집회가 역사책의 한 장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신동호(23)씨는 “공식 행사는 끝났지만 우리의 집회는 끝나지 않았다. 시민 1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촛불은…한국판 명예혁명·배려·놀이터다

    촛불은…한국판 명예혁명·배려·놀이터다

    지난 12일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은 단순한 촛불집회를 넘어섰다. 누구에겐 명예혁명이었고, 누구에겐 배려였다. 함께 부르는 노래였고, 놀이터였다. 성별, 나이, 직업, 사는 지역, 지지 정당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의 시민(경찰 추산 26만명)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분노했지만 침착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스스로 쓰레기를 주웠고 인파가 몰린 행진에서는 서로 배려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한목소리로 ‘하야송’을 노래했고 공식집회가 끝난 뒤에도 자유토론을 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신기자들도 이런 시민들의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 ●촛불은 명예혁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1688년 유혈사태 없이 성공했던 영국의 명예혁명에 빗대 ‘한국판 명예혁명’을 해내고 싶다고 했다. 2만명이 모인 지난달 29일 1차 집회와 20만명이 모인 지난 5일 2차 집회, 그리고 12일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줄곧 ‘비폭력’을 외쳤다. 12일 밤 내자동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한 일부 시민들이 경찰의 방패를 빼앗거나 차벽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집회’를 외치며 이들을 자제시켰다. 이모(44)씨는 “역사에서 비폭력은 언제나 가장 무서운 힘이었다”며 “권력을 놓지 못해 망설이는 박 대통령은 촛불을 든 시민들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이모(26·여)씨는 “너무 화가 나서 촛불집회에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하고, 대한민국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너무 힘들게 대학에 들어갔고, 취직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는데 이런 노력들이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은 배려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뿐 아니라 세종대로, 을지로, 청계로, 소공로까지 가득 메운 시민들은 행진이 시작된 12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청소를 이어갔다. 광화문 일대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이 많았다. 도로 곳곳에 시민들이 봉투에 담아 가지런히 모아놓은 쓰레기봉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6시쯤 세종대로 서울신문 앞부터 행진을 하며 쓰레기를 치우던 최모(25·여)씨는 “끝난 뒤에 쓰레기 하나 바닥에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정권이 국민의 위대함을 좀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모(43·여)씨도 12살 딸과 함께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그는 “처음 나온 집회인데 도착해서 사람들을 보니 마음 뭉클하다”고 말했다. 딸 서모양은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신난다.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한 페이지에 나도 동참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다”면서 흥미로워했다. 집회가 종료되고 거리를 정리하는 환경미화원에게 일일이 찾아가 음료수를 건넨 20대 여성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31·여)씨는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세종문화회관 일대 쓰레기를 샅샅이 주웠다. 이씨는 “학생들은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촛불은 함께 부르는 노래다 촛불집회의 선두가 내자동 사거리에서 12일 오후 7시 30분부터 경찰과 7시간 넘게 대치하는 동안 뒤편은 한마디로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개사송’이 많았다. ‘아리랑 목동’의 유명한 후렴구 ‘야야~야야야야~’를 ‘하야~하야하야~’로 개사했고,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츠나비다’를 ‘그대는 아니다’로 바꿔 불렀다. 특히 ‘하야하야하야 하야하여라~’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하야송’이 단연 인기였다. 헌법 제1조를 가사로 만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많이 들렸다. 특히 12일 저녁 한 시민이 부른 ‘애국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저녁 9시 30분쯤 광화문광장에는 가수 이승환이 등장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등을 불러 거대한 콘서트장으로 변신했다. 남편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주부 서모(59·여)씨는 “집회는 투쟁만 외치는 걸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까 야유회에 나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영준(27)씨는 “가수 이승환이 더 좋아졌다. 집회가 아니라 공연장에 나온 것 같다”며 “다 함께 이승환 노래 따라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촛불은 놀이터다 공식 집회는 밤 10시 30분쯤 끝났지만,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만의 집회를 이어 갔다. 광화문 앞 사직로와 광화문광장 서쪽에서는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졌고,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현 시국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갔다. 회사원 이대승(32)씨는 “집에 가기 아쉬워서 사람들 구경하러 돌아다니고 있다”며 “역사책에서 민주항쟁 배우며 자랐는데, 오늘 집회가 역사책의 한 장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신동호(23)씨는 “공식 행사는 끝났지만 우리의 집회는 끝나지 않았다. 시민 1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강신 기자 xin@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지역민 화합·소통으로… 활짝 핀 난지한강공원

    지역민 화합·소통으로… 활짝 핀 난지한강공원

    “경의선 기차가 다니던 연남동을 추억하며 마을꽃밭을 꾸며 봤습니다. 꽃밭 가운데 가상의 연남역을 짓고 그 뒤로 철길도 만들어 이름을 ‘연남동 추억의 정원’이라 지었죠.” 서울 마포구가 ‘한강공원, 주민 스스로 가꾸는 마을꽃밭 조성 사업’ 경진대회를 통해 꽃밭을 잘 가꾼 최우수 동네로 ‘연남동’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연남동 주민들은 기차역과 경의선 철길을 만들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마을꽃밭 조성 사업은 꽃밭 가꾸기를 통해 아름다운 한강공원을 조성하고 주민 간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지난 4월 난지한강공원에서 16개 동, 4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별로 나눈 약 10평의 부지에 항아리, 폐타이어 등 각종 소품을 이용해 꽃밭을 디자인했다. 심사는 지난 6개월간 지속적으로 전문가들이 현장 심사와 유지관리를 나눠서 평가했다. 주민들은 꽃밭의 디자인 설계부터 꽃묘 식재, 급수작업, 제초작업, 주변청소 등의 유지관리까지 직접 맡았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높은 수준의 관리로 이어졌다. 향기로운 치유 장소로 주민 사이에 소문이 났고 난지한강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마을꽃밭 근처에서 가족모임을 하거나 야유회, 통·반장 회의 등을 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려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가능하다”면서 “녹지공간은 삭막한 도시환경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도시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맞춤 일자리·교육 동아리·명품 관광지… ‘희망 달서’가 뜬다

    [자치단체장 25시] 맞춤 일자리·교육 동아리·명품 관광지… ‘희망 달서’가 뜬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의 하루는 너무 짧다. 이 구청장은 오전 7시만 되면 자택에서 나온다. 그가 향하는 곳은 시민단체 행사와 종교 행사는 물론이고 주민자치위원회의 단합행사 등이다. 하루 4~5개 행사에 참석한 뒤 구청으로 출근한다. 이 구청장을 동행 취재한 지난 13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이곡경로당 야유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유회를 가기 위해 성서우체국 앞에 모여 있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이어 신당동에 있는 각종 단체 단합행사, 광복회 대구달서구지회 행사, 실무 리더 공무원 역량 교육 등의 행사 자리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 구청장이 강행군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 4·13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만큼 임기가 다른 단체장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두 배 더 열심히 해야 똑같아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전 9시 구청장실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각 과에서 올라온 서류도 결재했다. 결재를 마치자마자 송현2동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 동주민센터로 이동했다. 취임 이후 구정 현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현장 행정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동 현장을 방문해 주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22개 동 중 19번째다. 이 구청장은 30여명의 참석 주민들에게 구정 운영 방향과 업무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또 송학주택 재건축 정비 사업과 경로당 신축 등에 대한 주민들의 건의 사항을 들었다. 이 구청장은 “주민을 섬기는 자세로 항상 소통하고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듣고 있다”면서 “구청장이 바뀌니 뭔가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기대감을 심어 줘야 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드림스타트 사업’ 98.32로 전국 1위 오전 11시에는 달서구청 앞마당에서 드림스타트 최우수 기관 현판식을 했다. 달서구는 보건복지부 ‘드림스타트 사업 평가’에서 98.32로 최고 득점을 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드림스타트는 취약계층 아동 맞춤 통합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으로, 2010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이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취약계층 아동들이 밝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 확대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사시대 테마공원 2020년까지 조성 오찬 직후 선사시대 테마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는 월성, 진천, 상인동 일대를 방문했다. 이 사업은 2만년 전의 역사를 가진 이 일대에 선사시대로를 조성하고 선사문화체험관 등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추진된다. 다음달 21일에는 선사문화축제가 개최된다. 이 구청장은 선사시대로 탐방 코스 조성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에게 지역 명품 관광지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공사해 달라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에는 공약 사항 실행 계획 검토 보고회를 주재했다. 이 구청장은 핵심 선거 공약으로 ‘희망 달서 2030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달서구민들의 염원인 새 희망의 출발과 제2의 달서구 도약을 위해 내세운 공약이다. 이 공약은 ‘희망창조경제 프로젝트’ ‘일등 교육 프로젝트’ ‘공감 복지 프로젝트’ ‘맞춤형 문화·학습 프로젝트’ ‘그린 달서 프로젝트’ 등 5개 분야 28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희망창조경제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활성화 등 골목상권을 살리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자립 기반을 도우며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이 구청장은 지역 대학과 공단, 공공기관, 근로자가 함께하는 일자리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방과후활동·외국어 학습 환경 지원 일등 교육 프로젝트는 방과후활동 지원과 외국어 학습 환경 조성, 평생학습 환경을 위한 동아리 활성화 등이 주요 사업이다. 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종교기관, 민간 문화센터 등을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맞춤형 문화·학습 프로젝트와 지역을 자연이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그린 달서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임기 내에 마무리한다는 게 이 구청장의 의지다. 그의 공약 중 1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공감 복지 프로젝트는 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가려진다. ●어르신들 위한 안정적 일자리 발굴 오후 4시에는 달서인재육성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지역 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장학증서 전달식에 참석했다. 오후 5시에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장인 용산동 ‘웃는 얼굴 어르신 행복일터’를 방문해 일하는 노인과 사업장 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 구청장은 “지역 실정에 맞는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청으로 돌아오자 오후에 올라온 결재 서류 10여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를 철저히 검토한 뒤 결재를 마무리했다. 그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열리는 ‘장미꽃 필 무렵 축제’ 개막식에 가야 했다. 오후 7시에 열리는 개막식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 구청장은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했다. “취임 후 지금까지 식당에서 편안하게 저녁을 먹은 경우가 몇 번 되지 않는다. 내가 조금 고생을 하더라도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 축제는 123종 1만 7000여 그루의 장미가 심어진 이곡분수공원에서 3일간 열렸다. 행사 개막식이 끝난 뒤 이 구청장은 다시 구청장실로 돌아와 혼자 일정을 정리하고 다음날 업무를 검토했다. 비서실 직원도 퇴근한 상태였다. 청장실 시계는 오후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길었던 하루 일과를 끝내고 이 구청장은 자택으로 향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음악의 신2 탁재훈, 마지막 키스 “아까 해 뜰 때” B1A4 진영은? ‘충격’

    음악의 신2 탁재훈, 마지막 키스 “아까 해 뜰 때” B1A4 진영은? ‘충격’

    방송인 탁재훈이 ‘마지막 키스’ 질문에 능청스러운 대답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19일 방송된 Mnet ‘음악의 신2’에서는 탁재훈, 이상민, 나인뮤지스 경리, B1A4 진영 등 LTE 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이 야유회를 떠난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고 진영에게 “마지막 키스가 언제냐”고 물었다. 진영은 “진짜 오래됐다. 연습생 시절”이라고 답했고 경리는 “진짜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다. 이에 진영이 “옛날에..”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고 B1A4의 ‘이게 무슨 일이야’가 흘러나왔다. 이상민은 “막장 드라마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리는 탁재훈에게 “오빠는 언제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상민은 “아까 오기 전에”라고 놀렸고 탁재훈은 “지금 몇시냐. 아까 해뜰 때”라고 받아쳐 폭소케 했다. 이어 “집에는 같이 안 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Mnet ‘음악의 신2’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新국토기행] 함평천지가 나빌레라

    [新국토기행] 함평천지가 나빌레라

    나비와 한우의 고장인 함평군은 한반도의 서남단에 있는 전남도 서해안의 북서부에 자리잡았다. 동쪽으로 나주시와 광주시 광산구와 접해 있고 남쪽으로 무안군, 북쪽으로는 영광군과 장성군이 인접해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 등 교통 편의 시설도 좋아지면서 거리적 부담감도 훨씬 줄어들었다. 함평은 호남가(湖南歌) 첫머리가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될 만큼 예부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농경지가 많아 평온하고 풍요롭다. 또 비옥한 농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청정 갯벌이 선사하는 낙지와 숭어, 구제역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함평천지한우로 유명하다. 이렇듯 함평은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의 보고이다. 함평은 친환경농축수산업을 선도하면서 나비축제와 국향대전을 통해 군 단위의 한계를 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률 90%인 동함평일반산업단지 등 2500억원의 생산 효과가 기대되는 녹색산단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볼거리 ●세계가 인정한 함평나비대축제 1999년 이래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는 전국 봄 축제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함평의 대표축제다. 올해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10일간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열린다. ‘나비’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함평군은 ‘생태관광도시’, ‘친환경농업군’ 등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매년 30만여명이 찾는다. 나비축제는 온 가족을 위한 축제다. 아이들을 위한 야외나비날리기, 가축몰이,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큰 인기를 끈다. 재선인 안병호 함평군수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경제축제로 지향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거듭, 나비축제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다. 세계축제협회에서 2011년 4개 부문 금상 수상, 2012년 7개 부문 수상 등 2년 연속 피너클어워드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세계축제협회로부터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다. 함평나비대축제는 금산인삼축제와 더불어 일몰제가 적용돼 앞으로 최우수 축제에 선정될 수 없어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순금 162㎏ 황금박쥐 빛나는 엑스포공원 나비대축제와 국향대전이 열리는 함평엑스포공원은 여름엔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자연생태관, 나비전시관, 황금박쥐생태관이 있다. 황금박쥐생태관은 693㎡ 규모로 멸종위기 희귀동물인 황금박쥐가 함평에서 서식하는 점을 활용해 박쥐의 생태체험 및 야생 희귀동물 보존 등을 알리기 위해 조성했다. 동굴처럼 디자인한 전시관과 함평 야산 동굴에서 162마리의 황금박쥐를 발견한 점에 착안해 만든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박쥐 분류와 생태, 박쥐의 응용분야 및 전통 속의 박쥐 등 박쥐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함평군립미술관과 주제관, 특별전시관 등도 관람할 수 있다. 엑스포공원을 껴안고 흐르는 함평천 생태하천에서는 봄에는 유채와 철쭉,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철 따라 아름다운 장관이 연출된다. 매년 10월 말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은은한 국화향기에 취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가을축제다. 2014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광역자치단체는 5억원, 기초단체는 3억원 이상 쓴 전국 395개 축제 가운데 국향대전은 투자 대비 가장 높은 78% 수익률을 거둬 평균 28.2%의 2.8배가량이나 됐다. ●666마리 양서·파충류 보금자리 생태공원 함평자연생태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랗게 똬리를 튼 황구렁이가 알을 품은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커다란 뱀 모형 전시관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높이 16m, 너비 48m의 이 뱀 모형은 함평군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전시관이다. 이곳은 8만 5000㎡의 부지에 연면적 2673㎡ 규모로 별관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2층의 전시관을 갖췄다.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등 국내 종과 함께 킹코브라, 사하라살모사, 돼지코뱀 등 89종 666마리의 양서·파충류를 볼 수 있다. 특히 별관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초록색과 노란색 애너콘다 2종 7마리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섬마을 선생님’ 한자락 흥얼거릴 안악해변 국민가수 이미자씨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운 안악해변은 5월이 되면 월천방조제를 따라 수만 그루의 희고 붉은 해당화 꽃잎들이 옛 여인의 고운 치맛자락처럼 해풍에 살살 팔랑거린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한적한 안악해변은 황혼 무렵의 해넘이가 일품이다. 함평만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무안 해제반도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이 짙은 감흥을 선사한다. 아름답게 조성된 해당화 꽃길을 따라 들어간 안악해변에 처음 발을 들여 놓으면 길이가 100m 정도 되는 은빛 백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인다. 백사장을 에워싼 울창한 소나무 숲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줘 여름철 피서객들의 휴식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함평만 갯벌에서 나오는 싱싱한 숭어, 세발낙지, 보리새우 등은 여름철 미각을 돋군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매년 해변 개장 기간에는 바닷가의 솔밭과 바로 옆에 펼쳐진 너른 갯벌 속에 어린이 풀장을 만들어 무료 개방한다. 월촌 어촌계에서 660㎡ 뻘웅덩이에서 진행되는 뱀장어잡기행사 또한 흥미진진하다. 야유회나 친목회 등을 위해 축구장·족구장·배구장·농구장이 항상 열려 있다. 저녁에는 손전등만 가지고 지천에 깔린 게를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려 돌다리 원형 간직한 고막천 석교 일명 ‘똑다리’로 불리기도 하는 보물 제1372호인 고막천 석교는 우리나라 돌다리 원형을 가장 잘 간직했다. 고려 원종 14년(1273년) 고막대사가 도술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돌 자르고 짜 맞춘 솜씨가 뛰어나 선조의 기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수 세기 동안 거센 물살과 태풍, 홍수도 이겨내고 옛 모습 그대로 버티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中청사 재현한 함평 상해임시정부 청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조직된 후 활동하다 1940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충칭으로 이전했다. 함평 상해임시정부청사는 중국의 청사를 그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책상, 침대, 각종 소품 등을 중국 현지에서 그대로 제작했다. 청사 1층 내부로 들어서면 임시정부 회의실과 빛바랜 태극기,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엌과 화장실을 볼 수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가면 조국 광복을 위해 애썼던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요인들이 근무하던 정부집무실이 있다. 3층에는 이봉창,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이 임시숙소로 이용했던 침실을 재현했다. 임시정부 청사 옆에 있는 독립운동역사관에서는 그 시대 생활과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기록들을 볼 수 있다. 당시 일제가 자행한 야만적인 고문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고문도구와 사진기록을 볼 수 있어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해 힘쓴 독립운동들의 뜻을 되새길 수 있다. 청사 바로 옆 김철기념관은 호남을 대표하는 김철 선생의 애국정신을 재조명하고 호국충절 정신을 계승하는 교육의 장이자 문화의 장이다. 김철 선생은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이봉창·윤봉길 의사 의거를 주도하고 김구·안창호 등과 시사책진회·한국독립당 등 독립운동 단체를 조직해 활동하다 1934년 중국 항저우에서 48세 일기로 타계했다. 임시정부 청사 뒤편에는 김철 선생의 부인 김씨가 “부군이신 선생께서 가족 걱정 없이 오로지 독립운동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는 죽는 길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목을 매 자결한 단심송(또는 순절소나무)이 서 있다. >> 먹거리 ●나비만큼 ‘유명 인사’ 함평천지한우 요즘은 함평 하면 ‘나비축제’를 먼저 떠올리지만 원래 한우로 유명하다. ‘함평 큰 소장이 전남 소 값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금도 비교적 큰 규모를 유지하는 우시장이 있다. 함평에는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함평천지한우가 있다. 2006년부터 매년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선정됐다. 특히 우수축산물 브랜드 선정을 시작한 2005년 첫해를 제외하고 광주·전남 지역에서 매년 선정된 것은 함평천지한우가 유일하다. 함평군축협이 직접 만든 섬유질사료, 발효사료로 사육해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나고 부드러운데다 담백해 최고급육으로 평가받는다. 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생고기 비빔밥을 추천한다. 육회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진 맛이 최고다.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 선짓국이 곁들여져 나오는 게 특징이다. 2008년 전국 최초 한우특구인 ‘함평 천지한우산업특구’가 내년까지 5년 더 연장돼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반도 마련했다. ●새끼 우렁이 농법으로 키운 함평 쌀 함평 쌀은 새끼우렁이 농법으로 키워 맛과 품질이 뛰어나 고품질 브랜드 평가에서 전국 2위를 달성했다. 4년 연속 총 8회에 걸쳐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에 선정됐다. 서울과 광주 등 대도시 초·중·고에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는 등 친환경농업 입지도 굳히고 있다. 군은 단지별로 농가계약 재배로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고 지속적으로 농가 재배교육, 기술지원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친환경농업 강화에도 힘써 3년 연속 친환경 농업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친환경 농법 재배·엄선한 복분자 레드마운틴 함평은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이 10% 정도 높다. 토양이 중성 또는 약산성으로 작물 재배에 적합하다. 이곳에서 자란 복분자 당도가 타지역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마운틴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이 복분자를 엄선해 만든 복분자 와인이다. 1년 이상 클래식음악과 함께 숙성시켜 만들어 풍미 있고 감미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12도로 순해 여성들도 좋아한다. ●해외로 수출하는 단호박 함평은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단호박 주산지다. 달콤하지만 칼로리가 낮은데다 비타민과 섬유소 등 영양분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요즘에는 전자레인지에서 5분 남짓 익혀 껍질째 바로 먹을 수 있는 미니밤호박도 영양간식 및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다. 일본·싱가포르·뉴질랜드 등에도 수출한다. ●세계 5대 갯벌서 채취한 낙지와 낙지 물회 함평지역은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다운 곳으로 갯벌이 발달했다. 세계 5대 갯벌로 게르마늄이 함유된 함평만에서 잡히는 낙지는 신선함과 맛이 살아 있어 함평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낙지 물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즐겨 먹었을 정도로 일품이다.
  • [생활정책 Q&A]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은

    [생활정책 Q&A]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은

    산재보험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신속하게 보상하고 사업주에게는 재해 발생 시 보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국가에서 관장하는 사회보험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정부를 대신해 사업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며 산업재해로 부상·사망한 근로자와 가족에게 보험급여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회식이나 야유회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21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했다. Q. 업무상 재해의 요건은. A. 근로자가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다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했을 때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한 업무를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수행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거나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의 결함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당했을 경우입니다. 사고와 근로자의 피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때, 근로자의 고의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가 아닐 때 업무상 재해 판정을 내립니다. 단,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거나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인 근로자가 정신장해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Q. 회식 뒤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으려면. A. 각종 판례에서 중요한 부분은 회식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근로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과음했는지, 회식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했는지 여부입니다. 다만 한 가지 사항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직원 2~3명의 친목모임이거나 2차 회식 장소에서의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거래처 직원과의 회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판례가 있습니다. Q. 운동경기나 야유회, 등산대회 중 사고도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을 수 있는지. A. 사회 통념상 근로자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의 노무관리 또는 사업 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해로 인정합니다. 다만 그 범위는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행사에 참여하는 근로자를 출근하는 것으로 처리하거나 행사에 참여하도록 지시하는 경우, 사전 보고를 통해 사업주의 참가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사고 시 재해 판정을 받게 됩니다. Q. 출퇴근 중의 사고에 대해 재해 인정을 받으려면. A. 근로자가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로 피해를 당했을 경우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으려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에서 사고가 났거나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 이용권을 사업주가 갖고 있어야 합니다. 즉, 근로자 본인 소유의 자가용을 이용하다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판타지 동굴·도심공항터미널 연계… 지역경제 광명찾는 도시

    [자치단체장 25시] 판타지 동굴·도심공항터미널 연계… 지역경제 광명찾는 도시

    지난 22일 오전 6시 10분.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 정문에 어둠을 뚫고 말끔한 정장을 한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권력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특종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서울 광화문에서 10년 전 자취를 감췄던 양기대 광명시장이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10분 뒤 도착한 곳은 동네 대중목욕탕. 2004년 정치를 하기 위해 광명에 몸을 의탁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건강 습관’이다. ‘양 시장이 매일 목욕탕을 다닌다’는 소문이 나자 민원 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목욕탕에 머무른 시간은 꼭 한 시간.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관용차가 기다린다. 승차하자마자 품속에서 한 뭉치의 서류를 꺼내 살펴본다. 얼핏 보니 하루 시간계획이 빼곡하다. 오늘은 매주 1회 열리는 ´주간정책평가 현장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전 7시 28분, 7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소하동 52사단 정문 앞. 실·국장 등 관련 부서 간부급 직원들이 먼저 와 있었다. 사단 진입도로 중앙녹지대 철제 펜스 철거를 논의했고, 철거에 의견이 모였다. 정문 좌우 개발제한구역에 20~30년 전부터 들어선 불법 시설물들도 법치질서 확립과 형평성 차원에서 철거하기로 했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양 시장은 “모두 철거하고 정비하면 또 하나의 상전벽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으로 가는 길에 기아자동차 앞 주공1단지 노인들이 야유회를 떠난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 무엇을 싸간 것도 아닌데 모두 반갑게 맞아 준다. 이제 오전 8시 45분이 넘었다. 일찍 시작하니까 시간이 넉넉하다. 서류 결재를 30여분간 했을까. 일자리창조허브센터에서 열리는 사회적경제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수료식으로 줄달음친다. 이동 중에 그는 “일자리 창출과 교육 관련 행사에는 될 수 있으면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36명의 코디네이터에게 일일이 수료장을 전달했다. 이들이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지원한다. 수료식이 끝나기도 전에 광명동굴 판타지관에 설치된 용 조형물 제막식장으로 직행했다. 길이 41m, 무게 800㎏의 이 용은 ‘호빗’,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3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테일러 경과 존 라일리 주한 뉴질랜드 부대사, 이장호 영화감독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아직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 용이 광명동굴을 더욱 환상적이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만들 것이다. 광명동굴은 인구 35만명의 광명시가 확보한 유일한 관광시설이다. 앞으로 광명KTX역에 도심공항터미널이 완공되고 국제디자인클러스터 조성 등 각종 역세권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관광객 유치가 가능해져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X광명역세권에는 이케아 등 대형 업체가 입점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우려가 컸으나 1년쯤 지나자 없어졌다. 광명사거리에서 개봉교까지 이어지는 가구문화 거리는 시가 공영주차장을 만들고 상인들이 노력하면서 이제 31개 점포 중 약 80%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제막식 후 양 시장은 동굴 내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국제 판타지 콘셉트 디자인 공모전의 성공적 개최와 두 도시 간 행정·문화·예술·관광 분야 교류에 협력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어렵게 발걸음 한 테일러 경 일행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동굴을 나서자 한 무리의 등산객이 양 시장을 연호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길가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사업지구였다. 정책 변경으로 이 사업이 무산됐지만 중장기적으론 광명시에 잘된 일이다. 그는 이곳에 첨단산업 및 물류단지를 유치할 생각이다. 벌써 경기도가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있다. 점심을 마치자마자 양 시장은 광명역 KTX회의실로 달려갔다. 오후 2시 40분에 열리는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 구축을 위한 3개 기관 양해각서 체결’이 있기 때문이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이종철 ㈜한국도심공항 사장,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악수하며 환담을 했다. 광명역에 공항 외에서 출국 수속과 수하물 처리를 할 수 있는 도심공항터미널이 서울 삼성동과 서울역에 이어 세 번째로 생길 경우 광명역 이용객 수 증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한결 수월해져 역세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효과를 잘 알기에 양 시장은 도심공항터미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동안 3개 기관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공교롭게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들은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된다. 오후 결재를 위해 시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회복지협의회가 농협 광명시지부 앞에서 여는 행복나눔바자회에 들렀다. 양 시장이 내놓은 로봇인형은 오전에 절판됐다며 내년에 더 기부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생업으로 바쁠 텐데 이웃을 돕겠다고 종일 길거리에서 서성거린 회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양 시장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며 ‘사람중심 행복도시 광명’을 민선 6기 시정목표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맘 편한 안전사회, 참 좋은 일·배움·쉼터·누리는 문화·복지, 상생의 창조경제 등 네 가지 역점 시책을 발표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주민복합시설을 늘리고 동별로 복지·보건·고용 등을 통합 지원하는 ‘복지동(洞)’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이제 교육 문제로 목동·평촌으로 떠나던 시민들이 광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북 군위군

    [新국토기행] 경북 군위군

    경북 군위는 경북의 지리적 중심이고 대구와 맞닿아 있지만 오지 아닌 오지로 남아 있다. 면적(614.24㎢)은 서울보다 넓지만 인구는 420분의1인 2만 4000여명에 불과하다. 주민 절반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남쪽의 팔공산맥이 동서로 뻗어 농산촌을 이룬다. 산이 깊고 물 맑은 고장이다. 수확의 계절이자 단풍철인 요즘 군위는 고즈넉한 농산촌의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인공미를 뺀 자연 그대로의 정취에 빠질 수 있다. 내륙에서는 찾기 어려운 아름다운 돌담길이 있고 추억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간이역과 세트장이 동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삼존석굴, 인각사, 사라온 이야기마을, 화본역, 김수환 추기경 옛집 등을 찾으면 신라, 고려, 조선, 근대, 현대 역사문화를 한꺼번에 여행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대구·경북의 진산 팔공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을 갖춘 부계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볼거리] ●새 랜드마크 ‘사라온 이야기마을’ 지난 2일 문을 연 군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역사문화 재현 테마공원(1745㎡)이다. 군위의 옛 지명인 적라(赤羅)촌, 적라청, 적라골로 구성됐으며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적라촌에는 민가를 비롯해 주막, 한의원, 서당, 도화원, 다원, 기생학교, 점집, 동제당 등 다양한 전시체험시설이 마련됐다. 적라청은 관청과 마을의 분쟁을 다스리고 백성의 안전을 지키는 관리들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적라골은 왜적 침략에 맞선 용맹한 의병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다음날 첫 평일 휴무), 관람료는 없다. ●‘제2석굴암’ 국보 109호 삼존석굴 부계면 남산리에 있는 군위 삼존석굴(국보 제109호)이다. 7세기 말에 조성된 석굴로 경주 석굴암보다 100년 이상 앞서고 우리나라 석굴사원 가운데 유일하게 자연 암벽을 이용한 점이 특징이다. 경주 석굴암의 모태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석굴 안에는 본존불인 아미타불이 가부좌한 모습으로 있고 양옆으로 대세지보살, 관음보살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석굴의 명성은 경주 석굴암에 뒤진다. 1920년대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제2석굴암’으로 불린다. 경주 석굴암의 형뻘이지만 두 번째 석굴암이 돼 버렸다. ●돌담길에 안긴 ‘육지 속 제주도’ 한밤마을 팔공산 자락 북쪽 끝머리의 작은 마을로 부림 홍씨 집성촌이다.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돌담길이다. 이 돌담길은 마을 전체를 감싸면서 6.5㎞ 정도 굽이굽이 이어진다. 처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육지 속의 제주도’라고도 하고, 마치 ‘제주도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이 돌들은 1930년 대홍수 때 팔공산에서 마을로 떠내려왔는데 그 엄청난 돌들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집집마다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가을이면 돌담길이 길섶에 빨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로 선정하기도 했다. 마을 입구 소나무숲은 예부터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으로 동제를 드리는 솟대가 있는 신성한 곳이다.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뽑힌 화본역 산성면 화본리에 있는 간이역으로 연간 4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다. 193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데다 수려한 주변 경관과 잘 어울려 네티즌이 뽑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될 정도다. 1936년에 완공된 중앙선 화본역은 증기기관차가 달리던 1950년대까진 꽤 북적거리는 역이었다. 지금은 경북관광 순환테마열차를 포함해 상·하행선 하루 세 차례씩 총 여섯 차례 정차한다. 역사 옆에는 박해수 시인의 ‘화본역’ 시비가, 시비 앞엔 삼국유사의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커다란 이야기책이 놓여 있다.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한 레일카페도 생겼다. 선로 옆 이끼가 끼고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급수탑은 독일 동화 ‘라푼젤’에 나오는 탑 같다.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추억의 박물관 화본역 맞은편의 폐교된 산성중학교는 1960, 70년대 풍경으로 재현됐다. 교실 2개의 공간을 합쳐 하나의 동네로 만들었다. 공중전화가 딸린 동네 어귀의 구멍가게를 비롯해 전파상과 만화방, 이발소, 연탄가게 등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골목 반대편에는 당시의 교실이 재현돼 있다. 마을 안 담장은 단군신화와 주몽, 도화녀와 비형랑 등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벽화로 채워졌다. 마을 안에는 철도 관사와 옛 정미소, 1962년 문을 연 다방 간판, 고인돌 등도 있다. 추억의 소품창고에는 포니 자동차와 타자기, 아이스케키통, 잡지와 포스터 등 다양한 소품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500원이고 365일 개방한다. ●‘삼국유사가 완성된 천년고찰’ 인각사 고로면 화북리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11년(64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과 선덕여왕 12년(64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 두 가지가 있다. 고려 후기의 대표적 고승인 일연(1206~1289) 스님이 생애의 마지막 5년여를 머물면서 우리 민족의 고전인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일연 스님의 비석과 부도가 남아 있다. 특히 비석은 충렬왕의 명으로 당대 문장가(민지)가 지은 글을 7년에 걸쳐 왕희지체 글자(4050자)를 모아 1295년 세운 것으로, 보물 제428호 보각국사비다. 매년 8월 ‘삼국유사문화축제’를 통해 일연 스님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故김수환 추기경 8년 머물던 옛집 군위읍 용대리에 있다. 돌계단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 위에 오르면 소박한 초가집이 있다. 김 추기경이 네 살 무렵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사한 가족을 따라와 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대구가톨릭대 전신)에 진학할 때까지 8년여간 살았던 곳이다. ‘초가삼간’이란 말 그대로 집(36.5㎡)은 작은 방 두 칸과 부엌이 전부다. 너무 낡고 오래돼 붕괴 위험이 있어 옛집을 헐고 같은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지었다. 벽에는 김 추기경의 사진과 그가 남긴 글을 적은 액자가 걸려 있다. 추기경은 생전에 가끔 이곳을 찾아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2009년 2월 추기경 선종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천주교 신자와 일반인 등 10여만명이 다녀갔다. [먹거리] ●16년 연속 수출길 오른 ‘황금배’ 팔공산 자락에 있는 산성면이 주산지다. 맑은 물과 깨끗한 토양, 적당한 강수량,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배해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농무성 검역을 뚫고 올해까지 16년 연속 수출길에 올랐다. 당도가 12~13브릭스로 신고배에 비해 1~2브릭스 낮고 크기가 400g 정도로 100g가량 적은 반면 껍질이 얇고 과즙이 풍부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식감 또한 부드러워 젊은 층이 선호한다. 산성면 화전리 일대 20여 농가가 1996년 영농조합법인 군위황금배수출단지를 설립하고 연간 20㏊에서 황금배를 재배해 10억원가량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생식용 생산량 전국 최대 ‘가시오이’ 군위는 시원하게 아삭거리는 생식용 가시오이의 전국 최대 생산지다. 200여 농가가 120여㏊에서 연간 1만 5000t(전국 생산량의 50%)을 생산한다. 군위 가시오이는 농가들의 재배 노하우 등으로 상품성이 뛰어난 가시가 많고 모양이 곧으며 녹색이 진한 게 특징이다. 비타민C와 칼륨·칼슘·베타카로틴 등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해 숙취 해소는 물론 다이어트와 항암 효과, 중금속 등 유해물질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10㎝ 정도 크기의 꼬마오이도 생산한다. 꼬마오이는 등산객들이 생식용으로 애용하면서 체육대회나 야유회 등에서도 인기가 높다. ●1000여 농가 생산… 대표 임산물 ‘대추’ 군위의 대표 임산물이다. 1000여 농가에서 연간 2200t을 생산, 전국 대추 생산 2위를 차지한다. 의흥면과 산성면이 주산지다. 비옥한 사질토양에서 생산되는 군위 대추는 씨알이 일반 대추보다 3배나 더 굵어 왕대추 또는 상황대추로 불리며 명성을 얻고 있다. 생산과정에 퇴비를 많이 사용하는 군위 대추는 일조량이 많아 당도가 높고 맛도 우수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제품의 명성으로 ㈜한국인삼공사와 재배 계약(100t)을 맺어 농가 소득을 높이고 있다. ●16브릭스 당도 높은 ‘사과’ 팔공산 자락의 청정 지역인 부계면 동산리 일대에서 주로 생산된다. 사과를 가르면 황금빛의 꿀이 과육에 박혀 있다. 한번 맛본 소비자들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전국 사과 가운데 최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청송 사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좋으며 육질 또한 단단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평균 당도가 16브릭스로 높다. 특히 소보면 보현골에서 자란 샘물사과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완전 무농약’ 찰옥수수 ‘옥수수 박사’로 잘 알려진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이 개발한 ‘슈퍼 옥수수’를 군위의 기후와 토양에 알맞게 개량한 옥수수다. 토종 옥수수 맛이 나면서 이삭이 다른 옥수수보다 3배 정도 큰 다수확 품종으로 완전 무농약으로 재배된다. 검정 또는 보라색 찰옥수수는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돼 있어 암,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보면 일대 130여 농가가 연간 250t을 생산한다. 이 중 30여 농가가 군위 찰옥수수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해 가공, 판매한다. 이 법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을 안전하게 생산·제조하는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업체로 지정받았다. 손태원(66) 대표는 “미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지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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