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야스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존슨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해상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여사장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신구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76
  • 예술가와 마주하다 사랑의 의지가 솟았다

    예술가와 마주하다 사랑의 의지가 솟았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헤더 로즈 지음/황가한 옮김/한겨레출판/412쪽/1만 4800원‘쿨’이 넘쳐서인지 사랑 얘기가 귀하다. 황인찬 시인은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중)고 했는데. 너무 귀해서 감히 엄두를 못 내는 것인지 너무 흔해서 하찮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추천사 장인’ 김현 시인이 쓴 “이 소설은 감히 당신을 ‘모든 형태의 사랑을 해내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다. 소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헤더 로즈가 세게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 2010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예술가와 마주하다’에서다. 관객들이 줄을 서서 마리나와 마주 앉는 것이 전부인 이 공연을 3주간 관람하고 4번 의자에 앉았던 작가는 애초에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려던 계획을 틀어 실제 마리나를 등장시킨다. 소설에는 공연에서 마리나와 마주했거나,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얘기가 각 장마다 펼쳐진다. 영화 음악 작곡가 아키 레빈, 전직 미술 교사 제인 밀러, 레빈의 지인이자 미술 비평가인 힐라야스, 암스테르담에서 온 입양아 출신의 박사과정생 브리티카 등이다. 레빈은 투병 중인 아내 리디아의 뜻에 따라 의료 대리인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아내와 딸과 함께했던 삶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우울증에 빠진다. 아내의 칫솔 없이는 자기 칫솔도 구분하지 못하는 레빈이건만, 아내는 단호하게 말한다. “난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나를 돌보면서 당신까지 돌볼 순 없어.”(105쪽) 아픈 몸으로 레빈과, 레빈의 예술 작업을 돌볼 수는 없다는 선언이었다.소설 속 여성인 리디아도, 마리나도 지극히 극기하는 삶을 산다는 점에서 소설은 페미니즘적 서사를 지닌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마리나는 밀로셰비치 치하의 조국이 종교적 피바다로 변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내용의 고행에 가까운 작품으로 승화해 선보인다. 한편 리디아에게서 마냥 돌봄을 받던 인물인 레빈이 선보이는 다음 행보에서는 ‘페미니즘 그 너머’를 시사하기도 한다. 마리나에 대한 짧은 전기이자 그의 작품을 겪은 관람객들의 방대한 리뷰이기도 한 소설은 끊임없이 오늘날 예술과 사랑의 역할을 묻는다. ‘예술가와 마주하다’ 같은 작품이 주는 역할은 비평가 힐라야스의 말을 빌면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예술가의 역할은 우리를 자극하고 색깔이나 질감이나 내용으로 시선을 끄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략) MoMA의 아브라모비치는 미래의 예술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방안이다. 어쩌면 예술은 우리에게 사색, 심지어는 정지의 힘을 일깨우는 뭔가로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201~202쪽) 한편 사랑의 역할은 이렇다. ‘사랑은 많은 것의 원인이 된다. 일련의 생물학적, 화학적 상호작용. 엄습하는 책임감. 낭만화되고 표면화되어 있던 정상성의 보이지 않는 압박. 생식에 필수적인 특정 형태의 결합. 고독을 방지하고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77쪽) 예술이라는 것의 효용은 결국 ‘고양’에 있는 듯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이나 그 밖의 다른 것을 깨닫거나 움직이게 하는 고양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여지없이 사랑이 예술을 지탱하거나, 예술이 사랑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게 ‘예술가와 마주하다’가 쏘아 올린 고양감으로 헤더 로즈는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을 썼고, 한국에서는 김금희 작가가 ‘너무 한낮의 연애’를 썼다. 소설 주인공 양희가 벌이는 관객과 무대에서 마주하는 그 연극 퍼포먼스는, ‘예술가와 마주하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열 번의 산책(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주관적인 행복의 의미를 탐구한 최초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과 욕망의 억압을 강조하던 스토아 철학자들과 달리 ‘삶의 환희’에 주목했고, 일상의 사소한 일에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개입을 강조했다. 320쪽. 1만 8000원.시일야방성대학(고광률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한국 사회 최고 기득권층으로 지목된 교수 사회의 권력투쟁과 모략을 그린 장편소설. 작가가 대학에서 30년간 실제 강의하면서 느끼고 고민한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짚어냈다. 사립대 총장 자리를 둘러싼 오너 일가와 전임 총장 간 대립, 그 과정에서 폭로되는 재단 비리 등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384쪽. 1만 4000원.문래 금속가공 공장들의 문장 디자인(강수경 지음, 미메시스 펴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 단지의 오랜 역사를 시각디자인화한 책. 문래동 기계금속가공 공장들이 수십년간 다져 온 삶의 방식을 이곳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된 시각예술가들이 심벌마크로 만들어 보여 준다. 408쪽. 1만 6800원.일곱개의 회의(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비채 펴냄) 일본 TV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원작자 이케이도 준의 신간 소설. 영업부의 만년 계장 야스미는 부서 에이스이자 직속 상사인 사카도의 폭언에 시달리다 그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한다. 결과가 뻔해 보이는 싸움에서 예상을 뒤엎고 사카도에게 대기 발령 조치가 내려지는데, 뜻밖의 처절한 파워게임이 도사리고 있다. 496쪽. 1만 4500원.인간다움의 순간들(이진숙 지음, 돌베개 펴냄) 르네상스 시대부터 21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 101명의 걸작을 세 권에 나눠 선보이는 ‘더 갤러리 101’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2013년부터 예술의전당 화요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한 저자는 미술사적 연대기와 지식에 바탕을 두는 한편 그림을 통한 에세이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456쪽. 2만 8000원.득음(배일동 지음, 시대의창 펴냄) 판소리 명창이 써 내려간 한민족 소리 개론. 소리의 근원인 숨부터 소리를 이루는 장단과 몸짓까지 평생 수련하면서 터득한 이치를 책에 담았다. 훈민정음의 원리와 음양오행 등 민족정신과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을 바탕으로 소리의 이론적 실체를 적었다. 552쪽. 3만원.
  • “햇살 16개 욱일기는 軍 상징… 올림픽 응원 말도 안 돼”

    “햇살 16개 욱일기는 軍 상징… 올림픽 응원 말도 안 돼”

    “전범 해군 계승한 日 자위대 쓰는 깃발 정교하게 접근해야 국제사회서도 인정 일왕 국가원수 만들면 野 견제 안 받아” 아베 정권 개헌 시도 의중에 우려 보여“욱일기 햇살은 몇 개일까요, 아는 분 계시나요?”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김창준아카데미 조찬포럼에 연사로 나온 한일 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질문을 던지자 순간 강연장에 정적이 흘렀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경기장 반입 허용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욱일기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진짜 욱일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스포츠행사에서 왜 욱일기를 쓰면 안 되는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 주위로 햇살이 퍼져 가는 문양을 한 욱일기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해외에서도 유사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하며 국제적인 여론전을 펴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욱일기는 햇살이 몇 개인지 정해져 있다. 문제가 되는 욱일기의 햇살은 16개로, 전범 해군을 계승한 일본 해상자위대가 쓰는 바로 그 깃발”이라며 “이는 16개 꽃잎으로 된 일왕 국화 문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를 본떠서 야스쿠니 신사 문양이 만들어졌고, 다시 욱일기로 계승된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적이기보다는 좀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국제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욱일기는 해상자위대의 깃발이고, 군의 상징”이라며 “군의 상징을 스포츠행사에 쓰는 경우는 없다는 논리로 (도쿄올림픽의 욱일기 응원 움직임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호사카 교수는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이 주도해 만든 평화헌법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적시된 일왕의 지위를 ‘국가원수이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바꾸려고 하는 아베 신조 정권의 개헌 시도가 어떤 의중을 갖는지도 설명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아베 정권의 가장 중요한 노림수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일종의 어명인 ‘칙령’을 일왕으로부터 얻기 위한 것”이라며 일왕을 국가원수로 만들면 극우파 정권은 오히려 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독도 문제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강제징용 역사 등 한일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2003년 한국으로 귀화했으며, 2009년부터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으로도 취임해 활동하고 있다. 글 사진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상 최강’이라더니…日축구, 올림픽 6개월 앞두고 감독 교체 논란

    ‘사상 최강’이라더니…日축구, 올림픽 6개월 앞두고 감독 교체 논란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내걸었던 일본 축구계가 초비상에 빠졌다. ‘사상 최강세대’로 불리는 이번 대표팀의 활약에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지만, 거듭된 졸전으로 올림픽을 불과 6개월 정도 앞둔 가운데 감독 교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일본 대표팀은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치러진 15일 카타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1대 1로 비기며 단 한 번의 승리도 기록하지 못하는 ‘참사’를 냈다. 이에 분노한 많은 축구팬들은 모리야스 하지메(52) 감독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상당수 축구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스포츠 평론가 자이토쿠 겐지는 “현재 대표팀은 기본이 되는 전술이 확립돼 있지 않다. 감독은 선수들을 어떻게 조리해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레시피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모리야스 감독은 그게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리야스 감독이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이끌며 J리그에서 3차례 우승을 했지만, 개별 팀에서 선발된 선수들을 데리고 하는 대표팀 감독은 그것과는 다른 얘기다. 감독이 밀어붙이는 힘이 약하다 보니 선수들이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허둥지둥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올림픽 대표팀 감독 적임자가 있다면 바꾸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스포트 라이터 가베 기와무도 “모리아스 감독은 성실하긴 하지만, 선수들을 대하는 데 있어 냉정함이 부족하고 승부처에서의 지휘능력도 좋지 않다”며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요코우치 아키노부 현 코치를 승격해 임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축구 저널리스트 오스미 요시유키는 “이번 AFC 대회에서의 경기들이 기대 이하여서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대표팀이 약해서 조별예선에 탈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모리야스 감독을 옹호했다. 그는 “상대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나온 반면 일본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동 출전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 자격 여부가 걸린 이번 대회에서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하게 된 것”이라며 “감독도 선수들도 많은 것을 배웠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제5의 중일 정치문서/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제5의 중일 정치문서/황성기 논설위원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사안이 발생하면 중국 외교부가 흔히 발표하는 코멘트 중 하나가 “정치문서 4개의 원칙과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이다. 4개의 정치문서는 1972년 중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한 이래 양국이 합의한 성명, 조약, 선언을 일컫는다. 저우언라이 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수교와 동시에 발표한 ‘중일공동성명’이 제1의 문서다. 중국이 일본에 전쟁 배상 청구를 포기한다는 게 핵심이다. 모든 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제2의 정치문서 ‘중일평화우호조약’이 체결된 것은 1978년이다. 조약 체결 직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의 실력자 덩샤오핑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우리들은 이 문제를 풀 지혜가 모자란다. 다음 세대에 맡기자”는 발언을 함으로써 중일 영토분쟁의 불씨를 잠시 잠재웠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1998년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합의한 ‘중일공동선언’이 제3의 정치문서인데, “중국 침략으로 중국 국민에게 재난과 손해를 끼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은 반성을 표명한다”는 일본의 역사 인식을 담았다. 제4의 정치문서는 2008년의 ‘중일공동성명’으로, 후진타오 주석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에 합의한다. 이들 4개 정치문서가 침략과 피침략의 역사를 지닌 중일이 48년간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바탕이 됐다. 쿵쉬안유 주일 중국대사는 지난해 “벚꽃이 만개할 무렵 시진핑 주석의 일본 국빈방문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8년 아베 신조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때부터 새로운 중일관계를 위한 제5의 정치문서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일본의 난색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다시 정치문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이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러 중국 시안에 가 있다. 중국은 일본보다 몸이 달은 모습이다. 장쩌민·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때 정치문서가 나온 만큼 시 주석 국빈 방문에서는 기존 문서를 뛰어넘는 문서를 업적으로 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중국이 주창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나 인류운명공동체를 넣고 싶어도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정상회담 때 시 주석과 아베 총리가 언급한 ‘새 시대’를 키워드로 한 경제·환경 문서가 될 공산이 크다. 시 주석은 상반기 한국도 방문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한한령(한류금지령) 같은 현안 해결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지향적 장기 비전을 담은 한중 정치문서 논의는 하고나 있는지 궁금해진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최초의 아방가르드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최초의 아방가르드

    몽펠리에 외곽에서 쿠르베와 그의 후원자 알프레드 브뤼야스가 만나는 장면이다. 브뤼야스는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1853년 쿠르베의 그림을 처음 산 이래 쿠르베의 사회적 예술관을 지지하고 그를 꾸준히 후원했다.1854년 브뤼야스는 쿠르베를 몽펠리에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초대했다. 도착 시간에 맞춰 브뤼야스는 하인 칼라와 개 브르통을 데리고 마중을 나갔다. 등장인물들은 남프랑스의 태양이 사정없이 비추는 건조한 풍경 속에 있지만, 화가가 시선을 약간 낮춰 잡았기 때문에 마치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초록색 상의를 입고 붉은 수염이 가지런한 브뤼야스는 왼팔을 벌리며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가는 지팡이를 짚은 오른손은 장갑을 벗고 악수를 나눌 채비를 하고 있다. 브뤼야스 옆에 서 있는 칼라 역시 재킷 차림에 모자를 손에 들고 있지만, 갈색 재킷은 몸에 잘 맞지 않고 축 처져 있다. 후줄근한 재킷과 주인 뒤에 한발 물러서서 고개 숙인 모습이 칼라의 신분을 말해 준다. 브르통은 영리한 표정으로 쿠르베를 쳐다보고 있다. 주인이 화가와 인연을 맺으면 개도 이렇게 이름과 모습을 남길 수 있다. 뒷모습이 보이는 쿠르베가 가장 인상적이다. 푸른 면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발목을 조이는 부츠를 신었으며, 물감통과 캔버스를 꾸려 배낭처럼 짊어졌다. 아시리아 석상을 방불케 하는 뾰족한 수염이 힘차게 뻗쳐 있다. 오른쪽 원경에는 아마 쿠르베를 태우고 왔을 마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져 가고 있다. 이 작품에 비평가들, 언론은 비난과 조롱을 쏟아냈다. 후원자인 브뤼야스는 공손하게 쿠르베를 영접하는데 화가는 턱을 치켜들고 인사를 받는 모습이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화가가 노동자처럼 셔츠 바람인 것도 사람들 눈에 거슬렸다. 그것은 바로 쿠르베가 의도한 바였다. 이 그림은 화실에 앉아 신화나 성서에서 가져온 소재를 되풀이하는 아카데미 화가들을 비웃는다. 쿠르베는 그림 소재를 찾아 실생활과 자연으로 뛰어들었으며, 화가를 노동자이자 인습을 거부하는 보헤미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인상주의자들보다 앞서 화실 밖으로 걸어나간 최초의 아방가르드였다. 미술평론가
  • 日 박사님 갈수록 감소 …젊은층 “취업엔 별로…”

    日 박사님 갈수록 감소 …젊은층 “취업엔 별로…”

    2016년 1만 5000명… 10년새 16%↓ 美 18만여명·中 5만여명 등 증가세일본이 지난해 이공계 분야에서 역대 22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높은 과학기술력을 과시했지만, 그 이면에는 미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시름이 커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갖춘 박사급 인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박사 학위 취득자는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일본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가 각국 비교 가능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데 따르면 일본의 박사 학위 취득자는 2016년 약 1만 5000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에 비해 16%나 줄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 국가의 박사 취득자 수가 같은 기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정반대다. 미국은 박사 학위 소지자가 2006년 약 14만 4000명에서 2016년 약 18만 1000명으로, 중국은 같은 기간 약 3만 3000명에서 약 5만 3000명으로 증가했다. 일본은 인구 100만명당 박사 학위 취득자 수도 2016년 기준 118명에 불과해 미국(560명)의 거의 5분의1 수준이었고 영국(360명), 독일(356명), 한국(271명) 등에도 크게 밀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년제 대학 입학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박사 학위 취득자의 감소는 저출산과도 상관이 없다”며 “학생들이 고급 전문과정의 대학원 진학을 꺼리다 보니 일본은 세계에서도 ‘저(低)고학력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타나베 야스토라 도쿄대 교수(미시경제학)는 “일본인 학생만으로는 도저히 대학원 정원을 채울 수가 없어 석사 과정은 70% 정도가 외국인 유학생”이라면서 “사회적으로 고학력자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의욕은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전문성보다 인성을 더 중시하는 고용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박사 학위를 받더라도 지위나 보수 등에서 크게 나을 게 없다는 인식이 젊은층 사이에 확산돼 있는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재계 모임인 경제단체연합회가 매년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신입사원 채용의 중요 평가지표’에서 상위권은 ‘전문성’이나 ‘창의성’이 아니라 ‘성실성’, ‘협조성’ 등 인성 관련 항목들로 채워지고 있다. 또 30세 전후 직장인의 평균 연봉을 비교했을 때 일본은 학부 졸업자 418만엔(약 4400만원), 석·박사 대학원 졸업자 524만엔으로 차이가 1.25배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석사 출신은 학부 졸업자 대비 1.40배, 박사 출신은 1.68배로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기업에서 높은 자리로 가려면 고학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박사 학위에 대한 젊은층의 열망이 높다”며 “이를테면 구글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에 첨단 분야 기술자로 입사하려면, 석·박사 학위는 기본”이라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박철현의 이방사회] 2020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을

    [박철현의 이방사회] 2020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을

    물리적으론 별다를 바 없는 하루가 지나가는 것인데,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튼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 딱 좋은 날인 것처럼 느껴진다. 심리적 태도의 변화는 물리적인 풍경을 바꾸어 놓는다. 분명히 평소와 다름없는 길거리인데 갑자기 상하의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고 선글라스 쓴 사람들이 숨 가쁘게 뛰고 있고, 집 우편함에는 듣도 보도 못한 헬스클럽의 전단지나 금연클리닉 안내문이 배달돼 있다. 시무식에선 우렁찬 목소리의 개인 계획이 나열된다. 1년 전과 똑같다. 다이어트, 연애, 금연, 금주 발표가 이어진다. 내년에도 아마 똑같은 발표를 할 것이다. 알면서도 일단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신년의 ‘키워드’는 언제나 올바르기 때문이다.한국 사회의 올해 키워드는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이 되면 어떨까 한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민생경제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 안에는 예년보다 줄어든 산재 발생 건수도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렇게 가다간 올해도 특히 해외에서 온 이들이 차별받고 사고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작년 12월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재류자격 약점을 이용해 실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닌 1만원, 5천원 등을 프린트한 종이쿠폰을 임금 대신 나눠 준 인력업체가 적발됐다. 여기까진 아니더라도 사용자들의 착취, 성범죄, 폭력 행위는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어차피 한국 사회도 앞으로는 그들에게 기대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는, 그리고 그들의 커뮤니티를 인정하지 않고는 한국 사회가 굴러가지 못할 시기가 곧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과 공존하고 있다. 그 공존을 적나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연말연시이다. 일본의 연말과 정초는 보통 일주일에서 최대 2주일간 지속되는 장기연휴로 4월 말 5월 초의 골든위크, 8월 오봉야스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연휴로 불린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공 인프라 시설의 건설현장도 그중 하나다. 사람들이 귀향하는 틈(?)을 타 땅을 헤집는다. 하수도와 가스시설을 점검하고, 통신선을 새로 깐다. 도쿄 지하철 긴자센도 연말연시에 6일간 구간운휴를 결정했다. 이러한 노동 현장에 그들은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아니, 연말연시에 일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고향에 못 가는 거 특근 수당이 붙는 연말연시에 조금이라도 더 벌자는 것일 테다. 편의점 및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미 네팔, 베트남, 미얀마, 중국, 인도, 파키스탄 종업원들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도쿄만 그러한 줄 알았더니 지방도시는 더했다. 사원여행을 갔던 기후현의 히라유 호텔의 종업원은 70%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고 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 마을의 일본식당은 아예 점장이 외국인이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도쿄 우에노의 한국식당도 점장은 중국동포, 부점장은 네팔인이니까. 임금 처우 등은 물론 모두가 평등하다. 세계적인 저출산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작년 외국인 노동자들에 관한 뉴스는 여전히 기본적인 근대성조차 망각한 전근대적인 것들로 가득 찼다. 아니 무슨 태평양전쟁 시대 전범 기업도 아니고 임금을 종이쿠폰으로 지불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이런 짓을 태연자약하게 해 왔던 사업주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꿀 리가 없다. 그렇기에 당국의 단속도 있어야 하지만, 근대성을 장착한 시민들이 철저한 신고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종이쿠폰 건도 지역사회의 시민단체가 노동청에 고발했기 때문에 비로소 알려진 것이다. 아 참, 꼭 이런 글을 쓰면 ‘불법체류자 강제송환’이 나온다. 이 말은, 글쓴이가 아니라 사업주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불법체류자가 회사에 면접을 왔을 경우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업주라면 법무부에 신고하면 된다. 내 말은 왜 일 시키면서 온갖 차별에, 임금을 떼먹느냐는 것이다. 아무튼 올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 일본 축구의 2연패 탈락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

    일본 축구의 2연패 탈락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

    일본 축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며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경쟁이 더 쫄깃 해졌다.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3일 새벽 끝난 AFC U-23 챔피언십 B조 2차전에서 시리아에 1-2로 패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차전에서 1-2로 패한 일본은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2패를 기록, 조별리그에서 탈락을 확정했다.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 3장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올림픽 개최국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성적에 상관 없이 올림픽 본선에 나선다 그러나 최소 4강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의 조기 탈락에 따라 다른 팀들의 신경이 더 곤두서게 됐다.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도쿄행 티켓 3장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일본이 4강에 합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8강전 승리 팀들은 모두 도쿄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8강전 승리팀 중에서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 3~4위 결정전 한 경기를 더 치러야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일본이 4강에 합류했을 경우 이미 최소 C조 2위를 확보한 한국은 8강에서 D조의 한 팀을 꺾는 것 만으로도 결승 진출에 상관 없이 도쿄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한국은 4강에 진출하더라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 한 차례 승부를 더 벌여야 3위를 확보해야 도쿄에 갈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A, B조 팀과 C, D조 팀은 4강에서부터 만날 수 있게 대진표가 짜여져 있다. 내심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예상하던 일본 축구는 이번 대회 조기 탈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벌써부터 성인 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는 하지메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 언론의 ‘좌우로 정렬’ 기자회견/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 언론의 ‘좌우로 정렬’ 기자회견/김태균 도쿄 특파원

    일본에서는 내각관방장관 기자회견이 원칙적으로 매일 오전·오후 두 번씩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다. 관방 기자회견은 아베 신조 총리에 이어 내각의 사실상 ‘넘버2’인 스가 요시히데 장관으로부터 정부 정책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의혹에 대해 해명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소통 창구다. 국가 예산으로 치르는 정부 행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역구 사람들을 특별대우했다고 해서 문제가 된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이 불거진 요즘 같은 때에는 기자들이 정부 측 주장이나 논리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추상같은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사건의 실체에 한발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혹 규명에 성역이란 있을 수 없으니 여기에는 보수언론이니 진보언론이니 하는 따위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요즘 관방 기자회견에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아사히신문 등 일부 매체만 ‘야당 몫’으로 배정이라도 받은 듯 몇몇 공격적인 질문을 던져 볼 뿐, 다른 언론사들은 정부 의혹이나 비리에 관한 한 회견장 자리만 지키고 있는 수준이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 같은 곳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 최고 발행부수의 요미우리신문이나 일본 최대 통신사인 교도통신 등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언론들이 과거 같았으면 정권의 존립이 흔들흔들했을 의혹의 전개 국면에서 제 역할을 포기 내지는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답변을 피하고자 한다”는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하며 회견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스가 장관의 뻔뻔함과 노회함이 단단히 한몫을 한다. 최근에는 답변을 회피하는 차원을 넘어서 불편한 질문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정과 말투로 드러내고 있다. 질문한 기자가 답변자의 신경질적인 기세에 숨이 눌려 마치 상사에게 혼이 난 부하 직원처럼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기자회견이 이렇게까지 여야 국회 대정부 질문처럼 좌우로 분단돼 진행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베 정권의 오만함이 극에 달한 오늘날 이전에는 일본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권력자가 연루된 비리나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을 대표해 충직한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통적 사명감이 나름 강했던 일본 언론이었다. 이는 보수 외길을 걸어온 요미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자민당 정권을 지지하더라도 아닌 것에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뚝심 정도는 있었다. 체제 수호에 앞장서 온 보수언론의 상징으로 반세기 동안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 온 현역 요미우리 회장 겸 주필 와타나베 쓰네오가 2006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를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일은 유명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런 현상이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일본 언론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보수화 흐름과 언론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여론 추이에 순응하고 맞추려는 경향이 결과로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 너나 잘하세요’라는 핀잔을 각오하고 다른 나라 얘기를 하는 것은 야당이나 시민사회가 실질적인 존재감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언론이 입법·행정·사법과 어깨를 견주는 이른바 ‘제4부’로서 정권의 우경화 폭주에 일정수준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아베 1강’ 독주가 언론을 약화시키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위축을 심화시키며 아베 정권의 기반을 더욱 강고하게 만드는 악순환, 그것이 오늘 일본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windsea@seoul.co.kr
  • 日관료 YB·OB 결탁… 내부 정보누설 ‘덜미’

    총무성 사무차관 즉각 사표… 사실상 경질 공무원이 퇴직 후 자신이 몸담았던 부처 관련 기관·기업에 수장이나 임원 등으로 재취업하는 것을 일본에서 ‘아마쿠다리’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뜻의 한자어로 우리말 ‘낙하산 인사’와 같은 말이다. 다양한 부작용 때문에 없애야 할 관행으로 지적되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아마쿠다리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건이 일본에서 또 발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무상은 지난 20일 오후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어 “스즈키 시게키(63) 사무차관이 피감독기관인 닛폰유세이그룹에 대한 행정처분 검토 상황을 스즈키 야스오(69) 닛폰유세이 부사장에게 알려준 사실을 적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스즈키 사무차관은 즉각 사표를 제출했다. 사실상의 경질이다. 닛폰유세이는 과거 우정성의 민영화로 2007년 출범한 대기업으로, 최근 자회사인 간포생명보험이 고령자를 속여 보험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감독기관인 총무성의 조사를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총무성 직업관료의 정점에 있는 사무차관이 징계 대상 기업에 정보를 흘려 준 것. 정보를 받은 스즈키 부사장은 2009년 같은 총무성에서 사무차관을 지낸 인물로 2013년 아마쿠다리를 통해 닛폰유세이 임원으로 왔다. 다카이치 총무상은 기자회견에서 “과거 우정성에서 근무한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정성 출신 관료가 닛폰유세이에 임원급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이너스가 크다”며 관료들의 재취업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세종대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몽골 관광인력 역량강화’ 시범연수 성료

    세종대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몽골 관광인력 역량강화’ 시범연수 성료

    세종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이 운영기관으로 참여한 ‘몽골 관광인력 역량강화’ 사업의 시범연수가 지난달 11일부터 22일까지 몽골 라마다 울란바토르시티 센터 호텔에서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몽골 관광인력 역량강화 사업의 시범연수는 객실관리·접객서비스·문제해결능력(1주 차)과 부대시설관리·연회관리·가이드(2주 차) 총 6종으로 진행됐고 수료생들은 각 20시간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학습했다. 호텔리어와 가이드 현업 종사자뿐 아니라 학생, 교수, 공무원 등 다양한 관광산업 종사자 123명을 수료생으로 배출했다. 시범연수 마지막날 열린 수료식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조성학 주무관, 한국관광공사 장유현 팀장, 박정웅 지사장, 몽골 환경관광부 바야스갈란 국장, 몽골관광공사 바르톨가 사장, 세종대 호텔관광대학 이희찬 학장,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이슬기 소장, 웰포인터컨설팅 박휘섭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성학 주무관은 “한국의 첫 해외 관광 분야 ODA를 몽골에서 진행하게 되어 가슴이 벅차며, 많은 협조를 해주신 몽골 환경관광부 및 관계자분께 감사하다”면서 “이번 123명의 수료생이 몽골 관광산업의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기기를 희망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바야슬갈란 국장은 환영사에서 “몽골 관광산업발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해주어 환영하고 반갑다. 또한 호텔관광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종대가 함께하고 있어 앞으로도 큰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이희찬 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관광 분야의 인재 양성에 선도대학인 세종대가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되어 운명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미래의 몽골 관광 역군이 이 사업을 통해 양성되기를 바라며, 대학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대표로 수료증을 받은 어던치맥 몽골 산업기술전문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 교육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많이 참고하겠다”며 “학생들에게 밝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을 먼저 가르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갈수록 막나가는 日아베의 의회정치 무시…“英존슨과 닮은꼴”

    갈수록 막나가는 日아베의 의회정치 무시…“英존슨과 닮은꼴”

    일본의 올해 국회 회기가 지난 9일 임시국회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최대 쟁점이었던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과 관련한 아베 신조 총리의 국회 대응이 연일 비난받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다’, ‘안한다’, ‘모른다’ 등으로 일관하면서 일본 역대 최장기 정권의 국회 무시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닮은꼴이라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은 11일 “지난 9일 폐막된 임시국회는 다양한 부정(否定)으로 상징되는 아베 정권의 국회 경시 자세가 두드러졌다”고 비판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2일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를 직접 추궁하기 위해 참의원 규칙에 의거, 총리가 출석하는 예산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했다.참의원 규칙은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앞서 1주일 전 아베 총리는 기자단에 “국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설명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협의는 여당의 결사반대로 난항을 겪었고 끝내 위원회 개최는 무산됐다. 야당은 지난 4일 “여당이 규칙을 대놓고 깼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연루돼 연달아 사퇴했던 스가와라 잇슈 전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이 국회에 전혀 나오지 않은 것도 아베 정권의 국회 무시 처사로 비판받고 있다. 스가와라 등이 비리 등으로 사실상 경질된 이후 아베 총리는 참의원에서 “두 사람이 스스로 설명책임을 다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끝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역대 최장수 집권의 위세 속에 국회와 야당에 대한 아베 총리의 무시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자 일본과 같은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 정치 전공 다카야스 겐스케 세이케이대 교수는 “존슨 영국 총리도 공식석상에서의 설명을 싫어하고 회피하고 미루고 답변하지 않는 점에서 아베 총리와 흡사하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다카야스 교수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협정안의 국회 승인을 서두를 때 여당인 보수당에서조차 신중론이 나왔던 것을 들며 “여당 의원인데도 정부에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 총리에 반기를 들었다”면서 “정부에 맞장구만 치는 일본의 여권도 국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좀더 엄격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특파원 칼럼] 나카소네와 고토다 ‘적과의 동침‘/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나카소네와 고토다 ‘적과의 동침‘/김태균 도쿄 특파원

    지난달 29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자 일본 언론들은 예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기사를 쏟아내며 고인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일본에서조차 보수우익의 이미지가 강한 그의 공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들이 나왔지만, 완전히 일치한 대목이 있었으니 그가 막강한 권한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일본 최초의 ‘대통령적 총리’라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새삼 부각된 인물이 있었다. 나카소네 집권 5년 동안 2차례에 걸쳐 36개월간 관방장관을 지냈던 고토다 마사하루(1914~2005)다. 그는 관방장관 말고도 행정관리청장관, 총무청장관 등 정부 안살림을 총괄하는 역할을 두루 맡으며 나카소네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그럼에도 나카소네와는 판이하게 다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나카소네는 ‘개헌의 대부’, 고토다는 ‘호헌의 신’이라는 정반대의 별명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카소네는 자신의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고토다와 함께 한 ‘적과의 동침’을 꼽곤 했다. 1918년생인 나카소네보다 네 살 많은 고토다는 내무성 공무원 2년 선배이기도 했다. 60세 때인 1974년 정계에 입문할 때까지 그는 관료 생활의 대부분을 경찰에서 했다. 나카소네는 1982년 11월 집권과 동시에 당시 68세의 고토다를 관방장관에 발탁했다. 고토다는 소속 파벌의 위세가 약했던 나카소네를 총리로 밀어준 거대 파벌 ‘다나카파’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에 따른 역학관계도 무시할 수 없지만, ‘면도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옛 내무성 선배를 굳이 자신의 브레인으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나카소네는 훗날 “과속을 하려는 내게 브레이크를 걸어 우측으로 쏠리는 지향점을 좌측으로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꾸만 오른쪽으로 기우는 나카소네를 가운데로 잡아끌어 중용의 균형을 맞추려 했던 고토다의 일화는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나카소네는 1985년 8월 15일 종전일(광복절)에 현직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찾았으나 이듬해에는 참배를 포기했다. 이 과정에 고토다의 반발과 만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토다는 아예 “A급 전범에 대해 참배를 한다는 (안팎의) 비판이 있고, 이웃나라들의 국민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 총리의 공식 참배는 삼간다”는 내용의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해 향후 다른 총리들의 움직임에도 쐐기를 박았다. 이는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과 함께 일본 우익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담화로 남아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7년 나카소네가 페르시아만의 안전운항 확보를 이유로 자위대 함대를 파견하려고 하자 “그곳은 교전해역이다. 전쟁을 할 각오가 서 있는가. 나는 서명할 수 없다”고 버텨 결국 단념시킨 것도 유명한 일화다. 현재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사이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스가 장관은 초기에는 아베 총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 기록을 이어가면서 장기집권의 위세에 취해 자기중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폭주에 대한 견제자로서 역할은커녕 불법과 비리에 연루돼 있던 자기 측근 정치인들을 경제산업상과 법무상에 임명하는 무리수를 뒀다가 그들이 결국 경질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 파문이 지속되고 있는 ‘벚꽃놀이’ 추문에서도 본인 스스로 폭력단 관계자와 사진을 찍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정치권력 내부에 나카소네와 고토다 같은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windsea@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문학 소재로 활약하는 눈, 그 속에 담긴 과학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문학 소재로 활약하는 눈, 그 속에 담긴 과학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와 함께 소담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얀 눈을 보며 느껴지는 푸근함과 이유 없는 기대감, 감성적인 느낌은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요즘 흥행몰이 중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모티브가 된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부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라는 도입부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철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까지 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기상청이 지난달 말 ‘3개월(12~2월) 기상전망’을 발표하면서 올 12월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강수량을 보이는 한편 기온은 평년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예보해 눈 구경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난 3일 오전과 4일 새벽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구름 속 수분이 얼어 하얗게 떨어지는 ‘눈’에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눈은 상층 기온은 영하권이고 지상 온도는 2도 이하일 때 내리는데 크게 함박눈, 싸락눈, 가루눈, 진눈깨비 등 4종류로 나뉩니다. 함박눈은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붙어 만들어진 눈송이가 내리는 것으로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일 때 만들어지며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공기에서 만들어집니다. 싸락눈은 작은 얼음알갱이가 떨어지는 것으로 1.5㎞ 상공의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일 때 내리며, 밀가루처럼 부슬부슬해 잘 뭉쳐지지 않는 가루눈은 습도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많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릴 때보다 싸락눈이나 가루눈이 내리는 날이 훨씬 춥습니다. 진눈깨비는 상공의 기온이 높아 눈이 내리다가 중간에 녹아 비와 섞여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눈의 종류는 4가지에 불과하지만 눈의 결정 모양은 6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내리는 눈이라도 현미경으로 보면 결정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말이지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알고 있는 눈 결정 모양은 ‘겨울왕국’ 로고에서처럼 6개의 가지가 뻗쳐 있는 육각형 모양입니다. 이런 형태의 눈 결정은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10~20도 사이일 때 만들어집니다. 이보다 기온이 낮으면 기둥 모양이나 판상형 결정이 만들어지고 영하 10도보다 높을 때는 바늘이나 장구 모양처럼 길죽한 형태의 결정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눈의 결정이 수천 개의 모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세기 초 미국의 농부이자 아마추어 눈 사진가 윌슨 벤틀리 덕분입니다. 벤틀리는 현미경과 사진기를 결합시킨 장치를 만들어 죽기 전까지 6000여종의 눈 결정을 찾아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정통 과학자가 아닌 그가 이런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1931년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도 눈 결정 사진을 찍기 위해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깥에 너무 오래 있어서 얻은 폐렴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만 들어 봐도 그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유럽을 제치고 세계 과학의 중심지가 된 것은 과학에 대한 이런 관심과 호기심들이 모여 만든 결과가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2차 국립서울현충원’ 편이 지난달 30일 동작구 상도동과 동작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7호선 상도역 4번 출구를 출발했다. 구립 김영삼도서관을 거쳐 김영삼 전 대통령 가옥에 방문했다. 김영삼 기념도서관은 내년 3월쯤 개관할 예정이어서 외관을 살펴보고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현대정치사에 ‘상도동’이라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전 대통령 가옥 응접실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김상학 비서관으로부터 목숨을 건 23일간의 단식투쟁과 연금생활 등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눈에 익은 사진과 기념품, 휘호, 단풍나무를 즐겼다. 가옥에는 손명순(92) 여사가 기거하고 있다.서달산 명물로 떠오른 숲속도서관 가는 길은 11월의 마지막 단풍으로 불타고 있었다. 현충원에서 호국지장사(옛 화장사)~박정희~김대중~임시정부 및 애국지사 묘역 순으로 둘러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앞에 화환이 즐비했는데 마침 전날이 고 육영수 여사의 94번째 생일이었다고 한다. 상도동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현충원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다들 아쉬워했다. 묘역 곳곳에 깃든 숱한 사연들이 저마다 앞다퉈 얘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김 전 대통령 가옥과 국립서울현충원이었다. 해설을 맡은 엄태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은 이야기가 있는 현충원의 만추 속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했다.동작은 서울과 과천을 연결하는 한강 남쪽의 중요 나루였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던 동작진(銅雀津)이자 병선 6척이 주둔하던 군사기지 동작진(銅雀鎭)이기도 했다. 우리말로는 동재기나루라고 불렀다. 1954년 이곳에 국군묘지가 세워졌다. 풍수지리상 장군대좌형의 명당이므로 군인과 인연이 있는 땅이다. 본래 동작이란 무덤을 장식한 구리봉황을 뜻하므로 땅 이름과 땅 주인이 서로 들어맞았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성이자 무덤이던 동작대에서 딴 동작이라는 지명이 조선 한양의 한강변 나루터 마을에 붙고 그곳이 현대 서울의 동작구와 동작동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국립묘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국군묘지에서 1965년 동작동 국립묘지로 승격됐다가 1996년부터 국립현충원이 됐다. 국립묘지라는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묘역 관리기관의 명칭만 바꿨다. 2006년 국립대전현충원 등과 구별하기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이 됐다. 144만㎡의 부지에 무명용사 11만여위를 비롯해 모두 17만 9000여기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신라를 통일한 문무대왕이 “아! 산천은 변천되고 세대는 바뀌기 마련이다. 저 오왕 합려의 북산 무덤에 색칠한 금오리가 남아 있지 않고, 위왕 조조 서릉의 망지는 동작이라는 명칭만 남았을 뿐이다…”라며 “내가 죽으면 동해바다에 장사 지내라”고 유언했다. 이 세상 영웅과 화려한 무덤이 다 사라지고 결국 ‘동작’이라는 이름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조의 무덤에 구리로 만든 거대한 새를 세운 동작대에서 이름을 이어받은 동작구와 동작동에 국군묘지와 국립묘지가 세워지고 독립지사와 임정요인, 전직 대통령 등을 모신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장소인문학에서 말하는 땅의 내력이다.조선시대 한강이 오늘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합친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할 때 왼쪽 서빙고나루, 오른쪽 노량나루의 중앙에 놓인 동작나루는 남대문을 나서서 용산 청파역을 거쳐 경기도 과천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중 ‘경조오부도’에 이 길을 과천로라고 이름 붙였다. 청파역에서 노량나루를 건너면 시흥으로 향했다. 동작진을 건너 과천으로 가거나 노량진을 건너 시흥으로 가는 두 길은 수원에서 만나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지방으로 이어졌다. 1899년 노량진~제물포 간 경인선과 1900년 노량진~용산 간 제1한강교(한강대교)가 놓이면서 동작진은 노량진에 밀렸다. 조선시대 가리기 힘들었던 두 나루의 우열은 근대기 들어 노량진이 앞섰다. 그 덕분에 비어 있던 동작진에 국립묘지가 깃들 수 있었다.옛 동작나루를 그린 실경산수화 2점이 전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동작진’과 장시흥(1714~1789)의 ‘동작촌’이다. 동작진이 나루터를 포함한 마을 전체를 그렸다면 동작촌은 동작나루의 솟은 암산과 나루에서 사당, 과천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즐비한 기와집을 클로즈업했다. 정선이 1744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작진’은 오늘의 현충원을 중심에 두고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을 배경 삼았다. 동작나루 일대 한강을 동작강이라고 불렀다. 권문세가의 별서(별장)가 자리잡았다. 인조반정의 공신 이귀가 세운 창회정이 정선의 그림에 엿보인다. 광해군 때의 권신 박승종의 별서 퇴우정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인조의 동생 능봉군이나 남용익, 이세필, 윤두수 등 문신의 별서도 상지동에 있었다. 조선시대 현충원 일대를 상지동이라고 했다. 현충원의 터줏대감 호국지장사는 신라 고찰 화장사다. 삼성동 대부분이 봉은사 땅이었듯 현충원 대부분이 화장사 소유였다. 선조의 조모 창빈 안씨 묘도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동작나루에는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은 31세 때 ‘동작나루에서 진주로 가시는 부친을 송별하며’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나루터에 저 멀리 떠나가는 배/모래밭에 말 세우고 바라본다네…”로 시작하는 효심 어린 시를 썼다. 그러나 이 시를 쓴 해 부친이 진주에서 숨졌으니 마지막 이별 인사가 된 셈이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도 동작나루 풍경을 그린 ‘동작진’이라는 시가 전한다. 동작나루는 정치의 공간이기도 했다. 숙종 때 남인의 영수 윤휴는 왕의 부름을 받자 “신의 애초의 뜻은 전하가 계시는 궁전의 뜰에 나아가 하직하려는 것이었습니다…”라면서 동작나루의 숙소에 3달을 머물며 출사 거부의 사직상소를 올렸다. ‘정치 쇼’였다. 그러나 1680년 경신환국으로 세상이 바뀌고, 남인이 제거되면서 윤휴는 죄인이 돼 국문을 당한 뒤 사약을 받았다. 동작나루에서 여유작작하며 석 달을 버티다 동작강을 건넌 뒤 한 달 만에 저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민족민주영령들의 성지이자 국가 정통성의 뿌리다. 죽은 자의 공간이지만 산 사람들을 위한 정치공간이기도 하다. 혁명이나 변환의 시기나 행사 때마다 주요 인사들이 얼굴을 내미는 정치무대이기 때문이다. 246만명의 전사자와 전범자를 합사한 일본 야스쿠니신사가 국립묘지로 성지화되면서 참배 여부를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빚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조조의 무덤 동작대에서 전래된 동작나루의 전설이 동작동 국립묘지로 이어진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땅의 숙명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제33회 양천고성 ■집결 장소:12월 7일(토) 오전 10시 양천향교역 2번 출구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日외무성 국장 “일본기업 돈 못내”…쌩뚱맞은 문답 꺼낸 속내

    日외무성 국장 “일본기업 돈 못내”…쌩뚱맞은 문답 꺼낸 속내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를 담당하는 일본 외무성 실무자가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구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한국 정부가 제안했지만 당시 일본 정부가 즉각 거부했던 이른바 ‘1+1’(한국 기업+일본 기업) 방안에 대한 입장을 재차 설명한 것이다. 최근 한일 간에 새롭게 제시된 것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1+1+α’(한일 정부+한일 기업+한일 국민성금) 방안인데, 이를 언급하지 않고 굳이 일본 정부가 이미 결론을 냈던 방안을 다시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3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은 한국 정부가 올해 6월 19일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갹출금으로 재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거부했다고 설명한 뒤 “자발적으로 돈을 내더라도 인정할 수 없다고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답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국의 사고방식, 방안이라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키자키 국장은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일관해서 한국 정부에 대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집권여당 의원이 질문하고 담당 실무자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드러난 것인데, 이것이 최근 새롭게 제시된 ‘문희상안’이 아니라 몇달 전 이미 일본 정부가 결론 낸 사안에 대해 묻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설명한 것이다. 사토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문희상안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에 재판에서 대상이 된 기업, 예를 들어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자발적인 갹출금이라는 형태로 얽어매는 것은 안 된다. 관련된 기업이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기부든 갹출금이든 내는 것을 의무 짓는 법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본 기업이 돈을 내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법률’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문희상 의장의 제안이 연상되지만, 양국 국민의 성금이나 모든 강제동원 노동 문제의 종결 지향 등이 포함된 문희상안의 다른 점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문희상안에도 포함된 ‘일본 기업의 자발적 성금’에 대해 사토 의원이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실무자인 다키자키 국장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거부의 뜻을 확인한 것은 문희상안의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타국 입법부의 논의’라는 이유로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문희상안에 관해 검토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문희상안 중 피해자가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소송을 제기해도 기금관리위원회에서 일정 절차를 거치면 끝나는 안을 법률로 제정하자”는 부분과 “모든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일정한 시한을 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규정”에 주목하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이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향후에 추가로 제기될 분쟁 가능성을 막고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장치로 일본에 이득이 되는 부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이라도 자국 기업이 돈을 내는 구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은 문희상 의장의 제안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이 돈을 내도록 유도 혹은 독려하려는 부분을 사전에 막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일단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선을 높이 설정한 뒤 협상에서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질의에 앞서 정부에 미리 질문지를 제공해 답변을 준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여당이 긴밀하게 협의해 입장 표명의 기회를 만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사토 의원이 외무부 대신 신분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극우 성향의 인물인 점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비판하자 ‘무례하다’고 반응해 한국 정부로부터 “국제 예양과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토 의원은 2011년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며 방문하려고 했으나 한국 입국이 거부돼 김포공항에서 9시간 정도 머물다 돌아가기도 했다.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철든 아이, 철없는 어른

    [유정훈의 간 맞추기] 철든 아이, 철없는 어른

    노키즈존에 대해 직관적으로 반감을 느끼면서도, 본격적으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령 민권법 이전 미국에서 인종별로 출입 시설을 분리했던 것보다는 복잡한 이슈가 아닐까 싶다. 나이에 따라 적절한 장소가 있다는 것은 현실이고(중년 아재인 내가 클럽에 가겠다고 나서면 곤란하지 않냐 말이다), 클래식 공연장처럼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비교적 쉬운 영역도 있다. 카페와 오늘 칼럼의 계기가 된 영화관은 다른 측면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전자는 대체로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가 선택하는 곳이고, 후자는 아이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없어 겪어 보지 않은 일이기에,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다. 최근 ‘겨울왕국2’에 ‘노키즈관’을 요구하는 관객이 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 보는 애니메이션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이게 대체 논란거리나 될 일인가 싶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놀이터 이용시간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은 기억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못 하게 하자는 것이니 노키즈관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식으로 노키즈존을 늘려 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고 현실에 맞지도 않다. 사실 우리의 삶에 거슬리는 짓을 하는 것은 대부분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나의 평온한 아파트 생활을 방해하는 것은 퇴근시간 후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가 아니라 관리 규약에 분명 금연 아파트라고 못박혀 있는데 공용계단 등지에서 담배를 태우는 어른이다. 품위 있는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것은 아이들의 소음이 아니라 뭐가 그리 바쁜지 영화 상영 중에 카톡을 확인하는 스마트폰 불빛이나 옆자리 사람과의 팔꿈치 신경전인 경우가 많다. 올라프를 다시 만난 아이들이 반가움에 내지르는 탄성보다, 중년 남자가 후덕한 배를 메리야스 한 장으로 가리고 ‘라디오 가가’를 따라 부르며 허리를 흔드는 것이 훨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 말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철이 들 것을 요구하면서, 철없는 어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고 다들 걱정하는데, 사실 어른이 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점심 먹자 불러내 놓고 내가 아니라 자기 스마트폰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성인들이고, 스마트폰 화면에 거북목을 처박고 걷느라 타인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어른들이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아이의 철없음은 용납하고 어른에게는 나이에 합당하게 철이 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 좋은 사회다. 성장하는 아이의 부족함은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고,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많은 그들의 약함은 어른이 감싸야 한다. 그래도 가끔 아이들의 행동이 거슬려 노키즈존 생각이 떠오르면, 조용히 ‘합계출산율 0.98’을 외우면서 욱하는 심정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 노키즈존 좋아하다 한국이 노키즈존이 되고 있으니까.
  • ‘실존적’(Existential)…딕셔너리닷컴 ‘올해의 단어’ 선정

    지구촌의 기후변화, 미국과 뉴질랜드의 총기 참사 그리고 홍콩과 남미의 시위로 불거진 민주주의의 본질 등을 관통하는 올해의 단어로 ‘실존적’(Existential)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말이 선정됐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온라인 사전인 딕셔너리닷컴은 환경활동가부터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4’의 캐릭터 포키 등이 실존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서 인터넷 검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딕셔너리닷컴은 2010년부터 올해의 단어를 발표해 왔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을 때 검색이 1000% 이상 폭증했다. 앞서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이 2월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기”로 언급하자 검색이 179% 증가했다. 또 10대 환경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관련 미국 하원 연설 때 “실존적 비상대응”을 촉구한 것도 단어 홍보에 한몫했다. 딕셔너리닷컴 측은 “실존적이라는 단어는 올해 대화에 많이 등장했다”며 “우리 시대의 많은 중요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어는 1685년 생존이나 실존을 의미하는 라틴어 existentialis에서 유래됐다.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야스퍼스, 가브리엘 마르셀, 장폴 사르트르와 같은 사상가들이 실존주의라는 철학으로 구체화했다고 AP는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日지역별 인기순위 발표 논란...‘만년꼴찌’ 지역의 분노

    日지역별 인기순위 발표 논란...‘만년꼴찌’ 지역의 분노

    일본에서는 매년 ‘도도부현 매력도 랭킹’이라는 이름의 지역별 인기 순위가 발표된다. 도쿄도를 비롯한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별로 ‘브랜드종합연구소’라는 민간연구소가 매력도를 설문조사해 순위를 매긴다. 홋카이도, 교토, 도쿄 등 해마다 좋은 성적을 받는 지역들은 이 순위에 반색을 하지만, 최하위권에 머무는 지역에서는 심한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급기야 ‘만년꼴찌’인 이바라키현에서 분노를 폭발시켰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바라키현의 오이가와 가즈히코 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브랜드종합연구소가 우리 이바라키현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했다. 이바라키현은 2009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2012년 뒤에서 두 번째인 46위를 한 것을 빼고는 늘 꼴찌를 도맡아 왔다. 이바라키현은 꼴찌 탈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 3월에는 지역 홍보 전담조직인 ‘이바라키의 매력 발신대’를 출범시켰고 지난해 8월에는 전국 최초의 지자체 공인 버추얼 유튜브 캐릭터 ‘이바라히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또 꼴찌를 한 것이다. 오이가와 지사는 “우리 현이 모든 면에서 매력이 없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 쉽다는 게 매력도 순위 발표의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이바라키현이 심각한 태풍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또다시 최악의 순위를 받아들면서 분노가 배가됐다.브랜드종합연구소는 매년 6~7월 인터넷 설문을 통해 광역단체별 매력도 조사를 실시한다. 이번에 참가한 응답자는 20~70대 남녀 3만 1369만명이었다. 도도부현뿐 아니라 기초단체인 시구정촌에 대해서도 매력도 조사가 실시된다. 설문은 ‘매우 매력적이다’, ‘다소 매력적이다’, ‘어느 쪽도 아니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등 5가지 중에서 응답자에게 선택을 하도록 해 ‘매우 매력적’과 ‘다소 매력적’에 각각 100점과 50점을 준다. 나머지 응답은 모두 0점 처리된다. 오이가와 지사는 “이 조사의 가장 큰 문제는 매력도의 정의가 애매하다는 것”이라면서 “이바라키현은 47개 도도부현 중 ‘행복도 순위’에서 11위에 올라있고, 기업 유치에서도 전국 최고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브랜드종합연구소의 야스다 다다시 컨설턴트는 “도도부현의 이름만 제시하고서 매력이 있다고 느끼는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여기에서 측정하는 것은 이미지”라면서 “점수가 낮은 곳은 실제로 매력이 없다기보다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지역이나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낮은 곳들은 매력적인 이미지가 실제 지명과 연계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올해 도도부현 매력도 순위는 예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은 홋카이도는 올해도 1위를 유지했다. 교토부 2위, 도쿄도 3위, 오키나와현 4위, 가나가와현 5위 등 톱5의 순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홋카이도는 전체 점수 61.0점으로 2위 교토부(50.2점)를 멀찍이 따돌렸다. 세부적으로 ‘관광 의욕도’와 ‘상품구매 의욕도’에서 1위, ‘거주 의욕도’에서 3위를 했다. 홋카이도는 시구정촌 매력도에서도 1위 하코다테시를 비롯해 삿포로시(2위), 오타루시(4위), 후라노시(9위) 등 4곳이 톱10에 들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