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회동… 월드컵협력 집중논의/제주 한·일정상회담의제
◎교류재단 신설·4자회담 공조방안 모색/독도·종군위안부 등 민감한 사안은 제외
한·일 양국은 22∼23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총리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21일 의제조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월드컵공동개최를 중심으로 하는 양국간 우호증진방안 ▲4자회담등 대북정책공조 ▲미국·러시아대통령선거,중국정세등 국제정세 ▲어업·배타적경제수역(EEZ),무역역조,과거사등 나머지 현안으로 확정됐다.
양국 외무부는 하시모토총리가 제주도에 머무는 시간이 24시간이 되지 않는 점을 감안,양국 정상이 만나는 22일 만찬과 23일 조찬,23일 상오 정상회담 등 세차례의 회동에서 각각 의제를 구별해 집중논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22일 만찬에서는 한반도정세,일본정세,러시아·미국대통령선거,중국정세등 국제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양국정상은 또 23일 조찬회동에서는 북한정세를 평가하고,대북쌀지원과 4자회담성사를 위한 양국의 공조방안을 협의한다.
그리고 조찬에 이어 열리는양국 정상회담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공동개최하기 위한 양국의 협조방안을 집중논의하게 된다.
독도영유권,군대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문제등 양국간의 「민감한」 현안은 정상회담에서는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고,회담 뒤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답변하는 형식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
주요의제별로 논의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월드컵공동개최◁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국정상은 「월드컵공동위원회」와 같은 기구설치의 필요성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기구가 양국의 월드컵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구성될지,아니면 정부간 기구로 설치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양국의 월드컵조직위구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동위의 성격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월드컵공동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양국에 새로 건립될 축구경기장을 공동설계하는등의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한·일우호증진◁
두 정상은 한·일 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과 젊은 직장인간의 교류를 확대하도록 노력한다는 발표를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교실무진간에는 1천억원규모의 우호협력기금 모금과 이를 운용할 교류재단설립등에 합의했다.정상간의 실무방문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한·일 양국이 프랑스와 독일간에 맺은 「엘리제조약」과 같은 우호협력조약(가칭 월드컵조약)을 현시점에서 당장 체결하지는 못하지만,그 내용은 사실상 대부분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
일본은 4자회담에서 소외된 데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운영등 대북정책에서의 일본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전반적으로는 양국이 대북정책공조방침을 재확인하게 된다.
▷과거사◁
군대위안부 배상이나 과거사인식과 같은 구체적인 현안은 공식의제에 들어 있지 않다.다만 양국 정상은 과거인식의 격차를 새롭게 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합의한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역사연구에 관한 한·일간 회의」란 이름으로 바꿔 올해 안에 발족한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이도운 기자〉
◎일본의 정상회담 준비상황/가벼운 분위기 솔직한 의견교환 희망/우호확인 중점… 독도 등은 외무회담 이관
일본은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의 방한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우선 하시모토 총리의 방한은 어렵게 성사됐다.한국측이 여러 차례 초청했지만 그의 방한이 전격적으로 결정되기까지는 양국간 관계와 일본 국내사정상 성사여부를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양국은 과거사,특히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이견,일본측이 독도영유권주장을 제기함에 따라 불거진 영토문제등으로 관계가 불편해졌다.하시모토 총리는 일본 보수세력의 대표적인 조직인 일본유족회회장과 「모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의 모임」회장을 지낸 정치인이다.
하시모토 총리의 방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정부·여당내 의견이 제기됐지만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외무성쪽의 주장이 강하게 먹혀들어간 것이다.이 때문에 하시모토 총리의 방한에는 동행자가 총리비서관 이케다 유키히코외상,가토 료조 외무성 아시아국장등 외무성 관계자들로 구성됐다.과거한·일정상회담에 비해 이례적으로 소수일 뿐 아니라 구성도 외무성에 편중된 점이 눈에 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측과 이견이 클 수밖에 없는 종군위안부·독도등 문제는 수행방문하는 외무장관회담으로 넘긴다는 구상이다.하시모토 총리는 최근 한·일 양국관계의 새로운 접착제로 등장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일우호관계의 확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복안이다.또 한·일관계를 가깝게 하는 데 늘 이바지해온 대북한공조체제에 대해서도 집중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측은 한국이 종군위안부등 풀리지 않는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경우의 대응에 대해 골치를 썩이고 있다.일본정부는 정상회담에서는 이들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또 한반도유사시를 대비한 한·일협력의 문제를 거론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촉박한 일정으로 방한이 결정됐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외무부가 직접 의제등의 교섭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본측은 이번 방한이 무거운 주제로 난항을 겪기보다는 가벼운 분위기에서 솔직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형식과 주제를 조정하려 하고 있다.〈도쿄=강석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