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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동물원 야생동물병원에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동물원 야생동물병원에 가다

    때 이른 초여름 날씨로 신록이 제 빛깔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집안에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원은 가족단위의 나들이 장소로, 어린이들의 소풍장소로 최고 인기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고운 자태를 뽐내고 관람객들의 시선에 신이 나 재롱을 부려본다. 동물들과 사람들이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고 있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원 식구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가 있다. 바로 수의사들이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병원 응급실에 비상전화벨이 울린다. 코끼리사육장에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는 연락이다. 9년생 코끼리의 상아가 부러진 것. 오석헌 수의사는 “어딘가에 부딪혀 다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영역 다툼을 벌이다 상처가 날 때가 많다”며 서둘러 왕진가방을 챙겨 출동했다. 성이 날 대로 난 녀석은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로 사육사들에게 긴 코를 휘두르며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수의사는 주저할 여유가 없다. 사육사 서너 명과 함께 달라붙어 급한 대로 응급처치를 한 후 진정제 주사를 놓았다. 녀석은 그제서야 얌전해졌다. 야생동물 수의사들의 일과는 동물원 아침 회진(回診)으로 시작한다. 종합병원 의사들이 아침마다 환자들을 둘러보는 것처럼. 환자들이 ‘말 못하는 동물’이다 보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오 수의사는 “치료하는 도중 해대는 발길질도 곤혹스럽지만 더 힘든 건 예방접종을 할 때”라면서 “동물들을 한 마리씩 붙잡고 주사를 놔줘야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힘은 또 얼마나 센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수의사들이 동물들의 건강만 챙기는 건 아니다. 굽이 있는 동물의 발톱을 깎아주는 일도 수의사들 몫이다. 그러다 보니 울음소리만 들어도, 눈빛만 봐도 대충 어디가 불편한지 알 수 있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동물병원에 ‘입원’ 중인 두루미는 지난달 관람객이 던져준 음료수 캔에 부리가 끼면서 크게 다쳤다. 그동안 입원치료를 해 왔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아 결국 봉합수술을 해야 한다. 두루미가 놀랄까봐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수술대 위에 겨우 눕혔다. 야생동물 수술의 최대 관건은 시간이다. 마취가 동물 건강에 영향을 덜 주게 하려면 수술을 최단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여용구 수의사는 “사람과 친밀한 애완동물은 수술과정이 수월하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야생동물들은 무척 예민해서 마취도 잘 안 걸린다”며 수술을 시작했다. 수의사들은 담당별로 상처 부위를 살핀 뒤 혈액검사, 초음파, X선 검사 등을 신속히 진행했다. 수술대에 오른 지 한 시간 뒤 두루미는 부리에 붕대를 감은 채 회복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고 다른 검사 결과에서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하면서 상처 부위가 아물면 우리로 돌아가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할 것이다. 수술실 밖 욕조에선 배탈이 난 아기 하마가 수의사가 주는 설사약을 받아먹고 있었다. 올해 초 동물원에서 태어난 녀석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새끼 야생동물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동물원이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가족처럼 돌보는 수의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수의사들은 성한 녀석들보다 아프거나 다친 동물, 기형으로 태어난 동물, 인기 없는 동물들에게 마음이 더 간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동물들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고, 인간과 함께 늙어간다. 동물원은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야생동물의 보호와 종(種)보존을 위한 메카로 진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수의사들은 ‘생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고 지금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숨진 20대 女사육사, 호랑이 우리 들어가 자살?

    숨진 20대 女사육사, 호랑이 우리 들어가 자살?

    영국의 한 동물원에서 호랑이 공격으로 숨진 20대 여성 사육사가 ‘자살’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컴브리아 북서쪽에 위치한 사우스 레이크 야생 동물 공원(South Lakes Wild Animal Park)의 여성 사육사 사라 맥클레이(24)가 관리하는 호랑이의 공격으로 숨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는 이날 맥클레이가 수마트라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사육사가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면서 “사고 직후 헬기가 출동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으나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맥클레이 사육사의 죽음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그녀가 수년 간 이곳에서 일해 호랑이를 다루는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 당시 호랑이는 금식 기간으로 이를 뻔히 알고 있는 맥클레이가 왜 위험을 무릎 썼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사고 며칠 전 그녀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 호랑이의 상처입은 사진으로 바뀐 것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고 조사에 나선 현지 경찰은 “피해자가 안전 규정을 무시한 것은 물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면서 “자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다방 면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새끼오리 젖 먹이는 ‘천적’ 고양이 화제

    새끼오리에게 젖을 먹이는 고양이 엄마가 화제라고 영국 매체 메트로가 24일 보도했다. 아일랜드 오펄리에 사는 고양이 주인 로먼 랠리 부부가 촬영한 이 영상에는, 한 고양이가 자신의 새끼고양이와 함께 세 마리의 새끼오리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이 담겨있다. 보도에 따르면 부모를 잃은 새끼오리 세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 랠리 부부는 키우던 고양이가 오리들을 자신의 새끼처럼 돌보는 것을 보고 영상으로 남겼다. 이같은 사연은 아일랜드 지역 라디오에 소개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랠리 부부는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새의 천적이라고 불릴 만큼 사이가 좋지 않다.” 면서 “모생애는 야생의 본능도 이길 수 있는 모양”이라며 놀라워했다. 인터넷뉴스팀
  • 20대 여성 사육사, 호랑이 공격에 참변

    20대 여성 사육사, 호랑이 공격에 참변

    동물원의 20대 여성 사육사가 호랑이 공격으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컴브리아 북서쪽에 위치한 사우스 레이크 야생 동물 공원(South Lakes Wild Animal Park)의 여성 사육사 사라 맥클레이(24)가 호랑이 공격으로 숨졌다. 사고는 이날 맥클레이가 수마트라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사육사가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면서 “사고 직후 헬기가 출동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으나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맥클레이 사육사는 수년간 이곳에서 일해 호랑이를 다루는데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고 직후 동물원 직원 모두 충격에 빠졌다. 동물원 사장 데이비드 길은 “맥클레이는 매우 경험많고 실력있는 사육사인데 왜 호랑이 우리 문을 열고 그대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면서 “현재 경찰 측과 함께 사건의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SFTS 유발… 치사율 5% 안팎 ‘감기 수준’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SFTS 유발… 치사율 5% 안팎 ‘감기 수준’

    흔히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인체에 붙어 특정 바이러스를 전파함으로써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인체 감염 경로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SFTS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소참진드기는 5~8월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다른 진드기와 달리 산과 들에서 활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진드기는 한번 숙주에 달라붙으면 마치 본드로 붙인 것처럼 피부를 뚫고 들어가 기생하면서 오랫동안 피를 빠는데, 이 과정에서 SFTS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SFTS는 보통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열과 함께 구토, 설사, 혈소판 감소와 함께 심각한 다발성 장기부전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의식이 흐려지면서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치사율은 5% 안팎이다. 문제는 단순한 열감이나 구토, 설사와 같은 증상에 별다른 특이성이 없다는 점이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4일 “구토와 설사, 열 등은 야외활동에 따른 과로나 식중독 등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인 데다 장기부전 역시 다른 원인에 의한 감염으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어 이런 증상에서 SFTS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제제 등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때문에 SFTS가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이나 외래로 병원을 찾더라도 증상에 따라 대증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라고 전했다. 호흡부전이 나타나면 호흡기를 부착하고, 혈소판 감소증이 보이면 혈소판을 투여하는 식이다. 그러나 작은소참진드기를 섣부르게 ‘살인진드기’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을 과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의 한 전문의는 “이 진드기가 최근에 퍼진 게 아니라 예전부터 국내에서 서식해 왔고, 치사율도 이 정도면 감기 수준”이라며 “예방수칙을 지켜 가능한 한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이 진드기에 물렸다고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의 문병룡(71·농업)씨는 “방송에서 보도해 찾아봤더니 예전에 소에 붙어 살던 ‘소응애’와 똑같더라”며 “병약한 사람과 달리 건강한 사람이라면 설사 물린다 한들 별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감염 진드기 비율 0.5%… 물리면 병원 가길

    →SFTS 바이러스는 어떻게 감염되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진드기에 물리면 감염된다. →집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진드기와 다른가. -집에 서식하는 진드기와는 종류가 다르다. SFTS를 유발하는 진드기는 주로 숲과 초원 등 야외에 서식하며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어떤 진드기가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나. -작은소참진드기 등의 진드기류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진드기가 활동적인 봄부터 가을(4~9월)에 주로 환자가 발생한다. 작은소참진드기는 30년 전부터 국내에 서식했다. 왜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진드기들끼리 어떻게 얼마나 전파됐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SFTS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우선 원인불명의 발열, 소화기증상(식욕저하, 구역, 구토, 설사, 복통)이 주증상이다. 두통, 근육통, 신경증상(의식장애, 경련, 혼수)도 일으킨다 →예방법은 있나.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숲이나 덤불 등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장소에 들어갈 경우 긴 소매, 긴 바지, 다리를 완전히 덮는 신발을 착용,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야외활동 후 진드기에 물리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에 물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진드기는 인간과 동물에 부착하면 피부에 단단히 고정되어 장시간(며칠에서 10일간) 흡혈한다. 무리하게 당기면 진드기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진드기에 물린 것을 확인하였다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진드기에 물리면 모두 감염되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의 비율이 전체의 0.5% 이하에 불과하다. 진드기에 물린다고 해서 다 SFTS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제가 없으면 치료는 어떻게? -유행성출혈열도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는 것과 치료법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혈소판 수혈, 투석 등 중환자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령자가 더 위험한가. -SFTS 감염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례는 주로 60대 이후다.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 →감염자 접촉만으로도 감염되나. -병원 의료진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출혈 시 의료진이 감염된 혈액에 노출되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강원은 생태체험 낙원

    강원은 생태체험 낙원

    ‘맹꽁이 습지, 점토장 습지, 동식물 낙원 습지….’ 강원지역 곳곳에 버려지다시피 한 하천 부지와 흙탕물 저류지 등이 속속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생태습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4일 강원도에 따르면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쓸모없는 땅으로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곳들을 생태계가 살아 있는 습지로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자원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정선군은 최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맹꽁이’ 습지 조성에 나섰다. 정선읍 북실리 목장부지 일대(83만 6688㎡)를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해발 850m의 고원형 습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150억원을 들인다. 또 습지공원을 청소년 자연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친환경 모노레일을 설치, 생태시설 견학과 생태체험장으로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동해시는 지가동 옛 쌍용양회 점토장 습지(4만 5900㎡)에 국·도비 등 17억원을 들여 자연탐방 생태습지공원을 조성해 이달 말 개장한다. 이곳은 40여년 전 시멘트 부원료인 점토장 운영 때 조성한 흙탕물 저류시설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식물이 사는 수생식물 군락지가 돼 어류 및 수생곤충이 서식하는 자연습지로 변했다. 이에 앞서 강릉시는 경포호 일대에 경포습지를 조성해 지난달 준공했다. 140억원을 들여 하중도, 탐방로, 탐방데크 등을 설치했다. 홍명표 강릉시 환경정책과장은 “남대천 습지에는 겨울철 150여종의 철새가 월동하는 등 다양한 멸종 위기 야생동물과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생태계 변화 관찰 지역에 포함해 전문가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교육부 “수풀 갈 땐 긴옷 입으세요”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교육부 “수풀 갈 땐 긴옷 입으세요”

    작은소참진드기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 발생과 그에 따른 사망자가 전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교육부가 24일 일선 학교에 철저한 예방을 당부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산하 유치원, 초·중·고교 1만 1000여개가 대상이다. 교육부는 우선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수풀이나 나무가 우거진 곳 등을 갈 때는 긴 바지와 긴 셔츠를 착용해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또 수풀 등을 다녀온 뒤에는 진드기에 물린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만약 물렸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드기가 피부에 박혀 있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제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진드기 일부가 남아 물린 부위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체험학습 등 야외 활동이 많은 시기인 5월부터 8월까지가 진드기 활동시기”라면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법을 철저히 지키고, 어린 학생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김매야 하는디 겁나서요” 곳곳 농사 차질… 농촌체험 관광도 끊겨

    “지심(김) 매러 가야 하는디, 물리면 죽는다고 해 무서워서 얼른 못 나가고….” 살인진드기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한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마을 주민 정광렬(74)씨는 24일 “겁난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정씨는 “모도 내야 하고 완두콩과 깨도 심어야 하고. 시기 놓치면 한 해 농사 망치는 농번기인데 들에 안 나갈 수도 없고”라고 어쩔 줄 몰라했다. “마누라가 자꾸 들에 나간다고 해 장화 신고 고무장갑 끼고 나가라고 했유. 그 놈(살인진드기)이 몸뚱아리 어디로 들어갈 줄 알어유.” 정씨는 “3년 전에 나도 쓰쓰가무시병에 걸려봤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두려워하면서도 “죽으나 사나 (논밭에) 나가야지 별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씨도 들에 나갈 때는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겨울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그는 “한여름 같은 더위에 이러고 일하니 금세 땀범벅이 돼 죽을 지경”이라며 “여기저기서 살인진드기 얘기로 시끄러운데 정부는 어떤 대책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살인진드기가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살인진드기 감염 의심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자 사람들이 바짝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당장 농사에 지장을 주고, 농촌체험마을마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두만리 ‘예하지마을’은 요즘 체험 관광객이 뜸하다. 고구마·감자 심기와 고사리 꺾기 등 체험하기가 한창 좋을 때여서 외지 체험객이 많이 찾을 때지만 찬바람만 분다. 마을 사무장 이영수(27)씨는 “예약할 때나 주말에 몇 명이 오면 대뜸 ‘살인진드기 괜찮겠느냐’ ‘(진드기 퇴치) 대책이 있느냐’는 말부터 꺼낸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진드기 예방 스프레이액을 갖춰 놓고 체험객들의 바지 등에 뿌려 주고 있다. 숲속에는 되도록 데려가지 않는다. 나물을 채취하거나 옻순을 따는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진드기를 옮기지 못하도록 내다 버려서인지 공주시내에 가면 떠돌이 개나 고양이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강원도 화천지역은 살인진드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숨진 60대 여성이 살인진드기에 물린 장소가 화천군 간동면 텃밭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농촌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노심초사하며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세월이 1년 가까이 지난 데다 이곳에서 살인진드기에 물렸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공포심만 유발해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기고 지역경기가 형편없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건 발생 후 이 마을에 연일 방역차들이 뻔질나게 드나들며 소독액을 살포하고 있다. 방역직원 양모(65)씨는 “진드기가 소, 돼지 등 가축 피를 좋아한다고 해 축사와 풀숲 위주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면서 “살인진드기 소식에 평소보다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 주민 고은동(49)씨는 “우리 마을이 살인진드기 발생지와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크다”며 “축사에 소독약을 흠뻑 뿌리지만 솔직히 안심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숨진 여성이 가꾼 것으로 알려진 텃밭은 황량했다. 드문드문 지어놓은 조립식 주택 사이로 들깨 밭만 더러 보일 뿐 수년 전까지 개와 돼지를 기르던 축사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주민들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부산에서도 감염 의심환자가 숨지면서 살인진드기 공포가 도시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인터넷에는 ‘살인진드기 때문에 등산도 접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롯데마트 서청주점은 진드기 퇴출 관련 용품의 매출이 10%가량 증가했다. 서청주점 관계자는 “손소독제가 동이 난 신종플루 때와 달리 살인진드기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농민들로서는 생계의 터전인 논밭을 떠날 수 없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김영제(68) 이장협의회장은 “농민은 들에 나가서 살아야 하는데 진드기가 무서우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청원군 오창읍에서 농사를 짓는 전용민(49)씨는 “도시의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들의 야유회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농민들이야 어디로 피하겠느냐. 농사일이 한창 바쁠 때라 진드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지자체들 농촌·피서지 방역 비상…진드기 박멸 한계에 주민들 불안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지자체들 농촌·피서지 방역 비상…진드기 박멸 한계에 주민들 불안

    살인진드기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자치단체마다 진드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자치단체들은 뒤늦게 진드기 서식 실태에 대한 조사와 함께 긴급 방역에 나서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제한적인 방역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어 허둥대고 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은 소나 돼지, 조류를 모두 격리해 폐사시키지만 파리나 모기처럼 진드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산 농가를 비롯해 진드기 노출에 취약한 농촌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진드기에 물리지 말라’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당부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평소 방역당국의 부실한 진드기 구제 등 방역활동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제주도는 진드기 구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24일 제주에서 SFTS 감염 의심환자가 추가로 신고됐다. 국내외 탐방객들이 몰리는 올레길 일부 구간에서도 작은소참진드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도는 올레길 주변 소 사육농가 및 공동목장을 대상으로 진드기 긴급 방역 작업에 착수했다. 도는 진드기 기피제 1000여병을 이들 지역 농가에 지원하는 한편 올레길 주변 풀베기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진택 제주도 보건위생과장은 “목장지대 등에서 취약지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예방법이 담긴 홍보물 2만부를 제작해 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쓰쓰가무시병 예방을 위해 그동안 일부 시·군이 보급했던 기피제와 토시를 예년보다 3개월 앞당겨 농민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다. 부산시는 주말마다 등산객들이 몰리는 금정산 등 지역 주요 등산로 입구에 해충 기피제 5760개를 29일까지 비치하고 예방 홍보물 6만장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SFTS 국내 첫 사망자의 감염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화천 등 농촌지역 주민들은 불안감과 함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모(60·충북 청원군)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방역당국이 평소 야생 진드기의 전파와 방역에 늑장 대응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불안하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농번기인데 진드기 여파로 영농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지역이 대부분 축산 농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축산 농가의 한숨 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소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인진드기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소고기 소비가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모(66·경북 예천군)씨는 “방역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진드기 때문에 소값이 더 떨어지게 됐다”며 “해마다 구제역 방역에도 정신이 없는데 진드기까지 설치면서 축산농가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야영장과 농촌 체험마을, 자연휴양림 등 전국의 농촌지역 피서지도 올여름 피서객이 크게 줄어들지나 않을까 방역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 박모(44·서울시 노원구)씨는 “진드기 여파로 당초 계획한 야영을 포기하고 민박을 했다”며 “막연한 불안감 확산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당국이 평소 방역활동에 소홀한 것이 아닌지 불안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강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텃밭에 핀 에너지 꽃…금천 새재미마을 49㎡ 조성

    금천구 새재미 마을의 버려진 땅이 싱그러운 텃밭으로 바뀌어 화제다.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새재미는 시흥4동의 옛 이름. 시흥4동은 23일 구 소유 자투리땅을 최근 동네 텃밭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자립 새재미마을 만들기’ 사업 가운데 하나다. 텃밭으로 변신한 173-3 자투리땅(49㎡)은 잡초와 무단 투기된 쓰레기로 뒤덮인 곳이었다. 주민들은 힘을 모아 지난 2일 잡초를 뽑았고 7일에는 고추, 가지, 콩 등 여러 식물과 야생화 모종을 심었다. 17일에는 동일여고 미술부원 10여명이 주민들과 함께 자투리땅을 둘러싼 담벼락에 ‘에너지 꽃이 피었습니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넣었다. 텃밭은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시흥4동을 상징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주민 5명이 ‘에너지 자립 동네 텃밭’이라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었다. 시흥4동은 숨은 자투리땅을 계속 찾아내 녹색 환경으로 가꾸는 작업을 꾸준히 벌일 계획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멸종위기 갯봄맞이 울산서 집단 자생지 발견

    멸종위기 갯봄맞이 울산서 집단 자생지 발견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갯봄맞이 집단 자생지가 울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울산시는 북구 당사동 해안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갯봄맞이 집단 자생지를 지역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쌍떡잎식물 앵초목에 속하는 갯봄맞이는 바닷가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높이 5∼20㎝)로 5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갯봄맞이는 북방계 식물로 함경도 해안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갯봄맞이는 2000년대 이후 강원 속초, 경북 포항 등에서 제한적으로 분포해 환경부가 지난해 7월 23일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Ethiopia 커피보다 깊고 진한 이야기 ②Gondar 곤다르, Mt. Simien National Park시미엔산 국립공원

    Ethiopia 커피보다 깊고 진한 이야기 ②Gondar 곤다르, Mt. Simien National Park시미엔산 국립공원

    Gondar 곤다르 유럽과 아시아를 품은 궁전 에티오피아에 어떤 볼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의외로’ 문화유적이 많다는 답과 함께 랄리벨라와 곤다르Gondar가 거명된다. 16세기까지 암흑기를 거친 에티오피아 땅에는 그럴싸한 제국도, 번듯한 수도도 없었는데 파실리다스Fasilides 황제가 등극하며 곤다르를 수도 삼아 막강한 권력을 떨쳤고, 후대 왕들도 같은 요새 안에 각기 다른 양식의 궁전을 지었다. ‘파실 게비Fasil Ghebbi’라 불리는 이 요새 지역은 수차례 외침을 겪으면서도 그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해발 2,200m, 분지형으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요새 같은 곤다르. ‘요새 안의 요새’ 파실 게비에 들어서자 각기 다른 양식의 고성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같은 문명권의 건축물이라 하기엔 이질적으로 보이는 고성들은 약 200년의 통치기간 동안 곤다르가 다양한 문명과 교류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최초의 건물은 파실리다스 황제가 지은 것으로 악숨과 포르투갈, 북아프리카 무어인Moorish, 인도 등 다양한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궁전 내부의 문화재들은 대부분 소실되었는데 연회장, 기도실, 침실 등 다채로운 용도로 공간을 나눠 사용한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요하네스Yohanness 1세의 궁전은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밝은 노란색 페인트로 덮여 있고, 그의 아들 이야수Iyasu 1세의 궁전에는 베니스 상인들을 통해 들여온 거울과 금 장식과 그림들이 화려하게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파실 게비 안에는 터키식 목욕탕, 사자를 가둬둔 우리, 도서관, 연회장 등 여가 생활을 위한 공간들도 남아 있다. 요새와 고성들은 18세기 지진과 2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군의 폭격으로 일부 파괴됐으나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재건됐다. 파실리데스 왕은 요새에서 2km 떨어진 곳에 별장과 목욕탕을 만들었는데, 그 크기가 웬만한 수영경기장보다도 크다. 황제가 로열패밀리들과 여가를 즐기던 장소는 이제 에티오피아 정교회에서 매년 예수의 세례를 기념해 축제를 벌이는 장소로 쓰인다. ‘팀카트Timkat’라 불리는 이 축제 때면 곤다르에 사는 기독교인들이 흰 천을 두르고 모여 성탄 전야부터 당일까지 성찬을 즐기며, 세례의식을 거행하고 목욕탕에서 수영을 즐기는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스페인의 라토마티나, 태국의 쏭크란에 견줄 만한 이 숭고하고 흥미로운 ‘물의 축제’를 보려면 에티오피안력으로 성탄절인 1월19~20일에 곤다르를 찾으면 된다.곤다르에서는 이야수 1세가 세운 ‘데브레 베르한 셀라시교회Debre Berhan Selassie Church’도 지나칠 수 없다. 교회 내부를 수놓은 독특한 에티오피아식 성화는 모든 교회에서 볼 수 있지만 이곳만큼 화려한 곳은 없다. 특히 교회 천장에 그려진 135개의 천사 얼굴은 에티오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천사들의 눈빛은 모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고,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어 인간을 보호하고 희로애락을 공감하는 신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한다. 현대판 엑소더스, 그리고 남은 유대인 에티오피아는 기독교 문화에 기반한 나라지만 다양한 종교를 믿는 이들이 별 갈등 없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정교회 인구가 43.5%, 무슬림 33.9%, 개신교 18.6%로 다양하게 집계됐는데 1990년대 초까지 1만4,000명에 달했던 유대인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곤다르에는 이스라엘로 떠나지 못한, 혹은 떠나기를 거부한 소수의 유대인만이 모여 사는 초라한 마을이 남아 있다. 1991년 에티오피아에 들어선 공산정권은 농업집단화 정책을 펼쳤고, 이에 반발한 ‘펠라샤Felasha’라 불리는 유대인들은 집단 학살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4세기 악숨에서 기독교가 국교화됐을 때도 신앙을 굽히지 않은 이들의 자손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 국무부, CIA 등과 협력하여 이른바 ‘솔로몬 작전’을 펼쳤고, 불과 36시간 만에 34대의 비행기를 투입해 1만4,000여 명의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탈출시켰다. 1984년 수단에서도 ‘모세 작전’을 통해 에티오피아계 유대인 약 8,000여 명이 이스라엘로 탈출해,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탈출을 못한 유대인들만이 남은 셈이다. 곤다르에서 약 6km 떨어진 ‘월레카Wolleka’ 마을에는 소수의 유대인들이 모여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을 입구, 다윗의 별이 그려진 팻말과 함께 어린 소녀들이 기념품을 손에 들고 관광객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런데 한 소녀의 목에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예수라면 치를 떠는 유대인이 십자가를? 어린 소녀이기에 별뜻 없이 액세서리를 한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이 마을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가짜 유대인들’이라 한다. 그저 생계를 위해 유대인 행세를 하고 있는 그들은 우습게도 매주 일요일 교회에 나가 예수에게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유대인은 없는 것인가? 마을 한켠, 푸른색 다윗의 별 장식이 걸려 있는 집에는 이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유대인 여성 ‘매리 니구시Mariy Nigusie’ 씨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솔로몬 작전’ 때 이스라엘로 갈까도 고민했지만 수십년 살아온 고향을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마을에 있던 유대교 회당은 모두 파괴되어 니구시 씨는 홀로 안식일을 지키며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기도를 한다. 종교와 국가의 엉킨 실타래 속에서 그녀는 ‘가짜 유대인들’과 다를 바 없이 수공예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Mt. Simien National Park시미엔산 국립공원 5만 마리 원숭이가 사는 그랜드캐년 에티오피아에서는 케냐나 탄자니아처럼 사자와 기린, 코끼리가 초원에 떼지어 있는 장관을 볼 수 없지만 곤다르 북쪽에 위치한 ‘시미엔산 국립공원’에서는 해발 4,000m에 달하는 기이한 풍광의 산등성이와 희귀한 동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해발 2,200m 환경에 적응이 됐을 만도 한데 산으로 접근할수록 귀가 먹먹해지고 머리는 어질해지기 시작했다. 곤다르에서 차로 2시간여, 시미엔산의 서쪽 관문인 드바라크Debark 마을에 다다랐다. 등산객들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시미엔산은 광활한 산악지역이지만 등산하기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드바라크에서 동쪽끝인 ‘첸넥Chenek’까지 포장도로가 잘 깔려 있어 체력 수준에 따라 1일부터 최대 10일까지 코스를 선택해 트레킹을 소화하면 된다. 인프라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산 곳곳에 여장을 풀 수 있는 숙소도 있다. 물론 자동차를 타고 국립공원을 관통하며 하이라이트만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산 중턱의 ‘산카바르Sankaber’에 차가 멈췄다. 그리고 눈 앞에는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방불케 하는 외계 행성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시미엔산은 약 4,000만년 동안 침식과 융기, 화산 폭발이 거듭되며 형성된 지형으로, 절벽 끝에 서서 4,000m를 넘는 봉우리들과 깊은 계곡들이 교차하는 풍경을 멍하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시름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절벽에서 방향을 돌리자 수백 마리의 ‘개코원숭이Gelada Baboon’ 떼가 서로의 털을 골라주며, 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붉은색 하트 무늬를 가슴에 품고 있는 녀석들은 매우 진화된 의사소통 구조와 사회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3대가 가족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최대 800마리가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시미엔산에는 약 4만~5만 마리의 개코원숭이, 에티오피아 늑대, 큰 뿔을 가진 염소 ‘왈리아 아이벡스Walia Ibex’뿐 아니라 다채로운 조류까지, 희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번 여정에서는 트레킹을 즐길 만한 시간이 부족해 주요 전망대에서 산과 계곡의 풍경을 굽어볼 수밖에 없었다. 저녁 무렵 곤다르에 있는 호텔로 돌아왔을 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독일인 여행객과 마주쳤다. 그녀는 여든살의 아버지와 함께 에티오피아를 여행 중인데 아버지는 버스로, 자신은 두 발로 시미엔산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리곤 시미엔산의 속살을 찬찬히 걸어 보지 못한 나를 안스러워 했다. “6시간 정도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환상적인 산등성이와 야생동물들을 보며 걷는 기분은 최고였어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쳤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주한에티오피아대사관 02-790-9766, 에티오피아항공 02-733-0325
  • ‘살인 진드기 사망’ 국내 첫 확진

    ‘살인 진드기 사망’ 국내 첫 확진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야생 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살인 진드기인 작은소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숨진 A(63·여)씨는 강원 춘천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려졌다. A씨는 다발성 장기부전 진행으로 지난해 8월 사망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중순과 하순에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 텃밭을 일구는 작업을 3~4차례 하다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남편 B씨는 A씨의 왼쪽 목 뒤에 지름 3㎜ 크기의 상처가 난 것을 목격했다. B씨는 “밭에서 따끔한 느낌이 있다는 아내의 말에 살펴보니 진드기에 물린 것처럼 보이는 상처 자국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일한 텃밭은 2년 전까지 개와 돼지를 사육한 축사 주변에 있는 것으로, 현재는 가축은 기르지 않고 축사 흔적만 남아 있다. 이후 A씨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이상 증세가 없었으나 보름쯤 뒤부터 목 부위 임파선이 부어올랐고 발열과 설사 증세를 보여 8월 4일 병원을 처음 찾았다. 신체 검진 때 벌레에 물린 자국과 함께 얼굴 발진, 결막 충혈, 임파선의 심한 염증 등이 나타났다. 하지만 유행성출혈열이나 쓰쓰가무시병 등 야외 활동으로 인한 감염 증세로 추정할 뿐 뚜렷한 병명은 알 수 없었다. 국립대 병원에서도 병명이 확인되지 않고 증상도 호전되지 않자 A씨는 나흘 만에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9일 A씨는 의식마저 잃어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12일 오후 4시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A씨의 남편은 “아내의 상처가 심상치 않아 인터넷 등을 찾아봤는데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보였다”면서 “아내가 속수무책으로 사망했는데도 의료진 등은 국내에 처음 나타난 증상이라는 말뿐이었다”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악어도 꿀꺽’ 5.7m 크기 괴물 왕뱀 잡혔다

    ‘악어도 꿀꺽’ 5.7m 크기 괴물 왕뱀 잡혔다

    악어마저 잡아 먹는다고 알려진 버마왕뱀. 미국 플로리다주(州)의 골칫거리로 자리매김한 이들 뱀 중에서도 역대 가장 큰 뱀이 잡혀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위원회(FWC)가 지난 11일 주(州)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남서쪽 지방 도로에서 몸길이 약 5.7m짜리 암컷 버마왕뱀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이 뱀은 몸길이가 기존 최고 기록인 몸길이 5.35m짜리 뱀보다 35cm 정도 더 길었으나 몸무게는 16.5kg 더 가벼운 58kg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에버글레이즈 공원에서 잡혔던 암컷 뱀은 뱃속에 87개의 알을 품고 있었기 때문. 플로리다 뱀 최고 기록을 세운 이는 ‘하이얼리어’라는 도시에 사는 제이슨 레온이란 청년이다. 레온은 당시 친구들과 자신의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으며 도롯가로 나온 뱀을 목격해 차를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레온은 “과거 버마왕뱀을 잠시 키워본 경험이 있어 손쉽게 뱀을 제압했다.”면서도 “반항이 거세지자 친구들이 건네준 칼로 뱀을 죽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플로리다주에서는 애완용으로 키워지다가 버려진 버마왕뱀이 급속도로 번식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어 주 정부는 합법적으로 뱀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TOPIC / SPLASH NEW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9일 가평에서 “심봤다!” 두밀리마을 산양산삼축제

    19일 가평에서 “심봤다!” 두밀리마을 산양산삼축제

    ‘제4회 산양산삼 체험축제’가 19일 오전 10시부터 경기 가평군 두밀리마을에서 개최된다. 해발 700m 대금산 자락에서 야생재배한 산양산삼은 강추위와 싸우며 자라 높은 사포닌 함유량을 자랑한다. 이번 축제 참가자들에게는 닭죽과 산삼막걸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7~11년산 산양산삼(7뿌리)을 10만원짜리 상품부터 한정 판매한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두밀리마을은 청평댐·남이섬 등 주변 관광지와 인접했다. 연휴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는 여행객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축제와 관련한 정보는 두밀리마을 홈페이지(www.doomilli.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티베트에서의 7년(KBS1 밤 12시)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 하러는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의 최고봉 중의 하나인 낭가파르바트로 원정을 떠난다. 강인함과 냉철함, 그리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혹한의 산정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땅 티베트의 모든 국민에게 추앙받는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게 된다. ■VJ 특공대(KBS2 밤 10시) 세계 최대 불교국가 미얀마는 5600만 인구 중 약 90%가 불교 신자이며, 승려 수만 40만 명에 달한다. 프로그램은 미얀마의 동자승 생활을 공개한다. 나이도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불심 하나로 동자승이 된 아이들. 미얀마에서만 볼 수 있는 소년·소녀 ‘승려 학교 이야기’를 VJ 카메라에 담았다. ■MBC 특별기획 구암 허준(MBC 밤 8시 55분) 허준은 돌쇠 어머니의 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병사에는 허준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병을 빨리 낫게 하려고 독한 약을 쓴다는 소문이 퍼진다. 한편 유의태와 삼적은 의원으로 돌아오고 허준과 함께 돌쇠 어머니를 치료하던 유의태는 의가에 어긋나는 법칙을 허준에게 일러준다. ■정글의 법칙(SBS 밤 10시) 신비의 땅 차마고도의 끝을 가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곳.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야생동물의 표적이 된 병만족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그들을 집어삼킨 양극의 고통 폭염부터 폭설까지. 병만족, 생존의 위기에 놓인다. 한편 병만족은 히말라야의 또 다른 숨겨진 적 고산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데…. ■하나뿐인 지구(EBS 밤 7시 30분) 계절과 시간이 살아있는 사찰 밥상.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비결’에 출연한 대안 스님은 요리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서울, 광주 같은 곳에 출강을 자주 나감에도, 많은 수강생이 지리산 자락에 있는 금수암까지 대안 스님을 찾아온다. 스님 밥상의 비결은 제철에 수확한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요리하는 것이다. ■도선국사(OBS 오후 5시 45분) 풍수 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의 일대기를 집중 조명한다. 그가 생전에 남긴 업적과 후대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또한 도선국사의 독창적인 풍수사상을 어떻게 정립해나가는지 알아보고, 도선국사의 풍수사상이 후대에 대표적인 사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던 역사적 배경을 되짚어본다.
  • 경남 하동서 녹차 한 잔을… 17일부터 야생차문화축제

    경남 하동군은 차 재배지인 화개·악양면 일대에서 17~19일 제18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개최한다. 하동군은 16일 올해 하동야생차 축제를 차 산업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차 산업과 차 문화를 융합한 공연, 참여, 체험, 전시, 이벤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왕의 녹차! 천년의 향 세계를 품다’를 주제로 화개면 차 문화센터를 비롯해 화개장터, 쌍계사·칠불사, 섬진강변 등에서 52개 행사가 열린다. 특히 주행사장인 차 문화센터에 박람회형 녹차시장이 설치돼 게릴라 할인판매 등을 통해 각종 차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첫날 오후 녹차시장 개장식에 이어 설운도·박남정 등이 출연하는 개막식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18일에는 대한민국 차인한마당, 섬진강 달빛차회, 학술발표회 등이 진행된다. 마지막 날에는 보답하고 싶은 분을 모시고 차를 대접하는 ‘보은 찻자리’ 행사와 폐막식 등이 이어진다. 내가 만든 녹차, 차사발 빚기, 1000년 다향길 투어, 야생찻잎 따기, 평사리 나들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녹차전시 및 판매장 등이 마련된다. 하동군은 “이번 야생차축제가 차 생산농가의 소득증대를 비롯해 차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중국통신] 톈진 습지서 물고기 떼죽음

    중국 톈진(天津)의 습지보호구 유역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철새 보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등 현지 언론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톈진의 베이다강(北大港)습지보호구 유역 하천이 말라붙으면서 8일 연속 수면 위로 죽은 물고기들이 떠오르고, 일부는 부패가 시작되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톈진시 대강구 동남부에 위치한 베이다강 습지보호구는 톈진 최대의 습지자연보호구역이다. 특히 동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는 철새들의 주요 이동경로로 먹잇감이 사라지면서 희귀 철새 보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인근 주민은 “3일 전부터 4~5명을 고용해 죽은 물고기를 건져올렸다.”며 “지금까지 10t 가까이 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톈진 다항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양지원(陽積文) 센터장은 “7, 8일전부터 죽은 물고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며 “강수량이 적은 데다가 습지 주변 강의 물이 증발하거나 다른 곳으로 새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을 보충하고 싶지만 수원이 없고 비용 문제도 있어 해결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5) 파주 임진강 황복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5) 파주 임진강 황복

    “황복? 알았네” 딱 두 마디, 노루꼬리만한 통화였다. 파주어촌계 박영숙(58)씨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밥상에 놓고 벌떡 일어섰다. 뭔가 감이 온다. 내 손도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수조차 시동이 걸렸다. 난 허락된 동행이나 되는 듯 무작정 차에 올라탔다. 낡은 트럭은 사이렌처럼 앵앵거리며 봄 논둑을 달렸다. 배꽃 하얗게 핀 언덕을 지나 검문소를 끼고 곤두박질치듯 내려간 곳은 임진강 장파리 나루터. 햐, 강이다. 노을이 물 위로 노랗게 쏟아지는 봄 강이다. 대놓은 쪽배 서너 대가 몸을 부딪치며 수런거린다. 어부는 박씨를 확인하자 서둘러 배에 올라 물속에 담가놨던 망을 꺼냈다. “다섯 마릴세” 앉은뱅이 저울에 올려진 황복 다섯 마리는 딱 2㎏이다. 즉석에서 현찰이 건네진다. 영화 속 ‘거래’를 목도한 느낌이다. 그새 놀은 내려앉고, 어부는 아껴둔 황복 한 마리를 양동이에 넣고 사라졌다. 늙은 아내가 기다리는 저녁밥 시간이다. 복숭아꽃 봉오리가 툭툭 터지는 4월 20일경에서 6월 초까지 딱 50여일. 임진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던 치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와 독을 품는 기간이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강의 돼지라고 불리는 이 하돈(河豚)을 맛보기 위해 산에 진달래꽃만 피면 북쪽을 쳐다보며 안달이 난다. 하돈이라. 문헌을 보면 황복이 산란기에 돼지 울음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졌다는데, 가만히 황복을 들여다보면 돼지를 닮기도 했으니 강을 유영하는 돼지로 은유한 조상들은 얼마나 풍류가 넘치는가. 별스러운 인생아, 꽃잎처럼 저며 놓은 천하의 진미 황복 회를 먹다가 강나루로 뛰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글쟁이다. 하지만 미식가라면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와 함께 4대 진미로 꼽는 황복의 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옛 시인의 표현대로 ‘복사꽃 피고 진 뒤 빈 가지만 마주하다니. 서글퍼라! 하돈 맛도 모르고 지났구나’라고 1년을 아쉬워하며 노래해야 한다면 정말로 서글프니까. 한 달 전부터 다짐을 받아 놨던지라 복집 주인 심한구(44)씨는 두루 마음을 써 준다. 독을 제거하고 1㎏ 회를 뜨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여분.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간 것은 뱃살이다. 뜨거운 물에 살짝 넣었다가 건진 뱃살은 부드럽고 연하다. 씹히는 질감이 역시 최고의 부위다. 하지만 수컷에서 나오는 고단백 정소(이리)가 빠질 수 없다. 특히 복의 이리는 독이 없다.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약간의 간을 하여 먹는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망설이게 되니 눈 질끈 감고 마시듯 후루룩 들이켜야 옳다. 씹을 새 없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어쩌니 해도 꽃잎처럼 얇게 떠 놓은 회만큼 복을 탐미하게 하는 부위는 없다. 접시바닥이 환하게 비치도록 낱장으로 펼쳐놓은 회를 보니 이것이야말로 강의 봄꽃이지 싶다. 복 요리에는 꼭 미나리가 등장한다.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마침 식당 주인의 어머니가 근처에서 뜯었다는 야생 돌미나리가 상에 올랐다. 살갗처럼 저민 회를 한 겹 앞 접시 위에 얹어놓고 고추냉이를 살짝 발라 돌미나리 대에 돌돌 감는다. 스치듯 간장을 찍어 입 안에 넣고 씹으니 잘강잘강 그 풍미가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살점 사이로 돌미나리 향이 곁들여져 입안은 환하게 봄 호사다. 왜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동파가 황복이 나오는 철이면 정사를 게을리 하고 그 맛을 탐했는지 알 것 같다고, 짐짓 우스갯말이라도 해야 할 듯하다. 아니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는 극찬이 꼭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봄날의 낭만을 섞으면 무슨 표현이 아까우랴. 미나리 없이 간장만 살짝 찍어 씹어보니 쫄깃하며 담백한 맛이 그래서 복어 중 으뜸이라고 하는가 싶다. 꼬들꼬들한 복어껍질은 미나리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무쳤고, 한쪽에서는 맑은 탕이 끓는다. 술꾼들은 한 잔 해야 한다. 복어 지느러미를 태워 뜨겁게 내린 정종 한 잔 마셔야 풍류가 살아날 것이니까. 비위가 허락하는 사람은 산수유처럼 샛노란 황복 쓸개주를 노려봐도 좋겠다. 술 먹고 난 다음날 복집으로 달려가듯이 미나리와 콩나물만 넣고 맑게 끓인 탕이 주는 향수는 크다. 와르르 끓어오르고 그 시원한 국물을 훌훌 퍼먹으며 알알해진 속을 달래본다. 먹고 나니 슬쩍 입안이 마르고 갈증이 느껴진다. 아무리 독을 잘 제거했다고 해도 미세한 독은 남아있기 마련이니 ‘독을 맛 봤구나’ 싶다. 적당한 독은 몸을 뜨겁게 하는 등 나이 든 사람들에게 이로운 작용을 한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문득 남해에서 한 어부가 “독이 많아 국물이 퍼런 것을 먹어야 진짜재”하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니 옛사람들도 복은 늘 미식의 첫손이면서 경계의 대상이었다. 조선시대 부녀자 생활지침 규합총서(閨閤叢書)를 보면 “피와 알이 독이 많아서 잘못 먹으면 반드시 사람이 왕왕 죽으니, 사람이 그것을 모르지 아니하되, 한때 맛을 밝혀 해를 입는 이가 있으니 애달프다”고 적고 있다. 또 “곤쟁이젓(생 새우젓)이 복어 독을 푼다”고 비방을 적고 있다. 이렇게 독을 무서워하면서도 복 예찬은 끊이지 않았다. 영조때 겸재의 친구였던 이병연(1671~1751)은 풍요로운 봄날 풍경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늦봄에는 복어국/ 첫여름에는 웅어회/ 복사꽃잎 떠내려 올 때/ 행주 앞강에는 그물치기 바쁘다’ 그런데 이렇게 시인묵객을 사로잡고 지천이었던 황복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치어를 방류하고 봄이면 그물을 뽀득뽀득하게 빨아 던져놔도 들어서질 않는다. 곧 복사꽃은 지는데 1년 강 농사 80%를 차지하는 이 봄 그물이 비어 있으니 어부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임진강이 노랗게 저물어 간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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