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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5도 남·북방 생물 공존…기후변화 영향 더 연구해야

    서해5도 남·북방 생물 공존…기후변화 영향 더 연구해야

    백령·대청·소청·연평·소연평도 등 북한과 인접한 서해5도에 남방계와 북방계 생물이 공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게 됐다.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달 13~20일 서해5도에 대한 생물다양성 조사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장수삿갓조개(왼쪽)의 국내 최대 개체군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장수삿갓조개는 껍데기(패각)가 둥근 삿갓 모양인 바다달팽이로 충남 태안지역이 북방한계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패각 길이가 2.5~6.5㎝인 12개체가 확인됐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2010년 태안해안국립공원 4곳에서 8개체가 발견된 것이 가장 많았다. 국내 서식이 보고되지 않은 미기록종인 갯민숭달팽이 2종도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새로 발견됐다. 갯민숭달팽이는 껍데기가 퇴화한 바다달팽이로 ‘오케니아 에키나타’와 ‘사쿠라에올리스 에노시멘시스’(오른쪽)가 수심 5~10m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아빠, 괜찮아?’ 사람 위로하는 고릴라

    ‘아빠, 괜찮아?’ 사람 위로하는 고릴라

    고릴라가 사람을 위로하는 모습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3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센퀘퀘 산고릴라 보육원에 사는 암컷 고릴라 마타비시(Matabishi)가 우울해 보이는 담당 보육사 마티유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 속 마타비시는 우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마티유처럼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 고릴라는 마티유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거나 함께 서 있을 때 그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 마치 사람 같다. 이런 감동적인 순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온 야생동물 사진작가 넬리스 울마란스(42)가 포착했다. 그는 “성인으로서 내 삶은 대부분 아프리카에 사는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데 시간을 보내왔다”면서 “고릴라 보육원에 머물고 있는 산고릴라 네 마리는 언제나 담당 보육사들과 함께 있으며 서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런 깊은 심리적 유대관계는 보기에도 마음이 따스해졌는데 이들은 서로를 보듬어주고 있었다”면서 “이들은 항상 서로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티유는 마타비시의 가장 친한 친구로 부모 같은 존재라고 한다. 이들이 서로를 아끼고 신뢰하는 모습은 극히 낯선 모습처럼 보이지만, 둘의 깊은 유대 관계로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것임이 틀림없다. 한편 고릴라 마타비시는 지난 2013년 6월 말,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약 1㎞ 떨어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어미 없이 홀로 발견됐다. 당시 생후 3년 정도밖에 안 됐던 이 고릴라는 밀렵꾼들에 의해 어미를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넬리스 울마란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 전하러 온 야생 콘도르 (영상)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 전하러 온 야생 콘도르 (영상)

    인간과 동물 사이의 남다른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영상이 아르헨티나에서 포착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북미에서 가장 큰 새에 속하는 콘도르와 한 남성의 재회 장면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 에드가도와 콘도르의 인연은 콘도르가 아기새였을 때 시작됐다. 에드가도는 둥지에서 떨어져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콘도르를 발견했고, 슬프고 안타까움 마음에 그를 돌봐주었다. 그때가 우정의 시초였다. 에드가도의 따뜻한 배려와 구조 덕분에 콘도르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일상 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했다. 그리고 야생에서 어느덧 큰 새로 훌쩍 자란 콘도르는 자신을 구해준 에드가도를 찾아왔다. 양 날개를 펼치고 에드가도를 향해 걸어가 품에 안긴 콘도르는 다정하게 코를 비벼댔다. 콘도르의 애정표현을 느낀 그도 “안녕, 잘 지냈어? 많이 예뻐졌구나!”라고 응답해주었다. 오랜만에 하나가 된 그들의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12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3만건 가까이 다른 소셜 네트워크로 공유됐으며 네티즌들로부터 700건 이상의 댓글을 얻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이와 같은 훌륭한 동물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하나의 특권”이라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사진=유튜브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죽은 잔디가 움직인다? 알고보니…

    죽은 잔디가 움직인다? 알고보니…

    새파란 잔디밭 한가운데 누렇게 말라버린 죽은 잔디가 때론 새끼 토끼의 보금자리일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이 SNS 화제에 올랐다. 12일(현지시간) 캐나다 CBC방송은 온타리오주의 한 야생동물 및 해충처리 회사가 최근 공식 SNS에 공개한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서 이 회사의 직원인 제레드 휴리스톤은 “죽은 잔디가 움직인다는 연락을 받고 왔다”며 의뢰인의 주택 앞마당 죽은 잔디로 보이는 흙더미를 천천히 걷어냈다. 이윽고 흙더미에서는 솜털이 수북한 새끼 토끼 여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휴리스톤은 “마당의 잔디를 깎기 전 새끼 토끼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당부하며 “새끼 토끼는 금세 자라 2주면 보금자리를 떠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은 8만 5천 건이 공유되고 316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씨줄날줄] 보신의 계절/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보신의 계절/이동구 논설위원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작품의 공통점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불행을 부른다는 것에 있다. 불로초를 구하려 했던 진시황의 일화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욕망이라는 인간의 실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비극 또한 반복되고 있다.최근엔 동남아 악어들이 이런 인간 욕망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최근 쿠알라룸푸르 옛 도심에서 악어 밀거래 현장을 적발해 살아 있는 바다 악어 24마리와 악어고기 수백 점을 압수했다고 한다. 압수품 중에서는 악어의 생식기와 쓸개도 다량 발견됐다. 이유는 “악어가 정력에 좋다”는 루머 때문이라고 한다. 이 덕분에 악어의 암시장 거래 가격은 현재 마리당 2600여만원으로 호랑이보다 비싸졌다고 한다. 희귀 동물 호랑이마저 인간들의 욕망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태국 당국에 적발된 호랑이 사원에서는 호랑이 100여 마리가 도살돼 중국, 베트남 등지에 정력제로 팔려 나갔다고 한다. 지난 6일 밤 프랑스 파리 인근의 한 동물원에서는 밀렵꾼들이 흰코뿔소를 죽이고 뿔을 잘라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코뿔소 뿔의 가루가 정력제나 항암치료제로 소문이 나면서 ㎏당 약 6200만원에 거래돼 ‘백색 황금’으로 불린다고 한다. 한 국제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남아공에서 밀렵으로 희생된 코뿔소는 1054마리나 된다. 견디다 못한 남아공 정부는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해 코뿔소를 마취총으로 쓰러뜨린 뒤 미리 뿔을 잘라 버리고 다시 방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야생동물을 잡아 보관하거나 판매, 취득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야생동물을 밀렵하는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몸에 좋다 하면 무엇이든 먹으려는 게 우리의 습성이다. 뱀, 고라니, 노루, 멧돼지, 오소리, 개구리, 기러기 등 야생동물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호랑이가 살았다면 밀렵에 희생당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개를 먹어 본 사람은 27% 정도라고 한다. 한 해에 보신용으로 개 300만 마리가 도살된다는 추정도 있다. 동물 애호가들은 개 도살과 식용을 당장 불법화하는 것보다는 현행법으로도 강력하게 단속하면 식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국은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아 동물 학대의 방식으로 도살하지 않으면 단속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삼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이기면 어떨까.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지리산 ‘흰색 오소리’

    지리산 ‘흰색 오소리’

    온몸이 흰색인 오소리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야생동물 관찰용 무인센서 카메라에 13일 포착됐다. 멜라닌 색소 결핍증인 알비노 현상으로 몸이 하얀 동물은 예로부터 좋은 징조로 여겨져 온다.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 제공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선의로 가득한 지옥이었네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선의로 가득한 지옥이었네

    후암동 종점은 해방촌에서 후암동으로 막 넘어간 삼거리에 있다. 말이 종점이지 202번 버스 노선의 한쪽 종착점인데 차고지는 없고, 운전기사가 화장실 볼일 등으로 운전석을 나와 다리를 펴는 짧은 시간 정차 뒤 버스는 바로 되돌아간다. 우리 동네 길이 전에는 퍽 한산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교통량이 엄청 늘어서 불과 2차선 이면도로를 한참(2~3분 정도) 기다리다 건너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아주 피곤할 때면 약이 올라서 “남의 동네 길을 왜 이렇게 많이 지나다니는 거야?” 악을 쓰며 차를 흘겨보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욕설을 웅얼거리는 체머리 할머니가 된 기분이다.후암동 종점 부근 역시 통행 차량이 많지만, 좁은 찻길 한가운데는 섬처럼 화단이, 둘레에는 용산중학교 담벼락과 우리은행 지점이었던 건물과 나지막한 가게들이 오래 자리 잡은 가로수들과 어우러져 제법 종점 정취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 곳곳에 조금 폭이 넉넉한 데를 찾아 전을 펼쳐 놓은 노점상들이 그렇다. 은행나무 아래 풀어 놓은 좁쌀이니 찹쌀이니 몇 가지 곡물 꾸러미를 지키는 둥 마는 둥 바둑을 두시는 아저씨며. 우리은행은 근처에 작은 무인 영업점을 만들어 주고 두어 달 전에 이사 가버렸다. 내가 처음에 봤을 때는 한일은행이었는데, 한일은행 시절까지 합하면 아주 오래 그 자리에 있었을 테다. 어쩐지 섭섭하고 쓸쓸하다. 거기 주차장 울타리 한구석에 고양이밥을 놓고 있다. 은행원도 경비원도 눈감아 줘서 마음이 편했는데, 새로 올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튼 지금은 관리인이 없어서 아무 눈치 안 봐도 되는데, 건너편 용산중학교 담벼락 아래 터주 격인 여인이 화분을 잔뜩 늘어놓아 운신이 좀 불편하다. 스티로폼 박스니 화분이니 물통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몸을 꼬부려야 한다. 원래는 길 건너에 있던 화분들인데, 이쪽이 더 넓고 통행인이 많아서 옮겼나 보다.나도 천리향 두 분을 샀다. 어느 한밤, 고양이밥을 놓고 있는데 그녀가 흰 꽃이 어여쁜 화분 하나를 들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얘가 주인을 못 만나 외롭다네요.” “아, 네, 예쁘네요.” 나는 화분에 생각이 없어서 건성으로 대꾸하다가 너무 무성의한 거 같아서 꽃 이름을 물어봤다. “천리향인데, 얼마나 향기로운지 몰라!” 천리향? 그렇잖아도 아연 생기 띤 그녀 목소리가 부담스럽던 차에 그 얼마 전 꽃집에서 천리향 가격을 묻고 사지 않은 친구 생각이 나서 마침 잘됐다 싶었다. 그래서 하나 샀고, 그걸 전해 줄 때 옆에 있던 친구가 자기도 천리향을 갖고 싶다고 해서 뒤에 하나 더 산 것이다. 나한테는 특별히 싸게 준다고, 가격도 아주 착했다. 며칠 전에는 그녀 때문에 울고 싶었다. 내가 쪼그려 앉으려는 순간 화분 사이에 앉아 있던 그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삶은 달걀 껍데기를 까면서 다가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미리 팔을 젓는데 “아까부터 언니 주려고 기다렸어”라는 것이다. 내가 “아, 아!” 하는 사이에 그녀는 “자, 이렇게 깨끗이 헹궈서”라면서 스티로폼 박스에 고인 누리끼리한 물에, 그것이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도 되는 양 껍질 깐 삶은 달걀을 넣어 휘저었다. 나는 “아, 그 더러운 물에! 안 먹어요! 안 먹어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잠시 당황하더니 “그럼 깨끗한 물로 한 번 더 씻으면 되지. 이거 식당에서 받아 온 깨끗한 물이야”라면서 페트병을 기울여 달걀을 씻더니 쪼그려 앉는 바람에 도망도 못 가고 연신 안 먹는다며 비명을 지르는 내 입에 쏙 밀어 넣었다. 그걸 먹고도 무탈하니 내가 퍽 건강한가 보다. 내게 삶은 달걀 하나를 먹이고 싶어 한 그 마음도 내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개점 폐업 상태인 구두 수선 부스를 본부로 해서 빈터마다 점령해서는 모종에서 묵나물까지 살고 죽은 온갖 식물을 철 따라 파는 여인네. 이 이는 인근에 점포를 가진 이들의 원성을 사서 드물지 않게 경찰이 달려오곤 한다. 그녀의 얼굴은 갈색이 돌도록 붉게 익은, 햇빛에 살이 튼 사과 같다. 야생동물 같은 데가 있는 그녀는 오토바이도 잘 타지. 어제 보니 양파 자루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그 옆에서 도라지를 까고 있더라.
  • 전신 방호복 벗고·주거 제한 풀렸지만 하루 150t 오염수·핵연료 제거 ‘사투’

    전신 방호복 벗고·주거 제한 풀렸지만 하루 150t 오염수·핵연료 제거 ‘사투’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싸고 있는 후타바마치, 오쿠마치 일부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고 출입도 통제되고 있었다. 방사능 오염 지역들의 주거 제한이 대부분 해제됐지만, 지난 9일 찾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371㎢는 6년 전 주민들이 버리고 떠난 그대로인 채로 남아 있었다.연간 누적되는 방사선의 총량이 50밀리시버트(mSv)로 ‘귀환곤란구역’으로 여전히 묶여 있었다. 세슘-137의 안전 기준에 300배 넘게 노출된 야생 멧돼지 등 방사능 오염 야생동물들의 출몰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도쿄에서 240여㎞ 남짓 떨어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원자로의 수소 폭발과 쓰나미 등으로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 건물과 시설물 등은 상당히 정돈돼 있었다. ‘도쿄전력 폐로추진부문’의 히로세 다이스케 과장은 원자로 부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전 부지가 방사능 위험에서 한숨 돌린 ‘그린 존’으로 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존에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에 뒤집어쓰는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됐다. 방호 조끼와 장갑, 고무장화, 코와 입을 가리는 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했다. “원자로에서 방사능 유출이 통제된 증거”라고 히로세 과장은 강조했다. 도쿄전력 직원 1000명, 관계사 직원 및 원전 노동자 6000명 등 7000여명이 날마다 원전으로 출퇴근하며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원전 부지 내 대형 크레인들도 분주했다. 핵 폐연료 추출 작업 준비를 위해 원자로 건물 뚜껑을 제거하거나 추출을 위한 설비를 설치 중이었다. 당면 과제는 원자로 안 핵 폐연료 및 찌꺼기들을 꺼내는 일이다. 그것이 이뤄져야 안전성 확보와 함께 폐로(廢爐)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을 보는 것도 핵연료가 원자로 안에 사고 당시 그대로 남아 있는 탓이다. 원자로 냉각이 6년 전 사고 당시처럼 중단되면 언제든지 또다시 핵연료가 녹는 멜트다운이 일어나고, 방사능 유출이 재현될 수 있다. 그만큼 핵연료 제거가 발등의 불이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당장 어찌해 볼 방법이 없다. 핵연료가 녹는 추가 멜트다운과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묻자 “5중, 6중 냉각장치를 마련해 원자로 내 온도를 섭씨 20도 전후로 충분히 식히고 있다. 우려는 없다”는 오카무라 유이치 도쿄전력 입지본부장 대리의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방사능 유출과 원자로의 핵연료 멜트다운 재발을 막으면서 핵연료 제거 준비를 하는 게 현 단계의 일이다. 녹은 핵연료 때문에 방사능 수치가 높은 원자로 안에는 인간이 들어갈 수 없어 극한작업 로봇을 여러 차례 진입시켜 상황 파악을 시도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로봇과 드론, 가상현실(VR)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을 세워 폐로를 준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이 폐로 작업의 로드맵을 30년으로 잡았다. 히로세 과장은 “지난 2월 2호기의 핵 격납용기 안 원자로 영상을 로봇이 최초로 일부 촬영했다. 1호기 탐사 로봇이 촬영한 영상보다 더 선명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1호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에 로봇을 재투입해 조사했다. 3호기는 올여름쯤 수중 로봇을 활용해 원자로 내부 촬영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루 150t씩 원자로 안에서 바다 쪽으로 흘러나오는 오염수를 막는 일도 숨가쁜 처지다. 원자로 주변에 동토벽으로 불리는 연장 1500m 길이의 차단벽을 설치하고, 금속 말뚝을 박고 결빙장치를 통해 영하 30도로 7만㎥ 넓이의 땅을 얼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 부지 곳곳엔 하늘색 대형 물탱크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다핵종방사능제거설비(ALPX)로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다른 방사능 물질을 정화시킨 오염수 99만t을 담은 900개의 대형 탱크들이었다. 아베 정부는 2021년까지 원전 안 오염수 처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8조엔(약 80조원)이 소요되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은 신기술과 기술력을 총동원한 일본의 저력을 시험하는 전장이었다. 절망과 비극의 틈 속에서 미래를 찾는 지난한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울시의회 송재형의원 한중청소년 스포츠교류대회 참석

    서울시의회 송재형의원 한중청소년 스포츠교류대회 참석

    지난 6월 5일부터 9일까지 중국 산동성 영성시 적산 법화원내 장보고 유적지와 연태시 애화쌍어학교에서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들의 우호 증진을 위한 ‘제1회 한·중 청소년 스포츠교류 및 장보고유적지 걷기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송재형 연맹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 연맹 임원단과 서울시내 중·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와 교장 선생님 등 총 300여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를 위해 참석한 교류단은 옛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하여 인천과 중국의 바다길을 오갔으며 중국내 일정도 바쁘게 소화했다. 중국 도착 첫날, 교류단은 오전에 장보고 유적지가 있는 산동성 영성시에 위치한 적산법화원에서 ‘제1회 한·중 청소년 스포츠교류 및 장보고유적지 걷기대회’를 기념 식수행사에 이어 대회를 개최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적산법화원내 장보고 관련 기념유적지를 탐방하며 그의 업적과 자취를 마음에 담았고. 오후에는 연태시로 이동하여 애화쌍어학교를 방문하여 한·중 청소년간의 문화교류의 장을 이어나갔다. 애화쌍어학교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한국 청소년들은 다음날 오전 학교 대운동장에서 육상과 농구, 피구등 친선 경기를 통한 스포츠교류를 이어 나갔다. 스포츠를 통해 한·중 청소년들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학생들은 서로가 준비한 기념품을 교환하며 작별의 순간을 아쉬워했다. 교류단은 곧바로 오후 인근에 있는 건설중장비를 생산하는 두산 인프라코어를 견학하여 한국의 경제 성장을 체감하며 셋째 날을 마감했다. 넷째 날 마지막 일정인 영성시 야생 동물원 방문을 끝으로 중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교류단 일행은 돌아오는 선상에서 학생들의 4박 5일간의 중국 기행문 발표 시간을 마련하여 중국에서의 추억을 되새겼다. 학생들은 기행문에서 이번 행사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더 큰 교훈을 얻어가며 향후에도 이 같은 행사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연맹장인 송재형 의원은 인천 도착 후 갖은 해단식에서 “안전하게 본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준 각 학교 교장 선생님과 인솔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첫 회 행사에서 발견된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여 매회 발전하는 한·중 청소년 교류의 모범적인 행사가 되도록 연맹 관계자들과 합심하여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로드킬, 야생동물의 숙명 아니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로드킬, 야생동물의 숙명 아니다

    최악의 가뭄은 사람뿐 아니라 야생동물들에게도 큰 시련이다. 먹이가 없어 인가로 내려왔던 야생동물들이 이번에는 가뭄에 마실 물이 없는 고초를 겪고 있다.문제는 인가로 내려왔던 동물들이 고스란히 삶터로 돌아가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가며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경남 창원에서 멸종위기동물 1급인 수달이 잇달아 로드킬에 희생되었다.그런가 하면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포획이 금지된 두꺼비들이 난개발로 인해 곳곳에서 서식지를 잃고 로드킬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논이었던 곳에서 편안했던 두꺼비들이 갑자기 들어선 거대한 건물 숲에서 갈 곳을 잃어버리고 길가에서 죽어가고 있다. 사실 난개발로 인한 동물들의 피해는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난개발이 줄을 이었고, 동물들은 그때마다 피해를 입었다. 한국교원대 김동진 교수의 ‘조선의 생태환경사’(푸른역사)는 생태환경의 변화가 촉진한 조선의 시대상을 조명하면서, 갖가지 동물들의 수난사도 제법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조선 건국과 함께 가장 큰 화를 입은 것은 호랑이다. “백성은 하늘이었고, 백성이 하늘로 삼는 것은 먹을거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중농정책을 추진한 조선은 농지를 늘리는 일에 많은 공을 들였다. 대개의 황무지와 산림천택(山林川澤)은 논밭으로 변했다. 산림이 논밭으로 변하자 호랑이는 안방을 잃어버렸고, 결국 민가로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는 등 민초들의 삶에 피해를 주었다. 조선이 건국 초기부터 포호정책(捕虎政策)을 실행한 이유인데, 죽어서 남긴 가죽이 고가에 팔리자 무분별한 사냥도 횡행했다. 그렇게 서서히 한반도의 호랑이는 절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이 정도라면, 여타 동물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세조 때부터 성종 무렵까지 한번에 1000여 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던 꽃사슴은 17세기 이후 거의 사라졌다. 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말은 군사적 필요와 교통수단 확보를 위해 대개 국가에서 관리했는데, 1만∼10만 마리로 늘고 줄기를 반복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최소 3만에서 최고 8만 마리를 유지했지만, 이후 교통수단의 발달과 농기계 등의 도입으로 개체 수가 확연히 감소했다. 조선시대 중농정책이 모든 동물을 죽음의 길로 내몬 것은 아니다. 노동력을 제공한 소는 15세기 초 2만∼3만 마리에 불과했는데, 18세기 후반에는 무려 10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늘어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역시 인간의 탐욕이 원인이었다. 산림천택 중 천택, 즉 내와 못 주변도 농지로 만드는, 이른바 ‘무너미’ 땅 개간이 역효과를 낳았다. 습한 토양 조건에서 각종 해충이 생겨나면서 동물과 인간에게 전염병을 옮겼던 것이다. 실록에 따르면 숙종 33년에 함경도에서만 홍역으로 “1만 수천 명”이 죽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다.조선시대나 우리가 사는 21세기나 인간의 탐욕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어쩌면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더 큰 욕망을 맛보고 있을 뿐, 21세기보다 훨씬 궁핍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욕망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간은 욕망을 통해 한사코 제 주머니 채우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국 도처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로드킬이 동물의 숙명이라고 말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은 함께 살아가야 할 수많은 생명을 지금도 로드킬로 내몰고 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서울 도심서 겨울잠 깬 금개구리

    서울 도심서 겨울잠 깬 금개구리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금개구리가 서울 도심 공원에서 겨울잠을 잔 뒤 올봄 깨어난 사실이 확인됐다.서울대공원은 지난해 8월 서울 도심 공원 내 복원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구로 궁동생태공원에 방사한 금개구리 100마리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달 동면에서 깨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금개구리는 한국 고유종으로 등에 난 금빛 두 줄무늬가 특징이다. 참개구리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울음주머니가 없어 소리가 작고 몸집도 더 작다. 예전엔 서울 등 한반도 서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서식지 파괴로 현재는 환경부 멸종위기 2급 동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금개구리는 영문 이름이 여러 개인데, 그중 ‘서울 폰드 프로그’(Seoul pond frog)라는 영명이 있을 정도로 서울에서는 의미 있는 양서류”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은 동물원에 금개구리 인공증식장을 조성, 2015년 9월 금개구리 200마리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그중 100마리를 지난해 서식 환경이 좋은 궁동생태공원에 방사했다. 서울대공원은 앞으로 30여 마리를 추가로 방사한 뒤 내년까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폐광지역 멸종위기종 복원 성과…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등 확인

    폐광지역 멸종위기종 복원 성과…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등 확인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추진 중인 폐광산지역을 활용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 복원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8일 원주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강원 정선의 물한리 계곡에서 멸종위기종(Ⅱ급)인 열목어 124마리, 하이원리조트 일대에서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4마리가 확인됐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는 그동안 방사한 성충이 알을 낳아 부화했다는 의미로 서식지 복원의 ‘청신호’로 해석된다. 열목어도 복원 전인 2014년(25마리)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방사한 개체가 서식지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원주청은 2014년 자연환경 조사를 통해 이 지역을 열목어와 붉은점모시나비 서식지 복원지로 결정했다. 물한리 계곡은 열목어 집단서식지였으나 2000년대 초반 태풍 피해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하이원리조트 마운틴탑 일대는 붉은점모시나비의 서식지는 아니나 애벌레 먹이식물인 기린초가 자라는 등 환경이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인공증식한 열목어 500~1000마리와 붉은점모시나비 20여쌍을 방사했다. 9일에는 열목어 500마리와 붉은점모시나비 30쌍을 방사한다. 방사되는 열목어는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서, 붉은점모시나비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각각 인공증식한 개체다. 열목어 복원사업에 참여하는 최재석 강원대 교수는 “물한리 계곡에서 열목어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적응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열목어 서식지 복원을 통해 탄광하천이라는 오명을 벗고 청정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월드피플+] 64년 전 사 2000배 뛴 주식…98세 노인, 환경단체에 기부

    [월드피플+] 64년 전 사 2000배 뛴 주식…98세 노인, 환경단체에 기부

    64년 전 1000달러에 산 주식이 현재 무려 200만 달러(22억 4000만원)의 값진 보물이 돼 돌아왔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의 토박이인 98세 노인 루스 그레멜의 훈훈한 미담을 보도했다. 100세를 눈 앞에 둔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직 정정한 루스 할아버지는 '좋은 주식은 장기 보유하라'는 격언을 몸으로 실천한 인물이다. 그러나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이 목적인 보통사람과 할아버지는 출발부터 결말까지 달랐다. 미 육군장교 출신으로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루스 할아버지는 반갑게도 워싱턴 D.C.에서 근무하며 한국전쟁에도 기여했다. 주식을 사들인 것은 1953년으로 언젠가는 약과 화장품이 유망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시카고의 한 제약회사 주식을 1000달러를 주고 샀다.   전역 후 법률가로 활동한 할아버지의 또하나의 직업 아닌 직업은 바로 보이스카우트 단장이었다. 자연과 동물을 벗삼아 수많은 청소년들의 멘토로 지내왔다. 이렇게 그는 한평생을 청소년들과 함께했으나 정작 본인은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이 지금까지 홀로 살아왔다. 할아버지의 사연이 미 전국 언론을 장식한 이유는 오랜시간 장롱 속에 묻혀있는 이 주식을 비영리 환경단체인 일리노이 오듀본협회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듀본협회 측은 이 돈으로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야생동물보호구역을 만들 계획이다. 일리노이 오듀본협회 톰 클레이 이사는 "루스 할아버지는 나의 영웅이자 미국인의 영웅"이라면서 "1965년 협회에 가입한 이후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연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쳐왔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평생 헌신한 자연으로 돌아갈 할아버지의 감회는 물론 남다르다. 루스 할아버지는 "내가 수많은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면서 "여러 세대가 자연보호구역을 방문해 즐기고 느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치유의 손길, 때묻지 않은 순수… 마음을 씻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치유의 손길, 때묻지 않은 순수… 마음을 씻다

    과장 좀 보태 ‘복음’ 같은 말이었습니다. 계곡 출입이 허용된다는 군청 직원 말이 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행장 꾸려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강원 정선의 덕산기 계곡입니다. 세상과 부대끼며 상처받았던 계곡은 지난 3년 동안 세상으로 난 문을 닫아걸고 은둔했지요. 자연휴식년 기간 동안 계곡은 얼마나 몸을 추슬렀을까요.덕산기 계곡은 접근이 참 까다로운 곳이다. 가는 길이 어렵다기보다 진면목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분단장하고 난 이후의 모습은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다. 여간해선 곁을 내주지 않는 도도한 미인이 이럴까 싶다. 왜 그런가. 이는 덕산기 계곡의 핵심 키워드를 알면 이해가 쉽다. 이 계곡을 대표하는 단어는 ‘물빛’과 ‘오지’다. 먼저 물빛은 비가 온 뒤 생긴다.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을 즈음 계곡은 아름다운 옥빛을 드러낸다. 한데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다. 물이 쉬 빠지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많은 비가 와도 1주일 정도면 물이 빠진다고 한다. 그러니 도시인이 ‘립스틱 짙게 바른’ 덕산기 계곡과 만나려면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고, 담긴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는 오지다. 사실 덕산기 계곡이 나라를 대표하는 오지라 보기는 어렵다. 정선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예전과 달리 진입로까지 길이 곱게 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일부 구간에서는 반드시 몸을 물에 담가야 더 나아갈 수 있다. 요즘처럼 가물 때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걸을 수 있지만 비가 온 뒤엔 상황이 달라진다. 허리춤까지 물에 잠기는 구간도 있다. 몸을 적시지 않으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주변이 ‘뼝대’(벼랑을 이르는 사투리)라 이마저 쉽지 않다. 바로 이런 점에서 덕산기 계곡을 오지라 할 만하다. 물이 빠졌을 때도 나름의 장점은 있다. 계곡물이 가득 찼을 땐 멀리서 눈으로만 감상해야 할 기암들을 가까이서, 그것도 손으로 만져가며 걸을 수 있다. 극한의 건천이 선사한 작은 선물인 셈이다. 그 곱다는 물빛보다야 못하겠지만, 이쪽도 뭐 그리 나쁠 건 없다. 이번 여정에선 봄 가뭄과 맞물려 계곡의 갈증이 한결 심했다. 그래도 바짓가랑이 젖지 않고 계곡을 걷는 맛이 나쁘지는 않다. 덕산기 계곡은 ‘기골이 장대한’ 뼝대로 둘러싸인 은둔의 땅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바깥세상과 교류 없이 살던 주민들이 화전 금지와 함께 계곡을 떠나며 태곳적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오프로드 차량들의 떼질주가 이어졌고 급기야 2014년부터 상처 입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덕우리 덕산1교부터 북동교까지 10㎞ 구간이 자연휴식년에 들어갔다. 지난 4월 해제와 동시에 다시 자연휴식년제에 지정됐고 2020년까지 3년간 지속된다. 1차 때는 사람의 출입 자체를 막았지만, 이번엔 트레킹에 한해 허용된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조건’으로 물놀이도 허용된다. 야영과 취사, 차량출입은 여전히 금지다. 계곡 트레킹은 그리 힘들지 않다. 높낮이가 고르기 때문이다. 뼝대와 사행천이 빚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이다. 계곡은 바짝 말랐다. 얼마 남지 않은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는 다양한 수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뼝대 위로 네댓 개의 폭포가 걸린다. 이른바 ‘비와야 폭포’다. 계곡 초입의 대촌마을은 원빈, 이나영 부부의 소박한 결혼식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삼시세끼’ ‘1박 2일’ 등 TV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풍경이 수려하다. 두 부부의 결혼식장 주변은 밀밭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는 농가에서 소먹이로 요긴하게 쓰인다. 이맘때면 어린아이 키만큼이나 웃자란다.동강 드라이브에 나선다. 요즘 정선을 찾는 이들에게 제법 ‘핫’하다는 여행 아이템이다. 말 그대로 동강 옆으로 바짝 붙어 조성된 강변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 솔치삼거리의 동강탐방안내소에서 얼추 30㎞ 정도 동강을 따라 달릴 수 있다. 이리 휘고 저리 굽은 길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고 차창엔 우람한 뼝대가 줄곧 내걸린다. 가수리는 지장천과 조양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마을 초입의 약 600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합쳐진 물길은 이때부터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영월 땅을 향해 흘러간다. 이 순결한 옥빛 강물을 보자면 가슴에 불순한 의도를 품은 이라도 말끔하게 정화될 듯하다. 나리소 전망대는 반드시 찾을 것. 발아래로 동강이 만든 물돌이동이 펼쳐진다. 예전엔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던 곳이었는데, 최근 전망대가 놓여 쉽게 가볼 수 있게 됐다. 당목이재 고개 정상 어름에 있다. 동강관리사업소 고성안내소 앞에서 우회전해 연포마을로 들어간다. 하루 세 번 달이 뜬다는 곳. 이 시대의 ‘마지막 주모’ 이향복(89) 할머니는 여전히 잘 계실지. 연포마을은 여름에도 오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오지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년) 촬영지이기도 하다. 강남에서 잘나가던 선생 김봉두(차승원)가 이 마을 연포분교에 발령 받았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울며 들어와 웃으며 나간다는 곳이 정선 아니던가. 맑은 물과 푸른 숲에서 몸을 씻고 나면 외려 나가기가 싫어질 터다. 아쉽게도 이향복 할머니는 몇 달 전 함백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건강 때문이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는 현실이 차갑지만 담담하게 흘러간다.연포마을에서 산길을 되짚어 나와 동강로를 따라 계속 가면 신동읍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와 만난다. 신동읍은 따로 시간을 내 찾을 만한 곳이다. 옛 탄광마을의 흔적이 여태 남았다. 국내 최초 라멘교식 철교로 알려진 조동철교, 주민들이 힘을 모아 새로 세운 함백역, 추억의 박물관 등이 이 마을에 있다. ‘안경다리 탄광마을’ 위는 새비재(850m)다. 정상으로 드는 고갯길이 아름답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도열해 객을 맞는다. 새비재 능선엔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 공원도 조성돼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 바로 여기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소나무가 지금도 ‘전지현 소나무’란 이름으로 자라고 있다. 소나무 옆 의자에 걸터앉으면 주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선 최고봉인 두위봉을 비롯한 고산준봉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덕산기 계곡은 정선 읍내에서 59번 국도 고한, 사북 방향으로 가다 월통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덕산1교를 찾아가면 가장 간명하다. 대중교통은 사실상 없다. 덕산기 계곡의 양 끝인 덕우리나 북동리 어디든 버스로 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승용차로 덕산1교까지 간 뒤 원점회귀할 수밖에 없다.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올린 대촌마을은 같은 덕산기 계곡이지만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르다. 덕산1교에서 59번 국도 교차점까지 되짚어 나간 뒤 좌회전해 대촌마을을 찾아가야 한다. 연포마을까지는 외길이다. 도로 폭은 좁아도 곳곳에 교행할 만한 공간이 조성돼 있다. ‘숲속책방’은 귤청주스 등 간단한 마실 것을 파는 일종의 북카페다. 계곡 트레킹 뒤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덕산기 계곡의 끝자락, 그러니까 북동리에 인접한 계곡 모서리에 있다. →잘 곳:하이원리조트(1588-7789)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요즘 스키 슬로프 정상에 야생화가 만개했다. 정선 읍내 상유재(562-1162)는 한옥 체험 명소다. 수백년 묵었다는 담장 옆 뽕나무가 인상적이다. 덕산기 계곡 안쪽에 물맑은 집, 덕산터, 가족민박 등 민박집들이 몇 곳 있다. →맛집:하이원리조트가 있는 사북, 고한 쪽에 맛집들이 많다. 토박이식당(591-7729)은 생태찌개를 잘한다. 정선 읍내의 동박골(563-2211)과 싸리골식당(562-4554)은 곤드레나물밥으로 이름났다. 정선 5일장은 끝자리 2, 7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수수부꾸미 등 토속적인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 中동물원서 살아있는 당나귀를 호랑이에게…

    中동물원서 살아있는 당나귀를 호랑이에게…

    중국의 한 동물원이 살아있는 당나귀를 호랑이들의 먹잇감으로 던져넣어 논란이 되고있다. 지난 6일 중국 영자매체 상하이스트등 현지언론은 장쑤성 창저우의 한 동물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영상을 공개했다. 현지 SNS를 타고 급속도로 번진 논란의 영상은 호랑이들의 당나귀 사냥을 담고있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상하게 한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살아있는 당나귀 한마리를 호랑이 우리 속으로 밀어넣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당나귀는 살기위해 발버둥치지만 좁은 우리 안에서 호랑이 2마리의 공격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결국 당나귀는 30분 만에 호랑이들의 먹잇감이 되며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원 측의 처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SNS를 통해 쇄도했다. 현지언론은 "사육사들은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동물원 측이 아마도 호랑이의 야생성을 키우고 필요없는 당나귀도 처리하기 위해 이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사냥꾼 공격하는 야생 곰

    사냥꾼 공격하는 야생 곰

    야생 곰 한 마라기 사냥꾼을 공격하는 아찔한 순간이 공개됐다. 지난달 30일 Jukin Media 유튜브 채널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파이어 강 인근에서 촬영된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사냥꾼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남성의 시점에서 반대편에 있는 아메리카 흑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게 보인다. 먹을 것을 찾는 듯 느긋하게 움직이던 녀석은 사냥꾼을 본 순간, 전광석화와 같이 남성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 사냥꾼은 피할 겨를도 없이 곰에 떠밀려 넘어진다. Jukin Media에 따르면, 영상 속 남성이 사냥을 나왔다가 곰에게 봉변을 당했지만, 다행히 팔에 약간의 상처만 입었을 뿐 무사하다고 전했다. 사진 영상=Jukin Media 유튜브 채널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세계 최고령 나무늘보, 43세 나이로 숨져

    세계 최고령 나무늘보, 43세 나이로 숨져

    호주에 사는 공식 세계 최고령 나무늘보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데일리메일 호주판 5일 보도에 따르면,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의 인기 스타 암컷 호프만두발가락나무늘보 ‘미스씨’(Miss C)가 이날 사육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잠들었다. 동물원 큐레이터 필 앤슬리 박사는 “이날 오전 사육사들은 미스씨의 몸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야생에서 나무늘보는 기대수명이 약 10~12세이므로, 미스씨는 정말 경이로운 동물로 세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늘보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스씨가 평균 기대수명보다 4배 이상을 더 살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일리메일 호주판은 동물원을 통해 미스씨가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는 사육 중인 나무늘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 또한 앤슬리 박사는 “미스씨는 몸 상태가 너무 나빠 단지 연명 치료만 가능해서 결국 안락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우리 모두에게는 대단히 슬픈 손실이지만, 미스씨에게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미스씨는 지난 1974년 2월 20일 애들레이드 동물원에서 태어나 이 동물원의 역사에서 중대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 동물은 사육사와 자원 봉사자들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앤슬리 박사는 “오랜 세월 동안 미스씨가 우리 동물원의 구성원이었던 것은 우리에게 매우 큰 행운이었다”면서 “그녀가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시간 동안 사육사들이 헌신적으로 보살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미스씨는 언제나 동물원 가족들의 마음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그녀를 보러왔던 모든 사람이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슬리 박사에 따르면, 미스씨는 호주의 마지막 나무늘보로, 앞으로 다른 나무늘보를 들여오기 전까지는 호주에 나무늘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스씨가 속한 호프만두발가락나무늘보(학명 Choloepus hoffmanni)는 온두라스와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그리고 볼리비아와 같은 중남미에 살며, 단독으로 나무 위에서 사는 야행성 동물이다. 특히 이들 나무늘보는 움직임이 너무 느려 우기에는 털에 녹조류가 껴 녹색으로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애들레이드 동물원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가정집 침입해 피아노 연주한 야생곰

    가정집 침입해 피아노 연주한 야생곰

    주택에 무단침입한 거대 그리즐리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촬영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야생곰 그리즐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열린 창문으로 거실에 침입한 회색곰 그리즐리. 곰은 거실에 놓여진 피아노 건반 위에 앞발을 올려놓고 일어선다. 건반 튕기는 소리와 함께 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이는 마치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자신의 연주가 맘에 들지 않은 듯 곰은 서둘러 거실을 빠져나갔다. 곰은 한동안 부엌과 침실 주변을 배회한 후 가정집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소유자는 “집에 돌아왔을 때 부엌이 엉망진창이었다”면서 “도둑을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CCTV를 확인한 후에야 집에 곰이 출입한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록키산맥이 인접한 콜로라도주에서는 주택가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야생 곰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최근 주정부가 갈수록 줄어드는 뮬사슴(mule deer)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포식자인 퓨마와 곰을 포획해 줄일 계획이 추진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사진·영상= Twietter / Hot Daily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나 혼자 다 먹을거야’ 코끼리의 먹이 쟁탈전

    ‘나 혼자 다 먹을거야’ 코끼리의 먹이 쟁탈전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코뿔소와 신경전을 벌이는 코끼리 모습이 공개돼 화제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장면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에 위치한 림포포주의 한 초원에서 촬영됐다. 영상에는 바닥에 놓인 풀을 먹는 코뿔소 무리와 그런 녀석들을 경계하는 거대한 덩치의 코끼리 한 마리가 담겨 있다. 코끼리는 코뿔소 무리를 향해 코로 나무 막대를 집어던지거나, 흙을 뿌리는 등 신경질적인 태도를 드러낸다.결국 코뿔소 무리가 떠난 후, 코끼리가 먹이를 독차지하는 것으로 영상이 마무리된다. 이 영상은 아프리카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재향군인 야생동물 보호협회(VETPAW)’ 소속 수잔 보스웰(42)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영상=Caters Clips 유튜브 채널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그림 속 꽃, 힐링 향기

    그림 속 꽃, 힐링 향기

    구, 야생화 부조 제작·사진 촬영 이, 채색 한지에 꽃·도자기 그려속절없이 지는 꽃과 함께 봄이 끝났다고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단오가 지나면 초여름 꽃들이 만발한다. 정원에만 꽃이 있는 게 아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이화익갤러리는 사진작가 구성수(47)와 한국화가 이정은(46)의 꽃을 소재로 한 작품 50여점으로 ‘플로럴 블로섬’전을 열고 있다. 구성수는 사진이면서 회화성과 조소적 강점을 모두 활용한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다. 찰흙에 야생화를 조형적으로 배치한 다음 고무판으로 눌러 음각의 틀을 만든 후 석고 시멘트를 부어 양각의 부조를 만든다. 그 위에 채색을 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최종 결과물은 사진이지만 조각, 회화, 사진의 과정을 지나야 가능한 작업이다. 실물을 촬영한 사진이나 식물 세밀화를 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작가의 붓질과 석고 양각의 느낌이 살아 있다. 작가의 구성력과 색채 감각, 표현 기법과 감각을 활용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그는 2010년 일우사진상을 받고 ‘식물도감’을 만들고 전시도 했다. 전시에는 ‘금불화’, ‘오색물래나무’ 등 야생화 작업이 주로 선보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정규적인 미술교육을 받아온 이정은 작가는 정직하고 솔직하며 차분하다. 두꺼운 한지인 장지에 물감이 번지지 않도록 묽은 농도의 아교와 물감을 섞어 전체를 10여 차례 칠하고 나서 그 위에 먹과 물감으로 섬세하게 도자기와 꽃 그림을 그렸다. 민화의 기법과 채색화 기법을 융합한 작품은 전통과 현대가 조심스럽게 함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꽃 그림과 함께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책가도를 선보였다. 맑고 투명한 느낌의 작품들을 보는 순간 저절로 힐링이 되고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이화익 대표는 “서로 다른 방법과 시각으로 꽃을 표현하는 두 작가를 처음으로 초대해 공간을 꽃으로 가득 채워 봤다”며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자신만의 감각 언어를 구축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02)730-7818.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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