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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미 곁 맴도는 새끼…코끼리 7마리 독살 추정, 농부의 복수극?

    어미 곁 맴도는 새끼…코끼리 7마리 독살 추정, 농부의 복수극?

    스리랑카에서 독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끼리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영국언론 BBC 등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기리야 인근 숲에서 코끼리 4마리가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아누라다푸라 하바라나 지역에서도 코끼리 3마리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틀에 걸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코끼리들은 10~15년령의 암컷 코끼리로, 이 중에는 임신 중인 개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7마리 모두 같은 무리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특히 나중에 발견된 3마리의 코끼리 곁에서 어미 주위를 맴도는 새끼 코끼리도 함께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BBC는 혼자 덩그러니 남은 새끼 코끼리가 쓰러져 있는 어미를 깨우듯 코로 쿡쿡 찌르거나 흔들어댔다고 설명했다. 코끼리들의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마을 주민들이 코끼리들을 독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스리랑카에서는 최근 농경지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줄어든 코끼리가 마을로 내려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루완 구나세케라 경찰 대변인은 “먹이를 찾아 내려온 야생 코끼리가 마을을 습격하고 농작물을 파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에 화가 난 농부들이 코끼리들을 독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코끼리들도 같은 이유로 농부들의 희생양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후 검진과 부검을 통해 독살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스리랑카에서는 매년 약 200마리의 코끼리가 목숨을 잃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먹이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다가 살해당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스리랑카 코끼리 개체 수는 19세기와 비교해 65% 이상 감소했다. BBC는 현재 스리랑카에 남아있는 코끼리 개체 수는 약 5800마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코끼리와의 충돌로 목숨을 잃는 주민 역시 매년 약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 4종 표준 게놈지도 완성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 4종 표준 게놈지도 완성

    흰꼬리수리는 변이 적어 ‘멸종 위험’ 최고 올빼미과에선 빛·냄새 감지 유전자 많아육식성 조류인 맹금류(猛禽類)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구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30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올빼미과 수리부엉이·소쩍새와 매과인 황조롱이, 수리과인 말똥가리 등 4종의 표준게놈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했다고 밝혔다. 표준게놈은 생물종의 대표 유전체 지도로 해독된 염기서열을 가장 길고 정확하게 조립하고 유전자 부위를 판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생물자원관이 울산과학기술원 등과 2015년부터 20종(맹금류 16종·비맹금류 4종)의 야생조류를 대상으로 실시, 이 중 4종에 대해 고품질 표준게놈 지도를 제작했다. 표준게놈 분석 결과 맹금류는 사람의 30%인 약 12억개 염기쌍을 가지며, 약 1만 7000여개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다양성 분석에서는 맹금류 대부분이 동일개체 내 염기서열 변이가 많아 유전적으로 건강했지만 흰꼬리수리는 염기서열 변이가 적어 멸종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맹금류는 닭 등 다른 조류보다 청각 등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많았고 시각 신호 전달 및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이 특이하게 진화된 것을 확인했다. 야행성인 올빼미과에서는 공통으로 진화한 유전자들이 확인됐다. 색깔을 구별하는 유전자가 퇴화한 반면 빛을 감지하고 어두운 곳에서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들이 특이하게 진화했다. 특히 냄새 감지 유전자가 많고 소리를 감지하는 유전자와 생체리듬 유전자의 진화 속도가 빠름을 확인했다. 여주홍 유용자원분석과장은 “전체 게놈 해독과 대규모 게놈 비교분석을 통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유전적으로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야생생물 보전을 위한 기반자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자생생물을 대상으로 게놈 해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안녕? 자연] 몸에 좋다고?…사냥에 씨마르는 천산갑을 아시나요?

    [안녕? 자연] 몸에 좋다고?…사냥에 씨마르는 천산갑을 아시나요?

    세계적인 희귀 포유류인 천산갑의 멸종을 우려하는 경고가 또다시 제기됐다. 지난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미 거대한 밀거래 시장을 형성한 천산갑의 불법 거래를 막지않으면 멸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동물인 천산갑은 비늘형태의 등껍질을 가진 희귀 포유류다. 문제는 천산갑이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고급 식재료나 한약재로 인기를 얻고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천산갑의 비늘이 종기나 월경불순, 지혈 등에 효과적이라고 믿어 무분별한 사냥이 이어져왔다. 야생동물 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Aid) 피터 나이츠 대표는 "지난 4달 동안 전세계에서 총 50톤의 불법 아프리카 천산갑 비늘이 압류됐다"면서 "이제는 천산갑이 밀거래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아 거래를 앞서는 수준"이라며 우려했다. 실제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천산갑은 현재 가장 많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포유동물이다. IUCN 측은 2004년 이후 10년 이상이나 총 10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죽임을 당해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생태학적 균형도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멸종 위기에 몰릴 정도로 천산갑은 이렇게 마구 사냥당했으나 오히려 코끼리나 호랑이, 코뿔소, 사자 등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나 전문가들은 천산갑이 약효가 있다는 것도 미신에 불과하고, 비늘도 사람의 손톱과 같은 성분인 케라틴으로 돼 있어서 특별한 효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해 왔다. 결과적으로 천산갑은 미신 때문에 억울한 죽임을 당하며 멸종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현지언론은 "2017년 1월 국제적으로 천산갑의 거래가 금지됐지만 상황이 반전되지 않았다"면서 "올해에는 오히려 천산갑의 불법 거래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불법적인 밀거래 통로를 막지않으면 천산갑의 멸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혹시 전학생?…한밤중 美 중학교 건물에 난입한 흑곰 포착

    혹시 전학생?…한밤중 美 중학교 건물에 난입한 흑곰 포착

    미국의 한 중학교에 아기곰 한 마리가 난입했다. CBS뉴스 등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브래드퍼드의 프리츠 중학교에 어린 흑곰 한 마리가 침입했다고 전했다. 이날 밤 9시 무렵, 학생들이 하교한 틈을 타 어린 흑곰 한 마리가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티나 슬라벤 교장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수백 명의 아이가 왔다 갔다 하던 복도에 흑곰이 난입했다. 곰은 3분 30초 정도 머물다 학교를 빠져나갔다”라고 설명했다.CCTV 영상에 따르면 이 곰은 복도를 어슬렁거리는가 하면 곳곳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도 하다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듯 쏜살같이 도망쳤다. 해당 학교가 위치한 브래드퍼드 지역은 숲과 인접해 야생동물의 출몰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리인 자메이 밀러는 “사슴이나 코요테, 보브캣 등 별별 야생동물이 교문을 넘는다. 그러나 이렇게 학교 안까지 들어온 건 처음 본다”라고 밝혔다. 프리츠 중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인 맥스 매시슨 역시 “원래 곰이 많은 마을이라 집 뒷마당에서도 곰을 본 적이 있지만 학교에 곰이 들어왔었다니 신기하다”라고 말했다.학교 측은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시간이라 다행이었다면서도, 학생들이 야생 동물과 함께 자랄 수 있는 학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슬라벤 교장은 “우리 학교는 곰들도 문을 열고 들어와 배우고 자랄 수 있는 멋진 장소”라고 웃어 보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학교에 난입한 곰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지난달에도 굶주린 아기곰 한 마리가 민가에 나타나 반려견용 사료가 든 택배 상자를 물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그러나 민가로 내려온 곰을 마냥 귀엽게만 볼 일은 아닌 듯 하다.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의 한 휴양시설에서는 사파리 투어를 진행하던 여성 직원이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곰 보호구역에 머무르고 있던 야생곰에게 팔을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펜실베이니아 라이커밍 카운티의 한 가정집에 흑곰 한 마리가 나타나 현관 앞에 서 있던 여성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곰은 여성의 다리를 물고 숲 쪽으로 향했으나 다행히 이 여성의 반려견이 곰과 맞서 싸워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고래 1마리당 경제 효과는 약 24억원” IMF 보고서

    “고래 1마리당 경제 효과는 약 24억원” IMF 보고서

    고래는 그저 몸집이 거대하게 진화한 동물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탄소를 바다에 가둬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래가 인류에 기여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마리당 200만달러(약 24억원)에 달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전문가들이 최신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의 책임저자로 IMF 산하 능력개발연구소의 부소장인 랠프 채미 박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고래 보호가 단지 자연을 지키고 싶은 개개인이나 정부가 하는 자선 사업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의식에 변화를 주고자 고래가 주는 혜택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보고서는 아직 동료평가 학술지에 실리지 않았고 고래가 가두는 탄소 양을 두고도 아직 연구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여러 연구를 통해 고래 보호가 지구에 큰 혜택을 준다는 점을 이들 학자의 시선으로도 확실한 모양이다. 이에 따라 동물 보호에 관심이 없는 정책 결정자들이 다시 고려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고래는 국제적인 공익 자산임을 세계가 인식해야 한다고 채미 박사는 지적했다.대형 고래가 대기 중 탄소를 회수해 가두는 과정은 단 하나만이 아니다. 우선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체내에 몇 t의 탄소를 저장한다. 그야말로 물속에 커다란 나무가 떠다니는 셈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래의 사체는 해저로 가라앉아 수백 년 이상 탄소를 격리한다. 2010년 연구에서 수염고래류 중 대왕고래와 밍크고래 그리고 혹등고래 등 8종의 고래가 죽은 뒤 해저로 가라앉았을 때 매해 3만t에 달하는 탄소를 심해에 저장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만일 상업적 고래잡이의 이전 수준까지 고래 개체 수를 회복하면 이런 탄소 흡수량은 연간 16만t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래가 배출하는 배설물도 이산화탄소 흡수에 기여한다. 심해에서 먹이를 찾는 고래는 해수면 근처에서 배설물을 내보내는 데 이때 질소와 인 그리고 철을 포함한 다량의 영양분이 함께 배출된다.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자극하며 나아가 이들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다. 플랑크톤이 죽으면 흡수됐던 탄소 대부분은 다시 해수면에서 활용되지만, 일부는 사체와 함께 해저로 가라앉는다. 같은해 시행된 다른 연구에서는 남극해의 향유고래 1만2000마리가 철분이 풍부한 배변 활동을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장을 자극해 매년 대기 중에서 20만t의 탄소를 바닷속으로 격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래 배설물로 전 세계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얼마나 증식하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오랜 기간 이 현상을 연구해온 미국의 보존생물학자 조 로먼 버몬트대 연구원은 말했다. 이에 따라 채미 박사와 그의 동료 학자들은 현재 세계에 살아있는 고래들이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1% 더 증식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가정 아래 탄소 양을 계산했다. 또한 고래가 죽었을 때 탄소 배출량은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환산해 한 마리에 평균 33t에 달하는 것을 추정했다. 그러고나서 이들 경제학자는 이산화탄소의 현재 시장 가격을 이용해 이들 고래가 포획한 탄소의 금전적 가치의 합계를 내고 생태 관광 등을 통해 고래가 가져오는 기타 경제적 효과를 더했다.그 결과, 고래 한 마리의 경제적 가치는 약 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전 세계 고래 개체 수로 다시 계산하면 1조달러(약 1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는 약 130만마리의 고래가 산다. 이를 상업적 고래잡이 이전 수준인 400만~500만마리까지 회복하게 하면 고래들이 연간 17억t의 이산화탄소를 포획하는 것으로, 브라질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류가 매년 공기 중에 내뿜는 400억t의 이산화탄소 중 몇 %에 지나지 않으며, 세계가 지금까지 이상으로 엄격한 보호 활동에 나서더라도 상업적 고래잡이 이전의 개체수까지 회복하게 하려면 앞으로 몇십 년이 걸릴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바다가 심하게 오염돼 버린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환경보호 프로그램에 협력하는 노르웨이 재단 ‘그리드-아렌달’에서 푸른탄소(해양과 연안생태계에 포획된 탄소)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스테번 루츠 박사는 “그다지 과장할 생각은 없다. 고래만 보호한다고 해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츠 박사가 이번 분석 결과가 제시한 수치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점은 야생 생물 보호로 초래되는 경제적 가치다. 이런 접근법은 다른 해양 생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루츠 박사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는 육지의 동물에게도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근호(7월15일자)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아프리카 콩고의 코끼리들은 서식지인 열대우림에 몇십억t의 탄소를 가두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이 논문의 주저자인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의 파비오 베르자기 연구원은 이번 IMF의 분석에 대해 대형 동물에 관한 매우 중대한 점을 부각한다고 말했다. 즉 대형 동물이 가져오는 생태계 서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된다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 보고서는 IMF가 분기마다 발행하는 계간지 ‘금융과 발전’(Finance & Development)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Finance & Development/IM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간과 같은 권리 판결로 얻어낸 오랑우탄 산드라 “더 넓은 곳으로 이사”

    인간과 같은 권리 판결로 얻어낸 오랑우탄 산드라 “더 넓은 곳으로 이사”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코파크(옛 시립 동물원)의 우리 안 에 앉아 있는 오랑우탄 산드라의 모습이다. 올해 서른셋이다. 이곳에서 20년을 지낸 산드라는 2014년 인간과 똑같은 법적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동물원 우리에 갇혀 지내게 하는 것은 불법이란 판결을 얻었다. 당시 이 판결은 아르헨티나 최초로 “인간이 아닌 사람이 자유로워질 권리를 얻은” 판결로 큰 화제가 됐다. 그런 산드라가 조만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겨져 훨씬 자유로운 여생을 보내게 된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틀 전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6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 텍사스주 댈러스에 도착하는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이곳에서 캔자스주 동물원까지 고속도로를 이동하는 트럭에 옮겨 실려 이동한다. 검역과 건강 검진 등을 받고 다시 플로리다주 유인원 센터로 옮겨진다. 당시 판결을 내린 엘레나 리베라토리 판사의 사무실에는 산드라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녀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물들도 감정이 있는 존재이며 우리가 존중할 의무가 있는 것이 그들의 첫 번째 권리”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산드라는 옛 동독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1995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으로 팔려왔다. 그녀는 평생을 농구 코트만한 크기의 우리에 갇혀 지냈다. 규칙적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더 좁은 우리에서 지냈다. 1999년 딸을 낳았지만 어릴 적 중국의 동물원에 팔려갔다. 그 뒤 산드라는 동물원의 유일한 오랑우탄으로 지냈다. 산드라의 승소는 국제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고 유인원은 재물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다뤄야 한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되지 못하고 거의 5년 동안 동물원이 있던 자리에 머물러왔다. 산드라를 돌보는 이들은 20년을 갇혀 지낸 그녀를 곧바로 외국의 보호구역이나 야생에 풀어주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반은 수마트라, 반은 보르네오 혈통인 산드라를 인도네시아 정글에 풀어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보고 최대한 그녀가 적응하기 적당한 곳을 물색하느라 시간과 공을 들였다. 2016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은 동물을 잔학하게 다룬다는 보도가 잇따라 폐쇄됐다가 최근 에코파크로 거듭나고 있다. 리베라토리 판사는 2017년 산드라가 지낼 곳으로 추천된 브라질과 스페인 대신 플로리다주 와출라 유인원 센터에 이사 가는 것을 허용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허가가 늦어져 이제야 이사하게 됐다. 이 센터는 서커스나 실험실, 동물원, 개인의 취미 수집에 이용된 침팬지 서른한 마리, 오랑우탄 스물한 마리를 100에이커 크기의 보호구역에 풀어놓고 있다. 좁은 곳에 갇혀 지내다 풀려나 정서적 고통을 공유한 동료들끼리 지내게 하는 것이다. 완벽한 자유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더 자유로워진 셈이다. 마이클 잭슨이 한때 반려 침팬지로 길렀던 ‘버블스’도 현재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조 장관 “돼지열병 원인 조속 규명”…임진강 등 접경하천 ASF바이러스 미검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천수 등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와 멧돼지 폐사체 조사 등을 실시해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환경부 서울상황실에서 열린 ASF 긴급 대책회의에서 “명확한 감염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민 걱정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전날 오후 귀국한 조 장관은 북한의 바이러스가 멧돼지나 하천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 장관은 “발생지역 주변 멧돼지 폐사체를 철저하게 조사해 멧돼지로부터 감염이 확인되면 초기에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면서 “멧돼지가 발생 농가와 매몰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지난해 8월부터 전날까지 전국 야생멧돼지 1094마리(폐사체 포함)를 검사한 결과 검사 결과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활동성이 강한 야생 멧돼지로 ASF가 전파될 경우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조 장관은 “양돈농장에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것이 전면 금지됐기에 남은 음식물이 부적절하게 처리되지 않도록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며 “양돈 농가가 사용했던 하루 1220t의 남은 음식물을 대체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조해 가축 매몰지와 분뇨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며 “분뇨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가축 분뇨 공공 처리시설 방역에도 힘써 달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임진강 등의 하천수에서 ASF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의 감염된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접경지역 하천을 따라 우리나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 결과로 ASF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인 상태로 남게 됐다. 환경과학원은 국방부 협조를 얻어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포천·연천·파주·김포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6곳)·임진강(11곳)·한강하구(3곳) 등 총 20개 지점에서 하천물을 채취했다. 환경과학원은 접경지역 농장에서 의심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확진 농가도 늘고 있어 추가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강화지역 3곳을 포함해 2차 수질 조사 및 집중 호우 등으로 하천 수량이 불어난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도 진행키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조명래 환경장관 “돼지열병 원인 조속 규명…하천 검사·폐사체 조사”

    조명래 환경장관 “돼지열병 원인 조속 규명…하천 검사·폐사체 조사”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천수 등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와 멧돼지 폐사체 조사 등을 실시해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조 장관은 이날 환경부 서울상황실에서 열린 ASF 긴급 대책회의에서 “명확한 감염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민 걱정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전날 오후 귀국한 조 장관은 북한의 바이러스가 멧돼지나 하천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 장관은 “발생지역 주변 멧돼지 폐사체를 철저하게 조사해 멧돼지로부터 감염이 확인되면 초기에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면서 “멧돼지가 발생 농가와 매몰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지난해 8월부터 전날까지 전국 야생멧돼지 1094마리(폐사체 포함)를 검사한 결과 검사 결과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활동성이 강한 야생 멧돼지로 ASF가 전파될 경우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조 장관은 “양돈농장에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것이 전면 금지됐기에 남은 음식물이 부적절하게 처리되지 않도록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며 “양돈 농가가 사용했던 하루 1220t의 남은 음식물을 대체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조해 가축 매몰지와 분뇨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며 “분뇨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가축 분뇨 공공 처리시설 방역에도 힘써 달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국제평화지대 ‘비무장지대’ 생태 빗장 푼다

    국제평화지대 ‘비무장지대’ 생태 빗장 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 조성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DMZ 생태를 담은 전시회가 열린다.환경부 국립생태원은 27일 기획전시 ‘비무장지대가 알고 싶니? 디엠지(DMZ) 생태이야기’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기획전시관에서 1년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쟁의 상처와 이를 극복한 자연 생태의 모습 속에서 평화와 생태 보전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다. ‘멈춰진 시간 비무장지대’ 전시관은 비무장지대의 역사적 배경과 공간을, ‘생태계의 보물창고 비무장지대’는 두루미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특성과 가치를 보여준다. ‘비무장지대 탐사대’는 생태원에서 수행하는 비무장지대 생태계 조사 및 보전의 성과 등을 실물 조사장비와 함께 전시한다. 특히 2018년 10월 촬영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새끼 반달가슴곰 사진을 비롯해 쉬리 등 어류(7종)와 물이끼 등 식물(20종)로 수변 경관도 조성했다. ‘생명과 평화의 땅 비무장지대’에서는 동독과 서독의 국경지대였던 독일의 그뤼네스반트와 올해 6월 유네스코가 지정한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 및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을 소개한다. 야외 전시관인 ‘비무장지대 전시원’에서는 철거된 실제 철책과 갈대 등 비무장지대 서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식물로 작은 비무장지대 구간을 연출해 습지 경관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강화읍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모두 8건

    강화읍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모두 8건

    정밀검사 2건 진행 중…감염 경로 오리무중차량 출입 없었던 폐농장 감염 미스터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병한 지 열흘째인 26일 하루 동안 추가 확진 판정이 2건이나 나오면서 총 발생 건수가 8건으로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에서 발생한 의심 사례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났다고 밝혔다.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사례는 음성으로 판정이 났고, 저녁에 추가로 신고된 양주시 은현면과 강화군 하점면 등 2건에 대해서는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확진된 강화군 석모도 사례까지 더하면 국내 발생 건수는 총 8건으로 정밀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7일 첫 발병 이후 18일 1건, 23일 1건, 24일 2건, 25일 1건이 발생했다. 발생 농장은 모두 정부의 중점관리지역인 경기도와 인천, 강원도 등 3개 광역시도 내에 있고, 정부도 아직 확산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화도의 경우 본섬이 아닌 서쪽 석모도까지 번진 데다 24일부터 사흘간 네 차례나 확진 판정이 나와 우려를 더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정오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전국적인 48시간 돼지 이동 중지 명령을 한 차례 더 연장해 28일 정오까지 이동을 통제했다. 또 이날부터는 경기 북부권역의 축산 차량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돼지 살처분 범위가 발생농장 반경 3km 내로 설정됨에 따라 25일 저녁 기준 살처분 대상은 총 6만마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반적으로 야생 멧돼지나 잔반 급여 등을 감염 경로로 보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 환경부는 전국의 야생멧돼지 1000여마리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ASF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ASF로 폐사한 북한의 멧돼지에서 발생한 구더기, 파리나 폐사체에 접근한 조류, 곤충이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가설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북부를 지나는 임진강 등 하천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날 축산 차량 출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강화군 옆 석모도 폐농장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옴에 따라 감염 원인이 더욱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전국 도심 곳곳 야생 멧돼지 출몰…시민들 불안에 떨어

    전국 도심 곳곳 야생 멧돼지 출몰…시민들 불안에 떨어

    전국 도심 곳곳에 야생 멧돼지가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이에 행정 당국은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26일 오전 6시 50분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주택에 멧돼지 1마리가 나타나 80대 할머니를 공격해 할머니가 다쳤다. 할머니는 멧돼지 공격으로 배에 찰과상과 팔에 타박상 등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보니, 멧돼지 1마리가 마당에 있다가 배 쪽을 공격하고 뒷산으로 도망갔다고 소방당국에 알렸다. 소방당국은 할머니 구조 후 멧돼지를 포획 활동을 하다가 할머니 집과 15m가량 떨어진 개천에서 150㎏짜리 수놈 멧돼지 1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멧돼지가 할머니를 공격한 멧돼지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25일 오전 8시 5분쯤에는 경북 영천시 교촌동 한 주택가에 멧돼지가 나타나 소방당국에 포획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마취총을 이용해 30분만에 멧돼지를 잡았다. 멧돼지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6시 20분쯤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 멧돼지가 출현,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멧돼지 포획 시도 1시간여 만인 오후 7시 20분께 멧돼지를 사살하고, 현장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 실탄 10여 발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국은 멧돼지의 출현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멧돼지들이 적정 개체수를 넘어 크게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사는 공간까지 출몰하는 등 예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사례가 빈번해 지고 있다”면서 “멧돼지를 발견하면 등을 보이며 달아나거나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된다. 또 위협 행동을 하지 말고 주위 나무나 바위 등에 몸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옹진군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총력

    옹진군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총력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인천 강화까지 전파되자, 옹진군이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옹진군은 25일 부터 모든 제독차량을 투입해 지역 내 돼지농가 주변과 하천 등에 대한 집중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ASF 차단을 위해 돼지농가에 대한 방역도 하루 2회로 확대했다. 오영철 부군수는 이날 관내 돼지농가 2곳(영흥면 1300두, 백령도 200두) 중 돼지를 가장 많이 사육하는 영흥면 농가를 방문해 농장출입통제 등 ASF 차단 방역 추진사항을 점검했다. 옹진군은 ASF 차단을 위해 2개반 6명으로 돼지농가 점검반을 운영중이며, 1일 방역관리와 전화예찰 등을 통해 매일 가축 임상예찰 확인 등을 하고 있다. 북한에서 유입되는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차단을 위해 해양경찰과 해병대 협조를 얻어 해안 순찰 강화 등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밖에 군민과 일반시민 등을 대상으로 ASF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점 등도 함께 홍보하고 있다. 오 부군수는 “돼지농장주와 방역지원을 하고 있는 관계 공무원들은 ASF가 관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농장 통제 초소 운영 및 방역활동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한 뒤“ASF 차단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토마토는 베리인데, 딸기는 아니라고?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토마토는 베리인데, 딸기는 아니라고?

    며칠 전 여행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다녀왔다. 프랑크푸르트의 대표적인 식물원인 팔멘가르텐을 둘러본 나는 독일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채소를 구경하러 근처 재래시장에 들렀다. 재래시장이긴 하지만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마트와 같은 곳으로,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과일 가게는 블루베리와 산딸기류를 소분 판매해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진열된 과일이 독특해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베리류만을 판매하는 ‘베리 가게’라고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과일만 파는 가게도 드문데, 과일 중에서도 베리만 파는 가게라니. 지난달 다녀온 베트남 호찌민에서 여러 품종의 바나나만을 파는 ‘바나나 가게’를 보고 이미 놀랐던지라 이번엔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런데 소분된 과일 도시락을 구입하고 가게를 죽 둘러보니 베리류만 진열된 게 아니었다. 토마토, 키위, 포도와 같은 과일들도 함께 있길래, 베리만 판매하기에는 종이 부족했나 싶어 주인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이 과일들도 다 베리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아차 하며 십여년 전에 식물용어집 일러스트 작업을 하면서 베리(장과)라는 용어의 설명에 키위를 그려 넣었던 게 생각났다.우리나라에서 베리류가 주목받은 건 웰빙이 유행하면서 식재료를 색별로 분류하고, 붉고 까만색의 ‘슈퍼푸드’를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라즈베리, 크랜베리, 블랙베리 등 외국 베리류가 수입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먹기 편리하고 영양분도 풍부한 베리류가 점차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원예 산업 안에서 베리는 흔히 새콤달콤한 맛을 지닌 산딸기류의 작은 열매로 정의돼 유통된다. 여러 개의 열매가 하나의 과실처럼 보이는, 이름에 베리가 들어간 집합과가 많고 외국에서 온 수입 식물이란 인식이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름에 ‘베리’가 들어가는 모든 식물을 베리류라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전통 과일이자 약용식물로서 술을 만들어 먹는 복분자도 베리류라 칭하는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러나 베리의 정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베리는 장과와 동의어로서 하나의 씨방에서 나는 다육질의, 수분이 많은 열매다. 대체로 껍질이 얇고 액상 과육에, 씨앗은 2개 이상 있다. 그러니 토마토, 포도, 다래, 머루 등도 베리라 할 수 있다. 베리라 불리는 과일 중 블루베리는 진정한 베리인 반면 크랜베리는 베리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처럼 실제 베리와 인식 속 베리의 차이가 커 과일 분류를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죽 있어 왔으나 수세기 동안 지속된 개념이 바뀌기란 사실 쉽지 않다. 우리가 먹는 딸기, 스트로베리야말로 대표적인 베리류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베리의 개념이 정립되기 수천 년 전 딸기를 처음 발견하고 스트로베리라 이름 붙이는 바람에, 딸기는 베리 아닌 베리로 잘못 분류되고 있다. 학자들은 베리 혼돈의 역사가 바로 이 딸기에서 시작했다고들 한다. 명명이란 게 그래서 중요한 것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식물학적 정의야 어떻든 산업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유통되면 용어의 개념이 달라지거나 재정립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식물학에서 과일은 씨방이 자란 열매를 뜻하지만, 농학에서는 과일을 나무 열매로 정의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독일에서 내가 놀랐던 점은, 가게 주인이 산업 종사자로서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비자들에게 그것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사명감 같은 걸 느꼈다. 2년 전쯤 한참 베리류를 그렸던 게 떠오른다. 노르웨이가 선정한 수도 오슬로의 미래 식량이 될 식물들을 그림으로 그렸을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과일이 바로 베리류였다. 백두산에 주로 있는 넌출월귤과 같은 속의 북미산 크랜베리, 약용식물로도 유명한 유럽 야생딸기 그리고 극지 주변에서 자생하는 옅은 주황색 클라우드베리와 까만 빛깔의 블랙베리. 녹색 잎에 대비되는 붉고 까만 열매를 색칠하면서 우리가 컬러푸드로서 이들을 찾은 것과는 다른 시선에서, 이들 열매 색의 본질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강렬한 열매의 색에는 자신을 번식시켜 줄 매개동물을 유인하기 위한, 자신을 봐 달라는 외침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생물의 궁극적인 목적, 번식의 욕망이랄까. 우리가 블랙푸드를 찾는 이유 또한 어쩌면 이들의 번식 작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동물인 인간에 의해 식용되고 배설물로 씨앗이 배출돼 멀리까지 번식하고자 하는 작전.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과일을 관찰하다 보면 이것들을 수십 년간 먹어 왔음에도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종종 깨닫게 된다. 이게 바로 식물세밀화를 그리는 즐거움일 것이다.
  • 대법“멸종위기종 진열해도 무죄”

    대법“멸종위기종 진열해도 무죄”

    허가 없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점유·진열했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상 반드시 사전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은 국제멸종위기종을 수출·수입·반출 또는 반입할 때이므로 진열 자체로는 법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벌금 200만원에 대한 집행을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허가를 받지 않고 설가타 육지거북 등 19마리의 멸종위기종을 자신의 동물체험 카페에 점유·진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육지거북과 보아뱀, 멕시코도롱뇽 등 멸종위기종을 등록하지 않고 사육시설에서 사육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멸종위기종을 점유·진열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확정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유입 경로 깜깜이 전국 확산 우려되는 돼지열병

    국내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던 경기 파주와 인천 강화에서 어제 또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그제 경기 김포에서 확진 판정이 나면서 ASF가 한강 이남으로 건너갔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최초 발생지인 파주 등에서 확진 사례가 추가된 것이다. 일주일 사이 다섯 번째 확진 판정이 나왔으니 방역에 심각하게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걱정이 깊다. 특히 ASF가 국내 최대 양돈 단지인 충청 지역까지 퍼질까 우려한다. 정부는 ASF 확산을 막고자 내일 낮 12시까지 전국의 가축에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하고는 있으나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유입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ASF의 주요 유입 경로는 돼지에게 바이러스가 오염된 음식을 먹였거나, 농장 관계자가 ASF 발생국을 다녀왔거나,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긴 경우 등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들은 이들 유입 조건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 ASF가 최초 발생한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잇따라 확진되고 있는 만큼 방역 당국은 북한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 와중에 평안북도의 돼지가 ASF로 전멸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남북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더욱 걱정스럽다. 방역 부실로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확산한다면 우리에게도 치명적인 피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남북이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는 공동방역의 협력 창구를 만드는 작업도 시급하다. ASF는 사람에게 옮겨지지는 않지만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 탓에 폐사율 100%의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구제역과 달리 바이러스의 증상이 더디게 나타나 조기 차단하기가 어렵다. 사소한 증상도 신속히 신고하는 등 농가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수급 문제로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당장은 피해가 있더라도 ASF가 손쓸 수 없이 확산하지 않도록 재앙을 원천봉쇄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경계에서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경계에서

    시작은 측은함이었다. 우리 집은 울타리 경계가 불분명한 시골집이라 드나드는 동물이 많은 편이다. 닭장은 닭뿐만 아니라 참새를 비롯한 작은 새들이 드나들며 먹이를 챙겨 먹느라 늘 소란스럽고, 마당엔 키우는 개뿐만 아니라 지나다니는 동네 개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아침마다 개똥 치우는 게 일이다. 9마리 고양이들은 텃밭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다가 작은 새 사냥하고 쥐 잡아 오고 숨어 있던 뱀도 잡아 오고 그런다. 마을엔 가끔 순찰하듯 지나가는 검은 고양이가 있는데 주인이 있어서 그런지 맛난 간식을 주어도 본체만체 지나가 버리고, 길고양이들은 사료를 챙겨 주면 먹기만 하고 볼일 바쁘다는 듯 도망가 버린다. 어느 날 열려 있는 현관문 앞에 앉아 집 안을 유심히 바라보는 어린 고양이가 나타났다. 얼마나 안에 들어오고 싶어서 그리 쳐다볼까? 따뜻하고 편하게 노는 우리 고양이들이 부러운가? 별스럽게 생각돼 사료를 따로 챙겨 주기 시작했다. 멋진 줄무늬에 야생 길고양이다운 날카로움도 지니고 있어 이름을 고랭이라 지어 주었다. 녀석은 수시로 나타나 배를 채웠고, 동네 검은 고양이 공격에 쫓겨 다니곤 했지만, 우리 고양이들과는 잘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런 고랭이가 몇 달 지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사료를 챙겨 주었지만 모자랐는지 대담하게 집 안에 놔 둔 고양이 사료를 훔쳐 먹기 시작하더니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어 갔다. 우리 고양이들이 긴장해 놀라는 일이 많아졌고 자유롭게 오고 가던 현관을 무서워서 나가지 못하고 깊은 상처가 많아져 갔다. 집 안에 몰래 들어와 영역 표시하는 걸 보고서야 심각한 상황이 됐음을 뒤늦게 깨달았다.측은함이란 모호하게 곁을 내어주는 것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곳이 아닌 살아갈 곳을 찾던 고랭이에게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집 고양이들은 도망가기 일쑤였다.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이 영 간단치 않다. 무조건 쫓아낸다고 쫓겨날 그들이 아니고 받아들인다고 받아들여지는 상황도 아니다. 모호한 경계 아래 영역 싸움은 분란을 일으키고 상처를 낳았다. 모두 우리 안의 문제다. 이미 그들도 우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됐다. 오늘도 고랭이는 몰래 들어와 사료를 먹는다. 적당히 헛기침 한 번 크게 하니 짐짓 도망간다.
  • 맹독성 복어로 캐치볼 하는 돌고래 무리 포착 (영상)

    맹독성 복어로 캐치볼 하는 돌고래 무리 포착 (영상)

    마치 ‘캐치볼’을 하듯 복어를 주고받으며 장난을 치는 돌고래 무리가 영국 BBC 다큐멘터리팀 카메라에 포착됐다. 데일리메일은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해안에서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BBC ‘야생의 스파이’팀이 맹독을 가진 복어로 공놀이를 즐기는 돌고래 무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돌고래들은 생후 2세 정도의 수컷들로, 무리를 지어 바다를 헤엄치며 다른 해양생물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언론은 사람의 사춘기에 해당하는 이 고래들이 너무 제멋대로 행동해 암컷 고래들에게 쫓겨났다고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 돌고래'들은 독을 품은 복어를 가지고 노는 대담함도 드러냈다. 돌아가며 복어를 입에 물고 하늘 높이 던지던 고래들은 그래도 복어를 삼키거나 물어 죽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BBC는 설명했다.한동안 장난을 치던 돌고래들은 얼마 후 아무 부상 없는 복어를 놓아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같은 돌고래의 장난기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8월 덴마크의 한 항구에서는 해파리를 공처럼 공중으로 끝없이 던져 올리며 장난을 치는 돌고래가 목격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기심 많은 돌고래가 종종 먹잇감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에는 노르웨이 부둣가에서 흰돌고래 벨루가가 카약을 타고 나타난 남성을 쫓아와 장난을 걸기도 했다. 이 벨루가는 남성의 카메라를 빼앗아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 주인에게 돌려주기도 하는 등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누가 이런 학대를”…꼬리 뒤엉켜 매듭지어진 새끼 다람쥐들 구조

    “누가 이런 학대를”…꼬리 뒤엉켜 매듭지어진 새끼 다람쥐들 구조

    마치 땋은 머리카락처럼 꼬리가 뒤엉킨 새끼 다람쥐 4마리가 발견됐다. CNN과 폭스뉴스 등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코네티컷 하트 포드 카운티에 있는 도시 베를린의 한 열차 선로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새끼 다람쥐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생후 6주 정도로 추정되는 이 다람쥐들은 2마리씩 따로 꼬리가 엮인 뒤 한 번 더 크게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다람쥐들을 보호하고 있는 켄싱턴동물병원 측은 “다람쥐들의 꼬리뼈가 몇 개 부러진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혈관 손상”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 앤서니 디벨라는 “혈관 손상으로 다람쥐 중 한 마리가 이미 꼬리를 절단했다”면서 “다른 다람쥐들의 상태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CNN은 야생에서 새끼 다람쥐끼리 꼬리가 엉키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어미 다람쥐가 둥지를 넓히려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디벨라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 어미가 모아온 재료들 때문에 새끼 다람쥐들의 꼬리가 뒤엉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위스콘신 밀워키에서도 새끼 다람쥐 5마리가 어미가 물어온 플라스틱 끈과 둥지를 적신 수액 때문에 꼬리가 뒤엉킨 채 발견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다람쥐들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병원 측은 엉킨 다람쥐들의 꼬리를 해체했을 때 수액으로 보이는 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지 않았으며, 매듭 역시 매우 일정하게 대칭을 이루며 땋아져 있었다고 전했다. 디벨라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새끼 다람쥐들의 꼬리를 땋아 내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켄싱턴병원은 현지 동물보호단체 및 환경보호부와 접촉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람쥐에게 꼬리는 균형을 잡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신체 부위다. 때문에 꼬리가 없으면 다람쥐는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전문가들은 야생에서 꼬리가 얽힌 다람쥐들은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버둥거리다가 우연히 매듭이 풀리기도 하지만, 끝내 자유를 얻지 못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꼬리가 절단된 새끼 다람쥐가 회복하는 데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측은 일단 4마리의 다람쥐 모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스스로 먹이를 먹을 만큼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안도현의 꽃차례]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1996년에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를 출간할 때까지 나는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직접 만나 보지 못했다. 연어와 관련된 책, 기사와 논문, 영상자료를 긁어모으듯이 찾아보았을 뿐이다. 원고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급기야 큰 수족관을 집 안에 들였고, 연어 대신 민물고기 열댓 마리를 기르는 일로 상상력을 보충했다. 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 떼의 거뭇거뭇한 등지느러미를 만난 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 장엄한 풍경을 묘사한 책의 내용과 실제의 연어 회귀 장면이 그나마 흡사해서 혼자 가슴을 쓸어내렸던 적이 있다.올봄에 ‘남방큰돌고래’ 출간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자료와 상상력에 기대어 원고를 쓸 수밖에 없었다. 돌고래를 보기 위해 제주 해안으로 달려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돌고래를 보지 않고 써야 한다는 어떤 지침을 스스로 만들어 놓은 터였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빤히 보이는 일은 언제나 빤한 결말에 도달하니까. 내가 실제로 돌고래를 본다고 한들 그건 한낱 외형일 뿐이다. 외형으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고래류의 수컷이 새끼의 양육과 성장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 가족에 대한 방치와 무관심은 다른 암컷들을 괴롭히는 폭력적인 집단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래서 돌고래류는 모계중심사회를 이루어 생활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과학적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형상화하는 일은 상상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인 사실과 예술적인 상상력을 양분해서 이해하자는 건 아니다. 과학과 예술은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한다는 측면에서 서로 닮은꼴이다. 제주의 해안가에 서식하는 돌고래를 ‘남방큰돌고래’로 부르기 시작한 건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기존에 큰돌고래로 알려졌던 돌고래의 유전자를 분석해 ‘남방큰돌고래’로 이름 붙인 사람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서 일하는 김현우 박사다. 이것은 제주 돌고래류에 대한 명명의 차원을 넘어서서 매우 시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게 고유한 이름을 얹는 일 자체가 시적인 행위이며, 한 젊은 연구자의 보고를 통해 제주의 돌고래는 존재의 전환이라고 할 만한 영역을 획득한 것이다. 2013년 여름을 기억한다. 서울대공원에서 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를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일이 있었다. 이 돌고래 방류 사업은 논란 끝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은 야생 상태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등 건강한 야성을 회복했다. 그런데 아직도 국내에서 육지의 수족관에 갇혀 사는 돌고래가 40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돌고래를 가둬 놓고 그들의 뛰어난 지능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기업의 눈에 보이는 상상력은 몰매를 맞아도 싸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제주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에서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1년 내내 육상에서 야생 돌고래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남방큰돌고래를 만나는 일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제주 제2공항과 신항만 건설,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의 난개발로 현재 돌고래 서식지는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지금 우리나라에 117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들을 위해 제주 바다 일부를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눈에 보이는 제주 바다는 환상적으로 아름답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명이 거기 그대로 있어야 온전한 제주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올해 7월 1일부터 일본은 뻔뻔하게도 상업포경을 공식적으로 재개했다. 연구포경이라는 이름으로 고래를 학살해 고기를 시장에 공급하던 일본인들이 31년 만에 아예 고래잡이에 나선 것이다. 이 야만적인 고래잡이는 혹등고래, 밍크고래와 우리 동해에 서식하는 고래의 등에 작살을 내리꽂는 행위로 이어질 것이다. 일본의 경제 침략은 해양생태계 침략과 연결돼 있으므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해양자원 보호를 위해 고래와 돌고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생태계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고래가 없어지면 우리도 없어진다.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아프리카돼지열병, 신화 속의 ‘돼지’를 생각하다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아프리카돼지열병, 신화 속의 ‘돼지’를 생각하다

    1992년 내몽골자치구 츠펑 지역의 싱룽와(興隆?) 유적지에서 발굴된 무덤 하나가 눈길을 끈다. 사람의 유골과 함께 돼지 두 마리의 뼈가 발굴된 것이다. 먹은 후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은 돼지 뼈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묻은 것임이 분명한 돼지의 유골이었다. 8000여년 전 사람들이 돼지를 영혼의 인도자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1969년에 러시아 학자가 발굴한 칭수린(靑樹林) 유적지에서는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암퇘지의 유골이 나왔는데, 그 위에 뼛조각이나 뼈바늘 등을 얹어 놓았다. 마치 암퇘지에게 부장품을 넣어 준 것과 같은 형태였으니 당시 사람들이 특히 ‘암퇘지’를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농경이 시작된 초창기뿐 아니라 이후 만주 지역에 거주했던 많은 민족이 돼지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숙신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고 돼지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읍루나 말갈도 마찬가지였다. 돼지는 영혼의 인도자였으며 그들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춥고 거친 땅이라서 농사를 지어 봐야 옥수수나 좁쌀 등을 얻을 수 있었을 뿐이었던 그곳에서 돼지는 그들에게 고기를 주었다. 돼지기름은 북방의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돼지가죽은 옷의 재료가 됐다. 그런 돼지가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가축으로 여겨졌을 법하다. 앞서 소개한 싱룽와 문화는 농경이 막 시작된 때였다. 돼지의 사육이 농경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 시절의 그들도 야생의 돼지를 집에서 기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고대사회에서 농경은 주로 여신과 관련된다. 그리고 그 여신은 종종 돼지와 연관성을 갖는다. 아마도 돼지의 왕성한 번식력이 그런 관련성을 만들어 냈을 터. 그리스신화 속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도 그러했다. 지하세계에 갔다가 돌아온 페르세포네는 식물의 생장과 죽음, 부활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런 페르세포네를 상징하는 동물이 돼지다.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잡혀 지하세계로 갈 때 돼지들이 함께 갔다던가. 아테네 인근 엘레우시스에서 성행했던 비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데메테르에게 바치는 제물로 돼지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돼지가 여신이나 농경, 풍요와 연결되는 신화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제주도에도 전승된다. 제주도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남편의 금기를 어기고 돼지고기를 먹는 여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와흘본향당의 서정승따님애기는 임신을 하여 돼지고기를 간절하게 먹고 싶었지만 고기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돼지털을 뽑아 냄새를 맡았다. 임신한 뒤 허기가 져서 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먹을 방도가 없어 돼지털 냄새를 맡으며 그 욕구를 해소했는데, 남편은 그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돌아온 남편이 냄새가 난다면서 여신을 쫓아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서정승따님애기는 본향당의 동쪽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서정승따님애기는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과 관련된 삼승할망의 역할을 하고 있다. 월정본향당의 서당할마님 역시 마찬가지다. 사냥꾼 남편이 돼지고기 먹는 것을 말렸지만, 서당할마님 역시 돼지털을 그을려서 먹었고, 결국 일곱 딸과 함께 쫓겨난다. 여기서 돼지고기를 먹는 여신들은 대체로 생육 능력이 뛰어나다. 아이를 낳는 능력은 농경사회의 경우 특히 풍요와 연관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먹는 여신들은 생육신의 역할을 하며 동시에 아이들의 병을 치료하는 치병신의 역할을 겸하게 된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돼지는 농경이나 풍요와 관련될 뿐 아니라 영혼의 인도자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가축이었다. 지금도 제사에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소중한 돼지가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치명적 질병으로 죽어 가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방역이 걱정이라는데, 무사히 돼지들을 지켜 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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