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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눈대중/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눈대중/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요리를 잘하고 싶으면 재료의 어림치를 익혀 두라고 한다. 몇 그램, 몇 큰술 따지지 않아도 눈으로 어림잡을 수 있게 하라는 얘기다. 밥을 안칠 때마다 밥물을 뺐다 더했다 꾸물거린다. 이 나이 먹도록 눈대중으로 밥물을 잡지 못한다. 예전에 엄마는 솥에 밥물을 와락 끼얹어서는 손끝으로 살살 저어 보고는 그만이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부터 눈어림만으로 안살림의 많은 것들을 해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나는 그릇장 구석의 계량숟갈과 계량컵들을 뒤쪽으로 더 밀어넣는다. 이리 재고 저리 따지는 일치고 시시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한 움큼, 두어 꼬집, 서너 숟갈, 요량껏. 모서리 없이 둥글둥글한 말들이야말로 삶의 주름살이 켜켜이 내공으로 쌓여야만 나온다. 눈금자로 저울로 깎지 않으면 더 빨리 반듯해지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 몇 살을 더 먹어야 나는 눈대중으로 밥물을 잡을 수 있을까. 잘박잘박 파도에도 잠을 깨지 않는 몽돌처럼, 그저 둥그레질까.
  • 남미에 등장한 전기마차, 말발굽 소리까지 완벽 재현[여기는 남미]

    남미에 등장한 전기마차, 말발굽 소리까지 완벽 재현[여기는 남미]

    남미 콜롬비아에 전기마차가 등장했다. 당국은 전기마차가 동물학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관광 명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전기마차 운행이 시작된 곳은 콜롬비아의 유명 관광지 카르타헤나다. 올드 타운과 성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카르타헤나의 명물이라면 단연 관광마차를 꼽을 수 있다. 카르타헤나를 방문한 연예인이나 기업인, 대통령 등은 관광마차를 타는 게 관례였고 내외국인 관광객도 줄서서 관광마차에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르타헤나에선 동물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마차를 끌다가 쓰러져 죽는 말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많게는 관광객 10명까지 관광마차에 올라타는 경우가 잦았다”면서 “힘겹게 마차를 끌던 말이 쓰러져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카르타헤나 당국은 친환경과 동물보호에 동참하겠다면서 전기마차의 도입을 선언했다. 말이 끄는 마차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마차를 만들어 논란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면서 내린 결정이다. 카르타헤나 당국은 16일(현지시간) 개발된 전기마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4인승인 전기마차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차량이지만 외형을 보면 레트로 감성이 물씬 흐른다. 앞에 말이 걸어간다면 기존의 관광마차로 착각할 정도로 겉모습은 전통 마차를 쏙 닮았다. 관광객이 진짜 마차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특수(?) 장치도 구비하고 있다. 말발굽 소리를 내는 스테레오 오디오시스템이다. 카르타헤나 당국자는 “따각 따각 말발굽 소리를 듣고 있으면 진짜 마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카르타헤나 당국은 20일간 전기마차를 시범 운행한 뒤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전기마차 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전기마차 홍보대사로 나선 현지 유명 코미디언 알레한드로 리아뇨는 “즐기면서 환경과 동물도 보호할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면서 “첨단기술로 2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특히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르타헤나 당국은 과도기를 거쳐 기존의 관광마차를 모두 전기마차로 교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통마차에 비해 비싼 가격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4인승 전기마차의 가격은 2만5560달러(약 3440만원)로 나무로 만든 전통마차에 비해 훨씬 비싸다. 사진=카르타헤나에 등장한 전기마차. (출처=에페)
  • 한국 대표 음식인데…中바이두 “비빔밥 발원지는 중국” 황당 소개

    한국 대표 음식인데…中바이두 “비빔밥 발원지는 중국” 황당 소개

    지난해 12월 구글 ‘올해의 검색어’ 중 레시피(요리법) 부문에서 ‘비빔밥’이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비빔밥의 발원지를 중국으로 소개하고 있는 사실이 전해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인 비빔밥의 발원지를 ‘중국’으로 소개하고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며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몇년 전부터 김치의 기원을 중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더니 이젠 비빔밥까지 (본인들 것이라 주장한다)”며 “그야말로 중국의 문화공정 중심에는 ‘바이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대표 전통 음식들을 이런 식으로 왜곡한다고 중국 음식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바이두 측은 반드시 깨달아야만 할 것”이라면서 “꾸준한 항의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바꿔 왔듯이 이번 비빔밥 발원지를 ‘한국’으로 바꿀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전했다.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해당 표제어는‘반판(拌飯)’이다. ‘반판(拌飯)’은 주로 한국식 비빔밥을 가리킨다. 구글에서 ‘拌飯’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 상위에 한국식 비빔밥과 관련된 페이지가 나타난다. 구글 역시 위키피디아의 ‘비빔밥’ 항목을 안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비빔밥’ 항목의 중국어 링크는 ‘朝鮮拌飯’(한국식 비빔밥)으로 연결된다. ‘반판(拌飯)’을 표제어로 하는 단독 항목은 없다.바이두 백과사전은 주로 한국식 비빔밥을 가리키는 ‘반판(拌飯)’을 표제어로 삼으면서 정작 설명과 사진은 중국식 비빔밥으로 소개하고, 그 발원지는 중국으로 교묘하게 편집한 셈이다. 바이두 백과사전의 본문을 보면 중국식과 한국식, 일본식의 비빔밥을 모두 설명해놨다. 한국식 비빔밥 내용이 가장 길다. 그런데 한국식 비빔밥이라고 소개해놓은 사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비빔밥’ 모습과 다르다.한편 지난해 전 세계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레시피는 한식 ‘비빔밥’이었다. 구글은 지난달 11일 올해 전 세계인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찾은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했는데 총 12개 항목 중 레시피 부문에선 비빔밥이 1위를 차지해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특히 비빔밥은 인도에서 검색량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비빔밥이 구글 레시피 검색량 1위에 오른 건 한국 드라마 등 K 콘텐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글에 힌디어로 ‘비빔밥’을 검색하면 ‘태양의 후예에 나온 비빔밥 조리법’과 같은 게시글이 나왔다.
  •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양당 독식 구도가 증오 정치 키워… 다양한 정치세력 등장해야”/수석 논설위원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양당 독식 구도가 증오 정치 키워… 다양한 정치세력 등장해야”/수석 논설위원

    둘 중 한 명만 살자는 ‘극단 정치’상대방 ‘악마화’하는 데 사활 걸어지금의 선거제는 양당 독식 보장비례제 논의 유불리 따지면 안 돼타협·연합의 정치 토대 만들어야 국민들은 무능·혐오 모두 싫어해투표율은 앞으로 점점 더 낮아져손쉬운 증오 정치 더 기승 ‘악순환’국회 문제, 국회서 결정하지 못해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구 필요 현실 정치의 아이러니. 정치를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싶은 이들은 기를 쓰며 남겠다 하고, 아직 보여 줄 게 많은 이들은 떠나겠다 하고. 판사 출신의 초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거대 정당이 싹쓸이하는 선거제도만은 안 된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11월. 어쩌면 달걀로 바위를 쳤을지도 모르는 그날 이후 그에게 쏟아진 응원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양당이 독식하는 지금의 정치 구도를 깨지 않으면 누구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그를 지난 15일 여의도 의원실에서 만났다.-불출마 선언에 주변에서 많이들 아쉬워했을 듯하다. “정치판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고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지금 같은 정치판이 계속돼서는 22대 국회에 입성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차라리 초선이어서 미련 없이 가진 것을 던질 수 있었다.” -불출마 생각은 언제 굳혔나. “정치 구조를 바꿔야 제대로 된 정치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됐다.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 국회 앞에서 농성했던 것도 그래서다. 지난 대선 때 똑똑히 봤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서로 부추겼을 뿐 공동체의 비전을 보여 주는 정책 선거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더 악화할 것이라는 데 있다.” -현실 정치에서 좌절하게 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증오의 정치였다. 증오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숙주 삼아 몸집을 키운다. 그 사실을 지난 의정활동 내내 목도했다. 두 개의 정당이 서로 상대방을 어떻게 더 악마화하느냐에 사활을 건다. 이쪽이 잘하니 지지해 달라는 게 아니라 저쪽을 떨어뜨려야만 하는 증오 정치를 부추겼다. 한 명만 살리고 한 명은 죽이자는 극단의 정치다.” -직을 걸었는데 미련은 조금도 없나. “전혀 없다.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이 터지면서 내 생각은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눈앞의 현실이 계속 악화일로 아닌가. 면도칼(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에서 시작해 망치(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번에는 더 끔찍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흉기로 진화했다. 과연 여기서 끝날까. 포퓰리즘을 동원한 증오 정치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전기톱을 들고 다니던 정치인이 급기야 대통령(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되는 지경까지 왔다.” -선거제의 형태가 증오 정치에 제동을 걸 수도, 더 심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증오 정치의 반대말은 연합 정치라고 본다. 기능 부전에 빠진 우리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등장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지금의 우리 정치 구도로는 대통령 한 사람이, 압도적 의석의 정당 하나가, 혹은 거대 양당이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먹고사는 문제를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 이 의원은 국회 다양성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당에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의 위성정당 폐단이 다시 없도록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정치 개혁을 주장해 왔다. 양당 독식의 정치 구도를 막는 것이 전제 조건이란 뜻인가. “정확히 그렇다. 선거법이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2020년 총선 득표율로 계산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당에서 290석을 갖게 된다. 두 개의 대형 정당이 제3, 4, 5당이 가질 의석을 싹쓸이해 버리는 거다. 양당의 독식은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심각해진다. 쉽게 표현하자면 골목상권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양당 독식이 심해질수록 상대 당에 증오를 부추기는 손쉬운 정치는 더 심해질 것이고 22대 국회도 기능 정지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총선에서 자질 있는 의원들이 국회를 물갈이해 정치를 바꿀 수는 없을까. “756명. 지난 20년간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의 숫자다. 지금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니 국회를 두 개 반 만들고도 남는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뭐가 바뀌었나. 증오 정치는 썩은 그릇을 깨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양당 독식을 보장해 주는 선거제는 썩은 그릇인 셈이다. 그래서 비례대표제 논의는 여야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타협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위한 토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것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양당 독식의 정치 구도에 가장 큰 벽을 느낀 때가 언제였나. “물난리에 신림동 반지하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국회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공공임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해 예산에서 관련 예산은 되레 역대 최대로 감액되고 말았다. 국민의힘은 부자 감세, 민주당은 서민 감세를 주장했다. 양쪽 다 감세를 밀어붙이니 세원은 부족했고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공공임대 예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던 거다. 만약 그때 여러 정당이 연합 정치를 할 수 있는 구도였다면 결코 그런 어이없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총선의 캐스팅보터인 무당층이 30~40%나 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무능한 정치인보다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이 더 싫다고 답한다. “국민은 무능한 것도 혐오 조장도 둘 다 끔찍하게 싫을 거다. 증오 정치에 투표율은 앞으로도 점점 낮아질 것이고, 그러면 손쉬운 증오 정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반복될 악순환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탈당하면서 ‘지금의 민주당은 민주당의 가치를 잃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180석일 때 당대표를 지냈던 분이다. 개혁 입법도 실패했고 당의 신뢰도도 추락했었다. 되레 180석의 독주 프레임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프레임 전쟁만 했을 뿐 성과를 내지 못했던 성찰과 반성을 먼저 하셨어야 한다.” -‘개딸’ 등 당내 강성 지지자들 문제는 그 무엇보다 심각하지 않나. “강성 지지자들에게 편승하는 정치야말로 가장 쉬운 정치다. 아무리 강성이라고 해도 지지자들을 설득하며 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땠었나. 한일협정 때도, 3선 개헌 때도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정치를 했다. 그런 어려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주장을 했다. (공황장애로) 의정활동을 잠시 쉴 때 세비를 반납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워낙 특권을 무감각하게 누리다 보니 특별해 보였다. “두세 달 의정활동을 못 했던 상황에서 가장 정직하게 대처하는 방식이 세비 반납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국회의원 세비가 우리처럼 1인당 GDP의 3배가 넘는 나라는 드물다. 국민 평균소득보다 훨씬 높은 세비를 받으면 국민 생활감각과 동떨어진다. 그래서야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자 정치’를 할 수가 없다.” -과도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자는 요구가 높다. “선거제, 의원 정수, 세비, 특권 같은 국회의 문제는 국회에서 결정하기 어렵다.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구를 조직해 대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쳐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국민 안건을 국회가 법안으로 승인하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뉴질랜드, 칠레 등이 이런 방식으로 선거제 개혁 등 성과를 거뒀다. 국회는 결코 스스로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총선에 올드 보이들이 귀환하고 민주당 내에도 586 운동권 세력들이 버티고 있다.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다.”(웃음) ■이탄희 의원은 1978년 서울.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 로스쿨. 서울중앙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사법농단 재판 개입 판사에 대한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주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 [사설] “한반도 불안, 尹 책임”, 그게 김정은 노림수다

    [사설] “한반도 불안, 尹 책임”, 그게 김정은 노림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불안한 한반도 상황의 책임이 마치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전쟁이 당장 내일 시작돼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으로 한반도가 내몰리고 있다”면서 “적대하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정부·여당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도발에 대해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그제 국무회의 발언을 겨냥한 듯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 한마디로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 대표의 안보관은 대선 후보 시절 때부터 구설을 낳았다. 2022년 1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직후인데도 강원도 속초 유세에서 ”남북 신뢰와 실천의 문제”라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가 북의) 도발을 유도해 군사 충돌을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타당성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어느 나라 정치인이고, 야당 대표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2년 전부터 대남 핵공격 위협을 본격화했다.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했고 그제는 ‘대한민국 점령·평정’ 등의 언설을 동원하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조차 김정은에 의한 전쟁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는데 거대 야당의 대표가 한반도 위기가 윤석열 정부 탓인 양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선동이다. 김정은은 4월 총선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정당을 지원하는 ‘북풍(北風) 전략’을 쓰고 있다. 한반도를 위기로 몰았다는 가짜뉴스로 윤 정부를 심판하자는 야당이야말로 김정은의 계략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셈이다.
  • 마산해양신도시 디지털자유무역지역 가시화…경남도 올해 비제조업 육성 박차

    마산해양신도시 디지털자유무역지역 가시화…경남도 올해 비제조업 육성 박차

    경남도와 창원시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유무역지역’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전 조사에서 입주 의향을 밝힌 기업이 5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통과를 위한 경남도 움직임도 바빠졌다.17일 경남도 경제통상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2024년 정례 브리핑’을 했다. 이르면 다음주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고시 절차를 마칠 디지털자유무역지역은 인공섬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해양신도시 내 공공부지(43만 9048㎡)에 들어서는 첨단산업단지다. 총 3만 3089㎡ 규모로,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기업 집적화가 방향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기업을 집적할 20층 규모 혁신타운 건축도 계획 중이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다면 예상되는 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다. 총 사업비는 국비 2900억원과 지방지 960억원을 합쳐 3860억원으로 전망된다.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경남도는 사전에 기업 수요 조사도 진행했다. 도는 “(디지털자유무역지역에 입주를 희망하는) 수요 기업은 일부 확보한 상태”라며 “아직까지 그야말로 수요 기업이긴 하나, 50곳이 넘는 기업이 입주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시와 협의해 신속하게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디지털자유무역지역은 경남 주력인 방산·지능형 기계·제조정보통신기술 산업에 중요한 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 기업을 집적화해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 등 제조업 중심 산단과 연계한 디지털 특구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제통상국은 지역기업 혁신성장과 민생경제 밀착 지원 등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분야도 소개했다. 도는 기업 혁신성장을 견인하고자 경영안정 자금, 연구개발, 제품 상용화, 디자인 기술 고도화, 수출선 다변화 등을 지원한다. 초기 창업기업 경영안정 자금 200억원 지원,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양산에 건립,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국회 판로개척 등에 15억원 지원 등 계획도 밝혔다. 비제조 산업 육성에도 힘쓴다. 중기육성자금 중 비제조분야 1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300억원을 별도 편성해 지원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제조 분야 중소기업 5곳에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는 게 세부 사업 방향이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과 소상공인·전통시장 활성화도 꾀한다. 수출진흥사업에는 46억원을 투입해 도내 2200여개 기업 수출증대를 지원하고, 중소기업 460여개를 대상으로 무역사절단·전시박람회·수출상담회 등을 33회 시행한다. 고용인원을 유지하거나 늘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기업 정책자금 500억원도 운용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7500억원(국비, 시·군비 포함) 규모로 발행한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지원하고자 버팀목 특별자금 100억원을 신설하고 취약계층 소상공인을 위한 희망두드림 자금 300억원도 편성해 지원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꾀하고자 15개 사업에는 지난해보다 2배 증액된 252억원을 투입한다. 21개 시장에는 89억원을 지원해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이미화 도 경제통상국장은 “방산·자동차 등 주력산업 수출 호재로 경남은 15개월 연속 수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기업 혁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으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성북구에 온기 불어넣는 통장들… 올해도 성금 450만원 기부

    성북구에 온기 불어넣는 통장들… 올해도 성금 450만원 기부

    서울 성북구 통장협의회가 이웃 주민을 위해 성금 450만원을 기부했다고 성북구가 16일 밝혔다. 성북구 통장협의회는 2020년부터 매년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 모금에 동참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603만원을 전달했다. 이들은 2022년 3월 성북구 자매 도시인 강원 삼척에서 산불이 났을 때도 2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지난 15일 구청장실에서 열린 성금 전달식에 참석한 김귀분 성북구 통장협의회 회장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동네 마당발’인 통장들이 빠질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기부가 쉽지 않은 일인데 450만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기부해주신 통장님들께 매우 감사하다”며 “통장님들이야말로 따뜻한 복지 공동체를 만드는 1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 “원피스 루피는 근대인의 표상”… 지적인 덕후의 통찰

    “원피스 루피는 근대인의 표상”… 지적인 덕후의 통찰

    “그는(루피) 여러 모험을 겪으며 근대의 과학, 합리성, 유물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했다.”(76~77쪽) 저자는 농담과 진담 사이를 줄타기하는 ‘지적인 덕후’다.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진지한 통찰을 덤으로 얻어 갈 것이다. 권혁웅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평론집 ‘원피스로 철학하기’(김영사) 이야기다. 평론의 재료가 되는 ‘원피스’는 1997년 이후 26년째 연재되고 있는 일본 소년만화의 전설이다.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는 방대한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신화와 문학 등 다양한 알레고리를 작품에 녹여 놨다. 연재 30년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많다. 이를 해석하려는 팬들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권혁웅도 그중 하나다. 다만 그는 등장인물과 에피소드에 담긴 철학적 사유에 집중한다. 주인공 루피를 근대인의 표상으로 해석한 점이 인상 깊다. 몸을 고무처럼 자유자재로 늘리는 ‘고무고무열매’의 능력자인 루피를 보면서 권혁웅은 근대철학이 공간과 부피를 이해하는 개념인 ‘연장’(延長)을 떠올린다. 루피의 전투기술(‘고무고무 총’ 등)이 발전하는 과정을 열거하며 그것이 마치 인간이 공간을 이해하는 단계인 점, 선, 면으로의 발전과도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사랑이야말로 사랑에 빠진 자를 마리오네트로, 바로 살아 있는 인형(장난감)으로 만드는 것이다. …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고백은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었어요’라는 고백의 줄임말에 지나지 않는다.”(109쪽) 루피의 적이었던 악당이자 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실실열매’ 능력자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해석하는 장면에서는 사랑에 대한 통찰도 곁들인다. 실로 다른 사람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게끔 만드는 도플라밍고를 보면서 사랑도 사실 능동성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한없이 수동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덧댄다. 책은 온라인 웹진 ‘문장’에 연재됐던 글을 모은 것이다. 권혁웅은 “일 년간 연재 지면을 내어 준 ‘문장’ 웹진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정확히는 ‘지면’(紙面)은 아니어서 종이를 낭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변명 삼아 덧붙여 둔다”는 재치 있는 농담을 더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귀책시 재보궐 후보 안 내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귀책시 재보궐 후보 안 내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민의힘 귀책 시 재보궐 선거 공천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귀책으로 재보궐이 이뤄지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면서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귀책 사유를 제공한 김태우 후보를 공천했다가 여당 심판론에 휘말려 참패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정치개혁 압박을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이었다면 불체포 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재판 확정시 세비 반납같은 정치개혁을 피하고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아끼는 지금의 민주당이 과연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민주당의 전통을 대단히 깊이 존중한다”면서 “과거의 민주당이었다면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재판 확정시 세비 반납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실천하겠다고 먼저 제시했을 때, 지금처럼 피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보다 더 개혁적이고 더 과감한 정치개혁안, 특권 포기안을 내놓으며 경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이것이야말로 동료 시민을 위한, 국민을 위한 정치 아니냐”면서 “지금은 어떤 개혁안이 나오든 이재명 대표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거나 연상되기만 해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정치 개혁과 특권 포기를 추진하겠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가 돼 있다. 마음과 귀를 열고 좋은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지적인 덕후’의 진지한 성찰…“원피스 루피는 근대인의 표상”

    ‘지적인 덕후’의 진지한 성찰…“원피스 루피는 근대인의 표상”

    “루피와 고무고무열매에 새로이 더해진 이명(조이보이와 니카)의 특징을 요약하는 말은 자유와 기쁨, 혹은 해방과 웃음일 것이다. … 그는 여러 모험을 겪으며 근대의 과학, 합리성, 유물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했다.”(76~77쪽) 저자는 농담과 진담 사이를 줄타기하는 ‘지적인 덕후’다.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진지한 통찰을 덤으로 얻어갈 것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평론집 ‘원피스로 철학하기’(김영사) 이야기다. 평론의 재료가 되는 ‘원피스’는 1997년 이후 26년째 연재되고 있는 일본 소년만화의 전설이다. 앞서 전설로 불렸던 만화 ‘드래곤볼’을 제치고 ‘단일 저자에 의한 최다 단행본 발행 부수’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는 방대한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신화와 문학 등 다양한 알레고리를 작품에 녹여놨다. 연재 30년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많다. 이를 해석하려는 팬들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권혁웅도 그중 하나다. 다만 그는 등장인물과 에피소드에 담긴 철학적 사유에 집중한다. 주인공 루피를 근대인의 표상으로 해석한 점이 인상 깊다. 몸을 고무처럼 자유자재로 늘리는 ‘고무고무열매’의 능력자인 루피를 보면서 권혁웅은 근대철학이 공간과 부피를 이해하는 개념인 ‘연장’(延長)을 떠올린다. 루피의 전투기술(‘고무고무 총’ 등)이 발전하는 과정을 열거하며, 그것이 마치 인간이 공간을 이해하는 단계인 점, 선, 면으로의 발전과도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사랑이야말로 사랑에 빠진 자를 마리오네트로, 바로 살아 있는 인형(장난감)으로 만드는 것이다. … 사랑은 능동성의 외양을 띠고 있으나 실제로는 수동성의 산물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고백은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었어요’라는 고백의 줄임말에 지나지 않는다.”(109쪽) 루피의 적이었던 악당이자 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실실열매’ 능력자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해석하는 장면에서는 사랑에 대한 통찰도 곁들인다. 실로 다른 사람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게끔 만드는 도플라밍고를 보면서 사랑도 사실 능동성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한없이 수동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덧댄다.책은 온라인 웹진 ‘문장’에 연재됐던 글을 모은 것이다. 권혁웅은 “일 년간 연재 지면을 내어준 ‘문장’ 웹진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정확히는 ‘지면’(紙面)은 아니어서 종이를 낭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변명 삼아 덧붙여둔다”는 재치 있는 농담도 더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주인공이 아닌 다른 루피를 좋아하는 어린 친구가 나중에 이 책도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전설’ 뽀로로의 비버친구 루피를 말하는 듯하다.
  • [추신] 맹비난 받은 ‘비상구 치마녀 그림’ 논란의 전말, 진실은요

    [추신] 맹비난 받은 ‘비상구 치마녀 그림’ 논란의 전말, 진실은요

    <편집자주> ‘추가로 신문에 내주세요’를 줄인 ‘추신’은 편지의 끝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쓰듯 주중 지면에 실리지 못했지만 할 말 있는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정부 비난 쇄도한 ‘비상구 치마女 그림’알고 보니 정부 아닌 언론사 자체 제작정부 “전문가 협의·국민 공모 거쳐 결정”허은아 “세금 녹는 소리” 정부·국힘 비판정부 “세금 낭비 없어…신규 유도등 적용”대피소 정비사업 일환 비상구 표지판 논의日 ‘바지 입은 男’ 픽토그램 국제 표준 등재‘시대변화 반영·알기 쉽게’ 韓 표준 구상 건물에 들어서면 정전이 돼도 항상 환하게 위기 시 탈출 방향을 알려주는 비상구 유도등을 볼 수 있습니다. 국제 표준으로 정해진 픽토그램(그림과 문자를 합친 합성어)에는 사람이 문밖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비상구 유도등에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갔습니다. 이후 한 여성 정치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세금 녹이는 소리’라며 서민 분노를 자극하는 표현으로 정부·여당을 비판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선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그야말로 활활 타올랐습니다. ‘치마 입은 여성’ 제목·그림에 여론 발칵허 “세금 장난, 할 게 없으면 가만히 있어”행안·소방 입장문 “정부안 아닌데 억울”‘언론사 제작’ 女그림에 “성차별” 줄댓글 파장은 키운 건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지난 11일 한 경제지가 비상구 그림에 ‘치마를 입은 여성도 넣는다’라는 다소 단정적인 제목과 함께 해당 언론사 그래픽팀이 도안을 추정해 ‘치마를 입고 긴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가슴이 있는 여성’을 그려 넣은 픽토그램을 자체 제작해 기사에 함께 실은 것이었죠. 여성성을 강조한 픽토그램에는 특별한 설명이 없었고 이 ‘이해돕기용’ 언론사 비상구 여성 픽토그램을 보고 많은 이들은 정부가 실제로 구상한 픽토그램이라고 연상, 착각한 듯 정부 비판의 표적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현 여당인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최근 탈당한 허은아 전 국회의원(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금 녹는 소리가 들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었습니다. <br>허 위원장은 “할 게 없으면 가만히라도 있어야 한다. 국민 세금 갖고 장난하면 안 된다”면서 “비상구 마크를 보고 남자만 대피하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시민들 가르치려 들지 말고 생각이란 것을 좀 하라. 전형적인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하는 엘리트 정치의 풍경이다. 시민들은 비상구 마크가 어떻니, 누가 무슨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니 관심도 없다”라고 정부와 여당에 날을 세웠습니다. ‘누가 무슨 맨투맨 티셔츠’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에서 입은 후 주문 폭주 사태를 빚었던 맨투맨 티셔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온라인에는 비상구 유도등에 여성 그림을 검토했다는 이유로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을 겨냥한 비난의 화살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소방청은 비상구 유도등을 설치 유지·관리하는 주무부처입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언론사가 자체 제작한 ‘치마 입고 긴 머리 날리는’ 여성 픽토그램을 보고 댓글에 “치마를 입어야 여성이라는 건 고정관념” “머리카락 길고 치마 입어야 한다는 발상부터가 전근대적이다” “머리를 길게 휘날리고 치마를 입어야 여잔가” “성별 없는 픽토그램에 굳이 머리카락, 가슴, 치마라니 여성폭력 범죄나 잡으라” “여자는 바지 안 입나, 세금 쓸 곳이 그렇게 없느냐” “치마 입은 여자 자체가 성차별적인데 세금 빼돌리려는 로비 수작 아니냐” 등 정부 비판에 음모론으로까지 번졌습니다.여기에 정치인의 ‘세금 낭비’ 발언까지 추가된 후속 보도가 잇따르며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행안부와 소방청은 “여성 상징 픽토그램은 정부의 시안이 아니며 (언론사가) 임의로 제시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며 세금 낭비도 없다”는 내용의 공동 보도설명자료를 전날 오후 배포,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해당 언론사에 “언론사의 ‘자체 제작 여성 픽토그램’이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라며 항의도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는 전언입니다. 행안부와 소방청은 “비상구 유도등 도안 변경은 구체적인 변경 사항이 결정된 바 없다”면서 “추후 디자인을 변경하더라도 기존 설치된 유도등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설치되는 유도등에 적용될 예정으로 예산 낭비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비상구 유도등을 뜯어내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 건물에 있는 것을 실제로 교체를 함부로 할 수도 없는데도 ‘세금 낭비’라고 지적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국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구 등 관련 시설을 정비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비상구 유도등 女추가 검토했다”“구체적 변경사항은 결정된 바 없어”“전문가 협의·국제표준 문제 해결해야”국민 공모·선호도 조사 등 최소 6개월 13일 서울신문 종합 취재 결과, 일부 언론이 행안부와 소방청이 “비상구 표지판에 여성 도안을 추가한다는 계획은 검토한 적도 없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행안부와 소방청은 비상구 유도등 디자인 변경에 대해 실제 논의한 것이 맞습니다. 설명자료에서도 구체적으로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을 뿐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는 없죠. 다만 아직 실무부서 담당 공무원들조차 제대로 검토가 안 됐을 만큼 아이디어 공유 차원에서 나온 설익은 얘기들이 마치 완성된 듯 비치면서 일이 커진 겁니다.여성 도안 추가의 필요성 등에 대한 전문가들과의 협의는 물론 국제 표준화 작업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등 할 일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상상의 픽토그램 난타전’부터 터져 나온 거죠. 행안부 관계자는 “비상구 유도등에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문제는 전문가들과 협의해 결정할 사항으로 실제 도안은 국민 공모와 선호도 조사를 거쳐야 해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여성 도안 반영이 최종 확정되면 실제 예산 반영은 내년쯤 가능하다고 하니 비난의 대상이 된 ‘픽토그램 정부안’은 현재로서는 ‘없다’가 팩트가 되겠죠. 좀 더 들어가 볼까요. 비상구 유도등 개선 얘기는 사실 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민방위용·화학사고용·산불용·지진해일용·풍수해용 등 용도와 시설 쓰임이 복잡하게 얽힌 전국 4만 3000개 이상의 대피소들을 위급 상황에서 시민들이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공동 활용하는 일원화 작업을 올해 상반기에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대피소는 행안부(이재민 주거시설·민방위 대피소), 산림청(산사태 취약지역 대피소), 환경부(화학사고 대피소) 등 3개 부처가 각각 운영하고 있죠. 행안부 관계자는 “대피소를 공동 활용할 수 있으면 그렇게 통합 정비를 하고, 신규 복합 대피시설이 필요하면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름과 표지판 교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재난 대비 비상구 표지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친절한 안내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52년 전 日 ‘백화점 화재 참사’ 이후비상구 픽토그램 제작·세계표준 활용정부 “시대변화 반영 개선 작업 의미세계 공감대 있으면 韓 건의 긍정 검토” 현재 비상구 유도등에 있는 ‘사람’ 픽토그램은 52년 전 일본에서 발생한 큰 화재 사건 이후 만들어진 건데요. 1972년 5월 13일 일본 오사카시 센니치 백화점에서는 118명이 대형 화재로 숨졌는데 당시 글자(한문)로만 돼 있던 비상구 등 ‘비상구 표시를 분간하기 어려워 피해가 컸다’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이 픽토그램은 ‘바지를 입은 남성이 뛰어가는 곳에 비상구가 있다’는 뜻으로 공모를 거쳐 일본 정부가 비상구 유도등 도안을 자체 제작해 국제표준협회(ISO)에 제안, 전 세계가 표준으로 활용하고 있죠. 횡단보도 주변이나 보도 등에 과거에는 없던 ‘여성과 아이’를 보여주는 표지판이 들어선 것도, 대중교통에 ‘임산부’ 그림과 좌석이 등장한 것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대 변화에 맞춰 이런 작은 개선 작업이 모여 나온 결과라는게 행안부의 판단입니다. 비상구 유도등 픽토그램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고요. 실제 여성과 노약자 등을 표지판에 명시하는 추세는 해외에서도 쉽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7년 오스트리아 빈은 할아버지만 표시하던 버스 경로석에 할머니 그림을 추가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는 2020년 시내 500개 횡단보도 표지판 가운데 250개 표지판 그림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기도 했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고려해 국제 표준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세계적인 공감대가 있으면 한국 정부가 좋은 안을 내어 건의하는 것도 국익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입장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부의 취지 자체가 나쁘다고 보이지는 않는데요, 일단 ‘더 급한 일도 많은데 비상구 유도등이 문제냐’는 세금 낭비 우려와 ‘그래서 어떤 여성 픽토그램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쏠린 만큼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 나가는지 지켜보겠습니다.
  • ‘또 엘클라시코’ 스페인 슈퍼컵 결승 2년 연속 바르사VS레알

    ‘또 엘클라시코’ 스페인 슈퍼컵 결승 2년 연속 바르사VS레알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2년 연속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결승전에서 ‘엘 클라시코’를 펼친다. 바르셀로나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알아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스페인 슈퍼컵 준결승에서 오사수나를 2-0으로 꺾었다.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바르셀로나는 후반 14분 일카이 귄도안이 중원에서 찔러준 침투 패스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받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추가시간 주앙 펠릭스의 패스를 받은 라민 야말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트려 2-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승행 티켓을 확보한 바르셀로나는 전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5-3 대역전승을 거둔 레알 마드리드와 한국시간 15일 오전 4시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2년 연속 슈퍼컵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지난해 결승에서는 역대 최다 우승을 거둔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3-1로 꺾고 통산 14번째 슈퍼컵 정상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슈퍼컵에서 통산 12차례 우승했다. 스페인 슈퍼컵은 프리메라리가 1, 2위 팀과 코파 델 레이(국왕컵) 1, 2위 팀이 맞붙는 대회다. 2019년까지는 프리메라리가 우승팀과 국왕컵 우승팀의 양자 대결로 펼쳐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기 시작한 2020년부터는 4개 팀 체제로 바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체육부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스페인 슈퍼컵과 같은 세계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해 개최하고 있다. 비전2030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주도 하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다각화를 위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 이미지 변화를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 책이 맺어준 연… 책과 잠시만 쉼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이 맺어준 연… 책과 잠시만 쉼 [박상준의 書行(서행)]

    각오나 결심은 새해의 손짓이다. 못다 읽은 책보다 새로운 책을 살피고, 반성보다 기대의 문장에 밑줄 친다. 유안진 시인은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시를 썼다.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라고 했다. 1월의 각오나 결심은 그런 심경의 반영일지 모르겠다. 막연하게 꿈틀대는 긍정들, 다다르고 싶은 이상들. 새해에 다녀온 춘천은 ‘봄의 내’라는 이름과 무관하게 함박눈이 내렸다. 그럼에도 책방 바라타리아에서 ‘미미책선물’(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에 짧은 메모를 남길 때, 북스테이 ‘썸원스 페이지 숲’에서 멀거니 창밖의 설경을 내다볼 때, 1월은 왠지 봄의 기운을 닮아 춘천은 까닭 없이 당도하고픈 내일의 다짐이기도 했다.●당연해서 ‘어리석은 선택’ 강은영·장남운씨 부부는 책방을 꿈꾸며 10년을 준비했다. 노트북 바탕 화면에 ‘책방’ 파일을 만들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업그레이드했다. 주말에는 전국 서점을 순례했다. 무려 200여곳. 춘천에 터를 잡기로 한 후에는 제일 먼저 책방을 지었다. 꾸미거나 꾸렸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책방만을 위한 3층 건물을 세웠으니까. 두 사람의 책방은 춘천시 근화동에 있다. 옛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가 있던 동네다. 그 골목 한켠에 책방을 여는 일은 셈이 빠른 이들이 보기에 ‘어리석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바로 책방의 이름 ‘바라타리아’다.●‘돈키호테’에 나오는 섬 이름 ‘바라타리아’ 바라타리아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에 나오는 지명이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가 다스린 섬의 이름이다. 소설 속 공작이 산초에게 통치 직을 맡길 때는 기대보다 다분한 조롱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산초는 바라타리아를 무척 훌륭하게 다스리고 퇴임할 즈음에는 섬사람의 존경과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소유 없이 물러난다. 묵직한 감동을 안기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책방이 산초의 바라타리아와 같은 책의 섬이 되기를 바랐다. 그 지향은 책방의 주황색 나무 문 입구부터 굳건하다. 바라타리아 건축은 춘천 출신 건축가가 맡았다. 출입문에서 바로 연결되는 계단, 그 끝에 봉의산을 향해 열린 너른 창, 복층의 벽을 채운 높은 책장 등 두 사람의 의사를 적극 반영했다. 입구 역시 의도가 있다. 상업 공간은 투명한 유리문이 일반적이다. 안이 잘 보여야 손님의 주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한 바는 달랐다. 산초가 다스리던 영지 바라타리아, 그곳은 책장을 넘기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유토피아이고, 책장을 넘기듯 손끝에서 체감되는 시작이었으면 했다.●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 ‘미미책선물’ ‘미미책선물’은 이 같은 철학과 소망을 담은, 바라타리아의 깃발 같은 서가다. 풀어 쓰면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이다. 책방을 방문한 어른들이 2층 서가에서 책을 골라 미래의 청소년(14~19세)에게 선물하는 방식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년 시절 일화에서 착안했다. 하루키는 동네 책방에서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가져다 읽곤 했는데, 훗날 부모님이 책값을 따로 지불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미미책선물 서가 앞에 서면, 짧은 메모들이 책의 왕래를 짐작게 한다. 어른들의 메모는 추천사나 짧은 엽서 같다. 또는 자신의 옛 시절에 건네는 늦게 온 고백을 닮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이 책을 보냅니다’라는 글귀는 ‘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난다)을 선물한 이의 메모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다산책방)을 택한 이는 ‘마지막 문장의 여운과 함께 좀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길 응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답장도 있다. 청소년들은 책을 가져가면서 ‘간단한 메모 작성과 조금 쑥스러운 퍼포먼스(인증사진을 남기는 것. 얼굴로 책을 가려도, 뒷모습을 보여도 상관없다)’를 남기는데 사진은 미미책을 선물한 어른에게만 전달한다. 다행히 남긴 메모는 서가 한쪽 벽에 붙어 있다. ‘나를 더 사랑해 주기 위해서’라거나, 책 뒤에 적혀 있는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에 대하여’라는 문구 때문에 선택했다거나 또는 ‘시인을 꿈꾸고 있어’ 시집을 골랐다거나. 무심한 답도 없진 않지만 십 대의 데면데면한 쑥스러움이란 걸 왜 모를까. 청소년들의 책 선택은 기대처럼 떳떳하고 뜻밖에도 꿋꿋하다. 하지만 때로는 아리기도 하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바깥은 여름’을 집은 아이는 자신의 별명을 ‘고장 난 시계’라고 적었다. 책 속 작가의 말은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으로 시작한다. ‘바깥은 여름’이 아이의 시계추를 다시 흔들어 깨우는 태엽 감기가 되어 주었기를.●다시, 또다시 뭐든 해 보는 새해 책방이 문을 연 지 1년 5개월. 세상과 다른 셈법을 가진 돈키호테와 산초들이 계산한 책은 어느덧 299권(1월 6일 현재)에 이른다. 그 가운데 177권의 책이 임자를 찾았다. 10대를 지나지 않고 어른이 된 이는 없다. 서로 다른 세대들이 책을 빌려 건네는 응원과 위로, 그 맺음의 마음이 모인 이 서가야말로 바라타리아이지 않을까? 그래서 두 사람은 미미책선물이 적정하게, 그침 없이 순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이 너무 많으면 아이들이 고르기에 부담스러울 테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고를 책이 없을 정도로 모자라지는 않았으면 한다. 손난로 대신 책 한 권을 들고 서성이는 동안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쌓이는 미래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고될 것을 먼저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미미책선물을 고르는 어른이 된다. 매수와 매도의 타이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새해를 여는 첫 번째 투자로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겠다. 옆지기와 고민 끝에 고른 책은 ‘다시, 올리브’(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문학동네). 이 책을 보게 될 내일의 그들에게 짧은 메모를 더한다. 실은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고픈 말이기도 하다. ‘다시, 또다시 뭐든 해 보는 새해 맞이하기를요.’ ●책연 맺어 주는 책선물·북토크·책모임 바라타리아는 북토크나 책모임도 활발하다. 안도현, 이병률, 장일호, 정은혜 작가 등이 다녀갔다. 무작정 섭외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미미책선물이 연을 맺어 주기도 했다. 근래에는 60대 할머니들이 책모임을 갖는다. 직업도 다르고, 살아온 여정도 다른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책 앞에 나란히 앉아 소녀 시절로 돌아간다. 두 주인장은 그 모습이 따뜻하고 뭉클하다. 할머니들뿐일까. 남녀노소, 그가 누구든 ‘인생독주’(책과 관련한 와인을 마시며 혼자 하는 독서 프로그램)처럼,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바라타리아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찾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책연’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사전에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은 아니라서 ‘책의 인연’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오늘의 책연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새해 결심처럼 비장한 각오조차 필요 없는, 언젠가 이 마음에 화답하는 소녀와 소년이 책을 품에 안고 돌아갔으면. 발걸음도 가볍게 총총총, 룰루랄라 콧노래라도 부르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활기차게. 그 가락이 1월의 결심을 잊은 채 살아가던 10월이나 11월의 우리에게 ‘단풍도 꽃이 되지… 春川(춘천)이니까’ 하는 시인의 노래처럼, 오늘의 고운 함박눈처럼 다다랐으면. 참,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는 강씨 부부가 후보로 올렸던 책방 이름 가운데 하나다.신동면 증리는 춘천시 남쪽 외곽 동네다. 김유정역과 실레마을을 지나 굽이굽이 오르다가, ‘어, 잠깐만’ 하며 멈춰 서게 만드는 곳. 썸원스 페이지(someone’s page) 숲은 손영일씨가 우연히 찾아낸 그 땅에 지었다. 그는 정보기술(IT)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연 속에서 살고자 귀촌했다. 지금의 보금자리, 팔미천이 ‘S’자로 굽이치는 언덕에 살림집을 짓고는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해 게스트가 머물 공간”을 같이 조성했다. ●쉼의 페이지가 되는 누군가의 집 게스트로 방문하는 ‘썸원’(someone)은 주로 이런 이들이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거나 자발적 고립을 원하는 사람, 나무와 별을 보며 가만히 쉬고 싶은 사람. 고요한 선망의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가는 기분, 그 좋은 기억을 잊지 못해 누군가는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또 여럿이 왔던 이들은 홀연히 혼자 다시 찾기도 한다. 이때 떠오르는 좋은 동무는 단연 책이다. 북스테이가 아니었어도 책 한 권 들고 찾기 좋은 숲속의 집이다. 종종 미래에서 온 책들이 먼저 당도하기도 한다. 게스트가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 보내는 경우다. 그 책은 게스트보다 미리 와 게스트를 기다리고, 게스트가 떠난 후에는 썸원스 페이지 숲에 남아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누군가의 책벗이 되기도 한다.썸원스 페이지 숲은 크게 세 가지 ‘페이지’(page)로 나뉜다. 혼자만의 방(1인실), 숲속의 내방(1~2인실), 에반스의 서재(최대 4인실). 적당히 떨어진 건물과 각기 다른 입구는 사람마다 다른 쉼의 간격이겠다. 그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은 각 방의 분위기다. 조금씩 다른 주제의 책과 LP 턴테이블 그리고 너른 창이나 테라스를 갖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거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나와서는 정원을 거닐거나, 공용공간 ‘숲속의 서재’에서 팔미천을 내려다보며 또 책을 읽거나 밤이 깃든 하늘의 별을 살피는 일. 그러니 이곳에서는 바스락바스락 발끝으로 시간을 읽어내는 것 또한 독서라 할 수 있겠다. ●말동무 필요하면 ‘썸장과의 차 한잔’ 썸원스 페이지 숲의 또 다른 독서는 사람 읽기다. 가벼운 말동무가 필요할 때는 ‘썸장과의 차 한잔’을 신청한다. 썸장은 손님들이 손씨를 부르는 말이다. 창밖으로 강이 흐르는 숲속의 집에서 소소한 삶을 나누고, 때로는 조금 깊어진 소통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대화다. ‘마음이 닿는 대로 표현하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언제부터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되었을까요?’ 썸원스 페이지 숲을 떠나기 전, 앞서 묵은 누군가가 남겨둔 글을 읽는다.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책도 마음껏’ 보았다는 그이의 하루가 어렴풋하게 그려진다. 그러고 보니 ‘계획 없이 왔으니 틀어질 일도 없다’라는 문구가, 썸원스 페이지 숲의 슬로건처럼 곳곳에 적혀 있는 걸 본 듯하다. 게스트가 왔다며 마중 나가는 썸장의 뒷모습에서 다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고, 지금 겨울은 1월의 시작하는 마음이어서 또 봄이지 싶어진다. ●춘천은 지금 ‘소년시대’ 지난해 12월 종영한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를 재밌게 본 이들에게 춘천은 반가운 도시다. ‘소년시대’는 찌질이 병태가 학교 ‘짱’으로 오해받아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트로 풍의 1980~90년대 배경과 배우들의 충청도 사투리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촬영은 ‘소년시대’ 이명우 감독의 고향인 춘천에서 상당 부분 이뤄졌다. 주로 병태(임시완 분)와 친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정경으로 서부대성로 44번길, 소양고개길, 명동길 등이다. 특히 서부대성로 44번길(요선동) 일대는 1970~1980년대 춘천의 번화가였다. 지금도 춘천 노포들이 많다. 극 중 배경은 충남 부여지만 드라마에는 1980년대 춘천 ‘육림고개 도로포장 준공’을 경축하는 현수막도 버젓이 등장한다.육림고개는 옛 육림극장 자리에서 중앙로77번길을 따라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이다. 노포와 청년 매장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소년시대’ 1회에서 병태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쌀을 사던 거리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연결되는 춘천로 15번길은 오락실 추격 신을 촬영한 골목이다. 부여농고 아지트로 나오는 산다라 음악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가 아닌 실제 영업 중인 카페 ‘화양연화’다. DJ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1980년대 LP 음악과 소품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경태(이시우 분)와 선화(강혜원 분)가 데이트를 하던 전망 좋은 언덕은 해피초원목장이다. 극 중 계절은 여름이지만 겨울에 찾으면 설경이 아름답다. ■여행수첩 ▲바라타리아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주말 7시), 화요일 휴무, www.instagram.com/barataria.bookstore. 0507-1325-3180 ▲썸원스 페이지 숲 운영 시간: 입실 오후 4~7시, 퇴실 오전 11시 someonespage.modoo.at. 010-4254-5401
  • 김정은 “대한민국은 우리 주적… 기회 오면 초토화”

    김정은 “대한민국은 우리 주적… 기회 오면 초토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못박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위협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강경 대남 발언을 강력 규탄하며 한미동맹 등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 지도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조선 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며 “대한민국이 우리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대한민국 주적”, “대한민국 초토화” 발언은 지난해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한 것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북한은 상황에 따라 대적 관계 규정을 바꿔 왔다. 2020년 6월에는 문재인 정부를 ‘주적’으로 간주한 바 있으며, 김 위원장 연설 이후인 2021년 10월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또 2022년 4월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로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했다가 같은 해 8월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했다.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를 흔들어 보려는 구태의연한 전술”이라고 일축한 뒤 “정부는 이를 강력 규탄하며, 북한이 무모한 군사적 위협 책동과 대남 심리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대남 무력 통일 야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북한의 망동은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내부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억제력 강화를 두려워하고 초조해하는 것의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대응으로는 “강력한 한미동맹에 기초해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말이 곧 당의 방침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 초강경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잃어버린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을 주적으로 본다는 건 ‘동족을 향해 핵을 쏘지 않겠다’던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을 쏠 정당성이나 논리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에서 얻을 것은 없다고 보고, 미국을 의식하며 살라미처럼 잘게 쪼개서 도발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미 전술은 얇게 썰어서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과제를 쪼개 한 단계씩 해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한미 안보수장은 보안 유선 협의를 통해 최근 서해상 포병 사격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책을 협의했다고 국가안보실이 밝혔다. 장호진 신임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상견례를 겸한 통화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동향에 대해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엄중한 사안”이라고 인식을 같이했다.
  • 김정은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 우리 위협하면 초토화”

    김정은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 우리 위협하면 초토화”

    군수공장 시찰에서 대남 위협 발언정부, 전쟁 언급에 “구태의연 전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못 박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위협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강경 대남 발언을 강력 규탄하며 한미 동맹 등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 지도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조선 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며 “대한민국이 우리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대한민국 주적”, “대한민국 초토화” 발언은 지난해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 박차”라고 주문한 것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앞서 김 위원장이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등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은 상황에 따라 대적 관계 규정을 바꿔왔다. 2020년 6월에는 문재인 정부를 ‘주적’으로 간주한 바 있으며, 김 위원장 연설 이후인 2021년 10월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또 2022년 4월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로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했다가 같은 해 8월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를 흔들어보려는 구태의연한 전술”이라고 일축한 뒤 “정부는 이를 강력 규탄하며, 북한이 무모한 군사적 위협 책동과 대남 심리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대남 무력 통일 야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북한의 망동은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내부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억제력 강화를 두려워하고 초조해하는 것의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대응으로는 “강력한 한미동맹에 기초해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말이 곧 당의 방침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 초강경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잃어버린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을 주적으로 본다는 건 ‘동족을 향해 핵을 쏘지 않겠다’던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을 쏠 정당성이나 논리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에서 얻을 것은 없다고 보고, 미국을 의식하며 살라미처럼 잘게 쪼개서 도발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미 전술은 얇게 썰어서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과제를 쪼개 한 단계씩 해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한미 안보수장은 보안 유선 협의를 통해 최근 서해상 포병 사격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책을 협의했다고 국가안보실이 밝혔다. 장호진 신임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상견례를 겸한 통화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동향에 대해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엄중한 사안”이라고 인식을 같이했다.
  • [황성기 칼럼] 독도 남남분쟁 유감/논설위원

    [황성기 칼럼] 독도 남남분쟁 유감/논설위원

    군이 장병의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에 ‘독도 영토 분쟁’을 기술한 것은 100% 잘못이었다. 첫째, 독도는 그냥 우리 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도에는 그 어떠한 분쟁도 존재하지 않는다. 군이 팩트 체크에 소홀했다. 둘째, 독도에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싶은 것은 일본이다. 분쟁화를 통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독도를 다투자는 게 일본의 노림수다. 일본의 전략에 놀아나는 하수 중 하수다. 셋째, 군의 폐쇄적인 문화가 교재의 심도 있는 감수를 가로막았다. 큰 실책이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다. 이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불변의 진실이다. 일본이 독도 도발을 일으킬 때마다 강력히 항의함으로써 분쟁화를 견제했다. 교재 논란이 발생하자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기술의 오류를 지적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시정하기로 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렇게 끝내야 했을 독도의 남남문제화는 지극히 유감이다. 총선을 앞둔 거대 야당으로선 잘 걸렸다 싶을 게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을 정지시켜 문재인 정권의 ‘업적’에 흠집을 낸 윤석열 정부와 군에 한 방 먹이고 싶지 않았겠는가. 윤석열 정부를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반일 더불어민주당에겐 독도 영유권 분쟁을 기술한 정신전력 교재가 정부ㆍ여당을 공격하는 좋은 재료였을 테다. 독도를 남남 대결로 가져가는 게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는 명명백백하다. 지난해 5월 2일 민주당 의원이 청년들과 독도를 방문했다. 우리 영토에 국민이, 우리 국회의원이 가는 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 한국에 항의하면서도 속으로는 박수를 치며 웃는 것은 일본이다. 그 뒤에는 한국을 식민지쯤으로 여기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극우들이 있다. 애국이 아닌 매국 행위인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5월 7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이 한일 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뜻을 과시하고 싶었다면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외교와 국제법에 무지한 우리의 좌파 정치인들이 일본 극우와 일본 정부의 독도 분쟁화 전략에 일조하는 것을 우책(愚策)이라 비판하는 것조차 실없다. 그래서 반일좌파와 일본의 혐한우파가 손을 잡는다고 하지 않는가. 일본은 국교 정상화 전인 1954년과 1962년, 독도 문제를 ICJ에서 다루자고 한국에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단호히 거부했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에 갔을 때도 일본 정부는 ICJ에서 ‘영유권’을 다퉈 보자고 제안했다. 우리 땅을 놓고 국제재판소에서 우리 영토인지를 가려 달라는 얼척없는 제안일 뿐이다. ICJ 제소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한일이 합의해 영유권을 가리자는 게 일본의 속셈이고 그래서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의 영토분쟁화를 꾀한다. 숭어가 뛰면 망둥이가 뛴다고, 민주당이 신원식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자 북한이 때를 놓칠세라 끼어들었다. 북한 관영매체는 “독도까지도 왜나라에 섬겨 바치려는 현대판 ‘을사오적’ 무리”라고 숟갈을 얹었다. 신 장관을 흔들어서 안보 불안을 조성하면 누가 이득인가. 그러니 북한이 연초부터 연사흘 백령도,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 도발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북한과 싱크로율 100%인 야당의 국방장관 교체 요구는 도를 한참 넘었다. 잘못된 정신전력 교재는 조용히 지적하고 조용히 회수한 뒤 조용히 수정하면 될 일이었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며 독도 분쟁화를 노리는 일본 편에 서서 정부를 공격하는 야당의 총선용 정략이야말로 국민들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독도를 이용하려는 여야 정치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가차없이 퇴출돼야 한다. 선거가 3개월 앞이다. 외교와 안보만큼은 여야가 없어야 하는데 우리는 정반대다.
  • 세계 뒤흔드는 가짜뉴스 ‘폭격’… AI 규제·디지털 리터러시 급선무[AI 블랙홀 시대]

    세계 뒤흔드는 가짜뉴스 ‘폭격’… AI 규제·디지털 리터러시 급선무[AI 블랙홀 시대]

    2023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과 싸우는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한 달쯤 지나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상 속 재난의 모습을 보여 주는 광고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SNS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성적인 발언을 하는 영상이 유포돼 논란을 불렀다. 여름에 유튜브에 올라온 것인데 X(옛 트위터)를 타고 하루 만에 조회수 230만회를 훌쩍 넘겼다. 모두 인공지능(AI)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로 만든 영상과 이미지였다.문제는 세상에 없는 인물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딥페이크가 더 방대한 정보가 투입되는 딥러닝을 통해 더 정교해지고 실존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말하는 모양의 동영상을 만들고 실제 동영상에 입술 움직임만 바꿔 넣는 딥페이크 기술로 생성한 동영상을 X나 유튜브에 올리기만 하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팩트체크를 통해 가짜뉴스로 판명되더라도 이미 누군가에게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을 터. 이렇게 가짜뉴스를 퍼뜨리기 좋은 상황은 극단적인 정치 분열이 있을 때나 전쟁 상황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반인 2022년 3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에 퍼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 영상이 단적인 예다.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화 선언 영상이 올라왔다. 둘 다 조작된 영상으로 밝혀지면서 메타와 유튜브 등 운영사는 원본 영상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다.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뉴스는 전 세계 주요 선거가 줄줄이 예정된 올해 특히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 코넬대 세라 크렙스 교수와 더그 크리너 교수는 ‘AI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민주주의 저널)라는 논문에서 한 실험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미국 주의원 7000여명에게 AI가 쓴 편지와 사람이 작성한 편지를 동시에 보냈는데, 사람이 직접 작성한 이메일의 응답률은 AI가 쓴 이메일보다 2% 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은 “사람이 만든 진짜 정보와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허위조작정보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반드시 바뀌는 건 아니지만 민주주의 사회 내 구성원들 간 신뢰를 저해하고 공론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개월 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려고 만든 홍보물에 생성형 AI가 마구잡이로 악용됐다. 당시 집권 좌파연합의 대선후보였던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극우 경제학자 출신 하비에르 밀레이 당시 후보(현 대통령)가 “(장기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아이를 낳는 것이 곧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유포했다. 밀레이 후보는 마사 후보를 구소련 정치 선전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마사가 공산당 지도자처럼 보이게끔 했다. 두 사람이 만든 홍보물은 AI 창작물임을 명시했음에도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 줬다. 미국은 올해 11월 5일 예정된 대선에서 생성형 AI가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의 조악한 합성 영상물과 달리 요즘의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딥페이크는 실제 사람이 만든 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지난해 5월 SNS에서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사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주식시장까지 출렁이는 소동을 빚었다.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유럽 등 서구 민주주의 사회는 AI를 활용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가짜뉴스라는 말 대신 허위정보, 잘못된 정보라는 표현을 쓰면서 미디어 역할을 차단해 왔다. 다음달부터는 ‘디지털 서비스법’을 시행해 가입국이 허위정보, 차별적 콘텐츠, 아동 학대, 테러 선전 등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하도록 했다. 이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면 가입국에서 퇴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한다. 미국도 SNS 사업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극단주의와 인종차별 등 부정적인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문제가 된 콘텐츠를 제작·배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 SNS 사업자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물어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올해가 AI의 안전한 개발과 사용을 위한 규제를 부과하는 정부 거버넌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선거 캠페인 영상에 AI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 특히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후보자의 목소리와 얼굴을 악의적인 방식으로 합성하거나 조작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브레넌 정의센터’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민주주의의 실험실이라 불리는 주의회에서 AI의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AI 연구 선도자이자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새 저서 ‘다가오는 물결’에서 “AI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술레이만은 AI의 결함이 발생하는 이유를 정부가 파악해야 하고 AI가 폭주할 때 전원을 끌 수 있는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이언 브레머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해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AI는 기존 세계 권력의 구조를 뒤흔들고 어떤 경우에는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수집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권위주의 정부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를 규제하지 않으면 국가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공공재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정당성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AI가 제멋대로 만들어 낸 ‘환각 현상’과 허위조작정보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사회 공론장에서 ‘팩트체커’ 구실을 해 온 레거시미디어의 역할이 강조된다. 아서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 기고문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에서 “언론은 새롭게 취재한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 검증하는 게이트키핑 시스템을 지키고, 공정과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준수했는지, 편견과 차별의 관점을 걸러 냈는지 프로세스를 거친다”면서 “잘못된 정보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 시대에 언론이야말로 세상에 꼭 필요한 자양분”이라고 강조했다. 크렙스·크리너 교수의 강조점은 문해력 향상이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인터넷 세상은 거대한 확증편향 기계”라며 “객관적 사실을 포기하거나 뉴스에서 사실을 분별하는 능력을 포기하면 민주주의 사회가 기반해야 하는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대로 걸러진 미디어를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지식과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시민들이 다양한 언론 매체를 ‘신뢰하되 검증하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진실성을 가리는 눈과 가짜뉴스를 맹신하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고 부연했다.
  • 日 유튜버 “지진 지역에 ‘성인용품’ 보냈다…성범죄 예방에 도움” 논란 [여기는 일본]

    日 유튜버 “지진 지역에 ‘성인용품’ 보냈다…성범죄 예방에 도움” 논란 [여기는 일본]

    일본에서 새해 첫날 발생한 강진으로 180명이 목숨을 잃고 약 3만 명이 피난 생활을 하는 가운데, 현지의 한 유튜버가 재난 지역에 성인용품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유명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인 ‘렌고쿠 코로아키’(닉네임)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재난 지역인 이사카와현으로) 남성용 성인용품 300개를 보냈다”면서 “나라가 절대로 지급해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재난 지역으로 보낸 성인용품은) 지진 후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사카와현 당국은 구조작업 및 안전 등을 고려해 재난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구호물품의 직접 전달도 제한하고 있으나, 해당 유튜버는 성인용품 수백개를 들고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지진 피해 지역인 이시카와현의 무너진 건물 앞과 솟아오른 도로 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인증샷’을 찍고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해당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그가 지진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문제의 네티즌은 “성인용품 배부에 불평하는 것을 그만둬라. 피해자들이 (오히려) 좋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시카와현 당국은 8일 “구호물품을 전달하고자 하는 기업과 단체는 먼저 이메일 등을 통해 정책과에 연락해 달라”면서 “현지에 물품을 직접 반입하는 것은 교통 정체 등으로 구명 활동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부디 직접 방문은 삼가해 달라”고 밝혔다.한편, NHK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180명으로 집계됐다. 경상자 등 부상자는 총 565명이며, 행방불명자는 120명으로 확인됐다. 약 400개 피난소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주민들은 약 2만 8000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와지마시 피난소에서는 사망자 1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지마시 피난소 사망자의 자세한 상황은 불분명하지만, 피난소 생활에 따른 지병 악화와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사망하는 ‘재해관련사’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노토반도 지진 피해자들은 강진 이후 찾아온 강추위와 폭설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지진으로 도로가 끊긴 상황에서 적설량 10㎝를 넘는 많은 눈마저 내리면서, 피난민들은 식량과 담요 등 필요 물자를 제때 전달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추위와 폭설 속에서 일주일 넘게 피난소 생활을 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로와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서울광장] 이재명 피습,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재명 피습,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임창용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나 언론이 정치인 테러에 대한 규탄에 집중했던 사건 초기와 달리 갈수록 이 대표 ‘특혜 이송’ 논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부산·광주·서울 지역 의사회 등이 의료전달체계를 무력화했다며 민주당 규탄에 나서고, 급기야 이송에 관여한 당 관계자들과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교수가 고발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피습 사태의 작은 부분인 ‘병원 이송’ 문제가 사건의 본질인 ‘테러’ 이슈를 덮는, 그야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돼 버렸다. 세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지방의료에 대한 불신과 이 대표 이송이 의료전달체계를 무력화했다는 의료계의 인식,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에 대한 국민 반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의료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호남 지역의 한 섬에서 근무하는 어느 공중보건의사의 말이다. “주민 상당수가 수도권, 특히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러 간다.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암 환자여서가 아니다. 일반 암이나 당뇨, 단순 신부전증, 갑상선 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목포나 광주 지역 종합병원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그래도 굳이 서울에서 진료받겠다고 고속열차를 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 거주자 중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인원은 2013년 50만여명에서 2022년 7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부산·광주 등에서 새벽에 고속열차를 타고 상경해 잠깐 진료받고 다시 내려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세브란스병원 등의 주변엔 통원치료를 받기 위해 원룸·고시원에 단기 거주하는 지방 환자들이 갈수록 는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이 대표 이송 당시 의료전달체계가 무시된 게 문제가 됐다. 이 대표는 피습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119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복지부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에 올랐다. 위급 상황이었다면 현지에서 수술을 받았어야 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고 당일 기자회견에서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량 출혈 위험이 있다면서 수 시간을 소모하며 서울대병원까지 이송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한 것이다. 게다가 정청래 최고위원이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현지 의료 비하성 발언까지 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간병 등을 위한 가족의 요청 때문이었다면 소방헬기를 동원해선 안 됐다. 헬기 이용과 관련해 119 구조·구급법엔 “초고층 건축물 등에서 생명을 구조하거나 도서·벽지의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특혜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야당 대표가 피습을 당했는데 헬기도 못 타냐는 주장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1야당 대표는 의전 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한다. 특혜 시비가 유치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가 의전 서열에 의해 무시되는 걸 납득할 국민이 있을까. 이런 특권의식이 담긴 발언은 국민 반감만 키울 뿐이다. 지방의료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에선 실질적인 의료 질이 아닌 ‘편견’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수의 난치성 환자 치료를 제외하면 의료진의 숙련도나 장비 등이 서울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데도 앞서 섬 주민들처럼 “서울이 더 잘할 거야”란 막연한 편견에 기대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빅5 병원을 찾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송 논란이 걱정스러운 건 이 같은 편견을 부추겨 지방의료를 더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 노벨상 빼고 다 받은 인도 과학자의 생일… 총장·연구소장 다 달려왔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함께하는 과학 다이브]

    노벨상 빼고 다 받은 인도 과학자의 생일… 총장·연구소장 다 달려왔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함께하는 과학 다이브]

    2013년 인도 과학자들에게 큰 뉴스가 있었다. 자와할랄 네루 연구소 소장 C N R 라오 교수가 ‘바라트 라트나’(Bharat Ratna)를 수상한다는 소식이었다. ‘인도의 보석’이라는 뜻의 바라트 라트나는 인종, 직업, 지위, 성별과 관계없이 한 해 가장 뛰어난 업적을 거둔 인도인에게 주는 상이다. 1954년 1월 2일 제정된 이 상은 인도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다. 매년 3명까지 받을 수 있지만, 이보다 적거나 아예 수상자가 없는 해도 많다. 그야말로 최고 권위의 상이다. 라오 교수는 2014년 2월 4일 인도 대통령 관저에서 바라트 라트나를 수상했다. 인도 자치령의 마지막 총독이자 전 타밀나두주 총리였던 C 라자고파라차리가 1954년 바라트 라트나를 처음 받은 뒤로 지금까지 총 48명이 수상했다.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는 1930년 노벨상 수상자인 C V 라만 박사, 인도의 미사일맨으로 불린 압둘 칼람 전 대통령,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의 실제 인물인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등 7명이 수상했다.내가 라오 교수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당시 네루 연구소에 자리잡고 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현지 랩의 담당자로 있을 때였다. 80세 노교수는 집필 중인 논문들이 탑처럼 쌓인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잔뜩 긴장한 나를 밝게 맞아 줬다. 방을 가득 채우는 우렁차고 확신에 찬 목소리와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90세가 된 그는 약 70년 동안 1800편이 넘는 논문과 56권의 책을 썼다. 놀라운 것은 그가 60세까지 게재한 논문이 800편이었고, 그 후 30년간 1000편을 더 썼다는 사실이다. 직접 지도한 박사과정 학생만 해도 2014년 당시 이미 150명이 넘었다. 라오 교수, 인도 민간인 최고상 수상70년간 논문 1800편·책 56권 집필90세 생일 행사는 놀랍고 부러워구순에도 연구 가능 풍토 본받아야인도 과기부 인적 구성 변화 주도과학자가 수장… 공무원은 간사로기초과학·교육 중요성 항상 강조“정부·기업, 창조적 충동에 투자를” 이쯤 되면 많은 논문에 이름만 얹은 것 아니냐고 의심해 볼 만도 하지만 내 기억 속의 그는 언제나 책상에 쌓여 있는 논문을 읽고 수정하는 모습이었다. 그 꾸준함을 70여년 동안 유지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90세 생일을 맞은 라오 교수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8일 네루 연구소에서 행사가 열렸고, 이방인인 나도 초대를 받았다. 라오 교수는 고체화학 분야, 특히 신소재 합성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해 왔다. 합성된 소재의 구조적 특성을 해석하고 이를 초전도, 나노기술, 재료과학 등에 응용했다. 1987년 노벨상이 수여된 고온 초전도체도 라오 교수가 최초로 합성했지만 당시 초전도성을 보고하지 않아 아쉽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신규 화합물을 발견하고 그 특성을 보고해 동료 연구자들이 신소재 개발에 응용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195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고 1962년 반핵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저명한 물리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종종 자신의 롤모델이 라오 교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라오 교수는 학문의 영역을 넘어 사회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인도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과학계를 둘러싼 관료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의 과학자들이 낮은 보수를 받는 것은 관료주의의 책임이다.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보호하고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관료들에 의한 경직된 급여 구조 때문이다. 변화를 주고 싶어도 관료적 구조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라오 교수가 2013년 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다.그 때문이었을까.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가 일으킨 대표적인 혁신은 과학기술부 인적 구성의 변화였다. 인도 정부도 한국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IAS 출신 관료들의 영향력이 지대하지만, 과학기술부에서만은 예외다. 현재 인도 과학기술부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각 프로그램 수장을 과학기술자가 맡고, 공무원은 간사(secretary) 역할을 하는 구조로 돼 있다. 라오 교수가 과학기술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만든 새로운 시스템이다. 어떤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과학기술자를 존중하는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시스템의 방향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 과학자문위원회는 2013년 7월 ‘인도의 과학: 10년간의 성과와 떠오르는 열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모한 싱 총리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과학기술 분야에 특별히 적용돼야 할 새로운 거버넌스와 교육기관, 과학자가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정책 등의 제언을 담고 있다. ‘혁신과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과학 행정의 관료주의를 없애는 것’이 향후 인도의 국가적 관심사가 돼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오늘의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라오 교수는 기초과학과 이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도 늘 강조했다. 그는 실험실에서 시작하는 ‘작은 과학’(Small Science)으로부터 모든 과학이 발전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발견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창조적인 충동’에 정부와 산업계가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네루 연구소는 과학과 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을 펼치는 공간이다.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아 우수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의 연구소를 직접 만들었다. 생일 축하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었다. 참석자들 가운데 20여명이 각각 2분 정도 짧은 축사를 했는데 대부분이 대학 총장, 연구소 소장이었다. 행사가 열린 평일 오전에 그 많은 사람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라오 교수와의 추억을 되짚으며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놀랍고 부러웠다. 그들은 인도과학교육연구원(IISER)과 같은 주요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라오 교수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생일축하연에 참석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가 90세가 돼서도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풍토, 은퇴한 노과학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그들의 존경심, 그들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맞이하던 라오 교수와 부인.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것들이 부럽게만 느껴지는 자리였다. 라오 교수의 건강을 기원한다.●이승철 센터장은 스스로를 11년간 인도에서 지낸 과학자로 소개한다. 연구자의 관찰력으로 한국과 인도를 함께 들여다보고 두 나라가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응용분석), 인도(시뮬레이션)를 넘나들며 계산과학으로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꿈의 물질이라 불리는 ‘맥신’의 대량 합성 생산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를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인도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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