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야말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완주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무패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세대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대피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070
  • [포토] 김정은,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지도

    [포토] 김정은,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방발전사업협의회를 열고 확대된 ‘지방발전 20×10’ 정책 목표를 달성하라고 다그쳤다. 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31일 지방발전사업협의회를 소집해 지방 경공업공장 건설 외 ‘3대 건설과제’인 보건시설, 과학기술 보급거점, 양곡관리시설의 건설을 관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해당 사업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리념으로 하는 우리 국가 제도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시켜 인민들에게 사회주의 위업의 진리성과 불패성을 깊이 심어주고 굳건한 계승을 담보하는 중차대한 정치사업이라는데 대하여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의 보건실태를 개선하고 지방인민들의 생명안전과 건강증진에 크게 이바지할 시, 군 병원건설은 제일가는 숙원사업”이라며 “아무리 어렵고 힘이 들어도 현대적인 보건시설 건설을 ‘지방발전 20×10정책’에 추가하며 무조건 당해년도에 완공하여 각 지방인민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우리 혁명과 시대가 당과 정부에게 부과하는 제1의 임무”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학기술문화 보급거점도 통이 크게 훌륭하게 완공하여 지방의 각계층 근로자들이 기술과 지식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할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제공하며, 종합적이고 일체화된 미곡 처리 시설들도 건설하여 인민들의 식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 80년간 리상으로만 그려보던 지방변혁의 대업을 10년 혁명 기간 내에 수행하는 위대한 년대가 흐르고 있다”며 “지방진흥의 력사적 위업이야말로 정말 고생은 커도 자부할 만한 혁명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일군들이 (중략) 완강한 의지와 확고한 자신심을 지니고 맡은 사업을 책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협의회에는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당 비서 및 도당 책임비서들, 각 지방 건설현장에 건설부대를 파견한 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같은 날 김정은은 함경남도 함주군 지방 공업공장 건설현장을 현지 점검했다. 보도사진을 보면 해당 시설 외벽에는 ‘함주군 식료(식료품) 공장’이라고 쓰여있다. 그는 “모든 건설 장비들을 현대화, 표준화, 규격화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며 “지방건설에서 기계화 비중을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정책 관철의 성패 여부는 전적으로 지도간부들에게 달려있다”며 보여주기식 지도방법, 무분별한 경쟁 실태 등을 지적했다. 지방발전 20×10은 해마다 20개 시,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지방주민의 생활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은은 최근 공장과 더불어 보건·과학기술·양곡관리시설 건설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독사의 혀, 사람의 혀

    [김동률의 아포리즘] 독사의 혀, 사람의 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잔혹한 영화다. 이유도 모른 채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남자는 자신이 갇힌 이유를 추적한다. 실마리는 ‘왜 하필 15년인가’에 있다. 감금당할 당시 어린아이였던 제 딸이 성인이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딸을 알아보지 못한 남자는 자신의 딸과 연인 관계가 된다. 마치 오디푸스(남녀의 관계로 보면 일렉트라가 정확하겠지만)와 같은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주인공 남자의 이름 오대수는 오디푸스에서 따왔다. 남자가 이런 참혹한 복수를 당한 이유는 그의 혓바닥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 떠든 후배의 비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의 누이를 자살에 이르게 했다. 남자는 자신의 딸에게만큼은 말로 인한 이 끔찍한 인과응보를 말하지 말아 달라고 빌며 스스로 자신의 혀를 자른다. 기시감이 있다. 신화 속 오디푸스가 천형과도 같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스스로 눈을 찌른 것과 같은 이치다. 영화 ‘올드보이’는 말로 저지른 죄악을 소름 끼치게 파고든 작품이다. 불교에서는 입으로 짓는 죄, 구업(口業)을 가장 나쁜 것으로 여겼다. ‘몸을 깎는 도구이며, 몸을 멸하는 칼날’이라고 했다. 인간의 업 중 가장 무겁게 여겼다. 한국인들에게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진언(불교의 주문)은 친숙하다. 아주 어린 날 곧잘 “수리수리 마수리”를 중얼거리며 놀았다. 진언은 ‘천수경’의 첫머리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인데, 글자 그대로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하게 씻어 내는 참된 말’이라는 뜻이다. 경전을 독송할 때 제일 먼저 정구업진언을 읊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더럽혀진 말빚을 참회하고 참된 언행을 다짐하자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독사의 혀가 난무한다. 축하해야 할 광복절을 두고 진영 간 칼날 같은 독설 속에 정작 광복의 기쁨은 온데간데없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청문회가 열린다. 여야 간 독한 말싸움이 전부다. ‘혀 아래 도끼’란 말이 있다. 끔찍한 거짓말에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지율의 천성산 사태, 광우병 소동,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이 예가 된다. “미국산 소 먹으면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괴담이 퍼졌고, “사드 전자파로 몸이 튀겨질 것 같다”며 선동했다. 그리고 이런 거짓말은 엄청난 피해를 우리에게 안겼다. 거짓말 괴담에 대처하느라 정부가 쓴 돈만 1조 5000억원이라고 한다. 비용은 고스란히 전체 한국인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거짓선동의 중심에는 유튜브, 인터넷 매체가 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편집해 사이버 공간을 달군다. 한국의 유튜브는 그야말로 도발적이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기사를 검증하고 게이트키핑하는 일정한 수준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유튜브 콘텐츠들은 대개 이러한 여과 과정이 없다. 날것으로 업로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체 감시 기능도 무력하다. 여기에 조회수 장사를 위해 자극만을 좇다 보니 수위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양극화된 진영정치와 맞물려 그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인의 유튜브 사랑은 대단하다. 월간 사용자 수는 4500만명을 넘어섰다.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이 43시간으로 종주국인 미국(24시간)의 두 배 수준. 유튜브 공화국이다. 언론진흥재단 발표(2023년)에 따르면 국민의 53%가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고 있다. 1년 전보다 9% 포인트 늘었다. 46개 조사 대상국 평균인 30%를 크게 웃돈다. 유튜브는 어느새 한국의 정치적 담론을 좌우하는 핵심 매체로 덩치를 키웠다. 정치인이 직접 유튜브에 출연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문제는 이 엄청난 영향력이 정치의 양극화와 증오정치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다. 가짜뉴스를 키워 내는 숙주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법 같은 알고리즘으로 같은 편만 끌어들이는 유튜브 저널리즘은 확증편향에 빠진 구독자들을 위해 이제 맞춤형 콘텐츠들까지 생산하고 있다. 구미에 맞는 증오와 거짓말들이 난무할수록 환호를 받는다. 이는 곧 조회수로 반영되며 그만큼 수익을 낸다. 점점 더 편향적이고 독사의 혀 같은 말들이 쏟아지게 된다.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지만,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거짓, 괴담에 한국인의 영혼이 병들어 가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 김홍도의 군선도, 기생충 속 그 집… 세계 예술가들의 새 뮤즈 ‘K컬처’

    김홍도의 군선도, 기생충 속 그 집… 세계 예술가들의 새 뮤즈 ‘K컬처’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파스텔의 마술가’ 국내 첫 전시회초상화에 청자 등 한국 문화 조합“문화 예술 통해 과거와 미래 연결”엘름그린&드라그셋 ‘공간들’‘공간 탐색’ 이야기 품은 설치미술140㎡ 규모 으스스한 ‘섀도 하우스’“기생충서 영감… 집, 이야기 촉발” 우리나라 국보인 청자 주자가 들어간 초상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촉발된 설치 작품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K컬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잇달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2022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88억원에 이르는 경매가를 올리는 등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없어서 못 파는 작가’가 된 스위스 출신의 니콜라스 파티(44)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첫 전시를 연다. ‘파스텔의 마술가’라는 별명답게 그가 회화에서 쓰는 재료는 파스텔이 유일하다. ‘더스트’(먼지)라는 전시 제목도 쉽사리 공기 중에 흩어지는 파스텔의 특성과 연계된다. 고대부터 근현대를 아우르는 미술사의 다양한 작가, 모티브, 양식, 재료 등을 자유롭게 참조하고 샘플링하며 자신만의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따온 다양한 문화적 상징을 재구성한다. 특히 신작 초상 8점은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과 김홍도의 ‘군선도’를 참조해 상상 속 여덟 신선(팔선)을 형상화했다. 초상화 속 인물의 상반신을 대신하고 있는 청자 주자는 리움미술관의 소장품인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를 모델로 한다. 또 인물을 에워싼 사슴, 학 등은 십장생도에 나오는 장수의 상징물을 차용했다. ‘군선도’ 속 개는 초상화 속 인물의 갈래머리 모양처럼 자리잡았다.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이런 조합은 관람객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파티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한국의 예술품을 전시에 함께 표현하는 게 핵심이었다”며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리움의 전시품을 비롯한 소장품을 살펴보면서 큐레이터와 함께 미묘하고 복잡한 관점에서 작품을 선정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그는 “문화 예술을 통해 과거, 미래의 인류와 가깝게 연결될 수 있고 예술 작품에 담긴 아름다움, 시적인 면, 다양한 감정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간들’(Spaces)이란 전시를 통해 3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찾아오는 아티스트 듀오 미카엘 엘름그린(63)과 잉가 드라그셋(55) 역시 장소의 특정성, 특정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예전부터 ‘집’이라는 공간의 탐색을 이어 오던 이들은 이번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집처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을 빚어냈다. ‘섀도 하우스’란 제목의 140㎡ 규모의 집에는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유리창에 홀로 서 있는 아이는 창문에 입김을 불어 나(I)라는 글자를 쓰고 있다. 집 입구에 놓인 거울에는 ‘다시는 보지 말자!’라는 글이 쓰여 있다. 아이와 함께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집은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엘름그린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포 영화의 세트장 같기도 하고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에 나올 법한 공간처럼 보이는 이 작업은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기생충’에서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영화의 내러티브, 이야기를 촉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집 외에도 이들은 미술관을 물이 빠진 수영장과 레스토랑, 실험실처럼 보이는 주방, 작가 아틀리에 등으로 변신시켰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계자는 “두 작가가 창조한 공간에 들어선 모든 관람객이 다양한 이야기 요소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가는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티의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 열리며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 尹 연금개혁에 與 “세대 공정” 野 “세대 갈등”

    尹 연금개혁에 與 “세대 공정” 野 “세대 갈등”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으로 내놓은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에 대해 국민의힘은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세대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청·장년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0일 MBC 라디오에서 “세대 간 (연금 혜택) 차이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세대별 보험료 차등은)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연금소득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우리 미래세대들에게 조금 더 혜택을 줄 수 있는 연금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 또한 논평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며 세대 간 형평성도 높이는 방안은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일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연금개혁의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차등화’는 오히려 ‘세대 갈등’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연금은 현재 일하는 세대가 나이 드신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되는 제도”라며 “세대 간 공동체 의식으로 연대해서 이 문제를 풀자고 해야 되는데 대통령은 연금개혁 문제까지 청년과 장년을 가르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22대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에 관해서도 다른 반응을 내놨다. 김 정책위의장은 “(연금개혁)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구성해서 논의·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진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개혁방안을 내놓으면 이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하면 되는 일”이라며 “연금 개혁 특위를 만들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지식을 담아내려, 생각을 비워내려… 책의 광장에서 ‘담화만개’ [박상준의 書行(서행)]

    지식을 담아내려, 생각을 비워내려… 책의 광장에서 ‘담화만개’ [박상준의 書行(서행)]

    1층 로비 누군가의 추억 가득 ‘카드 목록함’사서들의 인문고전 해석과 강연 ‘사서고생’영화 속 걷듯 ㄷ자형 2.5층 높이 ‘타워서가’보통 도서관의 3요소를 장소(시설), 장서(책), 사서라고 말한다. 도서관 여행에 관심을 가지는 순서 또한 이와 닮았다. 처음 말을 거는 건 공간의 멋과 장소의 경험이고 그런 후에야 서가의 책과 서서히 친해진다. 그리고 사서, 결국 모든 여행은 사람으로 끝난다. 오늘 도서관 여행은 충남 홍성의 충남도서관이다. 충남도서관은 ‘사서고생’으로 알았다. 찾아가는 길이 사서 고생이었냐? 이때 사서는 ‘서적을 맡아 보는 직분’으로서 사서다. 그러니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건 조금 다른 의미의 ‘고생’이다. ●사서들의 사서 하는 고생 도서관 로비의 인테리어가 반갑기는 처음이다. 충남도서관 1층 안내데스크 벽은 카드 목록함 디자인이다. 누군가는 웬 한의원 약장이냐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을 자극할 만한 도서 카드 목록함이다. 3층 로비에는 실제 카드 목록함과 도서 카드가 있다. 도서 목록이 인터넷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존재하기 전까지, 도서관 책의 위치는 손 글씨로 입력한 종이 카드로 찾곤 했다. 카드 목록함 때문에 서론이 길었다. 충남도서관은 충남의 광역 대표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잔잔한 즐거움 외에 앞서 말한 도서관의 3요소가 보인다. 또는 3요소를 길라잡이 삼아 여행할 만하다. 무엇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도서관 뒤편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서와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우리네 현실상 쉽지 않은 기회다. ‘사서고생’과 ‘책 읽어주는 사서’가 대표적인 예다. ‘사서고생’은 ‘사서들의 인문고전에 대한 생각 강연’의 줄임말이다. 충남도서관 사서들이 진행하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개관 초기부터 운영 중이다. 사서에게는 사서 하는 고생이겠지만 도서관 이용자에게는 책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올해는 이미 ‘모비딕’,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의 고전을 진행했다. 주로 책과 작가의 소개,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영화화한 작품 등 사서가 만든 한 권의 잡지를 읽는 듯하다. 오는 10월 24일에는 박광일 사서가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준비 중이다. ‘사서고생’은 두 달에 한 번 짝수 달에 진행한다. ‘사서고생’이 없는 홀수 달에는 ‘책 읽어주는 사서’를 만난다. 사서 강연 형식은 똑같지만 2000년 이후 출간된 베스트셀러 도서를 소개한다는 게 차이다. 오는 9월 12일에는 신배재 사서가 ‘로봇과 AI의 인류학’(캐슬린 리처드슨, 눌민)을 준비했다. ‘한 줄 글귀’를 빌리자면 ‘절멸 불안을 통해 본 인간, 기술, 문화의 맞물림’이다. 사서의 고생과 고심이 느껴지는 소개다. 사서의 강연은 저자 북토크나 유명인 강연과 달리 한 사람의 독자로서 탐독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책과 가까운 이들이라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여느 프로그램보다 강연 후 질문이 많다. 프로그램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진행하며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다. 누구나 예약 신청할 수 있고 현장 참여도 열려 있다. ●도서관엔 사람이 있는 편이 장소와 장서, 즉 책과 공간이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충남도서관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 ‘담화만개’(談花滿開)다. 뜻 그대로 풀면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나다일 텐데 조금은 막연하다. 그럴 땐 4층 로비로 이동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3층 전경은 그 어려운 한자를 시각화한다. 충남도서관 3층은 일반자료실, 특성화자료실, 열람실이 한데 어울린 개방형 서가다. 요즘 도서관이 공간을 구분 짓지 않는 건 알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마치 도서관 안에 책의 광장이 있고, 구석구석 저마다의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에 집중하는 모습에 가깝다. 정면의 벽은 전체가 서가다. 가지런하게 놓인 책들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다. 그 아래에는 계단열람석 빈백(bean bag)에 몸을 맡긴 채 책 속으로 잠수한 이들(간혹 수면모드도 있다), 남쪽으로 창을 낸 긴 책상에 줄줄이 고개를 묻고 공부하는 이들, 그 좌우로 조도를 낮춰 아늑한 특성화자료실(충남과 백제 관련 서적이 많다)과 홍예공원이 보이는, 도서관에 막 재미를 붙인 이들이 즐겨 찾을 만한 창가의 좌석(생각을 비워내기에 알맞다)이 있다. 중앙에서는 다시 한번 사서와 조우한다. 충남도서관 사서들은 지방신문에 번갈아 가며 ‘사서들의 서재’라는 칼럼을 기고한다. 이를 큐레이션한 추천 서가다. 곁에는 ‘항일 독립운동 특화 코너’다. 충남은 독립기념관이 있는 광역지자체고 홍성은 만해 한용운의 고향이다. 점자책 서가도 가깝다. 그러고 보니 계단열람석 빈백 옆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다(충남도서관은 전국 도서관 가운데 최초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이용자들은 저마다 다른 자세와 방식으로 도서관이란 울타리 안에서 도란도란하다. 이는 꽤나 감격적이다. 각자도생의 시대, 짧은 시간이나마 하나의 공간에서 책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얼마 전 재밌게 읽은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다쓰루, 유유)는 제목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어진다. 도서관은 성스러울지언정 그럼에도 역시나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 다음의 ‘담화만개’는 북카페다. 4층 로비에서 3층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2층 북카페에서는 1층 일반자료실이 모두 보인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2.5층 높이 벽면을 가득 채운 타워서가다. 한 면이 아니다. ‘ㄷ’ 자형으로 1층 로비까지 연결되며 크게 삼면을 두른다. 타워서가는 각 6단의 4층 서가다. 층마다 계단과 통로를 마련했다. 장식용 서가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비교적 대출이 적은 철학(100), 종교(200) 책들을 배가해 통행의 혼잡을 방지했다. 대신 각 서가는 어른 키 높이로 가장 높은 단의 책도 손쉽게 꺼낼 수 있다. 타워서가를 오가노라면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주인공이 돼 호그와트의 도서관에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간 벽면형 인테리어 서가에 대한 불만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서가는 바라보는 것이 아닌 책을 꺼내고 만져 볼 수 있을 때 서가로 존재한다. ●슈슉 슈슉, 여름이 간다 그렇다고 타워서가의 ‘ㄷ’ 자형 안쪽을 놓칠 수 없다. 사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박스 형태의 자료실은, 바깥이 타워서가라는 걸 떠올리자 외벽도 내장도 온통 책으로 만든 집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관 장면이라고나 할까? 각각의 자리는 조명 하나하나까지 좌석의 형태에 따라 세심하게 골랐다. 대접받는 기분이다. 마침 사방의 책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 작품이다. 그 가운데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브라이드 딜런의 ‘에세이즘’(카라칼)을 꺼내 안락의자에 앉는다. 에세이란 가장 익숙한 장르지만 그래서 정의를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장르다. 작가는 에세이의 ‘기원’, ‘스타일’, ‘불안’ 등의 목차를 내세우며 각 주제에 해당하는 책과 문장을 소개한다. ‘흩어짐’이라는 주제에 끌려 책을 펴니 버지니아 울프의 ‘웸블리의 천둥’이다. ‘흙먼지 회오리가 대가리를 곧추세운 채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코브라들처럼 슈슉 슈슉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지나간다.’ 이 한 문장만으로 글의 힘이 느껴진다. 흙먼지 회오리가 허둥지둥 지나가다니. 그것도 슈슉 슈슉 소리를 내며. 이 또한 언젠가 사서들의 ‘고생’ 목록에 오르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라 본다. 그리고 슬며시, 흙먼지 회오리 자리에 폭염이나 무더위를 대입한다. 올여름 더위는 유독 길고 심했다. 어느덧 8월의 마지막 날, 이제 이놈의 무더위가 슈슉 슈슉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지나가는 꼴을 보는 일만 남았다. 도서관은 지난여름 내내 그러했듯, 남은 여름 또한 여전히 더위를 견디기에 좋은 피서지일 테다. 참, 충남도서관 4층에는 식당도 있다. 도서관 식당이라니? 도서관 카페는 있어도 식당 보긴 힘든 시절이다. 이 같은 도서관의 소소한 즐거움이 점점 사라져가는 건 얼마간은 아쉬운 일이다만. 점심에는 일반식과 일품식 두 가지를, 저녁에는 간편식을 낸다. 가격은 5000~7000원 선이다. ●도서관 문 열면 공원 충남도서관은 홍성군 내포신도시에 위치한다. 내포는 충남도청이 이전하며 생겨난 신도시다. 도시는 북쪽 예산과 남쪽 홍성을 포함해 부채꼴 형태로 자리한다. 그 꼭짓점이 홍예공원이고 충남도서관이다. 그래서 공원의 이름이 홍성과 예산의 머리글자를 딴 홍예다. 공원 안에는 두 개의 호수와 총길이 약 2.8㎞에 달하는 산책로가 있다. 독립운동가 거리도 있어 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의 항일독립운동 특화 서가와 조응한다. 도서관 문을 열고 나서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 역시 홍예공원이다. 1층 후문에서는 호수 자미원으로 연결된다. 자미원은 소주천문도에 나오는 별자리다. 왕의 궁전을 상징한다. 물가의 자작나무와 지면패랭이꽃, 예술 작품이 산책의 동무다. 도서관 2층 정문은 홍예공원 중앙 방향으로 향하는데, 2층 전자자료실 안내 창구에서는 독서의자를 최대 4시간 동안 무료 대여한다. 소지가 편한 1인용 캠핑 의자다. 공원 어디에서든 편하게 독서하라는 도서관의 배려다. 더위가 수그러드는 9월의 어느 날은 홍예공원에서 캠핑 기분을 내며 책장을 넘길 수 있겠다. ●담담한 이응노의 집 홍성은 코로나19 이전까지 ‘홍성역사인물축제’를 열었다. 여섯 명의 홍성 역사인물을 주제로 한 축제였다. 고암 이응노 화백은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태어난 집은 충남도서관에서 불과 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지금은 옛 생가를 복원하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념관을 꾸렸다. 건축가 조성룡이 설계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이응노의 집이다. 이응노의 집은 고암의 스케치를 빌려 복원한 생가와 작품을 전시하는 기념관, 북카페 고암책다방, 마을 산책을 겸할 수 있는 연지 등으로 이뤄진다. 현재는 고암 탄생 120주년 기념 기획전 ‘심상’(心象)이 한창이다. 1960~1970년대 고암의 추상화 중심 전시다. 이 시기는 고암 인생의 전환기다. 1958년 파리에 정착했고 1967년에 ‘동백림사건’을 겪으며 옥고를 치렀다. 6·25전쟁 당시 헤어진 아들 소식을 들으려 동베를린을 방문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투옥의 시간이 ‘또 하나의 자신을 깨어나게 했다’고 말하고, ‘자각이야말로 진정한 정열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것’이라 덧붙인다. 그가 옥중에서 그린 그림들은 강인해서 먹먹하다. 그의 생애를 닮은 건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조성룡 건축가는 이응노의 집을 단층으로 담담하게 지었다. 다진 흙을 층층이 쌓아 만든 황토벽이 특징인데 이웃한 논과 연지로, 먼 데는 용봉산과 눈을 맞춰 어울린다. 그의 인생이 켜켜이 쌓인 양하다. 그래서 내포신도시 사람들은 소풍 나오듯 이응노의 집을 찾고 너른 야외의 공원을 거닌다. ●수덕여관에 새긴 군상 이응노 화백의 1960~70년 마지막 흔적은 예산에도 있다. 수덕사는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축의 하나인 대웅전(국보)으로 유명하다. 맞배지붕의 집은 단아하고 수수한데 흔들림이 없어 아름답다. 대웅전에 다다르기 전에는 선(禪)미술관 옆 옛 수덕여관에 들른다. 수덕여관은 이응노 화백이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 머물던 초가집이다. 이전부터 살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리고 1969년 ‘동백림사건’에서 형집행정지·가석방으로 풀려나 다시 잠시 머물렀다 쫓겨나듯 프랑스로 떠나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수덕여관에는 그때 너럭바위에 새긴 문자 추상암각화 두 점이 남아 있다. 각기 둘레 17m와 7.6m의 바위다. 큰 바위에 새긴 암각은 이응노의 집에 상설 전시 중인 탁본의 원본이다. 그는 글자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암각화에 대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며 영고성쇠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 바위 안에 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그걸 달리 말하면 인문일 테고, 아마 그것이 마음에 남아 고전이 되는 것일 테지. 수덕사 또한 충남도서관에서 10㎞, 이응노의 집에서 7㎞ 거리로 가깝다. 여유를 내 들러볼 일이다. ●충남도서관 -오전 9시~오후 10시(화~금), 오전 9시~오후 6시(토~일), 월요일 휴관 -누리집 library.chungnam.go.kr
  • 역발상인가 도박인가… 中 호텔시장 확장 나선 힐튼의 승부수

    역발상인가 도박인가… 中 호텔시장 확장 나선 힐튼의 승부수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중국 경기침체 장기화로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지만 호텔체인 힐튼만큼은 ‘역발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요 도시마다 빈 사무실이 넘쳐나는 지금이야말로 중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키울 적기라는 판단이다.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와 그 프랜차이즈 파트너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 상황에도 앞으로 매년 100개 이상 새 호텔을 신설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후 18개월 이내에 문을 여는 호텔의 25%는 도심의 빈 사무실 공간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적응적 재사용’으로 불리는 모델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본토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힐튼그룹은 많은 투자자들이 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중국 주택 시장이 붕괴됐음에도 본토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콘래드와 월도프 아스토리아, 더블트리 같은 브랜드를 소유한 힐튼은 매년 100개 이상 호텔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공급 과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공실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임대료도 급락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과 집주인들도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급해진 자산 소유주들은 힐튼 브랜드에 토지나 건물을 빌려주고자 접근하고 있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그룹에 따르면 상하이는 최고급 사무실 임대료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음에도 사무실 공실률이 15%에 달했다. 새로운 건물도 여전히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도 향후 12개월 동안 공실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힐튼은 중국 본토 여행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색과 경기 침체에도 코로나19 이후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선호하기 시작해서다. 일부 건물주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15년 장기 임대 조건을 내걸고 힐튼과 협의에 나서고 있다. 너도나도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해서다.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의 한 가지 장점은 빠른 전환이다. 사무실 벽을 허물고 호텔 방을 설치하는 데 일반적으로 약 18개월이 소요되는데, 이는 처음부터 호텔을 건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3년)보다 훨씬 빠르다. 힐튼의 ‘중국 베팅’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국내 관광은 반등했지만 아직 중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분기 힐튼의 객실당 수익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지만 중국에서는 5% 감소했다.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 최고경영자(CEO)도 “아직 중국을 찾는 해외 관광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 유럽과 미국 및 세계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항공편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윤 대통령 “의대 증원 ‘2천명’ 일방적으로 정한 것 아니다”

    윤 대통령 “의대 증원 ‘2천명’ 일방적으로 정한 것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규모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 장기화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조정하는 식으로 타협안을 도출하자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여러 의사단체와 37회에 걸쳐 의사 증원·양성 문제를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의사 증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지만, 증원 규모를 제시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다른 의료개혁 정책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의사 양성 문제는 최소 10~15년 걸리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증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원 규모 논의에)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의료계에서 통일된 의견 도출이 안됐다”면서 “도출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과학적 근거에 의해 합리적 수요 추계를 제시하고 이에 의료계가 답을 내놓으면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발언 전문질문: 의료공백이나 국민 불편이 장기화하면서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의대 증원 2천명을 고수할 게 아니라 증원 규모를 조정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자고 한다. 관련한 입장과 갈등 타개 대책이 궁금하다. 윤 대통령: 이미 4월 1일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때 다 말씀드린 것이다. 의사 증원 문제를 우리가 일방적 정한 게 아니다. 여러분 몇 년 동안 신문 기사 보시라. 계속 의료개혁 필요하고, 의사 부족하다는 기사가 계속 났다.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이것이 핵심적 어젠다다. 그리고 저희는 의사 단체들과, 여러 가지 단체들이 있지만, 제가 4월 1일 말씀드릴 때도 37회에 걸쳐서 의사 증원과 양성에 관한 문제들을 의료인 단체들과도 협의를 해왔다. 또 무조건 안 된다고 처음부터 한 것이 아니다. 회의에 계속 나오고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감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합리적인 추계를 해서, 의료 수요에 대한 추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인원 증원이 필요한지 내라고 하면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정부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저희가 지역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 재정투자를 하고, 사법 리스크라든지 이런 것들을 감축시키고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하는 것. 또 보험수가를 조정해서, 그야말로 필수 의료, 중증 의료, 수술 이런 부분들, 과거 기피하던 부분들이 의사들에게 더 인기 있는 과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문제는 우리 정부 남은 기간동안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의료인을 더 양성하는 문제는 최소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일이다. 지금 안 하면, 지금 해도, 지금 의료 추계가 2035년 기준으로 할 때 1만5천명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놓고도 그렇게 나와 있다. 다른 OECD나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제도 비교상으로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15년이 지나서야 소위 의사 공급이 추가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이야기했다. 의사단체들에도. 단체들이 많다. 저희가 쭉 소통해왔지만, 통일된 의견이 도출이 안 된다. 그렇다고 도출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그래서 저희가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합리적 수요 추계를 제시하고 거기에 터 잡은 의사 증원 문제에 대해서 무언가 답을 내놓으면 저희는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그게 없다. 무조건 안 된다는 거다.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나. 저는 의료현장 많이 가봤다. 지역 종합병원 전문병원 상급병원 많이 다녀봤다. 실망스러운 분들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의사, 간호사분들이 자기의 직책에 정말 헌신하는 분들 정말 많이 봤다. 그래서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께서 좀 강력히 지지해주시면 저는 비상 진료체계가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개혁과정을 통해서 1차, 2차, 3차 병원 간 기능적 역할 분담이 아주 건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원래 취지대로 의과대학에 기반한 종합병원들은 의학 연구, 그리고 중증, 최중증과 희소병 진료에 매진하고. 우리가 말하는 수술, 응급 이런 기본적 중증 필수진료들은 2차 지역 종합병원들에서 해내고, 경증은 이제 가까운 곳에 있는 의원에서 해나감으로 기능 분담이 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응급실에 가보면, 물론 경증과 중증을 환자가 다 판단할 수 없지만, 한 50% 정도는 우선적으로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분들이 50% 정도 되고, 나머지는 2차나 1차 병원에서 해도 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다. 제가 지방에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 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의료 개혁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원래부터 그랬다. 왜 그러냐. 그분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다. 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수가를 개선해야 하고, 행위수가제도도 개선해야 하지만, 행위수가 플러스에 정책수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가 그동안 그런 걸 안 했다. 정부가 안 했다. 그냥 의료보험공단에서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뒀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 일해야 할 때가 온 거다. 여러분들께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시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살리는 이 의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좀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란다.
  • 뒤늦게 첫발 뗀 망분리 완화… “업계·당국 손잡고 보안혁신 이뤄야” [규제혁신과 그 적들]

    뒤늦게 첫발 뗀 망분리 완화… “업계·당국 손잡고 보안혁신 이뤄야” [규제혁신과 그 적들]

    지난 10여년간 금융업계의 대표적인 규제 혁신 과제로 꼽히던 망분리 규제는 단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사이버 테러 위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규제 혁신의 발목을 잡았지만 금융당국도 망분리 규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금융 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내놨다. 금융회사도 내부 업무망 PC를 통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클라우드 기반 응용프로그램(SaaS)의 활용 범위를 넓힌 것이 골자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과제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생성형 AI다. 단 해외 AI 사업자가 국내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의 검사 및 감사 협조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SaaS 역시 활용 범위를 넓혀 가명처리된 개인신용정보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단말기 이용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금융권에서 생성형 AI와 SaaS의 적극적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세상의 어떤 정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오랜 기간 자리잡은 ‘최고의 전략’(베스트 프랙티스)도 새로운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최악의 전략’(워스트 프랙티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그간 유지해 온 망분리 규제가 AI 금융혁신의 발목을 잡아 왔다는 점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업계에선 뒤늦게라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 혁파에 나섰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개선이 이뤄진 것 같아 반갑다”며 “그동안 규제의 벽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던 실무자들에게 새로운 원동력이 생긴 만큼 업계 전반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첫발을 내디딘 지금이야말로 가장 견고하고 굳건한 보안체계를 선보여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출발과 동시에 허점을 노출한다면 오히려 더 강한 규제가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어떤 업계보다 보안이 중요한 금융회사들이 먼저 망분리 규제 완화에 나서기 시작한 만큼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며 “금융업계에서 실패하면 규제 완화가 전면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업계와 당국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킹 기술이 갈수록 발달하는 상황 속에서 망분리 없이 금융회사의 자체 역량만으로 완벽한 보안체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황석진 교수는 “망분리 없이 금융회사 개별 능력만으로 외부에서의 사이버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수준의 보안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들의 노력은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폭풍으로 뒤덮였네”···NASA가 공개한 태평양 위성 사진

    “폭풍으로 뒤덮였네”···NASA가 공개한 태평양 위성 사진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북미 대륙은 허리케인 활동의 정점을 맞는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기상관측위성 NOAA-21로 촬영한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의 허리케인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지난 25일 모습이 담긴 이 위성 사진에는 2개의 허리케인과 열대성 폭풍이 담겨있어 그야말로 ‘폭풍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먼저 하와이 주위에는 열대성 폭풍으로 형성돼 허리케인으로 격상된 호네(Hone)가 주위를 휘감고 있다. 호네는 26일 정오 무렵 호놀룰루에서 서남서쪽으로 최대풍속 110km/h로 강타하며 서쪽으로 이동했으며 결국 세력이 약화됐다. 이로인해 빅아일랜드 등 일부 지역의 홍수와 정전 등을 야기했으나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폭풍이 지나가며 평화가 찾아오는듯 했으나 또하나의 허리케인이 하와이를 찾아올 예정이다. 위성 사진 속 빅아일랜드 힐로에서 약 1700㎞ 떨어진 곳에 있는 허리케인 길마(Gilma)가 이번주 후반 비와 돌풍을 동반하고 하와이를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26일 오전 11시 기준 길마가 2등급 허리케인에 머물고 있지만 최대풍속이 177㎞/h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빅아일랜드 힐로에서 동쪽에서 약 3100㎞ 떨어진 해상에는 열대성 폭풍 헥터( Hector)가 똬리를 틀고있다. 현재 최대풍속이 80㎞/h 수준으로 서쪽으로 이동 중으로 세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태평양은 지금 ‘폭풍의 계절’…위성으로 본 허리케인과 폭풍 [지구를 보다]

    태평양은 지금 ‘폭풍의 계절’…위성으로 본 허리케인과 폭풍 [지구를 보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북미 대륙은 허리케인 활동의 정점을 맞는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기상관측위성 NOAA-21로 촬영한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의 허리케인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지난 25일 모습이 담긴 이 위성 사진에는 2개의 허리케인과 열대성 폭풍이 담겨있어 그야말로 ‘폭풍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먼저 하와이 주위에는 열대성 폭풍으로 형성돼 허리케인으로 격상된 호네(Hone)가 주위를 휘감고 있다. 호네는 26일 정오 무렵 호놀룰루에서 서남서쪽으로 최대풍속 110km/h로 강타하며 서쪽으로 이동했으며 결국 세력이 약화됐다. 이로인해 빅아일랜드 등 일부 지역의 홍수와 정전 등을 야기했으나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폭풍이 지나가며 평화가 찾아오는듯 했으나 또하나의 허리케인이 하와이를 찾아올 예정이다. 위성 사진 속 빅아일랜드 힐로에서 약 1700㎞ 떨어진 곳에 있는 허리케인 길마(Gilma)가 이번주 후반 비와 돌풍을 동반하고 하와이를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26일 오전 11시 기준 길마가 2등급 허리케인에 머물고 있지만 최대풍속이177㎞/h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빅아일랜드 힐로에서 동쪽에서 약 3100㎞ 떨어진 해상에는 열대성 폭풍 헥터( Hector)가 똬리를 틀고있다. 현재 최대풍속이 80㎞/h 수준으로 서쪽으로 이동 중으로 세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치공방 아닌 ‘축구공방’ 벌인 여야…축구대회 결과는?

    정치공방 아닌 ‘축구공방’ 벌인 여야…축구대회 결과는?

    “국민을 위해서 국회 안에서도 이런 분위기로 좋은 정치 할 수 있으면 좋겠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그동안 정국을 보게되면 늘 정치공방만 했는데 정치공방이 아닌 축구공방을 했으면 좋겠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26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친선 축구대회를 열어 화합을 다졌다. 이날 축구대회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국회의원 친목 모임인 의원축구연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여야 의원들 간 축구대회는 2022년에 이어 2년 만이다. 이날 국회의사당 내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두고 극심한 정쟁이 이어졌지만, 국회 밖에서는 양당 의원들 간 스포츠맨십이 남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격인 한동훈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은 상대 당을 상징하는 색의 옷을 입고 나와 축사했다. 하늘색 셔츠 위에 붉은색 반팔 티셔츠를 겹쳐 입은 우 의장은 축사에서 “요즘 국회가 늘 부딪히기만 하는데 서로가 화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함께 보게 되니 너무나 좋다”며 “색깔도 파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지니 태극의 색깔이 부드럽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가 가진 힘은 참 대단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선수 드로그바가 내전이 벌어지는 조국을 향해 ‘싸우지 말자’고 해 내전이 중단됐던 적도 있다”며 “이 축구를 통해 힘을 하나로 합치는 모습이야말로 멋진 스포츠 정신의 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짙은 파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온 한 대표도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연찮게도 우 의장께서는 저희 당의 색인 빨간색을, 저는 민주당의 색인 파란 옷을 입고 왔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축구공을 놓고 멋진 우정을 나누고 협치의 물꼬를 터 나가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친선축구경기는 비기는 게 제일 좋다”면서 “이번에 이기면 다음에 지면 된다. 양보적, 협상적 친선대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김명연 정무1비서관이 직접 운동장을 찾아 ‘꽉 막힌 여야 관계를 시원하게 돌파하는 킥오프가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메시지가 적힌 커피를 선물했다. 정 실장은 직전 의원축구연맹 회장이다. 이날 경기는 30도가 넘는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중간중간 비가 쏟아졌지만 여야 의원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25분씩으로, 각 팀은 여성의원 1명을 포함해 총 12명 출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주장 송석준 의원을 필두로 강대식·박형수·정동만·진종오 의원 등이 나왔고, 여성 의원으로는 조배숙·한지아 의원 등이 뛰었다. 민주당에서는 주장 위성곤 의원을 비롯해 윤호중·한병도·정동영·문금주 의원 등이 출전했고, 여성 의원으로는 이수진 의원 등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의 강한 압박 속에 국민의힘은 ‘선 수비 후 역습’ 방식으로 전반전을 풀어나갔다. 전반 3분 문금주 민주당 의원의 강한 압박으로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당했지만, 이외에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전반전이 0-0으로 끝난 뒤 양 팀은 서로 다른 전술을 택했다. 교체 멤버로 체력적 우위를 점한 국민의힘이 강한 압박을 했고, 민주당은 수비를 탄탄히 가져갔다. 0-0으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후반 17분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선취골을 넣었다. 골라인 근처에서 슈팅한 ‘무각슛’이었다. 역습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민주당은 경기 종료 3분 전 문 의원의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문 의원은 단독 드리블 끝에 패널티 박스에서 슈팅을 때렸고, 문 의원의 슈팅은 골망을 갈랐다. 종료 직전까지 팽팽한 경기를 이어간 끝에 경기는 1-1로 끝났다. 접전을 이어나간 여야 의원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마무리했고, 이후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만찬을 함께 했다.
  •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등을 앓을 수 있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영유아기에 돌봄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서 상대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아이를 낳고,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세상.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사진·47)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첫 번째 원인으로 ‘불평등의 대물림’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이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부모는 있어도 가난한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해소돼야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의 수렁을 파는 ‘비교 의식’을 줄일 수 있고, ‘좀 덜 불행한 사회’가 돼야 아이를 낳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엄마 뱃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은 저출산의 원인태아기 장애 염려 많이 해‘국가가 책임’ 믿음 심어야‘격차’에 대한 고민은 20년 전 진료실에서 시작됐다. 의과대 졸업반 시절 유방암 클리닉에서 실습하던 김 교수에게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농사일로 검게 그은 피부, 깊게 주름 파인 얼굴이었지만 알고 보니 40대였다. 유방은 물론 겨드랑이에도 암세포가 가득했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김 교수에게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예… 이거 암 아니지예….” ‘강남 중년 여성들은 손톱보다 작은 암도 발견하는데 왜 이제야 병원에 오셨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약자들이 더 아프고 더 많이 죽어 가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자리를 피해 울어 버렸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연구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영역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정책은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정책학)와 홍콩과기대(경제학·정책학)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귀국했다. 오는 9월부터는 모교인 연세대 의대에서 ‘집단 자살, 승자독식 사회’를 주제로 강의한다. 의대생뿐 아니라 재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월급은 홍콩에서 일할 때보다 절반이 깎였다. 하지만 그간의 고민과 연구를 한국에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전 진료실에서 만난 촌부의 현실과 지금 약자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야말로 불행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진단하며 아이의 미래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는 저소득층, 어린아이일수록 좋아요. 공부와 연관된 인지 기능 외에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정서적 안정, 사회성이 5세 미만에서 많이 발전합니다.” 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ABC/케어 프로그램’ 사례를 들었다. 주정부가 영유아기 영양·보건·교육 투자를 강화하고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 때 실시한 시험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가 각각 4.9점, 7.7점 상승했고 30세 때 평균 소득은 대조군보다 1만 9809달러 많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이 될 확률도 낮았다. 어릴수록 투자 효과 커임신 환경도 태아 삶 영향‘자동 육아휴직’ 정착 필요 김 교수는 “혹시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걱정도 저출산 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출산의 고리,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환경도 태아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임신했을 때 가족 사망 수준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청소년기에 ADHD에 걸릴 확률이 25% 늘고, 성인이 돼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 우울증 약을 먹을 확률이 각각 13%, 8%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임신부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요. 바로 직장이에요. 지금은 임신했을 때조차 출산휴가를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잖아요. 임신하면 출산휴가가 바로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바꿔야 해요. 최적의 분만 환경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어요. 최우선 순위가 안전한 임신에 대한 투자, 두 번째가 아이에 대한 투자예요.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을 핵심 키워드입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 모두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하고, 나중에 쓸 사람만 따로 연기 신청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육아휴직을 안 쓸 사람, 나중에 쓸 사람이 되레 허락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그래야 육아휴직을 확대할 수 있어요. 아빠들에게도 무조건 육아 참여를 강요할 게 아니라 육아 교육, 자조 모임 등 지원을 해 줘야 해요. 보통 엄마가 육아휴직을 먼저 쓰고 아빠가 나중에 쓰다 보니 남자들은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어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자조 모임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못 하겠다’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의 경제학홍콩서도 여성 고용 효과돌봄 영역으로 확장해야김 교수 본인도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애초 미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것도 육아 때문이었다. 홍콩으로 이사한 뒤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덕에 숨통이 트였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은 사실입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대략 100만원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도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이 해결했어요. 홍콩 백화점에 가면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한국 백화점에서 휠체어 탄 노인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역할을 육아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노인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외국인 활동보조인을 도입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238만원을 받는다. 홍콩과 달리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조약에 비준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없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두고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국인 도우미 임금 해법은입주형·사적 계약 등 활용최저임금 차등 적용 검토김 교수는 비용을 낮출 방안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적 계약을 통한 가사도우미 직접 고용 ▲입주 가능한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꼽았다. “방이 3개라면 그중 하나를 월 50만원에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내주고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238만원 중) 180만원가량을 임금으로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또 사적 계약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임금이 제조업보다 지나치게 낮으면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위험이 큰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최저임금이 똑같아야 할까요. 이것도 공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받는 임금이 내국인과 너무 차이 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이민은 노동력을 찾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이웃으로 귀결됐습니다. 일본 노인 간병센터에 고용된 외국인 여성들이 이제 일본어를 잘하는 숙련 노동자가 돼 영주권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있겠지요. 우리 국민이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한다면 나중에 차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한기호의 서로서로] 통념을 뒤집는 역멘토링

    [한기호의 서로서로] 통념을 뒤집는 역멘토링

    콘텐츠의 시대다. 한국의 문화상품이 세계를 뒤흔들면서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진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관록보다는 패기가 우선이라 ‘베테랑’보다 ‘루키’가 큰일을 내곤 했다. 나는 40년 이상 출판업종에서 일했지만, 어느 날 패기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출판학교를 설립했다. 학교 학습 모임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10여명이 골고루 참여한다. 20대와 30대의 생각엔 패기가 넘친다. 그들은 하나의 일만 하지 않는 ‘N잡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 연결해 어떤 업무든 수행하면서 함께 일하길 즐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인스타그램의 짧은 릴스 영상 하나가 한적하던 가게를 발 디딜 틈 없게 만들 만큼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는 5일 내내 전시장에 머물며 방문자들을 지켜봤다.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방문자의 90%가 20·30대 여성이었다. 그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정보를 확인한 후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책과 출판사와 작가를 만났다. 외국 출판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코리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그들이 활자를 의미하는 ‘텍스트’와 ‘힙하다’(멋지다)를 합친 신조어인 ‘텍스트힙’을 즐긴다고 했다. 디지털과 영상매체에 중독돼 도파민을 쫓던 젊은 세대들이 책과 활자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2023년 전주 출판학교에서 만난 이들도 대다수가 20·30대 여성이었다. 그들 중 출판사를 경영하겠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콘텐츠 생산 시스템을 제대로 알기 위해 지원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인문학자 김경집은 ‘6I 사고혁명’(김영사)에서 콘텐츠의 미래를 이끄는 여섯 개의 모멘텀을 제시했다. 하나로 꿰뚫는 통찰(insight)의 장에서 그는 통념을 뒤집는 역멘토링으로 위기를 극복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그림자위원회’라는 독특한 제도를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구찌는 50대 이상의 임원으로 이루어진 경영진 회의가 끝나면 밀레니얼세대 직원으로 이루어진 그림자위원회가 똑같은 의제로 다시 회의를 한다. 새로운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 낸 그림자위원회의 스마트한 결정 덕분에 다른 명품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기에 밀레니얼세대의 열렬한 환호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젊은 세대는 하나의 직업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할 것이다. 그들의 경험이 만들어 낸 통찰이야말로 콘텐츠의 가능성을 키우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도 그들처럼 20대와 30대에 좌충우돌하긴 했지만, 인생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성과를 이룬 것 같다. 이제 젊은 세대의 통찰이 만들어 낸 공감 능력에 콘텐츠의 미래를 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도 그들을 스승으로 모시며 더욱 열심히 공부해 볼 생각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
  • 배움의 밭 일구기까지… ‘뒷것’의 뒤를 밟아 본다

    배움의 밭 일구기까지… ‘뒷것’의 뒤를 밟아 본다

    고작 스물한 살의 나이에 권력에 의해 ‘금지’된 청년, ‘뒷것’이라 자신을 낮추다 마침내 어둠 속 신화가 된 남자, 김민기. 늘 청춘일 것만 같았던 그가 지난달 우리 곁을 떠났다. 저마다 김민기에 대한 기억은 다를 것이다. 그를 추억하고 보내는 방식도 다를 터다. 기자는 ‘뒷것’의 뒤를 밟는 여행을 선택했다. 먼저 간 이가 걸었던 길을 되짚어 걷다 보면 슬그머니 위로가 찾아온다. 이는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이다. 지금 ‘김민기’라는 큰사람의 뒤안길을 따라 그 위로를 찾으러 나선 길이다. 애초 목적지는 세 곳이었다. 육신의 고향 익산(옛 이리), 삶의 텃밭 서울, 영혼의 집 천안. 이번 여정에선 익산과 서울만 돌아본다. 이유는 나중에 다시 전하기로 하자. 여정에 앞서 밝혀 둘 게 있다. 지명 등은 전부 옛날 표기법을 따랐다. 요즘 표현으로는 당최 당대의 분위기가 살지 않아서다. 이 여정에 김민기의 동네 형이자 그와 관련된 무수한 이야기의 증인이 된 여장수 전 백제고 교장, 김세만 익산문화관광재단 대표, 조상익 한국민족예술연합회 익산지회(익산민예총) 회장 등이 도움을 줬다. 금지곡 ‘상록수’에 얽힌 사연축가가 아닌 졸업식 노래였나김민기가 태어난 곳은 전북 이리시다. 1995년에 익산군과 합쳐지면서 익산시로 바뀌었다. 이리(裡里)는 ‘속으로 들어간 마을’이란 의미다. 사실 이리도 원래 이름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솜리’라고 불렸다. 지금도 옛 이리에 속했던 곳에선 ‘솜리’라는 표현이 담긴 상호나 입간판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오해부터 풀자. 각종 검색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익산 함열읍 출생설이 그렇다. 여장수 교장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민기는 이리의 중심부였던 중앙동에서 태어났다. 갈산동과 경계를 이룬 곳으로, 그의 생가는 중앙동에, 그가 다닌 학교와 교회 등은 갈산동에 속했다. 그가 다닌 이리중앙국민학교(현 이리중앙초등학교)에서 함열읍까지는 직선거리로 14㎞나 떨어져 있다. 버스가 오가지 않던 시절에 ‘국민학생’이 매일 걸어 다니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거리다. 함열읍은 이리시와 통합되기 전 익산군에 속했던 곳이다. 현재도 익산시에 속해 있긴 하지만 김민기의 생애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상록수’가 야학에 다니던 노동자 커플의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사실과 거리가 있는 듯하다. 여 교장은 그의 생전 발언을 빌려 “야학 노동자의 졸업식을 앞두고 만든 곡”이라 단언했다. 전체적인 가사의 흐름으로 볼 때도 결혼식보다는 졸업식이 어울리는 듯하다. ‘상록수’에도 얽힌 사연이 있다. 김민기는 평소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유명하다. 한데 여 교장의 기억에 딱 하루만은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렸던 1979년 11월 3일 밤이 그랬다. 여 교장과 함께 ‘평소와 다름없이’ 대취한(김민기는 대단한 애주가다) 그가 이날만큼은 스스럼없이 기타를 잡더란다. 그리고 ‘상록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 이후 수많은 언론에서 썼던 그 사진, 그러니까 세상 환한 표정으로 기타를 치는 사진은 바로 이날 찍은 것이다.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어린 김민기 뛰놀던 배산일지도이리는 참 독특한 지형의 도시다. 여느 도시에선 산자락을 한 굽이 돌아서야 들녘이 나오기 마련이다. 산이 많은 나라라서 그렇다. 이리는 다르다. 들녘이 앞에 있고 산들은 멀찍이 나앉았다. 김민기는 야트막한 산에 올라 이 너른 들녘을 굽어보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곳이 바로 배산(86m)이다. 배산은 이리시에 속한 학교들의 단골 소풍 장소다. 김민기가 다닌 이리중앙국민학교도 해마다 배산으로 소풍을 갔다. 그러니 배산공원 솔숲 어딘가 어린 김민기가 보물을 찾던 나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으로 성장한 뒤에도 배산을 즐겨 찾았다. 특히 해거름의 풍경을 좋아했다고 한다. 배산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너른 평야가 펼쳐진다. 해는 서쪽, 군산 앞바다로 진다. 이쯤에서 그의 노래 ‘봉우리’의 가사를 살펴보자.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 줄까/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생각지를 않았어/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중략/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걸터앉아서 나는 봤지/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중략/혹시라도 어쩌다가/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봉우리란 그저/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봉우리’는 1984년 LA올림픽 당시 메달을 따지 못한 한국 선수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가사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저물녘 배산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아주 흡사하다. 조상익 회장은 “날씨가 좋을 때면 배산에서 군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고 했다. 김민기 역시 청춘의 어느 시점에 보았던 배산 풍경을 심상 깊은 곳에 갈무리해 뒀던 건 아닐까. 생전 한 인터뷰에서 노래 ‘작은 연못’은 유년기에 겪었던 전쟁의 공포가 밑바탕이 됐다고 밝힌 것처럼 말이다. 김민기는 1951년 6·25 전쟁 때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 북한군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삼산의원의 의사였고, 어머니는 유명한 산파였다고 한다. 산부인과 병원이 없던 시절엔 산파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여 교장에 따르면 “당시 김민기의 어머니가 1만쌍의 아이들을 받아냈다”고 한다. 과장이 좀 섞였다 쳐도, 당시 이리에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김민기 어머니의 손을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김민기가 태어난 곳은 삼펜사이다 공장 내 사택이다. 전북 일대에선 꽤 유명한 청량음료 업체였다는데 일본인이 세운 회사를 아버지가 사들여 운영했다고 한다. 삼펜사이다 공장은 이후 한 산부인과 의원에 팔렸고, 지금은 아파트 신축 공사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가 1978년 낙향해 3년여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는 석암리 농가 역시 공업단지가 들어서며 사라졌다. 그의 자취가 다소나마 남은 곳은 이리중앙초등학교와 바로 옆의 옛 성락교회(현 하나님의 교회)다. 김민기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김민기 역시 이 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았다. 교회에서 성탄절 행사가 열릴 때면 오프닝 멘트는 늘 김민기 차지였다고 한다. 귀엽게 생긴 데다 또박또박 말까지 잘해 교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것이 여 교장의 회상이다. 어린 김민기가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았을 중앙동 일대는 ‘문화예술의 거리’가 됐다. 원도심 재생 사업 덕이다. 그의 아버지가 다녔다는 삼산의원 건물은 지금도 남아 익산근대역사관이 됐다. 이 일대는 아트센터 등 레트로풍의 볼거리들이 꽤 있다. 김민기 어머니의 교육열은 남달랐던 듯하다. 그의 형제 모두 국민학교 5, 6학년만 되면 서울로 올려 보냈다. 서울에 친척이나 지인 등 기댈 곳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어머니 혼자 벌어 그 많은 교육비를 부담했을 터다. 김민기도 국민학교 5학년이 되면서 형제들처럼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33년간 대학로 공연 문화의 산실학전 사라져도 ‘뒷것 정신’은 남아이제 서울로 올라온 김민기의 행적을 따라간다. 그가 거쳐 간 곳 상당수가 근대 문화유산이어서 볼거리도 풍성하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대학로다. 김민기는 젊은 시절 대부분을 이 언저리에서 보냈다. 이리에서 올라온 그는 종로구 가회동의 재동국민학교를 거쳐 이웃한 화동의 경기중·고등학교(현 정독도서관)를 다녔다. 그리고 서울대 미대에 진학했다. 당시엔 서울대가 대학로에 있었다. 그러니까 대학로에서 반경 1㎞ 남짓한 공간에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낸 셈이다. 이후로도 33년 동안 대학로에서 소극장 학전을 지켰으니, 일생 대부분을 이 일대에서 보냈다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그가 일군 ‘배움의 못자리’ 옛 학전(學田)까지는 조붓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가야 한다. 대학로 특유의 붉은 건물과 연극 티켓 부스가 줄줄이 늘어선 길이다. 한 편의점 옆엔 배롱나무가 꽃을 피웠다. 보기 드물게 꽃잎이 흰색이다. 김민기도 이 배롱나무가 흰 꽃을 틔울 때마다 찾아와 한참을 머물렀을 게 틀림없다. 대학로 공연 문화의 산실이란 평가를 받던 학전은 지난 3월 15일 문을 닫았다. 김광석의 라이브 콘서트 1000회, 뮤지컬 ‘지하철 1호선’ 4000여회 등 무수히 많은 기념비적인 공연들이 이 공간에서 열렸다. 학전이 사라진 자리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아르코꿈밭극장’이 들어섰다. 33년이란 긴 시간을 머물렀던 곳인데, 그의 흔적은 남은 게 거의 없다. ‘학전’이란 이름과 연혁이 새겨진 작은 동판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시간과 이야기를 깡그리 거둬 간 거다. 그나마 그의 자취가 선명하게 담긴 건 담벼락에 선 남천나무다. 2021년 3월 15일 학전 30주년을 기념해 직접 심은 것이다. 남천나무 옆엔 고 김광석의 모습을 새긴 노래비가 있다. 김민기가 남긴 사진 중에 남천나무와 김광석 노래비 사이에서 찍은 사진이 유독 많다. 그가 이 작은 공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남천나무·학림다방·정독도서관…그의 자취 따라 걸어본 서울 도심학전 옆 마로니에공원은 대학로의 상징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출가 임영웅, 무대 인생 60년의 오현경과 윤소정 배우 부부, 고시원 단칸방에서 생을 마감한 무명배우 등 무수히 많은 문화예술인의 장례식이 이 공원에서 열렸다. 공원 이름은 복판에 서 있는 마로니에 나무에서 따온 것이다. 나무가 처음 식재된 건 일제강점기인 1929년이다. 얼추 100년 가까운 세월이다. 그러니 현재를 살아가는 그 누구보다 많은 역사와 인물들을 이 나무는 알고 있을 터다. 학림다방도 들른다. 1956년에 문을 연 찻집이다. 김민기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예술인의 아지트 구실을 했던 공간이다. 학림사건 등 서슬 퍼런 역사도 다방 기둥 곳곳에 새겨져 있다. 그의 죽음이 공식 발표된 곳도 여기다. 내친걸음 정독도서관까지 간다. 고교생 김민기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을 곳이다. 정독도서관의 전신인 옛 경기고는 1938년에 지어졌다. 입구의 포치형 현관이 인상적이다. 고관대작 등이 자동차라는 신문물을 타고 건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정면과 측면, 세 개의 아치 기둥이 만들어 낸 모습은 많은 이들이 인증샷으로 즐겨 찍는 배경이 됐다. 현관 입구의 ‘수위실’의 유리창도 눈길을 끈다. 예전엔 표면이 휘어진 유리를 생산하는 기술이 없어 평면 유리를 몇 조각으로 나눠 모서리를 장식했다. 그 시대적 흔적이 유리창이다. 건물 안 대칭형 유턴 계단의 난간은 반들반들하다. 오랜 세월 수많은 학생이 거쳐 간 흔적이다. 김민기도 그중 하나일 터다. 여정은 여기까지다. 옛 경기고 건물까지 돌아보고 나니 예전 경남 통영의 박경리기념관에서 읽은 글귀가 떠오른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에 묻힌 박경리 선생과 달리 김민기는 이리에서 태어나 충남 천안에 묻혔다. 왜 고향에 묻히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남겨진 가족들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천안에 가지 못한 것에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 시간은 또 흐를 것이고, 그를 추억할 여지 하나 더 남겨 뒀으니 말이다.
  • ‘옆집 아저씨’ 전국 무대 등판…“이제 4쿼터, 공은 우리 손에”

    ‘옆집 아저씨’ 전국 무대 등판…“이제 4쿼터, 공은 우리 손에”

    “4쿼터다. 뒤지고 있지만 우리는 공격 중이고 공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야 노동자가 우선이고 의료와 주거가 인권이며 정부가 여러분의 방에 지옥 같은 일을 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옆집 아저씨’답게 소박하지만 흡인력 있는 후보 수락 연설로 큰 호응을 끌어냈다. 21일(현지시간) 전대 현장은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이 총출동하고 세계적인 음악가 스티비 원더와 존 레전드,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계관시인 어맨다 고먼이 무대를 장식한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밤 연단에 오른 월즈 주지사는 청중의 환호에 “와우”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객석을 향해 감사의 몸짓을 보였다. “나는 이런 큰 연설을 많이 한 적은 없지만 격려 연설은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연 뒤 “자유라고 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만들 자유, 의료 지원을 결정할 자유, 총에 맞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자유를 말한다”고 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JD 밴스 팀을 ‘이상하고(weird) 위험한’ 인물로 규정하며 “이들에 대한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청중들도 “우린 돌아가지 않는다”고 연호했다. 이날 월즈 주지사는 겸손하되 힘차게 ‘해리스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 삶을 개선하는 데 기쁨으로 임할 것”이라며 “우리는 해리스 부통령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선을 풋볼에 비유하며 “해리스는 경험이 풍부한 준비된 선수다. 한 번에 1인치씩, 1야드씩 나아가자. 한 번에 전화 한 통, (집) 노크 한 번, 한 번에 5달러(약 6700원)를 기부하자”면서 총공세를 요청했다. 월즈 주지사는 난임 치료로 어렵게 낳은 딸의 이름을 ‘희망’(호프)이라고 지은 사연을 소개하면서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부인 그웬과 호프, 아들 거스가 벅찬 듯 눈물을 흘리며 월즈 주지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연설에 앞서 월즈 주지사의 옛 풋볼팀 제자 15명이 유니폼을 입고 깜짝 등장했다. 청중들은 ‘코치 월즈’ 손팻말을 들고 일제히 환호했다. 제자였던 벤저민 잉그맨은 연사로 나와 “월즈가 밀린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을 돕고자 추가수당을 받으려고 7학년 농구, 육상팀 코치까지 맡았다”며 “그는 우리가 서로 신뢰하도록 도왔다. 리더십은 통했고 7학년 육상팀도 풋볼팀처럼 주 챔피언 타이틀을 땄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을 지지해 온 윈프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난센스가 아닌 존엄, 상식이 있는 투표를 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가치를 말하며 “집이 불탈 때 집주인의 인종, 종교, 투표 성향을 묻지 않고 생명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만약 그 집이 아이가 없는 ‘캣 레이디’의 집이어도 우리는 그 고양이도 구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밴스 상원의원이 아이 없는 여성을 캣 레이디라며 성차별적 공격을 한 것을 저격한 셈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유머 연설에 동참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자신에 대해서만 말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나 나 나’(me me me) 하며 입을 여는 테너 가수 같다”며 “해리스는 대통령이 되면 매일 ‘당신 당신 당신’(you you you)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대비했다. 이어 “가짜 이슈에 주의가 분산되거나 (승리를) 과신할 때 승리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8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당했던 패배를 환기시켰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 당 원로뿐 아니라 차기 주자들이 총출동해 이날 해리스·월즈 팀을 응원했다. 미 언론은 월즈 주지사의 연설을 집중 보도하며 이날부터 민주·공화 양당의 ‘흙수저’ 부통령 대결도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월즈 주지사의 상대인 밴스 상원의원은 오하이오주 힐빌리(동부 애팔래치아산맥 근처 시골뜨기를 지칭) 출신 편모 가정에서 태어나 벤처금융가이자 변호사로 자수성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름 없던 월즈가 소박한 매력으로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내며 트럼프를 꼬집었다”고 평가했다. CNN은 자사 분석가 시몬 파테의 말을 인용해 “사소한 인생 경험들이 잠재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 [마감 후] 장관의 현장, 당대표의 현장

    [마감 후] 장관의 현장, 당대표의 현장

    법무부 장관 시절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현장을 자주 다녔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선 청주교도소·청주외국인보호소를 찾아 교정 공무원들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에선 범죄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 기관을 방문하고, 전북에선 외국인 이민 정책을 살폈다. 집무실을 비우고 지방을 도는 날이 잦아지자 정책 행보가 아니라 정치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정도였다. 한 대표를 스타 장관이자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르게 한 ‘여의도 문법’ 발언은 생뚱맞게도 대전의 한국어능력 컴퓨터기반시험(CBT) 센터 개소식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여의도 (의원) 300명이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 저는 나머지 5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한 대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사실상 정치 입문을 기정사실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가 예고 없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살인 사건 현장을 방문했을 땐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여권의 한 인사가 “선수를 빼앗겼다”며 마음 쓰려 했던 기억이 난다. 전국 방방곡곡을 훑은 일정들이 정책적으로 전혀 실익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실상 정치를 시작하려는 밑작업이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범죄 피해자 관련 현장 방문은 한동훈표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의 바탕이 됐다. 외국인으로 채워진 지역 소멸 현장을 보면서는 그의 역점 정책이었던 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의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기사 몇 줄을 쓸 때도 현장에 다녀와서 쓴 기사와 책상에만 앉아서 쓴 기사가 다른데, 정책을 만들 땐 현장이 얼마나 중요할까 싶다. 기자 생활을 돌이켜보면 정작 어제 쓴 문장은 기억하지 못해도 취재 현장에서 접했던 장면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신생아의 울음소리, 장마철 쪽방촌의 후더운 공기, 장애인과 맞잡은 손에서 느껴진 온기 등등. 정치 무대에 오른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전당대회에서 62.8%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이후 한 달의 행보를 살펴보면 지도부 회의, 당 소속 의원들과의 오·만찬, 주요 기념행사 참석 등의 연속이다. 오는 25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이라는 빅이벤트도 앞두고 있다. 앞으로 한 대표는 여의도 300명이 아닌 국민 5000만명을 만났으면 한다. 그 우선순위는 그가 어젠다로 던진 민생과 격차 해소를 실천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 주말 소아과 오픈런을 하는 워킹맘, 자립 준비 청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난임부부 등 한 대표의 방문을 기다리는 현장과 사람들이 많다. 한 대표는 지난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목전에 큰 선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치를 실천할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 분위기 그리고 온도는 한동훈표 민생 정책을 더 정교하고 무르익게 할 것이다. 진짜 민생 정치를 실천할 기회다. 장진복 정치부 기자
  • 본토 뚫린 푸틴, 체첸 깜짝 방문… ‘심복’ 충성심 챙기고 우크라戰 병력 재확인

    본토 뚫린 푸틴, 체첸 깜짝 방문… ‘심복’ 충성심 챙기고 우크라戰 병력 재확인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습으로 허를 찔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년 만에 러 연방 체첸공화국을 찾았다. 예고 없이 이뤄진 그야말로 ‘깜짝 방문’으로 목적도 밝히지 않았다. 체첸에서 러시아 파병을 앞둔 교육생들을 격려한 일정으로 미뤄 이번 방문은 ‘징집병 철수 청원’ 등 우크라이나 급습 이후 확산하는 ‘내부 불만’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북캅카스 순방 일정의 하나로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를 방문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공항에 내린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심복’으로 꼽히는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체첸 구더메스에 자신의 이름으로 명명될 특수 군사 훈련 시설을 찾았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앞둔 자원병을 격려하며 “덕분에 러시아가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만 병사가 준비돼 있다며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였다. 러시아는 체첸의 파견 병력을 우크라이나가 급습한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첸의 병력이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확대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 병력을 집중시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방어력이 약화하자 이를 기회 삼아 적극적인 영토 확장에 나선 셈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노브고로드스코예를 ‘해방’했다고 밝혔다. 노브고로드스코예에서 토레츠크 시내까지는 10㎞ 미만으로 이 도시 뒤로는 우크라이나군의 탄약과 식량 보급로가 지나간다. 압티 알라우디노프 체첸 아흐마트 특수부대 사령관은 러시아 국영방송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격은 러시아군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토레츠크 방어 상황이 어렵다”며 열세를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21일 새벽 러시아 도심을 겨냥해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측에 인적, 물적 피해를 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주 포돌스크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 방공부대가 11기 드론을 도심 상공에서 요격했다고 밝혔다.
  • “집 청소하다 10년 전 실종 母 백골 사체 발견” 日남성의 사연

    “집 청소하다 10년 전 실종 母 백골 사체 발견” 日남성의 사연

    일본의 한 청소업체가 ‘쓰레기집’에서 백골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를 기반으로 하는 모 청소업체 직원들은 14일 온라인 매체 마이도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쓰레기집’에서 인골을 발견한 적이 있다”며 관련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이들은 교토부의 20대 남성에게 집 청소를 의뢰받았다고 한다. 업체 측에 따르면 취직 후 먼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다는 의뢰인의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는 가족 4명이 살던 집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는데, 바닥에는 온통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직원 8명이 달려들어 7시간을 치워야 하는 수준이었다. 쓰레기집 청소가 한창이던 때, 방 한 곳에서 의문의 뼛조각이 발견됐다. 직원들은 “방 한 곳에 들어가 여러 겹으로 쌓인 이불을 들었더니 뼛조각이 나왔다. 처음에는 인체 골격 모형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일단 작업을 중단한 직원들은 의뢰인을 불러다 뼛조각을 확인시켰는데, 그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놀라고 혼란스러운 나머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던 의뢰인이 “10년 전 실종된 엄마일지도 모르겠다”고 한 것이다. 업체 측은 즉시 신고했고, 현지 경찰은 뼛조각을 처음 발견한 청소 직원과 의뢰인을 조사했다. 의뢰인은 “10년 전 당시 어머니는 자주 가출했고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은 적도 많았다. 또 며칠이 지나면 돌아오겠거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가족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고, 어머니도 가출했다 돌아오면 방에 틀어박혀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님 모두 정리에 서툴러 유년기부터 쓰레기집에서 생활했다. 아버지는 3년 전 돌아가셨고, 누나도 취직하면서 집을 나가 혼자 살게 됐다. 10년간 어머니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고 특별한 냄새나 변화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 결과 발견된 백골 사체는 의뢰인의 어머니 것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다만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별다른 규명 없이 백골 사체를 사고처리한 후 의뢰인은 중단했던 집 청소를 마저 부탁했다고 한다. 업체 측은 “의뢰인이 ‘마음 정리가 완전히 된 것은 아니지만 앞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도나뉴스는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를 인용, 일본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사람이 2000년 13만 4000명에서 2019년 18만 8000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경시청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2024년 1분기 ‘자택 사망 독신자’는 2만 1716명으로 경찰이 확인한 사망자 6만 446명 가운데 35.9%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자택 사망 독신자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85세 이상이 4922명으로 가장 많았고 80~84세 3348명, 75~79세 3480명, 70~74세 3204명, 65~69세 2080명, 60~64세 1499명 순이었다. 55~59세는 1162명, 50~54세는 791명, 45~49세 425명, 40~44세가 259명으로 중장년층이 그 뒤를 이었다. 20~39세 청년층도 492명에 달했다.
  • [길섶에서] 풀처럼 낮게

    [길섶에서] 풀처럼 낮게

    교외로 나가 저녁이 오기를 기다린다. 저녁을 지나 칠흑의 밤으로 깊어지기를 또 기다린다. 불빛에 분칠되지 않은 밤이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걸음이 시시각각 보인다. 밤이 무르익어 낯선 시골동네의 앞길로 느리게 지나오기를 좋아한다. 이즈음에는 온갖 작은 소리들이 달려든다. 참았던 풀벌레들이 마침내 운다. 시간은 무대를 바꾸고 주인공을 바꾸고 있다. 풀숲 시간의 저 말없는 순행. 귀의 양식을 삼을 소리는 도처에 있다. 절집 마당에 여름내 파초가 성했던 뜻을 문득 돌아본다. 솥뚜껑만 한 잎에 후둑후둑 빗방울 두들기는 소리만 듣고 앉았어도 마음은 펴졌지. 덜거덕거리는 베틀 소리와 올빼미와 한밤중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것. 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한 일이라 했는가. 하루살이 풀벌레의 시간이 별들의 시간보다 아름답다 했는가. 가을벌레 등에 업혀 온다는 처서가 내일모레. 호미로 가래로 막아도 달려오는 풀벌레 소리, 밤 깊어 그 울음 영롱해지는 풀숲의 시간. 마르는 풀처럼 나는 낮아져 풀벌레들 소리를 천둥처럼 듣고 싶어진다.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 [서울광장] 이회창의 길, 김대중·노무현의 길

    [서울광장] 이회창의 길, 김대중·노무현의 길

    예상은 단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을 넘어 차기 대권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명 일극체제’, ‘이재명 사당화’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민주당이라지만, 이번엔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재명 팔이’(명팔이) 척결을 주장했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강성 지지층에 외면당해 선두권에서 6위로 떨어져 탈락했다. 6위였던 전현희 후보는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2위로 올라섰다. 나머지 최고위원 후보들도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며 충성을 맹세했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전당대회로 ‘이재명 대세론’이 한층 굳어진 듯하다. 이런 기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 대세론 하면 떠오르는 이가 바로 ‘대쪽’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는 이회창을 포함한 ‘9룡’이 있었다. 그해 7월 이회창이 2300표 차로 이인제를 꺾고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한다. 하지만 이회창의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50%대였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고, 이인제가 후보교체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인제는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한다. 보수 지지표가 갈리면서 이회창은 DJP 연합에 성공한 김대중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2002년에도 이회창 대세론이 굳건했으나, 대세론에 안주한 나머지 바닥민심을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킨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차기 대권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재명의 대세론도 당장 흔들릴 것 같진 않다. 강성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가 당 주류로 부상했고 당 지도부도 친명 일색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층의 맹목적 지원사격 덕분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대권가도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4건의 재판 중 당장 10월에 있을 2건(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아성은 흔들릴 수 있다. 이회창의 경우 ‘병풍’으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이인제의 후보교체론이 불거졌다. 8·15 광복절에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의 위축 속에서 당장은 구심점이 되거나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실형 선고가 현실화한다면 양상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이재명에게 따라붙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의 원조도 이회창이다. 법관 집안 출신으로 금수저인 이회창과 달리 이재명은 가난한 소년공 출신이다. 그러나 대선 출마에서 고배를 마신 뒤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이회창과 닮았다. 이회창은 1997년 첫 번째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8개월 만에 한나라당 총재로 컴백해 16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고, 2000년 5월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총재직을 연임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다 된 듯한 오만한 태도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광역단체장 회의에 자당 출신 단체장들을 불참시켜 ‘반쪽’ 회의로 만들고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도 고압적 자세로 일관했다. 이회창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여권에서 이탈해 DJP 연합을 깨뜨린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숙이고 들어오라”는 식으로 거만하게 굴었다고 한다. 결국 김종필은 이회창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중립으로 돌아섰고 이회창은 두 번째 대선에서도 패한다. 이재명 역시 총선 뒤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지지층만 바라보며 탄핵안과 특검법 폭주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만에 탄핵안 7건, 특검법 9건을 발의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 압박도 이어 가고 있다. 여야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에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도 있겠지만, 이재명 대표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일극체제를 완성한 그가 거야 독주를 이어 간다면 민심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모두 이회창 대세론이 팽배했지만, 김대중과 노무현은 각각 DJP 연합과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이재명도 이회창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관용과 포용의 정치를 펼친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갈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황비웅 논설위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