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야말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다음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AI 영화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290
  • 초고층서 낙하산 타고 파티장 방문한 별난 남성들

    초고층서 낙하산 타고 파티장 방문한 별난 남성들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스릴넘치는 방법으로 파티장에 참석한 이들이 있어 화제다. 11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타워 1100피트(335미터) 높이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다. 목표 지점은 파티가 열리고 있는 한 건물의 옥상 수영장. 이들의 별난 파티장 방문 모습이 촬영된 해당 영상은 지난 11일 유튜브에 게재됐다. 영상을 보면 남성 일행이 건물 옥상 난간에 올라선다. 이중 한 남성이 야경 위로 펼쳐진 도심 속 공간을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린 후 낙하산을 펼친다. 이어 몸에 카메라를 부착한 또 다른 남성도 출발하는데 낙하산을 펼친 채 아래로 내려오는 그의 앞에 펼쳐진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리고 잠시 후 이 남성이 도달한 곳은 또 다른 건물의 옥상 수영장이다. 그가 수영장에 안전하게 착륙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갑게 그를 맞이한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지난 8월 영국의 한 빌딩에서 베이스 점프를 펼치는 모습을 공개해 이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에 이들이 공개한 영상 역시 현재 24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영상=유튜브/ViralHog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글로벌 시대] 문자, 문자생태계, 문명/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 그리스 태국 대사

    [글로벌 시대] 문자, 문자생태계, 문명/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 그리스 태국 대사

    올해 제568회 한글날은 전 세계적으로 문자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글을 세계와 소통하는 학문어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각 민족은 문자로 자신들의 영혼을 적는다’ 는 말이 있듯이 인류 문명의 뿌리는 문자에서 시작된다. 문자와 문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소수의 강대국 언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여러 문자로 구성된 문자 생태계를 압도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6000여개이며 그 중 3000여개는 금세기 내에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언어를 기록하는 상징체계인 문자의 종 또한 계속 소멸하고 있어 존재하는 문자군은 약 100여개이며 이들 중 약 30여개만이 주로 상용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어는 유네스코 분류기준으로 소멸 바로 직전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고작 70세 이상 제주인 1만명 정도가 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세대 간 계승이 중단됐다고 한다. 제주어가 처한 상황은 사람에게 생명이 있듯이 언어에도 생명이 있고 이를 유지해나가는 데 인간의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문 제5조는 “모든 이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특히 모국어로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고 보급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노력이야말로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현대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소수 강대국 언어는 지구 상의 많은 문자를 치열한 생존경쟁의 바다에 빠뜨리고 있다. 문자 생태계가 보존되려면 세계 각 민족 고유의 문자들을 구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가 필요하다. 문자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문어로 뒷받침돼야 한다. 학문어로 발전하지 못하면 섬에 갇힌 언어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전 세계 언어 가운데 학술 서적 발간 및 논문 발표 등 학문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언어는 15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에는 과학자들이 평생 모국어로 전문분야 연구를 하고 논문을 일본어로 발표함으로써 깊이 있는 연구활동과 세계와 학문적 소통을 넓혀나가는 연구환경이 조성돼 있다. 일본이 올해까지 과학분야에서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한글의 학문어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언어권별 지식 직거래를 점차 확대해나가야 하겠다. 15세기 르네상스를 계기로 유럽 각국이 중세 라틴어의 독보적 영향에서 벗어나 자국 문자로 학문을 융성시킨 결과 유럽 문명이 세계를 상대로 꽃피울 수 있었다. 그리스인들의 자국어 사랑은 각별하다. 유럽 각국 언어와 학문의 뿌리를 제공했다는 자부심이 오늘날까지도 그리스어가 학문어로서 세계와 끊임없이 호흡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고 있다. 각 민족이 각각의 문자로 활발한 학술활동을 함으로써 건강한 문자 생태계를 조성해 문화다양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때다. 마침 세계문자연구소 주최로 ‘세계문자심포지아 2014’ 국제학술대회가 ‘문자생태계, 그 100년 후를 읽는다’라는 주제로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심포지아가 세계 각국의 문자 간 공존을 통해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첫 걸음이 되고 한글이 세계 속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인간이 죽은 후 ‘3분’ 미스터리…의식은 살아있다

    인간이 죽은 후 ‘3분’ 미스터리…의식은 살아있다

    최근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연구팀이 이른바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심층 면접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년 간 미국, 영국 병원에서 '심박정지'(cardiac arrest)를 겪은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연구는 그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심장이 멈추면 피를 받지 못하는 뇌 역시 30초 정도 후 기능이 정지된다. 논란은 소위 '요단강'을 건넌다는 이 시점에서 유체이탈이나 조상을 봤다는 경험자들의 다양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뇌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의학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증언이지만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떡밥'인 셈이다. 연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40%가 심장이 멈춰있었던 순간에 '의식'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5분의 1은 죽었다는 그 순간 평화로움을 느꼈다고 대답했으며 13%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 피실험자는 심장이 정지된 후 유체이탈해 응급실 구석에서 자신을 소생시키는 의료진의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으며 한 남자는 3분 동안 죽은 상태에서 의료진들의 움직임과 의료기기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샘 파리나 박사는 "응답자의 증언을 분석해보면 심장이 멈춘 이후에도 최대 3분 정도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환각이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실제 벌어진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학계에서는 유체이탈 같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체로 세포의 죽음으로 인한 뇌의 착각일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고규홍 지음, 휴마니타스 펴냄)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은 천리포수목원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을 소개한다. 15년 전 신문 기자 생활을 접고 천리포에 숨어들었다가 천리포수목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나무 인문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가 그동안 만난 꽃과 나무들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담겼다. 태안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18만 평 규모의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들어온 도입종을 포함해 1만 5000여 종류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다 식물 종류를 보유한 곳이다. 이곳에 터를 잡은 식물의 생태적 특징과 가치,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든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풀어낸다. 3월에 피는 매화꽃에서 시작해 노란 복수초, 봄을 알리는 풀꽃 헬레보루스와 설강화, 수목원 설립자인 고 민병갈 원장이 유난히 좋아했던 불꽃 목련, 겹꽃으로 분홍색을 피우는 아베리아 동백나무 등 사계절에 걸쳐 피고 지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직접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봄여름편 655쪽·3만 2000원, 가을겨울편 527쪽·2만 7000원.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마이클 애플 지음, 강희룡 등 옮김, 살림터 펴냄) 교육운동과 사회변화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가 ‘교육은 단지 지배 관계를 반영하는가?’,‘교육이 사회를 변혁하는 것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답한다. 여러 저서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지배적인 집단이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교육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지적했던 그는 우파가 국가를 자신들의 어젠다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면 진보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책을 통해 관통하는 개념은 ‘관계적으로 생각하기’다. 저자는 학교의 변혁만으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사회, 미디어, 그리고 가족과 학교가 연계될 때에 진정한 변혁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우파에서 배우기’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다루는 그는 교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예로 월마트를 거론한다. 352쪽. 1만 6000원. 내일의 경제(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과학적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과학 저술가이자 복잡계 과학자인 마크 뷰캐넌이 기상학의 사례를 통해 현대 경제학의 한계와 위기를 파헤쳤다. 저자는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안정돼 있고 일시적인 혼란이 있더라도 자체적으로 수습한다고 보는 주류경제학을 극복하고, 다양한 첨단과학 성과들이 모인 복잡계 과학을 통한 경제학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했다.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스스로 안정상태를 지속하는 평형성을 가졌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요지다. 저자는 100년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기상 예보의 정확성을 예로 들며, 오늘날의 경제학도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그것이 촉발하는 크고 작은 변화, 즉 시장의 비평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32쪽. 1만 8000원.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책세상 펴냄) 공상과학(SF)영화는 과학적 측면의 타당성 등에서 접근되기 일쑤다. 하지만 SF영화가 철학과 만난다면? B급 영화광이자 아널드 슈워제네거 팬을 자처하는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외계인, 괴물, 로봇이 등장하는 SF영화야말로 가장 쉽게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성을 점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념을 ‘SF철학’이라고 이름붙인다. ‘프랑켄슈타인’,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영화부터 ‘매트릭스’,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등 열 편의 영화를 갖고 데카르트의 불확실성의 논리, 플라톤의 형이상학, 니체의 초인사상, 이언론, 유물론 등 구체적인 철학이론과 접목시킨다. 452쪽. 1만 8000원.
  • [열린세상]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가을 연휴를 맞아 모두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만큼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으로 공항은 북적거린다. 외국에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는 나이지만, 국내 여행만큼은 복 받은 존재라고 자부하기에 그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매년 제자들과 함께 전국 곳곳으로 문학 답사를 가니 그렇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가을이면 문학기행을 떠나니 그 얼마나 행복한가. 이번 한글날에도 시인 목월의 생가를 찾아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서울을 출발해 경주의 목월 문학관과 시비를 둘러보고 목월 생가를 방문하는 여정이었다. 목월 시인의 장남이자 나의 스승인 박동규 선생님과 선생님이 이끄는 ‘심상 시우회’ 회원들과 경주로 내려가는 길은 눈부신 황금빛 들판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오래전 스승을 모시고 목월 시인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스승은 50대 후반이었고 나는 30대 중반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스승은 정년퇴임을 했고, 나는 50대의 중년이 됐다. 스승 앞에 머리가 허옇게 센 제자로 서 있는 것이 송구스러웠다. 세월은 참 빨리도 흐른다는 생각과 더불어, 스승과 함께했던 지난 추억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스승과 담소를 나누면서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머리를 아프게 하던 시끄러운 세상사 모든 일이 거짓말처럼 차창 밖으로 쓸려 내려갔다. 동행한 회원들은 대부분 연로했다. 직장에 젊음을 바치고 이제는 퇴직해 뒤늦게 시를 배우려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늦었지만 시를 가까이 하게 되면서 비로소 인생과 삶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들 누구도 돈에 대해, 주식에 대해, 아파트 가격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목월 시인의 시에 대해, 자신이 쓴 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목월의 시에 노래를 붙인 ‘이별의 노래’를 부르자 다들 조용히 따라 불렀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이 깊었네”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은 시와 황금빛 들판과 함께 이 가을을 호흡하고 있었다. 불국사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생가에 도착했다. 생가는 깔끔하게 복원돼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목월 시인이 어린 시절 생가에서 소학교까지 십리 길을 걸어서 등교하는 모습을 보았고, 청년이 된 목월 시인이 역시 생가에서 걸어 경주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았다. 시인이 그렇게 걸어 간 인생의 여정이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시로 탄생됐다. 그 시가 ‘나그네’다. 스승은 목월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 시인의 육필 시집을 내고자 한다. 목월 시인의 육필 원고를 보면서, 세속적인 욕망을 뒤로하고 맑고 순수한 시심으로 서정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나는 떠올렸다. 그런 시인이 존재하기에, 사리사욕을 채우려 이전투구(泥田鬪狗) 식으로 싸우고, 타락한 물질적 욕망에 휘둘려 아귀 같이 살아가는 우리의 황폐한 삶을 조금이나마 정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런 세속적 욕심 없이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그렇게 무욕의 경지에서 평화로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그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삶의 한 자세가 아닐까. 목월의 시를 비롯한 서정시가 아직도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는 이유를 나는 목월 시인의 생가에서 또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귀경길의 버스 안에서 어떤 회원의 말이 지금도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시를 배우게 되면서 바뀐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지폐를 세다가, 지금은 손으로 시집 책장을 넘기고 있습니다. 돈을 셀 때는 끝이 있었는데, 책장을 넘기는 것은 끝이 없었습니다. 계속 다른 시집을 보게 되니까요. 그리고 예전에는 텔레비전만 봐도 잠이 왔는데, 이제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시집을 봐도 잠은커녕 정신이 맑아집니다.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훗날 제 손자에게 시집을 읽어줄 수 있고, 또 제 시집을 선물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 인간 지성의 영역마저 넘보는 기계… 감성에서 답 찾다

    인간 지성의 영역마저 넘보는 기계… 감성에서 답 찾다

    제2의 기계 시대/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지음/이한음 옮김/청림/384쪽/1만 5000원 #1. 2011년 2월, 미국의 인기 TV 퀴즈쇼인 ‘제퍼디!’. 출연자 켄 제닝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나는 ‘생각하는 기계’에 밀려난 최초의 지식 노동자입니다. 내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제닝스는 ‘제퍼디!’에서 무려 74차례나 연달아 우승했지만 IBM의 슈퍼컴퓨터인 ‘왓슨’과 이틀에 걸친 퀴즈 대결에서 완패한 직후였다. #2. 2010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번잡한 101번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는 ‘보는’ 것들을 고스란히 차 안 모니터로 전송했다. 지루한 운행이었으나 동시에 주변 승용차와 트럭이 범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추정해 경로에 표시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구글카’였다. 2004년 3월 미국 국방첨단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무인차 그랜드 챌린지에서 15대의 고성능 차량들이 불과 12㎞도 달리지 못하고 곤두박질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DARPA는 요즘 차량을 운전하고 사다리를 오르며 밸브를 잠그는 인간형 로봇들의 경연인 로보틱스 챌린지를 열고 있다. 현생 인류는 기원전 6000년경 가축을 길들여 농경에 활용하며 ‘농업혁명’을 맞았다. 또 다른 변곡점은 불과 200여년 전 일어난 ‘산업혁명’이다. 1%에 불과한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을 딱 3배가량 향상시킨 와트의 증기기관은, 인간과 가축의 근육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며 ‘제1의 기계 시대’를 활짝 열었다. 산업화 시대의 자동화와 달리 ‘제2의 기계 시대’에선 기계가 인간의 지성(intelligence)에 근접하고 있다. 육체 노동력의 대체를 떠나 인간의 지성을 대신하고 나아가 증진시킨다는 게 차이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교수인 저자들은 논쟁에 불을 붙였다. 최근 펼쳐진 기술 발전은 눈부신 기계 시대의 준비운동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제2의 기계 시대로 깊숙이 진입할수록 기술이 모든 것을 디지털로 완벽히 복제하고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해 기하급수적인 혁신을 이룰 것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아이폰만큼 혁신적인 기계가 범람하고 한계비용이 엄청난 수준으로 낮아지는 디지털 경제의 도래를 점친다. 디지털 경제화는 복지와 국내총생산(GDP)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제2의 기계 시대가 마냥 인간에게 좋은 것일까. 저자들은 자동화의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침체, 노동자 임금 수준의 불평등 증가, 소득 불균형 악화, 장기 실업률 증가를 가져온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경고를 내놓는다. 평균 수준의 정신노동은 컴퓨터가 대체할 것이고 사무원 같은 중간소득의 직종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결국 소수의 승자만 살아남고 대다수의 사람은 패자가 돼 몸부림치게 된다는 암울한 예언이다. 희망은 없는 것일까. 이때 등장하는 이론이 ‘모라베크의 역설’이다. 고성능 기계의 범람 속에서도 불과 한 살짜리 아기의 지각이나 이동 능력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첨단 로봇청소기들이 제아무리 각광받아도 탁자 위의 잡지들을 제대로 정돈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이제는 감성을 활용하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강렬한 모험심, 일에 대한 열정,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막말이 판치는 세상, 이대로 갈 건가/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막말이 판치는 세상, 이대로 갈 건가/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막말이 판치는 세상, 이대로 갈 건가/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우리나라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 몽골에는 ‘칼의 상처는 아물어도 말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명언이 있다. 이는 말이 지닌 힘과 충격이 얼마나 크고 오래 가는지를 설명함에 부족함이 없는 말들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되는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막말’과 남을 비웃거나 얕보고 놀리는 ‘조롱’, 남을 업신여기어 낮추는 ‘비하’, 남을 모욕하거나 저주하는 ‘욕설’이 보라거나 경쟁이나하듯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공직사회와 학교, 병영, 언론, 일반시민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도처에서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원색적인 막말을 쏟아내며 이웃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 충돌과 원한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듯 막말과 조롱에 울분을 참다못해 칼부림을 하거나, 인격적 모멸감에 시달린 젊은 병사와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등 안타까운 일로 이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야말로 막말과 조롱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문제는 되돌릴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 말들이 사회ㆍ경제적 취약계층에서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내뱉는 자연스런 불평인 경우 보다 정ㆍ관ㆍ학ㆍ군 등에서 인적자원을 지휘하거나 관리하는 사람 또는 사회적 목소리를 높이는 비범한 사람들의 입에서 더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는데 있다. 즉 무심코 밷는 막말이 아니라 ‘준비된 막말’로 상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리는 저급한 술책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이를 제어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주체나 객체가 되는 비하와 욕설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자식이 뭘 안다고 군수냐’ ’국회의원 ㅇㅇ들‘ ’그런 ㅇㅇ이 공무원이라니‘ 어디 ㅇㅇ같은 장관 하나있나’ 라는 등의 비하는 비일비재하고, 공직사회나 군 조직내에서 조차 아랫사람에게 ’너까짓 게 뭘 안다고 나서냐‘ ’쓰레기 같은 ㅇㅇ‘ ’왕따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해’ 라는 등의 모욕적 언사 때문에 분란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얼마전 어느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자기 맘대로 대통령을 욕하고 비꼬고는 ‘뭐 잘못됐냐’ 는 식의 간보기 언동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물론 민주 사회에서 어느 누구라도 욕먹을 일을 했다면 욕먹어 마땅하다. 그러나 사실관계나 상대의 인격과 입장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막말은 결코 건전한 시민의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와같은 막말과 조롱의 풍조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는 머지않아 서로 ‘내가 누군지 알아’ vs ‘니가 뭔데’ 간의 알량한 자존심 겨루기에 함몰되어 사회적 가치관의 문란과 도덕적 혼돈이라는 매우 황당한 상황을 맛보게 될 것이다. 말의 상처는 칼의 상처보다 아프고 깊어 잘 아물지 않는다는 점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세상을 혼탁케 하는 언어 폭력에는 개인의 법적 방어 보다 사회적 대응이 더 긴요해 보인다. 이에 더늦기 전에 국무총리 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나 사회 원로층이 중심이 되는 ‘막말 순화 범국민운동’의 전개를 제안해 본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사설] 교정시설 ‘자살 무방비지대’ 방치 안 된다

    구치소나 교도소 등 교정시설 내에서의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끄럽게도 우리 국내 교정시설 수용자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권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한 달 평균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교정시설 내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모두 388명으로, 대부분 미수에 그쳤지만 이 중 34명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교도(矯導) 행정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료에 의하면 자살자들은 대부분 교정시설에 입소한 지 1년 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살 사고는 교도관들의 근무 취약시간인 심야뿐 아니라 대낮에도 발생했다. 서 의원도 지적했듯 일과 시간에 그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단 교정시설 근무자들이 수용자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의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재소자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철저히 관리를 해왔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전근대적인 ‘징벌만능주의’적 처벌 위주 방식으로는 교도행정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기 어렵다. 바로 잡고 이끌어준다는 의미에 충실하게 교정·교화에 보다 방점을 둬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심리·상담치료 등의 프로그램은 한층 강화돼야 마땅하다. 마침 구치소 내에서 스스로 목매 숨진 수용자의 가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숨진 수용자가 1차 자살 시도를 한 뒤 구치소 측에서 영상장비로 관찰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도 설비나 순찰 인원을 확충하는 등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교정시설이 수용자들을 ‘교도’하기는커녕 자살을 방조하거나 그 원인을 제공하는 장소에 그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사고가 날 때마다 흔히 교도관의 무사안일이나 자질 부족을 탓하지만 문제는 보다 구조적인 데 있다고 본다. 24시간 밀착 감시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교도행정의 선진화야말로 국가혁신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특정 관계자만의 관심 영역에 머물고 있는 교정행정에 대한 일반의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 “추사 김정희는 한류의 원조… 지금도 ‘법고창신’ 의미 되새기게 해”

    “추사 김정희는 한류의 원조… 지금도 ‘법고창신’ 의미 되새기게 해”

    #1. “나는 옥에 갇혀 있고 바다 밖으로 귀양 가 있으나 아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한낱 부인의 죽음에 놀란 가슴이 무너져 마음을 겉잡을 수 없으니 어찌 된 까닭입니까.” 3년간 제주의 됫박만 한 한칸 방에 갇혀 지낸 추사 김정희(1786~1856)는 급작스러운 부인 예안 이씨의 죽음을 편지로 접하고 땅을 치며 통곡한다. “홀로 부인만 죽음이 있지 않을 수 있으리오”라면서도 죽음 곁으로 달려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통한을 속으로 삭여야 했다. ‘세한도’나 ‘고사소요’ ‘서원교필결후’ 등 9년의 제주 유배 생활이 남긴 작품들이 뼈대만 남은 앙상한 등걸처럼 거칠고 굳센 이유다. 최완수(72)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당시 60세를 바라보는 추사의 작품들은 한티끌도 군더더기를 용납하지 않는 지고의 경지를 보여준다”며 “이렇게 창안해낸 고예체는 조화롭고 변화무쌍할 뿐”이라고 말했다. #2. “난을 치는 데 세 번 궁글리는 것으로 묘법을 삼아야 하는데 붓을 한번 쭉 뽑고 끝내 버렸구나.” 말년의 추사는 유일한 혈육인 서자 김상우에게 난초 치는 법을 가르쳤다. 이렇듯 추사의 가문인 경주 김씨는 정절을 앞세웠다. 고려 말 충청 관찰사를 지낸 김자수는 조선 개국과 함께 고향 안동으로 내려가 은둔하다 태종이 형조판서로 징소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이후 경주 김씨는 왕가와 혼인을 거듭하며 외척으로 위세를 누린다. 추사의 아버지 김노경 대에 이르러 풍양 조씨 가문과 손잡고 순원왕후의 섭정에 맞설 정도였다. 이런 집안 배경 속에서 ‘천재 소년’으로 불리며 성장한 추사는 23세에 생원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호조참판인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 연경으로 떠난다. 옹방강 등 명망 있는 고증학자와 그 무리를 만나 친분을 쌓으며 금석학을 배워 온다. 추사는 북학의 대가인 박제가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던 터였다.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만난 최완수 소장은 “간송이야말로 한류의 원조”라고 말문을 뗐다. 청나라의 옹방강을 비롯해 그의 제자들이 추사의 글씨를 접한 뒤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앞다퉈 작품을 받고자 했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비록 한자는 중국에서 들어왔으나 유라시아 대륙의 종착역인 한반도에서 동양문화의 정수를 융합해 새롭게 예술 세계를 완성한 이가 바로 추사”라고 힘줘 말했다. 최 소장과 추사의 인연은 남다르다. 첫 만남은 1972년 봄 보화각(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에서 열린 추사전. 보화각은 1971년 가을 겸재 정선의 작품들로 개관전을 연 뒤 이듬해 봄, 가을에 걸쳐 온통 추사로 전시를 도배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추사의 종가가 충남 예산에 자리해 같은 고향이란 생각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서체를 보면 볼수록 빠져들었어요.” 이 화려한 전시는 32세의 젊은 미술사학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4년 뒤 추사의 후손인 김익환이 1934년 펴낸 ‘완당선생집’을 처음으로 번역하도록 이끈다. 추사의 글과 작품을 담은 ‘추사집’(현암사)이다. 이후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으로 재직한 그는 평생 추사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해 왔고, 최근 새 책 수준으로 재구성한 개정판을 38년 만에 내놨다. 금석학, 경학, 불교학 등을 아울러 애초 393쪽이던 분량이 768쪽으로 곱절 가까이 늘었다. “사실은 출판사가 귀찮게 해 절판을 선언했어요. 당시 함께 책을 냈던 동갑내기 출판사 회장님은 이미 고인이 됐습니다. 연보와 도판을 보충하고 초판에 없던 해제 논문 등을 추가했어요.” 최 소장은 간송미술관에서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추사정화’(秋史精華)전을 연다. 추사체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87회 정기전으로 올 3월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외부 전시를 여느라 반년간 건너뛴 정기전을 재개한다는 의미도 지녔다. 전시에는 36세 추사가 옹방강의 서체를 따라 중후하게 써 내려간 행서대련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은둔해 지내던 49세 때 선사가 보낸 차에 대한 보답으로 굵직하게 써 보낸 ‘명선’, 70세로 사망하던 해 봉은사에 은거하며 썼던 행서대련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일생을 통해 완성된 작품 40여점이 등장한다. 최 소장은 “추사는 중국 고대 상형문자부터 전한을 거쳐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천년간 이어져 온 중국 서법을 다 섭렵한 뒤 법고창신을 통해 추사체를 만들었다”며 “추사체는 서예적 의미를 넘어 지금 이 시대에도 법고창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인간이 죽은 후 ‘3분’ 미스터리…사후세계 존재?

    인간이 죽은 후 ‘3분’ 미스터리…사후세계 존재?

    최근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연구팀이 이른바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심층 면접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년 간 미국, 영국 병원에서 '심박정지'(cardiac arrest)를 겪은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연구는 그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심장이 멈추면 피를 받지 못하는 뇌 역시 30초 정도 후 기능이 정지된다. 논란은 소위 '요단강'을 건넌다는 이 시점에서 유체이탈이나 조상을 봤다는 경험자들의 다양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뇌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의학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증언이지만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떡밥'인 셈이다. 연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40%가 심장이 멈춰있었던 순간에 '의식'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5분의 1은 죽었다는 그 순간 평화로움을 느꼈다고 대답했으며 13%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 피실험자는 심장이 정지된 후 유체이탈해 응급실 구석에서 자신을 소생시키는 의료진의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으며 한 남자는 3분 동안 죽은 상태에서 의료진들의 움직임과 의료기기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샘 파리나 박사는 "응답자의 증언을 분석해보면 심장이 멈춘 이후에도 최대 3분 정도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환각이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실제 벌어진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학계에서는 유체이탈 같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체로 세포의 죽음으로 인한 뇌의 착각일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차승원 공식입장에 부인 이수진 에세이 내용 보니…차노아 차승원 친부 소송에 신현준 위로글 건네

    차승원 공식입장에 부인 이수진 에세이 내용 보니…차노아 차승원 친부 소송에 신현준 위로글 건네

    ’차승원 공식입장’ ‘차승원 친부 소송’ ‘이수진 에세이’ 차승원 친부 소송에 차승원 공식입장이 공개됐다. 이에 과거 차승원 부인 이수진 에세이 내용에 소송의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차승원은 6일 소속사를 통해 “노아는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며 끝까지 가족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차승원 소속사 YG엔터테인머트 측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차승원은 22년 전에 결혼을 했고, 당시 부인과 이혼한 전남편 사이에 태어난 세 살배기 아들도 함께 한 가족이 됐다”며 “차승원은 노아를 마음으로 낳은 자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고 있다. 지금도 그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사로 인해 가족들이 받게 될 상처에 대해 매우 마음 아파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가족을 지켜나갈 것임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차승원 차노아 친부소송은 5일 한 매체가 “최근 한 남성이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가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 차승원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매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차승원 아내와 혼인 관계였으며 차승원을 만나기 전 자신과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차노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차승원이 마치 차노아를 자신이 직접 낳은 아들인 것처럼 행세해 본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금액으로 1억여 원을 요구했다. 한편 이에 차승원 부인 이수진씨가 과거에 쓴 에세이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연하남 데리고 아옹다옹 살아가기’는 이수진씨가 자신과 가족의 라이프 스토리를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 이수진씨는 지난 1998년 PC통신 나우누리 ‘노아 엄마의 이야기방’ 코너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당시 평균 조회 횟수가 6000여건에 달할 정도로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당시 책에는 18살 고등학생 차승원을 무도회장에서 만나 차승원이 20살이 되던 1989년 결혼식을 올렸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차승원과 1992년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차노아는 이수진 씨의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임이 밝혀졌다. 인기 온라인게임 롤(LOL)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차노아는 지난해 대마흡연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성폭행으로 피소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잇달아 구설에 올랐다. 차승원은 부인 이씨와의 사이에 딸을 낳았다. 6일 신현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차승원 씨 정말 멋지네요. 최고로 멋있는 남자”라는 글을 올리며 공식입장을 밝힌 차승원을 응원했다. 차노아 차승원 공식 입장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차노아 차승원 공식입장, 가족들 힘냈으면 좋겠다”, “차노아 차승원 공식입장, 차승원 진심 알게 됐다”, “차노아 차승원 공식입장, 차승원이야말로 책임감 있는 아버지”, “차노아 차승원 공식입장, 차승원 가족 사랑하는 마음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감 5대 꼴불견 ‘국’민이 ‘감’시하자

    국감 5대 꼴불견 ‘국’민이 ‘감’시하자

    7일부터 20일간에 걸친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사상 최대 규모인 672곳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여야는 6일 올해야말로 내실 있는 ‘모범 국감’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예년처럼 ‘공수표’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5가지 ‘꼴불견’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매년 국감은 정책과 무관한 ‘그들만의 정쟁’이 반복됐다. 2012년 지식경제부 국감에서는 느닷없이 ‘안철수 검증’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대선후보였던 안 의원이 포스코 사외이사 출신으로 각종 특혜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야당에서 “국감장이 검증 무대냐”며 고성이 나왔고 이 의원이 “안 후보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맞서자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호통·막말에 답변은 듣지 않고 몰아세우는 ‘일방통행식 갑(甲)질’도 심각하다. 2012년 육군 중장 출신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국방부 국감 도중 북방한계선(NLL)을 언급하며 군 지휘부에게 ‘기합’을 줬다. 김 의원은 “군 지휘부는 모두 일어나라”고 한 뒤 “여러분은 선거 후 통수권자가 바뀌어도 그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 이게 맞으면 앉고 틀리면 서 있어라”며 군에게 모욕을 줬다. ‘무차별 증인 줄 세우기’도 반복됐다. 지난해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는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박기홍 포스코 사장 등 기업인 19명이 동원돼 한나절을 기다렸으나 실제 답변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올해는 여야 모두 무차별 증인 채택은 않겠다고 했지만 아직 증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미지수다. 감사를 가장한 ‘지역구 민원성 국감’도 손꼽히는 꼴불견이다. 올해 7·30 재·보선으로 등원한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은 비행장 소음 피해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라 벌써부터 ‘민원 국감’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앞에서 질책하고 뒤에서는 끼리끼리 어울리는 ‘표리부동 행태’가 사라질지도 관심이다. 2012년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맹공을 퍼부었던 검찰 간부들과 ‘폭탄주 뒤풀이’를 벌여 비난을 받았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위 소속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국감 기간 중 KT 임원으로부터 유흥업소에서 향응을 제공받아 수사까지 받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보여주기식 국감, 인격모독 국감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쓸데없는 사람을 많이 부르는 건 반대”라며 실속 있는 국감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남북 대화 분위기 살리되 5·24 논의 신중해야

    북한 권부 핵심 3인방의 방한 이후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기로 남북 양측이 합의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까지의 상황 변화가 변수이기는 하나 일단 서로가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한반도의 기상도는 화해 무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요구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만 봐도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북 간 화해·협력을 갈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비록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파격적 방한이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물꼬를 틀 계기임은 분명하나, 그 자체로 남북 관계의 진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닌 이상 전향적이면서도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주장은 그 충정과 별개로 즉응적이고 성급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이 줄곧 해제를 요구하다 보니 마치 5·24 조치가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양 비춰지고 있으나 기실 5·24 조치는 천안함 사태에 따른 결과물일 뿐이다. 굳이 남북 경색의 원인을 멀리서 찾자면 이는 5·24 조치가 아니라 북의 천안함 폭침이며, 따라서 어제 통일부도 밝혔듯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북측이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대북정책 기조를 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북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언제까지 5·24 조치를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런 논리는 북의 도발에 대한 그 어떤 우리의 합당한 대응도 무력화시킬 뿐이다.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의 태도와 연동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지속 가능한 남북 대화를 위해 현 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남북 모두 새로운 걸림돌을 앞에 놓지 않는 일이다. 북은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일체의 무력시위를 중단해야 하며, 원색적인 대남 비방을 삼가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북한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키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 힘써야 한다. 민간단체의 일을 가로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지만 남북화해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법을 뛰어넘어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할 것이다. 남북이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교류협력 사업을 더욱 구체화하고 이를 2차 고위급 접촉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는 2차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이를 뛰어넘어 북측에 실리를 안겨줄 수 있는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시론] 전세가격 뒤집어보기/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시론] 전세가격 뒤집어보기/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최근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사실 매매가격과 별반 차이 없는 전세가격이 형성된 지역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시켜 전세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의 어느 정도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인류가 물물교환을 시작한 이래 물건 가격은 그 물건을 사용하거나 소비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과 비례해 결정됐다. 주택 가격도 주택의 쾌적함, 교육 여건, 교통이나 쇼핑 등 생활의 편리성 등 주택에 거주하면서 얻게 되는 효용가치를 반영해 결정된다. 해당 주택의 거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용은 주택을 소유해 살든, 전세로 살든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주택의 효용가치만 고려한다면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이유는 전세가격이 낮았다기보다 매매가격이 과도하게 높았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주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택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함에 따라 주택은 주거 용도에 더해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용도를 지닌 다목적상품이었다. 다른 투자수단을 압도하는 수익률로 소비자들은 주택의 효용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했으며 이를 위해 과도한 대출을 얻는 데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전세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른 변동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주택의 효용가치에 가깝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소한 요인들을 제쳐 두고 본다면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는 차익실현의 기대 반영분이라고 볼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커질수록 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된 것이며 주택시장의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약해지자 주택가격이 효용가치에 맞게 하락하는 동시에 전세가격 비율이 상승하는 것은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주택가격의 안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의 반환만 보장된다면 주택관리 등을 위해 인적·물적 비용이 수반되는 주택 보유보다 전세 선호도가 커지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의도대로 집값이 상승한다면 전세가격은 안정이 될 수 있을까. 정부 정책이 집값 상승 기대로 연결된다면 전세수요 중 일부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주택시장 부진은 경기 등 단기적 요인이라기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저성장 진입,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등 장기적인 경제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부채 확대만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유도하기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주택시장에 대한 접근 방법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전세를 월세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월세야말로 전 세계에서 합리성을 인정받은 보편화된 제도다. 월세가 임차인의 부담을 높이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시장금리에다 주택관리 비용 등이 추가된 수준의 월세 금리는 막대한 전세보증금의 기회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또 주택임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주택구입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주택구매 능력이 약한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의 주거안정은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보다 사회보장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기임대주택의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정책금융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줘야 한다. 또 정부가 직접 전세 계약한 주택을 임대주택 수준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주거안정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새 영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새 영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영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이하 ‘소년’) 속 열여섯 살 소녀 교코는 서서히 가까워오는 엄마의 죽음 즈음에서 남자 친구 가이토에게 문득, 하지만 단호하게 ‘섹스’를 요구한다. 푸릇하게 박동 치는 원시의 생명력을 품은 교코는 죽음을 앞두면서 본능적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굳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죽음의 충동을 일컫는 타나토스와 생명의 욕망을 상징하는 에로스는 이렇듯 불가분의 관계다. 소년, 소녀가 자란다는 것은 삶의 수많은 신비로움을 체험해 가는 것이다. 혹은 죽음의 과정이 주는 처절함과 무게감을 배워 가는 것이거나. ‘소년’ 속 섬마을 소년과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죽음이 닥친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대한다. 가이토는 거센 파도가 몰아친 다음날 파도에 떠밀려온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에 빠진다. 신화 속 비너스가 태어난, 생명의 공간인 바다이건만 가이토에게는 죽음과 배신의 공간이자 두려움의 대상일 따름이다. 반면 교코는 죽음이 예정된 엄마와 함께 찬찬히 남아 있는 삶의 기쁨을 누리며 죽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교코는 엄마의 침대를 둘러싼 이웃들이 춤을 추고 노래 부르며 떠나보내는 극적인 체험 속에서 신과 교접하듯 자연으로 돌아간 엄마의 죽음을 지켜본다. 그리고 더욱 강렬한 생의 욕망과 희망을 찾게 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아마미섬이라는 공간에는 1997년 스물일곱 나이에 만든 첫 장편영화 ‘수자쿠’로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미학적 주장과 철학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남서쪽으로 멀찍이 떨어진 아마미섬과 그곳에서 바다를 터전 삼아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이미 철학적이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영화의 영상은 푸른 바다빛과 주황, 보라의 변화무쌍한 하늘빛, 빼곡히 들어찬 녹색의 숲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뭇 생명을 잉태하고 품는 바다는 삶과 죽음을 모두 아우르는 상징적 공간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적 관계를 보여준다. 나뭇가지를 훑고 가는 바람과 그 틈새를 비집고 내리쬐는 햇살, 무섭게 덮쳐오는 파도와 폭풍이 지나간 뒤 잔잔한 해수면, 그리고 바닷속을 그려낸 마지막 장면 등은 ‘소년’이야말로 심미주의 영상의 최대치를 여실히 확인시켜 준다. 50대 안팎의 이들이라면 교코를 연기한 배우 요시나가 준(21)의 모습에서 청춘 시절 순결한 욕망의 대상이었던 영화 ‘테스’ 속 나스타샤 킨스키 또는 첫사랑의 설렘을 고스란히 받아준 ‘라붐’의 소피 마르소가 절로 떠오를 수 있다. 2014년의 청춘들 역시 20~30년 전 아버지 또래 세대들이 느꼈던 그 원초적인 날것의 감성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고, 강렬한 생명의 욕망의 시절이 있기에 세대 간의 틈새를 좁히기에 오히려 제격인 영화다. 주인공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픈 성장영화임에도, 지극히 아름답지만 다소 수위 높은 장면 탓에 안타깝게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9일 개봉.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北황병서·최룡해·김양건, 인천 AG폐막식 전격 참석…北인사 면면 살펴보니

    北황병서·최룡해·김양건, 인천 AG폐막식 전격 참석…北인사 면면 살펴보니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북측 고위 인사들이 4일 오전 전격적으로 방남,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다. 특히 황병서, 최룡해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알려져 있어 주목된다. 북한이 이들 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남한에 보낸 것은 관계 개선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도 관심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 등 북한측 인사가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위해 우리 측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병서 등 11명의 북한 고위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평양을 출발, 서해직항로를 통해 오전 10시 1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폐회식에 참석하고 난 뒤 밤 10시쯤 돌아갈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인천공항에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보내 북한 대표단을 영접했다. 이어 황병서 일행은 오전 인천의 한 호텔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점심에는 류 장관을 포함한 우리측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다. 우리측 관계자에는 청와대 고위 인사들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의전상으로는 정식 회담이 아닌 ‘환담’과 ‘비공식 오찬’이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는 셈이이서 남북관계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임 대변인은 “북한 선수단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에 이어서 고위급 대표단이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김정은 친서를 휴대하고 오는지는 아는 바가 없고 (북한 대표단은) 인천에만 머물다 귀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일부 장관의 영접 및 환담 그리고 우리측 관계자들과의 오찬 이외에는 현재 별도 면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전격적으로 인천아시안게임 참석차 방한 중인 대표단을 통해 우리측에 황병서를 비롯한 ‘고위 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통보했고 우리측은 이에 동의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는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북한에서 최고 실세로 손꼽히는 인물들이다. 황병서는 지난 5월 총정치국장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회의에서 북한 최고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직까지 꿰차며 그야말로 실세임을 과시했다. 그는 올해 3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고, 4월 초 대장으로 진급한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같은달 차수 계급까지 오르고 나서 군 총정치국장이 되는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황병서의 남한 방문은 그가 군에서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뒤를 잇는 사실상의 ‘권력 2인자’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최룡해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자격으로, 김양건은 대남담당 비서 자격으로 남측을 방문하는 것과 달리 대남정책이나 인천 아시안게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황병서가 남측을 전격 방문하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룡해 당비서는 2012년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는 총정치국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모두 꿰찼다가 지난 5월 황병서에게 군 총정치국장을 내준 데 이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장성택 후임으로 지난달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돼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최룡해는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물러나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왔음에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된 데다 근로단체 핵심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등을 담당하는 근로단체 담당 당비서를 맡은 점 등을 들어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72세인 김양건 비서는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며 오랫동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대남통’이다. 특히 김 비서는 남북관계가 고비를 맞는 순간마다 특사 역할을 맡아 양측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하면서 남측에도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7년 통일전선부장에 오른 그는 그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인 9월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남북회담 성사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또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기남 당비서와 함께 서울을 방문하며 남북 대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비서는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개성공단에서 화환과 조전을 남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번 북한 방문단이 이들 3명을 포함, 총 11명으로 구성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靑 비서관 사칭극 결국 낙하산 토양 탓 아닌가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인사에 관한 한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증을 앓고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펼져지는 낙하산 난리통에 하루도 영일이 없을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에 어떤 인사가 전개되고 있는가. 전문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인물을 한국관광공사 감사 자리에 앉혀 ‘코미디 인사의 절정’이란 비판을 자초하더니 적십자비도 제대로 안 낸 사람을 전광석화처럼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지명해 ‘보은인사의 끝판왕’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놓고도 ‘친박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혁신을 그토록 외쳤건만 그 핵심이라 할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마침내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만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사칭해 대기업에 취업한 사기꾼이 그제 구속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권력 실세를 사칭한 전화 한 통에 대우건설은 그를 1년 동안 부장으로 일하게 했고, 해고된 후에는 같은 수법으로 KT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취업을 부탁했다가 덜미를 잡혔다고 한다. 청와대 사칭 범죄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교육비서관이라고 속여 대학총장 등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해 18억원을 가로채려던 지방대 교수가 구속되기도 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전근대적인 인사범죄가 일어나는 것인가. ‘대한민국, 이대로는 안 된다’며 국가 대혁신을 다짐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 확고한 인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국가혁신의 요체다. 전문성이나 자질보다는 정치적 인연에 따른 낙하산 인사가 여전히 위세를 떨친다면 권력만능, 권력종속 풍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정신적 불구화의 사회로 가서는 안 된다. 잇단 ‘그들만의 인사’로 말미암아 국민의 냉소와 불신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가만히 앉아서 바보가 된 기업은 물론 폐쇄적 인사 체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청와대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문고리 권력’이니 뭐니 하는 음습한 말부터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야말로 권력 사칭 범죄를 부추기는 토양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예산 디자이너’ 변신한 성북구민들

    ‘예산 디자이너’ 변신한 성북구민들

    성북구가 구민이 직접 예산을 디자인하고 구청을 감사하도록 주민 예산설명회를 열어 구민감사관을 위촉했다고 2일 밝혔다. 주민 예산설명회는 예산 디자인에 참여하는 주민 1000여명에게 주민참여예산에 대해 알리는 자리다. 지난달 29일 도시·환경 분야 설명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8일까지 건강·안전, 복지·경제, 교육·문화, 도시·환경 분야 등에 대해 모두 8회에 걸쳐 동 주민센터에서 진행한다. 구는 2012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 이후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사업비 선정액 100억원을 돌파했을 만큼 이 분야에서 앞서 있다. ‘민원은 소중한 예산 씨앗’이라는 개념으로 주민의 예산 불만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또 지난달 29일 구민의 구정 참여 기회를 늘리고 감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 30명을 구민감사관으로 위촉했다. 이들의 임기는 2년이다. 이들은 구청 자체 감사에 참여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주민 불편 사항에 대해 시정을 건의할 수 있다. 나아가 불합리한 법령 및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선행·우수 공직자를 추천하며 위법한 행정 사항 및 공무원 부조리 등을 신고할 수도 있다. 구는 구민감사관이 제기한 각종 건의, 시정 요구 등을 관리하고 평가해 우수한 이에게 표창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영배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제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감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행정을 펼치기 위해 구민감사관들이 불합리한 행정처분이나 제도로부터 구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깐깐한 활동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영화 多樂房] ‘초콜렛 도넛’ 다운증후군 소년과 게이 커플…그 가족을 보는 시선

    [영화 多樂房] ‘초콜렛 도넛’ 다운증후군 소년과 게이 커플…그 가족을 보는 시선

    ‘초콜렛 도넛’은 인형을 품에 안고 혼자 밤거리를 헤매는 다운증후군 소년(마르코)의 쓸쓸한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촉촉한 음악이 그의 불안하고 외로운 정서를 진하게 전달해 준다. 한때는 후견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마르코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는 1년 전으로 돌아가 마르코와 두 남자의 이야기를 차근히 들려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공인된 선입견과 차별이 얼마나 잔인하게 인간의 행복할 권리를 앗아 갈 수 있는지에 관한 슬픈 르포라 할 수 있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게이클럽 가수인 루디는 옆집 소년 마르코의 엄마가 마약 혐의로 체포되자 방치된 마르코를 돌보기로 결심한다. 때마침 클럽에서 만난 검사 폴 덕분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세 사람은 한집에 살면서 여느 가족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가정용 비디오에 담긴 그들의 추억을 낭만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멜로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임에도 루디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흐르기 때문일까, 봄날의 햇볕처럼 가슴속 깊은 곳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그러나 그런 생활도 잠시. 폴과 루디가 동성 연인이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두 사람은 마르코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지난한 법정 싸움이 시작된다. 이쯤 되면 제시 넬슨 감독의 2001년 작 ‘아이 엠 샘’과 한 갈래 영화로서 일종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아이 엠 샘’에서는 친아버지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초콜렛 도넛’에서는 후견인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양육권을 박탈당하고 법정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곧이어 지난 몇 년간 ‘도가니’(2011), ‘부러진 화살’(2011), ‘변호인’(2013) 등에서 반복됐던 한심한 재판정의 풍경이 ‘초콜렛 도넛’에서도 유사하게 펼쳐지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정작 당사자인 마르코의 간절한 바람은 무시된 채 국가로부터 이별을 강요당하는 이들의 상황은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정상’의 궤도가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이 영화에서 음악은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고 영화의 주제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마르코가 학교 발표회에서 불렀던 ‘아메리카 더 뷰티풀’의 가사는 상당히 역설적이다. “아메리카, 아메리카. 신께서 네 위에 은혜를 내리시고 너의 선함을 저 바다 끝까지 보답하시리.” 불행히도, 이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아메리카의 선함은 발견되지 않는다. 국가는 지도 상에만 위엄을 드러낼 뿐 국민의 행복이나 정의에는 무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희망의 불씨를 남긴다. 립싱크 가수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 루디와 로펌에서 잘린 후에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게 된 폴, 두 사람이 그 실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당하는 그들이야말로 대다수의 ‘정상인’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는 정의의 실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머지않아’(영화의 원제: Any Day Now) 마르코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 가능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작품이다. 2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열린세상] 숲, 생물다양성의 보고/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숲, 생물다양성의 보고/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한 초등학생이 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어린 아이의 눈과 입, 마음을 통해 ‘모든 생명은 귀하다’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찮게 보이는 이름 모를 꽃들도 저마다 역할이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어른들은 왜 이따금 잊고 사는 건지…. 이 땅에는 아름답지 않은,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는데 말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다양한 생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생명이 유기적 복합체를 이루는 상태를 ‘생물다양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삶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생물다양성을 통해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면적의 31%를 차지하는 산림생태계는 육지 생물의 75%가 살고 있어 그야말로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임산물을 비롯해 기후 조절, 물질 순환, 환경 정화 등 다채로운 생태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범지구적 프로젝트인 ‘2010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보고서’는 이 같은 내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전 효과는 3조 7000억 달러를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6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제약 시장의 25~50%가 동식물 유전자원으로부터 파생된다고 한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은 그 존재만큼이나 경제적 가치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물다양성은 산업화, 난개발, 산림훼손, 서식처 파괴, 과도한 야생동식물 포획 및 채취 등 인간의 욕심 때문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결과, 최근 세계에서 해마다 1300만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2배)의 숲이 파괴되어 사라지고 있다. 과거 8000년간 지구 상에서 숲의 45%가 사라졌고, 이 중 대부분이 지난 세기에 사라졌다. 여기에 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는 생물종에 대한 멸종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으로 생물종이 감소하고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면 결국 인류의 존속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우리가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도 지구의 생물다양성 보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1992년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생물다양성 협약을 채택하고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 15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전 세계적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로 제12회째를 맞이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바로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린다. 오는 6일부터 2주 동안 192개국 2만여명이 모이는 본 총회에서는 2010년에 선정한 글로벌 목표인 ‘2020년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및 아이치 목표’의 달성을 위해 과학 기술 협력, 재원 확보, 개도국 역량 강화 등 핵심 수단별로 묶어서 ‘평창로드맵’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생물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공유하기 위한 나고야 의정서가 오는 10월 12일이면 발효될 것으로 이번 총회 기간 중에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 회의’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산림청은 이번 총회에서 ‘산림생태계복원 이니셔티브’를 발의할 계획이다. 국토 면적의 3분의2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과거 극심하게 황폐해진 민둥산을 전 국민의 힘으로 단기간에 녹화시켜 산림생태계의 다양성을 증진시킨 경험이 있다. ‘산림생태계복원 이니셔티브’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성공적인 경험과 기술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해 건강한 산림생태계로 복원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차 개발도상국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보전에 우리나라가 기여하는 바를 확대시키는 ‘그린 외교’를 펼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생물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최선의 예의를 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친 생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도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열악한 산림생태계 때문에 빈곤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겪는 개도국이 산림 복원과 함께 경제 발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데 우리나라가 좋은 모델이 됐으면 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