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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한항공 공무원 좌석 업그레이드는 뇌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이 관경(官經) 유착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국토부 공무원들이 해외출장길에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승급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분노를 더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밝힌 제보 내용에 따르면 국토부 과장 1명과 직원 2명, 공기업 직원 2명 등 5명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유럽 출장을 가면서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좌석 승급을 무료로 제공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부당 예우’가 사실이라면 뇌물과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공무원들의 대한항공 좌석에 대한 특혜가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토부가 어제 뒤늦게나마 좌석 승급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체 감사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국토부의 조사를 국민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과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좌석 특혜 여부를 포함해 이른바 ‘칼피아’의 실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특혜성 좌석 업그레이드가 과연 국토부 공무원에게만 이뤄졌겠느냐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참에 국토부뿐 아니라 모든 국가 부처로 조사를 확대해 공무원의 ‘좌석 갑질’이라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이번 항공기 회항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져 가는 것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천민자본주의적 황제경영 패악에 덧붙여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의 영혼 없는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들이 그동안 온갖 로비를 발판으로 ‘갑’의 입장에 올라서서 ‘을’인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말이 시중에까지 나돌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런 국토부에 항공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중차대한 일을 맡겨도 되는 것인가. 무사안일과 타성으로 얼룩진 국토부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몇몇의 일탈행위를 처벌하는 선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조직과 인력 운용 방식을 재검토해 민관 유착의 썩은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대한항공 사무장의 폭로가 있기 전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언했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서 장관부터 응분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 [新국토기행] (12) 경기도 평택

    [新국토기행] (12) 경기도 평택

    ■ 볼거리 경기 평택은 국민 애창동요 중 하나인 ‘노을’이 탄생한 곳이다. 1970년대 말 화가 이동진씨가 평택 안성천을 따라 걷다가 노을지는 모습이 너무 황홀해 시로 풀어냈는데 지금의 평택호 부근이라고 한다. 이런 사연을 간직한 평택호에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1973년 평택과 아산 사이에 평택호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 평택호는 어느덧 평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평택호예술관&수중고사분수> 평택호관광단지에 있는 전시관 겸 다목적홀인 평택호예술관은 독특한 피라미드 형태의 외관 때문에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특히 봄이 되면 예술관 앞에 활짝 피는 유채꽃이 장관이다. 호수에 설치된 수중고사분수는 행사, 환경, 계절 등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분수를 연출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분수대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105m 높이까지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주분수 1기와 30m 높이까지 물을 뿜는 보조분수 22기 등으로 이뤄졌으며, 야간 관람을 위한 조명장치도 갖췄다. 평택호 경계를 따라 조성된 목조 수변데크 또한 이곳의 명물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꾸며졌으며 평택호의 경관을 편안하게 걸으며 감상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산책로이다. 모래톱공원은 호수의 모래를 준설해 갈대숲, 창포, 부처꽃 등을 심어 만들었으며 자연 생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족 나들이명소로 유명하다. 모래톱을 이용해 꾸민 실크로드 공원은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무대설치와 쉼터 등이 자리하고 있어 평택호 전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국소리터> 평택호 관광단지 중심에는 한국소리터가 있다. 공연장과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한국소리터는 민속문화 예술인들의 보유 재능을 전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곳으로 활용된다. 공연프로그램으로는 주말 상설공연, 소리터 전통 상설공연과 소리터 유랑단이 직접 시민을 찾아가는 공연 등이 있다. 또 문화다방, 레코딩스튜디오, 예술단체들의 교류를 도와주는 레지던스도 운영하고 있다. 수변테크길과 모래톱공원에 설치된 평택의 문화 콘텐츠를 담은 10점의 ‘소리의자’도 인기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멋진 호수를 감상하고 탁 트인 호수 산책길로 유명했던 평택호에 음악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고 의자가 생겨 편히 앉아 호수 빛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평택호는 적당히 부는 바람과 잔잔한 파도 때문에 요트를 즐기려는 마니아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자동차 전용극장과 ‘닥터 이방인’ 등을 촬영한 드라마세트장, 가족 놀이공원 등도 있어 주말이면 나들이객들로 북적된다, <웃다리문화촌> 평택시 서탄면 금각리에 있는 ‘웃다리문화촌’은 폐교를 활용해 만들었다. 웃다리는 평택 지역의 농악을 일컫는 이름이다. 1985년 평택 농악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평택의 전통을 잇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천연염색, 생활도예, 공예, 놀이미술, 민속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지게, 양철도시락, 딱지 등 1950~80년대 부모 세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된 ‘웃다리박물관’과 도시생활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닭, 염소, 돼지, 거위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 ‘동물농장’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어른신을 위한 프로그램, 외국인 프로그램, 다문화가정 프로그램, 군 장병 프로그램 등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계층 위주의 맞춤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변변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없는 평택에서 웃다리문화촌은 연간 5만여명이 찾는 새로운 문화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부락산 둘레길·바람새길> 평택에는 제주 올레길에 버금갈 정도의 아름다운 둘레길이 곳곳에 만들어졌다. 평택 북부에서 유명한 ‘부락산 둘레길’은 지산초록도서관~부락산 흔치고개를 돌아오는 총 10㎞의 구간이다. 폐도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에 야생화와 안내판, 벤치 등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돼 많은 시민이 찾는 명소이다. 자연 친화적으로 꾸며진 부락산 이충분수공원도 눈에 띈다. 또 북부지역에 있는 ‘바람새길’(6㎞)은 진위천을 따라 고덕면 궁1리 주변에 설치돼 있으며 나루터, 캠핑장, 방문자센터 등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궁1리 진위천에는 각종 토종 민물 어류와 꼬리명주나비, 철새 등의 보호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평택 남쪽 지역인 군문동부터 원평동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안성천을 따라 조성된 2㎞의 ‘갈대·억새길’은 경관이 빼어나다. 강을 따라 펼쳐진 갈대와 억새 사이에서 바라보는 노을지는 군문교가 일품이다. 평택 서부에 있는 현덕면 ‘마안산길’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산책로로, 3.5㎞의 소나무 및 다양한 수종의 숲길이 조성돼 있다. 통복천 ‘자연형 생태하천길’과 평택호 자전거 순환도로도 가볼 만한 곳이다. <신장쇼핑몰> 이국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신장동은 담배 파는 구멍가게의 조그마한 입간판부터 시작해 대형 상가 네온사인에 이르기까지 외국어 일색이다. 경기도의 이태원인 셈이다. 미 공군 오산기지가 터를 잡고 있어 일찌감치 외국인을 상대로 한 다양한 쇼핑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된 곳이다. 미군부대 내에 일본 오키나와를 비롯한 괌, 하와이 등 세계를 오가는 여객기터미널이 있어 미군과 군인 가족이 자주 찾는 신장쇼핑몰은 주말이면 그야말로 외국인들로 북새통이다. 미군부대를 기점으로 신장1, 2동 중심부에 있는 신장쇼핑몰에는 크고 작은 점포 1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길거리에는 각종 기념품과 10여 달러 하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파는 여러 종류의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점포 중간에 있는 선술집에는 미군들이 하드록 음악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보세의류·신발 및 가죽제품, 구두, 가방, 각종 기념품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갖춰져 있다. 가죽제품 판매 점포도 20여년 이상된 곳이 대부분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기성복도 팔지만 맞춤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데 질 좋은 양가죽으로 만든 가죽점퍼는 청소년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구매층도 다양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대부분 상품이 20~30% 저렴하다. <삼봉 정도전 사당> 평택에는 민본사상을 바탕으로 새 왕조 조선을 설계한 삼봉 정도전 사당이 있다. 시신을 찾지 못해 무덤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정도전의 후손들이 사당을 지어 매년 봄·가을에 제향을 올리고 있다. 진위면 은산리에 있는 정도전 사당은 향토 유적 2호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32호인 삼봉집목판과 경제육전, 심리기편 등이 보관돼 있다. 삼봉 사당은 1872년 죽산부사 이헌경의 노력으로 안성시 양성현 산하리에 건립됐다가 1912년 은산리 기동으로 한차례 이전한 뒤 1930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현재 건물은 1970년에 새로 건립했다. 삼봉 정도전 사당 인근에는 조선 초기에 창건된 교육기관인 진위향교 대성전이 있다. 이곳은 진위천이 내려다보이는 무봉산 기슭에 있어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먹거리 <꽃게> 평택항이 지금의 국제무역항으로 변모하기 전에는 유명한 꽃게잡이 포구였다. 평택 만호리의 꽃게로 담근 간장 게장 향수를 찾아 지금도 서울, 수원 등 도시의 미식가들이 평택을 찾는다. 20여년 전 만호리 포구를 중심으로 촘촘히 들어섰던 꽃게 집들은 거의 사라지고 평택시내와 항구 주변에 몇 집만 있을 뿐이다. 만호리 꽃게의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한국전력 평택지점 옆에 있는 석일식당이다. 35년 역사를 가진 이곳 게장은 속이 꽉 찬 것으로 유명하다. 남부지방의 게장에 비해 짜지 않고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커다란 대접에 나오는 쌀밥에는 콩과 현미 등을 섞어 게장의 고소한 맛을 배가시켰다. 주인인 석순자(67·여)씨가 제일 싱싱한 꽃게를 직접 고른다. 석씨는 평택 만호리에서 어릴 적부터 어업에 종사해서 한눈에 제일 신선도가 좋은 꽃게를 고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꽃게를 비롯한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100% 국산만을 고집한다. 간장게장은 주인만의 비법이 담긴 육수와 간장을 비율에 맞춰 함께 끓인다. 석씨는 “너무 오래 끓이면 게장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너무 짧은 시간 끓이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을 꼭 맞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햄버거> 미군기지가 있는 탓(?)에 햄버거와 부대찌개 집도 성업 중이다. 오산 미군 공군기지가 있는 신장동에서 으뜸 먹거리는 단연 햄버거다. 이곳에는 ‘미스 김 햄버거’, ‘미스 에스 햄버거’ 등 햄버거를 파는 집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진짜 원조는 ‘미스리 햄버거’다. 30년 전통의 미스리 햄버거의 맛은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미군의 입소문을 통해 미국 본토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두툼하게 다진 소고기에 양상추, 오이, 양파를 적당히 넣은 햄버거는 맛도 있고 가격도 싸다. 또한 미스리 햄버거는 일반 햄버거와 스페셜햄버거 메뉴판이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스페셜햄버거는 일반 햄버거보다 2.5배 정도 커 구미를 당기게 한다. <부대찌개> 부대찌개집 ‘최내집’은 수도권에서도 유명한 맛집이다. 40년째 송탄출장소 앞에 자리한 최내집은 언제나 부대찌개 원조 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시원한 육수에 진한 고춧가루와 소시지, 다진 고기, 치즈와 각종 아채, 양념을 넉넉하게 넣고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국물맛을 선보이고 있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햄과 소시지는 많이 넣어도 국물에 기름기가 나오지 않아 부대찌개의 맛을 한층 더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또 다른 별미는 사이드 메뉴로 자리한 티본스테이크와 삼겹살로, 부대찌개만큼이나 사랑을 받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물 마시려던 표범, 개코원숭이 등장에 줄행랑…어쨌길래?

    물 마시려던 표범, 개코원숭이 등장에 줄행랑…어쨌길래?

    개코원숭이들의 위협에 줄행랑치는 표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지난달 28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잠비아 루앙와 국립공원에서 쵤영된 ‘표범을 공격하는 개코원숭이’ 영상이 게재됐다. 이 영상에는 개코원숭이 구역에 잘못 들어갔다가 식겁한 표범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래 개코원숭이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도 대적할 정도로 사나운 성격으로 유명하다. 영상을 보면 표범 한 마리가 목을 축이기 위해 물가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어찌 심상치 않아 보인다. 떼로 모여든 개코원숭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구역에 침범한 표범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 한 분위기 속에서도 표범은 꿋꿋하게 물가로 향한다. 그러나 ‘맹수답던 표범’의 모습도 잠시. 개코원숭이들의 기세에 눌러 순식간에 줄행랑을 치는 반전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먼지 나게 도망치는 표범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 영상은 말로만 듣던 개코원숭이의 고약한 성질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가는 맹수의 모습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영상=유튜브, Afrikadz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기고] 新기후체제로의 길 연 리마 총회/윤성규 환경부장관

    [기고] 新기후체제로의 길 연 리마 총회/윤성규 환경부장관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제20차 기후변화총회는 폐막일을 2일이나 넘긴 지난 14일 일요일 오전 2시 “반대가 없다면, 이 합의문을 기후행동을 위한 리마 선언이라 부릅시다”라는 총회 의장의 결어로 힘겨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제사회가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등 신기후체제의 골간을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지구상 열대빙하의 70%가 몰려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한 몸에 받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회의 개최를 한 달여 앞두고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베이징에서 온실가스 감축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내년 말 파리 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한 신기후체제의 윤곽이 뚜렷하게 잡힐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총회가 시작됐다. 그러나 선진·개발도상국 그룹 간 열띤 토론과 반론을 주고받으면서 난항이 이어졌다. 그중 지구온난화 유발 책임과 감축의무 부담 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폐막 예정일에도 일부 개도국들이 ‘잘못된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차라리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버티는 등 협상 시계가 제로에 가까웠다. 돌파구는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 냈다.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기존 원칙에 ‘각국 상황을 고려하여’라는 문안을 추가하기로 합의해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한 교토체제의 틀을 바꾸어 개도국도 감축 대상화하는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최종 합의에 다다를 수 있었다. 리마 총회에서 그려진 신기후체제의 윤곽 중 중요한 결정을 살펴본다. 선진·개도국을 불문하고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공약(INDC)을 제출토록 했고, 신기후체제 주요 항목 문서를 채택해 내년 2월부터 진행될 문안 협상의 기반도 마련했다.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의 초기 재원 목표 100억 달러도 초과 달성했다. 국제사회는 지난 9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한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도국인 우리나라가 1억 달러를 공여하겠다고 천명한 것이 초기 재원 조성의 기폭제가 됐다며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는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일정 수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자발적 기여 형태로 지게 된다. 주요20개국(G20)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수출의존형 경제 체제를 가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국인 우리나라가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 체질의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에 온실가스 다배출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에게 2020년까지의 시간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바로 신기후체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총회 기간 중 ‘CAN 인터내셔널’이라는 시민단체는 매일 기후변화 대응을 저해하는 국가를 선정해 ‘오늘의 화석상’을 수여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 등이 선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기후변화라는 파고를 헤쳐 가야 하는 지구촌 방주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우리나라도 주어진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새삼 느끼게 됐다.
  • [영화 多樂房] 맵 투 더 스타

    [영화 多樂房] 맵 투 더 스타

    25일 개봉한 ‘맵 투 더 스타’는 ‘스파이더’(2002), ‘폭력의 역사’(2005), ‘이스턴 프라미스’(2007) 등을 통해 날카로운 시선과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보여주었던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감독의 신작이다. 스타의 사생활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자주 다루어져 왔지만, ‘맵 투 더 스타’는 보다 집요하게 그들의 정서적 불안을 파고든다. 광기를 배태한 등장인물들의 불안은 ‘배우’보다 ‘스타’로서의 정체성에 집착하는 흐려진 시야와 그들 각자의 어두운 가족사로부터 비롯된다. 스타가 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기 때문일까. 크로넌버그 감독은 어떤 치료도, 상담도, 명상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들의 복잡하고 날 선 심리를 낱낱이 해부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스타라는 존재의 본질과 실체를 찾아가도록 그려놓은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관객들은 스타의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의문의 소녀 ‘애거서’가 LA에 도착해 렌터카 운전기사이자 배우 지망생인 ‘제롬’과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애거서가 한물간 여배우 ‘하바나’와 아역 스타인 ‘벤지’의 중간에서 양쪽 모두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하바나는 역시 아름답고 재능 있는 배우였던 자신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연기했던 배역을 맡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하바나는 그것이야말로 죽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애증, 열등감 등을 넘어서는 최선책이라 믿지만, 캐스팅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어린 나이에 시작된 벤지의 연예계 생활은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그를 너무 빨리 추잡한 어른들의 세계로 보내놓는다. 약물 중독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벤지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중년 여성인 하바나와 소년 벤지는 모두 ‘스타’의 언저리에서 환각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들의 정신적 고통은 각각 경련과 구토라는 물리적 증세로 표면화된다. 여기에 애거서를 포함한 세 인물들 사이는 여러 공통점들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어린 시절 화상을 입어 흉터가 남아 있는 애거서는 화재 사고로 죽은 하바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고, 애거서가 본 아이들의 환각은 현재 벤지의 환각과 퍼즐처럼 짜맞춰진다. 그 가장 밑바닥에 근친에 대한 상처와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곧바로 신화적 모티브와 맞물린다. 하바나와 벤지가 동성 부모에게 느끼는 묘한 적대감, 불과 물의 대비되는 이미지 등은 이를 견고하게 뒷받침해 준다. 극중 애거서가 소개한 자신의 시나리오처럼, 감독은 ‘고대 신화 같지만 가식적이지는 않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긴장감과 논리를 잃지 않던 영화는 결말부에서 파국으로 치달으며 신화의 비극성을 미학적으로 드러낸다.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가족의 비극과 치부가 작금의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지기에 더욱 진중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2014 결산]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셀카 사진’ 모아보니

    [2014 결산]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셀카 사진’ 모아보니

    올 한해는 그야말로 ‘셀피’ 전성시대였다. 셀프 카메라 사진을 일컫는 단어인 ‘셀피’는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인들의 일상이 됐다. 이 중에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운 사진도 포함돼 있는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가장 멍청한 셀카 사진’을 선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한 사진은 활활 불타고 있는 화재 현장 앞에서 소방관 한 명이 선글라스를 끼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뒤로는 이미 다른 소방관들이 진화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는 이 순간을 기념이라도 하듯 카메라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 비난을 샀다. 여성들의 셀카 욕심도 화를 불러일으켰다. 한 소녀는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배경으로 웃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이 대량 학살된 장소여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베를린의 유대인학살추모공원에서 젊은 여성 2명이 익살스러운 포즈로 찍은 사진 역시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한 여성 간호사는 수술이나 응급처치 시 사용하는 장갑을 낀 채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여성의 뒤로는 의사와 또 다른 간호사들이 한 환자에게 시술을 하는 모습이 보여 더욱 충격을 준다. 한 남성은 비행기가 추락할지도 모르는 긴급한 상황에도 셀카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찔한 순간에도 약간의 미소를 더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남겼다. 물에 빠진 한 남성은 그저 현재 상황을 즐기듯 셀카에 열중했지만, 그의 뒤로는 어린 소년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 펼쳐져 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그저 재미만 추구한 ‘어리석은 셀카’가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자신의 뒤를 바짝 쫓는 거대한 토네이도 앞에서의 위험한 셀카를 찍은 남성과, 절벽에 매달린 채 구조를 요청하다 구조요원이 다가오니 “사진부터 찍어달라” 했던 어이없는 중국 청년까지, 예의도 없고 안전의식도 없는 셀카가 올 한해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쪼이는 국제 압박… 北, 친서로 돌파구

    쪼이는 국제 압박… 北, 친서로 돌파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이들 모두를 평양으로 초청한 것은 남북 관계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 여사에게 보낸 친서에서 “다음해 좋은 계절에 여사께서 꼭 평양을 방문해 휴식도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되시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밝혔다. 또 현 회장에게는 “회장 선생이 평양을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의 친서 형식을 통해 유화 공세를 펴는 것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을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풀어 가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미 관계는 ‘소니 해킹’ 사건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북·중 관계 역시 삐걱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립을 면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자 친서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친서에는 “선대 수뇌분들의 통일 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표현도 있다. 다분히 과거를 의식한 표현이다. 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가져온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가 김대중평화센터 측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을 남북 관계 개선의 대통로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 비서는 금강산 관광과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맞아 이 여사와 현 회장이 조화를 보낸 데 대한 감사 표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한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측이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제1위원장의 친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친서는 그야말로 인사를 전한 것 이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부 차원의 대화는 외면한 채 민간을 상대로 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다만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지만 김 비서의 발언이 정확하게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도 국제사회의 고립과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활용해 남북 간 대화 제의와 대북 제재 해제 촉구를 통한 위기 탈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서울광장] 헌재의 통진당 해산, 후폭풍을 우려한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헌재의 통진당 해산, 후폭풍을 우려한다/문소영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소속 국회의원직 박탈”을 발표한 12월 19일 오전 10시 30분 TV 생방송 중인 법정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지만 담담했다. 헌재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위헌 결정할 때 조선시대 이래 서울이 수도라서 ‘관습헌법’에 어긋난다는 기막힌 논리를 개발해 냈던 기관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한국의 법체계는 불문법(관습법)이 아니라 성문법에 기초한 나라인데 말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로 1988년 헌법재판소가 최초 설립됐으니 “그래도 헌재가…”라고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모양인지라 일부는 해산 결정이 나오자 “헌재가 존속살인을 했다”거나 “개헌해 헌재를 폐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을 했다.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던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 중 하나가 헌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런 반응을 한 것이다. 헌재가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의 해악”을 청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통진당 해산’을 결정함에 따라 ‘당신 종북이야’ 하면 누구나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에도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이 있었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사실 그 우려는 하늘이 무너지면 어찌할까와 같은 기우가 아니다. 헌재의 결정이 나자마자 고영주 변호사 등은 통진당 당원 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했다. 고영주 변호사의 이력이 특이한데, 그는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1981년 부산 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부림사건은 33년 만인 지난 9월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고 변호사는 어떤 사과나 반성도 없이 “좌경화된 사법부가 자기 부정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니 검찰이 통진당원 3만여명에 대해 국보법을 적용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 헌정 사상 초유라는 정당 해산은 필연적으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1956년 공산당 해산을 결정한 뒤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독일은 공산당원 12만 5000명에 대한 공안수사를 했다.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 이후 사람들이 헌재를 비판하는 발언의 양식은 이러하다. “나는 통진당을 지지하지 않지만…”이라는 단서를 반드시 앞에 붙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상이나 이념적 색채를 공중 앞에 명확히 하려는 욕구를 왜 갑작스럽게 갖게 된 것일까.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종북 사냥’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의식·무의식적 발로가 아닐까 싶다. 이런 현상이야말로 헌재의 결정이 오히려 헌법 정신을 왜곡·굴절시켰다는 증거가 아닐까. 헌재재판관 8대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정당 해산이 결정났지만, 소수 의견을 낸 김이수 헌재재판관의 주장에 관심이 더 쏠린다. 김 재판관은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통진당 해산의 원인인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선동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그런데 헌재가 먼저 ‘통진당은 종북 집단’이란 낙인을 찍은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일각에서 12월 19일 헌재 결정이 당선 2주년 축하 선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BBC 등 외신에서 “박근혜 정부가 정치인을 종북으로 몰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에서 ‘헌재 해산 결정문’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베니스위원회는 정당 해산의 근거를 폭력의 행사 등으로 엄격하게 하고, 당원 개별 행위를 정당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등의 규정을 1999년 발표했다. 검찰의 산케이 기자 기소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외신의 비판을 받았다. 이제 헌재 결정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까 걱정된다. symun@seoul.co.kr
  • ‘北 인권’ 손에 쥔 안보리… 김정은 지속 압박

    ‘北 인권’ 손에 쥔 안보리… 김정은 지속 압박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유엔총회 결의안 채택→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제 채택.’ 지난 11개월 동안 유엔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다름 아닌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었다.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소속 전문가들이 북한의 충격적인 인권 유린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유엔 무대에서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 처벌을 권고한 COI 보고서는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 쏠렸다. 안보리에서 거론될 수 있는 가능성은 법적 구속력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0월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제3위원회가 예년대로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회람했고,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 권고 등이 처음 담겼다. 북한은 COI 보고서가 나온 뒤 자국 인권 상황이 논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뛰었지만 결국 22일(현지시간) 안보리에서 의제로 채택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공식 의제로 채택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안보리 의제로 채택되면 3년 정도 유효하게 논의될 수 있어 앞으로 3년 간 상황에 따라 이사국이 제안하면 회의가 열려 브리핑과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오준 유엔 한국대사와 서맨사 파워 미국 대사 등 다수의 이사국 대사들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북한 인권 유린을 끝내기 위해 안보리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반대표를 던진 중국과 러시아 측은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소식통은 “안보리 의제로 채택돼 논의가 지속되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향후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 소집은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회의에선 미국과 호주, 한국 등 여러 이사국이 소니의 해킹 피해를 언급했다. 파워 미국 대사는 “북한 정권이 자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미국의 근본적인 자유를 진압하려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물 좀 마시려 했을 뿐인데’ 개코원숭이 무리에 쫓겨 달아난 표범

    ‘물 좀 마시려 했을 뿐인데’ 개코원숭이 무리에 쫓겨 달아난 표범

    개코원숭이들의 위협에 줄행랑치는 표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지난달 28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잠비아 루앙와 국립공원에서 쵤영된 ‘표범을 공격하는 개코원숭이’ 영상이 게재됐다. 이 영상에는 개코원숭이 구역에 잘못 들어갔다가 식겁한 표범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래 개코원숭이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도 대적할 정도로 사나운 성격으로 유명하다. 영상을 보면 표범 한 마리가 목을 축이기 위해 물가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어찌 심상치 않아 보인다. 떼로 모여든 개코원숭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구역에 침범한 표범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 한 분위기 속에서도 표범은 꿋꿋하게 물가로 향한다. 그러나 ‘맹수답던 표범’의 모습도 잠시. 개코원숭이들의 기세에 눌러 순식간에 줄행랑을 치는 반전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먼지 나게 도망치는 표범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 영상은 말로만 듣던 개코원숭이의 고약한 성질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가는 맹수의 모습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영상=유튜브, Afrikadz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세계의 창] “종교는 정치 참여 말라” vs “신정일치 국가 건설” 세력다툼

    [세계의 창] “종교는 정치 참여 말라” vs “신정일치 국가 건설” 세력다툼

    #1 지난 8월 미국의 맹방을 자처하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공군이 리비아를 기습 폭격해 미국을 당황케 했다. 이들은 왜 미국 몰래 공습을 감행했을까? #2 ‘아랍의 봄’ 투사였던 이집트 청년 아흐메드 알다라위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대원으로 활동하다 전사한 사실이 지난 3일 전해졌다. 경찰 출신으로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헌신했던 그가 왜 세계 ‘공공의 적’인 IS의 대원이 됐을까? #3 터키의 판검사들은 왜 국민이 장기집권을 허락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고 할까? 위 세 가지 질문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발단의 단초는 하나다. 바로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충돌’. 얽히고설킨 중동 정세를 이 키워드를 통해 바라보면 분쟁의 원인과 실체가 드러날 때가 많다. 먼저 이집트와 UAE의 리비아 공습부터 살펴보자.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리비아에서는 이슬람주의 민병대와 세속주의 민병대가 일진일퇴의 내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은 이슬람 민병대가 의사당과 정부 청사를 점령한 때다. 세속주의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집트와 세속주의 왕정이 통치를 하고 있는 UAE로서는 자신들의 턱밑에 이슬람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 미국은 왜 놀랐을까? 이집트와 UAE가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면 이슬람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이웃 카타르와 터키도 개입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중동전문가 미셸 둔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가자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게 리비아에서 4개국이 전투를 벌이는 상황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다”고 분석했다. 피아 구분이 불분명해진 시리아 내전도 근원은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충돌이다. 처음에는 세속주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항해 모든 이슬람 세력이 함께 대항했다.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이슬람 무장단체 내부에서 종파 분쟁이 터졌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는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이후 IS로 진화)가 다른 반군들을 제압해 가며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의 ‘괴물’이 됐다. IS의 단기 목표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세속주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장기 목표는 미국을 침몰시키는 것이다. 이집트 청년 알다라위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전쟁의 희생양이다. 촉망받는 경찰이었던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항쟁의 최전선에 섰다. 그러나 ‘아랍의 봄’이 가져다준 해방 공간에선 이슬람주의 시위대와 세속주의 시위대가 충돌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를 급속도로 이슬람화시켰다. 이에 반발한 압둘 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쿠데타를 일으켰고, 무바라크보다 더 강압적인 철권통치에 나섰다. 알다라위의 삶을 추적한 파이낸셜타임스는 “알다라위는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시위대가 분열되는 것을 보고 절망했으며, 다시 군부가 집권하는 것을 보고 극단적 이슬람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시민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시리아, 리비아, 예멘, 알제리 등에서도 알다라위와 같은 선택을 하는 청년들이 줄을 잇고 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 뉴스의 단골손님이다. 최근 그는 “무슬림 뱃사람들이 콜럼버스보다 314년 빠른 1178년에 아메리카 대륙에 당도했다”고 주장해 때아닌 역사 논쟁을 일으켰다. 여성학자들의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과 평등할 수 없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터키 공교육의 이슬람화도 추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원하고, 시리아에서는 무슬림형제단 반군을 지원하며, 이집트 군사정권과 각을 세우는 원인은 그의 판단 기준이 이슬람주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주의자 에르도안에게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는 이들은 터키의 검사와 판사들이다. 삼권분립과 신정분리에 의해 통치되길 바라는 사법부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터키는 1923년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헌법에 세속주의 통치를 못 박은 나라다. 이 때문에 판검사들이 나서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아들 및 측근의 비리를 캐고 있다. 가디언은 “터키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향방을 정하는 시금석”이라고 평가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용어 클릭] ■이슬람주의 이슬람의 이념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하려는 이데올로기이다. 종교지도자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통치하는 신정일치 국가 건설을 추구한다. ■세속주의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 종교의 정치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중동에서는 주로 왕족과 군부가 독재 통치로 세속주의 정치를 유지해 왔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32)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32)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우리는 어떤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인가? 거의 대부분이 매일 속옷을 갈아입고 유통기한을 지켜 음식을 먹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며 추위나 더위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지 않고 살아간다. 이런 사실만으로 문명화됐다고 자부하기까지 한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면 외에도 신의 영역이라 경외했던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푸는 열쇠를 쥔 듯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명화 과정을 그저 자랑스럽게 여겨서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잣대로 쓰는 태도가 옳은 것일까? 또한 그 사실에 익숙해져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이런 의문이 생긴다면 푸코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한다. 미셸 푸코(1926~1984)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그의 사상은 철학과 역사, 문학 이론, 사회과학, 심리학, 심지어 의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철학이 당연하게 여겨 왔던 이성과 계몽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또 그동안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권력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현대사상에서 푸코의 자리는 매우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서의 마무리에서 “나는 여기서 책을 중단하겠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규격화의 권력과 지식의 형성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의 역사적 배경이 될 것”이라고 주석을 달아 자신의 책이 권력의 정체를 폭로하고 거대한 권력 구조를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이 되기를 원했다. 이 책은 근대정신과 새로운 재판 권력과의 상관적인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쓰였다. 권력이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처벌하고 감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기술했다. 감옥, 죄수복, 쇠사슬, 처형장 등의 물리적인 형태뿐 아니라 범죄, 형벌, 재판 등의 추상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감옥과 감시의 체계를 통해 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고찰했다. 중세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매우 단순하게 살았다. 길거리에서 오줌똥을 싸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했고 걸핏하면 쌈질을 벌였다. 중세인들은 친구 아니면 적, 좋은 것이 아니면 나쁜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이런 생각이 르네상스를 거치며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은 상스럽고 수치스러워서 하면 안 되는 일들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매너를 가르치는 예법서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예법서는 대부분의 일상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자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탁에서는 어떤 포크를 먼저 써야 하는지, 밥 먹으면서 코를 후비면 안 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가르침은 궁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져 싸움터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유일한 미덕으로 여기던 중세 기사들도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권력투쟁은 전장에서가 아니라 궁정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궁정에서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밀려나게 되었다. 이처럼 달라진 권력투쟁의 모습이 사람들의 행동과 심성까지 바꿨다. 산업혁명 이후 막강한 경제력으로 궁정에서 한 자리 끼고자 하는 부르주아들까지 스스로 궁정 매너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궁정 예법은 문명이라 불리며 학교를 통해 사회 전 계층으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계층과 상관없이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요인이 예법서의 가르침 같은 외부적인 것에서 내면의 통제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문명이라는 이름의 예절이 궁정에서 여러 계층으로 퍼져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거기에 권력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은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어떤 일을 시킬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나타난다. 권력은 개인이나 집단, 제도, 국가 등 다양한 세력 관계에서 발생하고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결코 공평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권력은 삶의 유형을 규정하고 특정한 신체, 몸짓, 행동을 사람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으로 만들어 낸다. 푸코는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며 지식을 생산하는 권력, 더 나아가 인간 자체를 만들어 내는 현대사회의 권력을 ‘규율 권력’이라고 불렀다. 규율은 보통 학교, 공장, 감옥, 수도원, 군대 조직 등을 통해 확산되는데, 푸코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규율 권력은 절대왕정 시대의 권력처럼 단순히 개인을 억압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사회에 유용한 자원으로 빚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절대왕정 시대 왕의 권력은 어마어마해서 이 권력에 저항하는 자는 체포돼 처형당했다. 그냥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 사지를 찢고 달구고 불태웠다. 이런 과정은 그 당시 인간이 상상할 수 있었던 잔인함의 최고였으며 그 방법이 새로웠던 까닭에 기술이 미숙해 죄수의 고통을 극대화시켰다. 죄수는 자신의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왕은 이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이 왕에게 저항했다가는 그 지경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이와 같은 야만적인 권력은 사라지고 설령 연쇄살인범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받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가 이러한 변화를 사회의 진보라 여겼지만 푸코는 다르게 봤다. 현대사회의 권력은 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개인이 자발적으로 권력의 기준을 자신의 고유한 기준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처형장 높은 곳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공포를 즐기던 왕처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규율은 우리 내면에 스며들어 누군가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스스로 지키게 한다. 푸코는 규율 권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장치의 예로 ‘패놉티콘’을 들었다. 패놉티콘은 공리주의자로 알려진 제러미 벤담이 공리주의와 초기 자본주의 이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제안한 사회 모델이다. 패놉티콘은 중앙에 감시탑이 있고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감방이 빙 둘러 배치된 형태의 원형 감옥이다. 간수는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들은 간수를 볼 수 없는 시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간수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죄수는 이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늘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감옥이 정한 규율에 따른다. 벤담은 이 모델이 한 사람이 다수를 감독하는 일을 맡게 될 모든 시설로 확대되길 바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패놉티콘은 이후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푸코는 패놉티콘이 처벌보다는 인간 정신을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이를 ‘인간 정신사의 일대 사건’, ‘정치 질서의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불렀다. 더불어 정상적이고 온순하며 능력 있는 즉, 권력이 다루기 쉬운 개인을 생산하는 데 목표를 둔 권력의 속성을 파악해 냈다. 18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 생명, 언어 같은 표상으로 환원되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것들이 객관적 실체로 간주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존재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인류의 비교적 최근 발명품인 셈이다. 그랬던 인간이 마치 역사의 처음부터 스스로가 주인이었던 것처럼 여기고 권력을 향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힘을 갖길 바라며 규율이 습관처럼 돼 스스로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한다. 이 방식이야말로 권력이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이런 우리들에게 푸코는 개인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축으로 하는 사회 운영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고 저항하라고 말한다.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화학물질로 만드는 껌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화학물질로 만드는 껌

    ‘아질산나트륨, 소르빈산칼륨,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내 가족에게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 가공식품 포장지의 원재료명을 몇 번씩 읽어봐도 도대체 어떻게 쓰이는 식품첨가물인지 알 수가 없다. 식품 전공자가 아니면 읽는 것조차 힘든 알쏭달쏭한 표기 앞에 소비자는 무력해진다. 아무리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지만, 모르고 먹는 것과 알고 먹는 것은 분명 다르다. 사탕, 과자, 껌, 아이스크림, 햄 등 모양도 좋고 맛도 좋은 가공식품에 숨겨진 식품첨가물의 비밀을 풀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점심 먹고 껌, 간식 먹고 껌, 저녁 먹고 껌’ 최근 담배를 끊은 A씨는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껌을 씹는다. 사탕처럼 달콤하지만 살이 찌지 않아 심심한 입을 달래기에는 제격이다. 여기에 초조함까지 없애주니 금상첨화다. 가격도 내년 4500원으로 오를 담배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이다. 그런데 이 껌, 이렇게 많이 씹어도 괜찮을 걸까. ‘정제당 70%, 첨가물 30%.’ 16년간 국내 유명 과자회사에서 근무했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 안병수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소장은 껌의 정체를 이렇게 두 마디로 표현한다. 껌을 씹는 것은 곧 이 두 종류의 혐오물질을 씹는 것이란 얘기다. 껌은 주재료인 껌베이스에 각종 감미료와 착향료를 섞어 만든다. 1860년대 처음 껌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사포딜라나무의 수액인 천연 치클을 껌베이스로 활용했으나 가격이 비싸 지금은 몇 개 제품에만 쓰이고 있다. 보통 우리가 씹는 껌은 아세틸렌과 초산을 융합한 초산비닐수지로 만든다. 껌 외에도 접착제, 도료 등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이다. 말만 들어도 뭔가 굉장히 해로운 물질일 것 같지만 초산비닐수지 자체는 독성이 없고 몸에 해가 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화학적 변형을 거치는 과정에서 초산비닐수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초산비닐에 있다. 안병수 소장은 “초산비닐수지 합성 과정에서 초산비닐분자가 분리돼 나올 가능성도 있는데, 초산비닐은 독성물질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국대 백형희 식품공학과 교수는 “초산비닐수지는 식품첨가물에 엄격한 유럽에서도 쓰는 물질로 해마다 안전성 재평가를 하며, 만약 문제가 됐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당연히 사용을 금지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산비닐수지만으로는 점성과 탄력성 있는 껌베이스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적당한 탄력성이 생기도록 가소제(아세틸리놀레산메틸)와 기초제의 피막을 강화하는 에스테르검, 껌이 침에 녹아 너무 물컹거리지 않도록 폴리부텐, 폴리이소부틸렌 등을 첨가한다. 모두 화학물질이다. 껌의 단맛은 합성감미료로 낸다. 천연감미료인 자일리톨이 들어간 껌도 원재료명을 잘 살피면 깨알 같은 글씨로 아세설팜칼륨이나 수크랄로스가 함유돼 있다고 표시돼 있다. 설탕보다 무려 200~600배 단맛을 내는 인공합성감미료다. 이들 합성감미료는 소화·분해되지 않는다. 그 결과 에너지도 되지 않아 ‘제로(Zero)칼로리’다. 단맛이 빠르게 발현되고 단맛 지속시간이 설탕과 비슷한 데다 칼로리가 없어 저칼로리 식품에 많이 쓰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당뇨병 등의 위험을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에란 엘리나브 박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생쥐에게 11주간 사카린·수크랄로스·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를 넣은 물을 먹인 결과 물만 먹이거나 설탕물을 먹인 다른 쥐보다 혈당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분포를 변화시켜 포도당 흡수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크랄로스가 5% 들어간 먹이를 쥐에게 4주 동안 먹였더니 비장과 가슴샘의 림프조직에서 위축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크랄로스를 섭취했을 때 면역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세설팜칼륨 0.3%가 들어간 먹이를 개에게 2년간 먹인 실험에서도 림프구 감소가 확인됐고, 3%가 들어간 먹이를 2년간 먹인 실험에서는 간 효소 수치(GPT)가 증가했다. 그렇다고 인공감미료를 무조건 독성물질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식품첨가물 하루 섭취 허용량은 사람보다 몸집이 작은 동물에게 먹였을 때 안전한 양의 100분의1로 정한다. 식품첨가물 사용기준은 이보다도 적다. 평균 체중 38㎏의 10세 어린이가 이런 인공감미료를 하루 허용량만큼 섭취하려면 아세설팜칼륨의 경우 껌 34통(25g)을 하루 만에 다 씹고, 수크랄로스는 하루에 음료 13병(1병 290㎖)을 마셔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와타나베 유지는 저서 ‘먹으면 안 되는 10대 식품첨가물’에서 “자연계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화학합성물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분해되지 않고 이물질이 되어 몸속을 떠돌다 간이나 신장에 손상을 입히거나 면역력을 저하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콤달콤 과일 맛이나 시원한 박하향을 느끼게 하는 합성착향료도 껌에 들어가는 주성분이다. 안 소장은 “껌에 사용하는 향료의 양은 보통 1%이고, 이는 다른 식품의 10배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껌을 씹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많이 씹어도 섭취하는 향료는 물 한 방울만큼도 안 되지만 당연히 몸에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껌은 씹고 버리는 식품이란 인식이 강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껌에는 이 밖에도 계면활성제의 일종인 유화제, 표면 마감제인 피막제가 들어간다. 각각의 첨가물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렇게 식품에 든 여러 첨가물을 한꺼번에 먹었을 때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은 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만을 인정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껌을 삼켜 체내에 들어갈 경우도 모두 고려해 첨가물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나무 지키려... ‘새집’ 지어 사는 男 화제

    나무 지키려... ‘새집’ 지어 사는 男 화제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기이한 ‘새집’이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나뭇가지에 의지해 계단을 올라가니, 아늑하고 신비로운 공간이 등장합니다. 중국 광둥성 순더구의 한 숲에 있는 이 ‘새집’에는 진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구웨즈(古月子)라는 이름의 예술가입니다. 올해 63세의 구씨는 3년 전 이 ‘새집’을 지어 이사를 왔습니다. 후베이성 출신인 그는 본래 중학교 교사였는데, 후에는 정부 산하의 산림청에서 일을 했습니다. 90년대에는 조각가로도 활동해 우한대학교 정원예술과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경력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나무뿌리로 만드는 조각품에 조예가 깊었는데, 다년간의 재주를 살려 이 ‘새집’을 디자인했습니다. 주위에는 큰 나무와 강줄기가 있어, 마치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집입니다. 그가 이 나무에 집을 짓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오랫동안 일했던 산림청에서 오래된 나무를 베어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무가 아깝다는 생각에 보존할 방법을 찾던 도중, 이 위에 집을 지어 독특한 예술품으로 탈바꿈해보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가 이 집을 짓는데 걸린 시간은 1년, 건축비용은 불과 10만 위안(약 1800만원)이 들었습니다. 나무 위 작은 집에는 총 2개의 방이 있는데, 한 곳은 거실로, 한 곳은 침실로 사용합니다. 대부분 목조를 자재로 만들었고, 스타일리쉬한 타일로 마감한 욕실과 아기자기한 주방도 눈에 띕니다. 집 전체는 황토빛을 띠는데, 나무의 색깔과 어울릴 수 있도록 황색 조명을 배치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합니다. 지상에서 3m 높이에 있는 이 집에서는 우거진 나무숲과 고요히 흐르는 강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기에 충분한 집입니다. 고요한 숲에서 한적한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은 복작거리는 도심에서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불완전한 법체계서 ‘양심’ 좁게 해석한 것은 문제… 양심의 진지성 판단해 대체복무 인정 여부 논의해야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불완전한 법체계서 ‘양심’ 좁게 해석한 것은 문제… 양심의 진지성 판단해 대체복무 인정 여부 논의해야

    사람은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마음이 양심이다. 헌법 제19조는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양심은 삶의 기둥이 된다. “삼군이 호위하는 장수라도 그를 잡을 수 있지만, 필부라도 그 가슴 속의 지조는 빼앗지 못한다.”(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논어 자한 편) 자기가 믿는 종교, 윤리나 가치관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경우를 흔히 ‘양심적 병역거부’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은 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지만 불교도나 종교가 없는 경우도 있다. 군대가 가진 폭력성 때문에 입대를 거부하고 프랑스로 망명한 경우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상 입영통지를 받고도 양심상의 이유로 입영 또는 소집에 응하지 않은 이들을 ‘정당한 사유’를 가진 것으로 보지 않고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해당 판례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가 보호하는 양심을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봤다. 양심에 대한 해석을 매우 좁게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아울러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양심’에 관한 문제라면 이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에 대한 심사는 그에 상응하여 매우 엄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택한 심사의 기준과 정도는 그 중요성에 상응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관점은 양심을 정의한 것과 모순된다. 둘째,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국가·안보 등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입장이다. 양심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옳은 것에 대한 관념도 그 사람의 경험이나 가치관, 윤리와 종교 등에 따라 달리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심은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때로는 양심은 현행법과 충돌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판례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법률을 심사하기보다는 법률체계에서 인정한 가치와 틀 안에서만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셋째, 이미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가 실시되고 있음을 도외시한 채 대체복무의 도입 가능성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근거의 제시 없이 병력자원의 손실이나 안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소설에 가깝다. 이 사건에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지 여부가 아니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대체복무제에 관련하여 양심상의 이유로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자를 추가적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신체조건이 복무에 부적합한 이들에게 병역면제 또는 대체복무 처분을 하고, 산업기능요원 또는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이들도 많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신적 사유로 인해 군복무가 부적합한 이들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양심상의 이유로 도저히 병역의무 이행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할지 여부는 일반적인 국방의 의무에 관한 법률형성권에 관한 논의나 입법재량의 문제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넷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병역거부를 위해 특정 종교로 개종하려는 이들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인간의 윤리나 신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본다. 이미 많은 국가가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 면제 또는 대체복무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되기 위하여 다양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상세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 양심의 진지성을 판단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또한 군 복무의 여건을 개선하는 게 수반된다면 굳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거짓된 방법을 이용해 병역을 거부하려 시도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해당 판례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 권성 재판관이 쓴 합헌의견에 대한 별개의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항간의 사려 깊지 않은 인식과 편견 또는 적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권성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의심스럽다’, ‘군 복무를 하는 이들이 양심이 없거나 전쟁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병역거부를 결정하기까지 겪은 고민과 이후 겪어야 할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측은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이들만 양심이 있고 군 복무를 하는 사람이 양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법체계 자체는 불완전한 것이다. 항구불변의 것도 아니다. 다수가 가진 이해관계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이 인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가진 사면제도도 법체계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고 법제도가 취한 가치체계와 다른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다양성과 공존을 위한 관용이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이고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 헌법이 전제하는 인간관이다. 사람마다 다른 양심을 다수가 만든 틀 안에 가둬 둘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 송기춘 교수는 ▲서울대 법학 박사 ▲한국비교공법학회 학술이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장 ▲전북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위원장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공동대표 ▲한국공법학회장
  • 동화 속 세상…나무 위 ‘새집’서 사는 남자

    동화 속 세상…나무 위 ‘새집’서 사는 남자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기이한 ‘새집’이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나뭇가지에 의지해 계단을 올라가니, 아늑하고 신비로운 공간이 등장합니다. 중국 광둥성 순더구의 한 숲에 있는 이 ‘새집’에는 진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구웨즈(古月子)라는 이름의 예술가입니다. 올해 63세의 구씨는 3년 전 이 ‘새집’을 지어 이사를 왔습니다. 후베이성 출신인 그는 본래 중학교 교사였는데, 후에는 정부 산하의 산림청에서 일을 했습니다. 90년대에는 조각가로도 활동해 우한대학교 정원예술과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경력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나무뿌리로 만드는 조각품에 조예가 깊었는데, 다년간의 재주를 살려 이 ‘새집’을 디자인했습니다. 주위에는 큰 나무와 강줄기가 있어, 마치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집입니다. 그가 이 나무에 집을 짓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오랫동안 일했던 산림청에서 오래된 나무를 베어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무가 아깝다는 생각에 보존할 방법을 찾던 도중, 이 위에 집을 지어 독특한 예술품으로 탈바꿈해보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가 이 집을 짓는데 걸린 시간은 1년, 건축비용은 불과 10만 위안(약 1800만원)이 들었습니다. 나무 위 작은 집에는 총 2개의 방이 있는데, 한 곳은 거실로, 한 곳은 침실로 사용합니다. 대부분 목조를 자재로 만들었고, 스타일리쉬한 타일로 마감한 욕실과 아기자기한 주방도 눈에 띕니다. 집 전체는 황토빛을 띠는데, 나무의 색깔과 어울릴 수 있도록 황색 조명을 배치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합니다. 지상에서 3m 높이에 있는 이 집에서는 우거진 나무숲과 고요히 흐르는 강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기에 충분한 집입니다. 고요한 숲에서 한적한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은 복작거리는 도심에서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물, 역사의 가려진 목소리 들려주다

    유물, 역사의 가려진 목소리 들려주다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닐 맥그리거 지음/강미경 옮김/다산초당/744쪽/4만 8000원 파리의 루브르, 로마 바티칸시국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은 800만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100점을 선정해 200만년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여준다는 것은 그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무모한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신간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는 대영박물관 관장 닐 맥그리거가 국영방송 BBC 라디오4와 함께 시도한 전대미문의 라디오방송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2006년부터 4년 동안 전문 큐레이터 100명이 꼬박 매달린 이 프로젝트는 2010년 1월 18일부터 매주 5일씩 20주 동안 전 세계에 방송돼 1250만 청취자가 다운로드해 들을 만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유물을 라디오 방송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였지만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되 전 세계의 학자, 예술가, 정치가, 작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해당 유물을 중심으로 역사와 관습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충실하게 메운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박물관은 2010년 1년 동안 웹사이트를 통해 방송에 소개된 유물들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런던 내셔널갤러리 관장(1987~2002년)을 거쳐 2002년부터 대영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는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유물로 역사를 말하는 것이야말로 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250년이 넘도록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물을 수집해 온 대영박물관이 유물로 역사를 말하고자 할 때 출발점으로 삼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라고 서문을 시작한다. 책은 연대순으로 인류 문명의 주요한 흐름을 살피면서 최대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기록된 문서에만 의존하여 역사를 탐구할 때 필연적으로 문자 체계를 갖추지 못한 사회들을 그냥 지나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가능한 차별없이 다루되 실용성 못지않게 인간의 경험이라는 측면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한다는 원칙에 따른 결과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의 가려진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세계 이곳저곳 시대를 넘나들며 선정한 100대 유물에는 위대한 예술작품은 물론 일상에서 사용하던 평범한 물건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카리브 타이노족, 아프리카 베냉족, 잉카와 와스테카를 비롯한 남미의 여러 문명 등은 오로지 그들이 남긴 물건을 통해서만 과거의 업적을 전하는 것들이다. 유물을 통해 과거에서 보내 온 신호를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어느 정도 ‘시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유물이 지닌 쓸모와 그 사회적 맥락을 직업적으로 가장 생생하게 증언해줄 수 있는 우리 시대 전문가들의 증언을 채록하면서 당시의 모습을 되도록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2만년 전 아프리카의 한 계곡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를 전하는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견된 돌 찍개, 석기시대의 조각상 ‘헤엄치는 순록’, 온두라스에서 발견된 마야의 ‘옥수수 신상’ 등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는 모습과 당시의 환경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중앙아시아의 허톈이라는 오아시스왕국에서 나온 나무판자의 비단공주 그림은 서기 600~800년경 문물이 오갔던 실크로드를 증명한다. 통일신라의 유물 ‘귀면와’도 포함됐다. 가로·세로 30㎝를 넘지 않는 점토 기와 한 장을 통해 실크로드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통일신라의 경주가 갖는 세계사적 위상을 서술하고 있다. 100번째 유물은 6볼트짜리 재충전 배터리와 작은 광전지판을 포함하는 태양열 램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병영혁신, ‘국방의 근본가치’를 지켜야 한다/윤지원 평택대 교양학부 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병영혁신, ‘국방의 근본가치’를 지켜야 한다/윤지원 평택대 교양학부 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병영 내 총기 사고와 폭행치사 사건으로 시작된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병영혁신 과제를 확정하고 어제 대국민 발표회를 열었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병영문화혁신위에서 제안한 과제들에 대한 국회와 시민사회의 심의 과정이다. 군가산점제와 같은 방안은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 우리 사회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기준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병영문화혁신이 병영사고 예방에 핵심적 가치를 두고 있지만 ‘전투력 강화’라는 병영 조직의 근본적 존재 이유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군은 국방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본연의 의무인 국방의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 전제하에서 병영문화 혁신도 의미가 있다. 병영문화 혁신 역시 전투력 강화라는 병영 조직의 본질적 가치를 고양하는 방향에서 고려돼야 한다. 부대원 간의 상호신뢰와 단결이야말로 전투력의 핵심이다. 병영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병사는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병영사고 예방 차원에서 병영생활의 편리함과 안전만 과도하게 고려할 경우 군 본연의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고 예방도 좋지만 군대는 군대로서 ‘기강과 규율’을 유지하면서 병영생활이 합리화되고 병사들이 안락한 생활을 누릴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군 본연의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또 다른 고려 사항은 혁신과제가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우리 사회가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질환이 깊을수록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료제 발견이 쉽지 않듯이 병영 문제는 병영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의무병제와 같은 제도적 조건과 결부돼 있기 때문에 병영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정밀한 진찰이 필요한 것처럼 병영문화의 실체와 문제에 대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단 연구’가 요구된다. 인간의 행위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발생한다. 병영 조직의 특성과 작동방식, 문화적 태도와 집단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요인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진단과 연구가 선행돼야 적절한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이나 국민들도 좀 더 ‘진지하게’ 병영과 국방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혁신적인 방안을 기대하지만 한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간을 갖고 병영 문제를 철저하게 진단해야 한다. 전투력 강화 차원에서 국방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혁신만 강조하다가는 졸속과 미봉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 군이 좀 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군이 제도적 방안을 도입할 경우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하다. 사고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군의 다른 중요한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병영혁신 과제의 구체적 실천에 앞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문제인식과 해결과정 자체가 하향적 지시보다 ‘현장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질병의 치료 과정에 비유한다면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겠지만 환자 자신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습생과 운동은 의사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병영문제 역시 병영의 주체인 장병들이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 것이다. 많은 문제들은 병사들이 문제 인식과 해결의 주체로 인정될 때 스스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필자가 알고 있는 좋은 사례로 ‘푸른 병영 가꾸기’ 운동을 꼽을 수 있다.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었던 임관빈 장군이 주도했던 것으로 병사들 스스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함께 해결하도록 유도했다. 또 그 결과에 대해 병영생활의 주축인 병장들이 우선 혜택을 받도록 함으로써 자발적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했던 것이다. 거듭 강조하자면 병영문화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상황과 사람이 달라진 만큼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군의 근본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병사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사설] 국토부 ‘항공 마피아’ 문책해야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여객기 회항 사건 조사와 관련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을 봐주려 했는지, 사무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땅콩 회항’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맞아 국토부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마땅히 불편부당한 조사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편파 조사’를 해 놓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섰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는 거짓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대한항공 임원과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함께 앉혀 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대한항공 임원이 소개를 해 줘서 같이 있다가 나간 것”이라는 동에 닿지 않는 소리를 해명이라고 내놓았다. 그나마 동석 사실조차 부인하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국토부는 조사 당사자와 협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어 ‘국토부 리턴’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할 말이 궁할 듯하다. 국토부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정작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나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인한 승객 피해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있어 ‘무늬만 고발’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국토부가 현저하게 한쪽으로 기운 듯한 조사를 벌이게 된 것과 관련, 국토부 내에 업계를 감싸는 ‘항공 마피아’ 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곧 ‘마피아 공무원’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가 초기 단계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를 제공한 것이 사실인 만큼 그 배경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토부는 이번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 논란으로 국가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신뢰조차 상실했다. 이제 와서 사후약방문 격의 감사를 벌인들 어느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항공교통안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토부가 이 모양이니 국민적 비난이 정부 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사의 객관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서승환 국토부 장관 또한 책임을 비켜 갈 수 없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항공업계에 유착의 끈을 대고 있는 항공 마피아가 있다면 낱낱이 밝혀내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 사자 맞아? 누에 쫓겨다니는 암사자 포착

    사자 맞아? 누에 쫓겨다니는 암사자 포착

    먹이사슬 관계가 복잡한 정글에서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사자와 표범 등 정글을 호령하는 맹수들이 자신 보다 덩치 큰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덩치가 작다고 해서 또는 공격성이 덜할 것이라 판단하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 9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된 것으로 케냐 나록에 위치한 국립공원 마사이 마라에서 누를 사냥하려던 사자가 역공을 당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보면 무리를 지어 강을 건너고 있는 누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사자 한 마리가 그들 무리 맨 마지막에 있던 누를 잡아채며 공격하기 시작한다. 헌데 녀석의 공격이 소극적인 듯싶더니, 이네 누에게 겁을 먹고 자리를 피한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두 녀석이 서로 마주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다. 대치 상황을 먼저 깨트린 것은 누다. 녀석이 사자를 들이받을 듯 먼저 달려들자, 사자가 뒷걸음질 치는 굴욕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결국 사자가 꽁무니를 빼며 영상은 마무리 된다. 그야말로 체면도 먹잇감도 챙기지 못한 맹수의 모습을 보인 것. 영상을 게재한 이는 “사자의 점심 메뉴 누는 예상 밖으로 영리했다. 당황하는 사자의 모습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한편 얼룩말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누’는 몸길이 1.7~2.4미터, 체중은 120~130킬로그램까지 나간다. 이들은 암수 모두 뿔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상대를 위협하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된다. 뿔을 이용한 이들의 박치기나 뒷발차기 기술에는 대형 맹수도 당할 재간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자들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녀석들 중 가장 약해보이는 한 마리를 공격한다. 사진·영상=The Safari Collection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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