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야말
    2026-02-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885
  • [열린세상] 촛불, 그 후/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촛불, 그 후/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수없이 많은 촛불을 통해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입증했다. 시민에 의한 광장정치는 그 자체로서 명예로운 혁명이었고 흥겨운 축제였으며, 축제의 끝은 시대착오적 혼주(惛主)의 교체였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국가 안보의 위협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정치권은 촛불 이후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대한민국호의 구멍을 막아 배를 구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돼 서로 키를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비록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헌법에 의해 대통령 권력을 위임받았다. 이런 헌법적 권력을 야권은 수시로 위협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합심해 국민을 위해 지금 당장 시급한 선택을 가려 시행해도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건설적 대안 제시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에 바쁘다. 소위 대권 주자라는 사람들의 행보를 보자. 그동안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다가 대통령 탄핵과 연계한 개헌은 절대 불가하다고 반대했다. 그러더니 탄핵하자마자 다시 개헌이 필요하다며 나서는가 하면, 어떤 이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한다. 적어도 개헌에 관한 한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가. 개헌 필수를 외치다가 유력 주자로 부상하면 한사코 지금은 아니라고 하니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반복되는 이 상황을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은 개헌 대신 국가의 오래된 적폐를 대청소할 때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황 대행에게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야 3당 대표들은 이정현 대표를 제외한 자신들과 황 대행의 야정 협의를 하자고 나섰다. 야권은 마치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점령군인 것 같다. 국가 대청소, 부정부패 척결, 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야권도 여권 못지않은 기득권 세력이고 청소의 대상이다. 자신들은 청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감히 생각하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가. 재벌의 경제력 남용과 정경유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초고속 성장 과정에서 재벌의 긍정적 기능과 역할도 매우 중요했고, 앞으로도 대기업은 경제의 주요 행위자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재벌 구조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주목해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재벌을 부패의 온상이요 청소의 대상으로만 낙인찍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야권의 주장도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 찬반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한·미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다.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해서 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뒤집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샌드위치처럼 중간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가 한번 합의했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다면, 누가 대한민국 정부를 신뢰할 것인가. 그리고 한·미 동맹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과거 청산은 매우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 시 대통령이 나서지 않았던 7시간에 대해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과정과 대통령 및 그 주변 참모들이 왜 이런 상황을 초래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소위 친박이라는 인사들의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박근혜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단죄하고 민주공화국에서 충성의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에만 집착해 미래를 잊는다면 과거 청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치권은 선동적 구호에서 벗어나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집권 세력의 불행을 어떻게 끊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경제와 위기에 봉착한 국가 안보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촛불혁명을 통해 나타난 진정한 국민의 요구다.
  • [실험영상] “경찰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실험영상] “경찰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1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공개된 실험 영상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경찰을 꿈꾸는 그대에게!’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영상은 경찰 지망생들과 어린 아이들에게 각각 “경찰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크게 달랐다. 영상은 먼저 경찰지망생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이들은 체력시험의 비중이 높다거나 점수 비중이 높은 주요 시험 과목을 공략해야 한다거나, 경찰 시험 준비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는 등 그야말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실질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이어 어린 아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다. “아이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를 시작으로 “방학 때 봉사활동을 많이 가야 되고…”, “착한 사람이어야 되고…”, “짜증 내면 안 되고… 성실하고, 용기 있고, 솔직하게…”라며 순수한 답변들을 쏟아냈다. “왜 경찰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어떤 할머니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경찰이 도와줬다”고 답하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억울한 사람들이 없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나중에 커서 꼭 멋있는 경찰이 되겠다”는 등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영상을 지켜본 경찰지망생들은 조금 전 자신들의 답변에 머쓱해했다. 한 경찰지망생은 “수험생활에 지치다 보니까 원래 뭘 하고자 했는지,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지망생은 “기본적인 것을 많이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해봤다. 한 경찰지망생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 국민 한 분을 위해서 내가 그 위험한 곳으로 갈 수 있을 건지…”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청 뉴미디어소통계 서광원 경감은 “경찰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경찰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현업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영상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영상은 14일 오후 3시 현재 조회수 13만여 회, 좋아요 4100여개 등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영상=경찰청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오늘의 눈] 미운 범죄, 재산 환수는 어떻게 하지/홍희경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미운 범죄, 재산 환수는 어떻게 하지/홍희경 산업부 기자

    “송구스럽지만 개그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는 지난주 열렸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의 기업 총수 청문회를 제대로 저격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 9명 중 70% 이상 질문이 집중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표적이 됐다. 개콘에선 아예 “청문회 보니까 대답하기 불리하면 다른 소리 하던데…”라고 적나라한 설명을 덧붙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최씨 개인회사 등을 통해 삼성이 300억여원을 최씨 측에 지원한 경위에 관한 질타를 회피하는 답변 태도를 풍자한 것이다. ‘제3자 뇌물죄’라는 아리송한 죄명이 총수들의 청문회 화법을 완성시켰다. 기업이 최씨 측으로 돈을 보냈고,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고, 박 대통령이 기업에 이권을 챙겨 줬을 때 이름도 생소한 이 죄가 완성된단다. 검찰이 기업들을 여러 차례, 청와대를 한 차례 압수수색했고 특검이 13일 본격 수사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 고리 전부가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제3자 뇌물죄’라고 쓰고 ‘시민의 분노만큼 처벌이 이뤄지긴 어려울 듯’이라고 읽어야 할 어정쩡한 국면이다. 뇌물, 불법자금, 검은 거래가 성사됐을 때 그로 인해 ‘수혜 입는 이’와 ‘처벌받는 이’가 달랐던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뉴스 사이트에서 ‘꼬리 자르기 수사’라고 검색하면 굴비처럼 엮여 나오는 기사들이 방증한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시킨 경제범죄 행위자가 몇 년 살고 나오거나 사면을 받아 곧 부유한 일상을 회복하는 일도 이례적이지 않다. 지난해 흥사단 조사에서 고교생의 56%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했다니, 미성년자들도 상식으로 여기는 한국의 자화상이다. 최씨의 미운 범죄, 모멸감을 주는 정권의 비정상적 수탈 방식, 근로자와 소비자에겐 인색하고 권력엔 관대한 기업의 회계 원칙…. 이 복잡한 타래의 현 정국을 풀 대안으로 팍스넷 창업자였던 박창기 블록체인OS 대표의 제안에 귀가 뜨였다. 박 대표는 “미국의 리코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정식 명칭이 조직범죄처벌법인, 미국이 마피아 집단범죄나 엘리트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1970년 제정한 법이 리코법이다. 리코법은 부정한 행위로 이익을 얻은 집단의 일원 본인이 스스로 적법성을 밝히지 못할 경우 범죄로 인한 이익을 전부 몰수한다. 형사적으로 최고형 구형이란 강경한 수단을 지닌 법인 반면 수사에 협조한 제보자는 철저히 보호하는 이중성을 지녔는데 내부 고발을 장려하려는 조치다. 미국에서 이 법은 이제 기업의 담합, 금융사기, 공무원 뇌물과 같은 조직범죄를 통제하고 있다. 적나라하게 쓸수록 불편하게 만들어 독자의 눈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 기업과 정권이 연루된 조직적 부패범죄 기사의 딜레마다. 그럼에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부패한 바로 그 지점이 우리 사회에 ‘부재’한 지점을 일러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코법’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번에야말로 강력한 개혁 시스템을 작동시켜 잘못된 덩어리 전체를 없애겠다는 의지는 충만하다고 믿는다. saloo@seoul.co.kr
  • 비박 ‘집단 탈당’ 저울질… “적어도 30명 이상 될 것”

    비박 ‘집단 탈당’ 저울질… “적어도 30명 이상 될 것”

    16·20·21일 주요 고비로… 유승민 “지금 탈당 생각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탈당 및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류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 전 대표가 사실상 탈당 직전의 단계에 와 있음을 알리는 초강수를 둔 만큼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동력에 따라 비주류의 집단 탈당, 나아가 정계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를 국민이 아니라 봉건시대의 주군에 대한 충성과 신의 문제로 접근하는 가짜 보수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면서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 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친박계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들”이라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건전한 비판도 배신이란 딱지를 붙여 금기시하는 노예근성이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죽이고 당도 죽였다”고 비판했다. 주류가 탄핵을 주도한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대해 출당 조치에 들어가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위에 헌법이 있고 국민이 있다는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못박았다. 사실상 ‘시간 문제’로 여겨지는 김 전 대표의 결단에 동참할 세력이 얼마나 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 전 대표는 “지금 숫자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현역 의원들의 이탈 규모가 곧 신당 창당의 동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특히 원내 교섭단체 구성 기준인 20명 이상이 돼야 힘을 굳힐 수 있다. 간담회에 동석한 황영철 의원은 “저희가 나가게 되더라도 의원 숫자가 적어도 30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점이 관건이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비상시국회의에서도 결국은 분당을 피할 수 없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이 “우선은 당에 역량을 집중하자”며 당장 탈당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총선이 아직 멀리 남아 있다 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 전 대표도 일단은 “탈당한다는 얘기는 굉장히 괴롭고 힘든 결정”이라면서 “일차 목표는 새누리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 내부에서는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와 20일 박 대통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발표, 21일 이정현 대표의 사퇴 등이 주요 기점으로 꼽힌다. 비주류의 또 다른 중심축인 유승민 의원도 중요한 변수다. 유 의원이 이탈에 합류하면 더욱 폭발적인 영향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날 “저는 당 안에서 당 개혁을 위해서 끝까지 투쟁해야 하고 탈당은 늘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지금은 탈당 생각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유재석, 4년 째 연탄은행에 1억8000만원 기부 ‘선행의 아이콘’

    유재석, 4년 째 연탄은행에 1억8000만원 기부 ‘선행의 아이콘’

    방송인 유재석이 4년 째 연탄을 1억8000만원 가량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2일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연탄은행은 유재석이 지난 11월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MBC ‘무한도전’ 방송차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에서 연탄 봉사를 하면서 연탄이 어려운 분들의 ‘생존 난방에너지’임을 절감한 유재석은 4년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거액을 후원해오고 있다. 2013년 2000만원을 후원한 유재석은 이후 2014년 2000만 원, 2015년 4000만 원, 2016년 2월 5000만 원에 이어 11월 다시 5000만 원을 내놓아 4년간 모두 1억8000만 원을 기부했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기부 한파를 녹이며 사랑의 불꽃을 점화시켜준 유재석 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 같은 선행과 마음이야말로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살피는 등불 같은 시대정신이며 지금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달구는 소생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사진=서울신문DB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

    최근 외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현재 치료가 불가능한 암을 앓고 있는 영국의 14세 소녀가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던 대로 미래의 치료를 기약하며 냉동인간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100명 이상이 영국의 소녀처럼 미래를 기다리며 냉동 상태로 보관돼 있다고 한다. 생물은 생명현상을 나타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생명현상은 물질대사와 번식 활동을 포함한다. 동물은 물질대사를 위해 숨 쉬고 소화하고 심장이 뛰며 배설을 한다. 그렇다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냉동인간은 살아 있는 걸까 아니면 살아 있지 않은 걸까? 박테리아는 가히 적응의 달인이라 할 정도 다양한 환경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필수적인 영양물질이 부족하게 되면 이런 박테리아도 살기 어려워진다. 일부 박테리아는 이런 상황에서 특수한 구조인 내생포자를 형성해 ‘죽은’ 상태를 만든다. 마치 냉동인간 같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생포자는 세포 내 모든 구조는 없어진 상태에서 염색체만 여러 겹의 벽으로 둘러싸인 구조로, 웬만한 환경 조건에 노출돼도 이겨낼 수 있다. 심지어 끓는 물에서도 살아날 수 있을 정도다. 박테리아는 이 상태로 수백 년을 견딜 수 있다. 그러다가 유리한 환경에 노출되면 물을 흡수해 대사를 시작하면서 생명 현상을 나타낸다. 또 박테리아는 죽은 상태로 공기의 흐름을 타고 최상층 대기에서 며칠에서 몇 주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고공 정찰 비행기나 고(高)고도에 띄운 열기구를 통해 채집하거나 아시아에서 불어온 바람이 도착한 아메리카 대륙의 높은 산에서 얻은 공기 시료에서 이러한 박테리아들이 흔히 발견된다. 죽어 있던 박테리아는 채집돼 낮은 고도로 내려온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명의 특징을 나타낸다. 꽃은 수정이 일어나는 속씨식물의 기관이다. 수정된 세포는 나중에 식물이 되는 배를 형성하는데 이 배와 영양물질을 공급할 배젖을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면 종자가 형성된다. 종자는 형성되는 과정에서 물의 함량이 종자 무게의 5~15%로 감소하는데 이 정도면 어떤 생명현상도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종자의 ‘휴면’ 상태는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는 데에 유리하다. 땅속에 묻혀 있으면서 적절한 환경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종자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한 야자수 종자는 2000년을 견딘 후 발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편형동물들을 밀폐된 통에 넣고 낮은 농도의 산소에 노출시킨 후 이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들 편형동물은 서서히 움직임이 줄어들다 완전히 멈췄는데 이때는 물리적인 자극을 주더라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후 산소의 농도를 증가시켰더니 이 동물들은 소생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났다. 2005년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생쥐가 낮은 농도의 황화수소 기체를 마시게 한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 기체를 마신 생쥐는 활동이 느려졌고 호흡과 심장박동도 감소했다. 또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체온조절능력이 사라진 것으로 추론했다. 이후 이 기체를 제거하자 생쥐의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황화수소 기체를 마신 뒤 생쥐는 ‘활동 유예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죽은’, ‘휴면’, ‘활동 유예상태’ 등의 단어로 표현된 생물들의 상태는 생물이 생명은 유지하고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생물은 항상 살아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요즘 들어 민주주의도 생물과 비슷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매주 토요일마다 촛불로 살아 움직이며 생명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주권자 국민들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무한한 생명력을 제공하는 원동력 아닌가 하는 생각에 깊은 외경심이 든다.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우두커니 알 수 없는 존재감, 공허함만 맴도네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우두커니 알 수 없는 존재감, 공허함만 맴도네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건물을 직접 가서 본 후 글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사진도 가급적 직접 찍은 것을 사용하고자 했다. 이제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면서 그 원칙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접는다. 직접 보지 않은, 아니 그럴 수 없는 도시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사진 자료는 북한의 도시와 건축 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인 재미 건축가 임동우 선생으로부터 받았다. 구글 어스와 네이버, 다음 지도 등으로 평양의 주요 거리 이름을 파악했고, 주로 서구인들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관련 동영상을 통해 낯선 도시의 거리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만든 국가공간정보유통시스템인 브이월드(http://map.vworld.kr) 역시 평양에 대한 입체 건물 정보를 비교적 자세히 소개해 놓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즉 공개된 자료들을 가지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상당 부분 추측하며 쓰는 글이다. # 쉽게 가볼 수 없는 도시 ‘평양’ 개별 사례를 이야기하기 전에 사회주의 도시계획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토지와 자본이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이므로, 도시 내의 자원을 분배하는 도시계획이야말로 사회주의 이념의 기본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들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도농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대도시라는 개념 자체에 반대한다. 도시가 성장하면 사회적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수단을 동원한다. 자연스러운 성장 보다는 계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중국과 같은 예외가 있지만, 사회주의 계열 국가에 대체로 거대 도시가 많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어쩔 수 없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가장 대표적인 도시에 국한되고 그다음 도시들은 규모가 상당히 작아진다. 북한의 경우도 수도인 평양직할시의 인구는 325만명이지만, 두 번째 도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함흥과 청진은 67만명에 불과하다. 또한 같은 이유에서 도농 간의 통합을 지향한다. 그래서 도시 안에도 의외로 경작지가 있다. 평양의 채소 공급지로 알려져 있는 대동강의 두루섬 같은 곳이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특징은 직주근접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사회주의만의 독창적인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생산과 유통시설을 주거지역에 근접 배치해 노동자 계급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 관련 동영상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도시구조와도 관계가 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아파트 단지 내에 공장과 매장이 들어서는 것 같은 상황인데, 이렇게 다양한 도시 기능이 복합된 주거 지역을 특별히 ‘마이크로 디스트릭’(micro district)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1920년대에 처음 도입된 이 개념은 소련이 붕괴되면서 비판받기 시작해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직주근접은 물론 자본주의 도시 이론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자본주의 도시와 사회주의 도시가 서로 이론적 입장을 교환 혹은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사상적 역설이라고나 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푸리에 등이 꿈꿨던 이상적 공산사회의 도시건축적 장치인 아케이드가 오히려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더 발달했다는 지적 등을 언급할 수 있겠다. 평양의 경우 요즘은 오히려 체제의 선전을 위해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추세지만 기본적으로는 중층의 획일적인 밀도로 도시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고밀도에 익숙한 자본주의 도시와 비교하면 길도 넓고 공원 등 녹지 등이 많이 확보돼 있어 마치 전원 도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전쟁 시 폭격에 대비해 미리 도시의 각 지역을 이격시킨 것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 조종사들이 ‘더이상 폭격할 목표물이 없다’며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평양은 완벽하게 파괴된 바 있다. 그 뼈저린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서 도시계획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체제의 선전과 홍보를 위한 대규모 가로와 광장, 그리고 각종 기념물들이 더해지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사회주의 도시, 그중에서도 특정 개인 및 집단을 우상화해 온 평양의 도시적 특징이 만들어진다. # 무지개떡 건축은 평양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 이런 배경에서 보면 평양에 사회주의판 무지개떡 건축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거리를 활기 있고 즐겁게 만드는 역할보다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을 충족시켜 주는 정도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반적인 경제 수준, 특히 소비문화의 현격한 차이 또한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튜브의 관련 동영상들을 살펴보면 일부 지역에 이런 건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영상으로 확인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하자면 대표적으로는 서울의 강북에 해당하는 서평양의 주요 간선도로인 영광거리(평양역과 평양대극장 사이)와 김일성광장을 관통하는 승리거리의 남단 부근에서 많이 발견된다. 다만 서울로 치면 강남에 해당하는 대동강 너머의 상대적 신개발지 동평양 지역의 동영상에서는 이렇다 할 무지개떡 건축의 존재를 볼 수 없었다. 물론 주로 관광객들이 검열을 받아 가며 찍어 올린 동영상임을 감안하고 봐야 할 것이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갈 수 없는 거리도 많다고 하니 평양이라는 도시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다. 특이한 것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무지개떡 건물들이 대체로 오래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물의 양식에서 유럽의 사회주의 건축의 영향이 읽히기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재건에는 구소련을 포함한 동구권 국가들과 중국 인민지원군이 대거 참여했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이념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을 때는 이런 유형이 많이 지어졌지만 그 이후에는 점차로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뿐이다. 한국전쟁 당시 평양은 너무 심하게 파괴돼 다른 공산권 국가들은 아예 수도 이전을 권했으나 김일성의 의지, 그리고 젊은 건축가 김정희 등의 노력으로 1953년 그러니까 한국전쟁 종료를 전후해서 ‘평양 마스터플랜’의 발표와 함께 전후복구가 시작된 바 있다. 최근에는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에 초고층 주상복합이 등장하는 등 북한이 국제도시로서 평양의 외형적 면모를 일신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몇 장의 사진을 소개한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지어진 것으로 짐작되는, 동유럽 사회주의 건축의 분위기가 풍기는 사례부터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사례까지 비교적 다양하다. 지명이 보이는 사례의 경우 지도에서 확인해 보면 역시 평양 구도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거의 전부가 서평양 중에서도 오래된 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 1은 전혀 위치를 짐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간판이 아예 없기 때문에 거리에 면한 저층부의 용도가 무엇인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색채와 창을 내는 방식 등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층부에 비주거 기능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주거 부분은 발코니와 창틀에 화분이 놓여 있는 등 어느 정도 생활의 흔적과 온기가 느껴진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 비교적 오래된 건물로 짐작된다. 역시 창턱이 높고 게다가 입구에도 계단이 있어서 거리의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 2는 ‘대동문’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평양성 내성의 동문이면서 북한 국보 4호인 대동문 인근 지역에 있는 건물인 듯하다. 대동문이 인민대학습당과 만수대 회관 중간의 대동강변에 있으므로 이 역시 서평양의 구도심 지역이다. 식료품 상점으로서 일상생활을 위한 기초적인 먹거리 공급이 주목적이므로 거리의 분위기를 활기 있게 하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도시 같으면 창문의 높은 턱을 없애고 밖에서도 내부를 훤히 볼 수 있거나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을 것이다. 상층부는 주거 시설일 텐데 생활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상가 부분은 타일로 비교적 깨끗하게 마감했다. 사진 3은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일단 건축 양식으로 보아 전후에 동구권 국가들이 직접 참여해 건설한 사례로 짐작된다. 서구 고전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는 저층부의 거친 석재 처리, 난간의 디테일, 그리고 외벽의 색채 등에서 그런 단서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석재는 아니고 콘크리트에 도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점은 낚시도구라는 일종의 여가를 위한 도구를 파는 상점이라는 것이다(물론 대동강 등에서 생계형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나 확인할 방법은 없다). 역시 밖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고 높은 창턱, 입구의 계단 등 또한 공통적이다. 에어컨 실외기를 무심하게 거리 쪽으로 설치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남북한이 공통이다. 사진 4는 비교적 신시가지다. ‘창전’이라는 이름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만수대 주변, 북한의 최고 부촌으로 알려진 창전거리 인근 지역으로 추측된다. 부착형 간판과 수직형 돌출 간판이 동시에 붙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옷상점에서 기대하는 화려한 전시와 조명 등의 개념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역시 창턱이 높고 입구에는 계단이 있다. 보행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노력이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 면해 있다고 해서 보행자 친화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디테일의 지원을 받지 않는 개념은 무의미하다. 사진 5는 5, 6층 내외의 중층 건물이다. ‘오탄’은 서울의 여의도에 해당하는 양각도 건너편의 대동강변 지역이다. 식료품 상점이지만 역시 내부가 잘 보이지 않고 높은 창턱과 입구의 계단 등도 예외 없는 공통점이다. 상층부 주거의 열린 창문을 통해 커튼, 일부 생활 집기 등이 엿보인다. 구매활동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오직 실용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디자인이다.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태인 지금 북한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은 단순 호기심이거나 혹은 공허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지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시각은 당연히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여느 도시나 그렇듯이 수많은 층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평양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로 이 연재의 관점이 적절하다고 생각돼 제일 마지막 대상지로 삼게 됐다. 이것으로 부족한 글을 마친다.
  • “빈틈없는 안전 관리로 ‘케미포비아’라는 단어 국민사전에서 없앨 것”

    “빈틈없는 안전 관리로 ‘케미포비아’라는 단어 국민사전에서 없앨 것”

    ‘환경오염과 훼손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환경부에 2016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로 기록될 듯싶다. 올해를 미세먼지 논란으로 시작해 4월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팀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조사, 7월 독성물질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함유된 에어컨 및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사건까지 1년 내내 환경부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런 일련의 사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질타와 기대감을 한몸에 안고 지난 9월 취임한 조경규(59) 환경부 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순간부터 어깨가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말 발표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도 조 장관의 그런 무거운 책임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기대와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비롯한 생활화학제품 문제,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 하천 녹조 문제 등 과제가 산적해 있었습니다.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해서는 모두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비롯한 생활화학제품 문제처럼 당면한 현안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던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환경부가 발표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에는 그동안 부처별로 소관 법령에 따라 관리해 오던 제품을 용도와 함유물질의 특성을 고려해 소관 부처를 조정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생활화학제품을 내년 상반기까지 전수조사해 우려 품목은 퇴출하기로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조 장관은 “저 자신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샴푸, 치약은 말할 것 없고 방향제, 세정제, 합성세제, 섬유유연제에 이르기까지 화학제품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화학제품 안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OIT 항균필터 논란, 인체 유해 치약성분 논란까지 생활화학제품과 관련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우리 사회에 화학제품이라면 무조건 거부하고 보는 ‘케미포비아’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부가 앞장서서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번 대책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언제부터인가 정부 마련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졌다. 이번 대책도 그저 소나기를 피해 보자는 식의 미봉책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이번 대책만은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조 장관은 “대형마트의 진열대에 올라가 있는 생활화학제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수조사해 인체 위해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시장에서 즉시 퇴출시키겠다는 대책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도입하지 못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살생물제’에 대한 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살생물제는 미생물이나 해충 같은 유해생물체를 제거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로 살생물질, 살생물제품, 살생물처리제품 3가지로 나뉘어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첨가됐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같은 화학물질은 유해생물 제거를 목적으로 개발된 살생물질이고 이 물질을 물에 희석시키거나 다른 물질에 섞어 만든 제품이 살생물제품, 이 살생물제품으로 코팅 처리한 항균필터가 바로 살생물처리제품이다. “아직 법제화되지는 못했지만 법으로 만들어져 시행되면 살생물질은 안전성과 효능을 정부가 평가한 뒤 승인하고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살생물제품은 안전성이 철저히 검증되고 허가를 받아야 시장 출시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 살생물처리제품도 승인받은 살생물질만 사용해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2중, 3중 안전장치를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조 장관은 “살생물제품으로 가습기 세척이 본래 목적인 가습기 살균제를 마치 물에 타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광고한 무책임한 기업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자칫 소비자의 착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살생물 기능이 있는 제품에는 친환경, 무독성 같은 환경성을 강조하는 광고문구를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해 다시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각종 생활화학제품 용기나 포장에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됐는지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로 구석에 적혀 있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앞으로는 세제와 섬유유연제, 탈취제 등에 들어가는 유해화학물질과 살생물질의 이름, 독성, 첨가용도를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표시하게 된다고 조 장관은 설명했다. 조 장관은 “기업들도 앞으로는 ‘사용 후 효과가 좋으니까 쓰라’는 식으로는 마케팅을 할 수 없도록 했다”며 “객관적 근거 없이 친환경 광고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해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건강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대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비극을 겪다 보니 사회 일각에선 생활화학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을 (정부가)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습니다만,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의무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고, 실제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상당수의 기업이 이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과 관련, 국민들의 케미포비아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지만 건강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침해한 기업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빠져 환경부가 기업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기업과 국민 건강이라는 가치에서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처벌 수준을 높여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우리와 법체계가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같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번 대책이 전문가 의견과 선진국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반영한 것이지만 더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도록 장관실 문을 열어 놓겠다고 약속했다. “살생물제 관리제도 도입이나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 조기 확보, 고위험물질 사용 제한 강화 같은 대책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이며 기업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 건강이라는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대책을 마련했고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입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軍 “유출 자료 敵 사용 못하게 암호화 강화”

    한민구 “국방망 해킹 반성” 사과 내년 상반기 중 새 백신체계 장착 국방부는 12일 군 내부 사이버망(국방망) 해킹 사건 대책과 관련, 보안자료가 유출된 경우라도 적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암호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국방망에 새 백신 체계를 장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희가 이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유출 자료 가운데 군사기밀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군사 비밀이 포함된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 어떤 수준이 포함됐는지는 우리 사이버 보안과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리고 현재 수사 진행 중이어서 자세히 밝히기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도 국방부 내부 전산망이 해킹된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북한이 사이버전에 전력을 기울이는 데도 군이 주요 기밀이 유통되는 내부망에 대한 기본 점검을 소홀히 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면서 “군 사이버보안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며, 그야말로 보안 불감증과 보안의식 부재가 부른 인재”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향후 대책으로 ▲국군사이버사령부 및 각 군 사이버 조직을 확대하고 ▲우리 군의 전용 백신 체계를 개발하며 ▲사이버 특기, 사이버 예비군 신설 등으로 사이버 전문인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불수능도 못 녹인 부동산 시장 ‘빙하기’

    불수능도 못 녹인 부동산 시장 ‘빙하기’

    “불수능이라고 전셋값이 오를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생각보다 움직임이 없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A부동산) “강북은 실수요가 많아서인지 매매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는데 거래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성북구 길음동 B공인중개사) 11·3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하루가 다르게 뛰던 아파트값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강남은 지난달부터 가격이 조금씩 떨어졌고 실수요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 가던 강북 아파트값도 이제는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지난여름 늘어난 ‘갭투자’(전세가와 매매가격의 차액만으로 집을 사는 것) 물건을 중심으로 전세물량 공급도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도 조금 덜해지는 모습이다. 11·3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11월 매매가 변동률은 송파구 -1.86%, 강동구 -1.09%, 서초구 -0.71%, 강남구 -0.50%를 기록했다. 3.3㎡당 매매가는 강남구 4462만원, 서초구 4154만원, 송파구 3163만원, 강동구 2845만원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11·3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분양 시 중도금 대출도 받지 못하고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도 금지됐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겨울 비수기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강남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와 수서역 개발 등으로 가격이 뛰었던 송파 지역이 가격 조정을 많이 받았다”면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초와 강남은 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송파 재건축 아파트의 대표 주자인 잠실주공 5단지는 올해 초 11억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10월에는 15억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다시 13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실수요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던 강북권도 최근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오른 가격에 대한 피로감도 있고 사회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투자는 물론 실수요도 일단 기다리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세도 안정세를 찾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6% 정도의 상승률을 보이던 전셋값에 힘이 빠진 데는 전셋집 공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28만여 가구로 최근 3년간(2013~2015년) 연평균 24만여 가구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 여름철 전세를 끼고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에서 전세물건이 나오고 있어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6단지 전용 59㎡ 전셋값은 10월 4억 2000만원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지난 9월 6억 4000만~6억 5000만원에 계약되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전세도 이달 들어 지난 9월보다 5000만원 내린 6억원까지 떨어져 거래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가 2014년부터 늘기 시작해 3년째 이어지면서 전세 공급 부족이 해결되는 조짐”이라면서 “서울의 주택공급은 많지 않지만 수도권 입주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서울 지역 전셋값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시장에서 줄어들던 전셋집 증가와 대규모 입주에 따른 공급으로 내년 전셋값 기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려워 학군지역의 전셋값이 뛸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년과 다르게 조용한 모습이다. 대치동 부동산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전셋값이 오르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전세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함 센터장은 “외국어고등학교와 자사고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치동 전세 수요가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면서 “목동이나 노원 등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부동산시장이 얼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은 “11·3 부동산대책 이후 나오는 후속 대책을 보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 같다”면서 “매매시장의 조정이 적어도 내년 2, 3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친박 “김무성·유승민 떠나라” 비박 “구태정치 청산” 결별 선언

    친박 “김무성·유승민 떠나라” 비박 “구태정치 청산” 결별 선언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핵 정국’이 ‘대선 정국’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쪽에 정치권의 중지가 모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헌재의 심판 결과 발표일을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대선일도 언제가 될지 가늠할 수 없어 대선 주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야는 대선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급히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곧바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파면 이전에는 각 당의 경선이나 대선 주자들의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제한된다. 탄핵안 기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압박으로 ‘퇴진’이 불가피하다면 이 또한 60일의 여유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디데이 없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반으로 두 쪽 난 새누리당이 결국 분당의 위기에 직면했다.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비박계는 11일 각각 별도의 공식 모임을 꾸리며 갈라 설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향해 “당을 떠나라”고 압박하며 강대강 대치 국면에 돌입했다. 주류 친박 의원 50명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을 하고 ‘혁신과 통합 연합’이라는 모임을 출범키로 했다.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가 공동대표를 맡는다. 민경욱 의원은 브리핑에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과 보수세력을 추스르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는 모임”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히며 “참여 인원은 70~80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비주류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민 의원은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고 당의 분파 행위에 앞장서며 해당행위를 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과는 같은 당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주류가 아직은 당내 다수 세력임을 과시하며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주류 의원은 “비주류가 강하게 나올수록 주류 지도부도 강경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도 국회에서 총회를 열고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함께 탈당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보수를 빙자한 구태정치, 가짜 보수는 청산돼야 한다. 대통령을 바르게 보필하지 못하고 당을 특정인의 사당으로 만들고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된 이들은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명의 공동대표를 뽑고 비주류만의 지도부 체제를 갖춰 나가기로 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일단 대표직을 고사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2명도 이날 별도 모임을 갖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이런 난국을 돌파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유력 대권 주자도 마땅치 않아 새누리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탄핵 정국에서 대선 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지지율 반등에 실패했다. 게다가 ‘유일한 희망’으로 거론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마저 내년 1월 귀국 시 새누리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여권의 대선 주자로 내세워야 한다는 ‘황교안 대안론’이 당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이 대선 주자로 내밀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검토해 보자는 취지로, 그만큼 여권의 ‘큰인물난’이 극심하다는 의미로 인식된다. 한 여권 인사는 “보수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 온 황 총리가 권한대행 역할을 잘 해낸다면 대선 주자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황교안 대안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거나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야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국정 공백을 수습할 임무를 떠안게 된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퇴진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북방영토’ 동상이몽… 아베·푸틴 경협 줄다리기

    ‘북방영토’ 동상이몽… 아베·푸틴 경협 줄다리기

    ‘공동의 적’ 中 견제 위한 전략적 파트너 에너지·극동개발 등 경협 8개항 추진 日, 북방영토서 자유어업·왕래 등 논의 러, 日기술·자본 통한 제조업 발전 노려 일본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의 역사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다가설 수 있을까. 오는 15일 일본 규슈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서 열리는 일·러 정상회담이 10일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북방영토(쿠릴열도 최남단 4개섬) 반환 및 경제협력이란 두 가지 현안과 전략적 협력 관계의 구축을 둘러싼 일·러의 막판 준비와 줄다리기가 뜨겁다. 일본의 높아졌던 북방영토의 ‘당장 반환’ 기대는 러시아의 지연책에 퇴색했지만, 에너지 및 극동개발 등 경협 구체화와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접근으로 바뀐 양측 접근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낼까.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일·러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의 역학 관계를 흔드는 파괴력 있는 내용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아베 신조 총리는 북방영토 반환에서 성과를 얻으려고 버락 오바마 정부와 갈등까지 빚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을 들여왔다. 북방영토 반환을 국내 정치의 동력으로 활용해 나가겠다는 복안이었다. 대러 정상화에 이바지한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유지를 받아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넘친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러시아의 경제적 곤경을 타개하고, 전략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아베에게 추파를 던져 왔다. 러시아는 고유가로 2000년 10%를 웃돌던 실질경제성장률이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2008년부터 곤두박질쳤다.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겹쳐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은 -3.7%로 추락했다. 러시아는 수출 주력인 유가가 2014년 기준으로 60%가량 떨어지면서 2015년에는 전년에 비해 투자 감소(-18.7%), 소비 감소(-9.6%), 실질임금 하락(-9.5%)이라는 힘겨운 상황에 빠져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와 기술 등 일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일본과의 밀월로 미국 등 서방의 견고한 제재 대열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도 있다. 양자 관계를 넘어서도 일·러 모두 중국이란 ‘공동의 적’에 대한 세력균형 차원의 협력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중국의 공세적 해양진출과 군사·경제적 부상이 두드러지자 양측은 ‘공동대처’를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접근을 모색해 왔다. 양측은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냉전체제에서 벗어나고, 전략적 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연해주·시베리아에까지 중국 상권과 영향력이 커지자 러시아는 일본을 끌어들여 극동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중국 견제를 하려고 시도해 왔다. 아베 총리도 이에 호응해 2013년 이후 지난달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담을 계기로 열린 양자 정상회담까지 12차례의 정상회담을 열며 친분을 다져 왔다. 그러나 두 나라의 역사만큼 양국 입장엔 다른 점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빼앗긴 북방의 4개 섬을 되찾아 오려는 일본과 ‘피로 얻은 전리품’을 순순히 내줄 수 없다는 러시아의 간극은 크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의 대러 강경자세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친러 자세를 보여 러시아로서는 ‘일본의 활용 가치’가 한층 떨어졌다. 협력의 필요성은 커지고, ‘공동 적’의 무게는 커졌지만 입장은 사뭇 달라 동상이몽(同床異夢) 격이다. 그렇지만 숙적 관계를 어떻게 해소하고 어느 정도까지 전략적 파트너로서 손을 잡고 나갈 수 있을지는 동북아 국제관계의 지형마저 바꿀 수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본인들의 기대감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닛케이 여론조사에서 “북방영토 문제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응답 비율이 58.6%나 됐다. 지난 5월 푸틴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아베가 제안한 ‘새 발상에 근거한 접근’이 어느 정도까지 먹혀들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8개 항목의 경협안을 러시아에 제안했다. 양측은 16일 도쿄에서 민간기업 총수 등을 참석시킨 확대회의를 열고, 경협안을 구체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수조엔 규모 이상의 경협 구체화를 기대하고 있다. 8개 항에는 에너지 및 극동 개발, 의료·건강, 산업 구조 다양화, 생산성 향상, 첨단기술 협력 등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도 “두 나라 경제 과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정치 등 여타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도 (관련 협의의 실천은) 매우 의미 있다”고 무게를 뒀다. 러시아 측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일본의 기술·자본을 통해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산업구조 개혁을 원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일본을 다녀간 마토 비엔코 상원 의장이 “자동차와 의약 의료, 첨단 인프라의 공동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NHK는 지난 7일 시코탄과 하보마이군도 등에서 진행될 ‘공동 경제활동’ 논의에는 일·러 두 기업의 합작, 자유로운 인적 왕래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일본 어선들이 두 섬 주변에서 자유 어업을 하고, 두 나라 국민이 비자 없이 자유왕래를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당초 ‘공동 통치안’에서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진전이 엿보인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즈호은행 등 일본 주요 은행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에 8억 유로(약 1조 88억원)를 융자해 줄 방침이다. 북극권 야말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파이낸싱 등도 조율 중이다. 굳건한 미·일 동맹 때문에 일본 열도가 미국의 최전방 기지란 점에서 러시아가 안심하지는 못하겠지만, 협력 공간의 확대는 일·러 양국의 신뢰를 두텁게 넓히고, 북방영토의 반환 과정에 긍정적인 환경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노무현 탄핵 때 의사진행 막았던 정세균, 이번에는 탄핵 의사봉 잡아

    노무현 탄핵 때 의사진행 막았던 정세균, 이번에는 탄핵 의사봉 잡아

    국회가 9일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키로 하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 의사봉을 잡은 입법부 수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한편 정 의장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필사적으로 의사 진행을 막았던 인물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정 의장은 일단 각 당의 협조 아래 신속하고 원만하게 처리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정 의장은 “각 당이 의원총회를 하는 일 등으로 늦어지지 않도록, 국민이 투표결과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실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며 신신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3시 본회의가 개회하면 정 의장의 탄핵안 상정 선언과 제안자의 설명을 거쳐 곧바로 표결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국회법에는 본회의 개의 후 1시간 이내 범위에서 ‘5분 자유발언’을 허가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정 의장은 자유발언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가급적 탄핵안 표결이 끝난 뒤 하도록 진행할 방침이다. 역설적으로 정 의장은 노 대통령 탄핵 당시 필사적으로 의사진행을 막았던 주역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야당의 처리 강행 시도에 맞서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을 점거한 장면은 이번 탄핵안 표결 처리와 비교되며 널리 회자하고 있다. 정 의장은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서명한 탄핵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표결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때도 한 표를 행사한 바 있다. 한편 야3당이 탄핵안 부결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 의장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 국회법 135조는 ‘국회는 그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지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회기 중에는 본회의를 열어 의원직 사퇴의 건을 처리하면 되지만, 회기가 끝나면 의장의 권한으로 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이날 마감하기 때문에 공은 정 의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다만, 현재 165명에 달하는 야3당 의원이 일제히 직을 버리면 그야말로 국회가 붕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 의장은 개별적으로 만류하거나 임시국회 개최를 제안하는 식으로 이를 막을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천국으로 떠난 알레포 광대… ‘웃음의 힘’ 의미 남겨

    천국으로 떠난 알레포 광대… ‘웃음의 힘’ 의미 남겨

    전쟁으로 목숨을 위협받던 시리아 어린이들 곁에서 희망과 웃음을 준 '어릿광대'가 공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 해외언론은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인 알레포 지역에서 서커스 광대로 활동하던 아나스 알-바샤(24)가 정부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알-바샤는 시민단체인 '희망의 공간'(Space of Hope)의 자원봉사자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인 알레포에 끝까지 남아 활동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이 지역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 때문이었다. 어른들이 벌인 전쟁에 하루하루 목숨을 위협받던 어린이들에게 어릿광대로서 웃음과 희망의 선물을 전하고 싶었던 것. 알-바샤의 형제인 마흐무드는 "아나스가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아이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하다 세상을 떠났다"면서 "아나스는 끝까지 알레포를 떠나기를 거절하고 거리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건넸다"며 추모했다. 알-바샤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이다. 최근 알레포 북동부 전체를 탈환한 시리아군은 기세를 몰아 반군의 남부 거점도 거의 장악한 상황이다. 시리아 인권관측소에 따르면 폭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란길에 오른 알레포 동부 주민이 지난 주말부터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군의 공습 지원 아래 알레포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알레포 주민 20만 명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호소한 알레포에 사는 7살 소녀 바나 알라베드의 트윗은 전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알라베드는 지난달 29일 폭격으로 무너진 집 사진을 공개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 죽었다"면서 "매우 슬프지만 그나마 나는 살아있어서 행복하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리고 1일 소녀는 "지금 아프지만, 약도, 물도, 집도 없다. 폭격으로 죽기 전에 이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마지막 트윗을 올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론] 학술단체들의 나루터 문화를 만들어야/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시론] 학술단체들의 나루터 문화를 만들어야/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우리나라처럼 단체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회도 드물다. 명분과 기회만 있으면 누구나 단체를 만들고 싶어 한다. 사회 발전과 회원들의 친목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공통의 명분이다. 이런 분위기는 과학기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흔히 ‘학회’라고 부르는 전문 학술단체들이 넘쳐난다. 과학기술 단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 등록된 학회만 해도 무려 388개에 이른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학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탓이다.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회의 지나친 세분화는 21세기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융복합의 대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친목 단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세 학회들이 경쟁적으로 발간하는 엉성한 학술지도 낯부끄럽고, 어설픈 학술대회도 실망스럽다. 유사 분야의 학회들이 한정된 회원과 자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더욱 볼썽사납다. 공익 법인의 지위를 앞세운 유사 학회들의 경우 관련 기업에 적지 않은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회의 영세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의 수는 학회당 평균 600명 수준이고, 회원이 1000명을 넘긴 학회는 4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의 학회가 한 해 2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으로 힘겹게 살림을 꾸려 간다. 사무실 임대료와 일반 사무직 직원 한두 명의 급여를 충당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학술지를 발간할 수도 없고, 수준 높은 학술회의를 개최할 수도 없다. 당연히 본격적인 국제 교류는 꿈도 꿀 수 없다. 투명 사회가 요구하는 법률·회계·세무 규정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과학자들의 입장도 난처하다. 좁은 과학기술계에서 영세 학회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라는 식으로 서너 개의 유사 학회에서 활동을 한다.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학회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연회비를 내야 하고, 논문 게재료와 학술회의 참가비도 적은 수준이 아니다. 업적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영세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고, 비슷한 시기에 경쟁적으로 열리는 그렇고 그런 학술대회를 찾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다. 사실 학회는 과학자들에게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소통의 장(場)이다. 과학자는 학회를 통해 자신의 모든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 동향을 파악한다. 1660년 영국의 왕립학회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 세계 과학기술계의 확고한 전통이다. 학회를 거치지 않고 일반 언론을 통해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행위가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학회는 과학자와 사회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학회의 막중한 역할이다. 우리 사회가 첨단 과학기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 강화 노력도 해야 한다. 우리말에 어울리는 과학 용어도 만들어야 하고, 우리말 논문을 통해 우리말과 글로 과학기술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회 세분화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학회가 난립하는 진짜 이유는 ‘회장님’의 수요와 정부·기업의 재정 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학회를 무작정 통폐합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학회의 영세화를 두고 볼 수는 없다. 그야말로 학회의 딜레마라 아니할 수 없다. 미래의 학문 비전을 바탕으로 학회를 계열화·체계화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시급하고 절박하다. 학회들이 연합해 공동으로 학술지를 발간하고,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노력이 그 출발이 될 것이다. 관련 학회들이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독자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나루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드는 법이다. 격변의 시대에는 언제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문진(問津)의 정신이 필요하다.
  • [사이버대학 특집] 언제 어디서든 내 손 안 강의실

    [사이버대학 특집] 언제 어디서든 내 손 안 강의실

    대학 간판보다 실력이 중요한 시대다. 새로 직장을 얻으려면, 직장에서의 업무 능력을 키우려면, 혹은 다른 직장으로 옮겨 가려면 실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그렇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르고 대학에 입학해 다닐 수는 없는 일. 이런 이들에게 사이버대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일반 대학과 달리 시간, 공간 제약 없이 배울 수 있다. 최근엔 사이버대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비 부담도 적고, 장학금 지원은 커지고 있다. 재교육을 원하는 직장인, 취업준비생, 주부, 고졸 취업자 등 많은 이들이 사이버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알토란’ 같은 사이버대로 꼽히는 경희사이버대, 대구사이버대, 서울디지털대, 서울사이버대, 세종사이버대, 한양사이버대를 소개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허참(67)은 얼마 전 경기 남양주에 있는 자기 농장을 일반에 오픈했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듣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참스팜스’라는 간판을 세웠다. 2층은 일종의 기록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예능 40여년 역사가 담긴 사진, 포스터, 앨범들을 여기에 모았다. 자기 그림 작품들도 여러 점 걸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여의도 KBS 녹화홀에서 25년 동안 실제로 썼던 ‘가족오락관’ 네온사인이다. “창고에 처박아 두면 그냥 썩는다고, 방송국에서 선물로 주더군요. 그걸 여기 가져와서 전원을 연결하니까 불이 들어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 오랜 시간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봐 줄게, 이렇게 다짐했어요.” ●1973년 여동생 결혼 밑천인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 -기차가 덜컹거리며 부산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무 대책 없는 ‘무작정 상경’의 주인공이 내가 되다니…. 군에서 막 제대한 1973년 어느 날이었다. 지갑 속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벌면 몇 배로 갚아줄게.”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이었다. -서울살이는 예상보다도 힘들었다. 집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으니 군대나 고향 친구들 집을 번갈아가며 하루하루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정동 MBC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됐는데, 자전거로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을 배달해 주며 공짜 숙식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코미디언이 됐든, MC가 됐든, DJ가 됐든 뭐라도 하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왔다. 그해 겨울 군대 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갔다가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를 지나치게 됐다. 문앞에 탄산음료 ‘오란씨’ 시음 행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유난히 코가 큰 사람이 서 있었는데, 쉘부르의 주인이자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PD 겸 DJ로 활동하던 이종환 선생이었다) 무대에서는 이태원, 전언수씨로 구성된 통기타 듀오 ‘쉐그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마친 뒤 객석 손님들에게 경품을 주는 행운권 추첨을 시작했다. 내가 딱 걸렸다. “무대로 잠깐 올라오세요.”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몇 마디에 공연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웃던 이태원씨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몰라요?” “앗,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허참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종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여기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월급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그걸로 족했다.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틈틈이 손님들 신청곡 받아 노래를 틀어주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잠깐씩 무대에 올라 짤막하게 MC를 볼 일이 생겼는데, 차츰 “쉘부르에 명물이 하나 들어왔다”고 입소문이 났다. 날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몇 달 후에는 어니언스, 쉐그린, 김정호, 김세화, 권태수 같은 포크 스타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정식 MC로 승격이 됐다. 스탠딩 코미디와 노래를 섞은 ‘허참쇼’라는 코너도 만들어졌다. -MBC의 라디오 PD 겸 DJ였던 박원웅 선생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에서 ‘청춘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DJ 해볼 생각 없나.” 현기증이 났다. ‘얼마 전까지 자전거에 동태 궤짝이나 채소 꾸러미를 싣고 지날 때마다 그토록 높게 보였던 MBC 사옥. 그곳에 내가 입성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쉘부르의 객석에서 소파 몇 개 붙여놓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는 신세였다. 노래 ‘편지’의 성공으로 형편이 나아진 어니언스 임창제가 물려준 슬리핑백이었다. 방송 DJ를 시작하면서 동대문 근처에 방을 얻은 나는 임창제의 슬리핑백을 의기양양하게 다른 친구에게 물려주고 쉘부르 시대를 마감했다. ●남다른 입담…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운명의 MC 제안 -우리 집안의 뿌리는 황해도다. 나도 거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6·25 전쟁이 났고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월남을 했다. 어쩌다가 땅끝인 부산까지 와서 부민동에 터를 잡고, 법원 공무원으로 취직했다. 그 덕에 적당히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소고기 반찬을 싸 주면 나보다 못사는 아이가 배급받아온 옥수수빵과 바꿔 먹기도 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1956년 부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미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었다면 남다른 끼와 말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소풍 가서 사회자는 늘 내 차지였다. 그래선지 말이나 행동에 남다른 스타 의식이 강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교문에서부터 영화배우처럼 겉멋을 부리며 걸었다. 저 멀리 3층 교실 창문에서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여자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웅변대회에도 단골로 나갔다. 주위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나의 성우 흉내였다. ‘삼국지’, ‘수호지’,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외워 목소리 흉내를 내면 식구들, 친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국어 시간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으로 시작하는 고전 ‘조침문’을 ‘전설 따라 삼천리’의 성우 유기현씨 목소리로 읽어주면 교실은 난리가 났다. -공부는 못했다.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고 영남상고에 들어갔는데, 막상 졸업을 할 때가 되니 아버지는 “네가 장남인데 대학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재수를 시작했는데, 길게 하지는 못했다. 공부 의욕도 떨어졌지만 집안 형편이 크게 기울어졌다. 안 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1972년 군 복무 중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박정희 정부는 전군에 ‘문화선전대 경연 행사’를 열어 유신의 필요성을 병사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단 웅변대회 선수로 뽑힌 나를 대대장이 불렀다. “이상용, 너는 오늘부터 웅변 대신에 문선대 경연 준비를 해라.” 유신헌법이 뭔지를 내가 알 리 없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우리 몸에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유신헌법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옷이다’를 주제로 코미디를 구성해 연기했고, 사단에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MC 겸 코미디 담당으로 예하부대를 돌며 유신 홍보 공연을 다녔다. MC와 코미디언으로서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마 후에는 사단 내 방송 DJ도 맡게 됐는데, ‘쌀’을 ‘살’로 발음하고 ‘의사’를 ‘어사’라고 말하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 문선대 공연에서야 사투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아무래도 방송에선 아니었다. 교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매일 책과 신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와 큰 도움이 됐다. ●‘수그려라’가 제 좌우명… 저를 방송인으로 남게 한 건 8할이 ‘노력’ -박원웅 선생의 스카우트로 MBC 라디오 데뷔를 한 이후 몇몇 프로그램이 나를 더 따라왔다. 사람들은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말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위기가 찾아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요계를 평정할 때였으니 1976년쯤인 듯한데, MBC 라디오의 간부 한 분이 나를 호출했다. “라디오 진행자를 전부 아나운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 미안하다.” 교통정보 프로그램 ‘푸른 신호등’에서 하차하라는 말이었다. 방 한 칸 신혼살림에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 세간이라곤 쌀통 하나뿐이고, 찬장도 없어 사과상자로 대신하고 있던 우리 부부였다. “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소용없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폭음을 하고 들어가 아내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방송하는 사람은 방송국에서 안 불러 주면 끝이다. ‘푸른 신호등’에서 졸지에 잘린 뒤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MBC 근처에 신발가게를 차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구두 같은 것을 떼어다 아내와 같이 팔았다. 조용필이나 이은하 같은 스타들이 찾아와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망했다. 장사는 말주변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묘하게도 신발가게를 폐업하자 방송 요청이 연달아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실업자 생활과 신발가게 실패를 통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간단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라디오로 주가가 오르면서 TBC ‘7대 가수쇼’ MC로 TV 데뷔를 했다. 운현궁 공개홀에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당대의 스타들과 인사를 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 고려진씨와 짝을 이뤘는데 최초의 남녀 공동 MC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150명 정도의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얼마 후에는 MBC ‘토요일 밤에’와 함께 주말 저녁을 양분하고 있던 TBC ‘쇼쇼쇼’의 MC로 위키리(이한필)의 뒤를 이어 발탁됐다. 쇼쇼쇼에서 나와 최고의 콤비를 이뤘던 정소녀씨를 만났다. ‘허참’ 하면 ‘정소녀’, ‘정소녀’ 하면 ‘허참’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이 MC를 보던 정혜경씨는 내 이름에 이어 자기 이름을 말하는 순서에서 돌연 ‘정소녀’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기 드문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한창 때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다. 수십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 고독감을 술로 달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한밤중 방송이 끝나면 심신이 허기져서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일에 술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방송국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나를 대표하는 ‘가족오락관’은 1984년 4월 3일 벚꽃이 한창일 때 처음 전파를 탔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공교롭게 마지막 1237회 녹화일이 2009년 4월 2일이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는 만 25년. 나의 청춘과 중장년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반세기와 좀 더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새로운 포맷의 참신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관두게 됐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KBS는 가족오락관 후속으로 ‘가정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몇 번 내보내고는 시청자 반응이 안 좋다며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그려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애쓴다. 남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나는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한테 말한다. 분위기 뜨고 흥겹다고 해서 객석에 마이크 들이대며 반말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방송인으로서 나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끼’는 타고났을지 몰라도 나머지를 채운 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젊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유머집을 구입해 외우고 또 외웠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 암기했다. 교수, 의사, 성악가, 요리사, 언론인 등 자기 분야의 고수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다. 그들과의 얘기는 모두가 살아 있는 공부였고, 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단련될 수 있었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허참은 누구 본명은 이상용.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MC’ 중 한 명이다. TBC 동양방송,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에서 수많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26년 동안 진행한 KBS ‘가족오락관’은 그의 이름과 동일시된다. 코미디언,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남상고, 동아대,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TV 프로그램 TBC ‘7대 가수쇼’ ‘쇼쇼쇼’ ‘전국 TOP10 가요쇼’, KBS ‘가족오락관’ ‘도전! 주부가요스타’ ‘왕건오락관’ ‘지구촌 노래자랑’, MBC ‘젊음은 가득히’ ‘지붕뚫고 하이킥’,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 SBS ‘빙글빙글 퀴즈’ ‘잉꼬부부 재치부부’, MBN ‘엄지의 제왕’ ▲라디오 프로그램 MBC ‘싱글벙글쇼’ ‘푸른 신호등’ ‘청춘은 즐거워’, SBS ‘허참의 즐거운 저녁길’ ▲음반 ‘왜 몰라주나’(1976년) ‘추억의 여자·소낙비’(2007년) ▲제29회 한국방송대상(2002년) 제12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2005년) KBS 연예대상(2006년)
  • 雪렌다… 스키와 첫 키스

    雪렌다… 스키와 첫 키스

    곤지암 리조트 등 수도권 스키장이 12월 초 개장하면서 이미 개장한 강원권 스키장과 더불어 본격적인 ‘화이트 시즌’을 열었다. 올해 화두는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이다. 차량 통행량이 많았던 종전 영동고속도로의 경기 광주~원주 구간에 새 도로가 놓이면서 더 많은 스키어들의 강원권 스키장 방문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을 가장 반긴 곳은 곤지암리조트(www.konjiamresort.co.kr)다. 경기 광주, 곤지암 등에 나들목이 조성되면서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스키 리조트가 됐다. 여기에 판교~여주 간 전철이 개통되면서 서울 강남에서 40분, 판교에서는 20분이면 닿을 수 있게 됐다. 성남~초월 간 고속화도로 개통도 호재다. 군포, 안양, 평촌 등 경기 서·남부권과 장호원을 통한 충북 서북부권의 스키어 유입 효과를 노려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비한 시스템 정비도 마쳤다. 우선 전철 이용 스키어의 편의를 위해 곤지암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1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4층 규모의 스마트 주차타워도 오픈했다. 서울과 수도권 스키어를 위한 무료 셔틀버스도 총 13개 노선 56개 정류장으로 확대했다. 설비 면에서 올해 가장 도드라진 변화는 조명 시스템 업그레이드다. 국내 처음으로 스키장 내 모든 조명을 프로야구장 등에서 사용하는 플라스마 조명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이를 위해 200여억원을 투자했다고 이 리조트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덕에 야간 스키를 매일 새벽 4시까지 ‘낮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심야 스키족을 위한 시간제 리프트권인 ‘심야 미타임패스’도 내놨다. 야간 스키는 주간보다 최대 35%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최초 동계올림픽 스키 국가대표였던 임경순씨를 명예스키학교장으로 영입하는 등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충실하게 준비했다. 수도권에서의 근접성에서 보자면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www.elysian.co.kr)도 뒤질 게 없다. 경춘선 상봉역에서 전철을 타면 1시간 안에 엘리시안 강촌역(백양리역)에 닿는다. ‘전철 타고 가는 스키장’이란 별칭은 이 때문에 생겼다. 이른바 ‘퇴근 스키어’들을 위한 준비도 남다르다. 오후 7시 이후 야간에는 리프트와 장비 렌털 패키지가 최대 55%까지 할인되기 때문에 몸만 가도 저렴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초보자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했다. 키즈 스키스쿨을 이용할 경우 스키강습과 픽업, 식사, 보험까지 패키지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 1일 집중 3시간 전담강사제로 진행해 보다 빠르게 스키를 배울 수 있다. 서울발 셔틀버스는 17개 노선, 110개 정거장을 운영한다. 버스 요금은 3000원이며, 스키 시즌권 구매자는 무료다. 원거리 강원권 스키장 가운데는 평창의 ‘휘닉스 평창’이 기대주다. 1995년 창립 이후 21년 동안 사용했던 옛 이름 휘닉스 파크를 버리고 올 시즌 ‘휘닉스 평창’으로 다시 태어났다. 애칭이었던 ‘휘팍’도 이제 기억 너머로 사라졌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400개 콘도 객실이 새 단장을 마쳤다. 호텔과 객실 리노베이션은 시즌 내내 진행된다. 스키 슬로프는 지난달 4일 국내 가장 먼저 오픈했다. 8·9일에는 3개의 상급자 코스도 개방한다. 아울러 심야, 백야 시간대 스키 프로그램도 운용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도 기대된다. 해마다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는데, 올해도 스키와 보드 등 5개 종목의 월드컵이 내년 2월 10~19일 개최될 예정이다.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리는 대회라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할 전망이다. 홍천의 비발디 파크(www.daemyungresort.com/vp)는 강원도에 있으면서도 수도권 스키장으로 인식될 만큼 많은 스키어가 몰리는 곳이다. 시즌 오픈을 맞아 세계 5개국 스키장 이용 등 우대 할인 혜택을 담은 16/17 스키월드 2차 시즌권, 각종 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렌털 시즌권, ‘얼리버드 윈터 패키지’ 등을 출시했다. 올해 스키, 보드 보관소도 문을 열었다. ‘퍼스트 스키어’, ‘베스트 드레서 스키어’ 등에게는 스키 리프트권, 오션월드 입장권 등의 경품도 준다.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17일부터 새해 2월 4일까지 총 8회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서트를 연다. 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한 곳인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www.alpensiaresort.com)는 벌써 초·중급자 코스를 야간 개장했다. 개장 기간은 새해 2월까지다. 스키장 개장을 기념해 슬로프 2개면 오픈 시 리프트와 장비 렌털을 50% 할인한다. 스키 시즌권도 할인 판매한다. 시즌권 구매 고객에게는 콘도 할인 이용권, 워터파크 오션700·스키리프트 무료 이용권 등이 담긴 쿠폰북을 제공한다. 하이원 스키장(www.high1.com)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안전한 스키’가 테마다. 슬로프의 사고 다발 지역에 2~3중으로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올해 장비 시즌 렌털제를 새로 도입했다. 가격 부담도 다소 줄었고, 방문할 때마다 장비를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게 됐다. 스키장 개장 10주년을 기념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새로 오픈했다. 스키장 대기 시간 정보 등 서비스가 제공된다. 임시 오픈이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이용자만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터레인 파크와 하프 파이프 등 익스트림 시설도 통합 운영 중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최순실 끝내 ‘최순실 청문회’ 불참…동행명령에도 불응

    최순실 끝내 ‘최순실 청문회’ 불참…동행명령에도 불응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끝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국정조사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최씨에게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최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동행명령장이란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해당 특징을 지정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로,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동행명령장의 집행을 방해하도록 하면 징역 5년 이하에 처해진다. 최씨는 7일 열린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최종적으로 불출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최씨는 자신과 관련한 재판이 곧 열린다는 점과 ‘공황장애’라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한다는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최씨의 언니 순득(64)씨도 건강 문제를 불출석 사유로 제시해 이날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득씨의 딸 장시호(37)씨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인데 최순실이 참석하지 않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고 한다”면서 “이분들의 불출석을 누가 자유로 보겠나. 인권이란 명분 속에 서슴없이 몸을 숨기는 행위야말로 이제까지 해온 국정농단 인물들이 얼마나 후안무치·안하무인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재벌 총수들의 전경련 탈퇴 언급에 주목한다

    나라 밖에서 보자면 아주 진기했을 풍경이 어제 국회에서 펼쳐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9명이 청문회 증언대에 한꺼번에 나란히 앉았다. 지구촌 경제의 한 축을 움직이는 거대 기업의 수장들이 정권의 비위를 맞추느라 뒷돈을 바쳤는지를 놓고 온종일 추궁당했다. 권력과 재벌이 낳은 후진적 짬짜미 의혹을 대체 우리는 언제쯤에나 벗어날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이다. 어제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장 무더기 증인 출석은 28년 만이었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 청문회 때에도 재벌들은 “이런 관행을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입을 모아 약속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답변은 달라진 게 없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자금 성격을 추궁하는 질문에 총수들의 대답은 한목소리였다. 청와대의 출연 요청은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강제성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사업 특혜나 총수 사면 등 대가성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밝혀지지 못한 대가성 여부가 청문회에서 새삼 가려질 것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려웠다. 그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라는 총수들의 해명에 국민의 회의는 더 깊어진다. 28년 전 5공 청문회에 출석했던 재벌 총수들의 아들이 이번에도 무려 6명이었다.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가 여전히 공고하게 대물림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대기업들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이 독대한 자리에서 이런저런 취지로 금전적 지원을 요청했다면 거절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독대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는 옹색한 해명까지 했다. 백번 접어 대가성 없는 기부였다고 한들 재벌들이 순전히 피해자라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촛불 집회에 나온 수많은 시민은 “재벌도 공범”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다닌다.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 등 기업 현안들을 권력과의 뒷거래로 무마하려 한 흔적이 줄줄이 드러난 마당이다. 기업들이 빌미를 주지 않았다면 권력 실세들의 ‘삥 뜯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밀실 독대로 정권의 비위를 맞춘 의혹에만도 국민 분노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촛불 민심은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그룹 총수들의 구속을 외치고 있을 정도다. 권력 입맛이나 맞추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해체하라는 성난 목소리가 지금처럼 높았던 적도 없다. 삼성, SK, LG 등 간판 재벌들이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민심을 이길 수 있는 공룡은 세상에 없다. 재벌과 권력의 야합 의혹은 이번 청문회로 기필코 마침표가 찍혀야 한다. 대기업들이 화급을 다퉈 그야말로 환골탈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백만 촛불이 ‘재벌 개혁’을 외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