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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러온 타이어에 봉변당한 남성

    굴러온 타이어에 봉변당한 남성

    길을 걷던 한 남성이 도로에서 갑자기 굴러온 타이어에 봉변을 당하는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끔찍한 이 사고는 지난 17일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이파칭가에서 발생했으며 최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아내와 함께 한가하고 고요한 길을 걷고 있다. 그가 한 건물 앞을 지나는 순간, 갑자기 도로에서 날아온 커다란 타이어가 그의 머리를 강타한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그는 이 충격으로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호주 나인뉴스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 카를로스 페르난데스는 두개골 골절과 흉부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국이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진 영상=ViralHog, 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세상의 황금시대는 어디에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세상의 황금시대는 어디에

    정녕 좋은 시절이란 유한한 것일까. 연이은 테러와 폭동으로 파리의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고 루브르의 관람객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는 우울한 소식을 들은 날 모두가 동경하는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를 떠올리며 문득 든 생각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낭만과 사랑 그리고 예술의 도시로 파리가 자리잡은 것은 산업혁명 이후 프로이센과의 전쟁을 끝낸 1871년부터이다. 이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몰려와 예술지상주의에 빠져들었고, 이런 분위기는 대공황이 일어나기 전인 1930년대까지 이어진다. 역사가들은 특히 1871년부터 1914년까지를 ‘황금시대’라 명명했다. 이 시절 파리는 경제적 풍요로 낙천적 분위기와 힘찬 시대적 에너지가 넘쳐났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데카당스한 댄디보이들이 세기말의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이들은 병적인 상태를 탐하고, 기괴한 주제와 소재를 반기며, 관능적이고 과민한 자의식으로 현실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를 위해 예술을 위한 예술을 강조하며 자연미를 거부했다. 우디 앨런은 이 시기의 파리를 찬미하고 그리는 영화를 만든다. 바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다. 이 영화도 산만하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큐 ‘우디 앨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에서처럼 복잡하고 산만한 구성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더 몽환적이며 환상적이다. 그는 시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을 통해 행복하고 낭만적인 그때의 파리로 데려간다. 그리고 관객들의 ‘파리앓이’가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황금시절은 있는 법이고 오늘보다는 지난 과거를 대부분 황금기로 여긴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오늘이 지나면 어제가 된다는 사실을 잊고 언제나 사람들은 오늘은 힘들고 어렵고, 지금보단 어제가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까칠하고 섬세한 우디 앨런은 ‘옛날도 좋았지만’ 가장 ‘좋은 시절’은 ‘지금’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오언 윌슨이 연기한 ‘길’이다. 소설가를 원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영화대본을 쓰는 그는 자신의 재능을 몰라 주는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상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1920년대를 동경한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약혼녀 ‘이네즈’는 매우 현실적이다. 이렇게 생각이 다른 한 쌍이 파리를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영화의 줄거리다. 아니 영화의 전부다. 파리의 낭만을 즐기려는 길은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 이네즈를 두고 혼자 나왔다 길을 잃고 만다. 낯선 파리의 밤거리를 헤매는데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앞에 1928년 나온 멋진 구형 푸조 ‘랑듀레 184’가 나타난다. 멋진 자동차에 몸을 맡기고 얼떨결에 도착한 곳은 전설적인 작곡가 콜 포터가 피아노를 치고 노래 부르며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 부부가 헤밍웨이와 잡담하는 그곳, 1920년대 파리의 한 파티장이다. 즉 황금시대의 중심인 것이다. 그 후 길은 자정만 되면 버릇처럼 1920년대로 길을 나선다. 이곳에서 마크 트웨인을 만나 작품 얘기를 나누고 당대 최고의 비평가이자 소설가며 시인인 거트루드 스타인은 그의 작품을 읽고 칭찬해 준다. 피카소의 연인인 아드리아나와 만나 현실의 연인 이네즈를 잊고 환상 속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우디 앨런이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 1920년대 파리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모든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연 파티가 바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이다. 이 시절 파리는 인간상실의 시대에 절망한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욕망과 탐욕의 시대를 벗어나 이룬 ‘해방구’였다. “선한 미국인은 죽어서 파리에 간다”고 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특히 많은 미국의 문인, 예술가들은 파리로 떠났고 일부는 그곳에서 살고 뼈를 묻을 만큼 파리는 동경의 땅이자 예술적 열정으로 가득한 땅이었다. 그리고 파리는 시대적 아픔을 치유, 아니 잊을 수 있는 낭만적 도피처이기도 했다. 그래서 수많은 카페와 바 그리고 아틀리에를 전전하는 파티는 초라했지만 매일매일 토론과 열정으로 잘 차려진 성찬이었다. 이렇듯 미국의 지식인·예술가들에게는 뜨거운 파리였지만 토박이들에게는 권태롭기 그지없는 공간이기도 했다. 우울하고 염세적인, 그러나 피는 뜨거웠던 ‘파리의 황금시대’를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 낸 로트렉이 스케치를 하고 있는 물랭루주의 한 바에 나타난 드가에게 고갱이 한마디 날린다. “이 시대는 공허하고 상상력이 없어. 르네상스 때야말로 최고의 시대였지!”라고. 우디 앨런은 현실에서 작품을 인정받지 못해 불만인 길에게 1920년대 문화예술의 황금시대를 구가하던 파리도 당시 고갱에게 불만이었던 것처럼 “지금, 여기”와의 대비를 통해 ‘현실도 꽤 괜찮은 살 만한 곳’이라는 쪽지를 슬그머니 손에 쥐여 준다. 영화 속 황금시대의 파리는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운집해 있다. 장 콕토, 투우사 벨 몬테, 모딜리아니, 계속해서 코뿔소를 외치는 달리와 그의 친구인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 사진가 만 레이, 시인 T S 엘리엇, 조세핀 베이커, 주나 반스, 코코 샤넬 등등이 마치 20세기 초를 구가한 문화예술인 인명사전의 색인처럼 등장한다. 이 시절 파리로 모였던 많은 화가들을 ‘에콜 드 파리’라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파리의 몽파르나스는 이민 또는 난민 화가들의 천국이었다. 파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었고 누구든 ‘톨레랑스’라는 이름으로 받아 주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모딜리아니, 러시아의 샤갈, 리투아니아의 수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전쟁을 피해 파리로 스며들어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시대를 거스르는 연어처럼 펄떡이며 자신의 예술혼을 불살랐다. 내일은 없다는 듯 보헤미안처럼 그날그날에 충실했다. 멜랑콜리한 정서와 반항적인 기질, 감상적인 성격과 취향이 같았던 이들은 로맨틱하고 서정적이거나 우아한 애수가 함께하는 섬세한 관능미를, 때로는 분노와 열정을 자제함이 없이 화폭에 폭발적으로 펼쳐내기도 했다. 이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카데미즘을 일거에 무너뜨린 야수파, 입체파, 미래파이다. 각기 다른 다양한 작품의 바닥에는 불안과 고뇌라는 공통점이 도사리고 있었고, 여기에 샹송을 보태며 그들은 더욱더 충실하게 오늘을 살았다. 영화에서 포크너는 말한다. “과거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디 앨런은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바로 황금시대”라고 말한다. 아마 그가 한국인이라면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을 터이다. 그렇다. 어지러운 세상이다. 하지만 굴러 보자. 황금시대는 다시 올지니.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새 한국 사회 탄생시킨 3·1 운동… 그 불멸의 위대함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새 한국 사회 탄생시킨 3·1 운동… 그 불멸의 위대함

    1919년의 3·1운동은 우리 현대사의 시작이다. 그것은 역사학자가 말하는 우리의 현대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말하는 우리의 현대사다. 한국 사회가 보는 한국의 현대사는 근대사 없는 현대사다. 근대사는 중세사회의 종말로부터 시작된다. 중세사회의 특징은 자아(自我) 개념이 없는 것이다. 요사이 식으로 말하면 셀프(self) 개념이 없는 사회다. 물론 민족 개념도 없고, 내 나라 의식인 자국(自國) 개념도 없다. 자국 개념이 없는 것만큼 자기 문화에 대한 정체성 개념도 없다.일제의 침탈과 합방 이전의 조선 사회는 바로 그 중세사회였다. 조선 왕조는 그 숨이 끝날 때까지 근대사회의 여명(黎明)이 없었다. 여명은 날이 밝아 오는 무렵의 희미한 빛이다. 희미한 빛조차 보이지 않은 채 조선 왕조는 끝났다.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조선과 달리 실제의 조선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계속 거꾸로 돌리고 있었다. 그 전형적 예가 위정척사(衛正斥邪)다. 위정척사는 소(小)중화(中華)를 지향하는 사상이며 주창이다. 위정의 정(正)은 유교이며 중국의 문화다. 척사의 사(邪)는 서구의 문물이며 사상이다. 유교며 중국의 문화는 옳고 바른 것으로 굳게 지켜야 하고, 서구의 문물이며 사상은 사악한 것, 간사하고 악한 것으로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척사야말로 중세 사상 그 자체다. 물론 그 이전 갑오경장도 하고 개화파도 있었지만 사회 변화, 국가 개혁의 주경향이 되지는 못했다. 아니, 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소중화 사상이 위아래로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유교 사상에 침잠(沈潛)해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사서삼경이 아니면 책이 아니고 삼강오륜이 아니면 도덕이 아니라는 그런 정도도 훨씬 넘어서 있었다. 그 소중화 사상은 당시 오직 한 나라 중국만이 나라이고, 중국만이 우리가 의지하고 귀의할 나라이며, 그 나머지 다른 나라들은 모두 문화가 없거나 아득히 낮은 오랑캐 나라들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중국 말고는 어느 나라와도 상종할 수 없다는, 만일 상종을 하려 할 때에는 천자(天子)의 나라 중국로부터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엄청난 배타적 쇄국주의 사고였다. # 20세기 초까지 조선 선비들은 중세인에 머물러 거기에다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작은 ‘중국적 모형’이라는 소중화 나라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 자부심으로 위정척사적 사고는 더욱 굳어서 근대사회로의 길은 계속 차단됐다. 1840년대 초 아편전쟁으로 천자의 나라 중국이 서구 세력의 무력 앞에 산산 박살이 나는 것을 번연히 보면서도 이 소중화의 자부심은 변화가 없었고, 아편전쟁 이후 20년이 지나는 고종 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쇄국주의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우리가 근대사회로 가는 길이 얼마나 멀었던가를 당시 위정척사파의 대표적 투사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에게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는 외세 배격을 끝까지 주장하면서 일본에 반대하다 1906년 대마도에 유배돼 순절한, 그 의기와 지조에서 높이 추앙받는 대표적 조선 유학자다. 그는 도끼를 메고 대궐 앞에 엎드려 일본과의 수교를 결사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고, 의병을 일으켜 일본에 항쟁도 했다. 그러다 대마도 유배 전 흑산도로 먼저 유배됐다. 흑산도 유배 중 흑산도 여티미마을(천촌·淺村) 바위에 새긴 그의 글귀가 아직도 선명히 전해지고 있다. 기봉강산(箕封江山) 홍무일월(洪武日月)이 그 글귀다. 조선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 사람인 기자(箕子)가 세운 나라다. 조선의 해와 달은 누구의 것인가.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것이다. 그의 해와 달이 밝게 비치고 있는 나라가 조선이다. 왜 서양을 배격하고 일본을 배격해야 하는가, 우리는 기자와 주원장이 만들고 비춰 주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위정척사파의 주장이고 최익현의 사상이다. 숭명사대(崇明事大) 소중화의 전형이다. 오늘날 사드 반대하러 중국 가는 정치인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사드를 반대하면 자국에서 할 것이지 우리 안보에 그 어떤 책임 의식도 갖지 않는 그들 중국인에게 어떻게 기대려 하는가. 조선조 사대(事大)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면암 최익현에서 보듯 20세기 초까지 조선 선비들의 대다수는 중세인(中世人)들이었다. 선비는 물론 일반 사람들의 사고도 모두 중세인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내 나라라는 자국 개념이 없었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개념은 더더욱 있을 수 없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내 민족이라는 집단의식, 우리 고유 문화라는 정체성 또한 갖지 못했다. 완전히 중세인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근대가 없이 일본에 먹혔고, 식민지가 됐다. # ‘근대’ 없이 ‘중세’에서 현대사회로 뛰어올라 그렇다면 그 무엇이 우리의 기나긴 중세시대를 마감하게 했는가. 심지어는 식민지 시대에 들어와서까지도 여전히 중세시대에 살았다면 그 무엇이 우리를 중세사회로부터 벗어나게 했는가. 그것이 1919년의 3·1운동이었다. 3·1운동으로 해서, 3·1운동을 기점으로 우리는 근대가 없이 중세에서 단번에 현대로 뛰어들었다. 우리의 현대사는 3·1운동이 시작이다. 새로운 한국 사회, 현대의 한국 사회 출발은 곧 3·1운동이었다. 3·1운동으로 해서 한국 사회는 새로이 태어났다. 바로 거기에 3·1운동의 위대성이 있다. 우리가 영원히 1919년의 3·1운동을 기려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3·1운동을 역사의 한 사건으로만 생각한다. 기껏해야 일제의 수탈과 압제에 못 견뎌 온 국민들이 들고일어난 대궐기 대저항운동 정도로 여긴다. 대다수 역사학자들도 일제의 식민정책이 달라지는 시대의 한 이벤트 정도로 기술한다. 그러나 그것은 3·1운동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3·1운동의 역사성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3·1운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전혀 생각지 않은 것이다. 조선조 실록을 읽는 그 안목, 그 습관으로 한 임금이 가고 다음 임금이 들어서고, 그리고 이 사화(士禍) 저 정변(政變)을 거치면서 많은 신하가 죽고 대폭 바뀌고 쫓겨나는 그 이벤트성(性) 역사에 길들여진 안목으로 보는 3·1운동은 그저 그런 이벤트일 뿐이다. 무엇보다 3·1 정신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정신이다. 3·1정신은 바로 불역유행(不易流行)의 정신이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도 그리고 아무리 세월이 가도 달라지지 않는 정신, 그 불역유행의 정신을 근 100년 전 우리 선인들이 가슴에 담았고 그리고 널리 널리 고양했다. 그럼으로써 일제가 아무리 탄압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 속에 깊이 간직됐고, 그 모진 세월 속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수가 없는 정신이다. 해방이 되고 좌우로 갈려 밤낮없이 우리끼리 싸우는 가운데서도 그 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6·25의 극한 상황에서도 그 정신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1950년대 60년대 한없이 배가 고팠던 그 굶주림의 시대, 그리고 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그 치열한 산업화 시대에도 그 정신은 불타고 있었다. 그것은 끊어질 수 없는 그리고 멈출 수 없는, 그 맥이 끝없이 이어지는 한국인 정신이었다. 만일 이런 3·1운동, 3·1정신이 없었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일제 36년이 끝나고 해방이 됐어도 중세사회 조선시대의 연장으로 그대로 살았을 것이다. 물론 3·1운동이 일어났다 해서 사회 구조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니다. 구조는 분수령을 넘듯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생산 방식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구조는 한동안 그대로 지속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다르고, 사고는 다르다 구조보다 훨씬 앞서 혹은 구조와 동떨어져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내 나라 의식, 민족의식, 자아의식이 3·1운동으로 해서 3·1운동이 일어나기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되고 차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3·1운동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이 읽어야 할 이유가 확연해지는 것이다. 연세대 명예교수
  • 金보름, 5000m에 두둥실

    金보름, 5000m에 두둥실

    오늘 매스스타트 출전… 2관왕 도전 “쇼트트랙에선 그저 그랬는데 어느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으로 떠올랐나”는 말을 듣는 김보름(24·강원도청)은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번번이 일본 선수들 벽에 부딪히며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지난 20일 열린 여자 3000m와 21일 여자 팀추월에서 모두 일본 선수에게 뒤졌다. 값지긴 했지만 아쉽게 은메달만 잇달아 2개를 얻은 김보름은 “5000m만큼은 설욕전을 펴겠다”며 이를 갈았다. 22일 5000m에서 김보름은 약속을 지켜낸 기쁨을 한껏 즐겼다.사실 김보름은 대회를 준비할 때부터 장거리에 초점을 맞췄다. 김보름은 “여러 선수가 경쟁하는 매스스타트에서는 세계대회와 아시아권 대회의 경기 흐름이 다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미 자신감에 넘치는) 매스스타트보다 장거리 종목에 욕심을 내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스타트와 직선 주로를 주파하는 데서 좀 뒤떨어진다는 약점을 메우려고 레이스 운영 능력과 막판 스퍼트 훈련을 집중하며 명예 회복을 노렸다. 다행히 몸 상태도 좋았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 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에서 4분3초85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6위에 그쳤지만, 세계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5000m 결승이야말로 김보름이 보여준 강한 승부욕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경기였다. 노련미를 뽐내던 일본 장거리 강자 다바타 마키(33)는 경기 초반 무리를 하다 1800m구간 이후 속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4위에 머물렀다. 아무래도 거세게 밀어붙이는 김보름을 의식할 수밖에 없던 터였다.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던 김보름은 뒤늦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방향을 틀었다. 쇼트트랙에선 보여주지 못한 폭발적인 스피드와 지구력을 선보이며 2011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동계아시안게임 30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매스스타트가 처음 도입된 2014~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휩쓸며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꿰찼다. 김보름은 23일 마지막 종목인 여자 매스스타트에 나선다. 꼭 대회 2관왕에 올라 톱랭커를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매스스타트는 3명 이상의 선수가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 경쟁하는 방식이어서 쇼트트랙(한 바퀴 200m)에서 코너링 주파, 추월을 연마했던 김보름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이날 김보름의 질주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한국인에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고, 다치지 말고 끝까지 파이팅해주세요’라는 등 칭찬을 쏟아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심심함 날릴 삼삼한 한입

    심심함 날릴 삼삼한 한입

    주전부리는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이다. 여행길에 들고 다니며 먹기 딱 좋다. 요즘엔 주전부리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제법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전국의 주전부리 명소들을 선정했다. 출출한 오후에 뭘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복음’ 같은 정보다. ① 원조 달인 꽈배기 ‘서울 서대문 영천시장’서대문 영천시장은 60년 세월을 품은 재래시장이다. 외관은 깔끔하게 정비됐지만 시장의 온기는 여전하다. 명물은 꽈배기다. 자매가 운영하는 가게가 특히 알려졌다. 언니는 시장 안 ‘원조꽈배기’에서, 동생은 시장 입구 ‘달인꽈배기’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쫀득한 찹쌀 도넛도 인기다. ‘독립문영천도넛’이 특히 알려졌다. 휴일 없이 운영된다. 매콤달콤한 떡볶이는 대체 불가 메뉴다. 오래전부터 시장 인근에 떡 공장이 많아 자연스레 떡볶이 가게가 늘었다고 한다. ‘원조떡볶이’가 가장 알려졌고 옆집 ‘영천떡볶이집’의 명성도 뒤지지 않는다.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맛나팥죽’의 팥죽과 호박죽도 일품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에 있다. ② 화덕만두·공갈빵 성지 ‘인천 차이나타운’인천 차이나타운은 주전부리의 천국이다. 화덕만두를 비롯해 공갈빵, 홍두병 등 먹거리가 넘친다. 요즘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핫한’ 주전부리는 화덕만두다. 200℃가 넘는 옹기 화덕에 굽는 중국식 만두인데, 일반 만두와 달리 겉이 바삭하다. 한쪽에 꿀을 바르고 겉이 부풀게 구운 공갈빵도 대표적인 먹거리다. 무심코 집어 먹었다가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홍두병은 ‘붉은팥이 든 과자’란 뜻이다. 대만의 인기 간식 중 하나로, 큼직하고 부드러운 빵에 팥소가 듬뿍 들었다. 크림치즈와 망고, 다크초콜릿 등을 넣은 홍두병도 맛있다. 대왕카스테라 역시 대만에서 건너온 주전부리다. 두부판만 한 카스텔라를 큼직하게 썰어 판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 때문에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③ 침샘 자극 메밀 잔치 ‘강원 정선 아리랑시장’정선에는 투박하지만 건강한 먹거리가 많다. 이 맛 보려고 일부러 정선 5일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정선 주전부리의 대표는 메밀전병이다.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부치고 김치, 갓, 무채를 버무린 소를 올려 돌돌 말아 낸다. 메밀부치기(부침개의 사투리)는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 부친다. 슴슴하면서도 달큰한 배추가 입맛을 돋운다. 찰수수 반죽에 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부친 수수부꾸미도 인기다. 적당한 단맛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녹두 빈대떡과 장떡도 별미다. 정선아리랑시장에선 이들 토속음식 4~5가지를 담아 모둠전으로 판다. 이 밖에 수리취떡, 쫄깃한 감자떡, 약초차 시음 코너 등도 발길을 붙잡는다. 정선아리랑시장은 끝자리 2, 7일과 토요일에 열린다. ④ 인삼으로 만든 바삭한 튀김 ‘충남 금산’금산은 인삼의 고장인 만큼 인삼을 이용한 주전부리가 발달했다. 인삼튀김이 대표적이다. 굵은 인삼 한 뿌리를 통째 쓴다. 5~6년 근에 비해 크기는 작아도 모양이 예뻐 값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쓰임새가 다소 애매해 계륵 같은 삼으로 꼽히기도 한다. 인삼튀김은 조청에 찍어 먹는다. 쌀로 빚은 조청에 홍삼을 넣고 달인 것을 다시 고아서 단맛이 강하지 않고, 튀김의 느끼함도 잡아 준다. 여기에 인삼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금산수삼센터 인근의 ‘원조금산인삼튀김’이 널리 알려졌다. 18년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인삼순대와 인삼탕수도 대표적인 주전부리다. 끝자리 1, 6일에 열리는 금산수삼센터의 수삼 경매와 2, 7일에 서는 금산인삼전통시장 등은 금산 여행의 덤이다. ⑤ 충무김밥·빼떼기죽의 든든한 유혹 ‘경남 통영’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은 모두 ‘한 끼가 되는 주전부리’다. 충무김밥은 엄지손가락만 하게 싼 김밥에 아삭아삭한 무김치와 매콤한 오징어무침을 곁들인다. 1930~1940년대부터 뱃사람들이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딱히 ‘원조’라 할 곳은 없고, 1981년 ‘국풍 81’ 축제 때부터 유명세를 얻은 ‘뚱보할매김밥집’이 인기다. 한일김밥, 동진김밥, 제일김밥 등도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요즘 가장 ‘핫한’ 별미는 꿀빵이다. ‘오미사꿀빵’의 항남동 본점과 봉평동 분점이 알려졌다. 통영문화마당 일대에도 10여개 업소가 경쟁 중이다. 빼떼기죽은 말린 고구마에 팥이나 콩, 조, 찹쌀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 죽이다. 통영문화마당의 ‘통영빼떼기죽’이 이름났다. ⑥ 빵속으로 들어간 전복 한 마리 ‘전남 완도’전복은 전국 생산량의 70%가 완도에서 생산된다. 자연스레 완도에 전복을 활용한 먹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주목을 끄는 주전부리는 전복빵이다. 전복 하나가 통째 들어간다. 빵을 가르면 전복 속살이 가득하다. 현지에서는 ‘장보고빵’이라 불린다. 커피를 곁들여도 궁합이 좋다. 전복빵값은 5500원(2월 말 현재)이다. 전복 도매가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도 한다. 전복빵에 들어가는 전복은 빠르게 삶지 않고 한 시간 정도 찐다. 이어 찬물에 서서히 식히면 씹는 맛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전복쿠키, 해조류라테 역시 은은한 바다 향을 전한다. 전복빵은 읍내 버스터미널 옆 카페 ‘프라임로스터스’와 완도타워의 휴게 코너 등에서, 해조류떡은 읍내 ‘초록비타민’ 등에서 살 수 있다. ⑦ 꽁치 품은 김밥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여행자에게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시장 구석구석에 먹거리가 많아 구경하는 내내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두툼한 생고기가 빈틈없이 꽂힌 흑돼지꼬치구이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두 번 구운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자른 뒤 소스와 가쓰오부시를 듬뿍 얹어 준다. 파인애플과 가래떡도 한 조각씩 들어간다. 파인애플은 새콤한 디저트, 가래떡은 밥을 대신한다. ‘자미원’이 알려졌다. 또 다른 명물 주전부리는 꽁치김밥이다. 이름처럼 꽁치 한 마리가 통째 들어간다. 김밥 앞뒤로 꽁치 머리와 꼬리가 나온 독특한 모양과 담백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우정회센타 1호점이 ‘원조’라 전해진다. 돌하르방을 본떠 만든 앙증맞은 풀빵과 새콤달콤한 감귤주스도 인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가짜 안보 바꿀 것”… 안보관 논란 정면 돌파 나선 文

    “가짜 안보 바꿀 것”… 안보관 논란 정면 돌파 나선 文

    김정남 암살 야만적 패륜 범죄 “남북문제 풀어 남는 쌀 해결” 밝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안보를 장사 밑천으로 삼아 온 가짜 안보세력과 맞서겠다”며 ‘불안한 안보관’ 프레임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안보 문제가 대선 국면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외교 자문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김정남 발언’ 등으로 안보관 논란이 확산하자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안보자문단 격인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을 발족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끊임없는 색깔론으로 국민을 분열시켜 안보를 허약하게 만든 가짜 안보세력이고 우리야말로 안보를 제자리에 놓을 진짜 안보세력”이라면서 “정권교체는 가짜 안보를 진짜 안보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다시 한번 선을 그은 뒤 “김정남 피살 사건은 21세기 문명사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테러이자 패륜 범죄”라고 규정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문 전 대표의 ‘강한 안보론’과 안정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장영달 전 국회 국방위원장, 백종천 전 국가안보실장 등 200여명은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고 군가도 제창했다. 문 전 대표와 군 생활을 함께한 노창남 예비역 육군 대령 등 특전사 전우 9명은 무대에 올라 문 전 대표의 목에 군번줄을 직접 걸었다. 포럼에는 대표인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해 장성 50명, 영관급 71명 등 175명이 이름을 올렸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기 안성에서 지역 농업인과 간담회를 갖고 “남북 문제를 풀어 우리 쌀과 북한의 지하광물을 맞교환한다면 남는 쌀도 해결하고, 광물과 희토류를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캠프 TV토론본부장에 신경민 의원,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에 박광온 의원, 대변인에 김경수 의원과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외신담당 대변인에 미국 변호사인 이지수 전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부대변인에 정세균 국회의장의 부대변인이었던 권혁기씨를 임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뇌병변장애 1급 장혜정씨, 차별 넘고 15년 만에 교사 돼

    뇌병변장애 1급 장혜정씨, 차별 넘고 15년 만에 교사 돼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최근 특수 교사직에 합격한 장혜정(36·여)씨는 22일 “나 같은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꼭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가 믿기지 않은 듯 말끝엔 기쁨과 설움이 묻어 나왔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장애인으로서 우여곡절 끝에 최종 면접시험을 통과한 터이다. 그는 지난 3일 광주시교육청이 발표한 중등 특수교사(국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으나 이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불안과 조바심 때문이었다. 같은 날 오전 친구가 합격 소식을 알려준 뒤에야 떨리는 맘으로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자신의 명단을 확인한 순간, “엄마가 제일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9년 전 심장마비로 숨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올랐다. 어릴 적부터 “교사가 되겠다”고 맘먹고 혼신을 다해 공부할 때 “그 몸으로 무슨 교사냐”며 만류했던 엄마를 한때 원망하기도 했다. 이젠 그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는 2004년 대학 졸업 후 15년 동안 10여 차례 시험에 응시, 대부분 1·2차에 합격했으나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뇌병변에 따른 언어장애 탓이다. 뇌병변은 정신상태는 온전하지만 근육 마비 등으로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한 장애 상태이다.그런 장씨의 시험 도전기는 ‘인간승리’ 그 자체다. 그는 엄마의 임신중독으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아로 태어났다. 그나마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왼손 검지와 중지 등 두 손가락뿐이었다. 아버지 경수(63)씨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2~3학년 때까지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로 중증이었다. 이 때문에 그를 서울의 모 재활원에 맡기려고 데려갔다. 그러나 차마 그곳에 내려놓지 못하고 다시 업고 광주로 내려왔다. 그 이후 장씨는 방안에서 혼자 일어서려고 기를 썼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방안 벽에 기대며 스스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퉁퉁 부어오르기 일쑤였다. 아버지는 “딸이 머리를 다치고 그 후유증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사경을 헤맸던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스스로 걷고 활동하는 등 몸 상태가 급속히 호전됐다. 어눌하지만 말도 했다. 고교를 거쳐 2000년 조선대 사범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졸업할 때까지 매일 도서관에서 15시간 이상씩 교과 공부와 독서에 매달렸다. 비장애인이라면 1시간 걸리는 리포트 작성에 10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손가락이 2개뿐이라서다. 그러나 시련은 졸업 이후부터 다시 시작됐다. 임용 시험 면접은 철옹성과 같았다. 1, 2차 시험은 거의 만점에 육박했지만 심층면접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광주뿐만 아니라 경기, 서울, 강원, 제주 등지를 오가며 응시했지만 최종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2014년 또다시 광주시교육청에 지원, 합격했다. 광주에만 4번째 도전이었다. 그러나 면접위원들은 ‘언어장애’라는 같은 이유를 들어 ‘0’점을 줬다. 급기야 장씨는 “장애인 차별”이라며 시교육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단체도 변호사를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광주지법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시교육청은 “장씨가 교단에 서기 힘들다”며 항소했다. 법원은 항소심에서도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시교육청은 결국 지난달 18일 ‘2017학년도 임용 면접시험’을 치렀다. 법원 판결에 따라 장씨는 이번 면접에서 보완대체의사소통기구(AAC)를 지참했다. 컴퓨터 자판기를 누르면 말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기구이다. 결국 최종 면접시험을 통과했다. 그의 이 같은 ‘7전 8기 합격’ 사례는 전국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올 면접시험부터 뇌병변 1급의 장애인에게 ‘시험시간 1.5배 연장, 전담도우미 지원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고 공고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규칙’ 등도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보조 기기 등의 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장씨는 이처럼 관련법이 엄연히 있는데도 지난 15년이란 세월 동안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끝까지 싸워 보자”며 모든 노력을 쏟았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교사가 되는 꿈’을 이뤘다. 그는 지난 9~15일 연수과정을 거쳐 새 학기부터 특수학교 중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교단에 선다. 그는 “나 같은 학생들을 위해 헌신·봉사하겠다”며 “그동안 수많은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제자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로드킬 당한 친구 곁 떠나지 못하는 견공들

    로드킬 당한 친구 곁 떠나지 못하는 견공들

    로드킬 당한 동료 곁을 떠날 줄 모르는 견공들 영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고는 지난 18일 중국 장쑤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위를 견공 5마리가 위태롭게 이동합니다. 잠시 후, 견공 세 마리가 고속도로 중앙으로 달려나갑니다. 이때 도로에 나왔던 녀석들 중 한 마리가 순식간에 차에 치이고 맙니다. 이후 녀석들은 바닥에 쓰러진 동료 주변을 맴돕니다. 위험한 도로 한가운데서 그야말로 발을 동동 구르는 녀석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이 영상은 지난 20일 ‘People‘s Daily, China’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영상을 게재한 이는 “다섯 마리의 개가 이동하던 중 한 마리가 트럭에 치이자 동료가 죽은 친구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가슴 아픈 영상”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사진 영상=People‘s Daily, China 유튜브 채널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재명 “국회, 특검연장 불발시 ‘황교안 탄핵’ 추진해야”

    이재명 “국회, 특검연장 불발시 ‘황교안 탄핵’ 추진해야”

    이재명 성남시장은 21일 “황교안 총리가 특검연장 승인을 거부하거나, 국회의 특검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는 황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황 총리가 특검 연장을 거부할 경우 총리 스스로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국회의 요구대로 특검 연장에 동의하는 것이 황 총리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다. 연장을 거부할 경우 스스로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히 정권 교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상과 역사를 만들기 위해 특검 연장을 위한 민의를 모아야 한다”면서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황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탄핵됐거나 최소한 사임했어야 할 사람”이라며 “특검 연장 거부야말로 새로운 역사, 과거 청산을 위한 거대한 민심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국민을 대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리가 탄핵된다면 국정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부총리가 대행할 수 있게 돼있다. 황 총리보다는 오히려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게 오히려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유찬종의원 “신영동 주거환경관리사업 연계형 대상 지정”

    서울시의회 유찬종의원 “신영동 주거환경관리사업 연계형 대상 지정”

    서울시가 지난 16일(목) 2단계 ‘서울형 도시재생지역’으로 17곳을 발표한 가운데, 종로구 신영동 지역 또한 ‘주거환경관리사업 연계형 3개소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선정 위원으로 활동해온 유찬종 의원(종로2, 더불어민주당)은 “신영동 일대는 지난해 6월 도심권에서는 유일하게 희망지 사업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사업 추진에 대한 높은 주민 의지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주민 모임을 진행해왔다”며, “이에 따른 주민공동체활성화에 대한 공감대가 높게 형성되었다는 우수성이 인정되어 최종 선정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신영동 지역은 주택재건축정비예정 해제지역으로, 구릉 경사지에 단독주택 형태의 노후된 저층주거지가 많아 그 동안 지역 발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최종 재생지역 선정을 통해 주민이 주도하는 노후 주거환경 개선이 속도와 효과 양면에서 기존의 도시재생사업보다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실제 사업 진행과정에 있어서 주민이 바라는 도시재생으로 완성되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신영동이야말로 서울시의 가장 우수한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번에 최종 선정된 17개소는 경제기반형 1개소, 중심시가지형 6개소, 근린재생일반형 7개소, 주거환경관리사업연계형 3개소 등 4개 유형으로 나뉘며, 신영동이 포함된 주거환경관리사업연계형의 경우, 20~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치킨 너겟 프러포즈’ 화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치킨 너겟 프러포즈’ 화제

    세상의 모든 커플은 두 종류로 나뉜다. 프러포즈를 한 커플과 하지 않은 커플. 물론, 프러포즈도 프러포즈 나름이다. 모든 여성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풍선 수백 개 하늘로 날리며 한 무릎 꿇고 반지를 건네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촛불 수십 개 사이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 또한 별로일 수 있다. 특히 '치킨 너겟'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투데이닷컴에 보도된 이 10대 커플의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맞춤형 프러포즈'는 더욱 특별해서 화제가 됐다. 일리노이주 링컨시에 사는 크리스티안 헬튼(19)은 그의 연인 카르신 롱(16)이 맥도날드 치킨 너겟 마니아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 때 프러포즈를 계획하면서 이를 충분히 반영했다. 헬튼은 20개 들이 치킨 너겟 박스 맨 윗쪽 조각에 반지를 넣었고, 포장박스 안쪽에는 '나랑 결혼해주겠니(Will you McMarry me?)라고 썼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서 박스를 롱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결과는?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롱은 함박웃음을 띄며 헬튼의 프러포즈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헬튼은 투데이닷컴과 인터뷰에서 "롱은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치킨 너겟에 바칠 정도로 애정이 크다"면서 "아마 나보다 더 사랑할지 모른다. 치킨 너겟이 결혼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롱은 "(치킨 너겟이 아니라) 헬튼이야말로 내 남은 삶을 함께 보낼 유일한 사람임을 알기에 기꺼이 승락했다"고 화답했다. 이 커플은 2년 가까이 사귀어왔고, 한 달 전 결혼했다. 맥도날드는 기꺼이 이들의 결혼식에 음식-물론 치킨 너겟을 포함해서-을 제공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은밀하게 위험하게… 암살, 세계사를 뒤집다

    [글로벌 인사이트] 은밀하게 위험하게… 암살, 세계사를 뒤집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암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인을 살해한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는 테러의 범주에 들지만, 은밀하게 이뤄지기에 따로 암살로 분류한다. 암살은 종종 나라 간, 종족 간 전쟁이나 대학살을 불러오면서 격동의 역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암살된 사라예보 사건은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또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암살은 대통령 암살이라는 흑역사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반면 40가지 이상의 암살 계획에서 살아남은 아돌프 히틀러, 638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피델 카스트로도 있다. 르완다 대학살의 불씨가 된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 암살과 의문투성이인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탈레반의 수장인 오사마 빈라덴의 암살 등도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의 흐름을 바꾼 ‘암살’ 사건을 알아봤다.●링컨 저격 배후, 아직도 설왕설래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국민을 위한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의 정부’라는 짧은 말로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던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평등과 화합을 위해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알리며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며칠 뒤인 1865년 4월 14일 오후 10시 12분 포드극장 특별석에서 존 윌크스 부스가 뒤에서 쏜 총을 맞고 9시간 후 생을 마감했다. 미국에서 최고로 존경받는 대통령이 암살로 숨진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아이러니한 역사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암살자는 존 윌크스 부스란 배우였지만 배후에 대해서는 아직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100일간 80만명 목숨 앗아간 세계사의 오점 1994년 4월 한 사람의 암살로 촉발된 르완다 대학살은 100여일 동안 8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우리 세계사의 오점 중 하나로 기록됐다. 르완다의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 원인이었다. 후투족 출신인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은 당시 탄자니아에서 반군과 평화협상을 마친 뒤 귀국하다 변을 당했다. 르완다의 다수족인 후투족은 이를 빌미로 소수 투치족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그야말로 보이는 대로 죽인 것이다. 100일여 동안 공식적으로 80여만명, 비공식적으로 117만여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1만명, 1시간당 400명, 1분당 7명이 살해당한 것이다.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라예보의 총성, 4년간 전쟁 소용돌이 암살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 사건이다. 1914년 6월 28일 오전 10시 50분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총성이 울린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가브릴로 프린치프(당시 19세)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위 후계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태운 차 앞으로 튀어나와 차 안을 향해 총을 쐈다. 페르디난트 대공은 목에, 부인 조피는 복부에 총에 맞고 두 사람 다 즉사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 암살의 책임을 세르비아 정부에 돌리며 최후통첩했고, 7월 28일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4년여 동안 유럽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40번의 암살 계획에서도 살아남은 히틀러 나치 독일의 독재자이며 공포정치의 대가였던 아돌프 히틀러는 40번의 암살 계획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2차 세계대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독일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독일군의 일부 핵심 관계자가 히틀러를 없애고 미국과 손을 잡을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히틀러를 제거하기 위해 시도된 크고 작은 암살이 알려진 것만 40번이나 된다. 히틀러는 운이 좋게 모든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는다. 특히 영화 ‘작전명 발키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1944년 7월 20일의 폭탄 암살 시도가 대표적이다. 베를린 출신의 참모장교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가지고 갔던 서류가방 폭탄이 라슈텐베르크 지하벙커에서 터지면서 개혁파의 성공을 예고했다. 그러나 당시 히틀러는 평소와 달리 지하벙커가 아닌 지상 참모본부 오두막에서 회의를 하는 바람에 목숨을 건지고 암살에 참여한 수백 명의 독일 장교와 가족들을 처형했다. 이 사건이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의 대표격이다. 만약 히틀러 암살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세계사가 어떻게 변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암살 올림픽의 금메달, 피델 카스트로 미국의 눈엣가시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638번의 암살을 피한 나는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는 올림픽이 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이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1959년 쿠바의 친미정권을 몰아내고 공산화를 이룬 카스트로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등 각종 정보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암살 공격을 받았다. 독약이 묻거나 폭탄이 장착된 시가를 이용한 암살 계획부터 김정남 암살처럼 독약이 묻은 천이나 독펜, 스프레이 등 모든 암살 도구가 동원되기도 했다. 수백 번의 암살 고비를 넘겼던 카스트로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2016년 11월 25일 90세의 나이로 숨졌다. 2015년 미국과 쿠바는 50년 만에 수교를 재개했다. 카스트로 암살이 성공했다면 쿠바 역사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자치광장] 디지털메이커스를 양성하라/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자치광장] 디지털메이커스를 양성하라/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지난해 3월 세기의 대국이 열렸다. 세계 최고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맞붙었다. 알파고가 4승 1패로 이 9단을 이기며 인공지능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서울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코딩교육’(컴퓨터 프로그램 명령문을 사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일)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교육환경 변화에 발 빠른 강남 엄마들은 어릴 때부터 코딩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코딩교육이 2018년부터 초·중·고교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아직은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지금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성동구는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을 컴퓨터 코딩 교육 교사로 양성, 2015년부터 총 115명의 교육 강사를 배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지역 내 14개 초·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했다. 올해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코딩 교육 과정이 마련돼 있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오는 7월 행당동에 개관할 ‘4차 산업혁명 체험학습센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센터 내에는 드론을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조성되고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체험학습 교육 과정도 마련된다. 청소년들은 드론, 3D 프린팅, 소프트웨어 교육 등을 한곳에서 체험하면서 창의적인 미래 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야말로 멀게만 여겼던 미래 기술이 곧 실현돼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가올 미래를 적극적인 자세로 맞이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경계해야 한다. 기업은 고용보다 인공지능에 투자할 것이다. 이는 일자리와 관련이 깊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여러 논문이나 보고서를 통해 예견되고 있다. 그렇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과 일들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방향 설정을 잘하고 투자에 힘써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과 솔루션을 가진 자가 미래 지도자가 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지능정보기술을 익혀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 인재상에 적합한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해야 한다. 어른들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을 해야 한다.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 여성잡지 ‘엘레강스’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 여성잡지 ‘엘레강스’

    헌책방에서 잠자던 옛 책을 발굴해 그 시대의 문화상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조명하는 새 연재물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박물관’이 격주로 독자들과 만납니다.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들도 충분히 곱씹어 볼 만한 문화의 자취를 느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을 좋아해 그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책방을 연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는 ‘탐서의 즐거움’, ‘내가 사랑한 첫 문장’,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를 쓴 자칭 애서가이자 활자 중독자입니다.오래된 책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아 넘길 게 없다. 그중에서도 내게 특별한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보던 대중잡지다. 대중잡지는 당시 문화와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매체다. 특히 텔레비전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0년대 이전 잡지는 사건 사고에서부터 정치, 경제, 문화, 연예계 이야기는 물론 가벼운 가십거리까지 꽉꽉 들어차 있어 시대의 축소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이런저런 잡지들이 많은데 멀티미디어 매체라는 게 아예 없었던 당시에 잡지의 힘이란 그야말로 대단했다. 얼마 전 가끔 들르는 책 경매장에서 ‘엘레강스’라는 여성 잡지가 한 권 출품되어서 구입했다. 평소에 옛날 잡지를 좋아하는 내게 1960~70년대에 나온 대중잡지는 무엇보다 반가운 책이다. 이날 구입한 잡지는 1976년 6월호로 잡지 제목 위에 “미혼여성·여대생의 잡지!”라는 문구가 쓰인 걸로 봐서 젊은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잡지를 발행한 곳은 ‘주부생활사’다. 주부생활사는 1960년대부터 여성 독자를 위한 책을 많이 출판한 곳이다. 펴낸 책 대부분은 각종 음식 만드는 방법, 집안 살림, 옷 만들기, 육아, 꽃꽂이 등에 관한 것으로 그 당시 여성이 알아야 할 지식이 대체로 어떤 분야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미혼 여성 ‘신부수업’ 받던 그 시절 확실히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은 ‘결혼해서 살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컸다. ‘신부수업’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쓰던 때였다. 몇 년 전에 ‘지리산’, ‘관부연락선’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병주의 칼럼 모음집 ‘1979년’을 봤는데 여러 글들 중에서 “여자는 대학을 나와야 하는가”라는 것도 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1970년대에 쓴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여성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에 더해서 강한 목소리로 여성에게 고학력은 아무 쓸 곳이 없을 뿐 아니라 취직하는 것에도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잘못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당시 사회가 그랬다. 문화,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남성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여성의 존재는 그만큼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1960년대 이전으로 내려간다면 이런 분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대중들 반응에 가장 민감한 매체인 영화만 보더라도 1960년대에는 말하자면 신성일의 시대였다. 영화 내용도 사나이들의 모험과 의리 같은 것을 그린 내용이 많았지만 1970년대에 히트한 영화들은 대개 이야기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최인호 소설을 각색한 ‘별들의 고향’(1974)을 보기 위해 46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와 ‘바보들의 행진’(1975), ‘겨울여자’(1977)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히트 영화가 유명한 원작 소설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유행 때문이었는지 인기 소설가와 젊은 영화감독들은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다. 문화를 즐기는 계층은 남성 중심에서 여성 쪽으로 조금씩 무게가 이동했다. 자연스레 대학생 또는 사회에 진출한 젊은 여성을 위한 잡지도 늘어났다. ‘엘레강스’ 1976년 6월호 목차를 살펴보면 문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 독자를 겨냥해서 인기 있는 소설과 영화, 외국에서 유행하는 팝송 소개 등으로 지면을 구성했다. 여성 예술가로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설명과 컬러 화보가 잡지 앞쪽에 실렸다. #독자 참여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당시에 나왔던 여러 여성 잡지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일반 독자를 잡지에 직접 참여하게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한 모델은 인기 연예인이 아니다. 올해 스물네 살이 된 박옥경씨로 고려대 의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취미는 스포츠이고 장래 꿈은 선장(船長)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편집부는 박옥경씨를 “나이팅게일을 꿈꾸는 대학가의 주인공”이며 “안 보고도 데려간다는 셋째 딸” 이라고 설명한다. 멋진 설명인 것 같지만 가만히 읽어 보니 좀 이상하다. 여성을 위한 잡지라고는 하지만 설명은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이다. 이런 모습은 남성이 문화 소비의 중심이던 사회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잡지에 실린 주요 콘텐츠도 남성들이 지면을 채웠다. ‘엘레강스’ 1976년 6월호를 보면 최인호, 고은, 박두진 등 유명 작가들이 쓴 칼럼이 곳곳에 배치되었고 잡지 끝부분에는 조해일, 이동하 작가의 연재소설이 실렸다. 이 잡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기사는 “청춘파(靑春派) 감독이 말하는 영상 속의 미혼의식(未婚意識)”인데 이 역시 남성 감독 두 명과 인기 소설가 한 명의 좌담회를 글로 풀어 옮긴 것이다. 사실은 내가 경매에서 이 잡지를 구입한 이유가 바로 이 흥미로운 좌담회 때문이다.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별들의 고향’을 히트시킨 이장호 감독, ‘영자의 전성시대’를 연출한 김호선 감독, 그리고 소설가로도 인기를 누렸지만 1968년에는 대종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영화 쪽에도 재능을 인정받은 김승옥 작가 이렇게 세 명이다. 1970년대 중반은 청춘 영화의 시대였으니 두 히트 감독과 이들의 영화를 각색한 소설가를 섭외하는 기획은 참신하다. 그리고 잘나가는 세 남성을 모셔 놓고 요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이라면 고개가 갸우뚱할 일이지만 그때는 이 특집 좌담회 기사를 읽기 위해 잡지를 구입했을 사람들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좌담회 기사 부분을 펼치면 우선 세 참석자가 한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큼직하게 한쪽을 차지한다. 이장호, 김호선 감독은 손질을 언제 한 건지 알 수 없는 더벅머리이고 사진 왼쪽으로 정면 얼굴이 나온 사람이 김승옥 작가다. 손가락에는 담배를 끼우고 턱을 괸 상태로 두 감독 쪽을 바라보는 모습인데, 멋지게 나온 사진이라서 좌담회 이후에 이 사진은 김승옥 작가의 공식 프로필 사진처럼 여기저기서 다시 쓰이게 된다.#결국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만 알려줘 이야기는 대부분 두 감독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김승옥 작가는 사회자 격으로 좌담회 흐름을 이끌어 간다.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참석자 세 명이 감명받은 영화중에 인상 깊은 여성상을 담고 있는 작품을 꼽는 것이다. 두 감독은 ‘초원의 빛’, ‘젊은이의 양지’, 김승옥 작가는 아일랜드 영화 ‘라이안의 처녀’를 예로 들었다. 그다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러면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어떻게 미혼 여성의 이미지를 다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눈다. 놀랍게도 두 감독은 약간씩 방향은 다르지만 더욱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창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다.그러나 이 사회 구조는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좀처럼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는 번번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김호선 감독은 “이미 사회 통념상 묵인되어 있는 사실을 영화화하면 꼭 부도덕하다는 비난이 들어온단 말이에요”라며 한탄한다. 이에 김승옥 작가는 “편견을 타파하도록 꾸준히 해보는 것, 이게 우리의 할 일이겠죠”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그는 여성들이 앞으로 더욱 힘을 내서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가라고 주문한다. 두 감독에게도 “수많은 여자들이 삶의 보람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생, 그 자체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리얼하게” 나타나도록 연출해 달라고 당부한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1970년대 우리 사회 모습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앞서나간 지식인다운 면모다. 이로부터 시대는 많이 흘렀고 지금 ‘엘레강스’같은 여성 잡지를 펼쳐 보면 내용이 유치하다며 쓴웃음을 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끊임없이 힘을 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우아함을 내세운 ‘엘레강스’도 몇 년 후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여성자신’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변화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몇십 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누군가도 지금 우리들이 살았던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옳고 그른 문제는 당장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이 시대를 반성하며 변화하려고 노력했는지, 그것이 미래의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작은 실천이라 믿는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지하철 여행을 떠나요, 동네 책방으로

    지하철 여행을 떠나요, 동네 책방으로

    바야흐로 개성있는 동네 책방 전성시대입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랑방,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로 다녀올 수 있는 보물같은 동네 책방들을 소개합니다. ◆1호선 신설동역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세 마리 고양이들의 집사인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 책방입니다. 3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김미정 대표는 지금의 고양이 책방을 차리기 전 고양이 도서관 개관을 꿈꿀 정도로 고양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합니다. 사람과 교감할 줄 알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그녀를 ‘냥덕’(고양이 마니아)의 길로 이끌었다고 하네요. 김 대표의 말처럼 이 책방도 개성이 뚜렷합니다. 국내 일반 단행본, 해외 화보집, 중고 서적, 독립 출판물 500여권 외에도 엽서, 일러스트, 간단한 문구들도 취급합니다. 물론 모두 고양이에 관한 것들입니다. 심지어 책 내용이 고양이와 관련이 없어도 표지에 고양이가 등장한 책도 다룹니다. 책방지기와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실용서적을 직접 추천받을 수도 있어 애묘인을 비롯한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꼭 한 번 들르면 좋을 책방입니다. 수익의 일부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단체에도 기부한다고하니 책 구매를 통한 착한 소비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매장을 확장하면 소모임, 상영회 등 고양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도 할 계획이랍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숭인동길 68 *운영시간: 화~토요일 오후 3시~9시 (일·월요일 휴무)*문의: 070-5123-2861 ◆2호선 문래역 ‘청색종이’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해 ‘로큰롤 헤븐’, ‘코끼리 주파수’ 등의 시집을 낸 김태형 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 겸 작은 책방입니다. ‘청색종이’라는 상호는 김태형 시인이 생각하는 청색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담아 지었습니다. 청춘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울하거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담은 ‘청색’을 찾아오는 분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기를 원한다고 하네요. 처음 책방을 차릴 때 시집 전문 서점을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김태형 시인이 시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구입해 모으다보니 아무래도 시집이 많습니다. 시집을 비롯한 인문 과학 서적이 중심이고 헌책과 절판된 책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송재학 시인의 ‘기억들’ 등 절판된 책을 복간하기도 합니다. 매주 독서모임, 시읽기 수업, 인문독회 등 다양한 강좌도 열립니다.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껏 읽어보지 못한 고전을 비롯해 특히 어렵게 여긴 탓에 그동안 접하지 않은 시집 등을 모여서 함께 읽으며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4종의 책을 출간한 작은 출판사로서 곧 독일 번역소설과 국내 극작가의 희곡집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8-6*운영시간 : 월~토 오후 1시~9시 (일요일 휴무)*문의 : (02)2636-5811 ◆3호선 안국역 ‘베란다북스’서울 종로구 계동길 끝자락에 위치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입니다. 아트북, 그래픽노블 등 시각예술 서적을 기반으로 한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노준구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초와 빛이 가득한 집안 베란다처럼 서점에 머무는 분들이 편안하게 쉬어가는 곳이 되길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담긴 공간입니다. 시각예술분야 국내 작가 서적이 중심이지만 외국 작가 번역 서적도 마련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예지, 에세이, 시집 등 베란다북스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독립출판물로 장르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문학 서적처럼 그림책에서도 삶에 대한 시각과 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노 대표의 말처럼 아이들의 책으로만 여겨졌던 그림책 속에서 마음을 달래는 따뜻한 위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책 뿐만 아니라 아트프린트를 비롯해 판화, 엽서, 카드, 에코백 등의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예술 관련 강사와 함께하는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그림책 작가와의 대화 등 책방을 찾는 손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열 계획입니다. *주소 :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운영시간 : 화~토요일 오후 12시~6시 (일·월요일 휴무)*문의 : (02)747-3742 ◆4호선 혜화역 ‘얄라북스’사진을 전공한 세 명의 주인장이 사진 스튜디오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점입니다. ‘얄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의 의미를, 우즈베키스탄어로는 ‘노래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프랑스의 한 수녀가 이슬람권 국가에서 얄라 운동을 펼친 것을 본보기 삼아 얄라북스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고 합니다. 현대미술 중에서도 시각예술 분야의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합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한 인문 도서들까지 포함해 4000~5000권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회화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와 세미나도 많이 열립니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알리고 소통하는 장소가, 손님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현대 미술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김지훈 실장은 “대형서점 직원들에게 세세히 물어보기 힘든 것도 이 곳에서는 마음 편히 질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인지 예술을 공부하는 지방 대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손님의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특히 한국 작가 작품집을 사가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3길 11 지하 1층*운영시간 :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토요일 오후 12시~7시 (일요일 휴무)*문의 : (02)745-3330 ◆5호선 신금호역 ‘프루스트의 서재’박성민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산 동네에 차린 빨간 벽돌로 된 작은 책방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중고서적이고 소규모 출판물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 등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박 대표는 책을 많이 보고 싶어서 입사한 서점에서 정작 책을 읽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직접 책방을 차렸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처럼 자신만의 서점에서 책을 읽고 나누며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공간이죠. 프루스트의 서재는 책을 파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최 대표는 본인의 책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품을 펴내는 작업도 할 계획입니다. 매주 화요일, 토요일에는 여럿이 모여 낭독 모임을 가집니다.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천천히 읽는 시간을 갖습니다. 동네 분들과 타지역에서 오신 분들로 이루어진 모임에서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때때로 책방 공간을 이용한 사진, 그림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주소 : 서울 성동구 무수막길 56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후 12시~8시 (월요일 휴무)*문의 : 010-8988-2682 ◆6호선 한강진역 ‘다시서점’낮에는 서점으로, 저녁에는 바(Bar)로 운영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가수 윤선애의 노래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에서 따온 서점의 이름은 ‘다시 한다’는 뜻과 더불어 ‘시가 많다’(多詩)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시집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입니다. 올해부터는 특정 시인을 정해서 그 시인의 시집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인 백석을 시작으로 앞으로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등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을 다룬다고 합니다. 김경현 대표는 “돌아보면 학창시절 시를 교과서에서 재미없고 어렵게 배운 것 같아 다른 방식으로 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책을 비치한 작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뚫린 벽 인테리어 덕분에 찾는 손님들이 흥미로워한다고 하네요. 간혹 인테리어가 예뻐 사진만 찍고 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김 대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자신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한구절이라도 얻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맥주와 차 등을 판매하는 ‘초능력’이라는 이름의 바로 변신합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다시서점 신방화점도 문을 열었습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34 지하 1층*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후 12시~6시 (월요일 휴무)*문의 : 070-4383-4869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대륙서점’1987년에 문을 연 동작구 상도동 ‘동네 사랑방’ 서점입니다. 대륙서점을 연 이전 사장님 부부에 이어 새로운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혼 보금자리를 마련한 동네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던 부부는 대륙서점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점을 인수해 2015년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동네 서점이 변치 않고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랐던 부부는 그래서 간판도 원래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등의 추천을 받은 도서를 주제에 맞게 비치합니다. 동네분들이 읽고 싶어하는 추천 도서들도 많이 갖추고 있는데 특히 마을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동네의 특성상 마을, 협동조합, 생태 등과 관련한 도서가 많습니다. 책 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취미 소모임, 작가 강연, 다큐 상연회까지 열리니 그야말로 동네 복합문화센터입니다. “삶의 여유가 없는 요즘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점”이 되길 바라는 사장님 부부의 염원이 담긴 공간입니다. *주소 : 서울 동작구 성대로 40 *운영시간 : 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문의: (02)821-8878 ◆9호선 선유도역 ‘프레센트.14’향기 관련 일을 하던 최승진 대표가 책과 향을 접목해 차린 향기 파는 책방입니다. 마치 카페처럼 생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향긋한 향기가 먼저 손님을 반깁니다. ‘선물’(present)과 ‘향기’(scent)라는 단어가 합쳐진 상호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을 특별하게 선물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곳입니다. “책만 선물하면 뭔가 허전해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향기를 선택했다”는 최 대표는 선물받는 사람이 좀 더 책을 소중하게 여기고 특별하게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총 900여권의 책 중 스테디셀러가 대다수이고 나머지는 독립출판물입니다. 책의 주제를 테마로 한 최 대표가 직접 만든 향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 알랭 드 보통의 ‘키스 앤 텔’,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등 책 6권과 더불어 영화 ‘4월 이야기’를 테마로 만든 향기입니다. 앞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책을 중심으로 책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 계획입니다. 책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에 적힌 몇 개의 키워드만 보고 고르는 ‘블라인드 북’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최근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옛날 책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도록 한 시도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라면 환불, 교환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라길 1 대우미래사랑2차 104동 105호*운영시간: 월~목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금~일요일 오후 12시~9시*문의 : (02)2679-1414 . 사실 동네 책방은 대형 서점보다 골목 깊숙이 있거나 주택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찾기 힘들고 규모도 작아서 책을 감상하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면서 혹은 동네 주민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찾아간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그 책방에 더 오래 머물게 되실 겁니다. 보물찾기를 하듯 미지의 책방을 알게 된 기쁨은 덤입니다. 개성있는 책들을 한 권씩 구경하다보면 어느덧 시간가는지도 모르죠. 책방지기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조언과 추천을 받는 것도 수월합니다. 책 말고도 독서 모임, 낭독회, 전시회, 영화 상영,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인 셈입니다. 다가오는 주말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책방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덴마크다움 찾기/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덴마크다움 찾기/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두 해 전 덴마크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으로 처음 만났던 특별전시는 ‘화이트 버스’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에서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과 시민의 역할을 담은 전시였다. 관람객들에게 ‘당신은 행동하는 시민입니까?’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었다. 덴마크는 작은 나라답게 민족 정체성이 강하다. 이런 나라가 다문화 사회의 진전에 따른 문제를 박물관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덴마크의 문화 정책을 살피면서 다문화 혹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양성 평등, 동성 커플 인정 등 많은 분야에서 차별을 철폐하고 다양성을 한껏 인정하고 있는 나라지만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 나라 문화부의 지난해 ‘덴마크 캐논’ 프로젝트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전과 문화 정체성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 준다. 당시 사회적 이슈는 ‘덴마크다움’이었다. 난민과 이민자가 몰려드는 상황이었다. 덴마크 사회를 만든 문화 정체성을 찾겠다는 이 사업은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르게 했다. 복지사회, 자유, 신뢰, 법 앞에 평등, 양성 평등, 덴마크어, 협동조합과 자원봉사, 자유주의, 휘게, 기독교 유산이라는 10개의 가치가 선정됐다. 민주주의와 국가 정체성, 사회 통합을 위한 국가 전략이자 ‘외부인’이 덴마크 시민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현지 신문에는 ‘덴마크다움을 찾는 것이야말로 덴마크다운 일’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덴마크 정부는 앞서 2006년에는 건축, 시각예술, 디자인, 문학, 음악 등 8개 분야의 108개 작품을 ‘덴마크 문화 캐논’으로 선정했다. 이 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유산을 고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해 우리 정부의 ‘100대 민족 문화 상징’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재작년 ‘한국다움 낱말 찾기’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과 덴마크의 문화부가 추진한 사업들은 문화 DNA를 찾는다는 취지나 진행 방식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사회적 맥락은 다르다. ‘100대 민족 문화 상징’은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 문화예술 콘텐츠와 관광 산업에도 활용하려는 취지였다. ‘한국다움 낱말 찾기’ 역시 국가 브랜드 사업의 하나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차원에서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활용을 강조했다. 반면 ‘덴마크 캐논’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전이라는 변화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문화 정체성의 위기가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캐논은 미래에 관한 걱정이 커지는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10개의 가치는 우리의 문화적 DNA이자 덴마크 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라고 믿는다”는 당시 문화부 장관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장선상에서 덴마크국립박물관도 3개년 프로젝트의 하나로 난민 대상 ‘사회 통합을 위한 시민의식 교육’에 나섰다. ‘덴마크 캐논’은 난민이 급증하는 유럽의 고민을 보여 준다. 하지만 다문화주의를 폭넓게 받아들인 스웨덴의 박물관에서는 여전히 ‘문화 다양성과 다른 문화와의 공존’ 같은 설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성에 기초한 다문화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캐나다 박물관도 다르지 않다. 총리부터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캐나다인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국가다. 이렇듯 문화 다양성과 국가 정체성의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 게 정상이다. 당연히 한국 박물관에는 한국적 과제가 주어져 있다.
  • 과자 먹으려던 개의 ‘황당’ 반전

    과자 먹으려던 개의 ‘황당’ 반전

    테이블 위에 놓인 과자 조각을 먹기 위해 앞발을 휘저으며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견공이 있습니다. 지난 16인 미국의 인기 유튜브 채널 아메리칸 퍼니스트 홈 비디오(AFV)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영상은 테이블을 짚고 일어선 강아지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녀석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과자를 먹기 위해 그야말로 발버둥을 칩니다. 하지만 녀석의 발이 과자에 닿기에는 좀 짧습니다. 잠시 후, 강아지가 다시 도전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덩치 큰 견공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느긋하게 걸어온 녀석은 망설임 없이 과자를 먹어치웁니다.이렇게 과자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애쓰는 강아지의 모습과 그런 녀석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덩치 큰 견공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쉽게 빼앗기기만 하는 힘없는 작은 강아지의 모습은 우리 인간 사회와 닮아 애처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사진 영상=America‘s Funniest Home Videos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재용 부회장 구속…‘패닉’에 빠진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패닉’에 빠진 삼성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자 삼성그룹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애초 구속영장 재청구 당시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지난 1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을 당시 삼성은 “꺼릴 것 전혀 없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이 기존에 거론했던 혐의 내용에 죄명을 추가한 것이지, 새로운 혐의는 없다고 본 것.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에도 삼성 여전히 ‘당혹스럽고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법원이 여론에 떠밀려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 측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강요에 의한 금전 탈취’라는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입장자료를 내고 입장을 각종 의혹을 반박한 바 있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순환출자 해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로비 의혹 등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례 없는 총수의 ‘옥중 경영’ 사태에 직면한 삼성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성열우 팀장(사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 법무팀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해 ‘철벽 방어’에 나선다. 전날 7시간 30분 동안이나 진행됐던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이어 본 재판은 한층 더 ‘뜨거울’ 전망이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 변호사를 비롯한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고검장을 지낸 조근호 변호사 등 정예 변호인단으로 방어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유죄판결은 아니다”라며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화마당] 프로와 아마추어/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프로와 아마추어/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오래전 일이지만, 한 해 연극 100편은 족히 보던 때가 있었다. 업으로 달려들어 전투하듯이 낮이건 저녁이건, 주말이건 대학로를 누비며 닥치는 대로 연극을 봤다. 20년 전쯤 대학로 소극장 형편은 신식으로 치장한 요즘과 천양지차여서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 등받이조차 변변치 않은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연극 보는 건 고역이었다. 보고 나면 온몸에 쥐가 날 정도도 뻐근했다. 그래서 당시 ‘전투’라는 말은 내겐 사실이었다. 어쩌면 열정은 미움의 다른 표현인가 보다. 그 전투 이후 좋고 그른 작품을 고를 만한 눈이 트이고, 세련되고 수준 높은 외국 것에 더 눈길을 돌릴 기회가 생기면서 열정이 식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시시하다며 대학로의 연극을 멀리하게 됐고 그 무대의 배우를 잊게 됐다. 애정 어린 평자에서 벗어나 예술경영, 예술행정에 취미를 붙이면서 예술가들을 한낱 지원 대상으로 상대화했다. 돌이켜보면 예술(연극)과 예술가(연극인)에 대한 오만불손한 태도였음을 고백한다. 부지불식간에 밴 방자한 태도를 반성하게 하는 각성의 순간을 얼마 전 경험했다. 연극을 다시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예전의 전투는 아니더라도 ‘사랑싸움’ 정도는 되살려야겠다는 강한 충동 같은 것. 지난달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보면서 그런 감정이 솟구쳤다. 요즘 한창 신기 오른 고선웅의 연출력이 좋아서? 셰익스피어에 견줄 만한 중국 작가 기군상의 탄탄한 극작술에 반해서? 둘 다 부인할 수 없으나, 참 오랜만에 출연 배우들이 연극 사랑의 불씨를 지펴 주었다. 장두이·정진각·이영석. 이 쟁쟁한 주연급 중진들과 주인공 역의 하성광 등등. 십수 년 연극과 무대를 멀리한 사이 그들도 연극 무대에서 멀리 떠난 줄 알았다. 내가 그랬으므로 그들도 그랬어야 마땅한 것처럼. 그런데 웬걸. 오히려 그들은 그 전보다 더욱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에 있었고, 그곳에서 절정에 이른 연기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비절장절한 ‘조씨고아’의 복수극은 이들에 의해 완결됐다. 말 그대로 프로였다. 대학로 척박한 환경에서 넉넉잖은 지원금으로 연명하다시피 하는 이 배우들이 수십 년을 한결같이 버티는 힘이야말로 프로 근성이 아니면 설명한 길이 없다. 그들이 분투하던 시절을 한참 동안 공백기로 지냈음을 아쉬워하는 반성의 시간에 매스컴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전했다. 이 관련 영상과 함께 내 눈에는 대학로 배우들의 고된 삶이 오버랩됐다. 문화예술계에 좀 있었다고 해서 그들만큼 나는 과연 프로일까? 부끄러웠다. 조 전 장관은 어느 인터뷰에서 문화예술 ‘애호가’로서 관계 부처 장관의 직분에 대한 강한 애착과 소망을 키웠다고 했던 걸 봤다. 어떤 것에 흠뻑 사랑에 빠져 즐기는 자, 이를 우리는 애호가라 부른다. 소위 이 아마추어는 대상에 대한 애정의 단초일지언정 본질에 다가서긴 아직 부족한 상태다. 아마도 이 순진한 아마추어적인 접근법이 블랙리스트라는 어마어마한 공포에 대한 불감증을 키운 건 아닌지 안타깝다. 애호가의 관심만으로는 ‘조씨고아’ 같은 배우들의 삶과 그가 속한 세계의 이면을 이해하고 살필 수는 결코 없는 일이다. 시중에서 흔히 하는 말로 ‘프로는 불을 피우고, 아마추어는 옆에서 불을 쬔다’고 한다. ‘프로는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지만, 아마추어는 책임을 피하는 데 급급하다’고도 한다. 작금 블랙리스트 광풍에 휩싸인 문화예술계를 진정시킬 진짜 프로는 어디에 있는가.
  • 겨울 별미 가득한 울진은 지금…선홍빛 꿀벅지 천국

    겨울 별미 가득한 울진은 지금…선홍빛 꿀벅지 천국

    늘 먹거리가 풍성한 바닷가 마을에도 계절 별미는 따로 있기 마련이다. 울진도 그렇다. 겨울 북풍 맞으며 살을 찌운 대게와 붉은대게(홍게) 등이 제철을 맞았다. 고등어 느리미 같은 토속 음식도 맛볼 기회다. 식도락가들이 이를 외면하랴. 울진의 겨울은 그야말로 성찬의 시기다.# 찜으로는 대게… 탕으로는 홍게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 울진이랬다. 그만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이 문장도 다소 수정돼야 하지 싶다.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가 뚫렸고, 남삼척 나들목이 생긴 덕에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강원도 쪽에서 접근하는 것도 한결 빨라졌다. 게다가 영주, 봉화 등을 거쳐 오는 36번 국도 역시 난공사 구간이 거의 마무리되고, 울진 관내 일부 구간만 남겨둔 상태다. 접근이 수월해지니 아쉬운 것들도 하나둘 생긴다.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특산물들의 값이 조금씩 들썩인다. 대표적인 것이 대게다. 이웃한 영덕에 견줘 한결 저렴한 건 분명하지만 그 차이가 좁혀진 게 사실이다.대게는 울진의 ‘겨울 식도락의 정수’로 꼽히는 대표 먹거리다.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에서 보듯 담백한 맛과 짙은 향이 일품이다. 대게는 늦겨울로 접어들수록 살이 포실해지고 향도 짙어진다. 바야흐로 이제부터 제철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붉은대게(홍게)도 난다. 붉은대게에 대한 오해는 그간 많이 사라졌다. 위판장에 오르지도 못하는 저급한 홍게를 진짜 홍게로 믿는 도회지 사람은 이제 없다. 그렇다면 대게와 붉은대게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같은 크기와 신선도라면 사실 붉은대게를 택하는 이는 없다. 물론 몇몇 현지인들은 대게보다 붉은대게의 손을 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관건은 크기와 선도다. 더 크고, 더 신선하다면 당연히 붉은대게가 더 맛있다. 다만 탕은 홍게가 ‘진리’다. 값이 대게보다 다소 싸기도 하려니와 붉은대게 살점이 매콤한 국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후포항 일대에 맛집들이 즐비하다. 왕돌회수산(788-4959, 이하 지역번호 054)은 대게 외에도 우럭맑은탕, 홍게탕 등으로 이름났다.# ‘비주얼 甲’ 대게짬뽕 … ‘식감 甲’ 문어우동 대게와 더불어 겨울 별미로 꼽히는 녀석이 문어다. 겨우내 깊은 수심에 있다가 이맘때쯤 슬슬 얕은 곳으로 나오는데, 이 때문에 체내 염분이 줄고 살도 쫀득해진다. 보통은 숙회로 먹지만 울진에선 종종 우동에 넣어 먹기도 한다. 이게 이른바 문어우동이다. 작은 문어 한 마리를 통째 넣고 끓여 낸다. 문어 특유의 순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우동의 슴슴하면서도 들척지근한 맛과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대게짬뽕도 유명세를 탔다. 중간 정도 크기의 대게를 통째 넣고 끓인 짬뽕이다. ‘극강의 비주얼’ 덕에 입소문으로만 보자면 문어우동보다 여러 수 앞서는 편이다. 다만 짬뽕의 강한 맛과 대게의 순한 맛이 따로따로라는 느낌도 받는다. 후포항 인근의 만리장성(787-8889)과 고바우한정식(788-1116)이 경합 중이다. 두 집 모두 값은 퍽 비싼 편이다. 만리장성 기준으로 문어우동 1만 8000원, 대게짬뽕 2만 2000원이다.# 달달한 칼국수… 칼칼한 해물칼국수 울진군청 맞은편, 그러니까 울진 시장 초입에 칼국수 맛집이 있다. 시장을 찾은 주민과 상인 등이 즐겨 찾는 서민적인 맛집이다. 군더더기 없는 상호가 인상적이다. 그냥 ‘칼국수 식당’(782-2323)이다. 주 메뉴로 내놓는 칼국수도 상호를 닮아 담백하다. 멸치로 낸 육수는 달달하고 면발은 흐물거려 씹을 새도 없이 목으로 넘어간다. 집장으로 만든 양념장으로 맛을 낸 회국수도 기막히다. 이 맛 보려고 점심시간이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망양정횟집(783-0430)의 해물칼국수도 꽤 입소문 났다. 가리비 등 해산물로 우려낸 맑은 국물에 ‘땡초’(매운 고추를 뜻하는 사투리)를 송송 썰어 넣고 다소 칼칼하게 끓여 낸다. 면발도 여느 집보다 한결 쫀득한 편이다. 다만 해산물의 양이 예전보다 다소 줄었다는 푸념을 종종 듣는다. 울진의 명소인 망양정 바로 아래 해변가에 있다.# 추어탕 닮은 추억의 맛 ‘고등어 느리미’ 울진 일대엔 ‘느리미’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 전해 온다. 결핍의 시대였던 ‘보릿고개’ 당시 많은 식구들에게 골고루 먹이기 위해 우리 어머니들이 고안해 낸 전통 음식이다. 꽁치 느리미가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꽁치가 들기 시작하는 4~5월 이후에 나오기 시작하고, 요즘은 고등어 느리미만 맛볼 수 있다. ‘느리미’는 ‘늘여 먹는다’는 뜻이다. 레시피로만 보면 추어탕과 비슷하다. 울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꽁치와 고등어를 끓는 물에 푹 삶으면 뼈다귀는 남고 살점은 고스란히 풀어진다. 이렇게 걸러낸 살점을 밀가루에 버무린 뒤 산나물과 고사리, 부추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푹 끓인다. 맛은 딱 고등어로 만든 추어탕이다. 울진읍내 한 식당 주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기 만들라카먼 고등어가 꽤 많이 들어가니더. 고등어 살을 쪼물락쪼물락해 가 끓이면 국물이 얼매나 진하다꼬”라고. 한데 사실 맛은 다소 평범한 편이다. ‘추억의 맛’ 정도로 보면 되겠다. ‘느리미’를 내는 집은 울진읍내에서도 한두 곳에 불과하다. 샤방샤방(782-2580) 식당에 미리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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