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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국가 책임”…50년을 기다린 진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국가 책임”…50년을 기다린 진실

    “주문.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등에 관하여 공식 인정하라. (중략) 피고 대한민국은···.”재판장이 판결 주문을 낭독했습니다. 원고의 소송 청구 취지가 모두 반영된 원고 승소 판결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나자 원고석에 앉아 있던 두 베트남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통역을 통해 승소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오랫동안 굳어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턱 아래로 두 손을 모았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시민평화법정’(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공개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모의재판은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원고는 ‘퐁니·퐁넛 사건’의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58)과 ‘하미 사건’의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61)이었습니다. 동명이인입니다. 한국군 해병 제2여단(일명 ‘청룡부대’) 예하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2월 12일 오전 퐁니·퐁넛 마을로 진입해 저지른 학살(74명 사망)로 응우옌티탄(58)은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을 잃었습니다. 당시 자신도 배에 총을 맞았습니다. 또 청룡부대 예하 5대대 26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2월 22일 오전 하미 마을로 진입해 일으킨 학살(135명 사망)로 응우옌티탄(61)은 어머니, 남동생, 작은 어머니, 사촌 동생 2명을 잃었습니다. 자신도 한국군의 수류탄 공격을 받고 왼쪽 귀와 왼쪽 다리,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 때 입은 상해로 현재까지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재판에 대법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재판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 과거 ‘2000년 일본군 성노예 국제여성전범법정’ 남북한 공동 기소단의 검사 역할을 맡았던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관으로 참여했습니다. 재판부는 재판 첫날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시민평화법정은 (중략)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민간인 학살이 과연 존재했는지, 만약 존재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심리할 것입니다.” 형사법정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민간인들을 학살한 가해자들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어 재판부는 “참전군인을 비난하고 그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라면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거의 불행을 이제부터라도 정직하게 드러내 직시하고, 거기에서 찾게 될 진실을 공유하면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온당한 치유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참전군인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그들의 참된 명예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고는 ‘대한민국’입니다. 앞서 재판부는 소송 서류들을 법무부에 송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가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는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었습니다. 결국 정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변호사들이 정부를 대리하는 ‘역할’을 위해 피고 측 대리인단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진상규명, 공식 사과 등의 책임은 베트남 전쟁(1964년 8월~1975년 4월)이 끝난지 4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피고 측 대리인단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채명신 주월한국군사령관이 1968년 6월 4일 주월미군사령관에게 보낸 공문을 제시했습니다. 이 공문은 퐁니·퐁넛 사건이 당시 한국군의 적이었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일명 ‘베트콩’) 세력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피고 측 대리인단은 하미 사건도 26중대가 학살 가해자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당시 하미 마을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많은 관련성이 있었다며 하미 마을 주민들은 보호 의무가 있는 민간인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 등을 내놨습니다.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국방부가 1972년 발간한 공식자료인) ‘파월한국군전사’의 1968년 2월 12일자 퐁니·퐁넛 마을에서의 작전 기록에는, 한국군으로 위장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 퐁니 마을 수십명을 집단적으로 살해한 사실이나 이에 대해 당시 퐁넛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이 사건 1중대가 즉각 대응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서 “특히 (중략) 베트남 주민 수십명이 집단적으로 살해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기록인 파월한국군전사에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퐁니·퐁넛 사건으로 살해된 마을 주민들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거나 그 동조세력이었다는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과, 이 사건으로 살해된 마을 주민들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이라는 주월한국군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결국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 그 동조세력을 죽였다는 심히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서 “이는 논리칙과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하미 사건 생존 피해자들의 인터뷰 영상 속) 피해자들은 (중략) 이 사건 26중대 소속 한국군인들이 마을에 찾아와 마을 주민들을 여러 곳에 모아놓은 뒤 총격을 가하여 살해하였다는 점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바, 진술의 신빙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또한 베트남 정부에서도 (희생자 명단이 적혀 있는) 위령비를 유적지로 인정함으로서 하미 마을에서 피고에 대한 민간인 학살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 신빙성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시에도 전투 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은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점도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 21일 있었던 당사자 신문 중 일부입니다. “한국군이 총을 쏠 때, 베트남 사람이나 가족 중에 한국군에 대항해서 총을 갖고 있었다든지 칼을 갖고 반격한 사람이 있었나요?” (양현아 재판관) “저희 가족은 (집에서) 나오는 대로 총을 맞았습니다. 저희가 다 이렇게 쓰러져서 누워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이모가 아직도 아이를 안고 있었고 한 한국군인이 집에 불을 지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모가 말리려고 했는데, 손 들어서 말리려고 했었는데 옆에서 한국군인이 이모 배를 칼로 찔렀어요.” (퐁니 사건의 응우옌티탄) “저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당했다는 진술로 보입니다.” (양현아 재판관)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렵고, 게릴라전을 펼치는 ‘보이지 않는 적’의 저격 등과 싸워야 했던 베트남 전쟁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피고 측 대리인단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퐁니·퐁넛 사건에서는 70여명의 민간인이 살해되었는데 (중략) 수십명의 민간인 살해된 사건을 두고 과연 의도치 않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라고 볼 수 있는지 자체가 심히 의심스럽다. 나아가 피해자의 거의 대부분이 노인, 여성, 어린이들이었고, 심지어 한 살 미만의 영아까지 살해되었으며 이들은 비무장 상태였다는 점까지 감안해 본다면, 퐁니·퐁넛 사건이 의도치 않은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 (중략) 오히려 의도된 집단 학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미 사건 역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되었는데 (중략) 상당수는 아동과 유아였다. 또 이른 아침 하미 마을 주민들을 여러 곳으로 모아놓은 뒤 학살했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 다음 날 불도저로 시신을 훼손했다. 의도치 않는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등에 관하여 공식 인정하라. 피고 대한민국에게 1964년~1973년 사이에 베트남 지역에서 피고 대한민국 군대에 의해 베트남 민간인에 대한 살인, 상해, 폭행, 성폭력 등 일체의 불법행위가 일어났는지 여부에 관한 진상조사 실시를 권고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포함한 피고 대한민국 군대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홍보하고 있는 모든 공공시설과 공공구역에 대한민국 군대가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및 (중략) 진상조사 결과를 함께 전시하고, 향후 대한민국 군대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홍보하는 공공시설과 공공구역을 설치할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라.” 선고 내용을 들은 응우옌티탄(58)의 말입니다.“제가 너무 기뻐서 지금 온몸이 떨리고 있습니다. 저는 진짜 머나먼 베트남에서 아주 힘들게 이 법정에 왔습니다. 그런데 아까 판결 내용 들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 가지고 이제 베트남에 당당하게 갈 수 있고요. 74명의 희생자들과 살아남은 많은 생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응우옌티탄(61)은 “이번 법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아남은 모든 생존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소감을 전했습니다. 물론 이번 재판은 정식 재판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법정에서의 선고가 구속력을 갖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일어난 국가범죄이자, 전쟁 중에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규범을 위반한 전쟁범죄입니다. 원고 측 대리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비록 학살을 행한 주체는 한국군이지만, 학살 사건을 50년 동안 은폐시킨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살의 진실이 망각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제가 그 증거입니다”…생존자들의 호소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박2일’ 김준호, 개코원숭이 완벽 변신 ‘분장 없이 가능?’

    ‘1박2일’ 김준호, 개코원숭이 완벽 변신 ‘분장 없이 가능?’

    ‘1박 2일’ 김준호가 개코준숭이(개코원숭이+김준호 줄임말)로 완벽 변신했다.오늘(22일)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연출 유일용/이하 1박 2일)는 김준호-차태현-데프콘-김종민-윤동구-정준영과 함께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로 봄나들이를 떠난 ‘벚꽃놀이’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개코원숭이로 변신한 김준호의 모습이 포착돼 보는 이들의 배꼽을 무한 자극시키고 있다. 공개된 사진에는 김준호의 개코준숭이 모습이 담겼다. 눈을 뒤집은 채 인중을 최대한 늘린 모습은 그야말로 클라스가 다른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는 것. 특히 자신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망가지는 것조차 신경쓰지 않은 김준호의 모습은 그가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엿보게 하는 것은 물론 그의 스웩 넘치는 개그감까지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김준호의 모습은 행운 조작단과의 벚꽃 올림픽 중 포착된 것. 아직까지 행운 조작단의 행운 조작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가 저녁 복불복을 위해 자신의 얼굴 망가짐까지 불사한 채 고군분투하는 활약에 현장은 웃음으로 초토화됐다는 후문이다. 그런 가운데 이 날 저녁 복불복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발생, 김준호가 큰 충격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행운 조작단의 정체가 폭로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반전이 김준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리며 그를 멘붕하게 만든 것인지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김준호의 모습은 오늘(22일) 방송되는 ‘1박 2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강태안의 미식여행] 소박한 미식가들의 소금 이야기

    [강태안의 미식여행] 소박한 미식가들의 소금 이야기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미식행위’와 일반 생활 속에서도 미식을 추구하는 ‘작은 사치’(small luxury)가 유행이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북도 서울에 진출해 서울의 미식을 세계와 견주며 평가하고 있고 먹고 마시고 요리하고 얘기하는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방송을 보다 보면 유명 요리사의 과장된 소금 뿌리기 행위를 따라 하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너무 과장되니 다소 우습지만 그만큼 요리할 때 소금을 넣는다는 의미는 크다.그렇다. 소금이야말로 맛의 근원이며 음식 재료만큼 중요한 음식의 알파며 오메가다. ‘소금간을 한다’는 의미는 요리사에게도, 먹는 사람들에게도 더 깊고 다양한 맛을 위한 가장 중요한 ‘미식행위’일 것이다. 5년 전 세계적인 미식 도시 포틀랜드를 방문했었다. 포틀랜드는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젊은 요리사들이 몰려와 자신의 첫 번째 레스토랑을 여는 도시이며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킨포크’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유명 식재료 마트마다 다양한 소금들이 구비돼 있는 ‘소금별도 코너’가 흥미로웠다. 특히 히말라야 암염(분홍색)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두껍고 큰 판 형태의 암염 그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또한 아이스크림, 초콜릿 전문 매장에서는 유명 소금을 넣은 제품들이 인기였다. 소금 전문서적, 전 세계의 유명 소금을 전시, 판매하는 곳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에 한국의 ‘죽염’이 진열돼 있었지만 사람 눈높이 2배 이상 높은 곳에 있어 다른 국가들의 소금들이 사람 눈높이 근처 적당하게 진열된 것에 비해 안타까운 대조를 보였던 기억이 있다. 소금은 이렇듯 대중에게 미식의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어 한가지 소금의 원천 그 자체로 다른 천연 식재료를 첨가하고 혼합해 아주 다양한 소금을 일상생활에서 즐기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내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에 오며 내게 소금을 선물한 적이 많았다. 소금 내용물이 보이는 작은 병 혹은 투명 봉투 등으로 포장돼 예쁘고 작고 고급스럽고 휴대하기 간편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소금을 가지고 다니며 음식을 즐길 때마다 나의 맛을 추구하는 부러운 미식문화를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소금의 질 좋기로 유명한데 광물에서 음식으로 신분 상승한 지 얼마 안 됐다. 지금 4월 말이니 이제 송홧가루를 날리며 1년 중 가장 좋은 천일염 수확 시기가 다가온다. 그곳에는 한국의 전통 소금 ‘자염’도 있다. 사라져 가는 세계 음식문화 유산이자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도 이름을 올린 귀한 갯벌 소금이다. 나의 지인 중 한 명은 두유를 데워 자염을 살짝 뿌려 마신다. 비리지 않고 맛이 화사해진다고 좋단다. 또 다른 이는 튀김을 자신이 주문해 먹는 토판 염에 찍어 먹고, 또 어떤 이는 점심시간 국물 음식 즐길 때 식당 소금 대신 자신의 소금을 넣어 즐기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일상생활 속에서 미식을 실천한다. 이들 대부분은 200g 혹은 500g짜리 원천 포장 그대로 들고 다닌다. 프리미엄 소금의 다양한 개별 포장 디자인이 아쉽다. 더 좋은 재료를 찾아 잘 익혀 어떤 소금과 즐기느냐가 생활 속의 미식이 될 것이다. 원재료 맛과 소금 맛의 조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의 여느 미식의 도시처럼 나만의 소금, 나만의 소스 등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좋은 식재료를 찾아 미식여행을 떠나 보자. 나만의 소금을 가지고.
  • 2029년, 달러의 몰락…미국의 절규

    2029년, 달러의 몰락…미국의 절규

    맨디블 가족/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박아람 옮김/알에이치코리아/592쪽/1만 6500원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에 등극한다면.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나라들이 갑자기 등을 돌린다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미국이 경제 위기의 늪에 빠진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봤지만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가정들이다. 상상의 결말을 엿보고 싶다면 미국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신작 소설 ‘맨디블 가족’을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우선 책의 부제가 소설 속 미국이 마주한 현실을 함축한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 2001년 9·11테러,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미국은 2024년 인터넷 인프라 마비로 수많은 연쇄 충돌 사고와 비행기 참사, 열차 사고가 잇따른 스톤에이지 사건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사회가 안정을 되찾을 때쯤 사상 최악의 참사가 찾아온다. 2029년 세계 경제를 장악한 중국이 러시아와 결탁해 금융 쿠데타를 주도한 것. 하룻밤 사이에 전지전능한 달러의 환율이 곤두박질 치고 급기야 기축통화는 달러에서 ‘방코르’로 대체된다. 미국 정부는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내고 심지어 개인이 방코르를 보유하는 것을 반역 행위로 간주한다. 미국 정부가 세계와의 금융 전쟁을 선포하면서 괴로워지는 건 서민들이다. 금마저 정부에 빼앗긴 서민들이 휴짓조각이 된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맨해튼 출판계에서 큰돈을 주무른 90대 가장 더글러스 맨디블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날만 바라보던 맨디블 가족 4대가 이 ‘위기의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 삶의 행적을 좇는 게 이 소설의 골자다.작가는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 ‘케빈에 대하여’를 비롯해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다룬 ‘내 아내에 대하여’ 등 주로 사회적인 주제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미국의 몰락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상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그려냈다. “미국인들은 침체되어 있는 게 아니야. 부정하고 있지. (중략) 그래서 기껏해야 잃어버린 10년을 걱정하지. 모든 것을 상실했다는 개념,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쇠퇴해버렸다는 그런 개념 자체가 이 나라의 정신에는 너무도 생경한 거야”라는 등장인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늘 1등의 자리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던 미국의 자만에 일침을 놓는다. 맨디블 가족들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적 파탄을 경험하고 허우적대는 과정과 더불어 주목할 부분은 더글러스의 손자이자 어릴 때부터 독학으로 경제학을 익힌 윌링이다. 졸지에 소작인으로 전락한 가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윌링은 미국에서 분리 독립한 네바다 합중국으로 떠나 살길을 모색한다. 2024년 정부가 사람들의 몸에 신용카드와 같은 칩을 이식하면서 급여가 칩에 예치되면 지방세, 연방세 등 급여의 77%에 달하는 세금이 정부 손에 넘어갔다. 정부에 조종당하는 듯한 께름칙한 기분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네바다는 과연 유토피아였을지. 윌링은 이곳에서 다시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을지. 작가의 예리한 통찰이 담긴 결말은 제법 서늘하게 다가온다. 향후 수십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펼쳐낸 이 ‘예언 소설’에는 눈에 띄는 설정이 많다.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폐지되면서 2028년엔 미국 최초로 멕시코 태생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일본은 중국에 흡수된다. 일본이 중국 구축함을 침몰시키면서 싸움을 걸었지만 오히려 타격을 입은 것이다. 통일을 한 한국은 오랜 동맹국이었던 미국에 등을 돌리고 세계 공용 통화 대열에 합류한다. 준비 통화, 인플레이션, 채권 경매, 부채의 화폐화, 금본위제 등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경제 개념에 대한 언급은 가벼운 소설을 읽기 위해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미국이 마주한 충격적인 현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아하! 우주] “생일 축하해!”…허블우주망원경의 28년 탐사기

    [아하! 우주] “생일 축하해!”…허블우주망원경의 28년 탐사기

    지난 1990년 4월 25일.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 보고 싶은 인류의 꿈을 담은 우주망원경 한 대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힘차게 날아올랐다. 바로 다음 주 28번째 생일을 맞는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의 간섭없이 멀고 먼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제작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지름은 2.4m, 무게 12.2t, 길이 13m로, 지금도 지상 569㎞ 높이에서 97분 마다 지구를 돌며 먼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최근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의 28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환상적인 천체 사진을 공개했다. 매해 이맘 때 생일카드처럼 공개하는 이 사진은 물론 허블우주망원경이 과거에 촬열한 명작 사진이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별 탄생의 요람으로 알려져있는 '석호 성운'(Lagoon Nebula)이다. 마치 신이 물감으로 그린듯한 석호 성운은 지구로부터 약 4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에 위치해 있으며, 작은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할만큼 밝고 화려한 발광성운(發光星雲·주위의 열을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성운)이다. 특히 사진 속 중앙에는 십자 모양으로 빛나는 별 ‘허셀 36’(Herschel 36)이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 태양보다 4만 배는 더 뜨겁고 20만 배나 더 밝다. 사진 상으로는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사실 성운 속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가운데 별을 중심으로 강력한 가스와 먼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별들과 천체들이 태어난다.   한편 허블우주망원경은 28년 간 100만 건이 넘는 관측 활동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1만 2000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간 몇 번의 수리 과정을 거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은 지상 천체망원경보다 10~30배의 해상도를 가진 사진을 지금도 충실히 전송해오고 있다. 그러나 허블우주망원경도 2020년이면 후임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에게 임무를 넘겨 줄 예정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JWST는 허블우주망원경의 후계자로 NASA를 비롯 ESA와 캐나다우주국(CSA)이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했다. 차세대인 만큼 JWST의 성능은 역대 최강이다. 허블우주망원경과 비교해 보면 성능이 무려 10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JWST의 중량은 허블의 절반 수준인 6.4t이지만, 주경(primary mirror)은 허블보다 2.5배 큰 6.5m에 달한다. 이를 통해 NASA는 빅뱅 후 2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靑 견제는커녕 너무 몸 사렸다”… 김기식·드루킹 연타에 민주 ‘멘붕’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 후폭풍과 함께 드루킹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통에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국민투표법, 추경, 민생법안들을 발목 잡는 것이야말로 국기문란이고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야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드루킹 사건이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 청탁 문제를 넘어 대선 기간 당시 여론 조작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개헌과 추경 등의 안건은 뒤로 밀려나는 등 야당에 대한 공세는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김경수 의원이 이날 우여곡절 끝에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번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청와대에 밀려 제 목소리를 못 낸 것이 결국 김 전 원장 사퇴에도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드루킹 사건이 확대되고 있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김 전 원장의 정치후원금 기부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묻는 과정에서 당·청 간 소통 부재가 뼈아팠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김 전 원장 논란이 확대되면서 이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대부분 판단했고 자진해서 정리할 기회를 줬어야 했는데 청와대가 왜 선관위에 법적 판단을 의뢰한다는 선택지를 낸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당·청 간 소통 부재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집권 초기에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어느 정권이든 나오지만 민주당이 너무 몸을 사린다는 비판도 있다. 한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당·청 간 이견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트라우마가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친문이 아니면 안 되는 분위기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청 간 소통 부재의 또 다른 케이스로는 김 의원의 2차 기자회견도 꼽을 수 있다. 당초 청와대는 관련 사건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인사 추천 대상자였던 A변호사를 만난 일이 있다고 했고 민주당은 ‘우리가 댓글조작 사건의 피해자다’라는 주장 외에 다른 사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당에서는 민주당이 피해자라면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에 있는 측근이 친문 성향 지지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담당했기 때문에 당은 사실 잘 모르고 있다”며 “당이 사태 수습을 위한 밑그림조차 못 그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靑, 국정 독주에 국민 피로감 직시하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에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는 상식 밖이다. 심각하게 실망스럽다. 김 전 원장의 사퇴는 그가 청와대의 코드 인사였기 때문이 아니다. 여론이 근거 없이 뭇매를 들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국회의원 시절 김 전 원장의 정치후원금 기부 행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 판단을 내렸다. 선관위의 판단은 누구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판단 내용에 승복하겠다며 직접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사표 수리만으로 없던 일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부실해도 너무 부실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원점에서 손보겠노라고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해야 도리다. 일대 혼란을 빚어 놓고도 대국민 사과는커녕 “민정수석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자리값을 못 한다는 원성을 듣는 조국 수석은 이번 인사 참사에서 역시 머리카락도 안 보인다. 집권당이라는 곳의 대응은 또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를 향해 유감 표명을 했다. 민주당 의원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선관위 유권해석은 여론몰이식 해석”이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앞장서 존중해야 할 여당 의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선거법을 개정하고 헌재 심판청구를 하겠다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엄연한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겁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민주당이야말로 무얼 믿고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저런 오판이 가능한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정무 감각이 마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드루킹 사태의 대응 자세도 다르지 않다. 여당 핵심 인물인 김경수 의원이 연루된 드루킹 사건을 평창올림픽 댓글 조작으로만 보기에는 의혹의 판이 자꾸 커진다. 현직 민정비서관이 연루됐는데, 청와대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남의 말 하듯 가볍게 뱉을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가장 듣기 불편한 말이 “내로남불”이 아닐까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자면 여론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지 읽을 마음이 없어 보인다. 국민에게 ‘불통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지는 누구보다 청와대가 잘 알 것이다. 불통ㆍ불신이 커지면 여당은 당장 대야 협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뭣 하나 신통한 게 없는 자유한국당이 때를 놓칠세라 국회 천막 농성에 나섰을 판이다. 국민 울화를 돋우는 이런 볼썽사나운 풍경을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자초하고 있다.
  • [여기는 중국] 억대 차량 긁은 학생에 차주가 요구한 건 “조심하라” 말 한마디

    [여기는 중국] 억대 차량 긁은 학생에 차주가 요구한 건 “조심하라” 말 한마디

    억대의 고급 차량을 긁은 대학생에게 차주가 요구한 것은 “앞으로 조심하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17일 북경청년망을 비롯한 중국 주요언론은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발생한 대학생과 렉서스 차량의 접촉 사고 소식을 전했다. 최근 광저우의 한 대학생은 자전거를 타다 실수로 렉서스LX570 차량에 흠집을 냈다. 그는 스스로 차주에게 보상하겠다고 다가갔다. 차주는 학생에게 “얼마를 배상하겠냐?”고 물었고, 학생이 제대로 대답을 못 하자 “10위안(1700원)을 달라”고 했다. 학생이 홍바오(红包:세뱃돈 빨간봉투) 두 개를 꺼내 열었지만, 안에는 5위안(850원)이 전부였다. 차주는 그 모습을 보더니 “됐다, 다음에는 조심하거라”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확인 결과, 차량은 중국에서 140만 위안(2억3800만원)에 판매되는 차량이다. 차주의 통 큰 아량에 감동한 누리꾼들은 “이런 사람이야말로 평생 부자로 살아야 한다”, “진정한 부자란 이런 것”이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일부는 “학생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앞으로 비싼 차에 흠집을 내면 이런 아량을 기대하게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사진=미래망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열린세상] ‘익숙한 것들’과의 과감한 결별을/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익숙한 것들’과의 과감한 결별을/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익숙한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익숙함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아니 오랜 세월 반복과 답습으로 굳어진다. 부도덕하고 불공정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조차 좀처럼 깨지지 않고 이어지는 이유다. 관행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전통적 미덕과 가치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선을 지키는 아름다운 ‘문화’가 된 것도 있다. 어쩌면 관행이야말로 경험과 지혜를 중시하는 보수의 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관행은 낡고 억압적이고 차별적이다.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힘의 논리와 사적 이익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강요되고 정당화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 관행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다산 정약용도 백성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읍례(邑例)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아전들의 탐학한 악행을 신랄히 비판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 갑질을 하고, 공직사회는 전관예우로 선배에게 자리와 이권을 챙겨 주고, 병원은 아이들의 생명에 아랑곳없이 이익을 위해 주사제를 마구 나눠 썼다. 권력층의 온갖 편법과 부정, 온갖 취업 특혜, 그림의 대작이나 논문 대필과 표절, 정치권과 언론계에 만연했던 스폰서 제공 외유성 출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관행’이란 핑계를 대 왔다. 그것으로 나라와 국민이 얼마나 신음해 왔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법을 보완하기는커녕 법을 무시하고 뛰어넘으면서까지 강자의 이익과 기득권을 합리화하는 이런 관행은 건전한 규범도, 상식도, 문화도 아니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우리 사회를 도덕 불감증과 부정과 비리로 빠져들게 하는 악습일 뿐이다. 관행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누구보다 과감한 개혁을 주창한 한비자(韓非子)도 옛것을 바꾸기란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익을 보고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만 바뀌고, 잠시 숨죽이고 있을 뿐 내 편만을 챙기는 관행은 더욱 은밀하고 강력하게 그 생명을 이어 가는 모습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목격했다. 한비자는 옛것을 바꾸지 않는 것은 “혼란의 흔적을 답습하는 것”으로 통치의 실패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고치고 말고는 오로지 옛날 것(관행)이 옳은지, 그른지만으로 판단해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사로운 의리나 욕심, 편견이 개입하면 관행은 더욱 굳어진다. “지금까지 그렇게 했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느냐, 너는 해 놓고 내가 하니까 안 된다고 하느냐”는 형평의 논리도 비겁하다. 나쁜 관행을 용인하는 또 하나의 ‘나쁜 관행’을 만들 뿐이다.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매듭을 지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보인 태도가 그렇다. 야당의 정치 공세에 밀려서가 아니라, 위법성에 따른 결정이란 모양새를 취했다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얻은 것도 아니다. 반대로 권한과 책임 회피란 인상만 남겼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중요한 믿음 하나를 잃었다. 관행 타파다. 능력과 자질보다는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에 참여연대까지 결합한 ‘자기 식구 챙기기’에 매달린 인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삼고초려라도 해서 쓰는 탕평인사가 바로 이런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다만 그것을 위해 우리 사회의 갖가지 나쁜 관행들까지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정당화하면서 개혁과 적폐청산을 내세우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김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을 두고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한 대통령 말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다. 불과 1년 전 취임식의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는 다짐을 벌써 잊은 것인가. 눈에 보이는 비리와 부정, 위법은 쉽게 바로잡을 수 있고 효과도 금방 나타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너무나 당연하게 답습해 자연스럽고 견고해진 관행은 좀처럼 깨기 어렵다. 그것으로 편안함과 이익을 누려온 기득권의 저항과 유혹도 만만찮다. 나부터 아픔을 각오하고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익숙한 것들과의 과감한 결별. ‘적폐청산’의 시작이자 공정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 [In&Out] 한국판 ‘아난탈로’가 성공하려면/박명숙 성남문화재단 대표

    [In&Out] 한국판 ‘아난탈로’가 성공하려면/박명숙 성남문화재단 대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는 지식과 기능 위주에서 미적 감성이나 성찰력, 창의성 등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감과 소통, 포용성과 공동체성 등 사회적 범위로 확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지난 1월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그중 ‘2018년 유휴공간 활용 문화예술교육센터(가칭 ‘꿈꾸는예술터’) 지원 공모사업’은 핀란드의 ‘아난탈로’(Annantalo)를 사례로 한 것이다.아난탈로는 핀란드 헬싱키시가 폐공장·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공 문화예술교육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등 지역 주민에게 특화된 예술활동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다. 앞서 경기 성남시는 2016년 성남문화예술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성남교육지원청과 함께 폐교를 앞둔 영성여자중학교를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로 조성하기로 협약식을 가졌다.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는 문체부의 꿈꾸는예술터 사업으로 선정돼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됐다. 이번 달 컨설팅을 시작으로 연구조사와 설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내년 6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가 세워지면 아난탈로가 보여 준 운영 시스템과 사회적 역할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입주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어떻게 지역민의 예술교육 활동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예술 강사 선발, 운영은 물론 커리큘럼 개발, 지역 내 모든 학교의 참여를 이끌어 내 진정한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려졌던 공간을 ‘문화 허브’로 성공적으로 탈바꿈시키려면 첫 단추를 잘 꿰어야한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조성 준비와 추진 시 체계적인 정부 지원에 대한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할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과 운영 조직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수립이 우선시 되며 이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센터의 구체적 방향과 역할 정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교육자(예술가와 예술 강사), 협력관계자(교사, 공무원, 복지사 등)와 학습자(학생, 주민)들의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 주민 환경에 맞춰 수요를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도록 부처 간 협력 지원이 있어야 한다. 넷째, 정부에서 문화예술교육센터 조성 이후 안정적 운영을 위한 지속적인 예산 지원, 협력망과 프로그램, 통계 및 데이터 관리체계, 전문인력 재교육 등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끝으로, 폐시설 혹은 유휴 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앞으로 학령기 인구의 감소로 인해 폐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에 함께 있는 폐교를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 접근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폐교 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진흥법’ 등 기존 문화예술 관련 법령들에 대한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평생 문화예술 창작과 교육 활동을 해 왔고, 현재 기초 문화재단에 대표로 몸담고 있기에 이번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조성이 매우 뜻깊게 다가온다. 지역과 현장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 주민들의 삶에 깊게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 ‘든든 토종’ SK냐 ‘부상 병동’ DB냐

    ‘든든 토종’ SK냐 ‘부상 병동’ DB냐

    “이젠 정말이지 있는 것 없는 것 다 긁어모아서 해봐야죠.”(이상범 DB 감독) “몇 번 말씀 드리지만 여기(원주) 다시 오고 싶지 않네요.”(문경은 SK 감독)두 사령탑의 솔직한 속내에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옮겨 치러지는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6차전 결과가 어느 정도 담겨 있는 듯하다. SK가 22번째를 맞은 챔프전 최초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1위 DB의 유리했던 우승 확률들을 모두 지우고 사상 첫 2연패 뒤 4연승 대역전 드라마에 한 걸음만 남겼다.역대 챔프전을 6차전 이상 끈 시리즈 가운데 3승2패를 거둔 14차례 중 12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 때문에 SK는 확률 85.7%를 잡아 18년 만의 통산 두 번째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문 감독으로선 챔프전 6연패 끝에 3연승을 거둬 더욱 얼굴이 달아오른 터였다. 이 감독 역시 경기 전이나 뒤나 상기된 낯빛을 감추지 못했다. 5차전 전에도 “환자 천지”라며 동동 발을 굴렀던 이 감독은 경기 뒤 ‘스피드’를 책임졌던 김현호가 골반을 다쳐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털어놓아야 했다. 윤호영은 부상 탓에 제 컨디션이 아닌 게 분명했고, 김주성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두경민이 4쿼터 16점을 몰아치며 24득점, 디온테 버튼이 28득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은퇴를 앞둔 로드 벤슨, 김태홍, 서민수 모두 체력 고갈에 시달리는 게 명확했다. 반면 SK에선 제임스 메이스가 24득점, 테리코 화이트가 23득점으로 꾸준했던 데다 김선형을 비롯해 최준용, 안영준이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특히 3쿼터 3점슛 두 방 등 11득점으로 뜻밖의 활약을 펼친 이현석, 헤드 블로 논란을 부르긴 했지만 버튼을 나름 묶으며 김선형의 체력을 벌어준 최원혁 등 식스맨들의 도움이 눈부셨다. 벤치 멤버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 덕에 정규 1위를 차지했던 DB가 가진 장점이 챔프 2차전 이우정(12득점 3어시스트)과 서민수(3점슛 세 방 등 11득점)의 활약으로 정점을 찍고 그 뒤 세 차례 모두 상대 벤치 멤버들에게 눌린 게 연패로 직결됐다. 식스맨들의 6차전 활약이 더욱 절실한 건 벼랑 끝에 몰린 DB다. 이우정과 서민수에다 한정원, 이지운 등이 그야말로 미쳐 줘야 7차전으로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다. 하나 더. 문 감독이 경기 전 “잠실 홈도 온전한 홈인지 모르겠다”고 실토한 원주 원정 팬들의 응원 열기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문 감독은 “우리는 여기에 겨우 100여명이 붉은 옷 입고 앉아 있는데 본사가 서울에 있는 DB는 몇백명씩 몰려들어 녹색 물결을 이루고 있지 않더냐”고 되물었다. 이미 시리즈의 기운은 SK로 넘어간 게 뚜렷해 보이지만 미묘한 경기장 분위기 하나로 급변할 수도 있다. 더욱이 미치는 선수가 하나 나오면 시리즈 향배가 돌변할 수도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바른미래 “드루킹, 文캠프 사조직 가능성… 대선 여론 조작 시도”

    바른미래 “드루킹, 文캠프 사조직 가능성… 대선 여론 조작 시도”

    드루킹, 2017년까지 수차례 글 文캠프 지침 실행 가능성 지적 댓글조작 TF, 특검·국조 촉구바른미래당이 17일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49·필명 드루킹)씨와 문재인 대선 캠프 간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가 ‘드루킹’ 등 비공식 사조직을 이용해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불법적인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검찰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안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키운 인물이며 정치적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예속돼 있다는 등의 글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온라인 카페에 수차례 올렸다. 19대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2017년 4월 11일에는 ‘지금이야말로 반격의 때다-MB(이명박) 세력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때가 됐다’는 제목의 글에 “사실 국민의당이라고 쓰지만 읽기는 내각제 야합세력, MB(이명박) 세력이다. 친박(친박근혜) 세력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가 붙들고 있는 셈이고 MB네는 호남 토호인 동교동과 손잡고 국민의당에서 안철수를 주자로 내세웠으니 MB 세력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썼다. 같은 해 1월에는 “안철수, 박경철, 윤여준 등이 모두 MB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썼다. 2016년 1월에는 국민의당 창당과 관련해 “안철수의 신당? 천만에 MB의 신당이다”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드루킹의 안 후보 비방이 문재인 캠프 전략본부의 지침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른미래당이 입수했다는 문재인 캠프 전략본부 대외문서에 따르면 2017년 4월 캠프는 지역위원장에게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할 것을 지시한다. 안 후보에 대한 불안·미흡·갑질 프레임의 공세를 강화하고 구체적으로 ‘갑철수’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퍼뜨릴 것을 적시한 것이다. 문서에는 당의 공식 메시지 외에 비공식적인 메시지 확산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바른미래당 댓글 조작 대응 태스크포스(TF)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TF 준비단장을 맡은 권은희 의원은 ‘대외비 문건과 드루킹 간 직접적인 관계가 밝혀진 것이냐’는 질문에 “(드루킹과 대외비의) 활동 내용이 동일한데 이 둘 사이에 김경수 의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드루킹 활동내역을 아주 상세하게 보고받았다는 내용, 김 의원이 대선 끝나고 협박성 인사청탁을 거절 못 하고 청와대에까지 연결시켜 주는 행태를 보였다는 부분이 연결성을 강하게 추정하게 하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이혜경 서울시의원 “서울시향 새로운 리더십 바탕으로 재도약 하길”

    이혜경 서울시의원 “서울시향 새로운 리더십 바탕으로 재도약 하길”

    최홍식 전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한동안 공석이었던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대표이사로 최근 강은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임명되면서, 서울시향이 그간의 논란과 갈등을 극복하고 ‘서울시민의 오케스트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혜경 서울시의원(중구2, 자유한국당)은 지난 13일 열린 제280회 서울시의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시향이 새로운 리더십과 전면쇄신을 통해 추락한 위상을 제고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비상하기 위한 세가지 당면과제를 제시했다. 이혜경 의원은 먼저, 서울시향이 예술적 감성과 전문경영 능력을 겸비한 리더쉽을 통해 내·외부의 우려와 갈등, 산적한 문제들을 정리하고 정상적인 운영과 중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더욱 엄정하고 중립적인 잣대로 서울시향 문제에 접근해 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 의원은 최근 개최되었던 ‘서울시 문화정책에 있어 서울시의회의 역할, 서울시향을 중심으로’ 라는 간담회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태를 언급하며, 서울시향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서울시민과 시민의 대표인 서울시의회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정립을 제안했다. 서울시향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 처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인사,채용,평가 등은 공정하게, 운영은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을 전면 쇄신해 줄 것을 서울시장과 신임 대표이사에 요청했다. 또한 이 의원은 영상자료를 통해 ‘구태와 독선이 아닌 단원들의 열정과 시민들을 생각하는 진심, 세계적 수준의 예술적 감성이야말로 서울시향이 가진 진정한 힘’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시향의 발전을 염원하겠다는 약속으로, 지난 4년의 임기동안 서울시향 정상화를 위해 애써왔던 진심으로 전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위대한 음악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위대한 음악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1971년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걸작 음악 영화다.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관능과 서정의 극한을 추구하다 결국 좌절하고 마는 듯한 말러의 교향곡 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의 선율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작곡가 말러와 흡사한 풍모를 지닌 주인공 아센바흐는 금욕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통해 완전히 통제된 감정만이 최고의 예술작품을 낳는다고 여기지만, 우연히 베니스에서 마주친 미소년 타지오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아센바흐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자유롭고 불규칙한 인간의 감정이야말로 가장 높은 경지의 예술이라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동료가 짐짓 비아냥대며 아센바흐에게 던지는 대사가 있다. “자네, 주류의 바로 아래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나? 바로 평범함이야!” 만인과 공감하고자 하는 논리를 내세우다간 자칫 아무런 특징도 찾을 수 없는 그저 그런 존재나 개념이 남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 ‘평범함’을 ‘일상의 안일함’이나 ‘현실과 타협함’ 등으로 폭을 넓혀 생각하면 예술가에게 가장 위험한 상태는 움직임 없이 정체돼 있을 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각자 분야의 일가를 이룬 대가들은 결코 멈추거나 지치는 일 없이 역동적이다. 지난 3월 73세의 나이로 첫 내한 공연을 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의 독주회는 피아노 마니아들뿐 아니라 흘러가지 않은 그녀의 전성기를 확인하려는 애호가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내한 직전 지면 인터뷰를 진행했던 나는 공연 후 무대 뒤에서 그녀와 만났는데, 그녀는 청중의 높은 집중도와 훌륭한 음향 시설의 공연장에 만족해했다. 최근 신보 ‘그리움’(Saudade)에 사인을 부탁하니 “사인은 해 줄 수 있는데, 이미 무대의 불을 다 꺼서 연주해 주긴 어렵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을 담은 이번 앨범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호쾌한 타건과 예민한 음악적 센스는 젊음 그 자체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동시에 새로움에 대해 반짝이는 호기심까지 느껴지는 슈베르트 리사이틀도 완성도 높은 호연이었다. 레온스카야보다 한 살 아래인 우리나라의 국민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건재함도 반갑다. 올해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 중 4월 5일 대만 국가 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에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웅대한 스케일과 여유로운 악상, 당당한 거장성으로 훌륭히 요리해 냈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그에게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명 이상의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백건우의 성실함은 늘 새로운 경지, 지금껏 찾아내지 못한 음악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에 대한 글을 많이 썼지만 새로운 레퍼토리를 기대하는 팬의 요구에 백건우는 늘 한발 앞서간다. “요즘 쇼팽의 소품들에 다시 관심이 가고 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왜 전엔 몰랐을까?” 평생을 함께해 온 악보들, 그 행간을 들여다보다 새롭게 반짝이는 영감을 얻은 대가의 행복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칠순의 나이, 무려 33번째의 앨범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소감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사람들이 내게 ‘레전드’라고 할 때마다 몸이 근질거리고 부끄러워져요.” 겸손의 표현이지만, 내겐 그녀의 ‘근질거림’이 아직도 찾고 있는 더 높은 음악의 경지를 향한 의욕의 증거라고 여겨진다. 오랜 망설임 끝에 최초로 녹음한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의 긴밀한 호흡과 섬세한 뉘앙스로 상큼하게 마무리됐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재녹음됐는데, 달관의 노련함 속에 들어 있는 새초롬한 수줍음은 그녀가 아직 ‘젊은’ 현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진정한 가치의 음악은 늘 새로운 창조성을 띠며, 그것을 만들어 내는 음악가의 에너지는 시간과 나이를 온전히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 [지금, 이 영화] 콜럼버스

    [지금, 이 영화] 콜럼버스

    문화사학자 피터 게이는 모더니즘의 특징을 두 가지로 규정한다. 하나는 “관습적인 감수성에 저항하려는 충동”, 다른 하나는 “철저한 자기 탐구”다. 이것은 모더니즘 건축(물)이 전경화되는 영화 ‘콜럼버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역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콜럼버스 지역 자체의 특성이 그렇다. 이곳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도시로 현대 건축의 성지로 유명하다.이를테면 여기에는 어윈 가든(1910년·헨리 필립스 설계), 퍼스트 크리스천 교회(1942년·엘리엘 사리넨 설계), 어윈 콘퍼런스 센터(1954년·에로 사리넨 설계), 콜럼버스 정신과 병동(1972년·제임스 폴 설계), 어윈 유니언 뱅크(2006년·데버라 버크 설계) 등 빼어난 모더니즘 건축물이 많다. 영화에는 이상의 명소가 주인공만큼 비중 있게 등장한다. 위에서 ‘콜럼버스’에 모더니즘 건축(물)이 전경화된다고 쓴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럼 이제 모더니즘의 특징이 이 영화에 적용되는 나머지 이유를 밝힐 차례다. 그것은 두 인물과 연결된다. 콜럼버스 도서관에서 임시 사서로 일하는 케이시(헤일리 루 리처드슨)와 한국에서 온 진(존 조)이다.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 그들은 이후, 감정적 교류를 시작한다. 나이 차이가 적지 않게 나고, 성별과 인종도 다른 이들이 친밀한 말벗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알아채고 보듬은 덕분일 것이다. 케이시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 가지 않은 그녀가 마음에 드는 직장을 얻기는 녹록지 않다. 뭔가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케이시가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탓이다. 그녀는 어머니를 사랑하나, 동시에 어머니라는 존재에 발목 잡혀 있다. 한편 진은 건축과 교수인 아버지가 의식불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콜럼버스에 왔다. 평소 부자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버지가 입원한 병실에 잘 가지 않는다. 진은 아버지의 임종을 기다릴 뿐이다. 그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동시에 아버지라는 존재에 발목 잡혀 있다.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케이시와 진을, 이 작품은 그야말로 모더니즘적으로 그려낸다. 콜럼버스의 건축물을 매개체로 교호하는 두 사람의 감정선은 “관습적인 감수성에 저항하려는 충동”에 맞닿아 있다. 또한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스스로 고민하는 두 사람의 노력은 “철저한 자기 탐구”에 기반을 둔다. 콜럼버스라는 장소, 케이시와 진이라는 캐릭터는 모더니즘의 전형인 것이다. 더 나아가 ‘콜럼버스’는 장소와 캐릭터를 결합시켜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낸다. (진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영혼이 깃든 모더니즘”이다. 감독 코고나다(한국계 미국인)는 영화로 이런 건축을 했다. 허희 문학평론가 영화칼럼니스트
  • 이재명 “내 아내, 혜경궁 김씨 100% 아냐…‘노빠’에 가깝다”

    이재명 “내 아내, 혜경궁 김씨 100% 아냐…‘노빠’에 가깝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혜경궁 김씨(@08_hkkim)’라는 트위터 계정이 부인 김혜경 여사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100% 아니다”라고 밝혔다.이 전 시장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나 제 아내는 매년 노무현 대통령님 참배도 가고 권양숙 여사도 찾아뵙고 한다”면서 “아내는 대단히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고 정말로 오랫동안 분향소에서 며칠 밤을 새울 정도로 그야말로 ‘노빠’에 가까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의 계정에 대해 “이니셜 ‘hkkim’으로 문제를 제기하는데 아내는 카카오스토리를 잠깐 한 뒤로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네거티브한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는 것 자체가 네거티브다. 오늘 늦게 쯤 모든 팩트들을 다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밝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계정은 2012년에서 2013년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당시 트위터 계정의 방침은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 등록 같은 인증절차 없이 가능했을 때였다”면서 “네거티브하게 보자면 가수 김흥국씨의 아이디도 ‘hkkim’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이재명은 “일각에서는 그 계정이 부인의 것이라면 사퇴를 말할 정도로 확신이 있냐고 물어 달라는 질문도 들어온다”는 사회자의 말에 “제 가족이고 제가 집안의 가장이기에 제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군가 그런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맞는데 공직을 걸고 사퇴니 마니 하는 것들은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혜경궁 김씨 계정에 대해)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단정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오늘 늦게나 하나하나 팩트들을 정리해서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가) 아닌 이유를, 그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을 논리적으로 증거에 의해서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08_hkkim’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3일 전 의원을 향해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이 계정의 주인이 이 후보의 아내인 김혜경 씨와 영문 이니셜이 같다는 점 등의 이유로 김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인터넷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 글에서 “지금 인터넷과 SNS상에서 제 아내를 향한 허위사실에 근거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아내는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 아내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달라”고 반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환골탈태, 새롭게 변화하는 지역의 미래가치 주목

    환골탈태, 새롭게 변화하는 지역의 미래가치 주목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그간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던 수도권 구도심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구도심 지역은 오래 전부터 탁월한 입지 조건으로 교통이나 상권이 발달해 사통팔달의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 많다. 하지만 잇단 신도심 개발에 밀려 노후화된 아파트와 빌라 등의 단지가 즐비한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구도심이 개발의 급물살에 힘입어 ‘환골탈태’하는 분위기다. 시장 호조세에 구도심 개발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 특히 노후 주택들이 사라지고 신규 아파트들이 공급되면서 구도심이 가진 지리적 강점과 함께 선호도가 높아져 미래가치 또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크다.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구도심 지역은 과거부터 중심 역할을 하던 지역이 많아 사통팔달 교통요지로 생활 여건이 우수하다. 최근 대단지 아파트가 분양하는 등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올 봄 분양시장에서 환골탈태 변화를 앞둔 대표적인 지역은 의왕시다. 의왕시는 쾌적한 자연 환경과 우수한 교통 여건을 갖췄지만 노후주택이 많고, 신규 주택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바로 옆 평촌의 생활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평촌 생활권임에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들이 잇따라 속도를 내면서, 의왕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실제 약 12개의 도시정비구역이 추진되고 있으며, 사업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고층 브랜드 아파트가 즐비한 신흥 주거타운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의왕시 내에서도 노후주택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오전동이며, 그 중심에서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의 ‘의왕 더샵캐슬’ 올 상반기 분양에 돌입할 예정이다. 경기도 의왕시 오전 ‘가’구역을 재건축하는 ‘의왕 더샵캐슬’은 경기 의왕시 오전동 일원에 들어선다. 단지는 지하 3층 ~ 지상 최고 38층, 8개 동, 총 941 가구이다. 이 중 전용면적 59~113㎡, 328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안양 평촌에 인접한 입지적 장점에 따라 단지 앞 모락로와 경수대로를 이용하면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등 범계, 평촌의 대규모 상업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엔 의왕초교, 모락중교, 모락고교 등 초, 중, 고등학교가 밀집해 있으며, 전국 3대 학원가로 꼽히는 평촌 학원가도 약 2km 거리로 가까워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12개 버스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단지 앞에 있어 인근 지역으로 접근이 상당히 편리하며, 서울외곽순환도로와 과천~의왕간도로가 인접해 광역 교통망도 우수하다. 특히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건설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교통 여건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돈보다 안전” 국민이 바뀌어야 국가가 바뀐다

    “돈보다 안전” 국민이 바뀌어야 국가가 바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과거 어느 정부보다 재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의 대응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한다. 또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소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재난 전문가 20인으로부터 ‘안전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과거보다 훨씬 개선됐다. 소방청을 독립시켰다는 것은 전문성 향상, 독자적인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재난안전관리본부도 과거엔 권위적이었고 비밀 보안에 충실했다면 지금은 상당히 개방적으로 변했다. 위기관리에서도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관리 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 작은 재난도 못 막으면서 큰 재난을 막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안전처가 행정안전부로 통합돼 재난 현장에서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로부터 인적·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앞으로는 현장 지휘관의 지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무분야별 자격인증제를 운영하고 지휘역량 강화센터를 설치해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재난 대응의 세계적 경향도 정부 주도 예방에서 공동체 중심의 탄력적인 대응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재난에 대처하는 태도와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법적·제도적인 부분은 아직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에서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려면 국민의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움직여 법제화가 이뤄지고 법제화 속에서 국민의 행동이 바뀌게 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에서 소방청이 독립기구가 되고 해양수산부의 외청으로 해양경찰청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앙행정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형 사고는 잦았지만 정부 대응이 허둥대지 않고 있고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재난 매뉴얼은 몸에 익을 정도로 훈련해야 한다. ●정규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재난 요소는 지진이다. 대비가 잘 안 돼 있고 방재 시설이나 대피 경로, 대피소 등도 잘 안 돼 있다. 경북 포항 지진에서 본 것처럼 대피소 관리에도 문제가 많았다. 안전은 중앙정부가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스스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전문인력, 예산 등에서 격차가 너무 크다. 지방정부 차원의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대형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해서 재난안전관리 체계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재난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재난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반성하고 분석해서 제도나 법률을 바꿔 나가야 한다. 또한 국민 개개인이 ‘안전 문제는 일차적으로 스스로 예방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정부와 국민이 위협 요소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안전에 둔감하다는 사실과 우리 주변에 위협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선결 조건이다. ●이기옥 부산소방본부 구조구급과장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서는 안전이 상당히 강화됐지만 민간 분야는 개선되지 않았다. 민간의 안전이 돈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재난과 사고 대비에 돈을 들이면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공사 현장에서의 추락사고가 여전하다. 돈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고 안전을 소홀히 하면 회사 전체가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조성 충남재난안전센터 연구원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볼 순 없다. 다만 불안감이 해소돼 안전하다고 느끼고 사고 발생 시 원인 파악이 이뤄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는 점은 개선된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재난을 극복하고 안전한 사회로 가자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목표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안전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 마련돼야 한다. ●류희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은 전통적인 ‘군사적 안보’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안보 시스템을 말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시스템은 상당히 개선됐다. 위기관리 현장인 지방자치단체 관련 사무를 현재 행안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연계가 한층 용이해져 재난 안전 업무도 과거보다 더 수월해졌다. 앞으로 국민이 재난 대비 훈련을 일상화해야 한다. 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야말로 높은 수준의 안전 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심상정 “갑질도 유전...조씨 3세들 대한항공 경영 손 떼야”

    심상정 “갑질도 유전...조씨 3세들 대한항공 경영 손 떼야”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심 전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갑질도 유전인가 봅니다”라며 끊이지 않는 조 회장 일가의 ‘갑질횡포’를 언급했다. 그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에 이어 이번에는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투척’입니다. 이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에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심 전 대표는 이어 “조씨 일가 3세들은 국적기 대한항공을 경영할 자격도 능력도 없음이 명백해졌습니다. 아니 번갈아가며 국제적으로 기업이미지 실추에 앞장 선 이들에게 경영을 맡겨두면 대한항공 망합니다”라면서 “조씨 3세들은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 뗄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갑질 횡포는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라고 진단한 심 전 대표는 “경영능력의 검증 없이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움켜쥔 세습경영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현민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는 업체와의 회의에서 대행사 광고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이 담긴 컵을 던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또 조 전무에게 당했다는 추가 피해 폭로도 이어지고 있고, 조 전무의 욕설과 고성 등 폭엄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화암사 ‘대시주’무인 성달생 위패 모신 한 칸짜리 사당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화암사 ‘대시주’무인 성달생 위패 모신 한 칸짜리 사당

    소박하면서도 단정하게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사찰을 두고 흔히 ‘곱게 늙은 절집’이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안도현 시인이 ‘화암사, 내사랑’에서 말한 ‘잘 늙은 절 한 채’의 변주(變奏)가 아닐까 싶다. 시인이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다’고 했던 절은 완주 화암사(花巖寺)다. 절에 오르기는 쉽지가 않다. 시인이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다’고 한 그대로다. 그렇게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 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나타나는 절이 화암사다. 그런데 ‘화암사 중창비’의 분위기도 안 시인의 묘사와 닮아 있다. ‘바위 벼랑의 허리에 한 자 폭 좁은 길이 있어 그 벼랑을 타고 들어서면 이 절에 이른다.…바위가 기묘하고 나무는 늙어 깊고도 깊다’ 비문은 1441년(세종 23) 지은 것이다.●‘하앙식 구조’ 화암사 극락전 국보 지정 화암사라면 국보로 지정된 극락전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981년 해체 수리하면서 찾은 기록으로 1605년(선조 38) 세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극락전은 이른바 하앙식(下昻式) 구조로 유명하다. 복잡한 설명이 뒤따라야 하지만, 한마디로 지붕을 높여 맵시 있게 보이기 위한 건축적 장치라면 크게 망발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는 사실을 건물의 겉모습만으로 알아차리기란 전문가도 쉽지 않다. 하앙식 구조가 아니더라도 날아갈 듯 아름다운 지붕이 우리나라에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극(極)·락(樂)·전(殿) 세 글자를 한 글자씩 따로따로 내건 편액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편액을 이렇게 만든 것도 하앙식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화암사를 말할 때 강당에 해당하는 우화루도 빼놓으면 안 된다. ‘잘 늙은 절 한 채’라는 이 절의 인상은 아마도 우화루에서 결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극락전과 우화루, 여기에 적묵당과 불명당이 마당을 감싸며 이른바 산지중정형 사찰의 모습이 완성됐다. 화암사가 아름다운 것도 각각의 전각도 전각이지만 이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오늘은 극락전도, 우화루도 아닌 화암사에서 가장 작은 철영재(英齋)로 눈길을 돌려보고자 한다. 극락전 동쪽에 자리잡은 철영재는 불과 한 칸짜리 사당이다. 뜻밖에 조선 초기의 무신(武臣) 성달생(1376~1444)의 위패를 모셔 놓았다. 절집에 무신의 사당이라니….●철영재 현판 글씨는 문인 자하 신위가 써 철영재 현판 글씨는 자하 신위(1769~1845)가 썼다. 추사 김정희와 비교되곤 하는 조선 후기 문인이다. 자하는 금강경을 필사하고 감상을 적은 ‘서금강경후’(書金剛經後)를 남겼을 만큼 불교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인물이 사당의 현판 글씨를 썼다니 성달생과 화암사, 나아가 성달생과 불교의 인연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화암사는 창건 연대가 통일신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중창비는 전한다. 원효와 의상도 수도했다고 적었다. 1425년(세종 7)부터 1440년(세종 22)까지는 대대적인 중창이 이루어졌다. 당시의 대(大)시주가 성달생이다. 그는 1417년(태종 17)부터 이듬해까지 전라도관찰사 겸 병마도절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화암사와 인연을 맺은 듯하다. 그런데 인연은 중창에 머물지 않는다. 조선시대 불경(佛經) 간행의 역사에서 화암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 중심에 성달생과의 인연이 있다. 성달생은 개성유후(開城留後)를 지낸 성석용의 아들이다. 유후는 조선의 창건 수도인 개성을 다스리는 벼슬이었다. 태종실록에 있는 성석용의 졸기(卒記)에는 ‘글씨를 잘 썼다’는 대목이 보인다. 그런데 글씨라면 그의 아들 삼형제 달생·개·허도 일가견이 있었다.●법화경 등 판각한 조선 불경 간행 중심지 성달생과 성개가 필사한 안심사판 묘법연화경은 최근 보물로 지정됐다. 완주 안심사는 화암사에서 멀지 않다. 화암사와 더불어 불경 판각이 활발했던 안심사에는 금강경, 원각경, 부모은중경 등 조선시대 한글 경판도 다수 전하고 있었지만, 6·25전쟁 때 모두 불타 버렸다고 한다. 성달생의 글씨로 찍은 화암사판 불경은 1443년(세종 25)부터 쏟아져 나온다. 법화경, 능엄경, 중수경, 부모은중경, 지장경, 육경합부, 시왕경 등 모두 12종에 이른다. 육경합부(六經合部)는 금강경, 화엄경, 능엄경, 아미타경, 관세음보살예문, 법화경의 한 대목씩을 엮은 것이다. 성달생의 아들과 손자는 단종 복위 운동으로 나란히 목숨을 잃은 성승(?~1456)과 성삼문(1418~1456)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성삼문은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성달생이 필사한 화암사판 법화경에는 성승과 성삼문도 발원자로 참여했다. 화암사판 법화경은 이후 복각본만 24종이 나왔다. 조선시대 법화경은 성달생 글씨를 판각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봐도 크게 과장은 아니다. 철영재 현판을 쓴 자하 역시 ‘성달생 법화경’을 읽으며서 불교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여 갔을 것이다. 그러니 화암사는 성달생의 존재로 ‘조선시대 불경 간행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절 경내, 그것도 큰 법당 곁에 이런 인물의 사당을 지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화암사에 남은 성달생의 흔적은 철영재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창비는 높이 130㎝, 폭 52㎝, 두께 11㎝이니 그야말로 아담하다. 비문은 15세기 중엽 지었다지만 비석을 세운 것은 1572년(선조 5)이다. 중창비에는 비문을 누가 짓고, 글씨를 누가 썼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 매우 이례적이다. 그 주인공으로 성달생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문을 지었다는 1441년은 그가 죽기 3년 전이다. 아들과 손자가 ‘역모’에 가담했으니 성달생도 무사하지 못했다. 세조실록에는 ‘예조에서 성승의 아비에 대하여 연좌를 청하여 그대로 따랐다’는 대목이 보인다. 파주 무덤의 석물(石物)을 모두 없앤 것이다. 성승과 성삼문이 복권된 것은 1691년(숙종 17)이다. 중창비를 세운 시기 그들은 여전히 ‘대역죄인’이었다. 성달승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성달생은 일화도 많이 남긴 인물이다. 전라도관찰사에서 내직인 내금위삼번절제사로 옮긴 1418년 세종이 명나라 사신을 전송할 때 직책상 칼을 찼다. 세종이 즉위한 해다. 그런데 상왕, 즉 태종 앞에서 칼을 찼다는 이유로 세종으로부터 질책을 받아 파직된 것이다. 형제의 난을 일으키는 등 칼로 일어선 태종 이방원이 적지 않게 놀랐던 때문일 듯하다. ●유감동 ‘섹스 스캔들’에 연루돼 물의도 성달생은 세종실록의 표현대로 ‘명나라 황제의 친척’이 되기도 했다. 명나라는 공녀(貢女)의 악습을 원나라로부터 물려받았는데, 1408년(명나라 영락 6)부터 1433년(명나라 선덕 8)까지 7차례에 걸쳐 114명의 조선 소녀를 징발한다. 성달생의 열일곱 살난 딸도 여기에 포함됐다. 공조판서 시절이었으니 조선시대를 통틀어 공녀의 부친으로는 가장 벼슬이 높았다. 성달생은 유감동의 간부(奸夫)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유감동은 양반 가문의 딸이자 고위 관리의 부인으로 세종시대 40명 남짓한 조정의 전·현직 관리와 스캔들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는데, 성달생도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그는 충청도 초수로 안질을 치료하러 간 세종을 호종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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