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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스승이 없는 사람들/박상숙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스승이 없는 사람들/박상숙 문화부장

    ‘내가 해봐서 아는데….’최근 영어의 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유행어’(?)다. 한밤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 말이 떠오른 건 최근 ‘미투 태풍’에 낙엽처럼 떨어진 거장들의 몰락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3평짜리 독방에 갇힌 그는 누구나 알다시피 자수성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민생 현장에서 만난 청소부, 호떡장사, 식당 주인 등에게 늘 저 문구로 시작하는 훈수 아닌 훈수를 늘어놨다. 저 말에는 ‘(고생이든 뭐든)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유아독존식의 자신감이 담겨 있다. 남자들은 늘 가르치려 든다며 신조어 ‘맨스플레인’이 만들어진 것처럼 성공한 남성들은 경청보다 훈수 두기에 바쁘다. 여기에 나이까지 들면 병은 더 깊어진다. 일가를 이룬 인물일수록 ‘전능자’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아무 말이나 해대는 것이다. 비리 혐의로 투옥된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미투 가해자가 된 고은, 오태석, 이윤택, 김기덕이나 미투 바람을 조롱한 소설가 하일지와 진보 경제학자 윤소영 등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빛나는 시간을 바치고 치열하게 싸운 사람들이다. 그랬던 청춘들인데, 왜 ‘꼰대’나 ‘개저씨’가 돼 스스로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걸까. 최근 읽은 ‘속국 민주주의론’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일본 사회를 총체적으로 분석, 비판한 이 책은 일본에서도 ‘왕년에 잘나갔던 할아버지들’이 말썽을 일으키는지 이에 대한 진단도 담았다. 저자들은 ‘단나게이’(旦那藝)의 소멸에서 원인을 찾는다. 단나게이는 성공한 사람들이 여가로 배우는 전통 무용·소리나 무예 등을 말한다. 예로부터 일본에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도달한 사람은 50세쯤 되면 단나게이를 익혔다. 인간은 정기적으로 꾸지람을 들어 가며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자각해야 지성이나 감수성을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 단나게이는 원로들을 다시 ‘초심자’로 만들어 에고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는 문화적 장치였다. 나이가 들어 높은 지위에 오른 권위자일수록 스승이 없으니 전능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릴 수 없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장년층과 노년층 남성들을 향해 “무엇이든 배우라”고 역설한다. “어렵고 도전이 되는 환경과 일은 겸손을 가르친다.” 천재적 배우로 통하는 미국의 말런 브랜도도 생전에 일부러 질책받을 위치에 자신을 둔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분야에서 왕이 된 사람들일수록 스스로 가장 ‘바보’가 되는 상황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도 개선장군을 맞으며 ‘메멘토 모리’를 외치고, 솔로몬왕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늘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자아가 암세포처럼 증식하고 팽창하는 것을 경계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지혜였다. 오래전 지방 법원 판사로 근무하고 있던 지인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3년차 판사였던 그는 검도를 배우려다 만 사연을 들려주며 푸념했다. “사범도 수련생도 다 젊은데, 나보다 어린 애들 앞에서 지적을 계속 받으니까 쪽팔려서 못하겠더라고.” 학창 시절 새것을 배우려는 겸손함과 호기심으로 충만했던 그가 고작 법관 생활 몇 년 만에 그야말로 ‘영감님’이 된 것이다. 초심자의 길을 포기하면 에고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다. ‘너희들이 뭘 알아, 내가 다 안다’는 오만과 편견 속에서 갑질과 경거망동이 자라나는 것 아닐까. 노년의 삶을 안전하고 품위 있게 영위하려면 ‘영원한 학생’을 고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okaao@seoul.co.kr
  • [단독] “성폭력 당했다” 올 들어서만 4921건 신고… 20분마다 1건 접수된 셈

    [단독] “성폭력 당했다” 올 들어서만 4921건 신고… 20분마다 1건 접수된 셈

    “보복 등 2차 피해 두렵다” 상담도 미투 운동 두 달째… 성범죄 여전 성폭력을 당했다는 112 신고가 20분에 1건씩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26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두 달째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범죄에 둔감하다는 의미다.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접수된 성폭력 신고 건수는 모두 4921건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1592건, 2월 1717건, 3월 1612건(22일 기준)이다. 이는 2013년 이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신고 건수로는 지난해 5568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2016년 3948건에 비해서도 약 1000건이 늘었다. 성폭력은 강간, 강제추행, 성희롱을 모두 포함한다. 3월 한 달만 놓고 보면 하루 성폭력 신고 건수는 73.3건에 달한다. 1시간에 3.1건씩 112 신고가 이뤄진 셈이다. 통상 1분기의 성범죄 발생 비율(최근 3년 평균 16.6%)은 1년 중 가장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5000건에 이르는 성폭력 신고가 접수된 것은 성범죄자들이 여전히 미투 운동을 괘념치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찰 신고에서 드러난 성폭력 사례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처벌을 촉구하기보다 개인 상담을 요구하는 신고가 적지 않았다. 경기 지역에 사는 20대 여성 김선경(가명)씨는 이달 중순 “한 남성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영화계에 종사한다는 남성이 전화를 걸어 오디션 제의를 하는 등 업무 얘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반말을 하면서 ‘뽀뽀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신고의 요지였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 출동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경찰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보복 우려 등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도 잇따랐다. 직장인 이소영(여·가명)씨는 “지난해 술에 취하면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가한 상사가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고 나서도 최근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봐 온갖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혹시 이런 신고 전화도 기록에 남느냐. 그냥 상담만 해 달라”며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꼭꼭 숨겨 오거나,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용기를 내고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60대 여성은 112로 전화를 해 26년 전 성폭력 피해 경험을 힘겹게 털어놓았다. 이 여성은 “그때는 그게 ‘숭한(흉한) 짓’인 줄도 몰랐다”면서 “미투 운동을 보면서 과거의 치욕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美中 무역전쟁에 민ㆍ관ㆍ산 공동대응체제 갖추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한국시간) 500억 달러(약 54조원)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에 맞서 중국은 즉각 철강과 돼지고기, 와인 등 30억 달러(약 3조 24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은 한 술 더 떠 1조 17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 매각이나 보잉, 애플, GM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절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우려했던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서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5%대 폭락했고 상하이·도쿄 증시도 각각 4%대 주저앉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스피지수도 3.18%나 급락했다. 미국의 선제공격은 지난해 발생한 8000억 달러의 무역적자 가운데 3752억 달러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비롯되는 등 대중국 무역역조를 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중국의 덤핑과 보조금 지급,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무역 행태를 바로잡아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421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 등 중간재 비중이 78.9%에 이른다. 미국의 중국 관세 보복이 확대되면 우리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나아가 미국의 카드 중 하나인 환율조작국 지정 과정에서 우리가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게다가 경제적 패권 경쟁에서 한국을 서로 자기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 또한 걱정스럽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아직 관세 부과까지는 대상 리스트 작성 15일, 여론수렴 기간 30일 등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전화통화를 하는 등 양국이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어서 순조롭게 타결될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서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은 미·중 양국의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신생조직인 통상교섭본부 등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범정부적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시적이지만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업도 정부만 바라보며 비명만 질러서는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그동안 구두선에 그쳤던 교역 다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본다. 신(新)남방정책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중국(24.8%)과 미국(12.0%), 일본(9.4%) 등 3개국에 수출의 46.2%가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는 국제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 [김현의 세상 얼싸안기] 패럴림픽을 기억하자

    [김현의 세상 얼싸안기] 패럴림픽을 기억하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뜨거운 열기 속에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성공리에 끝났다. 그런데 평창패럴림픽은 열기와 관심이 동계올림픽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이는 방송 중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 선수는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에 이어 금메달까지 획득했지만 그의 경기를 단 한 번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 그가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경기에서 금메달을 얻을 때 지상파 3사는 모두 장애인 아이스하키 종목을 중계하고 있었다. 지상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도 교차중계를 함으로써 국민들이 신의현의 금메달 취득을 생중계로 보며 감동에 젖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동계올림픽만큼 패럴림픽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죽하면 신의현 선수가 중계를 좀 해 달라고 간청했을까. 패럴림픽 창설 당시 하반신 마비를 의미하는 ‘패러플리져’와 ‘올림픽’을 합성해 패럴림픽 용어가 만들어졌다가, 신체가 불편한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범위가 확대되어 ‘신체장애인들의 올림픽’으로 발전했다. 이후 패럴림픽의 패럴은 비장애인과 동등하다는 의미의 ‘패러렐’(parallel)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애인들의 올림픽도 일반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인류의 숭고한 축제이며 존중되고 대우받아야 한다. 패럴림픽은 인류 모두의 평등을 추구하는 뜻깊은 올림픽이다. 신의현 선수의 사연은 많은 감동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는 대학 졸업식 하루 전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다. 그의 어머니는 의식이 없었던 그를 대신해 하지 절단 동의서를 작성했다. 의식이 돌아온 신의현은 어머니에게 자신을 왜 살려냈느냐며 울부짖었다. 당시 그의 아픔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 아프다.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가족들은 이후 신의현을 열성으로 뒷바라지했고 결국 그는 금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언론에서 자신이 불효자라고, 부모님께 해드린 것이 없고 다쳐서 걱정만 시켜드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기만 했다. 그의 사연은 장애를 이겨낸 본인과 가족의 고귀한 승전보이며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안겨 준다. 특히 가족 간의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이러한 사연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신의현 선수의 사연이 널리 알려져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좌절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려 불굴의 의지로 열심히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평창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다.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7위를 기록한 평창동계올림픽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 우리는 평창패럴림픽 순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부끄럽다.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 4위에 그쳤지만 패럴림픽에선 금메달 수 13개로 금메달 수 8개인 2위를 현저히 앞서는 1위를 했다. 패럴림픽 순위야말로 장애인 복지와 국가의 선진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아닐까. 우리도 패럴림픽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도 패럴림픽도 모두 끝났다. 동계올림픽에 비해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너무 낮고 그냥 잊혀 가는 것 같아 섭섭하다. 이번 패럴림픽을 다시 한번 기억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가 비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이다. 미국 유학 시절 미국에는 장애인을 위한 보행자도로, 전용 주차장, 특수 자동차 같은 시설이 왜 이렇게 많을까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한번 그렇게 해보자.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한 명의 독자 위한 성찰의 편지…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 담겼네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한 명의 독자 위한 성찰의 편지…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 담겼네

    알다 이전에 ‘본다’가 있다. 쓰다 이전에 ‘본다’가 있다. 세상을 바로 보는 시선은 너무도 중요하다. 김수영은 “이제 나는 바로 보마”(공자의 생활난)라며 ‘보다’라는 행동을 강조했다. 작가란 대상의 본질을 보는 사람이다. 보는 시선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본다’라는 동사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낸 작가를 떠올리면 단연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릴 수 있다.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거나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야. 사람들이 내 그림에 대해, 화가가 깊이 날카롭게 느끼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어. (1882년 7월 21일 / 반 고흐, 신성림 옮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2005) 고흐는 자신이 본 풍경을 ‘뿌리 깊은 고뇌’로 새롭게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의 고뇌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써 있다. 그의 편지에는 자연과 종교를 대하는 태도, 안부를 묻는 내용이 가득하다. 에밀 졸라, 도스토옙스키 등 소설가에 대한 평과 렘브란트, 밀레 등 화가에 대한 간단한 인상주의 비평문도 들어 있다. 그는 화가이지만 ‘편지문학 작가’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기는 자기만 읽는 글이지만, 편지는 한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특한 문학 장르다. 한 명을 독자로 삼는 편지는 일기 못지않게 속내를 드러내는 솔직한 글이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그런 건 좋다.”(1890년 7월) 당찬 다짐이 들어 있는 편지글은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열정을 느끼게 한다. 그림에 “생명을 걸었다”는 속내는 일기처럼 편지글에서도 드러난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맘대로 써도 되는 일기와 달리, 편지는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성찰하며 이야기를 정리해 보내야 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가난한 사람들’(1946) 등은 편지문학의 대표작이랄 수 있겠다. 편지작가인 고흐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뿌리 깊은 고뇌’였다. 영어로는 6권, 일본어로는 3권짜리 고흐 서간문 전집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말로 고흐 편지 전체가 번역된 적은 없다.●고흐가 본 시엔 한 통계를 보면 미술관에 걸린 누드화의 85%가 여성 누드라고 한다. 누드를 주문하는 자도 남자요, 그림을 그리고 만든 이도 남자였다. 천사처럼 성스러운 존재만을 누드로 그렸던 미술사를 에두아르 마네가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를 그려 흔들어 놓았다. 벌거벗은 여성 곁에서 넥타이에 정장을 갖춘 두 사내가 편안히 정담을 나누는 상황은 황당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의 여성은 그림 밖의 관람자를 태연하게 응시한다. 마네의 ‘올랭피아’(1865)는 더 도발적이다. 흑인 여성을 배경으로 하는 백인 여성의 흰 살은 조금은 외설적이다. 슬리퍼, 보석, 머리의 꽃 장식을 보자. 흑인 하녀가 든 향기로운 꽃다발은 누가 선물로 보냈을까. 고흐도 누드를 그렸다. 다만 고민 없이 혹은 그림을 팔려는 의도에서 그린 누드와 다르다. 고흐는 여성의 성적인 육체보다는 여성이 견딘 ‘뿌리 깊은 고뇌’를 그리려 했다.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 여성을 대하는 그를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임신한 여인을 알게 되었어. 남자에게 버림받은 데다 그 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었지. 겨울에 길을 헤매는 임신한 여자가 빵을 얻으려면 어떻게 했을지 너는 알겠지. 나는 그녀를 모델로 삼아 겨울 내내 그녀와 함께 일했어. 나는 그녀에게 모델료를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방세는 내 주었어. 그리고 다행히도 빵을 그녀에게 나누어 주어 그녀와 아기를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지켜주었어. … 그녀와 결혼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결혼은 그녀를 구제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 가난해지고, 과거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생활로 돌아가야 해.”(1882년 5월 3~12일)매독에 걸린 채 임신해 있고, 딸까지 데리고 있는 세 살 연상 매춘부 시엔과 고흐는 1년 넘게 함께 살았다. 그녀 때문에 목사인 아버지는 고흐에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야단쳤다. 친척이자 존경하던 스승이었던 안톤 모베도 인연을 끊었다. 시엔을 모델로 그린 ‘슬픔’(1882)에서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를 만날 수 있다. 우키요에(일본 에도시대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나 외설적이거나 에로틱한 면이 없다. 오히려 힘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볼품없이 나온 뱃살이 지저분하고 추한 느낌마저 든다. 앞서 본 마네의 여인들은 팽팽한 곡선, 탐스러운 머리칼, 풍요한 젖가슴을 갖고 있지만, ‘슬픔’에 앉아 있는 시엔은 전혀 반대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박탈감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흐는 37년을 살면서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슬픔’은 고흐 개인사를 넘어 여성의 누드를 ‘슬픔’으로 보는 전복적인 작품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그린 것 중 최고”라고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정말이지 아파서는 안 된다. …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슬픔’은 그 작은 시작이다.”(1882년 7월 21일) 그가 편지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바람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시엔은 60여점의 데생과 수채화를 위한 모델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나, 시엔을 그린 ‘슬픔’은 여성을 보는 전혀 다른 세계를 제시했다.●감자 먹는 사람들… 빈자의 성찬식 솔직히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느낌 외에 달리 감흥은 없었다.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그 분위기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집안은 온통 어둡고 감자가 놓인 테이블에만 빛이 모여 있다. 초라한 식탁에 등만 보이는 소녀 앞에 찐 감자의 김이 금빛으로 오르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 감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왼편에 그려진 광대뼈가 나온 사내는 거칠게 살아온 황소를 닮았다. 고흐는 왼쪽 사내의 손을 가장 공들여 그렸다고 편지에 썼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1885년 4월 30일 편지) 이 작품을 위해 고흐는 고향 누에넨에서 겨울을 보내며 농부들의 초상화 40여점을 그렸다. 고흐는 이 작품을 오랜 친구인 반 라파르트에게도 석판화로 보냈다. 걸작을 제작했다는 확신 때문에 고흐는 라파르트의 부정적인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라파르트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예술의 규범을 모두 훼손했다고 생각했다. 굴하지 않고 고흐는 이 작품을 자신이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작품이라고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주 좋은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 … 너도 이 그림이 독창적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1885년 4월 30일)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는 돈도 없고 배운 것이 없어 자신들의 아픔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이들을 하위주체, 즉 서벌턴(Subaltern)이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까. 스피박 교수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라고 요구한다. 고흐의 그림은 스피박의 서벌턴 이론에 호응한다. 고흐의 ‘슬픔’에 나오는 창녀 시엔이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나오는 가난한 가족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서벌턴들이다. 탄광 지역 보리나주에서 썼던 그의 편지를 읽으면 빈자에 대한 심려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는 괴로운 생활을 보내는 노동자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며 계몽할 수 있는 주님이기 때문이라고. 왜냐하면 그 자신이야말로 우리의 병을 안 위대한 슬픔의 사람이고, 그가 신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목수의 아들로 불린 존재이며,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주님이기 때문이라고.”(1878년 12월 26일) 고흐의 편지를 읽는 독자나 그림을 보는 관객은 잠시라도 그가 제시한 슬픔과 가난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의 편지와 그림이 따스한 이유는 낮고 천하고 볼품없고 쓸데없는 것들을 ‘보는’ 그의 시선이 우리를 따뜻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쓸쓸하고 낮은 것과 같이하려는 시선에서 ‘편지작가’ 고흐는 탄생했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장제원 ‘미친개’ 논란에 홍준표도 지원사격 “백골단 행태”

    장제원 ‘미친개’ 논란에 홍준표도 지원사격 “백골단 행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친개’ 발언으로 경찰의 비판을 받고 있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을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장 대변인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홍 대표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친개 논평에 대해 경찰의 외곽 조직들이 조직적으로 장 대변인을 비난하는 모양”이라면서 “어처구니 없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경찰 조직 전체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일부 간부들의 오만과 중립의무 위반, 직권 남용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불법행위는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공당의 대변인을 음해로 비난하는 그들의 행위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자유당 시절 백골단 행태는 그만 두십시오”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도 자신에 대한 비판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 외곽조직을 동원한 ‘장제원 죽이기’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굴복하지 않고 국민들을 위해서 어떤 것이 정의고 옳바른 길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사법개혁 특위 간사로 임명될 당시, 이번만큼은 검경이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감시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안타깝지만 지금의 경찰로는 힘들 것 같다. 아직 많이 멀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력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정치경찰과 성과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출세지향적 경찰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힘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 국민청원 20만 돌파.. 22번째 청와대 답변 사항

    ‘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 국민청원 20만 돌파.. 22번째 청와대 답변 사항

    청와대가 답해야 할 22번째 국민청원으로 ‘고(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가 선정됐다.3월 23일 낮 12시 기준으로, 지난 2월 26일 게재된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20만 3834명이 동의했다. 청원이 시작된 지 25일 만이다. 청원이 게재된 후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청원글 작성자는 “꽃다운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고 버젓이 잘 살아가는 사회. 이런 사회가 문명국가라 할 수 있나요”라며 “어디에선가 또 다른 장자연이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일상에 잔존하는 모든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며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요구했다. 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꼭 진실을 알고 싶네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동의합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미투 운동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사건이기도 할 거고요” 등 지지의 의견을 덧붙였다. 한편 고 장자연은 지난 2009년 3월 7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고 장자연이 남긴 유서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라 불린 이 유서에는 각종 재계 인사들, 언론과 연예 기획사 관계자에게 술 접대와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안겼다. 리스트에 오르내렸던 사람들은 결국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벌어지는 ‘미투 운동’으로 고 장자연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금태섭 의원 “내가 검사라면 이명박에 30년 구형” 이유는?

    금태섭 의원 “내가 검사라면 이명박에 30년 구형” 이유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구형량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금태섭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금태섭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다스를 통해서 돈을 받아서 쓴 부분도 있고, 국정원 특활비 혐의 등도 정치 보복 프레임만 가지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혐의들이 명백하다”면서 “내가 변호인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전략보다는) 조사를 받고 입장을 얘기하라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 김현정 앵커가 “조금 먼 얘기지만 검찰 출신인 금태섭 의원이 담당 검사라면 어느 정도 구형할 것 같나”라고 물었다. 금태섭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둘 다 비난 가능성이 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완성 단계에 이르기까지 사익을 챙겼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량과 유사하게 (징역 30년을) 구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프로배구] 대한항공 챔프전 향해 날았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챔프전 향해 날았다

    대한항공이 다시 날았다. 2년 연속 챔피언전 티켓을 거머쥐며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에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대한항공은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7~18시즌 도드람 V리그 플레이오프(PO) 최종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23-25 25-20 25-22 32-30)로 눌렀다. 이로써 2승1패로 챔피언전에 진출한 대한항공은 24일 충남 천안에서 정규리그 1위 현대캐피탈과 1차전을 치른다. 다시 한번 창단 첫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1세트 중반까지 대한항공이 기세를 올렸다. 정지석(23)이 박철우(33)의 공격을 블로킹해 22-18로 앞서갈 때만 해도 손쉽게 1세트를 가져갈 줄 알았다. 그러나 삼성화재 주포 ‘타이스(27)의 타임’이 시작됐다. 강력한 서브에 이은 연속 후위 공격으로 2점을 얻었고 서브 득점으로 1점 차까지 쫓아갔다. 다시 후위 공격과 서브 에이스로 단숨에 23-22로 뒤집었다. 1점씩 주고받으며 삼성화재가 25-23으로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는 첫 세트를 허망하게 내줘 흔들렸던 대한항공의 집중력이 살아났다. 가스파리니(34), 정지석, 곽승석(30) 삼각편대가 공격을 주도했고 타이스의 범실이 이어져 25-20으로 이겼다. 3세트는 대한항공이 극적으로 웃었다. 박철우의 오픈 공격과 블로킹, 상대 범실 등으로 삼성화재가 10-4까지 달아났지만 박기원 감독이 황승빈(26) 세터로 교체해 분위기를 바꿨다. 가스파리니의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 멋진 디그, 정지석까지 득점에 가세해 6점 차를 극복했고 그 뒤 거침없이 3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경기를 끝내려는 대한항공과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삼성화재가 중반부터 역전과 재역전에 이어 듀스와 매치 포인트, 세트 포인트로 ‘점수 랠리’가 계속됐다. 그러나 가스파리니의 연타 공격과 황승빈 세터의 깜짝 공격 득점으로 2시간 20분의 혈투를 매조졌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대만여행법에 뿔난 中 “대만 방문 美관리, 대륙 입국 막자”

    대만여행법에 뿔난 中 “대만 방문 美관리, 대륙 입국 막자”

    환구시보 “트럼프 공격 고려해야” 中 강경대응 준비 양안 관계 위기 차이잉원 “美, 대만 공식인정한 셈” 중·미 갈등이 대만여행법으로 격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22일 대만을 방문한 미국 공무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중국 대륙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관영 환구시보는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지난 20일 대만을 전격 방문한 것은 중국의 반응을 보려는 시도라며 “대만을 방문한 미국 국방부 및 국무부 고위 관리들을 재임 기간 중국에 초청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한반도 문제와 이란 핵문제 등 미·중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미국에 반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의원 3분의1이 바뀌는 11월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카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995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자 중국이 항의의 의미로 미사일 실험을 했던 전례도 언급했다. 전날 대만해협에 전격 진입해 무력 시위를 벌였던 중국 랴오닝 항모는 일단 대만해협에서 벗어났으나 언제든 대만섬으로 항행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1일 유엔 주재 중국 대사 출신인 류제이(劉結一) 국무원 대만판공실 부주임을 당 중앙 대만 업무 판공실 주임으로 승진시켜 대만 문제를 총괄하도록 했다. 중국 당국 차원의 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상하이 푸단대 대만연구중심의 신창(信强) 주임은 “미국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하거나 대만과 미국의 국무장관이 서로 만난다면 현재 미·중 관계는 붕괴되고 또 다른 양안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웡 부차관보는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으며, 차이 총통은 “대만을 가로막는 중국은 대국이 아니다”라고 공세를 폈다. 웡 부차관보는 전날 미국상공회의소 신년 만찬에 참석해 “정부가 바뀌거나 총통이 교체되더라도 대만을 공식 인정하는 미국의 입장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 제도의 발전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델이 된 대만이 불공평하게 국제사회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고 연설했다. 차이 총통도 같은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데 감사를 표시하면서 “자유민주 제도는 대만 생존의 길이며 호혜평등이야말로 양안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열쇠”라며 “미국산 무기 판매방침 역시 대만 안보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웡 부차관보는 자신의 대만 방문은 “대만여행법 발효에 맞춰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정돼 있던 것”이라면서 “공교롭게 대만여행법이 통과된 후 최초로 대만을 방문한 미국 관리가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산방에 봄이 오는 순서

    [정찬주의 산중일기] 산방에 봄이 오는 순서

    요즘은 낮이 되면 방 안보다 밖의 온도가 더 높다. 툇마루에 앉아서 해바라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산방 앞뒤 마당과 뜰을 거닐며 다리 근육의 긴장을 풀기도 한다. 산방 뒤에 심은 산수유는 이미 꽃이 노랗게 피어 있다. 끼니때마다 창 쪽으로 뻗은 산수유 한 가지에 달린 꽃들에게 눈을 주곤 한다. 변함없는 일식삼찬의 식탁이지만 산수유 꽃 덕분에 식당 분위기는 환해진다.마당가의 매화나무는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백매와 청매, 홍매의 꽃망울들이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다. 그래도 꽃망울이 개화하는 동작은 찰나다. 애벌레가 날것으로 변해 날개를 펴듯 순식간에 피어난다. 연못에는 동면에서 깬 개구리들이 알을 듬성듬성 놓아 후사를 기약하고 있다. 개구리 알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다. 낱낱이 흩어져 있지 않고 둥근 진(陣)을 만들어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물고기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한 생존본능인지도 모르겠다.산중에 오래 살다 보니 봄이 오는 순서를 나도 모르게 체득한 상태다. 위도나 고도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내 산방의 경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런데 올봄은 지난겨울 동장군의 위세가 대단했던 까닭에 그 순서가 뒤죽박죽돼 버린 듯하다. 사립문 쪽에 자라던 차나무 잎들은 동해를 입어 숫제 누렇다. 동백나무 이파리들도 오글오글하다. 봄소식을 맨 먼저 알리는 꽃은 2월 중순쯤에 영상 6, 7도만 돼도 개화하는 복수초다. 그런데 마당가 바위 밑에서 피고 지던 복수초가 소식이 없다. 몇 번이나 녀석이 자라던 자리를 찾아가 살펴보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두 번째로 봄소식을 전해 주는 바깥식구는 산수유 꽃과 생강나무 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산수유 꽃은 산방의 봄소식을 그런 대로 전해 주고 있다. 세 번째로 피는 꽃은 산방 마당가의 매화나무들이다. 사랑방 앞의 홍매와 태산목과 짝이 된 백매, 검둥개인 ‘지장’이 집 앞에 있는 청매다. 매화나무 꽃들이 피어야만 개구리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울음소리를 터트리는데, 올해는 그 순서가 뒤바뀌어 혼란스럽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실을 시처럼 함축해서 기록해 둔바 그 글은 다음과 같다. 매화꽃 하나 둘 피어나면/ 개구리 응답하듯 울음소리 냈지/ 올해는 매화나무 개화보다/ 개구리 울음소리 먼저 듣는다/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개구리들의 절절한 반란이겠지. 네 번째로 봄소식을 전해 주는 바깥식구는 휘파람새다. 꼭두새벽부터 산방 앞뒤 산자락에서 후이후이 하고 2월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던 철새다. 그런데 3월 중순이 다 돼 가고 있는데도 함흥차사다. 아침 일찍 편두통 때문에 일어난 안식구가 비몽사몽간에 휘파람새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나는 곧이듣지 않았다. 새벽에 글 쓰는 습관이 있는 내가 순라군이 야경 돌듯 손전등을 켜고 이미 산방을 한 바퀴 돈 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산방에 봄소식을 알려 주는 바깥식구는 수선화이다. 작년 같으면 벌써 향기를 퍼트리고 있을 수선화이지만 올해는 땅에서 겨우 5센티미터 정도밖에 올라와 있지 않다. 인색한 느낌이 들지만 수선화 입장에서는 얼어 죽지 않고자 위기의 매뉴얼을 작동했을 터이다. 한편 위와 같은 순서를 밟다가 마지막으로 진달래와 벚꽃이 피고 뻐꾸기가 울면 산방은 봄의 절정이 됐다. 올해는 산수유 꽃만 산방에 제때를 어기지 않고 봄소식을 전해 준 것 같다. 그렇다고 산방에 봄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봄은 봄. 지난 3월 13일은 법정 스님 입적 8주기였다. 스님께서는 불일암 뜰에 심은 매화나무를 보고는 “매화보살, 올해도 피었는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스님께서는 병석에서 나를 보고 싶으면 불일암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오늘따라 불일암 매화나무의 안부가 그립다. 며칠 전에는 나의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의 완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 인근에서 가졌는데, 그 여파인 듯 잊고 지냈던 동창, 지인들의 전화를 많이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산중의 고요하고 외로운 일상으로 스며들고 싶다. 꽃들이 피고 지는 산중이야말로 나만의 왕국이자 신세계이니까.
  • 여제가 돌아왔다

    여제가 돌아왔다

    부상딛고 1년 만에 화려한 복귀 퍼팅 감 잡자 버디 4개 몰아쳐 “남편이 퍼터 교체 권한 것 적중…이달 말 첫 메이저 우승 노린다”‘골프 여제’가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허리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을 일찌감치 접었던 박인비(30)가 1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정상을 밟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도 18개월 만에 우승했고, 타이거 우즈(43·미국)도 복귀 이후 최정상권 실력을 뽐내고 있는 터여서 전 세계 랭킹 1위의 ‘화려한 귀환’으로 부를 만하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약 16억원)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우승 이후 1년 만이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로 나선 그는 1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상큼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11번홀까지 파만 기록해 추격을 당할 빌미를 줬다. 위기의 순간, 장기인 퍼팅이 빛났다. 퍼터 교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12번홀 1타 차로 쫓기는 터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했지만 퍼터를 잡아 기어이 5m짜리 버디를 성공시켰다. 한 번 감을 잡자 무섭게 홀컵에 떨어뜨렸다.13~15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4개홀 연속 버디를 일궜다. 특히 15번홀(파5)에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홀 50㎝에 붙이는 기막힌 벙커샷으로 손쉽게 버디를 엮었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인비였다. 18번홀 우승 퍼팅 후 입가에 번진 미소로 시즌 첫 우승과 LPGA 투어 통산 19승을 자축했다. 박인비는 “시즌 초반 우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싱가포르(HSBC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공은 잘 맞았지만 퍼트가 좀 아쉬웠는데 이번 주엔 퍼트가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퍼터 교체와 관련해서는 “남편(남기협씨)이 대회를 앞두고 ‘예전 퍼터는 실수가 나와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미스 샷에 대해 공이 지나가는 길을 좀 더 연구할 겸 퍼터를 바꿔보자’고 해서 교체했다”며 “실제로 공의 움직임이 잘 보여서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선 “우승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미 이룬 만큼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첫 메이저 대회인 이달 말 ANA 인스퍼레이션을 기대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박인비는 2016시즌에도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로 반전에 성공한 바 있다. 로라 데이비스(55·잉글랜드)와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 마리나 알렉스(28·미국)가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2위, 전인지(24)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추억을 소환한 ‘재결합’… 그러나 씁쓸한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추억을 소환한 ‘재결합’… 그러나 씁쓸한

    가요계에 재결합만큼 달콤한 유혹은 없다. 과거의 한 시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이들이 있고, 그들이 가장 빛나던 한때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대상과 대중 사이 애정과 시간이 만든 서사가 차곡차곡 쌓이고, 그사이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 없는 희망의 씨앗이 자리를 잡아 자라난다. 그렇게 자라난 꽃과 열매가 담은 향기와 맛은 재결합의 대상이 활동 당시 얻었던 인기만큼 짙고 이별이 급작스러웠던 만큼 달다.가요계에 본격적인 ‘재결합 붐’을 가져온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그런 재결합 카드가 가진 힘의 원천을 정확히 꿰뚫은 기획이었다. 2014년 터보, 쿨, 지누션, 김현정, 이정현, 조성모, 김건모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을 중심으로 선보인 첫 번째 시리즈가 한국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토토가를 통해 오랜만에 방송을 찾은 추억의 가수들이 총출동했던 마지막 무대는 순간 최고 시청률 35%를 넘겼고, 프로그램 종영 후 각종 음원 사이트는 추억의 90년대 히트곡들로 도배됐다. 무편집 공연 영상이 따로 편성돼 방영됐고, 음악 순위 프로그램 차트 상위권도 이들의 차지였다. 심지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던 가수들까지 한 세대 앞선 7080 통기타 음악가들이 그랬듯, 한데 어울려 모여 방송에 나오거나 합동 공연을 열기도 했다.동일한 콘텐츠를 활용해 이 이상의 흥행을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여길 즈음, 젝스키스가 등장했다. ‘토토가2’(2016)를 통해 무려 16년 만에 부활한 이 1세대 아이돌 그룹이 전한 열기는 ‘토토가1’의 고르고 넓은 반향과는 궤를 달리했다. 짧지 않은 세월, 이들과의 기억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던 팬들은 빠르고 강하게 결집했고, 그 기세는 젝스키스가 데뷔한 지 한참 후에 태어난 10대 팬층까지 흡수했다. 예상관객 5000명을 훌쩍 넘어선 팬들 앞에서 다시 한번 하나의 모습으로 선 이들은, 방송 종료 후 정식 재결합을 선언하며 Y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추억 되짚기를 넘어선 ‘추억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러한 결과는 올해 2월 H.O.T의 재결합마저 성사시켰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삼고초려가 낳은 역사적 순간이자 첫 기획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재결합 카드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향기로운 추억에만 한없이 젖어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전혀 녹록하지 않았다. 재결합을 기다린 이들의 간절함, 실제로 재결합이 이루어진 순간의 짜릿함을 제하고 나면 다시 만난 세계가 남기고 간 뒷맛은 모조리 쓴맛뿐이다. 긴 공백을 딛고 다시 대중 앞에 선 이들의 대부분은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급급했고, 재결합 후 신곡을 발표한 터보와 NRG는 자신들의 전성기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오히려 퇴보한 인상을 전했다. 대형 소속사와의 계약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젝스키스 역시 스페셜 싱글, 리믹스 앨범, 정규 5집 발매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였지만 높은 판매량에 미치지 못하는 (음악적) 결과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원조 아이돌 그룹’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소환되던 그룹 소방차는 멤버 이상원의 개인 파산 선고 후 채권자 가운데 같은 멤버인 김태형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재결합이 사실상 무산되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들이 다시 만난 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오는 22일, 삼인조 그룹 솔리드가 1997년 4집(Solidate) 발표 이후 21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또 하나의 재결합이 이루어진 셈이다. 추억을 되살린다는 게, 그리운 사람들이 다시 만난다는 게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모두가 알아버린 지금. 이제부터의 가요계 재결합 논의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과와 방향으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할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 굿바이 ‘무도’… 이젠 주말에 누가 날 위로해주지?

    굿바이 ‘무도’… 이젠 주말에 누가 날 위로해주지?

    회사원 이정욱(31)씨에게 ‘무한도전’(무도)은 청춘을 함께 보낸 친구다. 대학생 시절 자취를 하며 노트북에 무한도전을 다운받아 놓고는 혼자 밥 먹을 때 외로움을 달랬고, 주말에는 여자 친구와 함께 보기도 했다. 이른바 레전드 편은 파일로 보관했다가 친구들과 자취방에 모여 술 마실 때 틀었다. 직장에 들어와서는 때마침 나온 무한상사 편을 보며 위로받았다. 그렇게 무한도전과 10여년을 함께해 온 이씨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무도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어느 순간 재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면서도 “무도가 정말로 끝난다니 청춘의 한 조각이 날아가 버린 느낌”이라며 못내 아쉬워했다.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달 말 끝난다는 소식에 20~30대 시청자들의 상당수는 상실감에 버금가는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MBC 직원들 사이에서는 “월급은 이제 어디서 나오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도가 방송계 안팎에 미치는 영향력은 컸다. MBC ‘일밤’이나 KBS 2TV ‘해피투게더-1박 2일’처럼 같은 제목으로 10년 이상 유지한 프로그램은 더러 있지만, 각자의 캐릭터를 지닌 정예 멤버들이 매번 새로운 형식에 시도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사례는 무도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이 무한도전을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무도의 13년을 짚어 보았다. ●없어질 뻔했던 무모한 도전, 1년 만에 ‘말뚝’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MBC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의 한 코너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했다. 출연자들이 시청자가 올린 특이한 대결 소재를 선택해 도전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무도의 성공을 예감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무모한 도전’ 연출을 처음 맡았던 권석 MBC 예능본부장은 “당시 KBS 2TV의 ‘스펀지’와 동 시간대에 붙어 고전하면서 존폐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일부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이 있어 이를 믿고 밀고 나가기로 했고 1년 정도 지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무모한 도전’은 6개월 뒤 김태호 PD가 맡아 ‘강력추천 토요일-무(리)한 도전’을 거친 뒤 2006년 5월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독립 편성됐다. 오프닝 멘트 외에는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멤버들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무한도전은 국내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멤버들은 누가 열차보다 더 빨리 달리는지를 대결하는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에서부터 시작해 레슬링, 조정, 쪽대본 드라마 촬영, 가요제, 추격전 등 소재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10여년간 이어진 이들의 도전은 예능계를 넘어 많은 분야에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단적인 예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선수 가운데에는 2009년 초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을 보고 입문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권 본부장은 “예능에 다큐멘터리 요소를 더한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면서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가 국내 예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면서 “이전까지 일본이나 영국의 버라이어티쇼를 모방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콘텐츠가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대한민국 평균 이하, 대체할 수 없는 팬덤 형성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진행자를 넘어 시트콤처럼 살아 있는 캐릭터로서 무한도전을 대체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이기주의와 극현실주의로 똘똘 뭉친 만년 2인자 박명수, 어린아이처럼 정신없이 구는 하하, 어리바리한 식신 정준하에, 이들을 모두 아우르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이해심 많은 리더 유재석 등의 캐릭터는 각종 별명과 어록과 ‘짤’(특징적 이미지컷)을 만들어 내며 팬덤을 형성했다. 동시에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한 이들의 도전은 성장 스토리와 감동을 만들어 냈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이 같은 캐릭터 쇼가 코미디의 한 부류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무도의 경우 일상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한 기획과 만나면서 단발성 캐릭터 쇼에 그치지 않고 멤버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면서 “무도를 기점으로 예능의 개념이 재정립됐다”고 평했다. 563회를 이어 가는 동안 거의 매회 새로운 소재와 장르를 선보이면서도 완성도를 높였던 것 역시 무도가 오랫동안 장수를 누린 비결이다. ‘대체에너지 특집’, ‘지구특공대 특집’, ‘박명수의 기습공격’, ‘나비효과 특집’ 등을 통해서는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보인 것도 특징적이다. 무한도전 제작에 참여했던 한 예능 PD는 “무한도전은 MBC 내에서 제작진이 가장 힘들어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면서 “시의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그때 화제가 되는 주제가 있으면 곧바로 기획과 콘셉트를 바꿔 찍기도 했다”고 전했다.●“시청자 나이들 듯… 멤버들도 힘든 티가 나”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2011년 무한도전 연말정산 편에서 무한도전을 보는 이유에 대해 “힘든 척은 해도 힘든 티는 안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캐릭터 쇼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잃었고, 멤버들의 성장에도 정체가 오기 시작했다. 정형돈, 길, 노홍철 등 핵심 멤버들이 교체됐고 김태호 PD 역시 여러 차례 피로함을 호소하며 시즌제 도입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시청자들도 그 순간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무도빠’(열성팬)였던 이정호(26)씨는 “무도 멤버들에게서 힘든 티가 나기 시작했고, 무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1박 2일’은 1박 2일을 하는 것이 핵심이고, ‘무한도전’은 계속 도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처럼 핵심적인 작동 방식이 유지될 때 프로그램은 지속될 수 있는데 지금의 무한도전은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틀을 깨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PD 하차설과 무한도전 폐지설, 시즌제 도입 등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최근 MBC는 이달 말을 끝으로 무한도전이 ‘휴식기’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종영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즌2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식기에 들어가자 시청자들은 사실상 종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MBC는 효자 상품인 무한도전의 명맥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시즌2 제작을 고심하고 있지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태호 PD와 무도 멤버, 이들 중 한쪽이라도 빠진다면 결코 무한도전 시즌2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교석 평론가는 “간판만 유지하는 식의 시즌제를 도입했다가는 자칫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덕현 평론가는 “무한도전은 새로운 형식과 트렌드를 계속 추구하는 게 정체성”이라며 “멤버들이 전원 합류하지 않더라도 김 PD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고나온다면 이는 무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눈 깜짝할 사이에…악어의 임팔라 사냥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악어의 임팔라 사냥 순간

    악어의 임팔라 사냥 순간이 포착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측은 관광객이 촬영해 제공한 43초 분량의 영상을 지난달 20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영상에는 임팔라 떼가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장면이 담겼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이곳의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악어 한 마리가 물 위로 튀어 올라 사냥에 나선 것이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상황. 임팔라 떼는 재빨리 악어를 피해 달아나지만, 그중 한 마리는 결국 ‘악어 밥’이 되고 만다. 물속으로 끌려가면서도 몸부림치는 임팔라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사진·영상=Kruger National Park/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설] 장애·비장애인 함께한 패럴림픽 정신 이어가야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열흘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어제 폐막했다. 49개국 570여명의 선수가 6개 종목에서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룬 평창패럴림픽은 대회 운영과 흥행 면에서 역대 패럴림픽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다. 북한 선수단의 첫 참가로 평화 패럴림픽의 의미도 더해졌다. 이런 성공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물론 자원봉사자와 조직위원회,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 이룬 결실로 모두에게 최대의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또한 올림픽보다 관심이 덜할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입장권을 34만 5000여장이나 팔아 22만장이던 목표를 52% 초과했다. 2010년 밴쿠버대회의 21만장, 2014년 소치의 20만장보다 10만장을 더 판매한 기록으로 국민들의 한 단계 올라선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모든 경기에서 패럴림픽의 4대 가치인 용기, 투지, 감동, 평등이 돋보였다. 네덜란드 스노보드 선수 비비안 멘텔스피 선수는 비장애 선수 시절 발견된 악성 종양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시련을 겪고 대회를 준비해 오던 중 암이 재발했지만 병상에서 일어나 2관왕에 올랐다. 체르노빌원전 사고 피해자로 시각장애인인 슬로바키아의 알파인스키 선수 헨리에타 파르카소바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 줬다. 신의현은 총 7개 종목에 출전하며 마지막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에서 1위를 차지해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 주는 투혼을 발휘했다. 대한민국은 금 1개, 은 1개, 동 2개로 종합 10위에 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금 1개, 동 2개를 얻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과 한 몸이 돼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 선수단은 물론 도전과 투지를 보여 준 각국 선수들을 응원한 그 열기와 함성은 패럴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비록 패럴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만들기의 새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적했지만, 방송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사의 중계 시간이 개최국도 아닌 미국, 일본에 비해 짧은 것은 옥에 티였다. 수익과 효율만을 따지는 방송 행태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우리 사회의 차별성을 상징한다. 패럴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가치와 경험을 이어 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 신혜선 “난, 운 좋은 연기 흙수저… 평범한 얼굴 너무 좋아요 ”

    신혜선 “난, 운 좋은 연기 흙수저… 평범한 얼굴 너무 좋아요 ”

    “처음 대본을 보고서는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혜선(29)은 처음 ‘서지안’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KBS2)의 주인공 서지안은 재벌가 사람들의 비상식적 행동에 상식적이고 똑 부러진 모습으로 맞서며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 줬다. 그런 속시원함에 시청자들은 주말마다 TV 앞으로 모였고, ‘황금빛 내 인생’은 시청률 45%를 찍으며 그야말로 황금빛으로 종영했다. 이번이 첫 주연작이었던 신혜선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반듯하고 선해 보이는 이미지와 20대 흙수저를 대변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신혜선은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저를 지안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 성격은 많이 다르다”면서 “다만 지안에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이나 청춘들이 가지는 절망감은 제 또래뿐만 아니라 30~40대나 부모님 세대도 모두 경험한 것들이어서 공감대가 넓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선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자를 꿈꿔 왔지만, 데뷔가 빠르지도, 출연작이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우수상을 받은 그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엄마 아빠, 이런 날 올 줄 몰랐죠”라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2013년 ‘학교2013’으로 데뷔했는데, 눈에 띄기 시작한 건 2016년 주말극 ‘아이가 다섯’(KBS2)에서부터다. 이어 지난해 ‘비밀의 숲’(tvN)에서 당돌한 ‘영 검사’ 캐릭터로 한 번 더 주목을 받았고 이후 ‘황금빛 내 인생’의 주연을 꿰찼다. 그는 “연기자의 길을 걸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는 것 같고, 철벽을 계속 뚫고 나가야 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게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재벌가에 ‘가짜 딸’로 들어간 서지안의 고군분투기로 시작한 드라마는 후반부로 가면서 아버지 서태수(천호진)의 삶에 초점이 맞춰진다. 서지안은 네 자녀 가운데 아버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딸로 그려진다. 신혜선은 “천호진 선생님이 실제 아버지와 많이 닮아 연기를 하면서 겹쳐 보일 때가 많았다”면서 “저 역시 아버지랑 많이 싸우고 감정 표현을 안 하는 편이었는데 드라마 끝나고 대화가 늘었다”며 웃었다. 다만 “서지안과 최도경이 더 일찍 더 많이 연애를 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담은 단막극 ‘사의 찬미’를 선택했다. 윤심덕을 맡게 된 그는 “어릴 때 라디오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울렁거렸었는데 제가 그 주인공을 맡아 로망(꿈)을 이루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 보고 싶다는 신혜선은 자신의 외모가 연기 변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저는 평범하게 생긴 제 얼굴이 너무 좋아요. 어떨 땐 못생겨 보여도 어떨 땐 정말 맘에 들거든요. 제 큰 키도 좋아요(170㎝가 넘는다). 삼십 대엔 제가 가진 다양한 이미지를 잘 활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어요.”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같이 살래요’ 첫 방부터 시청률 23.3% 기록...배우들 연기력 호평

    ‘같이 살래요’ 첫 방부터 시청률 23.3% 기록...배우들 연기력 호평

    ‘같이 살래요’가 첫 방송부터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았다.17일 방송된 KBS2 새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가 시청률 23.3%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4남매의 든든한 아버지 박효섭(유동근 분), 당당하고 우아한 빌딩주 이미연(장미희 분), 딸을 위해 시댁에 반기를 든 박유하(한지혜 분) 등 모든 배우들이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를 선보이며 주말 저녁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였다. 우선 마음씨 넓은 4남매의 아버지 박효섭을 연기한 유동근. 직접 만든 손녀의 구두를 들고 유하의 집에 찾아갔지만, 사위인 채성운(황동주 분)은 효섭의 구두를 버리라고 지시하며 장인에게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다. 집 담벼락만큼이나 높은 재벌가에 시집간 둘째딸이 언제나 마음 쓰이는 아버지 효섭. 문전박대 당하면서도 싫은 소리 않고 “온 김에 우리 은수 얼굴 한 번 보고 가면 좋은데”라며 아쉬운 마음만 남기고 돌아선 아버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화도 내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 슬프다”며 유동근의 애잔한 연기에 빠져들었다. 우아하고 당당한 빌딩주 이미연으로 분한 장미희는 신중년 우먼크러시를 제대로 보여줬다. 자신을 질투하는 정진희(김미경 분) 앞에서 “피부과에 퍼부은 돈이 얼만데 이 정도는 돼야지. 주름 땡기고 튜닝하고 보톡스좀 맞고, 시술 잘됐지? 근데 자기 말은 늘 욕같이 들릴까?”라며 눈에 빤히 보이는 진희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또한 자신의 뒤통수를 친 김대표(이한위 분)가 건넨 꽃다발을 발로 밟고, 자신을 치고 가라는 매달리는 그에게 “성추행으로 내 변호사 만나게 될거다”라며 한 방을 날렸다.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은 하고야 마는 그야말로 사이다 행진이었다. “역시 장미희다”. “이게 바로 진짜 크러시”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유였다. 특히 재벌가 시댁에서 온갖 서러운 일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감내했던 유하를 연기한 한지혜의 변신이 눈길을 끌었다. 성운과의 결혼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유하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낳으라는 시아버지의 강요에 딸 은수를 낳았지만, 성운의 가족에게 유하는 언제까지나 외부인이었다. 다섯 살 은수를 엄마도 없이 유학을 보내겠다는 남편의 결정에 “우리 엄마 돌아가신 게 나 열두 살 때였어. 아빠가 있고 언니가 있는데도 무섭고 막막해서 죽을 것 같았어”라며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딸에게 물려주기 싫었던 엄마의 마음을 호소하는 한지혜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유하의 선택을 응원하게 했다. 이 밖에도 비행기에서 난동을 피우는 진상 승객의 꾀병을 단번에 눈치채고 한마디로 제압한 센스 있는 내과의 정은태를 연기한 이상우는 신선한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집에서는 동생들의 엄마 노릇을 하고 회사에선 연하 남친의 실수까지 수습해주며 모두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박선하(박선영 분), 옳지 않은 일에 소신을 밝힐 줄 아는 박재형(여회현 분), 틈만 나면 재형과 싸우기 바쁜 박현하(금새록 분) 역시 앞으로 보여줄 남매 케미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여기에 언제나 남 탓하기 바쁜 철부지 사랑꾼 차경수(강성욱 분)와 실수로 자신의 구두를 밟은 재형에게 배로 갚아주며 갑질의 정석을 보여준 최문식(김권 분), 없는 눈치로 엄마 눈치 보느라 바쁜 연다연(박세완 분),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쥐락펴락하는 집안의 실세 채희경(김윤경 분), 아버지와 누나에게 꼼짝 못하는 힘없는 남편 성운까지,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확실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앞으로 보여줄 이들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심었다. 한편 ‘같이 살래요’ 2회는 오늘(18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 사진=KBS2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설] 통상과 주한미군 연계한 트럼프의 왜곡된 인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정치자금 모금 만찬행사에서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음성녹음을 입수해 전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겨냥해 “우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무역과 군대(주한미군)에서 돈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한국 국경에 3만 2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문제와 주한미군을 연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해석이 맞다면 이는 매우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번 발언은 한국과의 무역ㆍ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다. 협상이 어렵다고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백악관 관계자도 파장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미국 노동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무역과 투자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한다고 말하려던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도 “한ㆍ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안보 연계 전략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북 대화로 한ㆍ미 관계를 이간할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무역이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연간 31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는 만큼 꽤 강한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과 안보를 오가며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북ㆍ미 정상회담에서도 주한미군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군사전문지 ‘디펜스 원’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한ㆍ미 동맹을 맞교환할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한국을 동맹이라는 우선순위 명단에서 지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무역 협상이 중요하다 해도 트럼프의 이번 주한미군 관련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ㆍ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남북한은 물론 주변국들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한·미 양국은 어떻게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하는 공동 숙명을 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한 협력이 필요할 때다. 안보를 지렛대 삼아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 ‘어, 어디로 사라졌지?’ 몽구스에 쩔쩔매는 새끼 사자들

    ‘어, 어디로 사라졌지?’ 몽구스에 쩔쩔매는 새끼 사자들

    작은 몽구스에 쩔쩔매는 새끼 사자 네 마리의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케이터스 클립스 유튜브 채널은 지난 13일, 케냐의 한 초원에서 촬영된 흥미로운 영상 하나를 소개했다. 영상에는 사자 네 마리와 몽구스 한 마리의 쫓고 쫓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사자에게 잡혔던 몽구스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모습과 위기를 모면한 몽구스가 사자들을 따돌리고 땅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진 몽구스 때문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사자들은 멍하니 주변을 살핀다. 그런 녀석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몽구스는 성질이 사나워 코브라 같은 독사도 잽싸게 잡아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낮으로 활동하며 뱀·작은 포유류·물고기·게·곤충·죽은 고기·나무뿌리·새알 등을 먹는 잡식성이며, 숨는 장소는 바위틈이나 나무의 빈 구멍, 땅 구멍 등이다. 사진 영상=Caters Clip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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