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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명창들의 판소리연구회 ‘소리담’ 남도민요 앨범 1집 발표

    중견명창들의 판소리연구회 ‘소리담’ 남도민요 앨범 1집 발표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젊은 중견소리꾼 등 5명이 뭉쳐 친근한 남도민요 앨범 1집을 발표했다. 14일 판소리 연구회 ‘소리담’에 따르면 김찬미(44)·원진주(42)·김선미(40)·서정민(40)·노해현(38) 등 5명의 소리꾼은 우리 민요를 대중들과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소리담의 남도민요 1집’을 출시했다. ‘소리담’은 긴 시간 검증을 거쳐 살아남은 전통음악이야말로 더 넓고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깊고 울림이 있는 음악이라고 얘기한다. 남도민요는 판소리와 음악 어법이 같기 때문에 판소리꾼들이 함께 연행한다. 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갈고 닦으며 30년 이상 한 길만을 걸어 온 소위 ‘뚝심파’ 젊은 명창들이다. 그동안 판소리로 다져 온 남도가락의 구성지고 걸쭉하며 단단한 성음으로 육자배기와 흥타령을 남도민요 음반으로 만들었다. 이 밖에도 대중민요로 잘 알려져 있는 성주풀이와 남원산성·진도아리랑을 음원에 담았다. 특히, 육자배기와 흥타령은 남도민요의 진수다. 이를 다섯 명창들이 어떻게 해석해 소리했는지 음반을 통해 다섯 명창들의 제각각 다른 멋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요즘 빠른 템포의 신나는 음악이 인기로 젊은 국악인들도 대중 입맛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광주임방울국악제와 온나라국악경연대회 등 전국규모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중견 여류명창 다섯 명이 전통의 매력을 알리고자 뭉쳤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전성기에 들어서는 다섯 명창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돼 기쁘고, 우리 민요나 판소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음반이 갖는 의미가 크다”며, “다섯 명창들의 발전이 곧 우리 국악의 발전’이라고 축사를 전했다. 2019년 1월부터는 ‘조은뮤직’을 통해 온라인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반주는 김영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감독과 원완철 국립국악원 만속악단 악장, 이여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 이동훈 전북대학교 교수, 이준형 한국종합예술학교 강사 등 최고 연주가들이 함께했다. 앞으로 판소리연구회 ‘소리담’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국경없는 포차’ 신세경, 에너지 넘치는 모습 속 깊은 내면 ‘엄지 척’

    ‘국경없는 포차’ 신세경, 에너지 넘치는 모습 속 깊은 내면 ‘엄지 척’

    ‘국경없는 포차’ 신세경이 화제다. 신세경은 Olive, tvN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에서 캡틴 셰프를 맡아 파리에 차린 1호점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무진 손과 팀원들을 위해 속 깊게 움직이는 신세경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했고 음악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흥’세경이었다. 영업 2일 차를 맞아 신세경은 치즈를 넣은 달걀말이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크루들과 장보기에 나섰다. 치즈를 사러가는 차안에 음악이 나오지 신세경의 흥이 폭발했다. 시종일관 춤을 추고 노래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고고한 이미지였던 신세경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 프로그램의 재미가 살아난 것. 달걀말이에 들어갈 치즈는 에멘탈 치즈로 결정했다. 기존 달걀말이의 변형에 신세경은 긴장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요리했다. 익숙지 않아 초반에 치즈를 빼먹는 등 실수를 했지만 이이경의 응원에 힘입어 침착하게 요리를 완성했다. 또 달걀말이용 팬이 자꾸 미끄러져서 당황스러운 가운데 화상을 입기도. 하지만 바쁜 크루들을 배려해 혼자 조용히 차가운 캔으로 열을 식히는 등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주변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이 눈에 띄었다. 한편, Olive, tvN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는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방송한다. 사진=‘국경없는 포차’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하! 우주] 인터스텔라로 간 보이저호…300년 후 혜성 고향 도착

    [아하! 우주] 인터스텔라로 간 보이저호…300년 후 혜성 고향 도착

    40여 년간 태양계를 누비며 영웅적인 탐사활동을 전개했던 보이저 2호가 이제 막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으로 진출했지만, 그 여정과 미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지구물리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보이저 2호의 성간공간 진입에 한껏 고무되어 흥분했지만, 불혹을 넘어선 이들 쌍둥이 탐사선의 여생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그들의 계속되는 탐사 여정은 태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입자들이 성간공간의 항성풍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들 쌍둥이 보이저 탐사선은 인류가 헬리오포스(heliopause·태양권계면)라고 불리는 태양계 울타리로 내보낸 최초의 우주선들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과학팀장인 니키 폭스는 기자회견에서 “보이저는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경지로 나아갔다. 스스로의 힘으로 정말 그 지역을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여행은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보이저 성간 미션 프로젝트 매니저인 수잔 도드는 “두 우주선은 현재 노인 치고는 아주 건강하다”고 밝혔다. 우주선 운용의 핵심 과제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열과 전력 손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다. 보이저 2호는 현재 섭씨 3.6도의 온도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우주선의 전력 생산량이 매년 4와트씩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는 곧, 지상 관제소가 보이저의 전력이 더 떨어져 가동이 중단되기 전에 기기들의 작동을 멈추어야 됨을 뜻한다. ​ 현재 미션팀은 두 탐사선이 보내오는 과학 데이터가 점차 감소하는 비율에 비추어 적어도 5년, 길면 10년 정도 우주선이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도드 팀장은 "1977년 우주선을 발사 한 이래 5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환상적일 것"이라고 기대를 표한다.맨처음 헬리오포스를 넘은 것은 보이저 1호이지만, 보이저 2호는 1호와는 달리 몇 가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1호는 태양풍 관측에 이용하는 PLS(plasma science)가 2017년 작동을 멈추었지만, 보이저 2호는 현재의 태양 주기에 맞물려 태양풍이 만드는 거품이 우리 주변으로 확장하는 시기에 다시 헬리오포스를 넘었기 때문이다. 물론 보이저 2호는 헬리오포스를 이미 뒤에 두고 있지만, 항성풍이 헬리오포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헬리오포스를 감싸고 있는 거품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충분히 탐사할 수 있다.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광범한 고에너지 원자들이 거의 빛의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르는 광경을 탐사할 것이다. 이는 우리 인류가 처음 겪어보는 광경일 것이다. 보이저 2호 앞에 남은 긴 여정은 우주와 우리 이웃 은하들에 대한 지식의 지평을 크게 넓혀줄 것이며, 거기서 얻는 통찰은 외계 행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방법을 새로이 해줄 수도 있다. 보이저의 장비가 영원히 작동하지는 않겠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두 우주선은 총알 속도의 17배인 초속 17㎞로 성간공간을 쉼없이 항해할 것이다. 그리하여 약 300년 후에는 우리 태양계를 둘러싸고있는 혜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 언저리에 이를 것이며, 그 구름을 헤치고 나가는 데만도 3만 년은 너끈히 걸릴 것이다. 그 다음은 어디로 갈까? 우리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게 되면 인류의 우주 척후병인 두 보이저는 수십억 년은 아니라도 수억 년은 우리은하 중심을 둘러싼 긴 궤도를 떠돌 것이다. 보이저 선체에 붙여진 인류의 소식을 담은 황금 레코드판은 아마 영원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렇게 영원히 떠돌지도 모른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분단 이래 처음” 남북, 시범철수 GP 상호검증 완료

    “분단 이래 처음” 남북, 시범철수 GP 상호검증 완료

    남북 군사당국이 12일 최근 철수 및 파괴 작업을 마친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철수 GP(감시초소)에 대한 상호 현장검증 작업을 마쳤다. 남북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DMZ 내 GP를 서로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남북은 ‘9·19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합의된 군사분계선(MDL) 내 연결지점에서 만나 상대측 안내로 GP를 방문해 검증을 마치고 복귀했다. 남측 검증단이 북측에 가서 철수된 GP를 검증할 때 남북 군 관계자들이 서로 담배를 권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환담 시간을 가졌고, 북측은 남측이 지하시설 폐쇄를 검증하는 과정을 불편해하지 않고 적극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이날 △모든 화기·장비·병력 철수 △감시소·총안구 등 지상시설물 철거 △지하 연결통로·입구 차단벽 등 지하시설물 매몰·파괴 상태를 확인했다. 1개씩 보존하기로 한 GP에 대해서는 병력과 화기 등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조치를 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국방부는 이번 검증 결과를 토대로 군사실무접촉을 먼저 한 뒤 추가 GP 철수를 논의할 계획이다. DMZ 내 GP 숫자는 남측 60여개, 북측 160여개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 현역군인들이 비무장지대 내 오솔길을 만들고 MDL을 평화롭게 이동하는 것은 분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남북 군사당국의 합의 이행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앞서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 모든 남북 GP의 철수를 위한 시범 조치로 상호 1㎞ 이내 근접한 GP 11개를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서에 규정된 GP 시범철수 절차는 △ 모든 화기 및 장비 철수 △ 근무 인원 철수 △ 시설물 완전파괴 △ 상호검증 순이었다. 이날 마지막 단계인 상호검증까지 마무리되면서 GP 시범철수 절차는 완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을 찾아 비무장지대(DMZ) 내 GP 검증작업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본 뒤,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 등으로부터 화상회의로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상호 간 GP(감시초소) 철수와 상호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의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남북 모두 군사합의에 대한 철저한 이행 의지를 보여줬고, 이는 국제적으로도 군사적 신뢰구축의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양측 군이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오늘의 신뢰에 이르렀는데, 이런 신뢰야말로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문 대통령 NSC 상황실 방문…북측의 GP 철수 현장검증 생중계로 시청

    문 대통령 NSC 상황실 방문…북측의 GP 철수 현장검증 생중계로 시청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판문점 인근에 있는 전방 감시초소(GP)의 철수 검증 장면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봤다. 앞서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난달까지 시범 철수 대상 GP 각 11개 중 10개를 파괴하고, 1개씩은 병력·장비를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하는 작업을 끝냈다. 이날은 남북이 현장을 찾아 GP의 철수 및 파괴 조치를 서로 검증하는 날이었다. 남북이 서로의 GP를 방문하는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0분 동안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실에서 GP 철수 및 검증 작업을 생중계 영상으로 지켜봤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 현장 검증은 남북의 각각 11개 검증반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투입돼 상호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오전은 남측이 북측 GP를, 오후에는 북측이 남측 GP를 현장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이를 지켜보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박종진 육군1야전군사령관, 김운용 육군3야전군사령관으로부터 화상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오전에 우리 쪽 검증단이 북쪽에 갔을 때, 북쪽에 철수된 GP를 검증하면서 남북이 서로 담배를 권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환담회 시간도 가졌다”면서 “지하갱도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청진기처럼 생긴 우리 측 장비를 가지고 가서 검증했는데도, 북쪽이 제지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군사적으로 팽팽하게 대치하던 DMZ(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이 오솔길을 내 오가고, 서로 대치하면서 경계하던 GP를 철수하고 투명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면서 “국제적으로도 군사적 신뢰구축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처럼 우리 군이 한반도 평화 과정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나간다면 오늘의 오솔길이 평화의 길이 되고, DMZ가 평화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양측 군이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오늘의 신뢰에 이르렀는데, 이런 신뢰야말로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GP 현장 검증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검증단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각 군 지휘관과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국의 ‘정의’와 일본의 ‘정의’/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국의 ‘정의’와 일본의 ‘정의’/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징용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일본 기업에 명령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인 ‘전범’ 기업으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고,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던 게 이상했다는 논조가 지배적이다. 또한 판결에 강력히 항의하는 일본 정부는 적반하장이며 거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한국인들은 주장한다.반면 일본에서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의 기초가 된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협정을 뒤집는 일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해결된 문제를 다시 꺼내 제기하는 ‘골대를 움직이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재확인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회가 각자의 정의를 내세워 판결을 놓고 정면 대립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 낀 게 한국 정부다. 일본 정부로부터 “국가 간 약속을 지켜라”라는 맹렬한 항의를 받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판결을 존중하고 일본에 굴복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양쪽 모두 ‘정의’를 내세워 상대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는 만큼 타협이 쉽지 않다.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 지도자의 인식이나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것도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은 정부의 기존 견해와 다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해결됐다는 종래 입장을 견지할 건지 아니면 입장을 변경할 건지, 만일 변경한다면 종래 입장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우선은 지켜보고 싶다. 대법원 판결은 징용 노동자의 피해 호소를 어떻게든 인정하겠다는 결론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해석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판결은 식민지배의 위법성을 둘러싼 한·일 역사관의 대립에 새삼스럽게 초점을 맞췄다. 더욱이 2005년 한국 정부가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는 견해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위안부, 사할린 한인, 한국 피폭자 등 3가지 미해결 사례와 같은 ‘반인도적 행위’의 범주에 징용을 넣음으로써 체불 임금 차원이 아닌 인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위자료 등은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 판단했다. 한국의 유능한 법관들이 내놓은 것인 만큼 법적 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1965년 협정에 이르기까지의 국교정상화 교섭, 그 이후 양국 관계를 지켜본 연구자 눈으로 보면 이번 판결이 협정을 계승한 게 아니라 덮어쓰기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영향’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늘 생각하지만 한·일 역사 문제는 튼튼한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한·일 관계가 취약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목전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소중한 한·일 관계가 그만큼 취약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모순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관계 구축에 이르는 길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적반하장의 ‘전범국가’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는 과거사에만 집착하고 미래지향은 털끝만큼도 없는 ‘골대를 움직이는’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야 되겠는가. 열쇠를 쥔 것은 한국 정부다. 일각에서 제기하듯 정부·기업이 공동 출자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상은 어떤가. 3자로 구성된 재단이 보상은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징용 문제의 전모를 후세에 전하도록 조사·연구를 하는 것이다. 한·일 간에 이런 지혜를 모을 수는 없는지 제안하고 싶다. 일본 정부도 방해하지 말고 구상을 받쳐줘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사설] 홍남기호, 욕먹을 각오로 정책 펴야 성공한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를 이끌어 갈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홍 부총리와 40여분간 환담을 하면서 “우리 기업의 활력과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기업의 투자 애로가 뭔지 그 해결책을 찾는 데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뒤 “포용성장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사령탑으로서 소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홍 부총리의 책무는 그야말로 막중하다. 문 대통령의 주문처럼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면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난제가 앞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요한 것이 경제 활력의 회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12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2.7% 성장도 쉽지 않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2%대 초중반으로 떨어질 우려도 있다. 지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민은 이미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 2기 경제팀은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포용성장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최저임금 산정방식도 노사가 주장하는 값의 중간치가 아닌 지불 여력, 경제 파급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노동의 유연성과 함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도입의 취지를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무릇 새로운 제도나 개혁이 성공하려면 부작용을 개선하고, 고통을 나누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홍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여당과 노동계로부터 칭찬 대신 욕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 홍 부총리의 숙제 가운데 하나는 규제 완화다. 올해 최초로 수출이 6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이런 지표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성장이 반도체와 기계류 등 일부 업종과 일부 기업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벤처 등으로 산업 주체가 분산돼야 하는데 이는 산업구조 재편과 함께 혁명적인 규제 완화가 필수다. 홍 부총리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실용적인 ‘로드맵’을 신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아울러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 원톱”이라는 청와대의 입장도 견지 되어야 할 것이다.
  • 막 내리는 홍영표·김성태 ‘7개월 투톱’…12월 국회는 빙하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군소 정당과 입장 차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와 회동도 취소 野 3당 선거제 개혁 논의 임시국회 요구 지난 5~12월 국회 협상 파트너로 한솥밥을 먹어 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투톱 체제’가 약 7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공교롭게도 이들 원내대표 임기의 시작과 끝은 단식과 함께하는 모양새가 됐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1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마친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곡기를 끊고 있었다. 같은 노동계 출신으로 김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홍 원내대표는 “선거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왔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니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설득했다. 11일 임기를 마치는 김 원내대표는 7개월 만에 본인이 단식 농성장을 찾는 입장이 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 3당의 선거제 개혁 요구를 외면한 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자 71세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손 대표를 찾아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가동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임기가 조금 더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예산 처리 과정에서 야 3당이 함께하지 못한 부분에 아픔이 있다”며 “70세가 넘은 손 대표와 이 대표가 단식하고 있지만 제1야당으로서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혹한 속에 야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듯 12월 국회는 그야말로 빙하기다. 예산안 처리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하는 군소 정당과 원내 제1·2당의 입장 차는 크기만 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여야 5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었지만 바른미래당 등이 불참 의사를 전하며 연속 회동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국회를 원하고 있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은 안정적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를 할 수 있도록 12월 임시국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항의 방문한 뒤 “단 하루만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민주당이 과연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예산처리 과정에서 상임위가 무력화된 만큼 시스템 복원을 위한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월드피플+] 美 최초 트랜스젠더 복서, 프로 데뷔전 승리하다

    [월드피플+] 美 최초 트랜스젠더 복서, 프로 데뷔전 승리하다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남성 복서가 프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슈퍼페더급 트랜스젠더 남성 복서 패트리시오 마누엘(34)이 지난 8일 LA 인근 인디오의 한 리조트카지노 특설경기장에서 진행된 데뷔전에서 상대선수 휴고 아길라에게 판정승을 거뒀다.현재 LA 인근 보일하이츠에서 사는 마누엘은 6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패트리샤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살았다. 그해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에 출전할 만큼 그는 실력이 출중했지만, 단 한 경기 만에 어깨를 다쳐 올림픽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어깨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렸다. 그건 바로 성전환 수술이다. 어릴 때부터 남자 옷을 입거나 남자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좋아했다는 그는 줄곧 자신이 남자였으면 하는 상상을 해왔다. 다행히 어머니와 할머니 등 가족 역시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이듬해 9월부터 본격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선발전을 치른지 26개월 만에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다. 6000달러에 달하는 수술 비용은 그의 할머니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꿈에 그리던 남자가 됐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처하고 만다. 다니던 체육관에서 쫓겨났고 심지어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트레이너와도 관계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복싱협회가 그에게 남성 선수 자격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리우 올림픽이 열리기 전 남녀 트랜스젠더 선수들 역시 제한 없이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책으로 바꾼 뒤에야 마침내 그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 후로도 트레이너는 물론 스파링 상대조차 찾기 어려웠다.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아르테 복싱클럽의 베테랑 트레이너 빅 발렌수엘라의 눈에 들어 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데뷔전을 주선한 ‘골든보이 프로모션’의 에릭 고메스 회장과도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발렌수엘라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누엘은 단지 남자들 중 한 명일 뿐”이라면서 “누가 그에게 '그녀'라고 부르면 따끔하게 혼을 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미디어 서커스(언론의 흥미 위주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전 마누엘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안 대부분의 상대 선수가 경기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그가 데뷔전까지 치를 수 있었던 경기는 고작 2차례가 전부다. 아길라 역시 경기 전 마누엘의 성전환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경기 이틀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밝혔다. 멕시코 출신으로 미국에서 처음 데뷔전을 치른 아길라는 마누엘에 대해 “매우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봐주는 것은 없다”면서 “그가 이기고 싶어하듯 나 역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하지만 아길라의 희망은 그야말로 희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데뷔전 당일 1라운드 경기에서 마누엘은 4번의 잽 공격을 적중시켰다. 2라운드에서는 아길라가 되살아나 펀치를 퍼부어 마누엘 역시 쓰러질 뻔했지만, 3라운드부터는 마누엘이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마누엘은 심판진으로부터 39 대 37로 판정승을 거뒀다.성공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른 마누엘은 당분간 다음 경기가 있을 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휴가도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월 말쯤 다음 경기가 치러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싸워본지 정말 오래 됐다. 녹은 완전히 떨어졌다”면서 “이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와우! 과학] 어려울 땐 진딧물도 서로 돕는다…놀라운 생존 전략

    [와우! 과학] 어려울 땐 진딧물도 서로 돕는다…놀라운 생존 전략

    진딧물은 강력한 무기나 단단한 외피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얼핏 보기엔 매우 약한 곤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외형과는 달리 진딧물은 엄청난 번식 능력을 통해서 인간이 재배하는 식물과 작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친다. 이를 박멸하기 위해 인간은 살충제를 쓰고 천적인 무당벌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곤충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진딧물의 생존 방식을 연구해 이들을 억제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모쉐 기쉬 박사는 진딧물에 대해서 연구하던 중 독특한 사실을 발견했다. 다 큰 진딧물 위에 작은 새끼 진딧물이 올라타 있는 것이다.(사진) 이런 모습은 식물에서 수액을 빨아먹을 때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연구팀은 그 이유를 조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진딧물의 상생 협력이 밝혀졌다. 가축이나 혹은 다른 초식동물이 식물을 먹는 경우 이 식물은 물론 이 식물에 기생하던 진딧물 역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진딧물은 살기 위해 바닥으로 뛰어내리는데, 설령 늦지 않게 뛰어내렸다고 해도 새로운 숙주를 찾아 이동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특히 작은 흙덩이도 지나가기 힘든 어린 개체는 더 위험하다. 하지만 이때 어른 등에 올라탄다면 어린 개체의 생존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그런데 사이좋게 올라탄 똑같이 생긴 진딧물을 보고 있으면 당연히 어미 자식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이들의 관계를 조사했다. 야외에서 채집한 진딧물을 실험실로 가져와 테스트한 결과 놀랍게도 성체 진딧물은 혈연관계와 관계없이 등에 새끼를 태웠으며 이를 떨쳐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서로 돕고 보는 진딧물의 상생 협력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진딧물 군집 전체가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식물에 더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인간 입장에서는 감탄만 할 순 없겠지만, 작고 힘없는 곤충도 서로 돕고 산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진딧물은 약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성공한 곤충으로 5,000여 종에 달하는 진딧물이 지구 곳곳에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충 구제는 물론 생물의 다양한 적응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장에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미국민이 모였다. 장례식장은 초청장을 받은 인사들만 입장이 가능했고, 수많은 일반인은 국립성당 주변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며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사실 아버지 부시는 인기 있는 미 정치인이 아니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41대 미 대통령을 지낸 그는 미·소 무기감축협정을 맺는 등 냉전시대 종식에 역할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등 경제 문제로 재선에도 실패했다. 미 역사학자들이 매년 매기는 대통령 순위에서 아버지 부시는 전체 44명 가운데 17위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 사회는 폭발적인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트럼프식 ‘분노’와 ‘분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상생’과 ‘품격’의 아버지 부시에 대한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 사회는 분열과 혼란의 연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 가르기를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라는 미국의 기존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트럼프식 분노는 이날 장례식장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4명(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그리고 아들 조지 W 부시)을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이며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만 악수했다.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으며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부부, 민주당 출신 카터 전 대통령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버지 부시는 달랐다. 그는 백악관의 마지막 날 밤, 자신의 재선을 좌절시킨 클린턴 당선인에게 ‘당신의 성공이 미국의 성공’이라는 친필 편지를 집무실 책상에 남겼다. “당신을 굳건히 지지한다. 행운을 빌며”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 편지가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으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대통령을 이어 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람들은 우리의 우정을 신기하게 생각한다”면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이 아니고, 서로 다른 견해에 마음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추모 열기는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찾아보기 어려워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갈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버지 부시는 1942년 봄 고교를 졸업한 직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미 해군에 입대했다. 예일대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최고 명문대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청년이 참전을 결정한 것도 놀랍지만, 아들을 전쟁터로 흔쾌히 떠나보낸 아버지 부시의 부모도 대단하다. 2차 대전에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아버지 부시는 1944년 9월 일본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4시간 동안 바다에 표류했고, 인근을 지나던 잠수함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행운이 그를 살린 것이다. 아버지 부시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 준 영웅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정치인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상생·품격의 정치’라는 메시지를 던진 아버지 부시. 그가 던진 메시지가 앞으로 미 정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hihi@seoul.co.kr
  • ‘붉은 달 푸른 해’ 진정성 가득한 김선아 연기, 안방극장 사로잡았다

    ‘붉은 달 푸른 해’ 진정성 가득한 김선아 연기, 안방극장 사로잡았다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가 아동 방임 사건의 주범들에 깊은 분노를 드러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배우 김선아는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치는 주인공 ‘차우경’ 역을 맡았다. 김선아는 착한 딸이자 성실한 아내, 좋은 엄마와 아이들의 상담사로 충실하게 살면서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하던 중 한 순간의 사고로 모든 행복이 깨져버린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며 매주 섬세하고 공감 짙은 연기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방송된 MBC ‘붉은 달 푸른 해’ 11-12회는 그야말로 김선아의 역대급 연기 포텐이 터져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에 든든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11-12회는 김선아가 대본을 읽고 가장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던 그 에피소드를 그려냈기 때문에 그녀의 연기에 담긴 진정성이 더욱 짙게 느껴져 안방극장을 또 한번 열광하게 만들었다. 지난 방송에서 우경(김선아 분)은 미스터리에 한발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속죄하기 위해 간절히 찾아 헤매던 교통사고 피해 소년 ‘석우’의 가족을 드디어 만난 것. 그러나 잘 해결하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들을 계속 접하게 된 우경은 결국 한계치의 감정을 폭발시켜 아이들을 대신한 사이다 캐릭터로 활약했다. 우경은 소년을 기억해 낸 은호(차학연 분)의 도움으로 소년이 잠시 머물렀던 보육원에 찾아갈 수 있었다. 여러 정황과 보육교사의 자백으로 소년은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 앞에 유기당했으며, 보육교사 또한 기록에 없는 아이를 어찌할 바 모르고 다른 단체에 떠넘겨 결국 소년이 실종되게 만들었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이에 머리 끝까지 분노한 우경은 보육교사에게 ‘선생님은 아이 돌보는 일 하지 마세요, 절대로’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화를 분출했다. 뒤이어 우경은 더욱 파렴치한 상황에 직면한다. 소년의 부모를 찾아가던 우경은 끔찍한 몰골로 방치된 소년의 동생을 발견해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이후에 만난 소년의 엄마는 소년도, 소년의 동생도 마치 남의 자식인 양 무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에 솟구치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12회의 엔딩장면은 압권이었다. 소년 엄마의 안하무인 태도에 화를 참지 못한 우경은 차 앞으로 걸어가고 있던 그녀를 향해 엑셀을 강하게 밟으며 돌진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급정거를 한 뒤 스스로의 행동에 놀람을 금치 못하고 오열하는 우경의 감정이 안방극장까지 오롯이 전달되어 최고치의 몰입도를 자랑했다. 능수능란하게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람을 매료시키는 김선아의 저력이 화면을 가득 채운 순간이었던 것. 매 작품마다 독보적인 표현력으로 현실 공감을 자아냈던 김선아는 특히 이번 작품 ‘붉은 달 푸른 해’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동시에 더욱 업그레이드 된 진정성 넘치는 연기로 다시 한 번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리얼 캐릭터의 여왕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무엇보다 ‘붉은 달 푸른 해’ 방영 전 진행된 다양한 인터뷰 속에서 “대본을 읽고 화를 참을 수 없었다”라고 당당히 밝혔을 만큼 작품에 대해 스스로가 깊은 공감을 했던 이번 11-12회 방송 분이기에 김선아의 인생 연기가 탄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진심을 다해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는 김선아의 노력 덕분에 ‘붉은 달 푸른 해’의 흡인력은 회를 거듭할수록 짙어지고 있다. 김선아는 자신을 비롯해 시청자까지 완벽하게 캐릭터에 동화시키며 ‘리얼캐의 여왕’으로 등극해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누구든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성의 배우 김선아가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또 어떤 이야기로 찰진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안방극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MBC ‘붉은 달 푸른 해’는 매주 수, 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유치원 3법’ 처리 무산…“한국당 꼼수” vs “매도 말라”

    ‘유치원 3법’ 처리 무산…“한국당 꼼수” vs “매도 말라”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여야 의원들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7일 협의를 이어갔지만, 주요 쟁점인 교육비의 국가회계 관리 일원화, 교비 유용에 대한 처벌 조항 마련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하지 못했다. 전날 유치원 3법 처리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합의 정신으로 오늘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비공개회의 등을 통해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국가회계시스템 도입, 회계 일원화,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의 현행 유지, 교육비의 교육 목적 외 사용에 대한 벌칙조항 마련)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3당 원내대표와 교육위 간사들은 조율을 통해 한때 ‘회계 일원화,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의 현행 유지, 벌칙조항 마련(유예기간 설정)’까지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원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오후 6시 40분에 예정됐던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육위는 표류했고, 결국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이날까지 여야는 합의에 실패하게 됐다. 유치원 3법의 연내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다만 여야 합의에 따라 1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추가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정기국회 내 처리는 어렵게 됐지만 완전히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던 개혁 여론에 따라 유치원 3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교육비 회계 처리 방식을 민주당은 사립유치원 자금 역시 국가관리로 일원화할 것을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은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이원화할 것을 주장했다. 교비 유용에 대한 처벌 조항 또한 민주당은 정부지원금이나 학부모부담금 모두 동일하게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은 각 돈의 성격이 다르므로 차등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치원 3법’ 처리가 무산된 것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은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은 지원금과 원비의 회계를 이중화해 지원금 회계만 공개하고 원비 회계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반쪽짜리 ‘유치원 꼼수법’을 주장하다가 결국 ‘유치원 3법’을 논의할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추가 논의를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유치원 3법’은 유치원 운영자를 옥죄는 법이 아니라 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통해 학부모의 신뢰를 되찾는 길을 열어주는 법”이라며 “한국당은 교육위 법안소위 무산을 통해 스스로 ‘유치원 회계 투명화의 장애물’이 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교육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한국당의 유치원법을 ‘반쪽짜리 유치원 꼼수법’이라 매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한국당이 법산소위 논의를 무산시켰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을 기다리며 본회의 20분 전 소집한 법안소위에 다시 참석했지만, 당초 중재안으로 알려진 것과 상이한 두 개의 중재안이 제시됐다”며 “20분 만에 두 개 안을 논의하자는 발상이야말로 유아교육제도를 20분짜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당은 언제라도 법안소위 논의를 재개할 것이며 차제에 유치원 회계가 투명하고 건전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수백만 가구 정전’ 잦은 미국...전봇대 못없애는 이유는

    [특파원 생생리포트]‘수백만 가구 정전’ 잦은 미국...전봇대 못없애는 이유는

    미국은 정전(停電)의 나라다. 큰 태풍이 지나가는 지역은 어김없이 수백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면서 암흑천지로 변한다. 지난 10월 초 미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마이클’로 200여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그만큼 미국에 살다보면 자주 겪는 게 정전이다.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갑자기 전기가 끊긴다. 살면서 ‘전기’의 고마움을 잘 알지 못하지만 몇 시간이라도 정전이 되면 그야말로 난리다. 일단 인터넷이 중단되면서 모든 일이 올스톱된다. 미국의 가정은 냉난방 시스템을 전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 정전은 최악이다. 이처럼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 자주 정전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전봇대’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전깃줄 지하 매설 비율은 25%를 넘지 못한다. 각 가정 등의 전기공급이 전봇대를 이용해 이뤄진다. 따라서 심한 바람에 전봇대가 쓰러지고, 혹은 나무가 꺾이면서 전깃줄을 끊어뜨리는 사고가 잦을 수 밖에 없다. 또 폭설이 내리면 무거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겨울 정전도 자주 일어난다. 전깃줄을 땅속에 묻는다면 이런 정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자 국가인 미국이 전깃줄을 지하에 묻지 않고 지상 송전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효율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땅 속에 묻힌 전깃줄은 항상 안전할까. 답은 노(No)다. 허리케인 등 바람의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침수 피해에는 더욱 취약하다. 또 천문학적인 시공 비용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지상 가설보다 지하 매설이 몇 배가 더 든다. 수시로 도시의 도로변에 전기선로 공사를 하면서 생기는 차량 정체 등 사회적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 사회는 정전으로 인한 피해·불편함보다 지하 매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고 인식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전력회사가 지중매설의 효율성을 조사한 결과, ‘아니다’는 결론을 내놨다. 마일당 평균 100만 달러의 전깃줄 매설 비용과 정전방지에 따른 이득을 비교해본 결과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도 매설비용이 곧바로 전기요금의 125%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쪽을 택한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의 전력업계 관계자는 “워낙 지역이 넓다 보니 지하매설을 해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조금 불편해도 값싸게 전기를 쓰자는 게 미국인의 인식”이라면서 “앞으로도 지평선으로 이어질 듯한 1차선 도로와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전봇대의 풍경은 미국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성매매 아닌 ‘성착취’”…보호받지 못하는 피해 청소년들

    “성매매 아닌 ‘성착취’”…보호받지 못하는 피해 청소년들

    “나에게 항상 욕을 퍼붓던 아빠와 별로 관심이 없었던 엄마, 그리고 친하지 않은 오빠와 동생은 점점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심지어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가 나를 배신해 학교에서도 심하게 왕따를 당했다. 나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고, 길거리를 지날 때면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보였다.” A(19)양은 자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A양을 신경쓰지 않았던 가족들은 그 사실조차 알 리 없었다. A양이 따돌림 문제로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고 어렵게 털어놨지만, 돌아온 것은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이었다. 그 후로 A양은 집도 무서워졌다. 일상이 두려웠던 A양은 대화가 필요했다. 익명 채팅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친구가 돼달라는 글을 올린 지 1분 만에 20개 쪽지가 쏟아졌다. 그러나 하나같이 A양에게 성관계를 요구할 뿐이었다. “이렇게라도 내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는 게 혼자 있는 것보다는 덜 무서웠다.” 원치 않으나 A양이 생존을 위해 참아야했던 또 다른 폭력, 이것을 ‘동의’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압력 아래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지난 4일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다시함께상담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개정안은 성매매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도 ‘피해아동·청소년’ 규정에 포함시킬 것과 이들에게 적용되는 보호처분 조항을 삭제할 것, 그리고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들을 발굴·지원할 수 있는 통합지원센터를 별도로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A양처럼 취약한 환경에 놓인 여성 아동·청소년을 노린 성매수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체계는 아직 미숙한 게 현실이다.7일 경찰청의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통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수하거나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을 유인한 행위 등의 범죄 발생건수는 확인된 것만 2012년 288건에서 지난해 523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익명성을 보장받는 스마트폰 채팅앱이 많아지면서 피해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앱들은 회원가입은 물론 성인인증 절차가 없는 곳이 많고, 대화 내용도 저장되지 않아도 돼 성매수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일쑤다.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성매수를 하고자 하는 쪽과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동·청소년이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한 기업에서 유사한 종류의 앱을 여러 개 운영하면서 수사망을 분산시키는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들이야말로 아동·청소년 성매매 카르텔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행법은 성매수를 당한 아동·청소년을 범죄 피해자로 보지 않고 성매수자와 똑같이 죄를 저지른 대상, 성매매 범죄에 가담한 대상으로 규정한다. 아청법은 ‘피해아동·청소년’과 ‘대상아동·청소년’을 따로 정의하고 있다. ‘피해아동·청소년’은 강간, 강제추행, 강간 등 살인·치사,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의 범죄 피해자가 된 아동·청소년을 가리킨다. 이 범주에 성매수 범죄 피해는 빠져 있다. 성매수 범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아동·청소년과 동일한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아동·청소년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성매수자와 성매매 알선자들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시달리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피해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김혜진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알선자의 꼬임으로 가출을 한 후 강간과 성매매를 당했던 한 피해 학생이 있었다. 알선자의 협박으로 경찰에게 자신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했고, 그 결과 이 학생은 가정법원으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왜 가출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이유로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무도 물어보지도, 관심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지금도 이 아이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라는 오명으로 자신을 꽁꽁 숨기며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를 통해 성매수를 당한 아동·청소년 응답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복수응답 허용)한 결과 87명(84.5%)이 가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63.2%로 가장 많았다. ‘가족 간 불화·폭력·폭언 때문에’(58.6%)가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한 연구팀은 “가출을 한 아동·청소년들에게 가출 원인을 물었을 때 흔히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고 답변한다. 그러나 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를 했을 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표면적인 답변 이면에는 가족 간의 불화와 폭력, 경제적 빈곤, 학교에서의 따돌림, 성폭력 등 수많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점을 “유일한 내 집”이라고 말하는 B(18)양도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해서는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B양의 부모는 어느 날 B양을 방에 가두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이어 B양의 손발을 묶어 침대에 눕힌 뒤 3시간 동안 B양의 명치와 배를 수차례 때렸다. B양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가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갈 곳도, 돈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찾아간 곳에선 부모의 동의를 요구했다. B양도 결국 스마트폰 채팅앱을 찾았다. B양은 “무서웠지만 길거리에서 자는 것보단 나았다”고 했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쪽지를 보내와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잘 곳과 먹을 것이 해결됐다. 하지만 점점 내 몸이 더럽게 느껴져 괴로웠다. 여러 차례 그만두려고 했지만 추운 겨울에 공원 벤치나 놀이터에서 잠을 자고 굶은 것보단 그대로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성매매가 10대 여성들이 극단에 다다랐을 때 찾게 되는 ‘생계수단’일 수 있지만, 이렇게 아동·청소년들이 성매수 범죄로 유입되는 복합적인 과정은 생략된 채 단지 ‘네가 결정했잖아’라면서 비난하고 낙인을 찍는 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시민단체들이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아청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폐기됐다가 이번 20대 국회 들어 지난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어렵게 통과했다. 하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국회 본희의 통과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단체들은 “유엔은 ‘타인으로부터의 금전적, 사회적, 경제적 이득을 포함해 기타 성적 목적을 위해 취약성, 힘의 차이, 신뢰 상태에서 이뤄지는 학대 또는 그런 행위의 시도’를 ‘성착취’로 정의하고 있으며,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면서 “성착취 피해 대상이 된 청소년을 보호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처벌하는 법 규정을 이제는 시급히 바꿔야 한다. 아동·청소년들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대산갤러리에서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주최로 ‘오늘’이라는 이름의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어디서도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풍경화, 가면, 인형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쉽지 않은 심리치유 과정을 거치며 만든 작품 30여점은 오는 9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 결국 승자들 세습으로 이어져 직업과 보상 사이 연결고리 줄여야‘기회의 균등과 정당한 노력, 실력에 대한 온전한 보상.’ 이른바 행복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누이 강조되는 핵심 키워드다. 그런 달콤한 구호와 실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차별은 갈수록 심해진다. 양극화, 부의 대물림, 신분 고착화, 정의에 대한 불신…. 열심히 노력해도 왜 여전히 불행할까.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광주교대 학급경영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그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문제가 악화된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원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거나,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처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책은 후자에 기울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실력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실력주의야말로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콕 집어 지목한다. ‘개인의 실력에 따라 사회적 재화를 배분하는 사회.’ 그 실력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이렇게 유지돼 왔다. ‘실력주의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며,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력주의를 ‘무한경쟁의 승자독식’이라고 잘라 말한다. 더 완벽한 실력주의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사회와 교육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폐해는 곳곳에서 등장한 ‘신세습’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특정 명문대 졸업생의 법조계 장악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만 보더라도 법조인 세습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지적된다. 고소득 기업인 집안 출신은 로스쿨, 법조인 집안 출신은 사법연수원으로 이전보다 더 많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학벌 타파를 명분으로 내건 국가고시 제도 개혁안도 마찬가지다.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에서 인턴제를 비롯한 다양한 특별 채용제 도입을 통해 고위직 세습 경항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심층면접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 수도권 대학 위주의 신학벌주의를 탄생시켰다. “학벌을 타파하면 실력주의가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력주의가 학벌사회를 만든 원인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 문제도 실력주의로 연결한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실력 형성 과정은 도외시한 채 실력 중심의 평가방법과 제도에만 골몰하면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를 계속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청년들은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차별과 배제를 정당하다고 여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역차별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이룬 것은 모두 자신이 노력한 결과이므로 자신의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세금을 내야 할 때 내 것을 빼앗기는 생각이 들어 편법, 탈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하려 든다는 것이다. 저자의 지론은 결국 ‘신실력주의 사회’라는 대안 제시로 귀결된다. 실력과 대학,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는 줄이자는 것이다. 근로 의욕은 유지시키면서 직업 간 사회적 재화 분배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문화적 보완 장치가 마련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누진소득세, 최고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체계 개혁, 저소득층 조세 감면, 마이너스 소득제, 임금보호 제도, 기부문화 확산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실력주의’란 용어를 만든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1915~2002)은 ‘실력주의 사회 도래’(1958년)에서 이렇게 경고했었다. “실력주의 사회의 끝은 사회 붕괴다. 실력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라.” 저자는 그 경고에 이런 말을 얹는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취한 결과물이므로 혼자 다 누려도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난다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어떤 종류의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타인과 나눈 것이 실력주의의 순수한 목적에도 더 부합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커봤자 2cm…베네수엘라서 신종 미니개구리 발견

    커봤자 2cm…베네수엘라서 신종 미니개구리 발견

    남미에서 새로운 미니개구리가 발견됐다. 베네수엘라 야라쿠이주 아로아 산악지대의 숲에 서식하는 미니개구리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마노플린 몰리나이'라는 학명이 붙여진 이 개구리는 그야말로 초미니 개구리다. 덩치가 커봤자 길이는 2.5cm를 넘지 않는다. 외형은 수컷과 암컷에 차이가 있다. 수컷의 등은 갈색과 회색, 짙은 녹색이 뒤섞여 '군복'을 입은 듯하지만 배는 밋밋한 흰색이다. 반면 암컷은 배 쪽으로도 특징이 뚜렷하다. 전체적으로 배의 색깔은 백색과 금색을 섞어놓은 듯한 빛깔을 띄고 있으며 식도를 따라 노란색 줄이 흐른다. 목걸이를 한 것처럼 검정색 띠가 목을 두르고 있는 것도 암컷만의 특징이다. '목걸이 개구리'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덩치가 큰 편이다. 연구에 참여한 생물학자 미겔 마타는 "수컷은 대개 2cm 안팎으로 길이가 짧은 편"이라며 "덩치가 커 길이가 2.5cm에 달하는 경우는 모두 암컷"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지에 서식하는 개구리는 약 20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것처럼 덩치가 작은 미니개구리는 드문 편이다. 특이한 건 베네수엘라에 유독 미니개구리가 많이 서식한 점이다. 생물학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 서식하는 미니개구리는 이번에 확인된 '마노플린 몰리나이'를 포함해 20종이다. 생물학자 마타는 "20종 미니개구리들이 모두 베네수엘라의 토종이라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라면서 "같은 남미라도 베네수엘라를 벗어나면 이런 미니개구리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산림파괴로 토종 미니개구리들의 서식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엑스펙타도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사설] ‘시한폭탄’ 지하공동구, 노후화 타령만 할 건가

    경기 고양시 백석동에서 그제 밤 일어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수송관 파열 사고는 그야말로 날벼락 인재였다. 지하의 열 수송관이 파열돼 100도 이상 펄펄 끓는 물기둥이 치솟아 일대를 뒤덮었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주차 중이던 시민 1명이 숨지고 30명 가까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사고는 땅에 묻힌 열 수송관이 파열되면서 일어났다. 2m 깊이의 지하에 매설된 수송관이 너무 낡아 녹이 슬고 균열까지 생겨 수압을 견디지 못했다. 아파트촌과 상가들이 인접한 데다 지하철 역 근처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사고가 터졌으니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끓는 물이 속수무책으로 차오르고 수증기에 앞을 볼 수 없어 화상 피해자가 속출했다. 인구 100만명 규모의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터졌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고양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일산신도시가 조성된 지 30년이 다 돼 기반시설이 낡았기 때문이라고 사고 원인을 짚고 있다. 하나 마나 한 뒷북 논리다. 땅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쩌겠냐고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복불복 일상을 감당하라고 할 것인지 답답하다. 사고가 일어난 백석동 일대는 안 그래도 땅꺼짐 현상이 잦아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곳이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중앙도로의 지반이 내려앉아 차로가 통제된 것이 불과 지난해 2월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터지면 가슴을 쓸며 땜질 처방에나 급급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노후한 1기 신도시의 기반시설들을 더 늦기 전에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지하 공동구는 전력망, 통신망, 수도관 등이 그물처럼 얽힌 도시의 동맥이다. 최근 KT 통신구 화재에서 절감했듯 어느 한 곳만 구멍이 나도 시민의 일상이 무너진다. 지하 시설물의 안전 관리가 테러 대책만큼 중대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친박·비박 ‘박근혜 불구속 촉구안’ 또 기싸움

    자유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불구속재판 촉구결의안’ 발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부 친박계가 복당파의 선(先)사과를 요구하며 내홍이 확산하고 있다. 비박계가 원내대표와 전당대회 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자 친박계가 저의를 의심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친박과 비박 간 골이 워낙 깊기 때문에 양쪽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당이 양 진영으로 갈라져 공방을 벌이는 건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이걸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친박계 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복당파에게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김 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소신을 갖고 한 일에 대해 사과를 하라고 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서 의원의 요구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탄핵에 찬성한 사람은 찬성을 택한 명분이 있는 것이고 반대한 사람은 또 그 나름의 명분이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막지 못한 책임은 한국당 의원 모두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복당파에게만 사과하라는 서 의원의 주장은 그야말로 보수 통합을 생각하지 않는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박계는 그동안 잠잠하던 비박계가 중요 선거를 목전에 두고 박 전 대통령 문제를 거론하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박 전 대통령 불구속재판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복당파가 한국당에 돌아온 게 언제인데 이제 와 박 전 대통령 불구속재판을 언급하는 건가”라며 “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는 건 누가 봐도 표를 구걸하는 행동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의 내년 8월 사면설 등이 돌고 있는데 비박계가 면피를 위해 일종의 ‘액션’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기약없는 기다림에 좌절감 커진 캐러밴, 미 국경장벽 넘는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좌절감 커진 캐러밴, 미 국경장벽 넘는다

    한 달 동안 3600여㎞ 이동한 캐러밴(중미 출신의 난민)이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장벽을 넘다 붙잡혔다. 이들은 한 달여간 천신만고 끝에 미 국경에 도착했으나, 사실상 미국 입국이 불가능해지면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뉴스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좌절감에 빠진 적어도 25명 이상의 캐러밴이 전날 밤 미국 국경 침범을 시도했고, 이들 대부분이 미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3일 밤 10피트(약 3m) 남짓한 낮은 국경 철책을 타고 넘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담요를 로프처럼 이용해 서로 담요를 붙잡고 끌어주면서 철망 위를 건너갔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티후아나에 머물고 있는 캐러밴은 좌절감에 빠져 있다. 망명 신청을 위해 얼마나 기다려야할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이다. 또 티후아나의 캐러밴 보호소인 베니토 후아레스 스포츠단지가 폐쇄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캐러밴은 “망명 신청을 위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무모한 선택을 하는 캐러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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