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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팡이 옥수수에 흔들리는 14억 ‘밥그릇 안보’

    곰팡이 옥수수에 흔들리는 14억 ‘밥그릇 안보’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음식점협회 류궈량(劉國梁)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5시 58분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느닷없이 “우한 내 모든 식당들에 대해 ‘N-1’식 주문을 받자”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즉 식당 측이 손님 10명이 들어오면 손님들에게 9인분의 음식만 주문하라고 권유하자는 말이다. 그의 제안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날 관영 신화통신 ‘신화스뎬’(新華視點)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식량 생산이 해마다 풍족하지만 식량안보 위기 의식은 여전하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까지 있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음식을 낭비하지 말라”고 중요 지시를 내린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시진핑 옥수수밭 행보는 ‘식량안보 시위’ 중국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코로나19 사태, 남부지방 홍수, 북부지방 가뭄 등 자연재해로 식량 공급에 불리한 악재들이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식량 보관 창고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부 곡창지대인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국가 비축 곡물창고에서 외부인들의 영상 촬영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전했다. 이번 사건은 국유 대기업인 중국추베이량(儲備糧)관리공사(SINOGRAIN)의 헤이룽장성 자오저우(肇州) 소재 식량창고 측이 지난달 27일 “외부인이 휴대전화나 기타 녹음·녹화 장비를 가지고 식량 보관 창고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한다”고 공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지난달 초 헤이룽장성 자오둥(肇東) 소재 식량창고의 곰팡이와 먼지로 뒤범벅이 된 옥수수를 고발하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 사건이 겹친 것이다. 당시 영상에서 외부 제보자는 “국가 비축 옥수수 5000t을 샀는데 옥수수를 비비면 부스러지고 먼지·찌꺼기 등 불순물도 다량 섞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국은 “동영상에 나온 옥수수 수량·품질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며 전체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규정 위반을 들어 직원 3명을 정직 처분한 바 있다. 그 사건 이후 한 달도 안 돼 자오저우 식량창고의 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조치가 나오는 바람에 국가 비축 곡물의 보관불량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 시 주석이 지린(吉林)성 옥수수밭을 찾아 식량안보를 강조한 이후 이 사건이 터져 옥수수 등 국가 비축 곡물의 보관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지난달 22일 지린성 쓰핑(四平)시 리수(梨樹)현에 있는 국가 바이완무(百萬畝) 옥수수 표준화 생산기지 시범구를 방문해 알곡 생산과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고 당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대서특필했다. 그의 시찰은 창장(長江·양쯔강) 유역 홍수로 남부지방이 몸살을 앓고 미국이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면서 미중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매우 민감한 시점에 이뤄져 관심이 증폭됐다.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95%로 높지만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수입으로 채운다. 중국의 식량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옥수수밭 행보는 미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로 해석된다. 그의 지린성 시찰이 끝난 후 관영 매체들이 “백성들이 배불리 잘 먹게 하고 식량안보 기초를 다져 중국의 밥그릇을 튼튼하게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는 이유다.●옥수수 영상 해명에도 불안감 가중 이런 와중에 비축 옥수수에 곰팡이가 피는 것을 보여 주는 충격 영상은 비축 곡물들의 안전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걱정을 부채질했다. 여기에다 휴대전화의 식량창고 반입을 금지시키자 국가 비축 곡물의 질 저하를 숨기기 위한 꼼수’라는 관측이 확산되며 불안감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중국추베이량은 지난 2일 밤 웨이보를 통해 “식량 경매·출고가 늘어 현장의 설비가 많고 차량 운행도 빈번해 안전상의 이유로 이런 조치를 했다.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다”며 “휴대전화 반입 금지 결정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전상의 관점에서 볼 때 식량창고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자주 사용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위험하다”는 답변도 내놨다. 중국추베이량은 앞서 지난달 14일 “동영상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조사한 결과 옥수수의 양과 품질에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추베이량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확산시켰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회사 측의 해명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는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녹화 장비와 현장 인원의 안전 위험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SCMP도 “고발 영상으로 식량 비축분이 충분한지에 의문이 제기됐고 영상 촬영 금지 조치까지 나오자 의구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곡물 총생산량은 전년보다 0.9% 증가한 6억 6384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곡물 생산량이 5년 연속 6억 5000만t 이상을 넘었다. 지난해 주요 곡물 생산량은 쌀 2억 961만t, 옥수수 2억 6077만t, 밀 1억 3359만t 등이다. 소비량은 쌀 1억 9410만t, 옥수수 2억 7795만t, 밀 1억 2350만t 등이다. 2018년 주요 수입량은 쌀 308만t, 옥수수 479만t, 밀 310만t에 이른다. 왕랴오웨이(王遼偉) 국가곡물유정보센터 고급경제위원은 “지난 5년 동안 연속으로 6억 5000만t 이상을 생산해 곡물 자급률이 95%에 이르는 만큼 식량 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14억 인구에 대한 안전한 식량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며 막대한 곡물 비축이야말로 식량안보를 담보하는 핵심이라고 자랑해 왔다. 2000년대 들어 농업과 식량정책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중국은 그러나 2004년부터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중국이 대두와 밀 등 곡물의 상당량을 미국, 호주 등지에서 수입하는 만큼 식량안보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1호 문건’(당해 연도 핵심 국정과제)에는 농민과 농업, 농촌의 ‘삼농’ 문제가 늘 포함됐고 2014년에는 ‘식량 안전보장 시스템 확보’까지 추가됐다. 이 문건에서 “새로운 정세에서 중국은 식량안보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 손으로 받들고 있어야 하는 것은 치국(治國)의 기본 개념”이라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옥수수와 밀, 쌀 등을 적절한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 곡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여름 곡물 생산량 2013년 이후 최저” 중국은 국가 비축 곡물 규모는 비밀로 유지해 왔다. 지난해 10월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내놓은 식량안보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가 비축 곡물 물량은 모두 9억 1000만t에 이른다. 주요 곡물 비축량을 보면 밀 1억 100만t, 쌀 1억 7500만t, 옥수수 1억 2300만t이다.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2억 7795만t의 소비량 중 사료용으로 63%가 쓰였고 식용으로 6%, 공업용으로 30%가 사용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이후 중국의 옥수수 선물 가격은 30% 가까이 치솟아 옥수수의 국내 공급 부족 현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193만 7000t의 옥수수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옥수수 구매를 늘렸다. 불과 2주 전에 미국산 옥수수 176만 2000t을 사들인 데 연이은 조치다. 마원펑(馬文峰) 베이징 둥팡아이거(東方艾格) 농업컨설팅공사 수석 분석가는 “옥수수 가격 폭등은 공식 통계나 논평과 달리 여름 곡물의 총생산량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여름 곡물 생산량이 1년 전보다 최대 4.6% 감소한 1억 3517만t에 그쳐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이인영, 이종걸 만나 “남북 민간 협력 의지 존중”

    이인영, 이종걸 만나 “남북 민간 협력 의지 존중”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이종걸 신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과 만나 “민간 차원에서의 자율적인 (교류협력) 의지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서 이 의장과 면담하고 “통일정책은 진보, 보수, 중도를 망라해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민화협이야말로 보수, 중도, 진보를 망라해 소통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특히 막혀 있는 시점에서 이것을 뚫고 얽힌 것을 푸는 데서 민화협이 앞장서서 역할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통일부는) 민간 차원의 자율적인 의지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것에 기반해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데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고 했다.이 의장에 대해선 “적임자가 나타나신 것 같아 굉장히 반갑다”며 “굉장히 여러가지 일들을 하셨고 저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꼭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역할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장은 “통일과 민족의 DNA를 온 몸에 안고 있는 이 장관께서 통일 정책을 책임지고 가시는 때에 민화협을 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있다면 앞장서서 무슨 일이든 뛰어나가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베이루트 폭발 순간 태어난 아기…모성애가 낳은 기적 (영상)

    베이루트 폭발 순간 태어난 아기…모성애가 낳은 기적 (영상)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산모와 그런 산모 곁을 끝까지 지킨 의료진이 비극 속에서 기적을 건져냈다. 12일(현지시간) 아랍뉴스는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베이루트 폭발 당시, 폐허가 된 병원에서 태어난 새 생명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4일, 엠마뉴엘 네이서는 레바논 베이루트 세인트조지병원에서 곧 태어날 아기와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남편 에드먼드 네이서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분만실 앞을 서성였다. 출산 전 과정을 기록하려 카메라도 손에 꼭 쥐었다. 드디어 엠마뉴엘이 분만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커다란 소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남편 에드먼드는 “아내와 의료진이 분만실로 들어가고 10초 후 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분만실 유리는 산산조각이나 산모와 의료진을 덮쳤고 의료도구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 2750t이 한꺼번에 폭발한 순간이었다.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다. 병원 안도, 밖도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하지만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엠마뉴엘은 “아기를 살려야 했다. 엄마인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숨을 가다듬었다. 분만에 참여한 의사 중 한 명인 스테파니 야코브 박사는 “창 밖을 내다보니 온통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뿐이었다. 어디서 일어난 폭발인지, 폭발이 또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해는 졌는데 전기는 끊겼고 분만실은 난장판이 됐다. 의료장비도 모두 파손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아기를 살려야 했다. 산모를 복도로 옮긴 의료진은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분만을 이어갔다. 그사이 폭발 충격으로 간호사 한 명이 사망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에드먼드는 “폭발 후 1시간 30분이 지났을 무렵 아들이 태어났다. 폭발 잔해 속에서 태어난 새 생명이고, 어둠 속의 빛”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간호사 1명 등 1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친 비극 속에서, 끝까지 아기를 포기하지 않은 모성애와 의료진의 사명감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로이터통신은 12일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한 상태로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으며, 아기 이름은 태어난 병원 이름을 따 조지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베이루트에서는 4일 항구 창고에 보관돼있던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최소 171명이 사망하고 6000여 명이 다쳤다. 30만 명은 이재민 신세가 됐다.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의료시설 절반이 파괴됐다. 재산 피해 규모만 150억 달러(약 17조8200억 원)로 추산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주춤? 멈칫? 그런 거 몰라요… K리그 달구는 10대들

    주춤? 멈칫? 그런 거 몰라요… K리그 달구는 10대들

    프로축구 K리그1에 다시 10대 바람이 불고 있다. 2001년생 정한민(왼쪽·FC서울)과 고영준(오른쪽·포항 스틸러스)이 최근 극적인 데뷔골을 뽑아내며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서 시즌 초반 같은 나이의 홍시후(성남FC)가 데뷔하자마자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바람을 일으켰으나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고 10대 득점은 권혁규(부산 아이파크)가 11라운드에 기록한 데뷔골이 유일해 올 시즌 10대 활약을 논하기엔 2% 부족한 상황이었다. 10대 바람이 잦아드는가 했는데 정한민이 지난 7일 강원FC와의 경기에서 데뷔 2경기 만에 벼락같은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뽑아내며 그야말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서울의 유스팀 오산중, 오산고를 나와 우선 지명으로 올해 서울 유니폼을 입은 정한민은 슈팅력과 득점력 등 스트라이커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줄곧 벤치만 지켰지만 최용수 감독 사퇴 이후 감독 대행을 맡은 김호영 수석코치가 14라운드 성남전부터 선발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서울은 14~15라운드에서 2연승을 달리며 순위를 8위까지 끌어올려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서 정한민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었다. 정한민이 골을 넣은 이튿날 또 하나 의미 있는 10대 데뷔골이 나왔다. 주인공은 19세 이하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고영준. 포항 유스팀 포항제철고 출신인 그는 키는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돌파가 돋보이는 선수다. 지난 5월 말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4라운드, 6월 초 울산 현대와의 5라운드에서 후반 막판 교체 출전하며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무엇인가 보여 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찾아온 세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지난 8일 광주FC와의 15라운드 경기에서 팀이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38분 투입돼 경기 종료 직전 극장 골을 터뜨렸다. 후방에서 문전으로 날아온 롱패스가 일류첸코의 헤더 경합을 거쳐 자신의 앞에 떨어지자 지체 없이 슛을 해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팀을 2연패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물론 K리그 최초 팀 통산 1800번째 득점의 금자탑을 쌓은 순간이라 기쁨은 더욱 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발 밟은 사람, 밟힌 아픔 몰라”… 자국에 경종 울린 日신문

    “발 밟은 사람, 밟힌 아픔 몰라”… 자국에 경종 울린 日신문

    일본 도쿄신문이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은 밟힌 사람의 아픔을 모르는 법”이라며 과거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자국 정부와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 이 신문은 일본 주요 일간지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신문이다. 도쿄신문은 오는 15일 ‘종전기념일’(광복절)을 앞두고 11일 자에 게재한 전후 75주년 특별사설 ‘일본과 한국: 역사의 그림자를 잊지 말아야’에서 “일본이 (한국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역사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첫머리에서 “역사에 어두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그 나라의 도의적 입장을 강하게 만든다”라는 구리야마 다카카즈(1931~2015) 전 외무차관의 발언을 소개한 뒤 “모든 나라의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지만, 일본에서는 ‘빛’만 골라서 말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한국을 포함해 주변국에 깊은 상처를 남긴 러일전쟁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언급한 것을 잘못된 사례로 들었다. 일본 정부가 올봄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군함도’ 관련 전시내용이 물의를 빚고 있는 것도 비슷한 범주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일 갈등의 중심에 있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한다”며 “그러나 법률이나 협정을 이유로 외면하기 앞서 당시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전후 75년이 지났는데도 역사를 둘러싸고 또다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농가주택 규제 땐 누가 도시집 팔고 귀촌하겠나”

    “농가주택 규제 땐 누가 도시집 팔고 귀촌하겠나”

    ‘녹우정’(綠友亭)을 14년 만에 다시 찾았다. 2006년 차관급 산림청장에서 물러난 인사가 이웃도 없는 충남 금산군 초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당시엔 좀 무모해 보였다. 이제 보니 기우였다. 조연환(72) 전 산림청장은 14년차 귀촌인의 삶을 남부럽지 않게 즐기고 있었다. 지난 6일 장마 속에서 만난 그는 녹우정에서 ‘머슴살이’하는 게 즐겁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밝은 얼굴빛에 밭일로 그을린 피부는 활력이 넘쳐 보였다. 2000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조 전 청장은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인생 2막’으로 귀촌을 적극 권했다. 매일 할 일이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단다. “몸을 열심히 움직이면 약간의 소득도 창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텃밭 가꾸기’는 정년도 없다”며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은퇴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신세계’에도 푹 빠져 있다. 소통을 넘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친해질 것을 권한다. 유유자적한 삶을 예찬하는 속에서도 오랜 공직 경험 때문인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내공은 여전했다. 그는 귀농·귀촌이야말로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1가구 2주택 규제에 농촌주택을 포함시킨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꼬집었다.-귀촌을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공직자 남편을 39년간 묵묵히 내조해 준 아내를 위한 준비였다. 아내가 대전에서 주말농장을 했는데 방치된 텃밭까지 챙길 정도로 농사일에 거부감이 없었다. 퇴직에 대비해 2000년에 금산에 텃밭을 마련했다. 아내가 반대하면 당장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반겼다. 남들은 아내가 반대해서 못 한다는데 아내 덕에 귀촌을 하게 됐다. 집 앞으로 봉황천이 흐르는데 앞산은 이름이 없었다. 풍수지리를 하는 지인이 봉황이 집으로 날아오는 ‘봉황 귀소형’이라고 해서 우리는 봉황산으로 부른다. 작은 땅을 샀을 뿐인데 산도 얻게 됐고 강과 하천, 하늘 등 자연이 주는 공짜 혜택이 너무 많다.” -고향인 충북 보은이 아닌 충남 금산을 선택한 이유는. “귀촌 지역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2006년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했다. 금산(錦山)의 지명이 비단산, 비단을 두른 듯 아름답고 청정한 지역이다. 평생을 산림 공무원으로 그것도 산림청장까지 역임한 사람이 금산에 산다고 하니 다들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귀향도 생각했지만 부담 없이 유유자적하고 싶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슬기로운 귀촌생활의 노하우가 있다면. “비우고 내려놓고 만족하는 것이다. 귀촌의 전제는 무조건 배우자와 함께해야 한다. 반대한다고 혼자 내려와서는 절대 오래 있지 못한다. 움직이고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적성이 맞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낫다. 넓은 땅, 큰 집은 힘에 부친다. 욕심을 버리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규모로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마을 주민과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대적으로 귀농은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자세와 정신만 유지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다양하다. 나만 부지런하면 훨씬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골 생활이 무료하지 않은지. “지난해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을 마지막으로 공적 활동을 끝냈다. 시인 활동이나 2015년 취득한 숲해설가 참여 외에 오롯이 자유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지역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인문학·시낭송회·독서토론회·붓글씨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문화생활의 ‘갈증’을 말하는데 오페라 등 대형 공연은 없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매일 운영돼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매일 오전에는 밭에서 풀을 뽑고 약을 치고, 늦은 오후에는 잔디를 깎고 나무 전지작업을 한다. 하루가 짧고 몸을 많이 움직이니 일찍 잠이 든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운동은 없다. 등산도 안 하고 헬스클럽도 안 다닌다. 텃밭 가꾸기로 땀을 흘린 뒤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이 보약이다. 몸무게가 약간 늘었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도 없다. 1967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고시(기술고시 16회)를 거쳐 산림청장을 끝으로 마무리한 공직생활이 화려해 보이지만 돌아보면 무거운 짐이었다. 농촌생활이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정신을 맑게 하는 해방구가 됐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 가뭄이 심하거나 비가 많이 오면 산불이 나지 않을지, 산사태 피해는 없나 걱정이 든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괜한 오지랖이다.” -퇴직 후 활발한 저술 활동도 눈에 띈다. 요즘은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2000년 등단해 시집 ‘그리고 한 그루 나무이고 싶어라’를 출간했다. 퇴직한 뒤에는 ‘숫돌의 눈물’,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등 시집과 동시집 ‘쇠똥구리는 똥을 더럽다고 안 하지’, 산문집 ‘산이 있었기에’,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등을 냈다. 2011년부터 페이스북 등에 일기 형식의 글을 올리고 있다. 폐북 친구가 약 5000명이다. 매번 300~500명에게서 ‘좋아요’를 받고 50~100명이 댓글을 달아준다. 얼마 전 전남 화순에서는 우연히 폐북 친구를 만났는데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졌다. 금산에 비가 오면 폐북 친구들이 가족보다 먼저 괜찮은지 묻는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나 지인을 만나기 어려워지고 행동 반경이 좁아진다. 그 빈자리를 SNS가 메워 주고 있다. 폐북에 올린 글을 모아 ‘산림청장의 폐북일기’ 출간을 생각하고 있다.” -안분지족이 느껴지는데 향후 계획은. “귀촌 후 성경 시편 구절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되새긴다. 돈 욕심을 낸다고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남이 모르니 행동이 편하다.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시골은 자기 일이 바빠 귀촌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나만 행복한 것 같아 빚을 진 기분이다. 지역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게 심부름을 요청했지만 시키질 않는다.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이장’ 도전 목표를 세웠다. 아내는 웃기만 할 뿐 결제를 안 해 준다.” -최근 정부의 ‘1가구 2주택’ 규제가 귀농·귀촌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했다. “정부가 ‘1가구 2주택’ 규제에 농촌주택을 포함시킨 대목에 걱정이 앞선다. 지방자치단체는 공동화·폐쇄되고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정부가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역행하는 것 같다. 정책의 총론 자체는 공감한다. 하지만 농가주택까지 포함시킨 건 취지와 맞지 않는다. 도시는 과밀화되면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반면 농산촌은 인구가 줄어 소멸 지역이 증가하는 등 폐허가 되고 있다. 귀촌자가 늘고 인재풀이 확대되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사람이 있어야 자연이 보전되고 경관도 유지할 수 있다. 균형발전의 근간이자 인구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관건은 유인책이다. 귀촌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농가주택을 규제하면 누가 도시집을 팔면서까지 귀촌하겠는가? 귀촌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를 줘야 한다. 정착이 아닌 잠시 들러 가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귀촌에서 주택 문제가 왜 중요한가. “누울 곳이 편안하지 않으면 오래 머물기 어렵고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그곳에 살아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는 것이다. 살아보면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데 세금 부담이 뒤따르면 귀촌에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할 수 있다. 투기를 위한 농가주택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귀촌자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건 지나치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쳐 보완책이 필요하다.” 글 사진 금산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로하스’ 천하… 7관왕 폭격 뒤 美역수출 보인다

    ‘로하스’ 천하… 7관왕 폭격 뒤 美역수출 보인다

    타율 0.392·홈런 28개 등 6개 부문 선두득점은 2위… 2010년 이대호 이을 수도테임즈·린드블럼처럼 MLB진출 가능성한국 무대 4년차인 멜 로하스 주니어(30·kt위즈)가 매서운 방망이로 리그를 폭격하며 타격 7관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로하스는 10일 기준 타율 0.392와 홈런 28개를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나머지 주요 타격 부문도 모두 1위다. 득점에서만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에게 밀린 6관왕 체제다. 로하스가 지금과 같은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2010년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 이후 역대 두 번째 타격 7관왕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즌 초반만 해도 호세 페르난데스(32·두산 베어스)를 비롯해 조용호(31·kt), 이정후(22·키움) 등 몇몇 타자가 로하스의 독주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시즌을 치를수록 로하스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로하스의 무서움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성장한다는 점에 있다. 2017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로하스는 그해 0.310의 타율과 18홈런의 성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8년엔 0.305의 타율과 43홈런을, 2019년에는 0.322의 타율과 24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영향으로 홈런이 감소하긴 했지만 타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리고 올해는 그야말로 ‘로하스 천하’를 만들고 있다. 로하스의 파괴력은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며 산술적으로 54홈런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54홈런은 이승엽(은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현역 시절인 1999년 기록한 홈런 수다. 로하스가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든다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역수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하스에 앞서 에릭 테임즈(34·워싱턴 내셔널스)가 2015년 KBO 최초의 40홈런 40도루를 기록하는 등 리그를 폭격하고 MLB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지난해 조시 린드블럼(33·밀워키 브루어스)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MLB에 역수출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일제강점기 35년, 독립운동가도 부역자도 기억해야”

    “일제강점기 35년, 독립운동가도 부역자도 기억해야”

    “3·1운동, 유관순 기억으로만 그쳐선 안 돼6월 항쟁까지 이어진 우리 민족의 DNA”김 알렉산드라·최재형 선생·손기정 선수그림 그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꼽아 “너무나 많은 독립운동가가 잊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친일 부역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광복 이후에도 그들이 권력을 누리며 영화롭게 살도록 해 준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박시백 작가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역사만화 ‘35년’ (비아북) 기자간담회에서 출간의 의미로 ‘기억’을 꼽았다. 책은 1910년 8월 29일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35년을 담았다. 앞서 300만부가 팔린 밀리언셀러 ‘조선왕조실록’(20권)을 완간한 2013년부터 시작해 7년이나 걸려 모두 7권으로 완간했다. “일제강점기 35년사에 관해 일반인들 이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그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공부하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전작에서는 ‘실록’이라는 명확한 자료가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는 관련 자료들이 상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무엇보다도 등장해야 할 인물이 너무 많았다. 박 작가는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독립운동가와 친일 부역자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조선인 최초로 볼셰비키 혁명에 참여했다가 총살당한 여성 김 알렉산드라, 연해주에서 큰 부를 일구고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꺼이 바친 최재형 선생, 일장기 말소 사건 정도로만 기억하지만 여운형의 건국동맹 밑에서 활동한 손기정 선수 등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수많은 인물이 살아낸 35년이 “우리가 사는 민주공화국을 탄생시킨,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미국의 원자폭탄으로 해방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35년은 그저 그런 역사가 아니에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부단한 투쟁의 역사입니다.” 박 작가는 전체 7권 가운데 3·1운동을 다룬 2권과 친일파를 추적한 7권을 꼭 읽으라고 추천했다. 3·1운동에 관해서 “그저 유관순 열사로만 기억하는 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세계 민중운동사에서 찾기 어려운 혁명이었고, 4·19와 6월 항쟁까지 이어진 우리 민족의 DNA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7권에선 “당시 글이나 강연으로 ‘천황을 위해 전쟁터로 나가라’고 한 지식인들을 다룬다. 광복 이후에도 이어지는 이들에 관해 우리가 좀더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속도 내는 불광천 문화벨트… ‘은평 컬처노믹스’ 새길 연다

    속도 내는 불광천 문화벨트… ‘은평 컬처노믹스’ 새길 연다

    서울 은평구는 ‘북한산 큰 숲, 내일을 여는 은평’이라는 슬로건처럼 북한산, 봉산, 앵봉산, 이말산, 백련산, 비단산 등 6개의 산과 불광천, 진관천 등 2개의 하천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을 갖춘 도시다. 조선 시대에는 사신이 오가는 사행길로서 정치, 외교, 군사, 문화적으로 중요한 길목이었으며 북으로는 의주, 남으로는 부산까지 남북의 양끝에서 천리라는 뜻의 ‘양천리’라는 지명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 북한산 한문화체험특구를 비롯해 천년고찰 진관사, 사계절 각기 다른 꽃이 피는 도심 속 힐링 공간 봉산 편백숲, 벚꽃길이 멋진 불광천, 도시재생의 모범사례 산새마을, 구산동 도서관마을 등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문화는 곧 은평구의 미래 먹거리”라고 말하는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지난달 29일 만나 취임 2주년을 맞은 소감과 ‘은평식 컬처노믹스’에 대해 들었다. -왜 문화에 집중하는가. “은평에서 46년간 살아온 은평 토박이이다 보니 누구보다도 은평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자랑거리를 잘 안다. 그런 문화적인 자랑거리를 경제 에너지로 변화시키고 싶다. 현재 은평구는 자급자족할 만한 마땅한 산업구조가 없는 상황이다. 은평구가 가진 문화관광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해 도시 위에 문화를 입히는 일이야말로 은평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의 쉼터인 불광천을 방송문화 거리로 바꾸는 사업이 착실하게 진행 중이고 은평의 문화 콘텐츠를 묶어 문화관광벨트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불광천 문화관광벨트 조성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은평이 보유한 문화 콘텐츠가 다양하지만 개별화돼 종합적인 관리가 미흡하고 문화예술단체들의 활동이 부분적, 일시적으로 전개돼 발전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역 문화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예술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가 판단했다. 상암동~불광천~혁신파크~한문화특구로 이어지는 문화벨트 구축으로 미래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뜸하지만 수색역 맞은편인 상암동은 각종 방송국이 있고 많은 연예인이 오가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은평으로 유입시킬 계획이다. 올해는 신사교에서 신응교 사이를 1구간으로 지정하고 방송문화종합센터 건립과 불광천 환경개선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DMC역 인근 삼표산업 기부채납 부지에는 다문화박물관이, 증산 공공주택 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는 케이팝 뮤직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진관동 기자촌에는 국립한국문학관이 건립될 예정이며 그 인근에 한국고전번역원, 사비나미술관이 이미 개관해 운영 중이다. 진관사, 은평한옥마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한문화체험시설 등도 유기적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모든 발전은 교통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 여전히 교통이 열악한 편이다. “2008년 이후 은평뉴타운과 고양 삼송, 원흥, 향동, 지축 지구 등 신도시 공공주택의 급격한 공급 확대로 교통수요가 나날이 늘어가는 데 반해 광역교통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 사업이 조기 착공돼야 한다. 해당 사업은 2016년 서울 서북부지역의 광역교통난 해소를 목적으로 용산~은평뉴타운~삼송 간 약 18.6㎞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로 지정됐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관계기관 중간점검회의 시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신분당선 연장선 예비타당성 보완 및 주민 서명을 추진했다. 은평구는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운 예비타당성 제도를 개선해 통일로의 교통정체 해소 및 서울 서북권의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 광역교통수단인 신분당선 연장선이 반드시 조기 착공돼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자 한다.”-민선 7기 임기 절반을 돌았는데 기억에 남는 정책이 있다면. “은평구민 49만명 중 28만명이 지지 서명을 해서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한 게 기억에 남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내년 10월에 착공해 2023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한다. 또 진관동에 국제 규격의 빙상장과 인라인 롤러장을 유치했는데 목동 아이스링크처럼 향후 지역의 체육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 서울연구원 유치, 서울시립대 제2캠퍼스 유치 등이 기억에 남는다. 또 은평구를 자원순환 도시로 만든 점이다. 지난해 2월 ‘자원순환도시 은평추진단’을 발족해 자원순환 및 재활용, 생활폐기물 감량을 내용으로 지속적인 캠페인을 하고 있다. 특히 ‘모아모아 사업’은 매주 1회 재활용품 거점 배출일을 지정, 8가지 품목 분리배출을 이끌어 내고 재활용품 원형을 보전해 분리수거하는 체계로, 지난해 10월부터 갈현동에 거점 10곳을 시작했으며 올해 3월부터는 거점을 20곳으로 늘렸다. 반응이 좋아 7월부터는 은평구 전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으로 안정적인 폐기물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립사업 설계 내용은 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지난 5월부터 매월 1회씩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진행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청장으로 지내면서 은평구는 선한 마음들이 살아 있는 곳이란 것을 매일 확인하게 된다.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날 때마다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고 그래서 잘 웃게 된다. 은평구는 40년 넘게 산 곳이지만 나중에 정치 생활을 접고도 살아갈 곳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중에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항상 주민께 감사드리며 은평을 서북권 대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김미경 구청장 ▲1965년 전남 영암 출생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4, 5대 은평구의원(2003~2010) ▲8, 9대 서울시의원(2010~2017) ▲제18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후보 서울시민캠프 상임대표 ▲제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후보 보훈안보 공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 사무부총장(2018~2020)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2019~2020) ▲민선 7기 은평구청장(2018~) ▲저서 ‘미경이의 특별시’(2014), ‘서서울에 가면 우리는’(2018)
  • “뜨악했다”는 진중권에 “궁예질 말라”는 신동근

    “뜨악했다”는 진중권에 “궁예질 말라”는 신동근

    최근 온라인에서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중권 전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신동근 의원의 기싸움이 점임가경이다. 신 의원은 10일 ‘진중권의 타락’이라는 글을 올려 다시 한 번 진 전 교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어떤 사람의 타락과 변질의 징후는 차마 해서는 안 될 언행을 감행하느냐 여부에서 나타난다”라며 “자기 스스로가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이라면 도저히 넘지 말아야 할 선, 금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18 민주항쟁, 세월호와 같이 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적 사건, 유족과 사회 공동체가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은 것을 문제삼았는데 이를 다시 한 번 비판 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얼마 전에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작년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주변이 문제라고 하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었냐’고 물었다. 남의 페북질 눈팅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그 입장 바꾼 지가 언젠데”라며 “대통령에게 크게 세 번 뜨악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중 하나기 “세월호 방명록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은 것을 보았을 때”라며 “‘미안하다’는 말의 뜻은 알아듣겠는데, 도대체 ‘고맙다’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직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진중권이야말로 ‘흉악한 궁예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조국이 밉고, 대통령이 밉다고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 ‘철학이 없다’는 말보다 더 심각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런 말을 함부로 해댈 수 있는 진중권의 철학, 심리가 무엇인지 진짜 궁금하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진흙범벅 상점, 다 내버릴 판… “팔십 평생 이런 난리는 처음”

    진흙범벅 상점, 다 내버릴 판… “팔십 평생 이런 난리는 처음”

    “내 평생 이런 난리는 처음이야. 시장과 모든 상점이 진흙탕으로 변했어.” 9일 오전 10시 가장 피해가 컸던 전남 구례군 오일장엔 수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 남짓의 시장통에는 냉장고와 소파,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비롯한 수백여개의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부인, 자녀 등과 생활용품 매장을 청소하고 있던 이모씨는 “2층 옥상 위 지붕을 타고 올라가 보트를 타고 간신히 빠져나왔다”며 “둥둥 떠다니는 가전제품 등에 몸을 다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백화자(76)씨도 “보트가 지나갈 때면 숙박업소나 상가 건물 위층에서 ‘살려 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례여중 체육관 임시 대피소에서 이틀째 생활하고 있는 여도영(84)씨는 “지대가 낮기도 했지만, 일평생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며 “섬진강댐과 주암댐 등 동시에 2개 댐이 수문을 열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물이 빠지면서 오일장 상인들은 이날 오전 자신의 가게를 찾았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전날 사시천 제방이 무너져 오일장 인근의 주유소와 숙박시설의 기름도 유출됐다. 진흙탕이 된 상점에서는 기름 냄새와 악취까지 진동했다. 손모(54)씨는 “수돗물이 끊겨 침수된 지하의 물을 퍼서 가재도구와 상품을 씻었지만 도저히 쓸 수 없다”면서 “제대로 쓸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다”며 하늘만 쳐다봤다. 피해가 심했던 화개장터로 가는 15㎞ 도로 곳곳에는 각종 수초와 커다란 나뭇가지 등이 뒤엉켜 있어 전날의 상황을 설명하는 듯했다. 지난 8일 하루 동안 420㎜의 물폭탄이 쏟아져 32년 만에 침수됐던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이날 오전 물이 다 빠졌다. 화개장터 입구에서 식육식당을 하는 김민수(56)씨는 “이쪽 부근은 황토 뻘물인데 갑자기 섬진강댐을 방류하니까 물이 역류하면서 도로를 넘어 시장 쪽으로 들어왔다”며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댐 관리를 잘못한 게 이번 수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을 나타내듯 하동군 직원과 의경, 인근 마을 주민 등 수백명이 복구 작업을 도왔지만 쑥대밭으로 변한 화개장터를 청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하동군의 한 관계자는 “포클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최대한 복구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도로·가옥 등 침수·유실된 시설물이 많다”면서 “정부의 인력과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례·하동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하늘서 본 모리셔스 日선박 기름유출 현장...’인도양의 보석’ 어쩌나

    하늘서 본 모리셔스 日선박 기름유출 현장...’인도양의 보석’ 어쩌나

    ‘인도양의 보석’ 모리셔스가 일본 배 기름 유출 사고로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7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은 일본 소유 벌크화물선 ‘MV 와카시오’ 호가 모리셔스 동남쪽 해안에 좌초하면서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고 전했다. 선박에서 흘러나온 수천 톤의 기름으로 뒤덮인 모리셔스는 그야말로 ‘흑해’(黑海)를 방불케 한다.7일 미국 민간 인공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모리셔스 위성사진을 보면, 선박에서 흘러나온 대규모 기름이 띠를 형성하면서 쪽빛 바닷물이 거무튀튀하게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 수습에 동원된 군경과 팔을 걷어붙인 주민들은 사탕수수 잎을 채운 자루를 띄우는 등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프리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는 좌초된 선박에서 며칠 전부터 흑갈색 기름이 흘러나와 환경적 보전 가치가 높은 일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모리셔스 정부에 따르면 사고 선박에는 4000t에 가까운 기름이 실려 있었다. 선체에 균열이 생긴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름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모리셔스 정부는 일단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주그노트 총리는 “우리나라는 좌초한 선박을 다시 띄울 기술과 전문 인력이 없다”면서 “프랑스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지원을 호소했다”라고 말했다. 모리셔스와 가장 가까운 이웃은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이다. 모리셔스는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다. 사고 선박 ‘와카시오’ 호는 지난 7월 25일 밤 모리셔스 산호초 바다에 좌초했으며, 선주는 일본 오키요 해상 회사와 나가사키 해운으로 돼 있다. 사고 당시 중국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브라질로 가는 중이었다.모리셔스는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난 뒤 천국을 만들었다”라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인도양의 보석, 인도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며 오래전부터 유럽인들에게 최고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했던 모리셔스는 그러나 팬데믹으로 직격탄은 맞은 것도 모자라, 기름 유출 사고까지 겹쳐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간디의 안경 영국 브리스틀 경매 나오는데, 우편함에 기적처럼 배달

    간디의 안경 영국 브리스틀 경매 나오는데, 우편함에 기적처럼 배달

    인도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1869년 10월 2일~1948년 1월 30일)가 썼던 안경이 영국 브리스틀에서 오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 경매에 부쳐진다. 그런데 경매회사인 이스트 브리스틀 옥션에 안경이 배달된 과정이 재미있다. 지금까지 가문 대대로 보관해 온 인도의 주인이 그냥 평범한 하얀 편지봉투 안에 안경을 넣어 붙이는 바람에 주말 동안 경매 회사 바깥 우편함에 방치돼 있다가 지난 3일 아침 직원의 눈에 띈 것이다. 경매사 앤드루 스토는 안경이 경매에 부쳐지면 적어도 1만 5000 파운드(약 2325만원)는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 회사 역사에 가장 중요한 발견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9일 전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밤 우편함에 (배달부가) 넣어뒀는데 3일까지 그야말로 버려져 있었다. 특히 우편함 바깥에 절반이 걸쳐진 채였다”며 “직원 가운데 한 명이 내게 봉투를 내밀었는데 열어보니 간디가 썼던 안경이라고 적혀 있었다. 난 흥미로운 얘기라고 생각하며 종일 살펴봤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간디가 금테에다 동그란 모양의 렌즈가 달린 안경을 쓴 사진과 대조해 보니 틀림없는 진품이란 확신이 들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인도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간디의 진품이 맞는 것 같다며 예상 낙찰가를 말하자 주인이 거의 심장마비에 걸린 것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주인은 친척이 192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간디를 만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해서 두 사람은 날짜들을 꼼꼼이 따져봤다. 심지어 간디가 안경을 쓰기 시작한 날까지 확인했다. 그랬더니 약시 진단을 받은 간디가 생애 처음으로 맞췄던 안경 가운데 한 짝이었을 것으로 짐작됐다. 간디는 원래 자기 물건을 남에게 선뜻 건네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토는 간디의 안경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으며 특히 인도에서 그랬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붙였는데도 온전하게 배달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훔쳐갈 수도, 바닥에 떨어졌을 수도, 아니며 쓰레기통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해고 통보 받은 다음날 로또 12억원에 당첨된 영국 목수

    해고 통보 받은 다음날 로또 12억원에 당첨된 영국 목수

    영국 옥스퍼드셔주 치핑 노턴에 사는 목수 데이비드 애덤스(61)는 지난 일년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인 셸리(52)는 지난해 난치병으로 이름 난 다발성 경화증(MS)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지역사회 돌보미 일을 아주 좋아하고 보람있어 했는데 그만 둬야 했다. 지난 4월에는 형수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2주 뒤에는 형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등졌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에는 급기야 본인이 직장에서 감원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에 곧바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내셔널 로또 복권 당첨에서 100만 파운드(약 11억 8550만원)에 당첨되는 행운이 깃든 것이다. 그날은 까마득히 모르고 지나갔다. 2일 새벽 당첨번호를 대조해보던 그는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새벽 1시 30분이었는데 아내를 깨웠다. “일어났어?”라고 그가 묻자 셸리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지금 이렇게 잘 있잖아.” 남편은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휴대전화를 든 손이 떨리고 있었다. 셸리는 남편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건넨 전화에 뜬 번호는 틀림없이 남편이 온라인으로 늘 적어 넣는 숫자들의 조합이 틀림없었다. 셸리는 전화기를 낚아 챈 뒤 아들 방에 함께 쳐들어가 다시 확인해보라고 시켰다. 물론 셋은 그날 새벽에 다시 잠을 들 수 없었다. 데이비드는 7일 BBC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들이 해고 통보야말로 가장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 부부가 경험한 어려움들에 마지막 점을 찍은 것이었다”면서 “진짜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한데 뭉쳐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놓건 계속 웃으려고 했다. 다음에 인생이 우리를 향해 던져놓는 것이 100만 파운드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첨되면서 그 전에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쇼핑 희망 품목의 맨 윗자리에 있던 포드 몬데오 자동차를 닛산 콰시콰이로 바꾸겠다고 했다. 셸리는 캐나다의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여객기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처음 영국을 떠나보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그녀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라도 “온라인으로만 만나고, 결코 직접 얼굴을 맞대며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캐나다 친구와 친구들이 있다”면서 “난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이 나라를 떠나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여정을 퍼스트 클래스로 처음 해본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다”고 들떠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다만 악’ 맑음, ‘반도’ 흐림, ‘강철비2’는 폭우

    ‘다만 악’ 맑음, ‘반도’ 흐림, ‘강철비2’는 폭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이른바 ‘7말 8초’는 여름 극장가 ‘텐트 폴’로 불린다. 관객 수가 마치 막대기를 올린 텐트처럼 봉긋 솟아오른 것처럼 많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한 해 관객 4분의 1이 몰리는 이 기간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장기간 폭우가 이어지며 관객 발길도 뜸하다.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 이런 속에서 올여름 극장가 승자는 누가 될 것인까. 잘 안 굴러가는 머리지만, 통계와 댓글을 토대로 최대한 분석해봤다. ●<맑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올해 2월부터 침체한 극장가에 ‘천만영화’는 커녕 ‘오백만영화’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나마 ‘반도’가 간만에 좋은 성적을 내며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거세고 치고 올라오고, ‘강철비2’는 예상 외로 힘을 못 쓰면서 지형 정리가 다소 돼가는 분위기다. 올여름 ‘빅3’ 영화 가운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전망이 가장 밝아 보인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개봉 첫날인 5일에만 35만여명을 기록했다. 평일 치고 상당히 좋은 실적이다. 개봉 이틀째에는 28만 5000여명으로 다소 쳐졌지만, 누적 관객 수 63만 5000여명에 이른다. 경쟁작 ‘반도’와 비교할 때 개봉 첫날 스코어가 근소한 차이로 뒤졌지만, 이틀째 누적관객 수 57만 8000여명을 찍은 ‘반도’를 뛰어넘었다. 스타트가 더 낫다는 뜻이다.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 분)과 무자비한 살인마 레이(이정재 분)가 일본과 한국, 태국을 넘나들며 벌이는 광란의 추격전을 담았다. ‘신세계’ 콤비가 7년 만에 다시 만나 화제가 됐다. 특히 7일 실시간 예매율이 55.3%로 절반을 넘어섰다. 기자·평론가 평점이 고작 5.83점이지만, 알다시피 이 평점은 스코어와 상관관계가 현저히 떨어진다. 흥행과 직결한 관람객 평점이 9.12, 네티즌 평점이 8.01(네이버 기준)로 아주 좋은 편이다. 영화에 관한 관람평도 이틀 만에 무려 4500개를 넘어설 정도다. ‘연기는 손색이 없으나, 스토리가 조금 빈약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정재가 지드래곤 같다’, ‘신세계가 흥행한 이유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 이정재’, ‘액션도 쩔고(대단하다는 뜻의 은어) 계속 장소가 바뀌며 치달리는 영화라 지루하지도 않다’는 댓글이 주로 공감을 받았다. 이번 주말에 이어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다음 주말까지 인기가 이어지면 500만도 조심스레 점칠 수 있겠다.●<비> 제목 따라간 ‘강철비2’ ‘강철비2’는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 하다. 올여름 최대 기대작이었지만, 스코어만 놓고 보면 장마철럼 우울하기 짝이 없다. 개봉 첫날인 지난달 29일 관객 수 22만 2000여명으로 다소 미흡한 출발을 보였고, 첫 주말에 각각 27만 3000여명, 23만 1000여명을 기록하더니 그 다음 주 평일부터 11만 3000여명으로 내려앉았다. 개봉 9일째인 6일 평일 관객수 4만 5000여명 수준. 여기에 승승장구하는 ‘다만 악’에 밀려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누적관객수 133만 8000여명으로 200만명 넘기만 바라야 할 지경. 기대작치고는 허무한 결말로 가고 있는데, 왜 그런가 댓글을 살펴보면 대충 ‘느낌 알 수 있는’ 상태다. 네이버 영화평 댓글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너무나 쉽고 허술하게 납치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이 상실 한 번 하고 백악관이 이 사실조차 모른다는 데서 두 번 어이 상실...예의 없고 안하무인의 미대통령의 코미디 캐릭터를 보면서 기대 접고 봄’이란 댓글이 가장 공감을 많이 받았다. 2013년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양우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다소 무리한 스토리, 배우들의 억지스런 연기, 미흡한 액션이 관람객들의 불평을 샀다. ‘관람객 평점 높은 거 알바라고 보면 되요. 개실망(아주 실망했다는 뜻의 은어) 했습니다. 저 배우들을 데리고 이 정도밖에 안되나요?’라는 불만의 댓글이 계속 달리는 점으로 미뤄볼 때, 전망이 밝지 않다. 다만, 기자·평론가 평점은 6.64로 ‘다만 악’보다 다소 높다. 역시나 이 평점은 스코어와 큰 관계가 없음을 다시 입증했다고나 할까.●<흐림> ‘반도’는 500만, 아니 400만 정도? ‘반도’는 500만을 점치기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출발은 좋았고, 이어 나온 ‘강철비2’도 제쳤지만, ‘다만 악’에는 밀리는 형국이다. 영화는 개봉 4일째인 주말(7월 18일)에 51만 6000여명, 다음 날에는 44만 3000여명을 기록했다. 이후 평일에는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행히 경쟁작이 없어 득을 봤다. 주말인 지난달 25, 26일 각각 25만 9000여명, 21만여명이 들어 올해 최대 히트작으로 올라섰다. 천만영화 ‘부산행’(2016)의 4년 뒤를 다룬 속편이다. 2020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고, 북미·프랑스·중남미·대만에 선 판매를 완료해 관심을 끌었다. 전대미문 재난에서 살아남은 정석(강동원 분)은 피할 수 없는 제안에 다시 반도로 들어가고,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더욱 거세진 좀비 떼의 습격을 받는다. 좀비 떼는 강력해졌지만, 전작에 비할 때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부산행 반도 못 따라감. 그래서 반도임’이라는 재치 넘치는 댓글이 유독 눈에 띈다. 이번 달 1일과 2일에 12만 1000여명, 9만 9000여명으로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섰고, 평일은 2만명대로 관객 수가 떨어진 상태다. 6일 현재 누적관객 수 359만 3000여명이다. ‘다만 악’이 치고 나온 상태고, 동력을 잃어버린 잠수함처럼 가라앉은 ‘강철비2’가 예매율 2위를 달리면서 예매율 3위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로선 500만명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래프로만 살펴보면 아마도 다음 주 주말 이후에나 400만명을 넘기고, 곧이어 나올 디즈니 액션 ‘뮬란’에 밀려 ‘화려하게’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송하진 전북지사, 시도지사협회장 취임

    송하진 전북지사, 시도지사협회장 취임

    송하진 전북지사가 6일 제14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송 지사는 이날 오후 영상회의로 개최된 시도지사협의회 제46차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돼 1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전북지사 가운데 처음으로 회장에 선출됐다. 송 지사는 취임사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자치,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실질적 재정분권, 상대적 낙후지역의 가치를 인정하는 통합적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송 지사는 “지방분권을 향한 첫 번째 변화는 지방정부로의 격상을 통한 중앙과 지방 간의 수평적 관계 형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21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한 앞으로 1~2년이 지방분권 강화의 골든타임으로 지방자치법 개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제도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송 지사는 “코로나19 위기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지자체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트 코로나는 산업과 경제뿐 아니라 정치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아울러야 하며 지방분권이야말로 정치 변화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력, 조직, 재원을 중앙에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오랫동안 꿈꿔 온 진정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라도 놓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시도 간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창립됐다. 현재 시도지사협의회의 공동 과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자치제도 개선 ▲재정분권 추진 ▲균형발전 실현 등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공유’하면 더 잘살 줄 알았는데… 노동자 보호장치 없는 사회로 퇴행

    ‘공유’하면 더 잘살 줄 알았는데… 노동자 보호장치 없는 사회로 퇴행

    그야말로 ‘공유경제’의 시대다. ‘플랫폼 경제’, ‘긱 경제’, ‘주문형 경제’로도 불리는 새로운 경제모델은 노동자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 준다. 남 밑에서 이래라저래라 소리 듣지 않고, 돈 벌고 싶을 때 언제든 유쾌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경제 모델이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고, 노동자의 권리도 신장할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사실상 초기 산업사회 모델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노동자는 일한 시간이 아니라 생산량으로 임금을 받는 ‘일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의 안전 역시 뒷전이라 주장한다. 산업재해 보상은커녕, 차별과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개인으로 일하기 때문에 노조 결성 역시 쉽지 않다. 저자는 화려하고 경쾌해 보이는 이면을 들여다보니, 결국 지난 수세기 동안 노동자들이 쌓아 올린 노동자 보호장치들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에어비앤비, 우버, 태스크래빗, 키친서핑 등 주요 공유경제 서비스 4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80명을 만나 이를 증명한다. 최신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저리 뛰지만 결국 큰돈을 벌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플랫폼이 독점적 위치에 올라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져도, 노동자에게 피해가 간다. 이런 현상은 2009년 9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대 침체를 겪으면서 생겨났다고 봤다. 2007년 400만명이던 시간제 근무자는 이후 800만명까지 늘었다. 아웃소싱, 소득의 급변성, 대량 정리해고 등 노동계 이슈가 공유경제에 얽혀 있다. 저자는 공유경제가 노동자의 일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좀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 그리고 각종 보호장치를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갖출 것을 요구한다. 배달·숙박 플랫폼의 갑질 횡포, 그리고 대리기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역시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통합당 “권언유착 국조·특검하자”

    통합당 “권언유착 국조·특검하자”

    미래통합당은 6일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의 연결고리로 떠오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가 한 위원장으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쫓아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당사자인 한 위원장이 이를 부인하자 통합당은 진실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권 변호사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가권력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당사자가 누구인지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명백히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했다면 범죄행위이고, 그야말로 권언유착이 아닐 수 없다”며 “국기문란을 만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들이 권 변호사의 폭로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라”며 “MBC 보도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인지했다면 누구와 공유를 했는지와 부적절한 보도 개입은 없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방송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가 했다는 발언은 ‘윤석열 죽이기’가 단순한 권언유착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정치 공작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권은 한 위원장을 측면 지원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며 “한 위원장 말이 맞다면 권 변호사가 주장했던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어떤 사실을 주장했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사실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 위원장이 설명했고 사퇴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한 위원장의 해명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위원장도 자칫하면 올가미에 걸려들 뻔했다”며 “거짓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조차 미쳐 날뛰는 것 같아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시진핑이 옥수수 밭으로 달려간 사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시진핑이 옥수수 밭으로 달려간 사연

    중국에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비롯해 중국 남부지방 홍수와 북부지방의 가뭄 등 자연재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등 식량 공급에 불리한 요소들이 겹겹이 쌓인 가운데 식량보관창고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부 곡창지대인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국가비축 곡물창고에서 외부인들의 영상 촬영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3일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국유기업인 중국추베이량(儲備糧)관리공사(SINOGRAIN·中儲糧)의 헤이룽장성 자오저우(肇州) 소재 식량보관창고 측이 지난달 27일 “외부인이 휴대전화나 기타 녹음·녹화 장비를 가지고 식량보관창고에 들어가는 것을 금한다”고 공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더욱이 지난달 초 헤이룽장성 자오둥(肇東) 소재 식량보관창고의 곰팡이와 먼지로 뒤범벅이 된 옥수수를 고발하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 사건이 겹친 것이다. 당시 영상에서 외부인 제보자는 “국가비축 옥수수 5000t을 샀는데 옥수수를 비비면 부스러지고 먼지·찌꺼기 등 불순물도 다량 섞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국은 “동영상에 나온 옥수수 수량·품질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며 전체적인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별도의 규정 위반을 들어 직원 3명을 정직 처분한 바 있다. 그 사건 이후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오저우 소재 식량보관창고의 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조치가 나오면서 국가비축 곡물의 보관 불량상태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린(吉林)성 옥수수밭을 찾아 식량안보를 강조한 이후 이번 사건이 터져 옥수수 등 국가비축 곡물의 보관상태 불량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지난달 22일 오후 지린성 쓰핑(四平)시 리수(梨樹)현에 있는 국가바이완무(百萬畝) 옥수수 표준화생산기지 시범구와 루웨이(盧偉) 농기계 업체를 방문해 알곡 생산과 농업 기계화·규모화 운영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대서특필했다. 시 주석의 현지 시찰은 창장(長江·양쯔강) 유역 홍수로 중국 남부지역이 몸살을 앓고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통보하면서 미중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매우 민감한 시점에 이뤄져 관심이 증폭됐다.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95%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수입으로 채운다.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중관계가 급랭한 상황에서 중국의 식량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 주석의 옥수수밭 행보는 미국과의 최악의 상황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로 해석된다. 그의 지린성 현지 시찰이 끝난 후 관영 매체들이 “백성들이 배불리 잘 먹게 하고 식량안보 기초를 다져 중국의 밥그릇을 튼튼하게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비축된 옥수수가 곰팡이가 피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영상은 비축된 곡물들이 과연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중국인들의 걱정을 부채질했다. 여기에다 식량보관창고 안으로 휴대전화를 반입을 금지시키자 국가비축 곡물의 질 저하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되며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추량은 2일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조사 결과 식량 경매·출고가 늘어 현장의 기계 설비가 많고 차량 운행도 빈번해 창고 측이 안전상의 이유로 이러한 조처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다”며 “헤이룽장 지부의 휴대전화 반입 금지 결정은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안전상의 관점에서 볼 때 곡물 보관소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답변도 내놨다. 중추량은 앞서 지난달 14일 “동영상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조사한 결과 옥수수의 양과 품질에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중추량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의혹이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회사 측의 해명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는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녹화 장비와 현장 인원의 안전위험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SCMP도 물론 중국이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고발 영상으로 식량비축분이 충분한 지에 의문이 제기됐고 영상촬영 금지조치까지 나오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곡물 총생산량은 전년보다 0.9% 증가한 6억 6384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곡물생산량이 5년 연속 6억 5000만t 이상을 넘어섰다. 2019년 생산량은 밀 1억 3359만t, 쌀 2억 961만t, 옥수수 2억 6077만t이다. 소비량은 밀 1억 2350만t, 쌀 1억 9410만t, 옥수수 2억 7795만t이었다. 수입량은 밀 349만t, 쌀 255만t, 옥수수 479만t에 이른다. 왕랴오웨이(王遼偉) 국가곡물유(糧油)정보센터 고급 경제위원은 “지난 5년 동안 연속으로 6억 5000만t 이상을 생산해 곡물 자급률이 95% 이상에 이르고 있어 식량 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14억 인구에 대한 안전한 식량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며 막대한 곡물 비축량이야말로 국가 식량안보를 보장해주는 핵심이라고 자랑해 왔다. 2000년대 들어 농업과 식량정책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그러나 2004년부터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중국이 대두와 밀 등의 곡물의 상당량을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14억 인구의 식량안전을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이에 2004년부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1호문건’(1號文件·당해 연도 핵심 국정과제)에는 항상 농민과 농업, 농촌의 ‘삼농’(三農)문제가 포함돼 있고 2014년에는 ‘식량안전보장시스템 확보’까지 추가되기도 했다. 이 문건에서 “새로운 정세에서 중국은 식량안보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 손으로 받들고 있어야 하는 것은 치국(治國)의 기본 개념”이라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국내 자원 환경과 식량 수급구조, 국제 무역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급자족의 원칙 하에 식량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적정 수준의 수입 및 관련 기술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중국이 옥수수와 밀, 쌀 등을 적절한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 곡물로 지정해놓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국가비축 곡물 규모는 비밀로 유지해 왔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지난해 내놓은 식량안보백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국가비축 곡물 물량은 모두 9억 1000만t에 이른다. 주요 곡물 비축량을 보면 밀 1억 100만t, 쌀 1억 7500만t, 옥수수 1억 2300만t이다. 옥수수는 2019년 2억 7800만t의 소비량 중 사료용으로 63%가 쓰였고 식용으로 6%, 공업용으로 30%가 사용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이후 중국의 옥수수 선물 가격은 30% 가까이 치솟아 옥수수의 국내 공급 부족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193만 7000t의 옥수수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옥수수 구매를 강화했다. 불과 2주 전에 미국산 옥수수 176만2000t을 사들인 데 이은 것이다. 마원펑 베이징 둥팡아이거(東方艾格) 농업컨설팅 수석 분석가는 옥수수 가격 폭등은 공식 통계나 논평과는 달리 여름 곡물의 총생산량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여름 곡물 생산량이 1년 전보다 최대 4.6% 감소한 1억 3517만t에 그쳐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송하진 전북지사 제14대 시도지사협의회장 취임

    송하진 전북지사 제14대 시도지사협의회장 취임

    송하진 전북지사가 6일 제14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송 지사는 이날 오후 영상회의로 개최된 시도지사협의회 제46차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돼 1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역대 전북지사 가운데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사례는 송 지사가 처음이다.송 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자치, 재정격차를 완화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실질적 재정분권, 상대적 낙후지역의 가치를 인정하는 통합적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송지사는 “지방분권을 향한 첫 번째 변화는 지방정부로 격상을 통한 중앙과 지방 간의 수평적 관계 형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지방분권을 현실화하려면 반드시 재정격차 완화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21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한 앞으로 1~2년이 지방분권 강화의 골든타임으로 지방자치법 개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제도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 지사는 “코로나19 위기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지자체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트 코로나는 산업과 경제 뿐 아니라 정치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아울러야하며 지방분권이야말로 정치 변화의 핵심”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력, 조직, 재원을 중앙에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17개 시도의 공동 번영을 이루도록 시도지사협의회를 이끌어야 하는 회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오랫동안 꿈꿔온 진정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라도 놓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시도 상호간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지방자치단체 공동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창립됐다. 현재 시도지사협의회의 공동과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자치제도 개선 ▲재정분권 추진 ▲균형발전 실현 등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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