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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해외서 온 가족, 공항 마중 나가지 마세요/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기고] 해외서 온 가족, 공항 마중 나가지 마세요/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지난 3월 19일 저녁 미국에 체류하던 한 20대 남성 A씨가 입국했다. 발열·콧물 증상이 있었던 A씨는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의뢰했다. 입국 전 부모에게 “절대로 마중 나오지 말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호텔에 머무르라”고 당부했다. 택시를 타고 수원 집으로 가며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연락하려고 기사의 연락처를 메모했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마스크도 벗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진단 검사 결과가 나왔고 ‘양성’이었다. 역학조사 결과 접촉자는 없었다. 수원시의 첫 번째 ‘검역소 확진환자’ 얘기다. A씨는 그야말로 ‘확진환자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해외 입국자가 A씨처럼 행동한다면 추가 감염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수원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증상 해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입국자가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2일 머무를 수 있다. 증상이 없는 해외 입국자 144명이 입소했고,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분들이 공항에서부터 격리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생활했다면 2차 감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정부에 건의한다. 모든 해외 입국자가 검체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임시생활시설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자가격리’만으로는 가족 간 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하기 힘들다. 중앙정부가 시설을 운영하기 어렵다면 광역 차원에서라도 해야 한다. 무증상 해외 입국자가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해외에서 입국한 분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항에 마중 나온다는 가족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가족은 다른 곳에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과 지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만 참아 달라. 가족을 위해, 지인을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가격리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주시길 바란다.
  • 美 확진자 몰린 뉴욕으로 향한 의료진…분투 앞두고도 환한 미소

    美 확진자 몰린 뉴욕으로 향한 의료진…분투 앞두고도 환한 미소

    세계 최대 코로나19 감염국으로 떠오른 미국,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뉴욕으로 의료진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에는 애틀랜타 의료진 29명이 뉴욕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목숨을 건 분투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대변인은 30일 CNN에 “비행기에 탄 의료진은 모두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싶어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승무원들이 찍은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의료진이 뉴욕으로 향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31일 현재 뉴욕주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7325명, 사망자는 1342명이다. 미국 내 감염자의 40%가 몰려있는, 그야말로 사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환한 미소와 함께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의료진의 모습은 감동을 넘어 숙연함마저 들게 한다. AP통신은 애틀랜타 지역 병원 소속인 이들이 코로나 사태 진압을 위해 뉴욕 라과디아공항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고 전했다. 항공사 측은 “우리 모두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영향권에 있지만, 의료 전문가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면서 “이 용감한 사람들은 엄청난 위험에 노출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보다 환자를 우선에 두고 있다. 그들의 사심 없는 희생은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등불과도 같다”고 박수를 보냈다.또 “의료진의 용기가 나와 내 가족, 친구와 동료, 이웃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싸울 기회를 부여한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뉴욕행이) 쉬운 일이었다면 누구든 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매일 같이 뉴욕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뉴욕주는 현재 휴교령과 외출금지령 등 봉쇄 조치를 취하고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시 명소인 센트럴파크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임시 병원이 들어섰으며, 1000개 병상과 12개 수술실을 갖춘 미 해군의 병원선 ‘컴포트’호도 가동에 들어갔다. 한편 미전역의 코로나19 환자는 16만4253명이며, 사망자는 3167명으로 집계됐다.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노동시인의 일갈 “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

    노동시인의 일갈 “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

    ‘현관문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올 필요 없답니다 민주화가 되었답니다/민주화되었으니 흔들지 말랍니다/민주 정부 되었으니 전화하지 말랍니다/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겨울비 온다/어깨에 머리에 찬비 내린다 배가 고파온다/이제 나도 저기 젖은 겨울나무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48~49쪽, 시 ‘겨울비’ 일부)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백무산(65) 시인이 열 번째 시집을 냈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다. 대기업 공장노동자 출신의 시인은 1984년 무크지 ‘민중시’로 데뷔한 이래 줄곧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다. 시작 36년을 맞는 시인은 그간 노동 현실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나 생태 문제 등으로 시 세계의 폭을 넓혀 왔다. 가령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시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과 전복적 사고를 보여준다. 그는 ‘혁명의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정지의 힘’을 예찬하면서 이것이야말로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58쪽, 시 ‘정지의 힘’ 일부)를 찾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저항하는 방법도 그와 다름 없을 것이다.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시인은 현실 정치는 소모적인 일상, 스스로를 소외하는 지친 삶에 기생하고 그러한 현실을 재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인이 그러한 제도권 정당정치에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위임하고, 수동적으로 동원되는 일은 문학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시인 자신은 향후 삶의 계획에 대해 “별 수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란다. ‘죄 없는 자들일수록 더 많이 참회하고/적게 먹는 자들이 더 많이 감사하고/타락하지 않은 자들이 더 많이 뉘우치고/힘들여 사는 자들일수록 고행의 순례길을 떠나고/적게 살생한 자들이 더 많이 속죄한다는//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그것이 나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20쪽, 시 ‘히말라야에서’ 일부) 그가 ‘별 수 없는 삶’ 속 열 권의 시집을 낸 지난 36년이, 그에게는 무감동이라지만 읽는 이에게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132쪽. 9000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다시 대만 받아들일까요?” 전화 끊어버린 WHO 사무부총장

    “다시 대만 받아들일까요?” 전화 끊어버린 WHO 사무부총장

    “세계보건기구(WHO)가 대만을 다시 회원국으로 받아들일까요?” “……(무려 10초가 흘러감) 미안, 이본느, 당신 질문이 잘 들리지가 않네요.” “다시 질문 드릴게요.” “아니, 괜찮아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시다.” “제가 궁금한 것은 대만과 대만 사례에 대해 다시 WHO가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뚝” 대만은 중국이 사용한 것과 같은 권위주의적 봉쇄 정책을 동원하지 않고도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지만 WHO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대상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영국 BBC가 3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앞의 상황은 홍콩의 RTHK 방송이 생중계로 연결한 브루스 아일워드(캐나다) WHO 사무부총장과의 인터뷰 도중 발생한 방송사고급 사달이다. 이본느 통 기자가 재차 물어보는데 아일워드 부총장은 아예 잘 들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굴다가 아예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통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대만의 조치에 대한 평가를 해줄 수 있는지 묻자 아일워드는 그제야 답한다. “그래, 우리는 이미 중국에 대해 얘기했잖아요.” WHO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공박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대만의 국제정치적 위상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대만인은 스스로 독립국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국제법으로는 중국에서 떨어져나간 섬에 불과하다. 아일워드의 마지막 발언은 이를 함축한다. 유엔이 승인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보건회의(WHA) 승인을 받지 못해 WHO에 가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만은 WHO의 긴급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 대한 전문가 브리핑에서도 배제돼 있다. 대만 관리 스탠리 카오는 최근 WHA의 정례 회의에도 참석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베이징 당국과 사이가 좋았던 과거에 대만은 WHA에 옵저버로 참여했지만 양안 관계가 나빠지면서 옵저버 지위를 잃었다. WHO는 대만을 중국 통계에 집어넣어 다루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견을 제기하는데도 WHO는 미국이 탈퇴한 틈을 메우며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한 중국이 “세계를 위해 시간을 벌어줬다”는 식으로 달래는 데 급급한 반면 대만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신디 수이 BBC 타이베이 특파원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건강돌봄 체계를 갖춘 대만이야말로 WHO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나라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지금은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고 대만의 경험은 훌륭한 전범이 될 수 있는데 WHO가 애써 무시한다는 서운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대만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WHO와 의견 충돌을 빚었다. 중국 우한에서 감염이 시작됐을 때 일대일 감염이 가능한지 문의했는데 WHO가 일절 반응을 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중국에서 급속히 감염병이 도졌다고 대만은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재빠르고도 결단력 있는 봉쇄 전략으로 초기 확산을 차단했고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자신들의 경험이 WHO를 통해 많은 나라들에 공유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중국발 여객기 운항을 금지하고 여행객들을 의무 격리함으로써 지역사회 전파를 막았으며 격리된 이들을 철저히 감시했다. 홍콩 대학 감염내과의 벤저민 카울링 교수는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집중적인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해 효율을 높이고 접촉자 동선을 추적하고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를 잘 해냈다”고 말했다. 인구 2400만의 대만은 31일 오전 7시 39분(한국시간) 현재 확진자가 306명, 사망 5명 밖에 되지 않는다. 훨씬 인구가 적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견줘 극히 미미한 숫자다. WHO는 대만의 지위를 둘러싸고 직원들이 발언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는데 대만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 부족해 보인다. 조지프 우 대만 외교부 장관은 그다지 외교적 인물이 아니었는데 에일워드 부총장 인터뷰를 보고 “와우, WHO 안에선 ‘대만’을 입에 올리면 안된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고든 창은 “사임, 브루스 아일워드, 사임”이란 트윗을 날렸다. 물론 웨이보를 통해 인터뷰를 본 중국인들은 아일워드의 대응에 환호를 보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기침예절과 손씻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기본 수칙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기침예절과 손씻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기본 수칙

    코로나19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나와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 수칙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뻔한 잔소리처럼 들려도 할 수 없다. 손씻기와 기침예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여러 해 전부터 기침예절과 손씻기를 강조해 왔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침예절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침방울과 콧물 방울이 주변에 퍼지면서 그 안에 포함된 병균도 같이 공기 중에 떠돌게 된다. 침과 콧물이 잘게 부서지면서 아주 작은 물방울을 형성하는 것을 비말이라고 한다. 비말은 대개 크기가 500마이크로미터 이하다. 큰 비말은 반경 2m 이내 공중에 잠시 머물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실험에 따르면 재채기로 인한 비말은 9m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또한 비말의 크기가 수분의 증발에 의해 더 작아지고 적절한 환기 시스템을 타면 좀더 멀리, 좀더 오래 공중에 머물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중에 3시간 정도 머물 수 있다고 한다. 비말이 형성된 공간이 좁고 폐쇄적이라면 감염 위험은 더해진다. 비말이 더 작아지면 직경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비말핵으로 남아 폐의 가장 깊은 곳인 폐포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비말핵에 의한 대표적인 감염병이 결핵, 홍역, 수두 등이다. 코로나19는 비말핵보다는 비말 상태로 감염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처음 알려진 바이러스인 만큼 특성을 단언하기는 섣부르다. 우리가 기침예절을 잘 지킨다면 바이러스가 주변 환경에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므로 서로를 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진 국민의 예절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손씻기의 중요성이다.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로부터 나온 바이러스가 수시간 공중을 떠돌다 바닥으로 내려앉으면 각종 생활용품에 묻어 우리의 손으로 옮겨 간다. 식탁, 소파, 책상, 의자, 문고리 등에 묻어 있던 병균은 씻지 않은 손으로 코, 입, 눈을 만질 때 점막을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이를 접촉감염이라고 한다. 유행성결막염의 유행 시기에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면서도 자신은 눈병에 걸리지 않는 안과의사는 손을 철저히 씻을 뿐만 아니라 절대 손을 얼굴에 올리지 않아 접촉감염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독감을 비롯한 다양한 폐감염 환자를 진찰하는 필자도 청진 전후에 반드시 소독액으로 손을 닦는다. 진찰 뒤에는 다음 환자를 위해 청진기도 닦아 둔다. 호흡기로 전파되는 감염증인 감기, 독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이 직접 호흡기로 들어가서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손에 묻은 바이러스로부터 발생하는 접촉감염도 매우 중요한 감염 기전이다. 다시 강조한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습관이야말로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행동이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 시인’도 그렇게 낮고 겸손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 시인’도 그렇게 낮고 겸손하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 이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와 파급력이 입증된 이른바 ‘국민 서정시’다. 나태주 선생은 그동안 이처럼 맑고 고운 빛깔을 띤 순정의 서정시를 써 왔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의 시를 읽으면 우리는 그 안에 들어앉은 사물들이 밝은 화음으로 출렁이고 있는 힘을 느끼게 된다. 그 출렁임은 어느새 말과 사물 사이를 채우는 가벼운 파동으로 천천히 옮겨 간다. 선생은 모든 존재자들의 만남이 그 자체로 최초이면서 최후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행복’)만으로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노래해 왔다. 이름 없는 풀꽃의 발뒤꿈치에서 세상의 가장 가난하고 오랜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깊이를 시로 써 온 것이다. 그래서 나태주 선생의 시는 자연을 닮아 선명하고, 선생 스스로를 닮아 간결하고 명료하며,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닮아 은은한 서정의 품격을 놓치지 않는다.●등단 50년을 맞는 ‘풍금’과 ‘자전거’의 시인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됐으니 선생은 올해로 등단 50년째를 맞는다. 심사를 맡았던 박목월 선생이 결혼 주례까지 서 주었다. 그러고 보니 박목월의 시와 나태주의 시는 그 핵심에서 꽤 닮은 것 같다. 작고 애잔한 자연 풍경에서 길어 올리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짧고 투명한 언어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나태주의 시는 낮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에만 들려오는 미세한 음성에 귀 기울이는 깨끗하고 단정한 기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때 선생에게 특별히 어울려 보이는 소도구가 두 개 있는데 그것이 바로 ‘풍금’과 ‘자전거’이다. 1964년 초등학교 교사가 돼 43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으니 ‘풍금’은 선생에게 거의 신체의 일부와 같다. 지난해 공주에서 개최된 제2회 풀꽃문학제에서 선생은 참가자들과 함께 ‘풀꽃’을 풍금 연주에 맞춰 세 번 불렀다. 선생의 풍금 연주는 우리에게 한없는 향수와 그리움의 순간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전거’의 시인이기도 하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라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잠시 멈춰 발 아래 본다/봄 되어 어렵게 찾아온/반가운 손님들/민들레 냉이 제비꽃”(‘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2’) 같은 시를 그는 벌써 썼다.“풍금과 자전거는 한없이 느리고 또 깊잖아요. 제 시가 낮고 작은 세계를 그리지만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맑은 물을 넣어 흘러넘치게 하고 싶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배워야 해요. 그 충분함이 다른 곳으로 넘쳐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게 제 시가 가진 목표지요.” 괴테가 말했다는 “좋은 시는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청년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선생은 어느새 인생이 돼 버린 자신의 시에 대한 한없는 자긍과 감사함을 표현한다. 선생은 2009년부터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했다. 2014년부터는 ‘풀꽃문학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문학관 건물은 일제강점기 다다미방의 흔적을 간직한 것으로, 지은 지 120년 정도 된 지방문화재 건물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선생은 이곳에서 풍금을 치고 자전거를 타면서 우리 서정시의 가장 빼어난 고전들을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작고 섬세한 자연과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사물의 빛나는 심층을 바라보는 선생의 시는 아름다운 노래를 지나 간절한 기도로 천천히 몸을 바꾸어 간다. 풍금 소리와 자전거의 느린 흐름이 풀꽃문학관을 낮고 잔잔하게 감싸고 있듯이 말이다.●한국시인협회를 맡다 올해 초 나태주 선생은 ‘한국시인협회’라는 대한민국 대표단체의 장을 맡게 됐다. 한국시인협회는 1957년에 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발족한 단체로 문학의 자율성을 금과옥조로 삼아 왔다. 그런데 협회 평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나태주 선생을 제43대 회장으로 추대한 것이다. 이 또한 박목월 선생과의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데, 박목월 선생은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고 기초를 굳힌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추천한 시인들 가운데 여러 분이 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저는 어려서 시를 공부할 때부터 시인은 이름에서도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학단체, 그야말로 종갓집 같은 문학단체인 한국시인협회 일꾼으로 불려 나갔으니 시인협회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향기가 나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때 ‘향기’는 자신을 표현하기는 하되 타인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하나가 돼 어울리는 것을 말하는 것일 터다. 한국시인협회가 그런 향기로 하나가 되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하면서 선생은 그러기 위해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업을 해 보고 싶고 선배 시인을 높이 받들고 동료 시인이나 후배 시인들과 우정으로 동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생의 성정과 시적 지향이 그런 목표를 충분히 가능하게 할 것이다.●재난의 시대, 시의 위상과 역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인류 전체의 위기를 느끼게 됐다. 이러한 재난의 시대에 ‘시’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일까를 여쭙자 “시인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라면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 위로하고 축복하고 응원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더욱 그런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울어야 할 일이 있으면 함께 울고 걱정할 것이 있으면 함께 걱정해야 합니다.” 선생은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하고 격앙된 심정이나 침체된 마음을 보살피는 데에는 시보다 더 좋은 문화 양식은 없다고 말했다. 시인들이 나서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분들은 잘 아는 일이지만, 선생은 10여년 전에 죽음의 바로 직전까지 갔다.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누구보다도 바쁘고 의미 있게 산다. 최근에는 강연과 집필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치면서 역동적인 문학 인생을 보여 준다. 새삼 선생이 생각하는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다. “시인은 혼자서 시인이 아닙니다. 독자와 더불어 시인입니다. 독자들이 ‘당신은 시인입니다’라고 인정해 줄 때만 시인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독자를 의식하면서 시를 써야 합니다. 독자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하고도 폭넓은 반향을 얻어 왔다. “시인은 결코 산상의 도인이나 선민이 아닙니다. 시정에서 독자들과 어울려 부대끼며 살면서 함께 울며 함께 괴로워하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테두리 그 어름에 머물며 양쪽 세상을 살피면서 끊임없이 슬퍼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선생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찾는 시인이 되게끔 해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선생은 ‘조그만 사랑’이 ‘풀꽃’ 같은 세상을 향해 글썽이는 시간들을 함께해 갈 것이다.●‘동행’의 시인 계획을 여쭈었다. “우선은 기존의 사업, 이른바 정례적인 사업을 먼저 살피겠습니다. 그런 뒤에 독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거창하고 외형적이며 과시적인 사업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시인협회가 할 수 있는 사업은 내면적이면서 심정적인 사업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생의 계획이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서나 풀꽃문학관 주인으로서나 아름다운 파문을 남기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시를 사랑하고 아끼게끔 해갈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몇 해 전 여름 선생과 나는 미국 재미시인협회 초청으로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가 열흘 정도 머물면서 꼼짝없이 시공간을 함께했다. 지면으로는 이미 익숙한 분이었지만 실감을 함께 나누는 일은 처음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선생은 그곳 문인들을 많이 만났다. 밤에 찾아오는 이들을 호텔 로비로 나가 만나 주고, 일일이 그림을 곁들인 시를 친필로 써 주었다. 한 터럭도 거절이 없고 모든 순간을 동행하는 선생의 모습에 그곳 문인들은 적잖은 감동과 신뢰를 선생께 건네곤 했다. 이래저래 선생은 ‘동행’의 시인이다. 선생께서 건강을 잘 지키면서 멋진 회장으로 멋진 시인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기를 마음 깊이 소망해 본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 텅 빈 광장과 진열대…“집에 음식 충분하냐고 안부 물어요”

    텅 빈 광장과 진열대…“집에 음식 충분하냐고 안부 물어요”

    전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잠잠했던 유럽과 미국마저 초비상 상황에 놓였다. 특히 영국은 유럽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5번째로 많으며 전세계에선 8번째로 많다. 지난 30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 9522명으로 사망자는 1228명에 이른다. 우리나라(확진자 9661명, 사망자 159명)보다 무려 약 1만명 많다. 현지 영국에서 생활하는 우리 유학생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김지민(30)씨가 서울신문에 보낸 편지를 31일 공개한다.월요일인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대학원 지도교수님과 늘 하던 회의를 했고, 주중에는 늘 하던 대로 연구 일정에 따라 일을 했다. 주말인 지난 28~29일에는 운동을 하고 책을 읽었다. 고대하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을 감상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 모든 것을 ‘집안’에서 ‘홀로’ 했다는 점이다. 30일은 영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 31일 이후 60일째이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외출금지령’(록다운·lockdown)을 선언한지 8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19일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파스타, 통조림과 같은 보존식품, 휴지와 같은 생필품이 있던 진열대는 이달 초부터 비기 시작했지만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진열대마저 텅 비어 있을 줄은 몰랐다. 슈퍼마켓 서너 군데를 다녀서 생수 4병과 멸균우유 1병, 사과 4개, 오렌지 2봉지를 겨우 살 수 있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고, 쌀 2포대가 있어서 맨밥만 먹어도 한 달 정도는 버틸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슈퍼마켓의 모든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요즘 지인들과 “집에 음식은 충분하니?”라는 말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위를 확인한다. 날이 화창하다가도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오는 영국의 날씨처럼 하루하루 거리의 모습이 급변했다. 가게들과 박물관·미술관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학회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급기야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영국대사관을 포함해 25개국 41개 재외공관에서의 선거사무를 다음 달 6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영국 의료진들은 “난 당신을 위해 직장에 머물테니 당신은 날 위해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호소했다. 초기 대응에서 ‘집단면역’(집단의 대부분의 사람이 감염병에 걸리고 그 결과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 감염병 확산을 막는 전략) 운운하며 아이들의 휴교령조차 미루던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어이 6600명을 넘어서자 지난 23일 외출금지령을 선언했다. 영국의 공공의료는 장비도, 시설도, 인력도 부족해서 사설병원에 돈을 줘서 병상을 빌리고 있고, 은퇴한 의료진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현재 111(코로나19 핫라인)은 불통이고, 진단키트도 모자라 경미한 증상자는 검사도 못 받고 자가격리 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만 받고 있다. 지난 26일 저녁 8시 사람들은 각자의 발코니나 창문에서 일선에서 고생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 다함께 손뼉을 치는 캠페인을 벌였다. 화가 났다. NHS는 평소 의료진 확충 및 재정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영국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몰랐던 게 아니다. 결국 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영국 공공의료의 곪았던 고름을 터트린 셈이다. ‘모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 떠올랐다. 목 안쪽을 긁은 면봉을 ‘다우닝 10번가’(총리 관저)로 보내면 된다는 내용이다. 과연 영국인들다운 유머라고 생각했으나 지난 27일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인들은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영국 정부는 국민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NHS를 이번에야말로 재정비하고자 할까. 아니면 백의를 입은 영웅들을 찬양하며 박수만 보내고 마는 것은 아닐지. 정리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전자개표 무산시킨 48.1㎝ 투표용지

    21대 총선일인 다음달 15일 전국 투표소에서 각각 2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든 유권자들은 너무도 기가 막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것 같다. 지역구 투표용지 외에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는데 그 길이가 무려 48.1㎝에 이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한 정당은 모두 35개나 된다. 21개 정당이 나선 4년 전 20대 총선 때 33.5㎝짜리 투표용지에 기표했는데 이번엔 그때보다도 훨씬 길어졌다. 기계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여서 전자개표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최다 정당의 총선 참여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쉽게 하려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소수의 목소리 역시 국민 여론의 한 부분인 만큼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수렴되는 것이 당연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통해 오히려 소통과 통합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온갖 꼼수를 부리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급조하고, 이로 인해 비례대표 무용론까지 또다시 제기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긍정적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 벌써부터 의문이다. 실제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라는 해괴한 행태를 서슴지 않았던 양당은 마지막까지 꼼수를 주저하지 않았다. 통합당은 추가로 의원들을 보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었다. 이로써 한국당은 혈세로 주는 선거보조금 55억원을 추가로 챙기게 됐다. 민주당은 또 어떤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애초 정의당에 뒤진 기호를 부여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기어코 지역구 의원 1명을 추가로 민주당에서 ‘대출’받아 선거판을 흔들었다. 국민의 참정권 훼손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가 초래한 기형적인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그야말로 ‘듣보잡’ 정당들도 수두룩하다. 1명만 후보로 낸 정당이 2개, 2명의 후보만 낸 정당이 무려 11개나 된다. 함량 미달의 후보들도 부지기수다. 비례대표 후보 10명 중 3명이 전과자로 밝혀졌고, 살인죄로 복역한 후보까지 있다니 이런 사람들을 앞세운 정당이 과연 공당(公黨)인지 의문이다. 이 정도면 유권자들을 기망(欺罔)하는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렇잖아도 수작업 개표로 인해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고 한다. 향후 공익 차원에서 위성정당을 비롯한 급조 정당의 총선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등이 맞물리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종 감염병에 고통받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2002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플루까지는 7년이 걸렸지만 2015년 메르스까지는 6년, 2020년 코로나19까지는 5년이 걸렸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3~4년 만에 또 다른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메르스 후 5년 만에… 유행주기 점점 빨라져 최근 대규모로 유행한 감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을 말한다. 병원체가 공격 목표를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사람의 몸속에 자리잡는 데 성공하면 새로운 질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야생 물새에서 시작해 몇몇 가축을 거쳐 1918~1920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독감’도 마찬가지다. 라임병, 웨스트나일병, 광견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탄저병, 라싸열, 니파 바이러스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 세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질환의 75%가량이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졌다. 희한한 신종 질병이 있다면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동물에게서 옮겨온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사람에게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어 한번 걸리면 전파가 빠르고 치사율도 높다. 조류독감의 치사율은 무려 60%에 이르고, 메르스는 30~40%, 에볼라 바이러스는 50~70%나 된다.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낮은 대신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도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전파 속도가 빨라 발생 두 달여 만에 전세계에서 56만 7000여명(28일 기준)을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동물과 인간의 ‘종(種) 간 장벽’을 뛰어넘어 이런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든다. 미국의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는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환경 및 자연의 순환과정 파괴가 신종 감염병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이 계속되는 한 신종 감염병은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감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을 변형해 ‘에코데믹’(eco-demic), 즉 환경감염병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 학자들도 에코데믹의 출현을 경고해왔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 정석찬 연구관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림자원의 훼손으로 인한 매개체(모기, 쥐 등) 증가, 화학물질의 오염에 의한 숙주동물(인간 등)의 면역기능 약화, 매개 동물 및 병원체 이동의 증가에 따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도 환경 파괴가 신종 감염병 확산을 부른 사례였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는 염기서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사촌뻘이다. 이보다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게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인간에게 직접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중간 숙주인 낙타로 알려졌다. 사는 곳이 다른 낙타와 박쥐는 원래 만날 일이 없는 동물이지만 자연 파괴로 박쥐들이 마을로 넘어와 낙타와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후 낙타 안에서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파되기 쉬운 형태로 변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코로나19는 천산갑이란 포유류가 사람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을 방문해 코로나19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전문가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시작돼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름도 생소한 천산갑이 사람과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사람들이 천산갑을 보양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란 가설이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란 책에서 “나무가 벌목되고, 토종 동물들이 도살 될 때마다 그들의 몸에 깃들어 살던 미생물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며 “밀려나고 쫓겨나 서식지를 빼앗긴 기생적 미생물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바이러스에게 77억명을 웃도는 인류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2100년이면 109억명으로 최대치에 이를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데다 조류처럼 멀리 이동할 수 있으니 숙주로 삼기에 제격이다. ‘전염병의 세계사’ 등을 쓴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인구는 최근까지도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25~27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며 “굶주린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더라도 수십억 인체는 기가 막힌 서식지이며, 인체에 침입해 적응할 수만 있다면 기가 막힌 표적”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천연두를 완전 퇴치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퇴치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 숙주가 없는 한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으면 이론적으로는 박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예외다.●‘사람만 감염 ’ 천연두·소아마비 퇴치 성공 천연두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었다. 오직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 WHO가 전 세계적으로 전개한 천연두 퇴치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외에는 어디서도 번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소아마비도 마찬가지다. WHO는 국제적으로 소아마비 박멸운동을 시작해 전 세계 소아마비 환자 수를 99%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 외에는 달리 숨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백신으로 인간이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인수공통감염병의 병원체는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원래 숙주인 박쥐나 천산갑에,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낙타에, 뎅기 바이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 몸에 도사리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재등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병률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일부에서 인구의 60~70%가 감염되면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얘기한 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23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에서도 인구의 70% 정도가 집단적으로 감염되면 면역이 형성돼 나머지 30%의 인구에는 더 이상 추가 전파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되면 면역력을 갖게 되고, 이런 사람의 비중이 커질수록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감염병을 종식시키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이론으론 가능할지 몰라도 정책으로는 부적합하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아 운 좋게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은 염기쌍(유전정보 조각들)이 평균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적은 유전자 한계를 극복하고자 바이러스는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치명률을 낮추는 것 밖에 답이 없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정부가 ‘생활방역’을 이야기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염병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완전 정복은 요원한 숙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9일 전화인터뷰에서 “이번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리 끝난 것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생활화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침 예절 지키기와 마스크 착용,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만 잘 지켜도 감염병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피하는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재명, 진중권에 “조국 비난, 쓰러진 사람에 발길질”

    이재명, 진중권에 “조국 비난, 쓰러진 사람에 발길질”

    페이스북 통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비판“조국 인생과 운명을 건 재판에 시달려야 할 사람”“교수님 팬으로서 냉정 되찾길…”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향한 공격을 멈추라는 뜻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조 전 장관은 원하든 원치 않든 최소 2~3년간은 인생과 운명을 건 재판에 시달려야 한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며 “조 전 장관의 유무죄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이제 조 전 장관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지난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조 전 장관의 유무죄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별론으로 하고 그분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당하지 않아도 될 잔인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을 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하며 “무죄추정원칙은 차치하고라도 흉악범조차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인권이라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진 전 교수의 발언을 지적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조 전 장관과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향해 “(웅동학원, 동양대 증명서 발급보다) 더 파렴치한 일도 있었다”고 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어디서 들은 말인지는 몰라도 구체적 근거도 없이 더 파렴치한 일도 있었다는 진 교수의 주장은 그야말로 마녀사냥의 연장이자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또 “쓰러진 사람에 발길질 하는 것 같은 진 교수 말씀이 참 불편하다. 그렇게 잔인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은 산처럼 많다”며 “진 교수가 뭔가에 쫓기시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할 일에 집중하고 누군가를 공격하더라도 선을 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는 “진 교수나 조 전 장관이나 저나 모두 남은 인생 길지 않다. 제 주장 내세우며 뭔가 도모하는 날은 그보다 훨씬 짧을 것”이라며 “모두가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라 믿는다. 먼 훗날 오늘을 되돌아보면 작은 일에 너무 매달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아니 어쩌면 기억조차 희미한 일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님 팬의 한 사람으로서 교수님께서 냉정을 되찾아 과거의 멋들어지고 명철한 논객 진중권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적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미통당 김병준 후보 ”노무현 정신은 한 정파가 독점할 수 없다”

    세종시 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병준 후보는 27일 “노무현 정신은 한 정파가 독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세종호수공원 내 노무현 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과 통합을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 어록이 적힌 비석을 가리키며 “투쟁의 정치가 아닌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후보는 “일부 세력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독점하려고 시도하는데 그거야말로 ‘노무현 팔이다’”라고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안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어 받아 노 전 대통령이 꿈꾼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동안 비례정당과 조국 사건 등을 통해 보인 모습이 공정과 정의의 정신인가“라며 “노 전 대통령이라면 위성 정당이나 연동형 비례대표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자치와 분권 관련 법이 나온 게 없고 노무현 정부와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며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은 지금과 같은 행정기능의 단순한 이전을 넘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후보는 후보등록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노무현 기념공원을 택하는 등 시종일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시민 10여명이 ‘이제 와 노무현 대통령님을 들먹이시나요’ ‘팔색조는 누굴까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한 시민은 “참여정부에서 일한 사람이 미래통합당으로 가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강준현(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는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文 “서해 영웅 애국심 이어갈 것” 천안함 10주기 ‘서해수호의 날’ 첫 참석

    文 “서해 영웅 애국심 이어갈 것” 천안함 10주기 ‘서해수호의 날’ 첫 참석

    “강한 안보로 항구적 평화 이루겠다”코로나19 국가 위기에 애국심도 강조전날 천안함 피격 10주기 추모식 열려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전날 26일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한국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피격 10주기였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맞서며 우리의 애국심이 ‘연대와 협력’으로 발휘되고 있음을 확인한다”면서 “우리의 애국심은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가장 강한 안보가 평화이며, 평화가 영웅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도 역설했다. 文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애국심이 연대와 협력으로 발휘”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55용사를 기리는 날로, 2016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후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를 위한 장병들의 헌신을 기리며 정부의 ‘강한 안보를 통한 항구적 평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일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맞서 애국심에 기반한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참석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애국심으로 식민지와 전쟁을 이겨냈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뤄냈다”면서 ‘연대와 협력’으로 우리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으며 그 힘은 국토와 이웃과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애국심으로부터 비롯됐다”면서 서해수호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떠올렸다. 이어 “총탄과 포탄이 날아드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영웅들은 불굴의 투지로 최후의 순간까지 군인의 임무를 완수했다. 영웅들이 실천한 애국심은 조국의 자유와 평화가 됐다”면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이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文 “간호장교·군의관 대구 달려가…애국심이야말로 가장 튼튼한 안보”문 대통령은 한주호 준위,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 등 희생 용사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초유의 위기 앞에서 우리 군과 가족들은 앞장서 애국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46용사 유족회’와 ‘천안함 재단’은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와 성금을 전달했고 신임 간호 장교들과 군의관들은 임관을 앞당겨 대구로 달려갔다”고 언급했다. 또 “공군 수송기는 20시간 연속 비행으로 미얀마에서 수술용 가운 8만벌을 가져왔다”면서 “서해수호 영웅들의 정신이 우리 장병들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정신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영웅들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애국심이야말로 가장 튼튼한 안보이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기반”이라면서 “군 장병들의 가슴에 서해수호 영웅들의 애국심이 이어지고 국민의 기억 속에 애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한 우리는 어떠한 위기도 극복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서해수호 영웅들이 지켜낸 북방한계선(NLL)에서는 한 건의 무력충돌도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천안함 46용사 추모비’가 세워진 평택 2함대 사령부와 백령도 연화리 해안에서 후배들이 굳건히 우리 영토와 영해를 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최초로 국방예산 50조원 시대를 여는 등 강한 군대, 철통같은 국방력을 바탕으로 강한 안보와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文 “진정한 보훈으로 애국 가치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문 대통령은 “2018년에는 남북 간 ‘9·19 군사합의’로 서해에서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했다. 어민들은 영웅들이 지켜낸 평화의 어장에서 45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힌 연평도 등대를 바라보며 만선의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한 안보로 반드시 항구적 평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로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진정한 보훈으로 애국의 가치가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위한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을 ‘전사자’로 예우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전투에서 상이를 입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책도 마련하고 있다”면서 “올해 163억원 수준인 전상수당을 내년 632억원 수준으로 다섯 배 인상하고, 참전 명예수당도 점차 50% 수준까지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26일 천안함 피격사건 10주기 추모식 거행…‘사이버 추모관’ 열기 앞서 해군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는 26일 서해를 지키다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장병 46명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제10주기 추모식을 거행했다. 추모식은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 앞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렸다. 해군이 마련한 천안함 사이버 추모관에는 1만 3000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방문해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했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으며, 두 동강이 난 선체는 2함대에 전시되어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곁을 바꿔야 세상도 바뀐다 … 엄마들, 집안에 페미니즘 들이다

    곁을 바꿔야 세상도 바뀐다 … 엄마들, 집안에 페미니즘 들이다

    살면서 스스로 ‘여자’라고 인식하며 산 적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할 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삶을 계획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좀 달라졌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는 매일같이 ‘여자’라는 성별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삶이 펼쳐졌다. “아, 나에게 자궁과 젖이 있구나. 내가 여자구나.” 이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답답한 마음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비혼 여성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독서 모임에 나갔지만 페미니즘 이슈에서 기혼 여성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을 때 ‘역시 비혼과 비출산이 답’이라는 이야기가 돌아오곤 했다. 애초에 결혼과 출산을 후회하려고 고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조언이 일종의 벽처럼 느껴졌다. 이성경씨가 2017년 말 기혼 여성들의 언어를 탐구하는 페미니즘 모임 ‘부너미’를 직접 꾸리게 된 계기다.이씨는 ‘곁을 바꾸는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의 이름을 한옥의 아궁이에서 발생한 열기가 방바닥으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인 ‘부넘이’에서 따왔다. 부넘이는 불을 땔 때 연기가 역류하지 않게 막아 집안에 온기가 돌도록 돕는다. 집안에 페미니즘 이슈를 들여왔을 때 가족 구성원들의 반감 없이 현실적인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논의를 하자는 의미에서 붙인 명칭이다. 누군가는 기혼 여성을 ‘가부장제 부역자’라고 거칠게 비판하지만 부너미 구성원들은 페미니즘이 유별난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강조한다. 결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느낀 아주 사소한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멀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이슈와 관련한 책을 읽고 기혼 여성 당사자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부너미의 구성원 가운데 김은희·유지은·은주·이성경씨를 만났다. 결혼·출산 후 마주한 성차별 사소한 내 주변의 ‘곁’ 하나라도 바꿔보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인식하게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은주 결혼 전에는 장애인, 여성, 빈민, 노동자, 이주민 등 소수자의 삶에 연대하는 사회운동을 하면서 페미니스트를 연대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로 두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 후에는 임신과 출산 등 제 주변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삶의 태도가 됐어요. 김은희 결혼 후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작가의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읽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게 됐어요. 이전부터 소수자, 약자, 여성 이슈에 관심은 많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은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졌거든요. ‘페미니스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모든 성별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책 속의 정의를 만나고부터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에 동참하자 다짐했죠.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 변화가 있나요. 이성경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저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저만의 언어를 갖게 되고 변화의 욕구도 생겼어요.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도 생겼죠. 그러고 나니 집안 분위기도 변하고 남편과 대화하는 내용도 달라졌어요. 단적인 예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전에는 남편이 주말마다 학원에 가는 동안 제가 독박 육아를 했었거든요. 그게 내조라고 생각하고 제가 아이 둘을 돌보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이젠 저도 주말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저의 단절된 경력을 보완하기 위해 밖에서 사회적인 활동을 하죠. 부너미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곁을 바꾸는 페미니즘’이에요. 거창한 이론은 모르더라도 작은 일, 사소한 일 하나만이라도 바꿔 보자는 거죠. 그게 꼭 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될 수도 있고요. 제가 넘어야 할 벽은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 30여 년을 살았으니 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남성 중심 사고가 얼마나 많겠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정말 당연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훈련 중입니다. -결혼한 페미니스트로서 결혼 혹은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나 고충이 있나요. 이성경 결혼 전에는 남편과 ‘한 사람’ 대 ‘한 사람’으로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는 동안 남편은 ‘남자’고 저는 ‘여자’라는 사실이 선명해지더라고요. 제가 집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남편과의 관계를 평등하게 맞춰 놓아도 양쪽 집안까지 바꾸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1년에 몇 번 못 만나는 가족들이라는 생각에 타협하는 쪽으로 선택할 때가 있어요. 모성 신화를 비판하면서도 엄마 역할을 더 잘하지 못한다고 자책을 하기도 하고요. 결혼 제도 안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깨트리겠다는 건 끊임없이 무너지는 일이에요. 분노했다가 타협했다가 스스로 끊임없이 분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의 페미니즘은 ‘모순과 혼란의 페미니즘’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남편이 저와 함께 페미니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덕분에 부부간의 성평등 지수가 많이 올라갔어요. 2017년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부너미는 지난해 기혼 여성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민들레)를 통해 기혼 여성들이 육아, 경력 단절, 가사 불평등으로부터 겪는 각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혼 여성이 결혼 제도 안에서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역할을 맡으면서 경험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 ‘유별난 여자’가 되는 상황 속에서 ‘결혼하고 애 낳은 여자들’에게 페미니즘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가부장제의 부역자’ 편견 넘기 기혼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 고민 -첫 책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요. 이성경 부너미 구성원 중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제목 붙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결국 토론 끝에 제목에 ‘페미니스트’를 넣은 건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 자신이 경험한 어떤 답답함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이야말로 페미니스트라는 걸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김은희 이 책의 제목이 많이 회자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어렵게 생각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이즘’(ism)이 붙으면 낙인 효과 같은 게 있잖아요. ‘그 생각에 동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야’라며 선 긋기를 하는 게 있는데 이 책에는 기혼 여성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덕분에 입소문이 나서 엄마들끼리 선물하고 그러면서 제목을 다시 언급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일각에서는 결혼한 페미니스트를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표현으로 일컫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을 모두 거부하는 ‘4B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유지은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타이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가 진짜 페미니스트이고 가짜 페미니스트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가부장제 문화라고 봐요. 우리 안에서 누군가를 가려내기 위한 싸움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4B 운동을 엄청 지지해요. 그런 방식으로 본인들의 힘을 표현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해) 싸우는 분들도 있고 저희 같은 사람도 있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싸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책이 나온 지 약 1년 만에 부너미는 두 번째 책을 통해 좀더 논쟁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는 4월 발간을 앞둔 책의 제목은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와온)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섹스’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꽤 파격적인 제목이다. 섹스리스, 돌봄·가사 노동과 섹스, 남편의 성폭력, 혼외 섹스와 성매매 등 ‘기울어진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기혼 여성 11명이 직접 썼다.부부 사이의 ‘기울어진 섹스’ 굴욕적 부부관계 만든 섹스 금기 분위기 -기혼 여성의 섹스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성경 전작에서 결혼한 여성이 오롯한 ‘나’로 서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담았다면 이 책에서는 부부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섹스 불평등에 관한 책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건 꽤 오래됐어요. 출산 후 맘카페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거기에서 종종 접했던 섹스에 대한 기혼 여성들의 고민이 큰 충격이었어요. 여성들은 출산 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남편의 섹스 고민까지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화가 났죠. 일부 남성들이 속 편하게 ‘섹스 거부는 이혼 사유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굴욕적으로 느껴졌어요. ‘남편의 섹스 만족도를 고민하는 여자들만큼 아내의 섹스 만족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편은 얼마나 될까’ 질문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죠. 유지은 이번 책에서는 단순히 기혼 여성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성(性)과 자신의 신체에 무지했는지, 왜 이렇게 섹스에 대해 말하기 힘든지에 대해서도 다뤘어요. 공교육, 사회 분위기, 스스로에 대한 금기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책에서 기혼 여성이 섹스를 즐겁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성 불평등 때문이라고 짚으셨는데요. 이성경 책 저자로 참여한 분 중 한 명이 ‘기혼 여성은 섹스로부터 소외된 존재’라고 말씀하셨어요. 여자들이 소외되는 건 결혼하고 출산하고 엄마가 되면 자신의 에너지를 아이를 돌보는 데 쏟는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간혹 여성들이 성욕이 없어서 그 남편들이 가엾게 그려질 때가 있는데 잘못됐다는 거죠. 가정에서 가사나 육아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성욕이 없다기보다 그 성욕을 표현할 여건이 안 된다고 보이거든요. 은주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남편과 대화를 했는데 부부 사이에서 섹스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성차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감정을 드러내고 욕구를 정상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지 못한 남성들이 특히 성욕을 공격적으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만 표출하도록 학습화돼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어요. 여성에게도 같은 억압이 학습화돼 있고요. 그게 바로 성차별에 기인한 부부간의 섹스 불만족 혹은 섹스로 인한 불화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성경 한국 사회는 성에 보수적인 편이고 여성이 결혼 전에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결혼 후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역할에 허덕이느라 섹스는 삶의 우선순위조차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애보랴 일하랴 바쁜 와중에 풀어야 할 불평등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 ‘섹스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지고요. 여러 명이 정말 큰 용기 내 완성한 책입니다. 저희의 이야기를 화두 삼아 더 평등하고 건강한 섹스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승률은 5할 이하 존재감은 5할 이상… 스타 감독들 재계약할까

    승률은 5할 이하 존재감은 5할 이상… 스타 감독들 재계약할까

    스타 감독 유도훈·유재학·이상민·현주엽 계약 기간 만료지만 승률은 모두 5할 이하선수보다 존재감 커 프로농구 인기 요인돼프로농구 감독 인력풀 좁아 구단 고민 커져코로나19로 남자프로농구가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하면서 감독들의 재계약이 오프 시즌의 화두로 떠올랐다.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면 최종 성적이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었겠지만 시즌 중간 순위가 최종 순위로 확정되면서 제대로된 평가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남자농구 10개 구단 중 감독 선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단은 6개 구단이다. 원주 DB, 인천 전자랜드, 서울 삼성,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는 감독 계약이 만료됐고 고양 오리온은 시즌 도중 추일승 감독이 사퇴해 새 사령탑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시즌 최종 순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플레이오프에서 얼마나 잘했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올해는 모든 감독들이 단기전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잃었다. 이상범 감독은 DB가 공동 1위를 차지한 만큼 좋은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5위 전자랜드를 비롯해 나머지 구단들은 모두 이번 시즌 승률이 5할 이하다. 문제는 계약이 만료된 하위권 팀 감독들의 존재감은 5할 이상이라는 점이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과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10년 이상 팀을 이끌어온, 그야말로 팀을 상징하는 감독이다. 스타성도 대단하다. 온라인에선 유도훈 감독과 유재학 감독의 발언과 행동들이 수많은 짤로 돌아다닐 정도다. 이상민 삼성 감독과 현주엽 LG 감독은 최고 인기 스타 선수 출신의 스타 감독들이다. 웬만한 선수보다 인기도 많다. 특히 현주엽 감독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LG를 전국구 인기 구단으로 만드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젊은 감독으로서 많은 경험들을 쌓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두 감독 모두 이번 시즌 성적은 아쉬운 상황이다. 프로농구는 감독 인력풀이 좁은 종목 중 하나다. 감독들의 세대 교체가 급격한 프로야구와 달리 왕년의 감독들이 여전히 감독 자리를 맡고 있을 만큼 새얼굴 발굴이 어렵다. 감독 계약이 만료돼도 전에 다른 팀을 맡았던 감독이 또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타 감독들 역시 팬들에게 또다른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단 입장에서도 단순히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가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면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가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면

    내 작업실 뒤엔 주차장을 둘러싼 기다란 화단이 있다. 이곳엔 서양측백나무와 당단풍나무, 스트로브잣나무와 서양자두나무 등 평범한 도심 정원에서 흔히 볼 법한 나무들이 있다. 이 화단을 참 좋아한다. 나무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화단에 피어나는 다채로운 풀꽃들 때문이다.이맘때면 로제트 잎을 가진 봄 풀꽃들이 색색의 꽃을 피워 낸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부지런히 피어난 꽃들이 어찌나 기특한지 나는 요즘 땅만 들여다보고 다닌다. 이맘때 늘 그랬다. 오늘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업실에 들어오기까지 30분 이상 걸렸다. 오늘 만난 꽃은 꽃마리와 봄맞이꽃, 쇠별꽃, 냉이, 큰개불알풀, 서양민들레, 꽃다지다. 이들은 흔히 잡초라 불리는 풀이다. 내가 이 이름을 나열하면 주변 식물학자들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흔한 풀이지만, 꽃을 보러 어딘가로 나서지 않아도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일상에서 스스로 자라고 피어난 꽃을 만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기엔 마치 숲에서 희귀식물을 보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다. 게다가 꽃마리나 쇠별꽃, 냉이와 꽃다지 등은 모두 꽃이 지름 0.5㎝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풀이라 땅에 얼굴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 꽃을 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귀한 게 있냐며 함께 땅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긴다. 물론 이건 이 주차장에서만 있을 법한 일이 아니다.몇 년 전 덴마크의 한 미술가가 한국에서 식물 관련 전시를 진행했고, 그를 도와 서울 서촌의 한 공터 식물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는 공터의 식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에게 식물종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흥미로운 건 도심 한가운데 건물이 철거된 자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30평 남짓의 공터에 40종 이상 식물이 존재하며 10종 이상의 꽃은 만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식물 중에는 제비꽃이나 꽃마리가 있었다. 보라색 제비꽃은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자란다. 심지어는 부서진 시멘트와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에 제비꽃만 해도 40여종이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들은 변이가 다양해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비꽃속 중 유럽 원산의 삼색제비꽃과 다른 4종을 교배해 만든 것이 겨울과 초봄 정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꽃, 팬지다. 옅은 파란 꽃잎을 가진 꽃마리 역시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풀꽃이다. 줄기 끝이 말려 꽃마리라 이름 붙여졌는데, 가끔 꽃마리나 참꽃마리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여 주면 실제 크기를 짐작할 수 없어서인지 물망초냐고 묻는다. 이들은 물망초와는 먼 친척뻘이고 꽃이 훨씬 작다. 물망초는 원예종으로 개량돼 꽃집에서 볼 수 있지만 꽃마리는 길에 흔하다. 이처럼 꽃집에서 보는 화훼식물과 이 풀꽃들을 연관 지어 떠올리다 보면 풀꽃의 아름다운 가치에 결코 소홀할 수 없다. 나와 함께 공터를 조사한 미술가는 이 다채로운 풀꽃들로 꽃다발을 여러 개 완성했고, 꽃다발 사진은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전시를 본 사람들은 이것이 모두 ‘잡초’라 불리는 식물로 만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몇몇 국공립 식물원이 문을 닫았고, 꽃축제는 모두 취소되고 있다. 당분간 멀리 이동하는 걸 금기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틀 전, 세계적인 식물원인 영국의 큐가든은 앞으로 그들이 가진 식물 컬렉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과 봉사자들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방문객 입장을 금지했다. 지금 한창 열리고 있어야 할 세계적인 알뿌리꽃축제인 네덜란드 퀴켄호프는 개최가 무기한 연기됐다. 공지 글에는 ‘이미 꽃은 피었지만, 문을 열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이미 피어난 꽃의 가치와 그간의 수고를 생각하면 아쉽고 아깝지만 나 역시 이들의 결정을 지지한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우리 가까이에 존재해 온 들꽃을 들여다보기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재정적으로 힘들, 가까이의 사립식물원에 가거나 동네 꽃집에서 꽃을 사는 것이 올봄을 느끼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리고 집 안의 실내식물들로 나의 자연 욕망이 다 채워지지 않는다면 내가 늘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지나는 아파트 단지 내 화단과 주택 마당의 시멘트 틈 사이, 혹은 회사 주차장의 작은 화단에서 풀꽃들은 이미 그들만의 꽃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잠시 걸음을 멈춰 고개를 숙이고 땅을 들여다보는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는 봄꽃 축제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미 여인의 키스’ 맥널리 코로나19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미 여인의 키스’ 맥널리 코로나19로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다룬 연극 ‘마스터 클래스’, 뮤지컬 ‘거미 여인의 키스’, ‘풀 몬티’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브로드웨이 극작가 테렌스 맥널리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던 맥널리는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한 병원에서 82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부음을 언론에 알린 이는 동성 남편 톰 커다히. 2003년 동성 혼인이 허용된 버몬트주에서 혼인 신고를 한 뒤 2010년 워싱턴 DC에서 결혼 예식을 올렸다. 그의 희곡 소재가 동성애, 호모포비아, 사랑, 에이즈 등이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order)을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19에 결국 스러졌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토록 사랑하던 브로드웨이와 뉴욕 극장가가 일주일 이상 폐업한 상황에 인생의 막을 내렸다. 1938년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태어난 맥날리는 텍사스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여덟 살 때 브로드웨이에서 본 뮤지컬에 감명 받아 학생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 그는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 재학 중 소설가 존 스타인벡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일로 유명하다. 스물네 살이던 1964년 극작가로 데뷔한 그는 60년 가까이 36편의 연극, 10편의 뮤지컬, 4편의 오페라, 3편의 영화 시나리오, 4편의 TV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2018년 발레 뤼스를 이끈 디아길레프를 다룬 희곡 ‘불과 공기’를 선보이는 등 말년에도 창작욕을 불태웠고, 지난해 7월에도 클레어 드 룬 극장 무대에 오드라 맥도날드 주연의 ‘프랭키와 자니’가 리바이벌 상연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그의 대본은 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았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 ‘사랑 용기 연민’, 뮤지컬 ‘거미 여인의 키스’ ‘래그타임’으로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으며 TV 드라마 ‘안드레의 어머니’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3년 LA 스테이지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나보다 재능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 내가 뭔가 게으름을 피울 때 전화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 수많은 이들이 삶에서 배우는 것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의 브로드웨이 초기는 온갖 신랄한 비평에 상처 받은 시기였다. 데뷔작 ‘And Things That Go Bump in the Night’에 대해 일간 뉴스데이는 “추잡하고 변태적이며 역겨운” 작품이라고 짓밟았고, 그 결과 3주도 안돼 막을 내렸다. 1995년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최악을 가려 뽑거나 장난 삼아 내지르는 리뷰 콘테스트가 있다면 내가 당연 일등”이라고 자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버텼고 시대가 바뀌자 시대를 앞서간 작가란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토니상 평생공로상을 거머쥔 뒤 턱시도 차림에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튜브를 달고 나선 그는 되레 상찬의 “순간이 너무 빨리 온 게 아닌가“라고 뼈 있는 농을 한 뒤 “극장도 변심한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살았던 비밀스러운 곳이니까. 세상은 진실과 아름다움, 친절함이란 게 정말 무엇인지를 더 일깨우는 예술가들을 필요로 한다”란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그게 거의 유언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n번방 사건, 화학적거세 반드시 적용해야 할 범죄”

    “n번방 사건, 화학적거세 반드시 적용해야 할 범죄”

    박민식 “n번방 범죄자들 전원 화학적 거세하라” 박민식 미래통합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25일 성착취 논란 ‘n번방’과 관련해 “n번방 범죄자들 전원을 화학적 거세하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화학적거세법은 18대 국회의원이 돼 가장 먼저 대표발의한 제정법안”이라며 “영혼의 살인자인 아동 성폭력범죄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반영구적 예방수단으로서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던 화학적거세법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숱한 비난과 반대를 뚫고 통과시켰던 뜻깊은 법안”이라며 “화학적거세법을 최초 도입한 사람으로서,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야말로 화학적거세를 반드시 적용해야 할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후보는 “아동·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되어도 그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어렵고 함께 나눌 수는 더욱 없으며, 어쩌면 죄인이 아님에도 죄인인 것처럼 살아가게 하는 잔혹한 행위”라며 “n번방 주동자는 물론 돈을 주고 이를 시청한 범죄자들 모두에게 강력한 처벌은 물론, 화학적거세를 즉각 실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 국민이 분노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절대 재발해선 안 될 범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약자를 대상으로 한 파렴치하고 악질적인 범죄 행위의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국민들의 감정과는 다르게 벌금 또는 징역 몇 년 살고 풀려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들의 출소 후 재범은 물론이고, 약한 처벌로 인해 모방범죄를 예방하기에도 역부족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후보는 “n번방 전 운영자인 ‘와치맨’의 경우, 총 1만여 건의 음란물 및 100여 건의 아동음란물을 공유했음에도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징역 3년 6개월 구형에 그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성 착취를 직접 행한 주동자는 물론 n번방을 통해 돈을 주고 이를 시청한 범죄자들 모두에게 화학적거세를 실행해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08년 9월 8일 발의돼 2010년 6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화학적거세법’(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한편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25일 오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포토] 마스크와 두건 쓴 북한 노동자들

    [포토] 마스크와 두건 쓴 북한 노동자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작업 현장에 절약함을 갖추어놓고 최대한 아껴쓰고 절약하는 기풍을 높이 발휘해가고 있는 평양구두공장 종업원들”이라면서 이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신문은 “크고 고결한 애국의 마음이 담겨진 저 절약함들이야말로 보물함이 아니겠는가”라고 평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열린세상] 거리 두기와 마스크/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열린세상] 거리 두기와 마스크/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영국에서는 재채기를 소리 내어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재채기는 가능한 한 속으로 삼켜야 하고, 재채기를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재채기가 나올라치면 선제적으로 코를 꼭 쥐어 막기도 한다. 한국 주재원이 처음 와서 영국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본인도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고막이 터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고 해서 같이 웃은 적이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재채기를 삼키려는 노력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재채기는 시원하게 해야 제맛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에에취! 하고 때로는 몸까지 같이 반응하면서 말이다. 물론 이것은 코로나19 이전의 풍경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시원하게 했다가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도 눈총을 받는다고 한다. 이제 한국에서 마스크 착용은 일종의 예의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유럽 대륙에 이어 영국에서도 코로나19가 기세를 떨치고 있지만, 여기서는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쓴 사람도 거의 없다. 의료인이나 환자를 직접 돌봐야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만 마스크를 하라고 한다. 마스크를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염된 침방울이 타인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병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영국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리게 된다. 다행인 것은 영국은 소위 사회적 거리, 즉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간 유지해야 할 물리적 거리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멀다는 점이다. 마스크, 특히 고기능 착용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동안 한국이 ‘거리 두기’에 전혀 익숙지 않은 사회였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입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 간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것이다. 단지 공간이 좁아서만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대체 이 넓은 곳에서 생면부지의 이 사람이 왜 이리 나에게 바싹 달라붙는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줄이라도 서 있을라치면 뒤에 선 사람이 내쉬는 숨이 목덜미에 느껴진다. 사람으로 가득 찬 대중교통에서는 그야말로 서로 딱 달라붙어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요즘은 드물다고 하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끼리 반찬을 같이 집어 먹고 찌개에 숟가락을 같이 담그고 마주 앉아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마시던 술잔을 돌리지 않았던가 말이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마스크라는 최소한의 강제적 격리 수단이 필요하다고 피차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 아닌가 싶다는 거다. 마스크를 써야 마음이 편하고 상대방도 편하게 느끼는 듯하다면 굳이 쓰지 말라고 권할 수는 없는 일이겠다. 그런데 마스크가 최소한 심리적 의지가 된다면 다들 고기능 마스크를 쓸 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도 살펴볼 일이다. 예를 들어 거동이 쉽지 않은 노인들이나 장애인들 중 사회적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가.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을 설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가. 더 나아가 외국인들, 그중에서도 불법체류자나 망명을 신청 중인 사람 등 신분이 불안정한 이들은 과연 고기능 마스크를 구할 수 있겠나. 내 코가 석 자인 이 판국에 소수에 불과한 사람들, 더군다나 불법체류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냐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힘든 사람을 억지로라도 돌아보는 것이 결과적으론 다 같이 덜 아픈 방법이다. 게다가 아무리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들, 내놓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사회, 또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전염병이 비록 맹렬하지만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코로나19가 사회에 어떤 것을 남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역시 한국에서는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믿음을 재확인하기보다는 어려울수록 더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했던 기억을 남기는 게 좋지 않겠나. 물론 우선은 병이 지나갈 때까지의 시간이 가능한 한 덜 걸리고 그에 따른 희생이 적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사람들 간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습관 역시 유지되기를 바란다.
  • “조주빈, 월 400만원 주겠다며 접근…그야말로 수렁”

    “조주빈, 월 400만원 주겠다며 접근…그야말로 수렁”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박사’ 조주빈(25)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24일 오후 결정된다. 조씨의 신상은 전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대중에 공개된 상황이다.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사진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주빈의 피해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익명의 피해자는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연결에서 “피해 시기는 2018년이며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나서서 공론화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피해 경위와 내용을 밝혔다. 월 400만 원 스폰 알바 통해 접근한 ‘박사방’ 피해자는 “당시 집에 생활비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며 “여러 수입원을 알아보다가 조건 만남 어플을 통해 ‘스폰 알바를 해 볼 생각이 없냐, 월 400만 원 정도 주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혹해서 연락을 해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얘기를 하다가 텔레그램이라는 어플로 이동을 하자더라”면서 “그러더니 돈을 보내줄 테니 계좌번호를 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미성년자인 A양에게 주식 계좌 사진 등을 보내 재력을 과시했다. 그는 “자기가 휴대전화 선물을 해줄 테니까 주소랑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며 “그때는 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툭 하면서 알려줬다. 전화번호와 주소, (모두) 다”라고 털어놨다. 피해자는 조주빈이 이렇게 얻은 신상정보를 이용해 여러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엽기적인 영상을 찍으라고 시킨 건 아니었다면서 “처음엔 몸 사진 정도만 요구하다가 더 한 요구를 하길래 내가 그런 건 힘들다고 하자 (조주빈이) ‘내가 선물까지 사줬는데 그런 것도 못해주냐’면서 강압적인 말투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점점 더 요구가 가학적으로 변했고 내가 아파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도 그래도 하라며 강요했다”면서 “이미 내 얼굴과 목소리, 개인 정보가 다 있는 사람에게 거기서 그만둔다고 하면 그 정보로 협박을 할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약 40개의 자료를 넘긴 것 같다. 그 일이 있고 우울증도 생기고 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갔고, 한여름에도 밖에 나갈 땐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꽁꽁 싸매고 나가야 했다”고 전했다.피해자 “그야말로 수렁이었다” 또 “그 영상을 본 이가 다시 나를 알아보거나 협박을 할까 두려워 몇 주 뒤에 전화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갔지만 극도의 불안에 시달렸다. 그야말로 수렁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총 피해자가 74명이고 그중에 미성년자가 16명이라 하는데 개인적으론 더 많은 미성년 피해자가 있을 것 같다”면서 “조건 만남 어플이나 트위터 계정들에 비슷한 스폰 알바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이걸 보는 이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라고 말했다. 또 “10살짜리 애한테 몸 사진을 보내주면 기프티콘 5만원 짜리를 주겠다고 했다는 일도 들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된 것을 보고 손이 떨리더라”면서 “앞에선 이렇게 선량한 척을 하며 뒤에서는 이렇게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공개하고 협박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는 게 화가 나고 미칠 것 같다, 꿈에서도 자기 전에도 내 영상이 모두 공개 될까봐 너무 겁이 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일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이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며 “모두 이제 그만 힘들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30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위원회 구성원은 총 7명이다. 의사·교수 등 외부인원 4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등 경찰관 3명으로 이뤄진다. 과반(4명)이 찬성하면 조씨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공개된다. 경찰은 경찰관 위원 3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의에서 공개 여부가 결정 난 후 조씨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방식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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