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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공헌 공든 탑 쌓는 SK… ‘낭만’ 아닌 ‘생존’ 방법

    사회공헌 공든 탑 쌓는 SK… ‘낭만’ 아닌 ‘생존’ 방법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위기감 계열사별 사회적 가치 측정해 공개·관리 선한 영향력, 기업 새 동력 삼으려는 것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코로나 시대에 ‘기이한’ 행동으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남들은 버티기도 어렵다고 호소하는 마당에 ‘공동체의 행복’ 같은 알쏭달쏭한 말을 쏟아낸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적기업에 투자를 멈추지 않는가 하면 장애인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회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측정하는 작업에도 열중이다. 무슨 이유에설까. 11일 만난 장용석(52)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사회학을 전공한 장 교수는 사회혁신, 조직이론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경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SK그룹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조언과 질책을 이어 가고 있다. 장 교수는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낭만적인’ 시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껏 쌓아 온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창출되는 선한 영향력을 기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정체성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거란 불안감이 깔렸다”고도 진단했다. 최 회장은 연일 ‘세이프티넷’(Safetynet)을 강조한다. 쉽게 ‘안전망’으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그 의미를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 교수는 이를 궁극적으로 기업과 국가, 시민사회가 구축해야 할 ‘사회안전 플랫폼’으로 이해했다. 그는 “고용, 복지 등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은 그야말로 최소한”이라면서 “세이프티넷은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공유 인프라를 만들어 공동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자는 시도”라고 말했다. SK그룹 각 계열사는 매년 회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SV)를 측정해 공개한다. 국내 기업 중 SK 외 어느 곳도 하지 않는 시도다. 기업들이 꺼리는 부정적인 부분이 있어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고 또 개선할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이 깔려 있다. 장 교수는 “지금은 SK만의 무모한 시도로 보이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로도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자국중심주의가 횡행한다. 긴밀히 연결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장 교수는 “그럴수록 보편적 규범에 부합하는 가치들이 중요하다”면서 “환경, 인권, 삶의 질 나아가 행복 등의 가치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려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北, 南엔 “응당한 보복” 비난했지만… 군중집회 보도 사라져

    北, 南엔 “응당한 보복” 비난했지만… 군중집회 보도 사라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한국 정부를 향해 “응당한 보복”을 언급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다만 지난 6일부터 연일 보도하던 전단 살포 규탄 군중집회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전단 살포 비난 담화 관련 각계 반응은 이날 생략했다. 신문은 1면 논설에서 “우리 당과 정부는 애국애족의 선의를 베풀어왔다”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언급한 뒤 “선의에 적의로 대답하는 남조선(남한) 당국자들이야말로 인간의 초보적인 양심과 의리마저 상실한 비열한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 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주장했다. 6면 정세론 해설에서도 “남조선 당국은 당치도 않은 구실을 내대며 인간 쓰레기들이 벌려놓은 반공화국 삐라 살포 망동을 감싸지 말아야 하며 초래된 파국적 사태에 대한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대북전단 살포 관련 군중집회나 각계 반응은 보도하지 않았다. 신문은 지난 6일 평양종합병원 건설장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집회를 시작으로 연일 집회와 각계 반응 소식을 전했다. 통일부가 전날 대북전단 살포 단체 대표를 고발하고 단체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단순한 숨 고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중집회가 마무리됐을 수도 있고, 모내기철이라 하루 정도 쉬어갔을 수 있다”라며 “크게 의미 부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이동구 칼럼] 공을 앞세우지 말라

    [이동구 칼럼] 공을 앞세우지 말라

    ‘지심귀재불기 입조당계희사(持心貴在不欺 立朝當戒喜事).’ 58세의 퇴계가 안동의 도산서원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찾아온 23세의 율곡에게 건넨 가르침이라고 한다. ‘평소 마음가짐에서 가장 중히 여겨야 하는 건 속이지 않는 것이고, 벼슬을 했을 때 마땅히 경계해야 하는 건 공(功)을 세우려고 일을 벌이는 것’이라는 뜻이다. 선비정신이 물씬 느껴져 오늘날에도 공직자들이나 사회지도층이 새겨야 할 덕목으로 자주 인용된다. 21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쏟아진 의원들의 언행에서는 이런 선비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적인 한풀이나 진영논리에 매몰된 충성 경쟁 같은 의아한 언행들이 쏟아진다. 김영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몇몇이 학술토론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명 경기지사가 무죄라고 주장한 것은 진영논리로 비친다.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이 의원의 인사불이익 논란에 대해 ‘판사 시절 업무역량 부족’이라고 증언한 김연학 부장판사 등을 포함해 사법농단법관을 탄핵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177석 여당의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엿보인다. 거대 여당이 당 차원에서 대법원 판결 뒤집기에 나선 듯한 모습 또한 실망이다. 이미 수년 전에 대법원 판결로 복역을 마친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을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들고 나온 건 어떤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는 건지 모르겠다. 21대 국회 개원 전인 지난달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공론화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KAL 858기 폭파사건 등과 함께 이 사건을 왜곡된 현대사로 비화시키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일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절차에 착수한 것도 여당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한다지만 사실상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뒤집기가 본격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 뒤집기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여권에서 재조사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당시 검찰의 강압수사를 문제 삼아 현 여권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 고삐를 죄려는 것일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참여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과도한 충성심이 작용한 것은 아닐지. 이런 배경이라면 그야말로 진영논리에 매몰돼 공을 세우기 위해 일 벌이기를 즐기는 행위로 의심받아 마땅하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177석을 얻고 곧바로 이 사건부터 들고나온 것은 국민들 눈에 권력의 힘자랑으로 보일 수 있다. 대법원 판결까지 난 것을 정치적으로 몰아서 다시 뒤집으려는 시도는 사법체계를 흔들 뿐 아니라 정의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공감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야권과 지지자들 사이에 남아 있는 선거불신 현상도 진영논리가 앞선 탓일 것이다. 4ㆍ15 총선이 두 달이나 지났지만 선거부정 의혹을 운운하는 목소리가 여전해 우려스럽다. 총선이나 대선 때는 극렬 지지층이 생겨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른바 ‘확증편향성’이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연유로 민경욱 전 의원 등 몇몇 낙선자들이 제기한 재검표가 이뤄진다고 해도, 선거부정 의혹이 말끔히 없어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3년 대선 때는 1100만표를 재검표했지만 투개표 부정 의혹을 종식시키지는 못했다. 총선 전 불거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의혹, 친여권 인사의 선거관리위원 임명 등도 선거 불신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는 또 어떤 불신 현상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지 모를 일이다. 사법체계와 선거제도를 위협할 수 있는 작금의 논란들은 여야 정치인 모두가 신중히 살펴야 한다. 물론 논란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검증되고 규명될 수 있으리라 믿지만 진영 간 세 대결을 부추기고 갈등과 분열을 심화하는 일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자신의 명예나 진영의 공을 앞세우려 국민에게 불편을 안겨 준다면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당시 연좌농성하다 끌려가… 6·10항쟁과 각별한 文대통령

    당시 연좌농성하다 끌려가… 6·10항쟁과 각별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현장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찾아 헌화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한복판에 있었던 문 대통령에게 당시 사건은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당시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박종철군 국민추도회 준비위원회’의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야기를 상세히 기술하며 “나는 6월 항쟁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 할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추도회 장소로 예정된 부산 시내 사찰 대각사를 경찰이 원천 봉쇄하자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남포동 부산극장 앞 도로에서 약식 추도회를 열고 연좌농성을 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후 1만여명의 거리시위로 이어지면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을 찾아 위로하며 인연을 이어 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박종철 부친 등 12명 민주화운동 첫 포상 文 “민주주의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고 이소선(전태일 열사 어머니) 여사, 고 박정기(박종철 열사 아버지)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여사 등 자식의 뜻을 이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부모들에게 훈장이 수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항쟁 기념식에서 민주 열사 부모들을 비롯해 고 박형규 목사,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고 김진균 교수,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고 황인철 변호사 등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1974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추방됐던 조지 오글 목사와 고 진필세 야고보(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 7명은 국민포장·표창을 받았다. 정부는 올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다. 민주 열사 부모들은 자식의 죽음 이후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국민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도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면서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직장의 민주주의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라면서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17명 중 11명 확진” 인도 델리 대가족 똘똘 뭉쳐 다시 ‘양성 0’

    “17명 중 11명 확진” 인도 델리 대가족 똘똘 뭉쳐 다시 ‘양성 0’

    인도 델리에 사는 무쿨 가르그(33) 가족은 이 나라에서 드물지 않은 대가족 집안이다. 3층 집에 모두 17명이 복작거리며 산다. 이 중 1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안은 그야말로 코로나19 전문 병동이 됐다. 온 식구가 돌아가며 서로를 보살피는 간호사가 됐다. 영국 BBC의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맨먼저 57세인 무쿨의 삼촌이 몸에 열이 난다고 했다. 무쿨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48시간이 되기 전에 둘이 아프다고 했다. 계절 독감이겠거니 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극구 인정하기 싫었다. 왜냐하면 봉쇄령 탓에 식구들 가운데 누구도 외출하지 않았고, 손님이 집안에 들어온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쿨은 혼잣말로 “이 집에서 다섯이나 여섯이 한꺼번에 몸이 안 좋네,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며칠 뒤 5명이 더 코로나19 증상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무쿨의 배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그 자체로 ‘발병 집단(cluster)’이 됐다. 무쿨은 나중에 블로그에 “일단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집에 들어오자 차례로 서로를 감염시켰다”고 적었는데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인도 전체 가구의 40%는 3대, 심지어 4대가 어울려 한지붕 아래 산다. 따라서 봉쇄령이 내려지면 거리를 돌아다니며 감염되는 것보다 집안 내부 감염이 더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의 특성이 있다. 무쿨과 아내(30), 6세와 2세 두 자녀, 무쿨의 부모와 조부모가 3층에 살고, 아래 두 층에 삼촌들과 가족들이 산다. 연령은 생후 4개월 된 아이부터 90세 할아버지까지다. 그나마 그의 집은 널찍한 편이라 나은 편이다. 한 층의 면적이 테니스 코트 두 개만 하다. 침실 셋에 격조 있는 욕실과 부엌이 딸려 있어 독립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무쿨의 삼촌이 어떻게 처음 바이러스를 집안에 들여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채소가게 주인이나 잡화점의 누군가가 아닌가 짐작할 따름이다. 지난달 첫주에 이모가 확진 판정을 받자 모든 식구가 바이러스 검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한달 동안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렀다. 무쿨은 전화통을 붙들고 의료진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해 들었다. 모든 식구들이 왓츠앱을 깔아 매일 서로를 점검하게 했다. 열이 나는 두 식구를 한 방에 들어가게하는 식으로 격리를 시켰다. 확진 판정을 받은 11명 가운데 6명은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밤을 새며 서로를 돌보게 됐다.감염학자들은 연령대가 다양한 가족이 복작거리고 살면 특히 어르신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와 아내도 증상이 없었고, 90세 할아버지 역시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 명, 이모만이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병원에 입원했다. 다른 7명은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을 보였지만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달 둘째주가 되자 증상들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음성 판정을 받는 식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모도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같은 달 말 무쿨을 비롯해 셋은 여전히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일 셋이 세 번째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는데 마침내 모두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인도 대가족은 응원과 돌봄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갈등과 가시 돋친 재산다툼의 불씨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르그 가족처럼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양로원에 격리돼 쓸쓸히 죽어가는 어르신과 비교하면 이들 가족은 훌륭하게 감염병을 이겨낸 사례가 될 만하다. 칸푸르의 CSJM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키란 람바 자 교수는 대가족 제도에 대해 “서구 가치관과 식민주의가 학살한 수백년을 견뎌온 제도”라며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족의 끈을 결코 파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무쿨의 말이다. “우리는 그 전보다 봉쇄령이 내려진 첫 한달 동안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다. 그 한달은 가족이 지낸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식구가 다른 식구에게 차례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최선과 최악을 보았지만 결국은 더 강해졌다. 재감염 위험이 걱정되긴 하짐나 지금 당장은 우리가 이 바이러스를 물리쳤다는 영예를 한껏 누리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따름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제외됐던 민주열사들의 부모와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등 12명의 공로를 기렸다.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열사의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 이후 남은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며 3·1 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 서른세 돌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해간 열사들을 기린다”면서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고 박형규 목사님, 인권변호사의 상징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님,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고 조비오 신부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고 박정기,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 언론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고 성유보 기자님, 시대와 함께 고뇌한 지식인 고 김진균 교수님, 유신독재에 항거한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님, 농민의 친구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님, 민주·인권 변호의 태동을 알린 고 황인철 변호사님, 그리고 아직도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이라며 훈장을 받은 12명을 일일이 거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돼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해야 하며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면서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이며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가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서울광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토종 종균으로 만든 ‘새콤부차’… 한국식 발효로 세계 입맛 잡는다

    토종 종균으로 만든 ‘새콤부차’… 한국식 발효로 세계 입맛 잡는다

    최근의 콤부차 열풍 속에서 지난달 1일 국내 식품기업 에디드컴퍼니가 ‘새콤부차’를 내놓자 업계의 시선은 일제히 최정휘(48) 대표에게 쏠렸다. 2005년 천보내츄럴푸드를 창업한 최 대표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유기농 곡물 브랜드’를 만들어 주요 유통 채널에 공급해 농업과 소매시장의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그는 2013년 홍정욱(50) 당시 헤럴드 회장에게 회사를 매각한 뒤 ‘올가니카’의 전문경영인(CEO)으로 합류해 3년간 홍 회장을 도와 무첨가물 주스 브랜드 ‘저스트주스’ 등을 시장에 안착시킨 뒤 회사를 나왔다. 이후 3년간의 공백 끝에 지난해 회사를 설립하고 첫 제품으로 ‘콤부차’를 들고 나왔다. 식품 스타트업 사업가들의 ‘롤모델’이자 국내 유기농 식품 비즈니스의 상징인 그가 ‘콤부차’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에디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콤부차를 비롯한 발효식품이야말로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한국이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나는 ‘발효’에 미쳐 있다”고 웃었다. 그는 올가니카의 CEO로 활동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져 담낭 제거 수술 등을 받아야 했다. CEO직을 내려놓은 뒤에는 순전히 휴식과 요양을 위해 2017년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건강을 위해 소화가 잘되는 발효 식품 위주로 식단 관리를 하고 있던 그는 2년간 집 앞에 있는 ‘홀푸드마켓’에 갈 때마다 매대에 콤부차 제품 종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어 동네 카페에서도 커피 메뉴 외에 따로 콤부차 메뉴가 나오자 그는 “곧 국내에서도 콤부차 열풍이 불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는 곧 사업 아이템으로서의 콤부차에 관심을 갖고 현지에서 모든 제품을 맛보기 시작했다. 건강에 좋은 ‘발효음료’를 마치 크래프트맥주나 와인처럼 브랜딩해 제품이 소비되고, 새로운 음료 문화가 형성된 것은 좋았으나 미국의 ‘종균’으로 발효해 특유의 향이 있는 현지의 콤부차는 토종 한국인 입맛인 그에게 너무 자극적이었고, 입에 맞지 않았다. 효모와 초산균의 혼합균주를 넣고 발효하는 콤부차는 생산지역과 업체마다 효모가 달라 맛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그는 수입 콤부차가 초기 시장을 선점한 한국에서 외국 종균이 아닌 토종 종균으로 발효한 ‘우리식 콤부차’를 내놓으면 차별화가 돼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소문 끝에 정용진 계명대 교수를 필두로 한 연구팀 KMF와 손잡고 외국 제품보다 덜 자극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산미를 내는 한국적인 콤부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앞으로 “콤부차를 시작으로 발효 구기자 가루, 발효 곡물 가루 등 경쟁력 있는 발효 상품을 가지고 해외 시장에 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제품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것이 사업가로서의 마지막 꿈”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與 대선주자, 기본소득파와 고용보험파로 갈렸다

    與 대선주자, 기본소득파와 고용보험파로 갈렸다

    박원순·김부겸 “고용보험 확대가 먼저” 이재명 “기본소득으로 경제 선순환 가능” 이낙연, 기본소득 질문에 원론적 입장만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불을 지핀 기본소득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연일 논쟁에 참여하면서 ‘기본소득파’와 ‘고용보험파’로 나뉘고 있다.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으로 바라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강조한 반면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으로 바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사회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 우선 확대에 힘을 실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뒤쫓고 있는 여권 주자들은 9일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닥쳐올 위기에서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며 “기본소득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박 시장도 라디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야말로 배고픈 사람에 빵 먹을 권리를 담보하는 제도”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도 전날 기본소득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을 보면 고용보험 확대가 먼저라는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고용보험 우선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같은 복지정책이라면 효과가 더 크고 당과 청와대가 추진을 언급하며 실현 가능성이 커진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현실적이다. 박 시장에 따르면 ‘예산 24조원, 성인 인구 4000만명에 연간 실직자 200만명’을 가정하고 ‘전 국민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는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을 하는 게 정의와 평등에 맞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반대로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경제정책 그 자체”라며 복지정책의 일환으로만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이 지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경제 시스템에서 어떻게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기본소득으로 수요를 보강해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은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으로 서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정책을 모두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기본소득vs고용보험…양분되는 여권 대선주자 사회보장론

    기본소득vs고용보험…양분되는 여권 대선주자 사회보장론

    박원순·김부겸 “고용보험 적용 확대 우선”이재명 “기본소득은 경제정책”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불을 지핀 기본소득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연일 논쟁에 참여하면서 ‘기본소득파’와 ‘고용보험파’로 나뉘고 있다.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으로 바라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강조한 반면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으로 바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사회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 우선 확대에 힘을 실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뒤쫓고 있는 여권 주자들은 9일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닥쳐올 위기에서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며 “기본소득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박 시장도 라디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야말로 배고픈 사람에 빵 먹을 권리를 담보하는 제도”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도 전날 기본소득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을 보면 고용보험 확대가 먼저라는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들이 고용보험 우선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같은 복지정책이라면 효과가 더 크고 당과 청와대가 추진을 언급하며 실현 가능성이 커진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현실적이다. 박 시장에 따르면 ‘예산 24조원, 성인 인구 4000만명에 연간 실직자 200만명’을 가정하고 ‘전 국민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는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을 하는 게 정의와 평등에 맞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반대로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경제정책 그 자체”라며 복지정책의 일환으로만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이 지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경제 시스템에서 어떻게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기본소득으로 수요를 보강해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은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으로 서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정책을 모두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본소득 연구자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 교수는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조금 지급할 때는 복지 측면보다는 경제 측면이 더 강할 수 있다”면서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은 원래 함께 간다. 이 지사가 논쟁을 하다 보니 경제 측면을 더 부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중국동포 쉼터서 확진자 나오자…‘조선족은 공공의 적’ 혐오까지 이중고

    중국동포 쉼터서 확진자 나오자…‘조선족은 공공의 적’ 혐오까지 이중고

    코로나19에 혐오까지 이중고 겪는 중국 동포들“조선족 자체가 바이러스다”, “조선족은 공공의 적이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온라인 등에 퍼진 댓글 중 일부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중국 동포들은 ‘혐오’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등이 방역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개인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로구에 따르면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확진자 9명이 나온 뒤 전수검체 검사를 한 결과, 첫날인 9일 기준 194명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전날 이 쉼터 거주자 중 한 명이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같은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로 확진 됐다. 이 쉼터에는 주로 생활이 어렵거나 일을 하기 어려운 60대 이상의 독거 노인들이 장기 거주한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남자 20명, 여자 14명의 동포 분들이 두 개의 큰 방에 나눠져 생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원금 등이 넉넉치 않아 각자 개별 공간에서 지낼 환경이 확보되지 못해 그야말로 감염병 상황에 취약한 구조다. 코로나19 상황 속 반복되는 ‘혐오’ 막아야 그럼에도 여론은 이주민이자 경제적 취약 계층이었던 이들의 삶보다 ‘중국 동포’라는 정체성에 칼을 겨눴다. “그들은 우리 동포라고 볼 수 없다”,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퍼졌던 중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초반부터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 만으로 대림동에 대한 나쁜 시선이 이어지는 등 혐오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이주하기 시작한 것이 3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 역시 “‘코로나’라는 공포를 취약계층에게 해소하는 것인지, 기존에 가진 혐오 감정을 이를 기회 삼아 풀어 놓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중국 동포들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언적인 수준에서라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혐오 표현에 대한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 방역 대책이 부족해 책임이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개인이 아닌 지자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 동포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 계층은 어쩔 수 없이 모여서 거주하는 경우가 흔할 텐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지자체에서는 이런 시설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위험도를 조사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남북전쟁 마지막 연금 수령자 아이린 타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남북전쟁 마지막 연금 수령자 아이린 타계

    남북전쟁 연금을 받던 마지막 미국인 아이린 트리플렛이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1861년 발발해 1865년 노예해방으로 끝난 남북전쟁의 연금 수령자가 21세기의 5분의 1을 살아 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고인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윌크스보로의 요양원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2014년 그녀의 얘기를 다룬 적이 있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녀의 아버지 모세는 남북전쟁 때 남군과 북군 병사복을 모두 입었다. 그는 종전 후 20년이 지나 북군 연금을 신청했는데 딸 아이린을 본 것은 그의 나이 무려 83세 때였다. 종전 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북군 출신이 별다른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것은 당연지사다. 첫 번째 결혼에서 아이가 없었던 그는 나이 80이 다 된 1924년 서른넷 밖에 안된 엘리다 홀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놀랄텐데 WSJ는 “당시 이런 나이차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대공황 시기였다. 남북전쟁 참전 용사는 연금 때문에라도 좋은 신랑감이었다. 또 엘리다는 정신이 온전치 못해 남자의 돌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다섯 자녀를 낳았지만 둘만 살아남았다. 모세가 86세에 본 아이린 역시 정신장애가 있었다. 남동생 에버레트는 다음해 태어났다. 부모와 오누이 모두 그야말로 초근목피로 버텼다. 먹을 게 없어 담뱃잎을 씹어 먹었다. 초등학교 가서도 담뱃잎을 먹었다. 92세이던 1938년에 모세는 1863년 11월 저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과 전투을 재현하는 행사에 초대돼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상기시키는 연설을 들었다. 그는 16세에 남군에 지원했지만 링컨 연설에 사기 충천한 북군에 패퇴해 도주하다 북군에 합류한 뒤 남군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가 있었다. 이 덕에 아버지와 딸은 대를 이어 죽을 때까지 달마다 73.13달러씩, 일년이면 877.56달러를 보훈처(DVA)로부터 평생 수령할 수 있었다. CSPAN에 보관돼 있다가 유튜브에 공유된 뉴스 필름에 따르면 게티스버그 75주년 기념식에 2500명의 참전용사가 남군과 북군, 흑인과 백인을 가리지 않고 참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세는 남군 캠프에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처럼 양쪽 부대를 다 경험한 이는 흔치 않았는데 빅토리아 시대 기자였으며 탐험가였던 헨리 모턴 스탠리 같은 이도 모세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 얼마 뒤 모세는 세상을 떠나 윌크스 카운티에 묻혔는데 묘지석에는 “남북전쟁 때 병사였다”라고만 적혔다. 1943년 아이린 모녀는 윌크스 카운티의 가난한 집으로 옮겨왔다. 17년 뒤 모녀는 나란히 요양원에 들어갔고 7년 뒤 엘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에버레트도 1996년 세상을 떴다. 아이린 혼자 쓸쓸히 지냈고 요양원 경비는 참전 유족 연금으로 충당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친척들이나 남군과 북군의 참전용사 후손들이 찾아오면 본인 돈으로 음료수를 내주고 함께 담뱃잎을 씹었다. 생전에 가스펠, 크림치즈볼을 즐겼고 잘 웃었다고 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그녀의 얘기에 흥미를 보였지만 그녀는 늘 뉴스 같은 얘깃거리로 넘어가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남북전쟁 참전 북군 아들 연맹의 데니스 앤드루스는 아이린이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당신이 말하는 누군가는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참전한 사람이다. 이건 마음이 가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남북전쟁과 복구 시기를 연구하는 스테파니 맥커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숨져 전국적으로 시위가 열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린이 세상을 떠난 것은 더 큰 울림을 준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남군을 이끌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아래가 인종차별 반대 구호로 얼룩진 요즈음이기도 하다. 맥커리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아이린의 죽음이 “남군 동상 이슈와 마찬가지로 노예제와 남부와 북부의 분리, 남북전쟁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노예제를 끝장내려는 싸움이자 미국의 정당성을 쟁취하는 싸움이었음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법인의 활발발]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아 보니

    [법인의 활발발]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아 보니

    얼마 전 지인들에게 한 장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어느 단체에서 결의한 발표문이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 결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었다. 독자들께서도 다음의 내용을 보시고 짐작해 보시라. “생명살림의 운동은 이 시대 우리 사회 최고의 운동이다. 상황은 절박하고 시간도 촉박하다. 기후위기와 전면적인 생명의 위기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이다. 오늘의 기후 온난화, 생태계 파괴는 내일의 기후파탄과 종의 대절멸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뭇 생명, 지구 생명의 위기를 극복할 결정적이며 전면적인 대전환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글을 받은 대부분의 지인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실상사에서 나온 결의문이라고 했다. 혹은 어느 환경단체나 대안적 마을 운동을 하는 곳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결의문의 중심 말을 보면 출처를 그렇게 짐작할 만하다. 그런 답변을 보내 온 지인들에게 출처를 알려주었다. ‘2020년 2월, 전국새마을지도자 일동’.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1972년 대통령령으로 설치·발족한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모태가 된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결의된 내용이다. 이 문건은 실상사에서 마련한 지리산 연찬회라는 공부모임에서 새마을운동 관계자가 발표한 것이다. 나와 인연한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실로 놀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믿지 않고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의심하거나 무시한다. 왜 그런가. 예부터 행한 행위들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의심과 무시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업적과 한 시절의 영광을 존재의 의미로 지켜간다. 나름의 신념과 가치,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꾸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와 방향, 사업의 전환은 자신들의 역사의 부정이요 왜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비록 빛과 어둠이 함께하고 있지만, 빈곤과 절망을 걷어내고 근대화에 나름 공헌한 새마을운동은 역사적 가치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박정희의 정신적인 유산을 물려받은 그의 딸의 등장과 그에 기대고 있는 새마을운동의 퇴행이 안타까웠다. 당연 진보적인 사람들을 비롯한 곳곳의 사람들에게 새마을은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인식됐다. 그런 새마을운동이 이렇게 변신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의문의 전문에 이어 실천항목을 보았다. 그중 하나가 ‘남을 탓하며 중앙과 지방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생명살림 국민운동을 펼치겠다’는 결의다. 진정성이 보였다. 또 유기농업과 유기농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며 지구온난화와 미세 먼지를 줄이는 운동과 함께 땅심과 밥상을 살려나가는 운동을 결의했다. 철학과 현장 실천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이 보였다. 이런 결의와 실천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렇게 변할 수 있고 변하려는 시도와 용기가 놀랍기만 하다. 새마을운동의 이런 변화와 전환은 대립과 대결의 한국 사회에 성찰과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지금의 자리가 불변의 진리임을 고집한다면 적대적 관계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성찰하고 변화할 때 서로를 보는 시선은 변할 것이고, 그 변화는 신뢰와 상호 존중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새롭다는 것, 그것은 과거와 관행에 머물지 않는 끊임없는 변신을 의미한다. 지금 새마을운동은 미래지향적 현재진행형의 새로움이다. 흔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 또한 관습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헌 부대에 새 술’도 가능하다. 아니 ‘오래된 부대에 새 술’이라고 해야겠다. 이렇게 변신에 성공한다면 새마을운동은 ‘오래된 미래’로 도약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찰의 시대,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다음과 같은 말이 가슴을 울린다. “‘생명’을 아끼고 살리며 평등을 넘어선 ‘평화’ 인권을 넘어선 ‘공경’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전 지구적 연대와 확산을 소망합니다.” 미혹의 문명을 넘어서려는 깨달음의 문명으로의 전환이다. 아! 정말 새마을운동 아닌가.
  • 간판 내리고 싹 새 간판… ‘혁신 내비’는 제대로 찍었나, 한화

    간판 내리고 싹 새 간판… ‘혁신 내비’는 제대로 찍었나,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 코칭스태프 개편 선언 송광민·이성열 등 베테랑 10명 2군 강등 1군 빈자리 모두 20대 채워… 김태균 잔류 프런트 책임론에도 정민철 단장 재신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꼴찌로 추락한 지 1주일 만에 한용덕 감독을 경질하고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내려보내는 등 전격적인 쇄신에 나섰다.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코칭스태프 경질 등을 머뭇거리던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신속하고 과감한 움직임이어서 이번에야말로 한화가 고질적인 ‘꼴찌 바이러스’를 근절하고 명문구단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는 지난 7일 한 감독의 사퇴에 따라 최원호 2군 감독을 1군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8일 취임 일성으로 “일단 코칭스태프 개편부터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와 함께 1군 선수 10명을 2군으로 내리고 그 빈자리를 외야수 장운호 등 전부 20대 선수로 물갈이했다. 한화는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투수 장시환·이태양·안영명·김이환, 포수 이해창, 내야수 송광민·이성열·김회성, 외야수 최진행·김문호 등 현역 선수 10명의 1군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다만 타율 0.156으로 부진한 간판 타자 김태균은 2군으로 내리지 않았다. 2군에서 올라온 지 닷새밖에 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팬들은 이참에 김태균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감독대행은 “(2군에 가는 선수들이) 기량이 좋은 선수들인데 최근에 연패를 계속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몸도 마음도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인 것 같다”며 “몸과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하루빨리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바꿔 줘야 하지 않을까”라며 “2군에서 기록이 좋고,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을 팬들께 새롭게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동안 한화의 성적 부진은 코칭스태프도 문제이지만 고참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장악하는 바람에 유능한 신인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팬들은 “실책을 해도 실실 웃고 팀이 연패 중인데 더그아웃에서 하품이나 하고 있다”며 베테랑 선수들의 안이한 행동을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한화의 부진엔 단장과 프런트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등 이름난 감독들이 한화에 와서 줄줄이 실패한 것은 결국 ‘이상한 구단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민철 현 단장은 지난해 11월 부임했다는 점에서 한번 더 기회를 주는 모양새다. 최 감독대행은 정 단장이 취임하면서 데려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제부터 정 단장의 비전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신라의 랜드마크… 텅 빈 폐허, 꽉 찬 위용

    신라의 랜드마크… 텅 빈 폐허, 꽉 찬 위용

    삼국시대 국력이 가장 약했던 신라인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세 가지 보물이 있었다. 황룡사 장육존상과 진평왕의 옥대 그리고 황룡사 9층탑이니, 두 가지나 가진 황룡사야말로 국보 중 국보였다. 경주의 황룡사는 진흥왕이 시작해 선덕여왕까지 90여년 동안 건설한 신라 최대의 국가적 사찰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세 나라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던 전란의 시대였다.●황룡사의 정치사 “553년 월성 동쪽에 새로운 궁궐을 짓게 했는데 그곳에 황룡이 나타났다. (진흥)왕이 기이하게 여겨 계획을 바꾸어 절로 만들고 황룡사라 했다.” 사실만을 다루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다. 후일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세울 때도 용 9마리가 방해했다니 용은 과연 누구인가. 용의 출현을 기존 귀족들의 반발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귀족들의 연합체로 출발한 세 나라에서 왕권이 귀족권을 제압해 가는 과정이 바로 고대국가 형성 역사였다. 불교는 왕권 강화를 위한 강력한 문화적, 사상적 수단이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왕실은 4세기에 불교를 수입해 왕권 강화와 고대국가 성립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반면 신라는 150여년 늦은 527년 법흥왕 대에 불교를 공인했다. 여전히 귀족의 세력이 강했고 왕권 확립은 더뎠다. 법흥왕의 뒤를 이은 24대 진흥왕(534~576·재위 540~576)은 신라의 기틀을 다졌다. 543년 한강 유역에 진출하고 이듬해 국가의 운명을 건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 성왕을 전사시키는 대승을 거두었다. 동시에 대내적 왕권 강화를 위해 새 왕궁을 건설하려다, 여전히 유력한 귀족들의 반발에 국찰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574년 철 5만 7000근으로 황룡사 장육존상을 주조하고 금 3만푼으로 도금했다. 800여년 전 인도의 아소카 대왕이 이 재료들을 배에 실어 보낸 것이라는 전설 같은 여론도 조성했다. 진흥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전륜성왕이 됐고 황룡사는 왕권에 신성함까지 더해주는 강력한 상징이 됐다.26대 진평왕은 아예 “왕이 곧 부처”라는 신앙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은 석가의 부친이고 왕비는 생모인 마야부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부처가 될 왕자가 없어 덕만공주를 후계로 삼았으니, 최초의 여왕인 27대 선덕여왕(재위 632~647)이다. 재위 16년간은 불안과 위기의 시간이었다. 여왕은 칠숙의 난 직후에 즉위해 상대등 비담의 난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대야성 전투 때 백제에 패해 40여개 성을 잃었고 당나라 편을 들어 3만 대군을 고구려에 출병했으나 큰 손실로 민심을 잃었다. 당대 영웅인 고구려 연개소문이나 당 태종은 도움 요청을 “여자가 왕이라서…” 하며 국제적으로 무시했다. 흔들리는 왕권을 지켜준 것은 김춘추의 정치력과 김유신의 군사력, 그리고 자장율사의 종교적 힘이었다. 여왕과 사촌 간인 자장은 불사리를 봉안한 사탑 10여곳을 건설하고 승려 등록제를 시행해 교단을 장악했으며 중국식 관복을 도입해 관료 사회를 조직화했다. 643년 황룡사에 9층탑을 건설하면 주변국들이 여왕을 받들 것이라고 왕실을 설득했다. 그러나 후진국 신라에는 초고층 목조건축을 건설할 능력도 자원도 없었다. 적국인 백제에 비단과 보물을 싸들고 가 도움을 청했다. 그 직전 미륵사 목탑을 완공한 백제는 건축가 아비지와 200여명의 기술자를 파견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 최고의 랜드마크인 황룡사 9층탑이 탄생했다. ●궁궐에서 사찰로, 폐허로 수십 년간 발굴 조사 결과 가람은 3단계에 걸쳐 발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창건가람 때부터 중금당 좌우로 동서금당을 나란히 세웠다. 3금당 사이에 남북 익랑을 설치해 3개의 마당을 구획했다. 장수왕이 건설한 고구려의 안학궁과 같이 확연한 궁궐 형식이었다. 거의 완공 단계였던 새 왕궁은 사찰로 용도를 바꾸면서 익랑을 철거해 큰 하나의 마당에 3개의 금당만이 나란하게 됐다. 선덕여왕이 9층 목탑을 세워 중건가람을 완성했다. 창건가람은 중금당에 봉안한 장육존상이 중심이었다면, 중건가람은 단연 거대한 9층탑이 중심이 됐다. 신라 말로 추정되는 최종가람은 경루와 종루를 설치하고 남행랑을 연장해 사역을 확대했다. 황룡사는 동서 288m, 남북 281m, 2만 5000여평의 거대한 대지 위에 자리했다. 외곽으로 담장을 두르고 중심 영역에는 회랑을 둘렀다. 남북 중심축 위에 남문, 중문, 9층탑, 중금당, 강당을 일렬로 세웠다. 중금당 좌우로 동서금당을 두었고 동서금당 앞쪽엔 경루와 종루를 세웠다. 회랑 바깥과 외곽 담장 사이에는 승방과 부속 생활시설의 터들이 남아 있다. 황룡사는 1238년 고려를 침공한 몽골군이 불태워 폐허로 남았다. 그러나 폐허의 규모만 봐도 대단했던 그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중금당은 9×4칸의 몸채에 사방으로 한 칸씩 처마 공간을 덧붙인 특이한 건물이었다. 내부 면적 420평, 2층 내지는 3층의 초대형 건물이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장육존상을 봉안했던 큰 대좌석들이 남아 있다. 불상 키가 1장 6척이었다니 5m에 가까웠고 실내 높이는 그 두 배로 추정한다. 동금당은 9×6칸, 서금당은 7×4칸으로 크기가 서로 다르다. 다른 시기에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상 대좌가 없어 확실한 기능도 추정하기 어렵다. 경루와 종루는 각각 5×5칸의 정사각형 건물로, 신라 사찰 특유의 유형이다. 종루에는 754년 제작한 대종이 걸려 있었다. 현존하는 성덕대왕신종의 4배 크기였다고 한다. 몽골군이 이 종을 탈취해 토함산 너머로 운반하다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대종천이라는 하천에서 때때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9층탑, 정치적 상징에서 도시적 상징으로 황룡사 9층탑의 높이는 225자, 건립 당시의 고려 척으로 환산하면 80여m에 달한다. 보통 아파트 27층 높이다. 우리 역사상 존재했던 최고 높이의 목조 건물이었다. 현존하는 중국 잉셴의 불궁사 5층탑은 67m, 일본 최고인 토지 목탑도 55m, 한국 5층 목탑인 법주사 팔상전은 23m에 불과하다. 아무리 큰 황룡사라 하지만 사찰 안에 품기에는 높아도 너무 높았다.촌락 연합체였던 사로국이 고대국가 신라로 성장하면서 기존 경주의 도시구조도 재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른바 방리제의 시행이었다. ‘방’이란 바둑판같이 구획한 도시 블록이고 ‘리’란 방 외곽의 자연부락이다. 법흥왕은 흥륜사를 1방의 크기로 창건했고 이를 기준으로 방들을 확대해 나갔다. 진흥왕은 4개의 방을 합쳐 황룡사 터를 조성했고 그 남쪽 변에 50m 폭의 동서간선로를 개설했다. 단순한 국찰의 조성이 아니라 왕권 강화, 불교 진흥, 도시 정비 등 다목적 포석이었다. 선덕여왕은 여기에 더해 9층탑을 세웠다. 자장은 탑을 세우면 9개 나라가 복속할 것이라 유혹했다. 일본, 중국, 오월, 탐라, 백제, 말갈, 거란, 여진, 고구려 등 모든 주변국이었다. 물론 취약한 왕권을 보완할 내부 통합용이자 대외 과시용이었다.9층탑 건립 이후로 신라는 삼한 통일을 이루었고 경주는 유수한 국제도시로 발전했다. 전성기였던 8~9세기에 경주는 17만 8936호, 인구 90만명에 육박했다. 1360방과 55리의 행정구역을 가진 초거대 도시였다. 9층탑은 경주를 에워싸는 4개의 산인 소금강산, 명활산, 남산, 선도산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위치로나 높이로나 명실상부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정치적 상징물로 탄생했지만 도시적 상징, 국가적 상징으로 성장한 것이다.신라인들은 또 하나의 9층탑을 경주 남산 탑골 바위에 새겨 두었다. 가운데 높은 심주, 지붕 꼭대기 상륜부, 각층 처마 끝에 달린 풍경까지 목탑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현재의 경주인들도 사라진 이 탑을 여전히 도시의 상징으로 여긴다. 황룡사가 사라진 지 800여년이 지난 지금, 복원 논쟁이 뜨거운 이유다. 세계 최고의 목탑을 복원한다면 국제적인 명소가 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반대 의견도 강하다. 지상 구조를 유추할 물증이 없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하며 제자리 복원은 그나마 남은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다. 아직 결론은 없고 연구만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곳곳에 유사 9층탑들이 세워졌다. 기업연수원인 황룡원에 세운 중도타워는 강철제 9층탑이다. 경주엑스포공원의 경주타워는 강철구조물 안에 9층탑 실루엣을 음각으로 파낸 모습이다. 황룡사 9층탑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이다.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대선주자 1위 이낙연 “기본소득제 취지 이해…찬반 논의 환영”

    대선주자 1위 이낙연 “기본소득제 취지 이해…찬반 논의 환영”

    이재명 “기본소득 피할 수 없다” 당에 주문 여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기본소득제와 관련,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면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언론에 이러한 입장을 밝힌 뒤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 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최근 지급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특수 상황에서의 일회성 복지정책이었다면 기본소득은 지속적인 복지 정책이다. 기본소득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 거론한 이슈지만 여권의 잠룡으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입 논의에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를 초월한 사회의 화두로 부상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의원이 거대 여당의 당 대표가 될 경우 입장 여부에 따라 기본소득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통합당 비대위 회의에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전에 없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래야 국민의 안정과 사회공동체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가 혁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 및 예산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증세 없이 기본소득 가능”“가능한 범위 내 시작 후 점차 확대” 이 지사는 이날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언론에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해 효과를 보고 서서히 확대해 가야 한다”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은 피할 수 없다”며 당의 적극적인 입장을 주문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제는 공급이 아니라 가처분 소득을 늘려서 수요를 보강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며, 그것이 기본소득”이라면서 “기본소득을 주려면 50만원씩은 줘야 한다면서 재원을 문제 삼거나 증세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본소득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일에도 “기본소득은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피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증세나 재정건전성 훼손없이 기본소득 시행이 가능하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공급수요의 균형 파괴로 발생하는 구조적 불황을 국가재정에 의한 수요 확대로 이겨내는 경제정책”이라면서 “복지정책이라는 착각 속에서 재원 부족, 세부담증가(증세), 기존복지 폐지, 노동의욕 저하, 국민반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지사는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 소액으로 시작해 연차적으로 늘려가다 국민적 합의가 되면 그때 기본소득용으로 증세하면 될 일을 한꺼번에 고액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상상하고 주장하니 반격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별적 지급에는 반대했다. 이 지사는 선별적 지급에 대해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임을 모른 채 복지정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으로 소액으로 모두에게 지급해야 조세저항과 정책저항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단기목표 연 50만원, 중기목표 연 100만원, 장기목표 연 200만∼600만원 등 장단기별 목표를 두고 실시하면 기본소득은 어려울 것이 없다며 시기별 목표액과 재원 구상방안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장기목표 연 200만원∼600만원 지급은 탄소세(환경오염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 데이터세(국민이 생산한 데이터로 만든 이익에 과세), 국토보유세(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 로봇세(일자리를 잠식하는 인공지능로봇에 과세), 일반 직간접세 증세 등 기본소득 목적세를 만들어 전액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면 국민이 반대할 리 없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최근 “김 위원장 입장에 반가웠다”고 환영을 나타내면서 “국민의 동의를 어떻게 구할지 깊이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박원순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 이재명, 朴말에 “둘은 비교대상 아냐” 반박“경제정책과 복지 대증요법 헷갈려선 안돼”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SNS에 글을 올려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 시장은 기본소득과 국민고용보험 중에 “무엇이 더 정의로운가”라면서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도, 월 1000만원 가까운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5만원을 지급받는 것인가, 아니면 실직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기본소득에 대해 재원 부족을 이유로 “기존 복지를 축소하자는 발상”이라며 김 위원장의 제안을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지사는 8일 박 시장의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겨냥해 “경제정책은 근본 대책에 대한 문제고, 복지정책은 대증요법으로 보완정책에 가깝다”면서 “대증요법과 근본 대책을 헷갈려서는 안 된다. 둘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선주자 선호도 이낙연 1위 34%2위 이재명, 3위 황교안, 4위 홍준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 한편, 지난 2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5월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의원은 34.3%로 12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이재명 경기지사(14.2%)였다. 이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6.8%), 홍준표 의원(6.4%)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조사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29일에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씨줄날줄] 공황장애(Panic Disorder)/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공황장애(Panic Disorder)/박홍환 논설위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Pan)은 인간의 얼굴과 상반신에 염소나 산양의 뿔과 하반신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목동을 보호하고 가축과 자연을 관장하는 신으로 숭배됐다. 하지만 반인반수의 험악한 형상과 변덕스럽고 화를 잘 내는 성격 탓에 인간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특히 낮잠을 방해하거나 기분이 언짢으면 극도로 포악해져 인간과 동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곤 했다고 한다. 극심한 공포, 공황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패닉(Panic)은 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대형 사고 등을 맞닥뜨리면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평소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환경을 직면했을 때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뇌의 반응이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 얼굴에 염소 뿔을 달고 있는 반인반수의 신, 판을 눈앞에서 목도한다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몸이 굳어버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거나 사소한 갈등 상황에서도 ‘생명이 위태롭다’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수 있다. 이른바 공황발작으로 심장 박동이 매우 빨라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공황발작은 일상생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령 운전 중 공황발작이 발생하면 본인은 물론 제3자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공황장애로 판단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갑자기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당사자로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영화배우 이병헌·차태현, 방송인 김구라, 개그맨 이경규·정형돈, 가수 김장훈·소율 등 공황장애를 고백한 유명 연예인이 잇따르면서 공황장애 질환이 주목을 받았는데 최근 국내 한 수용시설에서는 공황장애를 가진 수감자의 손발을 14시간 동안 묶어 두고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최근 공황장애를 고백하며 “잠시 국회를 떠나 있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에서 밝힌 그의 증상은 공황장애의 전형이다. 알 수 없는 극도의 불안, 일시적인 정신 마비,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2017년 2월 사법농단 사태 와중에 발병했는데 다소 호전됐다가 총선 때 논란이 이어지면서 증상이 다시 심해졌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의원의 공황장애 고백을 놓고 응원과 비판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공황장애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고 한다. 당사자의 고통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지지 여부를 떠나 빠른 회복과 국회 복귀를 기원하는 게 맞다. stinger@seoul.co.kr
  • [열린세상] 눈이 안 보여도 피자를 주문할 권리/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눈이 안 보여도 피자를 주문할 권리/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유난히 출출했던 어느 저녁, A씨는 피자를 먹고 싶었다. 치즈가 쫙쫙 늘어난다는 신제품이 마침 이벤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30%를 할인해 준단다. 망설임 없이 인터넷 주문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나 이내 좌절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A씨가 주문할 수 없도록 잘못 설계된 웹사이트 때문이었다. 스크린 리더기가 읽어 주는 사이트의 글자들을 들으며 열심히 메뉴를 이동해 보았지만, 결국 결제하기 단계에서 도저히 진행이 안 됐다(참고로 그의 전공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로 설명해 보았지만, 어쨌든 인터넷 주문은 아니기 때문에 할인은 안 된단다. 피자 먹겠다고 한 시간을 컴퓨터와 씨름한 그는 주문을 포기하고 속상한 마음에 맥주만 꿀꺽꿀꺽 마셨다고 한다. 최근 한 시각장애인과 그 사건을 이야기하다 그가 왈, “요새는 더 심해요, 죄다 앱으로 주문을 받는데 저 같은 사람은 애초에 포기한 지 오래예요. 햄버거 먹고 싶어 가게에 가도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고 터치식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는대요. 발길 돌려 나올 때가 대부분이죠.”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인터넷으로 피자를 주문할 권리, 키오스크로 원하는 햄버거를 주문할 권리를 ‘웹 접근성’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으로 ‘정보통신 접근성’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마침 얼마 전 미국 도미노 피자사건이 화제가 됐다. 시각장애인이었던 원고가 피자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접근성이 없었는데 이를 두고 미국장애인법(ADA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를 장애인 차별로 인정했다. A씨에게 똑같이 일어났던 일인데 왜 우리나라와 이렇게 다른 걸까. 미국 오바마 정부는 21세기에 뒤떨어진 제도들을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 시리즈 입법을 단행했다. 이른바 21세기 법들이다. 그중에 단연 돋보이는 법은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21세기 접근성법)이다. 이 법은 모든(심지어 앞으로 개발될 첨단 기술도 포함) 정보통신, 비디오물에 접근성을 의무화했다. 접근성이 없는 기기, 정보통신 서비스, 비디오는 사실상 판매나 발매가 안 된다. 의무만 떠들기보다는 제도가 잘 돌아갈 체계도 마련했다. 상시적으로 기기나 정보통신의 접근성 미비 신고를 받는 기술위원회를 두고 신고가 접수되면 몇 주 안에 접근성 준수 평가가 끝난다. 그야말로 ‘강려크’하다. 2010년 제정된 이 법 덕분에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기기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비디오물 제작자들이 접근성을 준수하기 시작했다. 십 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 수출하는 정보통신 기기와 소프트웨어들 대부분은 접근성이 준수돼 출시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상향 확립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당연히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제작 단계부터 접근성을 갖춰야 함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다. 만드는 사람 맘대로 만들고 그중 일부만 사후적으로 ‘접근성 품질인증’을 받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사후적 품질인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수아비인지 알아챈 기업들은 이미 수출용으로 접근성을 갖춰 놓고도 내수용 제품에서 접근성 기능을 빼고 팔고 있다. 이런 소비자 기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1인 1스마트폰 시대인 대한민국에서 삶의 대부분은 정보통신 기술로 돌아간다. 정보는 매일 마시는 물처럼 이미 일상이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6차 정보화 기본계획’안에는 제조 단계에서 보편적 접근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용자를 교육하고, 일부 국민에게 보조기기를 보급하는 내용만 보인다. 이건 애초에 먹을 수 있는 물을 잘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면 될 일을, 소비자에게 셀프 정수법을 가르치거나 미니 정수기를 보급해서 해결하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접근성은 시각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까막눈 할아버지를 배제하고 만렙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접근성 제도를 설계하면 디지털 소외계층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접근성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그러니 눈치 그만 보고 한국형 21세기 접근성‘법’을 향해 성큼 내디뎌 보는 것이 어떨까.
  • 日아소 ‘당신네와는 민도가 달라’ 발언…일본 국민수준 논란

    日아소 ‘당신네와는 민도가 달라’ 발언…일본 국민수준 논란

    평소 잦은 막말과 망언으로 유명한 아소 다로(80)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몇달 만에 재연한 부적절 발언 파문이 일본의 국민수준, 즉 ‘민도’(民度)에 대한 시비로 비화됐다. 발단은 지난 4일 국회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 집권 자민당의 나카니시 겐지 의원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록다운’(도시봉쇄)을 한 프랑스 등에 비해 일본은 여유있는 통제로 감염을 막았다며 “코로나19 위기에도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지킨 것은 높이 평가받았다”고 치켜세우며 아소 부총리의 답변을 유도했다. 이에 아소 부총리는 외국에서도 일본의 사망자가 적은 이유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그러면 나는 ‘당신네 나라와 우리나라는 국민 민도의 레벨(수준)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면 모두 말문이 막혀 다른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민도를 들먹인 이 말이 외교마찰 비화 가능성 등을 포함해 비판을 받자 그는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를) 깎아내리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아시아 내에서는 한국, 대만 등보다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구미 각국의 민도가 낮다고 한 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경솔하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 이토 아쓰오는 외무상까지 지낸 인물이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의 정도를 뜻하는 말을 안이하게 사용했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사석도 아니고) 국회에서 민도를 언급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로, 각료직을 사퇴할 만한 일”이라면서 “해외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일본에 엄중한 시선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야마사키 노조미 고마자와대 교수(정치이론)는 “국내에서 음식점 폐점과 도산이 잇따르면서 실업자가 늘고 있지만, 아소 부총리의 생각은 그런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있지 않기 때문에 저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소 부총리가 아무리 설화를 반복해도 아베 총리가 책임을 묻지 않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 ‘아소이니까’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문제 발언을 불문에 부친다면는 일본의 민도야말로 (해외로부터)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아소 부총리는 여러차례 망언과 설화에 휩싸여 왔다. 가장 최근 설화는 지난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연기·취소 가능성이 거론될 당시 했던 ‘저주받은 올림픽’ 발언이었다. 2018년 4월 후쿠다 준이치 당시 재무성 사무차관이 방송사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등 성희롱 발언을 해 파문이 일자 “(그 말이) 싫으면 그 자리에서 떠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계속되는 그의 망언에 대해 “책임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당당하게도 그 자리에 계속 눌러앉아 있다”며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일본인의 윤리관은 어떻게 될까”라고 비난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버러지·징벌의 불줄기…” 北, 거친 표현으로 남측 비난

    “버러지·징벌의 불줄기…” 北, 거친 표현으로 남측 비난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노동당 기관지를 통해 “버러지”, “인간쓰레기” 등 거친 표현을 써 가며 남측에 책임을 돌렸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징벌의 불줄기를 퍼붓고 싶다”는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노동신문은 6일 ‘절대로 용납 못할 적대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현 사태는 북남관계 개선의 좋은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게 만들고 정세를 긴장 국면에로 몰아가는 장본인이 누구인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제기한 탈북자들의 삐라(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거론하며 “버러지 같은 자들이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는 천하의 불망종 짓을 저질러도 남조선에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남측에 책임을 돌렸다. 특히 “더욱 격분스러운 것은 사태의 책임을 모면해보려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남조선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노동신문은 과거에도 대북전단 살포 등 적대행위로 남북관계가 전쟁 국면으로 치달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며 “지금처럼 가장 부적절한 시기에 감행되는 비방·중상 행위가 어떤 후과(결과)로 돌아오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리 내다보고 인간쓰레기들의 경거망동을 저지시킬 수 있는 조처부터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현 남조선 당국의 처사가 ‘체제 특성’이니 ‘민간단체의 자율적 행동’이니 하면서 반공화국 삐라 살포 행위를 부추긴 이전 보수정권의 대결 망동과 무엇이 다른가”라면서 “공허한 외침만 늘어놓으면서 실천 행동을 따라 세우지 않는다면 북남관계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남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철저히 이행할 의사가 있다면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하라. 과단성 있는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이 제 할 바를 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노동신문은 논평 외에도 지난 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 발표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이날 지면에 비중 있게 실었다. 김영환 평양시당위원장, 박명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장춘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주철규 황해남도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 오유일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 등은 한목소리로 대남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남조선 당국은 이번 망동이 저들의 비호와 묵인 조장 하에 빚어졌다는 데 대하여 입이 열 백개라도 변명하지 못 한다”며 “남조선 당국이 대결광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거든 인간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평양종합병원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 등 선전물을 들고 비난집회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전했다. 북한이 모든 주민에 노출되는 노동신문을 통해 거듭 대남 비난 논평을 낸 것은 이번 사안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이날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감행한 반공화국 망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노동신문의 남측 비난에 가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종수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강철직장 용해공, 리명옥 룡천군 신암협동농장 농장원, 림현기 김일성종합대학 교원, 강은일 해주공업기술대학 학생 등의 반응을 종합해 “조국을 배신한 자들이야말로 신성한 민족의 명단에서 영원히 삭제해야 할 인간오물들”, “당장이라도 손에 총을 틀어잡고 가증스러운 개무리들에게 징벌의 불줄기를 퍼붓고 싶다”고 썼다. 앞서 전날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관련 대응 조치의 검토를 지시했다면서 그 첫 조치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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