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야근
    2026-06-09
    검색기록 지우기
  • 사무장
    2026-06-09
    검색기록 지우기
  • 강병삼
    2026-06-09
    검색기록 지우기
  • 퍼트
    2026-06-09
    검색기록 지우기
  • 달 착륙
    2026-06-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94
  • GS, 자기계발 교육·2주간 재충전으로 ‘워라밸’ 실천

    GS, 자기계발 교육·2주간 재충전으로 ‘워라밸’ 실천

    허창수 GS 회장은 평소 “기업은 곧 사람이고, 인재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인재가 모여드는 선순환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리더들이 앞장서서 구성원과 더 많이 소통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당부해 왔다. 이에 GS는 구성원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열린 조직문화 정착에 힘쓰는 한편 일과 삶의 양립을 보장함으로써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열사별로 마련해 실시한다. GS칼텍스는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과 협업 활성화를 위해 GS강남타워 27층에 230평 규모의 소통 공간 ‘知音’(지음)을 만들었다. 타 부서원과의 교류, 부서 간 협업, 아이디어 논의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또 직원의 여가 생활과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2주간의 재충전(리프레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GS리테일은 서로를 배려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며, 최고를 지향하고, 즐겁게 일한다는 의미의 조직가치인 4F(Fair-올바른, Friendly-친근한, Fresh-신선한, Fun-즐거운)를 만들었다. 또 내부 직원, 가맹 경영주, 파트너사, 고객 모두가 가감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핫라인 ‘CEO에게 말한다’를 운영한다. GS홈쇼핑은 직원들의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업무 공간을 재설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다. GS홈쇼핑은 주 40시간 근무제를 제도화했다. 퇴근 후 자발적으로 모여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뭉치면 클래스가 열린다’(뭉클) 프로그램도 지난해 시작했다. 지금까지 레고 만들기, 플라워 클래스 등 36개 강좌에 200여명이 참가했다. GS건설은 2014년부터 ‘집중근무제도’를 시행해 불필요한 야근을 줄였다. 오전 8시 30분~11시가 집중 업무 시간이다. 업무 지시, 팀 회의, 자리 이탈을 제한한다. 대신 오후 5시 30분 퇴근을 보장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시 직장인 워라밸 좋아졌네…오후 7시 전 퇴근 증가

    서울시 직장인 워라밸 좋아졌네…오후 7시 전 퇴근 증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에 따라 서울 직장인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출근 시간은 늦춰지고 퇴근 시간은 앞당겨졌다. 1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서울시 등의 공공데이터로 2008년과 2018년의 시간대별 지하철 이용을 분석한 ‘서울시 직장인 출퇴근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출퇴근에 1시간 8분(왕복 기준)이 걸려 10년 전(1시간 9분)과 비슷했지만 출퇴근 시간대는 바뀌었다. 대기업 본사나 공공기관들이 모인 광화문·을지로입구·시청 일대는 출근 시간은 비슷했지만 2008년 보다 오후 7시 전에 퇴근하는 비중이 8.79%포인트 상승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여있는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역은 9시 이후 하차승객 비중이 5.34%포인트 늘어나고 오후 7시 이후 승차 승객은 8.9%포인트 줄어들었다. 강남·역삼·선릉도 오전 9시 이후 하차 승객이 5.83%포인트 상승하고 오후 7시 이전 승차 승객이 3.38% 늘어났다. 이 지역 직장인들은 더 늦게 출근하거나 비슷하게 출근하고 더 일찍 퇴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증권사나 방송국, 국회가 있는 여의도·영등포는 퇴근 시간이 앞당겨졌지만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 오전 7시대 출근 비중이 10년 전에 비해 4.76%포인트 올랐고 오후 7시 이전 승차 승객은 4.97%포인트 늘어났다. 회식 문화가 간소화되고 야근이 줄면서 종로·서초 등 업무지구에서 심야 시간에 택시 호출도 급감했다. 출근 시간에 승차 인원 비중이 높은 ‘베드 타운’으로는 까치산·장암역(88%)이 꼽혔다. 마들(87%), 신정(86%), 쌍문역(8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을지로입구역은 출근 시간대에 하차 비중이 94.4%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 타운’이었다. 종각·국회의사당역(94.2%), 시청(94%), 광화문역(9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하철 이용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오피스타운과 베드타운을 계량적으로 판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10년간 직장인의 출근 시간은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빨라졌다는 점이 데이터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꿀 탄 우유 한 잔… 열대야에도 ‘꿀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꿀 탄 우유 한 잔… 열대야에도 ‘꿀잠’

    밤 기온이 25℃가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잠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면 집중력 저하는 물론 두통, 소화불량 증상까지 보이는 ‘열대야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열대야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체내 온도 조절 중추가 흥분해 각성 상태가 되어 심박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 체온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온이 오르기 시작해 저녁 시간에 최고조에 이르고 잠자리에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즉 체온이 내려가야 잠이 드는데, 여름이면 열대야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성 질환이나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고,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손상을 주어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치매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그만큼 잠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모두에 중요하다.열대야에 꿀잠을 자려면 먼저 흥분한 온도 조절 중추를 가라앉혀야 한다. 온도가 너무 높아도 잠을 자기 어렵지만 너무 낮아도 잠을 이룰 수 없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침실 온도와 습도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면에 적정한 온도는 18~22℃다. 그러나 이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은 평균적인 온도다. 여름철에 이 정도 실내 온도를 유지하려고 냉방장치를 계속 가동하면 너무 추울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대략 24~26℃를 유지하는 게 좋다. 에어컨을 내내 켜 놓으면 습도가 너무 떨어져 호흡기가 건조해질 수 있다. 그러면 바이러스나 세균, 먼지 등에 대한 호흡기 방어 능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럴 땐 미리 에어컨을 가동해 실내 온도를 적정 온도로 낮춰 놓고서 자기 전에 끄고 자면 된다. 선풍기도 되도록 잠자리에 들고 나서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 놓고 가동하는 게 좋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사망할 수 있다’는 건 낭설이지만, 심혈관계 질환자가 특히 음주 상태에서 선풍기를 밤새 틀고 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얇은 소재의 시원한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로 배를 덮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도 좋다. 덥다고 찬물로 샤워하면 그 순간은 시원하지만 중추신경을 오히려 흥분하게 할 뿐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했다가 확장해 결과적으로 체온이 오르게 된다. 물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6~38℃ 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따뜻한 물로 어깨와 목덜미를 자극하면 피로 회복에도 좋다. 잠들기 전에 반신욕을 하면 근육의 긴장과 피로가 풀리면서 쉽게 잠들 수 있지만 잠들기 바로 직전에 하는 반신욕은 오히려 쾌적한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수면 중 몸과 뇌를 쉬게 하려고 신진대사를 낮추고 열을 방출해 서서히 체온을 떨어뜨린다. 이때 욕조에 들어가면 체온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데 1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자기 직전 욕조에 들어가면 잠드는 시간이 그만큼 늦어진다. 열대야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알코올은 수면 유도 효과가 있어 실제로도 잠이 잘 오게 한다. 문제는 그 효과가 매우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알코올의 효과가 사라지는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깨기도 하고 호흡에도 지장을 준다. 모은식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1일 “알코올은 분해과정에서 중추신경을 자극해 각성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실제로는 깊은 잠을 자기 어렵게 만든다”며 “또한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꼭 술을 마셔야 한다면 저녁 6~7시가 좋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약간의 술을 마시면 잠들기 전에 알코올이 분해되기 때문에 수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저녁 6시 이후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몸에 들어간 카페인이 절반 정도 없어지려면 3~5시간은 걸리기 때문이다. 니코틴도 뇌를 자극해 잠들기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잠자기 전 흡연은 금물이다. 잠이 안 온다면 술보다는 꿀을 탄 우유나 대추차 한 잔을 마시는 편이 좋다. 원장원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유에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이 아미노산은 몸 안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로 바뀌어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몸 안의 수면제”라고 설명했다. 또 “우유에 꿀을 타는 것은 탄수화물이 트립토판의 체내 흡수를 돕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잠들기 어렵다면 음식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저녁에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잠들기 전 야식은 소화 기능을 떨어뜨린다. 배가 너무 고파 잠을 못 자겠다면 견과류나 과일 등으로 가볍게 허기를 달랜다. 호두는 불면증에 시달린 청나라 황실의 서태후가 즐겨 먹던 식품으로 유명하다. 혈압을 낮추는 칼륨, 짜증을 막아 주는 칼슘, 신경을 안정시키는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과일 중에는 키위가 좋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칼슘, 마그네슘, 이노시톨이 들었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몸을 혹사해 가며 고강도 운동을 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모 교수는 “격렬한 신체활동으로 체온이 상승하고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깊은 잠을 잘 수 없다”며 “야간 운동은 잠들기 2시간 전에 끝내는 게 좋고,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땀이 촉촉하게 배일 정도로 하루에 30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 운동하는 동안 자연광을 받아야 잠이 더 잘 온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TV,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뇌를 각성시켜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저해한다. 잠들기 전에는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2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20분 넘게 잠이 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일어난다. 잠이 오지 않는데 침대에 누워 어떻게든 자 보겠다고 애쓰면 불면증만 더 악화할 수 있다. 노성원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잠을 못 잘 것이라는 불안감이 잠을 더 못 자게 한다”며 “졸음이 올 때까지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평소 수면 습관도 잘 들여야 한다. 항상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 우리 뇌 속의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거나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어 어제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하면 불면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야근으로 밤을 새웠다면 한 번에 몰아 자기보다 매일 30분씩 수면 시간을 당겨 ‘수면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게 좋다. 또 오후 3시 이후에는 되도록 낮잠을 피한다. 오후 늦게 자는 낮잠은 그날 밤잠을 뺏어 가기 때문이다. 수면제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손쉽게 불면증을 해결할 방법이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의존 위험이 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존의 위험이 전혀 없는 수면제가 개발되더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두려움’ 같은 심리적 의존은 절대 없애지 못한다”면서 “수면제는 단기간만 사용하고, 대신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세종청사 조형물 ‘저승사자’ 논란 또 불거져…결국 이전 추진

    [단독] 세종청사 조형물 ‘저승사자’ 논란 또 불거져…결국 이전 추진

    “밤에 보면 저승사자 형상” 직원·주민들 깜짝 놀라“국세청 이미지에도 안 맞다” 4년전 현위치 이전 소방청 이어 올해 행안부까지 조형물 뒷건물로 이사“재난안전 헤드쿼터 앞에 저승사자라니…” 또 논란원래는 ‘신명나는 우리가락’인데 애물거리 전락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조형물 이른바 ‘저승사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세종시에 입주한 부처는 물론 시민들에게 저승사자로 알려진 조형물의 원래 이름은 ‘흥겨운 우리 가락’이다. 작가 안초롱씨는 “한국·문화 예술의 우수성, 아름다움을 표현해 정부세종청사의 복합문화공간에 랜드마크적인 이미지를 부여토록 디자인한 작품”이라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갓 쓰고, 장삼을 두른 채 두 팔을 벌려서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형상이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작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조형물은 세종시에서 몇 차례 논란이 됐다. 아무리 흥겨운 우리가락이라 외쳐도 보는 사람이 저승사자로 받아들이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조형물 밑에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지금은 저승사자가 돼 버렸다. 이 조형물은 당초 세종정부청사 16동(국세청) 남서 측에 있었으나 국세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밤에 언뜻 보고 저승사자인 줄 알았다”며 옮겨달라고 민원을 제기한다. 당시 국세청에 있다가 서울청으로 올라온 한 여성 사무관은 “여직원들이 야근하고 나가다가 그 조형물을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세청의 이미지 훼손 논란도 제기됐다. 가뜩이나 국세청이 세금을 거두는 기관으로 대국민 이미지가 좋지 않고, 서울청 ‘조사4국’이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마당에 본청 앞에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형물이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부처 앞에 저런 조형물을 세워 놓고 국민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세청에 이 조형물은 눈엣가시(?)였다. 그러던 차에 국세청 앞에 지하도 건설을 계기로 조용히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바뀐 KT&G 건물 옆 대로변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국세청은 자신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한다. 저승사자가 대로변으로 나오자 “국세청 공무원들이 싫다고 이것을 대로변에 옮겨놓으면 시민들인들 좋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렇게 4년여가 흘렀다. 그런데 2019년 여름 세종시 저승사자는 다시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시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올해 초 KT&G 건물로 행정안전부가 옮겨오면서 미리 와 있던 소방청과 함께 정부청사 16동은 재난안전의 ‘헤드쿼터’가 됐다. 그런데 그 위치가 이 조형물 바로 뒤라는 것이다. 행안부와 소방청 직원과 민원인들이 오가도록 보조 출입구가 나 있는데 밤에 이 문을 나가다가 그 뒷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 여직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밤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면 영락없는 저승사자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 바로 위에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간판이 불을 훤히 밝히고 있다. 길 건너편에서도 밤에 시선을 돌리다 보면 나무와 전신주 사이로 시커먼 것이 서 있다. 바로 이 조형물이다. 기겁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조형물의 본래 이름과는 달리 세종시에서 이 조형물을 저승사자로 부른지 오래다. 간혹 이름을 몰라 저 무서운 동상의 이름이 뭐냐고 묻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행안부와 소방청 앞에 떡 하니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부처의 이미지와 부합되진 않는다.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숨마저 내맡긴 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그 본부 앞에 저승사자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다가 주변 상인들도 적잖게 이전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형물의 설치나 이전은 행안부 산하 청사관리사무소가 담당한다. 행안부가 현재의 위치로 이전을 한다는 것을 4년 전에는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도 조형물 위치를 잡았다면 소관 부처의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무지한 결정’이었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는 지적이다. 이 조형물이 어디로 옮겨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휘장을 둘러서 다른 곳에 보관할 수도 없고, 조각공원을 만들어서 다른 조형물들과 함께 전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세종시 저승사자는 올해도 또다시 청사관리사무소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com ▶[핫뉴스] ‘폭염인데 공무원은 왜 반바지를 안 입을까’▶[핫뉴스] “14시간에 달랑 4만원…공무원이라고 막 부려 먹어도 됩니까”
  •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돈을 벌기 전에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거죠.” 25살에 서울에서 경북 구미로 취직해 온 이시언(37)씨는 요즘 자신과 같은 경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2년 전 처음 구미에 왔을 때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 가끔 승용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다른 지역에서 구미로 일하러 온 후배들은 당장 몸을 누일 공간부터 찾아야 한다. “야근 수당과 주말근무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방값까지 내야 하는 후배들이 무슨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어요” ●“눈높이 낮추란 말 말고 지방中企 회생 지원을” 한때 전국 최대 공업생산 및 수출기지로 꼽혔던 구미 국가산업단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990년대생들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숙소 걱정부터 해야 한다. 구미산단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구미를 떠났다.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벤더)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였다. 구미산단 가동률은 2010년 87.9%였지만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협력업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2017년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가동률은 66.6%다. 구미산단의 위축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 산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지방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기숙사가 지역 산단에도 건설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방 90년대생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다양하고 치열해지면서 90년대생들의 출발선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차지하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출발선이 그어진다. 그중에서도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90년대생들은 출발 신호를 가장 늦게 듣고 뛰어야 하는 청춘들이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떠난 이들과 동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탈락했고 겨우 면접에 가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in) 서울’이 아니라는 학벌이 발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문은 처음부터 아주 좁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무시를 당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4년제를 나왔으니 망정이지 3년제 지방대를 나온 다른 동료에게는 일 처리가 조금만 미숙해도 ‘역시 전문대는 안 돼’라는 비웃음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를 나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국립대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지방대 출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했다. 정씨는 “지방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빨리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전체의 분위기였다”면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 진입을 향해 입학과 동시에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지 못해 지역으로 떠난 90년대생들에게도 ‘낙오자’ 낙인이 찍힌다. 2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황모(24)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취업 경쟁에 지친 나머지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고향인 목포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윤모(26)씨는 “고향이라 푸근한 점도 있지만,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고 으스대더니 별 볼일 없네’라는 비아냥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29세 비정규직 32.2%… “90년대생 평가들 공허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90년대생들의 현실은 더 버겁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캄캄하기만 한 앞날을 바라볼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올해 초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0)씨는 현장실습을 했던 3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단순 업무만 시켰다”면서 “필요한 자격증은 사비를 들여 따야 했고 회사에 없는 공구도 사비를 들여 사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직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21)씨도 “대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보람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더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기준 부가조사’를 보면 20~29세 임금근로자 347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235만여명(67.7%)이고 비정규직은 112만여명(32.3%)이다. 20대 비정규직 상당수는 하청업체에서 원청 정규직이 떠넘긴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세)씨도 90년대생이다. 이들의 가방에는 작업 중 겨우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비정규직 이모(24)씨는 “90년대생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돈을 벌기 전에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거죠” 25살에 서울에서 경북 구미로 취직해 온 이시언(37)씨는 요즘 자신과 같은 경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2년 전 처음 구미에 왔을 때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 가끔 승용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다른 지역에서 구미로 일하러 온 후배들은 당장 몸을 누일 공간부터 찾아야 한다. “야근 수당과 주말근무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방값까지 내야 하는 후배들이 무슨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어요”●“눈높이 낮추란 말만 말고 지방中企 회생 지원 이뤄져야” 한때 전국 최대 공업생산 및 수출기지로 꼽혔던 구미 국가산업단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990년대생들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숙소 걱정부터 해야 한다. 구미산단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구미를 떠났다.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벤더)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였다. 구미산단 가동률은 2010년 87.9%였지만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협력업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2017년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가동률은 66.6%다. 구미산단의 위축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 산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지방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기숙사가 지역 산단에도 건설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방 90년대생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다양하고 치열해지면서 90년대생들의 출발선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차지하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출발선이 그어진다. 그중에서도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90년대생들은 출발 신호를 가장 늦게 듣고 뛰어야 하는 청춘들이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떠난 이들과 동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탈락했고 겨우 면접에 가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in) 서울’이 아니라는 학벌이 발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문은 처음부터 아주 좁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무시를 당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4년제를 나왔으니 망정이지 3년제 지방대를 나온 다른 동료에게는 일 처리가 조금만 미숙해도 ‘역시 전문대는 안돼’라는 비웃음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를 나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국립대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지방대 출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했다. 정씨는 “지방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빨리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전체의 분위기였다”면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 진입을 향해 입학과 동시에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지 못해 지역으로 떠난 90년대생들에게도 ‘낙오자’ 낙인이 찍힌다. 2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황모(24)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취업 경쟁에 지친 나머지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고향인 목포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윤모(26)씨는 “고향이라 푸근한 점도 있지만,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고 으스대더니 별 볼일 없네’라는 비아냥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29세 비정규직 32.2%… “90년대생 평가들 공허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90년대생들의 현실은 더 버겁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캄캄하기만 한 앞날을 바라볼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올해 초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0)씨는 현장실습을 했던 3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단순 업무만 시켰다”면서 “필요한 자격증은 사비를 들여 따야 했고 회사에 없는 공구도 사비를 들여 사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직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21)씨도 “대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보람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더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기준 부가조사’를 보면 20~29세 임금근로자 347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235만여명(67.7%)이고 비정규직은 112만여명(32.3%)이다. 20대 비정규직 상당수는 하청업체에서 원청 정규직이 떠넘긴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세)씨도 90년대생이다. 이들의 가방에는 작업 중 겨우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비정규직 이모(24)씨는 “90년대생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쓸쓸한 유산

    [유세미의 인생수업] 쓸쓸한 유산

    “실버는 빼자. 진부해. 너무 노인스러워.” “그럼 노인이지, 팔순 넘긴 지 두 해가 지났는데 청춘이냐”는 고 여사의 일갈에 다들 요란한 웃음보가 터졌다. 여고 동창 중 아직 한창때임을 증명하고픈 친구들이 모임을 결성하는 중이다. 이름을 정하는 데만 3시간째. 점심식사 모임은 결국 저녁까지 이어져 에구구 소리를 절로 내며 끝났다. 실버를 반대하다 면박을 당한 정 여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편치 않다. 아들 내외와 살림을 합친 후 시작된 증상이다. 그녀는 딸 넷을 연달아 낳고 서릿발 같은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을 당하다 나이 마흔에 아들 하나를 겨우 얻었다. 아들이 어머니 연세 운운하며 살림을 합치자고 말했을 때 정 여사는 아들 얼굴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떴다. 아들의 전세금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합쳐 새 아파트를 장만한 지 일 년째다. 혼자 외롭던 차에 처음은 매일이 축제였다. 맞벌이하는 며느리가 부담스러울까봐 끼니는 따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게 잘못이었을까. 아침 시간이 전쟁 통이라 애어른 할 것 없이 빵 한 쪽씩 입에 물고 뛰어나가는데 시에미 걸리적거릴까 신경 쓰여 한 말이었다. 그렇다 해도 저녁에 제 자식들 고기 구워 먹이며 어머니도 식사하시라는 소리 한번 안 하는 며느리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단 말인가. 그뿐이 아니었다. 며느리는 예전에 없이 자주 야근을 하고 출장을 간다. 출장 가기 전 아이들 먹일 반찬을 챙기라는 말도 잔소리였을까. 대답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태도에 기가 질린다. 며느리야 어쩔 수 없다 마음을 접었는데 더 기막힌 건 아들이다. 무심코 방문을 열었더니 왜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여냐 짜증을 낸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소리는 차마 꿀꺽 삼킨다. 그러나 아들에게만 아파트라는 유산을 줬다는 사실 때문에 딸 넷과 거의 의절한 걸 생각하면 이럴 때마다 더욱 외롭고 마음속 깊이 불안이 차오른다. 평소 별반 친하지도 않았던 고 여사와 요즘 매일 수다 떠는 이유는 동병상련일까. 고 여사 역시 딸과 살림을 합친 지 일 년이 다 돼 간다. 딸 내외는 아이들의 교육과 남들 보는 눈 때문에 강남으로 와야 하는데 지들 힘으론 어림없고 양쪽 아파트를 팔아 함께 살자 애걸복걸 졸라 댔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는 셈치고 합친 살림이었다. 그러나 웬걸 저희 식구들 휘젓는 데 방해될까 눈치 보여 방에만 있으니 팔자에 없는 단칸방 신세다. 두 여인은 자존심 때문에 마음 한 자락씩 슬쩍슬쩍 비추다 서로 같은 처지임을 알고 나서야 막역한 사이가 돼 간다. 며느리와 사위 때문에 열받는 에피소드로 침 튀기며 자식 흉을 늘어놓다가 눈물을 찍어 내며 세월의 회한이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절대 자식들과는 살림을 합치는 것이 아니었다는 후회로 결론을 내린다. 마흔 넘은 자식이 집 때문에 여전히 부모에게 기대 살게 한 탓을 어디에 할까. 매몰차게 거절하는 게 자식 위하는 길이었을까. 인생의 긴 여정 중에 어느 한 대목 중요치 않은 때가 있을까만 이제 생각하니 노후가 평화스러워야 성공한 인생임은 확실하다. 진정으로 자식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다 큰 자식들과 한집에 살며 갈등하고 후회하는 선택은 난감하다. 정 여사는 노후에 잘못 꼬인 인생을 이제라도 바로잡고 싶다.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세상 제일 귀한 아들을 위해서라도. 인생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못했다. 단지 돈 때문에 부모와의 갈등을 억지로 봉합하며 점점 불효자가 돼 가는 아들이 안타깝다. 어떻게 해야 웃으며 이 모든 일을 해결할지 정 여사의 고민이 두 볼에 파인 주름만큼이나 깊어만 간다.
  • 법적 출근시간 오전 7~9시?…카풀업계 “고사 위기”

    법적 출근시간 오전 7~9시?…카풀업계 “고사 위기”

    운수사업법 개정안 국토교통위 통과 카풀업계 “52시간제로 유연근무 확산 출퇴근 시간 묶어 두면 이용자 급감” 카풀업체 투자·직원 감소 ‘발만 동동’“저희 회사 모토가 ‘유쾌한 이동’인데 요즘엔 전혀 유쾌하지 않네요.” 국내 카풀 업체인 어디고를 운영하는 위츠모빌리티 유수현 부사장의 하소연이다. 카풀 서비스 업체는 요즘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카풀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돼서다. 기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는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출퇴근 때’라고만 해놨는데 개정안에서는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못박았다. 사실상 24시간 가능했던 카풀 운행 시간이 앞으로는 6분의1(하루 4시간)로 줄게 됐다. 국내 카풀산업이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고사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카풀 업계의 침체는 지난해 말부터 심화됐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진출과 관련해 택시 업계와의 갈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카풀 이용자도 덩달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초 국내 카풀 업체인 럭시를 252억원에 인수했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결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카풀 서비스 위풀을 준비 중이던 위모빌리티도 출시를 잠정 보류했다. 사정이 어려워져 현재 위모빌리티에 전업으로 근무하는 사람은 박현 대표 1명뿐이다. 국내 1위의 카풀 업체인 풀러스도 한때 50여명에 달했던 직원이 20여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카풀 업체를 놓고서는 국내 사업을 모두 접고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개정안까지 통과되자 관련 업계는 동요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오전 6~7시에도 집을 나서고, 야근 때문에 오후 8시 이후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이용자는 다 놓치게 된 것이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와 맞물려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오전 10~11시쯤까지 출근하도록 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정작 국회에선 아직도 오전 9시 출근을 전제로 법안을 마련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카풀 사회적 대타협 무효화 및 새로운 대타협을 요청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풀러스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택시업계와의)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카풀 이용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 “사업 초창기에는 이 분야의 비전을 믿고 투자해 준 분들이 있는데 이제는 추가 투자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수현 부사장은 “이번 입법 과정은 유감”이라면서도 “이용자가 급감할 것에 대비해 이제는 1명이 아닌 최대 3명까지 합승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카풀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의 80% 수준 비용으로 카풀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결국 소비자들도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모빌리티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토교통위 관계자는 “개정안과 관련해 현재 여야 이견이 없다. 택시 업계에서도 개정안에 반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 남았다”고 했다. 박현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신산업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와 관련해서도 문의를 해봤는데 신청해도 승인이 안 날 것이란 대답을 받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령이 되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국내 카풀산업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90‘s 신주류가 떴다] 회사 안에선 아싸 회사 밖에선 인싸

    [90‘s 신주류가 떴다] 회사 안에선 아싸 회사 밖에선 인싸

    회사원 강지은(26·가명)씨의 주말 일정은 빼곡하게 짜여 있었다. 오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으로 찾은 유명 냉면집에 가 긴 대기 줄에 합류했다. 냉면을 먹은 다음에는 에어팟을 꽂고 스타벅스에 가서 그동안 꾸준히 모은 스티커를 털어 비치타월을 받았다. 수량이 한정된 사은품이어서 중고품 거래 인터넷카페에서 수만원에 팔리는 ‘핫’한 아이템이다. 저녁엔 친구들과 록 페스티벌을 찾아 ‘떼창’을 불렀다. 지은씨는 이날의 모든 일정을 인증샷으로 남겨 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쭉쭉 올라가는 ‘좋아요’와 댓글을 읽다가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SNS 인증은 인싸의 핵심… 콘셉트 잡아 느낌 있게 피드 관리 회사 안에서는 어떻게든 ‘아싸’(아웃사이더) 모드로 지내려는 90년대생들은 회사 밖에서는 ‘인싸’(인사이더)를 꿈꾼다. ‘인싸템’(인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소문나면 순식간에 불티나게 팔리고 ‘힙 플레이스’(유행에 앞서가는 장소)로 알려진 식당은 한두 시간 줄을 서도 아깝지 않다. SNS 인증은 인싸들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SNS에 올리지는 않는다. 음식, 여행, 독서 등 자신만의 콘셉트를 잡아 피드(사진목록)의 전체 느낌을 통일감 있게 관리한다. 여러 사람과 우르르 모여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구구절절 일기를 적은 ‘싸이월드’식 인증은 인싸들에게 배척당한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지영(34) 과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90년대생 후배들에게 보여 줬다가 면박을 당했다. “과장님 인스타에는 콘셉트가 없어요”, “너무 촌스러워요. 누가 이렇게 일상을 낱낱이 공개해요”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동영상이나 찍고 한가해?” 상사 핀잔 싫어서 회사엔 비밀 90년대생의 인스타에는 자신의 얼굴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관심 분야만 중점 노출하는 탓이다. ‘happy, love, hope’ 등을 아이디로 삼는 것도 낡은 방식으로 취급된다. ‘좋아요’가 많을수록 인싸력(인싸로서의 능력)을 뽐낼 수 있어 ‘팔로어’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스타, 페북 등에서 ‘좋아요’를 서로 눌러 주기로 약속하는 ‘좋탐’ 문화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SNS에서 인싸인 90년대생들은 직장에서는 철저히 아싸로 남길 바란다. 자신의 일상을 재치 있게 촬영한 브이로그(비디오 블로그)를 올리는 유튜버 이모(28)씨는 직장 상사에게는 유튜브 얘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 “영상이나 찍으며 놀 정도로 한가하냐”는 핀잔을 들을 게 뻔하고 굳이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사회성이 좋은 인싸를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뽑고 난 뒤에는 묵묵히 야근하는 아싸를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분노조절’ 못하는 상사 딱 싫어요

    [단독] ‘분노조절’ 못하는 상사 딱 싫어요

    “무배려·상명하복·답정너도 거부감 ‘과도한 의전’ 가장 먼저 개선 필요”이른바 ‘2030세대’의 젊은 공무원은 현 공직사회 업무 방식이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일하기 싫은 유형의 상사 1위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후배 직원을 꾸짖는 이’를 꼽았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공직문화·일하는 방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행안부가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공직문화 개선방안 논의를 위해 마련한 ‘정부혁신 어벤져스’ 첫 번째 모임에 참가한 중앙부처 20~30대 공무원 2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선 ‘우리 회사에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상사가 있다’는 질문에 전체 설문 대상 중 81%인 214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후배 직원의 과오나 실수에 대해 “너 미쳤냐” 등 과격하게 반응하는 ‘분노조절 장애’가 43%(11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잘못되면 모두 다 네 책임”이라며 압박하는 ‘무배려·무매너’(23%), “하라면 무조건 해”라고 윽박지르는 ‘상명하복’(15%), “넌 정해진 답만 해”라고 무시하듯 종용하는 ‘답정너’(12%) 순이었다. ‘우리 기관의 공직문화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물음에 86%인 227명이 ‘그렇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 기관의 일하는 방식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다’는 설문에 67%인 177명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젊은 공무원 대부분은 지금의 공직 문화가 4차 산업혁명 등 달라진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공직문화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35%인 92명이 ‘과도한 의전’을 들었다. 뒤이어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32%)와 불필요한 야근(21%), 권위적 표현(7%) 등이 뒤를 이었다. 부처 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로는 시간적 여유 부족(33%)과 수직적·위계적 분위기(27%), 부서 간 칸막이(23%), 부서장의 소통 의지 부족(11%) 등을 거론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유럽산 와인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국 와인 진짜 맛 느껴져요”

    “유럽산 와인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국 와인 진짜 맛 느껴져요”

    ‘와인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1988년 와인이 국내에 수입된 이후 지금처럼 불티나게 팔린 적은 없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고, 잦은 야근과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활성화된 ‘홈파티’는 ‘BYOB’(Bring your own bottle·각자 술 한 병씩 가져오세요)라는 용어를 우리의 일상 깊이 끌어들였다. 실제로 편의점의 와인 판매는 지난해 45.2%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와인 판매 비중은 지난해 전체 주류 가운데 22.7%를 기록해 처음으로 맥주를 넘어섰다. 전통의 와인강국 프랑스, 이탈리아부터 미국, 호주,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대륙 와인, 조지아, 헝가리 등 동유럽 와인까지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부쩍 다양해졌다.이러한 와인 열풍 속에 오랫동안 와인 불모지로 분류됐던 한국의 와인도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150개에 달하는 전국의 와이너리에서 700여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신라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등 특급호텔에서도 이들 와인을 취급한다. 품질이 검증된 한국 와인들은 국가적 행사의 만찬주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 와인이 가성비 좋은 수입산 와인과 대적할 수 있을까. 향후 한국 와인이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 지난 8일 한국 와인의 성지라 불리는 경기 안산시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김지원(53) 대표를 만나 농업과 직결된 한국 와인의 오늘과 미래를 물었다. “지금 숙성 중인 와인은 ‘캠벨 얼리’ 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입니다. 가볍게 마시는 와인이어서 오래 보관하기보다는 금방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긴 시간 숙성해 맛이 열리는 프랑스 와인과는 품종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죠.”서늘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양조 탱크 앞에 선 김 대표는 이날 와이너리 방문객들의 ‘선입견 깨기’에 열중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캠벨 얼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포도 품종으로 전체 생산의 약 80%를 차지한다. 프랑스, 미국 등에서 레드와인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와인 양조에 최적화된 품종이라면, 캠벨 얼리는 신맛과 향이 강해 생과로 더 많이 먹는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국에서 나오는 포도 품종은 와인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나왔고, 이는 곧 “한국 와인은 맛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과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김 대표는 수입 와인이 와인 맛의 표준이 된 현실과 맞서고 있다. “와인의 맛을 평가하는 기준과 체계가 유럽에서 비롯된 것인데, 유럽과는 환경과 농업 시스템이 전혀 다른 한국에서 나오는 와인을 그들의 잣대로 단정 짓는 것은 편향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마실 물이 마땅치 않아 술이 물을 대체해야 했던 유럽에서 포도 농사는 와인을 만들기 위한 산업이었다. 반면 깨끗한 물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 술이 물의 대체재가 아니었던 한국에서 포도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과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한국 와인의 특성을 인정해야 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국 와인 지도와 전국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종류별로 전시된 건물 1층을 지나 2층 시음장에서 캠벨 얼리 레드와인을 마셨다. 그의 말대로 이날 머릿속에 있는 와인 상식을 최대한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한국 와인을 즐기고 싶었으나 쉽지는 않았다. 복합적이고 드라이한 유럽산 와인과의 캐릭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산딸기와 체리향이 강렬했고 비교적 단순한 아로마에 은은한 산미, 가벼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다. 기성 소믈리에의 시선으로는 “당도가 높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한 방문객은 “평소 와인의 떫은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와인은 부드럽게 넘어가서 마음에 든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시음장에서도 “와인 잔을 드는 방법부터 와인을 마신 뒤 혀를 굴리는 시음 방법까지 모두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이지 정답은 없다”면서 “기성 와인의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서양의 와인이 하나의 문화라는 점, 또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산업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기존 와인 체계를 애써 배격할 이유는 없지만, 결국 와인도 술의 한 종류이며 ‘취향의 문제’임을 직시할 때 소비 시장에서 한국 와인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가 이토록 한국 와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건 약 50년간의 암흑기를 지나 이제 막 기지개를 켠 한국 와인이 우리보다 앞서 와인 산업을 일군 일본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일본 와인도 한때 외국 와인의 아류 취급을 받았지만 끊임없는 고유의 품종 개발을 통해 브랜딩에 성공, 글로벌 시장에 일본 와인 장르를 안착시켰다. 1985년 농협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는 와인에 관심이 없었다. 농업에 뜻을 두고 1993년 회사를 나와 대부도에서 포도 농사와 축산 등을 하던 그를 2000년 이 지역 포도 농업인들로 구성된 그린영농조합에서 찾았다. 포도 재배 면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수입산 포도가 들어오면서 포도 가격이 하락하자 조합에선 와인을 비롯한 가공 산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 했고, 행정 실무 경험이 있던 그가 결국 와이너리 운영을 책임지게 됐다.가시밭길이었다. 예쁘게 생기지 않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취지는 훌륭했지만, 한국 와인에 대한 주변 인식은 전무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부에서조차 와인 산업을 농업의 한 분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수차례 유럽을 드나들며 양조 기술을 익히고 시행착오를 겪던 2014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1993년 생과용으로 개발한 청포도 ‘청수’를 와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청수는 맛과 향이 좋았지만 익으면 알맹이가 잘 떨어져 시장성이 낮았다. 그는 청수를 양조하며 독일의 유명 화이트와인 품종인 리슬링 와인에 들어가는 효모를 넣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로움과 풍부한 과실향, 청량함에 “한국 와인이 이렇게 발전했느냐”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졌고, 주요 대회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 출품해 2015년부터 2년 연속 실버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1병에 6만원으로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음에도 생산 물량이 동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레스토랑에선 외국인 손님 접대용으로도 인기가 좋았다. “청수 와인을 통해 한국 와인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는 그는 향후 한국 와인의 경쟁력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는 “한국 와인은 ‘우리 농부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대량생산을 하는 해외 거대 와이너리의 유명 와인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좋은 원료로 만든 와인이라는 점, 와인 생산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관광상품으로서의 경쟁력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그랑꼬또는 대부도에 놀러오는 내·외국인의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잡았다”며 “와인 시음, 포도밭과 양조장 투어 외에 지역 스토리와 와인 족욕 체험 등 복합적인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가심비’를 만족시킨다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저가 수입 와인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낮엔 직장인 밤엔 DJ… 놀 줄 아는 그들의 첫 번째 페스티벌

    낮엔 직장인 밤엔 DJ… 놀 줄 아는 그들의 첫 번째 페스티벌

    낮 기온이 36.1도까지 치솟은 지난 6일.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하나둘 모였다. 국내 유일 직장인 DJ 커뮤니티 ‘퇴근후디제잉’에서 처음 개최한 ‘퇴근후디제잉 페스티벌’이 6~7일 이틀간 호텔더디자이너스 건대 루프탑 라운지바 ‘일레븐라운지’와 맞은편 건물 지하의 문화 공간 ‘보폴’(VOFOL)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100명 넘는 아마추어 디제이들의 공연이 밤낮 없이 이어졌다. 낮에는 직장인으로 본업에 종사하다 퇴근 후엔 디제잉을 즐기는 이들은 그간 갈고닦은 디제잉 실력을 마음껏 펼쳤다. 6일 낮 12시 ‘보폴’의 3개 스테이지에서 먼저 시작된 공연은 해질 무렵 ‘일레븐라운지’ 2개 스테이지로 확대됐다. ‘회식’, ‘야근’, ‘출근’, ‘반차’, ‘병가’ 등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위트 있는 이름이 스테이지마다 붙었다. 하우스, 테크노 등 스테이지마다 조금씩 다른 장르에 맞춰 DJ들이 배치됐고 관객들은 좋아하는 음악과 DJ를 찾아다니며 공연을 즐겼다. 달이 뜨고 더위가 한풀 꺾이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대형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처럼 수천, 수만명이 운집하지는 않았지만 디제잉과 전자음악을 향한 열정은 그에 못지않았다. 방송사 PD로 일하는 박모(34)씨는 입사 후 EDM 프로듀싱을 시작했다. 박씨는 EDM의 매력에 대해 “클래식이나 재즈는 사람이 직접 연주를 해서 실사영화 같은 느낌이라면 EDM은 좀 더 애니메이션 같다”며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든 곡을 사운드클라우드 등에 올리는 등 곡 작업을 주로 하다 최근에 디제잉도 시작했다. 박씨는 “국내에 이런 페스티벌에 생기고 직장인들에게 디제잉 무대가 마련돼 좋다”며 “내년에는 페스티벌에 직접 참가해 보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IT 업종 종사자인 방모(30)씨는 대학교 4학년 때 학원에 등록하면서 디제잉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방씨는 “취미 생활을 해보려 가볍게 시작했는데 갈수록 저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재미에 빠져 여기까지 왔다”며 “디제잉을 잘 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뛰어놀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이민성(36)씨는 DJ흥부로 활동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하우스 음악을 좋아했고 DJ를 꿈꿨지만 그때만 해도 취미로 선뜻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돈을 벌고 여유가 생기면 하자면서 미루다 보니 서른이 넘어서야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장비부터 사고 가진 돈을 털어 연습실을 구했는데, 그때 시작하지 않았으면 평생 못 했을 거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뜻이 맞는 동료를 모아 크루를 만들고 소규모 파티에서 공연도 하는 등 본업 못지않게 디제잉이 열심이다.40분간 열정적인 디제잉 공연을 펼치고 내려온 조채연(23)씨는 낮에는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중학생 때 처음 테크노를 알고 관심을 갖게 됐다. 조씨는 “전자음악을 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가 처음 들려줬는데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며 “새로운 음악 세계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조씨는 작곡이나 디제잉을 배우는 데에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에 대해 “사람들이 예술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취미든 업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으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페이스북에 ‘퇴근후디제잉’ 모임을 개설한 장규일(36)씨가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장씨는 “커뮤니티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이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했다”며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에너지를 한 번에 터뜨릴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100만원만 모으면 행사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보폴’ 사장의 말에 유튜브 방송에서 모금을 해봤는데 첫날에만 50만원이 모였다. DJ 모집에는 몇 시간 만에 70명이 지원했다. 전자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상권 활성화를 바라는 주변 상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페스티벌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씨는 “기대보다 많은 분들이 와서 즐겨줘서 이번 페스티벌 목표는 이룬 것 같다”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내년에는 더 멋진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기는 중국] 中 일부 도시,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2.5일 휴일제’ 도입

    중국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2.5일 휴일제가 전격 도입될 전망이다. 시행이 확정될 시 해당 지역 직장인들은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총 2.5일 동안 휴일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근 중국의 11개 지역 성 정부를 중심으로 직장인들의 소비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 2.5일 휴일제 도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2.5일 휴일제 도입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인 지역에는 △장쑤성(江苏省) △허베이(河北) △장시(江西) △충칭(重庆) △간쑤(甘肃) △랴오닝(辽宁) △안후이(安徽) △산시(陕西) △구이저우(贵州) △푸젠(福建) △저장(浙江) △광둥(广东) △후난성(湖南省) 등 12곳이다. 실제로 2.5일 휴일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지역은 장쑤성 정부다. 장쑤성 정부는 지난 1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2.5일 휴가제’ 도입 및 시행 장려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올 3월 양회(两会·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슝쓰둥(熊思东) 대표는 “2018년 중국 근로자의 1인당 근무시간은 무려 2100시간에 달한다”면서 “다른 이웃한 국가들의 노동시간과 비교해 매우 긴 시간이다. 특히 다수의 1~2선 대도시에서의 직장인 야근은 일상화 됐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2.5일 휴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특히 챠오바오윈(乔宝云) 중국공공재정·정책연구원(中国公共财政与政策研究院) 원장은 “국내 소비 부족은 중국이 향후 직면하게 될 도전으로 경제발달 성(省)인 장쑤가 ‘2.5일 휴가제’ 도입을 모색하는 것은 소비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며 정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국 국무원 등 중앙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판공실(国务院办公室)은 ‘관광 투자 및 소비 촉진에 관한 약간의 의견'(关于进一步促进旅游投资和消费的若干意见)을 통해 조건이 갖춰진 지역 정부와 해당 지역 소재의 기업의 경우 환경과 법에 의거해 근무 및 휴식 제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국무원의 해당 공식 입장 중에는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 근로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2.5일 휴일제’와 관련한 여건 마련 등의 주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2.5일 휴일제’ 보급이 곧장 소비 진작 등의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롄핑(连平) 교통은행 수석 경제 분석학자는 “주민의 소비력 증진만이 해당 지역과 국가 경제를 위한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유일한 요인”이라면서 “휴일 기간을 확대한다고 해서 해당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일 휴가제’ 시행은 사람들이 매주 동일하게 2.5일을 쉬는, 일상적인 휴일에 해당한다”면서 “뚜렷한 소비 증진 효과는 노동절 황금연휴와 같은 장기 휴일의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성희롱 10건 중 6건이 직장 상사였다

    성희롱 10건 중 6건이 직장 상사였다

    메신저로 동료간 성적 비하 발언도 상사와 출장가자 “신혼부부 같다” 모욕감에 약물치료… 사직서 내기도“성관계를 하면 대상포진이 나을까? 너도 하고 싶지?” A씨는 입사 한 달 후부터 8개월간 사장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거절 의사를 표시했지만 사장은 커피 심부름을 시키고 가슴이나 하체 부위를 만지는 등 상습적으로 A씨를 괴롭혔다. A씨에게 월급을 주면서 옷 속에 손을 넣고 가슴을 만지려 하기도 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나이가 많아 (다른 곳에) 취업이 어려워 참으려 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성희롱 10건 중 6건은 A씨 사례처럼 직장 내 권력관계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10일 인권위는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8집’을 발간하고, 2007년 이후 시정권고를 내린 성희롱 사건 209건 중 137건(65.6%)이 직접고용 상하 관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대표나 고위관리자(국장·부장), 중간관리자(팀장·과장) 등 관리직이 77.0%였다. 피해자의 74.2%는 평직원이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직장 내가 44.6%였고, 회식 장소(22.3%)와 교육 장소(7.3%)가 뒤를 이었다. 관리자들은 교육이나 격려를 빙자해 부하직원을 성추행·성희롱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정인 B씨의 직장 상사인 팀장은 야근 때마다 B씨의 어깨를 감싸거나 손을 포개며 추행했다. 거절 의사를 표했지만 “팀장인 나에게 선을 긋나. 이렇게 나오면 못 가르친다”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B씨는 퇴사를 결심했고 인권위는 팀장에게 특별인권교육 수강과 손해배상금 300만원 지급을 권고했다. 동료 간 성희롱도 있었다. 한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C씨는 동료들로부터 “원장님과 출장 다니는 거 보면 신혼부부가 따로 없다. 행동 똑바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 C씨는 모욕감을 느껴 긴장과 불안 등의 증상으로 약물치료까지 받았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이 C씨와 근무하지 않도록 인사상 분리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당사자가 없는 메신저 대화방에서 오간 성적 비하 발언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업무 시간 중 남성 직원끼리 업무용 메신저로 “(여성 직원에게) 접대를 시켜야겠다”는 등의 대화를 나눈 사건으로, 인권위는 이를 온전한 사적 대화로 보지 않았다. 업무 시간에 같은 사무실의 동료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대화를 나눈 것은 온전한 사생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 사건은 2007년 165건에서 2017년 296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인권위는 “성희롱은 친밀감의 표시가 아닌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성차별이자 성적 괴롭힘”이라며 “이를 예방할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검찰총장 후보 올랐던 이금로 수원고검장 사의

    검찰총장 후보 올랐던 이금로 수원고검장 사의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 최종 후보 명단에 올랐던 이금로(54·사법연수원 20기) 수원고검장이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이제 저는 제 삶의 전부였던 검찰과 여러분 곁을 떠나려 한다”면서 “검사로서 검찰 게시판에 처음 올리는 게시글이 사직 인사가 됐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 고검장은 “밖에서는 힘세고 강한 검찰로 보지만 거의 매일 야근하고 휴일없이 격무로 고생하는 검찰인들이 안쓰럽기도 했다”면서 “그러기에 검찰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면 많이 아파했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또 논어에 나오는 ‘민무신불립’(백성이 믿지 않으면 설 수 없다)을 인용하며 검찰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이 고검장은 “검찰도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한다”면서 “세상이 급속도로 변해 가는데 검찰도 그 흐름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시속 100㎞로 달릴 때 검찰이 시속 70㎞로 달린다해도 뒤쳐지게 된다”며 “검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늘 고민해 진정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고검장은 1994년 서울동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인천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뒤 2개월 간 장관 직무대행도 맡았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이후 사의를 밝힌 검찰 고위 간부는 이 고검장을 비롯해 6명으로 늘어났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5060세대는 가족·자식 걱정, 2030세대는 본인 걱정

    5060세대는 가족·자식 걱정, 2030세대는 본인 걱정

    5060세대, 자녀·손주 위한 지출 많아5060세대가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어 ‘가족’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2030세대는 본인 걱정이 주를 이뤘다. 7일 한화생명이 5060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글 8만건, 2030세대가 활동하는 카페 글 12만건을 분석한 결과 가족을 주제로 한 게시물 비중은 5060세대가 18.6%로 2030세대(3.2%)보다 훨씬 많았다. 또 ‘걱정’을 키워드로 쓴 글을 분석해 보니 5060세대는 가족, 자식, 가족관계, 미래, 일자리 등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반면 2030세대는 직장생활, 사랑, 친구, 야근 등 본인과 관련된 키워드가 주를 이뤘다. ‘낀 세대’인 5060은 부모 부양뿐 아니라 자녀와 손주 걱정까지 많은 처지였다. 5060세대의 가족 관련 걱정거리는 간병이 18.4%로 가장 많았고 용돈 14.2%, 희생 13.8%, 자녀 결혼 13.1%, 금전적 요인 12.4%, 요양원 11.2%, 자녀 학비 4.6% 순이었다. 손자·손녀 육아도 3.6%를 차지했다. 5060세대의 가족 걱정은 지출 행태에서도 알 수 있다. 한화생명이 한 대형 카드사 고객 1650만명의 소비를 분석한 결과 50대의 자녀 관련 카드지출은 등록금(23.7%)과 학원(23.1%) 위주였고 60대는 유치원(25.7%)이 1위를 차지했다. 공소민 한화생명 빅데이터팀장은 “50대에 자녀 졸업 등으로 등록금, 학원 비용이 감소하면 또다시 60대에 손주의 유치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고객들의 저축보험 월평균 보험료는 5060세대가 49만 4000원으로 3040세대(35만 4000원)보다 14만원 많았다. 공 팀장은 “돈 쓸 곳이 많은 5060세대이지만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은퇴 준비도 스스로 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전남교육청,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강력 대응

    전남교육청이 부당한 초과근무 수령에 대해 엄단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관련자에 대해 낮은 징계 결정을 한 목포 Y학교법인측에 ‘징계의결 재심사’를 요구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4일 전남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최근 일선 학교의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에 대해 집중 감사한 결과 허위수령 사실이 드러난 Y학교법인 산하 학교 직원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법인측은 도교육청의 징계요구 양정보다 낮은 징계를 의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도교육청은 법인측에 ‘징계의결 재심사’를 하도록 재차 요구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앞서 감사관실은 지난 4월 도내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초과근무수당 수령 실태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여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야근 등을 한 것처럼 속여 수당을 받아낸 Y학교법인 산하 2개 학교 교직원 45명을 적발했다. 이들 학교는 지문인식기를 이용하면서 고의적으로 시스템을 조작해 실제 초과근무시간보다 많은 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찬 도교육청 감사관은 “앞으로 사립학교 학교법인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과근무 부당수령 등 고질적 관행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2회] 양승태 석방 앞으로 한 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2회] 양승태 석방 앞으로 한 달

    “담당 재판때문에” “야근 때문에” 현직 법관들 계속 증인 출석 미뤄재판부 별다른 대응 안하고 일정 순연··· 검찰 ‘속터진다’ 강한 성토“현재로서는 추가 기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8월 석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2월 11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간(6개월)은 다음달 10일 끝난다. 검찰이 다른 혐의를 더해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지금의 방침을 유지하면 다음달 11일 자정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서게 된다. 구치소가 아닌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피고인들이 서는 법정은 서두를 이유가 확 줄어든다. 재판이 열리지 않는 날 누구와 연락하고 만나는지 법정은 알 길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과 법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증인은 211명이나 된다.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당초 지난달 21일부터 3일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현직 법관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었다. 해당 법관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각각 근무하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보고서)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이다. 지난달 14일부터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검증절차도 이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제시할 문건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임 전 차장의 USB에 담겨 있던 문건과 같은 것인지, 이들이 사용한 이메일 속 파일과 같은 문건인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이다.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6일, 28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각각 진행하려고 했지만 네 사람 모두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는 다시 5일부터 7월 중하순쯤으로 증인신문 일정을 차례차례 조정했다. ●시진국 부장판사의 두 번째 불출석 사유 “당직근무 때문” 그런데 5일 오전 10시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이번에는 다른 이유를 들어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당직 법관으로 지정돼 있어 출석이 어렵다.’ 지난달 26일 예정된 증인신문 일정에는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때문에 어렵다고 해 재판부는 시 부장판사의 재판이 없는 5일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직 때문이라는 게 출석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됐다. 각 법원에서는 법관들이 순번을 정해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 영장 업무를 도맡아 하는 당직제도가 있다. 주로 경력 15년 미만의 단독 또는 배석 판사들이 하던 업무였는데 젊은 판사들이 줄어들면서 부장판사들도 하게 됐고, 과거에 비해 순번이 빨리 돌아오게 되자 매해 사무분담 시기가 되면 법원마다 당직 법관의 대상과 순번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있을 정도다. 시 부장판사의 불출석 사유는 쉽게 말해 ‘야근이라 재판에 못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 내부 규정까지 확인하며 시 부장판사를 비판했다. 검찰은 “대법원 규칙인 ‘법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에는 당직 지정을 받은 법관이 출장·휴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당직 근무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지체 없이 당직 지정자에게 신청해 당직 근무일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같은 규칙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당직 법관 사무를 처리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이튿날에 당직을 대행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재판의 증인 출석은 출장·휴가와 같이 규칙에 있는 사유 못지 않게 더 불가피하다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금요일(지난달 21일) 증인신문 기일이 지정되자 다음날 중요한 개인 일정이 있고, 그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자신의 재판이 있다며 불출석했다. 증인신청된 법관들의 재판 기일과 준비기일, 당직근무 일정까지 모두 고려해 일정을 지정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는 게 검찰 지적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판부에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증인이 회사에서 본인 대신 다른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 또는 당직 근무가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한 경우 이를 불출석하는 합당한 사유로 보는지 의문이다.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을 이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 “일반인들도 당직근무로 불출석 되나…원칙 동일하게 적용” 형사소송법 151조에는 법원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의) 결정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이후에도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결정으로 증인을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한두 번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처분을 받는 게 아니다. ‘정당한 사유’와 ‘결정으로’라는 문구는 오롯이 재판부의 몫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반발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그리고는 4명의 법관을 비롯해 추가 증인신문 일정 계획을 설명했다. 오는 19일 오전 10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은 지난달에 잡혔고 이 다음 일정을 박남천 부장판사가 읊기 시작했다. “(앞 부분 생략) 7월 23일 오전 10시 박상언. 7월 24일 오전 10시 정다주.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또 필요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이번주 금요일에 시진국을 신문하지 못한다면 시진국은 7월 26일 오전 10시.” 시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출석이 가능하다고 밝힌 날짜다. 핵심 증인들과의 대면이 미뤄진 법정에서는 다시 ‘디테일’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임종헌 USB’ 속 파일에 대해서는 변호인들이 검찰청에서 직접 원본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증절차를 줄이긴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양만큼 법원행정처나 외교부 등에서 임의제출 받은 문건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늘어났다. 심의관이나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건을 검찰이 해당 기관으로부터 임의제출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자들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작성자들의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검찰은 2018년 7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목적 아래 임의제출의 범위 및 방법을 협의했고, 심의관들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을 받아 포렌식 등을 거친 다음 현직 심의관들이 추출된 파일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심의관들이 업무상 작성한 문건들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행정처 컴퓨터에 보관된 뒤 행정처에서 소지, 관리하는 문건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작성자가 아닌 기관 측의 동의를 받고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작성자인 전직 심의관들의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참여권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임의제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USB 담은 봉인지 ‘누가 처음 붙였다 뗐나’ 확인 공방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처를 명확히 하고 실제 검찰이 임의제출받은 각종 파일들과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 흠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검증이 또 종일 이어졌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사건과 관련해 제시될 외교부 문건들에 대해 검증할 때는 지난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USB를 감싼 봉인지가 언제 처음 붙었다가 언제 떼여졌다가 또 언제 다시 붙여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있었다. 검증을 위해 USB를 실행해야 했는데 그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USB를 봉인해 두었다가 포렌식 작업과 분석을 하기 위해 USB를 사용했다가 다시 봉인해두고 그 외에 USB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최초 봉인지를 해제한 그곳에 부착되어 봉인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변호인들, 이 봉인지를 해제하기 전에 확인할 필요성이 있으면…”(재판장) “최초에 봉인을 해제해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게 될 텐데 최초에 있는 외교부 사무관을 참여하도록 했다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이 확인돼야 할 것 같고 봉인해제 한 날짜를 지난해 8월 6일로 했는데 누가 이 봉인을 해제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 봉인 해제한 검찰 관계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 오갔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의문이 해소되자 박 부장판사는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봉인을 해제하기 전에 이 상태로 사진을 한 장 찍도록 하겠습니다”라며 USB를 꺼내기 전 봉투의 모습까지 법원 직원을 통해 사진으로 남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장짜리 보고서로 1시간도 안 돼 ‘회의 끝’

    금융업의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1일. 우리은행에 다니는 A씨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전 10시에 출근했다. 오전 8~10시 출근 시간대 가운데 30분 단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늦게 출근하는 게 눈치 보였지만 최근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거나 ‘칼퇴’(칼퇴근)를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러워졌다. 업무 시간에는 주간업무계획 가운데 요점만 요약한 1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해 회의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에서는 회의 자료는 1장으로, 시간은 1시간 내로, 결과 보고는 1일 내로 하자는 ‘1·1·1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던 금융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이날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금융사마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노력에 나섰다. 다만 지난해부터 각사마다 주 52시간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터라 직원들은 대체로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시중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회의 시간을 줄이고 영업점 인력을 확충했다. 신한은행은 본점 인원 50여명을 일손이 부족한 영업점으로 배치했다. 3일에도 영업점 인원을 100여명 확충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이 예정돼 있다. KEB하나은행은 조만간 사내전산망에 ‘주 52시간 에스오에스(SOS)’라는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 예정이다. 직원들은 게시판에 주 52시간제 시행 초기에 겪는 애로 사항이나 각종 문제점, 의문 사항 등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일부 금융사는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오후 6~7시가 되면 자동으로 컴퓨터의 전원이 꺼지는 ‘피시(PC) 오프제’를 시행 중이다. 또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했다. 이날 처음 PC오프제를 도입한 한 보험사의 직원은 “오후 6시 컴퓨터가 강제로 꺼진 뒤 부장, 팀장들부터 먼저 일어나 퇴근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한국 여성 평균 초혼 30.4세…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41.5%

    한국 여성 평균 초혼 30.4세…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41.5%

    73.8%가 대학 진학… 男보다 7.9%P 높아 291만명 1인가구 중 70세 이상이 29.9% 작년 경단녀 184만명… 1만 6000명 증가작가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은 이 시대를 ‘버티며’ 살아가는 여성의 자화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김지영은 소설을 ‘내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여성가족부가 1일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이 담겼다. 소설의 주인공을 불러내 여성의 한평생을 재구성했다. 김지영씨는 우리 나이로 38세다. 8년 전 결혼해 딸을 낳았다. 남편 정대현씨는 지영씨보다 한 살 어리다. 지난해 초혼 부부 혼인 건수 20만건 중 여성이 연상인 부부는 17.2%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0.4세로 2017년보다 0.2세 늘었다. 2015년 30대에 진입한 이후 계속 올라가고 있다. 혼인 전 지영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여성’이었다. 2005년부터 대학에 간 여성의 비율이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해 2018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3.8%로 남성보다 7.9% 포인트 높다. 지영씨는 관리자급으로 승진해 멋있게 사는 삶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관리자급 여성 선배는 회사에 2명뿐이었다. ●결혼해야 한다는 여성 43.5%… 男은 52.8% 2018년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6%로 10년 전보다 8.1% 포인트 늘었으나, 관리자급 10명 중 8명은 여전히 남성이다. 지난해 국가직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50.6%였으나, 4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14.7%에 불과하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지영씨의 월급은 늘 남자 동기들보다 적었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44만 9000원으로, 남성 임금의 68.8% 수준이다. 남성 대비 여성 월급은 10년 전보다 2.3% 포인트 올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을 조사해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7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나라로 꼽혔다. 지영씨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으나 남자 동료와의 연봉 차이를 알고 나서 허탈해했다. 열정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졌다. 세상은 혼자 사는 미혼 여성에게 더 적대적이었다. 야근 후 퇴근할 때마다 늘 불안했다. 2017년 성폭력 피해 여성은 2만 9272명이다. 10년 전인 2007년(1만 2718명)보다 2.3배 늘었다. 2018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전반적인 사회안전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35.4%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또래 여성들처럼 지영씨도 비혼으로 살고 싶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절반 이하인 43.5%로, 남성(52.8%)보다 낮고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여성 1인 가구는 291만 4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의 49.3%다. 70세 이상이 29.9%로 가장 높다. ●고용률 20대 후반 70.9%… 30대 중반 59.2%로 그래도 결혼 후 지영씨의 삶은 순탄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진 말이다. 육아에 드는 비용(150만원)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베이비시터’ 비용으로 한 달에 150만원이 나갔다. 양가 부모님은 그럴 바엔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라고 했다. ‘경력단절여성’이 된 후 설렘은 잦아들고 무기력이 찾아왔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20대 후반(25~29세)이 70.9%로 가장 높다. 30대 중반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경력단절로 59.2%까지 줄었다가 재취업해 40대 후반에 68.7%로 다시 증가하는 전형적인 ‘M’자형 모양을 그린다. 경력단절여성은 지난해 184만 7000명으로, 2017년보다 1만 6000명(0.8%) 증가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지영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괜찮은 직장에 정규직 자리를 얻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임금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여성(41.5%)이 남성(26.3%)보다 많다. 연령대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60세 이상이 24.3%로 가장 높고, 50~59세(22.3%), 40~49세(19.9%) 순이다. 남편과도 사사건건 부딪쳤다. 통계청의 지난해 사회조사를 보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여성(63.0%)이 남성(75.9%)보다 낮았다. 가사·육아 부담이 주로 여성에게 쏠리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영씨는 사회가 규정한 ‘여성’이란 정체성에서 벗어나 온전한 ‘내’가 되는 삶을 꿈꾼다. 여성의 기대수명은 85.7년, 앞으로 50여년 남은 생을 보내며 지영씨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