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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세계는 지금 셀피 중독] 나는, 이래서 셀피를 찍는다

    [커버스토리-세계는 지금 셀피 중독] 나는, 이래서 셀피를 찍는다

    셀피를 찍는 사람들은 무엇을 즐기는 걸까. ‘동물 셀피’와 ‘매일 셀피’로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영국인 데이비드 퍼스던, 미국인 칼 바덴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며 ‘패션 셀피’로 유명해진 호주인 코트니 러브그루브의 얘기도 들었다. ‘얼짱 셀피’로 페이스북 팔로어만 1000명이 넘는 이금경씨는 한국인 대표다. 코로 스마트폰 누른 숫양 “세계 최초 ‘동물 셀피’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세계 최초 ‘동물 셀피’의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영국 데번주의 다트무어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퍼스던(61)은 자신이 키우는 양이 찍은 셀피 덕분에 온라인에서 유명해졌다. 그는 지난달 모유를 잘 먹지 못하는 양에게 우유를 먹이기 위해 헛간 바닥에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태어난 지 고작 3주 된 숫양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빤히 쳐다볼 때만 해도 그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숫양은 코로 스마트폰을 눌렀고, 놀랍게도 사진이 찍혔다. 그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트위터를 즐기는 그는 ‘숫양이 제 스마트폰을 빌려가서 셀피를 찍었네요. 정말 영리하지 않나요’라고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마침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 등 언론에 그의 사연이 실렸다. 사실 그는 셀피를 즐겨 찍진 않는다. 그러나 젊은 친구들이 셀피를 찍고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재밌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퍼스던은 “젊은 사람에게는 일종의 놀이인 것 같다. 그렇지만 동물 셀피는 내 양에서 그쳤으면 좋겠다. 내가 키우는 양이지만 자랑스럽다”고 익살스럽게 답했다. 27년간 매일 셀피 사진작가 “앤디 워홀 초상화처럼 내 사진 남기고 싶었다” “셀피를 찍는 일이 끝나는 날이 아마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일 겁니다.” 유튜브나 온라인에서 칼 바덴(61)의 얼굴을 본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는 미국 보스턴컬리지에서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진가로 수많은 사진을 찍고 전시했지만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건 일명 ‘에브리데이’(Every Day) 프로젝트다. 앤디워홀이 죽은 다음 날인 1987년 2월 23일부터 27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셀피를 찍었다. 그는 “앤디 워홀이 팝아트 초상화를 남긴 것처럼, 사진가로서 내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덴은 매일 하얀 배경에 똑같은 카메라와 삼각대를 사용했고, 일부러 표정도 똑같이 맞췄다. 코닥 테크니컬 고해상도 필름을 쓰다가 2007년 단종되면서 일포드 필름으로 교체한 것이 유일하게 바뀐 점라고 설명했다. 여행 갈 때는 장비를 갖고 다니면서 찍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1995년부터 매년 혹은 2년마다 셀피를 전시했고, 최근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게재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그는 ‘셀피의 왕’으로 불린다. 그는 “처음 셀피를 찍을 땐 ‘셀피’라는 말이 있지도 않았다”면서 “셀피는 최근 유행하는 현상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결국은 내 얼굴을 남기고, 사진을 찍는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韓서 패션모델 활동 호주인 “매일 선택한 옷 SNS 올려 팔로어들과 패션 공유” “내가 포스팅을 멈추면 팔로어들이 속상해하거나 짜증을 낼 거예요.” 한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인 코트니 러브그루브(22)는 자신이 그날 선택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SNS와 자신의 패션 블로그에 거의 매일 올린다. 전신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삼각대를 자주 이용한다. 그는 페이스북에는 656명, 인스타그램에는 522명,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5120명, 아이스타일에는 1371명의 팔로어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러브그루브의 팔로어들은 그가 사진을 올리면 댓글 등을 통해 패션과 코디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그는 “팔로어들과의 대화가 셀피를 계속 찍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고 말했다. 러브그루브는 셀피를 찍으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그는 “셀피를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나를 응원해주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카메라 각도가 자신의 얼굴과 몸에 가장 어울리는지 알게 됐고 사진 편집과 보정 기술도 얻게 됐다. 그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해주는 데서 오는 자신감도 있다”면서 “SNS에 올린 셀피로 외모와 이름이 알려져 패션 업체의 일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팔로어 1188명 직장인 얼짱 ”하루에 1000장씩 찍기도…적극적 포즈·표정이 비결” “사진이 실제보다 한 1000배 정도는 예쁘게 나와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요?” 직장인 이금경(25)씨는 페이스북에서 알려진 ‘얼짱’이다. 팔로어만 1188명이다. 이씨가 셀피를 올렸다 하면 ‘좋아요’ 100개 정도는 순식간에 달린다. 하지만 그가 셀피를 찍는 이유는 다소 소박하다. 그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저를 많이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SNS가 사진첩같이 사진을 저장해 두는 기능도 하니까요. 주변 지인들에게 ‘나 잘살고 있다’고 알려 주려는 이유도 있고요”라며 웃었다. 사진을 사랑하는 이씨는 사진 찍고 싶은 날엔 카메라 2대와 렌즈 3개를 갖고 밖에 나가 1000장씩 찍기도 한다. 셀피는 제일 잘 나온 것을 골라서 페이스북에 올린다. 엄선한 사진에 팔로어들의 반응이 뜨겁다 보니 곳곳에서 홍보 요청과 협찬 제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SNS는 그냥 소통의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협찬은 거의 거절해요. 하지만 여자이다 보니 의상협찬 등은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라는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장 동료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홍보해 주기도 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포즈와 표정, 다양한 장소가 예쁜 셀카를 찍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합주서 거문고 왕따 싫어, 첼로 거문고 만들었죠”

    “합주서 거문고 왕따 싫어, 첼로 거문고 만들었죠”

    ‘거문고팩토리의 밴드 이름에 있는 공장(Factory)은 상품을 찍는 조립 라인이 아닌 앤디 워홀 식의 워크숍 혹은 아틀리에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첼로 거문고, 전자 거문고, 실로폰 거문고를 연주하는 밴드다.’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K뮤직 페스티벌에 선 ‘거문고팩토리’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정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문고팩토리는 악기 연주뿐 아니라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내는 단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교와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거문고 연주자 이정석(32), 유미영(32), 정인령(31)과 유일한 가야금 주자 김선아(29)는 우리 음악을 재료로 월드 뮤직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160~170㎝ 길이의 거문고를 1m로 댕강 잘라내 기타처럼 메고 연주하는 담현금, 첼로처럼 세워서 연주하는 첼로 거문고, 줄 수를 늘리고 안족을 세워 투명한 소리를 내게 한 실로폰 거문고, 전자 음향을 내는 전자 거문고…. 이들의 손에서 태어난 악기는 창의적이다 못해 파격적이다. 팀원들이 연주하다 떠올려낸 색다른 음색을 탄생시키기 위해 전통악기를 만드는 인간문화재, 기타 수리점 등을 찾아가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결과다. 이들의 동력은 합주에서 ‘왕따’당하는 거문고의 매력을 알리려는 오기와 투지였다. “정말 무모한 시도였죠. 그냥 일단 자르고 보자 싶었어요. 2000년대 초 거문고는 국악 실내악과 관현악이 활성화되면서 음량이 적다는 이유로 계속 배제, 배척됐거든요. 합주에서 대접 못 받는 거문고를 연주자가 직접 매력적인 소리로 만들어 보여주자는 투지 때문에 시작했어요.”(이정석 대표) 초기에는 원로 국악인들에게 전통음악을 흐린다는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2008년 이들이 거문고 산조 명인들의 고음반을 되살리는 복원 연주회를 갖고 악보집, 음반 등으로도 내놓자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일한 가야금 연주자 선아씨는 원래 그룹의 팬이었다가 2010년 팀에 합류한 케이스다. “1집 음반을 듣고 거문고의 박력 있고 터프한 소리에 푹 빠졌어요. ‘내가 거문고팩토리의 팬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죠(웃음). 처음엔 주변에서 ‘너는 가야금인데 왜 거문고팩토리에 껴 있느냐’는 말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정체성도 흔들리고 소외감도 느꼈지만 이젠 다 잊어버렸죠.”(김선아) 거문고팩토리는 2012년 세계 최대 월드뮤직 박람회인 워멕스(WOMEX)에 공식 쇼케이스 그룹으로 초청되면서 해외 무대에 불려다니기 바빴다. 지난해에도 네덜란드 루츠페스티벌에 초대됐고 올해도 6월 스웨덴, 7월 캐나다 4개 도시 투어가 예정돼 있다. 더욱 단단해진 음악 세계는 오는 8~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2집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문고는 음정이 있으면서도 타악기의 요소를 지닌 유율타악기예요. 웅장하고 묵직한 소리와 그 에너지 덕분에 수천년 세월을 살아남았죠. 거문고의 음색처럼 더 성숙한 음악을 위해 철현금(철줄을 사용한 현대 국악기)도 배워 연주하고 페루 타악기 카혼, 브라질 타악기 카바사 등을 곁들이는 다양한 실험도 합니다. 한국 전통 현악기 앙상블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까요. 이번 음반 제목을 ‘이마고’(성충, 성숙이란 뜻)로 지은 것도 그 때문이죠.”(유미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미술계 불황탈출 실마리 찾을까

    전 세계 미술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내 미술계가 불황 탈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한국화랑협회는 다음 달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화랑미술제’가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올해 32회째를 맞는 미술제는 앤디 워홀, 애니시 커푸어, 마유카 야마모토 외에 이우환, 김창열, 이왈종, 김구림 등 국내외 유명 작가 470명의 작품 3200여점을 전시하는 일종의 미술 장터다.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화랑마다 작가 5명의 작품만을 출품하도록 했다. 올해에는 협회 소속 화랑 148곳 가운데 94곳이 참가해 회화, 조각, 영상, 사진, 판화 등의 다양한 작품군을 선보인다. 화랑협회는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첫날(3월 6일)에는 기업과 예술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살펴보는 세미나를 열고, 이튿날에는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가 ‘현대 미술과 함께하는 오페라 무대’를 강연한다. 전시장에선 전문적인 작품해설(도슨트)도 들을 수 있다. 표미선 화랑협회장은 “올해에는 그림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서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고, 집에 걸고 싶은 작가의 작품들을 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학생 8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비닐로 만든 色의 향연…상술인가 예술인가

    비닐로 만든 色의 향연…상술인가 예술인가

    “나는 배우가 아닙니다. 작품만 봐 주세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던 작가는 갑자기 실랑이부터 벌였다. 수십 명의 취재진을 따돌리고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하더니 한참 뒤에야 겨우 카메라 앵글 앞에 섰다. 제한된 시간은 1분. 그동안 작가는 부동자세만 취했다. 하지만 얼굴에선 짜증이 아닌 충만한 자신감이 읽혔다. 과감한 생략을 통해 익명의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너무나 무심한 풍경을 담는 회화는 그런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 세계다.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을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국제갤러리를 찾은 영국 런던 출신 작가 줄리언 오피(56)의 이야기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걸린 대형미디어 작품 ‘군중’으로 한국에서도 친숙한 작가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화단의 평가는 엇갈린다. “앤디 워홀 이후 최고의 팝아티스트”란 극찬과 함께 “(회화에) 비닐조각을 갖다 붙이는 상업작가”란 혹평이 그것이다. “내겐 색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평가들은 흔히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색감이야말로 주제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곡이 가사에 앞서 노래를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거리의 인물들은 역동적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 뒤섞여 끊임없이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캘리그래피처럼 단조롭고 평면적인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검고 굵은 윤곽을 따라 흐드러지듯 피어난 선명한 색채는 작가가 인물의 움직임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원색 동화를 연상시키는 색감은 흡사 1900년대 초 앙드레 드랭이나 앙리 마티스의 색감을 떠올리게 한다. “내게 영감을 허락한 것은 일본 ‘망가’의 원조인 에도시대 목판화(우키요에)나 기원전 100년 안팎에 제작된 ‘밀로의 비너스’ 같은 대리석 조각입니다. 현대 거리와 사람들, 가게 간판과 상업 광고 등도 빼놓을 수 없고요.” 작가는 온전히 관객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1987년 이후 유색 비닐을 재단해 물감 대신 표현해 왔다. 요즘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의 두상을 3D프린터로 구현한 대형 레진 조각이나 발광다이오드(LED) 패널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 그림은 드로잉이 단순한 대신 거기에 움직임을 주입합니다. 초상화가 더 복잡해 보일진 모르지만, 여러 겹의 층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선 같죠. 게다가 붓으로 그려야 화가이고, 컴퓨터로 재단하면 디자인이란 생각은 자동차가 미술관에 처음 전시됐을 때 사람들이 충격받던 시절 이야기죠. 무슨 도구를 쓰든 어떻게 표현하든 그건 나의 뇌가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일 따름입니다. 피카소나 리히텐슈타인과 마찬가지로요.” 이런 작가는 유난히 한국에 관심이 많다. 2009년 첫 개인전 외에도 서너 차례 한국을 더 찾아 여러 거리를 둘러봤다. “서울 강남의 신사동에 갔을 때 무척 놀랐죠. 사람들이 옷을 매우 잘 입는 데다 장신구, 머리 모양, 모자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이 이채로웠어요.” 작가는 이런 경험을 살려 신사동, 사당동을 회화로 남겼다. 한국 사진가에게 3000여장의 사진을 찍도록 해 이 가운데 몇 장을 추려 4~5개월간 작업했다. “요즘엔 거리에서 익명의 모델을 찾기도 힘듭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며 걷기에 개성이 없죠.” 지금도 작가는 런던 북동쪽 쇼디치 인근의 3층 스튜디오에서 6~7명의 조수와 함께 작업한다. 직접 스튜디오에서 만들지 않고 세계 각지의 기술자들이 제작한 것을 마무리 짓는 작품도 있다. 게다가 작품을 맞바꾸는 것으로 유명한 괴짜다. “리히텐슈타인, 데이미언 허스트, 칼 안드레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자들과 교환한 적이 있어요. 이 밖에 이우환이나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을 좋아합니다.” 전시는 다음 달 23일까지 이어진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앤디 워홀이 그린 ‘마오쩌둥 초상화’ 134억원 낙찰

    앤디 워홀이 그린 ‘마오쩌둥 초상화’ 134억원 낙찰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이 그린 중국의 전 국가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가 우리 돈으로 무려 134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경매회사 소더비 측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워홀이 그린 마오쩌둥 초상화가 760만 파운드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유서깊은 이 초상화는 지난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맞아 워홀이 연작으로 그려낸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인민복을 입고있는 마오쩌둥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로 담아낸 것이 인상적으로 중국 문화혁명을 상징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이 초상화는 지난 2000년 처음 경매에 나와 당시 42만 파운드에 낙찰됐으나 불과 10여 년 만에 가치가 무려 18배나 올랐다.     한편 이 초상화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린 앤디 워홀 작품전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의 요구로 전시가 취소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앤디 워홀作 ‘마오쩌둥 초상화’ 134억원 낙찰

    앤디 워홀作 ‘마오쩌둥 초상화’ 134억원 낙찰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이 그린 중국의 전 국가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가 우리 돈으로 무려 134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경매회사 소더비 측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워홀이 그린 마오쩌둥 초상화가 760만 파운드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유서깊은 이 초상화는 지난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맞아 워홀이 연작으로 그려낸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인민복을 입고있는 마오쩌둥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로 담아낸 것이 인상적으로 중국 문화혁명을 상징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이 초상화는 지난 2000년 처음 경매에 나와 당시 42만 파운드에 낙찰됐으나 불과 10여 년 만에 가치가 무려 18배나 올랐다.     한편 이 초상화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린 앤디 워홀 작품전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의 요구로 전시가 취소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인순이에 사기’ 가수 최성수 부인 집행유예…어떤 사기 저질렀나?

    ‘인순이에 사기’ 가수 최성수 부인 집행유예…어떤 사기 저질렀나?

    가수 인순이씨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52)씨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가수 인순이씨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52)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부동산 시행업자였던 박씨는 2006~2007년 서울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 사업 자금과 리조트 건축허가 경비 등이 필요하다며 인순이씨로부터 총 2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2012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차용금에 대한 대물 변제 명목으로 앤디 워홀의 작품 ‘재키(Jackie)’를 인순이씨에게 주고 나서 그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를 담보로 미술품 경매 업체에서 돈을 빌린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해 23억원에 달하는 돈을 차용금 명목으로 받아 챙기고 대물 변제로 준 그림을 그의 동의 없이 담보로 사용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최성수 부인 집행유예에 네티즌들은 “최성수 부인 집행유예, 인순이 마음 고생 심했을 듯”, “최성수 부인 집행유예, 수십억원 사기쳤는데 겨우 집행유예?”, “최성수 부인 집행유예, 인순이 힘들었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성수 부인, 인순이에 23억 가로채 징역3년형 ‘인순이 승소’

    최성수 부인, 인순이에 23억 가로채 징역3년형 ‘인순이 승소’

    최성수 부인이 화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2일 가수 인순이씨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52)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행업자였던 박씨는 2006~2007년 서울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 사업 자금과 리조트 건축허가 경비 등이 필요하다며 인순이로부터 총 2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2012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박씨는 차용금에 대한 대물 변제 명목으로 앤디 워홀의 작품 ‘재키(Jackie)’를 인순이씨에게 주고 나서 그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를 담보로 미술품 경매 업체에서 돈을 빌린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한 친분관계에 있는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하여 23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차용금 명목으로 편취하고 피해자에게 대물변제로 교부했던 그림을 피해자 동의없이 임의로 담보 제공했다”며 “피해자가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에 의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사진 = 인순이 공식 홈페이지 (최성수 부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조수 손 빌린 작품…예술윤리에 맞나, 일종의 사기인가

    조수 손 빌린 작품…예술윤리에 맞나, 일종의 사기인가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 제프 쿤스, 죽음과 욕망의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 현대 미술의 아이콘이자 ‘오타쿠 1세대’인 무라카미 다카시…. 이 현대 미술가들은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스스로 브랜드가 됐으나 조수의 힘을 빌려 작품을 생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장’ 혹은 ‘주식회사’라 불리는 작업실에 많게는 100명이 넘는 미술가들이 함께 일하며 노동력을 제공한다. ‘톱스타’ 작가들은 그저 아이디어만 내는 경우도 많다. 데미안 허스트는 대표작 ‘스팟 페인팅’(물방울 무늬)의 대부분을 조수가 그렸다. 뉴욕 가고시언 갤러리에서 열렸던 전시 오프닝에서 “여기 전시된 그림 중 내가 그린 것은 단 한 점도 없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기호나 문자 등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개념미술’이 득세하면서 국내 화단에도 최근 조수를 활용한 협업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작가가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윤리적인지, 어디까지 예술로 허용돼야 하는지 고민이 이어진다. 특히 작가의 ‘손맛’이 중시되는 회화 쪽에서 고민은 더 깊다. 선과 점의 조합으로 이뤄진 회화에서 대리노동이 투입된다면, 그것이 과연 작가의 진짜 작품이 될 수 있냐는 의문이다. 미술 관계자들은 “이름난 원로 및 중견 화가는 말할 것도 없고 명성이 나기 시작하는 신진작가들까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조수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수는 미술계에서 영문 ‘어시스트’를 줄여 ‘어시’로 통한다. 간단한 업무만 도와주는 것부터 작가의 지시에 따라 직접 그림을 그리기까지 활동 영역은 다양하다. 원로 화가인 A씨는 밑그림 정도만 그릴 뿐 나머지 채색은 조수들이 거의 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색 그림으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 B씨도 조수들이 작업한다.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 작품으로 몸값 높은 인기작가 C씨는 얼마 전 작업실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조수들의 작업 과정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대를 갓 졸업했거나 무명 화가인 조수들은 작품마다 많게는 10여명씩 달라붙는다. 일부 작가의 경우 조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옛 작품이 최근 작품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조수를 활용하는 작가들은 “디자인과 설계를 직접 도맡는 만큼 내 작품이 맞다”고 주장한 화가 C씨는 “조수들은 작업을 돕는 차원을 넘어 작품을 배우는 문하생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미술계 내부 의견은 분분하다. 설치미술가인 서도호(52)나 대형 설치작가인 최정화(53) 등이 천의 바느질이나 제작을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은 용인되는 분위기다. 현대미술에선 그리기 실력보다 아이디어 개념이 중요하므로 기술적인 부분을 조수에게 맡겨도 상관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다빈치나 루벤스, 렘브란트, 김홍도 같은 옛 화가들도 조수의 힘을 빌려 작업했다”고 덧붙인다. 반면 진정한 작가라면 화폭 전체를 손수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극사실주의 초상화가인 강형구(59) 작가는 최근 간담회에서 “조수가 그림을 그려주는 대가들이 많은데, 컬렉터에게도 조수가 그렸다고 말하는가.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일종의 사기”라며 쓴소리를 했다. 조환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도 “조수의 도움을 받으라는 주변 조언이 많은데, 나는 (조수를) 믿을 수 없어 직접 작업을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길섶에서] ‘짝퉁’의 반격/문소영 논설위원

    ‘진저 백’(ginger bag)은 ‘위트 넘치는 프린트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그림과 같은 팝아트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 됐다. 나일론 천에 해외 유명브랜드 가방 사진을 프린트한 것인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원본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다. 해외 유명브랜드의 가방이 수천만원에서 수백만원인데 진저 백은 수십만원대로 대단히 저렴하다. 일명 ‘페이크(fake) 패션’ 으로 유명브랜드 즐기기다. 영화 ‘블루 재스민’에서 몰락한 상류층과 대비되는 이혼녀 진저의 출연은 진저 백과 맥락을 같이한다. 해외 브랜드 가방이나 옷이 넘쳐난다. 그 탓에 희소성이 사라지고 시시해졌다. 에르메스(Hermes)를 호미(Homies)로, 셀린(Celine)을 펠린(Feline)으로, 구찌(Gucci)를 부찌(Bucci)로 바꿔 프린트한 티셔츠 등 페이크 패션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같은 페이크 패션이지만, 진저 백이 욕망을 실현한다면 부찌 티셔츠 등은 욕망을 조롱한다. 짝퉁 삼색줄 슬리퍼를 부끄러워한 세대로서 짝퉁에 대한 적극적 사유가 유쾌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법정에 선 앤디 워홀 126억 ‘파라 포셋 초상화’ 주인은?

    법정에 선 앤디 워홀 126억 ‘파라 포셋 초상화’ 주인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여배우의 초상화 한 점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초상화는 팝 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가격이 무려 1200만 달러(한화 1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있는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초상화 한 점의 소유권 반환을 놓고 벌이는 소송으로 그림 속 주인공은 과거 전세계 남성들을 설레게 만든 섹시 스타 파라 포셋이다. 초상화에 얽힌 사연은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TV 드라마 ‘미녀 삼총사’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끈 포셋은 남자친구 라이언 오닐(영화 ‘러브스토리’ 주인공)의 소개로 앤디 워홀을 만난다. 이후 워홀은 포셋의 초상화를 두 점 그렸고 한 점은 그녀에게, 다른 한 점은 오닐에게 줬다. 문제는 지난 2009년 포셋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포셋은 유언장에 ‘워홀의 포셋 콜렉션을 모교 텍사스대에 기증한다’고 썼으나 나머지 한 점의 행방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오닐이 이 그림의 소장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텍사스대는 지난 2011년 오닐을 상대로 그림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뉴욕 아트 감정평가사 리 드렉슬러는 “이 작품은 워홀의 역작 중 하나”라면서 “경매 가격에 비추어 대략 12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워홀 측 변호인은 텍사스대 측이 나머지 한 점 초상화에 60만 달러의 보험을 든 사례를 들어 소유한 초상화의 가격을 반대로 깎고 나섰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만약 텍사스대 측이 승소하면 초상화를 인수받아 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며 오닐이 이기면 그는 포셋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에게 물려줄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강남 화랑의 부활 꿈꾼다

    강남 화랑의 부활 꿈꾼다

    ‘강남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 일대의 갤러리 18곳이 함께 뭉쳐 오는 8일까지 미술축제를 이어 간다. 1991년 닻을 올려 올해 23회를 맞은 ‘청담미술제’이다. 올해는 박여숙화랑, 박영덕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쥴리아나갤러리, 청화랑 등 ‘터줏대감’들이 모여 순수예술의 흐름과 대중의 만남의 장을 펼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덕분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작품들이 관객을 찾아왔다. 각양각색의 회화부터 부조, 비디오·한지·설치 작업까지 두루 선보인다. 김기린·박서보(박영덕화랑), 김환기·김종학·이대원(주영갤러리), 강형구(아라리오갤러리) 등 대가의 작품부터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비앙갤러리), 역량 있는 중견 작가인 김석영·전혁림·한희숙(갤러리두), 젊은 작가인 김호준·신수진(갤러리세인), 외국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나라 요시토모·앤디 워홀(쥴리아나갤러리)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강남구, 한국예술위원회, 한국미술협회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이미 인사미술제, 신사미술제 등의 아류를 낳았다. 박미현 운영위원장은 “강남에 팽배한 소비문화의 홍수 속에서 예술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한 해도 미술제를 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담동에선 갤러리아 명품관 등 고급 매장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화랑들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수년간 이곳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학동·청담사거리, 청담공원에 이르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급격히 청담동을 떠나는 빌미를 제공했다. 갤러리라기보다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외양도 관람객과 거리를 두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미술가 불황까지 겹치면서 청담동 화랑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담동 화랑가는 인사동으로 대표되는 옛 화랑들이 새로운 고객을 찾아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터를 닦았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제2의 화랑가로 자리 잡았다. 한 미술계 인사는 “청담미술제가 강남의 소비문화 속에서 예술의 향기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작가들의 생명력 넘치는 작품전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국내여행 | 부산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젠 초량동이다!

    국내여행 | 부산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젠 초량동이다!

    시작해 볼까 한다. 거의 40년 전 내가 태어났던 그곳에 대한 이바구를,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오르내렸던 까꼬막에 대한 이야기를.당신이 준비할 것은 기차를 타기 전 2시간뿐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이바구는 이야기, 까꼬막은 비탈길을 뜻한다.고향에 대한 기억은 지극히 개인적이다.‘오빠야~’를 쫓아 경사진 산복도로를 뛰어다니느라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던 가시내의 기억은7살에 멈추었다.이후 내가 태어났던 외갓집과 초량동은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사람들이 떠났고, 집들은 무너져 가고 있었다.그러나 32년 후 다시 찾아온 여행기자에게초량동은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이바구 공작소가 생겼고, 유치환 선생과장기려 선생을 기리는 공간이 만들어졌고,손님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전망대, 카페,까꼬막 게스트하우스가 생겼다.산복도로 위에서 보는 초량동과 부산항,북항대교의 풍경은 비탈을 극복한 자만이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근현대사의 축소판, 초량동여행애호가들은 다 아는 이야기. 감천문화마을(감천2동 산복마을)은 부산 산복도로에 말 그대로 ‘르네상스’를 몰고 왔다. 2012년 감천마을을 다녀간 여행자가 10만명이라니, 마을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할 정도로 조용하던 산동네는 일약 관심의 중심이 됐다. 그리고 그 르네상스의 맥을 잇는 다음 주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초량동이라고 했다. 초량동이라니! 전쟁 통에 결혼한 외할머니가 8명의 자식을 낳아 키웠고 그 자식의 자식인 내가 태어난 그 동네가 아닌가.초량동은 한국전쟁 당시 판자촌이 얼기설기한 피난민 마을에서 시작됐다. 그나마 물자와 일거리를 구하기 쉬웠던 항구 근처에 난민들은 터를 잡기 시작했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판잣집이 세워져 있곤 했다. 칸칸이 작은 방들로 이루어진 엉성한 집들은 서로 어깨를 기대며 구봉산龜蜂山(405m)의 거북이 등을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집과 집 사이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미로 같은 골목이었고 우마차가 흙길을 다졌다. 산복도로의 시초였다.마을의 풍경은 태생적으로 아름답다. 감천마을의 경우 이미 부산의 산토리니라는 수식어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피난민촌의 역사를 알고 나면 이 풍경은 더 이상 이국적이지 않다. 파랑색 물탱크를 옥상에 이고 다닥다닥 어깨를 붙인 파스텔톤의 집들은 보따리를 하나씩 머리에 이고 산비탈을 오르는 어머니들을 닮았다.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 나선 계집아이의 얼굴엔 때구정물이 사라지지 않았다. 상수도가 없으니 급수차가 오는 날에는 아이들도 세숫대야라도 들고 나서야 했었다. 만만치 않은 세월이었다.감천마을에서 시작되어 산복도로를 타고 질주해 온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초량동이나 수정동 같은 낙후된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동구의 생활문화사를 유적과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곳인 이바구공작소를 포함해 새로운 랜드마크들이 올 초부터 줄줄이 문을 열었다. 웅장하거나 화려한 건물들이 아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유도하듯 평범한 주택들 사이에 전망대, 게스트하우스, 기념관, 카페 등이 자리를 잡았다. 이름이 무엇이든 이 모든 장소들은 최적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바구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없이 주저앉아 경치를 감상하고 싶어지는 ‘구석’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올라가는 과정이 고된 만큼 까꼬막길은 더 큰 보상을 안겨 준다.손쉬운 선택으로 산복도로에만 올라서도 건설 중인 북항대교는 물론이고 오른쪽으로는 남항대교, 왼쪽으로는 광안대교와 산 너머 해운대의 마천루까지 모두 보인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큰일이 있을 때마다 불을 지펴 다급한 소식들을 한양으로 올려보냈던 구봉산 봉수대에 올라서면 부산 앞 바다의 경치는 더 너르고, 더 깊어진다. 그리고 밤이 되면 그 모든 풍경은 저마다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참으로 은하수 같은 야경이다.굽이굽이 이바구가 들린다경험상, 도보여행은 가벼워야 한다.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부산 지하철역 사물함에 필요 없는 짐을 맡겨두고 길을 건너니 이바구길종합안내판이 쉽게 눈에 띄었다.길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부산 사투리, 중국어, 러시아어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생경한 외국인 거리를 정신없이 통과하니 사거리 한쪽에 붉은 벽돌 건물이 우뚝 서 있다. 1922년 부산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이었던 구 백제병원 건물이었다. 한 때 외국의 의사들을 숱하게 초빙할 만큼 큰 병원이었지만 행려환자들의 시신을 인체표본으로 보관한 일이 밝혀지면서 도덕적 질타와 경영 악화로 문을 받았다는 이야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평생 봉사하며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장기려(1911~1995) 박사가 알았다면 애통해 했을 일이다. 25년 동안 복음병원의 병원장을 지내며 1968년 의료보험의 시초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들었던 그는 평생 집 한 채를 소유하지 않고 병원 옥탑에서 생활하며 낡은 의사 가운과 청진기만을 유품으로 남겼다. 그의 뜻을 기리는 기념관 ‘더 나눔’은 올해 초량동의 복음병원 분원자리에 문을 열었다.병원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자 이야기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부산 최초의 물류창고였던 남선창고터가 병원 뒤에 남아 있었다. 부산항에 도착한 물건들은 1,000평 규모의 창고를 거쳐서 경부선(1905년 개통)을 통해 전국 각지로 보내졌는데 주요 품목이 함경도산 명태여서 ‘명태고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산토박이치고 남선창고 명태 눈알 안 빼먹은 사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최초’라는 수식어는 종종 ‘임시’라는 수식어와 연결된다. 한강 이남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였던 초량 교회는 부산이 임시 수도였던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예배를 봤던 곳이다. 그 시절 임시 수도의 정부 교통부로 사용했던 건물은 부산지하철 좌천역 근처에 남아있다.그 당시의 마을 풍경 사진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골목길 갤러리다. 흑백 사진 속의 그곳과 지금의 이곳은 수십년의 시차를 마주하게 한다. 그 시차를 극복한 사람들이라면 168계단이 선사하는 아찔한 고도 차이도 우습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올려다보기에도, 내려다보기에도 아찔한 추억들은 168계단 옆 우물처럼 파도 파도 깊어진다. 시인 유치환, 개그맨 이경규, 노무현 대통령, 음악감독 박칼린, 가수 나훈아,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 국회의원 안철수, 연출가 이윤택 등 동구 출신들을 마치 가족처럼 자랑하는 주민들의 정서는 2013년에도 유효하다. 그들의 사진과 이력이 벽에 걸려 있는 초량초등학교 동구 인물사담장 앞에 서 있으면 “이~갱규가 이 학교 나왔다 아이가. 나하고 동갑인데… 갸가…”로 시작되는 대화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길을 오르내리며 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를 낳고, 손자를 마중 나가는 초량동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부산역 앞 초량이바구길 안내도부산역에서 망양로 산복도로를 오르는 짧은 길은 가난하고 아팠지만 따스했던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이다. 부산역에 내려 바로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기만 하면 이바구길이 시작된다. 종합안내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2시간의 산책은 애환 어린 피난시절부터 현재까지 부산의 역사를 꿰어 줄 뿐 아니라 부산 특유의 정서와 서민생활을 깊숙이 느끼게 해준다.Route (옛)백제병원▶남선창고터▶담장갤러리▶동구 인물사담장▶168계단▶김민부 전망대▶이바구공작소▶장기려박사 기념관 ‘더 나눔’▶유치환의 우체통▶까꼬막까지 이어지는 1.5km①부산역 1905년 서울-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 계통 이후 부산역은 가장 중요한 부산의 관문 역할을 변함없이 해 왔다. 1953년 대화재로 이전의 부산역이 전소되면서 1968년 지금의 자리에 새로운 역사를 신축했고 2004년 KTX 개통으로 전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부산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②부산항 부산항은 원래 아주 조그만 어촌이었지만 고종 때 개항하면서 최초의 무역항이 됐다. 물자가 넘쳐나고 그만큼 일거리를 얻을 수 있는 곳. 전쟁이 터지자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항구 근처에 머물렀다. 산복도로 아래 피난민 마을은 그렇게 형성된 곳이다.③상해문 청관거리(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이곳에 있었다)라고 불렸던 이 지역은 중국인들이 밀집한 차이나타운이지만 현재는 러시아, 필리핀 사람들도 대거 거주하는 외국인 거리가 됐다. 소문난 중화요리점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독해 불가능한 외국어 간판이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곳. 한때 텍사스골목이라는 불명예를 품기도 했었지만 2007년 7월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되어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④(옛)백제병원 1922년 한국인 최용해가 만든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은 5층 규모의 건물로 외국인 의사들을 초빙할 만큼 번성했었지만 10여 년 만에 경영 악화로 폐업하게 되었다. 이후 봉래각이라는 중국 요리집, 일본 아까즈끼부대의 장교 숙소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 치안대 사무소, 중화민국 영사관, 신세계 예식장 등 여러 용도를 거치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이어가다가 현재는 임대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1972년 화재로 5층 일부가 소실되어 현재는 4층 건물로 남아있으며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3층에는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입주해 있다. 주소 초량동 중앙대로 209번길 16⑤남선창고(터) 백제병원 뒤쪽 탑마트 주차장 정면에는 담쟁이가 엉켜 있는 붉은 벽돌담이 있다. 건물은 2009년 철거되고 담장만 남은 남선창고는 저 멀리 함경도에서 부쳐진 명태를 적재하던 창고라 하여 북선창고(1900년 건립)라고도 불리다 1914년 남선창고로 개명되었지만 명태고방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던 곳이다. 경원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함경도의 수산물과 강원도의 목재는 부산으로 옮겨서 경부선을 통해 전국으로 보급되었었다. 백제병원 옆(탑마트 주차장). 주소 초량동 393-1⑥김민부 전망대 김민부(1941~1972)라는 이름을 잘 몰라도 ‘기다리는 마음(장일남 작곡, 김민부 작사)’이라는 제목은 잘 몰라도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로 시작되는 노래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부산시 동구 수정동 출신인 그는 부산고 3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이후 부산과 서울 방송국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었다. 부산항의 경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겸 야외카페도 있다.⑦당산 어디 시골마을이나 남아있을 것 같은 당산이 오밀조밀한 주택가 한가운데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매해 음력 3월과 9월의 보름날에 초량마을의 수호신인 당산 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어린 시절에는 당산이 무섭기만 했었지만 피난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런 기복신앙에 기대서 어려울 때마다 위로와 힘을 얻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진다.⑧이바구공작소 해방, 한국전쟁, 월남 파병 등의 굵직굵직한 이야기를 교과서적 역사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로 바꾸는 것은 6·25와 보릿고개를 넘으며 산복도로를 지켰던 어르신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2013년 3월 오픈한 이바구공작소는 산복도로를 관통했던 역사와 문화자원을 발굴하여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또 다양한 공연과 전시로 관광안내소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486번길 14-13 관람료 무료 개관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ebagu.or.kr⑨유치환의 우체통 왜 갑자기 우체통? 의아할 수 있다. 청마 유치환(1908~1967) 선생을 기리는 대형 우체통이 동구의 산복도로에 세워진 이유는 그가 이곳 경남여고의 교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부산항을 향한 통유리창 카페에 앉아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특권을 놓치지 말자. 커피 한잔으로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부산역에서 333번 버스를 타고 컴퓨터과학고에서 하차.⑩천지빼까리 카페 마을 정자 옆에 만들어진 카페는 이름이 예술이다. 이른바 ‘천지빼까리 까꼬막 카페’. 동구청장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 카페는 시원하게 뚫린 유리창을 통해 세상 어느 곳도 부럽지 않은 전망, 특히 근사한 야경을 선사한다. 부산역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초량6동에서 하차.⑪까꼬막 게스트하우스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센터라는 설명보다는 게스트하우스로 이해하면 훨씬 용도가 명확해지는 곳이다. 그것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2층 방에 올라가 불을 끄고 창밖을 바라보면 산비탈 마을의 야경이 별빛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다고. 1층은 주방 겸 거실이지만 취사를 금지하는 대신 배달 가능한 동네 맛집 목록을 준비해 두었다.☞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terview 新 르네상스의 건축가 김진우그는 초량동에 아무 연고가 없는 이방인이다. 서울에서 판문점 ‘평화의 집’을 설계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지금도 성북동 주택을 설계하느라 바쁜 건축가다. 그런 그가 어느날 산복도로를 찾아와 집 한 채를 구입하더니 동네에게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변신시킨 것. 구청 직원들이 ‘꼭 가봐야 한다’며 앞장섰다. 이런 방문에 익숙하다는 듯 건축가 김진우 선생이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놀 유遊’자에 ‘벗 붕朋’자, 유붕정이라는 이름이 게스트하우스화된 이 집의 용도를 설명해 준다면 파티에 최적화된 너른 주방과 식탁, 직접 디자인한 난로와 가구들, 거실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 앤디 워홀의 그림과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은 그의 취향을 말해 준다. 비밀스럽게 자리잡은 황토찜질방과 화장실, 기둥 역할을 하는 계단 등등 구석구석이 감탄거리다. 산에서 바다로, 막힘없이 내리꽂히는 이곳의 경치에 반해 버렸다는 그는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위해 기꺼이 앞장설 생각이다. 그에게 자극받은 이웃들도 스스로 집 단장에 나서고 있다니, 이미 르네상스는 시작됐다.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부산동구청 051-440-4281
  • 미술품 경매 미다스의 손, 소더비 떠난다

    미술품 경매 미다스의 손, 소더비 떠난다

    세계 최대 경매 회사 소더비의 경매사인 토비아스 마이어(50)가 소더비를 떠난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독일 출신인 마이어는 미술 작품에 대한 높은 안목과 탄탄한 재계 인맥을 두루 갖추고 있어 최고의 미술품 경매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10년간 1억 달러가 넘는 작품을 3개나 판매한 것도 마이어의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특히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는 지난해 5월 마이어가 주관한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990만 달러(약 1355억원)에 낙찰돼 당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앤디 워홀의 작품 ‘이중 재난’은 지난 13일 마이어가 경매봉을 잡은 소더비 경매에서 1억 500만 달러에 팔렸다. 특히 디자이너 톰 포드,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게펜 등이 마이어의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마이어는 소더비를 그만둔 뒤 개인 수집가들과 함께 일할 예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백영서 지음, 창비 펴냄)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의 동아시아 지식인들과 연대해 오며 동아시아 담론을 주도해 온 저자가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주요 계간지와 해외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들을 모아 엮었다. 전작 ‘동아시아의 귀환’(2000)이 냉전시대의 협소한 지역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전망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동아시아 담론이 국가 간 대립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 공생사회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실천과제로서의 동아시아’, ‘이중적 주변의 시각’, 그리고 ‘핵심현장’은 책의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372쪽. 1만 6000원. 치료받지 못한 죽음(박철민 지음, 이후 펴냄) 중증 외상 환자는 한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이 시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사에게 허용된 시간이자 생존과 죽음의 경계에 누워 있는 환자가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중증 외상 의료체계의 부재로 인해 연간 1만명의 외상 환자가 죽음을 맞고 있다. 저자는 의료 사각지대의 충격적인 현실을 증언하는 동시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처럼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이들의 노력을 조명하면서 공공의료의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방파제로서 제대로 된 중증외상 의료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68쪽. 1만 5000원. 관계를 치유하는 힘 존엄(도나 힉스 지음, 박현주 옮김, 검둥소 펴냄) 존엄의 가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치유하는 법을 일러 준다. 존엄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가치와 취약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도달하게 되는 내면의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국제 분쟁 지역에서 20년 넘게 갈등 해결 업무를 수행한 저자는 타인에게 다가갈 때 그들이 나보다 열등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존재로 대하라는 ‘정체성 수용’, 신뢰하는 마음으로 대하라는 ‘호의적 해석’ 등 존엄의 10대 요소를 제시한다. 아울러 타인의 잘못된 행위가 나 자신의 행위를 결정짓지 않게 하라는 ‘미끼 물기’ 등 존엄을 침해하는 열 가지 유혹도 설명한다. 276쪽. 1만 4000원. 세계 지도자와 술(김원곤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윈스턴 처칠은 “술이 내게서 앗아간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많다”는 명언을 남겼다. 세계를 움직인 지도자들을 위로한 술이 없었다면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책은 루스벨트가 처칠과 스탈린에게 마티니 칵테일을 만들어 준 에피소드와 넬슨의 관을 채운 럼주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연, 나폴레옹이 전쟁터에 갈 때마다 챙겨 간 샴페인 이야기를 비롯해 음주 기행으로 유명한 옐친, 스카치위스키를 널리 알린 빅토리아 여왕 등 흥미로운 술 이야기 16편을 소개한다.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인 저자는 세계 명주의 고향을 두루 찾아다닌 술 애호가다. 272쪽. 1만 4000원. 너드(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유영미 옮김, 작은씨앗 펴냄) 저자에 따르면 너드(nerd)는 “더부룩한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별난 주제로 족히 한 시간은 ‘썰’을 풀 수 있는 녀석들”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를 이끈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표적이다.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아인슈타인, 앤디 워홀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사에 큰 족적을 남긴 천재 너드 18명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너드는 동시대인들에게 괴짜 취급을 받았지만 그들의 삐딱한 시선 덕에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280쪽. 1만 4000원.
  • 뉴욕 경매서 1119억원에 팔린 앤디워홀의 ‘실버 카 크래쉬’

    뉴욕 경매서 1119억원에 팔린 앤디워홀의 ‘실버 카 크래쉬’

    지난 26년간 단 한 번 밖에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유명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 ‘실버 카 크래쉬’가 뉴욕시티 경매에서 1119억원에 낙찰되었다. 2.4x 4m의 대작인 실버 카 크래쉬는 자동차 충돌 사고 직후 뒤틀린 시신이 뭉개진 차 내부에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앤디 워홀의 ‘죽음의 재난’ 시리즈중 한 작품이며 다른 세 작품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3일 열린 경매에서 소더비 예상가 800억원 보다 휠씬 높은 가격인 1119억원에 낙찰되었으며 하루 전인 12일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또 다른 작품인 ‘코카-콜라(Coca-Cola)’가 609억에 낙찰되었다. 이날 경매에서는 영국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유화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이 경매 시작 6분만에1528억원에 낙찰되어 미술 경매 최고액이였던 뭉크의 ‘절규’ 1286억원을 1년만에 경신했다. 유지해 호주통신원 jihae1525@hotmail.com
  • [부고] 美 ‘언더그라운드 록의 전설’ 루 리드

    [부고] 美 ‘언더그라운드 록의 전설’ 루 리드

    미국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루 리드가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이 보도했다. 71세. 뉴욕 태생의 리드는 1964년 뉴욕에서 결성된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에서 기타리스트,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했다. 1970년 밴드를 떠난 뒤에도 솔로 아티스트로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그는 당시 생소했던 아방가르드 록과 팝아트를 주류 음악계에 소개했고,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예술적 동지’로 불렸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많은 평론가들이 1960년대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그룹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1996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오랜 기간 폭음과 마약 사용으로 건강이 나빠진 리드는 올해 초 간 이식수술을 받았고, 지난 4월 예정됐던 콘서트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대상을 보며 내면을 그린다, 재현이란 없다

    대상을 보며 내면을 그린다, 재현이란 없다

    작품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녹아 있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실험성이 강하며 개인의 관심사에 대한 흥미도 이채롭다. 지금 화랑가에는 이색 소재로 관객을 잡아끄는 묘미로 가득찬 전시들이 눈에 띈다. 여름 내내 폭염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휴식처가 될 만하다. 진 마이어슨(41)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유럽, 홍콩에서는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다. ‘아시아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51)의 ‘절친’이기도 하다. 구상화인 듯하면서도 추상회화의 맥을 잇는 작품들은 런던 사치갤러리, 뉴욕 첼시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적 미술관으로부터 초대받았다. 이런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은 온통 왜곡돼 있다. 마치 독특한 렌즈가 달린 듯하다. 잡지, TV, 사진 등에서 빌려 온 이미지를 해체하고 비틀어 기존과 전혀 다르고 생뚱맞은 모습으로 캔버스에 풀어낸다. 서울 중구 황학동 등 도시 풍경을 찌그러뜨리거나 뒤틀고 통째로 이어진 듯 유기적인 모습으로 둔갑시키는 화법이 탁월하다. 웃음을 머금은 채 후드티를 뒤집어쓴 모습을 그린 자화상마저 보는 이들을 우울하게 만들 정도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작품도 그리는 과정에서 왜곡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내 작품은 특정 장소를 그렸다기보다는 내면의 장소를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작품 세계는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어릴 적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 이름은 박진호. 어린 시절 주변 300㎞ 반경에 동양인이라곤 단 한 명도 없던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그저 덩치 작은 동양인 외톨이였다. 늘 혼자 놀며 자연스럽게 그림에 애착을 가졌다. 역사학자인 아버지가 그를 미술가로 키웠다. 미니애폴리스 칼리지와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뉴욕과 파리, 서울을 거쳐 현재 홍콩에서 작업 중이다.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지만 여전히 마음속 상처는 깊다. “한국의 부모님을 만나려 시도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는 그는 10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끝없는 경계’전을 이어 가고 있다. 2009년에 이어 한국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신작 회화 10점이 나왔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안두진(38)은 미술에 물리학을 접목한 ‘이마쿼크’ 이론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마쿼크는 ‘이미지’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쿼크’의 합성어. 2008년 이 조형이론을 들고나온 뒤 자신의 작업을 ‘발생적 회화’라 부르며 캔버스에 깨알 같은 점을 차곡차곡 쌓아 이질적 풍경을 담아낸다. 점, 선, 면을 만드는 붓질을 계량화하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대표작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 날’을 보면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이 폭발할 듯 숲과 마을을 노려본다. 뭔지 모를 엄청난 재앙이 닥칠 듯 불안한 이유는 무수한 꼬임과 붉은 기운이 감도는 형광색 캔버스 탓이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물질은 최소 단위인 원소 배열 구조로 이뤄졌고, 그림 또한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의 조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면서 “(내 그림은) 풍경을 담지만 실존하는 풍경을 재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2004년 등단한 작가는 그간 홍콩, 베이징 등 해외 전시에서 호평받았다.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르트 구름’을 통해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10여년 전 인기 캐릭터 ‘동구리’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권기수(41)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동구리를 만들어 내느라 여전히 바쁘다. 내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조금씩 변화도 꾀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는 “‘또 동구리네. 아직도 동구리야?’라는 반응이 제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구리는 한국화라고 주장한다. “언뜻 아크릴로 그린 팝아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군자와 강태공, 죽림칠현이 녹아 있다”고 한다. 동구리가 찌든 세상을 떠나 늘 웃는 모습으로 세상의 시름을 덜어 주는 이유다. 동구리의 최신 버전은 10월 27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골든 가든’ 전에서 공개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상업화랑의 잇단 신인작가 발굴전… 미술계 득일까 실일까

    상업화랑의 잇단 신인작가 발굴전… 미술계 득일까 실일까

    “돈만 밝히는 것은 지금 우리 미술계 전반의 문제다. 비엔날레마저 연예인을 끌어들여 상업화하고, 평론가협회 같은 지식인단체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한다. 일선 화랑들도 장사치 마인드를 버리고 정직해져야 한다.”(홍경한 미술평론가) 국내 미술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상업화랑들의 신인작가 발굴 움직임이 분주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일찌감치 상업적인 작품을 내놓도록 유도함으로써 작가들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다. 27일 미술계에 따르면 미술시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상업화랑들은 최근 신인작가 발굴전 등을 통해 잇따라 젊은 작가 확보에 나섰다. “미술시장 판도가 작가 개인 역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추세라 젊은 작가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게 화랑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상업화랑 상당수는 이미 정기·비정기적으로 이런 전시를 열거나 기획 중이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는 최근 들어 거의 상설화되는 추세다. 미대 졸업 시즌 직후인 4~5월과 10월에 신진작가 전시회가 봇물을 이루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실험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컬렉터(소비자)층을 두껍게 해 미술시장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론은 이 같은 화랑가의 분위기를 타고 흘러나온 주장이다. 서울 인사동의 화랑 관계자는 “어린 작가에게 등단 기회와 작품 제작 경험을 전달하는 순기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업성을 띨 수밖에 없는 화랑들은 젊은 작가의 발굴과 전시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도 창출해야 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에서 신인 작가전이 불황 타개의 요긴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화가는 “상당수 화랑들이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며 전시회를 열지만 이는 유명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전시를 열어 헐값에 작품을 구입해 뒀다가 작가가 유명해지면 수십 배까지 이익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000만원짜리 그림을 팔 때 기성 화가들은 화랑으로부터 500만원가량의 돈을 받지만, 젊은 작가들은 특별히 정해진 액수가 없다. 화랑과 신인 작가의 노예계약인 ‘전속제’가 거의 사라진 요즘 신인 발굴전은 오히려 예전 젊은 기획자들이 마련하던 순수한 의도의 신인전과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같은 상업성은 서울 강남북의 화랑가에서 열리는 단체 전시회에서 정점에 이른다. ‘미대 우수 졸업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미래를 가늠하고 직업화가의 길을 열어준다’는 표어를 내걸지만, 이면에는 화랑의 비수기 경영 수지를 맞추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것. 어떤 신진 작가 전시회는 20명 이상의 작가를 모아 기획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1인당 참가비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오간다. 미대 교수나 강사가 화랑 대표로부터 졸업생 참여를 부탁받기도 한다. 대신 화랑들은 비수기 때 안정된 대관료를 챙기고 예비 작가들을 확보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대형미술관의 한 중견 큐레이터는 “상업화랑에 수익을 내지 않는 전시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창 성장하는 젊은 작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린 작가들은 전시회를 통해 작품이 비싼 값에 많이 팔릴수록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다. 스스로 작품세계를 확립하지 못한 채 소비자의 취향만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 미술가들의 축제로 떠오른 한 행사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요즘 어린 작가들은 미학·철학·예술성이 담보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기보다 예술을 매개로 앤디 워홀이 되고 싶어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지독한 상업화 분위기를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안으로는 신인 작가를 찾아내려는 공모전이나 화랑 전시 외에 새로운 전시공간 개척이 제시되곤 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예술창작촌 인근에 개관한 비영리 전시공간 등이 사례로 꼽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檢 ‘CJ 탈세 연루’ 서미갤러리 대표 소환

    檢 ‘CJ 탈세 연루’ 서미갤러리 대표 소환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0일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홍송원(60) 서미갤러리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홍 대표는 오후 2시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거나 거래 내역을 누락하는 수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 일가는 서미갤러리를 통해 2001년부터 2008년 1월까지 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 138점을 1422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이 매입한 미술품 중에는 한 점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앤디 워홀, 데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사이 톰블리 등 유명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는 CJ와 서미갤러리의 거래 기간은 2005년 이후 현재까지로 규모 및 거래 금액 등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면서 “결제는 물품 하나하나에 대금을 지급한 때도 있고, 모아서 한꺼번에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대표를 상대로 CJ그룹 측이 사들인 미술품 내역을 조사하는 한편 그룹 임직원들을 상대로 미술품 구입에 쓰인 자금의 원천과 구체적인 거래 경위 등을 캐물었다. 홍 대표는 중앙지검 금조2부에서 미술품 거래 과정 중 탈세 혐의로도 수사를 받아 왔다. ‘미술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홍 대표는 고가 미술품 거래와 관련해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2008년 삼성 특검 때 삼성 측의 자금을 세탁해 줬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고 2011년 오리온그룹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 로비 의혹 사건과 저축은행 비리 사건 때도 등장했다. 한편 검찰은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해 지난 19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CJ 중국법인 부사장 김모씨를 지명수배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방침이다. 김씨는 이 회장의 고교 후배로 회장실장 등을 지내며 비자금 조성과 운용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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