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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일리 없어 살아 있잖아

    애니일리 없어 살아 있잖아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제작. 오는 8일 개봉하는 3차원(3D) 애니메이션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은 미국 할리우드 두 거물의 만남만으로도 연말 극장가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영화다. ‘틴틴’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된 두 감독은 지난 2001년 의기투합해 8년여간 이 작품을 준비해 왔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 ‘거장의 만남 ‘틴틴’ 시리즈는 벨기에 출신의 만화가 에르제(필명)가 소년 기자 틴틴의 모험을 그린 만화로 총 24권의 시리즈가 51개 언어로 80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1929년에 첫 등장해 총 3억 5000만부 이상 판매되며 100년여 동안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전으로 스필버그가 30년간 영화화를 갈망할 정도로 ‘어드벤처의 정석’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에트에 간 땡땡’을 시작으로 24권이 번역되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열정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화 캐릭터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강자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틴틴의 거침없는 모험담을 빗대어 “땡땡은 세계에서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도 자신의 작품 세계에 디즈니보다 틴틴이 더욱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동서양 각국과 아프리카, 이집트, 티베트 등의 다양한 국가는 물론 사막, 극지방, 바닷속, 달나라를 넘나드는 틴틴의 모험은 과학의 진보와 사회적 이슈 등 20세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 아편을 퍼뜨리는 국제마약 밀매단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푸른 연꽃’은 1930년대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고, 1953년과 1954년에 발간된 ‘달 탐험 계획’과 ‘달나라에 간 틴틴’은 로켓 설계도 등 달 탐험과 관련된 과학 기술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묘사해 틴틴이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1969년보다 15년이나 빨리 달에 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틴틴의 이야기는 어린이는 물론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대상이었다. ●입체적인 캐릭터 구현 vs 약한 스토리 구조 개봉에 앞서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된 ‘틴틴:유니콘호의 비밀’은 기존의 3D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캐릭터의 매력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무늬만 3D’였던 최근 애니메이션과 차별성이 두드러졌다. 활자화된 만화에서 3D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 틴틴은 이마를 찌푸릴 때 나타나는 주름과 주근깨가 있는 콧잔등을 찡그리는 표정, 뛸 때 흩날리는 금발머리의 움직임까지 마치 실사로 착각할 만큼 캐릭터를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이는 ‘아바타’에서 활용됐던 이미지 위주의 캡처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해 인물의 표정과 희로애락의 감정까지 잡아내는 이모션 3D 기술을 통해 가능했다. 틴틴과 함께 모험을 펼치는 사고뭉치 하독 선장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의 균형을 잡아준다. 언뜻 스필버그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악당 사카린도 눈길을 끈다. 각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는 제이미 벨(틴틴), 앤디 서키스(하독 선장), 대니얼 크레이그(사카린)가 각각 맡았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우연히 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배를 사게 된 틴틴이 배에서 떨어진 비밀지도를 발견하면서 생기는 모험과 소동을 그리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이 만든 ‘인디아나 존스’ 못지 않은 정교한 연출력과 화려한 스케일로 웬만한 실사 ‘해양 어드벤처’ 영화에 버금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린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탓일까. 원작은 충실하게 구현됐지만,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약하고 스토리의 흡인력이 떨어져 성인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체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죽어서도 돈 많이 버는 유명인사 1위는?

    죽어서도 돈 많이 버는 유명인사 1위는?

    비록 몸은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높은 ‘몸값’을 자랑하며 수 억 달러를 버는 유명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2009년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사후 2년째에도 1억 7000만 달러(약 1920억원)를 벌면서 ‘사후에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유명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잭슨은 현존하는 가수들과 비교해도 록밴드 U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기록해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2위는 꾸준한 음반판매로 올해에 5500만 달러(약 622억원)를 번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인 배우 마릴린 먼로가 2700만 달러(약 305억원),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Peanuts)의 작가 찰스 슐츠가 2500만 달러(약 226억원)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비문화 분야에서는 천재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1000만 달러(약 113억원)로 7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포브스가 발표한 ‘세상을 떠난 유명인사의 연소득’ 순위 ▲1위 마이클 잭슨(가수), 1억 7000만 달 ▲2위 엘비스 프레슬리(가수), 5500만 달러 ▲3위 마릴린 먼로(배우), 2700만 달러 ▲4위 찰스 슐츠(만화가), 2500만 달러 ▲5위 존 레넌(가수), 엘리자베스 테일러(배우), 1200만 달러 ▲7위 앨버트 아인슈타인(과학자), 1000만 달러 ▲8위 테오도르 가이젤(작가), 900만 달러 ▲9위 지미 헨드릭스(기타리스트), 스티그 라르손(작가), 스티브 맥퀸(배우), 리처드 로저스(작곡가), 700만 달러 ▲13위 조지 해리슨(비틀즈, 가수), 앤디 워홀(팝아티스트), 600만 달러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프랑스인 티에리는 1980년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옷가게를 운영해 돈을 버는 한편 비디오카메라에 재미를 붙인다. 스스로 집착이라 부를 만큼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줄곧 테이프에 담았다. 1999년 프랑스에서 ‘스트리트 아트’를 목격한 그는 새로운 문화의 중심으로 진입한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라 불리는 인물들과 그들의 작업을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것. 급기야 신비에 싸인 인물 뱅크시와 우연히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반체제적 예술운동의 기록자를 자처하던 티에리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이름의 예술가로 거듭난다. 데뷔 전시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제2의 앤디 워홀’로 평가받는다.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연출한 뱅크시는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가 평소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까닭에 영화의 정체가 우선 흥미를 끈다. 한 한량의 엉뚱하고 유쾌한 성공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고 있으나 영화가 과연 진실한 기록물인지 의심스럽다. 티에리의 행적은 너무 수상해서 가공의 인물로 느껴지며, 목소리와 얼굴을 가린 채 출연하는 뱅크시가 진짜인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후드를 뒤집어쓰고 변조된 목소리로 말하는 뱅크시는 티에리와 동일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전체가 거짓말로 들리기에 결말부의 주제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만약 영화를 본 뒤에 ‘가짜가 판치고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미술의 위기’를 운운한다면 그것은 뱅크시의 농담을 생각 없이 뒤따라 하는 철부지 행동이다. 티에리와 뱅크시는 정반대 성향의 인물이다. 극비리에 작업한 다음 현장에서 재빨리 사라지는 뱅크시와 반대로 티에리는 노출과 유명세를 적극적으로 즐긴다. 기성 질서와 문화에 저항하는 뱅크시의 스텐실 작업이 ‘반달리즘’의 상징인 것과 비교해 티에리의 작품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급급한 자의 단순 복제품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正)과 반(反)에 해당하는 두 존재는 양극에서 밀고 당기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운동 주체로 기능한다. 뱅크시의 목소리만 반영됐다면 ‘선물가게를’은 쥐 그림 하나 그려놓고 우쭐대는 얼치기 예술가의 자기 자랑에 그쳤을 것이다. 뱅크시의 작품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상품이 된 지금, 뱅크시는 본인의 딜레마를 티에리라는 인물에게 투영한다. 그리고 순진하고 단순한 인물에게 고민거리를 슬쩍 넘겨버리는 영악함을 발휘한다. ‘선물가게를’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창작의 진정한 주체를 따지는 데 있다. 티에리와 뱅크시의 판이한 성향이 부딪치듯이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각기 준비한 결과물 또한 충돌한다. 카메라를 팽개친 티에리는 붓을 들고, 뱅크시는 스프레이를 잠시 놓아두고 카메라를 잡는다. 영화는 뱅크시가 티에리의 기록을 손보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니까 극 중 영상은 대부분 티에리의 손을 거친 것이고, 편집과 효과 등을 담당한 건 전문 스태프들이다. 감독이 손을 댄 부분은 과연 어디일까. 뱅크시의 질문은 관현악단에서 지휘자의 무용론이 대두되던 때를 연상시킨다. 뱅크시는 자기를 희생양으로 삼아 감독의 ‘보이지 않는 손’을 도마에 올린다. 현대미술의 이단아가 돈에 놀아나는 영화시장을 고운 시선으로 보았을 리 없다. ‘선물가게를’은 국외자의 조소다. 영화평론가
  • 그 비싼 작품들 왜 사서 보나요?

    그 비싼 작품들 왜 사서 보나요?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식으로 말하자면 (전시 자체를 포함해) 모두 가짜다. 페이크 다큐다.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마르코 로스코, 이우환, 게르하르트 리히터 같은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고, 그 앞에는 소장가들이 언제 어떻게 작품을 구입했는지 설명하는 동영상이 놓여 있다. 처음엔 반신반의한다. 이지은(변호사), 반이정(미술평론가), 이대형(큐레이터), 최기석(엔지니어), 조광제(철학자)처럼 그럴듯한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임경훈(주부), 소재희(고등학생), 정시우(초등학생) 같은 일반인들까지 모두 열정적으로 소장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런 명작이 한국에? 그것도 한국적 풍토에서 소장자가 맨얼굴을 직접 드러내고 소장 경위를 설명한다? 거기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미술품 판매 계약서까지? 전시장 입구에 놓였던 도록을 펼쳐 드니 맨 끝장에 적혀 있다. ‘새.빨.간.거.짓.말.’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아트라운지 디방에서 열리는 오재우(36) 작가의 ‘컬렉터스 초이스’(Collector’s Choice) 전시다. 언뜻 굉장히 냉소적으로 느껴진다.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싸지? 이게 출발점이에요. 예술이란 거, 백남준이 말했듯 결국 사기 아닐까요.” 오라가 사라진 무한 복제 시대 자체를 연극적인 연출로 완연히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홍대 회화과 출신이다. “자존감이랄까 그런 게 약한 것 같아요. 대학 때는,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림들을 그렸어요. 사회와 인간, 국가 폭력 같은…. 그런데 이게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질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물어본 거다. “좋은 그림을 골라내서 소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거예요. 제가 뭐라 답을 내렸다기보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작가가 만든 모작이다. 참가자들이 갖고 싶은 작품을 지정하면 작가가 그려줬다. 대신 그 작품의 가치와 소장 경위에 대해 상상해서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놀랍게도 모든 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셨어요. 작품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를 그 분들 스스로 표현하신 거죠.” 어쨌거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글쎄요. 젊었을 때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나이 들어선 못 할 테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예술이 뭐지, 미술품이 뭐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싶은 거지요.” (02)379-3085.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이명옥의 크로싱’ 펴낸 이 명 옥 사비나미술관장

    [저자와 차 한 잔] ‘이명옥의 크로싱’ 펴낸 이 명 옥 사비나미술관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백남준, 앤디 워홀 등 미술사를 장식한 거장들의 대부분이 융·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었습니다. 지적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강하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개방적인 사람들이었지요. 그들은 남과 다른 생각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위대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학문이나 기술을 섞어 가치를 창조하는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사고가 필요하다.”면서 “예술계의 거장들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옥의 크로싱’(21세기 북스 펴냄)에서 거장 99명의 작품과 삶을 통해 융합형 인재상을 제시한 이 관장을 지난 22일 만났다.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자기 계발서가 나오긴 했지만 ‘융합’이 화두인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예술과 접목시킨 것부터 참신하다. ‘팜므 파탈’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명화 경제토크’ 등 전작에서 보듯이 그는 인문학, 수학,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예술과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로 ‘예술계의 콘텐츠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역시 그다운 발상이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 시도했던 다양한 분야들을 하나로 묶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침 사회 각 분야에서 ‘융합’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등장했고, 거장들의 대부분이 융합적 인재들이라는 점에서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았지요. 하지만 그 많은 융·복합적 인재들을 어떻게 분류해 소개할지가 최대의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융합형 인재상의 유형을 8가지로 나눴다. 미술 애호가는 물론 미술과 친근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내 것과 네 것을 섞는 하이브리드형,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얼리어댑터형, 일상과 창조를 하나로 만든 발명가형,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체험형, 다양한 재능과 노력을 자랑한 멀티플레이어형, 몰입을 통해 창조적 작업을 완성시킨 연구자형, 감각과 감각을 넘나드는 크로스 공감각형, 너와 나를 통한 협업형이 그것이다. 유형별로 예술가들이 융합적 사고를 하게 된 배경, 최초의 발상을 작품에 어떻게 반영했고 후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독자들은 일상에서 이들을 통해 어떻게 융합형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통일성, 획일성, 절대가치, 순수성을 중시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융합, 조합, 결합, 다양성, 협업,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자연히 바뀌었죠. 21세기에는 여러 생각들을 혼합하고 다른 감성을 교환하고 이질적인 요소를 혼합하는 ‘스마트한 잡종’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 관장이 말하는 ‘스마트한 잡종’은 변신로봇 같은 인재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고의 경계가 없이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할 줄 알아야 하죠. 한마디로 말하면 ‘유연성’입니다.”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가장 미국적인… 가장 고흐다운…

    가장 미국적인… 가장 고흐다운…

    미국과 프랑스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가 각각 열린다.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품들이 한국 나들이를 한 것.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과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각각 관람객을 맞고 있다. -덕수궁미술관 ‘휘트니미술관전’ 11일 덕수궁미술관에서 시작되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 휘트니미술관전’은 제목 그대로 아시아 최초로 휘트니미술관의 미국 현대미술품들을 집중 전시한다. 휘트니미술관은 미술관 가운데서도 가장 미국적인 미술관으로 꼽힌다. 현대미술에서 이름 높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국제적 성격을 강조한다면, 휘트니미술관은 1930년 출범 때부터 미국 작가 지원을 위해 미국 현대미술품만 수집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아메리칸 아이콘과 소비문화’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을 상징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를 드러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익히 알려진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비롯, 웨인 티보와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2부 ‘오브제와 정체성’은 일상과 개인사에 집중한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이 나선다. 3부 ‘오브제와 인식’에서는 일상용품을 비현실적 시공간에 배치해 독특한 의미를 생산해 내는 클래스 올덴버그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이런 현대미술을 많이 접해 봤다면 특별 섹션인 ‘미국 미술의 시작’(American Modernism)에 시선을 줄 만하다. 20세기 초입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나서기 전 급속한 경제개발과 뉴딜정책,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풍경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긴 존 슬론,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등의 대표 작품이 나온다. 9월 25일까지. 1만 2000원. (02)2022-0600. -한가람미술관 ‘오르세미술관전’ 오르세미술관은 널리 알려졌듯 파리 센 강변의 폐철도역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단순히 폐철도역을 재활용해서가 아니라, 인상파 화가들이 기차로 상징되는 현대문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루브르박물관의 인상파 화가 작품을 집중적으로 옮겨둔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오르세미술관 소장품 전시는 한국에서 세 번째. 이전에는 회화가 30~40점 정도만 전시됐다면 이번엔 회화 73점을 비롯, 사진 자료까지 포함해 모두 134점이 전시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오르세미술관이 대대적인 수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해외 전시에 잘 내놓지 않던 작품들까지 내놓게 된 덕분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이란 전시 제목을 받쳐 주는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고흐는 이 작품과 함께 ‘별이 빛나는 밤’(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소장) 등 별이 있는 밤 풍경 그림을 석 점 남겼는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 작품이 인상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초기 인상파의 정신적 지주이자 “천사를 그릴 테니 천사를 가져다 달라.”고 했던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여자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린 ‘세상의 기원’, 딱히 인상파라고 하긴 어렵지만 인상파와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밀레의 ‘봄’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인상파라도 인물화를 잘 그리지 않았던 모네의 초기 인물화 ‘고디베르 부인’처럼 이색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9월 25일까지. 8000~1만 2000원. (02)325-1077~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래 가구산업의 현장’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가다

    ‘미래 가구산업의 현장’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가다

    이탈리아에서 가구산업은 자동차, 패션과 더불어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3대 산업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고급가구 시장을 선도하는 이탈리아 가구업계의 힘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은 해마다 4월 패션도시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가구박람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밀라노 중심부에서 20㎞ 떨어진 전시장 ‘피에라밀라노’ 주변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바이어, 가구업체 종사자들과 기자단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박람회를 다녀간 인원은 약 33만명. 세계 최대 규모로, 27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박람회가 열릴 때면 밀라노 지역 호텔 방값은 최고 3배 이상 뛰고 주변 식당가와 상점은 반짝 특수를 누린다. 단 6일짜리 행사가 파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자그마치 4억 5000만 유로(약 7200억원).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가 올리는 부가가치에 다시 한번 입이 벌어진다. 1961년 시작된 행사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시장 선도력 때문. 뚜껑을 열어보면 참가업체 2700곳 가운데 2000곳이 이탈리아 업체로, ‘국제’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관을 돌면서 현지 업체들이 내놓은 창조적인 결과물을 보면 박람회가 왜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됐는지 수긍이 간다. 2002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직원들을 이끌고 박람회를 찾고 있는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이탈리아 업체는 1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한 가지 제품을 내놓는 것이 보통”이라며 “엇비슷한 제품을 찍어내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처럼 디자인과 기능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된 2000개의 제품을 볼 수 있는 박람회는 없다.”고 말했다. 수많은 트렌드가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협업·융합·변신이 올해의 굵직한 흐름으로 읽힌다. 산업계 전반에서 협업은 이미 대세. 소파로 유명한 ‘아르플렉스’는 패딩점퍼를 만드는 ‘아스피지’와 손잡고 멋스러운 패브릭 소파를 내놓았다. ‘모다’라는 업체는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 팝아트 작가의 유명 작품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차용한 소파·장식장·옷장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아이팟 등의 도킹 시스템을 내장한 거실장도 가구 산업이 갈 길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공간과 상황에 따라 변신 가능한 ‘트랜스포머형’ 가구들의 존재감도 높았다. 카를로 굴리엘미 밀라노 가구박람회 회장은 가구산업의 미래에 대해 “사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기술적 진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라노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미술 경매서 가장 비싼 ‘몸값’ 자랑하는 화가는?

    미술 경매서 가장 비싼 ‘몸값’ 자랑하는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작품 거래액이 가장 높은 작가로 조사됐다. 미술시장 분석 전문 사이트인 ‘아트 프라이스’는 지난 6일 발표한 ‘2010 미술시장 트랜드’에서 “지난해 전 세계 미술품 경매에서 팔린 피카소 작품의 낙찰액은 총 3억 5001달러(약 392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2009년 기준 피카소 작품 거래액인 1억 2010만 달러의 3배 수준이다. 피카소의 작품 거래액이 급등한 이유는 지난해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1932년작)이 미술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인 1억 640만 달러에 팔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최근들어 중국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중국 작가 치바이스(齊白石)는 3억 3900만 달러의 작품이 거래되며 2위에 올랐고, 장다첸(張大千), 쉬베이훙(徐悲鴻), 푸바오스(傅抱石) 등 4명이 각각 4위, 6위, 9위에 오르는 등 10위권 안에 4명이 랭킹되면서 저력을 입증했다. 3위에는 앤디 워홀이 올라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국내 작가로는 6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여는 이우환의 작품 거래액이 287위에 올랐으며, 김환기가 328위, 지난 해 유화 ‘황소’가 35억 2000만원에 거래된 이중섭이 395위에 올랐다. 사진=파블로 피카소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檢, 한상률 前청장 구속 수사 가닥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을 구속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다수 기업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처리 대상이 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한 전 청장은 미국 체류 중 S사, H사 등 대기업 3곳을 포함해 기업 8곳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5억~6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전 청장은 또 주류업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2007년쯤 광고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국세청 차장이었던 한 전 청장이 이 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은 2000만~3000만원만 돼도 구속이 가능하다.”며 “한 전 청장은 뇌물 액수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청장이 연루된 이른바 ‘4대 의혹’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2007년 초 전군표(58) 당시 국세청장에게 건넸다는 그림 ‘학동마을’은 뇌물이 아닌 선물 성격이 강하다고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장 연임 골프 로비, 태광실업 표적 조사 의혹도 입증이 어렵다고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곡동 땅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안원구(51) 전 국세청 국장의 주장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오리온 그룹의 관계자들은 미국 팝아트 거장 앤디워홀의 작품을 두고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오리온이 시공한 고급빌라 ‘마크힐스’ 시행사의 박모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위탁했던 앤디워홀 작품 ‘플라워’를 돌려달라.”며 홍송원(58) 서미갤러리 대표와 오리온그룹 핵심 임원 조모씨를 상대로 5억여원의 양수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소장을 통해 “‘플라워’ 소유권자로서 2009년 3월 조씨에게 그림 판매를 위탁했는데, 조씨가 홍 대표에 다시 판매를 맡겼다.”면서 “위탁계약을 해지했지만 홍 대표 등이 작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병철·이민영기자 bckang@seoul.co.kr
  • 인물사진의 거장이 돌아왔다

    인물사진의 거장이 돌아왔다

    유명인 인물 사진의 대가 유섭 카쉬(1908~2002)의 작품이 돌아왔다. 2009년 한 차례 전시돼 개막 한달여 만에 10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전시다. 이번에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은 몇 가지 다른 포인트를 잡았다. 우선 캐나다의 유섭 카쉬재단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디지털프린팅이 아니라 카쉬가 직접 찍고 인화한 오리지널 필름이 전시된다. 또 지난번 전시가 워낙에 잘 알려졌던 작품들 위주로 선정됐다면,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모두 100여점이 전시되는데 이 가운데 80%가 새로운 작품이다. 넬슨 만델라, 크리스티앙 디오르, 엘리자베스 테일러, 앤디 워홀, 무하마드 알리, 샤갈 등이 새로 공개된다. 가령, 1941년 라이프지 표지에 실려 카쉬를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르게 했던 윈스턴 처칠 사진의 경우 이제까지 알려진 것은 시가(cigar)를 빼앗겨서 불퉁하니 고집스러운 얼굴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뒤 처칠이 웃으며 말하는 사진도 공개된다. 2차대전의 영웅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적으로는 불퉁한 사진이 널리 알려졌으나, 정작 처칠 가족들은 웃는 얼굴 사진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또 동갑내기 배우로 미모와 우아함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였던 그레이스 켈리와 오드리 헵번 사진도 함께 공개된다. 콘서트 대신 스튜디오 작업에만 집중할 정도로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록 꺼렸던 바흐 전문가이자 피아니스트인 글렌 굴드가 미친 듯 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각 인물 사진 밑에는 간단한 설명도 곁들여지기 때문에 사진 찍을 당시의 분위기, 카쉬와 인물 간 사진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 등을 모두 엿볼 수 있다. 여기에다 카쉬가 찍은 ‘손’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카쉬는 손에 인물의 성격과 직업에 따른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보고 인물 사진들 못지않고 무척이나 손 사진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5월 22일까지. 6000~9000원. 1544-168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양용리앙 윈도전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진선. 카메라를 이용해 현대 도시의 풍경을 찍되 전통 산수화적인 느낌이 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중국의 신진작가. (02)723-3340. ●오천룡의 랜드스케이프 오브 파리(Landscape of Paris) 30일까지 서울 신당동 엘비스 크래프트.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오천룡이 파리와 프로방스 지방을 주제로 그린 그림 15점을 전시한다. (02)2234-7475. ●츄팝스타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서교동 산토리니서울. 팝아티스트인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을 비롯해 영화배우 하정우, 미디어아티스트 허남훈 감독, 프로사진작가 권영호 등 유명인들의 팝아트물을 전시한다. (02)334-1999.
  • 워홀·허스트… 그들은 어디서 영감 얻었나

    워홀·허스트… 그들은 어디서 영감 얻었나

    실험용 용기 안에 든 헤어드라이어의 위쪽에 탁구공 하나가 떠 있다. 헤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바람이 탁구공의 위치를 완벽하게 통제한다. 재미난 장난감 같은 이 설치작품의 제목은 ‘위로 올라간 것은 내려와야만 한다.’ 유리 진열장 안에 든 동물 사체, 다이아몬드로 만든 해골 등 충격적인 이미지로 현대미술의 악동으로 불리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1994년 작품이다. 억압과 통제를 은유적으로 제시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1962년 마릴린 먼로의 사망을 계기로 죽음을 주제로 한 작업에 열중했다. 엑스레이에 찍힌 해골 사진 4장을 나열한 ‘파켓을 위한 사진 에디션’은 1987년 그가 죽기 직전에 남긴 작품이다. 똑같은 사진의 반복은 죽음의 운명이 누구에게나 반복된다는 암시로 읽힌다. ●억압·통제·죽음 등서 소재 얻어 앤디 워홀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현대미술 대표작가 185명의 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월드스타 인 컨템퍼러리 아트’전은 현대미술의 방대하고 다양한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현대미술의 도서관’이라고 할 만한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전문지 ‘파켓’이 지난 25년간 작가들과 공동 작업한 결과물이다. 198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창간된 ‘파켓’은 매호마다 주목할 만한 작가 1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한편 잡지를 위한 신작을 제작하게 했다. 일명 ‘파켓 에디션’이다. 발행 호수에 따라 작품이 계속 늘어나자 1987년부터 전시로 기획해 세계 각국에서 순회전을 하고 있다.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현대미술관 등에서 특별전을 열었다. 세계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거장들이 총망라됐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루이스 부르주아, 브루스 나우먼 등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 수상자만 15명이다. 2007년과 2008년 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미국의 키치 작가 제프 쿤스가 1997년 제작한 ‘부풀어오른 풍선꽃’도 전시장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현대미술 흐름 일목요연하게 감상 올해 국내에서 개인전을 했거나 현재 전시 중인 낯익은 작가들도 눈에 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전시 중인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천 마클레이,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독일 사진 작가 토마스 슈투루트를 비롯해 가브리엘 오로즈코, 로니 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작은 대부분 일반 가정에서 소장이 가능한 크기의 소품들로 회화, 조각, 사진, 인쇄물, 비디오 등 현대미술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유명 작가의 대표작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그들이 어디서 예술적 영감을 얻고,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흥미로운 감상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구사마 야요이(일본), 양푸둥(중국)등 아시아 작가까지 포함된 목록에 한국 작가가 한명도 없는 점은 아쉽다. 내년 2월 25일까지. 관람료 8000원. (02)580-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 yBa 스타’ 개빈 터크 첫 한국 나들이

    ‘ yBa 스타’ 개빈 터크 첫 한국 나들이

    은색 가발을 쓴 앤디 워홀, 곱슬머리의 엘비스 프레슬리, 베레모를 쓴 혁명전사 체 게베라…. 전시장 한쪽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유명 인사들의 대형 실크스크린 초상화들이 걸려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감쪽같이 변장했지만 작품 속 인물은 모두 같은 사람. 바로 이 전시의 주인공인 작가 개빈 터크(43)다. 1990년대 영국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일원인 터크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설치, 평면, 조각 등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이다. 실크스크린 초상화는 앤디 워홀의 기법을 차용한 것이고, 물감을 흩뿌려 완성한 추상화는 잭슨 폴록 스타일이다. 씹다 만 껌, 두루마리 종이심, 먹다 버린 사과 등을 실물처럼 재현한 조각도 낯익다. 유명 작가의 특징을 패러디하고, 스스로 유명인으로 변장하는 작업을 통해 그가 탐구하는 주제는 정체성과 가치, 독창성에 관한 것들이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졸업전 때 ‘개빈 터크/조각가/여기서 작업하다 1989-1991’이라고 쓴 기념패만을 설치할 정도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몰두했던 그는 신화가 돼버린 유명 작가의 작품을 반복함으로써 무엇이 예술 작품에 가치와 독창성을 부여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12월 12일까지.(02)549-757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런것도 팝 아트? 이것이 팝 아트!

    이런것도 팝 아트? 이것이 팝 아트!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으로 대변되는 팝아트는 CF, TV, 만화 같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가볍고, 유쾌한’ 예술이다. 하지만 쉬워 보이는 작품 이면에는 대중매체, 대량소비사회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비판적인 의미가 깔려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메이드 인 팝랜드’(Made in Popland)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중국, 일본에서 팝아트가 어떻게 인식되고, 확장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구식 팝아트의 양식적 특징에 얽매이기보다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의 이미지에 기반해 정치·사회·문화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다룬 작품들을 폭넓게 끌어안음으로써 아시아적인 팝아트의 개념을 새롭게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한·중·일 작가 42명의 회화·설치 작품 150점이 선보여지는 전시는 그래서 한눈에도 팝아트임을 알 수 있는 작품들과 ‘이런 것도 팝아트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섞여 있다. 전시는 ‘대중’을 키워드로 한 4개의 주제로 나뉜다. ‘대중의 영웅’에서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을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인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 초상, ‘울트라맨’의 캐릭터를 디자인한 일본 작가 나리타 도오루의 드로잉 작품, 나약하고 방관자적인 대중의 이미지를 표현한 중국 작가 팡 리쥔의 ‘대머리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대량소비사회의 이면을 다룬 ‘스펙터클의 사회’에선 일본의 대표적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들과 중국 작가 우쥔융이 인터넷 문화에서 착안해 만든 유쾌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현실과 미래의 문제를 다뤄온 정연두 작가의 타임캡슐 등이 소개된다. 팝아트의 경쾌하고,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는 앞의 두 주제와 달리 ‘억압된 것들의 귀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이미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부 전시작들은 19세 관람 불가다. 박윤영, 공성훈, 아이다 마코토, 나라 요시모토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마지막 주제인 ‘타인의 고통’에선 대중매체의 발달, 문명의 이기가 낳은 전쟁과 죽음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대한 작가들의 고민을 담은 작품들을 모았다. 폭력과 컬트적인 요소가 혼재된 오다니 모토히코의 사진,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모습을 담은 양 샤오빈의 그림은 관람객들에게 고통과 불편함을 안겨준다. 내년 2월 20일까지. 관람료 5000원. (02)2188-6 0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범작과 명작의 차이는 뭐지? 걸작 판별 안내서

    그림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입문자라면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명화를 결정짓는 다섯가지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 펴냄)은 명작이 왜 명작인지, 좋은 그림은 어떤 기준으로 판별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안내서다. 저자가 제시하는 5개의 키워드는 표현력, 스타일, 자기세계, 아이디어, 몰입이다. 표현력은 ‘누가 봐도 잘 그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고 단순한 그림을 우주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힘’이다. 가령 축구 경기에서 마라도나나 메시 같은 걸출한 선수가 뛸 때와 그러지 않을 때 느끼는 재미의 차이를 상상해보면 된다. 저자는 극한의 치밀함으로 승부한 얀 반 에이크, 현실에선 불가능한 시간과 공간을 캔버스에 창조해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직물의 온기와 공기의 질감까지 담아낸 베르메르를 표현력의 대가로 꼽는다. 스타일은 ‘누구도 흉내내거나 침범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과 고유 양식’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도 고흐나 세잔, 샤갈의 그림을 구별할 수 있는 건 이들이 구축한 스타일 때문이다. 확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 화가들의 그림도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현대사회와 도시생활의 표면에서 인간의 본질을 발견한 에드워드 호퍼, 소용돌이치는 대자연의 에너지를 화폭에 옮긴 터너, 현대인의 존재론적 불안을 그림으로 표현한 뭉크 등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도 명작을 가르는 기준이다.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란 창조적인 이름을 붙여 예술 작품으로 만든 뒤샹, 대중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앤디 워홀 등은 캔버스의 틀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천재들이다. 평생 한 가지에 몰입해 경쟁자를 압도한 화가들도 있다. 점묘법의 대가 쇠라, 직선과 원색으로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표현한 몬드리안, 가느다란 신체로 실존의 불안을 담아낸 자코메티 등은 그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1만 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패션과 미술 한자리에

    패션과 미술 한자리에

    금세기 최고의 미술가로 불리는 앤디 워홀의 시작이 구두 디자이너였던 것처럼 패션 디자이너들이 미술에서 영감을 얻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패션쇼와 미술 전시가 혼합된 행사도 자주 열리고 있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소격동 aA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디자이너 최철용의 남성복 브랜드 ‘씨와이 초이’(Cy Choi)의 첫 번째 전시가 열린다. 프랑스 파리의 쇼룸 MC2와 유럽 및 홍콩 등의 전문 패션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씨의 남성복은 낯설다. 그가 패션을 배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몸에 착 달라붙는 선의 남성 정상을 만들어낸다. 최씨의 재킷은 무게 중심을 흐트러뜨려 허리 부분이 하늘로 향해 솟은 형태로 직각 삼각형을 연상시킨다. 옷의 기본 조형 요소에 새로운 개념을 부여해 끊임없는 변화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한국에서는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100년 전통의 컨버스 운동화도 최철용만의 시각으로 재해석됐다. 뒤꿈치를 해체한 것 등 10가지 스타일의 컨버스화와 ‘씨와이 초이’의 역사를 소개하는 대형 책자, 조각 설치물, 패션을 주제로 한 단편 영화 등이 패션쇼 영상과 함께 어우러진다. 최씨는 이번 전시를 오랜 기간 호흡을 같이해 온 그래픽 디자이너 김도형, 사진가 김진권, 영상 아티스트 안마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꾸몄다. 패션쇼 모델은 미디어 아티스트 제임스 파우더리가 맡았다. 최철용씨는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관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보는 것’과 ‘입는 것’ 사이에서 디자이너와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캐주얼 브랜드 ‘블랭크5스페이스’는 27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페이스에서 로버트 노키의 작품 전시회를 연다. 노키는 볼펜과 마커 펜으로 다양한 분야의 문화 아이콘을 그린 초상화로 유명하다. 노키의 감각적인 그림을 새긴 티셔츠를 판매하는 블랭크5스페이스는 전시에서 작가와 협업한 옷, 영상 등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3억원짜리 北 ‘아리랑’ 사진

    23억원짜리 北 ‘아리랑’ 사진

    북한의 매스게임(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 장면을 담은 서방 사진작가의 작품이 영국 런던의 한 경매시장에서 거액에 낙찰됐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작품 ‘평양 Ⅳ’는 지난 15일 세계적 경매소인 소더비의 연례 ‘프리즈위크’(Frieze Week) 경매에서 예상낙찰가인 50만∼70만파운드를 크게 뛰어넘은 130만파운드(23억 2000여만원)에 전화 응찰자에게 팔렸다. 소더비 측은 이 작품이 이번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를 크게 뛰어넘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구르스키의 2007년작 ‘평양 Ⅳ’는 북한 근·현대사의 중요 사건을 다룬 매스게임 ‘아리랑’ 공연을 소재로 한 연작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은 특히 수 만명의 인원이 참여한 군무(群舞)를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고(故)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맞아 처음 열린 ‘아리랑’ 공연은 2005년 두 번째 공연을 벌인 뒤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 공연을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관람객을 모으고자 별도의 홍보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편 ‘평양 Ⅳ’와 함께 이번 경매시장에 나온 앤디 워홀의 1980년 작품 ‘다이아몬드 더스트 슈즈’는 160만파운드(28억 6000여만원)에 낙찰돼 예상 낙찰가를 넘어섰다. 또 독일계 영국 화가 루치안 프로이트가 임신한 상태의 미국 모델 제리 홀을 그린 초상화 ‘8개월이 지나’(Eight Months Gone)도 예상낙찰가를 뛰어넘은 60만 1250파운드(10억 7400여만원)에 팔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도둑맞아서 유명해진 모나리자, 예술을 보는 인간심리 왜 그럴까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까닭은. 답은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1911년 8월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난당했다. 이때만 해도 ‘모나리자’(가로 53㎝·세로 77㎝)는 루브르를 대표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늘날처럼 신비의 미소를 상징하는 여인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도난당한 ‘모나리자’를 찾기 위한 수사인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현상금이 걸리고 심령술사까지 등장했으나 2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모나리자’가 걸려 있는 텅빈 벽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또 ‘모나리자’는 관광지의 각종 상품부터 커피잔, 심지어는 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에 의해 대량으로 복제되기 시작했다. 독일 평론가 발터 베냐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말하기 전에 이미 ‘모나리자’는 문화적으로 대량복제되는 최초의 미술작품이 됐다. 지금처럼 회화의 역사 속에서 가장 흔하게 복제되고 소비되는 이미지가 됐던 것. 이 절도 사건의 범인은 결국 2년 만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인 피렌체에서 잡힌다. 그림을 팔려고 내놓자 한 화상이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범인이 백만장자일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루브르 미술관에 ‘모나리자’를 내걸었던 노동자였다. 현장에 지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음에도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노동자와 명화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다들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고전문학을 전공한 후 프랑스 정신분석학의 대가 자크 라캉 밑에서 정신분석 학위를 받고 현재 영국 런던에서 임상의로 재직 중인 저자 다리안 리더. 그는 모나리자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잃어버리고서야 비로소 어떤 것을 찾게 되고, 그것의 진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여기서 시각 예술을 보는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그러고 쓴 책이 ‘모나리자 훔치기’(박소현 옮김, 새물결 펴냄)이다. 저자는 책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주치의였고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는 평생 지기로 이론적으로 폭넓게 교류했던 라캉의 이론을 중심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 현대 사회와 시각 문화의 관계를 설명한다. 다빈치와 윌렘 드 쿠닝, 마르셀 뒤샹, 피카소, 현대 미술가 마크 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끄집어내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게 인용된 한 토막.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편지’의 내용이다. 도둑맞고 다시 훔쳐오는 편지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놓여져 있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모른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수 있듯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책은 말한다. 1만 65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중지 올린 ‘손가락욕’ 대형 조각상, 누구를 향해?

    이탈리아의 한 예술가가 외국에서 흔히 알려진 ‘손가락 욕’을 표현한 조각상을 대형은행 앞에서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감한 시도를 한 예술가는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는 최근 밀라노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중지를 올려 남을 조롱할 때 흔히 쓰는 제스처인 손가락 욕을 실감나게 표현한 조각상을 공개했다. 높이가 9m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손등에 올라온 핏줄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고, 치켜세운 중지 또한 실제 손가락과 매우 유사하게 제작됐다. 카텔란에게 조각상을 이용한 모욕을 받은 대상은 밀라노의 금융전문가들. 그는 이들이 유럽에 엄청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며 이를 비난하려고 조각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공식적인 제목은 ‘L.O.V.E‘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이 예술가는 자칭 ‘앤디워홀의 후계자’로 풍부한 상상력과 과감한 표현력을 바탕삼아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그림책

    한 권의 책에서 수필과 그림, 영화를 한꺼번에 만난다는 것은 미술이나 영화 팬들에게 꽤 매력적인 제안이다. 꼭 이들 분야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림과 영화를 통해 풀어 가는 것은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는 것처럼 새로운 깨달음과 읽는 재미를 준다. 김영욱의 에세이 ‘그림책, 영화를 만나다’(교보문고 펴냄)는 사랑에서부터 기억, 그리움, 죽음에 이르는 삶의 보편적인 주제들을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풀어 간 책이다. 전작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에서 그림책과 어우러진 음악들을 선보인 저자는 이번에는 영화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 초상은 물론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전작에 비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회화의 폭도 넓어졌고, 그림책도 단지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려 붙이고 3D의 느낌을 살린 종류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저자는 총 17개의 소재를 통해 17권의 그림책과 17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소수의 아름다움’ ‘남자가 사라지고 있다’ ‘그대, 신데렐라를 꿈꾸는가’ ‘성형미인’ 등 우리가 평소 한 번쯤 생각해 봤음 직한 생활 밀착형 주제를 다루고 있다. ‘소수의 아름다움’에서 1과 자신만을 약수로 지닌 소수의 고고함과 인간의 고독의 유사점을 발견한 저자는 모든 것을 수학과 연관 짓는 병에 걸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수학의 저주’를 떠올린다.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소수에 열광한 한 박사를 통해 소수와 같이 단독자로 살아 가는 고독한 인간 존재야말로 절대자와는 달리 제 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겉모습만 변화되면 자신의 내면 세계도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는 요즘 세태를 비판한 ‘성형미인’편도 눈에 띈다. 강렬한 원색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독특한 그림책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는 스스로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던 꽃이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어지는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는 미모와 젊음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면서도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밖에도 ‘뮤즈’편에서는 최근 한 시트콤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이탈리아 출신의 그림 작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림책 ‘마지막 휴양지’를 비롯해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존 버닝엄이 대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와 경험이 그림책에 미친 영향도 담겨 있다. 1만 2000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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