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神’ 버핏, 그에겐 돈·삶의 철학이 있다
50여년 전. 단돈 100달러를 밑천삼아 주식투자를 시작해 세계 최고 갑부로 등극한 이름. 하루도 빠짐없이 지구촌 경제뉴스를 장식하는 ‘살아있는 투자의 신(神)’ 워렌 버핏(77)이다.
그의 일생이 두 권의 평전으로 묶여 나왔다. 버핏을 곁에서 오래 지켜본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리포터가 쓴 ‘워렌 버핏 평전’(앤드루 킬패트릭 지음, 안진환·김기준 옮김, 윌북 펴냄)에는 금세기 최고 투자귀재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로서 주주총회에도 참석하는 저자인 덕분에 버핏의 실체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꿰뚫는 작업에는 신뢰가 더해진다.
●1권 ‘인물´편엔 개인사 두루 그려
투자에 관심없는 독자에게도 책의 효용은 있다.1권 ‘인물’편은 지구촌에서 가장 돈많은 투자가로서가 아닌,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목했다.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 등의 개인사를 소개함은 물론이고, 그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역사와 지인들 이야기까지 두루 포괄했다. 지난 2006년 전 재산의 8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범상찮은 삶의 철학을 한눈에 파악해볼 수가 있다.
투자자 독자라면 버핏의 투자현장에서 건져올린 실질적 에피소드들이 주로 등장하는 2권 ‘투자’편에 귀가 먼저 솔깃해질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보고서와 버핏의 각종 기고문과 강연자료들을 일람할 수 있다. 버핏의 투자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와 투자 역정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30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핏이 골수 공화당 하원의원 하워드 호먼 버핏의 아들로 태어난 시점에서부터 책은 운을 뗀다. 경제 대공황의 위력이 가시지 않은 유년시절, 그는 집안이 운영해온 식품점 ‘버핏 앤드 선’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가게청소와 식료품 배달을 했다. 아들이 성직자가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가 세상을 뜬 1963년, 버핏은 부친의 소장품 말고는 물려받은 게 없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폭락하던 1929년 가을, 나는 어머니 뱃속에 있었다. 그해는 모든 것이 시작된 해였다.”고 자신의 출생배경을 해석했을 만큼 버핏의 투자 감수성은 다분히 천부적이었다. 그가 “살아계시는 동안 내겐 언제나 ‘올해의 여성’이었다.”고 회고한 어머니 이야기까지 소개하며 책은 투자귀재의 인생여정을 연대기 순으로 차분히 따라간다.
그는 새벽시장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스스로 돈을 번다는 기쁨에 충만한 10대 소년이기도 했으며, 하버드대에서 입학을 거부당하고 절망하는 청년이기도 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투자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 야망을 불태우는 젊은이, 월스트리트의 생리에 환멸을 느끼고 낙향해 투자조합을 만들어 동네 의사들을 쫓아다니는 열혈 투자가, 빌 게이츠와 브리지 게임을 하며 우정을 나누는 거물 기업가였다. 버핏 인생의 구비구비에 놓인 일화들을 현재적 가치를 부여하며 일대기로 재구성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 책이다. 주변 인물들의 얘기와 인터뷰 등을 중간중간 동원해 ‘자연인 버핏’의 꾸밈없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투자 관심있는 독자라면 2권 ‘투자´편 볼 것
지금도 버핏은 자주 25달러짜리 스테이크로 점심을 해결한다. 오마하의 60만달러짜리 오래된 저택에서 붙박이로 살아온 지 50년째. 엄청난 재산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빌 게이츠 재단에 맡기며 기부문화의 새 전범을 제시한 ‘현인’ 투자가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놓인 것일까.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이 남긴 재기넘치는 어록들도 간추려 담았다.
“인수할 기업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아내를 고르는 것과 흡사합니다. 우리는 아내가 가졌으면 하는 자질들을 신중하게 정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지요.”(1986년 정기주총)
“우리는 활발히 투자하는 기관들에 ‘투자자’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하룻밤의 쾌락을 수없이 반복하는 사람을 로맨틱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1991년 연례보고서) 각권 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