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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가 ‘당한’ 정황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된 신문 기사를 읽는 당신, 현장 검증에 나선 범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웃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는 당신,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심지어 물리적 거세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당신. 열흘 사이 나타난 이 뜨거운 관심과 우려, 지탄과 자조, 법률과 제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현실은 어느 정도 ‘인간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공이 확대되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까. 이 모습들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 시선을 파묻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지 않았는가.‘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도서출판 강 펴냄)을 쓴 김용언(36)도 그랬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밤새 읽고 동네 책방에 선 채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어낸 소녀. 부모는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뜯어말렸지만 그럴수록 추리나 미스터리, 탐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10여년 이름있는 영화잡지사에 다닐 때에도,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을볕이 좋았던 6일 낮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언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정처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홈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부르주아지 탐정, 점잖고 범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수집가이자 산책자, 과학적인 기계로서의 탐정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드보일드 형사(또는 탐정)로 변신하는 과정과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들춰보니 깊이가 간단치 않다. 범죄소설의 이데올로기를 파헤친 에르네스트 만델과 프랑코 모레티, 기호학으로 뜯어본 움베르토 에코, 독자들이 이들 장르에 빠져드는 과정을 펄프픽션과 다임노블(‘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통해 톺아본 애런 스미스와 마이클 데닝, 법의학과의 연관성을 짚은 로널드 토머스 등이 등장해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추리소설)에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하드보일드소설)로 독자들의 궁금증이 전이되는 과정, 사회가, 도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과정을 돌아본다. “6년 전 그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글로 번역된 것들이 전혀 없어 외국 문헌을 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3~4개월 정도 웹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 아무도 빌려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책장을 들춰 가닥을 잡았다.” 2년 전에야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양의 두 배로 늘리고 부록(연표와 국내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소개) 등을 보완해 지금 내놓았다.” 김용언은 ‘터프가이’로 통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홈스와 달리, 부패된 사회구조 속에서 허우적대고 몸부림치는 것을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로 해석하는 뜻밖의 시도를 했다. 그는 “19세기의 비관적인 엔트로피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것처럼, 그들도 자본주의 대도시에서의 범죄가 빚어내는 혼돈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형상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라고 대변했다.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사회의 범죄 관련 논의들을 꺼내 보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어느 한 요소만 갖고 전체의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며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무라카미는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를 낸 1년 뒤, 가해자들과 만나 속편을 낸 적이 있다.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범죄의 뒤안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있다. 그렇기에 전체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화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배경 같은 걸 설명해주는 글 찾아보고 읽는 걸 워낙 좋아했다. 당연히 추리물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을 읽다보면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된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다. 그나마 번역된 세 권 정도가 있었는데 전권이 이런 분석에 바쳐진 책은 아니었고 어떤 주제를 갖고 여러 학자가 쓴 것 중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답답해서 영어권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검색을 하자마자 몇 백 권이 뜨고 논문은 말도 못하게 많았고요. 깜짝 놀라서 일단 유명한 학자들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런 걸 나만 알기는 아깝고, 추리소설 팬들도 많고 하니까 나누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시 주변이나 추리소설 동호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건 있었나.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인터넷 서점 같은 데 가봐도 리뷰는 없고. 추리소설 동호회 중 유명한 ‘하우 미스터리’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도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게시판을 많이들 이용하는데 거기 운영자가 이런 책이 나온다며 기대된다고 써놓았더라. 다음 주나 돼야 후기가 올라올 것 같다. →국내 애호가들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장르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호, 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많이 갈린다. 추리소설만 읽는 쪽이 있고 하드보일드 쪽만 읽는 친구들이 있고 또 셜록티언이라고, 셜록 홈즈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매량이 좀 떨어졌다고 하는데, 한때는 일본 책들이 엄청 많이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쪽이 다 한 묶음으로 묶이지도 않는 편이고. →책을 읽어보니 에드먼드 윌슨 얘기가 곧잘 나온다. 주석에 ‘와, 세상에’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건 본인이 쓴 것인지. -굉장히 고급예술에 관심 있는, 고급지성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다. 그 글을 읽어보니 굉장히 심하게 욕을 했더라. ‘당신들이 추천해 이것도 읽었고 저것도 읽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들은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항의하겠지만. 그것도 너희들이 속물이고 내용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미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책의 추천사를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써줬는데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를 가져온 한국 소설 가운데 이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읽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문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했다. 그 옛날에 썼던 (윌슨의) 글이 아직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에 속 상했다. →2006년에 쓰기 시작해 3~4개월 만에 가닥을 잡았다고 했는데 출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고를 썼는데 생각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전혀 그 쪽에 관심없던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출판사를 알아본다, 어쩐다 했는데 취직도 하고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2년 뒤 완성했는데 대학원을 휴학하고 다시 취업하고 하면서 또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낸) 강 출판사의 전 편집장과 출간에 합의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양이 너무 적어 2배로 늘리고, 내용도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게 쓴 부분들이 많아서 보충하고 내용 늘리느라 작년 말에야 정리가 다 됐다. →그런데도 8개월이 더 소요됐다.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이 있었으니까. 2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많은 걸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풍부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이 책을 보고 관심있는 분들이 그 문헌을 직접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비평가가 쓴 책 ‘블러디 머더’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굉장히 쉽게 쓰고 백과사전처럼 연대기를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은 감춰두고 내가 써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이 이런 점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에서 나온 이론서들을 살펴보면 한 시점에 한 주제에 대해 다룬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은 찾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 시절에 대해서만 집중 분석을 하거나 미국의 하드보일드만 다루거나 했다. 그래서 난 이 둘의 갈라진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합 지점을 관심있게 보시고 이런 생각을 갖고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 이 장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는 취지로 엔트로피 이론을, 문학계에서 과학 이론을 가져다 적용해보는 시도가 있는데 엔트로피 이론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검증받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정유정 작가와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초고를 쓸 때도 이런 쪽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없었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안 가는 식이어서, 그 쪽 친구들도 없고. 순전히 혼자서 그 생각을 했고 사실 걱정을 했다. 나 혼자서 이런 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전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봐주시고, 재미있다 해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팬들에게도 정보가 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어서, 리뷰가 올라오면 그런 확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국내 추리소설이 어떻게 도입돼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할 필요는 있지 않은지. 예를 들어 책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고심했고 우리 추리문학이 처한 위치와 지위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면서 붙인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인쇄돼 나오기 3~4일 전에야 겨우 출판사와 책 제목을 합의할 정도로 많이 싸웠다. 난 조금 추상적인 제목을 원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워낙 장르가 탄탄하다보니까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붙여도 독자들이 딱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Figure on the Carpet’이란 표현이 있다. 카펫 위의 형상, 다시 말해 시신을 가리키는데 서구에서나 그 제목만 써도 아 시신에 관한 얘기구나 아는데 한국에서야 그런 걸 해봐야 누가 알겠나. 굉장히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했고, 그런데 또 난처한 것이 19세기 셜록 홈즈랑 하드보일드 두 개를 다 다루다 보니까 둘을 아우르는 제목을 놓고 계속 출판사와 실랑이를 했다. 출판사 쪽에서는 범죄소설이란 말이 잘 안 쓰이는 말이니까, 그냥 추리소설이다, 하드보일드다 이렇게 쓰니까 이 용어 자체도 낯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읍소를 해서 겨우 이런 제목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향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전혀 한국 쪽 얘기를 안 다뤘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 쪽에서 그런 얘기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것을 읽어보면서 만약 그것들과는 다른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한국의 작가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문제는 있지만 80년대 들어와서 김성종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이상우 도 김성종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정유정 작가는 ‘이건 추리소설이야’라고 표방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장르에 익숙한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해 좋았다. 얇은 층 내에서도 한번 엮어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건 북유럽 쪽 도서들이 요즘 번역이 많이 되고 있다. 이들의 문학은 영국이나 미국의 것과 또 다르다. 60년대부터 형성된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는데 그들의 콘텍스트, 예를 들어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쪽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자료가 없어서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역사도 배워야 한다. 사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차마 그런 능력은 안돼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다. 북유럽 소설의 영문 번역판은 물론이고, 그들의 소설의 특성에 대해 서술한 자료들도 방대하다. →하필 아동 성폭행범이 잡힌 다음날 책이 출간됐다. -때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그 범인도 게임 중독이다, 술을 마셨다,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런 이유들로 그가 악마였다는 해석을 늘어놓더라. 나주 성폭행범 이전도 그랬고, 무슨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자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원인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범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자랐다.. 왜 그런 책들만 읽느냐고,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야단을 치셨거든요. 그런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게 사실 쉽고 간편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담은 책이 있다. 특히 옴진리교에 몸 담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빨려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따져 ‘쳐죽일 놈들’ 하고 만다. 그 앞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쉽게 결론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같은 대단한 작가가 자신을 ‘죽이고’(가치 재단을 최대한 자제) 인터뷰만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그 당시 선정적인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옴진리교 사건이 95년 일어났는데 1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 1권이 나왔고 그로부터 딱 1년 뒤 옴진리교쪽 사람들 만나 들은 얘기를 쓴 것인데 2권은 작년에야 국내 번역돼 나왔다.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라고 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와인, 어렵지 않다 먹고 즐기면 된다

    최고의 와인 한 모금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마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처럼 우리를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안내하는 느낌을 연상할 수 있겠다. 와인의 역사는 실로 수천년간 진행돼 왔다. 그만큼 효능 또한 훌륭함을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리 소박한 와인이라고 할지라도 생기 넘치는 맛과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한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정말 그렇까. 다른 먹을거리보다 쉽지 않은 장애물이 있다. 해독하기 어려운 라벨과 빈티지를 이해해야 하고, 음식과의 궁합법칙을 기억해야 하며 마시기 적당한 온도까지 맞춰야 한다. 어떤 와인을 마시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까지 거론된다. 에구, 이쯤 되면 ‘코리안 와인’ 막걸리나 마시지 뭐. 신간 ‘와인 시크릿’(마니 올드 엮음, 정현선 옮김, 니케북스 펴냄)은 영국과 미국에서 스테디셀러가 된 책이다.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을 즐기는 데 필요한 기초지식부터 실용적 정보까지 핵심 내용만 쉽게 이해하도록 간추렸다. 와인 업계를 이끌어 가는 세계 최고의 와인 전문가 40명을 등장시켜 와인 콘텐츠를 쉽게 정리했다. 생산 연도, 제조 기술, 토양 등 자질구레하게 알 필요없이 마음에 드는 와인을 마시고 더 큰 즐거움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답이 명쾌하게 다가온다. 와인 테스팅, 와인 쇼핑, 와인과 음식 궁합, 집에서 마시는 와인, 상황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법에 대해 와인 전문가들이 이해를 돕는다.집에서 와인을 마신다고 하자. ‘개봉한 와인은 단 하루만 지나도 절대 처음과 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 와인은 살아 있다. 마개를 열자마자 풍미가 변하기 시작한다. 개봉한 와인은 얼리는 게 최선’이라고 이 책에서는 강조한다. 저자(엮음)는 미국 최고의 소믈리에 중 한 사람으로 “와인은 피로를 풀어주는 도구여야 하고 와인을 고르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차라리 와인 같은 것은 잊어버리는 게 낫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라고 말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이 가을, 농익은 현대무용 즐겨볼까

    이 가을, 농익은 현대무용 즐겨볼까

    공간을 둘러싼 나무판자 위를 한 남자가 아슬아슬하게 서성인다. 발 아래 무대에는 무용수들이 비장한 음악에 맞춰 9인무에서 독무로, 4인무로 변화하며 야성미와 경쾌를 넘나드는 춤을 이어간다. 무용수들이 흰색 분말로 그린 그림, 움직임에 따라 펄럭이는 의상 매듭끈, 깔깔대는듯한 웃음소리 등이 무엇인가를 연상시킨다. 말(馬)이다. 17세 소년이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피터 세프의 희곡 ‘에쿠우스’를 무용극으로 만든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언뜻 기묘해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꽤 친절한 작품이다. 연극배우 서상원이 원작을 소개하면서 공연을 열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문을 닫는다. 중간중간 무용수들이 연극 대사를 치면서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다.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1999년에 초연한 이 작품은 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작은 공간이라 무용수들의 땀과 호흡,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눈앞에서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을 시작으로 이달에 현대무용 작품이 줄줄이 오른다. 다들 개성 넘치는 작품이라 무용 애호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만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말들의 눈’에 이어 8~9일 ‘ 국내안무가초청공연’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올린다. 중견안무가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와 정의숙 성균관대 무용과 교수가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 전 교수는 20세기 천재무용가 니진스키가 스트라빈스키 음악에 맞춰 만든 ‘결혼’(1923)을 재해석한 ‘토크 투 이고르-결혼, 그에게 말하다’를 준비했다. 정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으로 인간관계를 풀어낸 동명 작품을 선보인다. (02)3472-1420. ‘무용 문법을 탈피한 파격’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과 젊은 한국 무용수 9명이 호흡을 맞춘 ‘작전구역’ 은 14~1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전투 현장을 의미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리갈은 대립, 파괴라는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전쟁을 모티브로 삼았다. “폭력과 조화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리갈과 무용수들은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움직임과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로 작품을 흥미롭게 꾸몄다. 리갈이 창단한 데흐니에르 미뉘트 컴퍼니, 스위스 시어터 비디 로잔, LG아트센터가 공동제작한 이 프로젝트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프랑스와 스위스의 10개 도시에서 28회 공연을 펼친다. ‘영국 무용의 역사’라도 해도 좋을 램버트 댄스 컴퍼니는 20~21일에 같은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1926년 고전 발레단으로 창단해 1966년 현대무용단으로 전향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사도라 던컨, 디아길레프, 미하일 포킨 등을 함께 작업하거나 배출한 무용수만 봐도 20세기 무용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1998년 이후 14년 만에 갖는 내한공연에서는 가정사를 경쾌하게 표현한 ‘허쉬’를 포함해 니진스키의 ‘목신의 오후’, ‘모놀리스’, ‘광란의 엑스터시’ 등을 만난다. (02)2005-0114. 램버트 댄스 컴퍼니가 영국 무용의 역사를 쓴다면 한국 무용 역사의 한 축은 국립발레단이다. 창단 50주년을 맞아 지난 6월에 올린 신작 ‘포이즈’에 이어 두번째 작품 ‘ 아름다운 조우’를 준비했다. ‘포이즈’에서 서양음악과 현대무용 안무가가 만났다면, ‘아름다운 조우’는 우리 음악과 춤, 발레의 만남이다. 참여하는 안무가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하면서 2001년부터 안무에 두각을 나타낸 니콜라 폴, 국립발레단의 발레마스터로 안무 실력을 인정받은 박일, 중요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서울예술단의 정혜진 예술감독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무용영역에서 활약한 안무가들은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 연주하는 선율 위에 다양하게 호흡을 맞춘다. 황 명인이 해설을 덧붙이는 이 공연은 27~28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02)587-618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들이 그 여세를 몰아 종이책으로 묶어져 나오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3권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未生) 1·2권이 나왔다. 지방출신으로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난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는 미혼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깜찍한 만화다. 대기업 회사원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은 거의 완벽한 취재로 직장인들에게 절대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출간에 맞춰 두 작가를 각각 인터뷰했다. ■신혼부부의 ‘깨알같은 즐거움’ 난다作 ‘어쿠스틱 라이프’ ‘깨알 같은 즐거움’이란 표현은 단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동그란 얼굴에 눈이라고는 두 점을 찍어 놓았는데, 희로애락이 모두 표현된다든지, 또 만화 옆의 대화들이 때론 두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들이 깨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폭소가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상황이다. 난다(본명 김민설·31)의 ‘어쿠스틱 라이프’가 그러하다. 2010년 8월에 ‘만화 속 세상’에 등장한 ‘어쿠스틱 라이프’는 이제 시즌 4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시즌 5에 접어들었다. ‘좋아요’가 평균 800회 정도에 ‘폭풍 댓글’이 장난이 아니다. 고정 등장인물은 단 세 명. 직업이 만화가인 초보 주부 난다와 게임 개발업체에서 일하며 신제품이 나오면 밤샘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통통한 남편 한군, 피부 가꾸기가 취미인 남동생 토깽이다. 생활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웹툰 애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난다보다도 남편이라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난다는 “만화를 본 사람은 남편을 궁금해한다. 토깽이 싱글이라서 인기가 있다. 독자들이 남편을 좋아하는 것은 제 시선이 투사된 인물이라서, 사랑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다는 “원래 스토리 만화를 준비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는데, 가벼운 소재로 그리던 생활만화가 먼저 (대박이) 터졌다.”면서 인기 비결에 대해 “사소한 일로 부부가 토라지거나, 치킨배달로 좋아하는 등 소소한 일들이 사람들에게도 늘 일어나는 일이라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5는 짧게 진행된다. 10월 20일 전후로 첫딸 출산일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4, 5에는 임신부의 복잡한 감정 기복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끝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난다는 “출산을 하고 복귀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할 예정이다. 육아일기는 별로 원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월급·승진에 목맨 직장인 애환 윤태호作 ‘미생’ ‘미생’(未生)은 글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나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완전히 살아 있지 못했으니 상대로부터 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많은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다. 주인공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았던 청년인데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시작한다. 검정고시 고졸인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인턴사원을 거쳐, 정식사원증을 걸고 직장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실제로 10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인 작가 윤태호(49)가 바둑과 샐러리맨의 삶을 버무린 것이다. 장그래가 김 대리에게 묻는다. 회사원은 무엇으로 사느냐고. 그때 김 대리는 “월급과 승진이지 뭐.”라고 답한다. 작가 윤태호는 직장생활이 월급이나 승진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접근하고 있다. 실제 미생을 읽고 댓글을 다는 직장인들은 나만 하루하루가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회사는 선배와 후배·동료가 모두 합심해서 일하는 곳이라는 점에, 장그래를 보니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 잠이 부족해 항상 눈이 빨간 일 중독자 오 과장이나, 그 오 과장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받쳐주는 넉넉하고 실력 있는 김 대리를 보고 있으면 “사는 게 뭐 있어.” 하고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어느 직장인인들 알아주지 않는 괴로움이 없으며, 무능력을 자탄하고 험담과 권모술수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생 60회와 61회는 모든 직장인들의 괴로움인 고문관이 등장한다. 60회 댓글에는 그 고문관을 두고 “사무실 질량 보존의 법칙, one 사무실, one 또라이”라고 해서 작품만큼이나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태호는 작품 마감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잠을 잔다. 출판만화 버전으로 제작해서 그리고, 액자형태의 틀을 다 뜯어서 다시 웹툰 형식으로 올린다. 윤태호는 “´이끼´ 때 책으로 내놓고 나니 아쉬워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책 ‘미생’은 웹툰이 아니라 당초 출판만화용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윤태호는 영화 ‘이끼’의 원작만화 작가로 미생을 “TV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두 얼굴 고양이’ 비너스에 얽힌 미스터리

    완벽한 대칭으로 마치 ‘아수라 백작’을 떠올리게 하는 ‘두 얼굴의 고양이’ 비너스(3). 이 암컷 삼색 얼룩 고양이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페이지를 갖고 있으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시된 동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는 미 NBC 방송의 ‘투데이 쇼’에도 출연했으며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명실상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가 된 비너스는 왜 이 같은 얼굴을 갖게 됐을까? 이에 대해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는 최근 저명한 고양이 유전 연구가에게 비너스에 얽힌 미스터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의 레슬리 라이언스 교수는 자신 역시 이 같은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비너스는 매우 희귀한 존재지만 이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전했다. 많은 언론에 비너스는 ‘키메라’라고 소개되고 있다. 키메라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로, 다양한 동물의 부위를 합친 신체를 갖고 있다. 여기서 ‘고양이 키메라’는 2개의 수정란이 융합한 결과, 2개의 유전자 세포를 갖게 된 개체를 말한다. 즉 고양이 사이에서는 “키메라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고 라이언스 교수는 말했다. 실제로, 삼색 얼룩을 가진 수컷 고양이 대부분은 염색체 이상인 키메라이다. 특징적인 주황색과 검은 반점의 털 색은 그 수컷 고양이가 X 염색체를 하나 더 여분으로 가진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암컷 고양이의 경우 이미 X 염색체를 2개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또 다른 X 염색체가 가해지지 않아도 삼색 얼룩 고양이가 될 수 있다고 라이언스 교수는 말했다. 즉, 암컷 고양이인 비너스는 반드시 키메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언스 교수는 확실한 결과를 알려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의 좌우 양쪽에서 채취한 피부를 살펴보면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처럼 유전자 지문을 취할 수 있다.”면서 “키메라의 경우, 좌우로 유전자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너스가 만약 키메라가 아니라면 그 얼굴이 절반씩 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라이언스 교수는 “우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이론으로 고양이 얼굴 절반의 전체 세포에서 검은색 털 유전자가 무작위로 활성화되고 나머지 절반에서는 주황색 털 유전자가 활성화돼 발달 과정에서 2개의 털 색이 몸의 중앙선 부위에서 만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너스의 두 가지 색으로 나뉜 얼굴에 놀란 고양이 애호가들은 정말 놀라운 점을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비너스의 왼쪽 눈 색깔이 파란색이라는 점이다. 고양이의 눈은 녹색이나 황색이 많지만 파란색은 적다고 한다. 즉 파란색 눈의 고양이는 샴고양이나 몸에 흰 부분이 많은 고양이가 일반적이라고 라이언스 교수는 설명했다. 라이언스 교수는 비너스는 가슴 부위에 약간의 흰털만이 있어 이것만으로 파란색 눈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면서 비너스의 존재는 여전히 약간의 미스터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삼성전자는 강남스타일인가/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삼성전자는 강남스타일인가/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장안의 화제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안에서 인기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아이돌 위주였던 K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30대 중반의 가수 싸이는 보편적인 댄스 음악에 중독성이 강한 말춤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재미있는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또한 해외 현지의 유통망을 통해 앨범이나 음원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을 지양하고 유튜브와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전개하여 구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내세워 갑자기 떠오른 한류 스타라면 삼성전자는 ‘삼성 스타일’에 따라 착실하게 글로벌 정보기술(IT) 제조업체로 성장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인데, IT 산업 수출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등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 있기에 우리나라 IT 산업의 든든한 장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전자가 미국 법정에서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 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기존의 ‘삼성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서는 세계 최고이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덩달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역량 또한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반면에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인 iOS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앱스토어와 결합하여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를 형성, 생태계 내에서 리더 지위를 차지하였다. 만약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스마트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형성되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디바이스에서만 강점을 갖는 틈새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애플이나 구글이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TV, 자동차 산업 등 다른 생태계와의 융합을 통해 생태계를 횡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음악만 내놓았다면 지금처럼 해외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싸이의 음악에 말춤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더해졌을 때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삼성전자가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리더로 성장하려면 조속히 하드웨어에 플랫폼 역량을 더해야 한다. 기능성을 중시하고 진지함을 고수하는 삼성전자의 스타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폰 사용자의 충성도를 연구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애플은 주로 사용자의 즐거움이나 경험에 소구하여 애플에 충성스러운 애호가들을 확보한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제품의 기능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공리적인 접근을 주로 한다. 애플과의 특허 재판에서 삼성전자가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에서 당한 것도 삼성전자의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는 설명해준다. 그런데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재미없었다면 ‘강남스타일’ 노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렇게 빨리 전파될 수 있었을까? 싸이의 음악이 해외에서도 단기간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 유머와 즐거움이었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이제는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제품에 유머와 감성을 섞는 스타일로 변모되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IT 산업의 대표주자이며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제조업이 영원하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와 기능을 중시하는 공장 스타일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삼성전자로서도 불행하고 국가적으로도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옥을 강남으로 이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싸이처럼 강남 스타일로 거듭나야 한다. 단 싸이와는 달리 명품 A급으로 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장 스타일이냐 아니면 강남스타일이냐, 삼성전자의 변신을 기대한다.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LA폭동 후 나눔의 소중함 깨달아… 히스패닉·흑인에게도 희망을 주다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LA폭동 후 나눔의 소중함 깨달아… 히스패닉·흑인에게도 희망을 주다

    “누군가 내 꿈을 지지해 주니 이젠 외롭지 않아요.”, “늘 이방인이었던 나도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 다문화 청소년들의 자기계발 및 교류를 돕는 비영리기구 ‘파서빌리티 프로젝트’를 거쳐 간 아이들이 쏟아낸 ‘희망’들이다. 2년 전만 해도 이 단체의 지원을 받는 한국인 등 아시아계 청소년은 1명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자기 6명으로 늘어났다. 재미교포들이 2002년 설립한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지난해부터 이곳에 기부금을 수혈하면서 생긴 변화다. 지난 6월 20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ACF 10주년 행사에서 만난 폴 그리핀 파서빌리티 프로젝트 회장은 “KCAF의 기부를 통해 앞으로 한인, 히스패닉, 흑인 청소년들에게 주고 싶은 혜택이 너무도 많다.”면서 “앞으로 미국사회를 이끌어 갈 이 아이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나누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꿈을 이뤄 줄 KACF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1.5~2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뉴욕의 한인지역재단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고경주 미 국무부 차관보, 미 ABC 방송 앵커 주주 장, 배우 대니얼 대 김 등 미국 정부, 금융, 의료, 예술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한인들이 KACF의 행사나 기부에 기꺼이 동참한다. 이사진으로도 포진해 있다. KACF가 퍼뜨리는 기부의 씨앗은 한인단체를 넘어서 현지 지역사회 단체까지 퍼져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올해 KACF가 이들에게 내준 후원금은 사상 최고액인 51만 달러(약 5억 8000만원)로 출범 이듬해인 2003년 6만 달러에서 8배 넘게 불어났다. 지원 단체도 같은 기간 5곳에서 18곳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 10년간 개인·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기부금 총액은 올해 280만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날 맨해튼 사무실에서 만난 윤경복 KACF 사무총장은 더 큰 꿈을 말했다. “미국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사회를 강하게 만드는 재단으로 뻗어가고 싶어요.” 역설적이게도 이들을 이끈 동력은 재미교포들에겐 ‘악몽’으로 남은 1992년 ‘LA폭동’이었다. 윤 총장은 “우리 부모님들, 이민 1세대만 해도 먹고살기 바빠 ‘기부’란 건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런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 게 LA폭동이었다.”고 했다. ‘우리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고통스럽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때 1.5~2세대들이 배운 게 우리는 앞 세대의 희생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장벽을 뚫고 성공할 수 있었던 축복받은 세대인 만큼 그 축복을 한인 커뮤니티, 미국 커뮤니티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다리가 되자는 거였죠.” 미국 현지 단체에 대한 후원은 역으로 한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는 ‘긍정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강효정 KACF 프로그램 팀장은 “가정폭력,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을 돕는 뉴욕의 한 단체는 한인 피해 여성을 위한 법률·보건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중국 여성에게 지원을 집중하던 뉴욕 플러싱의 한 암 단체도 한인 암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돕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은 한국, 한국인에 대한 미국 사회, 특히 미국 지도층의 이해와 호감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취임 10년 만에 한인사회와 타운홀 미팅을 연 것도 KACF의 제안으로 이뤄진 ‘성과’였다. 당시 블룸버그 시장은 김치를 실온에 놔두는 한국 식당들의 관행이 번번이 미국 위생 단속에 걸린다는 식당 주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나도 김치 애호가인데, 김치 먹고 죽은 사람 봤냐.”며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뉴욕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런던올림픽] 가끔 탁구 치던 빌 게이츠 아저씨 저를 응원하러 런던까지 왔어요

    빌 게이츠(57)가 미국 탁구 소녀 에리얼 싱(17)과의 우정을 지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게이츠가 29일 오후 9시(현지시간) 런던올림픽 탁구경기가 열리는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 경기장을 찾았다. 여자 단식 32강전에 나선 친구 싱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TV 앞에 앉아 싱의 경기를 지켜봤다. 셋의 특별한 인연은 싱이 10살 때인 2005년에 시작됐다. 75번째 생일을 맞은 ‘탁구 애호가’ 버핏의 파티에 지인이 소녀 탁구선수를 초청한 것. 그 주인공이 당시 10세 이하 주니어 탁구 챔피언이었던 싱이었다. 열살내기 싱을 상대로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했던 버핏은 그에게 홀딱 반했다. 게이츠 역시 집에 서브를 넣는 기계를 갖춰 놓을 정도의 탁구광. 그는 1년 뒤 버핏이 마련한 자선모금 행사에서 싱을 만났다. 싱을 이기는 사람에게 큰 상을 주겠다는 버핏의 제안에 탁구라면 한가락 한다는 게이츠가 팔을 걷고 나섰지만 역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중국, 타이완에서 이민 온 부모에게 탁구를 배운 싱은 현재 18세 이하 세계 랭킹 2위로 미국 탁구의 기대주로 꼽힌다. 이날 강호 리샤오샤(중국)를 만나 대등한 실력을 보였으나 2-4로 아쉽게 졌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올림픽과 나-김학선] ‘역사의 진보’ 자부심 드러난 개회식

    [올림픽과 나-김학선] ‘역사의 진보’ 자부심 드러난 개회식

    경기 이천에 있는 지산밸리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28일 런던올림픽 개회식을 봤다. 지난 27일 메인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스톤 로지스, 제임스 블레이크, 비디 아이 같은 유명 음악인들이 경기도의 한 작은 도시를 음악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어젯밤 블레이크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보니 메인 무대를 장식하는 음악인들이 우연찮게 다 영국 출신이었다. ●음악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 이어 2주 뒤 인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와 스노 패트롤 역시 영국 출신이다. 특히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런던올림픽 폐회식 무대에 서는 영광 대신에 약속을 지키겠다며 한국의 록페스티벌을 택해 화제가 됐다. 이렇듯 영국은 음악에 있어서만은 여전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다. 해서 필자와 같은 음악 애호가들은 올림픽 경기보다 개회식과 폐회식 공연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기대를 안고 지켜본 3시간 30분의 개회식 공연은 기대했던 만큼 훌륭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올림픽 개회식을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이번 런던올림픽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행사는 흥미로웠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했다. 물론 중간중간 좋아하는 음악가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게 큰 매력이었다. 마이크 올드필드 같은 거장부터 디지 라스칼 같은 새로운 얼굴까지, 영국 음악은 이번 개회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같은 제목의 영국 국가에서 제목을 따 와 왕실과 여왕을 조롱한 노래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기도 했던 섹스 피스톨스와 무장폭동을 선동했던 클래시의 노래가 ‘정부’ 주도 행사에 울려퍼지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에릭 클랩턴, 퀸, 펫 숍 보이스, 블러, 케미컬 브러더스, 프로디지 등 위대한 제국의 음악들은 행사 시작부터 선수단 입장까지 함께했다. 폴 매카트니가 선창하며 경기장 안 모든 이들이 함께 부른 ‘헤이 주드’(Hey Jude)가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도 벅차오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개회식의 인상적인 요소가 음악만은 결코 아니었다. 여러 흥미로운 장면 가운데 산업혁명 때부터 자신들의 역사를 보여 주며 그 폐해까지도 축제의 장에 담으려 한 솔직함이 도드라졌다.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며 생겨난 여성참정권 운동과 자본주의 국가 최초의 국민건강의료제도(NHS)를 개회식 공연에 담아낸 것은 영국이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주역이었음을 내세우는 자부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노동자, 영국을 상징하는 계급 그 자부심은 곧 건강한 노동자성으로 연결된다. 산업혁명, 여성참정권, 보모, 국민건강의료제도 등은 모두 ‘노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노동자는 영국을 상징하는 계급이 됐다. 성화가 주경기장으로 들어설 때 입구에서 성화를 맞이한 건 주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이었다. 영국은 이번 개회식 행사를 통해 대중문화와 함께 (자신들이 주도한) 역사의 진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시 영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려면 적어도 50년의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때 세계의 음악은, 세계의 역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팝 칼럼니스트 studiocarrot@naver.com
  • [만화는 내 사랑] (12) 만화 서포터스 ‘클래지콰이’ 호란

    [만화는 내 사랑] (12) 만화 서포터스 ‘클래지콰이’ 호란

    일렉트로닉 팝밴드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33·최수진)은 팔방미인이다. 어쿠스틱 팝밴드 ‘이바디’의 보컬로도 활동한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연기에 도전한 적도 있다. 번역가로, 작가로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다재다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남다른 만화 사랑이 그 답은 아닐까. 침대에 누워서도, 화장실에 앉아서도 항상 만화를 끼고 산다는 그녀. 최근에는 만화 홍보대사격인 ‘별별 만화사랑 서포터스’로 위촉되기도 했다. 사실 ‘호란’이라는 예명도 일본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 15권에 나오는 몽골 여성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다. 소리 울림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는데,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만화 캐릭터와 비슷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1980~90년대 만화잡지 세대인 그녀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된 만화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순정만화 ‘금빛 깃발의 이름으로’다. 일본 작품의 모작이었다는 게 아쉽지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만화를 좋아했다. 특히 어머니는 김동화 작가의 열혈팬.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공부를 강조하면서도 만화잡지 ‘보물섬’만은 꼭 사줬다. 친척 언니들이 모아 놓은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 ‘하이센스’ 과월호를 통해 ‘순정의 바다’에 빠져 살았다. 황미나·신일숙·김진·김혜린·강경옥·이미라 작가 등을 모두 그때 만났다. 공포, 환상, 추리, 화장실 개그까지 만화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은 대학 때부터. “따라 그리기에 푹 빠져 산 적도 있었죠. 만화 그리는 기법에 대한 책을 선물받을 정도였어요. 황미나의 작품은 정말 대단했죠. 황미나는 가녀린 그림체 일색인 다른 순정만화와 다르게 ‘슈퍼트리오’나 ‘웍더글 덕더글’ 같은 작품에서 인체를 강조했어요. 이런 여성 모습도 멋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불의 검’ 같은 김혜린의 작품은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불의 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가라한 아사’가 제 이상형이었어요. 김혜린의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와 한국적인 붓결이 녹아 있죠.” 만화 애호가로서 만화를 공짜로 소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대한 속상함이 보태진다. 그림 그려야지 스토리 짜야지 연출해야지, 만화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란은 만화를 꼭 돈 주고 사서 본다. “좋아하는 만화를 구입하는 게 아깝다고 공짜로 보려고 하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만화방에 가서 읽어 보고 재미있으면 산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것조차 죄스럽네요.” 만화 홍보 대사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인 것도 만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만화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비되는 모습도, 특정 분야에 치우친 모습도 대중음악과 겹쳐지는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화에 담긴 노력과 예술성, 철학이 쉽게 폄하되는 경우도 많아요. 장인 정신과 깡, 애정만 갖고 버텨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죠. 대중음악계와 현실이 비슷해 작가들의 고충과 자괴감, 분노를 미뤄 짐작할 수 있어요.” 호란은 종이로 나온 만화를 더 좋아한다. 종이 만화가 주는 디테일에서 즐거움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출판 만화가 위축되며 우리 만화 시장이 웹툰 위주로 흘러가는 게 무척 아쉽다. “웹툰이 싫다는 게 아니라 웹툰만 남은 것 같은 상황이 안타깝다는 거예요. 웹툰은 만화의 한 갈래지 만화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대중음악 시장에 ‘아이돌’ 음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돼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죠.”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일단 구매하면 환급 불가능” 디아블로3 ‘배짱 영업’ 제동

    일단 구매하면 환급해 주지 않는 한 인기 인터넷게임 업체의 ‘배짱 영업’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15일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블리자드 코리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했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인터넷게임 애호가의 관심이 높았던 디아블로3를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구매 후에는 환불·결제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컴퓨터 화면에 표시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인터넷 게임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소비자가 단순 변심을 이유로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소비자에게 환불, 반품, 보증 조건 등 정보를 담은 계약서 대신 주문자와 결제금액 등 간단한 정보만 적힌 주문접수 메일을 보냈다. 이후 디아블로3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접속장애 등 소비자 피해가 늘었지만 블리자드 코리아는 환불을 거부했다. 공정위가 소비자들의 민원을 받고 현장조사를 나온 뒤에야 환불 요청을 받아들였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소비자피해보상 보험이나 결제대금예치 같은 구매 안전 서비스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맥주이야기③]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를 음미하라’

    [맥주이야기③]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를 음미하라’

    사람들 마다 좋아하는 맥주가 다르고, 그 맥주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부드러워서, 보리 맛이 느껴져서, 목 넘김이 좋아서, 향이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겠고, 남과 다르게 차별화되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떤 특정 브랜드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 없듯이, 사람마다 맥주를 마시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맥주라도 입맛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은 맥주를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과 맥주에 있는 여러가지 성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입과 코로 느끼면서 마시자 맥주를 마실 때, 먼저 눈으로 잔에 따른 맥주의 외관을 살펴보게 된다. 시각으로 본 맥주의 색도, 거품, 탄산, 혼탁 유무에 대한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맥주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다음 후각을 이용해 향을 느낀다. 그리고 나서, 코, 혀, 목의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입으로 한 모금 마신다. 맥주의 향은 직접 코로 맡기도 하지만,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입 속으로 퍼지는 향을 코로 맡기도 한다. 맥주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향은 에스테르향과 호프향이다. 바나나와 사과 향과 같은 에스테르류의 향은 맥주 제조 과정 중 발효 시 생성되는 것으로,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향의 특성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맥주에서 느끼는 향긋한 호프 향은 장미와 같은 꽃 향기와 감귤 같은 과일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호프 향은, 맥주의 쓴 맛을 부여하는 비터호프와 달리, 아로마 호프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그 품종에 따라 따른 특징을 나타낸다.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아로마 호프로는 미국산 Cascade, 체코산 Saaz, 독일산 Hallertau Tradition품종 등이 있다. 맥주에는 좋은 향도 있지만, 맥주 품질을 저하하는 이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맥주의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발냄새와 유사한 ‘다이어세틸’이라는 이취가 느껴지고, 오래된 맥주의 경우에는 산화과정을 통해 오래된 종이박스 냄새와 유사한 이취가 느껴지게 된다. 또, 맥주 병이 갈색인 이유는 햇빛 특히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함인데, 투명병이나 녹색병의 맥주제품에서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스컹크 향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일광취’가 발생한다. 따라서, 맥주는 가급적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신선한 제품을 마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향을 맡은 후에는 혀에서 느끼는 맛과 함께 목 넘김까지 느껴봐야 한다. 최근에 국내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맥주 맛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부드러운 맛과 깨끗하고 상쾌한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맥주는 이취, 이미가 없이 과일 향과 호프 향이 적절하게 느껴지면서, 목넘김이 부드럽고 뒷맛이 시원하며, 떫은 맛이나 잡미가 남지 않는 맥주라고 하겠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맥주를 천천히 마시면서 입과 코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과 함께 오감으로 음미하고 평가해 보자.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맛을 평가할 때 이화학적 분석 이외에 여전히 관능 검사를 중요시한다. 최근 과학적 계측장비가 상당히 진보되었으나 물리, 화학적 측정만으로는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과 최고의 품질관리를 위해 관능에 참여하는 연구원은 전문 관능 훈련을 받고, 정기적으로 평가를 통해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발된 관능 요원은 관능 검사 2시간 전에는 최고의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물 이외에 다른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 않고, 스킨로션, 향수 등도 관능의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절 사용할 수 없다. 그 어떤 기계보다도 최고의 분석장비는 우리의 몸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마시면 몸에도 좋은 술 요즘 건강에 좋은 성분도 많고 맛을 음미하기에는 와인이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맥주는 더운 여름철 갈증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주류이면서, 와인 보다 쉽게 찾아 마실 수도 있고 건강에도 와인 이상으로 유익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보통 알코올 3~6%(v/v)의 맥주는 주로 알코올에서 유래하는 칼로리와 함께 비타민과 미네랄 비교적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또 미량이기는 하지만 소화되기 쉬운 단백질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맥주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영양학적으로도 식품으로서 섭취될 수 있는 훌륭한 음료라 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맥주 칼로리의 대부분은 빵이나 쌀 등의 탄수화물 칼로리와는 달리 혈액순환의 촉진이나 체온상승 등에 소비되기 때문에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전환되어 체내에 축적되는 일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맥주 내에 존재하는 엽산은 혈관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와인 보다 맥주를 주로 음용하는 사람의 심장병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체코의 필센 주민 543명(35-65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이 혈중 엽산이 가장 높은 반면 혈관질환의 위험 인자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치매에 관하여 연구한 영국 왕립 리버풀 대학의 앤더슨 박사 연구팀은 ‘맥주 속의 실리콘 성분이 치매에 관계된 알루미늄을 제거한다’고 발표해 흥미를 끌고 있다. 그 이외에 맥주는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이뇨작용으로 체내의 노폐물 배설을 촉진하고, 호프의 상쾌한 쓴맛은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또한, 포르투칼 포르투대학팀은 맥주에 함유된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들이 유방암 발병률을 크게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은 “하루 한잔의 맥주 음용을 통해 심장마비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맥주에 많은 유용한 물질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모든 일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삼가해야 함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온도와 음용 조건 이렇게 다양한 풍미와 향 그리고 영양성분을 가진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용조건에 대해서 알아보자.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차가운 맥주를 좋아한다. 과연 언 맥주가 혹은 얼 정도로 차가운 맥주가 맛있을까? 지나치게 차가운 맥주는 오히려 혀를 마비시켜 맛을 싱겁게 느끼게 한다. 마시기 가장 좋은 맥주 온도로 여름철은 4~8℃, 겨울철은 6~10℃를 추천한다. 맥주가 이 온도가 되면 탄산가스가 제대로 살아나 거품이 넉넉하게 생길 뿐만 아니라 맥주 특유의 향과 상쾌한 청량감이 가장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겠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배려한다면 오늘 저녁 친구들과, 동료들과, 가족들과 같이하는 맥주 한잔이 그 무엇보다도 더 맛나고 값진 보약이 되지 않을까? 사진제공 = 하이트진로
  • ‘하우스콘서트’ 10년… 새달 전국서 울려 퍼진다

    ‘하우스콘서트’ 10년… 새달 전국서 울려 퍼진다

    2002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48)는 특별한 실험을 시작했다. 서울 연희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해 ‘하우스콘서트’를 열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없었다. 연주자는 관객의 눈빛과 감정을 느끼고, 관객은 연주자와 숨소리까지도 함께 했다. 연주자에게 개런티도 없었다. 관객에게 2만원씩을 걷고 그중 절반을 연주자에게 주는 것도 하우스콘서트의 독특한 시스템. 처음에는 곧 망할 거란 수군거림도 있었지만,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번졌다. 지금껏 315회의 공연에 130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작은 행복을 맛봤다. 이후 하우스콘서트의 콘셉트를 따라한 수많은 공연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긴 건 물론이다. 하우스콘서트 측이 10주년을 기념, 새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21개 도시, 23개 공연장에서 ‘2012 프리, 뮤직 페스티벌’이란 제목으로 동시다발적인 무대를 꾸민다.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 분야의 58개팀, 158명이 함께한다. 공연 장소를 보면 주최 측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충남 보령·논산·계룡, 충북 진천, 전북 김제·익산, 경남 산청·거제, 경북 안동·영덕, 경기 의정부·하남·광주 등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포커스를 맞췄다. 수도권과 스타급 연주자 중심의 대형무대로 쏠린 공연문화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실마리를 찾겠다는 얘기다. 하우스콘서트의 형식을 접목시켜 관객은 객석이 아닌 공연장 무대에 걸터앉아 연주자와 함께 호흡한다. 100~200명이 선착순으로 입장하기 때문에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김태형(피아노), 박승희(테너), 김민지(첼로), 강태환(알토 색소폰), 강은일(해금), 강산에(가수), 김가온(재즈 피아노), 드니 성호 얀센스(기타), 고상지(반도네온) 등 실력파 아티스트가 함께한다. 구체적 일정은 홈페이지(http://freemusicfestival.net/)를 보면 된다. 무료∼1만원.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춤에 미쳐 살았던 세월 이젠 오래된 연인 졸업해요”

    “춤에 미쳐 살았던 세월 이젠 오래된 연인 졸업해요”

    3년 전 ‘오네긴’ 공연에서 일어난 일이다.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에서 황혜민이 회전을 하다가 엄재용 의상에 레이스가 엉켰다. 당황한 듯했지만, 금세 실을 풀고 태연하게 춤을 췄다. 7년째 호흡을 맞춘 터라 이런 ‘사고’는 문제도 아니다. 공연 막바지, 연인을 보내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황혜민은 눈물과 에너지를 쏟아냈다. 쓰러질듯 아슬한 황혜민을 보듬으면서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엄재용에게서 안쓰러움과 애틋함이 묻어났다. 객석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둘이 정말 잘 어울려. 근데 언제 결혼한대?” 이미 무용계에서는 유명한 ‘스타 무용수 커플’이자 ‘오랜 연인’이라 관계자들뿐 아니라 발레 애호가들에게 이들의 결혼은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드디어 ‘날을 잡았다’. 8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 “2년 전부터 ‘언제 결혼하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어요. 어떤 선생님은 전화 드릴 때마다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결혼 소식에 그만큼 많이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1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황혜민(34)은 귀엽게 웃으면서 주변 반응을 전했다. 그가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이 발레단에 입단한 2002년, 프랑스 초청공연에서 엄재용(33)과 파트너가 되고 연인으로 발전했으니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서로 춤에 미쳐 살았다.”는 엄재용은 “오래된 연인이 헤어질 수 없는 것은, 그 사람만 보내는 게 아니라 동료이자 친구이자 엄마였던, 모든 것과 헤어지기 때문이라는 글귀를 읽었는데 매우 공감했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둘 다 내성적이라 큰 소리를 내면서 싸운 적도 없다고 했다. “큰 힘이 되면서, 일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는 게 오히려 고맙다.”는 황혜민은 “때로는 개그콘서트를 보고 흉내내는 모습이 유치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말마다 칭찬 일색이다. 이들이 앞둔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비극인 탓에 황혜민도 “하필, 결혼을 앞두고!”라면서 깔깔댔다. “그래도 많은 버전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 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안무가 활기차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이어져서 관객들도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관전포인트를 묻자 황혜민은 주저없이 남성 솔리스트의 3인무를 꼽는다. 다른 버전에는 없지만, 셰익스피어 소설에서는 핵심 인물인 벤볼리오가 등장해 티볼트, 머큐시오와 역동적이면서 유쾌한 춤을 춘다. “기술적으로도 좋고, 2막에서 장난치면서 칼싸움하는 장면은 남성 무용수들이 실력과 끼를 발산하는 게 굉장히 멋있다.”고 설명했다. 엄재용이 “줄리엣이 이끌어가는 3막이 아름답다.”고 하자 황혜민은 “난 죽을 거 같다.”며 웃었다. 줄리엣이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약을 받아 비극으로 치닫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이 거의 없고 음악도 비장하게 가라앉아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줄리엣의 에너지와 연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핵심은 역시 갈라공연에 많이 나오는 ‘발코니 파드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긴 키스 장면도 볼거리일 듯하다. 무려 16박자 동안 입을 맞대는 장면이다. 다른 무용수들이 “이젠 부부이니 거리낄 것이 없겠다.”면서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가장 아름답고 ‘사실적’인 장면이 되지 않을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김학선 일문일답…“아이돌 음악, 빌보드에 꿇리지 않아”

    김학선 일문일답…“아이돌 음악, 빌보드에 꿇리지 않아”

     →음악으로 글 쓰면 산 지 12년 된거죠? 고교까지 대전에서 다니시고?  -대학까지 대전에서 다녔어요. 레코딩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어요. 딱히 그것 때문은 아닌데 전자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중도에 그만 두고 서울 올라와 어디를 들어가네마네 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날 바로 쌈넷 쪽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와라고 해요. 보러가서 내일부터 당장 나올수 있냐 해서 약간 그날 밤에 하루 동안 고민하고 이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된 거지요. 처음 쓰는 글이라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박준흠(46) 선배가 독특한 시각이 좋았다고 나중에 얘기하더라고요.  →먹고 사는 걱정은 없으신가요?  -걱정을 많이 하는데 워낙 어렸을 때부터 적게 벌고 적게 쓰자, 그리고 내 시간을 많이 갖자, 그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워낙 제가 생활력 같은 게 없어서. 그런 게 굉장히 답답하고, 제가 빨리빨리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그냥 저 혼자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고, 결혼 같은 거는 워낙 안해도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최저생계비는 버시나요?  -그게 달마다 달라서요. 많이 벌 때는 좀 벌죠, 심사위원 같은 거 하면 20, 30(만원)씩은 받거든요. 많이 버는 달은 축적을 해놓았다가 쓰고. 어렸을 때부터 부잣집은 아니었지만 또 크게 어렵게 자라지는 않아서 현실인식 같은 게 없는것 같아요. 돈이 떨어져도,그냥 그런가 보다 넘어가고 그렇게 살았던 거 같아요.  →한달에 음반 구입은 어느 정도?  -예전에는 진짜 많이 샀었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고요 30? 20,30(만원) 정도 사는 것 같아요. 많이 받는것도 있고...보내 달라 그러면 보내주시는데 성격상 말을 잘 못해요. 미안하니까. 그래서 보내주시면 감사히 받고 있지요.  ♣H이 책은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나요?  -그쪽에서 먼저 제안했어요. 작년 7,8월? 아무튼 여름이었는데. 편집자께서 이런 걸 냈으면 좋겠는데 필자가 누가 좋을까? 보시다가 제 글을 보고 본인이 원하는 필자를 너무 쉽게 찾아 반가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안 쓰겠다고 했어요. 이런 책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때 따로 쓰고 싶었던 책이 있었거든요.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를 정리하는 책이 제 첫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편집자께서 그런 책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또 막상 생각을 해보니 그런 책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 출판사와 약간 핀트가 달랐던 거 같은데?  -원래 쓰려던 책과 공통분모가 있기는 한데. 출판사 쪽과 제가 중요시하는 게 달랐던 것 같아요. 편집자가 제목을 얘기하길래 너무 당황했어요. 처음에. 별로라고 말씀드렸는데 하도 제가 그러니까 마지막에 다른 거 생각을 해보자 했지만, 결국 광고팀이 주장하고 출판사 권한이란 게 어쩔 수 없는 대목이 있어서.그렇게 된 겁니다. 아이돌 부분도 원래 맨 마지막에 들어갈 내용인데 출판사 쪽에서 앞으로 빼자고 해서 들어줬고 그런 부분 빼면, 뮤지션이나 앨범 고르는 건 다 제 뜻대로 했고요. 제목이 미세하지 않아서 불만이지만, 그런 부분 빼면 제가 쓰고 싶은대로 다 썼어요. 마지막에 시간에 쫓겨서 아이돌 부분을 성실히 못 쓴게 마음에 걸리고 그래요.  →책을 보고는 ‘아이돌 음악, 저건 음악이 아니야, 잘 기획된 상품일 뿐이야.’라고 너무 쉽게 매도하지 않았나 이런 반성을 하게 됐어요.  -아이돌 음악이 훌륭하다는 데 제 주위의 글 쓰는 친구들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있는 건데요. 그렇지만 그 음악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립니다. 인피니트 멤버랑 비스트 멤버랑 바꿔놓아도 하나도 음악이 달라지는 건 없거든요.  때문에 아이돌 음악의 주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돈된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과 빌보드 차트에 오른 음악을 비교해도 하나도 꿇릴 게 없는 훌륭한 음악이거든요. 멜로디나 비트로나 뭐든지요.  YG 패밀리 쪽을 좋게 평가하는 편인데 최소한 그 친구들의 색깔과 음색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아이돌 그룹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태양은 최소한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알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따라서 제가 바라는 건 아이돌 그룹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렸으면 하는 겁니다.  →70,80년대 음악과 2010년대의 음악을 한 맥락으로 연결하려 하다보니 아이돌 음악을 너무 띄워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공통된 하나의 분석을 모아나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 생각도 드는데요.  -한국음악상 심사회의 할 때도 예전에는 아이돌 음악은 언급도 안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빼면 반발이 심할 정도로 그들의 음악 수준은 손색이 없어요. 작년에 각종 웹진이나 연말 시상식 할때도 f(X) 음악은 다 상위권에 올랐어요. 그 음악의 주체가 SM이냐 f(X)냐의 문제지 그 음악 자체는 궤도에 올랐고 수준이 높아요. 그저 음악의 수준으로만 따지면 크게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가 게을러서 원래 지난 연말에 내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늦어진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였죠. 처음 제의를 받았던 시점이 해외에서 K팝 열풍이 막 시작되던 상황이라 연말에 내자고 하셨어요. 당시에는 해외판도 내보자는 얘기도 있었고요. 출판사 사장님도 너무 관심을 가지셔서 2주마다 한번씩 진행상황 보고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전 출판사와의 게약 기간을 3~4개월 정도 늦추는 건 일상화됐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감 독촉이 이어지고 편집자들도 압박을 받고 또 그게 제게 전달되고 하니 힘들었죠.  →이 책을 세대별로 다르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 부분에서도 나오지만 70년대를 살았거나 80년대 음악을 들은 사람들에겐 ‘맞아. 이런 분위기였지.’ 돌아보게 만들고 아이돌 음악에 빠진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이런 음악에 뿌리가 있었구나.’ 느끼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화두로 세대간의 장벽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취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중점을 둔게 요즘 어린 친구들이, 책 제목도 그래서 나중에 괜찮겠다 용인할 수 있었는데요. 책 제목에 ‘낚여서’ 읽더라도 어린 친구들이 ‘그때 그런 좋은 음악이 있었구나. 한번 들어보아야겠다.’ 생각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정말 훌륭한 음악가들이 있었음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중장년층은 거의 음악을 놓고 계시잖아요.  예를 들어 ‘TOP밴드’ 프로그램 보면서 안타까웠던 게 30~40대들이 많이 찾는 포털 다음에 제 글 같은 거 올려놓으면 댓글이 달리는데 내용이 ‘왕년에 이런 음악을 좋아했지.’ 그러고 마시는 거거든요. 그런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얼마든지 그런 음악들이 있는데 그런 거를 전혀 찾지 않고 노력조차 않고 ‘요즘 음악 들을 게 하나도 없어.’ 이러시니까.  제가 가장 타깃으로 삼았던 것은 어린 세대들에게 이런 좋은 음악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나이 있는 분들에게는 지금도 그네들이 좋아하던 음악처럼 좋은 음악이 계속 생산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거지요.  →K팝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를 정확히 짚어냈다고 생각하시는지?  -글을 쓰느라 자료를 많이 찾았는데 해외 팬들 반응을 보면 다 비슷합니다. 음악을 잘 만들었고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연습생 문화가 낳은 군무라던가 퍼포먼스 그 정도 선에서밖에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그 음악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대해선 헛갈리는 부분이 있고요.  →그럼 연습생 문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요?  -우리처럼 이런 곳이 없지요. 르몽드나 BBC 같은 데서 하도 ‘까니까’ 우리도 청소년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학습권이나 수면권 보장하려고 많이 고치고 있는데 외국은 아이돌 시장이 거의 없어요. 사라진 장르입니다. 뉴키즈온더블록 이후 없고, K팝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거나 하지도 않을 겁니다. 조금 부풀려서 얘기하는 경향도 있는데 틈새시장 같은 거, 말하자면 케이팝 시장은 틈새시장이라는 겁니다. 그걸 노려서 조그만 블록 같은 것을 형성하고 꾸준히 마니아를 양성하고 애호가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하겠지요. 그런 걸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요.  →아티스트 위주로만 책을 풀어나가니까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 세센맨, 프로듀서, 엔지니어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계보학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분량 문제 때문에 그랬죠. 2년 전에 심성락씨가 앨범을 냈을 때, 아마 제가 제일 먼저 연락을 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니까. 어렸을 때부터 음반 보면 세션을 누가 했고 이런 것들을 살펴보곤 했거든요.  →이 책보다 얇고 질이 낮은 책들도 2만 5000원은 거뜬히 넘기는데 책값을 참 싸게 매겼는데.  -츌판사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기획된 것이었어요. 그네들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싼 가격으로 책정했고요. 편집자도 이 책을 많이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이 너무 좋다는 거예요. 저도 딱히 그 부분에 대해서 불만은 없고요.  →제 얘기는 노동에 대한 대가가 빈약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보면 모자란 구석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주장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사람 자체가 워낙 불만도 없고 얘기도 잘 못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많이 팔리면.  →많이 팔렸나요?  -잘 모르겠어요. 출판사가 기대한 만큼은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음악 관련 서적은 1쇄 2000부만 팔려도 잘 팔렸다고 하는데 출판사에서 3000부를 찍는 바람에 아직 2쇄를 찍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꾸준히는 나간다고 하더군요.  →책과 블로그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요?  -편집자께서 그렇게 주문하셔서 따랐습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게 했습니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앞에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다들 좋게 얘기해주셨어요. 잘 읽힌다고들. 글을 쓰면서 쉽게 쓰자, 간결하게 쓰자, 외래어를 되도록 쓰지 말자고 하는 편입니다. 한겨례 신문에서 근무할 때 영향도 많이 받고 그런 훈련도 쌓았던 것 같습니다. 의외로 함께 음악에 대한 글 쓰는 친구나 선배 중에도 제가 걱정했던 제목이 괜찮다고 해주시고요.  →주변에서 책을 이렇게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은 안 계신가요?  -딱히 없습니다.  →혹시 분량이라던가, 시간 문제로 빠뜨린 뮤지션은 없었나요?  -책을 끝나고 아차했던 게 김두수씨를 빼놓은 겁니다. 많이 알려진 바 없지만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치신 분이잖아요. 이런 분들을 알려야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미디어에게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밴드가 지난해 반응이 좋아 올해도 미국 공연을 했는데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뉴욕 타임스는 메인 페이지로 다뤘어요.  그런데, 굉장히 좋은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르게 화제가 되지 않았어요. ‘나가수 시즌 2’에 나와 뜬 국카스텐 또한 좋은 밴드였고 지속적 활동을 하는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이름 없었잖아요. 미디어가 이러한 부분에 조금만 더 신경써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음악산업이 너무 아이돌 시장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좋은 음악이 그렇게 많이 있는데 아쉬운 일입니다. 인디 밴드들이 해외 진출도 하는 마당에….  →뒤 커버에 보면 한대수 선생이 추천사 비슷한 것을 썼던데.  -몇번 인터뷰한 인연으로 부탁드린 건데 죄송스러웠지요. 워낙 몸이 안 좋으셨던 것 같아요. 양현석 씨에게도 써달라고 했는데 너무 바쁘다고 해서 안됐고요. 그런데 홍보 동영상 찍겠다고 하니까 YG 쪽에서 의외로 쉽게 허락해주시더라고요. 책 내용 배경으로 깔고.  →그럼 헤비메탈에 관한 책 말고는 어떤 계획이?  -워낙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라 그런 건 없어요. 아까 말씀드린 북노마드(문학동네 계열)에서 기획하고 있는 뮤지션 시리즈 일환으로 송골매 책이 올해 안에 나올 것 같고요. . 헤비메탈 관련 책은 워낙 게을러서 올해 안에는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내후년에 그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K·POP 세계를 홀리다’ 대중음악 전문가 김학선씨

    [저자와 차 한 잔] ‘K·POP 세계를 홀리다’ 대중음악 전문가 김학선씨

    1년 전 이맘때 불어닥치기 시작한 K팝 열풍을 지켜보며 뜨악하지 않았는지. 수천㎞ 떨어진 나라의 소녀들이 한글 가사를 천연덕스럽게 읊조리고 서툰 한글로 꾸민 글자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부심으로 뿌듯해야 할지 어떨지 난감해지곤 했다. 그런 한편에서 그네들이 정말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우리 안의 뭔가를 제대로 발견해 냈을까 궁금해지곤 했다. ●70년대부터 2010년대 뮤지션·명반 망라 2000년 인터넷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시작해 12년 동안 대중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일간지 객원기자로도 일한 김학선(37)씨가 ‘K·POP 세계를 홀리다’(을유문화사 펴냄)를 낸 것도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김씨는 “오늘날 K팝이 여러 나라 젊은이들을 그렇게 달뜨게 만드는 것은 절도 있는 군무나 현란한 뮤직비디오 덕이 아니라 엄혹한 1970년대와 80년대를 견뎌내면서 음악에의 꿈을 잊지 않았던 ‘비틀스가 부럽지 않은 대중음악사의 천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대중음악 전문가 김학선씨 일문일답 보러가기 책은 첫 장 ‘K팝과 아이돌’을 시작으로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시대별로 일람하고 대표적인 뮤지션들과 그들의 명반을 톺았다. 자연스레 도돌이 형 식이 되는데 김씨는 들인 공력에 견줘 상대적으로 저렴한 책값을 매겼다. 청소년들에게 많이 읽히고 싶다는 출판사의 뜻을 좇은 결과라고 했다. “먹고살기에 바빠 음악을 더는 듣지 않고 ‘나가수’나 ‘탑밴드’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옛날엔 저런 훌륭한 음악이 있었지. 그런데 아이돌 음악? 그건 음악이 아니야. 잘 기획된 상품일 뿐이지’ 하고 넘어가는 중장년들에게 오늘의 젊은이들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김씨와 달리 출판사는 아이돌 음악에만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아빠, 엄마가 자신들 나이에 들었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소통하는 계기로 책이 활용되길 원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도 훌륭한 음악 만들고 있어” 김씨가 책에 등장하는 신중현의 ‘햇님’, 키보이스와 히식스 등에 몸담았던 김홍탁의 ‘징글벨’,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을 들어보면서 자신이 얘기한 바를 확인할 수 있도록 따로 블로그를 만든 것은 저자와 출판사 간의 의견 차를 좁힌 결과물이다. 하지만 김씨는 “워낙 게을러 K팝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연말에 책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마감에 쫓겨 아이돌 음악의 가치를 집중력 있게 뜯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또 하나, 아이돌 음악의 진정한 주체가 아이돌인지, 아니면 SM이나 YG 등의 대형 기획사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헛갈리고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된다고 했다. 장르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음악을 보여준 김두수(63)를 빠뜨린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며 증보판에 꼭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분량 탓에 아티스트 위주로 대중음악사를 정리하다 보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준 심성락(76)옹과 같은 세션맨,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K팝 열풍의 한편에는 얼마 전 미국 공연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낸 갤럭시 익스프레스 같은 인디음악도 엄연히 존재한다며 뉴욕타임스 등이 대대적으로 지면을 할애했는데도 아이돌 음악에만 치우친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키즈온더블록 이후 아이돌 음악이 사라진 미국과 유럽에서 K팝은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며 “조그만 뉴키즈온더블록 같은 것을 형성해 꾸준히 마니아를 양성하고 애호가를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다른 출판사가 기획한 뮤지션 시리즈로 송골매를 쓰고 있어서 배철수와 만날 계획이라고 밝힌 김씨는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를 짚어보는 책을 꼭 써 보고 싶다는 희망도 빼놓지 않았다. 글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죽은 고양이를 헬리콥터로 만든 남성 충격

    죽은 고양이를 헬리콥터로 만든 남성 충격

    자신의 죽은 애완 고양이를 헬리콥터로 만든 남성이 언론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고양이 헬리콥터 영상 보러가기 3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쿤스트라이 예술 축제에 박제된 고양이를 헬리콥터로 만든 작품이 나와 일반인은 물론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기괴한 작품의 이름은 오빌콥터. 고양이의 생전 이름인 오빌과 헬리콥터를 합친 것으로, 독일인 아티스트인 바트 얀센이 사고로 숨진 자신의 고양이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얀센은 “(라이트 형제로 유명한) 세계 최초의 비행기를 만든 인물인 오빌 라이트의 이름을 빌려 고양이의 이름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생전 오빌은 새를 매우 좋아했다.”면서 “앞으로 오빌은 새와 함께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흡족해했다. 공개된 오빌콥터를 보면 마치 하늘을 나는 날다람쥐처럼 활짝 핀 네발에 각각 4개의 프로펠러가 달려 있으며 내부에는 모터 등의 부품이 달려있다. 이에 대해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끔찍하다.”, “박제로 만들다니 이해할 수 없다.”,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긴 했느냐?” 등 혹평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일부 영상을 보면 헬기로 개조돼 하늘을 나는 오빌의 모습과 함께 다소 장난스러운 듯한 배경음악이 어우러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해당 영상 캡처(파우뉴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속 넓은 그, 캠핑족 유혹한다

    속 넓은 그, 캠핑족 유혹한다

    ‘국내 캠핑 인구 100만 시대’. 이들은 주말이면 앞다퉈 산과 강 등 자연을 만끽하러 떠난다. 캠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동차의 좁은 수납공간이다. 텐트는 물론 각종 테이블과 의자, 바비큐 도구와 침구 등으로 짐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동차 천장을 이용한 루프 캐리어나 차량 뒤에 붙이는 트레일러까지 동원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캠퍼들에게 인기를 끄는 차량이 바로 르노삼성의 QM5. 그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QM5 장점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뒷좌석 원-액션 더블폴딩 시트(버튼 하나로 뒷좌석을 접을 수 있는 장치)로 트렁크 공간과 하나로 연결이 가능하다. 보통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은 뒷좌석이 완전히 접히지 않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과 높이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QM5는 뒷좌석이 완전히 접히면서 살짝 아래로 내려가 트렁크와 같은 높이로 바뀐다. 킹사이즈 침대만큼의 넓은 공간이 생긴다. 비가 심하게 내리면 캠퍼들은 우왕좌왕한다. 이때 침대로 변신한 QM5가 있다면 당신은 퍼붓는 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운전석부터 뒷좌석까지 이어져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고급 오디오인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 편안한 침대로 변신한 QM5. 가족들과 비의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이렇게 변신한 공간은 캠퍼들의 큰 고민을 해결하는 넓은 수납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은 국내 최초로 적용한 클램셸 테일게이트. 즉 트럭의 화물칸처럼 트렁크 아랫부분을 폈다 접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짐을 싣거나 내릴 때 편할 뿐 아니라 트렁크 공간도 확장할 수 있다. QM5 애호가인 최석규(39·경기 부천)씨는 “특히 폭은 50㎝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가족끼리 식탁으로 쓸 수 있는 테일게이트나 뒷좌석을 트렁크와 연결하는 더블폴딩 시트 등은 캠퍼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베토벤·브람스의 ‘낭만’을 연주하다

    베토벤·브람스의 ‘낭만’을 연주하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1732~1809)부터 쇼스타코비치(1906~1919)까지. 200여년의 교향곡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 14명을 7년 동안 쫓아가는 고양문화재단의 야심 찬 기획 ‘아람누리 심포닉 시리즈’가 두 해째를 맞았다. 지난해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이어 올해에는 베토벤(1770~1827)과 브람스(1883~1897)를 세 차례에 걸쳐 공연한다. 25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마두동 고양아람누리 하이든홀에서 지휘자 최희준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올해의 첫 막을 연다. ‘애피타이저’로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이 준비됐다. 입맛을 돋구기 위한 전채라고는 하지만, 검증된 ‘스타 셰프’인 송영훈(첼로·왼쪽)과 백주영(바이올린·오른쪽)의 솜씨인 만큼 기대해도 무방할 듯하다. ‘메인 디시’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이 준비된다.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7번, 9번 ‘합창’ 등 관현악연주회의 단골손님 격인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과 달리 8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음악애호가는 그리 많지 않을 터. 지휘자들이 청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압도적인 연주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레퍼토리를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옛 양식으로 되돌아간 듯한 8번 교향곡을 굳이 연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8번을 놓고 고전적인 음악 전통을 반추한 가벼운 곡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베를리오즈는 “다른 곳에서 예를 찾아볼 수도 없고 비교될 만한 작품도 없는 가장 예술적인 작품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된 형태로 바로 예술가의 마음속에 떨어져 내려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만~4만원. 1577-77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광의 1위들

    영광의 1위들

    올해 대회 하프코스 남자부 1등의 영예는 1시간 15분 48초로 결승선에 들어온 미국인 에릭 도시(왼쪽·28)에게 돌아갔다. 2002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 하프코스 남자부 종목에서 외국인이 우승하기는 처음이다. 2010년 하프코스 여자부에서는 캐나다 출신 케이틀린 베스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온 도시는 경기 용인의 한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14년째인 도시는 입국한 뒤 이 대회까지 포함해 4개 대회에서 벌써 2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일주일에 6일씩 꾸준히 연습했다는 도시는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우승 비결을 밝혔다. 또 “약혼녀와 함께 참가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프코스 여자부 우승은 주부 박순옥(오른쪽·40)씨가 거머쥐었다. 충북 청주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온 박씨는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2008년 체중 감량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박씨는 지금은 1년에 20~30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열성 아마추어 마라토너다. 일주일에 3회 10㎞씩 달리며 대회를 준비했다. 1시간 31분 21초의 기록을 세운 박씨는 “1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려고 신경 썼는데 1분 차이로 아깝게 실패했다.”면서 “내년에 다시 참가해 하프코스 1시간 30분 주파에 재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0㎞ 남자부에서는 경기 성남에서 온 임순택(43)씨가 1위에 올랐다. 임씨는 올해 7개 대회에 참가해 10㎞ 종목에서 2번이나 우승했다. 체중이 90㎏에 육박하는 등 건강에 위협을 느껴 2004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임씨의 현재 체중은 68㎏이다. 임씨는 “주변에서 ‘인간 승리’라고 한다.”면서 “나를 보고 마라톤을 시작한 지인들도 여럿”이라고 자랑했다. 10㎞ 여자부 1등은 인천에서 온 교사 홍서린(33)씨가 차지했다. 2008년 마라톤 애호가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마라톤에 발을 들여놓은 홍씨는 “남편에게 우승한 자랑을 실컷 해야겠다.”며 크게 웃었다. 신진호·명희진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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