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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더 안전하게 문화예술을 누리기 위해/정필주 문화예술기획자·예문공 대표

    [문화마당] 더 안전하게 문화예술을 누리기 위해/정필주 문화예술기획자·예문공 대표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던 국공립 문화예술기관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에 따라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 기획자로서만이 아니라 전시와 공연 애호가로서도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국공립 문화예술기관들은 자체 방역노력이나 방역 안전성과는 거의 무관하게 외부 요인에 의해서만 휴관과 재개관이 결정됐다. 공연장은 좌석 간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철칙처럼 적용하고, 공연 중 환호마저 자제시키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미술관과 박물관도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접촉을 최소화한다. 문화예술기관에서 코로나 감염이 이뤄졌다는 뉴스를 접하지 못한 것 또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쏟아부은 노력과 희생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만 거리두기 지침과 적용 수준이 사회 각 분야에 따라 다르다 보니 철저한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무기한 휴관을 해야 하고, 바로 옆 술집이나 카페들은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풍경이 뒤섞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위로 지침을 적용하지 않았나 하는 불만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예술과는 달리 식당이나 카페는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사회 부문 모두에 적합한 만능의 방역지침이 있을 리도 없다. 하지만 더 고민해야 할 점은, 코로나 방역의 전문성과 방역 대상 분야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여부다. 코로나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백신이나 완치를 보장하는 치료제 개발이 요원하고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 또한 높은 상황이다. 이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을 가정한 문화예술기관 운영 방침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첫 번째 순서는 바로 문화예술 분야 맞춤형 방역 지침 개발에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기관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지금까지의 문화예술기관 방역 지침이 야기한 부작용 자체를 없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방역지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장기화하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문화예술 분야 맞춤형 방역 지침이 필요하다. 지역 내 감염 상황 발생만으로도 사실상 모든 출입자의 추적이 가능하고 거리두기 이용 통제가 비교적 쉬운 미술관과 도서관을 무기한 폐쇄하는 식은 국민의 문화예술향유권을 저해할 뿐이다. 나아가 국민의 방역피로도를 줄일 수 있으면서도 전염으로부터 안전한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공공 미술관이나 도서관의 무조건적 폐쇄는 학교 수업의 파행과 맞물려 경제ㆍ사회적 취약계층의 문화예술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미술관과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손쉽게 문을 닫을 수 있는 곳이 아닌, 바이러스 대유행의 두려움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8개월간 문화예술기관 운영인력들이 겪은 현장의 방역 경험이 의료진의 방역전문성을 통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상향식 프로세스로 방역지침을 개발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그동안 실제 현장에서 방역 지침을 실천해 왔던 실무인력의 현장 전문성을 인정하는 마인드가 장착돼야 한다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19의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관 종사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미술관이나 도서관의 핵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 분야 맞춤형 방역지침 개발에 머리를 모을 때다.
  • 하루키는 일흔이 돼서야 아버지 흔적을 좇았다

    하루키는 일흔이 돼서야 아버지 흔적을 좇았다

    세계가 사랑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고양이를 버리다’(비채). 제목을 보면 하루키의 팬들은 단번에 갸우뚱할 것이다. 오랜 고양이 애호가인 그가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책의 내용도 썩 하루키스럽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밝힌 아버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가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1917~2008)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이다.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이 100쪽도 안 되는 책에 간략하게 실려 있다. 하루키가 아버지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는,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유년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하루키는 집 마당에 눌러 살던 암고양이를 버리러 아버지와 해변에 간다. 2㎞ 거리의 해변까지 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왔는데, 집에 와 보니 고양이가 먼저 당도해 있다. 아버지는 어리둥절해하다 감탄하고, 마침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집 마당에 지천이던 고양이를 굳이 왜 버리러 갔는지는 하루키 기억에 없다.아버지는 하루키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일의 원인이나 과거를 함부로 물을 수 없는 사람. 하루키는 일흔이 넘어서야, 아버지 사후가 한참 지나 그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중일전쟁에 세 번 참전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하루키가 쉽사리 들출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속한 부대가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된 난징 공략전에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하루키는 아버지의 부대는 난징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우한 부근까지 진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우한(영상)을 봤을 때도 떠오르”(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듯, 아버지가 없는 지금도 하루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형’ 역사다. 살아생전 하루키의 아버지는 국어 교사였고, 평생 하이쿠(일본의 단시) 창작에 열을 올렸다. ‘작가 하루키’의 삶과 연관성을 피할 수 없다. 하루키는 역사 수정주의가 만연한 세태 속에서 “일어난 일은 써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 속, 하루키의 소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하루키가 일흔 넘어 털어놓은 아버지 이야기

    하루키가 일흔 넘어 털어놓은 아버지 이야기

    세계가 사랑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고양이를 버리다’(비채). 제목을 보면 하루키의 팬들은 단번에 갸우뚱할 것이다. 오랜 고양이 애호가인 그가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책의 내용도 썩 하루키스럽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밝힌 아버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가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1917~2008)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이다.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이 100쪽도 안 되는 책에 간략하게 실려 있다. 하루키가 아버지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는,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유년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하루키는 집 마당에 눌러 살던 암고양이를 버리러 아버지와 해변에 간다. 2㎞ 거리의 해변까지 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왔는데, 집에 와 보니 고양이가 먼저 당도해 있다. 아버지는 어리둥절해하다 감탄하고, 마침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집 마당에 지천이던 고양이를 굳이 왜 버리러 갔는지는 하루키 기억에 없다. 아버지는 하루키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일의 원인이나 과거를 함부로 물을 수 없는 사람. 하루키는 일흔이 넘어서야, 아버지 사후가 한참 지나 그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중일전쟁에 세 번 참전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하루키가 쉽사리 들출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속한 부대가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된 난징 공략전에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하루키는 아버지의 부대는 난징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우한 부근까지 진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우한(영상)을 봤을 때도 떠오르”(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듯, 아버지가 없는 지금도 하루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형’ 역사다. 살아생전 하루키의 아버지는 국어 교사였고, 평생 하이쿠(일본의 단시) 창작에 열을 올렸다. ‘작가 하루키’의 삶과 연관성을 피할 수 없다. 하루키는 역사 수정주의가 만연한 세태 속에서 “일어난 일은 써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 속, 하루키의 소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난초과식물 120종 관리도감 발간

    난초과식물 120종 관리도감 발간

    양란은 축하 선물로 수요가 많지만 재배법 등이 잘 알려지지 않아 관리가 어려웠다.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난초과식물 120종의 개화 정보 등 생태적 특성과 관리기법을 담은 ‘난초과식물 관리도감’을 18일 발간했다. 관리도감은 국립생태원이 소장하고 있는 558종의 난초과식물 중 덴드로비움·카틀레야 등 원예와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120종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그간의 연구와 관리 경험을 토대로 실내·온실에서의 생육법을 정리했다. 난초과는 속씨식물 중 다양성이 가장 높은 여러해살이풀이다. 전 세계에 2만 5000종 이상이 분포하는 식물군이며, 꽃의 모양과 향기가 좋아 식물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무분별한 채취와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난초과 식물 전체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육상 식물 88종 중에서 광릉요강꽃·금자란·나도풍란 등 11종이 Ⅰ급으로 지정됐다. 관리도감 내달 식물원·수목원과 국내 주요 도서관에 배포할 예정이고 국립생태원 누리집(www.nie.re.kr)에서는 19일 이후 전문을 그림파일(PDF) 형태로 볼 수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집콕 추석’ 달래주는 와인 콕 집다

    ‘집콕 추석’ 달래주는 와인 콕 집다

    세상은 넓고 와인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와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현상에 힘입어 올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올여름 현대백화점의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56% 증가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한 달간 백화점 와인 매출 신장률이 8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식이 줄어든 대신 집에서 ‘홈술’을 하는 바뀐 음주 문화가 굳어져 버리면서 마치 와인이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술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언택트 명절 연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휴 기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과 고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교차합니다. 이 묘한 기분을 집에서 와인으로 달랠 애주가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와인을 고르지 못하셨다고요? 매대 위에 놓인 수많은 와인 앞에서 결정장애가 오신다고요? 전문가들이 콕 집은, 고르면 후회 없는 ‘가성비 끝판왕’ 와인들을 소개합니다. ●기름기 좔좔 부침개와 찰떡궁합… 보히가스 까바(Cava) 그란 레세르바 엑스트라 브륏 750㎖명절에 고향엔 못 가도 전은 꼭 부쳐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라면 보히가스① 까바를 꼭 곁들여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까바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과 흡사한 방식으로 양조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해 전 세계 폭 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술입니다. 특히 ‘보히가스 까바’는 와인 좀 마셔봤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박스떼기’를 해서라도 쟁여놔야 하는 술로 유명합니다. 1병에 2만 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과일의 화사함, 고소한 견과류 향, 구운 빵처럼 구수한 향 등 10만원 넘어가는 샴페인 뺨 때리는 ‘고급진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산미가 있고 뒷맛이 드라이해 기름기 좔좔 흐르는 모든 음식과 찰떡궁합입니다. ●한 병에 딱 8900원? 주당 가족을 위한 ‘도스코파스 리제르바 750㎖’술 잘 마시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걸까요? 명절에 모이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분위기 타기 시작하면 소주 한 상자 비워내는 건 순식간이죠. ‘주당 가족’들에겐 병당 8900원 하는 도스코파스 리제르바②를 권합니다. 주당 특유의 까다롭고 예민한 혀의 감각을 적당히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에 박스째로 마셔도 가정 경제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추었습니다. 최근 가성비 와인의 산지로 떠오르고 있는 포르투갈의 유명 와이너리 까사 산토스 리마가 양조한 레드 와인으로 토착품종인 투리가 나시오날, 카스텔라옹과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블렌딩해 만들었습니다. 진한 루비 컬러를 띠고 있으며 잘 익은 검붉은 과일의 풍미와 꽃 향기, 스파이시한 캐릭터가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불고기, 돼지갈비 등 짭짤하고 달콤한 양념 맛이 나는 육류요리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지난 7월 출시됐는데 업계에선 “3만~4만원대 와인 수준의 퍼포먼스”라는 평입니다. 갈비찜 대(大)자 시켜놓고 둘러앉아 박스째로 와인 퍼마실 준비가 된 가족들을 위한 완벽한 술. ●美 재즈 전설 멍크에게 바쳤다… 향기 짙은 선물용 ‘톨라이니 레짓 750㎖’선물할 와인을 찾는다면 와인의 맛도 맛이지만, 와인을 한 병 건네면서 의미 부여할 만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겠죠. 3만 9900원짜리 톨라이니 레짓③을 추천합니다. 이 와인은 미국의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미국 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텔로니어스 스피어 멍크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만든 와인입니다. 와인의 라벨은 1961년 녹음된 ‘Thelonious Monk in Italy’의 커버 사진으로, 톨라이니 와이너리에서 사진작가를 수소문해 멍크 가족들의 허락을 받아 와인에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무척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겠죠. 와인 퀄리티도 훌륭합니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키안티 클라시코 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두 번에 걸쳐 선별 수확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 후 다시 오크통에서 2년, 병입 후 3년 더 숙성해 출시되는데 잘 익은 과일의 진한 아로마와 숙성에서 배어나는 은은한 바닐라, 감초 향이 풍부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매년 뽑는 세계 100대 와인 리스트에 지난해 26위에 오르기도 했었죠.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그래이비소스를 얹은 스테이크와 치즈. ●구운 고기와 환상의 짝꿍… 달고 묵직한 ‘서브미션 카베르네 소비뇽 750㎖’다 귀찮고, 연휴에 불판에 고기나 구워서 와인 먹으면서 쉬고 싶다는 분들께 서브미션 카베르네 소비뇽④을 추천합니다. 와인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파워풀한 레드와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지만 ‘베이비 나파’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고급 나파밸리 와인처럼 농밀한 풍미를 지닌 와인으로 후추 뿌린 구운 고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합니다. 미국 와인 특유의 달콤한 향과 묵직한 맛으로 높은 도수의 소주를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기도 하고요. 나파, 소노마, 로다이, 파소 로블스 등 캘리포니아 곳곳의 다양한 산지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블렌딩해 만들었으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해 더욱 고급스러운 향과 맛을 지녔습니다. 가격은 2만 5000원. macduck@seoul.co.kr
  • [김균미 칼럼] “나는 반대한다”

    [김균미 칼럼] “나는 반대한다”

    87세를 일기로 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한 ‘미국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인생과 가치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나는 반대한다”가 아닐까. 평생을 차별에 맞서 평등한 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을 활용해 온 거인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긴즈버그 대법관 하면 특유의 레이스 목 장식을 한 법복에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안경 쓴 작은 체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성(sex) 차별 대신 젠더(gender) 차별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고,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워 온 미국의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다. 20년 가까이 췌장암·대장암과 싸웠고, 심장 시술에 낙상과 골절로 입원을 반복하면서도 법정을 거의 비우지 않았다. 건강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팔굽혀펴기와 프랭크 동작으로 날려 버리는 에너지 넘치는 독서광에 오페라 애호가다. 10대부터 70대 여성까지 세대를 초월하는 팝스타에 버금가는 인기가 신기하면서도 큰어른이 적은 우리 현실에서 솔직히 부러웠다. 급작스러운 별세로 작년 국내에서 개봉된 그의 법대생 시절과 변호사 시절을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올 초 번역 출간된 ‘긴즈버그의 말’이 소환되면서 ‘한국의 긴즈버그’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그는 193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언니가 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나 사실상 외동딸로 성장했다. 코넬대를 졸업한 뒤 바로 결혼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함께 하버드대 법대에 입학해 공부하다 컬럼비아대 법대로 편입해 수석 졸업한 뒤 1972년 컬럼비아대 법대의 첫 여성 교수가 됐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방판사로 지명했고,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부음 기사를 보면 긴즈버그라는 인물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먼저 대법관으로서의 업적이다. 긴즈버그가 다수 의견을 냈던 200여건의 판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6년 보수적인 버지니아 군사학교에 여학생의 입학을 허가하도록 한 것이다. 2015년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도 빼놓을 수 없다. 다수 의견 못지않게 대법원 이념 지형이 5대4로 보수로 기울면서 보수적 판결에 반대하며 냈던 긴즈버그의 소수 의견들에 대한 학계의 평가가 높다. 그가 소수 의견을 낼 때마다 외쳤던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는 긴즈버그와 동의어가 됐다. 2007년 타이어공장의 남녀 임금차별에 항의한 릴리 레드베터 사건에서 긴즈버그는 패소 판결을 비판하는 소수 의견을 낭독하면서 의회의 책임을 강조했고, 2년 뒤 의회는 공정임금법을 통과시켜 남녀 동일노동에 남녀 동일임금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진보의 아이콘이었지만 2016년 작고한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단짝이었을 정도로 유연했다. 중시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서로 존중했고, 무엇보다 설득과 동료 간 협업을 중시했다. 감정이 아닌 논리와 사실에 근거한 말의 힘을 신뢰했다. 그의 책 ‘긴즈버그의 말’에서 “화를 내거나 불쾌한 티를 내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분노처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감정에 굴복하지 말고”, “상대편 체스 말을 모조리 쓸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싸우되 다른 사람과 함께하라”며 연대를 중시한 조언도 마음에 남는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에 대한 보호도 잃게 될 것이다”라며 진영 논리에 앞서 원칙을 강조한 그의 리더십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서로를 적폐로 몰고 말로만 협치와 공정을 내세우는 우리 정치권과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2016년 대선 전 도널드 트럼프를 “사기꾼”으로 비난했다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부적절했다며 잘못을 바로잡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대학교수가 신문에 쓴 칼럼까지 문제 삼아 고발하고, 내부 비판과 자성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의 경직된 정치문화에서는 설득과 소통은 설 자리가 없다. 집단적인 비난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걱정하지 않고 “나는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책임지는 사회,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사회, 이게 그렇게 과한 기대인지 반문하게 된다. 추모에만 그쳐선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 kmkim@seoul.co.kr
  • 바둑 세계 정상 신진서, 박정환 보물섬 남해에서 맞대결

    바둑 세계 정상 신진서, 박정환 보물섬 남해에서 맞대결

    바둑 세계 1위 신진서 9단과 세계 3위 박정환 9단이 사계절 휴양섬 경남 남해에서 7차례 대국을 벌인다. 남해군은 오는 10월 19일 부터 12월 2일까지 3달간에 걸쳐 남해 주요 관광명소 7곳에서 신진서 대 박정환 슈퍼매치 바둑대회가 열린다고 22일 밝혔다.신진서 9단은 ‘알파고’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서운 기세로 세계 정상에 올라 ‘신공지능’으로 불린다. 박정환 9단도 ‘무결점 바둑’으로 세계 바둑을 호령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은 지난해 까지 박정환 9단에게 9연패를 당하는 등 고전하다 올들어 7승 1패로 앞서면서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통산 전적은 박정환 9단이 신진서 9단에게 16승 11패로 앞서있다. 10월 19일 제1국을 시작으로, 10월 21일 2국, 22일 3국, 11월 14일 4국, 11월 16일 5국, 12월 1일 6국, 12월 2일 마지막 7국이 이어진다. 남해군은 세계 최정상 바둑 맞수가 펼칠 불꽃튀는 대결을 통해 남해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홍보하고 동시에 바둑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군은 신진서 9단의 부친 신상용씨 고향이 남해군 고현면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신진서 홍보 마케팅’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남해군은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기원 등과 남해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대표 관광지를 대국 장소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7번의 대국 가운데 세 번은 야외에서 한다. 대국 장소는 설리스카이워크, 상주은모래비치(실외), 노도문학의 섬, 독일마을(실외), 유배문학관, 이순신 순국공원, 물건방조 어부림(실외) 등이다. 대회 예산은 모두 2억 9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대국료는 1억 4000만원이다. 한번 대국 마다 승자에게는 상금 1500만원, 패자에게는 대국료 5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남해군은 TV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대국을 중계해 세계 바둑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규모 관중 집결’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는 물론 중국 CCTV도 취재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중국 CCTV는 바둑 중계 뿐 아니라 남해의 자연 경관도 함께 취재할 예정이어서 코로나19 이후에 중국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대회 외에도 프로기사 2명과 남해군민 바둑 애호가 10명의 다면기를 비롯해 장충남 군수와 남해군의회 의원이 각각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과 수담을 나누는 특별대국도 진행된다. 남해군은 최고의 보증 흥행수표라 불러도 무방한 ‘신진서 대 박정환’의 대결이 국내외 바둑팬들을 TV와 인터넷 방송 앞으로 불러모아 남해군 홍보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바둑 TV를 통해 방영된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의 대국은 케이블 방송으로는 높은 수준인 순간 최고 시청률 0.618%을 기록했다. 뉴스전문채널의 간판프로그램 시청률은 2%대다. 남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종로구, 작가의 삶 녹아든 ‘집’이 주민 위한 ‘미술관’ 변신

    종로구, 작가의 삶 녹아든 ‘집’이 주민 위한 ‘미술관’ 변신

    서울 종로구는 오는 23일 오후 3시 가나아트센터(평창 30길 28)에서 원로화가 및 소장가 3인과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21일 밝혔다. 협약 대상자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1929~), 미술 교과서 출판과 한국적 판화의 선구자 故 이항성 화백(1919-1997),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도서출판 삶과 꿈 김용원 대표(1935~)등 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국내외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자문밖 지역 유명 원로 미술가들의 자택을 미술관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창작품을 무상으로 기증받아 시대별, 주제별로 구성하고 테마 전시회를 열어 선보일 예정이다. 협약식에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비롯해 김 화백 측의 김시몽(아들)씨와 김지인(며느리)씨, 故 이 화백 측의 이승일(아들)씨, 양영숙(며느리)씨, 다양한 작품을 수집해 온 소장가 김 대표와 김진영(딸)씨 등이 자리를 함께한다. 이날 종로구와 원로미술가들은 ▲구의 재정여건을 고려한 구립 미술관 건립 순차적 추진 ▲작품 100점 이상 무상 기증 ▲작가의 자택을 활용한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세계적 거장인 김 화백은 물방울을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로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70년대부터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극사실 기법에서 출발해 거친 붓자국을 남기는 신표현주의로 바뀌었다가 90년대 이후 천자문을 조형요소로 도입시켰다. 현재 김 화백의 최고가 작품은 2016년 3월 K옥션 홍콩경매에서 5억 1282만원에 낙찰된 ‘물방울‘(195×123cm, 1973년 작품)이다. 故 이 화백은 문화교육 출판사를 설립해 미술 교과서를 만들었으며 ‘세계미술전집’ 편찬, 미술잡지 창간 등 미술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판화가로서는 아연판 기법을 직접 고안해 독특한 미의 세계를 실현했다. 1950대 중반 프랑스 파리로 떠나 생의 마지막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김 대표는 그간 인연이 닿았던 작품을 기증,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미술관으로 조성하고자 한다.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고등학교 선생님의 전시회에서 안개꽃 그림 한 점을 구입한 것을 계기로 미술 수집가가 됐다. 평창동 집에 전시한 작품(미술관 : 운심석면)은 물론 미술 애호가로서 만난 작가와 작품을 다룬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을 집필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원로 화가와 소장가의 작품 기증에 깊이 감사드리며,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우리나라 미술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방탄소년단 RM, 미술 서적 보급에 1억 기부

    방탄소년단 RM, 미술 서적 보급에 1억 기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본명 김남준)이 미술 서적 보급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RM이 스물일곱번 째 생일(9월 12일)을 맞아 미술책 읽는 문화가 확산하고 청소년들이 예술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을 통해 1억원을 기부했다”고 14일 밝혔다. RM의 기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출간한 미술 도서 중 절판돼 구하기 어렵거나 재발행이 필요한 도서 제작에 쓰인다. 이렇게 제작된 도서는 10월 중 전국 공공 도서관 400곳과 도심에선 먼 도서·산간 지역 초·중·고 학교도서관에 기증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에도 판매용으로 비치할 계획이다. 도서는 김환기, 이중섭, 변월룡, 유영국, 박래현, 윤형근, 이승조 등 한국 작가 도록 7종과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전시 도록 중 1권을 묶은 한 세트 8권으로 구성돼 총 4000권이 마련된다.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RM이 평소 영감과 휴식을 얻은 미술 분야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며 본인이 책을 통해 미술을 더 깊게 이해하는 것처럼 미술관 접근이 어려운 청소년들도 쉽게 미술을 접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와 기쁘고 놀랐다”고 말했다. RM은 바쁜 일정에도 틈날 때마다 전국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페어 등을 방문하는 등 미술애호가로 유명하다. BTS는 올해 초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한 글로벌 현대미술 협업 프로젝트 ‘커넥트, BTS’를 세계 5개 도시에서 열기도 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아직 1960년대 서울… 서민의 삶도 오롯이

    아직 1960년대 서울… 서민의 삶도 오롯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시장이다. 전쟁으로 생산 활동이 멈춘 상황이라도 사람들은 온갖 것들을 시장으로 들고나가 팔고 다른 필요한 것들을 사면서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벌여 도시를 살려 낸다. 서울 흥인지문(동대문) 일대는 종전 후 여기저기 시장이 형성돼 폐허가 된 서울의 허파 같은 역할을 해 온 지역이다. 동대문시장이나 평화시장처럼 형태를 갖춘 시장뿐만 아니라 길바닥에서 잡동사니와 고물을 파는 난전(亂廛)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난전은 벼룩시장으로 명맥을 이으며 서울의 명물이 됐다. ‘아이스께끼’를 팔고 지게꾼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시장은 서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터전이었으며 시장 주변에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대한 집단 거주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5회 서울풍물시장’ 편은 보물 제1호 흥인지문에서 시작한다. 흥인지문을 중심으로 반경 1㎞ 남짓한 지역에 전통시장 점포가 2만 7000여개나 있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점포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문상가들의 공세에 밀려 점차 줄고 있다. 흥인지문에서 도로를 건너면 1960년대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된다. 오래된 신발가게나 음식점만이 아니라 서울의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려운 ‘여인숙’ 간판이 눈길을 끈다. ‘동해 현대 여인숙’, ‘순안 여인숙’…. 수십 년 전 일자리를 찾아 갓 상경한 청년들이나 물건 떼러 온 지방 상인들도 이들 여인숙에서 하루를 묵었을 것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깨끗이 도배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여전히 나그네들에게 지친 몸을 뉠 공간을 싼값에 제공하는 것 같다. 벽의 위쪽을 뚫어 전등을 두 방이 같은 쓰던 예전의 여인숙 모습까지는 물론 남아 있지 않다.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피혁 가게들이 여러 집 들어서 있는 길가에 큰 교회가 나타난다. 1956년 세워졌다는 서울미래유산 ‘동신교회’인데 64년이 지난 지금도 건물 풍채가 번듯하고 깨끗하다. 전북 익산의 좋은 화강암으로 지은 교회라는데 전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좋은 교회를 건립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판잣집이 즐비했을 당시의 동신교회는 일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생계를 위해 악착같이 살았던 월남민들을 비롯한 교인들은 오히려 멋진 교회를 정신적 안식처로 삼아 의지하며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초창기부터 있었다는 ‘사랑의 쌀통’은 교회 한구석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힘든 현실에서 교인들끼리 서로 도와주며 똘똘 뭉치는 데 교회가 중심체 역할을 했을 게 틀림없다.흥인지문 주변에는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밀집한 전문상가들이 많다. 동신교회 옆에는 수족관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수족관 거리가 있다. 그 옆에는 완구와 팬시, 문구를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다. 50년 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을 때 고속버스터미널은 버스 회사별로 흩어져 있었는데 서울역 주변에도 있었고 현재의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 자리에도 있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옷가지를 살 수도 있었겠지만, 주머니에 돈이 몇 푼 없을 때는 너도나도 문구나 완구를 사서 들고 갔다고 한다. 그런 수요도 있었는가 하면 이곳은 문구와 완구의 전국 도매시장 역할을 하며 번창했는데 지금은 손으로 꼽을 정도의 가게들만이 옛 명성을 잊고 영업 중이다.완구 거리에서 동묘앞역 쪽 대로로 나오면 화가 박수근의 집터를 만날 수 있다. 종로구 창신동 393-1번지 18평짜리 한옥으로 지금은 순댓국집이 돼 있다. 강원도 양구가 고향인 박수근은 1952년부터 11년 동안 여기에 살며 대청마루를 아틀리에 삼아 ‘절구질하는 여인’, ‘빨래터’, ‘시장의 사람들’ 등 대부분의 대표작을 그렸다.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관에는 ‘박수근 화백이 사시던 집’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는데 문화재청장을 지낸 미술평론가 유홍준이 쓴 것이라고 한다. 길가에 붙여 놓은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박수근의 말을 보며 박수근과 이 동네는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박수근의 정신적 고향이 바로 창신동인 셈이다. 다시 청계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960년대에 청계천을 복개하면서 천변에 있던 판잣집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어 주민들을 이주시켰는데 그게 청계천을 가운데 두고 북쪽 창신동과 남쪽 흥인동에 12동씩 있었던 삼일아파트다. 흥인동 쪽은 현재 재건축으로 현대식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창신동 쪽 삼일아파트는 7층 아파트 중에서 1~2층 상가만 남기고 3~7층을 철거했다. 다만 한 동만은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청계천을 복개한 목적 중의 하나가 1963년 개관한 광장동 워커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쉽게 다닐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청계천 주변은 쪽방촌이 들어찬 서민들의 열악한 주거지였는데 당시 청계고가도로를 달리다 보면 삼일아파트가 주변의 슬럼가를 가려 빌딩 속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 게 사실이다. 벼룩시장 하면 황학동을 떠올리게 된다. 황학동은 청계천과 2호선 신당역 사이 지역으로 1990년대까지 최고의 번성기를 구가했다. 이곳은 원래 조선시대에 미술품과 골동품을 팔던 곳이었다고 하는데 그 상점들이 인사동으로 옮겨가고 중고물품을 파는 거리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공사로 황학동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고 서울시는 상인들을 옛 동대문운동장 안에 임시로 만든 풍물시장으로 옮겨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황학동에는 중고 주방용품과 가전제품을 파는 거리가 형성돼 있지만,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동대문운동장의 풍물시장은 2006년부터 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갈 곳을 잃게 됐다. 서울시는 2008년 신설동 옛 숭인여중 부지에 2층짜리 서울풍물시장을 지어 상인들이 옮겨 가도록 했다. 서울풍물시장에 들어서면 1960년대에 만든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현대식 오디오와 비교해서 음질이 뒤지지 않게 느껴진다. 그 밖에도 800개가 넘는 상점에서는 온갖 골동품들을 접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골동품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방송국이나 영화사의 소품 담당자들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쓸 1970년대 이전의 물건을 구하려고 찾아온다.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이지만 이색적인 물건들이 넘쳐나는 서울풍물시장은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됐다. 풍물시장 바로 옆에는 우산각(雨傘閣)이라는 초가로 된 정자가 있다. 조선 세종 때 대사헌에 오른 하정(夏亭) 유관은 매우 검소하고 청렴해 비가 오면 자신이 사는 오두막집에서 물이 새 우산을 받치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유관의 집을 우산각, 신설동과 보문동 사이의 유관이 살던 마을을 우산각골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수광은 이곳에 비우당(庇雨堂)이라는 작은 집을 지어 유관의 청렴성을 알렸다. 이런 연유에서 청계천에는 비우당교라는 다리가 있고 신설동로터리에서 신답초등학교에 이르는 도로에는 하정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이 서울 풍물시장으로 옮겨 갔지만 황학동에서 청계천을 넘어 북쪽 동묘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는 서울 최대의 벼룩시장이 번성하고 있다. 동묘 벼룩시장의 메인도로와 갈라지는 여러 골목길에는 각양각색의 골동품, 중고 의류, LP판, 서적,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명품 구제 옷을 1만~2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이곳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찾아온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입구의 ‘풍년철물’은 1969년에 문을 열었다는 서울미래유산이다. 철물뿐만 아니라 잡화를 취급하는데 파는 물건보다 페인트로 쓴 서예 글씨체 간판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흥인지문에서 서울풍물시장까지 이어지는 청계천 주변은 예나 지금이나 서울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빈곤과 개발이라는 말이 혼재된 이 지역에는 굴곡진 서울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스며 있다. 복원된 청계천에 허물지 않고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 상징물로 남겨 놓은 청계고가도로 교각은 그런 아픔의 역사를 웅변해 주는 듯하다. 아픈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개발 압력은 끊임없이 서민을 위협한다. 60년대식 뒷골목의 열악한 환경은 보존 가치를 갈수록 떨어뜨리지만 무턱대고 이뤄지는 개발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 개발과 보존의 조화로운 접점을 찾고 생계를 해치지 않는 대안을 내놓은 게 사람 중심의 정책일 것이다. 박수근이 추구했던 선(善)과 진실은 시장 바닥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에 앞서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져 버린 서울의 옛 모습과 뒤안길을 간직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의 가치는 충분히 크다. 글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해설 한이수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다음 일정제16회 백남준 만나기 ●일시 : 9월 12일(토) 오전 10시 ●신청: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호랑이 모욕”…고환 움켜쥐고 셀카찍은 태국 여성 뭇매

    “호랑이 모욕”…고환 움켜쥐고 셀카찍은 태국 여성 뭇매

    동물원에서 호랑이 고환을 움켜잡은 채 셀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린 태국 여성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3일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와라스차야 아카라차이야파스는 최근 유명 관광지 치앙마이의 ‘호랑이 왕국 동물원’에서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중 누워있는 호랑이의 고환을 한 손으로 부여잡은 모습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네티즌들은 그가 호랑이에게 모욕을 줬으며 매우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호랑이가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며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건 위험한 행위다. 호랑이가 공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비난이 거세지자 아카라차이야파스는 본인이 동물 애호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그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사진들은 삭제된 상태다. 호랑이 왕국 동물원은 성명을 통해 아카라차이야파스의 행위는 자체 규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관람객들이 호랑이 고환을 만지지 못하게 돼 있지만, 전문가들이 동행하는 한 호랑이의 다른 모든 부위는 만질 수 있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겠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동물원들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쉽도록 동물들을 마취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OTT 자주 보고 영화 좋아할수록 월정액 많이 가입한다”

    “OTT 자주 보고 영화 좋아할수록 월정액 많이 가입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자주 사용할수록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OTT 유료서비스 이용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TT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하루에 여러 번 OTT를 이용한 응답자의 14.2%가 유료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OTT 서비스를 매일 이용한 응답자 11.9%도 유료서비스에 가입했다. 반면 OTT 서비스 이용 빈도가 낮을수록 유료서비스 이용률은 감소했다. 이 같은 경우 월 1∼3회 OTT 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6.8%)와 월 1회 OTT 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5.6%)만이 유료서비스에 가입했다. 가족 유형별로는 1인 가구(5.1%)가 OTT 유료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다만 1인 가구의 OTT 이용 경험은 35.56%에 그쳤다. 부부와 자녀가 같이 사는 2세대 가구의 경우 OTT 서비스 이용 경험은 45.33%로 모든 가족 유형 중 가장 높았으나 유료서비스 이용률은 4.7%로 1인 가구보다 다소 낮았다. 성별로는 OTT 유료서비스 이용자 중 여성이 51.7%, 남성이 48.3%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41.2%), 30대(24.9%), 40대(14.7%)로 20대가 전 연령 중 유료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를 조사한 결과, 영화 장르를 택한 응답자의 65.5%가 OTT를 경험했고, 20.1%가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반면 다큐멘터리를 택한 응답자는 38.3%가 OTT 서비스를 봤지만, 0.6%만이 OTT 유료서비스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방송 프로그램 선호 장르에 따라 OTT 유료서비스 이용률이 차이를 보였다”며 “특히 국내 OTT 시장에서는 영화 장르를 가장 즐겨보는 이용자들이 OTT 유료서비스를 많이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KISDI가 지난해 4583가구 1만 864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형 선고다” 셀카 야생곰, 결국 잡혀 중성화 수술

    “사형 선고다” 셀카 야생곰, 결국 잡혀 중성화 수술

    중성화 수술받고 다른 산악지역에 방생 예정 멕시코의 한 공원에서 산책객의 셀카에 찍힌 야생 흑곰이 결국 붙잡혀 중성화 수술까지 받고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됐다. 1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북부 누에보레온주의 한 가정집 마당에서 낮잠을 자던 수컷 곰 한 마리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국에 붙잡혔다. 몸무게 96㎏의 이 곰은 지난달 인근 치핑케 생태공원에서 산책하던 여성들에게 바짝 접근해 냄새를 맡다가 그중 한 여성의 셀카에 담기며 유명해진 곰이다. 동일한 곰이 인근 주택가에서 다른 여성에게도 바짝 접근한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누에보레온주 환경 당국은 곰과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곰을 생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 속에선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 돌변해 사람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야생 곰이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당국에 생포된 곰은 모니터 장치가 부착된 채 원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치와와주의 산에 방생될 예정이다. 이동 전에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치와와주에 사는 종이 다른 곰들과의 교배를 막고, 그곳 수컷 곰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는 것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동물 애호가들 “낯선 야생에 보내는 것, 사형 선고 다름없다” 동물단체 아니멜에로에스는 곰을 원래 살던 곳에 그대로 자유롭게 두고, 사람들에게 엄격한 행동수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국의 불가피한 결정보다는 부주의하게 곰에게 먹이를 주며 접근해 결국 곰을 서식지에서 쫓아낸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 전문가인 디아나 도안크리엘레르는 “우리 인간들의 잘못”이라며 “곰과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을 주고 사람에게 접근하게 해 곰을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성과 ‘셀피 찍던’ 멕시코 야생 흑곰에 중성화 수술 “인간들 잘못인데”

    여성과 ‘셀피 찍던’ 멕시코 야생 흑곰에 중성화 수술 “인간들 잘못인데”

    멕시코의 한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던 여성의 ‘셀피’에 찍혀 당국의 추적을 받던 야생 흑곰이 결국 붙잡혀 중성화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동물 애호가들이 분노하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에랄도데멕시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북부 누에보레온주의 한 가정집 마당에서 낮잠을 자던 수컷 곰이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국에 붙잡혔다. 몸무게가 96㎏인 이 곰은 지난달 치핑케 생태공원에서 산책하던 여성들에게 바짝 접근해 냄새를 맡다가 그중 한 여성의 셀피에 담겨 유명해졌다. 생포된 곰은 모니터 장치가 부착된 채 원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치와와주의 시에라 드 네도 산에 방생될 예정이다. 이동 전에 당국은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옮겨갈 지역에 사는 다른 곰들과의 교배를 막고, 그곳의 수컷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는 것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를 모은 영상을 보면 이 곰은 두 발로 서서 거의 부둥켜안은 자세로 한참 머릿결 냄새를 맡고 다리를 살짝 깨물기도 했다. 이 곰이 인근 주택가에서 다른 여성에게 바짝 접근한 영상도 곧이어 공개됐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누에보레온주 환경 당국은 곰과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생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에선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지만 언제 돌변해 사람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곰 생태 연구자인 데이브 가셸리스는 지난해 미국 ABC 뉴스에 북아메리카 흑곰은 일년에 한 번 꼴로 사람을 공격하는데 주로 함께 산책하던 반려견 때문에 공격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야생 곰이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근한 곰’의 출몰 소식을 들은 유튜버 등이 곰을 카메라에 담거나 곰과의 셀피를 찍기 위해 일부러 먹이를 주며 곰을 유인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동물 애호가들은 중성화 수술이 굳이 필요했느냐는 반론과 함께 인간이 주는 먹이에 이미 익숙해진 곰을 낯선 야생에 보내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동물단체 아니멜에로에스는 곰을 원래 살던 곳에 그대로 자유롭게 두고, 사람들에게 엄격한 행동수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멕시코 연방 환경보호청은 중성화 수술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곰에게 먹이를 주며 접근해 결국 곰을 서식지에서 쫓아낸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 전문가인 디아나 도안크리엘레르는 앞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인간들의 잘못”이라며 “곰과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을 주고 사람에게 접근하게 해 곰을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새끼 혹등고래 사냥 나선 범고래 패거리 포착…어미의 눈물

    새끼 혹등고래 사냥 나선 범고래 패거리 포착…어미의 눈물

    고래상어 서식지로 유명한 서호주 닝갈루에서 혹등고래 사냥에 나선 범고래 패거리가 포착됐다. 25일(현지시간) 호주 스카이뉴스는 하루 전 닝갈루 해안에서 범고래 3마리의 협동 사냥이 드론 카메라에 잡혔다고 전했다. 낚시 애호가인 셰인 스티븐은 24일 닝갈루 해안으로 나갔다가 범고래떼와 마주쳤다. 스티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낚시 중인 우리 보트 밑으로 범고래떼가 다니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얼마 후 물 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범고래 패거리가 사냥에 돌입한 것이였다”고 밝혔다. 범고래 패거리의 표적이 된 건 다름 아닌 새끼 혹등고래였다. 어미 혹등고래는 분기공으로 물을 뿜고 꼬리를 휘둘러 물거품을 일으키며 거세게 저항했다. 새끼 혹등고래는 어미 등에 올라타 그저 이 싸움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고군분투하는 어미 고래를 비웃기라도 하듯, 범고래 패거리는 특유의 협동사냥을 펼쳤다. 대열을 이뤄 깊게 잠수했다가 다시 돌아와 개별 공격으로 어미 고래의 혼을 쏙 빼놓기를 반복했다. 모성애가 남다르기로 유명한 혹등고래였지만 ‘바다의 지배자’로 불릴 만큼 힘과 지능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범고래의 대담한 사냥 전략에는 별도리가 없었다. 스티븐은 2시간의 사투 끝에 새끼 고래가 결국 범고래 차지가 됐다고 전했다. 10t도 채 안 되는 범고래 성체지만 셋이 달라붙으니 30t에 달하는 어미 혹등고래에게서 새끼를 빼앗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범고래는 상어나 다른 돌고래, 심지어 저보다 몸집이 큰 혹등고래까지 잡아먹어 ‘킬러 고래’라고도 불린다. 사람 다음으로 안정적인 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양생물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는 지능적이면서도 잔인한 사냥 방식으로 유명하다. 뛰어난 협동력을 활용해 어미 주의를 분산시킨 뒤 새끼를 낚아채는 식이다. 이 때문에 여름을 나기 위해 새끼와 함께 남극을 떠나 호주 해안을 찾는 혹등고래들은 늘 범고래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호주 스카이뉴스는 각지의 해양 생태계 전문가들이 닝갈루 해안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범고래와 혹등고래의 사투에 대한 과학자들의 높은 관심을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고성능 ‘판타스틱4’… 벤츠, 신형 AMG 4종 국내 최초 공개

    고성능 ‘판타스틱4’… 벤츠, 신형 AMG 4종 국내 최초 공개

    벤츠, ‘AMG GT’ 등 고성능 모델 4종 첫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오는 8월 출시를 앞둔 고성능 AMG 모델 4종을 17일 경기 용인 AMG스피드웨이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새 AMG 모델은 ‘A 35 4MATIC 세단’, ‘A 45 4MATIC 플러스 해치백’, ‘CLA 45 S 4MATIC 플러스 쿠페 세단’, ‘AMG GT’다. 벤츠코리아는 A 35를 “일상의 편안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극대화된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설계로 최강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새로운 고성능 세단”이라고 소개했다. A 45는 “탁월한 성능과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그리고 고카트와 유사한 운전 성능을 자랑한다”고, CLA 45 S는 “역대 가장 강력한 신형 4기통 터보차저 엔진 탑재로 이전 엔진보다 40마력이 높아진 421마력을 발휘하며 드리프트 모드가 추가됐다”고, GT는 “더욱 뛰어난 기능들과 스포티함에 레이싱 기술까지 융합한 정통 스포츠카”라고 설명했다. 마크 레인 벤츠코리아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은 “최근 고성능 차량을 희망하는 고객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젊은층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AMG 최초로 선보이는 엔진 라인업인 35 모델을 비롯해 새로운 45, 그리고 45 S 등 다양한 퍼포먼스 차량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고객들과 스포츠카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온 GT 모델이 업데이트를 거쳐 새롭게 탄생한 더 뉴 AMG GT는 독보적인 레이싱 아이콘인 동시에 세단과 유사한 편안함을 선사하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고성능 A클래스의 짜릿한 성능 ‘A 35’‘A 35 4MATIC 세단’은 지난 2월 국내에 출시된 A클래스 세단의 고성능 버전으로 AMG 최초의 35 모델이다. 2.0ℓ 4기통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결합됐다. 최고출력은 306마력, 최대토크는 40.6㎏·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다. A 35에 적용된 사륜구동(4MATIC) 시스템은 주행 속도뿐만 아니라 횡방향과 종방향 가속도, 각 바퀴의 회전 속도, 선택된 기어와 가속 페달의 위치를 모두 고려해 토크를 자동으로 배분한다. 강력한 출력의 고성능 핫해치 ‘A 45’‘A 45 4MATIC+ 해치백’은 지난해 9월에 국내에 출시된 4세대 신형 A클래스 해치백의 고성능 모델이다. AMG의 새로운 엔진인 M139를 탑재해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48.9㎏·m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전 모델보다 출력은 27마력, 토크는 3.0㎏·m 향상됐다. M139 엔진은 AMG GT 4도어 쿠페에 장착된 4.0ℓ 8기통 바이터보 엔진과 똑같이 터보 압축기와 터빈 샤프트에 롤링 베어링을 장착해 터보차저 내부에 발생하는 기계적 마찰을 최소화함으로써 터보차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하고 최대 회전수에 빠르게 도달하도록 돕는다. 또 AMG 스피드시프트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와 맞물려 즉각적인 가속 반응과 높은 출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세계 원톱 2.0ℓ 4기통 엔진 ‘CLA 45 S’‘CLA 45 S 4MATIC+ 쿠페 세단’은 지난 2월 국내에 출시된 2세대 더 뉴 CLA 쿠페 세단의 고성능 버전이다. A 45 4MATIC+ 해치백과 같은 2.0ℓ 4기통 M139 엔진과 스피드시프트 8단 DCT를 탑재했다. 하지만 최고출력은 421마력, 최대토크는 51.0㎏·m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레이스(RACE) 모드’로 주행하면 다이내믹한 ‘드리프트(Drift) 모드’로 달릴 수 있다. 또 80개 이상의 차량 세부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통해 알려주는 ‘AMG 트랙 페이스’(AMG TRACK PACE) 시스템은 주행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더 날렵해진 정통 스포츠카 ‘AMG GT’‘AMG GT’는 2015년 국내에 출시된 ‘AMG GT S 에디션 1’이 5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쳐 재탄생한 모델이다. 디자인은 한층 역동적이면서 강렬하게 바뀌었다. 4.0ℓ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은 레이싱카에 버금가는 강력한 힘과 빠른 응답성을 보여준다. 최적화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프런트 미드십 엔진 컨셉과 리어 액슬에 AMG 스피드시프트 7단 DCT가 위치했다. 최고출력은 476마력, 최대토크는 64.2㎏·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이 4종의 AMG 모델은 8월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상세한 가격과 제원도 출시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한국고미술협회, ‘옛 삶으로 마음을 열다’전 개최

    한국고미술협회, ‘옛 삶으로 마음을 열다’전 개최

    한국고미술협회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연례 회원전 ‘옛 삶으로 마음을 열다’를 개최한다. 전국 지회 소속 회원 400여명이 출품한 서화, 고가구, 도자, 공예품 등 15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협회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옛 선인들의 수준 높은 미감과 삶의 지혜가 담긴 고미술품을 감상하며 경직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회원들의 염원을 담아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대표작은 고려시대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향완 쌍’, 주물로 만든 고려시대 도장 ‘대고려국새’ 등이다. 한 쌍으로 된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향완’은 사찰에서 향을 피우는데 사용했던 것으로, 넓은 구연부를 가진 몸체와 나팔형의 받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고려국새(大高麗國璽)’라고 쓰인 주물 도장은 12×9㎝ 크기로, 지금까지 공개된 것 가운데 가장 크다.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의 친필 액서, 조선 중기 문신 황헌의 ‘초상화’도 눈길을 끈다. 조선백자항아리는 높이 37㎝의 비교적 큰항아리를 포함해 총 4점이 출품된다. 배나무를 주요 재료로 쓰고 가래나무로 판재를 사용한 ‘사층책장’을 비롯한 고가구들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전시 연계행사도 풍성하다. 고미술 입문자를 위해 국내외 서적을 한자리에 모아 서가를 꾸민다. 26일 오후 3시에는 고미술애호가인 김치호 박사의 강연이 마련된다.전시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는 한편 방역 기준에 맞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도록 입장 인원을 조절할 방침이다. 한국고미술협회 박정준 회장은 “힘든 시기일수록 옛 물건을 찾고 감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고미술 애호가들의 저변확대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그림 보고 야채·과일의 진화 찾는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그림 보고 야채·과일의 진화 찾는다?

    과학자는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 분야도 분석적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인문학자나 예술가의 시선으로 보는 과학은 과학 연구자나 일반인이 보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시각은 새로운 연구방법이나 학문 분야를 만들게 됩니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겐트대 식물생명공학·생명정보학과, 플랑드르 생명공학연구소(VIB) 시스템생물학센터 공동연구팀은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트렌드 인 플랜트 사이언스’ 7월 15일자에 독특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술사학자와 식물유전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예술 작품을 분석해 과일과 야채의 진화를 연구하는 ‘예술유전학’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생물의 진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존된 표본에서 유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이 쓰입니다. 그러나 생물, 특히 과일이나 채소의 진화는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표본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진화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그림을 통해 지금까지 설명할 수 없었던 비어 있는 고리를 찾겠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이끈 이브 드 스멧 VIB 박사와 다비드 베르가우웬 왕립미술관 교수는 어려서부터 친구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2년 전 함께 여행을 갔다가 미술관에 들렀는데 17세기 벨기에 화가 프란스 스네이데르스의 그림 속 과일을 보고 토론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예술유전학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고대 벽화나 중세, 근대의 그림으로 야채나 과일의 생김새, 색깔, 어디서 그려진 것인지를 분석하고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가까운 때의 표본을 찾아 DNA를 분석해 비교함으로써 식물 진화 과정을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 박물관 관람객이나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과일과 채소 진화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는 그림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일과 채소 진화 연구에 ‘시민과학’을 접목하겠다는 것이지요. 시민과학이란 과학에 관심 있는 비전공자들이 데이터 수집이나 관찰에 참여하도록 해 과학자들의 분석을 돕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까지 알아내는 행위입니다. 시민 참여는 과학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일으킬 뿐만 아니라 연구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예상치 못했던 연구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생물, 환경, 천문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영국 물리학자, 작가인 찰스 퍼시 스노 경은 1959년 ‘두 문화와 과학혁명’이란 제목의 강의에서 과학과 인문학 간 소통 부재와 단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1998년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책 ‘통섭’이 나온 이후 국내외에서 두 문화 간 소통은 활발해진 분위기입니다. 실제 외국에서는 과학과 인문학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 연구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공동연구, 융합연구가 활발하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연구에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참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을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경제발전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일 겁니다. 국내에서 과학문화 정책은 기껏 과학 유튜버 양성이나 SNS 소통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수준으로는 과학을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 것은커녕 두 문화 간 융합연구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쾅!” 굉음 뒤 아파트 복도서 발견한 운석…일본 밤 밝힌 빛은 유성

    “쾅!” 굉음 뒤 아파트 복도서 발견한 운석…일본 밤 밝힌 빛은 유성

    지난 2일 새벽 일본 상공에서 관측된 거대한 화염 덩어리는 우주에서 날아온 유성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또 이 유성의 파편으로 추정되는 운석도 발견됐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은 이 유성의 파편으로 보이는 운석이 지바현 나라시노시에서 발견됐다며 13일 운석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박물관 측은 이 운석 이름을 ‘나라시노 운석’으로 정하고 국제운석학회에 명칭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2시 32분쯤 도쿄를 포함하는 일본 간토 지방 각지에서 천둥 치는 듯한 폭음이 들리면서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상공에서 빠르게 떨어지다가 잠시 후 사라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 운석은 나라시노시의 한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던 여성이 발견했다.여성은 화염 덩어리가 관측된 같은 시간대에 ‘쾅’하는 굉음을 들었고, 그날 아침 아파트 현관 앞의 공용 복도에서 돌 조각 하나를 주웠다. 이어 이틀 뒤인 지난 4일에도 공용복도 아래의 뜰에서 한 조각을 더 발견했다. 두 돌 조각의 무게는 각각 63g과 70g으로,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 모양으로 갈라져 있었다. 두 조각을 하나로 맞추어 잰 크기(폭)는 약 5㎝였다. 이 운석을 조사한 박물관 측은 우주 방사성 물질인 망간52 등이 검출됐다며 운석이 확실하다고 밝혔다.유성 관측 당시 아마추어 천문 애호가들은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온 운석이 공기 마찰로 파열해 일부 파편이 지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낙하 가능 지역으로 지바현의 나라시노와 사쿠라시 등을 꼽았다. 이에 해당 지역에서는 운석 찾기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박물관 측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운석 파편이 낙하 추정 지역에 있을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집 주변을 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팬데믹 뒤집을 ‘게임 체인저’… 유럽은 여성을 선택했다

    팬데믹 뒤집을 ‘게임 체인저’… 유럽은 여성을 선택했다

    “이제 유럽은 ‘여성’이다.” 도날드 투스크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에 모두 여성이 임명되는 상황을 두고 했던 말이다. 최근 유럽의 정치 무대를 보면 투스크 전 상임의장의 말이 더욱 실감 날 듯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2) EU 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64)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이어 7월부터 6개월간 EU 순회의장국을 맡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65) 총리까지 ‘여성 리더 3인방’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 속 유럽을 책임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자매체 월드크런치는 최근 보도에서 이들 3인방을 소개하며 “서로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갖고 있지만, 각각의 위치에서 올바른 결정을 올바른 시기에 내릴 수 있는 인물들로 평가받는다”며 “이들은 모두 60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라가르드 유럽 재정위기 극복 이견 이들을 소개할 때는 ‘여성 최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의 타이틀이 늘 따라다닌다.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최초 여성·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EU 최장수 지도자이고, 메르켈 내각에서 첫 여성 국방장관을 지낸 폰데어라이엔 역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EU 집행위원장 자리에 오른 인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ECB에서 모두 최초의 여성 수장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라가르드는 화려한 패션감각과 더불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 경제계 이목이 쏠리곤 한다. 15년째 독일을 이끌어 온 메르켈과 지난해 9월까지 8년간 IMF 총재를 지낸 라가르드는 각각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웬만한 남성 이상의 영향력을 쌓아 왔다. 활동 영역은 달랐지만, 주변에 남성들로 가득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뉴욕타임스의 2012년 보도를 보면 ‘은발의 패셔니스타’ 라가르드는 메르켈에게 에르메스 액세서리를, 클래식 애호가인 메르켈은 라가르드에게 베를린필하모닉의 베토벤 음반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다. 라가르드는 IMF 총재 시절인 당시 인터뷰에서 “포럼 등에 가면 (메르켈과 나) 우리 둘만 여성인 경우도 많다”면서 “그래서 서로 연대감과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과 폰데어라이엔은 자국 내각에서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 왔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두 사람의 관계를 ‘선생과 학생’에 비유하며 “메르켈의 총리 취임 직후 폰데어라이엔이 참여한 내각을 집권 기민당의 ‘드림팀’으로 주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현 상황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메르켈 총리가 수년 동안 서로를 알고 신뢰해 왔던 관계라는 점은 분명 도움이 된다”면서 “이들의 친분은 일을 추진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더 쉽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냥 친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메르켈과 라가르드는 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1조 달러 규모의 기금 마련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등 공적으로는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시 라가르드는 IMF 총재로서 독일을 비롯한 회원국을 압박했지만, 메르켈은 이 같은 재정적 부담에 난색을 표했다. 라가르드는 현재 ECB 총재로서도 독일에 재정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두 여성 리더가 현안에 다른 입장을 보인 이유로 서로 다른 성장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독일을 기반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한 메르켈과 달리 ‘경제관료’인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의회 인턴으로 일한 경험까지 있는 미국 유학파로, 모국에서는 ‘아메리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메르켈과 폰데어라이엔은 당내 이해관계가 엇갈리기도 했다. 2010년 당시 폰데어라이엔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차기 대통령 후보군에서 제외되며 소원해지기도 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13년 메르켈이 국방장관으로 폰데어라이엔을 선택하며 다시 회복됐다.●17~18일 EU 정상회의… 3인방 첫 시험대 이들 3인방 앞에 놓인 유럽의 최대 현안은 1·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를 만든 코로나19 사태와 경제회복이다. 앞서 유럽의 양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5000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조성을 EU에 제안한 데 이어 EU 집행위원회가 7500억 유로까지 기금 조성액을 올려 제안했지만,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등 4개국이 반대하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회원국마다 경제와 피해 규모가 제각각이다 보니 기금 규모와 보조금이냐, 대출이냐의 지원형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안을 논의하는 오는 17~18일 브뤼셀 특별 EU 정상회의는 3인방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그리스발 유럽재정위기 등 사태에서 IMF를 진두지휘했던 라가르드의 노하우와 ‘정치적 사제지간’인 메르켈·폰데어라이엔의 정치력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드러낼 전망이다. 이들은 입을 맞춘 듯 최근 공식 석상이나 인터뷰에서 각 회원국의 대승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2일 화상 공동회의에서 “7월 내로 EU 경제회복기금 설치에 합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라가르드 총재도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경제회복기금을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에 비유하며 마찬가지로 월말까지 합의를 촉구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 해법을 놓고 입장 차를 보였던 메르켈과 라가르드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함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밖에도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2021∼2027년도 EU 장기 예산안과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 기후변화 대응 등 유럽의 미래와 관련된 의제들이 줄지어 예고돼 있다. 특히 EU 순회의장으로서 남은 6개월은 내년 정계은퇴를 예고한 메르켈의 사실상 마지막 정치 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메르켈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잇따른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에 후계구도까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대응으로 호평받으며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대반전을 이루며 레임덕에서 기사회생했다. 그로서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유럽의 현안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는 각종 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자국에서만큼의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메르켈에게는 그동안의 부정적 시선을 거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수십년 동안 독일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커졌지만, (세계대전 등으로 인한) 이웃 국가들의 불신과 경계로 독일지도자들은 공공연하게 자국의 영향력을 유럽 무대에서 행사하는 것을 꺼려 왔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위기는 이제 독일의 지도력이 없다면 EU도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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