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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숙 여사, BTS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방문…“한국실, 뜻깊은 공간 되길”

    김정숙 여사, BTS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방문…“한국실, 뜻깊은 공간 되길”

    제76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뉴욕을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와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을 방문했다고 22일 청와대가 전했다. 이날 방문에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된 BTS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증 뉴욕한국문화원장 등이 동행했다. 1870년 설립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1870년 뉴욕에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 미술관이자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2019년 700만명 이상이 방문해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박물관이 됐다. 뉴욕 시민들에게는 ‘메트’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김 여사는 한국실에서 금동반가사유상과 달항아리, 상감청자, 조선시대 흉배, 화조 병풍, 현대 분청사기, 현대 여성용 흉배 등을 관람했다. 김 여사는 “한국에서 온 다양한 문화유산과 현대 작품들이 문화 외교 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며 “메트의 한국실이 한국과 한국미를 세계인에 전하는 뜻깊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평소 예술품에 조예가 깊은 BTS의 리더 RM은 “전 세계인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이자 미술의 메카인 뉴욕에 한국실을 관람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한국 미술가의 작품을 박물관에 드릴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미술 애호가여서 더 기쁘다. K컬처 중 K팝, K드라마, K무비 등은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멋진 예술가들도 많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래문화특사로 한국문화의 위대함과 K컬처를 더 확산하도록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 여사와 BTS 등 한국방문단은 ‘오색광율(五色光律)’이라는 한국 공예 작품을 전달했다. ‘오색광율’은 정해조 작가가 한국 전통직물인 삼베를 천연 옻칠로 겹겹이 이어붙여 만든 것으로 한국 생활전통과 철학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김 여사, 뉴욕 韓청년들 만나 “K컬처 열풍 꺼지지 않게 지원” 이어 김 여사는 22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는 차세대 동포들과 만나 한국 문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장원삼 뉴욕 총영사,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 조윤증 문화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뮤지컬·애니메이션·음악·무용·태권도·한식·문학·한국어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한인 청년 11명이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에서 한인으로 성장하면서 느낀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자긍심을 언급하며 현재 뉴욕에서의 한류 현황과 미래, 한인 차세대의 역할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김 여사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컬처는 이제 세계문화지형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수많은 난관을 통과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발자취와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고 있는 노력들이 K-컬처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는 “팬데믹 속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면서 동포사회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뉴욕 한인 예술가분들을 중심으로 디아스포라 한인 아티스트들의 역사를 조명하는 사진전도 열렸다고 들었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생존이 목표라면 표류지만 보물섬이 목표라면 탐험”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여러분의 보물섬으로 항해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황희 문체부 장관은 “서로 다른 문화의 다양성이 모여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할 것이고,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격려했다. 김 여사는 “여러분이 어려움 속에서 성취해 온 것들을 듣고 나니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K-컬처 열풍이 꺼지지 않도록 정부가 세밀히 지켜보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간담회를 마친 후 추석 선물로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에코백과 색동보자기로 포장된 한과, 나쁜 운을 쫓는다는 도깨비 얼굴이 그려진 수문장 마스크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선물을 받고 마스크를 써보는 등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제76차 유엔총회를 참석한 뒤 이날 방미 일정의 마지막 행선지인 하와이 호놀룰루로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으며 주요국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또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BTS와의 공동인터뷰도 눈길을 끌었다.
  • 드레스 입는 56세 공주? 실상은 직접 꿴 장애인 전용구두 만드는 中숨은 고수

    드레스 입는 56세 공주? 실상은 직접 꿴 장애인 전용구두 만드는 中숨은 고수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드레스 입는 56세 여성에게 이목이 쏠렸다. 365일 유럽풍 의상을 착용하는 여성 시에 씨는 올해 56세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주 드레스 애호가’로 불린다.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드레스를 직접 제작해 착용한다는 시에 씨는 드레스풍의 의상을 착용할 때면 어김없이 직접 제작한 수제화를 신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얀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상의 드레스를 착용하는 시에 씨는 의상에 가장 어울리는 색상의 구두를 착용하는 것으로 그날의 기분을 표현하는 셈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시에 씨의 이 같은 의상 컨셉은 무려 8년 전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총 50~60개의 공주풍 드레스를 소지하고 있다는 시에 씨는 아들과 단둘이 생활하는 집 안의 가장이다. 단순히 공주 분위기의 드레스를 일상복으로 즐기는 독특한 취향의 중년 여성인 줄만 알았던 시에 씨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그는 평소 자녀 교육과 양육비 마련을 위해 수제화를 직접 제작해 판매해오고 있다. 가내 수공업 형식으로 손으로 한 땀 한 땀 직접 꿰어 만들었던 시에 씨의 주요 고객은 각종 질병 탓에 장애를 갖게 된 장애인들이다. 지난 2013년 시에 씨의 손재주를 소문으로 듣고 찾아온 고객을 통해 시에 씨의 수제화 사업은 본격화됐다. 당시 시에 씨가 거주하는 주택으로 먼 거리 열차를 타고 찾아왔다는 한 고객 역시 사고로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른 장애자였다. 당시 시에 씨의 고객이었던 그는 시에 씨가 직접 제작한 수제화를 착용,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했다는 소문이다. 시에 씨는 당시 경험에 대해 “8년 동안 무려 2000켤레의 수제화를 제작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절 만났던 고객이 보여줬던 감동의 눈물 덕분이었다”면서 “지난 8년 동안 가장 먼 곳에서 찾아온 고객은 러시아에 살고 있다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에 거주하는 고객은 한 번에 주문할 때마다 12켤레의 다양한 수제화를 주문해오고 있다”면서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을 위해서 굽 높이가 다른 수제화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에 씨의 이 같은 사연은 현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최근 들어서 수제화를 찾는 고객들의 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단 한 명의 고객이 있다면 죽기 전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장애자를 위한 특수 수제화를 만들고 싶다. 세상 어딘 가에 분명히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을 것이고, 그들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 [이순녀의 문화발견] 일상과 예술 잇는, 공예 예찬/문화부 선임기자

    [이순녀의 문화발견] 일상과 예술 잇는, 공예 예찬/문화부 선임기자

    ‘센 불이 강한 쇠 녹여 내어/ 속을 파 둔하고 단단한 것 만들었다/ 긴 부리는 학이 돌아보는 듯/ 불룩한 배는 개구리가 벌떡거리는 듯/ 자루는 뱀 꼬리 굽은 듯/ 모가지는 오리 목에 혹이 난 듯/ 입 작은 항아리처럼 우묵하고/ 다리 긴 솥보다 안전하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 ‘남쪽 사람이 보낸 철병(鐵甁)을 얻어서 차를 끓여 보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박물관에 가면 그가 묘사한 철병을 빼닮은 청동 주자(注子)를 만날 수 있다. 손잡이와 주구(부리), 뚜껑이 달린 주자는 술이나 차 등을 담아 잔에 따를 때 사용된 기물로 요즘의 주전자와 형태와 기능이 같다. 지금 이곳에선 청동 주자를 포함해 청자, 흑자, 도기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든 고려시대 주자 133점을 모은 ‘따르고 통하다, 고려 주자’ 기획전(12월 31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나전칠기, 금속공예 등 정교하고 세밀한 고려 공예문화는 대중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주자 유물에서도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과문한 탓에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제대로 눈 호강을 하고 왔다.지난달 중순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도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손재주와 예술적 감각을 재확인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공예문화 부흥을 위해 2014년 기본 계획을 수립한 뒤 옛 풍문여고 터를 매입해 7년 만에 국내 유일 공예 전문 공립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고 금속, 도자, 목칠, 직물 등 전 분야를 망라한 공예품 2만 2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사전 예약제로 하루 540명씩 관람객을 맞는데 보물급 유물들과 감각적인 현대 공예품 등 볼거리가 풍부해 예매 경쟁이 뜨겁다. 공예(工藝)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용하는 모든 일상용품이 공예의 소재인 셈이다. 때문에 공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반면 일상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공예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민예연구자이자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조선 공예품을 극찬하고, 수집한 건 아이러니하다. 최근 몇 년 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공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소문난 달항아리 애호가다. 그는 지난 2월 홈페이지에 공개한 팬클럽 아미를 위한 ‘아미의 방’에 달항아리와 고가구 사방탁자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통해 조선시대 갓이 힙한 전통 공예품으로 재조명된 현상도 이런 기류에 한몫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야호(유재석 부캐릭터)의 머리를 장식했던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김혜순 장인의 전통 매듭공예가 주목받았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전통 공예 홍보와 판로 확대를 위해 지난 19일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로 진행한 김혜순 장인의 방송에는 9만명이 몰려 인기를 입증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마켓 아이디어스 등에서도 전통 공예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전통 공예가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의 개성과 미감을 드러내고 생활의 가치를 높이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공예 한류’, ‘K공예’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오는 9월 5~10일 이탈리아에서 개최하는 ‘2021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네 거실에 놓여 있던 좌식 테이블을 제작한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을 비롯해 21명 작가의 작품 126점을 전시한다. 11월 중국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청주공예비엔날레(9월 8일~10월 17일),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10월 1일~11월 28일), 공예트렌드페어(11월 18~21일) 등 공예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일상과 예술을 잇는 공예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 동치미 함께 꿀맛, 늦더위 날릴 빨간맛… 아구라 불러야 아! 그맛

    동치미 함께 꿀맛, 늦더위 날릴 빨간맛… 아구라 불러야 아! 그맛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유례없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힘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룬 밤이 얼마인지 모른다. 어느새 몸과 마음은 지치고 입맛은 저만치 떨어져 나갔다. 삼복더위 말복을 지나면서 그나마 수그러들겠지만, 아직도 도심거리에서 내뿜는 열기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우리 조상들은 이맘때 뜨거운 음식과 열을 내는 매운맛으로 무더위를 식혔다. 대체로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 장어, 보신탕 등을 즐겨 먹었다. 바다를 낀 해안가 지역에서는 귀족 생선인 민어와 낙지 등도 여름 보양식의 명단에 올랐다. 집 나간 입맛을 찾는 데는 매운 아귀(아구)찜만한 게 없다. 아귀는 경상도 사투리인 아구라 불러야 제맛이 난다. 사람들이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부르듯이 말이다. 아귀는 정말 못생겼다. 커다란 입에 조그만 꼬리가 볼품없다. 하지만 생김새와 달리 맛이 일품인 아귀요리로 늦 더위를 훨훨 날려 보내자. ●볼품없지만 맛은 최고 아귀는 부위별로 다양한 맛이 난다. 살은 부드럽고 껍질과 내장은 쫄깃하다. 생아귀의 부드러운 살점과 간(애), 위장 등을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한 입 먹으면 오물오물 씹히는 감촉이 그만이다. 아귀는 다른 생선과 달리 비타민 A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생선이다. 아귀찜 요리에는 콩나물과 미나리, 방아, 고추, 채소류 등이 듬뿍 들어가 비타민 C도 보충할 수 있다. 아귀찜 특유의 화끈하고 매운맛은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아귀찜 애호가인 박공수씨는 “아귀찜은 여름철을 비롯해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제격”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귀는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잡힌다. 부산에서는 다대포 앞바다에서 아귀가 많이 잡힌다. 아귀는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흉측하고 못생겨서 재수 없다고 여긴 어부들은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리거나 밭에 거름으로 썼다고 한다. 잡히면 바다에 바로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는 아구, 물꽁 등으로 불린다.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며 몸길이가 1m에 달하는 것도 많다. 아귀의 입 바로 위쪽, 즉 머리 앞쪽에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촉수가 있다. 이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 고기들이 접근하면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 통째로 삼켜 버린다. 아귀의 대부분은 머리가 차지한다. 위도 크다. 배를 가르면 내장의 절반이 위이다. 큰 입과 위를 가지고 있어 소화력이 매우 뛰어나다. 조기와 병어, 가자미, 도미 등 값비싼 물고기를 통째로 삼켜서 녹여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귀를 잡아 위에서 채 소화하지 못한 생선을 꺼내 팔면 아귀 값보다 더 나온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또 한 번에 자기 체중의 30% 이상을 먹는 아귀의 대식성은 탐욕과 욕심의 상징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먹기는 많이 먹으면서 일은 도무지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먹기는 아구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거나 ‘아구같이 먹고, 굼벵이같이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했으며 속명으로 아구어(餓口魚)라 기록했다. 속명 아구어가 아귀로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조사 기록한 책인 한국수산지에도 아귀가 기록돼 있다. ●마산에서 유래한 아귀찜 아귀는 아귀찜, 아귀수육, 아귀탕으로 요리하는데 아귀찜이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해물 볶음, 불고기 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의 요리 재료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귀찜은 경남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유래한 찜 요리로 알려졌다. 옛 마산시에서는 관광객 유치 홍보를 위해 아귀찜을 5미(味) 가운데 1미로 선정하기도 했다. 표준어는 아귀찜이나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구찜’으로 통한다. 고춧가루와 다진 파, 마늘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등으로 맛을 낸다. 마산 아귀찜은 아귀를 20~30일 정도 꾸둑꾸둑하게 말린 후, 고온에 쪄서 조린 콩나물 등 양념을 넣어 만든다. 반면 부산 등에서는 생아귀를 재료로 사용한다. 미식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온천장·보수동·수영구 식당 유명 아귀찜을 연상하면 벌써 입안에서 매운맛이 감돈다. 매운고추(땡초)와 고추씨 등 매운 양념으로 조리해 한입 넣으면 입안이 화끈거리며 물을 찾는다. 대부분 아귀찜 식당에서는 아귀찜과 함께 달짝지근한 동치미 국물이나 오이냉국을 식탁에 내놓는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화끈거릴 때 국물을 마시면 매운맛이 일순 사라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한다. 부산 온천장 아귀찜 전문식당인 ‘구수한 아구찜’에서는 매운맛 강도를 1단계 5단계까지 만들어 놨다. 대부분 2~3단계를 찾지만, 더러 4~5단계를 요구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 부산 중구 보수동의 ‘보수동 물꽁아구찜’은 부산지역 아귀찜의 원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5년 식당 주인 홍계순씨가 중구 보수동의 흑교 근처에서 상호도 없이 아귀 요리를 팔았다. 이후 1973년에 중구 보수동의 광복교회 옆으로 이전했는데, 당시 부산의 한 주류회사에서 소주 광고를 담은 간판을 달아 주려고 하자 상호가 없었다. 주류회사 직원이 “지금 팔고 있는 게 뭐냐”고 묻자 ‘물꽁’이라고 대답해 현재의 상호인 ‘물꽁식당’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2009년 6월 부산 향토 음식점으로 지정됐다. 다시마와 양파, 무, 파, 멸치 등을 넣어 끓여 낸 육수에 들깻가루, 찹쌀가루, 매운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과 아귀의 간에 해당하는 ‘애’를 다져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부산시청 인근 연산동에서 셋째 딸인 윤애순(61)씨가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옥미(鈺味) 아구찜’ 음식점도 맛집으로 이름나 있다. 1984년 개업했으며 2002년 부산 향토 음식점으로 지정됐었다. ‘옥미’라는 이름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산 중구 남포동 ‘김해식당’은 담백한 맛을 내는 아귀 수육으로 유명하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스도쿠’란 이름 짓고 ‘대부’가 된 가지 마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스도쿠’란 이름 짓고 ‘대부’가 된 가지 마키

    세계적으로 1억명의 애호가를 거느린 것으로 알려진 숫자 퍼즐 ‘스도쿠’의 대부로 통하는 가지 마키가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스도쿠’란 이름을 지은 가지 전 니코리 사장이 지난 10일 담관암으로 사망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17일 전하자 니코리 사가 부음을 냈다. 1951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난 가지 전 사장은 게이오 대학에 진학했지만, 2년 반 만에 중퇴하고 인쇄회사에서 일하다가 미국 잡지에 실린 숫자 퍼즐 ‘넘버 플레이스’를 모티브로 삼아 1980년 8월 일본 최초의 퍼즐 잡지 ‘퍼즐 통신 니코리’를 창간했다. 그는 ‘넘버 플레이스’란 이름이 재미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며 “숫자들은 홀로여만(겹치지 않아야만) 한다”며 ‘스도쿠(數獨)’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가지 전 사장은 스도쿠란 이름이 동료들에 떠밀려 승마를 하다 “약 25초 만에“ 떠올라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 뒤 1983년 관련 회사인 니코리를 설립해 지난달 말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 사장을 맡았다. 스도쿠는 가로, 세로 아홉 줄씩 모두 81칸에서 진행되는 숫자 퍼즐 게임으로 정확한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몇몇은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율러가 창안했다고 주장했지만, 8~9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져 인도를 거쳐 아랍권에 전해진 것이 오늘에 이른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프랑스 신문들에도 19세기 말에 이미 초기 버전이 실렸는데 1895년 7월에도 라프랑스 신문에 ‘le carr?magique diabolique(악마의 마법 사각형)’으로 소개됐다. 미국 건축가 하워드 간스가 1970년대 현대적 버전을 창안해 1979년 잡지 델(Dell)에 ‘넘버 플레이스’로 이름지어 실었는데 가지가 다시 붙인 이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문제 창작에 ‘독자 참여형’을 도입해 일본 내 스도쿠 팬을 늘리고 퍼즐 책의 대중화를 이끌어 일본 서점에 퍼즐 코너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4년 일본 여행 중에 스도쿠의 매력에 빠진 뉴질랜드인이 영국 일간지 타임스오브런던에 퍼즐을 게재하며 세계적 열풍이 불었고, 2006년부터 스도쿠 세계선수권이 열리기도 했다. 그 뒤 영어 단어 ‘SUDOKU’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됐고, 가지 전 사장은 뉴욕타임스에 ‘스도쿠의 대부’로 소개됐다. 생전의 가지 전 사장은 “스도쿠의 아버지로 끝나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퍼즐이라는 장르를 확립했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퍼즐의 즐거움을 넓혀가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퍼즐을 고안한 것이 아니라 이름을 붙여준 데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적 이득이 생길 리 없었다. 재물 욕심도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고인은 2007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퍼즐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정말 감동받는다. 난 정말 재미있어 한다. 마치 보물찾기와 같다”고 털어놓았다.
  • 손톱 반 살 반… 6현 위 춤사위… 젊은 거장이 피워낸 ‘아마빌레’

    손톱 반 살 반… 6현 위 춤사위… 젊은 거장이 피워낸 ‘아마빌레’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클래식 기타 불모지인 국내 무대에서 부쩍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리사이틀을 열었고,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 ‘아마빌레’, 19일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등 이달에만 여섯 차례 연주가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엔 설렘보다 무거움이 진했다. “실수하거나 매력이 없으면 ‘이제 기타는 부르지 말자’고 할까 봐,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한 음 한 음 연주한다”면서 이유를 전했다. 충성도가 높은 기타 애호가들에게 박규희는 이미 뛰어난 연주자로 유명하다. 스페인 알람브라, 벨기에 프랭탕 등 15개 국제 기타 콩쿠르에 출전해 9곳에서 우승했고 2009년 기타 명장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제작한 악기를 받기도 했다. 기타를 처음 잡은 게 만 세 살,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조르던 다섯 살 때 기억도 선명하다. 그렇게 30년 넘도록 기타를 품에 안고 살았는데 여전히 좋고 설렌다. “피아노랑 바이올린도 배웠지만 기타 소리에 가장 매력을 느꼈어요. 하루 종일 배경음악처럼 깔아 놔도 질리지 않고, 공기처럼 늘 함께해도 편안한 소리죠.” MBTI 검사 결과 ‘I’로 시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소심한 성격과도 기타가 잘 맞는다. 다른 악기에 비해 섬세하고 소박한 음색, 내면을 파고드는 듯 작은 소리와 한 음씩 세심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 좋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을 클래식 기타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보낸 덕분에 운이 좋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오래 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콤플렉스인 짧은 손가락마저 감쌀 만큼 그의 시간엔 늘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담겼다. ‘노래할 때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했던 말에 빗대 기타에선 ‘손톱 반 살 반’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손톱이 있어야 멀리 내지르는 소리가 나고 살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니 둘의 비율을 매번 모든 음과 프레이즈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곁엔 늘 손톱을 다듬어 주는 버퍼가 있다. 박규희는 이제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로 클래식 기타의 진정한 멋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바쁘다. 일본에선 2010년부터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지만 국내에선 지난달 1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연주가 처음으로 갈 길이 멀다. “실내악에서 기타는 어떤 악기와도 융화해서 튀지 않고 다른 악기를 더 예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자신했다. 이후 광주시향, 성남시향, 대구시향 등과도 연주 일정이 잡혔으니 “또 듣고 싶은 연주자”라는 꿈도 이뤄 가고 있는 셈이다. 19일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는 피아졸라의 ‘망각’을 성남시향,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함께 연주하는 첫 시도를 한다.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기타 협주곡 2악장을 연주하며 남미의 열정을 국내 무대로 옮긴다. “한국에선 제가 가는 길이 모두 처음이라 허투루 할 수가 없다”면서 그는 다시 기타를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 무대 넓히는 기타리스트 박규희 “무거운 책임감 갖고 한 음 한 음 연주해요”

    무대 넓히는 기타리스트 박규희 “무거운 책임감 갖고 한 음 한 음 연주해요”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클래식 기타 불모지인 국내 무대에서 부쩍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리사이틀을 열었고,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 ‘아마빌레’, 19일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등 이달에만 여섯 차례 연주가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엔 설렘보다 무거움이 진했다. “실수하거나 매력이 없으면 ‘이제 기타는 부르지 말자’고 할까 봐,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정말 목숨 걸 듯 한 음 한 음 연주한다”면서 이유를 전했다. 충성도가 높은 기타 애호가들에게 박규희는 이미 뛰어난 연주자로 유명하다. 스페인 알람브라, 벨기에 프랭탕 등 15개 국제 기타 콩쿠르에 출전해 9곳에서 우승했고 2009년 기타 명장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제작한 악기를 받기도 했다. 그는 왼쪽 손목에 다니엘 프리드리히의 이름과 악기 제작 연도, 기타 그림을 타투로 새기기도 했다. “대가들에게 증여하는 기타를 받게 돼 영광스러웠고 당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악기를 구입하게 됐거든요. 저에게는 의미가 남다르고 그 감사함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팔에 남겼어요.” 기타를 처음 잡은 게 만 세 살,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기타로 ‘노래‘를 칠 줄 아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고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조르던 다섯 살 때 기억도 선명하다. 그렇게 30년 넘도록 기타를 품에 안고 살았는데 여전히 좋고 설렌다. “피아노랑 바이올린도 배웠지만 기타 소리에 가장 매력을 느꼈어요. 하루 종일 배경음악처럼 깔아 놔도 질리지 않고, 공기처럼 늘 함께해도 편안한 소리죠.” MBTI 검사 결과 ‘I’로 시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소심한 성격과도 기타가 잘 맞는다. 다른 악기에 비해 섬세하고 소박한 음색, 화려하게 뽐내지 않고 내면을 파고드는 듯 작은 소리와 한 음씩 연연해 가며 세심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 좋다”고도 했다.“어린 시절을 클래식 기타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보낸 덕분에 운이 좋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오래 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콤플렉스인 짧은 손가락마저 “오래 하다 보니 유연해졌다”고 감쌀 만큼 그의 시간엔 늘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담겼다. ‘노래할 때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했던 말에 빗대 기타에선 ‘손톱 반 살 반’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손톱이 있어야 멀리 내지르는 소리가 나고 살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니 둘의 비율을 매번 모든 음과 프레이즈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곁에 늘 손톱을 다듬어 주는 버퍼가 있다. 박규희는 이제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로 클래식 기타의 진정한 멋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바쁘다. 일본에선 2010년부터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지만 국내에선 지난달 1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연주가 처음으로 갈 길이 멀다. “실내악에서 기타는 어떤 악기와도 융화해서 튀지 않고 다른 악기를 더 예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자신했다. 이후 광주시향, 성남시향, 대구시향 등과도 연주 일정이 잡혔으니 “또 듣고 싶은 연주자”라는 꿈도 이뤄 가고 있는 셈이다. 19일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는 피아졸라의 ‘망각’을 성남시향,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함께 연주하는 첫 시도를 한다. 올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명곡들을 조명하는 공연들이 많지만 기타와 함께하는 무대는 드물었다. “피아졸라가 기타를 매우 사랑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기타 협주곡 2악장으로 남미의 열정을 국내 무대로 옮기기도 한다. “한국에선 제가 가는 길이 모두 처음이라 허투루 할 수가 없다”면서 그는 다시 기타를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 [허백윤의 아니리] 올여름, 더욱 간절한 음악 여행/문화부 기자

    [허백윤의 아니리] 올여름, 더욱 간절한 음악 여행/문화부 기자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녹음 사이를 파고들 것만 같은 클래식 선율. 유럽 속 음악의 도시마다 이 계절을 화려하게 꾸미는 음악 축제 소식이 여행을 가기 어려운 지금 더욱 꿈만 같다. 연주자들과 관객들에게는 물론 지구 반대편까지 길고 아득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둠마저 밝히는 설렘을 안긴다. 독일에선 최고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라인가우에서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부터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다음달 9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라인가우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주목받는 연주자’(Focus Artist)로 선정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곡 전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지난달 17일 막을 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모차르트와 지휘자 카라얀이 태어난 음악 명소답게 100여회 다채로운 무대들이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1920년부터 매년 여름을 장식한 축제는 올해도 안드리스 넬손스,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다니엘 바렌보임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등 웅장한 무대와 이고어 레비트, 언드라시 시프, 예브게니 키신, 다닐 트리포노프 등의 화려한 피아노 독주를 만날 수 있다.조성진 리사이틀로 문을 연 폴란드 두슈니키 즈드루이 국제 쇼팽 피아노 페스티벌(8월 6~14일), 1895년부터 매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7월 30일~9월 11일), 호수 위 무대에서 오페라 ‘리골레토’ 등을 즐기며 황홀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7월 21일~8월 22일) 등 유럽 곳곳에서 음악이 여름 향기를 더욱 짙게 한다. 언젠가 꼭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곧 우리 가까이서 열리는 음악 축제들에 주목해 본다. 뜨거운 열기 가득한 도심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선율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이 이 계절을 빛내고 있다. 지난달 23일간 168명의 연주자가 브람스의 실내악 전곡은 물론 교향곡 전곡을 투 피아노 버전으로도 연주했던 더하우스콘서트의 ‘줄라이 페스티벌’과 ‘산’(Alive)을 주제로 생동감 넘치는 향연을 펼친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클래식 애호가들과 깊이 소통하며 여름을 알렸다. 이달에도 다양한 연주자들이 호흡을 맞추고 소통하며 진중하게 음악의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들이 잇따른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은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클래식 레볼루션’으로 고전부터 낭만주의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남긴 브람스와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피아졸라의 열정 가득한 음악들을 비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인천시향이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하고 선우예권, 이진상이 피아노 협주곡을, 김동현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협연한다. 노부스 콰르텟은 브람스 현악사중주 전곡과 피아노 5중주(선우예권 협연), 현악 6중주(비올라 이한나·첼로 박유신 협연), 클라리넷 5중주(김한 협연)에 도전한다.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반도네온, 기타가 어우러지는 피아졸라의 강렬함도 무대를 달군다. 서울 예술의전당도 27~29일 첫 여름음악축제를 연다. 신진 음악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제작사와 기획사, 매니지먼트가 상생하기 위한 취지의 릴레이 음악회로 연주자들을 모두 공모로 엄선했다. 2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승원의 지휘로 SAC(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오프닝 이후 아레테 콰르텟, 기타 듀오 김진세·박지형 등 14대1의 경쟁을 거친 13개 연주단체가 종일 바통을 잇는다. 1994년 강효 줄리아드음악원 교수가 한국 등 8개국 젊은 현악 연주자들을 모아 꾸린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여는 ‘힉 엣 눙크’(Hic et Nunc)도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과 서울대 등에서 관객을 만난다.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란 뜻으로 세계 예술계 트렌드를 담은 새로운 시도를 나누기 위한 자리로 올해는 스티븐 김 바이올린 리사이틀, 콘서트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이 열린다. 이 여름, 음악 여행으로라도 무더위와 코로나 블루를 달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다채로운 무대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1조 3000억원 美 출판사 CEO의 유언 “피붙이들 말고 내연녀에게 회사를”

    1조 3000억원 美 출판사 CEO의 유언 “피붙이들 말고 내연녀에게 회사를”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와 ‘헝거 게임’ 등을 펴낸 미국 출판사 스콜라스틱은 12억 달러(약 1조 3782억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평가된다. 1920년에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를 물려받은 리처드 로빈슨 주니어(84) 최고경영자(CEO)는 평소 여러 운동을 즐겨 하는 등 건강에 매우 자신있어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5일(이하 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의 한 섬을 운동삼아 걷다가 갑자기 숨을 거뒀다. 운동 애호가였던 그가 세상을 떠나자 두 아들과 전처, 누나들은 비탄에 빠졌다. 장례를 치르고 상속 문제를 다루던 가족은 한 번 더 놀라야 했다. 로빈슨 CEO가 지난 2018년 유언장을 이미 작성해 뒀는데 전처와 두 아들은 물론, 누나들까지 유산을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내연녀에게 전부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알게 됐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게 된 그의 내연녀는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이올레 루체스(54)다. 유언장에다 로빈슨 CEO는 루체스를 “내 파트너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표현하는 등 애정을 드러냈다. 루체스는 클래스A를 포함한 스콜라스틱 주식 300만주, 옵션을 포함한 보통주 200만주는 물론 모든 개인 소유품까지 물려받는다. 그녀가 넘겨 받은 보통주의 가치만 7000만 달러(약 805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주식 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사실상 출판사를 통째로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루체스는 1991년 스콜라스틱 캐나다에서 부편집장으로 일하기 시작해 공동사장을 맡았다. 그 뒤 2014년 스콜라스틱 미국 사업의 CSO에 임명됐고, 2년 뒤에는 스콜라스틱 캐나다 단독 사장을, 2018년에는 스콜라스틱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역임했다. 몇년 전부터 로빈슨 CEO는 루체스와 연인 관계가 됐고, 회사 안의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당연히 로빈슨의 가족 일부는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법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빈슨 CEO는 평소 유산 상속이나 개인적인 삶에 관해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고, 후계자도 미리 준비시키지 않았다. 로빈슨 CEO가 왜 루체스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는지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루체스가 주식이나 재산의 일부를 가족에게 넘기는 식으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남인 존 벤험 벤 로빈슨(34)은 아버지의 계획을 알게 됐을 때 “드러난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아들들은 평소 아버지와 자주 만나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져 배신감이 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둘째 아들로 영화제작 일을 하는 모리스 리스 로빈슨은 개인 소지품까지 루체스에게 넘기기로 한 아버지의 결정이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원만한 결과를 원한다”고 밝혔다.
  • ‘성소수자 아이콘’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올림픽서 뜨개질

    ‘성소수자 아이콘’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올림픽서 뜨개질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의 다이빙 선수가 관중석에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BBC 뉴스는 2일 다이빙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토마스 데일리(27) 선수가 여자 다이빙 3m 스피링보드 결선을 지켜보며 뜨개질을 한 것에 대해 보도했다. BBC는 데일리 선수가 ‘나라의 국보’이자 ‘성소수자의 아이콘’이며 ‘뜨개질 애호가’라고 전했다. 데일리는 매티 리와 함께 지난 주 다이빙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완벽한 근육과 자세를 뽐내며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딴 바 있다. 동성애자로도 유명한 데일리는 뜨개질에 대해 “비밀 무기”라고 부른다. 데일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뜨개질은 나를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준다”고 밝혔다. 올림픽 공식 트위터도 “올림픽 챔피언인 톰 데일리가 관중석에서 다이빙을 지켜보면서 뜨개질하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데일리를 소개했다.지난 26일 금메달을 딴 직후에는 털실로 직접 짠 ‘메달 보관함’을 공개하기도 했다. 데일리는 “메달이 긁히지 않게 작고 포근한 보관함을 만들었다”며 “앞에는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뒷면에는 일본 국기를 새겼다”고 밝혔다. 자신의 금메달 파트너인 매티 리를 위한 메달 보관함도 함께 만들었다. 데일리는 다이빙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중국의 대회 5연패를 저지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4살인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데일리는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차례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네번째 올림픽 출전만에 금메달을 땄다. 데일리는 2013년 커밍아웃했으며, 2017년 미국의 각본가이자 영화감독, TV 프로듀서인 더스틴 랜스 블랙과 결혼해 대리모를 통해 결혼 다음해 아들 로버트를 얻었다.
  • 도심 속 수제맥주 양조장의 진정한 가치는? [지효준의 맥주탐험]

    도심 속 수제맥주 양조장의 진정한 가치는? [지효준의 맥주탐험]

    미국 뉴욕 브루클린 남부 레드훅에 자리잡은 수제맥주 양조장 ‘아더하프 브루잉’(Other Half Brewing)은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맥덕(맥주덕후)들이 한 번은 오고 싶어 하는 ‘크래프트 비어의 성지’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 계열을 주력으로 하는 이곳은 오렌지나 망고,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일 맛이 펑펑 터지는 맥주들이 일품이다. 항구 지역인 레드훅은 창고와 공장이 많아 범죄와 마약의 온상으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더하프 브루잉같은 힙한 가게들이 속속 들어오며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핫스폿’이 됐다.중국 베이징 싼리툰의 아파트 단지 옆에 세워진 ‘징에이 브루잉’(京A Brewing)도 설립 당시에는 작고 영세한 양조장이었지만 꾸준히 ‘중국 특색’ 수제맥주를 출시해 젊은이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징에이’는 베이징의 차량 번호판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신의 지역에서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명칭을 찾아내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이 양조장은 미국 시애틀의 ‘홀리 마운틴 브루잉’(Holy Mountain Brewing)과 애스토니아 ‘뽀할라 브루잉’(Po hjala) 등과 콜라보 제품도 내놔 전 세계에 베이징 맥주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서울 합정동에도 ‘서울 브루어리’라는 양조장이 있다. 개인 주택을 개조해 매장이 작고 아담하지만 수준 높은 수제 맥주로 애호가들에게 ‘대한민국 대표 양조장’으로 평가 받는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맥주 컨셉트와 라벨 디자인을 통해 한국 맥주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는다. 맥주를 만들 때 생기는 엿기름 찌꺼기를 유기농 양계장에 보내 사료로 쓰고, 이것을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을 가져와 술안주로 만들어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순환 경제’를 실천한다.이들 양조장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맥주를 빚는다는 것과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의 식재료를 중시한다는 것,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맥주를 끊임없이 개발한다는 것 등이다. 그들이 출시하는 제품들은 이미 각 도시를 대표하는 수제맥주로 자리매김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네 주민들에게도 풍성한 주류 문화를 제공한다.도심 양조장은 지역의 주류 제조 시설이라는 지리적 정보 이상의 가치가 있다. 현대 수제맥주는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크래프트 비어’ 문화를 함유한다. 핵심 가치는 다양성과 독립성, 그리고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에 대한 응원 등이다. 수제맥주를 만드는 것은 지역의 자랑과 애환, 애향심을 담아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들은 마을의 문화와 정신을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맥주를 선보이며 지역사회를 상징하는 이름을 붙인다. 수제맥주를 즐기는 이들도 양조장들의 시도를 응원하며 열광한다. 도심 양조장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수제맥주의 가치와 문화를 더 많은 곳으로 전파시켜 사회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해마다 가을이 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폰 신제품이 소개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새 제품을 들고 각종 신기능을 소개하면 관객들은 단순 박수세례를 넘어 미친 듯 열광하며 기뻐한다. 이는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지역 기업에 대한 무한한 응원이자 믿음이다. 칭찬에 인색한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것이어서 부러울 때가 많다. 새로움에 대한 무한한 열광과 지지는 어쩌면 크래프트 비어 문화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은 변화 노력에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 수제맥주의 정신이야말로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유럽에서는 주말이 되면 주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을 브루어리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지역 축구단을 소리 높여 응원한다. 여기서 수제 맥주는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도심 양조장은 더 많은 이들과 수제맥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유리잔에 담겨져 나온 소박한 맥주에는 마을의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대한민국에서도 수많은 도심 속 양조장이 영업 중이다. 이들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동네 맥주’를 선보이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우리가 도시의 양조장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건 그저 알코올 음료를 소비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노력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과 내가 사는 지역사회를 사랑하고 아끼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 뒤 기회가 된다면 마을의 수제맥주 양조장을 찾아 크래프트 비어의 정신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정리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문화마당] 이종호와 이일훈, 두 건축가를 떠올리며/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이종호와 이일훈, 두 건축가를 떠올리며/최나욱 건축가·작가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잇따라 지방 곳곳의 미술관이 조명되고 있다. 기껏 가꿨으나 일회성 답사에 그치고 만 곳에 재방문이 이어지고, 금번마저 단발적 사건에 그치지 않도록 논의를 이어 가려는 분위기다. 컬렉션을 사용하는 추후 계획이 더욱더 중요하다. 올바른 관광 상품이란 순간의 감흥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화를 가리키며, 극단적 인구 감소 문제에 지방 도시가 대처하는 방안이란 당장의 위기 모면이 아니라 더욱더 후대를 고려하는 일일 테다.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박수근미술관은 눈에 띄는 사례다. 박수근 작가 개인의 중요성은 물론 미술관이 지나온 역사 때문이다. 2002년 개관 당시만 해도 당장 지역의 대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만 가지고 실제 작품 하나가 없었으나, 애호가와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십수년 동안 작품 소장이 늘더니 이제는 정말 이름에 걸맞은 모양새를 갖추었다. 미술관의 20년 역사를 돌아보며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 이종호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00년 지명 현상설계부터 2014년 작고 직전까지 박수근미술관 건축에 깊게 관여한 건축가다. 이종호 건축가는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행정 당국의 목표에 반대했다. 박수근미술관을 짓는 당위이자 가장 효과적인 관광 상품이 될 박수근 생가 재현을 “원래 모습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것의 재현은 무의미하다”며 거부했고, 박수근 작가를 직접적으로 기리는 공간을 추가하는 대신 다른 미술 작가들의 활동 또한 중요하다며 레지던시 건축을 주장했다. 땅을 파헤쳐 눈에 띄는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의 땅과 오랜 세월에 걸쳐 자라날 식생을 염두에 두어 설계를 진행했다. 당시 현실을 무시한 것만 같던 청사진이 시간 지나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뜻깊을 따름이다. 유명한 건물 하나하나를 퀘스트 깨듯 답사하던 어린 제자로서 나는 언젠가 일련의 이야기가 ‘착한 소리’에 지나지 않는 전문성의 변명이 아니냐며 되물은 적이 있는데, 긴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미술관 관람 속에서 그가 생각하던 건축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최근 이뤄진 일련의 일들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닌 문화를 궁극적으로 성장시키도록 하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고민, 그리고 이종호 건축가가 ‘도시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건축을 통해 사회에 무언가를 기여하고자 했던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어떤 임의의 사건은 누군가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과 의미를 길고 넓게 되짚어 보게 한다. 한 작가가 어느 지방에 태어났다는 아주 우연한 사건이 이후 해당 장소의 이름과 삶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그 의미를 수십 년 동안 되새기게 하듯 말이다. 생전에는 미군이 주선한 전시에 참여할 뿐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했던 박수근 작가, 딱히 눈에 차지도 않는 건축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의미를 찾던 이종호 건축가 등. 그때그때에는 찰나의 판단에 그쳤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지나온 순간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평수가 아니라 시간을 늘려서 살아라.” 삶은 순간의 편리가 아니라 시간 전체를 아우를 때 행복해진다고 믿었던 건축가 이일훈의 말이다. 그는 실평수에 해당하는 공간을 떼다가 길을 만들곤 했다. 유행하는 어느 ‘뷰’를 개인 소장품으로 가두는 대신 나가 걸어서 보자는 주장이었다. 만약 시간 또한 이러한 구분으로 유비할 수 있다면 순간에 보이는 것들 대신에 시간을 길고 멀리 돌아볼 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 2일 건축가 이일훈이 작고하고 그가 남긴 순간의 말과 작품을 시간을 아우르며 생각했다. 이종호와 이일훈은 그들의 활동이 단발성 사건이기보다 지속적인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던 건축가였다.
  •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이중섭까지…명불허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이중섭까지…명불허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예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명작들이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9월 26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내년 3월 13일까지 서울관 1전시실에서 펼친다. 앞서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은 지역 미술관들이 특별전을 열어 흥행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도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등 개막 전부터 열기가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작 9797건, 2만 1693점 중에서 45건 77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지정문화재인 국보와 보물이 28건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국보),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그림 ‘추성부도’(보물) 등이 전시된다.박물관은 작품 선정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의 문화재·고미술 컬렉션은 청동기시대 토기부터 조선시대 회화·전적·목가구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분야를 망라한다. 특히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에 대한 안목은 탁월하다. 산화철을 발라 붉은 광택이 도는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삼국시대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혁신과 디자인 혁명을 강조했던 고인의 경영철학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세종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이 집약된 ‘석보상절’, ‘월인석보’ 등은 한글 전적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엿보게 한다. 문화재 가치를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도 눈길을 끈다. ‘인왕제색도’에 등장하는 치마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상 명소와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고려불화의 세부와 채새기법 등을 적외선과 X선 촬영사진을 활용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작 1488점 가운데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을 공개한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작품 중에서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등 3개 주제로 구분해 전시작을 선정했다. 백남순의 ‘낙원‘(1936),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은 일제강점기에 서구 미술을 받아들여 전통회화의 변화를 꾀했던 당대 작가들의 고민과 도전을 보여준다. 동서양의 도상이 뒤섞인 독특한 이상향을 표현한 ‘낙원’은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유일한 작품으로 미술사적 의미가 크다.해방과 6·25전쟁 발발 등 격동의 시기에 저마다 뛰어난 개성으로 한국미술을 풍부하게 한 작가들의 명작도 반갑다. 김환기의 ‘산울림 19-Ⅱ-73#307’(1973)은 뉴욕 시기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동양적이고 시적인 추상화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1950년대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의 자택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한 ‘여인들과 항아리’도 눈길을 끈다. 이중섭이 가장 즐겨 그렸던 소재인 ‘황소’와 ‘흰 소’를 그린 1950년대 작품 2점도 나왔다. 이중 ‘황소’는 1976년 처음 알려졌으며, 전시된 적이 거의 없는 희귀작이다. 이 밖에 1970년대 문자추상을 개척한 이응노, 한국적 채색화 양식을 정립한 박생광, 전통 안료 기법으로 독특한 여인상을 그린 천경자 등 전후 복구 시기에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했던 작가들의 대표작도 만날 수 있다. 미술 애호가인 배우 유해진이 재능 기부로 전시 해설 오디오 가이드를 맡았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양 기관 모두 회차별 입장 인원을 제한해 치열한 예매 전쟁이 불가피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분마다 20명씩 입장을 허용하는데 온라인 예매 첫 날인 19일에 8월 18일까지 전 회차가 매진됐다. 매일 자정에 한 달 뒤 관람권을 예약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시간 간격으로 30명씩 관람객을 받는다. 지난 12일 예매를 시작해 8월 3일까지 티켓이 동났다. 매일 자정마다 2주 뒤 예매가 가능하다. 관람료는 없다.
  • [라이드온] 파워·편의 가득 채웠다…날 위한 큰~선물 ‘미니’

    [라이드온] 파워·편의 가득 채웠다…날 위한 큰~선물 ‘미니’

    3도어·5도어·컨버터블 3종 출시‘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운전석민첩한 반응에 운전 쉽게 느껴져최고 192마력 강력한 힘 매력적스타벅스와 공동 마케팅도 눈길영국에서 태어난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가 3년 만에 확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3세대 2차 부분변경 모델로 ‘뉴 미니 3도어’, ‘뉴 미니 5도어’, ‘뉴 미니 컨버터블’ 3종이 국내에 출시됐다. 미니는 이번에 세계 최초로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고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미니와 스타벅스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니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스타벅스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영국은 1956년 이집트가 국유화한 수에즈운하를 침공하며 ‘2차 중동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을 계기로 영국 내 기름값이 폭등하자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차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BMC(브리티시 모터 컴퍼니)는 디자이너 앨릭 이시고니스를 영입하고 1959년 최초의 미니를 완성했다. 미니는 뛰어난 연비에 4명까지 탈 수 있는 ‘가성비’ 차량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유럽인들이 작은 차를 선호한다는 점도 미니가 흥행에 성공하는 원동력이 됐다. 미니는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서도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켰다. 중형·준대형 차량 틈바구니에서 소형차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니는 국내 진출 14년 만인 2019년 1만 222대를 팔아 처음으로 ‘1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1만대 클럽은 국내에서 연 1만대를 넘게 판 수입차 브랜드 모임으로 ‘잘 팔리는 수입차’의 기준이 된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쉐보레, 미니 등 7개 브랜드가 속해 있고 렉서스·도요타·혼다 등 일본차는 불매운동 영향으로 모두 탈락했다. 미니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 더 늘어난 1만 1245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12.7% 늘어난 6174대를 팔아 3년 연속 1만대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소형차 미니의 이례적 흥행 배경에 대해 1인 가구 확대와 맞물려 젊은층 중심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차’를 장만하고픈 구매 심리가 미니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형차지만 혼자 타기엔 부족함이 없다 보니 미니를 두고 ‘나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란 말도 널리 회자된다. 미니코리아는 지난 7일 뉴 미니 패밀리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추첨을 통해 시승한 모델은 ‘뉴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이었다.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 남산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 스타벅스 파주야당DT점까지 왕복 90㎞ 구간을 주행했다. 컨버터블 모델이 차량 지붕이 활짝 열리는 ‘오픈카’라는 점을 제외하면 3도어·5도어 모델과 성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오픈카에 대한 ‘로망’(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컨버터블 모델을, 넓은 공간이 필요 없다면 3도어 모델을, 뒷좌석에 지인을 꼭 태워야 한다면 5도어 모델을 선택하면 될 것 같았다. 뉴 미니 운전석에 앉으니 공간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어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차량은 운전대를 움직이는 대로 민첩하게 반응했다. 그래서인지 운전하는 게 쉽게 느껴졌다. 뉴 미니는 작지만 매운 성능을 갖췄다. 공차 중량은 1375㎏으로 1400㎏을 웃도는 중형세단보다 가벼우면서,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m의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속력이 붙어 쭉쭉 달려나갔다. 복합연비는 12.0㎞/ℓ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출렁거림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등 승차감이 중형세단에 미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주행보조시스템과 각종 편의 기능은 소형차급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앞차와의 간격과 속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스톱 앤드 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할 수 있고 보행자 경고·제동 기능과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가 기본 적용됐다. 아직 한국 도로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 내비게이션은 옥에 티였지만, 미니 애호가들에겐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듯했다. 뉴 미니 컨버터블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4380만~5640만원이다. 뉴 미니 5도어는 3410만~4450만원, 뉴 미니 3도어는 3310만~521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미니 모형카 스타벅스 카드를 비롯해 미니와 협업한 다채로운 상품을 8월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 ‘여보, 괜찮아?’ 다리 다친 제 짝 수술 지켜보는 야생 기러기

    ‘여보, 괜찮아?’ 다리 다친 제 짝 수술 지켜보는 야생 기러기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남동부에 있는 반도 코드곶의 ‘러브 스토리’가 많은 동물 애호가를 닭살 돋게 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NBC뉴스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 쌍의 기러기는 그중 한 마리가 다쳐 수술을 받기 위해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남은 짝은 견딜 수 없었다. 같은 주 반스터블의 케이프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직원들은 얼마 전 코드곶에 사는 야생 기러기 한 쌍 중 수컷이 절뚝거리다가 쓰러지길 반복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 직원은 즉시 수컷 기러기를 보호하고 살펴본 결과 다리에 골절이 두 군데나 있어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상처는 코드곶에 사는 이른바 ‘무는 거북’이라고 불리는 거북에게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직원들은 아널드라고 이름을 붙인 수컷 기러기에게 진정제 주사를 놔줄 준비를 하면서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자크 머츠 케이프 야생동물센터 사무국장은 “현관문을 살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우리는 돌아서서 아널드의 짝이 현관으로 걸어와 진료소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회상했다. 또 “농담이 아니다. 그녀는 계속 거기에 서 있었고 실제로 수술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정말 매처럼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니면 거위처럼…”이라고 덧붙였다.수술은 아널드의 짝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한지 45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직원들은 아널드에게 산소를 공급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암컷 기러기 앞으로 데려갔다. 암컷 기러기는 아널드가 완전히 깨어나자 깃털을 골라주기 시작했다.아널드는 이번 수술로 발가락 1개를 절단해야 했지만, 몇 주 안에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케이프 야생동물센터 측은 밝혔다. 사진=케이프 야생동물보호센터
  • 24년 전 베르사체 살해된 곳에서 나온 두 남성 주검, 극단 택한 듯

    24년 전 베르사체 살해된 곳에서 나온 두 남성 주검, 극단 택한 듯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의 24주기를 하루 앞두고 그가 총격범에게 살해된 호화 맨션을 개조한 럭셔리 호텔 객실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두 남성은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자살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고 야후! 엔터테인먼트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빌라 카사 카수아리나란 이름의 럭셔리 호텔 겸이벤트 센터는 패션 명가를 일군 베르사체가 1992년 구입해 3200만 달러를 들여 리모델링한 맨션으로 그는 1997년 7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이 맨션의 계단에서 광적인 팬이자 연쇄 살인마였던 앤드루 커내넌의 총격을 받고 불귀의 객이 됐다. 그런데 그의 24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체크아웃을 하지 않아 문을 따고 호텔 객실 안에 들어간 하우스키퍼가 두 남자가 의식이 없는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두 남성의 신원이나 자살 동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두 주검 옆에는 각자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한 쪽이 상대의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긴 뒤 자신의 머리에도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우울증 등 정신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4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베르사체는 그날 아침 산책을 나가 잡지들을 사서 집에 돌아오던 길에 커내넌과 맞닥뜨렸다. 커내넌은 벌써 여러 카운티를 넘나들며 4명의 남성을 살해한 상태였다. 그는 베르사체의 머리에 총을 갖다 붙이다시피 해 방아쇠를 당겼다. 열렬한 팬이었다는데 왜 그랬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베르사체가 죽은 지 여드레 만에 극단을 선택했다. 베르사체가 눈을 감았을 때 나이 쉰 살 밖에 안 됐다. 그가 살해된 사연은 2018년 텔레비전 드라마 ‘잔니 베르사체의 암살-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로 제작돼 방영됐다. 최근에는 라이언 머피 감독이 FX의 범죄물 시리즈로 여러 부문 에미상을 수상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의 두 번째 에피소드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베르사체는 ‘접대부 패션’이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초창기에는 번쩍거리는 디자인을 과시했지만 나중에는 이를 누그러뜨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가 입은 의상처럼 세련되면서도 화려하고 섹시한 앙상블을 만들었다. 모델들에게 많은 급여를 지급해 언론들이 ‘슈퍼모델’이라고 불렀는데 베르사체가 사망할 무렵 형제인 산토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누이인 도나텔라는 디자이너이자 부사장으로 그의 기업은 남성복·여성복·아동복만이 아니라 핸드백·보석·향수·가정용품까지 생산하고 있었으며, 많은 패션 애호가들이 그의 25년 디자이너 경력이 바야흐로 절정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 伊디자이너 베르사체 살해된 맨션에서 24주기 전날 두 남성 주검

    伊디자이너 베르사체 살해된 맨션에서 24주기 전날 두 남성 주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는 빌라 카사 카수아리나란 이름의 럭셔리 호텔 겸 이벤트 센터가 있다. 예전에 베르사체 맨션으로 불렸던 곳이다. 그렇다. 패션 명가를 일군 이탈리아 잔니 베르사체가 1992년 구입해 살던 맨션이었다. 베르사체는 1997년 7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이 맨션의 계단에서 광적인 팬이자 연쇄 살인마였던 앤드루 커내넌의 총격을 받고 살해됐다. 그런데 그의 24주기 전날에 이 호텔 객실을 정리하던 하우스키퍼가 두 남자의 주검을 발견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인사이더 닷컴 등이 15일 전했다. 에르네스토 로드리게스 마이애미 비치 경찰 대변인은 호텔 객실을 봉쇄했지만 이 호텔의 다른 시설들은 개방돼 있다고 밝혔지만 그 외는 일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베르사체는 그날 아침 산책을 나가 잡지들을 사서 집에 돌아오던 길에 커내넌과 맞닥뜨렸다. 커내넌은 벌싸 여러 카운티를 넘나들며 4명의 남성을 살해한 상태였다. 그는 베르사체의 머리에 총을 갖다 붙이다시피 해 방아쇠를 당겼다. 열렬한 팬이었다는데 왜 그랬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베르사체가 죽은 지 여드레 만에 극단을 선택했다. 베르사체가 눈을 감았을 때 나이 쉰 살 밖에 안 됐다. 그가 살해된 사연은 2018년 텔레비전 드라마 ‘잔니 베르사체의 암살-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로 제작돼 방영됐다. 그는 ‘접대부 패션’이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초창기에는 번쩍거리는 디자인을 과시했지만 나중에는 이를 누그러뜨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가 입은 의상처럼 세련되면서도 화려하고 섹시한 앙상블을 만들었다. 모델들에게 많은 급여를 지급해 언론들이 ‘슈퍼모델’이라고 불렀는데 형제인 산토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누이인 도나텔라는 디자이너이자 부사장으로 베르사체가 사망할 무렵 그의 기업은 남성복·여성복·아동복만이 아니라 핸드백·보석·향수·가정용품까지 생산하고 있었으며, 많은 패션 애호가들은 25년의 디자이너 경력이 바야흐로 절정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 [영상] 멸종위기 바다표범 건드리고 줄행랑…美 신혼부부 비난 폭주

    [영상] 멸종위기 바다표범 건드리고 줄행랑…美 신혼부부 비난 폭주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 미국 신혼부부가 멸종위기 바다표범을 건드렸다가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13일 하와이 언론 ‘스타 어드버타이저’는 멸종위기 몽크바다표범에 손을 댄 신혼부부에게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이지애나주 출신 스티븐과 라킨은 지난달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마우이섬 카팔루아에서 예식을 마친 두 사람은 하와이 북부 카우아이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원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카우아이섬은 ‘쥬라기 공원’, ‘킹콩’ 등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울창한 밀림과 변화무쌍한 해변은 다양한 동식물의 터전이다. 멸종위기 몽크바다표범도 이곳 카우아이섬에 여럿 서식한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의 무지한 행동은 몽크바다표범의 삶에 위협이다. 스티븐과 라킨 부부도 그 중 하나였다.카우아이섬을 찾은 두 사람은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몽크바다표범을 손으로 만지고 사진 촬영을 시도했다. 남편 스티븐이 촬영하고 아내 라킨이 자신의 SNS에 직접 올린 영상에는 웅크린 몽크바다표범에게 손을 올린 라킨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가롭게 누워있던 바다표범은 심기가 불편해진 듯 고개를 돌려 라킨의 손을 물려 했고, 놀란 라킨은 비명을 지르며 잽싸게 도망쳤다. 해당 영상은 즉각 하와이 주민들의 분노를 촉발했고, 야생동물을 함부로 만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남편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동물 애호가다. 어떤 동물도 다치게 하거나 위협하거나 겁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방법상 몽크바다표범을 만지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만 달러(약 5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C급 중범죄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최소 15m 거리에서 몽크바다표범을 볼 것을 권고한다.이에 대해 남편은 “몽크바다표범을 처음 봤고, 멸종위기종에 관한 법률을 알지 못했다. 이번 실수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논란이 일자 조사에 착수한 미국해양대기청은 이들 부부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다만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관련 보도 이후 남편은 “주민들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현지 문화나 생활방식을 무시하려던 게 아니”라고 밝히고, “그 누구도 화나게 할 의도는 없었다. 하와이 문화를 존중한다”며 재차 용서를 구했다. 멸종위기 몽크바다표범은 하와이 북서부 섬에 약 1100마리, 하와이제도 주요 섬에 3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몸무게는 250㎏에 달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거대 바다표범이다 보니 호기심을 갖는 관광객이 많다. 지난해 1월 하와이 오아후섬 해변에서도 한 남성 관광객이 몽크바다표범을 때리고 도망갔다가 미국해양대기청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 세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 세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

    국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전시가 열려 전시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동양의 디즈니라 불리는 카게에(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이 6월 10일~10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장르인 카게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을 말한다. 카게에는 라이팅 간판 광고의 효시이며, 버스 정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팅 광고 매체이 모티브라 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희망, 사랑, 공생을 주제로 한 동심 가득한 작품들과 성화를 포함한 16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다섯 군데에 설치된 수조와 모니터를 통해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도 볼 수 있다. 한편 후지시로 세이지는 1924년 도쿄 출생으로, NHK방송 개국 실험방송부터 방송콘텐츠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전시 주최자는 “위로가 필요한 어려운 시기, 98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에서 감동과 희망을 느끼시길 바란다”며 “후지시로 세이지가 생애 마지막 전시라고 여기며 혼신을 다해 준비한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오디오 가이드 수익금 일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재양성사업에 기부된다. 전시는 6월 10일~10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케이아트 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에서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프루스트와 발레리, 佛문학의 재발견

    프루스트와 발레리, 佛문학의 재발견

    ‘프루스트를 읽다’ 펴낸 정명환 교수 묘사력 감탄하며 자기중심주의 비판백선희, 발레리 경구 574편 뽑아 엮어이재룡, 문학 동향 소개 에세이 출간프랑스 문학 거장들을 조명하는 비평 에세이와 경구 선집 등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영미 대중 문학보다 독자층이 옅고 난해한 프랑스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끈다. 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대문호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문학 세계를 폭넓게 다룬 에세이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를 펴냈다. 정 교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해 2016년부터 5년 넘게 프루스트의 저작을 살펴 180개의 단상으로 남겼다. 그는 프루스트의 뛰어난 묘사력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개인적, 주관적 체험만이 중요하다”(380쪽)는 프루스트의 문학관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실존적 연대 의식이 부재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정 교수는 특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번역된 소설 제목을 ‘잃었던 때를 찾아서’라고 명명했다. 이는 ‘때’가 ‘시간’보다 포괄적이라는 판단에서다.백선희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는 20세기 전반기 프랑스의 대표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아포리즘(경구)을 모아 엮은 ‘폴 발레리의 문장들’(마음산책)을 펴냈다. 시 애호가들이 수없이 인용한 구절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해변의 묘지’)로 유명한 발레리는 1894년부터 51년간 매일 새벽 자신의 단상을 노트 261권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통찰력이 빛나는 글 574편을 백 번역가가 직접 뽑아 엮었다. 발레리가 보기에 인간은 ‘있을 수 있는 온갖 고통과 지고의 쾌락을 지고 두 다리로 버티는’(59쪽) 존재다. 그러면서 발레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가치를 부여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이 밖에 이재룡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프랑스 최신 문학 동향과 흐름을 소개한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현대문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이 교수는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글들의 총 완결편이기도 한 이 책을 통해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 19세기 인물에서부터 파트리크 모디아노, 르 클레지오 등 현재 거장들의 최신작 등 50여편을 분석한다. 실존 인물의 실제적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자 한 베로니크 올미의 ‘바키타’, 자전 소설로 화제의 중심에 선 크리스틴 앙고의 ‘생의 전환점’ 등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문단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현대 소설이 허구와 현실, 진실과 거짓 그 중간쯤 어느 회색 지대에서 오가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일침을 놓는다. 김화영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는 “샤르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이 1950~60년대 한국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며 “프랑스 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원전에 충실한 번역서도 잇달아 출간되는 등 지성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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