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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로라도 총격 희생 경찰에 일곱 자녀…바이든 “애틀랜타 조기 내려지기도 전에”

    콜로라도 총격 희생 경찰에 일곱 자녀…바이든 “애틀랜타 조기 내려지기도 전에”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총격 참사에 희생된 경찰이 일곱 자녀를 남기고 숨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CNN 방송은 23일(이하 현지시간) 협력사 KUSA의 보도를 인용, 총격에 숨진 볼더 경찰관 에릭 탤리(51)가 일곱 자녀를 뒀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자녀들의 나이가 5세부터 18세라고 전했다. 탤리의 부친 호머는 “아들은 어떤 것보다 가족을 사랑했다”면서 유머감각이 좋은 장난꾸러기였다고 슬퍼했다. 2010년부터 경찰로 일한 탤리는 식료품점에서 총격이 벌어졌다는 신고가 911에 들어오자 곧바로 출동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었다고 방송은 전했다.동료들은 탤리의 행동을 영웅적이라고 묘사하면서 추모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리스 헤럴드 볼더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탤리 가족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헤럴드 서장은 “그 경찰관 가족 전체가 몇 주 전 내 사무실에 왔었다”며 “상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탤리의 자녀 한 명이 형제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수행해 목숨을 살렸고, 이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헤럴드 서장은 “그는 가족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쳤다. 아들 중 한 명이 동전을 삼켰고, 이렇게 가르쳤기 때문에 다른 아들이 그 작은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그래서 볼더 경찰이 그 아들에게 생명을 구한 데 대해 상을 줬다”고 말했다. 헤럴드 서장은 탤리에 대해 “그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다. 경찰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전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더 높은 소명을 느꼈다. 그리고 이 지역사회를 사랑했다. 그는 경찰이 누릴 만하고 필요한 모든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그는 이 지역사회에 마음을 썼고, 볼더 경찰에 마음을 썼다. 가족을 아꼈고,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죽을 준비가 돼 있었다”고 기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총격의 동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된 바 없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으며 희생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느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위로했다. 그는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게양한 조기가 내려지기도 전에 또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를 위한 입법을 상·하원에 촉구했다. 그는 또 “상원은 (총기구매) 신원조사의 허점을 막기 위한 하원의 법안 두 가지를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당파적 이슈여서는 안 된다. 이건 미국의 이슈다. 그게 생명을, 미국인의 생명을 살릴 것이고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취재진을 만나 “하루를 시작하고 삶을 살아가고 아무도 괴롭히지 않은 10명이었다”면서 “엄청난 용기와 영웅적 행위로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도 있었다. 일곱 자녀가 있다고 한다. 비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 탤리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데니 스트롱(20), 네벤 스타니시치(23), 리키 올즈(25), 트랠로나 바트코비악(49), 수전느 폰테인(59), 테리 라이커, 에릭 탤리(이상 51), 케빈 마호니(61), 린 머리(62), 조디 워터스(65)로 신원이 공개됐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뒤 엿새 만에 또다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CNN은 지난 16일 애틀랜타 총격을 시작으로 다음날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서 5명이 총에 맞았고 18일에는 오리건주 그레셤에서 4명이 총격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토요일인 20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클럽에서 5명이 총격으로 다쳤고 같은 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8명이 총에 맞고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지난 7일간 모두 7건의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볼더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다쳐 붙잡힌 용의자가 21세 남성 아흐마드 알알리위 알리사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용의자에게 10건의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이날 볼더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할 예정이다. 볼더 카운티 검찰은 알리사가 콜로라도주 중부 도시 알바다 출신이며, 생애 대부분을 미국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체포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안정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현지 방송 카메라에는 수갑을 찬 채 식료품점 매장 밖으로 끌려 나오는 한 남성이 포착됐다. 그는 경찰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갈 때 상의를 입지 않았고, 오른쪽 다리에 피를 흘리며 절뚝거렸다. 경찰은 아직 수사 초기 단계라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이클 도허티 볼더 카운티 검사는 용의자가 왜 식료품점에서 발포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며 수사 초기 단계지만 단독 범행에 무게를 실었다. AP 통신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범행 당시 경량 반자동 소총인 AR-15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용의자 집에서는 다른 무기도 발견됐다고 CNN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콜로라도 총기 난사… 처음 도착한 경찰도 숨졌다

    콜로라도 총기 난사… 처음 도착한 경찰도 숨졌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22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숨졌다.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된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6일 만에 참극이 이어지면서 총기 규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마리스 헤럴드 볼더 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에릭 텔리(51) 경찰관을 포함해 10명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텔리는 오후 2시 30분 911신고 접수 후 출동 요청에 가장 빨리 응답했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텔리에게는 7명의 아이가 있고 막내가 7살이다. 40세에 경찰이 됐지만 위험한 상황을 걱정하는 가족을 안심시키려 드론 조종사 과정을 배우고 있었다.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한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식료품점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 대학생인 퀸린 슬론(21)은 “처음에는 총소리가 작아서 누가 물건을 떨어뜨린 줄 알았지만 곧 15~20발 정도가 매우 빠르게 울렸다”며 “주차장을 가로질러 뛰어 피하고 보니 장을 보던 물건들도 든 채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무장한 특수기동대(SWAT)와 헬기를 투입해 건물을 포위하고 곧 용의자를 체포했다.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용의자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용의자의 신원 및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악의 얼굴을 봤다. 모든 지역 주민과 슬퍼한다”고 말했다. 덴버포스트는 학생 2명이 900여발의 총을 쏴 13명이 숨졌던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참사 이후 20년간 콜로라도주가 미 전역에서 다섯 번째로 총기 난사 사건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애틀랜타 참사에 이어 이날 비극까지 이어지자 2011년 총기 난사 사건 때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생존한 개브리엘 기퍼즈 전 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지도자들이 (총기 규제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지났다”고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애틀랜타 참사 직후 트위터에 “팬데믹(대유행)과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미국에서 더 오래 유행병처럼 번졌던 총기 폭력을 계속 무시해 왔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총기 규제 강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최근 총기 거래자의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돼 상원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총기소지 옹호 단체의 반발로 상원 통과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질지 이목이 쏠린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증오 멈춰라” 시위나선 아시아계 여성, 7살 딸 앞서 증오폭행 피해

    “증오 멈춰라” 시위나선 아시아계 여성, 7살 딸 앞서 증오폭행 피해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 인권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위에 참가한 아시아계 여성이 증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BC뉴욕은 21일(현지시간) 30대 아시아계 여성 한 명이 증오범죄 항의 시위 도중 증오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는 '아시안 혐오를 멈추라'(Stop Asian Hate)는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증오범죄 규탄 시위를 벌였다. 아시아계 여성 A씨(37)도 집회장소로 향했다. 한 손에는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팻말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한 남성이 다가와 팻말을 빼앗아 내동댕이치곤 항의하는 A씨를 폭행했다. 옆에는 A씨의 7살난 딸이 있었다.A씨는 “용의자가 다가오더니 팻말을 달라고 하더라. 집회에 가는 줄 알고 팻말을 건넸더니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만하라고 다그치자 얼굴을 두 차례 때린 뒤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발목을 삐었으며, 얼굴에는 열상과 멍이 생겼다. 목발을 짚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A씨는 “단지 그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동요했다. 사건을 목격한 행인 몇몇은 용의자를 쫓아 지하철역까지 따라간 후 인상착의를 촬영해 경찰에 제공했다. 용의자는 자신을 따라온 행인들을 향해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하는 기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정확히 보고 듣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건넬 것을 주문했다.흑인 혹은 유대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사건 다음 날인 22일 저녁 체포됐다. 뉴욕경찰(NYPD)은 용의자 에릭 들리브라(27)를 붙잡아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계 여성 6명이 목숨을 잃은 끔찍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 인권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특히 심해진 인종차별적 증오범죄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뉴욕 내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올 1/4분기까지 석달간 벌써 2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기간 비슷한 범죄가 2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 급증세를 가늠할 수 있다.하지만 이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 인권 운동에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도리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에 대한 증오범죄 혐의 적용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듯한 분위기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은 현재 용의자에게 악의적 살인과 가중폭행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포토] 아시아계 애로 청취하는 래리-유미 호건 주지사 부부

    [포토] 아시아계 애로 청취하는 래리-유미 호건 주지사 부부

    미국 메릴랜드주의 퍼스트레이디인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를 멈추라며 아시아계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이날 ‘한국로’(Korean Way)를 찾아 아시아계 상인의 애로를 청취하는 호건 주지사 부부. 오른쪽이 유미 호건 여사. 2021.3.23 호건 주지사 트위터 제공
  • 유미 호건 “아시아계 문화 아니지만, 지금은 목소리 높일 때”

    유미 호건 “아시아계 문화 아니지만, 지금은 목소리 높일 때”

    남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현장 방문“미국이 우리집… 누구든 돌아가란 말 안돼”“목소리를 높이는 건 우리(아시아계 미국인)의 문화가 아닙니다. (이민) 1세대에게는 특히 그렇죠. 왜냐면 언제나 일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퍼스트레이디인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는 22일(현지시간) 남편 래리 호건 주지사와 하워드 카운티의 ‘한국로’(Korean Way)를 찾아 식당, 미용품점 등 주변 상가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볼티모어 선 등이 보도했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의 총격에 8명이 숨진 참사로 아시아계의 현실을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호건 여사는 한국계 딸 셋을 둔 이민 1세대로, 한국계 중 처음으로 주지사 부인에 올랐다. 호건 여사는 “우리(아시아계)가 왜 두려워해야 하느냐”고 호소한 뒤 “우리 모두 미국인이고 이민자임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미국)이 우리 집”이라며 누구든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 “우리의 이야기가 미국 이야기이고, 미국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라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몇주전 막내 딸이 ‘아시아계 친구의 부모가 주유소에서 폭행을 당해 운전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며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나는 그들이 평생 겪어온 인종차별에 진저리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주 의회에 아시아계 혐오 범죄의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자금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올해 구정 전날 하워드 카운티에서는 아시아계 사업장 6곳이 강도와 공공기물파손으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메릴랜드주에서 아시아계 인구 비율은 약 7%이며, 하워드 카운티에서는 18%에 이른다. 호건 주지사 내외가 찾은 한국로는 약 5마일(약 8㎞)에 이르는 거리에 한국계가 운영하는 160개 이상의 사업체가 모여 있다. 한국로라는 이름도 호건 주지사가 명명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아이들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애틀랜타 한인 희생자 3인의 사연

    “아이들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애틀랜타 한인 희생자 3인의 사연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늦은 나이에도 일한 것은 아니었다. 늘 두세 가지 일을 함께 해 손녀는 전사라고, 바위 같다고 했다. 미군과 결혼해 두 아들을 키운 어머니는 얼마 전 구한 직장에서 참변을 당했다. 한 여성의 사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 사람 각각의 사연이다. 이역만리에서 자녀들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고 희생했던 한국 어머니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에서 총격범 로버트 에런 영(21)의 총격에 스러진 한 인 희생자 네 명 가운데 이미 국내 언론에도 널리 소개된 현정 그랜트(51) 외에 순정 박(74), 순자 김(69), 용애 유(63) 세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영국 BBC가 22일 정리해 눈길을 끈다. 사흘 전 애틀랜타 경찰이 신원과 사인 등을 처음 공개했을 때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내용을 뒤늦게 소개한 것이다. 순정 박씨는 골드스파에서 요리를 만드는 일을 했다고 그의 가족이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밝혔다. 애틀랜타로 오기 전 그는 뉴욕 도심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8명의 총격 희생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그의 사위 스콧 리는 신문에 “워낙 건강해서 모두가 100살 넘어까지 살 것이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활발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해 그 나이까지 일한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 장가왔을 때부터 한 지붕 아래 살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고 밝힌 리는 장모가 오는 6월쯤 딸네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이사 올 계획이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순자 김씨는 1980년대 미국에 왔다고 WP는 전했다. 역시 골드스파 직원이었는데 손녀 레지나 송은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할머니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늘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냈다면서 전사이며 바위 같다고 했다. 두 자녀와 세 손주를 뒀다. 송은 “할머니는 내가 늘 여자로서 갖기를 원했던 모든 것을 대변했다. 그에겐 한 웅큼의 증오와 신랄함도 없었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번 내게 전화해 ‘굳세게 살아가라,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서 할머니가 원했던 것은 단하나 “할아버지와 함께 늙어가고 자녀들과 손주들이 자신들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용애 유씨는 미군으로 근무하던 맥 피터슨과 결혼해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전했다. 두 아들을 낳고 이혼했다. 전 남편 피터슨은 “좋은 엄마였으며 늘 아이들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두 아들은 일간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실직했지만 마사지 치료사 자격증이 있어 골드스파 건너편 아로마테라피 스파에 일자리를 구했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로버트가 만든 모금 페이지 프로필에는 “손수 한국 요리를 만들어 접대하고 한국식 가라오케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아주 좋아했던 대단한 여성이었다”고 돼 있다. 그는 “매주 일요일 쇼핑을 보러 가 전통 한국음식을 즐기는 것이 낙이었던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롱이 악의적 살인(malice murder)과 가중폭행(aggravated assault)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증거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연방 법률에 따르면 검찰은 증오범죄와 관련해 희생자들이 인종·성별·종교·국적·성적지향 같은 특정 요인 때문에 표적이 됐거나, 용의자가 헌법이나 연방 법으로 보장되는 행위를 위반했다는 점을 규명해야 한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증오범죄를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 아시아계 시위대 향해 차량 돌진까지…증오범죄 여전(영상)

    미 아시아계 시위대 향해 차량 돌진까지…증오범죄 여전(영상)

    LA 시위대에 중국 욕설하며 차량 돌진뉴욕 대낮 길거리서 시위中 여성 폭행도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사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집회가 확산하는 가운데 시위대를 노린 차량 돌격 증오범죄까지 등장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는 한 남성이 증오범죄 항의 시위대를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22일(현지시간) 지역방송 KTLA가 보도했다. LA 카운티 보안관실에 따르면 21일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 시에서 열린 증오범죄 규탄 집회에서 시위대가 행진하며 도로 교차로를 건너려 하자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유턴하며 시위대를 향해 두 차례 돌진했다. LA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운전자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 뒤 차에서 내려 욕설을 하고 중국을 비방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면서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도 증오범죄 항의 시위대를 겨냥한 폭행 사건이 발생해 증오범죄 전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NBC 방송이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37세의 피해 여성은 21일 오전 11시 37분쯤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걷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의 팻말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쑤셔 넣으려다 여의치 않자 팻말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발로 밟았다. 여성이 항의하자 남성은 오히려 주먹으로 여성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린 뒤 인근 지하철역으로 도망쳤다. 피해 여성은 얼굴에 상처가 나고 입술에 멍이 들었으며, 가해 남성을 뒤쫓다가 발목을 삐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뉴욕 경찰은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공개하며 증오범죄 전담 태스크포스(TF)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확성기 쥔 샌드라 오·청문회 선 대니얼 대 김, 증오범죄 규탄 전면에 나선 한국계 스타들

    확성기 쥔 샌드라 오·청문회 선 대니얼 대 김, 증오범죄 규탄 전면에 나선 한국계 스타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한국계 스타들도 증오범죄 규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샌드라 오(왼쪽)는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전날에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서 확성기를 쥐고 “우리는 처음으로 두려움과 분노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 아시아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배우 대니얼 대 김(오른쪽)은 18일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시아계에 대한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을 증언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동생이 2015년 증오범죄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으며 “가해자에게 다른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폭행 전력이 있었지만 경찰은 난폭운전 혐의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도 트위터에 아시아계 피해자들을 돕는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제이 베이커 대변인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는 총격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을 두고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옹호하며 인종차별적 편견을 드러내 비난을 받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아시아계, 이제 행동할 때다” 백악관 코앞 1000명의 외침

    “아시아계, 이제 행동할 때다” 백악관 코앞 1000명의 외침

    참석자 전원 마스크 쓰고 차별 경험 성토“워싱턴서 6년 생활… 아시아계 결집 처음”“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이름이 사라졌다”지나가던 차량도 경적 응원·공감대 형성 ‘보이콧 차이나’ 등 반중단체들과 설전도“미국 워싱턴DC에서 6년을 살았는데,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에 대해 우리 스스로 결집해 나서는 것을 처음 봅니다. 이제는 소리를 치고, 행동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흑인시위가 거셌던 백악관 인근 ‘BLM 플라자’에서 도보로 불과 2분 거리인 맥퍼슨 스퀘어에서 21일(현지시간) 만난 미미 송은 ‘아시안 혐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라고 적은 피켓을 든 채 “이제는 (아시아계 혐오를) 바꾸자”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모인 1000여명의 시민들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로버트 에런 롱(21)에게 희생당한 8명을 추모하고,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범죄를 규탄했다. 시위는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시카고 등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두 아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싱글맘’ 현정 그랜트 등 아시아계 여성 희생자 6명의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든 중국계 탄잉(52)은 “이곳에서 25년을 살았는데 많은 여성 피해자의 이름이 슬며시 사라졌다. 이들의 이름을 함께 부르고 함께 아파해야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차용한 ‘미국을 다시 친절하게’(Make America Kind Again)라고 적은 피켓을 들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트럼프의 대중국 혐오발언이 최근 아시아계 혐오범죄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극적인 참사를 단지 ‘나쁜 날’로 표현했던 애틀랜타 경찰을 비판하는 ‘나쁜 날은 살인을 정당화하지 않는다’(BAD DAYS don´t Justify Murder)라고 적은 피켓도 꽤 있었다. 이날 시위는 연단 없이 잔디밭 중앙에서 누구나 자신의 인종차별 경험담 등을 얘기하고, 둘러싼 시민들이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언권을 얻은 시민들은 “인종차별과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고, 아시아계가 많았지만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흑인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이 함께했다.가족 단위 참가도 많아 맥퍼슨 스퀘어 한켠의 돌바닥에 분필로 ‘서로를 보호하자’(protect each other)라고 써 놓은 것을 아이들이 덧칠하며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얼굴 없는 희생자’들을 그린 판화를 흰색 천이나 종이에 찍어 주는 문화행사도 있었다. 여기서 만난 백인 어맨다 은 “베트남인 남편과 결혼해 딸이 있는데,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나왔다. 이건 미국이 아니다. 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집회를 응원했고, 행인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시아계의 분노에 공감했다. 하지만 시위 도중 ‘보이콧 차이나’, ‘위구르 집단학살을 멈춰라’라는 문구를 붙인 반중단체 차량들이 나타났다. 이 중 한 대가 시위대 앞에 섰고, 운전자는 “중국은 집단학살국가”라고 소리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시위대 일부가 “우리는 미국인이다. 중국에 가서 말하라”고 화를 냈지만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다 사람들이 더 몰려오자 자리를 떠났다. 글 사진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애틀랜타 총격] “우리 할머니는 천사였어요”…기억해야 할 한인의 삶

    [애틀랜타 총격] “우리 할머니는 천사였어요”…기억해야 할 한인의 삶

      “우리 할머니는 천사였어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총격 사건으로 숨진 한인 여성들의 삶이 재조명 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뉴욕포스트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총격 사건의 희생자 중 한 명인 故 김순자(69) 씨는 1980년대 당시 남편 및 두 자녀와 함께 한국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김 씨의 손녀에 따르면 그는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고, 편의점 직원이나 야간 청소부, 접시닦이 등 고된 육체노동을 쉬지 않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루를 살아내기 바쁜 일상 속에서도 타인을 위한 배려와 희생을 잃지 않았던 김 씨는 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한국 결식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아동재단’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수도 워싱턴의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공로로 대통령봉사상을 타기도 했다. 김 씨의 손녀는 “할머니는 동시에 2~3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투사(Fighter)와도 같았다”면서 “나와 매주 전화통화를 할 때에는 ‘강하게 살아라. 내 손녀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말해주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민자로서 할머니가 원했던 것은 할아버지와 함께 늙어가며 당신은 누리지 못했던 삶을 자녀와 손자가 누리는 걸 지켜보는 것이었다”면서 “그녀는 언제나 순수한 마음이었고, 내가 아는 한 가장 사심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온라인모금사이트인 ‘고펀드미’를 통해 김 씨를 추억하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기준, 10만 4000달러(약 1억 1800만 원)의 기부금이 쏟아졌다. 김 씨의 손녀는 “우리 할머니는 천사였다. 이렇게 끔찍하게 할머니를 잃을 수는 없었다”며 “기부금은 할머니의 추모식과 장례식에 사용될 것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모두를 사랑하는 미국인으로서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용의자에게 21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으로, 현재 살인 및 폭행 혐의로 수감돼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는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지 사법 당국은 여전히 용의자에게 증오범죄 협의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78세 바이든 전용기 오르다 세 번 삐끗… 백악관 “100% 괜찮다”

    78세 바이든 전용기 오르다 세 번 삐끗… 백악관 “100% 괜찮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가기 위해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 기내로 연결되는 계단을 가볍게 뛰듯이 오르던 중 발을 헛디뎌 휘청거린 뒤 넘어지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날 세 번이나 발을 헛디딘 바이든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백악관 측은 당시 바람이 매우 심했다며 “대통령은 100% 괜찮다”고 했다. 올해 78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에도 반려견과 놀아 주다가 미끄러져 발목을 다치는 등 고령 탓에 건강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 AFP 연합뉴스
  • “아시아계 미국인, 美서 영원한 이방인… 美경찰, 혐오범죄 적용 지나치게 엄격”

    “아시아계 미국인, 美서 영원한 이방인… 美경찰, 혐오범죄 적용 지나치게 엄격”

    “인종 편견이 관찰된 범죄로 좁게 정의트럼프 ‘중국 코로나’ 발언, 혐오 부추겨청년층 교육 확대 등 근원적 치유해야”“미국에서는 많은 이들(백인)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봅니다. 학대가 쉽게 일어나는 이유죠.”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들이 연합한 ‘스톱 AAPI 헤이트’를 창설한 러셀 증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아시안아메리칸연구소 교수는 20일(현지시간)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 근절이 힘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 경찰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참사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에 대해 ‘성중독자’임을 내세워 혐오범죄 적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증 교수는 “경찰이 혐오범죄를 ‘인종 편견이 관찰된 범죄’로 좁게 정의하고 있다”며 “증거가 없다면 (사건의 정황만으로는) 적용하지 않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롱이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업소만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인종적 편견 때문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아시안아메리칸연구소도 지난 17일 성명에서 ‘반아시아적 혐오가 원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증 교수는 최근 아시아계 혐오범죄의 급증에 대해 “미국에는 아시아계가 자신들을 괴롭히는 아웃사이더라는 식의 ‘황화 공포’(아시아계가 서양 문명을 압도한다는 백인들의 공포심)가 오랜 기간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오 발언이 이런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을 자유롭게 해 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스톱 AAPI 헤이트에 3800건이 넘는 혐오사건이 접수됐다. 증 교수는 향후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범죄뿐 아니라 학교 내 괴롭힘, 사이버폭언 등을 포함해 인종차별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인종적 공감 및 연대감을 증진시키는 교육을 확대하는 등 인종차별의 근원을 치유하는 방식이 폭력의 악순환을 깨뜨리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美전역 “아시아인, 바이러스 아냐”… 바이든 “증오범죄법 처리를”

    美전역 “아시아인, 바이러스 아냐”… 바이든 “증오범죄법 처리를”

    시민 수백명 애틀랜타 의사당까지 행진 신중론서 선회한 바이든 “증오범죄 규탄”아시아계, 혐오범죄 예산 3억弗 등 요청샌드라 오 “아시아인이라 자랑스럽다”한국계 4명 등 8명이 사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신중론을 접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증오범죄법 처리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열어 아시아인을 향한 차별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과 부인이 이번 사건에 대한 국가적 슬픔과 분노를 공유한다며 “의회가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을 신속히 처리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우리 국가를 오랫동안 괴롭힌, 젠더 폭력과 반(反)아시아 폭력이라는 위기를 가장 강도 높은 어조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오범죄법은 팬데믹(대유행) 기간 늘어난 증오범죄에 대해 연방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게 하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관련 정보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성명은 사건 발생 직후 증오범죄라고 규정 짓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첫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언제나 그랬다. 성차별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애틀랜타를 직접 찾아 아시아계 지도자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미국 내 183개 이상의 아시아·태평양계(AAPI) 단체는 간담회에서 증오범죄 해결에 앞장서라며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차별 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장기적인 안전을 위해 3억 달러(약 3390억원) 규모의 별도 예산을 확보할 것과 연방 차원의 노력을 조율할 백악관 차원의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주장했다. 주말 동안 애틀랜타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 곳곳에서는 증오범죄에 분노하는 집회가 열렸다. 애틀랜타 시내에선 한인을 포함한 시민 수백명이 모여 주 의회 의사당까지 행진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츠버그에서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깜짝 등장해 “여기에서 여러분과 함께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 우리가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건 처음”이라며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 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한편 희생된 한인 피해자 유모씨의 유족은 조지아주 북부 연방 검사장을 지낸 한국계 박병진(BJay Pak)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가족에게 헌신한 ‘그녀’를 잃었다

    가족에게 헌신한 ‘그녀’를 잃었다

    애틀랜타 희생자 안타까운 사연들“어머니는 우리 형제를 위해 평생을 바친 싱글맘이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고,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현정 그랜트(51)의 장남 랜디 박(23)이 기금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사연을 보고 20일까지 약 6만 9300명이 모금에 참여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솔직히 길게 슬퍼할 시간이 없다. 동생과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식비,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2만 달러(약 2260만원)를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약 266만 달러(약 30억원)가 답지했다. 이에 랜디 박은 “내가 세상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그간 그는 인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 카페 동료는 “엄마를 유독 좋아하고 위했다. 너무 착하기만 한 친구여서 더욱 안타깝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로버트 애런 롱(21)의 총격에 희생된 8명 중 4명이 한국인이었고, 그랜트는 이 중 유일한 한국 국적자다. 랜디 박은 데일리비스트에 ‘어머니에게서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랜디 박은 20일 NBC방송에 시애틀에서 살다 13년 전 동생인 에릭 박(20) 등 3명의 가족이 한국인이 많은 애틀랜타로 이사 왔지만, 돈을 벌러 떠난 어머니와 “1년간 떨어져 지내야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그랜트는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 집세 등을 늘 걱정하는 형편이었다. 차가 없던 그랜트는 전화로 두 아들을 챙긴 뒤 친구 집에서 잠을 청하곤 했는데, 사건 발생 전날인 15일 밤 ‘굿나이트’ 인사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고 형제는 전했다. 애틀랜타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비통함을 더했다. 골드스파에서 그랜트의 동료였던 김순자(69)씨와 박순정(74)씨도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미국 국적 한인이다. 김씨는 1980년 무렵 영어도 할 줄 모른 채 이민을 와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편의점, 부동산 등에서 동시에 몇 개의 일을 하며 2명의 아이를 키워 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손녀는 고펀드미에 “할머니는 전사였다”고 썼고, 김씨를 위해 2500여명이 10만 5000달러(약 1억 2000만원) 넘게 기부했다. 박씨는 워낙 건강해 ‘주변에서 100살까지 충분히 살겠다’는 말을 줄곧 들었고, 돈을 버는 것보다 소일거리로 골드스파에서 직원들의 식사를 해 주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골드스파의 맞은편 아로마세라피스파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유영애(63)씨도 한인 동포였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 코로나19로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뒤 새로 구한 직장이었다. 이 밖에 첫 번째 총격이 있었던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숍에서 나온 4명의 희생자는 고객이었던 백인 여성 딜레이나 애슐리 욘(33), 백인 남성 폴 안드레 미컬스(54), 중국 출신의 마사지숍 운영자 탄샤요제(49), 종업원 다오위 펑(44)이었다. 욘은 남편과 마사지를 받다가 변을 당했는데,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은 생존했다. 중태에 빠진 엘시아스 에르난데스오르티스(30)는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로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러 스파 옆 환전소에 갔다가 총탄에 맞았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가족에게 헌신한 ‘그녀’를 잃었다

    가족에게 헌신한 ‘그녀’를 잃었다

    애틀랜타 희생자 안타까운 사연들“어머니는 우리 형제를 위해 평생을 바친 싱글맘이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고,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현정 그랜트(51)의 장남 랜디 박(23)이 기금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사연을 보고 20일까지 약 6만 8800명이 모금에 참여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솔직히 길게 슬퍼할 시간이 없다. 동생과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식비,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2만 달러(약 2260만원)를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약 263만 9000달러(약 30억원)가 답지했다. 이에 랜디 박은 “내가 세상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그간 그는 인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 카페 동료는 “엄마를 유독 좋아하고 위했다. 너무 착하기만 한 친구여서 더욱 안타깝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런 롱(21)의 총격에 희생된 8명 중 4명이 한국인이었고, 그랜트는 이 중 유일한 한국 국적자다. 데일리비스트는 그랜트가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전했다. 랜디 박은 20일 NBC방송에 시애틀에서 살다 13년 전 한국인이 많은 애틀랜타로 이사 왔고, 돈을 벌러 떠난 어머니와 “1년간 떨어져 지내야 했다”고 밝혔다. 둘째 아들 에릭 박(20)은 엄마가 직접 해준 김치찌개를 떠올리며 “엄마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가 없는 그랜트는 전화로 두 아들을 챙긴 뒤 친구 집에서 잠을 청하곤 했는데, 사건 발생 전날인 15일 밤 ‘굿나이트’ 인사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고 형제는 전했다. 애틀랜타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비통함을 더했다. 골드스파에서 그랜트의 동료였던 김순자(69)씨와 박순정(74)씨도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미국 국적 한인이다. 김씨는 1980년 무렵 영어도 모르고 이민을 와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편의점, 부동산 등에서 동시에 몇 개의 일을 하며 2명의 아이를 키워 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손녀는 고펀드미에 “할머니는 전사”라고 썼다. 박씨는 워낙 건강해 ‘주변에서 100살까지 충분히 살겠다’는 말을 줄곧 들었고, 돈을 버는 것보다 소일거리로 골드스파에서 직원들의 식사를 해 주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골드스파의 맞은편 아로마세라피스파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유영애(63)씨도 한인 동포였다. 두 아이의 엄마로 코로나19로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뒤 새로 구한 직장이었다. 이 밖에 첫 번째 총격이 있었던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숍에서 나온 4명의 희생자는 고객이었던 백인 여성 딜레이나 애슐리 욘(33), 백인 남성 폴 안드레 미컬스(54), 중국 출신의 마사지숍 운영자 탄샤요제(49), 종업원 다오위 펑(44)이었다. 욘은 남편과 마사지를 받다가 변을 당했는데,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은 생존했다. 중태에 빠진 엘시아스 에르난데스오르티스(30)는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로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러 스파 옆 환전소에 갔다가 총탄에 맞았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엄마 잃은 두 아들의 슬픔에 7만명이 함께 울었다

    엄마 잃은 두 아들의 슬픔에 7만명이 함께 울었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를 위해 평생을 바친 싱글맘이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고,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현정 그랜트(51)의 장남 랜디 박(23)이 기금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사연을 보고 20일까지 약 6만 9300명이 모금에 참여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솔직히 길게 슬퍼할 시간이 없다. 동생과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식비,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2만 달러(약 2260만원)를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약 266만 달러(약 30억원)가 답지했다. 이에 랜디 박은 “내가 세상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그간 그는 인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 카페 동료는 “엄마를 유독 좋아하고 위했다. 너무 착하기만 한 친구여서 더욱 안타깝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에릭 남 “우리 목소리를 들어라”…케이팝 스타들 “혐오 그만” 한목소리

    에릭 남 “우리 목소리를 들어라”…케이팝 스타들 “혐오 그만” 한목소리

    “만약 당신이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아계 대상 폭력에 놀랐다면, 당신은 듣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다.”(If You’re Surprised by the Anti-Asian Violence in Atlanta, You Haven’t Been Listening. It‘s Time to Hear Our Voices.) 한국계 4명 등 8명이 희생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향해 케이팝 스타들이 “아시아인을 향한 차별을 멈추라”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에릭 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타임지 사이트에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아시아·태평양계(AAPI)가 겪는 차별 경험을 낱낱이 담은 글을 기고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할지 토론하는 동안 나를 포함한 수백만 아시아·태평양계 사람들은 버림받은 기분을 느낀다”면서 “과거의 경험, 우리의 현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우리 공동체가 겪을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돼 있다”고 썼다. 이어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던 지난 12개월 동안 우리 공동체가 보낸 도움 요청과 경고 신호는, 마치 이웃이 아닌 세상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듯 무시당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많은 이들에게 아시아·태평양계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안과 트라우마, 정체성의 위기에 시달리는 경험”이라고 표현하면서 학창 시절 동급생들 앞에서 교사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도 털어놨다.에릭 남은 이번 애틀랜타 총기 난사에 인종적 동기가 없다고 보는 것은 “전적으로 순진하고 그 자체로 인종차별적”이라면서 “왜 우리 공동체의 여성들이 당신들의 성중독 배출구이자 희생자인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라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이 범행 이유에 대해 자신을 ‘성중독’이라고 했고, 미 연방수사국(FBI)도 “현재까지는 증오범죄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데 따른 지적이다. 에릭 남은 “우리는 상처 받고, 지치고, 슬픔에 가득 차 있고, 화가 나 있다. 우리는 계속 인내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간절히 원하고 필요로 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가수 박재범은 인스타그램에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 해시태그와 함께 “도움을 주고 목소리를 보태 달라”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괜찮지 않다. 증오가 아닌 사랑을 퍼트리자”고 했다. 타이거JK와 씨엘, 에픽하이 타블로, 보이그룹 피원하모니 등도 소셜미디어에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메시지를 공유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애틀랜타 연쇄총격은 조지아주 증오범죄법 적용 첫 시험대”

    “애틀랜타 연쇄총격은 조지아주 증오범죄법 적용 첫 시험대”

    “아시아계 미국인은 근면하고 교육을 잘 받았고,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모범 소수자’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그들이 증오범죄 희생자란 평가를 잘 내리지 않게 되죠.”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인 미셸 아우는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이같이 털어놨다. 아우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인종차별적 용어를 남발한 뒤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이 가중됐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인종차별로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지난 16일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을 연쇄총격으로 살해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이 지난해 조지아주에서 제정한 증오범죄법 적용을 받을 여지가 줄어드는 와중에 가디언은 아우 상원의원의 지적을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증오범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이 법을 두고 있지 않은 4개주 중 한 곳이었다. 지난해 2월 조깅하다 어떤 집의 공사현장을 잠시 살펴본 25세 흑인청년 아마드 알베리가 백인들에게 쫓기다 총격을 입고 사망한 사건이 공분을 일으킨 뒤에야 조지아주 증오범죄법이 제정됐다. 이후 조지아주에서 증오범죄로 판명되면 최소 2년형 이상 형량이 높아지고, 최대 5000달러(약 5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오범죄법이 롱의 사건에 적용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롱은 성 중독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아시아계나 여성에 대한 증오 때문에 범죄를 저질른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어서다. 롱의 진실과 다르게 그가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들만 범행 장소로 고르고, 그에게 희생된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란 점 때문에 증오범죄라는 평가는 이어지고 있다. 조지아주법은 살인에 대한 최소 형량을 종신형으로 정했다. 복역 30년 뒤 가석방이 될 수도 있지만, 롱처럼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지른 경우라면 풀려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그에게 증오범죄법을 적용해 몇 백만원의 벌금을 더 부과하는데 공소 노력을 더 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척 에프스트라티온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법이 어떤 범죄인지를 명확하게 부르는 것은 피해자와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며 증오범죄법 적용을 주장했다. 이참에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어떤 양상을 띄는지 규정짓는 일도 중요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매체는 또 다른 기사에서 1992~2014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양상을 연구한 지난 1월의 PMC 등재지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에선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에 의해 저질러질 가능성이 높고, 학교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흑인·히스패닉에 대한 증오범죄와 양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구 저자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전통적으로 ‘모범적 소수’로 간주되지만, 그들의 성공이 허용 가능한 한계를 넘으면 소수자에 대한 견제를 받아 증오범죄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엄마 잃은 한인 형제에게 손 내민 6만8천명…30억원 후원 [애틀랜타 총격]

    엄마 잃은 한인 형제에게 손 내민 6만8천명…30억원 후원 [애틀랜타 총격]

    16일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한인 형제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CNN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현정 그랜트(한국이름 김현정, 51)의 두 자녀에게 후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랜디 박(22)은 18일 밤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어머니는 애틀랜타 골드스파 총격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면서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는 나와 내 동생을 위해 평생을 바친 미혼모”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머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고, 우리 형제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다. 어머니를 잃고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증오의 크기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격 사건의 유일한 한국 국적 희생자인 박씨의 어머니 현정 그랜트는 사건 당일 일터인 골드스파에서 백인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 난사에 머리를 맞아 숨을 거뒀다.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여읜 박씨는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미국에는 나와 동생뿐이다. 나머지 가족은 한국에 있어서 올 수 없다. 어머니가 떠난 비극적 현실 속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고, 돌봐야 할 동생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함을 드러냈다. 박씨는 “일단 지금 사는 곳에서 3월 말까지 이사해달라는 권고를 받았다. 당장 어머니 장례가 급선무인데, 법적 문제로 시신을 수습할 수가 없다. 이사까지 남은 2주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상황 정리를 위해 적어도 한 달은 지금 사는 집에 머물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서 “기부금은 장례 비용과 식비, 기타 경비 등 기본 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금액이 얼마든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졸지에 어머니를 잃고 둘만 덩그러니 남겨진 형제의 사연이 전해지자 전 세계 6만여 명이 마음을 보탰다. 하루 만에 목표액 2만 달러(악 2200만 원)의 100배가 넘는 돈이 모였다. 20일 밤 현재 6만8000여 명이 보낸 후원금은 260만 달러(약 29억 4000만원)를 넘어섰다.예상을 뛰어넘는 후원에 박씨는 “이렇게 많은 지원을 받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후원금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오지 않지만, 순전히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남은 날들을 살아가겠다. 어머니도 내가 세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씨 형제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둘째 아들 에릭 박(21)씨는 한국 음식점에서 함께 먹은 순두부찌개와 엄마가 직접 해준 김치찌개 등을 떠올리며 “엄마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해도 한 번도 화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그랜트씨는 차가 없어 직장이나 근처 친구 집에서 잠을 청하는 일이 많았고 이 때문에 두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일이 끝나면 꼭 전화를 걸어 두 아들을 챙겼다고 한다. 사건 발생 전날인 15일 저녁에도 전화를 걸어왔는데 이것이 마지막 통화가 돼버렸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어머니는 형제의 끼니 걱정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큰아들 랜디 박씨는 “여행 한번 못 가고 몇 주에 한 번 집에서 쉬는 게 유일한 휴식이었던 어머니다. 그간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가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쉬시길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이번 사건의 희생자 8명 중 6명은 아시아계 여성이다. 그랜트씨가 일하던 골드스파에서만 총 3명의 한인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그랜트씨는 한국 국적이며, 박순정(74), 김선자(69)씨 등 2명은 미국 국적 한인이다. 골드스파 맞은편 아로마세라피스파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유용(63)씨 역시 한국 동포다. 부검 결과 그랜트씨와 박씨, 유씨는 두부 총상으로 숨졌으며 김씨는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여성 4명과 마사지숍 고객이었던 백인 여성 딜레이나 애슐리 욘(33), 백인 남성 폴 안드레 미컬스(54)를 뺀 나머지 아시아계 여성 2명은 각각 중국 출신의 마사지숍 운영자 탄샤요제(49), 종업원 다오위 펑(44)으로 밝혀졌다.이 때문에 아시아계 여성을 노린 증오범죄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사건 직후 회견에서 ‘성 중독’(sex addiction)에 빠졌다는 범인 진술을 그대로 공개하는 등 인종차별적 동기에 의한 증오범죄와는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건 이후 현장 주변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20일 애틀랜타를 비롯, 피츠버그와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고 항의했다. 피츠버그 집회에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연사로 깜짝 등장해 군중 수백 명을 이끌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차에서 한 시간, 마사지숍 들어가 72분, 총 쏘고 태연히 걸어나와

    차에서 한 시간, 마사지숍 들어가 72분, 총 쏘고 태연히 걸어나와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범의 사건 당일 행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백인 남성인 로버트 에런 롱(21)이 첫 번째 총격을 벌인 마사지숍 앞에 차를 주차한 채 한 시간을 보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뒤 총격을 저지르고 한 시간 12분 만에야 나왔다. 그가 무작정 가게 안에 뛰쳐 들어가 총격을 벌인 것은 아니란 의미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와 AP 통신은 19일 자체 입수한 현장 영상을 토대로 롱의 범행 당일 행적을 추가로 공개했다. 롱은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의 마사지숍에서 첫 번째 총격을 벌이고, 차로 30분 걸리는 애틀랜타 시내 스파 두 곳을 돌며 총기를 난사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은 액워스의 마사지숍에서 보인 행적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 아시아계 여성 2명을 포함해 4명이 목숨을 잃고 한 명이 다쳤다.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7분 총격범은 검정색 현대자동차 SUV ‘투싼’을 몰고 ‘영스 아시안 마사지’ 건물의 야외 주차장에 도착한 뒤 한 시간 동안 머물렀다. 그러고는 오후 3시 27분 차 밖으로 나와 곧장 건물을 향해 걸어가 문을 열고 입장했다. 총격범의 모습이 화면에 다시 나타난 건 1시간 12분이 지난 뒤였다. 오후 4시 49분 그는 문을 열고 건물에서 나와 주차된 차로 걸어갔으며, 곧바로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건물에 들어갈 때와 나올 오는 순간 총격범의 겉모습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으며, 발걸음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총격범이 현장을 떠난 지 6분 뒤인 오후 4시 56분 경찰차가 주차장에 도착했으며, 누군가 기둥 뒤에 쓰러진 채로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경찰관이 무장한 채 건물로 다가서며 영상은 끝난다. 지금까지 알려진 데 따르면 911로 총격 신고가 최초로 들어간 시간은 오후 4시 54분으로, 영상에서는 총격범이 이보다 4분 전인 오후 4시 50분 현장을 떠난 것으로 나온다. 문제의 ‘한 시간 12분’ 동안 건물 주위에서는 다른 차들이 주차장에 다녀가고, 인도로 행인이 지나다니는 등 일상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WP는 경찰 당국이 발표한 롱의 사진과 영상 속 남성을 대조해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롱이 이곳 마사지숍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주장한 대로 ‘성중독’에 따른 범행인지, 아니면 인종증오에 따른 범행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경찰은 이 영상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약 한시간 뒤인 오후 5시 47분쯤 애틀랜타 스파 두 곳에서 총기를 난사, 한인 여성 4명을 숨지게 했다. 일간 USA 투데이는 롱이 범행을 벌이기 며칠 전부터 부모 집에서 쫓겨난 상태였으며 코로나19 때문에 직장에서도 해고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무척 화가 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애틀랜타 경찰 기록에 따르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범행 장소인 스파 두 곳에서 성매매가 벌어진다고 수십년 동안 의심해 주목하고 있었다. 이 얘기는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성명을 통해 가벼운 절도 사건 외에는 경찰이 우려하던 대목이 없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얘기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인종증오에 따른 범행이 아니라 성중독에 따른 범행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찰이 이들 업소의 음습한 구석을 드러내려 할 수 있어 이런 논의에 말려들지 않아야 하겠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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